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누구의 숲, 누구의 세계
일정 6월 2일까지 장소 대구미술관
전시는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주제인 환경과 생태계 위기에 대해 살펴본다. 작가 13명의 작품 70여 점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는 누구의 숲이며, 누구의 세계인지 질문한다. 첫 번째 섹션 ‘봄이 왔는데도 꽃이 피지 않고 새가 울지 않는…’에서는 미래 환경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정주영 작가의 변화하는 기후·구름·우주, 김옥선 작가의 외래종 나무, 장한나 작가의 새로운 형태의 돌(New Rock 프로젝트) 작품을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 주제는 ‘잊혀진 얼굴, 봉합된 세계’로 문명의 발전 이면에 발생한 인간의 욕망과 자연에 관한 태도에 주목했다. 강홍구, 김유정, 백정기, 송상희, 이샛별, 이해민선의 작품이 소개된다. 마지막 섹션 ‘세계에 속해 있으며, 세계에 함께 존재하는’에서는 권혜원, 정혜정, 아니카 이,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을 통해 자연에 대한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시선을 엿본다. 박보람 학예연구사는 “도시 문명, 환경, 생태계 문제에 대해 다채로운 관점을 담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반성적 감각을 회복하고 인류세 시대, 그 이후에 관한 공생, 생태적 감각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
일정 5월 31일까지 장소 영인문학관
영인문학관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서화첩(글씨와 그림을 모아 만든 책)전이다. 문인, 화가, 서예가, 섬유예술가, 패션디자이너 등 60여 명의 정상급 예술가들이 서화첩 한 권에 프로필을 채웠다. 자화상, 좌우명, 애송시, 자전적 글 등 담긴 내용은 다양하다. 소설가 김채원은 언니 김지원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시기에 그린 우는 자화상을 서화첩에 넣었고, 부친을 여읜 서예가 김병기는 ‘아버지가 애송하던 한시를 통해 슬픔을 달랜다’는 발문과 함께 58쪽의 글을 썼다. 한편 작가의 방은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김상옥의 방을 재현했다. 특별 전시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서재를 재공개한다. 예약을 통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에 관람 가능하다.
●Book
◇느리게 나이 드는 기억력의 비밀(김희진·앵글북스)
동년배보다 보통 20~30년 젊은 뇌를 가진 사람을 슈퍼에이저(Super-ager)라고 부른다. 그들은 젊은 사람만큼 뛰어난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가졌다. 저명한 치매 전문의 김희진 한양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인간의 노화란 예정된 것이 아니라 소모에 의해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신체를 어떻게, 얼마나 잘 관리하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뇌가 나이 드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습관이 기억력과 뇌 건강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1부는 ‘이해하기’ 파트로 뇌의 구성과 각 부분의 기능을 설명한다. 여러 실험과 사례를 통해 풀어내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 하기’ 파트인 2부에서는 일상 점검을 비롯해 식단과 운동, 감정과 스트레스 관리, 수면과 약 복용법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총 7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부록에는 많은 이들이 실제로 효과를 본 다양한 방법과 저자도 실천하고 있는 작은 습관들을 상세히 담았다.
그러나 슈퍼에이저의 습관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뇌에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고,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조건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희진 교수는 “실제로 자신에게 맞고 큰 효과를 가져오는 행동 지침들을 선별해 30일 두뇌 관리 루틴을 세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문재인의 독서노트(문재인·평산책방)
문재인 전 대통령이 쓴 102권의 독후감을 ‘취임 이전’, ‘재임 시기’, ‘퇴임 이후’로 나누어 담았다. 일상을 포착한 40여 장의 사진도 함께 수록됐다.
◇밥묵자(꼰대희·21세기북스)
개그맨 김대희의 부캐인 ‘꼰대희’는 50대 후반 꼰대 아저씨를 콘셉트로 한다. 책은 인·의·예·지 네 파트로 나뉘어 있고, 세대 간 화합을 이끈다.
◇하이 애나, 나는 한국 할머니란다!(류관순·미다스북스)
워킹맘으로 살던 저자는 외동딸과 미국인 사위 사이에서 태어난 손녀 덕분에 초보 할머니가 됐다. 손녀와 함께 성장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Stage
◇영웅
일정 5월 29일 ~ 8월 1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김민영
출연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 김도형, 서영주, 최민철 등
‘영웅’은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뮤지컬이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재현하며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은 애국심과 감동을 자아낸다. 2009년 초연 이래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창작 뮤지컬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은 15주년 기념 공연으로 안중근 역에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이 캐스팅됐다. 특히 정성화는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출연하며 ‘영웅’과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간다. 제작사 에이콤의 윤홍선 대표는 “관객 여러분 덕분에 어느덧 15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즌을 맞이할 수 있었다”라며 “한층 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봄
일정 5월 8일 ~ 6월 7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연출 이기쁨
출연 왕은숙, 문희경, 오성림, 예지원, 황석정, 유보영 등
중년 여성들의 인생 2막을 그린 뮤지컬 ‘다시, 봄’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꿈, 갱년기, 폐경, 은퇴 등에 대해 왁자지껄한 수다를 펼친다. 31회 공연이 더블 캐스트로 운영된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이 주축인 ‘다시 팀’과 내로라하는 여배우들로 구성된 ‘봄 팀’이다. 황석정은 ‘다시 팀’에, 뮤지컬에 첫 도전한 예지원은 ‘봄 팀’에 각각 합류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다시, 봄’을 통해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50대 여배우들을 비추고, 객석은 중장년층 관객들이 차지했다. 뮤지컬 관객 저변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벤자민 버튼
일정 5월 11일 ~ 6월 30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조광화
출연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 등
뮤지컬 제작사 EMK가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단편 소설을 원안으로 한다. 극 중 타이틀 롤인 벤자민 버튼은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이 연기한다.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인물로 재즈 가수 블루와의 사랑을 쫓는다. 특히 2003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심창민은 21년 만에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다. 그는 “뮤지컬을 연습하며 가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성생활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권리가 있다지만, 노인은 예외다. 성생활은 둘째치고 연애도 하기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노인을 ‘무욕의 존재’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나랑 연애하고 갈래요? 잘해드릴게”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박카스 아줌마 역할을 맡은 배우 윤여정의 대사다. 고령자 성매매의 대표적인 예가 ‘박카스 아줌마’다. 고령 남성이 많이 모여 있는 공원 등에서 박카스나 커피를 주며 성매매를 제안하는 고령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를 비롯해 KNN 다큐멘터리 ‘노인의 그늘’, 연극 ‘낙원상가’ 등이 이런 현상을 조명하기도 했다. 어째서 노인들은 숨어서 욕구를 해결해야만 하는 걸까.
