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三伏) 중 두 번째 복날인 중복은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절기인 하지 중 제4경일을 말한다. 복날에 사람들은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다.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콩국수는 삼계탕 못지않은 보양식이다. 다가오는 무더위를 대비하기 위해 건강하게 콩국수를 즐길 방법은 없을까?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의 도움말로 콩국수의 한의학적ㆍ영양학적 효능을 알아보자.
콩국수의 주재료이면서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는 콩은 식물성 단백질 식품이다. 칼슘, 철분, 마그네슘 등 영양소가 풍부해 체력 보충과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특히 콩의 이소플라본 성분은 암세포 분열과 확장을 억제하고 소멸을 촉진한다.
또한 콩에 함유된 레시틴, 식이섬유 등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이다.
한의학에서 콩은 ‘대두’라 한다. 대두는 달거나 짜고 성질이 평해 오장을 보하고 십이경락의 순환을 도와준다. 콩의 효능은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다. 울화에 효과가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콩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가라앉는 진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콩은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는데, 콩물이 이를 보완해준다. 콩을 삶고 갈아서 만든 콩물은 소화 흡수가 훨씬 빠르다. 여기에 열을 내려주는 밀가루가 더해진 콩국수는 여름에 먹기 좋은 보양식이다.
하지만 단백질이 풍부한 콩물은 식중독균이 자라기가 쉽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샐러드, 김밥과 함께 콩국수를 식중독 위험이 큰 식품군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실제로 식중독균은 섭씨 35도에서 2~3시간 만에 100배, 4~7시간이 지나면 1만 배까지 증가한다.
따라서 콩국수는 조리를 마친 후 바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온에 2시간 이상 두지 않아야 하고, 바로 먹지 못한다면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 또한 조리할 때에는 얼음을 채운 차가운 물에 뜨거운 콩물을 담가 규칙적으로 저어주며 신속하게 식히는 것이 중요하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콩국수는 콩의 이로운 성분을 가장 완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완전영양식품”이라며 “콩국수 한 그릇의 열량은 500~600kcal 정도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기 때문에 숙취 해소에도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깨나 오이 등을 함께 곁들여 먹으면 콩국수에 부족한 영양소인 비타민C와 비타민E를 섭취할 수 있다”며 “요즘과 같은 복날에 뜨거운 삼계탕도 좋지만, 시원하고 영양 만점인 콩국수로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이겨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돌아오는 일요일인 11일은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인 삼복 중 초복이다. 삼복더위를 앞두고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삼계탕을 직접 조리해 먹으려는 시니어에게 ‘식중독 주의보’를 내렸다.
식약처는 5일 여름보양식의 주재료인 생닭과 오리 같은 식재료 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 삼복 기간이 겹치는 7월에 닭과 오리 소비가 늘어나면서 ‘캠필로박터 제주니(캠필로박터)’ 식중독 발병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캠필로박터균은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 내장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캠필로박터 식중독으로 최근 5년간 환자 2023명이 발생했다. 식중독 발생통계에 따르면 5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환자는 7월에 816명(40.3%)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캠필로박터 식중독은 닭, 오리 등의 육류를 잘못 조리한 음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816명(40.3%)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완벽히 익히지 않은 닭·오리고기와 부주의한 손질로 인한 교차오염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식약처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닭과 오리를 속까지 완전히 익힐 것을 당부했다. 특히 생닭 또는 생닭을 씻은 물, 또는 생닭에 닿았던 그릇이나 칼 같은 조리기구가 주변 다른 음식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여름철 식중독은 조리 전·후 손씻기, 충분한 가열 조리, 교차오염 방지에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캠필로박터 식중독 예방법
① 생닭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 생닭의 핏물이 다른 식품에 오염되지 않도록 냉장고 제일 아래 칸에 보관한다.
② 닭찜 등 요리는 씻지 않은 생닭을 뜨거운 물에 한 번 끓여낸 뒤 손질한다.
③ 삼계탕을 준비할 때 채소류→육류→어류→생닭 순으로 세척하고, 생닭을 세척할 때는 다른 음식재료나 조리기구가 오염되지 않도록 한다.
④ 생닭을 다룰 때 사용한 칼·도마 등은 다른 식재료에 사용하지 않는다. 구분 사용이 어렵다면 식재료를 바꿀 때마다 깨끗하게 씻거나 소독해야 한다. 생닭을 다뤘던 손은 반드시 비누 등으로 씻은 뒤 다른 식재료를 다뤄야 한다.
⑤ 조리할 때 속까지 완전히 익도록, 중심온도가 75℃에서 1분 이상 충분하게 끓여줘야 한다.
최근 들어 여름철 삼계탕 대신 대체 보양식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 그 중 같은 닭을 주재료로 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치킨 역시 새로운 복날 보양식으로 주목받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치킨은 삼계탕을 대체할 만큼 보양 효과가 있을까? 한의학적으로 치킨은 따뜻한 성질인 닭고기의 특성상 신체의 기를 보하고, 여름철 소진된 기력회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치킨은 대개 고온의 기름에 튀긴다. 한방에서 튀긴 음식은 체내에 보다 높은 열을 축적시킨다고 본다.
이는 곧 폐와 기관지를 건조하게 만들어 풍열(風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풍열이란 신체에 열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몸에 풍열이 발생하면 간이나 폐, 눈 등 많은 신체기관에 영향을 줘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풍열이 몸에 쌓이면 오한과 동시에 기침과 갈증이 나고 누런 설태가 끼는 등 전반적인 호흡기 질환을 동반한다.
