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면 당일 저녁 혹은 다음날 새벽이면 문 앞에 신선한 재료들이 도착하는 시대다. 하지만 고령자가 많은 동네에서는 일본처럼 근거리에 식료품을 구매할 곳이 없는 ‘쇼핑 난민’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거주지 500m 이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경우를 조사하고 ‘장보기 약자’, ‘쇼핑 난민’을 정의해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쇼핑 난민은 800만 명을 넘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식품 사막’을 사회 문제로 정의하고 해당 지역 거주 주민을 위한 영양 관리 프로그램 실시, 해당 지역 신규 식품 창업자 세금 지원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식품 사막 현상, 쇼핑 난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로 젊은이가 없고 고령자가 많은 마을에서 슈퍼마켓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다.
전남 구례구 지천리의 한 마을에는 하나 남아있던 슈퍼마켓이 5년 전 문을 닫았다. 장을 보려면 차를 타고 20분 정도 나가거나, 하루에 몇 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이 마을은 온라인으로 신선식품 배송이 되지 않는 지역인 데다, 음식 배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식품 사막화 현상은 인구 감소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에는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식품점이 없어지면서 근거리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없는 지역이 발생했다.
경기도 포천의 한 마을은 가장 가까운 마트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려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다행히 지역 사정을 알게 된 한 대형 마트가 마을 40곳을 돌며 이동형 마트를 자처하고 있어, 이 마을에도 2주에 한 번 방문하는 것이 장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동네 슈퍼 뿐 아니라 대형 마트도 수가 감소하고 있다. 2019년 423개 점포에 달했던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2023년 396개로 줄었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는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주었지만, 동시에 근거리 슈퍼나 마트가 감소하는 계기도 됐다.
게다가 새벽 배송은 고령자에게 그림의 떡인 서비스다. 온라인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서비스 불가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당일 배송, 다음날 배송 등 빠른 배송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쿠팡의 로켓 배송, 로켓 프레시 등이 있는데 주문하고자 하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물류창고가 없으면 이용하기 어려운 서비스다. 로켓 프레시의 경우 지역에 따라 배송 가능한 품목도 천차만별로 나뉜다.
이렇게 신선 식품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장보기 취약 계층의 건강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장보기가 어렵다 보니 오래 보관 가능한 인스턴트 식품 섭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일본 등 해외 다른 국가들처럼 식품 사막 지역을 조사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처럼 신선 식품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의 건강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일본처럼 민관이 이동형 마트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식품 사막(food desert)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의미하는 말이다. 특히 채소, 과일, 우유 같은 신선 식품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이나 마트가 근처에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 용어는 1990년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어느 지역의 빈곤한 주민들이 신선 식품을 쉽게 구하지 못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에는 영국, 미국, 일본 등 고령화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 사용되면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쇼핑 난민(買い物難民)
식료품점이 멀리 떨어져 있어 이용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해 상점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의미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쇼핑 난민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소맥이 진리로 통하는 한국 주류 시장에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뛰어든 이대로 댄싱사이더 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그는 양조장에서 사이더라는 술을 만들지만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를 전파하고자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이대로 대표는 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냈다. 그의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보스턴에서 창업을 했다. 크래프트(수제) 사이더 브랜드 ‘다운이스트 사이더’다. 사이더는 사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사과의 달콤함, 탄산의 상쾌함, 높지 않은 알코올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10년 이후 전역에서 크래프트 사이더 붐이 일었고, 사이더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지금은 많은 이들이 즐기는 주류가 됐다. 친구들의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걸 보며 이 대표는 사이더 시장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사이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왜 한국에서는 아무도 만들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국내에는 ‘사이더’라는 주류 카테고리조차 없었죠. 사과와인을 만드는 분들은 있었지만, 사과 맛이 진하면서 청량감도 좋은 대중적인 사이더를 만드는 곳은 없었어요.”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금융권에서 일하면서도 이 대표는 사이더 시장에 계속 관심을 가졌다. 열정만 가지고 창업을 한 게 아니라 5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여 고민하고 시장을 조사했다. 2013년 즈음만 하더라도 다양한 주류 규제와 주세법 때문에 국내에서는 크래프트 주류 시장이 성장하기 어려웠다. 2016년 이후 수제 맥주에 대한 규제가 개선되면서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늘기 시작했다. 사이더가 우리나라에서도 통할 거라고 생각한 이 대표는 공동창업자 구성모 이사와 함께 2018년 충주에서 댄싱사이더를 창업했다.
사과 혁명을 꿈꾸다
이대로 대표는 소맥 위주의 우리나라 주류 시장에 애플사이더로 일으킬 ‘사과 혁명’을 꿈꿨다.
