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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양실조 환자 급증... 60%가 60대 이상 고령자
-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영양실조로 병원을 찾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급여 수급자와 고령층에서 영양실조 환자가 크게 증가해 서민들의 생활고를 증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광주북구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2019년~2024년 상반기) 건강보험으로 영양실조 진료를 받은 인원은 총 63,274명에 달한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자는 2019년 4301명에서 꾸준히 늘어 2023년에는 약 2.2배 늘어 9372명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5009명이 진료를 받아 2019년 한 해의 진료 인원을 넘어섰다. 전체 진료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숫자다. 코로나19 이후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회복되지 못한 경제적 어려움이 국민들의 영양 상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의료급여 수급자 중 영양실조 환자도 최근 5년 동안(2019년~2024년 상반기) 2배 이상 증가했다. 의료급여 환자는 주로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으로,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부담한다. 의료급여 수급자로서 영양실조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9년 1,117명에서 지난해 2,408명으로 두 배 넘게(2.2배) 급증했다. 특히 2019년 이후 진료 인원 총 10,076명 중 60대 이상 노년층이 8,531명으로, 그 비율이 85%에 육박한다. 고령 의료급여 수급자의 영양 관리에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진숙 의원은 “지금 서민들은 단순한 생계의 어려움을 넘어 기본적인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며, “국민 모두가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세밀하고 촘촘한 복지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영양실조 진료 현황
- 2024-09-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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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생명 앗아간 감염질환 ‘결핵’
-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결핵은 에이즈·말라리아와 함께 3대 감염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의 결핵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복결핵’의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8년 결핵 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8년 결핵에 새로 걸린 환자(결핵 신환자)는 2만6433명(10만 명 당 51.5명)으로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1만2029명으로 전체의 45.5%를 차지했다. 노인층의 결핵은 약 3분의 2이상이 과거에 감염된 잠복결핵이 면역력 저하로 인해 재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핵은 전염력이 강하고 서서히 폐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감기 2~3주 이상, 체중감소 있다면 검사 필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인구의 약 30%가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추산한다. 결핵균은 지방 성분이 많은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굵기 0.2~0.5㎛(마이크로미터), 길이 1~4㎛ 크기의 막대기 모양인 결핵균은 다른 균에 비해 증식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일단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하면 면역세포와 결핵균의 염증반응에 의해 폐에 점차 고름이 생기게 된다. 결핵은 보통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 전염성이 있는 폐결핵 환자가 말을 하거나 기침, 재채기를 하는 경우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사람이 결핵균을 들이마시게 되면 폐로 들어가 결핵균에 감염된다. 폐 안에 결핵균이 들어오면 폐 실질(조직)을 녹이면서 괴사(고름)상태가 된다. 이렇게 괴사상태가 되면 결핵균이 활발하게 증식하게 되는데, 이때 기침을 하면 기관지 내부에 있던 결핵균이 대량으로 공기 중에 방출된다. 기침하는 결핵 환자 앞에서 대량으로 흡입했다면 결핵이 옮을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커진다. 결핵에 감염된 환자들이 느끼는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기침, 체중감소, 가래, 무기력감, 객혈 등이다. 평소처럼 식사를 하는데도 체중이 줄고 감기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된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 외 다른 장기에도 발병 결핵은 폐가 아닌 모든 장기에 발병할 수 있다. 신체 부위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흔히 폐에 생기는 결핵을 폐결핵, 폐가 아닌 다른 부위에 생기면 폐외결핵이다. 폐외결핵 중 가장 흔한 것이 결핵성 늑막염이다. 결핵균이 늑막을 공격해 염증이 발생하고 흉수가 고이게 된다. 이는 호흡을 어렵게 하고 흉통과 마른 기침을 유발한다. 또 림즈절에 결핵균이 침투하면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점점 커지면서 심한 통증을 생길 수 있다(결핵성 림프절염). 방치할 경우 피부가 벌어져 고름이 흘러나오게 된다. 만약 결핵균이 대장에 침투하게 되면 결핵성 대장염이 발생하는데 대장에 궤양이 생기고 심각한 설사 증상으로 급격한 체중감소를 가져온다. 