영양학적으로도 치킨은 열량이 높고 단백질, 탄수화물 등 여러 영양소가 풍부해 영양보충이 가능한 간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무기질과 비타민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고열량에 콜레스테롤이 높아 건강식의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치킨은 고지방 음식이다. 고지방은 간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간 수치를 정상범위보다 상승시킨다. 근본적으로 우리 몸의 피로도를 조절하는 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일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치킨은 여름철 건강관리를 위한 보양식으로 적절치 않으며, 기호에 따라 적당히 즐기는 게 알맞다.
치킨과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대파가 있다. 대파는 치킨의 부족한 비타민을 채워줄 수 있어 ‘파닭’처럼 함께 먹으면 좋다. 혹은 브로콜리와 토마토 등 비타민C,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채소류를 샐러드로 곁들여 먹길 추천한다.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은 “치킨은 나트륨, 지방 등의 함유량이 높아 보양식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며 “건강을 위해서는 샐러드와 곁들여 먹거나 이른바 ‘치밥’처럼 반찬 가운데 하나로 즐길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더위가 절정에 이른 8월. 팍팍 오르는 기온 때문에 입맛이 뚝뚝 떨어지는 날들이다. 호캉스도 누리고 기운도 북돋울 겸 호텔 레스토랑을 찾는 건 어떨까? 여름을 맞아 선보이는 다채로운 요리와 디저트로 달콤한 휴식을 즐겨보자.
◇ 보양식 디너 & 서머 애프터눈 티
파크 하얏트 서울 ‘더 라운지’는 여름철 복날을 겨냥한 ‘더테이스트 보양식 디너 세트’를 출시했다. 초계탕, 더덕튀김, 한우갈비구이 등 원기보충을 위한 메인요리와 쑥무스, 콩가루크럼블 등 이색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1인 10만 원, 9월 6일까지). 더불어 패션프루트, 구아바 등 열대 과일로 맛을 낸 상큼한 디저트와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서머애프터눈티’ 프로모션도 같은 기간 이용 가능하다(1인 3만9000원).
프리미엄 뮤직 바 ‘더 팀버 하우스’에서는 계절 사시미 모둠과 조개냉소바, 녹차아이스크림 모니카 등으로 구성된 정찬을 선보인다(1인 10만 원, 9월 20일까지). 아울러 전 프로모션 기간 매주 주말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코너스톤’에서 모둠해산물플래터, 랍스터구이 등 풍성한 메뉴가 돋보이는 브런치 테이블을 만날 수 있다.
◇ 컬리너리 저니 & 핑크 로맨스 애프터눈 티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플레이버즈’에서는 ‘도심 속에서의 세계 미식 여행’을 주제로 세계 각국 대표 음식들을 만끽할 수 있는 ‘컬리너리 저니’ 프로모션을 진행한다(평일 중식 10만5000원, 주말 13만 원, 8월 31일까지). 같은 기간 ‘더 라운지’에서는 라즈베리 디저트와 미국 유기농 수제차 브랜드 ‘리쉬티’의 티를 즐길 수 있다(2인 기준 8만4000원).
◇ 프리미엄 치킨 2종 & 프레쉬 서머 애프터눈 티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여름철 이색 보양식으로 ‘프리미엄 치킨 2종’을 준비했다. 웨스턴 스타일의 로스트 치킨과 중화풍의 갈릭 샤오기 치킨 중 선택 가능하다(4만9000원, 8월 31일까지). 같은 시기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생기 충전을 위한 ‘프레쉬 서머 애프터눈 티’를 로비라운지에서 선보인다(2인 기준 7만5000원).
◇ 샴페인 투고 & 페스타 루프톱 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시원한 샴페인을 언제 어디서든 곁들일 수 있는 테이크아웃 서비스 ‘샴페인 투고’를 진행한다. 패키지에는 샴페인 1병과 투명 와인 칠링백, 플라스틱 와인잔, 치즈를 비롯한 스낵이 포함된다(15만 원, 10월 31일까지). 9월 30일까지는 ‘페스타 루프톱 바’를 개장해 도심 전망을 내려다보며 다양한 주류와 안주를 즐길 수 있다.
◇ 비어가든 & 슈퍼 두퍼 서머 패키지
부산 웨스턴조선 호텔은 해운대가 바라보이는 야외에서 시원한 맥주와 바비큐 등을 즐기는 ‘비어 가든’을 선보인다(1만3000원부터, 8월 30일까지). 여름 호캉스를 겨냥한 ‘슈퍼 두퍼 패키지’도 출시해 이그제큐티브 객실 이상 숙박 시 티 칵테일을 제공한다(23만 원부터, 8월 31일까지). 더불어 여름 한정 디저트 ‘블루웨이브 케이크’도 판매한다(5만5000원).