심리학과 상담학을 전공한 권신란 나다움질문연구소 소장은 용인 성폭력상담소에서 성 상담에 관한 공부를 하던 중 노인의 성생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이에 ‘노인의 성’이라는 책을 내면서 노인에게도 욕구는 당연하며, 올바른 성 문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를 만나 노인의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남사스럽다’라지만 욕구는 있다
노인은 성에 대한 욕구가 정말 없을까? 2021년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범석 국립재활원장이 발표한 ‘노인의 건강한 성생활’에 따르면 노인들은 왕성한 성생활을 하고 있었다. 60~64세는 84.6%, 65~69세는 69.4%, 75~79세는 58.4%, 80~84세는 36.8%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인에게 성생활에 관해 물으면 열에 아홉은 “아유 뭘 남사스럽게 그런 걸…”이라 말한다. 사회는 노인을 무욕의 대상으로 보고 노인들 스스로도 성에 대해 말하길 부끄러워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도 욕구는 있다.
문제는 그들이 성에 대해 이야기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권신란 소장은 ‘아내가 나를 거부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남편들의 하소연을 종종 듣는다. 권 소장은 노인 세대의 성에 관련된 문제가 대부분 성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생각이나 잘못된 지식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편견과 폐쇄성이 성매매로 이어지고, 성 질환에 노출되는 등 여러 문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노인 성범죄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과거에는 성폭력 교육이 주로 이뤄졌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그런 주제를 오히려 불편해하시더라고요. 그게 나중에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으로 이어졌는데요. 불과 몇 년 전 강의에 나갔을 때 ‘성인지가 어느 잡지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노인에게 정말 필요한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아직도 피임 도구가 있는지 모르거나 자위 도구를 사용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노인의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잘못된 성 지식은 노인을 억압하는 기폭제가 된다. 자신은 이제 성적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버리거나,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성에 관한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불결하게 여기거나, 강제 금욕으로 스스로를 제약하기도 한다. 노인의 성생활이 더욱 음지로 파고드는 이유다.
슬기로운 노후 성생활
권신란 소장은 성생활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리 사회는 성을 너무 단편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성에는 ‘섹스’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삶, 시대, 문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죠. 예를 들어 요즘 청소년들은 AI와도 섹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인들은 이런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과거 우리는 성을 ‘생산’의 개념으로만 봤어요. 노인들은 그런 개념에 익숙한 세대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 역할조차 바뀌잖아요? 그러니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 ‘문화’ 교육이 필요한 거예요.”
노년기에 성생활을 잘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삽입을 가정하면 노년기의 성관계는 남성의 발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나이 들수록 발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애무와 자극이 필요하다. 여성은 갱년기를 겪으면서 질 건조증, 성교 시 통증, 성 욕구 감소 등으로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남녀 모두 노년기에 성행위를 하는 데 불편한 지점이 생긴다는 것. 권 소장은 그럴수록 남성의 경우 남성 클리닉에 가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하고, 여성도 불편한 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성을 더 넓은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성에는 ‘삽입’만 있는 게 아니다. 주고받는 대화, 뽀뽀 등의 스킨십도 성생활에 해당한다. 결국 성생활이란 ‘온기’를 나누는 행위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남녀 모두 신체 접촉만으로도 성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권신란 소장은 노인을 위한 성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무척 잘 되어 있다. 학교로 찾아가는 성 문화 버스도 있고, 청소년성문화센터도 있다. 자궁 체험, 피임용품, 성인용품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배운다. 성병 교육도 필수다. 하지만 노인들은 이런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어르신들은 윤활제가 있는지도 모르세요. 알아도 사용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아요. 그러니 자위 도구는 어떻겠어요. 어떤 자위 도구가 있는지도 모를뿐더러, 사용하면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성인용품점을 가본 노인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혼자 가기 부끄러워 부부가 함께 방문했다가, 외국어투성이인 기구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결국 콘돔만 사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대학교 성 문화 축제에서 나와 상대의 성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콘돔을 사용해보는 행사를 했는데요. 편의점만 가도 콘돔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피임 도구임에도 사용법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러니 어르신들은 어떻겠어요? 피임 도구나 성인용품뿐만이 아니에요. 월경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월경대 사용법을 알려주듯 노인 완경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그런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거든요. 성과 관련된 교육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아마 어르신들은 ‘아이고 민망해라’ 하시겠지만, 막상 해보면 즐겁게 체험하고 ‘좋았다’는 피드백을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청소년처럼 복지관, 노인병원, 경로당, 요양원 등 노인이 많은 곳에 찾아가는 성 문화 상담소나 성 문화 버스가 생긴다면 성에 대한 노인들의 이해도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성병 교육도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노인 성생활 실태조사’(2012)에 따르면 노인의 성병 감염 빈도는 36.9%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성병에 걸리더라도 대부분 이를 숨기거나 병원에 가지 않는다. 