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극성이던 지난 설날. 강력한 거리두기 지침에 경북 칠곡군의 한 종가에서는 ‘음복 도시락’을 마련했다. 제사 말미 종친들이 함께하던 음복을 각자 집에서 예를 다하는 방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같은 시기 요양원의 어르신들은 영상통화로 손주들의 세배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비대면 명절 문화의 모습이다.
올해로 코로나19 5년 차, 일상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명절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제사를 지냈고, 온라인 성묘, 사이버 차례상 등 언택트 명절 서비스가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보다 앞당겨졌을 뿐,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했으리라 말한다.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명절 스트레스와 가족 갈등 문제를 해결할 긍정적 흐름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비대면으로 조상을 모시는 상황을 성의가 부족하다거나 전통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석연찮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민속·사회학 박사는 “옛 풍습 중에 ‘망제’(望祭)라고 있다. 명절이나 기일에 멀리 타향에 있을 때 고향이나 조상의 무덤 쪽을 바라보고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연초에 유학자나 선비들은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세배를 올리기도 했다. 쉽게 말해 조선시대에도 비대면 제사와 세배가 행해졌던 것”이라며 “전통을 따져 비대면을 거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현 시대의 문화로 이해해야 할 비대면 명절. 어떤 방법으로 즐기면 좋을지 상황별로 자세히 알아보자.
STEP 1 모임 ▶ 우리 가족 설날 생중계
자녀 또는 손주와의 영상통화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특별히 명절에는 일가친척까지 모이는 만큼, 여럿이 함께할수록 즐거운 분위기가 더해질 것이다. 최근 비대면 회의나 강의 용도로 쓰이는 ‘줌’(Zoom)에 익숙한 중장년이라면 이를 가족 모임 수단으로 활용해보자. 한 사람이 회의방을 개설하고 링크를 공유하거나 초대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그밖에 ‘구글 미트’, ‘팀 뷰어’ 등 줌과 같은 방법으로 이용 가능한 플랫폼이 다양하다. 이러한 화상회의 서비스는 각각의 창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다는 게 장점이다. 때를 맞춰 함께 집안 어른께 세배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기에 적절하다.
만약 한 화면으로 제사나 성묘 과정을 보여주는 정도의 서비스를 원한다면 ‘카카오톡 라이브톡’을 추천한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포함된 이들을 대상으로 주최자가 특정 상황을 라이브로 중계할 수 있다. 라이브톡이 진행되는 동안 대화 주고받기가 가능하고, 서비스 종료 후 카카오톡 채팅방에 기록이 남아 추억을 곱씹기에도 좋다. 김미영 박사는 이러한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최근 유튜브 영상 애청자의 나이가 50대 이상이라고 한다. 이제는 중장년도 모바일에 익숙해졌고, 비대면 만남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을 것이다. 온라인 제례 문화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며, 물리적 한계가 없다는 점에서 가족 참여도를 높일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ip] 무료 화상회의(다중 영상통화) 앱 & 웹
①줌: 가장 널리 알려진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100명까지 동시 접속 가능하다. 무료 버전은 40분까지 제공해, 그 이상 사용하려면 유료로 가입해야 한다.
②구글 미트: 무료 버전은 100명까지 참석할 수 있으며, 최대 1시간까지 가능하다. 유료 버전을 쓰면 녹화된 영상을 구글 드라이브(웹 저장소)로 자동 저장해준다.
③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가정용 무료 버전의 경우 최대 1시간 그룹 통화를 할 수 있다.(비즈니스 무료 버전도 동일) 채팅과 투표 기능을 활용해 가족회의를 진행해도 좋다.
④미더스: SKT가 출시한 고품질 영상회의 서비스로, 통신사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다. 휴대폰 연락처를 기반으로 일반 전화를 걸 듯 회의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
STEP 2 제례 ▶ 형식 덜고 정성 담아
김미영 박사는 “명절이든 제사든 형식보다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은 ‘조상에 대한 기억과 감사’다. 그는 “우리가 제사를 지내는 근원적인 이유는 바로 조상에 대한 고마움이다. 나를 존재하게 하고, 생명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으면 된다. 제례 역시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생겨나고 있는 ‘사이버 추모관’을 적극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www.15774129.go.kr)의 ‘온라인 성묘·추모 서비스’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홈페이지 가입 후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해 가족, 친지 등에게 공유하면 된다. 글, 음성, 영상 등 고인을 추억할 자료를 올리거나 메시지도 남겨 추모관을 꾸며볼 수 있다. 가상의 공간에 차례상 차리기 및 헌화, 분향, 지방 쓰기 등도 가능하다.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추모의집’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Tip] 비대면 제사라도, 대면한 조상까지
몇 대 조상까지 차례를 모시는 게 좋을까? 이러한 물음에 김미영 박사는 정해진 원칙은 없으나 가급적 ‘대면한 적이 있는 조상’을 기준으로 제례를 지내길 권했다. 앞서 언급한 제사의 정신을 염두에 둘 때, 기억이 존재하고 교감했던 경험이 있는 조상이라야 그 의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가령 손주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부모나 조부모가 “돌아가신 증조부께서 살아 계실 적에 너를 참 귀여워하셨지”라며 대신 이야기해줄 정도는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기리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설 연휴를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STEP 3 상차림 ▶ 스트레스 No! 밀키트도 Ok!
명절 스트레스 중 하나는 바로 ‘차례상 차리기’다. 지난해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 간소화 표준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의례적으로 행해온 것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내용도 적지 않다. 가령 ‘예법을 다룬 문헌에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라는 표현은 없다’, ‘전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등이다. 위원회 측은 “유학 경전 ‘예기’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 의례를 너무 화려하게 할 필요 없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지나친 상차림 문화를 고수할 필요 없다는 얘기다. 자칫 상차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부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오히려 명절의 의미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는 밀키트, 간편식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환영하는 추세다. 형식보다는 형편에 알맞게 마련하고, 상차림은 소박하더라도 충만한 마음으로 조상을 기리면 된다.
[Tip] 조선시대 비대면 상차림 ‘감모여재도’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는 집 안에 사당이 없거나 외지에서 지방(紙榜)으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그림이다. 타지에서 사당을 대신하기 위해 활용한 일종의 제례 도구로, 휴대와 보관이 용이하게끔 족자나 병풍으로 만들곤 했다. 조선시대에 온라인 서비스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감모여재도’는 현재의 사이버 차례상이나 언택트 성묘 등에 비유된다. 선조들 또한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형식을 갖추기보다 약식으로나마 예를 다했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STEP 4 화합 ▶ 형식은 달라도 가족과 함께
전통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무형식으로 명절을 보내라는 뜻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이 논의해 서로가 인정하는 가정의 명절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은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더라도 너는 너, 나는 나대로 흩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족끼리 가볍게 산소를 둘러보고 한 끼 식사를 하는 것도 좋고,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떠나도 괜찮다. 어렵다면 온라인 공간에 모여 덕담이라도 나누자. 바쁜 현대 사회에서 평상시는 잊고 지내더라도, 명절만큼은 가족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년 중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설날’만큼 좋은 때가 없다고 했다. 그는 “설에는 가족 모두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후손들은 감사의 의미를 담아 세배를 하고, 어른들은 덕담을 전하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가족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다. 이렇게 가정에서 얻은 긍정적인 기운이 한 해를 나고 일상을 보내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한다”고 조언했다.
