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군은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울산시와 대구시는 경품으로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전남은 해남을 방문한 여행객에게 1인당 5만 원 여행상품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혜택은 어떤 사람들이 받을 수 있을까? 이들은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자를 위한 혜택이다.
7월부터 59세 이하 시니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맞는다. 6월 17일 기준 70세 이상 어르신 80%는 이미 1차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백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부와 전국 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백신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이미 2차 접종까지 마치고 14일이 지난 시니어나 곧 접종을 받게 될 시니어를 위해 다양한 백신 인센티브를 소개한다.
정부
정부는 지난 5월 26일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접종자가 가족 모임 인원에서 제외되는 혜택 외에도 공공시설에서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차 접종자도 해당한다. 6월부터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체험프로그램 입장료는 50%, 국립생태원·국립생물자원관 입장료를 30% 할인에, 국립 자연휴양림 입장료는 면제한다.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같은 인기 문화재 관람 프로그램은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회차를 편성할 예정이다.
수도권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진행하는 자체 공연과 전시에 대해 관람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한다. 연극 ‘완벽한 타인’ 등 이미 막을 올린 공연부터 연말 ‘송년음악회’까지 자체 공연과 전시를 대상으로 10~30% 할인한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백신 인센티브는 아직 준비 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접종 인센티브 제공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자치구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보영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6일 서울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자를 상대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할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는 백신 1차 접종자가 에버랜드를 35%, 캐리비안 베이·한국민속촌를 40% 할인된 가격으로 자유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주차요금을 전액 면제하고, 노상주차장을 제외한 용인시 관내 23개 공영주차장에서도 이용료 20%를 할인한다.
경기도 수원시 소상공인들은 만 60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할인하는 ‘백신 인센티브’ 행사를 준비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만 60세 이상 수원시민은 7∼8월 두 달간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업소마다 자율적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성남·파주·광명·안산시 역시 산하 체육·관광시설과 참여 의사를 밝힌 미용·외식업소 등에서 할인을 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는 오는 12일부터 만 65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광명동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65세 미만 접종자는 50%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광명시민은 중복할인도 받을 수 있다. 7월부터는 시민회관 기획공연 20% 감면, 기형도 문학관 입장객 기념품 증정, 광명극장 기획공연 우선 예약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강원도
강원도는 어르신들의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접종 우수마을을 포상하고, 접종을 완료한 어르신에게 유명 인기 가수의 트로트 콘서트 관람 기회를 준다. 가족단위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해수욕장 코로나19 프리존을 운영하고, KTX 경강선 코로나19 프리존 연계 관광상품 등을 출시한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코킷리스트’) 공유 이벤트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시·군 및 코레일과 협의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는 오죽헌시립박물관과 강릉통일공원 무료입장을 허용하고, 강릉시립예술단 공연 은 입장권을 50% 할인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무료 급식, 재가 복지 서비스 대기자 발생 시 백신 접종자를 우선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청도와 대전광역시
대전시는 지난 14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각종 문화·체육시설 입장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오월드(동물원)와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 홈경기 입장료 20% 할인받을 수 있다.
충남 서천군은 백신 인센티브용 특별 관광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했다. 7월 20일부터 백신 접종을 받은 여행객에게 공짜로 시티투어를 시켜주고, 단체 여행은 인원수에 따라 10~30% 할인한다. 특별 관광 프로그램 중 농촌 관광 프로그램에는 차량을 지원하는 등의 혜택과 관광기념품도 준비돼 있다.
전라도
전라북도에서는 일찌감치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북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북 투어 패스’를 ‘1+1’ 체제로 특별판매한다. 투어 패스 카드 한 장으로 도내 모든 시·군의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주요 관광지에 입장 가능하며, 맛집·숙박·체험시설·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전북 진안군은 진안 군민에게 국민체육센터 입장료 80%와 골프연습장이용료 50%를 각각 할인한다. 전라북도 무주군 반디랜드 곤충박물관과 천문과학관, 부안군 청자 등은 입장료의 절반을 깎아준다. 전라북도 순창군 강천산군립공원과 전라북도 익산시 보석박물관은 아예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이 외에도 순창군은 8명 이상 단체 관광객에게 교통편과 체험·숙박비를 지원한다. 또 올해부터는 8명 이상 단체 관광객 익산역·남원역·광주송정역·순천역·광주공항 등 기차역과 공항까지 ‘힐링투어 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전세버스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버스비 일부도 지원한다. 그 외 올해 처음으로 전주 한옥마을과 순창 강천산을 연계하는 ‘시티투어 버스’ 운영, 4명의 소규모 관광객에게는 1일 체험비 최대 1만 원, 숙박비 1인당 1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전라북도 군산시는 7월부터 소상공인지원과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시 접종자에게 가점을 준다. 평생학습관 프로그램 수강료도 할인 또는 면제해준다.
