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지자체에서 홀몸노인을 비롯, 기초수급자와 장애인 등 소외된 이웃에게 명절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서초어르신행복e음센터·방배노인종합복지관에서 독거어르신 1080분께 손 편지와 명절 복(福)꾸러미를 직접 전달한다. 복꾸러미에는 떡국세트와 한과, 털모자, 마스크 등이 담겨 있어 취약 어르신들이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결식 우려 어르신을 위해 무료급식 및 밑반찬을 제공한다. 방배·양재·서초중앙 노인종합복지관 3개소는 무료급식 어르신 330명에게 명절 특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양재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에게 저소득 어르신 500명에게 쌀, 떡국 떡, 유과, 과일 등을 담은 선물을 설 연휴 전까지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홀몸노인이 명절에도 외롭지 않도록 ‘AI(인공지능) 스마트 맞춤형 돌봄서비스’ 등 맞춤형 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지난해부터 서초구에서 도입한 돌봄 로봇 ‘서리풀복동이’에 만족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올해는 100대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천정욱 서초구청장 권한대행은 “코로나 장기화로 힘든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세심한 지원으로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왕시내손2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난 20일 김 세트와 떡국 떡이 담긴 설명절꾸러미를 홀몸노인,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등 저소득층 50가구에 지원했다. 지영숙 내손2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쓸쓸하게 명절을 보내는 이웃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혼자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늘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도 26일 관내 취약계층 30가구에 ‘설맞이 선물꾸러미 나눔’에 나섰다. 지역 희망이웃 후원금으로 구입한 곰탕, 떡국 떡과 유과를 포장해 각 가정에 안부인사와 함께 전했다. 윤장식 선부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은 “설맞이 선물꾸러미 나눔을 통해 홀몸노인, 장애인가정 등 어려운 이웃들도 행복한 명절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주시 용산동행정복지센터에서는 25일과 26일 양일간 경로당 13곳을 방문해 새해 인사를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지역 노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건강과 안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조수정 용산동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로당 운영 축소로 혼자 계신 시간이 많아진 어르신들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노인복지관 역시 설 연휴를 앞둔 26일 홀몸노인 600명과 선별진료소 의료진 100명에게 한과와 식혜를 전달했다. 홀몸노인의 따뜻한 명절나기를 기원하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힘쓰고 있는 선별진료소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함이다. 김웅 충주시노인복지관 관장은 “설을 맞아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 어르신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의미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 마트, 온라인 쇼핑몰의 설 선물 판매량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설 선물은 프리미엄 상품과 종합선물세트가 인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 매출액은 지난 설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특히 프리미엄 상품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 설에 비해 109.9% 증가했다. 판매량 증가가 두드러진 품목은 한우, 굴비, 청과 등 신선식품 선물세트로, 지난 설 대비 175.8%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한우는 20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선물세트가 판매량 상위 1~10위를 차지했다. ‘현대 특선한우 송 세트(29만원)’, ‘현대 명품 한우 수 세트(100만원)’, ‘현대 화식 한우 난 세트(56만원)’ 등이다.
마트와 인터넷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예약 판매된 설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 설 대비 67.6% 늘었다. 그중에서도 고가인 한우, 굴비 선물세트 판매량이 각각 134.1%, 94.2% 늘었고, 와인, 양주 선물세트 판매량도 각각 89.2%, 143.8% 증가했다. SSG닷컴에서는 20만 원 이상인 선물세트 판매량이 212.8% 늘어 전체 선물세트 매출 97.1% 증가를 견인했다.
인기를 끄는 또 하나의 품목은 종합선물세트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설 선물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종합선물세트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종합선물세트는 같은 품목 내에서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한데 모아 구성한 세트다. 정육 상품은 여러 부위를 모아 판매한다. 종합선물세트는 지난 설에 비해 39% 더 많이 팔렸다. 품목별로는 신선식품이 51%, 가공식품 43%, 생활용품 211%, 건강식품은 12% 증가했다.
설 선물로 프리미엄 상품과 종합선물세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절을 비대면으로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어 귀향이 어려워진 탓에 고가이거나 품목이 다양한 선물로 마음을 대신 전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귀향 여비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주었다.
타인의 비밀을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비밀은 밝혀지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비밀은 비밀의 영역에 감추어두는 것이 바람직한가? 등장인물들의 비밀을 끊임없이 까발리면서 파괴되어가는 인간성을 소재로 한 영화 . 아마도 막장드라마의 종합선물세트가 아닌가 싶다.