[Tip] 우리만의 명절 ‘가가례’를 만들자
우리 예법 중 ‘가가례’(家家禮)라는 것이 있다. 집집마다 제사를 지내는 절차와 형식이 다름을 이르는 말이다. 기존에 지켜오던 방식이라도 현재의 형편과 여건에 따라 가능한 부분만 남겨두고, 편의대로 바꾸거나 생략해도 괜찮다. 다만 조상을 기리고 가족이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은 간소하게나마 마련해야 한다. 돌아가신 조부모의 사진을 보며 옛이야기를 나눠보는 식이라도 좋다. 으레 내려오던 방식으로 명절을 지냈다면, 한 번쯤 가족의 명절 문화를 점검해보고 함께 논의해 가가례를 만들어보자.
新명절증후군 시집살이 하는 시어머니?
전 부치고 차례상 차리느라 며느리들이 명절증후군을 앓는 시대도 저물어간다. 김숙기 원장은 “최근 명절 모습을 보면, 시어머니들이 큰댁에 모여 제사상을 준비하고 며느리들은 뒤늦게 인사만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신들이(지금의 시어머니 세대) 한 집안의 며느리로 살며 겪었던 고충을 자식 세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또는 눈치가 보여서 스스로 감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도 마음도 상하는 이중고를 겪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을 고수하던 과거와 편의를 우선시하는 현재가 오묘하게 섞이면서 과도기를 겪는 최근 명절 풍속도에서 중장년 세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머리로는 최근의 변화를 이해하면서도 서운하고 야속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김 원장은 “상담을 해보면 부모들은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 채 속상해하지만, 자녀들은 ‘말해주지 않아 몰랐다. 미리 일러줬더라면’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서운한 감정은 ‘바라는 것’이 있는데 이뤄지지 않았을 때 생긴다. 명절에 자녀들이 지켜줬으면 하거나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미리 얘기해주는 게 좋다. 가령 ‘설 당일 점심은 꼭 함께 먹었으면 좋겠다’라든가 ‘떡국은 꼭 차례상에 올리자’ 등 명확하게 공지하면 자녀들도 그에 맞춰 계획성 있게 움직일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사전에 단체 대화방 등을 활용해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는다면 금상첨화라고 했다.
눅눅한 한여름 더위가 기승이다. 습하고 더운 날씨가 몸을 지치게 하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훌쩍 떠나고 싶어도 쉽지가 않은 요즘, 브라보가 서울 사는 ‘1970년생 영숙’ 씨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산림휴양지 3곳을 꼽아봤다.
서울시 중구 기준으로 1시간 내외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초여름 숲의 싱그러운 경치까지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잠시 여유를 찾아 역병과 무더위에 지친 마음을 달래줄 ‘산캉스(산+바캉스)’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성인처럼 삼성(三聖)산에서 누리는 푸른빛 힐링, 삼성산산림욕장
삼성산은 안양시 명칭이 유래한 곳이다. 고려가 세워지기 전의 일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금주(지금의 시흥)와 과주(지금의 과천)를 점령하기 위해 삼성산을 지나다 산꼭대기에서 피어오르는 오색구름을 목격했다. 이때 홀연히 나타난 능정이라는 승려가 “이곳에 절을 짓고 안양사라 칭하면 태평성대를 이룬다”고 말했고, 이에 왕건이 절을 세워 안양사라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가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돼 있다. 이때의 안양사는 폐사되고 없다. 하지만 불교에서 극락세계를 뜻하는 ‘안양’이 지명으로 남아있다. 현재의 안양사는 1950년대 후반 유명 건축가 김중업의 설계로 재창건한 사찰이다.
삼성산의 ‘삼성’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 윤필대사가 암자를 짓고 수도해 붙여졌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산산림욕장에서는 성인이 된 듯 삼성산 일대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안양예술공원에서 예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삼성산산림욕장은 안양예술공원 입구에서부터 안양사와 제1·2전망대를 지나는 5km 구간이다. 관악산과 함께 다녀오기 좋은 삼성산은 안양예술공원 주차장 인근의 마애정 옆 작은 샛길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라면 1전망대나 2전망대를 거쳐 삼막사까지, ‘등린이’ 시니어라면 1전망대까지만 오르기를 추천한다. 이번 주말에는 성인처럼 녹음 속에서 마음 수양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하철 타고 떠나는 치유와 힐링의 숲, 계양산산림욕장
계양산산림욕장은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찾는 인천 명소다. 봄에는 튤립꽃 전시를,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어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어 수도권 등산객들도 많이 찾는 계양산의 명소는 둘레길과 장미원이다. 이 외에도 계양산성과 문화회관, 어린이공원, 어린이과학관 같은 다양한 즐길거리가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산림욕장 내에는 계양산 능선을 따라 ‘치유의 숲길’, ‘측백나무길’ ‘하늘길’ ‘우리꽃길’ ‘해맞이길’ 등 계양산 둘레길로 향하는 다양한 산책 코스가 마련돼 있다. 이 중에서 무장애데크길이나 계양산성 탐방로는 걷기가 편하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 연로한 어르신이나 어린 아이들도 함께 이용하기 좋다. 특히 무장애데크길 옆에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해 주는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가 곳곳에 있어 매력적이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시니어에게 무장애데크길을 추천한다.
계양산 둘레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언택트 여행지 100곳’에 선정된 바 있다. 야외 관광지이면서, 자체 입장객 수를 제한해 거리두기 여행이 가능한 관광지로 인정받았으니 마음 놓고 다녀와도 좋겠다.
한 마리 학처럼 자유로와 한강, 북한까지 관망하는 심학산산림공원
경기도 파주에 있는 심학산은 조선시대 왕이 애지중지하던 학 두 마리가 궁궐을 도망나왔는데, 이 곳에서 찾았다고 해서 ‘학을 찾은 산’, 심학(尋鶴)산으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학이 좁은 궁궐에서 벗어나 심학산에서 탁 트인 전망을 구경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추측을 부를 정도로 심학산은 멋진 전망으로 유명하다. 산 정상에 올라 감상할 수 있는 서해의 낙조가 일품이다. 이 외에도 파주출판단지와 자유로, 한강 하구, 김포, 관산반도를 바라보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점도 심학산만의 매력이다.
심학산은 다른 산에 비해 높지 않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심학산 둘레길 역시 난이도가 높지 않아 무릎이 좋지 않은 시니어도 운동 삼아 걷기에 적당하다. 우거진 숲이 햇빛을 가려주니 무더위를 피하기도 좋다. 심학초교에서 약천사,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의 끝에는 정상전망대가 있다. 날이 좋다면 저 멀리로 북한까지 볼 수 있다. 또 전망이 가장 좋은 낙조전망대도 있다. 멀리 나서지 않고도 빨갛게 저무는 노을을 보며 기분을 전환하고 싶다면 심학산 둘레길을 걸어보자.
