프랑스 면적은 우리나라 5.5배, 인구는 6530만 명이다. 행정구역은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레지옹이 18개, 시군에 해당하는 데파르트망이 95개, 동에 해당하는 코뮌(Commune)이 약 3만 5000개 있다. 리옹시와 파리시는 특별지위에 있다. 프랑스 전역에 811개 골프 코스가 있다.
테르 블랑슈 호텔스파&골프리조트(Terre Blanche Hotel Spa Golf Resort)는 유럽 최고의 호텔로 손꼽힌다. 하루에 150만 원의 초고가로 프랑스 1위, 유럽 2위의 명문 골프텔이다. Terre는 ‘땅’, Blanche는 ‘하얗다’는 의미로 ‘하얀 땅’이다.
테르 블랑슈 골프클럽은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레지옹에 위치한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레지옹은 역사상의 프로방스 지방과 거의 일치하며, 중심지는 마르세유, 그 밖의 주요 도시는 니스, 툴롱, 칸, 엑상프로방스 등이 있다.
유럽 전체에서 손꼽히는 명문
36홀 규모로 샤토 코스(Parcours Le Château)는 프랑스 8위, 유럽 대륙 28위에 랭크된 최고의 명문이며, 리우 코스(Parcours Le Riou)는 프랑스 48위에 랭크되어 있다. 데이브 토마스(Dave Thomas, 1934 ~2013)가 설계해 2004년 개장했다.
테르 블랑슈 골프클럽은 유럽에서 가장 좋은 교수법이 사용되는 훈련 센터를 갖추고 있으며, 최첨단 친환경 시설 덕분에 GEO®(Golf Environment Organization) 인증을 받았다. 2018년에는 ‘골프월드UK’(Golf World UK) 잡지에서 유럽 대륙 최고의 골프 리조트로 선정한 바 있다. 이곳의 자연은 계곡, 호수, 폭포, 숲과 같은 것으로 코스에 영감을 준다. 가장자리가 움푹 파인 벙커는 두 코스의 특징이다. 그린피는 190유로(27만 원) 정도다.
리우(Le Riou) 코스(파72, 6005, 5591m)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져 전략과 정확성을 보상하는 18홀의 기술 골프 코스다. 5개의 티 박스를 갖고 있다. 블랙, 화이트, 옐로, 블루, 레드다. 샤토 코스와 달리 회원 및 호텔 투숙객에게만 개방된다. 매년 LETAS(Ladies European Tour Access Series)가 열린다.
코스 전체가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여 있으며, 업앤드다운이 심한 전형적인 마운틴 타입이다. 몇 개 홀은 매우 심한 내리막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오르막을 이루는 홀들도 있어 멋져 보인다. 물은 거의 없지만 9번 홀과 18번 홀은 페어웨이 오른쪽을 따라 길게 흐르면서 그린까지 도달하는 멋진 디자인이다. 전장은 길지 않지만 업앤드다운과 도그레그 홀의 특성상 만만치 않았다. 블라인드 홀이 많아 거리보다는 정확도가 요구되는 코스로 전략적인 라운드가 필요하다.
1번 홀(파4, 353, 319m) 내리막이 심한 왼쪽 도그레그 홀이다. 180m 지점에 큰 벙커들이 있으며, 200m 지점부터 왼쪽으로 도그레그의 매우 심한 내리막을 보여주는 멋진 블라인드 홀이다. 홀 전체가 울창한 수목으로 가득하다.
9번 홀(파4, 398, 368m) 긴 파4 홀로, 티 박스 오른쪽부터 흘러내리는 크리크가 그린 앞 30야드 지점에서 왼쪽으로 지나며 매 샷마다 물과의 싸움이다. 크리크의 폭은 10야드 내외로 작은 바위들과 잘 어우러진 멋진 풍광과 운치 있는 코스 디자인이 돋보인다.
17번 홀(파4, 384, 360m) 큰 내리막 홀로, 홀 주변은 큰 수목들로 가득하며 멀리 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린 앞 60야드에 크리크가 페어웨이를 가르며 그린 왼쪽으로 길게 큰 벙커들이 이어지는 위협적인 모습이다. 갈수기로 인해 물은 없었다. 멋진 레이아웃이다.
18번 홀(파5, 450, 445m)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난이도 있는 스펙터클한 내리막에 오른쪽 도그레그 홀이다. 페어웨이 왼쪽 150m부터 오른쪽 230m까지 크리크가 흐른다. 비거리가 짧거나 티 샷을 실수하면 최소 더블보기가 나오는 상황. 슬라이스는 매우 위태롭다. 250m 지점에 보이는 멋진 하얀 벙커가 더욱 빛난다.
자연과 어우러진 풍광이 매력적
크리크는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지며, 그린 앞에는 큰 호수가 형성되어 그린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그린 왼쪽에는 큰 벙커 세 개가 이어져 있으며, 그린은 오르막이 심한 2단 그린으로 핀의 위치에 따라 정확한 티 샷이 요구된다. 그린 좌우에 모두 해저드가 있어 심리적으로 부담되는 상황이라, 강한 멘털이 스코어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800여 개의 프랑스 골프 코스에서 48위에 랭크된 위용을 18번 홀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클럽을 방문한다면 멋진 코스와 1박에 150만 원이 넘은 프랑스 최고의 골프텔, 라운드 후 3시간에 걸쳐 정통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훌륭한 만찬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남프랑스 니스에서 일주일 살기
어느덧 니스에서 일주일 살기도 중반을 넘어간다. 니스에서 10km 남짓 떨어져 있는 자그마한 중세마을 에즈 빌리지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날이다. 아침부터 하늘이 유난히 눈부시게 새파랗다. 니스의 숙소 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 역시 짙푸르다. 어쩐지 하루의 예감이 좋다. 작은 손가방에 머플러와 500리터 물 한 병 담아서 호텔을 나섰다.
바닷가에는 반바지 차림으로 조깅하는 사람들이 내 옆을 휙휙 지나간다. 모래밭으로 내려가 아침 햇볕을 정면으로 맞아들이면 남부의 여행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 선탠하거나 알콩달콩 연애 중인 이들 옆을 지나가며 나도 너그럽게 행복해진다. 이곳에 일주일 머물면서 니스의 해변을 즐기는 일은 이렇게 틈틈이 해야 한다. 그게 새벽이든 한낮이든 밤바다이든 언제든 바라볼 수 있고 다가갈 수 있어서 어찌나 뿌듯한지.
니스에서 버스로 여행하기
니스에서 에즈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 먼저 트램으로 여섯 정거장을 가야 한다. 여섯 정거장 거리의 트램 안은 벌써 사람들로 꽉 차서 꼼짝달싹 못하고 서 있다가 Vauban역에서 내렸다. 그런데다가 에즈 빌리지행 112 버스는 떠날 시간이 되어 이미 시동을 걸고 있었고 빈자리가 없다. 서서 가야 한다. 참고로 니스 가리발디 광장에서 82번 버스도 있다. 버스비는 편도 1.5 유로 정도. 물론 기차편도 가능하지만 불편함이 커서 대부분 여행자들은 에즈행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 여행 중 삼사십 분을 서서 가는 건 버스 창가에 앉아 편하게 지중해 풍경을 보는 즐거움 하나를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지중해의 차창 밖은 어디서 바라보아도 언제나 무한 아름다움이다. 해안가를 즐기려면 버스의 오른편에 앉는 게 좋다. 아침부터 짙푸른 하늘과 바다를 멋지게 보여주더니 잠깐 이렇게 다리품을 팔라고 한다.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선채 버스 차창 밖으로 에즈의 산비탈과 지중해의 풍광을 고스란히 눈에 담았다. 에즈 빌리지(Eze Village)에 도착했을 때는 온 산하가 투명한 햇살의 빛 내림으로 환했다.