댄싱사이더 컴퍼니 직원들은 직함 대신 서로를 ‘선수’라고 부른다. 소비자는 ‘댄서’다. 이 대표는 선수가 만든 사이더의 매력에 댄서가 자신의 방식대로 춤추며 즐긴다는 의미를 ‘댄싱사이더’라는 회사 이름에 담았다. 그의 말처럼 사이더를 즐기는 데 정답은 없다. ‘Drink Different’라는 댄싱사이더의 슬로건처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유롭게 춤추며 즐기면 된다.
“춤이라는 장르는 정답이 없잖아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요. 경직된 회식 자리에서 소맥만 마시는 우리 술 문화를 외국의 파티 문화처럼 편하게 바꿔보고 싶었어요. 강압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시고 싶은 술을 내가 원하는 만큼 마시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죠.”
댄싱사이더의 양조장은 충북 충주에 있다. 충주는 사과가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물이 좋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원물의 퀄리티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충주에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사과 품종의 70%는 ‘부사’다. 해외에서는 디저트로 사용하는 사과로 그만큼 당도가 좋아 설탕이나 인공 재료를 넣지 않고도 사과 본연의 단맛을 구현할 수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나라 주세법상 사이더는 ‘과실주’에 속한다. 이 대표는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사과를 아끼지 않았다. 제일 처음 선보인 ‘스윗마마’와 ‘댄싱파파’는 330ml 한 병에 사과가 2개나 들어간다. 최근 새로 개발한 사과 증류주 ‘댄싱22’는 375ml인데 여기에는 7개의 사과가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농산물을 제품에 녹여내면서도 어떻게 하면 사이더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을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런 제품을 만들었다. 그는 댄싱사이더 제품이 해외의 사이더와는 다른 ‘한국적인’ 사이더라고 말한다.
“해외 사례를 많이 공부했고 탐방했어요. 우리나라에서 나는 사과와 농산물을 원물로 사용하는 우리만의 강점은 무엇일지 고민했죠. 해외의 맛을 그대로 낸다면 과연 한국의 맛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면서 국산 농산물 특징을 살리는 맛에 더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댄싱사이더의 8개 제품은 뉴욕, 미시간, 영국, 일본, 한국 등 5개 국제 사이더 품평회의 총 2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한국적인 사이더의 맛을 구현하고자 했기에 더 값진 결과다.
‘사업이 아니라 운동을 시작하라’
‘창업의 시대, 브루독 이야기’라는 책의 서두에 나오는 말이다. 사업을 시작하는 주된 목적이 돈이 아니라 회사를 대표하는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의미다. 이대로 대표는 “회사의 바이블 같은 책”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댄싱컴퍼니에 합류하는 모든 직원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
“재미있는 비즈니스 책이지만, 성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철학이 다 나와 있어요. 크래프트 주류 회사로서 이 책에서 말하는 기본과 반대로 간다면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죠.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한 이유는 우리 회사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니 참고해달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 점을 지적해달라는 마음이에요.”
브루독은 2010년 스코틀랜드에서 탄생한 수제 맥주 회사다. 2명이 설립한 회사지만, 크래프트 맥주계의 이단아로 불리며 580명의 직원을 이끄는 회사로 성장했다. 전 세계에 바를 열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 브루독의 사명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맥주 산업에 혁명을 일으키고 맥주 문화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이대로 대표는 이런 브루독의 철학이 말하는 ‘본질’과 ‘가치’에 공감한다. ‘한국적인 맛과 멋에 집중한 유일무이한 애플사이더 브랜드로서 대한민국 애플사이더 혁명을 일으키는 데 앞장선다’는 가치를 세우고 국내 사이더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한국에 없던 것이면서도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회사이기에 살아남기 위해 이익을 내야 하지만, 이익이 회사의 목적, 즉 존재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미션은 대한민국에서 사이더 고객을 계속 유치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주류를 생산하는 제조회사이기에 제품의 품질을 최고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저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댄싱사이더의 브랜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이대로 대표는 댄싱사이더의 양조팀이 발효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창업 후 3년은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앞만 보고 달리면서 재미있게 일했다. 창업 5년 차인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다. 외형적으로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은 댄싱사이더도 피해가지 못했다. 자생하는 힘을 키우고 싶어 투자를 받기보다 스스로 시장을 헤쳐온 그다. 매년 성장하다 창업 후 첫 고비를 겪고 있다. 이 대표는 “돌아보니 그동안 운과 타이밍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댄싱사이더는 소주나 맥주처럼 대중적인 주류를 만드는 회사가 아님에도 5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동안 외형적으로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밀도를 높여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댄싱사이더를 시작할 때 가진 목표, 꿈, 비전이 있는데,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결정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현재에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직원이 늘어나고 회사도 커지면서 무게감을 더욱 느끼고 있어요. 최근에는 처음으로 외부 투자도 받았습니다. 다음 단계로 올라서려면 질적인 성장 없이는 힘든 것 같아요.”