“새벽이나 늦은 밤에 방이 찬가 따뜻한가 항상 점검하고 요 밑에 손을 넣어보고 차면 항상 따뜻하게 몸소 불을 때드리되 이런 일은 종들을 시키지 않도록 해라. 그 수고로움도 잠깐 연기 쏘이는 일에 지나지 않지만, 네 어머니는 무엇보다 더 기분이 좋을 것인데, 너희들도 이런 일을 즐거이 하지 않느냐?”
조선 후기 대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천리 먼 길 유배지로 떠나 살면서 지아비로서의 애틋함과 가족을 향해 노심초사하던 내면을 담은 편지는 지금 읽어도 절절하다. 당시 유배지 강진에서 남양주 마재마을까지 한없이 느릿한 방식으로 아들을 향한 끊임없는 부성을 전했다. 지금처럼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SNS 등으로 빠르게 마음이 전송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 방법이었을 텐데.
경기도 남양주는 다산 정약용의 고향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후에 18년의 유배 생활에서 돌아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다산을 생각하면 다산초당이 있는 유배지 전라도 강진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의 고장으로 알려진 남양주는 팔당 호숫가에 위치한 다산의 생가와 다산유적지가 있어서 인문 여행지로 의미 있다. 그리고 주변에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줄기가 부드럽게 합쳐져 만나는 곳, 두물머리의 수려한 풍광이 곧잘 그곳으로 발걸음을 이끈다.
결국은 만나는 인연, 두물머리
새벽길은 언제나 상쾌하다. 남양주로 향하는 길에 들러보는 두물머리의 새벽. 두물머리는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양수리 남한강에서 합류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중간에 여러 경로의 길을 돌고 돌지만 결국은 하나가 되는 인연이다. 어떻게든 서로 만나게 되는 자연의 순리처럼 강줄기가 만들어낸 새벽 풍경은 신비롭다.
어스름한 두물머리의 새벽 공기는 쾌청. 이른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 속에서 400년 나이 먹은 느티나무가 두물머리의 파수꾼처럼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날씨에 따라 멋진 일출을 보지 못하면 어떠랴. 강 건너 산을 감싼 물안개 사이로 뱀섬이 아련하며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그 너머로 유려한 곡선으로 겹겹의 능선이 아스라하다. 빳빳한 자세로 돛을 세운 황포돛배가 오롯하다. 어슴푸레한 여명의 안개 범벅 속에 파묻혔던 시간을 가끔씩 떠올리는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어두는 일, 짜릿하다.
두물머리의 새벽 의식은 길지 않다. 이윽고 서늘함이 가신 물길 따라 산책하다 보면 주변에 전망 좋은 브런치 카페도 있어서 여유롭게 쉬어볼 만도 하다. 일상에 브레이크가 걸려버린 요즘, 새벽길 달려와 반길 두물머리가 있다니. 머잖아 연꽃의 운치를 보여줄 차례다.
인문 여행지 남양주 마재마을
자동차로 15분 정도 더 달리면 남양주의 다산 생가가 금방 나타난다. 소박한 듯 기품이 느껴지는 생가 뒤편에는 다산 묘소가 있다. 정쟁에 휘말려 강진 유배 생활을 했지만 다산은 이곳에서 났고, 생을 마감한 곳도 여기다. 남양주의 아들이다. 다산의 5대조부터 자리 잡고 살았던 땅이다.
다산유적지에는 다산기념관, 다산문화관, 실학박물관, 거중기, 다산 문화의 거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주변으로 다산생태공원과 남양주 8경이 둘러 있고, 자연 속으로 북한강 자전거길이 이어져 있다. 산과 강으로 어우러진 다산 생가를 중심으로 슬로시티 남양주의 팔당 다산길을 라이딩 행렬이 시원하게 휙휙 지나간다. 팍팍한 일상을 벗어나고픈 언택트 여행자들이 넉넉히 위안을 얻는다.
또한 손 타지 않은 자연 마을답게 북한강을 앞에 두고 남양주 유기농테마파크가 조성돼 있어 들러볼 만하다. 우리의 24절기에 따른 농사와 의식주 문화를 알 수 있는 생활의 면면이 전시되어 있다.
문 밖으로는 야외 공연장과 동물 체험장, 체험실, 카페테리아 등이 갖추어져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연인들로 가득하다. 당연히 슬로시티 남양주의 농작물 체험 농장이 많다. 그중에 딸기농장에 가면 유기농 딸기를 직접 따서 다양한 요리 체험을 할 수 있다.
다산 생가인 여유당에 들기 전 앞마당엔 수원성 축조 과정에 쓰였던 당시 실제 크기의 거중기를 만나게 된다. 실학정신의 실천을 엿볼 수 있는 역작이다. 여유당은 정갈한 한옥이다. 여유당(與猶堂)이라는 당호는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여(與)함이여 겨울 냇물을 건너듯이, 유(猶)함이여 너의 이웃을 두려워하듯이’라는 글귀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관료로서 나라의 부패를 꾸짖던 검소함이 담긴 여유당이다. 고택의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다산이 유배 시절 가족들과 떨어져 살았던 세월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하고 5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긴 석학이지만, 아버지나 지아비로서의 간곡한 면모를 알 수 있는 기록도 제법 남겼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801년 전라도 땅 강진으로 유배될 당시 다산의 나이가 40세였다. 아비로 인해 벼슬길에도 오를 수 없는 자식들을 위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간절하고 세세하게 편지로 소통했다.
부모 곁에 두고 가르칠 수 없어 노심초사하는 아비의 마음이 느껴진다. 친구 사귀는 법, 글을 읽고 쓰고 생각하는 방법, 정보의 중요성, 밭을 가꾸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 인간관계, 술맛을 아는 것, 잘못을 꾸짖거나 칭찬하기, 부모를 위한 생각 등을 세밀하게 전한다. 정약용은 당대 대학자이기도 했지만 자상하고 정이 넘치면서도 깐깐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아직도 효를 강조하고 자식 걱정에 노심초사한다고 누군가는 ‘꼰대’라 말할 법도 한 세상이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의 말씀은 200년이 지났어도 지당하기 그지없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받아들이는 것이라 하니 이해와 해석은 각자의 몫일 뿐.
다산의 저서 ‘유배지에서 보내는 편지’는 어린이용으로도 출간되어 있으니 부모의 마음을 전하는 독서로도 좋을 듯하다. 아이들이 어릴 적 읽었던 책이어서 오래전 기억이 난다. 200여 년 전의 내용이지만 시공을 넘어서 부모 자식 간의 소통 능력은 이 책으로도 충분하다 하겠다.
“몸져누운 아내가 해진 치마를 보내왔다. 천 리의 먼 곳에서 본마음을 담았구려. 오랜 세월에 붉은빛 이미 바랬으니 늘그막에 서러운 생각만 일어나네. 재단하여 작은 서첩을 만들어서는 아들 경계해주는 글귀나 써보았네. 바라노니 어버이 마음 제대로 헤아려서 평생토록 가슴속에 새겨두거라.”
유배 시절 아내 홍 씨가 보낸 빛이 바랜 다홍치마 여섯 폭을 받아 들고 그리움에 슬퍼하며 치마를 잘라 두 아들을 위한 서첩을 만들어 보낸 것이 ‘하피첩’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철학과 인생의 지침을 담은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혼인을 하는 외동딸에게는 남은 치마폭에 ‘매조도’를 그려서 보냈다.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이런 선물을 받아 든 자식들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멀리서나마 지아비에게 사랑을 전하는 부인 홍 씨의 마음도 헤아려보게 된다.
