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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취미 활동, 망설임을 극복하는 방법
- 이왕 즐길 취미, 더 잘해야 할 것 같아 지레 포기하게 되는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생산적인 취미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면? 색다른 취미가 호기심에 은근히 불을 댕겨도 ‘저건 젊은 애들이나 하는 거지’ 하며 멀찍이 내려두게 되는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주저하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사진 각 사 제공 STEP 1 워밍업 심호흡 크게 하고,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 편한 자세로 누워보자. 손에 책을 들지, 리모컨을 쥘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소중한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받을지도 모른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모습에, 도전할 용기가 저절로 솟구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좋다. 긴장으로 굳은 어깨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Sink or Swim, 2019) 2년 차 백수인 중년 남성 베르트랑이 비슷한 처지의 동년배 남성들과 수중발레에 도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베르트랑은 수중발레단 모집 광고를 보고 수영장을 방문했다가 연습에 열중하는 이들을 발견한다. 베르트랑과 예민 까칠한 로랑, 파산 직전의 사장 마퀴스, 히트곡이 전무한 로커 시몽이 한 팀을 결성해 남자 수중발레 세계선수권 대회에 도전장을 내민다. 스웨덴 싱크로나이즈드 남자팀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중년 남성들이 물속에서 첨벙대고, 엄한 코치를 만나 두 시간 동안 사우나에 갇히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이 무모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보면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에서 한 해 앞서 동일한 소재로 ‘스위밍 위드 맨’(Swimming With Men, 2018)이라는 영화가 제작됐다.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겠다. 넷플릭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 가능. KBS1 다큐ON ‘래퍼와 시인’(2023) 70대 노인 두 명이 래퍼와 시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1945년 해방되던 해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은 이른바 해방둥이 세대인 77세 임원철 씨, 일흔이 가까워 한글 공부를 시작한 74세 조남예 씨의 도전기. 임원철 씨는 자식에 손주까지 키워낸 일흔의 나이가 되어서야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됐다. 대학 입학으로 인생 처음으로 공부의 꿈을 펼치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그는 한 번 더 용기를 내 ‘실력 있는 래퍼’가 되어보고자 도전한다. 조남예 씨 역시 평생의 소원이던 글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를 쓰기로 결심했다. 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래퍼 마이노스, 시인 김승일이 멘토로 나섰다. 라임을 배운 뒤 그의 인생을 가사에 담은 곡 ‘해방둥이’를 비트에 맞춰 녹음하고, 20여 편의 시를 엮어 한 권의 시집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옛말이 절로 떠오를 것이다. 유튜브,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 넷플릭스 ‘파티셰를 잡아라!’(Nailed it!, 2018~) 흉측한 케이크를 탄생시키는 미국의 베이킹 경연 프로그램이다. 엉망진창 능력의 아마추어 제빵사들은 도전 과제로 프로 제빵사의 케이크를 따라 만들어야 한다. ‘걸작’을 구워내면 상금 1만 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펼쳐지는 난장판. 망친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실력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해냈다’(Nailed it)는 점이 중요하니까. 2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경쟁 프로그램 후보에 올랐고, 니콜 바이어는 최우수 진행자 부문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큰 인기를 얻으며 프랑스, 독일, 멕시코 등 각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영화 ‘치어리딩 클럽’(Poms, 2019) 웰다잉을 위해 실버타운 ‘선 스프링스’로 입주한 마사. 조용히 생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친화력 좋은 이웃 셰릴의 등장으로 실버타운 역사상 처음으로 치어리딩 클럽을 결성하게 된다. 나이는 많아도 열정만은 청춘인 8명의 예비 치어리더들은 전국 치어리딩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하지만, 방해물이 만만치 않다. 영국 BBC ‘100인의 여성’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실버 치어리딩 클럽 ‘폼즈’(Poms)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출연하는 중년 배우들 역시 실제로 치어리딩을 해본 적 없음에도, 훈련을 통해 모든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죽음을 앞둔 상황일지라도 도전에 한계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 가능. STEP 2 자신감 만땅, 이제 뭘 도전해볼까?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가득한데, 무슨 취미가 있는지 몰라 브레이크가 걸렸다면? 흔한 취미는 싫거나, 남들은 취미를 어떻게 즐기는지 궁금하다면 아래의 책을 참고해보기를 권한다. 책 ‘사계절 취미 잡화점, 호비클럽으로 오세요’ 황지혜 작가는 ‘취미 수집가’다.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고, 취미로 일상의 빛나는 순간들을 모은다. 