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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무르익는 가을, 읽어볼 만한 도서들
- 나의 위대한 생태텃밭 (샐리 진 커닝햄 저ㆍ들녘) 들녘의 59번째 귀농총서. 유기농 텃밭 농부이자 원예 전문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샐리 진 커닝햄이 수십 년간 경험한 텃밭 가꾸기 노하우를 담았다. 방대한 이론을 섭렵하며 수많은 실험을 거듭한 저자는 “텃밭 농부가 할 일은 자연이 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화학물질 제로’를 달성해낸 ‘생태텃밭 농법’을 소개한다. 책에는 자연과 함께 텃밭을 가꾸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나와 있다. 올해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동반식물 재배법’과 같이, 함께 심으면 더 잘 자라는 이웃 식물들을 소개한다. 나아가 텃밭 대표 작물 32종의 가족 식물, 이웃 식물 목록을 정리하고, 자세한 재배법과 흔히 발생하는 문제와 해결책까지 다뤘다. 텃밭에 도움이 되는 익충 31종의 생김새와 생활주기, 발견 장소, 유익성, 소환 방법 등을 소개한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조심해야 할 해충 12종도 방제법과 함께 보여준다. 초보 농부에게 도움이 되는 단계별, 시기별 텃밭 농사 비법도 전수한다. 가장 기초적인 흙 돌보기 단계부터 수확 방법, 다음 농사 준비 단계까지 자세히 담았다. 저자가 직접 자신의 텃밭에서 촬영한 사진들과 그림 자료를 활용해 이해를 돕는다.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옥남 저ㆍ양철북) 강원도 양양 송천 마을에 사는 이옥남 할머니가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중 151편을 골라 엮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농가의 사계절과 저자의 일상이 정겹게 그려진다. 30년 넘게 현재까지 이어오는 일기 속 평범하고도 소박한 이야기가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유홍준 저ㆍ창비) 올해 6월 우리 산사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에 실렸던 남한의 산사 20여 곳과 북한의 산사 2곳을 꼽아 소개한다. 가을을 맞아 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우리 산사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노년에 대하여 (윌 듀런트 저ㆍ민음사) ‘철학 이야기’, ‘문명 이야기’ 등으로 이름을 알리며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가 윌 듀런트의 마지막 원고다. 삶과 죽음, 청춘과 노년, 신과 도덕, 전쟁과 정치 등 인생에서 마주하는 20여 가지 문제를 다룬다.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동시에 정제된 저자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실용치즈전서 (배인휴 저ㆍ유한문화사) 배인휴 국립순천대학교 명예교수가 1982년부터 유가공학연구실을 운영하며 모은 치즈 관련 자료와 치즈 산업 현장 경험이 640여 페이지 분량의 책 한 권에 담겼다. 다양한 치즈 제조 과정을 알기 쉽게 정리해 낙농가 농민들과 치즈 입문자들에게도 유용하다.
