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의 과정에서 많아지는 것들이 있다. 가족에 대한, 업무에 대한 책임. 이것을 우리는 ‘무게’로 표현한다. 이러한 것들이 단지 마음속 짐으로만 남아 있으면 좋겠지만, 무게는 외형적으로도 우리를 변화시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얼굴’이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와 그 밑 지방의 무게로 살이 늘어지고, 깊은 골이 생긴다. 늘어나는 책임에 어깨도 무거운데 처지는 얼굴살은 시니어를 더욱 슬프게 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최근 간단하게 세월을 되돌리는 방법들이 의료계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는 것. V턱선리프팅도 그중 하나다. 남동우 디에이성형외과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턱과 회춘의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V턱선리프팅이라는 표현은 사실 공식적으로 쓰이는 명칭은 아니다. 학술적으로는 최소절개리프팅이라는 단어가 통용된다. 그럼에도 이런 이름을 쓰는 이유에 대해 남동우 원장은 “최소절개리프팅의 다양한 방법 중 턱선을 살리는 데 최적화된 시술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별도 미용성형 분야에서 턱선에 주목하는 이유는 턱살 자체가 노화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중력을 이기지 못한 살들은 턱에 모이기 마련이고, 이런 살은 얼굴 윤곽을 흐리게 만들어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하고, 좋은 인상에 방해가 되죠. 얼굴 살이 많지 않아도 피부가 처지면 더 턱살이 많아 보이는 것도 시니어들에게는 큰 문제가 됩니다.”
처짐, 중력만의 문제 아냐
단지 중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노화에 의해 피부 속 콜라겐이나 히알루론산 성분이 부족해지는 것도 처짐의 원인이다. 이러한 결체조직 성분을 보충해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용성형 분야에선 리프팅을 추천한다.
이때 추천하는 시술법 중 하나가 V턱선리프팅이다. 남 원장은 “V턱선리프팅은 말 그대로 턱선을 살리기 위해 피부를 당기는 방법이다. 귀 뒷부분을 2cm 정도 절개한 후 피부를 끌어당기는데, 이 과정에서 심부 볼살과 처진 턱선이 매끈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턱선리프팅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부작용 발생률이다. 리프팅과 관련한 가장 빈번한 부작용은 표정과 관련 있다. 관련 신경에 문제가 생겨 얼굴 표정이 어색해진다거나 얼굴 근육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 원장은 “턱선 부위에는 표정근이 없기 때문에 관련 부작용 가능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라며 “절개 부위가 매우 작기 때문에 시술 후 회복 기간이나 일상생활 적응에 필요한 기간도 짧은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V턱선리프팅은 일반적으로 수술 다음 날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최소 절개한 부분의 봉합물은 일주일이면 제거 가능하다. 100만 원 미만의 치료비도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
또 다른 피부 리프팅 방법인 실리프팅과 대비되는 것은 고정력이다. 실리프팅이 얻는 탄력 효과는 실이라는 물리적 특성과 피하조직에 실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가 아물면서 발생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아물기 때문이다. 당김 효과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에 반해 V턱선리프팅은 고정하는 힘이 더 강해 지속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라진 인상 얻자” 남성도 찾아
그렇다면 남성도 가능할까? 남 원장은 “남성들도 인간관계 개선, 자신감 회복 등을 위해 리프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라며 “남성과 여성은 호르몬 분비 등의 이유로 노화의 진행이 다르고 피부의 두께도 차이가 있어 치료 계획에 영향을 주지만, 시술 후 효과는 거의 같다”고 설명했다.
볼살이 많거나 노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만약 살이 많이 찐 체질이라면 지방흡입을 병행하거나 아큐레이저 등 레이저 장비를 이용해 지방을 줄여주면서 리프팅을 진행한다. 또 ‘인생의 깊이’가 심한 경우 실리프팅을 함께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남 원장은 “간단한 시술만으로 외모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얻는 경우가 많고, 이를 통해 사업이 잘 풀린다든가 재혼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감사 인사를 받을 때마다 달라진 인상이 주는 효과에 대해 새삼 놀란다”라고 말했다.
강한 햇빛과 습한 공기 탓에 ‘여름에는 가급적 수술을 피해야 한다’, ‘보약을 여름에 먹으면 땀으로 다 빠져나간다’ 등 여름엔 건강과 관련한 속설이 적지 않다. 젊은 세대보다 피부와 식습관 등 몸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시니어들은 의학적 근거가 없는 상당수의 건강 관련 속설을 맹신하기도 한다.
더위가 한층 심해지고 있는 7월에 시니어들이 평소 헷갈리고 궁금했던 여름철 건강 관련 속설 5가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자외선 차단제 지수 높으면 무조건 좋다? (X)
피부의 색소 침착과 기미는 시니어들이 신경 쓰는 피부질환 중 하나다. 기미를 치료하기 위해 피부과를 찾으면 제거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에 시니어들은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은 자외선 차단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무조건 차단지수가 높다고 차단율이 높은 건 아니다.
선크림에 작게 표시돼 있는 자외선 차단지수(SPF)는 자외선 차단 강도보다는 차단하는 지속시간을 의미한다. SPF 수치가 높을수록 차단력이 높아지긴 한다. 하지만 SPF30 이상에서는 그 차이가 미미하다. 실제 SPF30 자외선 차단율은 96.6%로, SPF50 자외선 차단율 98%와 2% 차이다. 또 SPF50 이상인 제품은 자외선 차단 정도에 큰 차이가 없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SPF50+’로 표기하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SPF가 무조건 높은 제품을 찾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는 SPF30 정도를, 강가나 해변 같이 일조량이 많은 야외 활동을 할 때는 SPF50 정도 제품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자외선 차단제는 땀과 물에 쉽게 지워지기 때문에 아침에 발랐다고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후엔 얼굴에 차단제가 남아 있지 않으므로 자주 사용하기 편한 제품을 선택해 덧발라야 효과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가뜩이나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이 더 답답하다며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 부위에도 발라야 한다. 특히 마스크의 반사광을 흡수할 수 있는 눈 주변과 광대뼈, 목·귀까지 골고루 바르는 것을 권장한다.
