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술을 입은 폐공장의 반전, 재미있다!
- 팔복예술공장은 폐허를 딛고 일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쓸모를 잃고 버려진 폐공장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일으켜 세운 이색 예술 공간이다. 폐공장 시절은 길었다. 25년간이나 방치되었으니까. 그러니 형상이 오죽했겠는가? 무너지거나 으스러지거나 널브러진 것들이 태반이었다. 용케 남은 건물들도 금이 가거나 비가 샜다. 뒤숭숭하기가 흉가와 맞먹었다. 이렇게 공장의 한 생애가 종을 쳤다. 갈 길을 잃은 유령들의 비밀 집회소쯤으로 전락했다. 그런 와중에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앰뷸런스를 타고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달려와 수혈을 하고 수술을 해 꺼진 숨을 되살렸다. 전주시 팔복동 제1일반산업단지 안에 있다. 팔복예술공장은 2년에 걸친 사전 작업과 공사,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한 시범운영을 거친 뒤 2018년에 개관했다. 이제 겨우 네 살배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알아주거나 알아보는 눈이 많다. 개관 첫해에만 6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젠 재생 문화 공간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헌것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는 대신, 헌것을 싹 갈아엎고 새뜻한 새것을 건설하는 대신, 헌것에 잔존하는 쓸모를 재료로 삼은 재생사업의 성과가 이렇게 대단하다. 폐허를 폐허로만 볼 일 아니다. 폐허 속에 역사와 인간사의 숨결이 서려 있다. 헌것을 헌것으로만 볼 일 아니다. 헌것 안에 새것 뺨치는 예술과 미감이 박혀 있다. 폐공장의 재생 설계를 주도한 총괄기획자는 건축가 황순우. 인천시의 근대건축물을 본때 있게 재생한 인천아트플랫폼으로 실력을 과시한 인물이다. 그는 팔복예술공장 설계에 나서기 전 한동안 뜸을 들였다. 폐공장이 지닌 역사성과 사회성,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숙고했던 셈이다. 그는 이런 요지의 얘기를 했다. “재생은 기억에서부터 온다고 봤다. 따라서 1년 동안 설계를 하지 않고 기억을 재생시키기 위한 작업부터 했다. 지역주민, 지역 예술가들과 수시로 만나 폐공장을 새롭게 읽어내는 작업부터 했다. 물리적인 작업은 맨 마지막에 했다.” 그는 단순한 형식적 구조 변경을 구사해 후루룩 단숨에 예술 공간을 설계하고 싶진 않았던 모양이다. 폐허에 남은 옛이야기를, 스러져가는 건물들이 간직한 기억을, 퇴락한 풍경의 이면에 감추어진 은유를 옹골차게 발굴해 공간 구축의 질료로 활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팔복예술공장은 크게 보자면 본관에 해당하는 A동, 아동과 청소년의 예술 놀이터인 B동, 그리고 야외 공간으로 구성됐다. A동은 외벽에 붉은 칠을 해 도드라진다. 벽면 일부엔 통유리창을 냈고, 옥상 난간의 프레임도 산뜻하다. 낡을 대로 낡은 원래 건물의 취약한 구조를 부분적으로 보강해 기능성을 살린 공간이다. 로비엔 폐공장을 남기고 사라진 카세트테이프 생산업체 ‘썬전자’의 히스토리를 알려주는 아카이브 섹션이 있다. ‘썬전자’는 이곳에서 1979년에 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나 CD(Compact Disk)라는 신종 기록 매체에 밀려 1991년에 문을 닫았다. 공장의 이런 굴곡진 역사와 애환의 기억들을 예술로 재생함으로써 존재 증명을 하는 게 팔복예술공장이다. 공간 곳곳에 음미할 만한 서사 있어 A동 로비부터 시작되는 관람 동선을 따라가면 재래식 변기가 하나씩 놓인 화장실 4칸이 나온다. 많게는 500여 명에 이르렀던 ‘썬전자’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변기가 달랑 4개뿐이었다니. 과거 노동 환경이 얼마나 거칠었나를 변기들이 구슬픈 톤으로 비가를 읊어 웅변한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게 예술이고 예술인이다. 