김주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외결핵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 폐결핵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장 대표적으로 결핵성 뇌수막염과 같은 신경계 결핵이나 심장막 주변에 결핵이 생길 경우(심낭결핵) 심한 합병증으로 높은 사망률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약 듣지 않는 슈퍼결핵 주의 결핵약에 내성이 없는 환자가 2주 이상 결핵약을 복용할 경우 전염성은 대부분 상실된다. 또 결핵약을 6개월간 꾸준히 복용하면 90% 이상 완치된다. 그러나 결핵약 복용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결핵약을 써도 잘 낫지 않는 슈퍼결핵 환자, 즉 다제내성결핵 환자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결핵 치료는 6개월간 꾸준한 약물복용이 필수지만 부작용은 환자들의 치료를 방해하는 큰 요인이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간 기능 장애다. 복통, 식욕부진은 물론 심한 경우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소화불량, 구토 등 위장장애도 나타날 수 있는데 심할 경우 약제를 추가해 조절한다. 피부발진도 생긴다. 몸과 얼굴에 발진이나 여드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약을 중단할 경우 대부분 사라진다.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져 팔다리의 통증과 관절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드물게 시력 손상도 나타나 시야의 중앙이나 주변부가 보이지 않거나 색상 구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또 혈소판 감소증으로 멍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극심한 약제 부작용을 경험할 경우 치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개 초기에 부작용이 많지만 다시 약을 조절해 가면서 먹으면 대부분 조절이 가능한 정도가 된다. 만약 6개월간 복용수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반 결핵은 6개월간 약만 꾸준히 복용해도 완치가 되지만 중간에 약을 끊거나 약의 일부만 복용하면 약제 내성이 생긴다. 약제 내성이 생기면 2차 약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약의 수가 늘어날 뿐 아니라 부작용도 더 심해진다. 치료 기간도 2년까지 늘어나게 된다. 심각한 경우 어떠한 약제도 듣지 않는 광범위내성결핵으로 진행할 위험성도 높아진다. 다제내성결핵은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거나 중단한 경우 약제에 내성이 생겨 발생한다. 특히 결핵 치료에 중요한 약인 ‘아이나’와 ‘리팜핀’ 두 약제에 내성이 생기는데 2차 약을 복용해도 치료 성공률이 50%에 불과하고 완치가 어렵다. 김주상 교수는 “다제내성 결핵환자들 중 전염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입원격리치료가 적용된다. 이때 입원비는 물론 결핵 관련 치료비 전액을 국가에서 보조해주고 있다”며 “결핵 치료는 늦어질수록 본인뿐 아니라 남에게도 전염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진단과 동시에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제내성결핵은 항암치료처럼 약을 독하게 먹고 오래 치료를 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결핵과 면역기능은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습관적으로 음주를 하는 사람, 영양실조에 걸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등이 감염 위험이 높다”며 “장기이식환자, 위암· 폐암· 혈액암 등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과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투석을 하고 있는 환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2020-03-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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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석 시작하면 패가망신은 옛말 “만성콩팥병에 절망 마세요”
- 때론 유명인사의 죽음이, 사인이 된 질환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프레디 머큐리의 에이즈나 스티브 잡스가 걸린 췌장암이 대표적이다. 콩팥병이나 혈액투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 중장년들은 신부전증으로 유명을 달리한 가수 배호를 떠올린다. 비싼 병원비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이 병은 집 기둥뿌리 뽑아 병원비를 대야 할 만큼 치료비가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배호는 혈액투석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1966년 사망했는데, 국내에 인공신장기가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65년 수도육군병원에서였다. 일반인이 쉽게 혈액투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전문의들 또한 이런 선입견에 반기를 든다. 신장병은 치료비 부담이 크지 않고,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대구로병원 신장내과 권영주(權映珠·57) 교수를 만나 만성콩팥병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일본에선 혈액투석하며 30년 넘게 건강한 분도 많아요.” 만성콩팥병이 절망적인 병은 아니냐는 질문에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권 교수는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에서는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고 금전적으로 부담이 큰 병도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주요 원인 신장병은 대부분 신장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사구체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사구체는 혈액을 여과하는 모세혈관 덩어리다. 이곳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 사구체신염이다. 이 질환은 신장기능을 감소시키면서 만성콩팥병으로 이어진다. 신장기능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이라고 부르며, 그 이전에 호전되면 급성으로 구분한다. 