혼자 도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비클럽’을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한다. 화분에 씨앗을 심고, 막걸리를 만들어 나눠 마시거나, 필름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는 등 계절별로 멤버들을 모아 취미를 함께 즐기고 서로의 취향을 나눈다. 황 작가가 말하는 취미는 ‘얼마나 자주, 얼마나 잘하는지와 상관없이,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모든 것’이다. 도전해보고 싶은데 망설여질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싶을 때, 잡화점처럼 온갖 취미를 모아둔 이 책을 펼쳐보자. 책 ‘오늘부터 그림’ ‘대충 그럴싸하게 그린다’가 콘셉트다. 완벽한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지 않고, 쉽고 즐겁게 그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제작된 책이다.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은 ‘그림을 못 그린다고 느끼거나, 그리기가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취미는 취미일 뿐, 전문가와 경쟁하거나, 생계 수단으로 삼거나, 세상을 놀라게 할 대작을 만들 것도 아니니까. 못생겨도 매력 있는 나만의 그림 그리기, 이 책과 함께 도전해보자. [TIP] 마음먹은 취미, 여기서 시작하세요 1 오뉴 새로운 여가 활동을 찾고 삶을 새롭고 액티브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여가 플랫폼. 스마트폰에서 오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서울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 중이다. 1층은 카페, 2층에선 여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별도의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으니 한 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2 위드플 5670세대 시니어 전용 여행 플랫폼. 당일, 반나절, 숙박으로 이뤄진 여행 상품 ‘새로울지도’와 2~3시간 관심사를 향유할 수 있는 소그룹 커뮤니티 프로그램 ‘원데이클래스’가 있다. 위드플의 프로그램에는 테마가 있고, 여행의 경우 가이드가 아니라 실제 전문가가 함께한다. 숲해설 클래스의 경우 숲해설가가 남산 트레킹 코스를 함께 걸으며 숲 냄새를 맡아보고, 솔방울을 만져보게 하는 등 새로운 시각으로 숲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3 서울시50플러스재단 캠퍼스 및 센터 서울시에 거주하는 중장년을 위해 통합지원정책을 추진하는 기관이다. 캠퍼스는 서부·중부·남부·북부 4곳, 센터는 도심권·동작·영등포·노원·서대문·성북·금천·강서·서초·강동·양천·성동·강북 등 13곳이다. 캠퍼스와 센터마다 여가·취미·일·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시50플러스포털 홈페이지의 ‘직업교육+’ 메뉴 중 ‘교육신청’을 선택하면 각 캠퍼스 및 센터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취미나 여가 관련 강좌와 신청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4 클래스101 온라인 강의 플랫폼으로, 개인의 능력을 거래하는 ‘거래마켓’의 대표주자. 다양한 취미 활동을 배우기에는 제격이다. 공예, 부업, 주식, 일러스트, 코딩 등 취미에 대한 다양한 강의가 마련돼 있다. 또한 강의 프로그램별 맞춤 준비물이 모두 포함돼 있어, 뜨개질 강의를 신청하면 코바늘과 실을 받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상품에 가입해 4000개 이상의 온라인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는 1년 구독 서비스가 출시됐다.
- 2023-06-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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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봄나들이 함께하기 좋은 도서
- 스마트 마케팅 이의훈·창명 카이스트대 교수가 펴낸 책으로 엔지니어들이 꼭 필요로 하는 마케팅을 정리했다. 저자는 엔지니어들에게 마케터와의 협력이 중요하며, 마케팅 작동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 몸과 마음을 살리는 녹색의 힘 식물 치유 박신애·인사이드북스 박신애 교수는 원예 활동이 우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이유를 과학적 근거와 구체적 실험 사례를 통해 제시함으로써, 당장 집 안에 화분을 들이고 텃밭 가꾸기를 권유한다. 에이징 솔로 김희경·동아시아 1인 가구 시대, 비혼 중년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자신처럼 혼자 사는 40·50대 비혼 여성 19명을 만나 외로움 대처 방법, 노후 준비 여정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절망으로부터 마이클 이그나티에프·까치 각기 다른 시대와 배경의 인물들이 주인공이다.그들이 절망의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어디서 위안을 얻었는지 다뤘다. 그들의 이야기는 긴 시간을 뛰어넘어 위로를 전해준다.
- 2023-04-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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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 위 정원 ‘스마트 화분’, 직접 가꿔봤습니다
- 1월 30일 월요일, 기대하던 박스를 받았다. 식물 똥손도 어엿한 ‘식집사’로 거듭나게 해준다는 신비한 화분, LG 틔운 미니와의 첫 만남이었다. LG 틔운 미니(Tiiun Mini)는 햇빛을 닮은 LED 조명으로 식물을 키우는 스마트 화분의 일종이다. 틔운 오브제 컬렉션에 비해 크기가 작아 책상에 올려두고 공간을 밝히는 스탠드로도 쓸 수 있다. 채소는 약 4주, 허브는 6주 후 수확할 수 있고, 꽃이 피기까지 8주 걸린다. 전용 씨앗 키트를 사야 하는데, LG전자 베스트샵 오프라인 매장과 LG전자 홈페이지, LG ThinQ 앱 내에서 구입 가능하다. 현재 틔운 미니용 씨앗 키트 패키지로는 메리골드(노랑, 불꽃노랑), 쌈추, 청경채, 청치마상추, 루콜라, 비타민, 청경채가 있다. 구매 페이지의 상세 설명을 보면 루콜라의 발아율은 70%, 성장 기간은 약 5주(온도 22℃, 상대습도 60% 조건 기준)다. 촉박하지만 우선 키워보기로 한다. 기계가 놓일 곳은 회사 탕비실 커피머신 옆 빈 공간. 벌레가 유입되지 않는 환경에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품의 포장 테이프를 모두 제거하고, 전원을 연결했다. 재배할 씨앗 키트로는 취향을 반영한 루콜라 당첨. 