화장실 구역이 통째 전시 작품인 건 배설 욕구조차 참아가며 일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 노동자들의 비애와,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희망을 표현한 작가들의 글과 벽화가 이곳에 난무하기 때문이다. 미술관들은 저마다 특유의 전시회를 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기획전을 펼침으로써 미술관의 독자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팔복예술공장도 마찬가지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전시를 추구해왔다. 탄소중립 등 환경문제를 환기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대중의 관심을 산 전시회로는 ‘구스타프 클림트 레플리카전’을 꼽는다. 현재 2층 전시장에서는 ‘공존 : 호모 심비우스의 지혜’전이 진행되고 있다.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란 생물학자 최재천이 제기한 용어로 ‘공생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불편을 조금만 감수하면 얼마든지 생태적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게 최재천의 생각이다. 이번 기획전은 결국 환경문제를 화두로 던지는 셈이다. 24개국 8팀 77명의 환경예술 작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시각언어를 선보이고 있다. 몇몇 작품을 볼까? 손정은의 ‘강요’는 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의 사체를 먹어치우는 인간의 탐욕을 힐난하는 설치 작품이다. 유리병에 닭의 실제 사체를 욱여넣은 작품도 있다. 엽기적이지만 통렬하다. 김순임은 대형마트에서 사온 식자재에서 채집한 씨앗이나 뿌리를 포장 용기에 심어 발아시킨 식물들의 정원을 보여주는 설치 작품 ‘홈플러스 농장 2002’를 전시했다. 김유정의 ‘소리 없는 산’도 식물 설치 작품. 뿌리가 없는 채로 공기 중의 수분과 양분만으로 생존하는 식물 수염틸란드시아에 뒤덮인 폐가전제품들을 산의 형상으로 조형했다. 문명 이전 혹은 이후의 공존과 상생의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강현덕의 ‘아름다운 소멸’ 역시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이야기한다. 작가마다 선명한 환경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자연을 거침없이 해치우는 소비사회의 광기에 사려 깊은 거부권을 행사한다. 자연의 생존권을 침탈하는 일상의 풍속에 예리하거나 유려한 반론을 제기한다. A동에서 컨테이너를 엮어 공중에 설치한 통로를 따르자 B동 2층에 닿는다. 이곳엔 아동들을 위한 ‘이팝나무 그림책도서관’과 청소년들이 예술을 주제로 맘껏 이벤트를 펼칠 수 있는 ‘꿈터 마루방’이 있다. 1층의 내부와 외부 역시 예술 놀이터다. 흥미로운 건 B동 구역에서 비로소 손질과 땜질을 거의 하지 않은 폐공장의 원형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낡고 삭아 추레한 폐건물을 그대로 놔둔 채 디자인 요소로 살려냈다. 따라서 이곳에선 과거로 잠시 회귀한 듯 감정적 동요를 느낄 수밖에 없다. 반짝이는 사물들로 채워진 세상의 이방과 이면이 여기에 있으니 말이다. 폐허란, 그 미련 없는 분위기란 차라리 하나의 유적이다. 새것과 날것으로는 좇아갈 수 없는 우수와 정취가 깊어 감정이입이 쉽다. 세월의 풍상에 누추하게 구겨진 저 오래된 사물이 뿜는 아련한 빛에 문득 직관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나여! 인간이여! 너의 몸을 스친 풍상은 한 조각 빛이라도 남겼더냐? 공간 전체를 한 바퀴 돌고 나자 커피 생각이 난다. 마침 A동에 카페가 있다. 여공(女工) 이미지를 조형한 대형 인형 ‘써니’를 심벌로 조성한 찻집이다. 조명구도 탁자 일부도 공장 시절의 용구를 활용해 만들었다. 이곳은 ‘썬전자’ 노동자들이 407일 동안 전개한 노조사수투쟁의 센터이기도 하다. 이렇듯 팔복예술공장 곳곳에 반추할 만한 기억이, 음미할 만한 서사가 담겨 있다.