니스 근교의 선인장 마을 에즈빌리지
눈앞에 교회의 시계탑이 있는 건물이 보인다. 여행길에 시계탑을 만나면 대부분 그곳이 목적지 인양, 마치 이정표 삼아 시계탑을 향해 걷는다. 어차피 느슨하게 보낼 셈인 하루다. 먼저 거길 오르지 않고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며 아랫동네를 즐겨본다. 골목마다 햇볕이 뿌려져 있고 몇 마리의 잘생긴 개가 왔다 갔다 한다. 마을조차 한가롭고 헐렁하게 여유만만이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에 평화로움이 번진다. 언덕 돌담에 걸터앉아 사람 구경도 하고 할 일 없이 두리번거리며 마음껏 여유 부리며 가벼운 마음을 얻는다.
아껴두었던 걸 꺼내먹듯 이젠 비탈진 에즈 빌리지 언덕으로 올라간다. ‘사실 중세마을이 다 비슷하지 뭐’ 하면서 별스럽지 않다는 생각으로 처음엔 무심히 걸었다. 비좁은 골목마다 콕콕 박혀있는 작은 상점들이나 갤러리, 교회 건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걸을 수 있다. 직접 만지면서 느낄 수 있는 시간여행 시작이다. 손바닥의 감촉으로 거슬러 가보는 중세기 마을이다.
중세기의 언덕에서 만난 지중해, 그리고 니체
동굴과도 같은 조붓한 골목을 이리저리 걷다 보면 길을 잃을 수도 있는 해발 427m의 작은 성벽 마을, 그 모습대로 독수리 둥지라는 별명도 있다. 에즈는 13세기 로마의 침략을 피해 산꼭대기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마을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흑사병이 한창이던 14세기에 이곳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이때부터 지금껏 그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중세마을로 자리 잡고 있다.
계단을 오르는 중에 예쁜 공방이나 기념품점이 줄지어 이어지고 테라스가 매력적인 갤러리가 자꾸만 튀어나온다. 남프랑스의 따스하고 환한 햇살과 꽃들로 어우러진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행복이 넘친다. 느릿느릿 에즈 빌리지의 가파른 언덕을 오른다. 걸으며 만나는 가시를 뻗치고 있는 다양한 선인장과 여신의 조형물들이 이 마을의 수호신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을 정원에 뿌리내리고 오랜 시간 동안 저렇게 지중해를 지키고 있구나 하는...
13세기 지중해 높은 절벽 위에 만들어진 작은 요새 마을 에즈 빌리지. 수백 가지의 선인장이 독특하게 가꾸어진 길을 걸어 400m 높이에 위치한 열대 정원에 서면 바람결이 확 다르다. 해변 마을에서 에즈 빌리지까지는 니체의 오솔길이 있다. 니체가 사랑했던 연인 루 살로메에게 실연당하고 찾아온 니스와 에즈 빌리지에 머물며 가장 왕성한 저술 활동을 했다고 한다. 14세기에 지어진 문이 마을 입구에서 맞는다. 그 길을 걸으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구상했다는 철학자를 떠올려 본다. 걸으면서 사유하기를 좋아했던 니체의 자연을 마주하는 비탈진 산책로를 두리번거리며 산책하듯 걷는 성벽 마을의 시간여행이다.
사방을 빙 돌며 파노라마 전경을 바라보느라 가슴이 벅차다. 가슴이 뻥 뚫린다. 좁은 골목의 올라오며 느꼈던 신비로움과는 달리 탁 트인 해방감으로 시원하다. 절벽 아래 붉은 지붕의 마을이 해안선의 아름다운 결을 따라 평화롭다. 발아래 지중해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눈앞에 펼쳐놓은 건 누구일까. 내가 본 지중해 풍경 중에서 최고다.
지중해 마을 정원의 기억
니스에서 모나코 가는 길목에 위치한 보석처럼 매력적인 마을, 놓쳤으면 후회했을 뻔했다. 아랫마을로 내려와 노천카페에 앉아 토르티야 샌드위치로 때우는 늦은 점심도 충분히 즐겁다. 오래된 중세 마을에 부는 가을바람 속에서 한나절이 그렇게 가고 있었다.
내게 에즈 빌리지는 여행길에 잠깐 들러 보는 곳이었다. 아니 누구에게나 작은 마을일뿐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머무르려는 발걸음이 되어 느릿느릿 길게도 놀았다. 돌아와서도 종종 생각나는 걸 보면 나와 잘 맞는 곳인 듯하다.
에즈 여행은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계절이어야 한다. 푸른 지중해를 멀리서 바라보기 위해서 다시 한번 들러보고 싶은 마을, 에즈 빌리지(Eze Village)다. 지중해와 이토록 아름답게 어우러진 선인장 마을의 정원, 그 옛날 이곳엔 누가 살았을까. 그곳은 누구의 정원이었을까.
강원도 정선 고한읍에서 인적이 가장 뜸했다는 고한18리 골목에 들렀다.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골목의 변화는 놀라웠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이 호텔’이라는 자부심으로 매일 집 앞 화단을 단장한다. 마을은 나날이 예뻐진다. 이제 시작이라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지 기대된다.
탄광촌 고한읍의 흥망성쇠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는 3시간 20분 뒤 강원도 정선 고한역에 정차했다. 고한역은 고한읍내의 꽤 높은 언덕에 있다. 계단을 내려오니 고한시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표석이 눈에 띈다. ‘여기가 해발 700m'라 쓰여 있다.
고한읍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산지대다. 1950년대에는 화전민이 모여 살던 산촌이었다. 1960년대 고한읍과 사북읍에 탄광 개발이 시작되자 탄광촌이 되었다. 전국에서 일꾼들이 몰려왔다. 지역 경제는 호황을 맞았다. 1980년대 이후 석유와 도시가스가 보급되면서 석탄 산업은 쇠락했다. 결국 1989년 정부 정책에 따라 강원도의 탄광이 대부분 폐광됐다. 광부들은 마을을 떠났다. 정부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한읍에 내국인 카지노 운영 공기업인 강원랜드를 설립했다. 하이원리조트도 건설했다. 경제 부활을 꿈꿨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한읍에 빈집이 점점 늘었다. 여러 마을 중에서도 고한18리가 가장 열악했다.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
고한시장에서 광고기획사 하늘기획을 운영하던 김진용 씨는 낙후된 고향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2017년 10월 ‘마을 만들기’를 기획하고, 고한18리 골목의 빈집을 고쳐 사무실을 옮겼다. 얼마 뒤 맞은편 폐가에 공유 오피스 공간인 이음플랫폼이 입주했다. 두 빈집이 번듯하게 바뀌자 주민들도 희망을 품었다.
유영자 신임 이장과 김진용 씨가 주축이 되어 ‘마을 만들기 위원회’를 발족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고, 함께 모이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 공감대를 쌓아갔다. 주민들은 스스로 골목을 가꾸기 시작했다. 담장을 헐고, 골목 안 쓰레기와 폐전선을 치우고, 화단을 가꾸어 집 앞을 단장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와 강원도에서 시행하는 각종 폐·공간 재생사업에 참여해 관의 인적·경제적 지원을 받아냈다. 칙칙한 건물 외벽을 산뜻한 색으로 칠했다. 집주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원색을 좋아하는 할머니 집에는 원색을 칠하고, 1층만 칠하길 원하는 집에는 그렇게 해주었다. 지역 예술가는 담벼락에 소녀, 고양이, 꽃 등 동화 같은 그림을 그렸다. 부녀회에서는 리스, 편지꽂이, 화분대, 벽걸이 등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만들어 골목을 장식했다.