이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또 있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고혈압과 당뇨병이라고 권 교수는 설명한다. “신장이 아주 미세한 혈관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고혈압이 신장에 문제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또 반대로 사구체신염이 고혈압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거죠. 당뇨병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당뇨병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신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단백뇨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당뇨병 환자가 가장 주의할 것 중 하나는 방심이라고 권 교수는 강조한다. 인슐린 투여나 약물 복용 등으로 혈당관리를 잘해도, 자각증상 없이 만성콩팥병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장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복병은 바로 담배다. 혈관에 악영향을 주는 흡연은 손상되기 쉬운 미세혈관으로 구성된 신장에는 상극이다. 노화도 위험요인 중 하나다. 권 교수는 “40세 이상이 되면 신장질환이 없어도 기능이 매년 1%씩 감소하기 때문에 고령일수록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식이요법이 치료만큼 중요해 신장기능에 이상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의료기관에선 크레아티닌이라는 성분을 측정한다.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는 낮고, 요중 농도는 높아야 정상이다. 이 농도를 통해 신장기능의 정도를 5단계로 구분하는데, 3단계 이상을 만성신부전이라 부르며, 가장 심각한 5단계는 신장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15% 이하 수준이다. 혈액투석이나 이식수술 등을 고려하는 단계는 5단계다. 권 교수는 “환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시기는 1~2단계”라고 강조한다. “병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따라 1~2단계에서는 유지가 가능해요. 식이요법을 제대로 따르고 복약을 잘하면 악화되지 않고, 안되어도 절반 정도는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5단계까지 발전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어요.” 발병했을 때 자각증상은 밤에 소변이 보고 싶은 야간뇨로 나타난다. 신장기능이 저하되면 야간뇨농축기능이 감소해 요의가 자주 느껴지는 것이다. 만성신부전의 치료 과정에서 혈당이나 혈압 조절과 함께 의료진이 가장 주의를 주는 부분은 바로 ‘식이요법’이다. “만성콩팥병의 정도에 따라 나뉘는데, 1~2단계에선 단백질과 소금을 제한해야 하고, 3단계에서는 칼륨 섭취를, 4단계부터는 인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어렵더라도 만성콩팥병 치료에서 소금 조절은 심장상태에 따라 필수입니다.” 소금을 피해야 하는 이유를 권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혈액투석을 받던 환자가 사망하는 원인은 크게 감염과 심혈관 질환 두 가지입니다. 혈압이 높아 심혈관을 보호하기 위해 이뇨제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뇨제는 마치 젖은 수건을 짜듯 신장에 무리를 줘요. 그래서 이뇨제 투여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싱겁게 먹는 게 중요합니다.” 권 교수가 말하는 칼륨 피하는 방법은 이렇다. 야채는 데쳐먹고 줄기 채소는 줄인다. 생야채는 하루 열 잎 이내로 찬물에 오래 담갔다가 먹고, 사과, 호박은 껍질을 벗겨 먹는다. 바나나와 토마토는 피한다. 투석비용 많게는 월 30만 원 정도 신장기능이 정상의 10%로 이하로 떨어지거나 영양실조, 요독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에서는 신대체요법을 고려한다. 신대체요법이란 환자의 신장기능이 떨어져 신장 대신 혈액 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여기에 속한다. 투석은 크게 두 가지, 집에서 환자 스스로 가능한 복막투석과 의료기관의 장비를 이용한 혈액투석이 있다. 복막투석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병원을 자주 찾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투석에 필요한 물품만 챙겨 가면 장기 해외여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투석 과정에서 잘못 조치하면 감염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에 혈액투석은 조치를 병원의 의료진이 해주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은 적지만 대신 비용이 높다. 가장 중요한 비용 부분은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되면서 환자의 부담이 많이 줄었다. 환자는 전체 치료비의 10% 정도만 내면 된다. 혈액투석 본인 부담금은 월 20만~30만 원 정도, 복막투석은 15만~20만 원 선이다. 신장이식은 가족 중 기증자가 없으면 뇌사자의 신장을 기증받는데,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이 활발하지 않아 어렵다. 기증자가 나타나면 이식받을 환자 후보군을 등록 시점 등을 고려해 복수로 선정 한 뒤 최종 결정하는데, 처음 후보군에 오르기까지 4년에서 6년 정도 걸린다. 수술 비용은 1500만 원 내외다. “그래도 심장, 간, 폐 등 주요 장기 중에 기능이 거의 멈춰도 대체 방법을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은 신장밖에 없어요. 환자 중엔 투석을 받으면서도 택배일 등 직장생활을 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대체요법을 고려할 정도로 신장기능이 악화되어도 희망을 버리면 안 돼요. 낙담하지 말고 힘을 내셨으면 합니다.”
- 2019-03-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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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암 이겨낸 보부상 사내와 상부위장관외과 교수의 라뽀