비닐 포장과 투명 플라스틱 커버를 제거한 후 키트를 제품에 넣고 물을 주면 끝이다. 물은 씨앗 키트를 끼워둔 채 물탱크 커버 경사면을 따라 흘리듯이 줘야 한다. 그래야 부표를 통해 물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탱크를 따로 분리해 물을 채워서 들고 왔다가 양을 한 번에 맞추지 못하면 난감할 수 있다. 참고로 적정량은 1L이며, 부표의 높이가 물탱크 커버 면과 같은 상태여야 한다. 부표가 더 낮으면 물이 부족한 상태, 높으면 물이 너무 많은 상태다. 꼴라루 품종: 루콜라(rucola), 생후 44일(3월 14일 화요일 기준) 장점 LG ThinQ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 앱에 기기를 연결하면 기기 주변 온도가 재배에 적정한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다. 조명 밝기와 지속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데, 재배에 적정한지 아닌지에 대한 안내 문구가 함께 있어 재배에 도움을 준다. 푸시 알림 메시지로 시기를 놓치지 않고 관리 할 수 있다는 점이 초보 식집사에게 특히 유용했던 부분. 3주 동안 물탱크 청소 주기 안내, 기계가 껐다 켜졌을 때 ‘조명 제공 시간이 초기화됐다’는 내용의 알림을 받았다. 또 날짜별로 사진과 함께 160자 분량의 식물 일기를 쓸 수 있다. 커뮤니티 앱을 통해 ‘LG 틔운 공식 카페’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개발 중이거나 출시 전인 씨앗이 담긴 비밀 키트를 키우는 ‘가틔’, 포토 리뷰 이벤트 등 카페 운영진이 진행하는 깜짝 이벤트에도 참여 가능. 단점 디지털 방식 농가나 화훼단지에서 화분을 사고 흙에 물을 주는 전통적 방식에 익숙하다면 처음에는 조금 헤맬지도 모른다. 7일에 한 번씩 물을 갈아주는 것 외에는 신경 쓸 부분이 없어서 되레 허전함을 느낄 정도다. 스마트폰 조작이 미숙하다면, 앱에 기기를 연동하기 위해 틔운 기기를 와이파이에 연결하는 단계부터 헷갈릴지도 모른다. 일회용 키트 한 번 쓴 씨앗 키트는 재활용이 안 돼 버려야 하는 점이 아쉽다.
- 2023-03-1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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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키운 녹색갈증, 올봄 반려식물로 채우자
-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저서 ‘바이오필리아’ (Biophilia)를 통해 ‘녹색갈증’에 대해 언급했다. 녹색갈증이란 자연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 또는 본능을 일컫는다. 그에 의하면 자연을 가까이할 때 인간은 행복과 평안을 느끼지만, 반대의 경우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생긴다. 삭막한 도시, 각박한 일상 속 사람들이 반려식물을 찾는 이유도 그러하다. 도움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김광진 농업연구관·이형석 농업연구사, 박신애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바이오힐링융합학과 식물매개치료 전공교수 녹색식물을 향한 갈증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해졌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해 2021년 정점을 찍었다. 김광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관은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야외 활동이 제약되며, 실내에서도 자연을 느끼고 식물을 가꾸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스마트 기술이 접목된 실내 재배기나 원예 장비들이 다양하게 개발됐고, 반려식물병원·식물호텔 등 관련 서비스가 생겨나 반려식물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올해 2월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반려식물’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경기도 반려식물 활성화 및 산업 지원 조례안) 방성환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반려식물을 키우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반려식물에 대한 국민적 수요와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조례안의 취지를 밝혔다. ◇ 노후 일상에 생기 더하는 반려식물 조례안에 따르면 반려식물이란 ‘가정 및 회사 등 실내외에서 쉽게 기를 수 있고, 식용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인간과 짝이 되어 교감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고자 기르는 식물’을 의미한다. 생겨난 지 오래되지 않은 용어라 구체적인 정의는 전문가나 기관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정서적 교감’이 핵심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올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반려식물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반려식물을 기르는 목적이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을 위해서’라고 답한 이가 과반수였다.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이러한 목적성은 점차 증가한다.(△30대 52.1% △40대 54.4% △50대 56.2% △60대 이상 57.9%) 응답자들은 반려식물을 기르며 나타난 심리적 효과로 ‘정서적 안정’(76.9%)을 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행복감 증가’(73.1%), ‘우울감 감소’(68.4%), ‘희망이 생김’(56.4%) 등 긍정적 효과를 드러냈다. 한국정원디자인학회지에 실린 ‘반려식물이 도시에 거주하는 여성 독거노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2020) 조사에서는 사례자의 94.6%는 ‘반려식물이 정서적 건강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78.8%는 ‘반려식물과 대화하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있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2 반려식물 보급사업 결과 보고’에서도 참여자의 94.1%가 반려식물을 키우며 생활에 활력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에 참여한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식물 먼저 쳐다보고 잎사귀를 닦아주며 아기처럼 매일매일 자라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려식물 덕에 외롭지 않고 가꾸는 재미가 있다”, “혼자 살면서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꽃이 피는 순간 기쁨을 느낀다” 등 반려식물을 통해 긍정적으로 달라진 삶을 이야기했다. ◇다양한 질환에 접목되는 식물매개치료 과거에는 단순 취미나 실내 공기 정화 등을 위해 화분을 샀다면, 이제는 내면의 긍정적 효과까지 생각해 반려식물을 들이는 모습이다. 