마을호텔 18번가 탄생 스토리
골목은 예전보다 밝아졌지만, 지속가능한 경제적 기반이 필요했다. 전문가들과 많이 고민한 끝에 ‘마을호텔’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 호텔은 한 빌딩 안에 객실, 레스토랑, 카페, 리셉션, 라운지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마을 호텔은 골목 상점이 그것을 대체한다는 발상이다. 골목 안에 음식점, 카페, 사진관, 세탁소, 숙박업소 등 다양한 업종이 있는 고한18리의 장점을 살릴 방법이었다.
올해 4월 주민과 골목 상점 11곳이 합심해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조합명은 가장 잘하고 좋아한다는 뜻을 지닌 ‘18’과 거리를 뜻하는 ‘번가’를 합쳐 만들었다.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은 한우식당을 개조해 5월에 숙박시설 ‘마을호텔 18번가’를 개장했다. 마을호텔 18번가 골목은 호텔 로비, 골목 입구 마을회관은 호텔 세미나룸, 카페 수작은 호텔 라운지, 국일반점·구공탄구이·누리한우촌은 호텔 레스토랑 역할을 한다. 상점 주인은 모두 호텔리어인 셈이다.
고한 18번가 협동조합 총무 김진용 씨는 “18번가는 주민들이 주도한 사업”임을 강조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기존 골목 상점을 활용해 하나의 호텔처럼 운영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마을 이장님이 호텔 지배인
숙박시설 ‘마을호텔 18번가’의 관리자는 유영자 이장이다. 명함에 ‘지배인 유영자’라 씌어 있다. 유 이장은 협동조합 일로 바쁜 중에도 호텔 설립 과정과 소개를 열심히 한다. “호텔 안을 장식한 조화 작품들은 주민들이 공예 작가에게 배워서 만든 LED 야생화예요. 함백산에서 매년 야생화 축제를 해요. 그 행사와 연계해 야생화를 테마로 잡았죠. 이 호텔이 제법 알려져 주말에는 빈 객실이 없어요. 이익은 주민들이 함께 나눠요.
”
마을호텔 18번가는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를 절충해놓은 분위기다. 한실과 양실 더블룸(2인실) 각각 1개, 트윈룸(3인실) 1개로 구성돼 있다. 시리얼과 토스트를 조식으로 제공한다. 숙박료는 9만~15만 원이다. 숙박 손님에게는 식당, 카페, 사진관 등의 협력업체 10% 할인 쿠폰을 준다. 삼탄아트마인은 무려 50%를 할인해준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LED 야생화 만들기와 다육아트 등 고한읍의 특색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바로 옆 카페 수작에 들렀다. 골목은 한산한데 손님이 많다. 주인장이 개발했다는 흑임자라떼를 기다리는 동안 부녀회에서 만든 소소한 공예품을 구경한다. 흑임자와 커피의 조화는 그럴싸하다. 커피 향보다 흑임자의 고소한 맛이 강한 편이다. 차를 마신 뒤 본격적으로 골목 산책에 나섰다.
사계절 꽃 피는 고한 18번가
우선 마을호텔 18번가 앞 꽃마차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골목을 깨알처럼 장식해놓은 벽화, 조형물, 화분을 감상한다. 골목에서 꽃이 가장 많은 곳은 권 씨 할머니 집이다. 담벼락에 꽃이 가득하다.
“몸이 안 좋아서 얼마 전에 장사를 그만뒀어요. 이렇게 꽃을 가꾸니까 시간도 잘 가고,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해주니까 보람도 있어요. 매일 한두 시간씩 꽃을 돌보는 시간이 아주 소중해요”
소녀 같은 권 씨 할머니다.
겨울이 오면 골목에서 꽃들이 사라진다. 골목이 썰렁해질까봐, 주민들은 한 잎 한 잎 공들여 만든 LED 야생화 화분을 화단에 설치한다. 낮에도 환히 빛나는 야생화 덕분에 이 마을을 지날 때 춥지 않을 것 같다.
18번가 골목을 빠져나오면 고한시장이 코앞이다. 시장 입구와 천장을 갱도처럼 꾸며놨다. 출입구에는 ‘갱도1’, ‘갱도2’라고 써놓았다. 시장 안 기둥에는 석탄을 캐는 광부의 모습을 마네킹으로 재현해놨다.
매월 끝자리 1일과 6일에는 오일장이 서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 시장 내 ‘피고지고 다시 피고’ 카페에서 장미, 마리골드 꽃물과 꽃가루로 만든 꽃빵(머핀)과 오징어 먹물로 만든 숯빵(파운드케이크)을 판다. 3개 세트가 5000원이다. 지역색을 살린 먹거리라 호감이 간다. 촉촉하고 달달해 커피에 곁들이기 딱 좋다.
주변 명소&맛집
삼탄아트마인 2001년 폐광할 때까지 38년 동안 고한 지역 경제를 떠받쳐왔던 정암광업소를 도시재생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이다. 폐광 터에 150개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이 넘는 예술품을 접목해 독창적인 전시공간이 되었다. 안내데스크 옆에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가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 촬영 장소 및 배우 송중기가 묵었던 객실을 볼 수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09:30~17:30 월·화요일 휴관, 033-591-3001 어른 1만3000원
정암사 월정사 말사이며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석가모니불의 사리를 수마노탑에 봉안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전해온다. 수마노탑에 불사리가 봉안되어 있으므로 적멸보궁 법당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 적멸보궁 앞 계곡은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정암사의 열목어 서식지다. 적멸보궁 뒤쪽 언덕에 있는 수마노탑은 최근 국보 제332호로 지정되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10, 033-591-2469
예촌돌솥밥 고한 주민이 강력 추천한 돌솥밥 전문점이다. 식당 내부가 깔끔해 첫인상이 좋다. 주 메뉴는 영양돌솥밥과 곤드레돌솥밥이다. 정선 곤드레가 듬뿍 올라간 돌솥밥에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를 포함한 스무 가지 반찬이 딸려 나온다. 모두 맛깔나다.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므로 반찬 종류는 수시로 바뀐다. 고한시장 갱도1 출입구 맞은편에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6길 8, 10:00~21:00, 033-592-4610, 곤드레돌솥밥 1만2000원
이젠 초록이 완연하다. 탁 트인 세상을 보러 가볍게 훌쩍 떠나 자연 속에 파묻히고 싶어진다. 시골 마을에 스며들듯 이루어진 '이원 아트빌리지'는 반짝이는 초여름빛을 받으며 자연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에 위치한 친환경 복합문화공간 이원 아트빌리지의 하루는 충분한 여유와 쉼을 주는 시간이다.
미잠리(美蠶里). 이곳 지형이 누에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막 시작된 초여름이 싱그럽다. 방문을 허락하면서 하신 말씀이 '요즘 볕이 좋고 온 천지에 피어난 꽃들이 너무 예뻐 혼자 보기 죄스럽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애초부터 '함께 하기' 위한 공간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건축가 원대연 교수와 사진작가 이숙경 부부가 이원 아트빌리지를 만들어낸 것은 2003년이었다. 한때 롯데호텔, 롯데월드, 압구정 현대백화점, 여의도 63 빌딩 등의 국내의 굵직한 건축 작품의 설계와 공사를 진행했던 건축가 원대연. 그리고 '(주)플러스 건축'을 설립, 건축전문지 '월간 플러스' 창간, 후학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로 더없이 왕성한 시절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건축문화와 일상을 엮어서 '여행 넘어서기'라는 책 1,2,3권, 건축 가이드북 ‘살수록 고마운 집 - 자연에, 좋은 집에, 멋진 나날들’을 출간하기도 한 작가다.