◆장마철에 생선회를 먹으면 안 좋다? (X)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장마철, 시니어들이 즐겨 먹는 회는 정말 식중독을 일으킬까?
52세 A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거래처와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 가장 선호하는 메뉴가 생선회다. 하지만 장마철에는 혹시 회가 상했을까 걱정된다”며 “성심성의껏 대접하고 욕먹는 상황을 만들기는 싫다”고 말했다.
습한 여름철이나 비 오는 날 회를 먹지 말라는 얘기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 얘기다. 특히 과거에는 자연산 생선이 대부분이어서 어선이 출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유통과정이 지연되며 신선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재는 비가 온다고 해서 유통이 지연되는 상황이 드물기 때문에 이 속설은 의미가 없다.
물론 식중독을 일으키는 ‘비브리오’ 균은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다만 온도가 높을수록 수가 많아지고 낮을수록 적어진다. 또 비브리오는 생선 근육까지 침투하지 못해 우리가 주로 먹는 회에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다만 비늘과 내장, 아가미에 다수 존재할 수 있어 이 부분을 먹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반면 비브리오는 습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세균 증가와 습도는 관련이 없는 셈이다. 회를 떠 놓고 오랜 시간 공기 중에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면 습도로 인해 세균이 증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방에서 사용되는 그릇, 칼 등 주방 집기에서 균이 전파돼 음식물을 부패하게 만들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 임플란트하면 상처가 덧나기 쉽다? (X)
치아가 튼튼한 것은 오복(五福)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시니어들은 젊은 세대보다 치아를 더 많이 사용해 치아가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임플란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여름에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면 상처가 덧나기 쉽다는 속설 탓에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에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면 상처가 덧나기 쉬울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입안 온도는 체온과 마찬가지로 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여름이라고 임플란트 시술 후 문제가 더 많이 생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임플란트 치료 후에 일주일 정도는 뜨거운 음식을 삼가고 입안 온도를 최대한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 차가운 음식을 주로 먹기 때문에 오히려 임플란트 치료에 유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계절이라는 특성을 고려하기보다 적절한 시기에 임플란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술 후에는 주의사항을 잘 지켜야 한다. 수영 같은 물놀이는 수술 부위에 오염된 물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얼음을 씹어 먹는 습관도 잇몸에 충격을 주므로 피해야 한다. 알코올은 혈관을 확장하므로 술도 피해야 한다.
◆여름에 성형하면 염증이 잘 생기고 부기가 빠지지 않는다? (X)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회복 기간이 긴 성형수술을 하려는 시니어가 크게 늘었다. 박상훈 성형외과 전문의는 한 인터뷰에서 “시니어들의 성형수술 빈도가 높아지고 있고, 진료실에서 실제 체감한다”며 “성형이 일종의 새로운 건강관리로 자리 잡는 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58세 B씨는 평소 하고 싶었던 쌍꺼풀 수술을 위해 갈만한 병원을 찾았으나, 여름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더운 날씨에 수술했다가 염증이 생겨 쌍꺼풀이 자리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들어서다. 그런데 여름에 성형하면 염증이 잘 생기고, 부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여름은 대체로 겨울보다 세균이 더 잘 번식한다. 하지만 의약품 발달로 인체에 무해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염증 자체 발생률도 매우 낮다. 오히려 외과 의사들은 여름에 수술을 권장하기도 한다.
오히려 여름철에 성형하면 관리가 더 쉬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높은 기온으로 상승된 신체 온도는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신진대사를 활성화한다. 성형 수술 후 가장 큰 고민거리인 부기를 빼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성형 병원에서는 부기 관리를 위해 수술 후 2~3일까지는 얼음찜질로 붓기를 가라앉히고, 이후에는 혈액순환을 촉진해 수술 부위의 회복을 돕는 온찜질을 병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보약, 여름에 먹으면 땀으로 다 빠진다? (X)
기력이 쭉쭉 빠지는 여름, 시니어들은 일반적인 음식만으로는 부실해진 장기의 힘을 보충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62세 C씨는 “기력이 많이 떨어져 힘이 없고 몸도 찌뿌둥해 보약을 먹으려 하는데, 여름에 먹으면 좋은 성분이 땀으로 다 빠져나간다고 하니 굳이 먹을 이유가 없나 싶기도 하다”고 궁금해했다.
보약은 부족한 기혈(氣血)을 보충시키고 인체의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찾게 해 주는 조력자다. 날씨와 상관이 없다는 의미다. 사람은 계절에 따라 몸이 차가워지거나 열이 난다.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속이 차가워지기 쉽고, 겨울에는 따뜻해진다.
김성욱 바른추한의원 원장은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처진 체력을 보강해 주므로 매우 좋다”며 “땀으로 약 기운이 빠져나가 버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암 진단의 순간, 대부분의 환자들은 엄청난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유방암 환자는 여성성 상실이라는 고통까지 더해져 수술 후에도 우울, 대인기피 등과 같은 심리적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유방은 여성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체 부위다. 때때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모유수유로 엄마를 대신하기도 한다.
유방재건술은 유방암, 외상 등으로 유방이 소실되거나 변형됐을 때 이를 원상태로 최대한 복원해 주는 수술과 치료방법을 말한다.
이준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유방암 환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이후 기대수명이 40년 이상인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여성에게 있어 유방 없이 40년 이상을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방재건은 단순히 질환에 대한 회복뿐 아니라 ‘여성성 회복’이라는 의미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유방암 기수, 치료 상황 따라 재건술 계획 세워야
가장 흔한 유방재건술 대상자는 유방암 환자다. 특히 유방전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이 유방재건술의 주요 대상이다.