이 땅의 대석학, 다산
생가 옆에 자리한 다산기념관과 다산문화관은 다산의 삶과 사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곳이다. 다산기념관에는 다산의 친필 서한 간찰(簡札), 산수도 등과 대표적 경세서인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사본이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실물 4분의 1과 2분의 1 크기의 거중기와 녹로가 눈길을 끈다.
200년 전 조선의 위대한 학자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다산문화관, 그리고 맞은편의 실학박물관은 2개 층으로 전시실과 북 라운지가 있다. 천천히 빠져 들어가는 시간이다.
실학박물관 옆의 돌계단을 오르면 다산정원이 푸르게 펼쳐진다. 평화로운 정원을 거닐며 역사 속 대석학의 인간적 고뇌와 철학을 마음에 담는다. 빠르게 변해버린 현대의 가족 간에 부모와 자식으로서 꼭 짚어볼 만한 메시지를 전한다. 200년이 훌쩍 넘은 지금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마당에 와서 비로소 알아가는 그분의 인간미와 지적(知的) 서사, 과연 그분이 꿈꾸던 세상이 되었는지.
남양주 마재마을을 다녀와서 오래전 책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을 들췄다. 남도답사 1번지로 꼽았던 전남 강진을 초반에 소개할 때 다산의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어서였다. 유홍준 교수는 그분을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다산 정약용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무던히 고심했다. 사실 나 또한 이 시대 대부분의 지식인처럼 다산 정약용을 존경하고 사모한다. 만약 단군 갑자 이래 이 땅의 가장 존경받을 인물을 꼽는 한국갤럽의 사회조사가 있다면 ‘학삐리’ 사회에서는 그분이 단연코 1등을 차지할 것이다.”
마재마을에서 만난 조선 최고의 대학자 다산 정약용, 계절의 푸릇함과 함께 느닷없는 배움의 욕구가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푸르러가는 시절을 놓칠 뻔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 747번 길 11(마재마을)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약 1년이 지났다. 하늘길이 닫혔고, 각자 꿈꾼 여행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길어지는 ‘집콕’ 생활은 새로운 여행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방구석에서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고, 매일 지나는 동네에서 숨겨진 명소를 찾는 재미를 발견했다. ‘이런 것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 관광이 되고, 산업으로 성장했다. 여행이 달라졌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정보 기업 부킹홀딩스가 최근 전 세계 28개국 2만여 명의 여행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1년부터는 총 9가지의 여행 방식이 대중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온라인 여행 ▲기술을 접목한 여행 ▲근거리 여행 ▲안전한 여행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에 발 도장을 찍는 대신 익숙한 장소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다.
‘현실감 최강’ 대세는 몰입형 콘텐츠
코로나19 이후 주목받고 있는 여행 방식은 ‘랜선 여행’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통해 즐기는 여행으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새롭게 떠오른 문화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의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콘텐츠다. 크리에이터가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이에 맞게 실제 상황인 것처럼 연기하는 롤플레잉 ASMR 영상은 유튜브에서 꾸준히 관심을 끄는 콘텐츠 중 하나다. 이어폰을 착용한 뒤 눈을 감는 순간, 원하는 곳 어디로든 ‘상상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중 ‘공항 ASMR’, ‘비행기 ASMR’은 공항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밟고 실제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생생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승무원의 말소리부터 탑승 안내 방송, 공항 특유의 시끌벅적한 느낌까지 완벽하게 재현한다.
오랜 ‘집콕’으로 유튜브가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혹은 진짜 여행지를 구경하고 싶다면 각국 관광청 홈페이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스트리아 관광청, 두바이 관광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자국의 관광지를 360도 영상이나 고화질 사진으로 홍보하는 몰입형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인 것은 호주 관광청의 ‘8D로 체험하는 호주’ 영상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에스페란스 해변에서 돌고래가 뛰노는 소리,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페어리펭귄이 이동하는 소리, 킴벌리의 호라이존탈 폭포 소리 등 현장에서나 들을 법한 생동감 넘치고 입체적인 소리가 오감을 자극한다.
세계의 문화 예술을 실감나게 접하는 방법도 있다. ‘구글 아트 앤 컬처’는 구글과 제휴한 주요 박물관 2000여 곳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한다. 가상현실(VR)과 거리 뷰 기능을 통해 런던 대영박물관, 파리 오르세미술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과 도서관을 360도로 산책하듯이 둘러보고, ‘아트 카메라’ 시스템으로 작품의 미세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다. 앱을 다운받으면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아트 프로젝터’ 기능을 누르면 카메라 화면 속에 3차원 예술 작품이 나타나 서 있는 곳을 박물관으로 만든다.
랜선 여행의 진화는 어디까지? 실시간 현지 투어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여행 분위기를 내는 것을 넘어 이제는 집 안에서 ‘진짜 여행’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여행사와 숙박업소 등 관련 산업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비대면·비접촉 여행 관련 각종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다면, 집에서도 패키지 관광이 부럽지 않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마이리얼트립은 최근 해외에 거주 중인 여행 가이드들이 실시간으로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랜선 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실제 여행사 프로그램처럼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생동감 넘치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 소도시 세고비아의 골목을 둘러보는 여행부터 홍콩 야경 투어, 로마 시내 워킹 투어 등 콘셉트도 다양하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투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투어에 참가한 이용자들은 “실제로 가이드와 함께 걷는 기분이다”, “집에서 ‘치맥’하며 바르셀로나를 둘러보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등 만족스러운 후기를 남겼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특성을 살려 ‘온라인 체험’을 선보였다. 각국의 호스트들이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에게 각국의 문화·예술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일본 승려와 함께하는 명상, 현직 멕시코 셰프의 타코 수업, 고고학자와 이탈리아 와인 역사 배우기 등 원하는 체험을 선택하면 현지인과 생생하게 교류할 수 있다. 가격은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대개 2~4만 원대다.
한편 일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항공(JAL)은 최근 대면 형태로 실시하던 비행기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전환하고, 인쇄업체 톳판인쇄사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일본 유명 문화재를 온라인으로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최대 여행사 JTB도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과 마우나케아 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투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나만 아는 여행지, 숨은 명소를 찾아서!