- 2018-09-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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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공으로 새인생 찾은 하먼치즈 황형연·이선자 부부
- “매일같이 쉬지 않고 놀러만 다녔어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가 숙제 같았어요.” 전라북도 남원시에서 만난 황형연(黃炯淵·61)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아내 이선자(李善子·58) 씨와 젖소를 키우기 시작한 지 30년이 넘은 베테랑 목장주이자 낙농인이다. 소를 키우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사소한 고민이 하나 생겼다. 새벽에 일어나 자식 같은 소들을 돌보고, 젖을 짜고, 집유 차량에 우유를 넘겨주고 나면 하루 일과는 끝. 저녁 먹기 전까지 4시간 동안 할 일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부부가 맨 처음 시작한 것은 주변 산들을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황 대표는 주변에 안 다녀본 곳이 없다고 말한다. “산이란 산은 다 찾아다녔죠. 주변 관광지도 웬만한 곳은 다 다녔고요. 좋다 싶은 곳은 두 번 세 번을 갔는데, 너무 자주 다니니 신물이 나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황 대표 눈에 들어온 광고 한 줄. ‘순천대학교 목장유가공 교육과정’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거다 싶었다. “우리가 원유를 생산하니까 활용하면 좋겠다 싶었죠. 가족이나 지인들을 위해 만들어도 보람있겠다 생각했어요.” 황 대표가 먼저 시작했지만, 치즈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진 것은 오히려 아내 이 씨였다. 농장을 하기 전 농협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제약회사도 다녔기에 이론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라도의 ‘어머니’로서 지니고 있는 ‘손맛’도 치즈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이 씨는 말한다. “교육을 받으니까 슬슬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원래 유제품을 잘 먹기도 했고요. 새벽같이 착유를 끝내고 8시까지 교실에 도착해야 해서 많이 바빴지만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똑같은 교육과정을 열 번이나 반복해서 수료했죠. 학교 연구원들이 왜 자꾸 오냐 핀잔을 줄 정도였어요.” 이 씨는 수업시간에 계량된 재료들을 꼭 손으로 한 번씩 쥐어봤다. 눈으로 보는 수치보다 손으로 느끼는 감각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나중엔 손대중으로도 정확하게 계량해낼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그렇게 재미 삼아 만들던 것을 사업화하기 시작한 것은 7년 전 부터다. 처음부터 거래처를 정해놓고 만든 것이 아니라, 주변에 나눠주던 치즈가 소문이 나면서 본격적인 허가를 받고 생산량을 늘렸다. 무항생제와 해썹(HACCP) 인증을 받고 가장 큰 거래처인 생활협동조합에 납품을 시작했다. 이후 부부의 제품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황 대표 부부의 유가공 회사명이 ‘하먼치즈’가 된 사연도 재미있다. 매일 저녁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데 회사명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황 대표 어머니 입에서 ‘하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하먼’은 ‘그렇지’라는 강한 긍정의 의미가 담긴 전라도 방언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누구 할 것 없이 사명을 ‘하먼치즈’로 하자는 데 동의했다. 하먼치즈는 모차렐라, 슈레드, 스트링, 고다 치즈, 구워 먹는 치즈까지 생산 중이다. 요구르트도 만드는데, 공산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한 맛을 자랑해 인기가 좋다. 단일 목장의 우유를 당일 착유해 당일 가공하는 제품이라 품질이 나쁠 수가 없다. 하먼치즈에는 황 대표 부부 외에 4명의 직원이 더 있다. 최근에는 며느리도 순천대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돕겠다고 나섰다. 농장일은 이제 아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이 씨는 치즈 사업을 시작한 뒤로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다고 말한다.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치즈를 만들기 시작해 오전 8시가 넘어야 일이 끝나요. 그렇게 작업을 해놔야 직원들이 치즈를 성형하고 제품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제는 농한기를 맞아 한가해진 주변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해도 만날 틈이 없어요. 제 시간이 없어졌죠. 그래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 같아 늘 즐거워요.”
- 2018-02-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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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즈 공방’으로 은퇴 후 인생 숙성 어때요?