정서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자칫 원예를 정적인 활동으로 여기기도 한다. 동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 식물의 특성도 이러한 오해를 부추긴다. 그러나 정성껏 화분을 길러본 이들이라면 알 테다. 인간이 대신 손발이 되어 더 바삐 움직여야만 식물이 잘 자랄 수 있음을 말이다. 때맞춰 물을 주고, 양지로 화분을 옮기고, 이따금 가지치기와 분갈이도 하는 등 지속적인 신체 활동이 뒤따른다. 화초가 많거나 화분이 크다면 더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이렇듯 심신에 모두 이롭게 작용하는 덕분에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반려식물이 쓰일 때도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원예치료(치유)라고 한다. 박신애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바이오힐링융합학과 식물매개치료 전공교수는 “식물을 매개로 한 치료는 무해(無害)하고 부작용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최근에는 뇌졸중, 우울증, 갱년기 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원예치료를 접목한다.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과 원예치료를 결합한 형태의 처방도 이뤄진다. 병원 내 원예치료사를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저서 ‘몸과 마음을 살리는 녹색의 힘, 식물 치유’를 통해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원 가꾸기에 참여한 노인들의 경우, 인지 능력과 연관된 수치(BDNF, 뇌유래신경영양인자)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반면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되레 수치가 감소했다. 또 자녀의 독립과 갱년기 등으로 우울증 발병률이 높은 50~60세 여성에게 식물매개치료의 신체적·심리적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났다. 이들은 치료를 통해 자기 정체성이 향상됐고, 우울감과 불안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60대 여성은 원예 활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며 극찬하기도 했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질환 개선을 목적으로 반려식물을 키워봐야겠다 싶을 수 있다. 박 교수는 “개인이 반려식물을 기르는 것만으로는 질환 개선 면에서 극적인 효과를 보긴 어렵다. 치료 목적이라면 전문 복지원예사(구 원예치료사)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번에 효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오랜 시간 반려식물과 함께하면 자연스럽게 건강해지며 질환을 예방·개선할 수 있다. 이제는 식물을 통한 새로운 개념의 헬스케어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아침을 깨우며 커피를 마시듯 녹색 생기를 충전하고, 잠들기 전 식물과 교감하며 하루를 돌아보는 등 매일매일 수시로 힐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반려식물 주목적은 교감, 건강은 덤 반려식물은 직·간접적으로 우리 몸을 이롭게 하지만, 건강 증진만을 목적으로 하면 그저 수단에 그치기 십상이다. 결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서적 교감. 최근에는 건강 증진을 위해 기르는 식물을 ‘헬스케어식물’로 분류하고 있다. 같은 종의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장기적인 효과는 비슷할 수 있으나, 목적은 건강(헬스케어식물)과 교감(반려식물)으로 분명히 나뉜다. 이형석 농업연구사는 “헬스케어식물이란 재배 과정에서 느끼는 환경 변화를 통해 소비자의 신체적·심리적 건강 유지와 증진을 도모하는 식물체를 말한다. 2021년부터 개념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건강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종에 따라서는 섭취함으로써 그 효과가 더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문이 들 수 있겠다. 먹는 작물은 반려식물이 될 수 없을까? (건강에 이로운) 공기정화식물은 반려식물로 두면 안 되나? 이 연구사는 “생각의 순서를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며 “가령 공기정화식물을 반려식물로 삼아도 되느냐보다 반려식물로 삼은 식물 중에 공기 정화 효과를 지닌 것도 있다는 식이다. 교감이 우선이지만 그 식물이 지닌 본연의 기능이나 특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효능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차적인 것이다. 다만 반려식물은 인문학적인 요소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따라서 반려식물을 고를 때는 객관적인 효과보다는 주관적인 효과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식물의 어떤 반응에 내가 교감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다. 이 연구사는 “어떤 식물이 공기 정화에 효과적이냐고 물어보면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반려식물을 추천하긴 어렵다. 개인마다 느끼는 교감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체로 생육 과정이 잘 보일 때 교감이 잘 형성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천차만별이다. 키가 빨리 자라는 걸 기준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잎이 많이 나고 무성해지는 것에 반응하는 이도 있고, 매일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통해 교감하려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누구나 좋아하고 유행하는 식물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특별히 여길 식물이 적합하다”고 했다. 