이 대표는 댄싱사이더의 가치를 실행하기 위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잘 다져둔 땅에 집짓기를 잘하려면 기초를 잘 올려야 하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고 생각한다. 국내 사이더 시장의 개척자로서 때로는 누군가 함께 경쟁하며 시장을 넓혀갔으면 싶을 때도 있지만, 그는 더 먼 미래를 보고 있다. 이 대표에게 금융권에서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는 없냐고 묻자 “젊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이 와닿는 시기”라는 답을 내놨다.
“지금 편하면 나중에 힘들고, 지금 힘들면 나중에 편하더라고요. 언제 힘들고 언제 편할 거냐의 문제 같아요. 국내외 성공 사례들을 보면 최소 10년은 걸리는 것 같아요. 지금 잘하고 있는 회사들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렸죠. 처음부터 장기전이라 생각하고 뛰어들었어요. 단지 가만히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린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미래 도약을 위해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상하이 란하이 골프클럽은 2020년 영국 골프 매체에서 선정한 ‘최고의 골프 코스 톱 100’ 평가에서 중국 1위, 아시아 5위, 세계 92위에 올랐다. 중국 골프장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100대 코스에 진입한 최고의 코스로 인정받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했으며, 2011년 링크스 코스, 2013년 포레스트 코스를 개장했다.
2016년 7월 중국 평안은행이 란하이 골프클럽을 인수한 후 링크스 코스는 호주 OCCM디자인사의 2년에 걸친 완벽한 개조를 통해 ‘양쯔 듄스’(Yangtze Dunes)로 바뀌었다. 3년 만의 방문에서 변모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업그레이드된 정통 스코틀랜드 링크스 타입으로 변모했다.
란하이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 2층과 3층에는 23개의 최고급 5성급 럭셔리 스위트룸을 갖추고 있어, 진정한 힐링과 휴식이 가능한 최고급 골프장이다. 객실 크기도 100㎥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다.
참고로 중국 상하이에서의 라운드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상하이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라운드 비용이 비싼 지역에 속하고, 대부분 코스가 회원제여서 회원 동반이 아니면 라운드가 거의 불가능하다. 라운드 비용은 회원 게스트의 경우 주중 1380위안(약 24만 원), 주말 1880위안(약 33만 원)이다.
양쯔강의 아름다운 경관 매력적
푸둥공항에서 65km 지점의 충밍도에 위치하며, 차량으로 50분 거리다. 충밍도는 타이완과 하이난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며, 양쯔강이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마지막 하류 지역이다.
양쯔강 밑으로 터널을 9km, 중간 작은 섬인 장흥도 6.5km, 다시 상하이 양쯔강대교를 10km 지난다. 재미있는 체험이었다. 상하이 육지에서 섬까지 25.5km를 지나는 것이다. 양쯔강은 총 길이가 6300km로 그 폭도 매우 넓다.
두 코스 모두 그린은 벤트 그래스를, 페어웨이는 버뮤다를 식재했다. 양쯔강 지류가 코스에 전체적으로 진입해 있으며 바다와 인접해 세찬 바람과의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
코스에서 강을 직접 접할 순 없으며 바람이 많다. 모든 폰드는 양쯔강 물이어서 깨끗하게 흐르고 있다. 라운드 중간에 매 9홀마다 과일과 음료를 제공한다. 겨울에는 생강차, 여름에는 녹두차를 제공하는 등 골퍼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2018년 재공사로 약점 사라져
양쯔 듄스(파72, 7484야드/6896야드) 코스는 2018년 리노베이션을 마친 후 중국 최고의 코스로 평가받고 있다. 개편 과정에서 그린을 개선하고 미적・전략적 관점에서 벙커링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원래 디자인의 약점을 극복했다. 여러 홀에서 양쯔강대교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끝없이 펼쳐지는 벙커들과 웨이스트 벙커들은 키 큰 식물인 파인 페스큐가 가득한 러프와 더불어 스펙터클한 장관을 연출한다. 9.5피트의 그린 스피드와 세차게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으로 도전적인 라운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모든 홀에서 1m를 넘어 2m에 가까운 언듈레이션과 엘리베이션이 심한 페어웨이, 플랫한 지면이 없는 큰 언듈레이션의 그린, 벙커 주변과 페어웨이 주변에 가득한 페스큐 그래스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경험을 선사한다.
