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더 빛나는 빛축제로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을 쌓아보자!
낭만적인 분위기 속 인생 사진을 남길만한 빛축제 5곳을 소개한다.
청도 프로방스 빛축제
11월 30일까지 | 청도 프로방스
포토랜드, 빛의 숲, 고흐별빛정원 등을 탐방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
태안 빛축제
12월 31일까지 | 네이처월드
365일 연중무휴인 태안 빛축제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쌓아가자!
눈내림 별내림 불빛축제
12월 31일까지 | 산들소리
서울 근교 가족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주목받는 곳! 트리 앞에서 사진 찍으면 인생샷 완성!
서울랜드 불빛축제 루나파크
12월 31일까지 | 서울랜드
6m 크기의 미러볼과 화려한 빛으로 시작되는
빛축제의 하이라이트! 신나는 빛축제가 펼쳐진다!
제주 허브동산 별빛놀이
12월 31일까지 | 제주 허브동산 파크 내
짙은 허브 향기가 머무는 허브동산에서 즐기는 야간데이트! 다양한 테마공원으로 가족 나들이 가자!
선흘리 동백동산은 습지를 품었다. 비가 내려도 고이지 않고 그대로 땅속에 스며든 지하수 함량으로 사계절 보온·보습 효과가 높다. 제주에선 이런 독특한 숲 또는 지형을 곶자왈이라고 한다. 수풀을 의미하는 ‘곶’,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헝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이라는 ‘덤불’에 해당하는 ‘자왈’, 곶자왈이다. 생태계의 보고인 곶자왈 동백동산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 1리에 있다.
겨울 동백의 계절이다. 그런데 이름부터 동백동산인 선흘마을에서는 동백꽃 보기가 쉽지 않다. 이곳이 보호림으로 지정되면서 모든 수목이 고스란히 쑥쑥 성장한다. 그에 비해 성장이 더딘 동백나무는 큰 나무들 틈에 가려서 햇빛을 보기 어려워 꽃 피울 여력이 없기 때문. 제주의 여느 동백꽃 군락지처럼 흐드러진 꽃동산은 아니지만 이곳 동백동산만의 태곳적 매력과 그윽한 은은함을 듬뿍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제주 남쪽보다 꽃피는 시기가 늦어서 3~4월에도 드문드문 동백꽃을 볼 수 있다.
선흘리 마을길을 앞에 두고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널찍한 방문자 센터가 친절하다. 안내 내용을 훑어보면서 동백동산의 숲과 습지에 대한 사전 지식을 챙기고 시작할 수 있다. 약 1만 년 전 형성된 용암대지 위에 뿌리내린 숲, 곶자왈. 울퉁불퉁한 돌무더기 길에 낙엽이 수북수북하다. 덩굴식물이 뒤엉키고 촘촘한 나무들로 겨울 숲은 여전히 푸르다.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독특한 식생의 숲이다. 숲길 군데군데 다양한 형태의 숯막터가 남아 마을 주민들의 살아온 생활상이 엿보인다.
밀림과도 같은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적막함에 슬그머니 두렵기까지 하다. 푸른 이끼로 뒤덮인 암석 사이로 아름드리나무가 굵직한 뿌리를 드러냈다. 얽히고설키어 서로 손을 잡고 팔짱을 낀 듯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척박한 땅에서도 자연의 숲은 이렇게 방법을 찾아간다. 맑은 새소리까지 들린다. 숲의 운치가 절정이다. 태곳적 제주의 풍경일까. 알 수 없는 신령스러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원시림 속을 헤매는 듯하다. 제대로 된 제주의 곶자왈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이곳은 제주 역사의 아픈 과거가 담긴 곳이기도 하다. 제주 근대사의 뼈아픈 4.3사건 광풍이 몰아쳤던 도틀굴이 숲길에 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의 은신처였던 곳인데 발각되어 억울하게 현장에서 몰살되거나 모진 고문을 당한 피맺힌 역사의 현장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제주 동백은 4월이 더 붉다더라’라고도 말했다.
겨울이지만 사계절 피워내는 상록수림으로 숲은 울창하고 아늑하다. 걷다 보면 중간쯤에서 만나는 먼물깍.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의미의 ‘먼물’과 끄트머리라는 뜻의 ‘깍’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2011년 람사르 습지에 등재되어 보호받고 있는 먼물깍 습지다. 생활용수나 가축들이 먹었던 물로, 용암대지의 오목하게 함몰된 부분에 빗물이 채워져 만들어졌다.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먼물깍은 희귀 생물들의 서식지로도 생태적 가치가 크다. 동백동산 습지는 먼물깍을 중심으로 0.59㎢ 지역이 2010년에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원시의 숨결 속에 비밀스럽게 자리 잡은 듯 먼물깍 주변은 온통 고요하다.
동백동산 숲길은 총 5.1km. 걷기에 따라 1시간 30분~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숲길이다. 동백동산의 나무는 그동안 이 터를 지켜온 선흘리 주민들의 집을 짓거나 생활 도구가 되어왔다. 습지에서 먹을 물을 긷고 일상을 해결하는 곳이었다. 그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던 생명의 못(池)이다. 이제는 이 모든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고민한다. 이곳에 가면 마을 공동체의 따뜻한 자연 지킴 모습을 보며 삼촌 해설사의 진솔한 해설을 들을 수도 있다.