반려식물과 더 오래 함께하려면 애지중지 교감하며 키운 반려식물이 시들거나 죽는다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다시 식물 들이는 일을 주저하게 만든다. 박신애 교수는 “식물 키우기를 꺼려하는 분들을 보면 대개 물주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꾸준히 잊지 않고 잘 주기도 어렵지만, 식물마다 필요한 물의 양이나 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농가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ICT(정보통신기술)와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식물 재배기나 관련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기술의 힘을 빌려 반려식물을 키우더라도 교감을 통한 긍정적 효과는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실패보다는 성공의 경험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농업연구사는 “주변에 식물을 권하면 ‘내가 키우면 다 죽더라’며 고사하는 이가 많다. 혼자서 감(感)에 의존해 키우는 경우에 그러하다. 식물이 좋아하는 빛과 물의 양을 때맞춰 제공하는 제품도 있고, 사진으로 병충해 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받으면 누구나 건강하게 반려식물을 키울 수 있다. 관리도 마찬가지지만 교감에 대해서도 크게 부담을 느낄 필요 없다. 식물은 꼭 적극적인 관심을 준다고 해서 잘 자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적절한 생육 환경을 만들어주고 때때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 2023-03-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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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 기술 혁명, 초보 농부도 베테랑으로
- ICT, AI, IoT, 로봇 및 자율주행 기술이 불러온 4차 산업혁명은 애그리테크(Agritech)에도 혁명의 바람을 일으켰다. 오랜 농사 경험을 빅데이터로 순식간에 얻고, 청년들의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신하며, 악천후에 직관적 판단은 AI가 내리는 등 초보 농부가 단숨에 베테랑 농부를 따라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농업 첨단기술은 농사의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자칫 귀촌이 노후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중장년에게 큰 조력자 역할을 한다. ◇ 인공지능 스마트 관개 시스템 초보 농부의 난관 중 하나는 논밭에 물 대기다. 대부분의 관개(灌漑) 작업은 정확한 데이터보다 농부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 기술을 세계 최초로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이 개발했다. 바로 ‘작물 수분 스트레스 진단 및 AI 기반 적정 수분 공급 기술’이다. ‘인공지능 스마트 관개 시스템’은 작물 재배 환경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시기에 적정량의 물을 공급해 작물의 생육을 촉진, 수확량 및 품질을 향상시킨다. 아울러 작물의 생체반응, 즉 엽온(葉溫)을 측정·분석해 스트레스까지 진단한다. 해당 시스템을 사과, 복숭아 재배에 적용했을 때 수확량(18~34%) 및 품질(8~64%) 향상, 물 사용량(25~31%) 및 물 관리 시간(95%) 절감 효과를 보였다. ◇ 농장 단위 맞춤형 기상·재해 예측 경보 서비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농업 분야의 기상·재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농진청에서는 농장 단위의 상세한 기상·재해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해 사전 알림 서비스를 시행한다. 이는 위치 기반 서비스 응용 사례 가운데 농업-기상-ICT 융합 실용화의 첫 사례다. 일반적인 기상청 예보의 경우 읍면 규모(5×5㎢)지만 농진청 농장 예보는 개별 농장(30×30㎡) 규모로 더욱 정밀하다. 해당 서비스는 기상 요소(기온, 강수량 등 11종), 농장 재해(가뭄, 저온해 등 15종) 정보 및 작물 30종(사과, 배 등)에 대한 생육 단계별 맞춤형 대책(사전·즉시·사후)을 알려준다. 2019년 기준 섬진강 수계의 24개 시·군을 대상으로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원하는 1만 549개 농가(1만 7624필지)를 대상으로 실시 중이다. ◇ 지능형 자율주행 무인 방제 로봇 농업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과 작업 편의성을 향상하려면 농작업의 자동화 및 로봇화가 필수다. 이에 과일나무의 형상을 인식해 과수에만 농약 살포가 가능한 지능형 방제 시스템과 자율주행 플랫폼을 융합해 과원용 방제 로봇을 개발했다. GPS 및 라이다(LiDAR, 레이저 펄스를 이용해 물체의 거리를 측정하고 이미지화하는 기술) 기반 자율주행 기술로 제초 작업, 병해충 방제, 수확을 대신하는 농업 로봇이다. 고역 작업인 농약 살포에 로봇을 활용함으로써 인력 대체 실현이 가능할뿐더러, 농약 사용 30% 절감 및 비용 절약 이점이 생긴다. 방제 로봇의 경우 지난해 현장 접목 연구를 통해 올해 시범 보급사업 및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와 더불어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는 디지털 사과 과수원 연구를 진행, 무인 자동 약제 살포 장치와 가지치기·꽃따기 기계에 대한 실증을 마쳤다. 기존 고속 분무기로 1㏊를 방제하려면 평균 3~4시간 걸리지만, 무인 자동 약제 살포 장치로는 20∼30분 만에 전면 방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으로도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 가지치기, 꽃따기, 잎 솎기 등 수작업으로 해오던 일도 이 기계를 이용하면 1㏊ 기준 300~500시간 이상 걸리던 작업을 8시간 만에 마칠 수 있다. ◇ 화분 매개용 디지털 벌통 지난해부터 이상기후로 인해 야생 화분 매개자(Pollinator)가 대거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채류의 67%가량은 꿀벌, 뒤영벌 등 화분 매개용 벌에 의존하는 형편이라 그 심각성이 커졌다. 이에 IoT 기술을 적용한 ‘화분 매개용 디지털 벌통’을 개발해냈다. 