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9월을 맞아 지역별 가을 축제와 함께 다채로운 체험 부스를 곳곳에서 운영한다. 휴양림 인근 9월 행사와 더불어 시니어 전용 우선예약 추첨 가능한 휴양림 목록을 정리해봤다.
경기도 양평군 국립아세안자연휴양림은 아세안 10개국 전통가옥을 주제로 조성된 휴양림으로, 이국적인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휴양림 주변에서는 9월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간 ‘2023 양주 천일홍 축제’를 벌일 예정이다. 대규모의 천일홍 군락지 외에도 핑크뮬리, 댑싸리, 가우리 등 50여 종 꽃들의 향연이 기대된다. 행사기간 국립아세안자연휴양림에서는 베트남 전통 장난감 ‘쭈온쭈온’ 만들기 체험과 아세안 10개국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홍삼 특구로 알려진 전라북도 진안군에서는 9월 22일부터 9월 24일까지 마이산 북부 일원(마이돈테마공원)에서 ‘2023 진안홍삼 축제’가 진행된다. 행사 기간 내 국립운장산자연휴양림에서는 노약자 대상 숲나들e 예약 방법 안내와 휴양림 소개, 산림문화 프로그램 홍보하고, 국민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규제혁신 현장지원센터를 운영한다.
2019년 4월 무의대교 개통으로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아진 무의도 국립무의도자연휴양림에서는 지역 상생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한 갯벌 체험행사를 마련한다. 9월 2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약 1개월간 진행되며, 포내어촌체험마을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휴양림 이용고객들은 갯벌 체험 할인권(30%)을 받아볼 수 있다.
휴양림 방문을 희망한다면 ‘숲나들e’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신청해야 한다. 인기기 많은 곳은 금세 예약이 차기 때문에 관심 가는 곳이 있다면 서두르는 편이 좋다. 휴양림 중에는 65세 이상 시니어(실버)를 대상으로 우선예약 추첨제를 진행하는 곳들도 있다. 실버전용 우선예약 추첨제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상 나이가 만 65세 이상이라야 한다. 매달 4일 오전 9시부터 8일 오후 6시까지, 실버전용 전화번호(1800-9448)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당첨자는 매달 당첨자 발표 매달 13일 오전 10시 숲나들e 공지사항 및 알림톡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최근에 ‘도시 버리기: 로컬 이주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번역한 책을 출판했다. 원본은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귀촌하면서 쓴 ‘도쿄 버리기: 코로나 이주의 실제’인데, 우리나라 사정에 맞춰 제목을 ‘도시 버리기’로 정했
모두가 도시와 아파트, 화려한 조명 속으로 돌진하는 현실에서 생뚱맞게 ‘도시 버리기’가 웬 말이냐 할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그래, 복잡한 도시에서 살 만큼 살았다. 이제 숨 좀 편히 쉬고 산 좋고 물 좋은 데서 속 편히 살아보자’라며 공감할 수도 있다.
꿋꿋하게 도시 생활을 고수하는 것이 익숙한 삶의 방식이라면, 도시 버리기를 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낯선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바로 그 선택을 보통은 귀농·귀촌이라고 부른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귀농·귀어촌이라고도 부른다. 그 연원을 따져보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오래전의 1세대 귀농·귀촌은 정년퇴임 후 퇴직금을 두둑이 챙겨서 그림 같은 집을 짓는 방식이 대세였다.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그렇게 살 수도 있구나’ 하고 여기곤 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지역에 갈 때마다 지역의 오래된 거주 형태와 다른 화려한 집들이 농촌 구석구석까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주민들은 꼭 덧붙여 말한다. 그들의 귀향은 귀농이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귀촌’이라고.
지금의 40~50대인 2세대 귀농·귀촌은 이른바 지역 활동처럼 목적성이 강한 활동을 지향하며 이루어졌다. 초고령화시대에 아직도 지역에서 막내 역할을 하는 이들은 활발히 지역 활동을 하며 새롭게 지역으로 들어오는 3세대 귀농·귀촌자들의 멘토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갈 후속 세대가 부족하다는 난제를 고민하고 있다.
3세대 귀농·귀촌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현상으로 주로 30대 중후반, 즉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능동적으로 퇴사한 후 얼마 안 되는 퇴직금으로 도시를 이탈한다. IMF나 글로벌 경제위기, 그리고 팬데믹 위기 후에 그 흐름이 더 거세지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3세대가 굳건하게 귀농·귀촌에 성공했는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그들의 행태가 반드시 귀농·귀촌이 아닐 수도 있다. 도시를 떠나는 것은 맞지만 모두가 시골로 가거나 농사짓기 위해 이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귀농·귀촌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도시 버리기’는 정리해고, 불안한 일자리, 비싼 주거비, 층간소음, 부족한 놀이터 등 육아 부담, 그리고 (일본의 경우) 지진과 방사능 위험 때문에 도시 이탈 현상이 점점 늘고 있으며, 여기에 팬데믹 위기까지 가해져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서 살고 싶어 한다고 분석한다. 수도권 거주 젊은이의 40%가 지방 이주에 관심 있다는 통계도 제시한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도시 인구 분산을 독려하는 지원금, 인구도 늘리고 주민세도 늘리려는 지자체의 지원금, 회사에서 지급하는 교통비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의 이탈을 촉진한다. 그렇다고 완전 동떨어진 전원 지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수도권과 어느 정도 연결된, 이를테면 기차로 2시간 이내에 있는 거리를 선호하고, 역세권보다는 집 크기를 따져 이주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살인적인 도시의 집값 때문에 더 나은 주거 조건을 따지는 것이다.