콧바람을 쐬어야 비로소 여행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방구석 여행에 흥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인파가 바글바글한 ‘핫플레이스’를 갈 수도 없는 노릇. 이 때문에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숨은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국내여행 의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기존 유명 관광지보다 숨겨진 여행지나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곳으로 여행할 것’이라는 응답이 1순위로 높았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해 ‘언택트 관광지 100선’을 내놓았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 ▲개별 여행 및 가족 단위 테마 관광지 ▲야외 관광지 ▲자체 입장객수를 제한하는 관광지 등 거리두기 기준을 충족하는 여행지를 모아놓은 목록이다. 여행지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0곳의 여행지를 천천히 살펴보면, 생소한 관광 명소가 눈에 띄면서 우리나라가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차박’도 새롭게 부상한 언택트 여행 문화다. 차에서 관광과 숙박을 모두 해결하는 차박은 거리두기에 최적화된 여행이다. 차로만 방문이 가능한 이색 명소를 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 카페 ‘차박캠핑클럽’ 운영자 ‘둥이아빠’의 추천에 따르면, 차박의 대표 명소는 충북 충주 목계솔밭이다. 광활한 대지에 화장실과 개수대 등 편의시설을 모두 갖춰 그야말로 차박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충주 수주팔봉 캠핑장과 삼탄유원지, 양평 광탄유원지, 여주 신륵사 등이 차박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숨은 여행지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뉴노멀 시대의 또 다른 트렌드는 동네 걷기 여행. 동네 걷기 여행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콘텐츠는 카카오TV의 웹 예능 ‘밤을 걷는 밤’이다. 밤을 걷는 밤은 가수 유희열이 서울의 밤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담아낸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거리에서도 색다른 매력을 찾아내 보는 묘미가 있다. 때로는 정해진 방향 없이 발길 닿는 곳으로 향하기도 하고, 우연히 멋진 풍경을 만나면 멈춰서 감상도 한다. 부담 없이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는 듯한 편안한 콘셉트 때문인지 2020년 12월 기준 누적 조회수가 560만 회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언제쯤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이렇게 애쓰며(?) 노는 게 마스크 없이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여행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배낭을 챙기게 될 날을 기다리면서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여행지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예전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거나 이름난 여행지를 탐색했다면 이젠, 다른 여행자들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언택트 여행지가 선택의 우선순위를 차치하게 되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평창군 미탄면 어름치 마을이다. KTX가 개통된 덕분에 서울에서 평창까지는 1시간 40분이면 닿는다. 평창은 가까워졌지만 평창역에서 미탄까지는 택시로 40여 분이나 더 들어가야 하는 먼 길이다. 찾아가기 불편하기 때문에 청정 자연이 살아있는 동네, 한적한 가을 여행지로 제격이다.
어름치 마을의 본래 이름은 미탄면 마하리인데 청정 지역에서만 사는 천연기념물 어름치가 살 정도로 깨끗하다고 어름치 마을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이곳에서 1박 2일 머물며 낮에는 동강에서 슬로보트를 타고 별이 쏟아지는 밤엔 불멍을 하며 가을 낭만을 즐겼다.
한강 상류인 동강은 태백과 정선, 그리고 평창과 영월을 지나 단양으로 흘러간다. 그중 평창에 해당하는 구간은 짧지만 기암괴석이 만들어낸 비경은 비길 데가 없다. 동강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칠족령 트레킹을 추천한다. 강원도 사람들이 걸어 다니던 길을 걸으며 내려다보는 동강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동강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바로 동강 슬로보트다. 느리게 움직이는 고무보트를 타고 2시간 동안 신선계 같은 동강의 기암절벽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4억5000만 년 전에 융기돼 형성된 석회암층 지형이 만들어낸 비경을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름다움이 더 생생하게 전해진다. 중국의 장가계는 가보지 못했지만 장가계의 풍광도 이보다 더 아름답진 못할 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어름치, 동강할미꽃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한 동강. 아름다운 경치에 넋이 나가고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에 다시 한 번 홀렸다. 봄에 피는 동강할미꽃은 볼 수 없었지만 바위틈으로 피어난 구절초들이 아쉬움을 달래줬다. 천천히 움직이는 보트 위에서 커피를 마시며 인생 사진도 찍었다. 힐링 그 자체였다.
밤의 동강은 낮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밝게 빛나는 시골의 밤하늘에 대한 낭만적 환상을 가지고 있다. 마을에선 그 로망을 채워줄 동강 밤마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체험비를 내면 야간 짚라인을 타고 모닥불 앞에서 동강 하늘에 총총 뜬 별을 보며 가을날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고구마, 감자, 가래떡 등 주전부리도 준비해주니 훨훨 타는 모닥불에 구워 맥주 안주를 대신했다.
특히나 ‘불멍’이 좋았다. 불멍이란 타는 장작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걸 의미하는 신조어다. 단어를 듣기는 했어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지인들과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멍을 경험했다. 바쁘게 살면서 알게 모르게 지치고 힘들었는지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시간이 편안하고 좋았다. 나무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불멍이 왜 사색의 계절 가을과 잘 어울리는지 알았다. 많은 여행을 했지만 이런 감동은 처음이다. 동강에서의 불멍은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평창군 미탄면은 평창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산골마을이다. 옛날 사람들은 높고 험한 산을 올라 약초를 찾고 갖가지 산나물을 캐며 살았다. 감자와 메밀죽을 쒀 먹는 녹록지 않은 삶이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르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 자연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미탄이 요즘 핫한 언택트 여행지로 떠오르는 이유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시기로 1년 중 어느 때보다 먹거리가 풍부해 맛집 여행을 떠나기 안성맞춤인 계절이다. 하지만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이번 가을도 모두의 발길을 꽁꽁 묶어놓아 ‘방콕’ 여행을 하게 만들고 있다. 풍요로운 가을을 이대로 보내기 아쉽다면, 넷플릭스로 식도락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입맛을 돋우고 군침이 돌게 만드는 요리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무원을 준비하던 '혜원'(김태리)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작정 고향으로 돌아온다. 매일 편의점 재고로 끼니를 때우던 혜원은 오랜만에 친구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함께 밥 한 끼를 만들어 먹으며 행복을 느끼고, 다쳤던 마음을 치유해나간다.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사계절을 보낸 혜원은 어느 날 자신이 고향을 찾은 이유를 깨닫고, 다시 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각박하고 치열한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아카시아꽃 튀김, 배추전, 크림 브륄레, 말린 곶감, 팥 케이크 등 계절별로 등장하는 제철 음식과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모습이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2. 아메리칸 셰프 (Chef, 2014)
어느 날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뺏기고 유명 음식 평론가에게 혹평을 들은 일류 레스토랑 셰프 '칼 캐스퍼'(존 파브로)는 홧김에 SNS로 욕설을 보내버린다. 이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인터넷 스타로 떠오른 칼은 결국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푸드 트럭 장사에 나선다. 쿠바 샌드위치로 도전장을 내민 칼은 길 위에서 셰프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일류 셰프 칼 캐스퍼가 푸드 트럭에 도전해 아들과 함께 미국 전역을 일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 '칼 캐스퍼'의 실제 모델은 한국계 미국인 셰프 로이 최로, 그의 실제 성공담과 마케팅 노하우, 개발한 음식 등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멕시코 음식과 한국 음식을 접목한 퓨전 타코 등 남미의 향이 물씬 풍기는 요리와 신나는 라틴 음악이 식욕과 흥을 동시에 돋운다.
3. 줄리 앤 줄리아 (Julie & Julia, 2009)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한 주부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는 외교관 남편과 함께 프랑스로 떠나 명문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를 다니며 현지 요리에 도전한다. 이후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로 거듭난 줄리아는 자신의 비법이 적힌 요리책을 남긴다. 그로부터 50년 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공무원 '줄리 파웰'(에이미 아담스)은 줄리아의 요리책을 보며 1년간 524개의 요리법에 도전하고, 이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다.