본격적인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은 양(陽)의 기운이 넘쳐 밖으로 뻗어나가는 계절이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더위가 지속되면 체내의 양기가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 시니어들 가운데 요즘 따라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쉽게 피곤함이 느껴진다면 더위로 인한 기력 소모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몸이 지치는 걸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양기소모는 면역력을 떨어뜨리면서 각종 질환에 취약하게 만들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상태로 겨울을 맞이할 경우 건조한 날씨, 심한 일교차로 잔병치레를 할 수도 있다. 여름에 양기를 충분히 흡수해야 겨울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폭염 속 부족해진 기력을 채울 건강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흔히 ‘더위 먹었다’는 말은 기력이 쇠해 나타나는 ‘기허증’(氣虛證)을 의미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양기를 북돋워줘야 하는데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평소보다 잘 먹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보양식 섭취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뱃속의 기운은 차가워져 소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몸 안팎의 균형을 맞추려면 열기를 머금은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 열을 열로 다스리는 ‘이열치열’ 건강법이다. 많은 사람이 복날에 삼계탕, 추어탕 등 따뜻한 음식을 찾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여름철 보양식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음식이 삼계탕이다. 닭의 따뜻한 성질이 원기를 더해주고 위장을 덥혀 소화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부재료인 인삼, 황기는 기운을 보충하고 생강, 마늘은 몸의 열을 올려준다.
육개장과 추어탕도 훌륭한 여름 보양식이다. 육개장에 들어가는 쇠고기는 소화를 돕고 떨어진 기운을 북돋워준다. 함께 먹는 파, 마늘 등도 따뜻한 성질을 지닌다. 추어탕은 기력 보충과 갈증 해소에 좋으며 위를 보호해 신진대사를 돕는다. 특히 미꾸라지는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 소화가 잘되며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함유돼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이외에 최근 인기가 높은 전복, 낙지, 장어 등도 여름철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음식들이다. 그러나 지나친 보양식으로 양 기운이 넘칠 경우 오히려 몸의 열을 소통시키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과잉 섭취를 삼간다.
음식뿐 아니라 생활 방식도 중요하다. 날씨가 무덥다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몸에 해롭다. 특히 항시 따뜻하게 해줘야 하는 배가 찬 기운에 자주 노출되면 소화불량으로 인한 복통, 설사를 일으키기 쉽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자궁 등 여성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복부와 허리에 냉기가 오래 머물면 주변 근육이 경직되어 요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냉방병의 일종이다.
냉방병 하면 감기 같은 질환을 떠올리기 쉬운데, 냉방병의 본질은 과도한 냉방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증상이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더울 때는 적절히 냉방은 하되 배와 골반만큼은 따뜻하게 해주고 특히 잠잘 때는 배에 이불을 꼭 덮어준다. 반대로 머리는 시원하게 해주는 게 좋다. 머리에 열이 많으면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화가 나거나 오랜 시간 일에 몰입할 경우 머리가 무겁거나 몽롱해질 때가 있다. 피가 머리로 몰려 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 머리가 과열되기 쉬우므로 시원하게 해줘야 한다. 이는 “찬 기운은 올라가고 더운 기운은 내려가야 건강하다”는 한의학의 ‘수승화강’(水乘火降) 원리와도 통한다.
적당한 강도의 신체 활동을 규칙적으로 해주는 것도 여름철의 급격한 체력 저하를 막고 몸의 기운이 원활히 순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걷기, 조깅, 맨손체조, 스트레칭 등 유산소운동을 통해 땀을 내주면 체내 각종 노폐물 배출에도 효과적일 뿐 아니라 몸의 기혈 순환을 촉진해 건강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또 규칙적인 운동은 근력 및 유연성을 강화하고 숙면도 돕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아진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스스로 미욱하게 풀어낸 해답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부족한 재주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틀릴 수도 있다. 여러분의 올곧은 지적도 기대한다.
더운 여름철에 엉뚱하게 비빔밥 이야기를 한다. 나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보양식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이가 많다. 지난번에도 ‘보양식은 없다’고 말했다. 비빔밥이 여름철 보양식이다. 굳이 찾자면 우리가 ‘환자식’이라 부르는 죽(粥)이 바로 보양식이다. 한식에는 보양식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매스컴까지 나서서 복날 음식 특집을 방송하는 지경이다.
외국 어느 나라도 매스컴까지 나서서 복날 음식을 소개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약한 나라들도 이렇게 ‘보양’을 찾아서 헤매지는 않는다. 우리만 튼튼하고 보양식을 먹지 않는 외국인들은 여름철이면 비실비실한가?
보양식 관련해서 한국은 문화적 후진국이다. ‘문화적 문맹’ 수준이다. 1년 내내 ‘치맥’을 먹는 한국인들이 보양식으로 또 닭을 먹는 것도 코미디다. 정작 인삼 소비는 나날이 줄고 있다. 일상에서는 인삼을 거의 찾지 않으면서, 복날에만 인삼 들어간 삼계탕을 먹는 것도 우습다. 치맥은 건강에 좋든 나쁘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뿐이다.
한식이 추구하는 바는 평(平)의 세계다. 음식을 평하는 게 하는 일이니, 여름철만 되면 보양식 원고청탁과 더불어 ‘보양식 강의’도 심심치 않다. 백화점 문화강좌나 공무원, 회사원 연수 프로그램 등에서도 ‘보양식 강좌’를 청한다.
강의를 할 경우 “한식은 평의 음식이다. 그러므로 보양식은 없다”고 미리 선을 긋는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상당히 실망하는 눈치다. 더러, “에이, 뭐야?” 하는 이도 있다. “오늘 낮에도 여름철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먹었는데 보양식이 없다니 그럼 삼계탕, 자라, 장어, 민어를 먹고 힘이 나는 건 뭐지?”라고 묻는 이들도 있다.