- 올 것이 왔다 싶었다. 화장실에서 평소와 다른 시커먼 그것을 보았을 때 말이다. 심상치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가 떠올린 것은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의사는 그의 병이 위암이라고 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만난 오성표(吳聖杓·68)씨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상부위장관외과 장유진(長有鎭·40) 교수를 만나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암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정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친다. 자신의 병을 부정하며 진단을 탓한다. 그렇게 여러 병원을 전전하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분노하면서 다양한 감정의 기복을 반복한다. 그러나 오성표씨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암인지 알기 2년 전쯤에 집안에 힘든 일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2011년쯤이었습니다. 그때 실의에 빠져 매일 술로 살았거든요. 잠이 오질 않으니 자기 전 소주를 들이켰고, 새벽에 잠에서 깨 맨정신이 되면 또 괴로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침 5시부터 안주도 없이 강소주를 마시기 시작했죠. 그런 생활을 2년 가까이 했으니 몸이 온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없었어요.” 게다가 흡연도 문제였다. 아내와 자녀의 잔소리는 수십 년째 이어졌지만 끊기가 힘들었다. 오랜 삶을 살아오면서 몇 번의 위기가 있었고, 그 어려움 속에서 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담배밖에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씨가 놀라지 않았던 데에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 위암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이유도 있었다. 먼저 병을 경험한 선배(?)들은 위암은 이제 치료가 가능해진 병이라고 했다. 몸이 보낸 구원의 신호 그렇게 지내다 혈변을 몇 차례 확인하곤 동네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암의 진행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두 곳의 종양 중 하나는 초기 상태였고, 다른 하나는 1기에서 2기로 막 넘어가려는 상태였다. 의학적으로는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어떻게 보면 그의 몸이 ‘혈변’이란 신호를 보내준 것은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위암은 대부분의 경우 초기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조용히 성장하기 때문이다. 위암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소화불량이나 복부의 불편감 정도라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결국 정기적인 검진 정도가 일찍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인데, 오씨는 검진을 적극적으로 챙기기 어려운 자영업자라서 이 점에서도 불리했다. 그렇게 불행 중 다행으로 암의 존재를 알게 된 오씨는 지인 소개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을 찾는다. 수술 날짜를 결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씨의 운명을 좌우할 수술 집도의 장유진 교수를 만난다. 장유진 교수는 서울삼성병원 안지영 교수, 보라매병원 안혜성 교수와 함께 우리나라 위암 분야 여성 외과의사 1세대로 꼽힌다. 그전까지는 남성 의사의 전유물이었던 셈이다. 흔치 않은 여성 외과의사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어렵진 않았을까 괜한 염려를 하자, 대수롭지 않다는 오씨의 대답이 돌아온다. “큰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여자 의사도 이런 수술을 하는구나 했죠. 얼마나 잘하시길래 여자 의사가 이런 수술을 하실까 하며 별 걱정 안 했어요.” 장유진 교수도 같은 대답을 한다. “처음 부임할 때 병원 내부에서도 비슷한 걱정을 했죠. 혹시 환자들이 거부감을 보이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말이죠. 하지만 괜한 기우였어요. 환자분들은 선입견에서 훨씬 자유로워요. 어차피 이름을 보고 미리 성별을 짐작하고 오시기 때문에 처음 대할 때 어색함은 없었죠. 오히려 여자 의사라서 꼼꼼하게 더 잘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 같아요.” 수술 난이도 높인 심방세동 하지만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수술에 문제가 생겼다. 외과의들이 꺼려하는 상황 중 하나였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위의 상태는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어요. 위의 벽은 모두 5개 층으로 이뤄졌는데, 그중 큰 것이 안쪽에서 3개 층까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였죠. 암이 발생한 위치도 모두 아래쪽이어서 위 전체를 잘라낼 필요 없이 3분의 2 정도만 절제하면 됐어요. 그런데 문제는 부정맥으로 인한 심방세동이었죠. 심장이 떨면서 피떡이 만들어질 수 있어 피가 굳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드셔야 하는데, 수술 부위가 아무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출혈이 계속되면 상황이 좋지 않으니 주의해야 했어요.” 그리고 2013년 9월 9일 그는 수술대에 올랐다. 오씨는 그날을 자세히 기억했다. 워낙 겁이 없고 담담했던 그도 그날만큼은 겁이 덜컥 났단다. “수술실 바닥은 모양에 신경 쓰기보다 청소하기 쉽도록 되어 있잖아요. 수술 도구들도 많고요. 그것을 보니 예전에 갔었던 소 도축장이 생각나더라고요. 묘한 기분이 들면서 진짜로 내가 수술을 한다는 실감이 났죠. 그리고 마취에 잠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수술 후더라고요.” 수술은 복강경 수술로 진행됐다. 복강경 수술은 끝에 수술 도구가 달린 기다란 막대만을 몸속에 넣어 집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복 없이 4cm 이하의 크기로만 절개하면 충분하다. 절개 부위가 적어 환자의 회복은 빠르지만, 아무래도 평범한 개복 수술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에 외과의사의 섬세함이 필요한 수술 방법이다. 장 교수는 수술 과정에서 정확한 범위의 림프절을 절제하고 출혈부위를 최소화 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수술은 기대했던 대로 성공적이었다. 걱정했던 출혈도 없었고 회복도 빠르게 이뤄졌다. 항응고제도 다음 날부터 정상적으로 투약할 수 있었다. 위암 수술의 성패는 조기발견 대체 위암은 왜 생기는 것일까? 