극 중 예진(김지수)의 대사에 나오듯이 어느덧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블랙박스’가 되었다. 영화는 이 위험한 장난감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과거에는 모든 비밀이 인간의 기억 속에만 숨어 있어 본인이 털어놓지 않으면 알 길이 없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과 게을러진 인간의 합작으로 탄생한 ‘확장된 기억’의 수단인 스마트폰으로 인해 전혀 다른 세계가 전개되었다. 그것은 뇌 속에 숨어있던 비밀이 언제나 노출될 수 있고 훔칠 수 있는 물질적 세계로 바뀐 것이다.
40년 지기 초등학교 동창 네 명이 부부 동반으로 석호(조진웅)의 집들이에 초대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겉으로 보기에 부부들은 화기애애하고 오랜 친구들은 서로를 속속들이 안다고 자부한다. 이런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예기치 않게 예진이 제안한 스마트폰 공개하기 게임을 시작하면서 이들은 공포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그들이 모임을 갖는 동안에 오는 전화와 문자를 모두 공유하는 것이 이토록 무서운지 몰랐던 것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100분 동안 모든 각자의 비밀이 드러나는 설정이 과하기는 하나 노련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긴장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물론 이 영화는 긴장과 공포로만 일관하지는 않는다. 본래 장르인 블랙코미디답게 곳곳에 폭소를 배치했다.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막장극의 내용은 아침드라마에서 늘 보았듯 특별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가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마지막 반전 덕분이다. ‘낯설게 하기’라는 문학 기법을 연상케 하면서 인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아이러니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마지막에 전개되는 장면들에 어리둥절하면서도 문득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계기를 부여한다. 최근 신문에서 읽은 ‘생각의 속임수’란 책을 낸 권택영 전 경희대 교수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베일에 싸인 ‘금지’의 영역이 늘 우리를 유혹하지만, 그 욕망이 인간의 본질이며 어쩌면 삶의 원동력일 수 있다.” 어쩌면 건강한 비밀은 간직하는 것이 나을 듯도 하다.
시간의 흐름 속에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지루한 삶이지만, 명색이 새해를 맞으며 마음만이라도 신선한 기운으로 채우고 싶었는데 온통 흉흉한 소식들만 난무하니 심란하기 그지없다. 북한의 핵 공갈 협박은 갈수록 완강해가고 사회의 상하좌우 대립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게다가 각종 사건·사고는 악마가 보내는 종합선물세트처럼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리 사회를 온통 뒤집어 놓았던 세월호 사고가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물론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면서 하염없이 물고 늘어져 본래 의미가 퇴색된 아쉬움은 있지만, 당시만 해도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고 다시는 그런 참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어떤 이는 우리 현대사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한다는 과장된 언사까지 서슴없이 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얼마 전 세밑에 일어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를 보면 그런 다짐이 얼마나 허망한 위선이었는지 생생하게 드러났다. 세월호가 그랬듯 관련되는 사람 모두가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았다. 비상구는 막혀 있었고 소방관은 우왕좌왕했고 소방차 진입로는 시민들 차로 막혀 있었다. 하나도 바뀐 것은 없었고 사우나에 갇힌 20여 명의 울부짖음만 무참히 허공을 맴돌 뿐이다.
고공 크레인은 계속 쓰러져 높은 곳에서 일하던 애꿎은 당번 직원이 죽어 나가고 아래를 지나던 무고한 사람이 날벼락을 맞는데도 아무 대책이 없다. 화재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고준희 양은 친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것이 짧은 연말연시에 일어난 사건·사고들이다. 이런 모습들이 지난해 촛불로 한마음이 되었던 평 시민들과 동일한 이들이고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이상사회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참으로 묘하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사회를 바꾸어나가는데 참으로 무능하다. 큰일이 일어나면 모두 목청 높여 떠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집단 망각에 빠지고 같은 사고는 무한 반복된다. 이렇듯 한때의 열광적인 관심이 사회를 바꾸어가는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는 한, 그 열정은 맹목적인 휩쓸림에 지나지 않고 사실상 무관심과 동의어인 셈이다.
이런 기이한 현상이 이 땅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환위기에 금반지를 모으고 2002년 월드컵에 혼연일체가 되어 열광하던 사람들도 우리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내려앉고 세월호가 가라앉는 사고를 목격했으나 까맣게 잊은 사람들도 우리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우리 모습의 배후에 자리한 것은 어쩌면 사회적 인격의 이중성 때문은 아닐까?
사교육을 없애고 교육의 평등성을 외치면서 자기 자식은 은밀히 과외를 시키고 명문 외고에 진학하기 원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재촉하면서 내 아파트 주변에 장애인 학교가 들어서는 것은 반대한다. 그러니까 사회적 가치보다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고 그저 어떤 사회적 불행이 나에게 닥치지 않기만을 바란다. 사회적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생각이 없으니 사회 개혁의 동력이 생길 리 없다.