권 소장은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성병에 걸리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파트너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신란 소장은 더 많은 노인이 성에 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세대의 노인이 멘토와 멘티 관계가 되어 고민을 들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수원에 있는 한 복지관에서는 노인분이 성 상담을 해주고 계시더라고요. 복지관 노인분들이 동아리를 만들어서 돌아가며 상담을 해주신대요. 무척 인상적이었죠. 노인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안전하고 건강한 노후 성생활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사회와의 관계를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권 소장은 노인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했다. 먼저 노인 대상 성매매는 매년 증가하는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만큼, 이성을 만날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근에는 노인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실버 카페, 콜라텍, 효도 미팅, 하루 커플 여행, 커플 취미 교실 등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여가 생활을 즐겨야 한다. 여가 활동은 노년기의 생활 만족도와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그런 맥락에서 자원봉사나 일을 하는 것도 좋다. 자원봉사는 은퇴 후 삶에서 적극적인 사회참여 계기가 된다. 통계청의 ‘이혼통계자료’에 따르면 노년기 이혼 사유 1위는 경제력 상실이었다. 따라서 일자리를 통해 건강과 노후 경제를 함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도 필요하다. 무료함과 외로움을 달래는 데 효과적이며,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데 들어갈 에너지를 대화로 풀면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부라면 성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대화가 부부 사이 성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배우자가 없는 사람이라면 황혼 재혼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노인들은 여전히 성에 관심이 많고 성생활을 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사실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요. 복지관 등에서는 노인 성 문화를 바꿔가고자 하는 시도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노인의 성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 선진국처럼, 우리 사회도 노인의 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는가? 혹시 알음알음 퍼진 부정확한 기준과 정보 탓에 서로를 질책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쪽만의 문제, 하나의 이유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알던 섹스는 잊고 인생 2막, 3막을 위해 다시금 사랑의 도움닫기를 해보자.
섹스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은 예전에 비해 완화됐지만 아직 사람들은 ‘이 주제’를 스스럼없이 말하길 꺼린다. “에이, 결혼한 지도 꽤 됐는데 나이 들어서 가족끼리 왜 그래? 주책이야”라며 서로를 등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섹스는 단순히 쾌락만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성’과 ‘관계’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합쳐진 삶의 소중한 자원이다. 전문가들은 성적으로 친밀할수록 두 사람 사이가 건강하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의 자아 존중감 회복, 삶의 의욕 증가 등 정서적 효과를 누리는 건 덤이다. 성생활을 슬기롭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고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섹스=거시기하다’는 인식의 오류
우리는 부모의 사랑과 섹스로부터 태어났다. 2차 성징을 겪은 뒤 어른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섹스를 한다. 성은 요람부터 무덤까지 삶의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자 인간의 근원인 셈이다. ‘거시기하다’며 민망하고 쑥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또한 ‘거시기’(성기)를 통한 삽입 성교만이 전부라 여기기도 하지만, 이는 섹스의 한 종류일 뿐이다. 애무, 오럴섹스, 키스, 포옹, 손잡기 등도 모두 섹스다.
건강한 섹스 경험의 부재
‘나이 들수록 호르몬의 변화와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성행위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기부전이나 질 윤활액 분비 감소, 감각 둔화 등으로 한계를 느낄 때도 있지만, 의학 기술의 발달로 치료를 통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과거의 정서와 경험이 현재와 미래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해 75세 노인이라도 청년 시절 행복한 섹스를 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향후 기대와 욕구가 커지고, 25세 청년이라도 관련된 트라우마나 혐오가 있다면 몸과 마음이 섹스를 거부하는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현대로 오면서 유튜브,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쾌락이 늘어난 까닭에 점점 섹스를 경험할 기회가 줄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현재 한국은 성관계를 적게 하는 섹스리스를 넘어 아예 성관계를 하지 않는 섹스오프 상태에 봉착했다”며 “코로나 시대와 불경기를 지내면서 연애나 사랑이 필수라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개인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풀리지 않는 매듭은 없다
‘섹스에는 정년이 없다’는 말, 이제는 흔한 표현이다. 그러나 여러 원인으로 성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오랜 시간을 한 상대와, 같은 방식으로, 매번 만족할 만한 섹스를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젊을 땐 좋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되는 패턴에 만족도가 떨어진 사람, 특정 이유로 사이가 소원해져 성생활까지 타격받은 사람, 사소한 습관이나 외모 결함 때문에 몸의 대화 자체가 단절된 사람 등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사실 좋은 섹스는 침대 밖에서부터 시작된다.
함께 멋진 식당에서 밥을 먹고, 좋아하는 꽃을 선물하고, 애정 어린 농담을 주고받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 관계 시에도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섹스만이 쾌감을 주는 건 아니다. 섹스는 몸과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스한 온기, 떨리는 마음, 촉촉하고 매끄러운 느낌 등으로도 행복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원하는 횟수나 시간대, 자극받고 싶은 부위, 성적 취향 등이 있다면 솔직하게 요구해야 한다. 서로의 신체적·정신적 유대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단계다.
