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 인천행 종점인 인천역에 내리면 눈앞에 바로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휘황찬란한 붉은색 패루가 보인다. 북적거리는 중국 거리를 지나 걷다 보면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의 거리 인천아트플랫폼이 있다. 예술가 창작활동 지원과 일반 시민을 위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2009년 조성됐다. 인기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알려지더니 차이나타운과 함께 인천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급부상했다.
개항 역사와 함께하는 공간
인천아트플랫폼이 특별한 이유는 근대 건축물을 기반으로 리모델링하거나 그 분위기와 어우러지게 신축했다는 점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이 자리하고 있는 인천 중구 해안동은 1883년 개항기 이후 건립된 건축문화재와 건물이 잘 보존된 역사보존지구라고 할 만하다.
강화도조약(1876) 이후 갑작스러운 문호 개방은 외국에서 들여온 신문물과 함께 건축 양식도 흡수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을 지나 맥아더 장군상이 있는 자유공원, 서양인의 사교장이던 제물포구락부(인천유형문화재 제17호) 등을 찾아 걷다 보면 당시 인천의 모습이 언뜻 스쳐지나간다. 인천아트플랫폼도 옛 역사와 함께한다. 무엇보다 공간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고 활용하기를 원하던 시민의 뜻과 인천시의 노력이 빚은 합작품이다.
1888년에 지어져 개항 이후 인천 해운업을 독점했던 일본 우선(郵船) 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 건물은 사무실(D동)로 리모델링했고, 1930~40년대에 창고나 각종 작업실로 사용했던 곳은 공연장, 전시실, 생활문화센터 등으로 모습을 바꿨다. 새롭게 단장한 건물 구석에는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을 부착해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게 해준다. 총 13개동, 다양한 공간과 규모로 꾸며진 아트플랫폼은 옛 향기와 현대적 감각이 교감하는 예술 문화 놀이터다.
예술을 만드는 문화발전소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작가를 선발해 창작활동을 지원한다. 마침 취재 당일 2018년도 입주 작가로 선발된 모 시라(Mo Sirra)를 만날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해 사진 한 장을 찍자고 했더니 어디선가 ‘예술가는 부재 중. 나는 공연 중(The artist is absent. I am performing)’이라고 쓰인 명찰을 가슴에 달고 나타난다. 말 그대로 그는 작업을 마치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전시가 이뤄지는 내내 끊임없이 작업에 참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공연자였다.
“요즘 예술은 꼭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같아요. 금방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세계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거 말이죠. 저는 정크푸드 같은 예술에 저항합니다.”
리-퍼블릭 더 폴리틱스(Re-public the Politics)라고 이름 붙인 모 시라의 공연 전시는 익숙해져 가치를 잃어버린 정치와 예술 등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라고 했다.
“유럽의 경우 정치는 그저 정치가의 직업이 됐습니다. 예술 또한 지금의 정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요즘 예술에는 목소리가 없습니다. 나에게 있어 예술의 의미는 도전이고, 도전을 현실화하는 것이고, 도전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세계를 돌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창작공간을,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창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인천아트플랫폼이 아닐까? 날씨도 좋고 나들이 나가고 싶다면 역사와 예술이 제대로 배색된 인천아트플랫폼으로 가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