- 2022-10-28 08:33
-
- 주택은 괜찮은데, 상가는 '글쎄···'
- 서울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 못지않게 핫한 지역이 있다. 강서구 ‘마곡지구’다. 마곡지구는 지금까지 드러난 호재에 최근 또 다른 호재가 겹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마곡지구가 품은 부동산 호재와 투자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목동 뒤편과 상암동 건너편에 위치한 마곡지구는 지하철 5호선(마곡역)과 9호선·공항철도(마곡나루역)가 경유하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서울 도심에서 20분(약 13㎞), 강남에서 40분(약 24㎞) 정도 걸리는 곳이다. 이곳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수도권 광역교통망과 직결된 서남권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첨단산업, 주거,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지속가능한 미래형 스마트시티로 조성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마곡지구가 가진 호재들 마곡지구의 매력은 자족기능을 가진 마곡R&D시티에 들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이다. 향후 약 16만 명의 근로자가 상주하는 서울 서남권 중심업무지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탄탄한 배후수요를 확보했다. 여의도의 1.2배, 상암DMC의 6배 크기의 마곡R&D시티에는 현재 롯데건설 컨소시엄, LG사이언스파크, 이랜드 R&D센터, 에쓰오일 TS&D센터, 코오롱 미래기술원,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등 대기업 50여 개사와 중소기업 100여 개사가 들어섰고 앞으로도 많은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대서울병원이 들어선 것도 호재로 꼽힌다. 지난해 5월 마곡지구에서 개원한 이대서울병원은 지하 6층, 지상 10층에 1014병상 규모로 건립된 강서구 최초 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은 지하철 5호선 발산역과 맞닿았고 푸른색 유리건물이 인상적이어서 강서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대형 병원의 특성상 3교대로 일하기 때문에 직주근접 효과가 기대되고, 인근에 건강검진센터와 중소병원 등이 더 입주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호재가 추가됐다. 마이스는 기업회의(Meeting)와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가 융합된 산업이다. 이곳은 그동안 집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정부가 규제를 가해 사업이 정체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다시 들썩이고 있다.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는 마곡 도시개발구역 특별계획구역 8만2724㎡ 토지에 약 3조3000억 원을 투자해 짓는 대형 개발 사업이다. 이곳에는 2만 ㎡ 이상의 컨벤션과 400실 이상의 호텔, 1만5000㎡ 이상의 문화 집회 시설 등이 들어선다. 롯데건설 컨소시엄은 인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준공할 계획이다.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 완화 가능성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마곡지구에 고층 랜드마크가 등장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앞서 강서구는 2014년 마곡지구를 표본으로 고도제한 완화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해발 119m까지 고도가 완화돼도 비행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강서구는 이를 근거로 2024년부터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이 완화되도록 추진 중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도제한이 풀리면 용적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토지가격이 오르고 재건축 단지 호가 상승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안인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기대되는 마곡 이 같은 호재들로 인해 마곡지구는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마곡지구에 호재가 겹치면서 아파트 매매가격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곡지구를 대표하는 아파트 단지인 마곡엠밸리(1·4·5·6·7·10·12·14·15단지)의 지난해 10월 이후 매매가격(전용면적 84㎡)은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6단지의 경우 지난해 12월 11억4000만 원에 거래됐으며 10월에는 7단지가 12억6500만 원에 매매됐다. 강서구 마곡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마곡엠밸리의 2014년 분양 당시 전용 84㎡의 분양가는 5억 원 안팎이었지만 현재 매매가는 10억 원대로 두 배가 올랐다”며 “호가는 12억~13억 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근 대기업의 입주와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오피스텔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곡지구 개발 초기 때만 해도 오피스텔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공실률이 치솟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마곡R&D시티에 새로 들어선 대기업을 비롯해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의 입주가 활기를 띠면서 현재는 오피스텔의 공실 우려가 사라졌다. 오피스텔 시세 역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인접한 오피스텔인 힐스테이트에코마곡역(20㎡)은 지난 1월 2억950만 원에 매매됐고, 같은 달 힐스테이트에코동익(25㎡)은 2억1500만 원에 팔렸다. 마곡역센트럴푸르지오시티(24㎡)는 지난해 12월 2억 원에 거래됐다. 이들 오피스텔 매매가는 2017년 분양 당시보다 4000만~6000만 원이 올랐다.