겨우 21일 자란 병아리 수준의 닭을 먹고, 내 몸에 보양을 했다고 좋아하는 것은 슬프지 않냐고 묻는다. 그 닭이 항생제, 성장촉진제 등을 먹으며 A4 용지보다 좁은 바닥에서 자랐음을 아냐고 묻는다. 그제야 고개를 갸웃하며 한편으로는 고개를 주억거린다.
끝내 조선시대에 왕실이나 반가에는 보양식이 있지 않았냐고 따지는 이들도 있다. 굳이 보양식으로 꼽자면 죽과 동짓날 팥죽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비빔밥이다.
비빈다?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다
1994년,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 선생의 인터뷰.
“내 예술은 비빔밥 예술이다. 동양과 서양, 일본과 한국 그리고 과거와 현대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한 그릇에 넣고 비빈다. 그릇 속에서 여러 요소들이 뒤섞이고 충돌, 화합한다. 제3의 맛을 만들어낸다. 내 예술은 비빔밥 예술이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덧붙인다.
“비빔밥을 비빌 수 있는 한국 사람들은 앞으로 디지털 시대에 선두에 설 것이다.”
25년 전의 인터뷰 내용이다. 인터넷이 아직 민간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무렵이다. 스마트폰도 없었다. 백남준 선생은 마치 예언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예언은 맞았다.
미국 가수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 와서 여러 번 비빔밥을 먹었다고 자랑하지 말자. 어느 항공사에서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가장 인기가 높았다고 우쭐할 일도 아니다. 백남준 선생이 먼저 비빔밥, 비빔밥 문화를 정확하게 예언(?)했다.
비빔밥은 여러 가지 식재료를 동시에 섞고 비비는 것이다. 비빔밥을 먹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다. ‘여러 가지 식재료를 골고루’라고 말한다. 이게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여러 가지, 골고루 먹으면 다양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보양식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여러 가지 식재료’를 섞은 맛을 정확하게 구분한다. “◯◯가 비빈 비빔밥이 제일 맛있다”는 표현도 있다.
전북 전주의 한 비빔밥 집에서는 늘 주인이 밥을 비벼준다. 비빔밥을 비빌 줄 모르는 이는 없다. 이 가게에 가면 필자도 늘 “비벼주세요”라고 청한다. 주인이 ‘숟가락 두 벌로’ 쓱쓱 비벼주면 희한하게 맛있다. 전주 사람들이 설마 비빔밥을 비빌 줄 모르랴? 현지 주민들도 늘 “비벼주세요” 한다.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빔밥을 위한 변명
비빔밥의 역사는 길고 넓다.
조선시대 중기 문신 박동량(朴東亮, 1569∼1635)이 쓴 ‘기재잡기’에는 무관 전임(田霖, ?∼1509)과 혼돈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혼돈반은 비빔밥이다.
한 대접에다가 생선과 채소를 섞어 세상에서 말하는 이른바 ‘혼돈반’과 같이 만들어 내놓으니, 전임이 두어 숟갈에 그 밥을 다 먹어 치웠다.
무관 전임은 조선시대 전기의 관리다. 15세기 중후반과 16세기 초반을 살았던 이다. 지금을 기점으로 셈하자면 500년 훨씬 전의 사람이다. 그때도 비빔밥이 있었다, 100년 이상 뒤의 사람인 문신 박동량이 그 내용을 남겼다. 특별하게 설명하지도 않고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혼돈반’이라고 했다. 흔하게 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전임이 먹었던 것은 생선과 채소를 넣고 비빈 밥이다. ‘혼돈반=비빔밥’이다. ‘혼돈’은 뒤섞여 어지러운 상태다. 혼란, ‘골동(骨董)’과도 비슷하다. 비빔밥을 ‘골동반’이라 부르고,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끓인 국물을 골동갱(骨董羹)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자연스레 받아들이지만, 외국인에게 비빔밥은 어렵다.
일본 언론인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씨는 “비빔밥은 양두구육의 음식”이라고 했다. ‘양두구육’은 전임의 혼돈반과 닮았다. “처음 그릇에 내올 때는 굉장히 아름다운데 그걸 마구잡이로 섞어서 먹는다. 처음과 끝이 전혀 다른 음식이다.”
일본인의 시각으로 보기에 한국 음식, 비빔밥은 그야말로 뒤죽박죽, 아름다움을 파괴한 음식이다. 처음은 멀쩡한데 막상 먹을 때는 뒤섞어서 엉망으로 만든 음식이다. 겉으로는 ‘양 대가리’를 걸어놓고, 정작 ‘개고기’를 파는 식이다.
일본인들의 가마메시[釜飯, 부반]는 솥밥이다. 한국 비빔밥과 닮았지만 전혀 다른 음식이다. 비빔밥은 비비지만 가마메시는 간장을 얹어서 떠먹는 식이다. 한반도의 돌솥밥은 비비지만, 일본의 가마솥 밥은 마지막까지 형태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가마메시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비빔밥이 맛있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의 가마메시는 닫힌 음식이다. 고명을 더하거나 빼지 못한다. 처음 나온 형태를 무너뜨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고수한다. 정해진 식재료와 정해진 방식을 따른다.
한국 비빔밥은 열린 음식이다. 정교한 아름다움만 자랑하는 닫힌 음식이 아니다. 비비다가 말고 나물을 더 넣기도 하고, 밥이나 장을 더하기도 한다. 뒤죽박죽인 듯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비비는 비빔밥의 ‘설계도’를 머리에 넣고 있다.