디지털 벌통은 벌통 내부의 온도, 습도, 탄산가스 농도를 모니터링해 자동으로 최적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벌통 입구에 이미지 프로세싱 및 딥러닝 기술을 접목한 카메라와 디지털 센서로 벌의 크기, 형태, 색깔을 학습시켜 실시간으로 벌의 활동량 측정·관리가 가능하다. 벌의 활동량이 떨어지거나 움직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농가에서 바로 건강한 벌로 교체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 대비 화분 매개 활동량을 2.3배, 작물 수정률을 1.2배 끌어올렸다. 최근 농촌 고령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노동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이 벌집에서 나갈 때 꽃가루를 자동으로 묻혀 나가는 ‘자동 꽃가루 부착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벌의 주광성과 정전기 힘을 이용한 것인데, 부착기를 설치한 벌통에 수정용 꽃가루를 넣기만 하면 된다. 벌이 사람 대신 직접 수분 작업을 해내며 노동력이 감소된다. 키위 농가의 경우 노동 비용은 70% 줄었고 생산량은 20% 이상 오르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 모바일 다목적 스마트 영상 물꼬 논에 물을 넣고 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기에, 고령의 초보 농부가 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논물 수위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물꼬를 여닫을 수 있는 스마트 영상 물꼬 시스템이 개발됐다. 스마트 영상 물꼬는 PTZ 카메라(Pan Tilt Zoom, 원격 회전, 줌 조정이 가능한 카메라) 및 수위 센서를 이용해 논물 양을 실시간으로 촬영, 분석한다. 농부는 논에 직접 가지 않고도 모바일 앱과 웹을 통해 물 조절뿐만 아니라 생육 및 수로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기록도 남아 빅데이터나 AI 모델에 적용하면 스마트한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저탄소 물 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확산돼 온실가스 감축 사업 지역 중 고양시 등 9개 지역에 영상 물꼬 설치·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 스마트 트랩 병해충 예찰 진단 시스템 해충 번식으로 인한 작물 피해가 속출하며, ICT 기반 병해충 예찰 무인 자동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온실에 발생한 해충을 유인하고 관련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확인하는 스마트 트랩(지능형 덫)이 전국에 보급됐다. 지난 5월 농진청은 경남 함안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에서 ‘스마트 트랩을 이용한 해충 자동 예찰 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스마트 트랩은 성 페로몬 및 LED(385㎚) 발광으로 해충을 유인, 이미지 분석 기술을 사용해 온실 내 병해충 방제 정보를 제공한다. 딥러닝을 활용한 나방류 이미지 분석 결과 및 스마트 온실 내 온·습도 진단, 방제 기술 정보 등을 모바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실시간으로 해충 진단 정보를 받아 빠르고 효과적으로 방제 여부를 결정, 해충으로 인한 작물 피해 최소화에 기여한다. ◇ AI 기반 농산물 시세 및 경락 정보 서비스 농식품 스타트업 ‘록야’는 AI 기반 농산물 시세 예측 시스템 ‘테란’(TERRAN), 작물별 생육 정보 분석·의사결정 서비스 ‘잘키움’, 노지 작물 재해 기상 정보 제공 서비스 ‘FWRM’ 등 신기술을 접목한 농사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빅데이터와 AI 전문가들이 공들여 만든 ‘테란’의 경우 농산물 가격 변동을 다각도로 분석해 표준화된 농산물 가격 정보를 내놓는다. 강원도의 경우 지자체 최초로 ‘테란’을 도입해 농산물 수급 및 출하 등 정책 수립에 활용할 방침이다. 권민수 록야 공동대표는 “귀촌 후 농사 초반에는 재배도 어렵지만, 애써 키운 농작물을 판매·유통하는 과정도 난항을 겪는다. 수요자에게 저렴하면서도 이윤이 남는 적정선이 얼마일지, 또 그 가격이 한 달 뒤에도 유효할지 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가격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분석해 생산자가 적합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디지털 농업 기술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권 대표는 주식 시장처럼 AI를 기반으로 농산물 시장의 가격을 표준화하고 농산물의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KAPI 지수’를 개발했다. 그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주 고객이지만, 일반 농업 생산자를 위한 보급형 앱 ‘테란 라이트’를 3개월에 6000원 선으로 저렴하게 내놓았다. 작물의 경락 정보를 분석한 AI 뉴스 및 경락 가격 그래프, 전문가 리포트 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초보 농사꾼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및 일러스트=농촌진흥청 제공]
- 2022-08-0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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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용실 기계가 멈추면 나도 멈춥니다, 장성미용실 신삼순 씨