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암종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조기위암 통계자료를 보면 위암 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5만1584명에서 2015년 7만1564명으로 5년 새 약 39%가 증가했다. 또 2015년 기준, 60대가 31%(2만2245명)로 가장 많았고 70대와 5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위암의 원인으로는 몇 가지가 지목되고 있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소금이다. 실제로 서구식 식생활을 하는 나라에 비해 한국과 일본의 위암 환자 비중은 높은 편이다. 찌개, 김치 같은 고염식이나 젓갈 등의 염장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이다. 직화나 훈제 같은 조리법도 위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발표가 있다. 위암 발병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두 배 정도 많은데, 상대적으로 음주 과정에서 짜고 자극적인 음식 섭취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장유진 교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젊은 여성은 비슷한 연령의 남성이나 갱년기가 지난 여성보다 위암 발병률이 낮은 대신, 암이 발생하면 치료가 어려운 ‘반지고리형 암’인 경우가 많다. 의학계에선 이 원인을 여성호르몬으로 지목하고 있다. 장 교수는 위암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위암은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1기 정도에만 발견되면 우리가 완치라고 부르는 5년 생존율이 97%까지 올라가요. 국가에서도 국가암조기검진사업을 펼치고 있으니까요.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위내시경으로 위 상태를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위암은 거의 대부분 수술로 치료한다. 위의 일부를 잘라내는 경우도 있고 위의 위치가 상부에 있거나 암의 진행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완전히 잘라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항암 치료제나 표적 치료제가 활용되기도 하지만 위암의 특성상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위 ‘약빨’이 잘 듣지 않는 것이 그 이유다. 위암은 많이 발생하는 만큼 치료 수준도 높다. 환자가 많다 보니 의료 현장의 전문의들 경험이 많아 국내 의사들의 위암 수술과 치료 실력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그래서 장 교수는 위암 판정을 받으면 반드시 수술 전문가, 특히 소화기외과의와 상의할 것을 권한다. 치료 과정이 수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큼 외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85%나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소화기내과와 종양내과 전문의들도 치료에 참여한다. 장교수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수술을 차일피일 미루면 병만 키울 뿐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활동적 생활로 긍정적 마음 갖게 돼 흔히 위의 일부나 전체를 잘라내면 잘 먹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오씨의 경우처럼 3분의 2 정도 잘라낸 사람도 일반인과 비슷한 식사량을 보인다. 오씨 역시 그랬다. “수술을 하고 나서 처음 한 달 정도는 죽 같은 것만 먹었죠. 하지만 이후부터는 예전처럼 식사를 했어요. 지금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살고 있어요. 사실 어려운 수술도 했고, 위의 절반 이상을 잘라냈는데 그 전과 달라진 것을 잘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도 위암 수술을 하고 난 뒤 환자들에게 잘 먹을 것을 권한다. 영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철분 결핍성 빈혈이나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한 골다공증도 걱정해야 한다. 장 교수는 “수술 후 석 달 동안은 영양실조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해요. 그래서 무리한 저염식, 특히 소금을 아예 안 쓰는 금염식은 말리죠. 일단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수술한 환자는 가만히 있어도 살이 빠지는데 입맛까지 잃으면 문제가 많아집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안정이 되면 금염이 아닌 저염식 식사를 권하죠”라고 말했다. 물론 오성표씨의 삶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술을 줄였다. 그렇게 즐기던 술은 이제 아주 특별한 날에만 한두 잔 마신다. 그리고 새벽에 운동도 시작했다. 특히 다시 시작한 일은 그가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데 도움이 됐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은 차에 이런저런 생활용품을 싣고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을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것. 옛날로 치면 보부상 같은 일이다. 워낙 활동적인 일이다 보니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특히 여러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요즘은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있다. 교수님은 술은 위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했지만 술에 의지했던 그 시절이 자꾸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특히 친구들을 만나면 늘 말해요. 아무리 속상해도 빈속에 강술은 먹지 말라고요. 안주 ‘좋은 놈’으로다가, 밥하고 같이 먹으라고요.”
- 2017-03-3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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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세대 이야기] 1942년生, 아 옛날이여!