영화 '줄리 앤 줄리아'는 시대를 달리하는 두 여인이 요리를 통해 자아를 탐색해나가는 이야기로, 1950년대 프랑스 파리와 2000년대 미국 뉴욕을 번갈아 등장시키며 두 주인공의 서사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대표 요리인 뵈프 부르기뇽(부르고뉴산 와인을 넣은 쇠고기 찜)을 비롯해 솔 뫼니에르(버터에 구운 가자미) 등 정통 프랑스 요리들이 미각을 자극한다.
여행을 하면서, 현지 맛집 중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고 망설여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보고 싶지만 시간이 한정돼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는 게 정말 아쉽다. 그런데 제천시에서 운영하는 ‘가스트로투어’는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준다.
가스트로투어란 음식과 여행을 함께 즐기는 미식여행이다. 제천 가스트로투어는 2시간 동안 도심의 약선거리와 전통시장을 걸으며 5~6가지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많이 드시고 싶은 분을 위한 A코스’와 ‘적당히 드시고 싶은 분을 위한 B코스’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나와 친구들은 최근 TV에서 본 덩실분식이 포함돼 있는 B코스를 선택해 문화해설사 안내에 따라 최고의 맛을 찾아다녔다.
화로에서 구워주는 ‘대파불고기’는 불맛에 대파 향이 더해진 인상적인 메뉴였다. 고기를 재울 때 황기를 사용한다는 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역시 황기의 고장답다고 생각했다. 흰민들레에 대추, 표고버섯 등을 넣은 ‘하얀민들레밥’도 근사했다. 돌솥밥에 흰민들레를 넣은 것도 색달랐고, 주인이 직접 담근 장에 비벼 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약선도시의 특징을 살린, 건강 약재가 들어간 건강 밥상이 특별하고 좋았다.
도심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요즘 핫한, 덩실분식의 찹쌀떡도 맛보았다. 줄을 서도 사기 힘들다는 찹쌀떡은 오전 물량이 이미 다 팔린 상황이었지만 가스트로투어 참가자들은 미리 확보해둔 수제 찹쌀떡을 맛볼 수 있었다. 배는 이미 불렀지만 전통시장에서 먹는 제천의 명물 빨강오뎅과 향기로운 커피 한 잔까지 맛보며 2시간 내내 즐거운 발걸음이었다. 우리 일행 4명이 식당에 들어갈 때마다 2인분씩 식사가 제공되어 양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배가 불러왔다. 빨강오뎅을 먹을 때는 더 이상 못 먹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한 입 베어 먹으니 또 먹고 싶어지는 맛이어서 다시 꼬치를 집어 들었다.
제천 가스트로투어는 100%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참가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제천 시티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4인 이상이면 수시로 예약 가능하다. 사전예약을 하면 문화광광해설사가 나와 안내도 하고 음식에 깃든 스토리도 들려준다. A코스는 1인 18000원, B코스는 1인 14000원. 가격도 혜자스러워 대만족이었다.
가을 제천은 참 아름답다. 모노레일이나 케이블카를 타고 비봉산에 올라 청풍호의 가을을 감상하고, 관광유람선에 올라 청풍호의 수려하고 멋진 풍광과 옥순봉의 비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저절로 펴진다. 하루 또는 1박 2일, 가스트로투어로 제천의 다양한 맛과 재미를 만끽하면서 깊어가는 가을도 감상하는 언택트 여행을 제안해본다.
1화 코로나 시대의 핀테크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다. 예수의 탄생만큼 중요한 기점이 됐다. ‘뉴욕타임스’의 한 컬럼니스트는 현시대를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구분했다. 전염병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구석구석 바꿔놓고 있다. 여행과 같이 흔히 즐기던 여가를 못 누리는 것은 기본이고, 퇴근하고 같이 맥주 한 잔을 마셨던 친구의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열악한 경제 상황으로 문을 닫는 가게가 생겼고, 명예퇴직을 권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이 혼란 속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산업이 있는데, 바로 ‘핀테크’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에 ‘IT기술(Technology)’을 활용한 서비스나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뜻한다. 핀테크의 종류를 구분하면 크게 간편결제, 송금, 대출, 개인 자산관리 등으로 나뉜다. 근래에 생긴 개념은 아니다. 미국의 간편결제 서비스로 유명한 페이팔은 핀테크의 원조다. 우리가 익숙하게 써온 온라인 뱅킹도 일종의 핀테크다.
다만 4차산업 시대에 진입하면서 핀테크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전의 서비스보다 더 간편하고 다양해졌다. 단적인 예로서 6자리 비밀번호만으로 송금이 가능한 카카오페이나 인공지능 로봇이 알고리즘을 토대로 고객에게 투자 전략을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만 봐도 알 수 있다.
◆ 간편결제가 이끄는 핀테크
핀테크 산업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핀테크의 대표적인 분야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성장한 덕분이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는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33.4%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2년까지 약 3조4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간편결제 시장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을 보면 2018년 간편결제 전체 이용금액은 80조1453억 원으로 집계됐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본격화한 2016년의 26조8808억 원에 비하면 약 3배 정도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 19 확산 이후 국내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전년과 비교했을 때 비대면 결제가 많이 증가했다. 코로나가 한창 심했던 2월에서 5월 사이 실적을 분석했을 때 대면 결제는 전년 동기 대비 8.4%가 감소했다. 대신 모바일이나 PC를 활용한 비대면 결제는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5월 기준 비대면 결제에서 간편결제의 비중은 42.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간편결제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의 비중은 69.1%였다. 과반이 넘는 핀테크 기업이 현재 간편결제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 얼어붙은 투자 시장의 명암
코로나의 영향으로 확실히 전체 투자액은 줄었다. 다만 핀테크에 대한 벤처캐피탈의 투자는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경영 컨설팅 회사 KPMG가 발간한 ‘2020 상반기 핀테크 동향 보고서(Pulse of Fintech H1 2020)’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핀테크 투자액은 25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 수준에 그쳤다. 핀테크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는 200억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투자 시장도 코로나로 인해 얼어붙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6월 기준 국내 투자사들은 789개사에 총 1조6495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한 회사나 금액의 규모가 작년과 비교했을 때 17.3% 감소했다. 지난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는데, 갈수록 감소 폭이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 인한 불확실성이 투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핀테크 기업도 있다. 파운트, 보맵, 펀다, 해빗팩토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5월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인 파운트는 1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LB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이 투자했으며 파운트의 누적 투자액은 200억 원을 넘어섰다. 보험 분석 및 관리 서비스를 운영 중인 보맵과 해빗팩토리는 각각 85억 원과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P2P 금융’으로 불리는 온라인 대출 서비스를 운영 중인 펀다는 66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 한 발 더 앞으로 나갈 동력을 마련한 셈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코로나가 이 사회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기모란 교수는 모 방송에 나와서 “3년 내에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낙관적인 시나리오겠지만, 그보다 더 오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말로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신문지상을 도배하는 ‘언택트’는 이제 일상이 될 것이다. 비대면 금융은 가속화될 것이고, 핀테크는 지금보다 더 익숙하고 일상적인 서비스가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격주로 핀테크와 관련된 이슈와 정보를 소개할 예정이다. 핀테크가 점심 메뉴 고르는 것처럼 쉬워지는 그 날까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 방침으로 하객 50인 이상이 모이는 실내 결혼식이 금지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준동이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하객과 함께하는 결혼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결혼 당사자는 물론 혼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친한 후배 아들의 결혼식이 8월 22일 예정되어 있었다. 청첩장도 예쁘게 만들어 보내왔다. 나한테는 그냥 청첩장만 보내기가 미안했는지 직접 전화를 걸어 꼭 와주십사 간청도 했다. 원래는 4월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를 해서 8월로 잡았단다.