- 엄청난 반전 혹은 거대한 진실과 마주한 느낌이었다. 수도 없이 오가던 길목이었지만 분명 미용실은 없었다. 옷가게, 카페, 떡볶이집, 구둣가게가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곳. 스마트폰이 가리키는 장소에 당도했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은 외국 나가서도 하지 않는 일을 끝내 하고 말았다. “혹시 장성미용실이…?” 길을 물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외국인 관광객 물결 속에서도 45년 한자리를 고목처럼 지키고 앉아 옛 손님을 기다리는 신삼순(64) 미용사를 만났다. 북적대는 핫 플레이스 옆 작은 미용실 사람 눈길 단번에 끄는 화려한 가게 숲 사이에 그 흔한 간판 하나 없는 미용실. 문을 열면 손님을 반기듯 석상과 화분이 놓인 좁은 복도가 펼쳐진다. 엘리스의 토끼 굴을 지나듯 그 길을 걸어 들어가면 과거로 이동한 듯 기분 묘한 미용실 안으로 인도된다. “저는 벌교 출신이에요. 간판만 없지 이름은 장성미용실입니다. 1960년대에 여기서 미용실 했던 분이 장성 분이셨어요. 제가 뭘 그렇게 쉽게 바꾸는 성격이 아니라 그 이름 그대로 썼습니다. 지금은 오실 분만 미용실에 오세요. 그러니 간판은 사실 필요가 없어요.(웃음)” 손님은 하루 한 명, 두 명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했다. “지금도 멀리서도 손님들이 오시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오시는 분이 더러 있어요. 근데 여기가 자리도 좁고. 딱 한 사람만 하고 가면 그거로 끝이에요. 그래서 한번은 ‘댁만 오세요. 뭐 친구까지 모시고 오고 그래요’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머리카락 자르고, 파마 말고, 중화제 발라서, 파마 풀고 머리카락 감기는 전 과정을 혼자 하니 힘도 제법 든다. 파마, 커트, 고데 세 가지만 고집하는 이유다. 파마도 구불구불, 바글바글 말아주면 제대로 고객이 만족하는 파마가 된단다. 단골들만 알아서 미용실을 찾아오니 손님 맞춤 머리 스타일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가격도 꽤 저렴하다. 파마 3만 원, 고데 2만 원. 서울 중심지 파마 가격이 싸도 너무 싸다. “따님들이 다른 미용실 가자고 해서 따라가 보면 가격만 비싸다고 하세요. 나이 잡수신 분들 그냥 빠글빠글 해드리면 되거든요.(웃음) 요즘 미용사들은 그걸 잘 못하잖아요. 또 파마가 오래가는 것도 싫어하고요. 다른 미용실 다녀온 손님들은 파마한 것 같지 않다고들 말씀하세요.” 가끔은 젊은 손님이 파마를 해달라고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그런데 젊은 사람은 정중히 거절한다. 머리숱도 많고 키도 크고 게다가 뭘 해달라는 요구사항이 많기도 많다. 벌교 처녀 서울 입성과 고마운 인연 어린 시절 신삼순 씨가 미용 기능사 자격증을 따게 된 데는 양복기술자였던 아버지의영향이 컸다. 앞으로는 기술 있는 사람이 대우받는 세상이라며 기술을 강조하신 덕분에 지금까지도 미용사 고수 소리 들으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자격증은 고향에서 땄어요. 초창기 몇 달은 벌교에서 일하다가 1974년도 열아홉 됐을 때 서울로 올라왔어요. 당시 중앙동에서 먼 친척 언니가 미용실을 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한 3개월 있다가 여기 왔어요.” 직업 소개를 미용 재료상이 하던 때였다. 마침 친척 언니 미용실을 오가던 상인이 지금의 장성미용실을 소개해줬고 길고 긴 인연으로 이어졌다. “여기 와서 굉장히 좋은 분을 만난 거죠. 그때도 종업원들이 적당히 일하면 나가게 하고 그랬는데 여기 사장님은 우리들을 끝까지 책임지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제가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했고요. 저희 부모님과는 19년 살았지만 그분과는 26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그런데 쉰아홉 한창 나이에 돌아가셨어요. 저에게 이 미용실을 거의 주다시피 했습니다. 굉장히 귀중한 인연이에요. 저는 늘 언니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언니가 1996년도에 돌아가시면서도 저더러 일 많이 하지 말라고, 몸 챙기며 살라고 유언하시고 떠났어요. 언니가 나를 너무 반듯하게 잘 키워줬어요. 이곳에서 줄곧 일할 수 있는 힘을 주셨고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 분, 한 분, 손님 친구 모십니다 긴 세월 같은 자리에서 스타일과 기분 한껏 살리는 머리 만지는 작업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덧 60대 중반이 됐다. 손님들 또한 긴 세월 함께 길을 걸어준 고마운 동반자다. 취재 갔던 날에는 30년 단골이라는 이준자 씨가 와서 파마를 하고 있었다. 머리 모양이 마음에 쏙 들어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맡기는 일 없이 장성미용실을 찾는다. 짧은 머리카락이라 한 달에 한 번은 찾는다는 이준자 씨는 함께 밥도 먹고 절에도 같이 가는 친구 사이다. “제일 나이 어린 손님이 50대, 주로 70대, 80대, 나이 많은 분은 내일모레 90. 우리 집에서 97세, 98세 어르신도 파마를 하셨죠. 두 분 다 작년, 재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새로운 손님을 만나기보다는 지금까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손님들 머리를 마지막까지 만져드릴 수만 있으면 하는 마음이다. “여기 오시는 분들이 돈이 없어서 이곳에 오는 거 아닙니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 가는 미용실에 가면 불편하잖아요.” 신삼순 씨는 파마를 할 때 맨손으로 머리카락을 로드에 마는 일이 많다. 그만큼 순하고 좋은 파마 약을 쓴다고. 매무새도 흐트러짐 없다. 단정하게 빗은 올림머리에 봉선화 꽃으로 물들인 손톱. 미장원 대표의 포스를 한껏 자랑한다. 이 모든 것이 오랫동안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이자 배려다. “하루에 한 분이 오시더라도 손님을 맞이할 때 긴장감이 있습니다. 아무리 오래된 손님이라도 말입니다. 파마를 해드릴 때는 정성이 들어가야죠. 오며 가며, 내가 여기 있으니까 지나다가 마음 편하게 들르십니다. 여기 이곳에서만 45년 세월인걸요.”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편안함을 유지하다니. 고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일 듯싶다. 우정으로 쌓여간 파마 시간 원래는 지금보다 꽤 공간이 넓은 미용실이었다. 10여 년 전 50세가 넘더니 몸에 이곳저곳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미용실을 접을 생각으로 매장을 세 줘버렸다. 일종의 정년퇴직이었다. “환갑 지나면 손을 놓아야지 했어요. 형제들도 못하게 했고요. 뭣 하러 그렇게 이 좁은 데서 일하느냐 해서 안 하려고 했더니 손님들이 자꾸 오고 또 지금 이 공간이 놀고 있으니까 주변에서 미용실을 다시 열라고 했어요. 그렇게 10년을 또 했네요.” 돈을 많이 벌 생각은 전혀 없다. 몇 안 되는 단골손님 머리를 책임지는 것이 1순위다. 겨울에는 가스비, 여름에는 에어컨 사용료만 좀 벌면 그걸로 끝이란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해야 돼. 왜냐하면 앞이 창창하니까. 50대까지는, 55세까지는 나도 열심히 했으니까.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는 열심히 살아야죠. 60대쯤 되면 욕심은 좀 내려놓고 그저 남한테 돈 안 빌리고 밥만 잘 먹고 살면 되잖아요.” 