그러나 유방재건술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암의 치료다. 일단 암 치료가 잘 돼야 유방재건술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 기수와 치료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유방재건술은 보형물 삽입과 복부나 등의 자가조직 이식을 기준으로 최대한 환자가 원하는 방향을 선택해 시행한다. 보형물 삽입은 유방 외에는 흉터가 남지 않지만 사후관리가 필요하고, 자가조직 이식은 사후관리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배, 등에 흉터가 남는다. 환자마다 생각이 다르고, 중요시하는 가치도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 수술법을 선택한다.
간혹 보형물의 경우 부작용이나 사후관리 문제로 오해를 하는 환자가 있지만 보형물은 전세계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반면, 위험한 부작용 사례는 현저히 낮은 편이다. 오히려 환자의 신체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보형물 삽입이 훨씬 유리한 경우도 많다. 다만 공산품이기 때문에 보형물 자체의 수명이 있고 구축이나 파열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이준용 교수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환자는 유방암에 대한 추적관찰과 건강검진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고, 이때 보형물의 상태도 추적관리 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유방재건술은 또 수술 시기에 따라 유방절제술과 동시에 시행하는 즉시재건술과, 유방절제 후 일정 시기가 지나 시행하는 지연재건술로 나뉜다. 유방암의 병기가 높거나 수술 후 방사선 치료 등 집중적인 항암치료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지연재건술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즉시재건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나 치료 계획에 따라 재건 수술의 시기는 개별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
유방재건술 이후 보정속옷 등 적응 기간 필요
유방재건술을 위해서는 유방에 대한 기본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검사 결과는 향후 유방암 등에 대한 추적 검사를 위한 기본 자료로도 사용된다. 통상 유방암으로 유방재건술을 실시하는 경우 Mammogram(유방촬영술), 초음파, MRI(자기공명영상) 등의 검사가 사전에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방재건 시에는 이와 더불어 자가조직 재건, 특히 복부를 이용한 재건의 경우 CT(컴퓨터단층촬영)를 이용한 혈관 촬영이 추가돼야 안전한 수술을 계획하고 시행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유방은 뼈가 있는 조직이 아닌 연조직으로, 재건술을 하게 되면 환자의 움직임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재건술 이후에는 보정속옷 등을 착용해 유방이 적절한 형태로 자리 잡게 보완해 주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재건술을 받은 창상 부위는 최종 반흔이 되기 때문에 이 반흔에 대한 관리(레이저 치료 등)도 중요하다. 수술 이후 일상에 돌아가더라도 약 3개월 정도는 이런 적응 기간을 잘 보내줘야 최상의 유방재건술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수술 전 상담으로 문제 최소화
복부를 이용한 유방재건술 이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는 재건한 유방에서 일부가 딱딱하게 굳는 지방괴사다. 보형물 삽입은 파열, 구형 구축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등을 통한 자가조직 이식은 등에 있는 광배근을 사용하다 보니 일상생활에는 무리가 없지만 큰 힘을 써야 하는 암벽등반, 골프 등의 운동에는 제한이 생길 수 있다. 또 자가조직 이식을 이용한 유방재건은 공여부(이식할 피부조직을 떼어낸 곳)에 흉터가 길게 남을 수 있다.
이준용 교수는 “유방재건술 후 항암치료나 체중 변화로 인해 유방 크기의 변화나 비대칭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수술에 의한 문제라기보다는 환자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을 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여느 암과 마찬가지로 유방암 역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유방재건술 이후에도 유방암에 대한 꾸준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만약 재건한 부위에 암이 재발했다면 자세한 평가를 통해 추가적인 치료와 재건을 시행할 수 있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았다. 이처럼 춥고 궂은 날씨가 늘게 되면 그만큼 야외활동과 운동량이 줄고 관절이 경직된다. 낙상에 의한 골절 위험이 더 올라가는 셈이다.
이때 노년층이나 골다공증 환자가 주의해야 할 척추질환이 있다.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이다. 최두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골다공증이 있는 60~70대 이상 노년층의 경우 눈길에 살짝 허리를 삐끗하거나 재채기 등의 사소한 외력에도 척추뼈가 주저앉아 압박골절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했다.
척추는 위로는 머리를 받히고 아래로는 골반과 고관절을 통해 하체로 연결돼 몸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중요한 구조물로 이러한 기능을 위해 척추체, 추간판, 후궁, 후관절이라는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척추는 원통 모양으로 골절이 발생하면 높이의 감소나 변형 등을 보이는 압박골절의 형태로 나타난다.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이 흔히 발생하는 위치는 체중을 많이 지탱하는 흉추·요추부(등허리)다. 허리가 무너지는 듯한 심한 통증이 발생해 거의 움직일 수 없고 통증이 가슴이나 배로 뻗쳐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 등이나 허리에 통증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고, 평소 척추관협착증이나 디스크 등으로 만성적인 통증이 있는 60대 이상의 고령, 특히 여성에서 큰 외상없이 살짝 엉덩방아를 찧거나 허리를 돌리던 중 또는 재채기 도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정자세로 누울 때 통증은 다소 줄지만 다시 일어서려고 하면 등이나 허리에 무너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몸이 점점 앞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이나 옆으로 굽는 척추측만증과 같은 변형이 올 수 있다.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최두용 교수는 “골다공증에 의한 척추압박골절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러 개의 척추뼈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이 있는데 척추체 앞쪽 높이가 계속 감소해 등과 허리가 심하게 구부러지는 척주후만증을 일으키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경우 등과 허리가 점점 더 굽어지고 만성적인 통증으로 악화한다. 또 보행도 힘들어지고 전반적인 몸의 기능이 떨어져 폐렴이나 호흡곤란 등 전신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골다공증 진단 후 꾸준한 관리로 골절 대비해야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척추 엑스레이검사를 시행한다. 다만 엑스레이검사는 척추체 높이가 가라앉은 것은 확인할 수 있지만 이 검사만으로는 급성 골절인지 오래된 골절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진단 검사로 척추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시행해 골절의 범위와 발생 시점을 파악한다. 골절이 생기면 골절편(부러진 뼈의 날카로운 조각)이 생기게 되는데, 뼛조각에 의한 신경 압박 여부와 정도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골밀도 검사나 골대사와 관련한 혈액검사 등을 통해 골다공증 유무와 정도 등을 확인하고, 모든 검사 결과와 환자 상태를 파악한 후 치료방침을 결정한다.