-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치즈 시장은 어디일까? 와인이나 참치 등 다양한 식품을 소비해내는 세계 시장의 블랙홀 중국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 주인공은 한국이다. 우리나라 치즈 시장은 2011년부터 6년간 56%가 성장했다. 한국인의 입맛이 치즈에 길들여지는 상황에서 시니어의 두 번째 직업으로 치즈 공방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은퇴자의 새로운 직업으로 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귀농과 결합한 생활 설계가 가능하고, 소자본으로도 시작해 볼 수 있다. 농촌 토착민들과 경쟁해야 할 가능성도 낮다. 굳이 시골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치즈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1960년대.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가 임실 사람들에게 자급자족할 수단을 만들어주기 위해 산양 두 마리로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 프랜차이즈 피자 식당이 대중화하면서 치즈 소비는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한국 낙농가들이 치즈를 제조하기 시작한 계기는 1998년 7월이다. 국립순천대학교에서 낙농가를 대상으로 한 유제품 제조 교육을 최초로 시작한 것이 시초가 돼 생산이 본격화됐다. 국내에서 개인이 유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직접 젖소를 키워 생산한 원유로 유제품을 만드는 목장유가공장과 원유를 외부에서 공급받아 제조해 유통하는 소규모 유가공장 그리고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가내수공업형 치즈 공방이 있다. 목장유가공장과 소규모 유가공장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제조가공업에 속하지만, 치즈 공방은 즉석제조판매가공업으로 분류 신고 대상이다. 큰 욕심내다간 ‘낭패’ 여러 가지 형태 중 은퇴자들이 교육을 받고 유제품을 만들어 수입을 낼 수 있는 형태로 전문가들은 가내수공업형 치즈 공방을 꼽는다. 국내에서 최초로 목장유가공 교육을 실시해온 배인휴 국립순천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는 낙농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무리해 사업화하기에는 넘어야 할 기술적, 제도적 장벽이 높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선 완전히 정착된 산업 분야가 아니어서 도전해볼 만합니다. 유제품으로 식품제조가공업을 하기 위해선 고도의 유가공 기술뿐만 아니라 위생을 위한 시설도 갖춰야 하고, 까다로운 해썹(HACCP) 인증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수준이라면 치즈 공방으로도 충분해요. 큰돈 바라지 않고 친척이나 자녀, 손주에게 건강한 먹거리 나눠주며 할 수 있는 사업을 원한다면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거예요.” 만약 유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원유를 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국내 낙농가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남아서 문제가 될 지경이지만, 관련법상 살균 상태에서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시설을 갖춘 목장을 찾아야 한다. 국내 원유의 품질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어서 좋은 유제품을 만들기에 적당하다. 목장의 수배가 마땅치 않다면 대형 유가공 회사의 저온살균유나 유기농시유를 구입해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제조시설을 갖추는 데도 큰돈이 필요하지는 않다. 3중 재킷 솥의 일종인 치즈 배트(vat)와 발효탱크, 숙성고, 냉장고에 상온을 유지할 냉·난방장치 정도면 가능하다. 10평 내외의 공간에서 이런 장비를 갖추려면 약 3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위치는 공간 확보만 가능하면 도심에서도 가능하다. 관련법상 시설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만 지키기 까다로운 수준은 아니다. 몇 가지 절차만 따르면 백화점 설치도 가능하다. 만약 규모를 키워 식품제조가공업 수준으로 확장하려면 어떨까? 전문가들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경고한다. 관련 규정이 까다로워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은 낙농업계의 숙원사업이 됐을 정도다. 가공 기준과 성분 검사도 매달 받아야 하고, 품목별로 자가품질검사도 필요하다. 각종 농장일지도 철저하게 작성해야 한다. 해썹 인증을 받으려면 지켜야 할 규정이 더욱 많아진다. 관련 규정이 대기업형 유가공 공장을 기준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생산 인원이 일정 규모가 되지 않으면 교육 이수 규정을 지키기도 어렵다고 낙농가들은 말한다. 국립축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목장형 유가공 사업을 통해 낙농가는 총 103여 개소로, 유제품 제조와 판매를 하고 있는 목장은 목장 42개소, 낙농체험목장은 13개소, 유제품 판매와 낙농체험목장을 겸한 곳은 48개소로 추정된다. 신선치즈로 틈새 노려야 치즈는 크게 가공치즈와 자연치즈로 나뉘고 자연치즈는 신선치즈와 숙성치즈로 구분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슬라이스 치즈는 가공치즈에 속하고, 피자 위에 뿌려지는 슈레드(shred) 치즈나 리코타 치즈같이 만들어 바로 먹는 것을 신선치즈, 15일부터 3개월 이상 숙성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것이 숙성치즈에 해당한다. 국내 치즈 시장을 살펴보면 피자용 치즈로 사용되는 모차렐라가 60%로 압도적이다. 이어 가공치즈가 35% 정도이고 신선치즈나 숙성치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에 불과하다. 국내 치즈 자급률, 즉 국산 치즈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기준 4.5%에 불과하다. 시니어들이 치즈 공방을 통해 창업에 도전한다면 신선치즈가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배 교수는 “신선치즈는 냉동 상태로 수입되기 때문에 신선하게 만들어 판매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서구화하고 있어 향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와인이나 빵처럼 치즈와 어울리는 식품과 함께 판매하면 상품성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인 되려면 3년 이상 시행착오 겪어야 국내에서 유가공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충남대학교 동물자원연구센터에서 매년 두 차례 진행하는 목장형유가공 과정과 경북대구낙농농협이 진행하는 목장형유가공 교육과정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서울에서 진행하는 교육과정으로는 한국낙농유가공기술원이 건국대학교와 함께 진행하는 유가공기술 기초과정이 있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순천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교육과정이 폐지됐다. 