4번 홀(파4, 418야드/359야드) 페어웨이 오른쪽 큰 폰드는 14번 홀 그린 뒤, 15번 홀 티 박스 뒤를 따라 양쯔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3번 홀과 마주 보는 6번 홀 사이의 큰 폰드와 4번 홀 페어웨이 오른쪽의 폰드가 유일한 물길이다. 티 박스가 가장 높다. 레귤러 티에서 바라보는 멋진 내리막 뷰가 환상적이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은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른쪽으로 멀리 양쯔강과 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12번 홀(파4, 432야드/423야드) 페어웨이 깊은 골의 티 샷 랜드(Tee Shots Land)를 잘 확인해야 한다. 티 샷이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오면 깊은 페어웨이와 높은 벙커가 방해해, 전략적인 공략이 절대 필요한 홀이다.
14번 홀(파3, 189야드/159야드)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11번 홀처럼 에덴 그린을 만난다. 그린 중간 이상을 보고 충분히 길게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볼은 그린 앞에서 그린 밖으로 흘러내릴 수 있다. 그린 앞에 놓인, 이 코스에서 가장 크고 깊은 3m 높이의 벙커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좋다. 벙커 안으로 내려가면 침목을 이용해야 한다. 그린 뒤 작은 지류가 15번 홀 티 박스 뒤를 거쳐 양쯔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18번 홀(파4, 486야드/440야드)을 마치는 시간에 해가 어스름하게 지고 있었다. 그린 위에서 돌아본 황금빛 태양에 반사된 페어웨이의 황홀경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
로버트 월딩거&마크 슐츠·비즈니스북스
85년간 행복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하버드대 성인 발달 연구팀 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결정적 요인은 재산도, 명예도, 학벌도 아니었다.
▪ 80에도 뇌가 늙지 않는 사람은 이렇게 합니다
니시 다케유키 · 위즈덤하우스
일본 최고의 뇌과학자는 사고·행동의 축적으로 뇌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일상에서 시도할 수 있는 두뇌가 건강해지는 방법을 소개한다.
▪ 한국의 금표
김희태 · 휴앤스토리
금표는 ‘행위의 금지를 표식’한 것으로, 왕실·산림·사찰 금표 등이 있다. 저자는 전국의 금표 총 78개를 다뤘으며, 금표에 담긴 시대상을 함께 읽어냈다.
▪ 야생의 식탁
모 와일드 · 부키
기후 위기와 자연 파괴로 식량 위기 걱정이 커지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연에서 채취와 야생식만으로 1년을 살아본 저자는 건강해진 후기를 전한다.
다가오는 성탄절. 추운 날씨 탓에 집에 머무르기로 했다면 크리스마스 소재 넷플릭스 영화를 보며 분위기를 만끽해보자.
크리스마스 캐슬(2021)
주연 브룩 쉴즈, 케리엘위스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한 스코틀랜드 성을 구입하려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한사코 성을 팔지 않겠다는 공작의 좌충우돌 로맨스.
크리스마스 연대기(2018)
주연 커트 러셀, 다비 캠프
한 남매가 만든 함정에 걸려 선물과 순록들을 잃은 산타. 크리스마스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험난한 모험이 펼쳐진다.
캐롤(2016)
주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1950년대 크리스마스 시즌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상류층 중년 여인과 사진작가 지망생의 금지된 사랑이야기.
크리스마스 추억속으로(2018)
주연 토리 앤더슨, 스티븐 후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벌어진 악재를 추스르려 고향에 간 주인공이 가족을 통해 관계와 마음을 회복하는 여정을 담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주연 한석규, 심은하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 주인공과 그를 향한 마음을 키워가는 여주인공의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과 이별을 그린다.
“즐겁고 행복한 성탄절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전체적으로 업앤드다운의 산지라고 볼 수 있으며, 그린 스피드 7.5로 빠르지 않지만 그린은 60% 정도로 기복이 약간 있다. 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고 주변에 물도 적지 않다. 연습장은 2층으로 각각 15개 타석, 큰 연습 그린이 있으며 벙커 연습장은 없다. 전체 240여 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을 소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놀이와 가족들의 휴양처로 많은 사람이 찾는다.
풀라이 스프링스(Pulai Springs, 27홀)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와 리조트를 갖춘 최고의 골프장이다. 당초 36홀이었다가 2016년 5월 27홀로 축소 변경되었다.