“생명의 집을 지을 수 있으면 다 버려도 좋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바삐 돌아가는 세상일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내 의지대로 삶의 리듬을 원했다.
그 무렵을 이용재 건축평론가는 이렇게 적었다. '국내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투시도의 달인 원대연은 만날 반복되는 일에 치이고 지금 내가 왜 살고 있는 거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뭘까? 고민했다. 전국의 땅을 보러 다닌다.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가 맘에 든다. 아예 이월면으로 보따리 싸서 내려간다. 생태마을 건립에 나선다. 왜 만날 남의 것만 만들어 주냐. 외부 간섭 없이 나만의 자유로운 건축을 실현하겠다. 이제부터 넘어야 할 가장 큰 상대는 나 자신이다.'
마침내 6년 만에 이원 아트빌리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2005년에는 한국건축가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자연에서 싹이 돋아 자연의 숲이 이루어진 건축의 숲을 본 것이다. 인공조미료가 배제된 건강 자연식품의 건축을 만난 것이다. 옥내 공간에 집중된 기존 건축과는 달리 옥내 공간과 옥외 공간이 등가로 다루어지면서 풍부한 공간 연출을 하고 있는 Vernacular 한 건축이다." - 건축가협회상 수상 수상에 대한 심사평에서
입구의 담장에 담쟁이덩굴이 덮이기 시작했다. 그 앞으로 마을 사람이 무심히 지나가는 풍경, 논과 밭과 마을길이 아트빌리지와 분리되어 보이지 않고 함께 자연스럽다.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이런 곳이 있었나 놀랄 일이 기다린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자연 채광으로 전시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상촌 미술관 제1관, 2관, 3관. 이숙경 사진작가의 작품과 건축가의 그림,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마음껏 볼 수 있다. 그리고 미술관을 중심으로 미로처럼 연결된 문화공간을 찾아 걷는 맛이 시작된다. 전시관이나 세미나실뿐 아니라 자연 경사를 그대로 살린 골목길을 따라 발견되는 건축 예술이 흥미롭다.
어디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예쁜 골목과 샛길이 이어지는 열린 공간이다. 목련 갤러리 뒤편으로 목련 정원이 기다리고 있다. 너른 다목적 행사장과 공연장, 갤러리와 소소한 아트공방들, 색색의 담장을 지나 작은 숲 쉼터를 만나면 누구라도 거기 그냥 한 번 앉아서 쉬고 싶어 진다. 토기인형과 담 아래 꽃들이 편안히 피어난 조붓한 길을 걷다 보면 샛길과 계단을 통해 숨겨진 듯한 공간이 나타나서 지루할 틈이 없다.
이곳에선 모든 게 나지막하다. '사람 눈에 허술해 뵈고 만만해 뵈고 편안한 게 좋은 집'이라고 말한다. '언젠가는 이렇게 나지막한 집이 쑥쑥 자라나는 나무에 뒤덮여서 안 보이기를 바란다'는 원대연 건축가.
전망대로 올라가면 나무판자를 겹겹이 얹어 만든 너와지붕이 눈 앞에 펼쳐진다. 너와지붕 너머로 이어지는 이월면 미잠리 농촌 마을이 자연스럽다. 어울림이다. 이렇게 한 바퀴 돌다 보면 이상한 '균형'이랄까 그런 게 느껴진다. 어느 것 한 가지만 유난하지 않고 돌 하나 소나무 한 그루도 그 자리에서 함께하는 역할의 의미를 있다는 것.
결국은 마당과 골목길, 그 모든 건축물과 뒷동산이 어디든 연결된다. 내비게이션의 지시대로 길을 찾는 요즘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의미 없음을 알려준다. 아트빌리지의 길을 따라서 걸으며 상상력을 만끽하고 창의력을 발동시키는 그런 건축의 힘을 전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아트빌리지 옆으로 난 오솔길을 잠깐 걸어가면 광장처럼 널따랗고 멋진 공간이 기다린다. 신록의 계절이다. 산 아래 울창한 숲과 잔디밭이 어우러진 그곳에 부드러운 바람이 가득 차 있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빛 내림이 눈부시다. 중앙엔 넓은 원형으로 울퉁불퉁한 돌의자가 던져진 듯 놓여있다. 거기 앉아 회의도 하고 여유롭게 수다와 휴식이 즐거울 수 있는 숲 마당, 자연 속에서 놀아볼 수 있다.
"야생화를 300~400개쯤 심었지요. 잘 피어나서 계절별로 책 찾아가며 사진을 찍어놨는데 그러나 어느 정도 살다가 반 이상은 죽더라고요. 이곳이 아무리 자연이라고 해도 야생화는 야생에 있어야 해요. 그래서 심지 마라, 옮기지 마라, 살아있는 건 그 자리에 두어라 해요."
건축 예술가의 열정으로 자연과 한 몸이 되는 마을이 이 땅에 만들어졌고 그곳에 사람이 살았다. 그리고 건축가가 제시한 공간을 통해서 다수의 누군가는 공감했다. 그래서 그가 추구하는 관계성이 수용되고 그 꿈이 지속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운영의 부침을 맞으면서 2012년 개방을 멈추었고 나름대로 대비를 한다.
"이 곳을 기부를 하거나 재단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그럴 경우 그동안 내가 지켜왔고 생각해온 마을이 유지될지 걱정됩니다. 아마 이 나무들이 온전히 있기 어려울 듯해요. 요즘은 그래서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어요. 눈이 올 때 이 숲의 풍경이 다양합니다. 또 사계절 따라 늘 다르죠. 지금도 깜깜한 밤에 사진을 찍으면 칼라가 정말 이뻐요. 어제도 영산홍을 찍었는데 빨간색이 낮과 밤이 달라요. 완전한 어둠 속에서 또는 달밤에도 찍어요. 자연 속에서 변화하는 색감이 대단합니다."
푸릇푸릇한 식물들의 향이 뿜어 나오는 선큰 가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정원 계단에 둘러앉아 멋지게 세월을 사는 이의 건축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특별하다.
비밀의 문을 연 듯한 그 옆의 오디오실은 신세계다. 가치를 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오디오와 스피커, 그리고 재킷 포장이 그대로인 희귀 소장품 레코드판이 잘 정돈되어 있다. 70대 은발의 곱슬머리 건축 예술가는 음악 한 곡을 걸었다. 그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던 '매기의 추억'이 감동적이었던 건 단지 오디오의 성능 때문이었을까. 그 시골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생생함을 지금도 기억한다.
이원 아트빌리지, 이곳에서는 한두 시간 또는 한나절이면 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 마을의 따뜻한 고요함에 푹 빠져봐야 한다. 숲에 들어 자연의 빛과 바람과 하늘을 마주는 순간 자연 속에 그만 묻혀버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름다움은 천천히 느리게 즐겨야 제 맛이다. 청정한 산세에 둘러싸여 있는 건축 마을에 푹 잠겨 보냈던 하루. 생거진천(生居鎭川), 충북 진천 이월면 미잠리의 이원 아트빌리지에 가면 느리고 무심히 자연 속에 스며드는 온전한 날이 된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 미잠길 306-1 / 이원아트빌리지에 가고 싶다면 미리 연락을 해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지금도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일반 단체 방문객이 예약을 통해서 방문한다.