유외숙 상담21 성건강연구소장은 “연애·결혼 초기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데도 오랜 시간 불만이나 욕구를 참으며 한쪽 또는 둘 다 불만족스러운 섹스를 하는 사람이 많다”며 “좋으면 좋고,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며 ‘모 아니면 도’라 여긴다”고 말했다. 여기서 관계의 주체는 언제나 나여야 한다. 자신의 욕구를 인지하고 만족을 위해 열심이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대화와 소통으로 중간중간 점검하며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유 소장은 “너무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건강한 노후를 위해 욕구와 방식을 조율하며 서로 잘 싸워야 한다”며 “한 꺼풀, 두 꺼풀 덜어내다 보면 사람 관계의 본질은 같다”고 조언했다.
중년 이후의 행복한 성을 위해 알아야 할 8가지
●부부 사이 성생활의 질은 서로의 친밀감이 좌우한다.
문제가 있을 때는 섹스 문제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대화 방법을 개선하는 등 친밀감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성생활은 중년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섹스가 면역력 향상, 노화 방지, 통증 감소, 심장질환 예방, 자궁질환과 전립선질환 예방,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고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중년 이후 성기능 장애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은 남녀 모두의 성기능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남성의 걷기·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발기부전 예방에, 여성의 케겔운동은 실금을 줄이고 성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발기부전 같은 남성 성기능 문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하자.
중년 이후 발기부전은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 등의 첫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성인병의 신호탄이다. 발기부전이 있으면 혼자 고민하거나 친구와 상의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자. 먹는 약이나 주사제로 발기부전을 해결할 수 있고, 성인병 동반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중년 여성에게 나타나는 성교 시 통증은 해결할 수 있다.
중년이 되면 질 윤활액 분비가 감소해 성교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윤활제를 사용하면 된다. 이후에도 성교통이 계속된다면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충분한 애무를 할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
여성은 삽입 성교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힘들다. 성행위 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여유 있게 애무해야 여성의 성적 만족이 높아진다. 가장 예민한 성감대는 질 속이 아니라 음핵(클리토리스)이다. 애무는 길게, 삽입은 늦게, 삽입 시기 결정은 여성에게 맡기기를 권한다.
●성적 호기심이 유발되도록 창조적인 변화를 시도하자.
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체위, 새로운 장소와 분위기는 활력을 주기도 한다. 부부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멋진 장소에서 섹스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등 판타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용불용설(用不用說), 규칙적인 성생활 여부에 따라 성기능이 유지되거나 퇴화한다.
중년 이후에도 꾸준한 성생활을 통해 성기능이 향상되고, 성적 만족도 높아질 수 있다. 중년 이후 많은 부부가 젊을 때보다 더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
출처 ‘2015 대한성학회 추계학술대회’, 정리 이범석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교수
자꾸만 늘어가는 달갑지 않은 숫자가 있다. 한살 한살 먹어가는 나이와 눈치 없이 올라가는 몸무게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에만 집착하면 노화를 가속하고, 몸은 망가지게 된다. 33년간 비만 환자를 치료해온 박용우 교수는 예전의 날씬했던 체중이 아니라, 대사이상에서 벗어나 건강 체중으로 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체중계가 가리키는 숫자에는 민감하면서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에는 둔감하다. 해당 수치들이 올라가 ‘체중 줄이고 운동하라’는 의사의 조언을 들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뱃살이 붙으면서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때’부터 혈관 노화가 시작된다. 원리를 파악하고, 보다 근본에 집중하는 ‘탈다이어트’가 필요하다.
Q. ‘몸무게 줄이기’보다 ‘건강한 몸 만들기’가 먼저라고?
나이 들수록 근육은 위축되고 뱃살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배가 나오는 건 단순히 노화 때문이 아니다. 평소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중장년이 돼도 젊을 때의 근육량을 비교적 잘 유지한다. 그 반대라면 생물학적 노화보다 더 빠른 ‘가속 노화’가 진행된다. 체중보다 체형이 중요하다. 근육이 부족하고 체지방률이 높으면 보통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볼록 나온 거미 체형을 갖고 있다.
Q. 자꾸 살이 찌는 원인은 무엇인가?
비만은 몸이 망가진 탓에 과식 증상이 나타나고, 그 결과 체중이 증가하는 만성질환이다. 몸의 신진대사가 무너졌냐, 아니냐에 따라 똑같이 먹고도 쉽게 찌는 사람과 덜 찌는 사람으로 나뉜다. 타고난 체질도 있지만 후자는 몸의 ‘대사유연성’이 좋아서다.
Q. 대사유연성이 좋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포도당을 최우선 에너지원으로 쓰지만 필요할 때 빠르게 지방 연소 모드로 변환해 당과 지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 좋다는 뜻이다. 많이 먹지 않는데도 살이 찐다고 느껴지면 이런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식사 후 올라간 혈당을 근육이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상태가 오래되면 대사유연성이 떨어진다. 대사유연성 저하는 모든 대사질환의 근간이 되는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혈관을 늙게 만든다.
Q. 몸을 건강하게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평소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포만감 있게 먹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24시간 굶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소식하면 장수한다는 말에 1일 1식이나 16:8 간헐적 단식(식사 시간과 양은 평소처럼 두되 저녁 식사~아침 식사까지 공복 상태를 16시간 유지)을 하거나, 하루 두 끼만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소식으로 인해 단백질 섭취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근감소증으로 노후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Q. 간헐적 단식은 어떤 원리인가?