흔히들 제주 하면 섬을 둘러싼 바다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제주 본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제주 땅에 자리 잡은 다양한 생태의 숲들이다. 제주의 숲은 이 터를 지켜온 현지 사람들에게 의미심장한 자부심이다. 그리고 여행자들에겐 치유라는 위로의 선물이 되어주는 곶자왈 숲이다. 사계절 울창한 숲 동백동산이 뿜어내는 청량한 생명력 또한 그렇다.
동백꽃 뚝뚝 떨어지는 겨울 동백숲으로
제주의 겨울 여행이라면 호사스러운 동백꽃 구경을 하고 볼 일이다. 제주 서귀포 위미리에 가면 동백꽃 명소가 몇 군데 있다. 위미리는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다. 동백꽃 성지라고도 할 수 있는 위미리 마을의 돌담길을 걷다 보면 머리 위로 동백꽃이 툭툭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바닥을 온통 붉게 물들인 듯 레드카펫을 이룬 동백꽃길도 쉽게 볼 수 있는 동네다. 제주에선 초겨울부터 초봄까지 붉은 동백을 푸지게 볼 수 있다.
SNS에서 제주 동백이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여러 군데의 동백 군락지가 나온다. 그중 동백수목원은 붉은 애기동백이 솜사탕처럼 타원형으로 붉은 꽃을 피운 모습이 아름다워 겨울이면 포토 스폿으로도 인기 있다.
남원읍의 위미리 동백군락지는 백여 년 전만 해도 황무지 돌밭이었다. 열일곱 나이에 이 마을로 시집 온 고 현맹춘 할머니가 제주의 모진 해풍을 막아내기 위해 동백나무를 심으면서 현재의 위미리 동백군락지를 만들어냈다. 제주 고유의 토종 동백나무 숲과는 달리 부근의 동백수목원은 할머니의 증손자가 만들어낸 숲이다. 4대째 이어온 동백 사랑이다. 500여 그루의 애기동백을 심어 조성한 것으로 또 다른 제주 동백의 명소가 되고 있다.
애기동백과 토종 동백의 차이를 본다면, 토종 동백은 1월 엄동설한에 피어나 3월까지 피고 지고를 거듭하는 붉은 동백이다. 반면 애기동백은 11월부터 피우기 시작하는데 꽃 색감이 짙은 분홍빛이다. 뿐만 아니라 꽃 한 송이가 비장하게 통째로 툭 떨어지는 토종 동백에 비해 애기동백은 꽃잎을 분분히 흩날리며 떨어진다.
애기동백의 색감은 유난히 핑크빛이다. 러블리한 핑크빛 동백숲에서 웨딩 촬영을 하거나 연인들의 인생샷을 담기 위한 포즈를 곳곳에서 본다. 봄날처럼 온화한 기후 속에 행복 넘치는 공간이다. 판타지 동화 속에 나올 듯한 미로의 숲처럼 빽빽한 애기동백 숲을 누비다가 수목원 2층 전망대에 오르면 건너편에 펼쳐진 제주의 시원한 바다가 이국적이다.
붉은 애기동백이 올망졸망 피어 있는 동백숲. 꽃망울을 터뜨리는 11월 말부터 피기 시작해 지역에 따라 피고 지고를 달리하는 모습을 초봄까지 볼 수 있다. 겨우내 피어 있어 지긋하게 만날 수 있으니 제주의 겨울 여행 중 새하얀 눈 속에서 선홍의 동백꽃을 찾아가 봄 직하다. 이름부터 ‘겨울 동’(冬)에 ‘나무 이름 백’(柏)이다. 허나 꽃이 이미 속절없이 떨어졌으면 어떠랴. 동백꽃은 역시 낙화한 모습 아니던가. 풍성하게 만개했을 때의 멋과는 달리 선혈 낭자하게 뚝뚝 떨어져 있는 모습도 겨울 동백의 풍경이다.
제주 동백동산 & 제주 동백수목원
제주 동백동산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 12
•문의처 : 064-784-9445
•이용 시간 : 09:00~18:00
제주 동백수목원
•주소 :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29(주차장 931-1)
•문의처 : 064-764-4473
위미동백나무군락(기념물 제39호) : 위미리 904-1
11월 이후 겨울 시즌 동안만 영업. 유선 확인 필요
[신문물 설명서]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휴가’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산책 삼아 울긋불긋 단풍진 숲속을 거닐거나 서재에서 여유롭게 책 읽는 시간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뙤약볕 아래에서의 골프 라운딩, 땀 흘리며 오르는 등산길을 그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스포츠케이션’을 떠난 MZ세대다.
쉴 때도 운동할래요
스포츠케이션은 스포츠(Sports)에 휴가(Vacation)를 더한 신조어다. 휴가지에서 운동이나 액티비티 활동을 즐기는 경우는 과거에도 많았지만 스포츠케이션에 포함되지 않는다. 스포츠케이션은 휴가보다 운동을 우선시하며, 운동을 위해 휴가지와 숙소를 선택하고 일정, 예산까지 모두 운동에 맞춰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한 휴식보다 액티비티나 스포츠를 위한 휴가를 즐기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이 지난 6월 MZ세대 4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휴가지에서 ‘액티비티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이는 무려 72.4%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28.8%가 휴가 계획을 세울 때 ‘액티비티 등 즐길거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스포츠케이션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팬데믹이 있다. 해외여행을 갈 수 없고, 여럿이 모이기 어려워서다. 실제로도 골프와 헬스, 등산, 자전거 타기 등 혼자나 적은 인문이 즐기는 스포츠 종목이 인기다.