도시 이탈자들의 귀농·귀촌 생활은 어떨까. 우선 경제적으로 극적인 비용 절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도시 버리기’에서는 인프라 시설, 열악한 인터넷 속도뿐만 아니라 차량 유지비(지역의 교통 상황 때문에 차량 소유는 필수), 난방비, 가스비, 수도세, 전기요금까지 어느 것 하나 그다지 싼 편은 아니라고 말한다.
재미 삼아 요즘 유행하는 AI 서비스에 ‘귀농·귀촌 생활비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항목별로 산출한 금액이 1인당 족히 100만 원이 넘게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고려사항은 일거리다. 귀농·귀촌의 연령이 점점 젊어지는 만큼 경제생활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최근에는 농업만으로 소득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농반X(半農半X)¹), 즉 농사를 지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새로운 귀농·귀촌 생활의 장점도 많다. 여유롭게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고, 일거리가 없다 해도 막상 찾아보면 할 수 있는 일도 꽤 되며, 운이 좋으면 인심 좋은 이웃을 만나 사람 사는 따뜻한 정도 느낄 수 있다. 지역마다 속속 설치되고 있는 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지역살이를 체험하면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보를 찾아볼 곳이 부족하고, 마음에 드는 정보를 찾기도 어렵다. 공간도 찾기 어렵고, 주민과 소통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의 빈집뱅크 같은 정보 플랫폼도 없다 보니 알음알음 현지 주민들을 통해 집을 구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한 달 살기와 워케이션보다는 사계절을 겪어봐야 안심하고 이주할 수 있는 등 새로운 대안을 선택하려면 (도시에서의 단순 이주와 다른) 훨씬 강도 높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는 소통과 공존이다. 새롭게 이주하는 사람과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주민 간의 갈등이 만만치 않다. 서로 처음 경험하는 상황 속에서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
집도 필요하고 돈도 벌면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봐야 할 것은 이웃과 같이 사는 방식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정부의 귀농·귀촌 지원에서는 이런 부분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을까.
1) 일본의 생태운동가 시오미 나오키가 1990년대 중반부터 주창한 생활 방식. 농업으로 가족이 먹을 음식을 충당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생활 양식을 말한다.
귀농·귀촌을 꿈꾸지만 막막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특히 평생을 도시에서 살아왔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 귀농·귀촌 인구 증진에 힘쓰고 있다. 다만,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 지정 교육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10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귀농, 귀산촌, 귀어로 세분화해서 자세히 살펴봤다.
정부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인구가 농가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귀농·영농 교육 100시간 이수’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농지와 농가주택 마련 방법, 작물 재배 방법, 판매와 홍보 방법 등을 배운다. 귀농·귀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귀농과 귀촌, 뭐가 달라?
귀농 농어촌으로 이주해 농·어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것.
귀촌 농·어업을 직업으로 삼지 않고 전원생활 등을 이유로 농어촌으로 이주하는 것.
귀농·영농 교육 100시간 채우기
농림축산식품부(농정원 포함), 농촌진흥청, 산림청 및 지자체가 주관 또는 위탁하는 귀농·영농 교육을 100시간 이상 이수하면 된다. 단,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주관하는 농업교육포털(www.agriedu.net)에 등록된 교육 이수와 수료증만 인정받을 수 있다.
때문에 귀농·귀촌을 희망한다면 농업교육포털 가입과 이용은 필수다. 온·오프라인 교육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온라인 교육은 참여 시간의 50% 범위만 인정해주며, 최대 40시간만 인정된다는 점이다.
즉 온라인 교육으로 최대 40시간을 인정받으려면 80시간 이상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오프라인 교육을 60시간 이상 들어야 100시간을 채울 수 있다.
정부의 자금 지원은?
각 지자체에서는 100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했는지, 농지원부·농업경영체에 등록된 주 경작자인지, 생산물에 대한 증빙자료를 갖췄는지, 경작 규모가 기준 이상인지 등의 조건을 충족한 경우 자금을 지급한다.
대표적인 혜택은 농업 창업자금과 주택 구입자금 지원이다. 농업 창업자금은 대출 한도 3억 원 이내에서, 주택 구입자금은 7500만 원 이내에서 가능하다. 대출 금리는 연 2% 고정 또는 변동금리이며, 대출 기간은 15년 만기다.
농업 창업자금은 농지 구입, 온실·하우스·저장 시설 설치 및 구입, 농기계 구입, 농식품 가공시설 설치, 축사 구입 등을 지원한다. 주택 구입자금은 주거 전용면적 150㎡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지자체마다 귀농·귀촌지원센터, 아카데미 등이 있을 정도로 귀농과 관련된 교육 과정은 많고 다양하다. 그중에서 시니어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교육 과정을 꼽아봤다.
귀농·귀촌 맞춤형 교육
전직 창업농 교육은 40·50세대를 대상으로 하며, 농업인으로서 삶과 변화 관리, 농산물 유통 전략, 농촌에서의 가족 생활 등에 대해 배운다. 은퇴 창업농은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농촌에서의 보건의료, 자산관리와 재테크 등을 배울 수 있다.
농업 일자리 체험 교육
농업·농촌 이론 교육 5일, 농작업 실습 교육 5일로 구성되며, 총 80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서울,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등 지자체마다 교육이 진행 중이다. 교육비는 국비 100%로 무료다.