비빔밥, 평(平)을 향하다
너른 들판. 동네 사람들이 두레로 일을 한다. 논주인은 새참과 식사를 준비한다. 광주리에 여러 나물을 준비하고 밥을 큰 그릇에 담은 다음, 들판에 와서 광주리를 펼친다.
일하던 동네 사람들이 광주리 주변에 모여든다. 큰 그릇을 하나씩 받아든다. 그다음부터는 자유다. 밥을 얼마나 퍼 담든, 어떤 나물을 담든, 모두 자유다. 싫어하는 나물은 먹지 않아도 된다. 좋아하는 나물은 많이 넣어도 된다. 고추장을 넣든 된장을 넣든 모두 개인의 취향이다.
‘흔한 식재료를 귀하게’ 사용하는 것이 한식의 길이다. 나물 잎사귀와 뿌리, 줄기의 맛이 다름을 우리 조상들은 알았다. 전 세계에서 산나물을 이렇게 흔하게, 자주, 많이 먹는 민족은 없다. 산나물, 들나물로 밥상도 차렸다. 나물들을 넣고 비비면 산채비빔밥, 산나물비빔밥이다.
세상의 모든 산에는 산나물이 있다. 세상의 어떤 민족도 산나물을 넣고 비비는 ‘산채비빔밥’을 식당 메뉴로 내놓지 않는다. 산나물과 비빔밥은 우리 고유의 건강식이다. 산나물을 이토록 다양하게 먹는 나라는 없다. 비빔밥을 먹는 민족도 없다. 산나물 비빔밥은 우리 고유의 것이고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보양식이다.
여름철이면 몸의 영양 균형이 무너진다. ‘영양 부족’이 아니라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균형이 허물어지면 영양을 더할 것이 아니라 균형을 잡아야 한다. 특정 고기와 생선 등을 탐할 일이 아니다. 다양한 식재료를 동시에 섞은 비빔밥이 보약이자 여름철 보양식이다. 여러 영양소와 미네랄, 효소 등으로 몸의 균형을 잡아주니 건강식이다.
현대인들은 영양 부족이 아니라 영양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름 파이프가 고장 난 차량에 자꾸 휘발유를 부을 일은 아니다. 영양 과잉으로 힘든 몸에 영양분을 더할 일은 아니다. 여러 가지를 넣고, 섞고 비빈 음식, 비빔밥은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시대다. ‘더하는 음식’, 호화로운 식재료가 아니라 ‘빼는 음식’, 소박한 음식이 필요한 시대다. 여름철, 시큼한 열무물김치, 보리밥, 고추장 조금 넣은 열무김치비빔밥이 그립다.
▲황광해 맛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업, 경향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년간의 기자생활 동안 회삿돈으로 ‘공밥’을 엄청 많이 먹었다. 한때는 매년 전국을 한 바퀴씩 돌았고 2008년부터 음식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KBS2 ‘생생정보통’, MBC ‘찾아라! 맛있는 TV’, 채널A ‘먹거리 X파일’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 ‘한국 맛집 579’, ‘줄서는 맛집’, ‘오래된 맛집’ 등이 있다.
무더위가 몰려오는 7월이다. 이번 호에서는 무더위에 도움이 되는 콩과 소금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여름은 습열이 무성한 계절이다. 인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몸에 습열이 침범하면 인체는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한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소변으로,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땀으로 배설한다. 습열 배설이 제대로 안 되면 더위를 먹는다. 변강쇠가 오줌빨이 강하다는 말은 체력이 좋아 습열을 잘 배설한다는 의미다.
콩과 소금은 습열 배설을 도와 무더위를 잘 극복하게 해준다. 땀을 줄줄 흘리는 사람도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 먹으면 증세가 멈춘다. 콩은 대표적인 덩굴식물이며 종류도 다양하다. 녹두, 백편두, 완두콩, 강낭콩, 동부콩, 병아리콩, 렌틸콩, 쥐눈이콩 등이 있다. 콩은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부기를 빼주고 독소를 제거해 혈관을 깨끗하게 해준다. 다만 콩을 잘 조리해서 먹을 때 이러한 효능을 볼 수 있다. 생콩에는 단백질 분해를 방해하는 트립신(trypsin) 저해제가 있어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그러나 콩을 익혀 먹으면 트립신 저해제가 활성을 잃어버린다. 콩국수의 국물도 콩을 삶아서 짜낸 것이라 소화불량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콩은 종류에 따라 효능이 조금씩 다르다. 콩꼬투리가 짧을수록, 하나의 콩꼬투리에 들어 있는 콩이 작을수록 기를 보충하고 생식기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강하다. 약콩, 쥐눈이콩, 여우콩, 렌틸콩, 병아리콩 등이 이러한 효능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콩이다. 부기를 빼주고 해독력이 강한 콩도 있다. 바로 녹두와 팥이다. 녹두는 100가지 독을 치유하는 천연 해독제로 불릴 만큼 해독력이 강하다. 그 효능은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는 녹색 껍질에서 나온다. 특히 두통, 편도선염, 답답한 가슴, 당뇨, 고열, 양약 중독, 중금속 중독, 술독 등에 좋다. 녹두베개를 만들어 베고 자면 머리가 시원해져 두통이 사라진다. 그러나 원기가 부족한 노인이나, 몸이 차가운 사람은 녹두를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한약 먹을 때 녹두와 숙주나물을 먹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은 한약재의 약 성분까지 해독해버기 때문이다. 체했을 때는 팥을 먹으면 좋다. 찐빵, 찹쌀떡, 붕어빵에 팥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맛도 좋게 해주지만, 팥의 흩는 힘이 체하는 것을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콩에는 탄수화물의 일종인 단당류가 많아 섭취하면 가스가 차고 방귀를 자주 뀌게 된다. 신부전 등 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단백질이 많은 콩류가 오히려 부담이 되므로 피하는 게 좋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에 섭취하면 좋은 콩으로 백편두를 꼽는다. 까치콩, 제비콩이라고도 불리는 이 콩은 더위 먹었을 때 나타나는 구토, 구역감, 식욕감소를 해결해준다.