급성 골절로 진단된 경우에는 먼저 침상 안정, 진통제 등의 보존적 치료를 2~3주 정도 시행한다. 이어 골다공증과 관련한 다양한 골다공증약과 칼슘, 비타민 D 등의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로 현저히 통증이 감소하면 허리 보조기를 착용한 채 보행을 시작하고 약물치료를 이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도 심한 통증이 지속하거나 척추체 높이의 감소가 진행되면 대부분 환자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국소(부분)마취 상태에서 주사를 통해 의료용 골 시멘트를 주입해 치료하는 척추체 성형술을 시행한다. 이 경우 심한 통증을 단시간에 호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드물지만 초기 골절의 정도가 심하거나 뼛조각이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전신마취를 통해 신경을 풀어주고, 골절된 척추뼈와 주변의 신경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나사못 고정술 같은 수술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 당뇨병 또는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수술에 앞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두용 교수는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과 사회에 의료·경제적 부담과 정신·신체적 피로를 높이는 질환이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후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다른 내과적 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 고관절, 손목 등 다양한 부위에 골절이 발생해 수술을 해야 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여러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단기간 치료에 그치지 말고, 평생 관리하고 치료하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뼈 건강을 지키는 생활 수칙]
①칼슘 흡수율을 높여주는 식품인 표고버섯, 말린 자두, 연어, 고등어, 미역을 골고루 섭취한다.
②술과 커피(카페인) 등은 적게 마시고 반드시 금연한다.
③과도한 육류 섭취를 삼가고, 음식은 싱겁게 먹는다.
④규칙적인 운동과 야외활동을 하며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쬔다.
⑤무리한 다이어트는 피하고 근육을 강화해 뼈를 보호한다.
활짝 열린 교문 앞 즐비하게 늘어선 꽃다발 행렬, 환하게 웃으며 친구들과 인사하는 학생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졸업식과 입학식 풍경이었다.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바야흐로 1년이다. 그동안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의 사회활동의 폭도 많이 좁아졌다. 학생들은 등교 대신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졸업과 입학 시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서울 원효초등학교와 우솔초등학교 등 일선 학교에서는 졸업생과 학부모가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는 비대면 졸업식이 진행됐다. 졸업장만 받아 귀가하는 ‘드라이브스루 졸업식’, ‘워킹스루 졸업식’은 물론, 졸업장을 택배로 발송하는 방식 등 전통적인 졸업식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1~2월 졸업식 및 입학식 시즌이 ‘대목’이었던 관련 업계의 상황도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졸업·입학 선물인 노트북은 흔히 1분기가 성수기다. 하지만 노트북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하고 있다. 광주신세계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 대비 2020년 하반기의 노트북 판매량이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올해 역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교 입학과 새 학기를 맞이해 옷 소비가 늘어나는 새내기들 사이에서는 패션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강의가 늘어나면서 화면에 보이는 상의에 초점을 맞추고 하의는 트레이닝복, 파자마 등 편하게 입는 ‘키보드 위 패션(Above Keyboard Dressing)’이 화제다. 여성 쇼핑 앱 지그재그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의 검색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 ‘상의’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대비 54% 증가했고, ‘하의’ 키워드는 18% 증가했다.
대학가에서 온라인 강의가 일반화되고 화상 프로그램 사용이 늘어나면서 성형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수능 성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능 직후에 대학 새내기들의 성형 상담과 성형수술이 몰려있었던 반면 비대면 생활이 확산되면서 상담 및 수술 일정을 여유롭게 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새내기들이 관심을 갖는 부위도 다양해졌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번의 수술로 이미지 개선 효과가 큰 눈과 코에 대한 관심이 컸다면, 최근에는 눈, 코 외에도 얼굴형, 턱 등 다양한 부위에 대한 상담까지 늘고 있다. 기존에는 수술 후 부기 및 염증 관리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상담이나 실제 수술로까지 이어지기 힘들었다. 반면 최근에는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화면에 콤플렉스 부위가 더 크게 노출되고 집에서 편히 회복할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바노바기 성형외과 반재상 대표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고 화상 프로그램 사용이 늘어나면서 대학 새내기 성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쌍꺼풀 수술, 눈매 교정술, 콧대 수술, 콧볼 축소술 등 눈과 코를 개선하는 수술뿐 아니라 안면윤곽수술, 가슴성형 등 다양한 부위에 대해 상담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60년대 이후 시대별로 한국의 대표적인 미인으로 꼽히는 이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트로이카(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세 사람)’라 불렸고, 누군가는 ‘컴퓨터 미인’, ‘유행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대중 앞에 섰다.
요즘은 대표 미인이 없다. 미의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개성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피부가 좋으면 ‘피부 미인’으로 불리고, 건강해 보이면 ‘건강 미인’으로 불린다. 몸매가 아름다운 것은 물론 패션 스타일이 좋은 점도 인기에 크게 작용한다.
단적인 예로 쌍꺼풀이 짙고 큰 눈의 외모가 연예인의 필수 조건이자 미의 기준일 때도 있었으나 근래에는 홑꺼풀 연예인도 인기를 크게 얻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대중적으로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무쌍’이라고도 불리는 외꺼풀의 경우 쌍꺼풀 테이프나 성형수술을 통해 쌍꺼풀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무쌍 메이크업’ 및 홑꺼풀 연예인의 인기에 힘입어 본연의 아름다움에 자신감을 갖는 경우도 많다.
시대에 따라 미적 기준이 달라지면서 바꾸고 싶은 부위도, 방식도 변화하는데 쉽게 바뀌지 않는 부위도 있다. 바로 콧볼이다. 콧대의 경우 버선코, 반버선코, 직반버선코 등 유행하는 라인이 있었고, 자연스러움과 화려함 등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높이 또한 바뀌기 마련이다. 하지만 콧볼의 경우 너무 넓거나 콧방울이 두꺼울 경우 코가 과장돼 보이면서 둔한 인상을 주기 쉽다.