풀라이 스프링스를 구성하는 두 개의 축 중 풀라이(Pulai) 코스는 1997년에, 멜라나(Melana) 코스는 1993년에 개장했다. 방문한 시기에는 손님이 많지 않은 듯 그늘집이 닫혀 있었다. 말레이시아 골프장은 캐디를 거의 쓰지 않는게 특징이다. 이곳 풀라이 골프장도 전체 캐디는 8명이라고. 때문에 캐디를 원하는 타국 골퍼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 여기서는 노캐디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골퍼의 도전욕 자극하는 코스 구성
풀라이 코스(파72, 6819야드 / 레귤러 티 6366야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분명하며, 호수가 많아 산 지형과 호수형의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3번 홀(파4, 421야드) 길고 티 샷 시 앞의 페어웨이가 오른쪽으로만 보여 부담스럽다.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벙커와 숲이 계속되며 슬라이스면 위험하다. 긴 파4 홀로 그린 앞 좌우로 벙커가 하나씩 있어 투온 시 쉽지 않다. 그린이 길게 이어지며 뒤의 6번 홀과 그린을 공유한다.
9번 홀(파5, 525야드) 멋진 내리막 홀이다. 1번 홀은 오르막으로 오른쪽 페어웨이를 두고 나란히 있으며, 공교롭게 모두 파5 홀이다. 멀리 그린까지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페어웨이가 좁지는 않지만 페어웨이 좌측 벙커와 워터 해저드가 시각적인 범위를 좁혀 티 샷이 부담된다.
얼어붙게 만드는 티 박스의 경치
13번 홀(파3, 167야드) 감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운치 있는 티 박스라고 말할 수 있다. 티 박스가 물 위에 2/3쯤 둘러싸이고, 작은 돌들로 벽을 둘러 기품 있고 자연스러운 장면을 노출한다. 카트 길을 따라 오른쪽에 나란히 이어지며 카트 길 왼쪽도 큰 호수로 같이 이어져 18번 홀과 공유한다. 각각의 티 박스가 따로 물에 떠 있는 듯한 매우 독특한 모습이다. 그린 주변과 티 박스 주변은 코코넛 나무로 둘러싸인 남국의 정취, 그린 앞과 오른쪽은 12번 홀 호수와 공유, 그린 앞 오른쪽은 벙커가 있어 쉽지 않다. 유일하게 코코넛 나무들로 둘러싸인 멋스러운 홀이다.
18번 홀(파4, 398야드) 훅이 나면 물속으로 직행. 왼쪽으로 길고 넓은 물을 13번 홀과 멋지게 공유한다. 오르막이어서 최소 430야드 이상 봐야 하며 그린 앞 50야드에 벙커, 그린 바로 앞과 오른쪽으로 큰 벙커가 있어 투온은 거의 불가능하다. 포대형 그린으로 더욱 어렵다. 그린 뒤에 클럽하우스가 있다.
멜라나 아웃코스(파36, 3376야드)는 전장이 길고 페어웨이가 좁아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다. 티 박스는 3개이며 챔피언 티는 없다.
13번 홀(파4, 439야드) 샷이 길든 짧든 투온이든 스리온이든 장타자든 그렇지 않든 매 샷마다 해저드가 기다린다. 티 샷 시 티 박스 앞의 거친 러프가 위협적이다. 150야드 앞 물길이 가로지를 때까지 길진 않지만 위용이 만만치 않다. 물을 넘으면 페어웨이 오른쪽은 벙커가 기다리고, 왼쪽은 계속 물이 흐른다. 그린 앞 오른쪽은 60~100야드까지 벙커가, 그린 왼쪽으로는 벙커가 그린 뒤까지 이어지는 진퇴양난의 심란한 홀이다. 페어웨이는 매우 좁아 거리는 둘째치고 페어웨이 지키기도 힘들다. 그린을 홀아웃할 때까지 한시도 여유로운 적이 없는 힘든 홀이다. 이 물은 14-15-16번 홀로 계속 이어진다.
15번 홀(파5, 472야드) 드라이버 오른쪽은 벙커, 왼쪽으로 가면 세컨드 낙하 지점이 안 나온다. 200야드 지점부터 왼쪽에 길게 돌과 함께 물길이 그린 왼쪽을 지나 그린 뒤와 오른쪽까지 흐르고 많은 나무와 함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페어웨이는 10야드 내외 폭으로 거의 졸도하는 홀이다. 얌전하게 세컨드를 오른쪽으로 달래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S자 페어웨이.