지자체 귀농학교
봉화비나리귀농학교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학교다. 봉화의 주요 농산물인 사과, 고추, 수박 등에 대한 농사 기술과 현장실습 위주로 교육이 진행된다. 5박 6일 과정이며, 60시간 인정된다. 현재 8월, 9월, 10월 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창녕생태귀농학교 매년 200명의 수강생이 거쳐가는 곳이다. 8월 26일부터 10월 28일까지 9주 동안 100시간의 교육이 진행된다. 귀농 선배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농장 견학과 체험을 할 수 있다.
임업(林業) 관련 일을 하는 귀산촌은 귀농 안에 속하고, 농업교육포털에도 교육 과정이 등록돼 있다. 다만 귀농은 농업진흥청이, 귀산촌은 산림청이 주무 관청이자 지원기관이다.
귀산촌은 행정적으로 산림기본법상 산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산림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산림 관련 커뮤니티 활동이나 생활·생업을 위해 산촌으로 이주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 전원생활, 나무·열매·버섯류·산나물류·약초류 등의 임산물 재배, 산촌 유학, 체험농장 운영, 농·임산물 유통 등의 일을 한다.
임업후계자 교육
임업후계자 교육은 예비 귀산촌인을 위한 대표적인 교육이다. 임업후계자란 임업의 계승·발전을 위해 임업을 영위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산림청 소속 기관인 산림교육원과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받을 수 있다.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청과 함께 귀산촌 교육을 기획·운영하는 곳으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귀산촌 아카데미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무료 공개 강좌로 귀산촌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 더불어 산양삼과 산나물 재배기술 과정도 진행한다.
경남귀산촌학교 퇴직 후 제2의 삶을 찾는 사람,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 귀산촌 정착에 관련한 교육·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농장디자인 과정, 산림경영 과정 비대면 교육도 있으며, 6월에는 야생화 소득증대 과정 교육이 열린다.
귀어업인은 농어촌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어업인이 되기 위해 농어촌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을 의미한다.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어촌어항공단이 귀어귀촌종합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지자체마다 귀어귀촌지원센터가 있다.
어촌에서 어업, 양식업을 희망하는 이들은 3단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먼저 이론 교육을 받고, 이어 단기 기술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어업, 양식업 분야 현장견학 및 체험 위주의 단기 기술 교육으로 창업 업종을 선택하기 전 다양한 어업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그 다음에는 장기 실습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어촌에 임시로 거주하며 어업, 양식업 기술 등을 배우는 교육이다. 귀어학교를 통해 교육받을 수 있다.
귀어학교
이론부터 실습, 어업 소득 기반 실현을 위한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는 장기 실습 교육기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귀어학교는 경상남도 귀어학교로, 2018년부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인천시에서 8번째 귀어학교가 개교한다.
인천시 귀어학교 2023년 하반기에 문을 열 예정으로, 연간 80여 명의 수산 전문 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어업과 양식업을 포함해 어촌 관광·서비스업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어촌체험휴양마을
본격적으로 귀어업인이 되고자 마음먹기 전,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찾는다면 어촌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 어촌체험휴양마을은 어업 체험을 중심으로 어촌 자연환경과 생활문화 등을 연계해 관광 기반시설을 조성한 곳이다. 현재 전국 121곳의 어촌마을이 체험휴양마을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남해 문항어촌체험마을 우럭조개잡이, 쏙잡이, 개막이 체험, 자연산 돌굴까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직접 잡은 해산물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재미를 더한다.
울산 주전어촌체험마을 육지에서 유일하게 30년 이상의 베테랑 해녀 선생님들로부터 물질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해녀 밥상 체험도 가능하다. 또한 스킨스쿠버, 투명카누도 즐길 수 있다.
귀어 전 주유소를 경영했던 김문호 씨는 지속된 재정난으로 생계에 타격을 받자 도시 생활에 지쳐갔다. 그때 김 씨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궁평항의 어촌계장. 인근 주말농장을 오가다 만난 인연이었다. 어촌계장을 따라 궁평항에 발을 들인 것은 2012년. 넓은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다 보니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재밌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뒤로 매주 궁평항 주민분들께 눈도장을 찍었죠.”
김 씨가 귀어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봉사’다. 처음 3년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돕고, 도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먼저 나섰다. 수익 사업보다 주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서다. “처음 궁평항에 왔을 때는 어촌계장님 이외에 마을 주민분들과 교류가 없었어요. 이방인이라고 생각하신 거죠. 폐허처럼 버려져있던 공간을 보수하고, 마을에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어느새 어르신들이 제게 말을 걸기 시작하셨어요.”
2015년 본격적으로 궁평항에 자리 잡은 뒤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궁리하던 차에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마을에 왜 체험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체험 분야를 발전시켜보고 싶은 마음에 어촌계장과 의논한 후 호기롭게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맡아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하나둘 늘리다 보니 자잘하게 투자할 일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 5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허탈하기도 했죠. 수입은 하나도 없는데 일은 계속 늘어나고,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그래도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고, 마을에 애정을 품으니 버틸 수 있었죠.”
궁평항과 인연을 맺은 지 10년, 김문호 씨는 인내를 갖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몸이 지치고 힘들기도 했지만, 돈벌이부터 생각했다면 지금까지 오기 힘들었을 거예요. 직장 다니면서 여러 외압을 받느니 주민분들과 도란도란 어울려 사는 게 더 좋기도 하고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트보트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에요. 힘쓴 만큼 마을이 더 유명해져서 관광객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귀농’은 익숙하지만 ‘귀어’는 생소할 수 있다. 더불어 귀어를 하면 어부가 된다고만 생각하는 도시 사람들이 적지 않다. 편견과 달리 어촌 관광과 해양 레저 사업을 통해 주목받은 마을이 있다. 타고난 자연환경과 지역민의 어업이 잘 녹아든 결과다. 출신 구분 없이 마을을 향한 귀어인과 어촌 주민의 애정이 모여 탄생한 새로운 매력의 어촌, ‘궁평 어촌체험마을’을 소개한다.