여기에 MZ세대만의 특징이 더해져 스포츠케이션이 탄생했다. 건강과 자기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세대적 특성이 휴가와 맞닿은 것. 이들은 무기력해지기 쉬운 코로나 시국에도 자신만의 운동 습관을 만들고 공유하는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의 줄임말), 이른 아침 일어나 운동하는 ‘미라클 모닝’을 유행시킨 주역이다.
호텔업계는 ‘호트’(호텔+트레이닝의 신조어)로 화답했다. 호텔 투숙객은 요가, PT, 필라테스, 농구, 카트 라이딩 등의 운동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올여름 호캉스를 다녀온 A씨(26)는 “휴가 기간에 매일 호텔 내 헬스장을 이용했는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MZ세대의 휴가를 책임지다
골프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MZ세대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적은 운동인 골프로 눈을 돌린 것이다. 오상엽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4050세대의 전유물이던 골프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시니어의 고급 사교장이나 다름없던 골프장을 ‘핫플’(핫 플레이스)로 만들었다. 사업이나 친목 도모를 위해 골프를 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건강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운동’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 골프웨어와 아이템으로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며 즐긴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또한 골프장에서의 일상뿐 아니라 휴가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유튜브 브이로그로 공유 한다. 실제로 ‘#골린이’ 해시태그는 인스타그램에만 9월 기준 53만7000건이 등록됐다.
골린이(골프+어린이의 신조어)들은 골프 여행을 휴가 방식으로 선택했다. 운동하면서 멋진 풍경을 즐기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킬 수 있어서다. 인천 영종도, 남해, 거제도 등 골프장이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어 휴가지의 선택 폭이 넓은 점도 매력적이다. 이동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 골프 펜션’까지 등장 했다. 이승찬 아체로 빌라&골프 대표는 “장년층 고객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이 펜션을 찾고 있다”며 “1997년생 고객이 친구들과 방문하거나, 젊은 부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호텔들도 자체 스크린 골프 시설 이용권이나 골프용품 등을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다른 5060세대 전유물인 등산에도 스포츠케이션 바람이 불고 있다. MZ세대 등산객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롯데백화점 올해 상반기 아웃도어 상품 매출에서 2030세대 고객의 매출 신장률이 31%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에 ‘#등린이’ 해시태그가 23만7000개나 등록됐다는 사실 또한 인기를 입증한다.
등린이(등산+어린이의 신조어)들은 주말과 휴가철을 가리지 않고 산에 오른다. 산악회 대신 등산 크루나 등산클럽을 꾸리고 게임하듯 ‘명산 100 챌린지’에 참여해 배지를 모은다. 등산 후 기록을 인증하고 공유하는 것은 물론, SNS 해시태그나 등산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다녀온 등산 코스, 주변 맛집 등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기도 한다. 비닐봉투를 챙겨 쓰레기를 줍는 ‘클린 산행’으로 건강, 휴식, 환경까지 챙기는 ‘일석삼조’ 효과도 누린다. 등산 콘텐츠 크리에이터 조초록은 “거들떠도 안 보던 산을 올여름엔 10번이나 갔다”며 “MZ세대에게 등산은 체력도 기르고 ‘인생샷’을 건질 수 있어 매력적인 취미”라고 말했다.
스포츠케이션은 ‘요즘 젊은 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장년층 건강관리에서 운동의 중요성은 말하기도 입 아픈 수준이다. 재밌게 건강관리를 하고 싶거나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마냥 누워 있기 질린다면, 올가을 등린이 아들, 골린이 딸과 함께 스포츠케이션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긴 명절 연휴가 지난 자리엔 여운이 남기 마련이다. 명절 스트레스와 같은 여독(餘毒)이든, 귀향·귀경길 장거리를 이동하며 생긴 여독(旅毒)이든 말이다. 이 여운을 멀리 떠나지 않고도 간편하게 해소할 방법이 있다. 바로 볕 좋은 날 도심 속 녹지를 걷는 것.
낮에 자연을 거니는 활동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스티브 카플란 교수는 사람이 자연을 체험하면 몸과 마음의 힘을 되찾고 기억력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8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강연자로 나섰던 미국 환경보호청 소속 대기 전문가 리처드 발도후 박사 역시 “녹지가 주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민들 건강과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어린 시절을 자연과 가깝게 보낸 중장년층에게 도심 속 녹지는 반가운 공간이다. 34세 이상의 중년 인구나 어린 시절 야외활동을 많이 했던 이들이 도심에서 녹지공간을 자주 찾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폴 브린들리 셰필드대 교수는 “도심의 녹지가 시민들의 삶에서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작용하면서 건강과 웰빙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숲과 정원, 폭포까지 한 번에 누리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내 최대 규모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서울에서 산책하기 좋은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박물관 주변을 둘러싼 넓은 숲과 공원, 폭포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정원의 전통적인 석조물들은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물인 청자정을 지나면 등장하는 나무숲과 거울못, 미르폭포에서 용산가족공원 사이를 잇는 대나무 숲이 푸른빛 휴식을 선사한다.