무더운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므로 소금을 섭취해줘야 한다. 여름에 식당에 가면 대부분 식탁 위에 소금이 올라와 있다. 중국집에 가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식초와 고춧가루만 놓여 있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소금이 빠지지 않는다. 고대 실크로드 대상(隊商)들 중 낙타 등에 소금을 싣고 교역을 하던 카라반은 인체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을 섭취하며 사막을 횡단했다. 우리가 여름에 주로 먹는 콩국수, 우뭇가사리, 삼계탕, 보신탕 등에도 소금이 꼭 들어간다. 소금이 몸의 음액을 보충하고, 건강을 해치는 여름철 습열을 소변으로 빼내주기 때문이다. 소금을 섭취할 때는 구운 소금이나 죽염, 고산에서 캔 암염이 좋다. 갓 만든 천일염을 먹으면 열이 더 생겨 습열을 풀지 못한다. 천일염 구분이 힘들면 맛을 보면 된다. 짠맛이 강해 입이 바짝 마른다. 반면 죽염과 구운 소금, 암염은 짠맛이 강하지 않고 입에 침이 고이도록 해준다.
‘여름에는 소금이 필수’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맹물보다 이온 음료가 몸의 진액을 더 보충해준다는 말과 같다. 소금은 미네랄, 즉 이온의 보고다. 또 여름철에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해주고 상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났을 때도 효과가 있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치유학교 ‘그루’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스스로 미욱하게 풀어낸 해답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부족한 재주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틀릴 수도 있다.
여러분의 올곧은 지적도 기대한다.
조금은 마뜩잖은 내용으로 글을 시작한다.
곧 여름철이다. 여기저기서 보양식을 찾는다. 주로 닭, 장어, 민어다. 답답하다. 여름을 앞두고 ‘보양식 원고 청탁’도 많다. 제법 긴 시간 동안 전화로 설득한다. “보양식은 없다. 제발 보양식 원고 청탁하지 말라”고.
보양식. 참 그럴 듯하지만, 우리 시대의 탐욕이자 꼼수다. 음식을 먹었는데 몸도 좋아진다? 더하여 ‘정력에 좋다’는 소문까지 돌면 그야말로 횡재한 기분이 든다. 동식물의 여러 부위가 보양의 재료로 등장하기도 한다. 식사를 했는데 갑자기 몸이 좋아진다니 싫어할 사람이 없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다. 식사하고 강장(强壯)도 된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다. 음식점 주인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초복이면 오피스타운의 해물탕 전문점에서도 삼계탕을 내놓는다. 하루에 100그릇 이상 삼계탕을 판다. ‘초복 특수’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보양식은 없다. 음식 먹고 몸도 튼튼, 강장, 강정(強精)까지 해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보양은 ‘保養’ 혹은 ‘補陽’이다. 전자의 보양은 ‘잘 보호해 양육한다’는 뜻이다. 보양식은 ‘보양(補陽)’의 의미를 갖는다. 몸의 ‘양기(陽氣)’를 잘 지키고 더하는 일이다.
우리 선조들은 늘 ‘평(平)’을 이루고자 노력했다. 정조 19년(1795년),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환갑을 맞았다. 그해 윤이월 9일부터 16일까지 수원 화성(華城)에서 환갑잔치가 열렸다. 이때 차린 밥상의 반찬 그릇 수가 모두 16기(器). 그중 음의 반찬이 8기, 양의 반찬이 8기로, 평을 맞추었다.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 기록된 ‘혜경궁 홍씨 환갑날 밥상’은 한식 최고의 밥상이라도 해도 좋다. 이 밥상의 구성은 ‘보양’이 아니라 ‘평(平)’이다. ‘평’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남거나 모자라지 않음이다.
진정한 보양식은 음양이 조화를 이룬 ‘평(平)의 밥상’이다. 동지(冬至)는 깊은 겨울. 해가 가장 짧은 날이다. 황진이 시조의 한 구절,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낼 만큼 밤은 길다. 해는 양(陽)이다. 이날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진다. 음의 기운이 강하다. 양을 도와야 한다. 붉은색은 양이다. 음식 중 양의 성격을 지닌, 붉은 팥죽을 먹는다. ‘동짓날 팥죽’은 양을 돕는 소박한 식품이다. 우리 선조들은 ‘동짓날 팥죽’을 양을 보완하는, 보양식으로 여겼다. 그야말로 보양하는 음식이다.
반가의 보양식 중 으뜸은 민어다?
누가 이야기했는지 불확실하다. “반가의 보양식 중 으뜸은 민어, 두 번째는 삼계탕, 세 번째는 장어, 마지막이 개고기”라는 표현이 있다. 엉터리다. 추정컨대, 일제강점기에 등장한 표현일 것이다.