주변 볼거리와 맛집
△이월성당 (梨月聖堂)
그곳에 가면 또 한 군데 들러볼 곳이 있다. 원대연 건축가가 설계를 봉헌하여 지어진 '이월 성당'. 이원 아트빌리지를 나와 밭둑 옆으로 잠깐 달리다 보니 멀리 성당 뾰족탑의 십자가가 보인다. 자연의 흐름의 바라보듯 시골 들판을 내려다보는 듯한 위치에서 저녁노을을 받고 있다. //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 송림리 292-5번지
△ 진천막국수
진천에는 건강한 맛집이 여럿 있다. 그중에 메밀로 만든 시원한 막국수가 인기다. 메밀 새싹이 수북이 얹혀 나오는 메밀 새싹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는 따뜻한 육수도 함께 나온다.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국수 양념도 자극적이지 않다. 무채와 열무김치도 심심하고 맛있다. 속이 실하고 큼직한 메밀만두도 빠뜨리지 말고 맛볼 것. // 진천 막국수 / 충북 진천군 이월면 진광로 725 / 막국수 7000원, 메밀 왕만두 5000원
△ 미잠米과
생거진천 쌀로 만든 건강한 빵. 진천에서 농사짓고 정미소도 직접 운영, 도정, 제분하여 쌀빵을 굽는다. 쌀눈이 살아있는 빵으로 특허출원, 쌀빵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식감이 부드럽다. 건강기능성을 선호하는 사람들과 밀가루 알레르기 환자 등의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SNS 등의 입소문으로 전국 각지에서 주문 요청이 많다고 한다. 방문 고객에게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식빵은 물론이고 쌀 인절미 크림빵, 현미깜바뉴 등 미잠미과 만의 쌀빵 종류가 다양하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 403 /10:00~19:00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는 법. 일본의 북쪽 섬 홋카이도는 최근 TV 속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 주목받았다. KBS2 ‘배틀트립’, SBS ‘동상이몽2’, JTBC ‘뭉쳐야 뜬다’, tvN ‘짠내투어’ 등을 통해 홋카이도가 소개됐다. 이곳이 여름 휴가지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역시 시원한 기온과 가까운 날씨에 있다. 직항 항공편의 비행시간은 2시간 40분 정도밖에 안 되고, 8월 평균 낮 최고기온은 24.9℃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진짜 매력은 더욱 다양하다.
홋카이도를 여행하기 전에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 지역이 일본 총면적의 22%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넓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21번째로 큰 섬이기도 하다. 홋카이도의 관문인 남단의 하코다테(函館) 시에서 오호츠크 해가 보이는 왓카나이(稚内) 시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412km다. 서울-부산 직선거리 325km보다 훨씬 먼 거리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 점을 꼭 고려해야 한다. 패키지 상품을 선택할 때도 여행지로 이동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지 않은지 꼭 확인해야 한다.
홋카이도 관광의 시작 삿포로
삿포로(札幌) 시는 홋카이도의 가장 큰 도시로 대부분의 여행지 출발점이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오도리(大通) 공원. 삿포로 역에서 도보로 15분쯤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역 주민들의 쉼터이자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시내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삿포로 TV타워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올해 7월 19일부터 8월 16일까지 열리는 삿포로 여름 축제기간에 오도리 공원에서 열리는 일본 최대 규모의 맥주 축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삿포로·아사히·기린 등 일본의 유명 맥주 제조사의 행사장(비어가든)에서 한정판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일본의 전통시장을 보고 싶다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니조(二条)시장으로 가야 한다. 특히 신선한 수산물이 자랑인 이곳은 삿포로를 방문하면 반드시 맛봐야 하는 대게 뷔페와 해산물 덮밥(카이센동)으로 유명하다.
시원한 여름을 즐기고 싶다면 마루야마(円山) 공원도 들러볼 만하다. 빼곡한 원시림 속으로 들어서면 오한이 느껴질 정도다. 인근에 삿포로 마루야마 동물원과 홋카이도 신궁도 위치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자연이 아름다운 비에이와 오타루
삿포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넓은 평원과 아름다운 꽃밭을 감상하고 싶다면 후라노(富良野) 시의 비에이(美瑛) 정(町, 행정구역 단위)이 제격이다. 여름이 시작되면 끝없이 펼쳐지는 라벤더 꽃밭은 홋카이도 여행의 백미다. 비에이에서 넓은 꽃밭을 맘껏 보고 싶다면 팜 도미타(ファーム富田)나 시키사이(四季彩) 언덕이 좋다.
인근 암반에서 흘러나온 미네랄 성분이 호수의 물과 만나 환상적인 에메랄드빛을 만들어내는 아오이이케(靑い池)도 인근에 있다. 청의 호수로 잘 알려진 이곳과 함께 시라히게노타키(しらひげの瀧, 흰수염폭포)까지 둘러보면 후라노 관광은 완성된다.
삿포로에서 바닷가 옆 철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오타루(小樽) 시는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곳. 운하를 따라 조성된 공원과 창고를 개조해 만든 상점들이 이색적이다. 특히 오래전부터 발달한 수공예 산업으로 인해 오르골이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1만 원대부터 억대의 오르골까지 만날 수 있는 오타루오르골당(小樽オルゴール堂)도 가봐야 할 이색 관광지다.
온천에서 유빙까지 볼 수 있어
홋카이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하면 떠오르는 온천마을도 많다. 노보리베츠(登別), 조잔케이(定山渓) 마을이 유명하다. 노보리베츠 온천마을은 료칸부터 대형 호텔까지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고, 조잔케이는 삿포로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어 인기가 높다.
그래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싶으면, 홋카이도의 북단 왓카나이 시로 올라가 북극에서 오호츠크 해를 타고 내려오는 유빙을 바라보면 된다. 이곳에선 크루즈를 이용한 ‘유빙크루즈’ 상품이 인기다.
사실 삿포로를 중심으로 이 모든 곳을 둘러보는 것은 쉽지 않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왓카나이 시까지 항공편을 이용해도 50분이 걸리고 삿포로 역에서 기차를 이용하면 5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홋카이도 관광 경험이 있다면 아예 도쿄에서 국내선을 이용해 원하는 여행 지역 공항으로 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본도 여러 저비용 항공사가 있어 도쿄를 경유해도 직항보다 항공료가 더 저렴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다 어렵다면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는 게 답이다. 다만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삿포로를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하기 때문에 홋카이도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다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다녀올 수 있는 중장기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TIP 일본 여행 이것만 알고 가면 편하다
ㆍ현지인은 어떻게 다닐까 알고 싶다면?
한국인 관광객 밀집 지역을 피하고 싶거나, 현지인만 아는 관광정보를 원한다면 일본정부관관광국 홈페이지(www.welcome tojapan.or.kr)를 통해 챙기는 것도 방법이다. 각 지역 관광 안내 페이지로 연결되어 있고, 목적지 주변 도시 정보까지 쉽게 얻을 수 있다. 지역 관광 안내 페이지에는 그 도시를 즐기는 당일 코스, 1박 2일 코스 등 관광 예시가 정해져 있어 여행 계획을 짤 때 도움이 된다.
ㆍ구글맵만 알아도 대중교통 해결
교통비가 비싼 일본 여행에서 대중교통 이용은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구글맵. 웬만한 스마트폰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GPS로 현재 위치를 찾아 이용 가능한 버스와 지하철을 추천해준다.
ㆍ편의점 결제도 되는 교통카드 스이카
동일본 여객철도에서 발행한 교통카드. 일본의 교통카드 시스템은 지역별로 다른데, 가장 대표적인 카드가 스이카(スイカ)다. 일본 전역에서 사용 가능하다. 500엔이라는 보증금의 부담이 있지만, 편의점이나 상점 등에서 결제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신용카드 대신 쓰기에 편하다. 물론 지하철, 버스, 철도를 이용할 때도 쓸 수 있다. 여행 중 현찰을 사용하면 동전이 늘어나 불편하고, 금액 계산에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는데 스이카로 해결할 수 있다.