- 어느 날, 남대문 시장 노점에서 메뚜기 설 볶아놓은 것을 한 대접 사왔다. 위생처리 겸 프라이팬에 다시 한 번 더 볶은 후 맛있게 집어먹고 있을 때, 퇴근하여 거실로 들어서던 며느리가 흠칫 놀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어머니… 어떻게 그것을, 잡수세요?” “먹어봐라, 고소하다! 아, 이제야 메뚜기 솟증[素症]을 풀었다!” 노릿노릿 잘 볶아진 메뚜기 두세 마리를 집어건네자 며느리는 뒷걸음질을 치며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웃었다. 물방개와 잠자리 여치를 잡아 구워먹은 옛이야기를 하면 꾸며낸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무논과 수초 많은 개울이나 못[池] 가장자리에서 우렁이와 개구리를 잡아먹었다면 그런 곳(무논 등)이 어디 있느냐며 과장하여 표현하는 줄 안다. 산속 계곡 물속에서 다슬기와 가재를 잡아먹었다면 그 정도는 믿어준다. 산행하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란다. 특히 참새 개구리 잠자리 물방개를 잡아 구워먹고 구운 물방개의 살찐 뱃대지가 입안에서 툭 터질 때의 쾌감이 좋았다고 하면 “아, 어머니 몬도가네!”라고 한다. 그렇다. 며느리는 나를 몬도가네 버금가는 못말리는 여사로 알고 있다. 김장배추도 푸른 잎이 많이 달린 뻣뻣하고 못생긴 야생 배추를 쭉쭉 찢어먹기 좋아하고, 썰어서 버리는 배추김치 대가리조차 와삭와삭 씹어먹는 나에게 더러는 연민의 눈초리도 보낸다. 뿐인가, 보리쌀을 두 번 삶은 순 꽁보리밥과 누런 다시멸치 몇 마리 넣은 멀건 된장국 만으로 식사하길 좋아하고, 찬밥 물에 말아 새우젓 한 가지로 혹은 된장에 박은 고추장아찌 두세 개로 한끼를 때우곤 “아 잘먹었다!” 만족한 낯빛의 나를 더러는 멸시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한다. 가마솥 가득한 보리밥을 보며 가난에 절어서 먹을 음식 같지 않은 조야한 것들로 목숨을 연명해온 당신의 성장과정이, 또한 그때로부터 수십년을 더 살고도 그것을 잊지 못해 즐기는 당신의 지금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고 불쌍하여 눈물을 머금기도 한다. 그럴 것이다. 수십년을 지나고도 상기도 그때의 입맛이 뇌리와 심층 켜켜에 박혀, 그렇게 양육된 살과 뼈와 피가 영혼까지 흡수하여 향수(鄕愁)라는 미명으로 그립고 그리워 찾게 되는, 그 즈음의 먹거리며 하늘이며 바람이며 공기며 사람냄새 풍기던 촌스럽고 순박하던 인심이며, 그것은 진득한 사랑이며 아픔이었다. 1950~60년대는 모두가 가난할 때였지만 농촌은 더욱 가난했었다. 그러나 찢어지게 가난한 삶 속에서도 여자들은 더욱 바닥 대접을 받았다. 우리 집만 해도 그랬다. 대가족으로 가마솥 가득 보리밥을 지으면 가운데 한움큼 얹은 쌀은 보리쌀과 섞어 할아버지 아버지 오빠 할머니 순서로 밥을 담고, 나머지는 전부 보리밥으로 어머니를 비롯한 여자들 차지였다. 보리밥뿐만 아니라 나물밥 무밥 고구마밥 등으로 곡식을 아끼기도 했지만, 그나마 여자들에게는 별미이기도 했다. 당시의 김장밭 배추는 비료나 속성 영양분을 주지 않아 푸르고 질기고 가운데만 노란 속잎 이 조금 차 있었는데(지금은 푸른 잎이 거의 없지만) 노란 부위는 어른들 상에 썰어놓고 푸르고 억센 겉잎과 대가리는 여자들 차지였다. 갈치나 고등어를 굽거나 졸이면 살은 전부 어른 상이고 여자들은 대가리와 꼬리부분, 닭 백숙을 하면 껍질과 국물 정도 맛보는 형편이었다. 그 와중에서도 나는 막내라 어른 상이 물려지면 남은 반찬을 제일 먼저 차지하는 특혜를 누렸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에 섭취했던 음식은 그야말로 현대에 와선 웰빙식이나 다름없다. 비료나 속성 영양제를 주어 성숙시킨 인공식품이 아니라 천연의 햇살과 바람과 흙이 키워낸 ‘자연식’ 그대로였다. 사람들의 인성도 우직스러웠지만 대체적으로 순수하고 소박했으며 교활하거나 사기치는 사람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지금은 먹을 것이 넘쳐서 젊은이들은 다이어트 식품 섭취와 자기관리에 혈안이 되어 영양실조로 비틀거리는 웃지못할 현상이 일어나고, 오히려 못살 때 먹던 ‘자연식’을 찾는다. 자연식을 찾아 귀촌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현상인가. 금쪽이야 보물이야 품던 ‘아들’들이 TV에서 걸핏하면 고만한 여성에게서 뺨을 맞고, 하이힐에 무릎이 차이는 수난과, 설거지며 아기 키우기에 비지땀을 닦고 있음을 본다. 장모 눈치 아내 눈치 살피기로 눈동자는 연일 충혈되어 있고, 사나이다운 기개는 어디에도 없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과연 저 남자들이 이 나라를 지켜줄 수 있을까 심히 불안해진다. 남녀 성의 특징은 유전자부터 너무나 다르다. 특성이 그 성의 적성이라면 각각의 역할이 분명히 다르거늘, 여자 남자 특성이 뒤죽박죽 혼성되어 눈앞이 어지러울 정도다. 당시, 딸들이라고 남자들에게 당하고 살지만은 않았다. 열 두세 살부터 열 대여섯 살까지 동네 여식들은 밤마다 수틀을 들고 어른 출타중인 동무집으로 몰려들었다. 시집갈 준비로 신부의 필수 혼수인 베갯잇을 수놓아 만들고 횃대보와 상(床)보도 십자수를 놓고, 버선을 수십짝 만드는 등 등잔불 밑에서 바느질을 하고 수를 놓았다. 재잘재잘 수다도 떨었다. 그러면서 사흘이 멀다하고 공동야식도 했다. 모두가 각자 집에서 쌀 두세홉, 배추김치 한 쪽씩을 훔쳐와 모두어 밥을 지었다. 갓 지은 하얀 쌀밥에 노란 속 김치를 쭉쭉 찢어 걸쳐서 한입 가득 우겨넣고 씹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오빠만 먹는 흰 쌀밥과 노란 속 배추김치를 그릇 수북히 담아 원을 풀었다.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햐얀 쌀밥은 입안에서 제대로 씹히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부드럽고 노란 배추속잎은 시퍼렇고 질긴 배추잎에 길든 이빨을 간지럽혔다. 어떤 동무는 자기 집 닭서리를 유도하여 닭백숙을 만들어 영양 결핍의 여식들 몸뚱이에 기름을 넣기도 했고, 더러는 집에서 담근 밀주를 퍼내와 마른 명태를 찢어 음주도 즐겼었다. 황혼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감히 집 곡식을 훔쳐와 이렇듯 야식을 즐길 수 있는 여자들은 그나마 딸자식들이었다. 며느리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행위들이었다. 딸자식은 부모에게 들켜도 나무람을 듣는 정도로 끝났지만 며느리들은 심하면 쫓겨나거나 좀 더 엄한 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져도 너무나 달라졌다. 숙녀가 신사의 빰을치는 것이 예사로운 세상이 된 것 이상으로 늙은이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공경심 따위는 진작에 없어져 기대도 않는다지만, 일 나가는 며느리가 살림 사는 시부모 부려대는 모습에는 한숨이 절로 터진다. 세상이 미친년 널뛰듯 뒤집어져 버린 것을 어찌하느냐고 많은 어른들이 포기하는 척 이해하는 척 말들도 하지만, 삿대질에 거친 말 거침없이 내뱉는 젊은이의 눈앞 폭력이 두렵다 해도, 또한 그 며느리에 의지하여 밥을 먹는 상황이라 해도, 자신의 정체성을 저버린 당신의 모습은 처량하다. 스스로 만들어낸 푸대접이며 상황설정이라는 생각이다. 황혼녘의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는 가장 소중한 재산은 오로지 ‘시간’뿐임을 누구나 다 알면서 그 시간을 온통 빼앗기고 사는,빼앗기는 줄도 모르고 착취 희생을 즐기며 자위하는 어른들도 많다니, 각각의 마음을 누가 어쩌겠는가. 