현대 사회가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대도시와 공업 지역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됐다. 반면 농·어촌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최근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인생 2막을 영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농촌으로 돌아가는 귀농뿐 아니라 어촌과 어항을 찾아가는 귀어인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귀어·귀촌을 하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는 어업뿐 아니라 양식장에서 전복·미역·김을 길러 파는 양식업에 종사할 수 있다. 소금 사업, 수산물 가공업도 있다. 더 나아가 직접 어업을 하지 않고 어촌 관광, 해양 레저 사업 등의 3차 산업으로 자리 잡는 방법도 있다. 2015년 화성 궁평리로 귀어한 김문호 체험 사무장과 ‘궁평 어촌체험마을’이 바로 그 예다.
궁평 어촌체험마을은 아름다운 일몰과 갈매기, 싱싱한 먹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활동이 많아서인지 가족 단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전국 어촌체험 휴양마을 운영실태 평가’에서 우수마을로, 7월에는 ‘이달의 어촌 안심 여행지’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의 체험 분야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건 귀어인과 어촌 주민들의 협력 덕이다. 갯벌 체험뿐이었던 프로그램은 낚시, 페달보트, 모터보트 등으로 점점 확대됐다. 도시 사람들이 바다에 놀러 왔을 때 좋은 기억만 갖고 돌아가길 바라며, 궁평항의 상황에 맞춰 개발했다.
궁평리를 서해안 명소로 만든 체험 프로그램
●갯벌 생태 체험
궁평 어촌체험마을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어장 황폐화를 막기 위해 갯벌을 3등분해 차례로 개방하고 있다. 1년 동안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한 다음, 2년 동안 쉬게 해 갯벌의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덕분에 언제나 잘 보전된 서해안의 갯벌을 만끽할 수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왔어도 당황하지 마시라. 마을에서 장화와 호미, 장갑, 바구니 대여가 가능하다. 바지락, 동죽, 농게, 소라게, 민챙이 등을 실컷 구경하고, 진흙을 매만지며 신나게 갯벌 탐구를 마친 후 손발을 씻어낼 세면장도 마련돼 있다.
●모터보트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즐길 수 있는 궁평항 모터보트는 김문호 체험 사무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김 사무장은 모터보트 운영을 위해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 면허도 취득했다. 안전을 위해 파도와 바람 상태를 보고, 체험 시작 전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그 후 가족, 연인들이 차례로 보트에 앉으면 모터보트가 출발한다. 물살을 가로지르며 바람을 맞다 보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페달보트
페달보트는 노를 젓지 않고 발로 페달을 밟으며 타는 작은 놀잇배다. 광장의 분수대 공간을 활용한 페달보트장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바닷물을 끌어올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물을 뺐다 채우기를 반복한다. 물은 30cm 정도로 얕게 받아 물놀이 사고에 대비했다. 부모들은 꺄르르 웃음소리를 내는 아이의 사진을 연신 찍기 바쁘다.
●어린이 낚시
궁평 어촌체험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갯벌 체험은 썰물 때 외에는 할 수 없어 시간을 맞춰 방문하거나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밀물 때 즐길 수 있을 체험을 개발한 것이 ‘낚시’였고, 이후 ‘어린이 낚시’로 이름을 바꿨다. 어린이 낚시라고 하나 아이뿐 아니라 부모들까지 합세해 체험에 나선다. 직접 고기를 낚는 성취감도 있겠지만, 한 마리만 낚아도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는 가족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날 것이다.
●아르고 체험
궁평항을 찾은 손님 대부분이 좋아하는 이색 체험이다. 아르고는 지상과 수상에서 모두 달릴 수 있는 수륙양용차로, 작은 탱크와 같은 생김새여서 탑승 전부터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우렁찬 엔진 배기음과 함께 자유자재로 달리는 아르고 위에서 마을 주변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잊은 채 신나는 함성이 절로 나온다. 웬만한 놀이기구는 저리 가라 할 만큼 아르고의 박진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달고나 만들기
겨울 바다는 놀거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겨울 궁평항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마련한 달고나 만들기 체험은 해마다 좋은 반응을 불러왔다. 김 사무장에 따르면 호황일 때는 하루에 1500여 명이 달고나 체험 부스를 다녀갔다. 체험 초창기에는 손님들을 위해 입이 마르도록 일일이 제조법을 알려줬는데, 새까맣게 태운 달고나를 보며 더욱 즐거워하는 가족들을 보곤 그럴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올겨울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힘입어 더 잘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본격 휴가철을 앞둔 가운데, 다양한 플랫폼에서 어촌마을 관광, 워터파크, 온천 등 할인된 상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증가하는 관광 수요를 한적한 어촌마을로 유도하고, 어민소득을 증대하기 위해 관광·여가 플랫폼 ‘야놀자’와 7월 15일(금)부터 8월 15일(월)까지 기획전 ‘여름휴가 어촌으로’를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에는 13개 어촌 체험 휴양마을이 참여한다. 체험, 숙박, 음식 등으로 구성된 묶음 상품을 약 1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전라남도 고흥군 연홍마을은 주말 기준 8만 원에 판매하던 펜션 숙박권을 마을 자체 할인을 더해 주중 4만 원, 주말 5만 원에 판매한다. 강원도 양양군 수산마을의 투명카누 체험, 전라남도 완도군 북고마을의 전복 채취 및 해상 가두리 체험, 충청남도 보령시 무창포마을 바지락 캐기 체험 등 다양한 어촌 체험상품도 할인된 가격에 접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야놀자 홈페이지와 앱 상단 배너, ‘바다여행’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기획전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야놀자를 통해 어촌 체험관광 온라인 이용권을 구매한 후 마을 현장에 방문해 제시하면 된다. 사용하지 못한 온라인 이용권은 11월 15일(화)에 전액 환불될 예정이다.