대사유연성을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영양소 결핍을 막으면서 근 손실 등 다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매일 적게 먹기보다 간간이 굶는 것이 더 낫다. 계속 소식하면 몸이 에너지 부족 사태를 눈치채고 소모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인다. ‘잘 챙겨 먹다가’ 간헐적으로 단식하면 몸이 알지 못한다. 비축된 지방을 차곡차곡 쓰게 돼 자연스럽게 대사가 유연해진다. 16:8 간헐적 단식으로 효과를 내려면 8시간 안에 일일권장섭취량을 충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Q. 어떤 음식을 위주로 식사하는 게 좋을까?
채소, 견과류, 통곡물, 해조류, 등푸른생선, 올리브오일, 버섯, 두부, 플레인요거트 등으로 식사해보자. 알코올과 과당, 밀가루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침엔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섭취를 권한다. 천연 재료에서 본연의 맛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단백질은 다른 영양소에 비해 소화·흡수가 잘 되지 않아 나이가 많을수록 더 챙겨야 한다. 하루 1.2g/kg 정도* 먹어야 하는데, 음식을 챙겨 먹는 게 귀찮아서 단백질 셰이크로 대체한다는 생각보다 부족한 양을 채운다고 여겨야 한다.
*75kg 남성은 75~90g, 60kg 여성은 60~72g
Q. 운동은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까?
주 4~5회 ‘숨이 찰 정도로 힘들게’ 해야 한다. 근력 운동도 병행하면 좋다. 걷기는 운동이 아니라 신체 활동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빠르게 걸어야 효과가 나타난다. 주말에 ‘움직이지 못했던 일주일을 청산한다’며 운동하는 건 매일 1알씩 복용할 혈압약을 일요일에 한꺼번에 7알 복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운동을 하고 있다 해도 8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그 효과가 상쇄된다. 적어도 1시간마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의자 중독’은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암 발생뿐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도 우려된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다. 노화도 그럴까. 때마침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를 집필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물었다. 결과는 놀랍다. 그들은 10년 이상, 심지어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노화시계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노화의 개인차가 점차 커져갈 현대사회, 전문가들이 전하는 감속 노화 방법을 알고 나면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
노화는 갑자기 찾아와 놀라게 하는 불청객처럼 여겨지곤 했다.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 어느새 생긴 주름만큼 잃어버린 탄력… 모든 것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였다. 누구나 나이에 따라 신체 능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노화 연구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시간 외 다른 영향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도 ‘슬로 에이징’이 가능하다고 외친다. 설문에 응한 의료진 모두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고 답했다. 그중 40%는 현대 의학을 통해 노화를 거스르는 ‘리버스 에이징’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화시계를 10년 이상 늦출 수 있다는 답변은 80%에 달했다. 20년 이상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견은 그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 몸이 어떻게 늙어가는지 내다보고 대비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의견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STEP 1 노화 이해하기
노화란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에서 박성욱 아산의료원 의료원장은 “늙어가는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 역시 “노화에 따른 증상을 이해하고 수긍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요 진료과를 통해 노화 증상을 들었다. 이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다.
▶ 호흡기내과 나이 들며 세포가 노화되면 회복 능력이 떨어진다. 현대인, 특히 도시 거주자는 미세먼지와 각종 오염물질로 인해 폐 손상이 되고, 반복적으로 섬유화 및 염증이 진행된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이 생긴다. 폐암이나 간질성 폐 질환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 소화기내과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더디게 내려가거나 내려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연하곤란이라고 한다. 고령에서 잘 나타나며, 이때 쓰라리거나 뻐근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나이 들수록 역류성 식도염도 잘 발생한다.
▶ 이비인후과 고음역의 청력이 서서히 저하되는 노화성 난청이 생긴다. 먼 곳에 앉아 있는 사람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또한 근골격계 약화와 더불어 양쪽 귀의 전정기관이 담당하는 균형감각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에 스포츠를 즐기기 힘들어진다.
▶ 안과 노안 증상은 대개 40대 중반부터 발생한다. 이때 흔히 느끼는 증상은 책이나 신문을 볼 때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책을 보더라도 눈과 책의 거리가 점차 멀어진다. 또한 근거리 작업 때 눈이 쉽게 피곤해지며, 심지어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 치과 치아 뿌리 주변 충치 발생 등 구강 건조로 인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연하장애(삼킴장애)로 사레에 잘 걸리기도 한다. 음식물을 씹을 때 뺨이나 입술을 자주 깨물게 되며, 상처가 잘 생긴다. 칫솔질할 때 잇몸이 아플 수 있다.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기도 한다.
▶ 산부인과 폐경 초기 증상은 홍조, 열감, 땀이다. 많게는 폐경 여성의 약 80%가 경험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중기 증상으로 질 건조와 잦은 질염이 있다. 만성이 되면 골다공증이나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STEP 2 가속 노화 피하기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은 크게 늘어났다. 설문에 응한 의료진 다섯 명 중 네 명이 ‘100세 이상’에 표를 던졌다. 단, 늙어가는 속도는 개인차가 크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신기술이나 특효약이 아니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는 “노화를 예방하는 마법 탄환 같은 약물은 없다”고 단언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의 건강관리를 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속 노화의 주범으로는 과식, 흡연, 나쁜 생활 습관이 주로 꼽힌다. 강신숙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는 “신체 활동량 감소와 그에 따른 체중 증가”를 가속 노화 요인으로 들며 “신체 활동 감소는 근육량을 감소시키고 체지방을 축적해 고혈당과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흡연 역시 여러 진료과에서 지적했다.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뿐만 아니다.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까지 비위생적인 구강 관리와 더불어 흡연을 가속 노화 원인으로 꼽았다.