누구나 인생은 한 번뿐이며,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유일한 내 재산인 ‘시간’은 천금 만금보다 더 윗자리의 소중한 것이거늘, 진정 나를 위해 그 시간을 보듬고 살고 있는지 열 번 스무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존엄한 죽음’을 위한 법이 통과되었다. 회복되지 못할 말기암 환자나 다른 위중한 병으로 회생불능의 상태임을 의사가 진단하면,더 이상 숨이 붙어 있게 연명치료를 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이전 법은 회생불능의 환자라 해도 온갖 생명 연장 장치를 환자에게 설치하여 숨이 끊어지는 시간을 늦추거나 기적처럼 회복도 시키는 의료법을 의사들이 강행했지만(그러지 않았을 경우 의사는 살인죄로 제소될 수도 있으므로),이제는 환자가 입원 당시에 승낙을 하지 않아도 가족들로 인해 생명 연장 장치를 거두어 버리거나 아예 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이다. 물론 옛날에도, 현재도 우리 풍습에 ‘객사시키지 않는다’며 가망이 없다는 환자를 가족들이 퇴원시켜 집으로 옮겨가는 경우는 있었다.그리고 실제 종합병원 등에서는 법이 통과되기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행하여지고 있었다.대개 가족들이 금전적인 이유로 혹은 환자의 원함으로 이루어지고는 있었지만, 이제 그것이 정식으로 합법화된 것이다. 살아나지 못할 환자인데 온몸에 주저리 주저리 생명줄을(인공호흡기등) 시설하여 고통을 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인 듯싶지만(그러한 부분도 없지 않다),여기에는 의도적인 많은 위험한 요소들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세상에 죽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죽을 시간의 장단(길고 짧음)이 있을 뿐 모두 죽지만, 상호간(가족관계등)의 이해관계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충분히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유일한 ‘내 자산’은 ‘내 시간’ 이다 몸이 건강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방 죽을 병이면 생명 연장 시설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병원에 입원케 되면 백명의 환자 모두가 ”어떤 방법으로든 살려달라“고 의사에게 매달린다고 한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고 현실이라는 것이다. 본인의 의사를 분명히 밝혀둠이 어른들이 갖춰야 할 순서이다. 본인의 의사가 없으면 가족들이 각각의 의견을 내놓는 살벌한 분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큰아들은 ‘연명’ 시설을 말자 하고 둘째아들은 ‘시설을 하자’는 상반된 의견으로 내 목숨이 자식 손에 달려 있는 비참한 신세가 되고, 그들에게 상처를 안겨주게도 된다. 정부도 그렇다. 이런 엄숙하고 중대한 법을 합법화시키려면 따뜻한 대접을 받으며 인생을 정리하면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호스피스 병동시설이 우선 만들어져 병행되어야 하고, 문제화될 수 있는 부분을 의혹이 없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되겠지만,어쨌거나 가장 먼저 법시행을 맞이하는 당사자는 바로 우리 어르신(노안)들이다. 오로지 유일하게 내 재산인 앞으로의 내 ‘시간’을,즐길 일이고 아낄 일이다.당당하게 변한 세상과 맞서면서 소리도 질러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하고 싶은 일을 세상 눈치 볼 것 없이 즐길 일이다. 내 코가 석자인데 내 떠난 후의 남은 사람 걱정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다. 이제는 오로지 나만 위해 살아야, 후회없이 쉽게 미소 머금으며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지 않겠는가.
- 2016-03-0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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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기획 시리즈] ⑦치매예방에 좋은 식품과 습관
- 치매는 치료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현재는 단지 치매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약물 치료제가 있을 뿐, 발병 이후에는 확실하게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을 알아본다. 뇌기능은 뇌신경에 좋은 물질과 적당한 운동, 즉 뇌를 자극할 수 있는 일종의 행동이 필요한데 음식물을 씹는 것은 뇌를 자극하는 가장 적합한 운동이라는 것이 치매연구에 대한 결과다. 즉 청소년기 때 현미잡곡밥을 먹음으로써 오래 씹게 하여 뇌 운동을 촉진하고 다양한 영양을 섭취해 뇌세포 활동을 촉진하여 두뇌발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치매예방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치매를 앓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영양실조인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의 부족은 뇌의 발육과 기능을 저해하는 큰 요인 중의 하나이다. 우리 인간의 몸은 오랫동안 동물성 영양과 식물성 영양분에 길들여져 왔다. 지나친 육류섭취도 문제가 되지만 동물성 영양분을 배제한 식단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치매를 예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곧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랑하는 일이며, 몸을 튼실하게 유지하는 식단의 균형회복이라 할 수 있다. 서울 성모병원 신경과 양동원 교수는 오메가3가 많이 들어있는 등 푸른 생선과 함께 당근, 브로콜리, 오렌지, 사과 등을 꾸준히 먹으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기름진 음식과 과식을 피하고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걷는 것도 추천했다. 매 끼니마다 올리브오일과 견과류, 와인(레드와인)을 먹는 게 나이 들어서 두뇌를 맑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지중해식 식단’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하대 병원 최성혜 교수는 식습관과 생활습관 두 가지로 치매를 일정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가 치매예방 음식으로 권장하는 것은 뇌신경세포 보호성분인 항산화제가 많이 포함된 식품이다. 등푸른생선, 녹황색채소, 견과류를 비롯 적당량의 적포도주 등이 대표적이다. 