이곳에서는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도보해설관광 코스도 이용할 수 있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시작하는 해설 코스는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다. 청자정-박물관 오솔길-석탑정원-미르폭포-용산가족공원-보신각종-석불-조선석물정원-승탑정원-박물관중정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청명한 가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궂은 날에도 자연 속 산책이 가능한 곳, 국립세종수목원
국내 유일의 도시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도 도심에 녹아든 가을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이다. 세종시 중심 평지에 자리 잡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도 산책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한국전통정원, 어린이정원, 희귀특산식물원과 분재원 등 다양한 정원들이 펼쳐져 있어 취향 따라 산책로를 고를 수도 있다. 수목원 입구에 있는 방문자센터에는 식당과 카페 같은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다만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울창한 숲과 나무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종수목원에는 계절이나 날씨에 관계없이 자연과 함께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넓이가 1만 ㎡에 달하는 사계절전시온실이다.
붓꽃의 세 꽃잎 모양을 본떠 설계한 온실은 지중해전시온실, 열대전시온실, 특별기획전시온실로 나뉘어 있다. 지중해전시온실 전망대에서는 세종수목원의 야외 구역과 온실 구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별기획온실에서는 ‘여름 정원에서 쉬어가다’라는 주제로 기획 전시가 진행 중이다. 10월 3일까지는 여름 꽃 가득한 정원이 가꾸어져 있으니, 물러가는 계절이 아쉽다면 세종수목원에 들러 여름의 끝자락을 만끽하는 것도 좋겠다.
고향보다 더 고향 정취 가득한 청운문학도서관
올 추석 명절에 고향을 다녀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추천지도 있다. 인왕산 자락에 숨어든 종로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이곳은 인왕산자락길 내 청운공원에서 관리소로 쓰던 낡은 주택 건물을 종로구에서 최초 한옥공공도서관으로 재탄생시킨 장소다. 도서관 본관과 그 옆의 자그마한 폭포가 조화를 이루며 SNS에서 ‘인생샷’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색색 옷을 갈아입는 인왕산자락길의 나무숲, 그 안에 지어진 전통한옥은 고향보다 더 고향의 정취를 한껏 머금고 있다. 주차공간은 없지만 입장료도 없어 주머니 가볍게 가을 산책을 나서기에 좋다. 게다가 도서관과 바로 이어지는 시인의 언덕은 한옥과 자연이 하나된 경치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언덕 위에 오르면 시선 아래 펼쳐지는 기와지붕들이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어느덧 가을의 네 번째 절기 추분(秋分)이 지났다. 낮보다 밤 길이가 점차 길어지는 만큼 가을도 그만큼 더 깊어갈 것이다. 가까운 도심 녹지를 찾아 청명한 하늘을 보며 어느덧 찾아온 가을을 편하게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사진은 즐거웠던 여행에 대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배우자나 자녀와 즐거운 모습을 담으려고 카메라를 든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매번 똑같은 모습과 자세가 사진에 담긴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인생샷을 위한 4가지 방법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길 권한다.
1. 카메라를 똑바로 봐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시니어들 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두 손을 모은 어색한 정자세와 손으로 브이를 그려보는 일반적인 자세에 익숙하다. 하지만 자세를 조금만 바꾸면 다양한 느낌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거나 위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또 뒷모습을 찍거나 손으로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며 기본 자세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방식이다. 같은 자세로 배경만 바꾼 사진 여러 장보다 순간순간의 가족의 모습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담은 사진 한장이 추억을 더 색다르게 만든다.
2. 목과 눈은 수평선에서 멀리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을 때 수평선이 인물의 눈이나 목을 지날 정도로 배경에 얼굴이 갇히면 사진이 답답한 느낌을 준다. 수평선을 배경에 담을 때는 상반신이나 얼굴을 수평선보다 높게 잡는 것이 좋다. 바다가 낮게 깔리고 하늘과 얼굴이 하나가 되면 시원한 바다와 맑은 하늘을 한껏 담을 수 있다.
3. 손목을 몸쪽으로 꺾어 8등신 만들기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아이유의 전신사진을 보면 꽤 키가 커보인다. 그런데 아이유는 실제로 키가 큰 편은 아니다. 그렇다면 키가 커 보이게 사진을 찍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상대방을 찍을 때 스마트폰을 든 손을 배꼽 정도의 위치에 두고 손목을 최대한 몸쪽으로 꺾는다. 이때 스마트폰을 거꾸로 들어 카메라가 아래로 가게 하면 더 효과적이다.
