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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시대의 체력단련법
-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겠다는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발표되면서 개인의 행동이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틈틈이 즐겨 찾던 헬스장과 테니스장도 문을 닫았다. 아니 모든 체육시설이 문을 닫았다. 9시 지나면 밥 먹을 곳도 마땅히 없다. 꼼짝달싹 못하게 울타리에 갇힌 기분이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일상사의 지루함을 피해 한강변에 돗자리를 들고 모여든다고 방송에 소개되었다. 문제는 마스크도 제대로 안 하고 옹기종기 모여 먹을거리를 먹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예방의 한 축인 면역력을 높이려면 운동이 필수라는 걸 아는데 딱히 운동할 곳이 없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충실히 따르면서 운동하려면 사람들이 없고 맑은 공기와 햇볕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데를 찾아야 한다. 그런 곳에서 등산도 하고 걷기를 할 수 있으면 딱이다. 걸을 때는 혼자 걷기보다는 두 세 명이 함께하면 좋다. 서로에게 동기부여도 되고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해도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 얼마 전부터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네 친구 두 명과 ‘서울둘레길’ 157km을 함께 완주해보자며 의기투합해 실천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9시에 출발지에서 만나 10km 정도 걷는 것으로 대략적인 얼개를 짰다. 이미 몇 개 코스는 실천했다. ‘서울둘레길’은 총 8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시니어에게는 하루에 한 구간 걷기가 벅차다. 한 구간을 다시 세분해 각자 체력에 맞게 걸으면 된다. 주로 지하철을 이용해 접근하므로 지하철역을 기점으로 구분해 걷는다. 지난주에는 제7코스 첫 번째 구간인 가양역에서 출발해 증산역까지 7.7km를 걸었다. 오늘은 제7코스 두 번째 구간인 증산역에서 출발해 봉산(209m)과 앵봉산(235m)을 넘어 구파발역까지 갔다. 총 9.3km다. 중간에 앵봉산이 있어 힘든 구간이다. 안내도는 예상시간을 4시간 20분으로 잡고 있다. 이번 코스는 여성분 한 명이 우리 모임에 참가해 천천히 걷기로 했다. 계절의 변화는 정확하다. 불과 일주일 차이인데 8월과 9월의 날씨가 다르다. 바람이 선선해져서 반바지를 입었던 사람도 오늘은 전부 긴바지를 입고 왔다. 지나는 길에 있는 증산체육공원이 보였다. 평상시라면 족구하는 사람들로 붐볐을 텐데 ‘출입금지’라는 표찰이 붙어 있다. ‘코로나19’의 위력이 산 중턱 야외 체육시설까지 미쳤다. 산행 중에 말을 하면 숨이 가쁘다.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는 게 좋다. 과욕하지 않는 시니어의 산행 기본이다. 역시 폐활량이 좋은 젊은이들은 걷는 속도가 빠르다. 빠른 걸음으로 잽싸게 치고 올라오는 젊은이에게 길을 비켜줬다. 빠르게 걷는 사람도 있고 좀 느리게 걷는 사람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거리두기 2m가 유지된다. 잠깐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는 먹을거리가 필요하다. 고구마, 감자, 토마토, 커피 등 각자 준비해온 음식물을 조금씩 먹는다. ‘코로나19’ 사태로 먹을거리를 푸짐하게 싸와 야유회 온 것처럼 즐기던 모습도 사라졌다. 이 또한 변화라면 변화다. 옛날에 나라가 위급할 때 봉홧불을 올리던 산을 올랐다. 209m의 봉산이다. 두 개의 봉수대가 등산객을 반겼다. 생각보다는 작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앞으로 나아가자 서오릉고개의 ‘숲속무대’가 보였다. 세 사람이 거리를 두고 악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이다. 음정과 박자가 다소 불안했지만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연주자들은 고맙다며 인사를 하곤 칭찬에 고무되었는지 더 큰 소리를 내며 연주를 했다. 길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와 산책을 하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사람을 물지 않는 개는 절대 없다”고 방송에서 개 전문가가 말했음에도 실천이 안 되고 있다. 개를 밖에 데리고 나올 때는 입마개를 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를 잘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서오릉고개에 차도를 가로지르는 녹지연결로가 있다. 동물들의 통로도 되고 사람들이 도로를 건너는 위험도 없앴다. 여기에 작은 북카페가 있다. 많지 않은 책이지만 가득하다. 산속 도서관이다.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있고 아름다운 시들이 눈길을 끈다. 이제부터 앵봉산(235m)을 넘어야 한다. 계단으로 이어진 길이 가파르다. 숨이 찬다. 숨이 목에 차서 깔딱거린다는 깔딱 고개가 맞다. 같이 간 여성분이 더 이상 못 걷겠다고 드러눕는다. “이제 다 왔다. 요기만 올라가면 끝이다”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쉬엄쉬엄 올랐다. 꾀꼬리가 많아 앵봉산이라 이름을 지었다는데 꾀꼬리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앵봉산 주위에는 군사용 벙커가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관리가 잘 되었겠지만 남북화해 시대가 되면서 관리를 하지 않아 거의 폐허가 된 분위기에 흔적만 남아 있다. 그렇게 역사는 흐른다. 영원한 적도 없고 친구도 없다. 앵봉산을 넘으면 내리막길이다. 구파발역까지 무사히 도착해서 보니 점심시간이 훨씬 넘은 오후 2시였다, 무려 5시간이나 걸었다. 구파발역 주위에는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연신내역으로 갔다. 체력이 고갈되어 힘들어했던 여성분이 맛집을 안내했다. 음식이 맛있고 푸짐했다. 걷기를 포기하려 했던 여성분은 찬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브라보를 외치며 맥주 한 잔씩 하고 하루의 일정을 마쳤다.