18번 홀(파4, 410야드) 멀리 클럽하우스가 그린 뒤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린 140야드 지점에 층이 다른 페어웨이가 나와 단층을 이루는 듯한 멋진 뷰다. 계속 오르막이어서 실제로 440야드는 되어 보인다. 투온은 불가능하다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훌륭한 시설 덕분에 전 세계에서 많은 골퍼들이 이곳을 찾는다. 2006 시즌과 2007 시즌에는 아시안투어 Q스쿨이 개최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의 골프 명문 사교클럽 ‘세인트앤드루’가 발간한 ‘1999 & 2000 세계의 가장 멋진 골프 리조트 컬렉션’에서도 풀라이 스프링스를 세계 50대 골프 리조트 중 하나로 선정했을 만큼, 이곳은 조호르바루 최고의 골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지난 4일 개막해 한창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은 뜨거운 응원 속에 15일 현재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중장년층도 도전해볼만한 종목을 추천한다.
◇컬링 : 컬링은 해외에서도 따라하기 가장 쉬운 종목으로 꼽힌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기 때문. 운동신경이 둔한 사람도 30분만 기초자세를 배우면 컬링을 즐길 수 있다.
컬링은 16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했다. 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돌덩이를 미끄러뜨리며 즐기던 놀이에서 유래했다.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제18회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컬링은 길이 44.5m, 너비 4.75m 아이스링크 위에 표시된 '하우스'라는 원에 스톤을 밀어 넣는 경기다. 얼마나 원 중심 가까이에 스톤을 밀어 넣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경기는 10엔드로 구성되며 각 팀 선수들은 각 엔드마다 2번씩 스톤을 던진다. 하우스 중앙에 가까이 보낸 팀의 스톤 수대로 점수 부여가 된다.
컬링은 단순해 보이지만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릴 정도로 두뇌 싸움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이에 중장년에게 특히 좋은 이유는 치매 예방이 될 수 있으며, 스톤을 투구할 때 곧은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세 교정 효과가 있다.
더욱이 컬링 장비는 보통 대여받을 수 있고, 특별한 복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컬링 슈즈가 필요하기는 하지만(구입 비용 12~15만원), 비용이 부담된다면 운동화 위에 보조슬라이드를 착용하면 된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북유럽에서 유래 됐으며, 눈 덮인 지형을 스키와 폴을 사용해 이동하는 겨울 스포츠이다.
1967년 노르웨이에서 군인들이 '스키를 신고 설원 위를 달리는 대회'를 열면서 스포츠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제1회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크로스컨트리용 스키는 일반 스키와 종류가 다르다. 디자인이 더 날렵하고, 뒷꿈치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스키를 타는 방법은 클래식 주법과 프리스타일 주법이 있다.
클래식 주법은 평행을 이룬 상태에서 빠른 걸음을 걷는 것처럼 앞뒤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보통 기본인 클래식 주법을 배운다. 프리스타일 주법은 스케이팅을 하듯 V자로 스키를 벌리고 11자로 폴을 찍고 힘차게 밀며 나아가는 동작이다.
크러스컨트리 스키는 평지를 걷는 운동이고 속력이 빠른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이스하키 : 한국 선수들은 출전하지 않지만,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젊은 남성의 스포츠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연령층이 다양하다.
특히 중장년에게 아이스하키가 좋은 이유는 건강 증진에 좋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체중이 감량하고, 혈압이 정상 수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아이스하키는 팀당 2명의 골키퍼와 20명의 플레이어로 구성된 두 팀이 상대 골대에 퍽을 넣어 득점이 많은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출전하는 6명은 일반적으로 3명의 포워드, 2명의 디펜스, 1명의 골키퍼로 구성된다.
체력을 요구하는 아이스하키는 처음부터 잘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스케이팅을 하면서 스틱을 제대로 다루는 데까지만 3개월이 걸린다. 운동 신경이 부족하다면 4,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한 아이스하키는 운동 전 스트레칭은 필수이고, 중간 중간 휴식을 가져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 혹은 조부모 그림자는 평생 우리를 따라다닌다. 서양처럼 ‘누구누구 2세’ 혹은 ‘아무개 3세’ 하는 식으로 이름을 짓지 않아도 말이다. 특히 부모나 조부모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라면? 그 그림자는 훨씬 크고 무겁다. 부모나 조부모가 잘했으니 자식이나 손주도 당연히 잘할 것이라고 세상이 기대하기 때문이다. 자식이나 손주가 상당히 잘해도 때론 세상 사람들이 깎아내리기도 한다. 조상 덕을 본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물론 이렇게 평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질투하는 것이다. 조상이 주는, 아니 정확히는 세상이 주는 부담이나 시샘을 이겨내고 큰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큰 나무 밑에서는 다른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는 속담은 이런 경우를 말한 것일까?