4. 역광을 피하고 조명을 활용한다
많은 사진작가들은 인생샷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조명을 꼽는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우리가 보는 빛과 카메라가 보는 빛은 다르다. 특히 역광에서도 우리 눈은 사람 얼굴이나 대상을 또렷하게 볼 수 있지만 카메라는 밝은 빛에 가려진 대상으로 어둡고 칙칙한 물체 수준으로 인식한다. 이렇기 때문에 역광에서 사진을 촬영하면 얼굴뿐 아니라 전체적인 사진 분위기가 칙칙해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낮에는 해를, 밤에는 조명이 얼굴과 몸을 마주 보고 비춰 주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더 화사하게 보인다. 얼굴에 살이 있는 편인 사람은 조명이 한쪽 얼굴을 향하게 해 음영을 주면 얼굴의 입체감을 살릴 수 있다. 이때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사진이 잘 나오는 얼굴 방향을 잘 선택해야 한다.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인생샷을 찍으려고 도로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하거나 출입금지 구역을 침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도전은 인생샷보다 인생사고로 먼저 부를 수 있다. 더 좋은 구도를 잡기 위해 도로에 차를 멈추거나 절벽 근방까지 가는 것은 절대로 금물이다. 예쁜 사진도 좋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쓸쓸한 폐교였다. 마을 아이들이 재잘거리던 초등학교였으나, 시간의 물살이 굽이쳐 교사(校舍)와 운동장만 남기고 다 쓸어갔다. 적막과 먼지 속에서 낡아가다가 철거되는 게 폐교의 운명. 그러나 다행스레 회생했다. 미술관으로. 시골 외진 곳에 자리한 미술관이지만 1000명 이상이 관람하는 날도 많다 하니 이게 웬일? 이곳에서 관람할 게 미술 작품만은 아니다. 오래된 건물 안팎에 내려앉은 시간의 더께. 사계의 문양을 저마다 자동기술법으로 표현하는 정원수들의 동향. 야트막한 뒷산 위에 얹힌 하늘의 표정. 보란 듯이 있는 볼 것들이 많다. 충남 당진시 순성면에 있는 아미미술관이다.
화가 부부가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남편 박기호(65, 회화)가 관장으로, 아내 구현숙(58, 설치미술)이 큐레이터로 손발을 맞춘다. 애초 미술관을 만들 생각은 없었단다. 지난 1995년, 그저 작업 하나만 마음껏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폐교를 빌려(나중엔 아예 사들였다) 둥지를 틀었다. 폐교의 환경은 이상적이었다. 공간은 헐겁도록 널찍하고, 어지러운 잡사는 침범 못할 시골 산자락이니 창작을 능사로 삼을 만한 환경이지 않은가.
이후 부부는 작업에 매달려 살았다. 미술만 작업은 아니었다. 퇴락한 교사를 단장하는 일에도 공을 들였다. 원형을 살려둔 채, 가필처럼 조심스레 부분적인 보수만을 한 건, 학교 건물에 서린 유서(由緖)를 존중해서였다. 시간이 머물다 간 흔적을, 시간 속에서 쌓여 이제는 숨결로만 남은 수많은 옛이야기들을, 그 애틋한 가치들을 또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폐교
외부 조경에도 정성을 쏟았다. 바지런히 수백 종의 나무와 화초를 심어 가꾼 건 식물을 좋아하는 부부의 취향 탓이기도 하겠지만, 자칫 건조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폐교 공간에 미감을 부여하려는 뜻도 컸다. 교장 관사로 쓰였던 한옥의 보일러 시설을 뜯어내고 구들장을 들이는 작업도 부부가 손수 해치웠다. 먼 데서 주워온 돌들로 쌓은 담장엔 한 드럼 이상의 땀방울이 흘러내렸을 것이다. 이렇게 온갖 단장에 몸이 닳도록 힘을 쓰고 시간을 썼다. 어느 한 구석, 어느 한 모롱이도 부부의 품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도록.
그렇게 보낸 15년. 어느덧 알아주는 눈들이 많아지고, 멀리까지 소문이 나면서 일부러 찾아드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신역(身役)을 마다않고 공간을 꾸민 건 오직 부부 자신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미술관이라는 이름의 공유공간으로 개방할 경우엔 더 가치 있는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우고 싶은 생각, 역량 있는 청년작가들을 밀어줘야겠다는 포부도 옹골찼다.
그렇게 아미미술관이 태동했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당진과 충남 지역을 넘어 전국적 명소로 부상했다. 부침이 없는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한 결과로. 근래 5년여 사이에 다녀간 유료 관람객 누적 인원은 자그마치 30여 만 명. 지역 미술관이, 그것도 시골의 폐교 미술관이 거둔 성과가 놀랍다. 자본력을 펀치로 약자를 링에 눕히는 승자독식 사회에서 미술관들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재력으로 무장한 전문화랑, 공적자금이 투입된 공공미술관, 대기업 문화재단이 설립한 대형 미술관이 결국은 독주한다. 화가 부부가 맨몸을 우직하게 던져 가꾼 아미미술관이 그 틈새에서 기세를 돋우고 있으니 이 무슨 야무진 진격인가.
청춘들에겐 ‘취향 저격 핫플’
아미미술관이 지닌 힘과 매력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은 산기슭 자연 속에 자리해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는 점을 꼽아야 한다. 부부가 공들여 가꾼 정원마저 아름다워 한결 순수한 휴식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도시의 화려하지만 딱딱한 느낌을 주는 미술관에서 맛보기 어려운 자연미. 그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자연 속에서 얻는 담백한 쾌감보다 개운한 게 다시 있던가.