여행 애플리케이션 ‘놀이의발견’은 여름을 맞아 8월 말까지 전국 워터파크 및 온천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고, 여름 인기 액티비티 상품의 할인권을 제공하는 여름휴가 특별 기획전도 진행한다. 테마파크, 숙소 등 여름휴가 맞춤형 상품을 테마별로 분류해 각각 할인쿠폰을 지급하며, 결제 금액에 따라 최대 2%의 리워드 쿠폰도 함께 제공한다. 행사는 7월 14일부터 31일까지다.
놀이의발견은 방학 맞이 체험학습, 수영장이 있는 카페 등 놀이 목적에 따라 맞춤형 휴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대가족을 위한 ‘두 가족 이상 함께 숙박하기 편리한 숙소’나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여름에 가기 좋은 키즈펜션’ 등 지역별 추천 숙소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놀이의발견 앱을 통해 지역별 상품의 할인율 및 부대시설 정보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해수부)는 지난달 29일 인구 감소로 인한 어촌의 소멸을 방지하고, 활기찬 어촌을 만들기 위해 신규 인력 유입 확대, 일자리 창출 및 삶의 질 개선 등의 대책을 담은 ‘어촌지역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어가 인구는 총 10만5000명으로 2019년(12만1000명)보다 약 13.2% 감소했다. 어가수는 4만6000가구로 2019년(5만4000가구)보다 14.8% 감소했다. 고령화 문제는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다. 어촌의 65세 이상 고령화율은 36.2%에 달한다. 전국 평균치인 15.7%보다 약 2배 이상 높다.
해수부는 이런 어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촌지역 활성화 대책’을 실시한다. 이번 대책은 '살고 싶은 어촌, 상생하는 어촌'이라는 비전 아래 어촌지역 인구를 현재 10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2030년까지 평균 어가 소득 8000만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해수부는 우선 소득기반 확충에 집중한다. 국가 어항을 관광 시설화하고, 위판장을 자동화하는 등 인프라 개선을 중심으로 한 시장 창출이 목표다. 자금은 2026년까지 민간투자 6000억 원을 확보해 추진한다. 만 40세 미만 청년 귀어인을 위해선 창원지원금 지원대상 규모를 올해 200명에서 내년 220명으로 늘린다.
개방성 강화방안은 청년 어선 임대 제도로 도모한다. 2022년 시범사업으로 10척을 우선 임대한다. 이를 통해 청년 어업인 1만 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신규 전입자가 양식업과 마을어업에 더 쉽게 참가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형 면허’ 제도도 신설한다. 수협 등 공공기관이 면허를 소유하고 이를 귀어인에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주거 지원도 병행한다. 어촌지역 삶의 질을 향상해 인구 유입을 노리는 셈이다. 이주 계획단계에는 일정 기간 어촌생활을 체험해볼 수 있는 임시 주거시설인 ‘귀어인의 집’을 제공한다. 초기 정착단계에는 ‘빈집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어촌지역 빈집을 증·개축하여 임대용 주거시설로 제공한다. 정착단계에는 국토부와 공동으로 ‘주거플랫폼 사업’을 통해 장기 임대용 공동주택을 공급한다.
중장년의 관심은 이러한 지원 방안이 5060 세대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쏠려있다. 인구 유입과 관련한 정책은 40세 미만에 집중되기 마련이지만, 귀어촌의 중심에는 5060 세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서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해수부 측은 '기우'라고 설명했다.
김성원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과장은 “어촌 소멸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 대상을 청년층으로 설정했지만, 사업 규모가 확대되면 대상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며 "일부 청년 지원 제도를 제외하면, 중장년층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예고도 없이 찾아든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상이 멈춘 듯 움츠러들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찾아 떠나고 싶을 때다. 여전히 여행은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갑갑한 일상에 갇혀 있는 자신을 가끔씩 끄집어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물결이 비단처럼 고운 바닷가
삼척을 대표하는 항구 정라진(汀羅津)은 말 그대로 비단처럼 잔잔하다. 그 수면 위로 비치는 바닷가 마을이 고요하다. 한때는 동해안 최대 항구이기도 했던 삼척항이다. 지금은 그 시절의 모습은 사라지고 소박한 어촌 마을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원도 지도에서 가장 아랫녘에 위치한 삼척, 한때는 동해를 대표하는 무역항이었다. 최고의 호황기였던 1970~80년대 수많은 어선이 항구로 몰려들었고, 노가리와 대구, 정어리, 오징어가 풍년이었다. 그 무렵의 삼척항은 몰려든 사람들로 늘 북적였다.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는 밤새 잡아온 오징어 손질에 바빴고, 햇볕 좋은 나릿골 마을은 온통 오징어 건조장이었다.
그뿐 아니라 태백산지의 지하자원 덕에 시멘트 공장과 석탄을 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소까지 들어서서 돈이 넘쳐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도 있었다. 시멘트 공장은 아직 남아 있지만 지금은 옛 영화가 사라진 소박한 풍경이다. 그럼에도 향수 어린 친근한 이름 정라항(汀羅港)은 여전히 어민들에게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정라항은 삼척시에서 2km 정도 거리에 있다. 마을과 가까이 맞닿아 있어 바다를 바라보면서 비릿한 갯내음과 더불어 곰치국이나 싱싱한 활어회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그 거리에 들어서니 조용하다. 가끔씩 통통배의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고, 어선의 깃발이 바람에 살랑대는 모습이 보일 뿐이다. 활기찬 항구의 소란함이 다시 찾아오길 고대한다.