전라남도 여수시는 농기계 임대료를 추가로 할인해주고, 사회복지시설 내 노래교실 운영을 허용한다. 전라남도 해남군은 여행사와 함께 ‘백신 안심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7∼8월 동안 1박 2일 이상 해남을 찾는 접종 완료 관광객에게 1인당 5만 원의 특별 인센티브를 지원해, 기존 19~20만 원인 여행상품을 5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상도와 주변 광역시
울산시의회사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울산시민들에게 1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5차례 추첨을 통해 135명에게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경품 참여 병원은 울산대병원, 동강병원, 중앙병원, 울산병원 등 13곳이다. 울산박물관은 오는 24일과 다음 달 1일 두 차례 진행하는 ‘제18회 전통문화 체험교실’에 백신 접종자만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대구시는 백신 접종자에게 ‘건강검진권’ 등 경품을 선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지난 8일부터 성인 기준 3000원인 상설전시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접종 확인서와 신분증을 매표소에 제시하면 무료입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는 시립박물관·미술관의 무료관람에 이어 영화의 전당·문화회관 등에서도 관람료 할인을 검토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백신을 접종한 경북도민들에게 공원 입장료를 면제한다. 엑스포대공원 상설공연인 뮤지컬 용화향도 관람료를 20% 할인한다. 공연 ‘인피니티 플라잉’도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백신을 맞은 국민이면 거주지와 상관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경상남도 고성군은 전체 260개 마을 중 백신 사전예약률이 우수한 마을 10곳에 총 10억 원의 숙원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우수마을 경로당에는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100만 원 상당의 물품과 운영비를 지급한다. 또 접종을 마친 군민 중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지급 대상과 방법, 형태는 군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방침이다.
경상남도 하동군은 옛 경전선 북천역~양보역 레일바이크와 금남면 금오산 짚 와이어 탑승자에게 이용료 50%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켄싱턴리조트와 비바체 리조트 이용자에게는 이번 달부터 향후 3개월간 숙박료 30%를 깎아준다.
이 외에 불교계가 제공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할인 혜택도 있다. 6월부터 전국 135개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비에서 2만 원을 할인한다. 접종자 당사자에 한해 선착순 1만 명에게 혜택이 제공된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철길이 강원도 강릉 정동진이라고 했다. 달맞이고개에서 동해남부선 열차를 봤을 때 이 철길은 바다와 두 번째로 가까울 거라로 생각했다. 빨간 무궁화열차가 바다에 닿을락 말락 실랑이하듯 달렸다. 그 낭만적인 풍경을 다시 보고 싶어 다음 열차를 한참 기다렸던 적이 있다. 이제 그 철길에 새 해변열차가 달린다.
동해남부선은 역사의 뒤안길로
옛 동해남부선의 역사가 파란만장하다. 부산~포항을 오갔던 동해남부선 열차는 1935년 일제가 개통했다. 자원을 수탈하고, 일본인이 해운대를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해방 후 무궁화호가 부산~울산~경주~포항을 오가며 오랫동안 서민의 발이 돼주었다. 2013년 동해남부선을 이설해 복선 전철화했다. 기존 철로를 복선화하려면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설된 동해남부선은 2016년부터 영덕까지 가는 동해선으로 편입됐다. 동해남부선은 그렇게 영영 사라졌다.
동해남부선 노선 중 해운대 미포~청사포~송정 구간은 바다와 가까워 아름다운 철길로 꼽혔던 곳이다. 이 구간을 재활용할 방안을 두고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고심했다. 레일바이크, 산책로, 자전거길, 노면전차 등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최종적으로 해변열차, 스카이캡슐, 산책로, 쉼터가 어우러진 철길 공원 ‘블루라인파크’를 조성하기로 했다.
2015년 9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드디어 올해 10월 해변열차를 개통했다. 철로 옆에는 덱 보행로인 그린레일웨이를 놓았다. 미포~청사포 구간에는 공중 레일을 설치해 스카이캡슐을 운행한다. 11월 말 개통할 예정이다.
영화 ‘해운대’와 미포의 추억
약 6년 동안 열차가 다니지 않던 철길에 다시 열차가 다닌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미포로 향했다. 미포는 해운대해수욕장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포구다. 미포의 ‘미’는 꼬리 ‘尾’ 자를 쓴다. 아름다울 ‘美’ 자를 써도 억지스럽지 않은 바닷가다. 미포에서 초승달처럼 해안선이 고운 해운대해수욕장과 동백섬, 광안대교, 오륙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포가 유명해진 계기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2009) 덕이 크다. 피서객 수백만 명이 모인 해운대해수욕장에 초대형 쓰나미가 시속 800km로 밀려와, 미포 횟집 거리와 미포 건널목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뛰어난 CG 기술로 참혹한 재해 현장을 실감나게 표현한 장면이 생생하다.