휴일 오전, 전철 1호선을 타고 종착역인 인천역으로 간다. 한산한 전철 안에서 시간여행자가 되는 상상을 한다. 인천역 앞에 있는 화려한 패루를 통과하면, 1800년대 말 인천 개항 시절의 풍경이 펼쳐지는 상상 말이다. 실제로 패루 너머에 근대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그곳에 새겨진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시간을 되짚어보면, 나도 모르게 근대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걷기 코스
전철 1호선 인천역▶ 제1패루▶ 차이나타운▶ 선린문(제3패루)▶ 자유공원▶ 제물포구락부▶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인천 중구청(옛 일본영사관)▶ 중구생활사전시관▶ 인천개항박물관(옛 인천일본제1은행)▶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옛 인천일본18은행지점)▶ 신포시장▶ 답동성당▶ 애관극장▶ 싸리재 카페▶ 전철 1호선 동인천역
인천 개항과 함께 형성된 화교 마을
1883년 인천 개항 후 청국인, 일본인, 러시아인, 독일인, 영국인들이 앞다퉈 제물포(지금의 인천항)로 몰려왔다. 항구 일대에는 각국의 조계지가 형성되었다. 최초의 근대식 공원, 극장, 학교, 호텔, 은행과 같은 서양식 근대건축물도 세워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철도, 시외전화, 화폐, 구두, 등대, 담배 성냥, 축구, 야구 등 해외 문물도 물밀듯 들어왔다. 이 시절의 흔적이 제물포와 가까웠던 지금의 인천시 중구에 오롯이 남았다. 그 자취를 찾으며 질풍노도 같았던 인천의 근대사를 돌아본다.
출발지인 인천역부터 특별하다. 인천역은 1899년에 개통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의 시·종착역이었다. 인천역에서 서울 노량진까지 우마차나 수로로는 반나절 이상 걸릴 길을 열차로 한 시간 만에 갔다고 하니, 당시 사람들에게는 신세계나 다름없었겠다.
인천역 광장 맞은편에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시에서 기증한 패루가 화려한 단청을 뽐내며 서 있다. 패루 사이로 차이나타운의 ‘T’자형 대로가 보인다. 차이나타운 골목마다 붉은색으로 치장한 대규모 중식당과 중국 간식 상점, 기념품점이 즐비하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개항 후 중국 산둥성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살기 시작한 곳이다. 이때 정착한 화교들이 중국요리점을 열고, 한국인 입맛에 맞는 자장면을 개발했다고 한다. 자장면의 대명사로 불렸던 ‘공화춘’의 우희광 씨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983년에 문을 닫은 공화춘은 30년 뒤인 2012년에 ‘짜장면박물관’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옛날 공화춘의 인기는 신승반점, 만다복, 연경, 중화원 등이 잇고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요리 외에 화덕 호떡인 옹기병과 월병, 홍두병, 공갈빵 같은 중국 전통 간식도 재미 삼아 먹어볼 만하다.
뜨거운 옹기병을 뜯어 먹으며, 차이나타운 중간 지점에 있는 선린문(제3패루)으로 향한다. 3개의 계단을 지나 마지막 계단 위에 우뚝 세워진 선린문은 차이나타운 최고의 포토존이다. 선린문을 통과해 다시 계단을 조금 오르면 자유공원 입구와 만난다. 왼쪽 길에 초한지 벽화 골목이 있고, 오른쪽 길은 자유공원 산책로와 연결된다.
우리가 알아야 할 인천 근대사 이야기
자유공원은 1888년 응봉산에 건립된 국내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이다. 공원 초입에 있는 석정루에 올라 인천 앞바다와 월미도를 조망하고, 한미수교 100주년(1982년)을 기리는 기념탑과 한국전쟁 영웅으로 알려진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둘러본 뒤, 제물포구락부로 이동한다. 제물포구락부는 자유공원과 이어진 계단 중간에 있다. 이곳은 개항 당시 제물포에 거주했던 독일, 미국, 러시아, 일본인들의 사교장이었다. 하얗게 회칠한 외벽과 고풍스러운 홀이 인상적이다. 제물포구락부와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도 거리가 가깝다. 이 계단은 일본과 청나라가 각각 조계지를 설정하고,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계단을 경계로 북성동 쪽은 청나라의 차이나타운이, 신포동 쪽은 일본 건축물이 들어섰다. 계단 양쪽에 세운 석등조차 중국식과 일본식으로 구별돼 있다. 계단 상단의 공자상도 중국 쪽으로 약간 치우쳐 세워졌다. 외국인들이 조선 땅을 땅따먹기하듯 갈라놓은,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현장이다.
청일조계지 계단을 내려와 왼쪽, 중구청(옛 일본영사관)으로 가다 보면, 일본 적산가옥과 일본제1은행, 구 일본18은행과 같은 근대건축물이 모여 있는 개항장 거리를 만난다. 차이나타운처럼 이국적인 분위기다. 거리 입구에 있는 중구생활사전시관은 1888년에 개업한 국내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의 외관을 되살려 지은 건물이다. 귀부인이 머물렀을 법한 객실과 1960~70년대 인천 중구의 의식주 생활공간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나무 전봇대가 세워진 골목길과 문방구, 백항아리집(선술집), 극장, 다방, 의상실, 이발소 등 추억을 부르는 풍경이 마냥 반갑다.
전시관 옆 개항박물관은 옛 일본제1은행을 개조한 것이다. 1883년에 건축한 르네상스풍의 석조 건물로서 일본영사관의 금고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어온 우표와 우편물, 우체통, 전보와 전화기, 경인선 기관차 모형 등을 전시하고 있다. 같은 라인에 있는 근대건축전시관은 일본제18은행 건물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나가사키 상인들이 상해에서 수입한 영국 면직물을 한국에 수출해 큰 이익을 얻자, 인천에 은행 지점을 세운 것이다. 이곳에서 개항장 일대에 현존하는 근대건축물과 소실된 건축물의 모형을 볼 수 있다.
인천과 서울을 연결했던 싸리재 고갯길
개항장 거리를 지나 먹거리 성지인 신포국제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신포시장은 인천 개항 이후 형성된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이다. 19세기 말 화교 농민들이 산둥성에서 채소 씨앗을 가져와 키워 시장에 내다 판 것이 신포국제시장의 시초라고 한다. 역사가 깊은 만큼 먹거리도 풍성하다.
쫄면의 탄생지도 신포시장이며, 신포순대, 신포만두의 고향도 이곳이다. 주먹으로 깨 먹는, 단단한 공갈빵과 매콤한 맛을 강조한 신포 닭강정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닭강정을 사려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골목 안이 새까맣게 보일 정도다.
시장 골목 끝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국내 성당 중 가장 오래된 답동성당과 국내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을 만날 수 있다.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뜻을 지닌 애관극장은 1895년에 ‘협률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1920년대부터 애관극장으로 불리며, 복합상영관이 주름 잡는 이 시대에도 꿋꿋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시설은 여느 극장과 비슷하고, 상영작도 같다.
흐뭇한 마음으로 애관극장을 구경하고, 동인천역으로 내려가는 고갯길, 싸리재를 걷는다. 옛날에 이 길에 싸리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낙후한 거리가 되었지만, 1920년대 말부터 70년대까지만 해도 병원, 한약방, 약국, 양화점, 포목점 등이 즐비했던 곳이다. 서울 명동 못지않은 상권을 자랑했다고. 옛날 양복점과 병원 건물과 기록 사진만이 싸리재의 옛 영화를 증명한다.
