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이면 오곡밥을 지어 먹는다. 찹쌀, 팥, 수수 등 다섯 가지 곡물을 넣어 지은 밥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잘 알 것이다. 최근에는 꼭 보름날이 아니더라도 건강을 생각해 다양한 여러 곡물을 혼합해 밥을 먹기 때문에, 다소 식상하다 여길지도 모른다. 특별함을 더하고 싶다면 사찰식 레시피에 착안해 ‘연잎 오곡밥’을 지어보는 것 어떨까?
레시피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사찰식 오곡밥 레시피
재료 찹쌀 4컵, 흑미 1/2컵, 수수 1/2컵, 기장 1/2컵, 검정콩 1/3컵, 팥 1/3컵, 밤 10알, 연잎(大) 1장, 연근 8족, 은행 12알, 대추 1알
*연잎은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으로 사용해도 좋다.
*밥물: 물 825㎖, 소금 한 숟가락
*팥 삶는 물: 물 400㎖, 소금 1/4숟가락
만드는 방법
1. 기장 또는 조를 제외한 곡물을 씻어 1시간~1시간 30분 정도 불린다.
2. 팥은 1시간 정도 불려 한 번 삶은 물은 버리고 물 400㎖와 소금 1/4 숟가락을 넣어 10분간 삶는다.
3. 기장 또는 조를 씻고 모든 재료를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4. 불린 곡물을 물과 팥 삶은 물 모두를 합쳐 825㎖로 맞추고 소금 한 숟가락을 넣어준다.
5. 밥솥에 모든 재료를 넣고 밥물을 넣은 뒤 고루 섞는다. (밤은 한입 크기(1/2)로 잘라 넣는다)
6. 전기밥솥의 경우 ‘잡곡 취사’로 눌러 밥을 짓는다.
7. 밥을 짓는 동안 연근을 둥글게 0.5cm 두께로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은행은 팬에 볶아 껍질을 벗긴다. 대추는 얇게 포를 떠 말아 놓는다.
8. 연잎을 씻은 후 안쪽 면에 지은 오곡밥을 담고 그 위에 연근, 은행, 대추를 얹어 싼 뒤 15~20분 쪄 완성한다.
연잎을 오곡밥과 함께 찌면 수분 손실을 줄여 더 촉촉하고 부드러운 밥맛을 내게 된다. 연잎 특유의 은은한 향과 영양분은 덤이다. 연잎과 더불어 다른 곡물들의 효능까지 알아보고 건강한 한끼를 즐겨보자.
연잎과 곡물의 효능
연잎 항산화물질인 쿼세틴(quercetin)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고, 비타민 C와 식이섬유소 풍부해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됨
찹쌀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좋고 비타민 E 성분이 노화 예방
흑미 단백질, 비타민 B·D·E, 칼슘, 인, 철 등이 풍부해 빈혈, 심혈관 질환, 변비 예방
수수 폴리페놀 성분이 많아 항산화 효능이 뛰어나고, 혈당조절 기능을 해 당뇨, 비만 등의 증상 완화
조와 기장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쌀에 부족한 식이섬유와 무기질, 비타민 다량 함유
팥 다른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과 트립토판 함유, 칼륨 성분이 풍부해 부기를 빼주고 혈압 상승을 억제
검은콩 안토시아닌 색소가 시력 회복과 항암에 도움을 줌
올해는 설이 예년에 비해 보름 정도 일러 2월 14일이 정월 대보름이다. 우리 선조들은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소망이 가득 담긴 대보름 음식으로 오곡밥, 복쌈, 진채식, 귀밝이술, 부럼 등을 먹었다. 보름과 관련해 온 가족이 집안에 등불을 켜놓고 밤을 세운다는 기록이 있다.
오곡밥은 지방·집안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주로 여섯 가지 곡식을 넣어 지어 먹는다는 뜻에서 곡식의 총칭인 오곡이란 말을 사용했다. 복쌈은 밥을 김이나 취나물에 싸서 먹는 것이다. 진채식은 취, 고사리, 고비, 시래기, 가지 등을 가을에 말려 뒀다가 보름에 삶아 먹는 것을 말하며 동국세시기에 청주 한 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기록돼 있어 이를 귀밝이술이라고 한다.
특히 정월 대보름날 부스럼을 깬다 하여 밤, 호두, 대추, 잣 등을 깨물며 일 년, 열두 달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축원했다. 우리 조상들이 과거부터 액운을 물리치고 풍년을 기원하는 각종 전통의식에 우리 임산물을 많이 애용했던 것은 참으로 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중 잣나무는 정월 초하룻날 잣나무 잎으로 만든 술을 마시면 액운을 물리칠 수 있고 문간에 잣나무를 심으면 질병이 얼씬도 못한다고 믿었다. 잣나무는 소나무과 수종으로 소나무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유 수종이다. 한자로 오엽송, 백자목, 홍송, 신라송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잣열매는 해송자라 불리며 기를 돋우는 약재로 쓰인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 부럼으로 사용한다. 우수한 지방성분으로 자양강장재, 빈혈, 두통, 현기증, 신경통, 종기, 혈압 강하에 효능이 있으며 최근에는 노인성 질환 예방과 수험생 건강 관리에도 인기가 높다.
또 잣에 포함된 불포화지방산은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혈압을 내리며 스테미너를 강화해준다. 특히 혈액 속 콜레스테롤 양을 줄여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다.
잣은 예로부터 기호식품으로 널리 이용돼 왔으며 식혜, 수정과, 잣죽 등 요리와 차에 많이 쓰여 맛과 멋을 내는 재료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잣막걸리와 잣국수, 잣기름, 잣두부 등 다양한 음식으로 개발돼 이용되고 있다.
잣나무는 예로부터 백단이라고 해서 배를 만드는 데 으뜸으로 쓰였으며 최근에는 건축 내장재, 가구재로 활용되고 있다.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도 잣나무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잣나무 잎을 태운 재는 임질이나 매독 등 각종 성병의 비방약으로 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잣나무가 주로 가평, 홍천, 춘천 등 중부 이북에서 자라고 있다. 최근 가평군은 축령산의 잣나무 숲을 이용해 ‘잣 향기 푸른 숲’이란 치유의 숲을 조성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잣나무는 목재와 열매로부터 잎사귀까지 광범위하게 이용된다. 최근에는 방향성 물질인 피톤치드를 활용한 숲 유치원, 숲 치유가 큰 인기다. 우수한 자원을 지속적으로 심고 가꿔 산림 자원화에 더욱 힘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