조용한 항구를 뒤로하고 입구의 말랑이슈퍼를 지나 나릿골 마을에 들어서면 시간이 멈춘 듯 한적하다. 그 길로 좁다랗게 비탈진 골목이 미로처럼 쭉 이어진다. 경사가 어찌나 가파른지 눈비 내릴 때는 어떻게 다닐까 걱정될 정도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나릿골은 예전엔 층층이 골은 낮지만 물이 풍부해서 습기를 받은 나리꽃이 지천으로 피어났다고 한다. 지금은 나릿골에서 볼 수 없는 꽃이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나리꽃처럼 정감 어린 감성 마을로 변모하는 중이다.
지나가는 담벼락에 듬성듬성 벽화가 그려져 있어 심심치 않다. 몇 년 전부터 정라항 주변 나릿골을 ‘오감이 피어나고 웃음이 번지며 걷고 싶은’ 감성 마을로 조성해 언덕 마을에 표정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동해안 여행자들의 한 달 살기 등을 지원하기 위해 빈집 6채를 사들여 게스트 하우스로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그 골목길을 따라 가파른 언덕을 숨차게 오르면 그 끝에 무엇이 있을까.
나릿골의 작은 집 4채
나릿골의 작은 집 4채를 삼척시로부터 지원받아 교육관 1동, 전시관 및 체험관 2동, 외부 작가가 거주할 작가의 집 1동으로 리모델링한 미술관이 언덕 끝에 기다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시설 활용사업 일환으로 탄생한 문화 공간이다.
나릿골의 좁다란 골목길 걷기도 여행의 색다른 재미지만, 미술관을 편히 가려면 산등성이까지 자동차로 갈 수도 있다. 차량 통행이 어려울 만큼 비좁았던 길이 도시재생사업으로 조금 넓어졌다. 걷기가 용이하지 않을 경우엔 택시나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으니 누구나 가파른 그 언덕 끝까지 오를 수 있다.
골목을 돌고 돌아 오르는 길에는 잘 가꾸어진 작은 카페와 아기자기한 시설들이 소소하게 자리한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오면 작은 공원이 있을 뿐 주변 공터는 한산하고 깔끔하다. 요즘 많이 알려진 다른 벽화 마을처럼 예쁘거나 특이한 카페, 또는 포토존 같은 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원하건대 더 이상 부대시설을 늘리지 말고 지금의 단순함을 유지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망대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 가슴이 뻥 뚫린다. 하늘과 바다와 바람 속에서 머릿속이 청량해진다. 저 멀리로 정라항의 잔잔한 물결이 비단처럼 살랑거린다. 소박한 도시 삼척과 시멘트 공장을 감싸 안은 봉황산의 능선이 부드럽다. 마을 전체가 미술관처럼 보인다. 산언덕 드문드문 알록달록한 색감의 지붕들 사이로 그들의 애잔한 삶이 엿보이고, 텃밭에는 보송보송 파꽃이 피어났다.
미술관은 조붓한 골목길을 따라 몇 걸음 더 내려가야 한다. 길 옆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뉘 집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바닷가 산동네, 그 올망졸망함이 문득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군데군데 빈집들이 보인다. 마실을 간 것일까. 나릿골을 두고 먼 곳으로 떠났을까.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정라항 그리go 작은 미술관’. 나릿골의 감성과 바닷가 마을이 만들어낸 멋진 소통의 공간. 1전시관과 2전시관은 하얀 담장을 두고 몇 걸음 떨어져 있으며, 앞면이 모두 투명한 창으로 되어 있어 바다와 마주한다. 그리고 전시 작가가 머물 수 있는 작가의 집이 전시장 아래쪽에 위치한다. 신선한 물빛 감성을 가득 채우는 시간이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더 멋질 것 같은 곳.
바이러스를 피해 방구석만 지키기에는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겨울이었다. 정라진 항구 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향수 어린 그 시절의 그리움에 잠깐 젖어보는 것도 괜찮다. 해풍에 오징어가 말라가는 자연 속의 건강한 풍경으로 수분을 채우고 위로받는 하루, 기꺼이 만들어볼 일이다. 바닷길과 감성 마을 골목을 천천히 올라 다다른 작은 미술관에서 버석하던 일상에 감성을 채우고 에너지를 얻는다.
어디쯤엔가 와 있을 봄, 삼척항 호젓한 산등성이에 올라 바라보는 비단 물결 반짝이는 바다,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한 하루다.
주변 볼거리
여행 중에 잠시 휴식을 주는 곳, 죽서루
동해가 아우르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강을 끼고 있는 죽서루(竹西樓). 시간 여행하듯 삼척 읍성 성곽로를 따라가다 보면 나타난다. 누각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삼척시 서편으로 오십천(五十川)이 절벽 아래 흐른다. 관동팔경 중에서도 제1경으로 꼽히는 죽서루는 삼척 시내에 있어서 삼척 주변을 여행 중이라면 잠시 들러 쉬어가기 딱 좋다. 죽서루는 송강 정철의 가사에 나오는 터이기도 하다.