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마곡지구 내 오피스텔 시세는 대부분 분양 당시보다 4000만~6000만 원이 올랐다”며 “마곡나루역보타닉푸르지오시티의 경우는 지난 1월 2억2500만 원에 팔렸는데 이 가격은 2017년 분양가 1억5400만 원에서 7000만 원 넘게 오른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전세 수요가 늘어 매물이 귀해졌고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마곡R&D시티에 입주한 기업들이 늘면서 직장인이 늘어난 효과가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도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등의 이슈가 있는 만큼 아파트와 오피스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세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높은 공실률은 해결과제 반면 마곡지구 내 상가는 공실률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꾸준히 들어섰음에도 인근 상가 1층과 2층이 비어 있는 곳이 많다. 공실률이 높은 결정적인 이유는 비싼 분양가로 인한 임대료 상승이다. 마곡지구 내 상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5000만 원 수준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플랫폼 ‘상가의신’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제외한 서울 시내 상가 1층 평균 분양가는 3.3㎡당 3300만 원대다. 마곡지구 상가의 분양가가 1700만 원가량 비싼 셈이다. 강남 3구의 상가 1층 기준 평균 분양가인 5200만 원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높은 분양가는 임대료 부담으로 이어졌다. 상권 분석 사이트인 우리 마을 가게에 따르면, 마곡지구 내 상가 1층 평균 임대료는 3.3㎡당 21만4000원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강서구 내 상가의 평균 임대료 3.3㎡당 약 13만1000원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LG사이언스파크 인근 상가에서 33.3㎡ 규모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C 씨는 “매달 200만 원 가까이 월세를 내고 있는데 오가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손님이 뜸한 편”이라며 “월세도 문제지만 마곡지구의 상권이 자리 잡으려면 적어도 5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발산역 사이 마곡지구 인근 상권의 유동인구는 지난해 9월 기준 일평균 35만 명이다. 상권 1000㎡당 94명가량이 오가는 셈이다. 강서구 평균인 55명보다는 39명이 많다. 하지만 110~120명인 화곡1동, 화곡6동, 등촌3동에는 못 미친다. 실제로 마곡지구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유동인구가 적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낮시간 지하철 5호선 마곡역에서 발산역까지 큰 대로변을 걷는 동안 기자와 마주친 사람은 20명이 채 안 됐다. 다만 LG아트센터를 비롯한 기업들의 입주가 예정돼 있고,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유동인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상가 공실률 상쇄도 어느 정도 기대해볼 만하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동인구가 늘어도 공실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마곡지구의 유동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면서도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오프라인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공실 문제가 당장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소셜마케팅에 새벽배송 서비스까지 성행하고 있어 앞으로 상가 거래는 하향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전반적인 상권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덧붙였다.
- 2020-02-26 09:02
-
- 낙원 악기 상가에서 경험한 ‘악기 나눔 행사’
- 도심의 오래된 상가나 공장, 창고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구도심 재생 사업’이 성공한 사례가 여럿 있다. 국내의 경우 인천시의 아트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구한말 쌀, 소금 등을 보관하는 해운사의 창고로 사용되다가 이후 줄곧 폐허로 남아있던 이 곳이 2009년에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 관광 명소가 되었다. 일본 홋카이도의 경우에는 오타루, 하코다테에 있는 창고 건물들을 상업 시설로 변화시켜 ‘오타루 운하’ ‘베이 에어리어’라는 이름을 붙이고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조지아 트빌리시의 경우에는 시내에 있는 봉제 공장을 호스텔 숙소로 개조해 관광객들이 묵고 싶어 하는 명소로 만들었다. 위 사례들처럼 고유의 상징을 잃지 않은 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변화를 시도 중인 서울의 낙원상가에 갔다. 낙원 악기 상가 4층 ‘아트라운지’에서 열리는 ‘서울시 교육청’과 ‘우리들의 낙원상가’, ‘아름다운 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악기 나눔 행사’. 올해 2년째인 이 행사는 각 가정에서 안 쓰거나 고장 난 악기를 기증 받아 낙원상가 악기 상인들이 수리해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사업이다. 학생들에게 1인 1악기 교육을 하기 위한 방법일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기부 경험 자체가 좋은 교육의 기회다. 행사 첫해인 2018년에는 900여 점의 악기가 기증되었다. 지난 4월 15일부터 6월 15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올해의 경우 기타, 드럼,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 등의 악기가 6월 1일 기준 600여 점 기증되었다.1000여 명의 인원이 참가한 행사는 악기 기증 외에도 악기 관련 퀴즈 풀이, 미션 수행, 악기수사대 이벤트와 초청 가수 공연 등 다채롭게 진행된다. 남은 행사 기간에 악기 기증을 하려면 ‘아름다운 가게’, ‘우리들의 낙원상가’를 방문하여 직접 기증하거나 온라인 신청 후 택배 배송으로 하면 된다. 이날 아이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베푸는 가정들의 모습에서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진정한 행복을 보았다. 아울러 미래의 낙원상가는 악기, 음악이라는 주제 아래 복합문화의 명소로 재탄생될 것이라는 희망도 보았다. 실버 문화 공간과 ‘아트라운지 멋진 하늘’의 공존에서 구분과 단절이 아닌 통합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문화 공간 낙원상가가 그려졌다. 낙원상가를 나와 오른쪽 옆으로 가니 요즘 핫 플레이스라는 ‘익선동 한옥마을’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보였다.