결혼식이 예정된 날 닷새 전에 코로나19의 방역이 2단계로 격상되면서 50인 이상 참석하는 실내 집합과 뷔페식사가 금지되었다. 혼주 입장에서는 한밤중에 홍두깨로 얻어맞은 셈이다. 이미 청첩장을 보낸 마당에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말라고 선별해서 50명을 맞추기도 난해한 일이다 그렇다고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 코로나19로 무작정 결혼식을 뒤로 미루기도 어렵다. 정부의 행정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예식장 취소에 대한 적정선의 타협도 큰일이다.
여러 가지 고민 끝에 한적한 지방 소도시의 야외가든 홀에서 집안 식구들끼리 간소한 결혼식을 치르기로 부랴부랴 결정했단다. 청첩장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결혼식에 모시지 못한다는 사과의 글을 다시 보내고 예식장에도 어쩔 수 없이 예약 취소를 통보했다. 후배는 가족끼리 결혼하는 사진을 내게 보내왔고 신랑 신부는 국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결혼식은 그렇게 끝났지만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계약을 취소했던 예식장과의 문제였다. 예식장 입장에서도 결혼식 취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적게 올 것을 예상하고 계약한 음식 값은 모두 600만 원이었다. 후배는 300만 원을 물어주는 선에서 분쟁을 종결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예식장에서는 시설이용료가 음식 값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100만 원만 감한 500만 원을 요구했다. 후배는 “정부 방침으로 어쩔 수 없었던 일 아니냐? 먹어보지도 못한 밥값을 이렇게 많이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항의했다.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협상이 결렬되었다. 앞으로 법정 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 국가에서는 50명 이상 모임을 못하게만 했지 이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으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런 경우 돈이 걸린 문제라 중재안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만약 재판정에 불려간다면 예식장 계약서에 서명한 신랑 신부가 불려가야 할 판인데 이를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무거울까.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결혼식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은행 계좌로 축의금을 보내준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의견을 내게 물어왔다. 결혼식 하객이 축의금을 내고 혼주가 먹을거리로 답례하는 게 우리의 전통적 결혼식 풍습이다. 이런 문화가 코로나19로 여지없이 깨어졌다. 축의금은 통장으로 받았는데 대접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혼주 입장에서 축의금만 받고 입을 싹 씻기도 찜찜하다. 기념품을 사서 돌리자니 무엇을, 얼마짜리를 해야 할지도 난감하다. 편지를 보내는 시대가 아니고 전화와 이메일, 카톡을 사용하는 시대이다 보니 정확한 집 주소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축의금을 받으면 간단하게나마 고마움을 표시하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 스타벅스 같은 지점 점포가 많은 체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커피와 조각 케이크 상품권을 카톡으로 선물하라고 했다. 받은 사람 입장에서도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있으니 기간 내에 특별한 사람과 체인점을 방문하든가 배달받아 먹으면 된다.
후배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코로나19가 우리의 문화를 알게 모르게 흔들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결혼식은 점점 사라져갈 것이다. 축의금 문화는 지금까지 주고받은 것이 있어 당장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역시 변화를 맞이할 듯하다. 다양한 종류의 답례품 시장도 새롭게 떠오를 것 같다. 어쩌면 청첩장을 보낼 때 모시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하면서 3~4가지 선물 중 하나를 선택하면 주소지로 보내드리겠다는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당연히 여행 풍속도도 달라졌다. 여럿이 다니는 여행은 점차 사라지고 혼자 혹은 둘이 떠나기 좋은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인적이 드문 곳, 적당한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추세다. 그렇게 훌쩍 떠나 갑갑했던 마음을 풀어놓고 당일치기로 놀기 딱 좋은 곳이 있다. 바로 강화도다!
강화도령이 살았던 터전, 용흥궁
조선 25대 왕 철종(哲宗)이 강화도령이었던 시절에 지냈던 곳이다. 임금으로 추대된 사람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을 잠저(潛邸)라고 하는데, 당시 강화도령은 가족이 모반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14세 때 이곳 강화로 유배되었다. 원래는 보잘것없는 초가였으나 훗날 강화도령이 왕위에 오르자 강화 유수 정기세(鄭基世)가 집을 보수 단장해 용흥궁이라 불렀다. 사람이 살지 않아 좀 휑한 모습이지만 관리는 잘되어 있었다. 150년 된 고택의 안채와 사랑채, 별채, 마루, 작은 정원, 우물, 반질반질한 문고리를 보며 강화도령 이원범으로 살던 철종의 모습이 느껴져 짠했다. 14세부터 19세까지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산으로 땔감을 구하러 가기도 하며 평민으로 살았던 터전이다. 강화도령 이원범, 철종의 이야기가 깃든 용흥궁 담장에는 능소화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용흥궁은 강화 나들길 1코스다. 강화읍 관청리 441-0
한옥의 멋,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용흥궁 담 넘어 건너편 언덕에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의 외양이 독특하다. 얼핏 보면 성당 같지 않고 마치 절처럼 보인다. 바실리카 양식과 동양 불교 사찰 양식을 융합한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마당 한쪽에는 불교를 상징하는 나무 보리수가 100년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찰의 범종처럼 생긴 종도 보인다. 분명 성당인데 절의 분위기가 더 느껴지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건물이다. 서로 다른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함께하는 남다름을 본다.
성당 입구의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며 마음을 가다듬어본다. 상사화가 바람에 흔들리는 마당엔 초대 주교 고요한 신부의 비석과 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비가 있다. 강화 시내가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는 높은 언덕이다.
댓돌 위에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목재로 이루어진 깔끔한 실내가 성스러움을 더한다. 동서양의 오묘한 분위기가 잘 조합된 실내다. 열린 창으로 자연의 풍경이 한가득 들어온다. 양 벽면에는 강화성당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진열돼 있다. 밖으로 나가면 뒤편으로 낮은 담장의 사제관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약탈당한 계단 난간 등 건축물의 일부가 복원된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변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성당이다. 강화읍 관청길 27번길 10
소창길’을 아시나요
용흥궁과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을 나와 내려오다 보면 길가에 서 있는 커다란 굴뚝이 보인다. 1960~70년대에 강화도 산업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심도직물의 흔적이다. 직물 공장은 강화도 경제의 대표적 징표다. 강화도서관 옆으로 이화직물 터가 있고, 아기들 기저귓감으로 많이 쓰였던 친환경 직물 ‘소창’을 만들어내던 유명 직물 업체들이 터를 잡고 있다. 그래서 이 골목에 ‘소창길’ 코스가 새롭게 더해졌다. 강화 중앙시장 B동 3층에 위치한 ‘관광플랫폼’이 스토리워크 길 출발지다. 1960년대의 직물공장 전경과 소창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는데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산하다. 가는 길에는 100년의 세월을 품은 낡은 건물에 자리 잡은 ‘낙원 떡집’이 있다. 순수한 떡 맛을 자랑한다. 질 좋은 강화 쌀에 첨가물은 소금 한 가지밖에 안 넣는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소박한 식사를 하고 싶으면 읍내 중심에 있는 50년 전통의 ‘강화국수’ 집으로 가면 된다. 강화도에 가면 알싸한 순무김치 맛도 봐야 한다.