원형을 해치지 않은 지성적인 개량으로 근대 건축의 고태(古態)를 고스란히 유지한 교사, 즉 전시관의 멋과 맛은 아마도 이 미술관이 보유한 최대 자산이다. 쓸모를 잃고 폐기될 운명에 처한 사물이 인간의 혜안을 만나 부활, 다시금 쓸모를 되찾은 특유의 사례에 속할 건물이지 아니한가. 이 명물에 우련히 뒤엉긴 건 시간이다. 죽어라 내빼기만 하는 게 시간이지만(시간은 허무주의자?), 여기에선 아쉬워 차마 다 훌쩍 떠나지 못했나. 잔영으로 남은 시간의 형적인가, 무늬인가. 노랑 병아리처럼 동동거리며 복도 마루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룽거린다. 그립고 애잔하다, 아, 옛날이여!
우수 절반, 향수 절반으로 짜인 그리움이 가슴을 친다. 학동 시절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과거로 돌아가는 의식이란 허망한 것이지만 그 옛날의 교실에 왔거들랑, 그대여 맘껏 추억에 잠기라! 교실이 두런거리는 소리의 뜻이 그렇다. 중장년 관람객의 거의 대부분은 어쩌면 추억을 움켜쥐기 위해 아미미술관을 찾아올 게다. 젊은 관람객에겐 근사한 빈티지 컬렉션처럼 느껴질지도. 근대와 모던이 결합된 이채를 오래 남기기 위해 그들은 인증샷을 찍는다. 자랑할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누른다. 다음에 만나 아미! 그러고선 다시 오기도 한다.
화가 부부에 따르면, 아미미술관이 단박에 부상한 건 순전히 젊은 디지털 유목민들 덕분이다. 그들은 미술관의 거의 모든 공간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건물의 내·외벽은 물론, 외부 정원 공간의 다양한 사물들에, 하다못해 나뭇가지에조차 모빌이나 조각 소품, 에스키스 등으로 데커레이션을 해둔 효과가 그렇게 크다. 어디건 포토 존이 되는 것이다. 그러자 청춘 군상들이 환호하며 사진을 찍어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올렸고, 이게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켰단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홍보대사들이 대거 출현한 셈이다. 고즈넉한 운치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좀 과한 데커레이션으로 느껴질 테다. 청춘들에겐 ‘취향저격 핫플’로 많이 알려졌지만.
기획전시전이 열렸다. 부부는 어떤 작가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미술관의 품질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신중을 다해 매번 참여 작가를 엄선한다. 아내가 큐레이터이지만 또 한 명의 큐레이터를 고용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첨단 트렌드의 작품을 하는 유망한 젊은 작가를 주로 고른다. 현재 진행되는 4인전의 타이틀은 ‘Selfie시대의 자화상展’이다. 셀피족(스스로 자신의 사진을 찍길 즐기는 사람, 또는 그런 무리)이 넘쳐나는 이 사회를 작가들은 어떻게 해석하는가? 그걸 보여주는 전시회다.
작가 김태헌의 가벼운 소품 한 점이 재미있다. 꽃 속에 들어간 행복한 사내를 그려놓고, ‘나는 거짓말쟁이 화가’라 화폭 안에 써넣었다. “알고 보면, 나 나쁜 놈이야! 근데 넌?” 작가는 그리 묻고 있다. “나? 나라고 별수 있음?” 관람객은 그리 답하기 십상이지 않을까. 우리가 외면하고 사는, 심지어 믿을 수 없는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보신책이라 여기는 내 안의 위선, 가식, 내로남불! 작가는 그걸 까발리고, 관람자는 뭔가 켕기면서 ‘나’를 모처럼 들여다본다. 속된, 너무도 속된 외부로만 편재된 눈을, 두뇌를, 욕망을 내부로 돌린다. 잠시 잠깐이나마. 미술관 그림들은 이렇게 우리에게 삶을 환기시킨다. 족쇄를 풀고 자유롭게 살 생각을 해보게 한다. 너무 가르치려 드는 그림은 따분하지만.
아미미술관장 박기호
바닷가 소금창고, 통째 예술로 바꾸겠다
지난 1983년, 박기호 관장은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양화 구상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부상으로는 프랑스 여행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게 계기가 돼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유학을 했다. 아내 구현숙 역시 영국에서 공부한 뒤 프랑스 디종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이들은 파리에서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 사귀다 결혼에 이르렀다. 결혼과 동시에 귀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여기 당진으로 내려온 것이다. 당진은 박 관장의 고향이다.
널찍하고 천장 높고. 그는 그런 작업 공간을 찾다 폐교에 자리를 잡았다. 원하는 공간을 얻었으니 작업에의 몰두가 깊었을 게다. 폐교를 다듬는 데에도 비지땀을 쏟았다. 4600평 부지 안에서 폐허의 표정을 짓고 있었을 교사와 부속건물, 그리고 운동장. 이 모든 걸 쓸 만하게 바꿔놓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보냐. 청소를 하는 데만 반년이 걸렸단다. 방독면을 쓰고 천장을 털어냈을 때 쏟아진 쓰레기가 트럭으로 열 대 분량이었다. 쥐들의 낙원이기도 했다. 교실 한 칸에 꾸민 침실의 커튼을 타고 부산히 오르내리는 쥐들로 잠을 설친 밤도 많았다. 쥐보다 더 바삐 움직인 건 박 관장이었다. 다듬고 고치고 칠하느라고. 그러니까 청소부이자 수리공, 목수이자 페인트공으로도 살았던 셈이다. 어디서 이런 뚝심과 요령이 나왔을까.