- 2019-06-10 14:05
-
- '인천아트플랫폼', 오랜 역사와 젊은 예술이 노닐다
- 지하철 1호선 인천행 종점인 인천역에 내리면 눈앞에 바로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휘황찬란한 붉은색 패루가 보인다. 북적거리는 중국 거리를 지나 걷다 보면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의 거리 인천아트플랫폼이 있다. 예술가 창작활동 지원과 일반 시민을 위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2009년 조성됐다. 인기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알려지더니 차이나타운과 함께 인천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급부상했다. 개항 역사와 함께하는 공간 인천아트플랫폼이 특별한 이유는 근대 건축물을 기반으로 리모델링하거나 그 분위기와 어우러지게 신축했다는 점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이 자리하고 있는 인천 중구 해안동은 1883년 개항기 이후 건립된 건축문화재와 건물이 잘 보존된 역사보존지구라고 할 만하다. 강화도조약(1876) 이후 갑작스러운 문호 개방은 외국에서 들여온 신문물과 함께 건축 양식도 흡수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을 지나 맥아더 장군상이 있는 자유공원, 서양인의 사교장이던 제물포구락부(인천유형문화재 제17호) 등을 찾아 걷다 보면 당시 인천의 모습이 언뜻 스쳐지나간다. 인천아트플랫폼도 옛 역사와 함께한다. 무엇보다 공간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고 활용하기를 원하던 시민의 뜻과 인천시의 노력이 빚은 합작품이다. 1888년에 지어져 개항 이후 인천 해운업을 독점했던 일본 우선(郵船) 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 건물은 사무실(D동)로 리모델링했고, 1930~40년대에 창고나 각종 작업실로 사용했던 곳은 공연장, 전시실, 생활문화센터 등으로 모습을 바꿨다. 새롭게 단장한 건물 구석에는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을 부착해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게 해준다. 총 13개동, 다양한 공간과 규모로 꾸며진 아트플랫폼은 옛 향기와 현대적 감각이 교감하는 예술 문화 놀이터다. 예술을 만드는 문화발전소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작가를 선발해 창작활동을 지원한다. 마침 취재 당일 2018년도 입주 작가로 선발된 모 시라(Mo Sirra)를 만날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해 사진 한 장을 찍자고 했더니 어디선가 ‘예술가는 부재 중. 나는 공연 중(The artist is absent. I am performing)’이라고 쓰인 명찰을 가슴에 달고 나타난다. 말 그대로 그는 작업을 마치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전시가 이뤄지는 내내 끊임없이 작업에 참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공연자였다. “요즘 예술은 꼭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같아요. 금방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세계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거 말이죠. 저는 정크푸드 같은 예술에 저항합니다.” 리-퍼블릭 더 폴리틱스(Re-public the Politics)라고 이름 붙인 모 시라의 공연 전시는 익숙해져 가치를 잃어버린 정치와 예술 등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라고 했다. “유럽의 경우 정치는 그저 정치가의 직업이 됐습니다. 예술 또한 지금의 정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요즘 예술에는 목소리가 없습니다. 나에게 있어 예술의 의미는 도전이고, 도전을 현실화하는 것이고, 도전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세계를 돌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창작공간을,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창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인천아트플랫폼이 아닐까? 날씨도 좋고 나들이 나가고 싶다면 역사와 예술이 제대로 배색된 인천아트플랫폼으로 가보시라.
- 2018-06-20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