STEP 3 감속 노화 가까이하기
천천히 나이 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매일 먹는 밥, 즐기는 기호식품, 듣는 음악의 볼륨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보이지 않지만 그 차이가 훗날 분명 나타난다고 말한다.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의 대표 저자인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주기적인 몸 상태 체크로 노화를 미리 예방하고 치료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처음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나이 들수록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진료과를 통해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감속 노화 방법을 들었다.
▶ 호흡기내과 대기오염이 심한 날을 피해 빨리 걷기나 등산 등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걸어 다니는 것이 좋다.
▶ 소화기내과 소식하면 좋다. 소식이 노화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보고가 최근 미국 연구에서 나왔다. 식사 시 칼로리를 제한하면 다양한 대사·면역반응을 일으켜 수명을 늘린다. 본인에게 적절한 식사량을 찾고, 먹으면 불편한 음식을 조절해 먹는 것이 좋다.
▶ 이비인후과 불필요한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불필요한 큰 소음이란 헤어드라이어 정도 되는 소리를 매일 3~4시간 이상 듣는 경우를 의미한다. 소음 크기가 이보다 커지면 난청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어지럼증 없는 삶을 위해서는 하체 근력, 특히 뼈 건강이 중요하다.
▶ 안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늘면 노안 증상을 더 어린 나이에 심하게 겪는다. 노안이 오면 당황하지 말고 안과 전문의에게 눈 상태를 정확하게 검사받은 뒤 비수술적 또는 수술적 치료법 중 선택해서 치료받아야 한다.
▶ 치과 올바른 구강 위생 관리와 칫솔질을 해야 한다. 치실, 치간칫솔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도 필요하다. 초기 치과 치료도 중요하다. 아플 때 치과에 가면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서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
▶ 산부인과 나쁜 생활 습관 교정, 운동, 스트레스 줄이기는 모두에게 적용된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 증상이 있을 때 적극적인 의사 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추천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노화가 딱 그렇다. 최창민 교수의 당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화나 질병의 선을 넘어버려 돌이킬 수 없게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강신숙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채희동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
취재협조 서울아산병원
참고도서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안중호 외 16인·클라우드나인)
실제 나이와 신체 나이가 다르듯, 언어 나이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언어력도 저하될 수 있다. 언어력은 인지력과도 밀접해, 노후 건강을 위해선 언어력 향상 및 유지가 중요하다.언어 노화를 가늠해볼 시그널은 이러하다.
도움말 이미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청각언어치료학과 교수
“그걸 어디에 뒀더라?”
물건을 놓아 둔 위치를 몰라 헤매고, 그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
“그걸 뭐라 하더라?”
당연히 알 만한, 쉽고 익숙한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아 답답할 때
“아참, 약속 있었지!”
해야 할 일이나 약속을 자주 깜빡하고, 이로 인해 자책하게 될 때
“그래서 말이야…(?)”
대화 중 이어서 할 말을 잊거나 장황해져서 상대방 눈치가 보일 때
“그게 무슨 말이지”
상대방이 한 말에 맞받아치기 어렵거나 말과 글의 이해가 더딜 때
언어력은 평소 책 줄거리 요약하기, 필사나 일기쓰기, 악기나 요리 배우기 등 새로운 경험 쌓기를 통해 단련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2023년 3월 미국 시사전문지 ‘US News & World Report’가 55세 이상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건강과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한 내 집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응답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위 설문조사를 언급하며 “집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비율이 2년 전 본지가 조사한 결과보다 훨씬 높아졌다. 다만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신체적, 인지적 문제 또는 이동성의 한계 등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사랑하는 가족에게 간병이라는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간병 인력 공급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어 와이파이 및 AI와 결합된 홈센서를 통해 집안에서 노인의 움직임 및 환경 패턴을 감지함으로써 연중무휴 24시간 이용 가능한 재택 간병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령 집에서 냉장고를 얼마나 자주 여는지, TV에서 채널을 얼마나 자주 돌리는지 등 일상 데이터를 종합해 간접적으로 노인의 상태를 파악해내기도 한다. 아울러 챗봇 등 AI와의 직접 소통을 통해 위기 상황을 주변에 알리거나, 복약 시간이나 약속을 일러주고, 대화를 주고받는 등 반려자와 같은 역할도 해내리라 예측했다.