사설 교육기관으로는 에코드림치즈연구소가 운영 예정에 있다. 교육비는 대부분 60시간 교육과정 기준 75만 원 내외이며 일부 교육과정은 우유자조금에 의한 낙농가 대상 비용 일부가 지원되고 있다. 해외 교육기관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한때 김정은의 입맛을 위해 북한 공무원의 입학신청에 퇴짜를 놓은 프랑스의 국립유가공기술학교(ENIL)도 한국인 졸업생을 배출한 바 있다. 캐나다의 구엘프대학교(University of Guelph)의 치즈 제조 단기 교육과정도 유명하다. 치즈는 인류사에서 역사가 오래된 식품인 만큼 유럽과 아메리카 등지에도 다양한 교육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물론 교육 한 번으로 유제품 장인이 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교육 후 생산하는 유제품이 일정한 수준 이상 오르려면 3년 이상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숙성과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험과 감(感)이 필요하다. 실제로 각 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같은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서 수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론만큼이나 실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치즈에 미쳐 뉴질랜드에서 공부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직접 제조한 치즈를 와인과 함께 판매하고 있는 이태원 치즈플로의 조장현 셰프는 치즈를 너무 쉽게 생각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고 경고한다. “치즈 분야는 육체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또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르려면 오랜 기간 공부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고요.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하는 것도 큰 숙제입니다.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많은 분이 도전하신다면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 2018-01-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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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주목해야 할 시니어 직업 키워드 5가지
- 올해 주목해야 할 사회 현상 중 하나는 은퇴 세대의 폭발이다.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 1955년생부터 정부의 출산억제정책이 본격화한 1963년까지 9년간 태어난 이들이다. 정부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숫자는 약 711만 명으로 전체 인구수의 14.3%에 달한다. 이들이 한꺼번에 은퇴자 인력시장으로 몰리면서 평생 겪었던 경쟁 속으로 다시 뛰어들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니어에게 제2, 제3의 직업을 찾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가 됐다. 새롭게 떠오른 무술년 새해 우리는 새로운 직업을 위해 어떤 분야를 주목해야 할까. ‘세대융합창업’ 안 되면 함께하라 최근 정부가 내놓은 창업지원정책의 핵심을 요약하면 ‘세대융합창업’으로 귀결된다. 세대융합창업은 경험이나 자본력은 있지만 창업의 핵심인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첨단기술에 취약한 시니어와 새로운 기술 분야에 능숙하고 여러 가지 영감이나 발상은 많지만 맨몸뿐인 청년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시너지를 얻는 창업 형태를 의미한다. 정부 입장에선 은퇴한 시니어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창업으로 몰고 가기엔 창업 성공률이 높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2003년부터 2009년까지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사업 창업의 생존율은 6년 차에 32%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세대융합창업.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마케팅이나 재무관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은퇴자들의 멘토링이 이미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위한 정부의 태도는 적극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1월 중·장년과 청년의 매칭창업을 지원하는 세대융합창업 캠퍼스를 전국 6개 권역에 신설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창업 팀에게는 총사업비의 70% 이내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마케팅 등의 사업비와 창업 공간이 무상 제공된다. 경험자들은 젊은 세대를 수평적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이 창업 성공률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조언한다. 