콧볼 너비는 얼굴 너비의 5분의 1 정도 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보기가 좋다. 과거에는 콧볼이 넓은 코를 가리켜 ‘복코’라 부르며 복이 들어온다고 귀하게 여겼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좀 더 날렵한 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콧볼 너비와 콧방울이 두꺼운 경우 콧볼축소수술을 통해 좀 더 시원시원한 인상으로 거듭날 수 있다. 콧볼축소수술은 코끝의 피부 두께나 코끝 연골로 인해 뭉툭해 보이는 코 모양을 얼굴 비율에 맞춰 조율하는 방법이다.
바노바기 성형외과 이현택 대표원장은 “과거와 달리 사전적인 미의 기준이 흐려지고 다양한 개성과 기준이 등장했다”며 “콧볼의 경우 기준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으나 만일 수술을 고려한다면 본인의 코 모양과 평소 원하는 이미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임상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구체적으로 상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갈림길에 섰을 때 사람은 세 가지로 나뉜다. 남들이 지나간 길을 가는 사람, 방향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서 있는 사람, 남들이 꺼리는 길을 기꺼이 가는 사람. 어느 것이 더 맞고 옳은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는 걸 ‘용기’라 읽고 ‘모험’이라 쓴다. 이번 호에서는 전형적인 길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타투이스트 조명신(56)을 만났다.
의사와 타투이스트. 이 두 단어를 보고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다. 수술실처럼 어두운 곳에서 일한다는 것 외에는 딱히 접점이 없어 보였다.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한쪽은 엘리트에 가깝고, 다른 쪽은 고독한 예술가 같다. 바둑으로 치면 흰 가운을 입은 의사는 백돌이고, 타투를 새기는 타투이스트는 흑돌처럼 보인다. 물론 의미의 경중을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이미지의 대조는 확실하다.
이 거리감을 증명하듯 수술복을 입은 채 타투 시술을 하는 그의 모습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두 번째는 궁금했다. 메스를 들던 의사가 왜 수술복을 입고 몸에 타투를 새기는 걸까? 의사로서 남극에도 다녀오고,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며 매머드를 공부한 이유는 뭘까? 특이한 이력에 관한 물음표를 마침표로 바꾸기 위해서 그를 만나 지나온 시간 속 사연을 들어봤다.
성형외과 의사 시절 타투와 관련된 일을 하셨나요?
당시 의사로서 타투 제거 시술을 많이 했다. 진짜 다양한 타투를 많이 지웠다. ‘착하게 살자’, ‘영숙아! 사랑해’와 같이 다소 유치한 문장부터 화려한 꽃이나 화살표가 꽂힌 하트 등을 지웠다. 일종의 낙서라고 보면 된다. 10대 때는 이렇게 하고 다닐 수 있지만, 커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조금 민망하고 부끄러운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예전에 했던 타투를 지우는 분이 많았다.
타투이스트가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느 날 병원에 장미가 그려진 타투를 지우러 온 분이 있었다. 이전까지는 그려진 문양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그 장미를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마음에 무척 들어서 시술한 분을 찾아갔다. 그분은 송탄 미군 부대 앞에서 ‘키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를 경계하셔서, 제자가 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그분 덕분에 타투이스트로서 첫걸음을 잘 뗐다. 당시 타투는 법적으로 의료 행위였으나 전문적으로 하는 의사가 없었다. 나는 성격상 남들이 다 하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의사 교육 과정에 타투가 있었다면 안 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타투 시술을 시작했고, 실력을 더 쌓기 위해 미국에 가서 배우기도 했다.
메스를 들지 않는 의사, 아쉬움은 없나요?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부터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의사가 된 건 순전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성적은 좋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위에 있는 형과 누나들이 다 재수, 삼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니다 보니, 집에 부담이 컸다. 알다시피 등록금부터 생활비, 월세 등등 들어가는 돈이 많지 않나? 우리 집 형편으론 그게 빠듯했다.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의사를 선택했다. 학력고사 성적도 잘 나와서 의대에 충분히 갈 수 있었다. 다만 경제적 부담 없이 다니고 싶어서 여러 의대를 알아봤는데, 마침 한 대학에서 장학금과 함께 매달 용돈을 지원했다. 그렇게 들어간 의대였지만, 내가 원래 가고 싶었던 길과 달라서 방황했다.
원래의 꿈은 고고학자
가고 싶었던 길은 무엇이었나요?
어릴 때 고고학자나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 영화 속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처럼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떠돌며 별을 관찰하거나 고대의 유물을 발견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가치 있는 직업이었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성격이지만, 그때는 잠시 보류했다. 의사가 된 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 이런 마음으로 잠시 그 꿈들을 내려놓았다.
매머드 연구가 그 연장선일까요?
연구까지는 아니고 매머드와 관련된 공부를 잠깐 했다. 끝내 못 이룬 고고학자의 꿈에 조금이라도 닿기 위해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했다. 지도 교수님이 사하 공화국으로 매머드 연구를 하러 가자고 제안하셔서 함께 다녀왔다. 사하 공화국에는 냉동 상태로 발견되는 매머드가 많아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곳이다. 의사로서 미생물학을 공부한 적도 있고, 인류학이나 고고학에 관심이 많아서 흔쾌히 다녀왔다. 예전에는 남극에도 잠깐 있었다.
남극에는 어떤 일로 다녀오셨나요?
월동의사로 다녀왔다. 알다시피 남극은 누구에게나 허락된 공간이 아니다. 아무나 갈 수 없다. 의사라고 해서 남극 기지의 월동의사로 무조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특수성이 있어, 남들이 안 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큰 기회였다. 한 명을 뽑았는데 여덟 명이 지원했다. 정말 간절하게 가고 싶어서, 전략적 승부수를 띄웠다. 그때 관장 부서가 복지부였는데, 복지부 장관에게 내가 가야 하는 이유 7가지를 적어서 편지를 보냈다. 장관 대신 실무자가 편지를 읽고, 나의 적극성을 높이 샀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결국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중보건의 시절 중 1년을 남극에서 보내고 돌아왔다.