릭 로빈슨(Rick Robinson) AARP 고령친화기술 협력 총 책임자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간병 위기 문제의 해답을 제공하리라 믿는다. 간병의 대상이 되는 노인을 비롯한 가족 및 전문 간병인들에게 안도감을 선사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이러한 이점들을 전망하면서도 "AI만으론 의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단순 노화나 가벼운 만성질환 등을 지닌 노인이 아닌, 위험 정도나 증상이 심한 질환자에게 AI 간병인만으로 대체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것. 아울러 현 단계로서는 AI가 허구의 메시지를 구현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판독이 어려워 액면 그대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문제도 언급했다. 때문에 AI 간병인을 두더라도 결국 사람이 확인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ARP는 현 시점에서 완벽히 AI가 간병인의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간병인의 서비스 향상에는 일조할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AI를 통해 노인 질환에 대한 정보나 투약하는 약에 대한 설명 등을 듣기도 하고, 보험 혜택이나 지원책 등에 대해서도 요청하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바이오마커(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와 접목한 기술이 발달하면 약국, 병원 등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환자의 상태를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 가능해진다는 이점도 언급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에 따라 민간의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고독사 위험군에게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를 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고독사 위험군의 전력·통신·수도 등 평소 사용패턴을 학습 후 사용량 급변 등 응급상황 감지 시 안부 확인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밖에 국내 3대 통신사(SKT, KT, LG U+)에서도 자사의 ICT 기술을 활용, 지자체와 협력해 AI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AI 노인돌봄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또한 현재로서는 응급 상황에 대한 감지나 소통의 도구 등으로 활용되며, 관제 센터 등에서 사람의 검토를 통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형편이다. 현재로서는 노인의 이동성 확보 및 물리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 AI가 간병인의 도움을 대체하기보다는 지원하는 대책으로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거 말이야. 그거 있잖아, 그거! 그게 뭐더라… 아참 그렇지! 그래서 내 말은…. (근데 내가 이 얘기를 왜 꺼냈더라?)” 좀처럼 알던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행선지를 잃어 삼천포로 빠지는 대화. 흰머리나 주름이 신체 노화를 상징하듯, 우리 뇌와 언어의 노화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언어도 늙는다니! 그러나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 체력을 키우듯 언어력을 키우면 노화를 늦출 수도, 더 젊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연령보다 신체 나이가 훨씬 젊게 나오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례를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 난다. 이렇듯 ‘언어 나이’도 실제보다 더 젊게 유지할 수 있다. 흔히 몸이 예전 같지 않을 때 노화를 체감하듯, 언어도 마찬가지다. 이미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청각언어치료학과 교수는 “언어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지력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때문에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진단 전 언어의 변화로 주관적 호소 단계를 경험하기도 한다”며 다음 5가지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언어(인지) 노화의 시그널
1)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몰라 자주 헤매고,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느낄 때
2) 당연히 알고 있는, 너무나 쉽고 익숙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할 때
3) 할 일이나 약속을 깜빡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이로 인해 자책감이 들 때
4) 대화 시 다음 할 말을 잊거나 너무 장황해져서 상대방 눈치가 보일 때
5) 상대가 말 한 뒤 바로 받아치기 어렵거나, 말이나 글의 이해가 더딜 때
언어력의 핵심 ‘작업기억 용량’ 늘리기
이러한 시그널은 나이 듦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뇌가 노화되면 언어와 인지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전전두엽과 두정엽이 위축되면 ‘작업기억 용량’이 줄어드는데, 이는 언어력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듣고 뇌 속에 잠시 그 내용을 저장했다가 무슨 의미인지 재빨리 이해한 뒤 이에 알맞게 대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탁구공 주고받듯 ‘핑퐁’이 오고가는 원활한 대화 능력은 작업기억 용량에 달렸다. 이미숙 교수는 “컴퓨터 하드웨어 용량이 모자라면 ‘디스크 공간이 부족해 더 이상 문서를 저장할 수 없음’이라는 경고가 뜬다. 이처럼 우리 뇌도 작업기억 용량의 한계로 ‘더 이상 언어 정보를 저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러면 질문이나 대화 주제를 파악하기 힘들고, 순서와 문법이 적절한 맥락에 맞는 말을 이어가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꾸준히 노력한다면 작업기억 용량은 향상 또는 유지 가능하다. 간단한 테스트와 게임으로 단련하는 방법도 있다. 먼저 숫자나 단어 목록을 만들어 이를 순서대로 몇 개나 말할 수 있는가를 통해 자신의 현재 작업기억 용량을 측정해본다. 가령 임의의 숫자 ‘59812’, 즉 다섯 자리 숫자까지 틀리지 않고 말할 수 있다면 여기에 기준을 두고 자릿수를 늘려가거나 거꾸로 말해보는 식으로 연습해나가면 된다. 특정 주제의 그림이나 사진을 이용해도 좋다. 여러 나라 국기를 늘어놓고 하나를 뺀 뒤 무엇이 빠졌는지 맞혀보는 식이다.
이 교수는 “책이나 드라마를 보고 그 줄거리를 쭉 다시 말해보는 방법도 있다. 이런 훈련을 통해 작업기억 용량을 늘리면, 무언가를 실행하고 집행하는 능력이나 문제해결력, 표현력, 추론 및 학습 능력 등이 더불어 향상된다. 이러한 힘은 곧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노후의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노화된 언어력 ‘인지 보존 능력’을 보험처럼
이미숙 교수는 노화로 인한 신경학적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 같은 기능이 있다고 귀띔했다. 바로 ‘인지 보존 능력’이다. 변화나 손상에 대비해 인지력을 보존하거나 비축해두는 기능이다. 늙은 뇌의 느슨해진 연결망을 보완해 언어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준다. 이러한 인지 보존 능력은 일상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가령 교육과 훈련을 얼마나 받았는가, 사회 활동을 얼마나 하는가, 타인과 얼마나 소통하고 교감하는가,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얼마나 하는가 등이다. 특히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위해서는 익숙하고 반복적인 일상보다 새롭고 낯선 경험이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최근 연구에 참여하는 노인들과 새해에 ‘22프로젝트’라는 걸 해보기로 했다. 한 달에 2권씩 책 읽고 요약하기, 일주일에 2번 일기 쓰기, 마음에 드는 외국어 문장 일주일에 2개씩 필사하기 등 어렵지 않은 목표를 세워 성취감을 얻도록 한 것”이라며 “한 달에 2가지씩 내 생애 최초로 해보는 일 도전하기도 있다.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낯선 장르의 소설 읽어보기, 색다른 레시피로 요리해보기, 악기 배워 연주하기 등이다. 결국 이러한 활동 전반에는 언어력이 필수다. 목표를 써놓거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레시피나 악보를 읽는 등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력을 키울 수 있다. 사소하더라도 평생 안 해본 일이 뭐가 있을지 써보고, 하나하나 실행하는 2024년을 보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미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청각언어치료학과 교수(언어병리학 박사)
참고도서 ‘당신의 언어 나이는 몇 살입니까?’(이미숙·남해의봄날)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근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젊을 때 근육을 모아놓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근테크’(근육+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유병장수 시대인 지금, 노후에 연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육”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더 늦기 전에 새해에는 ‘근테크’ 열풍에 합류, 건강한 노후를 맞이해보자.