“파리로 유학을 갈 때 1원 한 장 지닌 게 없었다. 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고암 이응로 화백께서 쓰던 작업실을 한동안 얻어 쓰는 행운이 있었지만, 숙식 문제부터 늘 곤란했다. 부지런히 그림을 그려 팔았다. 그리고, 알바 삼아 집 고치는 업자들을 따라다니며 돈을 벌었다. 그때 공사판에서 익힌 기술을 폐교 수리에 활용했다.”
“당신은 화가다. 폐교 단장에, 그리고 미술관 운영에 힘을 너무 소모하는 건 아닌가? 그림밖엔 난 몰라! 화가들은 흔히 그런 말을 하는데.”
“캔버스 안의 그림만 예술이 아니다. 나는 여기에서 긴 세월 동안 실로 많은 작업을 해왔다. 공간 곳곳을 디자인하고, 손수 가구를 만들고, 돌담을 쌓고, 심혈을 기울여 조경을 했다. 사람들은 이것들을 단순한 인테리어라 규정할지 모르지만, 최상의 디자인이 가미된 작품으로 보길 바란다. 관점을 넓히면, 세상의 모든 사물과 일상에 이미 예술이 들어가 있는 걸 알 수 있다.”
소변기에다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장에 내놓았던 마르셀 뒤샹. 그는 공장에서 나온 기성품도 예술일 수 있다고 보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 예술이라 했다. 박 관장이 뒤샹과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 관점을 확장하고 틀을 깨는 거. 그게 자유로운 삶이자 예술이라는 얘기이겠지. 그는 요즘 오브제로 사들인 해변 마을의 소금창고를 통째 작품화하기 위해 구상 중이다. 폐어선 한 척도 같은 용도로 이미 접수해뒀다.
자연을 마주하는 일은 거울을 보는 일과 같다. 자연이 거대하고 단순할수록 내 안의 껍데기는 사라지고 알맹이만 투명하게 드러난다. 그곳에서 느끼는 나는 아주 작고 또한 아주 크며 힘없고 미약한 존재다. 동시에 우주를 포함한 자연이다. 그것을 느끼는 순간의 강렬함을 잊을 수 없다. 여행이란 교실에서 배운 지식들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시간이 아닐까. 많은 이의 버킷리스트인 우유니(Uyuni). 잘 알려진 소금사막과 바람이 만들어낸 놀라운 기암괴석,
붉은 빛깔의 호수, 안데스의 희귀동물 라마까지 신비함이 가득한 곳이다. 새롭고 아름다운 그 세계로 떠나보자.
해발 3660m,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라파스’
볼리비아는 남미의 가장 가난한 나라이지만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불가사의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모험심 많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안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는 꿈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우유니 사막에 가려면 먼저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로 들어가야 한다. 볼리비아의 헌법상 수도는 수크레이지만 실질적인 행정수도는 라파스로 ‘평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멀리서 해발 3660m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오색 성냥갑으로 만든 산처럼 보인다. 대표적인 사가르나가 거리 골목에는 안데스 특유의 패브릭과 장신구들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재래시장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안데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모자를 사서 쓰고 나니 금방이라도 빗자루를 타고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부풀린 치마에 중절모를 쓰고 등짐을 진 컬러풀한 의상의 인디오 여성들 모습에서는 이국적인 향기가 느껴진다. 높은 지대라서 모든 길이 언덕처럼 되어 있어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지만 거리마다 가득한 상점들과 사람들 보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른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비한 ‘마녀시장’
사가르나가에서도 가장 유명한 골목은 ‘마녀시장(Witch Market)’이다. 이곳엔 말린 라마의 태아와 향료들이 기묘한 냄새를 풍기며 진열되어 있다. 온갖 색상의 돌과 장식품을 작은 병에 담아 행운의 상징으로 팔기도 한다. 남미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듯 이곳 또한 스페인이 전파한 천주교가 안데스의 전통적 제의와 만나 독특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하지만 토속신앙도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천주교도인 인디오들은 하나님께 중요한 소원을 빌 때 살아 있는 라마를 잡아 바치는데, 이때 말린 라마 태아를 올리기도 한다. 온갖 허브와 목각, 희귀한 진열품을 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빗자루를 탄 마녀가 나타나 마법을 부릴 것 같다. 이곳 골목은 뭔가 음험하면서도 삶의 비밀을 들킬 것 같은 으스스함이 함께 느껴져 색다른 감흥이 일어난다. 1549년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 산 프란시스코 성당과 레스토랑, 전통 공예품을 파는 상점들, 여행사들이 즐비한 좁은 골목들은 여행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해준다. 라파스에 머무는 동안 시간이 허락된다면 달의 계곡(Valle de la luna) 투어를 떠나보자. 달 모양과 흡사하다고 해서 달의 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마치 화성에 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줄 것이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소금사막 ‘우유니’
볼리비아 남서쪽, 해발 약 3600m에 자리 잡은 우유니 사막(Salar de Uyuni)은 남미를 대표하는 매혹적인 여행지다. 원래 바다의 땅이었던 우유니는 대륙붕의 충돌로 바다 아래의 땅이 하늘 가까이 솟구쳐 오르면서 만들어졌다. 고지대의 공기가 건조해 시간이 흐르면서 바닷물이 증발되었고 이로 인해 생겨난 소금평원 우유니는 언제 가도 아름답지만 특히 12~2월의 우기 때 가면 비가 고인 물에 푸른 하늘이 반사되어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기도 한다.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의 거대한 소금사막을 사륜구동차를 타고 가로질러가다가 다른 행성에 착륙이라도 한 듯 소금사막 한가운데 발을 내딛었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사막의 풍경 앞에서 모두들 카메라 셔터를 눌러가며 인생샷 한 장이라도 건져보기 위해 바쁘다. 소금사막의 광활한 풍경 앞에 서면 삶의 가장 소중한 것들이 떠오른다.