의사로서 본분을 잊은 적 없다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요?
어디에서든 환영받지 못했다. 밑에 있는 직원도 와서 만류하고, 동료 의사도 반대하고, 타투이스트도 찾아와서 하지 말라고 했다. 처음에는 동료 의사로부터 질타를 많이 받았다. “왜 그런 걸 하냐”는 식이었다. 홈페이지에는 “이게 그림이냐? 학원이라도 다녀라” 같은 댓글도 달렸다. 아무 맥락 없이 “밤길 조심하세요” 하며 험악한 글을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타투이스트는 직접 찾아와서 자중하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꾸준하게 활동하고 교류하면서 이제는 그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주로 어떤 타투를 하시나요?
정해진 틀은 없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준다. 다만 의사이다 보니 메디컬 타투에 신경 쓰고 있다. 의료 문신 혹은 재건 문신이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인 타투가 미(美)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타투는 복원에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백반증 환자의 경우 하얗게 된 부위를 타투를 이용해 보통의 살처럼 만들어준다. 의사로서 가진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 타투를 하면서 내 신분을 한 번도 망각한 적은 없다.
타투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이 있나요?
성형외과를 하면서 3만 건 정도의 쌍꺼풀 시술을 했는데 얼굴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타투는 시술한 사람의 얼굴이 모두 기억난다. 특히 한 부자(父子)의 사연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유대가 없던 부자였는데, 타투가 하나의 매개체가 됐다. 아버지는 타투를 한다는 아들을 한사코 말리셨는데, 직접 병원에 와서 보시고 생각을 바꾸셨다. 나중에는 등판에 타투를 새기고 가셨다. 마지막 시술을 받고 가시면서 고맙다고 했다. 타투 때문에 평소 대화가 없던 아들과 말문을 열게 됐다고 하시면서. 그 기억이 참 오랫동안 맴돌았다.
타투는 구속할 수 없는 자유
20년 동안 타투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타투는 늘 새롭다. 코와 쌍커풀은 정형화된 방법으로 시술한다. 하지만 타투 세계에서는 그런것이 없다. 사람마다 옷을 입는 방법이나, 귀걸이를 고르는 취향도 다 다르지 않나? 타투도 마찬가지다. 같은 독수리 도안이라도 취향에 따라서 달라진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서 늘 새로운 걸 시도했고, 그러면서 실력이 쌓였고, 재미도 있었다. 이런 새로움이 없었다면 지루해서 이렇게 오랫동안 못했을 것이다. 기본적인 소양을 알려준 건 키미이지만, 실제로 나를 키운 건 고객이다. 늘 배운다는 자세로 임한다. 기자나 포토그래퍼도 그렇지 않나? 나도 똑같다. 타투도 같은 형식 속에서 계속해서 다른 내용을 담는 일이다. 끊임없는 새로움이 내 원동력이다.
삶의 롤모델이 있나요?
앙드레 김 선생님과 반 고흐를 존경한다. 둘 다 전형성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좋아한다. 같은 해바라기이지만 고흐는 전부 다 다르게 표현했다. 안정을 추구하지 않고, 언제나 변화를 추구하는 자세는 나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 앙드레 김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남성 패션 디자이너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는데,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고, 그것도 모자라 패션에 자신만의 가치를 불어넣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면서도 자신만의 가치를 찾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존경할 수밖에 없다.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큰 목표는 없다. 그냥 타투를 오랫동안 하고 싶다. 지금 하는 걸 잘하고 싶다. 2년째 소방관에게 무료로 타투를 시술해주고 있다. 앞으로는 경찰관과 응급실 의사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사소하지만 나의 무료 시술이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는 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9·11 테러와 관련이 있다. 테러가 발생할 당시 태평양 상공을 지나는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그때의 상황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 후에 미국 여행 중 만난 분이 인상적이었다. 팔에 영어가 빼곡하게 타투로 새겨져 있었다. 알고 보니 9·11 테러로 희생당한 소방관들의 이름이었다. 미안과 존경의 표시로 말이다. 그분을 만난 이후 나도 나중에 소방관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때의 결심을 이제야 실행하게 됐다.
타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구속할 수 없는 자유다. 하는 것도, 지우는 것도 본인의 자유다. 독수리를 새기고 싶으면 새기면 된다. 20대에 할지, 나이 들어서 할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누구도 구속할 수 없는 자유로운 것이다.
바둑 용어 중에 미생(未生)이란 말이 있다. 몇 년 전 유행한 드라마의 제목과 같다. 미생은 가능성을 품은 순간을 뜻한다. 어떤 수를 두느냐에 따라서 상대를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순간의 선택에 따라 삶의 경로가 달라진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헷갈린다.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를 때가 많다. 선택의 결과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 용기는 두렵지 않은 게 아니라 두려움을 알고도 기꺼이 뛰어드는 것이다.
조명신 원장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비록 그가 선망하던 인디아나 존스처럼 고고학자는 되지 못했지만, 공중보건의 시절 남극 월동 의사에 도전했다. 의사로서 안정적인 길을 갈 수 있었지만, 수술실에서 메스를 드는 대신 몸에 타투를 새겼다. 유년 시절 못다 이룬 꿈에 다가가기 위해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며 매머드를 탐구했다. 현재도 타투이스트로서 안주하지 않고, 메디컬 타투를 시술하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바둑판 안에 갇힌 돌로 남기를 거부하고 늘 새로운 길을 찾으며 도전하고 있다.
그는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안락한 안정이 아닌 구속할 수 없는 자유를 좇았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철학적이지만 해볼 필요가 있는 질문이다. 그 역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는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삶에서 ‘안정’ 대신 ‘모험’으로 답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말년에 소박하게 타투와 관련된 책을 쓰고 싶다는 조명신 원장의 또 다른 모험을 응원한다.