최 교수는 “항산화제가 함유된 식품은 뇌세포막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인천 길병원 연병길 교수는 특히 젊을 때부터 뇌를 활용할 수 있는 독서나 창작활동을 통해 머리를 써 뇌력을 증진시켜야 되며, 고독을 이겨낼 수 있게 움직이고 배우며 어울리는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적은 시간이라도 규칙적인 운동과 건전한 취미 생활, 그리고 우울증 예방을 위해 자주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 예방의 가장 대표적인 운동은 ’걷기’이다. 규칙적인 걷기 운동은 뇌혈류량을 개선시켜줄 뿐만 아니라 뇌 건강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산소, 포도당은 치매예방에 좋다고들 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매 예방을 위해서 뇌 훈련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항산화 작용에 좋은 포도나 견과류 등과 불포화 지방이 많이 든 푸른 생선이나 콩 등의 음식도 도움이 된다. 또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이 활발해서 두뇌 활성에 좋고 그 밖에도 적절한 운동을 통해 손과 발을 자극해 뇌 발달을 촉진시킨다. 치매예방 보조식품 잇달아 출시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으로는 뇌세포손상을 막아주고 치매를 막아주는 패롤릭산이 들어있는 당귀와 세포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사과산과 주석산 등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는 오미자, 뇌신경을 안정 시켜주는 호두, 머리를 맑게 도와주는 해조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2012년 출시한 풀무원건강생활의 ‘브레인큐’는 노년층의 두뇌 전물 개별인정형 건강식품으로 ‘당귀등추출복합물을 주원료로 하는데 참당귀, 삼백초, 오미자로 구성된 ‘당귀등추출복합물’은 12주간의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식품의약청안전청으로부터 ‘노년의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인정받았다. 국내임상은 백병원, 보라매서울대병원 등 6개 대학병원에서 진행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2010년 1월 발매한 일양약품의 ‘브레인300’은 중·장년층의 기억력 개선과 노년기의 치매 예방을 도와주는 성분 ‘BT-11’을 함유하고 있다. BT-11은 국내 최고의 뇌 전문가이며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 겸 한국뇌연구원 원장이 개발한 천연물이다. 관계자는 “국내에서 실시된 3차례 임상시험 연구결과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T-11이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를 비롯해 독성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C단 단백질 등 뇌신경 세포를 손상시키는 여러 효소들의 활성을 억제해 뇌기능 손상을 방지하는 작용을 하는 까닭”이라 말했다. #치매예방에 좋은 음식 - 카레 카레의 주 성분 강황은 암의 예방에 탁월하며 치매의 예방은 물론 기억력을 상승해준다. 카레의 노란색은 강황에 들어있는 쿠르쿠민이라는 색소 때문. 쿠르쿠민은 산화를 방지하고 염증을 감소시켜 치매 진행을 지연시킨다. 때문에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65세이상의 치매 발병률이 1%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 된장 된장에는 레시틴(lecihtin)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레시틴은 세포를 구성하는 주성분 중 하나로 기억력을 향상시켜주는 기능이 있어서 노인성 치매에 예방에 좋은 식품이다. - 잡곡밥 현미, 메밀 등 잡곡에는 비타민 B1이 풍부하다. 이는 뇌의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 생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치매 예방으로 도움이 된다. - 양파 양파를 날것으로 먹으면 노인성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다. - 식초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피로물질의 축적을 방지하는 역할로 기억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 순무의 잎 칼슘 함량이 높고 비타민C 의 함량이 오렌지, 토마토의 3배나 높게 함유되어 있고 풍부한 엽산 성분도 함유되어 있어 치매예방 식품으로 으뜸이라 꼽히고 있다. - 녹차 녹차는 혈압 상승을 억제하며, 항산화 작용을 해 뇌혈관 장애의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뇌의 신경세포가 죽는 것을 억제해 치매 예방에 탁월하다. 더불어 녹차의 카데킨류 성분은 치매의 원인물질로 여겨지는 베타-아밀로이드 독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꾸준히 섭취하면 혈관성치매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 고구마 뇌혈관을 튼튼하고 맑게 지켜주어 치매예방에 효과적이고 인체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해독시키는 작용을 한다. -연근 연근의 레시틴 성분은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는 것을 예방하고 혈관벽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 이 성분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생성하는데 사용돼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아세틸콜린은 뇌의 인지기능과 관계가 깊은 물질로,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연근을 섭취하면 아세틸콜린이 원활하게 분비돼 기억력 감퇴, 치매 등을 예방할 수 있다. - 난유 레시틴, 비타민E, 타우린, 리놀레산등이 다량 함유되어 각종 성인병과 치매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 토마토 뇌의 노화를 예방하는 셀레늄을 함유하고 있다. -등 푸른 생선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려면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등 푸른 생선을 하루에 한 토막 정도 섭취하면 불포화지방산인 DHA가 혈관을 확장시켜주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한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뇌 신경 발달을 촉진시키며 인지능력을 상승시켜준다.
- 2014-04-21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