미포 건널목의 실제 풍경은 고요했다. 건널목이 있는 언덕길의 끝은 바다였고, 바다 한가운데 오륙도가 떠 있었다. ‘땡땡땡’ 다급한 종소리가 언덕에 울려 퍼지면 차와 오토바이들이 건널목 앞에 섰다. 차단봉이 내려오고, 잠시 뒤 무궁화열차가 쌩하니 지나갔다. 열차 너머로 미포 앞바다가 반짝였다.
바다와 해송과 사람을 만나는 해변열차
지금 미포 건널목은 흔적만 남았다. 옛 건널목에서 청사포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해변열차 출도착역인 미포정거장이 나온다. 이국적인 모양의 해변열차가 기다린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색 넉 대의 열차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해변열차의 객차는 2량이며, 좌석이 창을 향해 두 줄로 배열돼 있다. 객차 앞뒤에는 독립된 4인 좌석이 있다. 줄을 빨리 서면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해변열차는 미포정거장을 출발해 달맞이터널,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구덕포를 지나 송정정거장까지 약 5.4km 구간을 달린다. 시속 20km 내외로 천천히 달리므로 풍경을 여유롭게 즐긴다. 철로 옆 보행로를 걷는 사람들이 열차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든다. 열차 탑승객도 손을 흔들어 화답한다. 열차 안에서 바다, 솔숲, 어촌마을 구경하는 것 못지않게 사람 구경도 흥미롭다. ‘도심 속 해변열차’ 콘셉트가 해변열차의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보행로와 철로 사이에는 펜스가 설치돼 있고, 건널목 구간에는 안전요원이 지키고 있어 안전하다.
열차가 달맞이터널을 지나자 안내방송이 나온다. “해운대 달맞이고개 해월정 앞바다는 동해와 남해의 경계입니다. 날씨가 좋으면 11시 방향으로 대마도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부산 앞바다는 동해일까, 남해일까 묻는 퀴즈에 이제는 정확하게 답할 수 있다.
등대가 아름다운 청사포와 다릿돌전망대
해변열차 자유이용권을 사면 맘에 드는 정거장마다 내려 관광하고 다시 탈 수 있다. 청사포정거장에 내려 청사포를 천천히 둘러본다. 청사포는 일출과 초저녁 달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포구 너머 빨간 등대, 하얀 등대가 연인처럼 서 있는 풍경도 그림 같다. 바닷가에는 오래된 조개구이집이 늘어서 있다. 이곳의 조개구이는 양념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가리비, 키조개 같은 큰 조개에 모차렐라와 양파를 듬뿍 넣은 고추장 양념을 얹어 굽는다.
청사포정거장에서 다릿돌전망대정거장까지는 가까워 걸어갈 만하다. 다릿돌전망대는 청사포 마을의 수호신이라는 푸른 용을 형상화해 유선형으로 만들었다. 높이가 20m, 길이는 72.5m에 달한다. 전망대를 상공에서 보면 용이 꿈틀대며 바다로 들어가는 것 같다. 전망대 끝자락에는 반달 모양의 강화유리를 설치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다릿돌이란 이름은 전망대 앞으로 펼쳐진 암초들이 징검다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졌다.
다릿돌전망대를 지나면 기암괴석이 많기로 소문난 구덕포가 나온다. 철길가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카페, 숙박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도착점인 송정은 부산의 3대 해수욕장이라 불린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서핑 성지로 인기 있다. 추운 겨울에도 서퍼들을 볼 수 있다. 바닷가 주변이 해운대보다 한적해 송정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바다에서 보는 부산 야경
송정에서 다시 미포로 돌아오니 해 질 녘이다. 부산은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이므로 야경 유람선을 타보기로 했다. 6시 10분 배가 첫 야경 유람선이다. 겨울에는 오후 6시 전에 해가 지므로 야경 보기에 좋은 시간이다. 승객이 혼자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손님이 많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유람선이 출발하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해운대 바닷가에 늘어선 고층 빌딩과 호텔, 동백섬의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신도시 마린시티가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그 빛이 수면에 비쳐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야경에 방점을 찍은 것은 광안대교다. 해상에 건설된 국내 최대 규모의 2층 현수교로 높이 비상하는 갈매기를 형상화했다. 국내 기술진이 만든 다리여서 의미가 크다. 밤이 되면 10만 가지 이상의 색상을 표현하는 조명이 광안리 바다를 보랏빛으로 수놓는다.