무슨 말을 하려고 서론이 이렇게 기냐고? 토미 아머(Tommy Armour) 3세 얘기를 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 토미 아머 3세는 전설의 골퍼 토미 아머(별명 실버 스콧)의 손자다. 토미 아머가 누구냐고? 앗! 이 질문은 예상 못했다. 그의 이름을 딴 골프 용품이 있을 정도이니 골프를 모르는 독자들도 위상만큼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용품업체는 뱁새 김용준 프로와는 아직까지 인연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 아직까지는.
할아버지 토미 아머는 PGA 투어에서 25승을 거뒀다. 마스터즈를 제외한 3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한 골퍼로도 유명하다. 마스터즈까지 우승했다면 그랜드 슬램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토미 아머는 바비 존스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다. 그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갈 것이다.
손자 토미 아머 3세는 PGA 투어 챔피언스(시니어 투어)를 벌써 10년 넘게 뛰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젊은 시절 PGA 투어에서는 2승을 거뒀다. 아니, 너무 싱거운 얘기 아냐? 하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나도 기록을 찾아보고 나서야 알았다. 그가 엄청난 기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불과 얼마 전까지 ‘PGA 투어 72홀 최저타 기록’을 토미 아머 3세가 갖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72홀에 254타(26언더파). 이 기록은 그가 2003년에 PGA 발레로 텍사스 오픈 때 세운 것이다. 발레로 텍사스 오픈? 오랜 골프 팬이라면 들어봤을 것이다. 최경주 선수가 2라운드 때 선두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공동 7위를 기록한 대회다.
토미 아머 3세는 이 대회 때 첫날 ‘64타’, 이튿날 ‘62타’ 그리고 사흗날 ‘63타’를 기록했다. 마지막 날엔 ‘65타’를 쳤는데 이날은 보기가 두 개나 나왔다. 사흗날까지는 보기 없이 플레이를 하던 그였다. 역사에 남을 기록에 대한 부담이 보기로 이어졌을까? 할아버지 토미 아머가 세운 대기록과 나란히 할 만한 업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을까?
토미 아머 3세는 ‘티에이쓰리’(T.A.3)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 토미 아머의 별명에 3이라는 숫자를 더한 것이다. 할아버지의 후광이 너무 강했다. 큰 부상으로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하고 당시로서는 가장 비싼 레슨비를 받는 교습가로 변신한 할아버지 토미 아머. 그 거장이 손자에게 골프를 기초부터 탄탄하게 가르쳤을 것이라 지레짐작하기 쉽다. 나도 넘겨짚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토미 아머 3세는 1960년생이다. 할아버지인 토미 아머는 1968년에 세상을 떠났다. 여덟 살에 할아버지를 잃은 것이다. 그랬으니 시간당 50달러나 했다는 토미 아머의 레슨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겨우 시간당 50달러라고 얕보지 말기를. 1950년대 레슨비다. 지금으로 치면? 뱁새 김 프로 한 달 레슨비보다 더 많을 것 같다.
토미 아머 3세가 할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우지 못했을 거라고 짐작되는 부분이 또 있다. 둘의 스윙이 전혀 다른 점이다. 남아 있는 영상을 보면 토미 아머는 클래식컬한 스윙을 했다. 당연한 일이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자라고 그곳에서 골프의 거장이 된 토미 아머 아닌가? 그에 비해 손자 토미 아머 3세는 원 플레인 스윙을 한다. 둘은 그립을 잡는 방법부터 다르다. 토미 아머는 핑거 그립을 잡았다. 손가락으로 잡는 그립 말이다. 토미 아머 3세는 팜 그립을 잡는다. 손바닥으로 잡는 그립이다. 이 스윙으로 토미 아머 3세는 PGA에서 2승을 거뒀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기록을 세운 발레로 텍사스 오픈이다.
그는 이 기록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 할아버지의 명성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남기고 싶었던 걸까? 토미 아머 3세는 PGA 투어에 끝까지 도전했다. 성적을 내지 못해 투어에서 밀려 내려온 뒤에도 큐스쿨(투어에서 뛸 선수를 정하는 테스트)에 나갔다. 그가 마지막으로 PGA 큐스쿨에 나간 건 2012년. 그의 나이 만 52세 때였다. 당시 참가자 중 나이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마흔네 살에 프로 선발전에 합격해 프로 동기 90명 중 나이가 가장 많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졌다.