개장국[狗醬]은 특별한 보양식이 아니라, 상식(常食)이었다. 유교에서는 사람이 여섯 종류의 가축을 길러 먹도록 했다. 육축(六畜)으로 소, 말, 개, 돼지, 양, 닭이다. 소는 농경의 도구이니 함부로 도축하지 못했다. 금육(禁肉)이다. 말은 교통수단이다. 돼지는 하는 일 없이 인간의 곡물을 축낸다. 양은 한반도에서 잘 자라지 않는다. 개와 닭만 남는다. 닭은 개체가 작으니 주막 등에서 내놓기는 힘들다. 주막에서 개고기[狗]를 된장[醬] 푼 물에 넣고 끓이면 구장, 개장국이 된다. 조선시대 후기, 청나라 만주족의 습관을 따라 개고기를 피하는 이들이 생긴다. 개장국 대신 ‘쇠고기[肉]+개장국’, 육개장이 태어난다.
민어는 가장 흔한 생선이었다. “특별한 것이 없으니 별도로 기록하지 않는다”(허균의 ‘도문대작’)고 했던 생선이다. “큰 조기는 민어, 작은 것은 조기”라 했다. 별다를 것 없다. 조선시대 기록 어디에도 민어를 보신, 보양 음식으로 사용했다는 흔적은 없다.
삼계탕의 인삼은 1~2년 자란 수삼이다. 어떤 방식으로, 누가 길렀는지 알 수 없다. 약효? 알 수 없다. 농약은? 비료는? 알 수 없다. 닭은 20여 일 기른, 병아리 치고도 어린 것이다. 영양가? 짐작할 수 없다. 맛은 물론 엉망이다. 삼계탕에 견과류나 들깻가루를 듬뿍 얹는 이유다. 이걸 먹고 보양을 하겠다니 부끄럽다. 20여 일 자란 병아리를 먹고 보양을 할 만큼 우리 살림살이가 허망하지는 않다.
장어도 마찬가지. 일본인들의 ‘우나기’를 옮긴 것이다. 일본인들은 초여름 ‘우나기 동(민물장어 덮밥)’을 먹고, 우리는 화력 좋은 불에 구워 먹는다. 장어에 바르는 간장 양념? 일본과 비슷하다. 장어 뼈 곤 국물에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고 졸인다. 여기에 물엿, 조미료, 어설픈 효소를 넣는다. 보양? 알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의 최고 보양식은 ‘죽(粥)’과 ‘미음(米飮)’이었다. 몸이 아픈 대비전(大妃殿)에 죽을 올렸다는 기록은 여기저기 남아 있다. 지금보다 가난하던 시절이다. 왕실이라 해도 지금 서민들이 먹는 음식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래도 여전히 ‘음식 약’ ‘보양식’은 죽이었다. 인삼을 넣고 끓인 죽이 있는가 하면, 좁쌀을 넣고 끓인 것도 있었다.
왕대비께서 빈청에 언문(諺文)으로 하교하기를, “(중략) 나와 같은 병으로 연명하여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속미음(粟米飮)을 마셨기 때문인데 이것까지 들지 않고 날짜를 표시해놓고서 죄다 봉해서 놔두었다. 비록 미음을 든다고 대전(大殿)에 말하기는 하였으나 지금의 병세는 실로 부지하기 어렵다” 하였다.
- ‘조선왕조실록’ 정조 10년(1786년) 12월 1일
왕대비는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다. 좁쌀 넣은 미음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험한 일을 당하니, 이제 그것도 끊겠다고 한다. 비록 아들인 정조에게는 “먹고 있다”고 말하지만 먹지 않고 봉해두었다고 밝힌다. 이때도 보양식은 좁쌀을 넣은 미음이었다.
조선시대의 국왕 중, 가장 장수한 이는 영조대왕이다. 평생 스트레스도 심했다. 재위 52년, 83세까지 살았다. 장수의 비결? 간단하다. 소식(小食)이다. 영조는 입이 짧았다고 전해진다. 가려 먹되 자주, 조금씩 먹었다. 보양식은 소식이다.
황광해 맛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업, 경향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년간의 기자생활 동안 회삿돈으로 ‘공밥’을 엄청 많이 먹었다. 한때는 매년 전국을 한 바퀴씩 돌았고 2008년부터 음식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KBS2 ‘생생정보통’, MBC ‘찾아라! 맛있는 TV’, 채널A ‘먹거리 X파일’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 ‘한국 맛집 579’, ‘줄서는 맛집’, ‘오래된 맛집’ 등이 있다.
여름은 무더워 신체가 상하기 쉬운 계절이다. 누구나 기진맥진해하고 힘들어한다. 선풍기나 에어컨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몸이 허약하면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도 싫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절이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더 힘들다. 고산이나 북쪽의 서늘한 곳으로 피서를 떠나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한두 달 피서를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외부의 더위를 피할 수 없다면 신체 내부의 환경을 바꿔 열을 식혀야 한다. 여름 무더위는 한의학적으로 습열이라 하는데, 폐가 이 습열을 식혀준다. 그런데 몸이 약해지면 폐가 손상되어 습열을 제거하지 못해 비위와 콩팥 기능까지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여름 병증이다.
이번 호에는 무더위를 이기는 맛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무더위를 이기는 맛은 약한 신맛과 약한 짠맛, 그리고 단맛이다. 이미 우리의 음식 문화에는 이런 맛이 여름 먹거리로 녹아들어와 있다.