2박 3일의 우유니 사막 투어가 가장 인기
우유니 사막 투어는 초입의 작은 광산마을 포토시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사람을 모아 1일 투어, 2박 3일 투어 등 다양한 투어를 한다. 시내에는 많은 여행사가 있다. 경쟁이 심한 만큼 몇 곳을 비교해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길이 험해 사륜구동차를 이용해야 하며 투어 비용은 한 대를 기준으로 책정되므로 함께 투어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비용은 낮아진다. 우유니 사막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려면 2박 3일 투어가 좋다. ‘우유니’ 하면 대부분 하얀 소금사막만 생각하는데, 기암괴석으로 가득한 사막 지대와 플랑크톤 작용으로 인해 붉은 빛을 띠는 신비로운 호수, 눈 덮인 산, 수많은 플라밍고를 볼 수 있는 호수까지 희귀한 풍경이 가득하다. 또 소금호텔을 둘러본 후 눈부신 사막 한가운데 앉아서 맛보는 라마 스테이크의 맛은 잊을 수 없다. 조금 전 귀엽다고 쓰다듬어주었던 라마가 입속으로 들어가는 상황은 조금 께름칙하지만 그토록 부드러운 고기는 태어나 처음 맛보는 진미였다.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온천욕
덜컹거리는 지프를 타고 뜨거운 태양 아래를 달리는 동안 바라보는 창밖 풍경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바람이 깎은 예술조각들이 가득한 협곡과 붉은 빛깔의 신비로운 호수를 지나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플라밍고를 만날 때까지….
이토록 짧은 기간에 신비로운 풍광을 흠뻑 경험할 수 있는 곳도 드물다. 변화무쌍하고 이국적인 향기를 열린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 건 함께 차를 타고 2박 3일 동고동락한, 칠레와 독일에서 온 친구들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할 때는 국경이나 언어 장벽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칠레에서 온 친구는 어디선가 커다란 타조 알을 주워와 우리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여행 마지막 날, 칠레 국경을 넘기 전에 만난 노천 온천은 축복이었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물도 잘 나오지 않는 곳에서 씻지도 못한 채 다니다가 대자연 속에 거짓말처럼 준비되어 있던 따스한 온천을 만나자 모두들 앞뒤 재지 않고 옷을 벗어던지며 뛰어들었다.
볼리비아의 자연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곳곳에 반짝이는 풍경이 많다. 팀 케일은 ‘나를 유혹한 낭만적인 곳들’이라는 책에서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먼 곳까지 가는 색다른 모험을 꿈꾸었다. 이런 꿈은 가슴 설레게 하는 꿈 아니었는가?” 하고 묻는다. 그의 말처럼 그 시절처럼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고 있다면 지금 당장 떠나야 한다. 안 그러면 영원히 떠나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이루지 못한 꿈을 아쉬워하며 자신에게 큰 죄를 저질렀다며 안타까워할지도 모르니까.
travel tip
항공>> 한국에서 볼리비아 라파스로 가는 항공편은 미국과 페루를 경유한다. 라파스에서 우유니는 국내선 항공이나 버스를 이용한다. 우유니 마을에 있는 여행사를 통해 다양한 사막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당일치기로 소금사막을 즐기는 1일투어와 우유니를 출발해 칠레 북쪽의 사막도시 산페드로데 아타카마로 가는 2박3일의 투어가 인기가 좋다.
비자>>
볼리비아는 여행시 비자가 필요한 나라다. 여행비자의 경우 30일 단수비자가 발급된다. 한국에서 볼리비아 영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 출국할 수도 잇지만 비용이 비싼 편이다. 라파스 국제공항으로 입국시 한국에서 준비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간편하게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남미의 다른 나라를 거쳐서 볼리비아로 들어간다면 페루 쿠스코영사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영사관, 브라질 상파울루 영사관, 칠레 산태아고 영사관 등에서 무료로 발급이 가능하다.
고산병>>
해발3600미터에 위치하고 있어 간혹 고산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지만 라파즈에서부터 오는동안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우유니에서 고산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산병은 낮은 지대에서 해발 2000-3000미터 이상의 고지대로 이동했을 때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생기는 신체반응으로 피로, 두통, 호흡곤란, 체온저하 등이 있다. 대처방법은 낮은 지대로 이동하는 가장 좋으며, 물을 충분히 마시고, 천천히 걷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