뒤에 앉은 청년들이 “와 광안대교 야경 진짜 쩐다. 유람선 탄 건 신의 한 수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런 멋진 야경은 처음 본다는 뜻이리라. 젊은 나이에 유람선에서 부산 야경을 봤으니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유람선이 광안대교 밑을 통과해 다시 미포로 돌아온다. 승선 시간 5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침 출근길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 정말 모처럼의 단비다. 제발 대지를 흠뻑 적셔주면 좋겠다. 바싹바싹 타 들어가는 농심이 얼마나 고대한 비인가. 그러나 좀 내리나 하던 빗줄기는 야박하게도 금세 그쳐버린다. 또 태양이 쨍쨍한 햇볕을 내리비추며 심술궂게 혀를 내밀고 있다.
태양을 피하는 방법? 뭐 그런 게 있을까 싶지만 문득 떠오르는 곳이 있다. 피하기보단 오히려 태양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곳, 바로 부산이다. 부산은 가끔이 아니라 수시로 생각하는 곳이다. 벚꽃이며 목련이며 봄꽃 소식에서부터 부고장이며 청첩장까지 줄줄이 달리는 SNS 댓글들 속에서 말이다.
지난 6월 1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해수욕장을 개장한 부산은 지금쯤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해운대로 찾아든 사람들로 벅적일 것이다. 필자도 이참에 올여름 휴가지로 부산여행이나 추천해볼까?
부산이 처음이라면 동백섬 한 바퀴 돌고 해운대 백사장 거닐다 달맞이고개에서 야경에 취할 수 있는 데이트 코스도 있고, 줄서서 먹는다는 대연동 쌍둥이 돼지국밥에서 민락동 회센터로 이어지는 식도락 코스도 좋고, 남포동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을 누비는 지름신 쇼핑 코스도 있다는 것을 알고 가면 좋겠다.
필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 와서 대학 졸업 때까지 약 18년간을 살았으니 그야말로 청춘의 황금기를 오롯이 보낸 곳이 바로 부산이다. 몇 년 전엔 졸업 후 약 30여 년 만에 초등학교를 찾아가기도 했다. 학교 정문 앞에 있던 문방구가 아직까지도 있는 걸 보고선 너무 놀랍고도 반가워 한참을 쳐다보며 닫힌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리고 간절함이 통했는지 이젠 칠순이 훌쩍 지난 그 옛날의 문방구 아저씨와도 짧게나마 재회의 기쁨도 누렸다. 추억의 키워드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오륙도의 윤슬!
남구 용호동 끝자락을 밟으면 눈앞에 좌~악 펼쳐지는 장관이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인 오륙도가 바로 그곳이다. 오늘 같은 날 햇빛에 아롱질 그 눈부신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은 정말 혼자 보기엔 아까운 풍경이다.
좌측으론 광안대교를 굽어보며 우측으론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조망할 수 있는, 해안절경을 따라 이어진 길도 너무 매력적이라 쉽게 설명할 길이 없다. 또한 몇 년 전에 개장된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보이는 벼랑 끝, 그 넘실대는 파도에 부서지는 바위섬은 아찔한 스릴과 폐부를 찌르는 쾌감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이때다 하고 ‘부산 아지매’들이 권하는 회 한 접시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재주가 없다. 흥정 연습이라도 미리 해둬야지 싶다.
철썩이는 밤바다에 풍경소리, 해동 용궁사!
해운대를 돌아 기수를 북쪽으로 돌리면 금방 닿는 곳이 있는데 최근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용궁사다. 바닷가 해안을 따라 조성된 덕분에 용궁사라는 이름이 정말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절이다. 낮 시간대의 비경도 일품이지만 필자는 밤 시간대의 관람을 권하고 싶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철썩철썩 귓가를 때리는 파도소리와 바람결에 실려오는 풍경소리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 그 밤바다의 ‘콜라보레이션‘은 한마디로 끝내준다.
‘Kiss in the dark’은 바로 이런 곳에서 해야 한다. 애독자들이시여, 부디 ’낮 뜨거운‘ 시간을 피해 어둠을 틈 타 살짝궁 다녀가시길 권한다. 참고로 인근의 송정해수욕장 바다 산책로도 추천한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고 서울에 둘레길이 있다면, 부산엔 갈맷길
와우~ 여긴 또 어디일까? 부산 앞바다 남서쪽 끝부분에 위치한 송도해수욕장에서 암남동으로 이어진 해안절경 길인 송도 갈맷길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엔 케이블카까지 재가동 했다고 하니 올 여름 ’핫 플레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빨리들 다녀가시라.
어떤 투어이든 일단 여행길엔 입이 심심해선 안 된다. 돼지국밥이나 곰장어 구이, 밀면, 물회도 있으니 입맛 따라 고르면 된다. 부평시장 야시장(일명 깡통시장) 구경하며 거인통닭 시식도 권할 만하다. 인근의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보는 것도, 단팥죽 한 그릇 하는 것도 이열치열엔 그만이겠다.
아~ 부산, 그곳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