첫째 약한 신맛은 약간 시큼한 맛이다. 황매실차, 오미자차를 먹어보면 새콤한 맛이 느껴지면서 침이 고인다. 그리고 전신의 피부가 닭살처럼 일어난다. 새콤한 맛은 피부의 땀구멍을 닫아주는 효과가 있다. 더위를 먹는다는 것은 폐의 기운이 부족해 피부의 땀구멍이 열려 땀이 줄줄 흐르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면 기운이 떨어지고 밥맛도 없어진다. 새콤한 맛은 땀구멍을 닫아 기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중국 명의인 손진인 선생이 “여름철에는 늘 오미자를 복용해 오장의 기운을 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매실차는 3년쯤 묵힌 황매실차가 좋다. 갓 담근 매실차는 강하게 시큼한 맛이라 체했을 때 소화제로는 좋지만 여름 보양 음료로는 적합하지 않다.
장수 음식으로 꼽히는 흑초도 좋다. 현미식초를 먹어보면 강하게 시큼한 맛이 느껴지다가 끝 맛이 쓴데, 이런 맛은 체한 것을 풀어주지만 여름 보양 음료로는 적합하지 않다. 흑초나 홍초는 약간 시큼하다가 끝 맛이 달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이런 맛이라야 여름 보양 음료라 할 수 있다. 또 당연히 오래 묵힌 것일수록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오미자가 들어간 생맥산(生脈散)을 여름 보양 음료로 추천한다. 맥문동 8g, 인삼 4g, 오미자 4g을 물에 달여 여름철에 늘 마시면 좋다고 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유명한 보신탕도 약한 신맛이 나는 음식이라 구분할 수 있다. 보신탕에 넣는 부추도 약한 신맛을 낸다.
둘째 약한 짠맛이다. 약한 짠맛이란 처음에는 약간 짭짜름하다가 단맛이 나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맛을 말한다. 찌는 듯이 더운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은 소금을 늘 먹어서 기운이 땀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한다. 약한 짠맛을 먹으면 진액을 끌어당겨 땀이 덜 나가게 한다.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도 있다. 음식점에 가면 보통 고춧가루나 식초가 놓여 있다. 그런데 여름에만 특별히 놓이는 양념이 있다. 바로 소금이다. 여름철에 콩국수를 주문하면 소금이 따라 나온다. 보신탕, 삼계탕을 주문해도 소금을 준다. 여름철 별미인 우무에도 소금이 들어간다. 뱀장어도 여름에는 소금을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운동하고 나서 땀을 많이 흘린 후 마시는 미네랄 음료도 약한 짠맛이다. 약한 짠맛은 흡수가 빠르고 소변을 잘 보게 해 열을 가라앉혀준다.
그런데 어떤 소금을 쓰는가가 중요하다. 정제염이나 갓 만든 천일염은 아니다. 이들 소금은 매우 짜면서 끝 맛이 쓰고 입이 말라 물이 당긴다. 3년 이상 묵힌 천일염이나 구운 소금, 죽염, 함초 소금은 약간 짜면서 끝 맛이 달고 입에 침이 고인다. 여름에 기운이 없을 때는 생수 1ℓ에 죽염 4g 정도를 녹인 물을 한 모금씩 마시면 좋다. 기운이 나고 땀도 덜 난다. 너무 싱겁게 먹으면 여름이 힘들고 기운이 없어진다.
셋째 단맛이다. 더운 여름에는 체력 소모가 많아,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단것을 많이 먹는다. ‘동의보감’에서도 “더위는 기를 손상시키니 진기를 보하는 것이 요체다”라고 했다. 더운 동남아와 중동 사람들은 단것을 엄청 많이 먹는다. 수박과 참외, 야자 등 여름철 과일과 열대 과일류는 대부분 달다. 이때의 단맛은 정제 설탕 맛과 다르다. 정제 설탕을 먹으면 달달하다가 입이 텁텁해지면서 물이 당긴다. 초콜릿을 먹어도 달다가 입맛이 쓰면서 물이 당긴다. 이런 맛은 여름 먹거리로 적합하지 않다. 야자즙, 망고 등 천연과일은 달달하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이런 단맛이라야 여름 더위를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참외나 수박처럼 차가운 과일은 적당히 먹어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사계절 중 여름철 건강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더워서 겉으로는 땀이 나지만, 속은 반대로 차가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땀을 과도하게 흘려 탈진하거나 더위를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더워도 위장은 차갑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에 얼음물과 차가운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가을철에 추웠다 더웠다 하면서 배변 상황이 나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현대인은 에어컨 때문에 여름에 오히려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면서 발열, 오한, 복통, 구토, 설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중간중간 따뜻한 음료를 마셔야 한다.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을 쓰면 효과가 있다.
여름은 콩팥이 가장 약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므로 과도한 성생활이나 음주를 주의해야 한다. 콩팥이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더울 때 갑자기 찬물로 세수를 하면 눈에 혈액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력이 나빠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운 곳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찬물로 양치하되 삼키지는 말아야 한다. 인체 내부로 갑자기 찬물이 들어가면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미국인들도 여름철에는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다. 우리처럼 보약이나 보양식을 챙겨 먹지는 않지만 종합비타민, 오메가 3, 글루코사민 등 다양한 건강보조제를 항시 복용한다. 삼복더위를 뜨거운 음식으로 이기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비법이 우리에게 있듯이 미국인에게도 나름의 건장 유지비결이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회원들에게 전해 주는 ‘여름철 건강 상식 20가지’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