지난 12월 리스타트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최종웅 대표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공동 창업한 젊은 파트너의 조력이 컸다”며 “구성원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성장동력 여전한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분야는 올해도 여전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3D 프린터나 드론의 경우 올 한 해 대중화를 통해 폭발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 분야는 주요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시니어들에게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접 기술개발에 참여하지 않아도, 본인이 평생 해온 분야를 바탕으로 대중화한 솔루션을 이용한다면 4차산업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패션디자인이나 봉제업에 종사하던 은퇴자가 3D 프린터를 통해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은퇴 건설업자가 드론으로 건축물 균열 검사 등을 하는 식이다. 공유경제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공유 경제는 시니어에게 안성맞춤인 분야다. 숙박 공유 대표 기업 에어비앤비 조재은 팀장은 “기존 숙박공유에 참여하는 시니어 호스트의 증가는 지속되고 있는 상태”라 설명하면서 “가이드의 경험과 생활을 공유하는 ‘트립’ 서비스에도 그 특성상 시니어 가이드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위한 ‘건강과 음식’ 고령화와 관련한 건강, 음식에 관한 시장은 고령화 시대에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고령자를 위한 건강음식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틈새를 공략할 여지는 충분하다.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슬로푸드에 대한 요구와 기능성 식품의 대중화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경향이 잘 타나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한국리서치와 2016년 액티브 시니어 7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은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 제품을 사 먹고(26.9%),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먹지 않으며(39.0%), 음식 성분을 따지며 가려 먹는다(42.3%)고 답했다.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선호한다는 응답률도 31.3%나 됐다. 특히 유가공이나 농산물의 가공제품 상품화는 ‘귀촌’에 맞물려 은퇴자들의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수원시 창업지원센터 최봉욱 센터장은 “올해 시니어들에게 유망한 분야는 4차산업과 함께 건강이나 바이오 관련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고령화로 인한 사회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식이 바뀌면 시장이 열린다 ‘웰다잉’ 우리 사회의 죽음에 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이후 벌어질 일들을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달 시범사업이 끝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부분. 일반인은 관여하기 어려운 의료 부분에까지 고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죽음학 혹은 죽음준비학의 대중화 역시 우리 사회의 ‘죽음 준비’를 시기적으로 앞당기고 방식도 다양화하는 초석이 됐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냈다. 수의나 봉안당의 사전 준비와 같은 전통적인 분야 외에 엔딩노트 작성, 유품 정리,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관리, 애완동물 신탁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노령화 속도에 비해, 국내 웰다잉 관련 시장의 다양성이나 규모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내 웰다잉 관련 산업이 종활(終活)로 대표되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전망한다. 인구절벽 속 귀촌, ‘6차산업’ 노려라 귀농과 귀산촌, 귀어촌을 포함한 귀촌은 ‘편의점·커피숍·통닭집 창업’만큼이나 시니어에게 노후를 보내는 가장 흔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보다는 휴양이나 도피의 개념이 컸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귀촌 지역 원주민들과의 갈등.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귀촌인은 조력자나 협력자이기보다는 ‘투자 여력 충분한 동일 업종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마을 일이나 지역 산업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으로 자리 잡게 돼 귀촌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귀촌을 할 때는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상품화를 진행하는 ‘6차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6차산업은 농작물을 경작하는 1차산업과 이를 가공하는 2차산업, 서비스업이 중심이 되는 3차산업을 결합한 형태의 산업을 의미한다”면서 “지역민들에게 귀촌인이 환영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일각에서는 인구절벽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자체를 귀촌 지역으로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작목반이나 어촌계 가입비 무료, 거주지 지원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2018-01-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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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고록 작업을 완수하다