평온한 마음의 휴식, 성내동 성당
삼척의 성내동 성당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천주교 발전사에 의미 있는 곳이다. 고딕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으며, 초대 주임 신부로 부임한 진 야고보 신부의 순교 기념비와 기념 건물을 볼 수 있다. 종교적 신념을 지키다 공산군에게 피살된 진 야고보 신부의 족적을 천천히 따라가 보자. 성전을 한 바퀴 돌면서 조용히 묵상의 시간을 가지고 성당 주변 풍경에 잠겨보는 것도 특별하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 도경리역
삼척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도경리역이 있다.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그곳에 가려면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야 한다. 예전엔 아주 깊은 산골이었을 듯싶다. 삼척시와 동해시의 경계에 위치하는데 두 도시는 이웃 마을처럼 아주 가깝다. 1939년에 지어진 도경리역은 현재 영동선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랜 역사(驛舍)로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98호다. 일제강점기에 자원수탈의 도구로 역사나 터널을 만들었는데 이 역도 그중 하나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다. 자기에서, 익숙함에서, 나의 성(城)에서. 이것이 여행의 첫 번째 의미다. 이런 떠남의 관성을 가지고 있는 여행은 나에게 세상의 숨결을 들려준다. 그래서 여행은 내 삶의 보물지도다.
여행에서 가끔 마주치는 어둡고 그늘진 자리는 그대로인 채로 그 자리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을 때 아름다운 곳이 된다. 우리는 우리의 그늘과 친밀해져야 자아에 더 익숙해지고, 더 강해진다. 우리 근대사에서 수탈의 아픈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 목포가 그렇다.
목포는 고즈넉하면서도 생의 치열함과 남도의 향기가 섞이지 않고 각각 공존하는 건강한 샐러드 같은 도시다.
유달산에서 본 굽이진 영산강에서는 망국의 한을 가슴에 묻은 채 바람에 펄럭이는 돛과 노 젖는 소리에 장단 맞춰 사공이 부르는 뱃노래 ‘목포의 눈물’이 들려온다. 구슬픈 가락의 리듬이 애잔하고 참 서럽다.
유달산 주변으로 역사의 어둠이 남아있는 곳들이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
목포 최초의 서구적 근대 건축물로 1900년 일본 영사관으로 지어져 광복 이후 관공서, 도서관, 문화관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현재는 전시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영산로 29번길 6
◇ 목포근대역사관 2관
1920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으로 문을 연 착취의 최첨병 역할을 하던 곳이다. 현재는 일제 강점기 사회상을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이곳은 바다를 매립한 지역으로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의 주 거주지였다. 주변에 아직 일본식 가옥 형태의 주택들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목포시 번화로 18
◇방공호 대피 시설
목포근대역사관 1관 뒤편에 있는 당시 미군의 공습을 대비해 만들어 놓은 방공호. 동굴 안에는 당시 징용으로 공사에 동원되어 수탈당하는 모습을 인형으로 전시해 놓았다. 지난 시절 아픔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는 생채기다.
해지는 풍경을 좋아한 어린왕자는 슬플 때마다 해지는 광경을 보기 위해 하루에 마흔네 번이나 해지는 구경을 갔다. 유달산 주변에서 느꼈던 아픔이 하찮게 여겨질 정도의 주황빛 노을이 목포에도 있다. 바다와 섬이 만나는 선에 떨어지는 태양은 아픔을 더 큰 슬픔으로 치유해주는 명의다.
바다가 보이는 해변공원은 목포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행복 바이러스의 진원지다. 평화 광장에는 포토존 ‘LOVE GATE’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사랑하는 연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앞 잔잔한 바다 위 워터 스크린에서는 겨울철 과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세계 최대의 부유식 바다 분수와 음악, 레이저 빛이 어우러진 초대형 해상 음악 분수쇼가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276대의 분사용 노즐과 96대의 분사용 펌프가 작동하여 70M 높이까지 분수를 쏘아 올린다. 뿐만 아니라 관람객과 함께하는 사연소개, 프로포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여행자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다.
해안을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걷다 보면 ‘천연기념물 500호’인 갓바위를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이 갓을 쓰고 서 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에는 배를 타고 나가야만 볼 수 있었는데, 걸어가서도 볼 수 있도록 보행교를 바다 위에 설치해 놓았다.
일반적으로 도시는 세 가지 종류의 각기 다른 결을 가진 공간이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생의 공간, 지나온 시간을 증언해주는 치유의 공간,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창조의 공간이다. 목포의 미래를 위한 공간은 해안 길을 따라 조성돼있다.
◇ 국립 해양유물 전시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바다 속 수중문화유산을 발굴하여 전시한 곳이다. 해양문화체험 등 종합적인 해양문화전시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무료관람이며, 매주 월요일이 휴관일이다.
제1전시실: 서해와 남해에서 발굴된 유물이 전시되어 고려시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제2전시실: 중국 무역선(신안선)과 동아시아 해상교역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제3전시실: 어촌 민속을 중심으로 전시
제4전시실: 한국의 전통 배를 주제로 한 배 전시
◇ 목포자연사 박물관
7개 전시실을 갖춘 지구의 자연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전시관 앞 공원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어 각 계절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지친 몸을 달랠 수 있다. 여기의 입장권으로 옆에 있는 문예역사관, 생활도자관 전체의 관람이 가능하다.