최근,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싸리재의 아날로그 정취가 돋보인다. 그 중심에 ‘싸리재’ 카페가 있다. 지은 지 90년 된 목조 카페에서 노부부가 커피를 내린다. 카페 안쪽에는 노부부의 100년 된 한옥 살림집이 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부부는 수집한 축음기로 레코드판 음악을 들려준다. 마침 퀸의 ‘보헤미안랩소디’가 흘러나와 한껏 흥에 젖는다. 바리스타인 박차영 대표에게 메뉴 추천을 부탁하니 자신이 개발한 ‘커피봉봉’과 ‘싸리재’를 권한다. 모든 커피를 모카포트로 내려준다. 쌉싸래한 에스프레소와 달콤한 연유, 촉촉한 생크림의 조화가 감미롭다. 싸리재의 빈티지한 분위기와 포근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노부부가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다. 싸리재 카페에서 동인천역은 멀지 않다. 전철을 타기 전에 송현동 순대 골목이나 화평동 냉면 거리, 동인천 삼치 거리에서 요기를 해도 좋겠다.
주변 명소 & 맛집
신승반점과 명월옥
공화춘은 1983년에 폐업했으나 우희광 씨의 자손들이 공화춘의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우희광 씨의 외손녀가 운영하는 신승반점이 그곳. 신승반점의 인기 메뉴는 돼지고기와 채소를 갈아 춘장과 볶은 유니자장면이다. 달지 않으면서 감칠맛 나는 자장 소스와 부들부들한 면발이 입맛을 당긴다. 흰 자장면이 궁금하다면 만다복(032-773-3838)을, 맛있는 짬뽕을 먹고 싶다면 복림원(032-773-8778)을 추천한다. 한식은 신포시장 가는 길목에 있는 백반식당, 명월집이 잘한다. 1966년에 개업한 식당이다. 7000원짜리 백반에 밑반찬만 열 가지. 여기에 곤로 위에서 푹 끓인 돼지김치찌개와 누룽지도 양껏 먹을 수 있다.
신승반점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44번길 31-3, 매일 11:00~21:00
명월옥 인천 중구 신포로23번길 41, 07:30~19:30(일요일 휴무)
송월동 동화마을
송월동 동화마을은 차이나타운과 이어져 있다. 2013년 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세계명작동화를 주제로 마을을 예쁘게 꾸몄다. 입구의 아치문을 통과하면, 알록달록한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진다. 골목마다 도로시길, 빨간모자길, 전래동화길 등 테마가 있다. 동화 캐릭터 입체 조형물이 많아 곳곳이 포토존이다. 이 마을이 개항기 때 독일, 일본, 프랑스인들이 살았던 부촌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인천 중구 자유공원서로37번길 22(연중무휴)
짜장면박물관
1908년 차이나타운에 개업한 중식당, 공화춘의 내부를 개조해 2012년에 개관했다. 전시물을 통해 화교와 자장면의 탄생기, 전성기, 자장라면의 역사 등을 알 수 있다. 1930년대 공화춘 접객실, 1960년대 공화춘 주방을 실제 크기로 재현했다. 졸업식이나 운동회 날에 부모님과 자장면을 먹으러 갔던 추억이 떠오른다. 공화춘 건물은 중국 산둥 지방의 장인이 참여해 중국식으로 지었으며, 2006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 56-14, 09:00~18:00(월요일 휴관)
걷기 Tip
❶ 차이나타운은 골목이 많으므로 인천역 앞에 있는 관광안내센터에서 지도를 받아, 갈 곳을 미리 표시해두는 게 좋다. 송월동 동화마을을 코스에 넣는다면, 맨 먼저 들르자.
❷ 신포시장까지만 걷는다면, 수인선 신포역에서 전철을 타면 된다.
❸ 개항박물관, 짜장면박물관, 중부생활사전시관, 근대건축전시관, 한중기념관 등 5개 전시관 통합관람권을 구매하면 입장료를 아낄 수 있다. 통합관람권 어른 3400원.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의 날에는 입장료 무료.
겨울의 절정이다. 게다가 미세먼지의 공습이 재난 수준이다. 온화한 기온의 남프랑스에서 긴 겨울을 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탈하듯 단 일주일 정도의 여행이어도 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편안한 휴식이 될 일주일은 엄동설한을 잊게 해줄 것이다.
하루 한 군데에서 느릿하게 놀기
남프랑스의 항만도시 니스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연중 평균기온이 15℃이고 대부분 온난한 날씨여서 겨울을 나기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한 시간 내외의 거리에는 모나코, 칸, 생폴 드 방스, 에즈 빌리지도 있다. 또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접경지역이어서 국경을 넘어가 볼 수도 있다. 지중해의 햇살이 쏟아지는 니스에 숙소를 정하고 날마다 놀이하듯 여유롭게 여행의 맛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니스의 코발트블루에 빠져들다
여름 피서지나 휴양지로 니스만큼 각광받는 곳이 있을까. 따사로운 니스의 해변은 아름다운 지중해를 품고 있어서 여름이면 피서객으로 북적인다. 피서객이 어마어마하게 넘쳐나는 여름철엔 호텔비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여름 피서객이 빠져나간 가을과 겨울엔 할인 가격으로 호텔에 묵을 수 있다. 특히 이때 꼼꼼히 찾아보면 지중해의 일출과 일몰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좋은 방을 구할 수도 있다.
내가 니스에 갔을 때는 가을이었는데도 해변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풍경이 일상의 모습처럼 자연스러웠다. 해변의 동글동글한 몽돌 위를 맨발로 거닐면 지압을 받는 듯 시원하다. 4~5km에 걸쳐 곡선으로 멋지게 이어진 해변에서 바라보는 코발트블루의 바다는 시원한 색감만으로도 휴식을 준다.
군데군데 이어지는 계단을 통하면 구시가지로 들어가게 된다. 아름다운 성당이나 교회를 지나 영국인의 산책길이라 불리는 길을 걷는다. 탁 트인 광장에 앉아 천천히 도시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또한 샤갈이나 마티스 박물관을 조용히 둘러보는 시간도 행복하다. 꽃시장, 채소시장, 벼룩시장을 지나 고풍스러운 골목길을 걸어 전망대에 올라 광활한 니스의 해안선을 굽어보는 시간은 절대 빠뜨리면 안 된다.
노천카페에서 수많은 사람이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지중해 샐러드와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는 것도 당연한 즐거움이다.
동화 속 중세마을 생폴 드 방스
16세기 중세도시 생폴 드 방스는 여행자에게 안식을 주는 동화처럼 예쁜 마을이다. 한적한 골목을 느릿하게 걸으며 세상과는 아랑곳없는 듯한 풍경 속에 빠져든다. 마네, 브라크, 마티스 등의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었던 곳. 특히 샤갈이 사랑한 마을이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공동묘지가 있고 그곳에 소박한 샤갈의 묘가 있다. 여행길에서 이만큼 평온한 마을을 만나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생폴 드 방스는 니스의 버스터미널, 그리고 군데군데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400번 버스를 타면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다.
영화제의 도시 칸의 종려나무 해변길
칸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영화제의 도시로 떠올려지는 곳이다. 영화배우 전도연이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탔던 도시다. 칸 영화제는 베니스와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5월에 가면 영화제로 축제 분위기다. 햇살 쏟아지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눈부신 요트를 눈앞에 두고 커피 한 잔 마셔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종려나무들이 즐비한 해변을 걸으며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 또한 즐겁다. 니스 역에서 기차로 40분 거리다.