- 지난 4월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자서전을 써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자서전은 필자의 자서전부터 타인의 자서전까지 몇 번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다. 그간의 자서전은 당사자를 서너 번 만나 이야기를 듣고 몇 가지 자료와 사진을 받아 책을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자서전 당사자는 이미 고인이 되어 회고록이 되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유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만들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자서전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오산한 것이다. 첫날 유족과의 미팅이 있었다. 미망인과 젊은 두 딸이 참석했다. 주로 이야기를 해 줄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유족들의 기대가 컸다. 아무래도 여자들을 상대하기에는 필자 혼자로는 역부족이고 여자 작가도 동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같은 여자끼리는 터놓고 얘기가 풀리게 되어 있다. 중간에 같이 식사를 하자니 필자 혼자일 때는 불편해했다. 미망인의 입장이나 사연 등 여성들의 민감한 감성도 여자작가라야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동년기자단의 최은주 작가에게 부탁했다. 다행히 수락 받아 함께 참여했다. 최종 목표는 12월15일 1주기 추도식 때 책을 출간하여 고인의 영전에 헌정하는 것으로 했다. 유족 측은 품격 있는 회고록을 만들어야 하므로 진행하다가 안 되면 굳이 추도식에 날짜를 맞추지 말고 연기해서라도 책을 제대로 만들자는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점점 더 12월15일로 목표일자가 굳어졌다. 매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대치동에 있는 고인의 회사에 모여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했다. 매주 한 번도 빠짐없이 대치동 언덕길을 올라 회사에 갔다. 처음에는 전철역에서 내려 버스 타고 서너 정거장을 가야 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전철역부터 걸어 다녔다. 위치가 모호해서 삼성역, 선릉역, 대치역에서 각각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여름을 지나 겨울까지 무려 8개월의 대장정이었다. 늘 바쁘게 활동하던 시니어들이 고정적으로 시간을 정해 놓고 일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한창 바빠질 때쯤 제의받은 동유럽관광 기회도 포기했다. 4월부터 10월까지 20차례의 미팅에 더 해 마지막 달에는 아예 매일 출근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쓰던 컴퓨터도 노후 되어 기능이 떨어져 업그레이드된 컴푸터가 필요했던 차에 고인이 쓰던 컴퓨터를 사용하기도 했다. 회고록 마무리를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번으로는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고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의 몇 배의 활동을 한 거인이다. 명문 전주고등학교 출신으로 유가공분야의 회사를 창업하고 강소기업으로 키운 사람이다. 사회적으로도 재경 전주고총동문회장, 초등학교테니스연맹회장, 화서학회 이사장 등 굵직한 명함만도 여러 개였다. 그러므로 활동 반경에 맞춰 만나야 할 사람도 많았다. 고인의 모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전주까지 내려가야 했고, 화서학회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용문산까지도 갔다 왔다. 대부분의 자서전은 자료 부족으로 애를 먹는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자료가 넘쳐 고민이었다. 일대기를 쓰는 데는 좋은 참고가 되었으나 고인에 대한 추모 글만 80여 편이 들어 와 그대로 다 살릴 경우 500페이지가 넘을 지경이었다. 날이 갈수록 고정적으로 시간을 뺀다는 스트레스와 유족 및 지인들의 기대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최은주 동년기자가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해줬다. 처음에는 고인에 대해 어렴풋했으나 윤곽이 잡히자 최은주 동년기자의 필력이 물이 올랐다. 몇 시간 씩 만나 이야기한 것을 녹취해서 집에 가서 다시 들으며 원고를 만드는 엄청난 작업량이었다. 둘의 원고를 하나로 합치는 과정도 어려웠으나 팀워크가 좋아 충돌 없이 잘 해냈다. 초반에 고민하던 고인에 대한 호칭도 일인칭으로 할까 관찰자 입장으로 할까하다가 회장으로 통일했다. 날짜에 쫓겨 마지막 손질은 출판사에 맡겼다. 일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고인도 주변에 많이 베풀고 존경 받는 훌륭한 분이었지만, 유족 및 지인들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것이 보람이었다. 그들이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 했다. 드디어 1주기 추도식에 맞춰 회고록이 나왔다. 모두들 책이 잘 만들어졌다며 만족했다. 300여명의 조문객이 모인 추도식에서 고인의 영정 앞에 책을 헌정하는 순간의 느낌이 숙연하게 온몸을 감쌌다. 제목은 ‘산더미 위에 돌 하나를 더 얹어라’로 했다. 고인이 사업을 이어 받은 딸에게 해준 말이다. 젊은 나이에 회사 운영을 맡았는데 두 자녀를 키우기도 바쁘지만 공부를 더 해 박사학위 과정까지 받게 한 것이다. 한창 뛸 때는 하나 쯤 더해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현재 전국 유명서점에서도 판매 중이다. 유족들을 비롯한 고인 주변 사람들과 인연, 그리고 최은주 동년기자와의 성공적인 팀워크가 보람이다. 앞으로는 그 어떤 사람의 회고록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은 덤이다.
- 2016-12-27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