아이들과 동행하는 여행이라면 이곳 문화의 거리에서 하루를 보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추천 맛 집
해빔
해변공원 길 건너편에 해초비빔밥이 있다. 이곳에서 멍게해초 비빔밥, 낚지해초비빔밥 등 각종 해초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맛의 깔끔함과 해초의 싱싱함이 그만인 곳이다. 목표시 미항로 83
돌집 식당
누구나 한번쯤은 남도식당의 푸짐한 반찬과 인심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근래에는 남도 식당들의 음식도 바닷가 특유의 짠맛이 많이 순화되어 누구의 입맛에나 잘 맞는 편이다. 건어물거리와 종합수산시장 근처에 있는 목포식 백반집이다. 남도식당의 문화와 음식이 가진 장점을 경험할 수 있다. 목포시 복만동 2-38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 요즘 ‘청산별곡’을 부르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지난해 귀농·귀촌한 사람도 50만 명에 달한다. 자연과 농촌, 어촌, 산촌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TV 화면 속으로 옮겨졌다. 자연·자연인 열풍이 TV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연과 농촌·어촌·산촌·오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일상을 담은 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들이 급증하고 있다. 시청자의 반응도 높아 자연과 자연인의 삶을 다룬 프로그램들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자연과 자연인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으로는 오지, 산골 등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사연과 일상, 자연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는 MBN의 , 전국 방방곡곡 산간 오지를 찾아 그곳의 생활을 경험하는 TV조선의 , 오지를 찾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꾸미지 않은 삶과 생활을 보여주는 SBS의 등이 있다. 또한 도시생활에 지친 연예인들이 자연으로 떠나 그곳에서 만난 젊은 자연인(30~40대)과 함께 생활하며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보는 O tvN의 , 강호동·김희선·정용화 등 도시에서 사는 연예인들이 섬에 일정 기간 머물면서 섬사람들의 생활과 일상을 경험하고 도시인이 생각하는 자연과 자연인에 대한 단상을 보여주는 올리브TV의 , 농촌이나 어촌에서 생활하며 먹거리를 직접 구해 식사를 해결하는 tvN의 등이 자연과 자연인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재미를 주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연과 자연인을 여행이나 체험 등 다양한 소재·형식과 결합해 만든 프로그램들도 양산되고 있다.
외국의 오지 사람들을 만나 용기, 지혜, 위로를 얻는 MBC의 ,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제주에서 생활하는 이효리·이상순 부부 집에 일정 기간 민박을 하며 바다와 자연을 접해보는 JTBC의 , 김병만·이상민 등 연예인들이 어촌과 바다를 찾아 혹독한 미션을 수행하며 어촌 생활과 먹거리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보는 SBS의 등도 자연·자연인의 모습과 의미를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귀농·귀촌인이 많기로 소문난 충남 홍성군 홍동면 사람들의 일상을 방송한 KBS의 (6월 25일 방송분) 등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도 최근 들어 자연인과 귀농·귀어·귀촌하는 사람들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전국 각지를 돌며 농촌·어촌·산촌의 사람들과 그들의 모습을 전달해주는 KBS의 은 근래 들어 코너도 다양해졌고 시청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왜 이처럼 자연과 자연인, 귀농과 귀촌 등을 다룬 TV 프로그램들이 급증하는 것일까. 의 박상혁 PD는 “많은 사람, 특히 도시 주민이 일, 건강(힐링), 가치관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농촌·산·숲·바다·섬으로 대변되는 자연에 대해 관심이 많이 늘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욕구와 관심이 자연과 자연인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증가 원인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하고 돈과 물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도시의 삶에 염증을 느끼거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을 꿈꾸며 자연 속의 삶을 동경하기 시작한 것도 자연과 자연인 관련 프로그램의 증가를 초래했다. 또 환경 변화와 의학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됐지만, 은퇴시기가 빨라져 인생 2막을 열어야 하는 장·노년과 산업화로 고향을 떠나 서울 등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 중 여생을 농촌이나 어촌에서 일하면서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자연·자연인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졌다.
일자리가 감소하고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는 도시에 비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주거비와 생활비도 저렴해 생활환경이 크게 개선된 농어촌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현상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부부가 결혼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은 따로 하는 졸혼 등 새로운 가족 형태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가족 때문에 선택하지 못했던 자연인의 삶을 사는 사람도 증가했다. 이러한 사회적·문화적 현상을 프로그램에 수용하는 방송 제작진의 움직임이 자연과 자연인을 다루는 프로그램의 양산으로 연결된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귀농어·귀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을 선택한 사람은 49만 6100명에 달했다. 도시에서 읍·면으로 이주한 사람 중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귀농인은 2만 600명, 읍·면으로 거주지를 옮겼지만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귀촌인은 47만 5500명이었다. 자연과 자연인을 다룬 프로그램은 대중,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함께 힐링과 위로의 시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귀농과 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는 등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다. 서울에서 사업하는 박문수(57)씨는 “자연과 자연인의 삶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도시의 피곤한 일상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는다. 노년에 서울을 떠나 농촌으로 내려가 생활하고 싶은데 이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얻어 좋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연과 자연인, 농어촌과 농어민의 삶을 다룬 프로그램의 폐해도 적지 않다. 이들 내용이 농어촌, 농어민의 현실과 실상이 거세된 것들이 주류여서 시청자에게 자연과 자연인에 대한 왜곡된 환상을 심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비평가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에서 미디어가 농촌 현실과 농민의 노동을 도외시한 채 농촌을 목가적 이상향으로 그리거나 촌스러운 곳으로 취급한다고 비판했듯 자연과 자연인의 삶을 다룬 TV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자연과 자연인의 삶을 이상적인 삶의 전형으로만 현시하는 데만 열을 올린다. TV 프로그램에서의 농어촌과 자연은 각박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의 휴식 공간이자 도시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재기 무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TV 속 농어촌에는 심화하고 있는 도시와 농어촌의 양극화 문제, 1년 365일 일해도 빚만 느는 현실, 악화하는 가족 해체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