스크런치와 집게핀 등 90년대 유행했던 머리 장식품과 복고풍 올림머리 등 빈티지 헤어스타일이 다시 인기를 끌면서 얼굴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방법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는 올해 가장 주목할 뷰티 트렌드로 스크런치를 꼽았다. 스크런치는 천 속에 고무줄을 넣어 만든 머리끈으로 생김새가 곱창과 비슷해 '곱창밴드'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배우 김희선과 심은하가 착용해 인기몰이를 했지만 그 후 촌스러운 스타일의 대명사로 불리며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가수 셀레나 고메즈와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국내외 연예인들이 90년대 하이틴 패션과 함께 활용하면서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다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곱창밴드의 포스팅 수는 전년 대비 63배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게로 머리를 고정하는 집게핀 역시 스크런치와 함께 유행을 타고 있다.
올림 머리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장식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얼굴형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크런치나 집게핀으로 머리카락를 올려 묶으면 가려졌던 얼굴형과 턱이 자연스레 드러나기 때문. 따라서 사각턱이나 광대뼈가 두드러져 보이는 마름모꼴 얼굴 등 얼굴형에 고민이 있던 사람은 유행에 함께하기 망설여질 수 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90년대에는 옆머리를 내려 얼굴 라인을 숨겼다. 더듬이 머리가 시대를 풍미했던 이유다.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은 컨투어링 화장, 마스크 및 미용 기기 사용 등으로 얼굴형을 관리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컨투어링은 ‘윤곽 형성’이라는 뜻으로 피부 톤보다 어두운 셰이딩 파우더나 파운데이션을 사용해 음영을 주는 피부 표현 방법이다. 양쪽 헤어 라인과 눈썹이 이어지는 콧대, 콧볼, 특히 얼굴 바깥 부분에 음영을 주면 된다. 각진 턱을 숨겨주고 턱을 보다 날렵해 보이게 한다.
리프팅 밴드 등 미용기기를 사용해 집에서 얼굴형을 교정하는 방법도 있다. 리프팅 밴드는 귀에 걸거나 머리까지 묶어 턱 라인을 당겨주는 제품이다. 얼굴 부기 완화 및 얼굴 라인 교정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SNS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페이스 롤러 또한 인기다. 페이스 롤러는 금속이나 천연석 등의 소재로 된 구슬을 굴려 얼굴을 포함한 신체 부위를 마사지하는 기구다. 얼굴형을 관리하고 뭉친 근육을 푸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얼굴형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면윤곽수술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 방법을 고려하기도 한다. 안면윤곽술은 사각턱, 턱끝, 광대뼈 등을 조절해 얼굴형을 개선하는 성형수술의 한 방법이다.
바노바기 성형외과 오창현 대표원장은 “같은 헤어스타일도 얼굴형에 따라 굉장히 다른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며 “특이한 얼굴형으로 인한 문제가 심하지 않다면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 등으로 얼굴형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대표원장은 “뼈의 돌출이나 과성장이 심하다면 수술적인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에 앞서 얼굴형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고, 불필요한 수술은 권하지 않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35년간 암을 연구해온 암 과학자 김규원(金奎源·68) 서울대학교 약대 명예교수. 그는 2006년부터 투병해온 암 환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에게 암은 한때 동료처럼 친근했지만, 하루아침에 어둠 같은 존재로 돌변했다. 그러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자 몸과 마음이 공명하기 시작했고, 육체적 상실은 정신적 자유로 승화했다. 아직 암은 완치되지 않았지만 그는 ‘미로 속에서 암과 만나다’를 통해 어둠 속 암에 작은 희망의 등불을 비춰보고자 한다
단순 비염으로 여기고 이비인후과를 찾았던 김 교수. 얼마 뒤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비강상악동 미분화암종’이라는 희귀 암 진단을 받은 것. 암 연구자답게 그는 관련 문헌부터 찾아봤다. 자료에 따르면 극히 희귀한 암으로, 증식 속도가 매우 빨라 판정 후 생존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하며 뚜렷한 치료법도 없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암들은 치료 방식이 확립돼 있어 대부분 생존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제 경우엔 워낙 희귀 암인 데다가 몇 개월 안에 사망한다니 무척 막막하더라고요. 그동안 쌓아온 암에 관한 지식도 그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더군요. 관념적으로만 대해왔던 암과 실제는 천지차이였죠. 온통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휩싸였고 모든 게 다 멈춰버린 듯했어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딸과 아내에게 유서도 미리 써둘 정도로 불안했었죠. 당시 딸아이가 고1이었는데, 대학 갈 때까지만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더라고요.”