이 골동품상회 같은 미용실에는 지금도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는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구식 고데기에 파마 잘 나오게 도와주는 열 기계 장치, 파마 로드 등은 다른 미용실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옛것이다. 40여 년 전 물건 그대로이지만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다. “저거 고장 나면 나도 끝이여.(웃음)” 기계가 망가지면 그 무거운 것을 들고 전파상 즐비한 세운상가에 가서 고쳐오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오래된 기계를 수리해주던 기술자를 찾는 게 예전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웃으면서도 애잔함이 전해진다. “칠십이 될 때까지도 파마를 계속 말고 있을 거 같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때까지 이걸 붙들고 있겄어?(웃음) 아직 4년 남았네요. 손님도 많지 않고 그때 가봐서 생각해야지 않을까요?” 그때도 고운 모습 그대로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미용 고수 신삼순 씨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 2019-01-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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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소재, 이렇게 찾으세요!
- 이제 사진은 대중화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답게 보이는 장면이 있으면 스마트폰을 바로 꺼내 촬영을 망설이지 않는다. 반면에 사진을 취미로 막 시작했거나, 조금 배운 사람들은 무엇을 찍어야 할지 망설인다. 사진 소재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이다. 또 사진을 시작한 지 꽤 됐고 사진 찍기가 취미인 사람들도 촬영지에 가면 주변을 휙 둘러본 후 “찍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며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일쑤다. 하지만 피사체를 보는 마음과 시선을 달리하면 주변에 사진 소재가 널려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보기 나름’이란 말과 같이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그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눈높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위치를 달리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습관의 이면에는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의 속성이 있다. 그래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고 뭘 계획해도 작심삼일이 된다. 현재 상황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더 괜찮은 사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변화를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 자기 편한 대로 한다면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성장은 없다. 사진에도 마찬가지다. 사진 찍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다. 새로운 시선이나 마음으로 접근하면 주변에 찍을 거리, 즉 사진 소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상생활 중에 사진 소재를 발견해 촬영한다면 사진 작품을 위해 별도의 시간을 낼 필요가 없게 되어 귀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필자는 그런 방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사진작가나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서너 번은 다녀왔을, 해외도 간 적이 거의 없다. 해외 사진 촬영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할 여력이 없는 이유도 있지만, 일상에서 소재 찾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생활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침 산책길에서 만나는 풍광이나 물체가 곧 사진 소재다. 매일 다니는 같은 곳이어도 사계절에 따라, 아침저녁 시간대에 따라 다르다. 해가 맑게 뜨는 날과 흐린 날, 눈이 쌓인 모습과 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은 같은 길이어도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비가 내린 다음 날도 아침 풍경이 다르다. 줄곧 다니는 길도 시간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소재는 많다는 의미다. 주변의 소소한 것들이 모두 사진 소재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모습도 찍어보자. 눈이나 눈썹, 발가락이나 불거진 힘줄, 발등도 찍어보자. 앞의 사진은 이른 아침 창틀 사이로 비친 한 줄기 햇살이 너무 좋아 냉장고에서 사과 한 알을 꺼내 필자의 발 옆에 놓고 찍은 사진이다. 늘 함께 생활하는 가족과 자주 만나는 친구의 환하게 웃는 모습도 훌륭한 소재다. 일부러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도 좋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도 훌륭한 사진 소재가 된다. 그리고 집집마다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한두 개의 오래된 인형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찍어도 된다.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오토바이를, 기타를 좋아하면 기타를 사진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집 안에서 가꾸는 화분과 장식품도 소재가 된다. 바깥에서도 직장 주변의 오가는 길목에서 수없이 만나는 자연과 사람들, 바람에 흔들리는 민들레 홀씨, 서산에 걸려 있는 초승달과 하현달, 보름이 되면 창문 사이로 찾아드는 둥그런 보름달도 창틀을 액자로 해서 찍을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이러한 시선으로 다가가면 언제 어디에 있든 찍을 거리는 수없이 많다. 더불어 피사체를 바라보는 눈높이(사진 전문용어로 앵글)를 다양하게 해서 보면 피사체는 더 늘어난다.
- 2017-02-09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