하루에 둘러볼 수 있는 모나코와 에즈 빌리지
여배우에서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가 먼저 떠오르는 모나코는 니스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누구라도 한 번쯤 들러보는 몬테카를로 카지노 앞에는 언제나 여행객들로 붐빈다. 해안가로 나오면 카지노를 즐기러 온 도박꾼들의 화려한 요트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궁전과 대성당이 있는 구시가지를 지나 해양박물관을 구경해도 좋다. 시간이 충분해 모나코 빌리지의 골목까지 걸어볼 수 있다면 아쉬울 게 없다.
지중해의 선인장 마을
지중해 절벽 위에 13세기에 만들어진 작은 요새 마을이 있다. 수백 가지의 선인장들이 마을 정상에 가꾸어져 있다. 이 마을에 오르면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는 아름다운 지중해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다. 니체는 이곳을 거닐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구상했다고 한다. 지중해의 아름다움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게 최고였다. 에즈 빌리지와 모나코는 가까이 있다. 두 곳을 하루에 다녀올 수도 있다.
니스 여행은 천천히 느긋하게 어슬렁거리며 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의 질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해변에는 햇살을 즐기거나 힘차게 달리기를 사람들이 언제나 있다. 추운 겨울에 쏟아지는 태양처럼 환한 그들의 삶을 느껴보자. 역사 속의 또 다른 세상을 걸어보면서 고단한 일상을 잊는 시간도 괜찮다. 사계절 온난한 남프랑스 니스에서 추위를 떨쳐보는 일주일은 짧아도 알차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규모의 영화제는 꽤 많다. 그중 한국의 3대 국제영화제라 일컬어지며 가장 먼저 개최되는 영화제가 바로 4월 말(4.27~5.6)에 열린 전주국제영화제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한옥마을의 인기와 더불어 영화보기 좋은 영화제로 입소문 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을 다녀왔다.
영화보고 먹기 좋은 여행지, 전주
전주한옥마을이 급부상한 이유에서일까? 첫 방문이었지만 영화를 즐기는 것이 생각보다 쉬웠다. 여행객이 늘어서인지 게스트하우스, 민박, 굿스테이로 지정된 호텔 등 적당한 가격의 숙박업소가 눈에 쉽게 띄고 접근이 쉬웠다. 취재를 위해 묵었던 ‘J’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시 쉬다 영화를 보러 가고, 들어오고 하는 모습이 여느 영화제보다 편하게 느껴졌다. 상영관이 몰려 있는 영화의 거리에서 거의 모든 영화제 행사가 진행되는 것도 좋은 환경. 상영관에서 또 다른 곳으로 이동이 편리해 연이어 영화를 보기 좋다. 부산국제영화제처럼 바다를 배경으로 이벤트가 열리고 북적거리기보다 적당히 시원한 날씨에 즐기기 좋은 영화제다. 이번 영화제에는 정우성, 주지훈, 수애, 하지원 등이 방문해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그런데 전주 하면 맛있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영화도 영화이지만 손맛 좋기로 유명한 전주 맛집을 가보지 않는다면 영화제를 제대로 느꼈다고 말할 수 없다. 영화제에 참여했던 한 영화 관계자는 SNS에 매일같이 영화가 아닌 음식 사진을 올릴 정도로 전주의 맛에 흠뻑 빠져 있었다.
관객과 소통하고 전주를 알리다
영화의 거리에서 진행된 각종 부대행사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공예체험과 아트마켓으로 운영된 전주아트마켓과 드라이플라워, 캘리그래피 등 무료체험 행사는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포토존, 버스킹존 등도 운영해 영화를 기다리는 관람객과 소통했다. 한편, 전주영화제작소 앞 주차장에서는 전주시민미디어센터와 협업하여 미니 FM을 진행했다. 누구든 미니 FM을 들을 수 있도록 라디오 부스 앞에 파라솔과 의자를 설치한 것도 인상 깊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7’ 선정작이었던 이창재 감독의 ‘N프로젝트’ 실제 제목 공개에도 귀추가 주목됐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매년 영화제가 선정한 3명의 감독에게 제작비를 지원하는 전주국제영화제 메인 프로그램이다. 영화 공개 전까지 로 불렸던 영화의 제목은 로 확정, 관객 앞에 나왔다. 이 작품은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정당 최초로 국민경선제를 실시해 정계에 파란을 일으킨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 유시민 작가 등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회고를 들려준다.
한국의 3대 영화제로 자리를 굳히다
사람들은 조심스러워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렸던 1996년은 박광수, 여균동, 정지영, 강제규 감독 등의 출현으로 한국 영화가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었던 때이지만 국제 규모의 영화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과연 성공할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영화 스타와의 근거리 만남, 다양한 문화에 대한 갈망이 제2도시 부산을 들끓게 했다. 이듬해 부천에서는 장르영화, B급영화, 마니아영화 등을 중심으로 상영하는 부천판타스틱영화제가, 그리고 2000년에는 새로운 대안영화를 소개하고 제시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생겨났다. 물론 이외 지역에서도 다양한 콘셉트의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예산 규모면에서 30억원이 넘는 영화제로는 부산과 부천, 전주 세 영화제를 꼽는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특히 어느 해보다 발전한 모습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전체 영화 상영 543회 차 중 279회가 매진됐다. 객석점유율은 80.4%, 총관객 수는 7만9107명이었다. 작년 222회 매진 기록을 훨씬 웃도는 수치였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영화제가 많이 준비돼 있다. 영화제는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을 우리 독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과거 세대 감독의 회고전도 있고, 향수 깊은 영화를 큰 스크린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영화제 현장이다. 내년 봄 혹시 전주에 가는 독자가 있다면 전주국제영화제에도 들러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즐기다 가는 건 어떨까.
“농촌은 생각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곳입니다.”
자신을 ‘농촌지도자’라고 소개하는 이상화(46·사진)씨의 말이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철원 농촌관광 활성화 공적을 인정받으며 ‘2013 한국농업기술보급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20년 전 이상화씨는 철원의 농촌 지도직 공무원에 임용되며 농촌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가 공무원으로 일하는 동안 철원은 도시로 떠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늘었고 찾는 사람도 별로 없는 소위 낙후 지역이 됐다.
그는 “철원에 사업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며 “이미 15개 정도의 농촌체험마을이 존재해 있었고 본인이 판단했을 때 그 시설 가치는 충분했다. 문제는 이 지역에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기차역이 없는 철원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코레일과 연계해 인근 동두천, 청평, 가평역 등지에서 철원의 농촌체험마을까지 관광객을 수송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찾아오는 관광객들에 질 높은 농촌체험관광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철원 내 관광사업 내실을 다지는 데도 열정을 쏟았다.
농촌의 특장점을 소개해 줄 수 있는 농촌체험관광 해설사를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또 농촌의 역사, 문화, 기후, 농산물을 영어로 배우며 영어 공부와 농촌체험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촌(村)글리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씨는 “철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철원의 특성을 재치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황금마차는 군사도시인 철원의 지역적 특색에 착안해 이동식 군대 매점(PX)과 농산물 장터를 결합한 형태의 시작한 관광사업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씨는 지역민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실질적 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섰다. 농촌 관광 활성화 사업의 목적이 결국 농업인들의 소득 향상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18명의 생활개선 회원으로 구성한 영농조합법인 파머스 마켓 황금마차 PX를 조성, 현지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해 그들의 수익을 보장했다.
이씨는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호텔관광대학원 호텔외식 MBA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사업이 잘 될수록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했다”면서 “이를 위해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새로운 분야에서의 식견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또 외식 공부가 철원의 농촌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외식학 관련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졸업논문을 위해 ‘철원 방문 농촌관광객에 대한 음식 선호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철원 농특산물 판매를 활성화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