※소창길 코스 중앙시장 관광플랫폼에서 출발해 심도직물 굴뚝 - 천주교 인천교구 강화성당 - 이화직물 터 - 금융상사 - 조양방직 - 동광직물 - 남화직물 - 상호직물 - 경도직물 - 소창체험관으로 이어진다. 2시간 정도 소요.
빈티지 감성 카페, 조양방직
과거의 방직 공장을 그대로 살려서 빈티지한 매력을 보여주는 레트로 감성 카페다. 조양방직은 1933년 홍 씨 형제가 민족자본으로 설립한 방직공장으로 한때 엄청난 전성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 시절의 흔적들이 빈티지한 멋으로 탈바꿈해 핫한 카페가 됐다. 그 옛날 우리의 언니와 누나들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기계를 돌리던 시절을 상상하도록 자극한다. 강화읍 향나무길 5번길 12
평화로운 궁궐터, 고려궁지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저항해온 우리 민족의 역사가 있는 곳. 고려 왕조가 몽골에 대항하기 위해 고종 19년(1232)부터 원종 11년(1270)까지 38년간 머물렀던 궁궐의 터다(사적 제133호). 당시의 궁궐은 1270년 송도로 환도할 때 몽골의 압력으로 모두 허물어졌고 행궁과 장녕전, 만녕전, 외규장각 등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불타 없어졌다. 지금은 강화 유수가 업무를 보던 동헌과 유수부의 경력이 업무를 봤던 이방청만 남아 있다. 푸른 잔디가 시원하게 깔린 자연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다. 강화읍 강화대로 394
조용한 마음의 울림, 교동마을과 향교
느릿느릿 옛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시간이 멈춘 듯한 교동마을로 가볼 일이다. 예스럽고 정감 있는 마을을 둘러보다 보면 지치고 복잡했던 마음이 어느새 가라앉는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강화읍에 위치한 강화 향교(고려 전기에 창건)와 우리나라 최초 향교인 교동 향교 방문도 빠뜨릴 수 없다. 강화나들길 1-18코스다. 강화군 교동남로 229-49
해안도로 따라 의미 있는 드라이브 코스, 덕진진
강화도에는 월곶진, 제물진, 용진진, 덕진진, 초지진의 5진(鎭)과 광성보, 선두보, 장곶보, 정포보, 인화보, 철곶보, 승천보의 7보(堡)를 합친 강화 12진보(鎭堡)가 있다. 그중 덕진진은 김포 덕포진과 더불어 해협의 관문을 지키는 강화도 제1포대였다.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하며 해안도로를 따라 볼 수 있는 ‘강화나들길 2코스 호국돈대길’ 전적 시설 풍경은 산책과 드라이브 코스로 의미 있다. 강화군 불은면 덕성리 846
섬에서 즐기는 슬기로운 문화생활 ‘도솔미술관’, ‘해든뮤지엄’, ‘전원미술관’
최근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떠나 작품 전시를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고즈넉한 강화 땅에서 감상하는 개성 있고 멋진 미술관. 언택트 여행으로 유유자적 멋진 시간을 누려보자.
도솔미술관은 초지진과 가깝고 고즈넉해서 좋은 사람과 조용히 산책할 겸 가보면 좋은 장소다. 강화 들판을 달려 소나무가 예스러움을 더해주는 작은 마을에 다다르면 단정한 한옥 갤러리가 눈에 들어온다. 총 4개의 전시관이 있는 도솔미술관은 야외전시관, 2개 층의 실내 전시장, 별관으로 나뉘어 있다.
뜰안채 야외전시장에서는 사진작가의 아프리카 바오밥나무 작품이 전시돼 있다. 실내로 들어가면 별관을 비롯해 2개 층으로 이루어진 전시장에서 매달 바뀌는 전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 창가에 걸터앉아 강화 들녘을 유유자적 내다보며 함께 온 사람과 조용조용 대화를 나누는 다정한 풍경이 아름답다. 강화군 길상면 길상로 210번길 52-71
해든뮤지엄은 갤러리로 걸어 들어가는 입구의 긴 경사면에서부터 설레게 된다.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로 2013년 한국건축가협회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건축 베스트7’에 뽑히기도 했다. 실내 사진 촬영이 안 돼 아쉽지만 야외의 조각작품과 설치미술, 그리고 대형 미러가 볼 만하다. 정원의 휴식공간과 잘 어울리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 강화군 길상면 장흥로 101번길 44
전원미술관은 강화도에서 출생한 한국화가 유광상 씨가 운영하는 갤러리다. 작가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작품과 일본 유학 시절에 그린 그림 등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강화군 송해면 솔정리 561
이색적이고 따뜻한 ‘동네 책방’
강화군청 부근엔 볼거리가 많다. 강화성당과 용흥궁, 중앙시장, 궁터, 중앙시장 청년몰, 소창길…. 이곳들을 다 돌아본 뒤 한숨 돌리며 조용히 서점을 들러보는 건 어떨까. 소금빛 서점, 국자와 주걱, 책방 시점 등은 강화도 간 김에 누리는‘소확행’이다.
‘소금빛 서점’ 이 있는 고택 계단을 올라서면 대문 바로 앞 양옆으로 ‘그 여자 그릇 유림상회’와 ‘그 남자 책방 소금빛 서점’이 있다. 그 남자의 안목으로 고른 책들이 진열된 소금빛 서점은, 얼마 전 방영 종료된 SBS 드라마 ‘더킹: 영원의 군주’에서 배우 이민호가 책 읽는 장면을 찍은 장소로 더 알려졌다. 그 여자의 그릇 유림상회는 채색이 독특한 그릇 한 점쯤 갖고 싶게 하는 곳이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책과 그릇이 있는 감성 공간이다(서점과 그릇가게 앞의 대문을 열면 100년 고택 대명헌을 만난다. 김구 선생이 한동안 머물렀다는 운치 있는 한옥 숙박업소로 예약제로 운영된다).
강화읍 남문안길 7
‘국자와 주걱’은 한적한 마을의 한옥을 책방으로 꾸민 시골 책방 겸 북 스테이다. “작은 책방. 작고 불편함. 그러나 좋은 책. 따뜻한 밥상. 깨끗한 잠자리. 그리고 많은 정”이라는 책방 소개글이 다정하다. 책만 보러 갔다가 주인장의 푸근한 인심에 다시 찾는 곳이다. 큰 도로에서 마을길로 접어들어 꼬불거리는 좁은 길로 주춤주춤 운전해 들어가면 이 특별한 책방과 만난다. 강화군 양도면 강화남로 428번길 46-27
아름다운 일몰에 반하다, 장화리
강화도의 마지막 코스는 누가 뭐래도 일몰 풍광이 장관인 장화리다. 강화도 남부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강화 갯벌과 서해의 해넘이는 여행자들의 관심사다. 이곳에서의 일몰 시간은 아주 짧다. 찰나의 장화리 노을 앞에서 두근두근하면서도 경건한 시간을 맛보며 강화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