중년의 시기 중요한 ‘근테크’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노화를 늦추는 비결로 근육의 중요성을 피력해왔다. 노화와 근육은 관계가 깊다. 근육은 뼈대를 움직여서 인체의 움직임을 만드는 역할을 하며, 근력은 근육이 수축할 때 발생하는 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근육량은 30대 초에 최대치에 도달한 후, 30대 중반부터 매년 약 1%씩 감소한다. 30대부터 50대까지는 10년마다 15%씩 줄어들지만, 60대 이상 되면 30%씩 급격히 줄어든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 근육을 키우는 일은 젊을 때에 비해 훨씬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즉 중년의 시기에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탄탄한 근육을 마련해둬야 하는 것이다.
근력 감소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일상생활도 힘들어지고,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정 교수에 따르면, 근력이 약해지면 근감소증・골다공증・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또한 복부와 허리 근육이 약해지면 배뇨와 배변, 소화 기능에도 영향을 주며, 우울증이 악화되고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등 마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5년 이내에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과 요양원・요양병원에 입소할 가능성이 정상인에 비해 대략 거의 5배나 증가한다. 즉 노년기가 오기 전에 근력을 키워두면 건강도 찾고 병원비도 아끼면서 무병장수할 수 있다. ‘근테크’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정희원 교수는 “70~80대가 되어서도 병상에 누워 있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근육의 밸런스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현대인은 보통 평생을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고, 관절의 가동 범위가 줄어든다”면서 “70대가 되었을 때 근력 관리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늦어도 40~50대부터, 사실은 더 일찍 20~30대부터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은퇴 준비를 빨리 하면 좋은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조언했다.
결국은 운동, 전문가 도움 받아야
근력을 키우는 방법은 결국 운동이다. 정희원 교수는 중년이 되면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다. 정 교수는 “걷기만 제대로 해도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젊었을 때 감으로 걷는다든지, 유튜브를 보고 따라 걷다 보면 오히려 부상을 입게 된다. 운동 처방사 및 트레이너의 조언대로 걷기 운동을 하면 근력이 생기고, 관절 가동 범위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희원 교수는 두 가지 운동 조합을 병행할 것을 추천했다. 한 가지 운동만 하다 보면 사용하는 근육이나 관절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단점이 따르기 때문이다. 운동 요법에는 크게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스트레칭)이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운동 조합을 찾는 것이 좋겠다.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시행하는 복지 서비스인 ‘국민체력100’을 이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집 근처 센터에서 몸 상태를 평가받고 운동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통곡류, 콩류, 과일, 채소 등의 단백질 섭취도 근력 키우기에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저서와 각종 방송에서 노화와 노쇠 개념을 설명하며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방법을 소개했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최근 책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펴냈다.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는 4050 세대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22가지 건강 전략과 조언을 담았다.
건강하게 나이 들고 활력 있는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질병 유무, 혈압, 운동 시간 등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뿐만 아니라 휴식, 마음챙김, 인생 목표, 자기효능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 요소를 모두 고려한 내재역량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건강법을 적용하면 건강을 해치거나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된다.
저자는 그동안 집필한 책에서 노화의 여러 측면과 건강의 큰 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생활 습관은 다루지 않았다. 좋은 정보가 이미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료실 안팎에서 잘못된 건강 관리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 동년배보다 심한 노쇠를 경험하는 사람, 가속노화로 여러 만성질환을 앓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정희원 교수는 책을 통해 효율적으로 먹기, 제대로 움직이기, 뇌 건강 지키기라는 세 가지 주제 아래 큰 돈 들지 않고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내재역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22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먼저 1부 ‘노화 이해하기 : ‘오래’가 아니라 ‘건강하게’에 초점을 맞춰라‘에서는 노화와 노쇠의 개념,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우리가 당장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2부 ‘효율적으로 먹기 :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이제 양보다 질로 승부하라’에서는 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식단, 다이어트 방법, 내 몸에 필요한 열량 계산법 등을 소개한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마인드(MIND) 식단법과 많은 현대인들이 복용하는 영양제가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다뤘다.
3부에서는 ‘제대로 움직이기 : 남은 50년을 위해 근육 테크를 시작하라‘를 주제로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대로 걷는 방법, 앉거나 설 때 올바른 자세, 유연성을 늘리는 규칙적인 스트레칭 방법 등을 소개하고, 남은 인생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코어와 둔근 강화 운동법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4부 ‘뇌 건강 지키기 : 호흡부터 스트레스 관리까지, 뇌와 몸의 연결성을 이해하라’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을 찾는 방법, 스트레스 관리법,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호흡법 등을 소개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노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의 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방법도 소개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생명표에 따르면 60세의 기대 여명은 26년 정도로, 한 사람이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한 만큼의 기간과 비슷하다”면서, “인생 이모작 시대가 시작됐다는 뜻인데, 이는 몸과 마음이 젊은 상태, 내재역량이 충만한 상태일 때 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평소에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하게, 느리게 나이 드는 생활 습관으로 많은 분들이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응급실에 실려온 노인 환자가 처방받아 복용하던 약 중 특정 약을 빼자 며칠 만에 멀쩡해지는 모습을 보고 노인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이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으며,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지속 가능한 나이듦’,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