- 2020-09-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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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서울을 말할 수 있다
- 서울에 몇 십 년을 산 서울사람이라도 정작 남산 팔각정에 못 가본 사람들이 많다. 63빌딩도 그렇고 창경원도 그렇다. 오히려 외국 관광객들이나 지방 사람들이 서울에 오면 가보는 곳이다. 서울 사람들은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히 갈 일도 없다. 그렇다고 서울이 남산 팔각정이나 63빌딩이 서울을 대표하거나 전부는 아니다. 서울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대충 알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속속들이 아는 편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필자는 이제는 서울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회원들과 함께 1년 반 동안 매주 한 차례, 3시간 씩 걸어 60개 코스를 완주했다는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60개 코스란 서울시에서 만들어 놓은 서울둘레길 22개 코스, 한양도성길 4개 코스를 중심으로 나머지는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코스를 짰다. 그래서 도심 옛길 11개 코스, 대공원길 7개 코스, 한강 물길 6개 코스, 지하철 따라 걷기 10개 코스를 개발했다. 그래서 60개 코스인 것이다. 60개 코스 안에는 산도 있고 도심 길도 있다. 대공원처럼 힐링이 되는 코스도 있고 역사 길도 있다. 서울의 중심에 한강이 자리 잡고 있어서 한강 물길도 있다. 인원과 시간, 참가하는 사람들의 나이나 체력 등을 감안할 때, 가장 적당한 산행 코스가 어디냐고 물으면 바로 답할 수 있게 되었다. 초보 레벨이라면 독립문역 뒤의 안산을 추천할 수 있고, 중급 수준이라면 구파발역에서 출발하여 월드컵 공원으로 걷는 앵봉산 코스를 추천하는 식이다. 가장 독창적인 코스는 지하철 노선 따라 걷기였다. 평소에는 지하로만 다니다 보니 지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나다녔더라도 차를 타고 지나쳤기 때문에 겉만 본 셈이다. 그러나 걷기를 하게 되면 골목까지 속속들이 보게 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도 걷기가 아니면 일부러 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코스에 있으면 들어가 볼 수 있는 덤이 있다. 입장료가 있다 하여 겉만 보고 돌아서는 경우도 있는데 되도록 입장료를 내더라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언제 다시 보러 갈 것인가. 걷기는 시니어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이다. 거의 평지를 걷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어쩌다 참여한 운동 부족인 사람들은 3시간 걷기도 부담되는 모양이었다. 1만5천보에서 2만보 정도를 걷는데다 남자들은 걷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걷기운동은 가장 저렴한 운동 방식이다.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고 걷기를 마친 후에 1만원 수준으로 식사와 막걸리 정도를 즐길 수 있다. 도심을 걸을 때 간혹 워킹화 대신 캐주얼 신발을 신고 오는 여성들이 있다. 멋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걷기도 3시간이나 걷는 운동이기 때문에 반드시 워킹화나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으상도 그에 맞게 입어야 한다. 서울은 아름다운 도시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가 봤지만, 서울도 자랑할 만한 도시이다. 교통도 편리하고 안전하다. 몇 달 후 다시 가보면 또 새로운 건물이 들어 서 있을 정도로 역동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 2016-10-14 0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