190cm에 육박하는 큰 키에 짧은 백스윙과 내던지는 듯한 팔로 스로우를 가진 토미 아머 3세. 그가 세운 72홀 역대 최저타 기록. 전설이 된 할아버지의 명성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대기록이다. 이 기록은 2017년 조던 스피스가 253타를 기록하면서 14년 만에 깨졌다. 나는 토미 아머 3세가 은퇴하기 전 챔피언스 투어에서 꼭 1승을 거두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부모나 조부모 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누군가의 도전도 응원하고 싶다.
김용준
한마디로 소개하면 ‘골프에 미친놈’이다. 서른여섯 살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독학으로 마흔네 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KPGA 경기위원으로, 골프채널코리아에서 골프 중계 해설을 맡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해 고령친화적 금융서비스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친화적 금융서비스의 발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후인 2030년에는 50세 이상 장노년 인구(2500만 명)가 50세 미만(15~49세) 청·중년 인구(2100만명)보다 많아져 금융회사의 주고객이 장·노년층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고령층이 하나의 고객군이지만 앞으로 금융서비스체계 자체가 고령자 중심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고령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이동점포와 방문금융서비스를 제안했다. 비대면금융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동점포는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우체국이나 상호금융과의 업무제휴 형태로도 가능하다. 지점 폐쇄가 많은 스코틀랜드에 22개, 잉글랜드에 14개의 이동지점을 운영하는 영국 은행 RBS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의 금융회사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가정에 직접 찾아가는 방문금융서비스를 일부 도입하고 있다.
보고서는 후견인제도와 디지털감시시스템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인지능력 저하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는 금융거래의 법적 책임 분쟁과 금융사기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후견인제도와 디지털감시 앱 등을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감시시스템은 고령자의 금융거래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해 알려주는 서비스다.
고령자를 위한 금융상품으로는 인출상품과 종합재산신탁을 제안했다. 고령자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은 크게 보유자산을 정기적으로 소득화하는 인출상품과 보유자산을 운용·관리하는 상품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산을 소득화하는 인출상품에 대한 관심이 낮아 인출상품의 혁신을 유도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고령자는 부동산·금융자산의 운용·관리뿐 아니라 잔여자산의 상속과 재산권 이전 등을 원하지만 이 같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은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재산권 이전 관련 신탁서비스(유언대용신탁·유언신탁·증여신탁 등)가 포함된 종합재산신탁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견인을 감시하는 신탁서비스는 고령자의 금융사기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고령자의 생물학적·경제적·행동주의적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금융서비스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계에서 정중헌(74)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은 현재까지도 대기자(大記者)로 불린다. 지금도 꾸준히 기사를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미술, 방송 분야 전문기자로 언론계와 문화계에 깊숙이 몸담아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에서 일하다가 60세되던 해인 2006년에 퇴사를 하고, 2007년에 서울예대 부총장으로 지냈습니다. 그때 공부를 더 하고 싶어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공연예술합동과정에 지원했습니다. 시간을 쪼개어 쓰며 ‘1970년대 한국 영화사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도 힘겹게(?) 받았지요. 2013년에는 부총장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인생에서 두 번째 은퇴를 했습니다. ”
66세 현역 은퇴. 자신의 노후만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은퇴하고 얼마 후 대학로의 한 극단과 함께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연극 축제입니다. 그때 경험이 한국생활연극협회를 만드는 큰 계기가 됐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토론하다 보니 생활문화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다. 그리고 생활문화란 생활인이 전문가처럼 할 수는 없어도 그렇게 해보는 것이라고 개념을 세웠다.
마침 생활연극과 관련해 인터넷을 찾으면서 공부하다보니 2014년에 이미 지역문화 진흥법이 발효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활문화’란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라고 2조 2항에 명시돼 있었다.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에 함께 다녀왔던 극단과 합심해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서 연극계에 입성했다. 한국생활연극협회를 만들고 쉼 없이 공연하고 시니어들을 위한 축제를 기획해온 정중헌 이사장은 큰 소망이 하나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생활연극인이 참여하는 ‘대한민국생활연극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전문 연극인들의 제일 큰 행사인 ‘대한민국연극제’처럼요. 서울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서울시민연극제’가 있기는 합니다. 저는 연극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인접 예술도 같이하는 놀이 형식의 축제를 했으면 합니다. 작게라도 1회 행사를 할까도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힘겹게 생활연극협회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알려왔으니 ‘대한민국생활연극제’라는 명칭을 고수하고 싶어요. 그런데 전국 규모의 문화 축제를 작은 단체가 여는 것은 무리입니다. 공연예술을 좋아하는 시니어의 멋진 인생을 응원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