몸과 마음의 공명으로 찾은 평안
다행히 그는 투병생활을 잘 견뎌냈고, 간절했던 소원도 이뤘다. 또 그동안의 경험을 담은 저서 ‘미로 속에서 암과 만나다’도 펴냈다. 같은 처지의 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더 빨리 선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간 두 번이나 재발이 됐고 후유증 치료를 하느라 시간이 부족했어요. 중간에 전공 관련 서적을 출간하긴 했지만, 이번 책은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염두에 두고 쓴 거라 의미가 다르죠. 전반부에는 당시 수기로 적어뒀던 투병일지를 실었고, 후반부에서는 항암제와 암의 역사를 짚어봤어요. 제 경험을 통해 공감과 위로의 말씀도 드리고자 했지만 암 연구가 나아갈 길을 논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인 희망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만큼 의연해진 모습이지만, 김 교수 역시 처음엔 고통스러웠다. 무엇보다 자신의 존재를 사라질 수 있게 하는 죽음이 눈앞에 와 있다는 공포가 가장 컸다. 주변에서 건네는 위로의 말에 힘을 얻기도 했지만, 충격의 나날들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동료나 제자들이 와서 긍정적인 말을 해주면 잠시 기운이 나요. 그러다 혼자일 땐 피할 수 없는 두려움과 마주하곤 했죠. 바로 ‘죽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어느 누구도, 가족조차도 내 앞에서는 죽음을 언급하지 않았어요. 저 혼자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였던 거죠. 초반엔 죽음만 떠올리면 마음이 확 얼어붙었어요. 굳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진 건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면서부터였죠.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다 죽는다, 누구도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생성된 모든 것은 변화와 소멸을 겪는다, 나도 마찬가지, 암도 마찬가지…. 명상을 통해 그런 생각들에 집중하다 보니 차차 덤덤해지고 편해지더군요. 그렇게 얼어 있던 마음이 녹아 흘러가고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안을 되찾으려 애쓰고, 명상으로 마음이 아물어갔지만, 몸 곳곳엔 암이 휩쓸고 간 흔적이 뚜렷했다. 후각과 미각, 그리고 청각 대부분을 상실했고, 괴사가 일어난 얼굴엔 눈에 띄는 구멍까지 생기고 말았다. 2년 5개월에 걸친 11차례의 성형수술 끝에 구멍은 다행히 메웠다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을 터. 혹시 외적인 변화로 인한 상실감에 우울하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당연히 상실감이 컸죠. 암이 제일 큰 원인이지만 노화로 인한 변화도 있었어요.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생성된 모든 것들은 변화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나이가 들고 병이 생기니 당연히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건강하던 젊은 시절에 매여 있는 건 집착이죠. 몸의 흐름에 마음이 따라가면 되는 거예요. 달라져가는 모습에 상실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내면의 소리에 따라 몸과 마음이 공명하면 금방 적응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야로 바라보는 암과 약
김 교수는 몸소 암을 겪으며 외부 대상에만 비췄던 연구의 관점이 자연스레 스스로를 향하기 시작했다.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그에 따른 감각, 감정의 흐름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더불어 고통을 겪는 환자 등 주위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의 폭도 넓어졌다. 무엇보다 그는 투병 과정을 통해 암을 새로운 측면에서 바라보고 연구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현재까지의 암 연구는 세분화에 집중해왔어요. 크고 넓은 시야로 바라보지 않고, 암 세포나 유전자 등 세밀한 영역으로만 파고들었던 거죠. 가령 암 분야에서 가장 해결이 안 되는 게 ‘전이’입니다. 암이 전이되려면 림프계나 면역계, 순환계 등을 거쳐야 하는데, 어떤 이유로 우리 몸의 시스템이 전이가 가능하게 놔두는 것인지, 몸속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어떻게 암세포와 상리 공생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데, 그 해답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면 암을 조금 멀찍이 두고 봐야 한다는 거죠.”
김 교수는 2017년 정년퇴임 후에도 서울대학교 약대 명예교수 겸 석좌교수로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제2인생에 대한 계획을 묻자 그는 별다른 재능이 없어 전공의 연장선에서 일궈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스스로 지은 아호 ‘약산’(藥山)처럼 그야말로 약학 분야의 외길을 걸어가는 셈이었다. 그런 그가 향하는 약산의 정상은 어떤 모습일까.
“약학 분야에서 큰 공적을 쌓아 산을 이루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산처럼 높은 곳에 올라서서 보면 약학 분야를 좀 더 넓고 깊게 조망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아호도 그리 지은 거죠.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항생제는 10~20%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농축산물이나 어류 양식장 등에 쓰이죠. 그런 항생제의 남발로 지구상의 수많은 미생물과 생태계에도 문제가 생길 텐데, 우리는 인간 중심적으로만 약을 대해온 것 같아요. 이제 약의 용도가 뭔가를 죽이고 박멸하는 기능에만 머무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약의 지평을 넓혀가야만 현재 인류가 겪는 지구온난화나 환경오염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건강·의료 관련 정보는 대중 민감도가 높아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기 쉽다. 특히 미용 목적으로도 활용되는 의료 분야는 선호와 우려가 공존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미용 시술이 초기에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현재까지도 치료 목적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 양악수술의 기원은 미용? "NO!"
양악수술을 드라마틱한 미용 성형의 일종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미디어에 양악수술로 이미지가 개선된 연예인들이 소개되면서 의료 목적보다는 미용 측면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악수술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턱뼈나 치아의 불규칙성을 교정하는 수술로,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의료 기술이다. 특히 위아래 턱을 닫았을 때 치아가 가지런하지 못하거나 정상적으로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을 교정하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양악수술은 주걱턱, 무턱, 안면비대칭, 돌출입, 긴 얼굴 등을 교정한다. 1949년 화상을 입어 아래턱 잇몸뼈가 앞으로 돌출된 환자를 수술한 사례가 그 시초다.
◆ 보톡스는 독소? "NO!"
안티에이징, 주름 성형의 대명사로 알려진 보톡스 역시 부정적 인식이 크다. 보톡스가 '독소'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보톡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경계 질환 치료를 위해 승인된 약제로, '보툴리눔 독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의약품이자 미국 제약회사 제품 이름이다.
또 보톡스는 미용을 위해 사용되기도 하지만 눈 떨림, 얼굴이나 눈가가 씰룩거리는 등 다양한 근육 경련, 근육 과활동으로 인한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1970년대 미국 안과 의사 앨런 스콧이 사시를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 보톡스의 시초다.
◆ 콜레스테롤은 나쁜 것? "NO!"
콜레스테롤이 나쁘기만 하다는 소문 또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편적으로 콜레스테롤 하면 혈관을 막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자체는 세포 작용을 통해 체내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건강을 위해 적당량이 필요하다.
콜레스테롤에는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이 있다. LDL 콜레스테롤은 수치가 너무 낮을 경우 인지능력과 면역력을 떨어트릴 수 있지만 HDL 콜레스테롤은 과다하게 공급된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옮겨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두 콜레스테롤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바노바기 성형외과 오창현 대표원장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의료 상식이 최신 연구를 통해 다른 결과가 도출됐거나 사전 검진, 3D CT 촬영 등 첨단 기술을 통해 보완되는 경우가 있다”며 “다른 정보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의학 상식의 경우 떠도는 정보에 의존하기보다는 의료 기관 및 전문의를 통해 정확하게 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