아침에 문밖을 나서니 간밤에 온 눈이 하얗게 깔려 있다. 낙상을 조심할 나이라 조심조심 눈을 밟으며 골목을 빠져나오다 문득 개인의 사회적 책임이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돌아오는 대로 문밖의 눈부터 치우리라 생각했다. 찌푸린 하늘이 조금 밝아졌다.
지난번 에 이어 딸 덕분에 마저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본의 아니게 설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두 편을 모두 본 셈이다. 1+1 티켓이 생겼다니 안 보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 선호하는 취향의 영화가 아님에도 보고야 만 것이다. 마트에 가서 1+1이라면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사 들고 나오는 심정으로 딸과 함께 영화관으로 향했다.
물론 지난번 를 볼 때도 주인공 현빈으로 마음을 위로하며 극장으로 향했지만, 뜻밖에 재미와 함께 새로운 김주혁을 얻었듯이, 에서도 정우성과 조인성만이 아닌 새로움과 재미를 어느 정도 기대하긴 했다. 더욱이 감독이 (2005), (2013) 등을 연출한 한재림이라니 어느 정도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영화는 이나 같은 영화의 계보를 잇는 정치 풍자극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흥행에 성공하는 사회적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 그것이 선진국으로 향한 대중의 열망 때문이라면 좋겠는데 갈수록 양극화로 삶이 팍팍해지고 거기에 기름을 쏟아부은 최 모 씨 덕분에 이런 영화들이 잘 된다고 생각하니 입맛이 조금은 씁쓸하다.
줄거리는 이렇다. 싸움질만 하던 문제아 태수(조인성)는 사기꾼 아버지가 검사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아 “저게 힘이다. 진짜 힘!”이라는 생각을 하며 머리를 싸매고 공부한다. 그리고 마치 영화처럼(?)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고 사법시험에 패스한다. 게다가 방송국 아나운서이자 재력가의 딸인 상희(김아중)와 결혼까지 한다.
그러나 검사가 되고 나자 현실은 99%의 검사들이 온종일 서류뭉치와 씨름하는 월급쟁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다 학교 선배이자 전략부에서 일하는 검사 양동철(배성우)의 소개로 차기 검사장 후보라는 한강식(정우성)을 알게 된다. 이 나라 고위층을 기획수사라는 미명으로 쥐락펴락하는 한강식을 보며 태수는 권력의 편에 서기로 마음먹는다.
그 뒤로는 다른 영화에서 익히 본 듯이 조폭이 등장하고 어두운 정치 현실의 뒷이야기가 펼쳐진다. 유사한 장르의 전작들과 비슷비슷해 보이는 장면과 스토리가 반복된다는 것은 어떤 문제의식보다 어느새 이런 스토리들이 소비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근거가 된다. 지나치게 무거운 문제의식은 명절흥행에 도움이 안 된다는 영리한 생각이리라.
영화를 보는 내내 한 편의 시대극을 보는 느낌이 든 것은 실제의 역사가 배경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과 이회창이 겨룬 15대 대선이 나오고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등 현대사가 기본적 뼈대를 이룬다. 감독은 그런 현대사에 디테일한 인물을 심고자 했지만, 역사의식보다는 재미를 앞세우다 보니 어정쩡한 팩션 사극을 보는 느낌이 되고 만 것이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몰락한 태수가 다시 일어서죠. 부패한 정치검사들의 천박과 부조리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과 국민이 의뢰한 힘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어요. 그러니 우리가 모두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요.”라고 말했다. 가벼운 스토리 전개치고는 너무 과한 메시지를 바란 것은 아닐까.
극 중 30년이 지났음에도 도통 늙지 않는 인물들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정우성의 절제된 악역과 온몸으로 비열함을 뿜어내는 배성우의 연기가 기막히다. 어떤 옷도 가뿐히 소화해내는 조인성의 변화무쌍한 연기에 관객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친구가 열광하는 류준열(최두일)의 몰입연기도 한몫했다. 재미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니 명절 종합선물세트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급급한 흥행실적 때문에 유능한 감독이 제빛을 다 발하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10여 년전 연구회에서 잘 알고 지내던 교수 한분이 직접 쓴 ‘경제수명 2050시대’ 이라는 책을 보내왔다. 50대에 창업을 하여 과거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새로운 제2인생의 길을 선택한 필자의 이야기가 그 책에 소개되어있으니 한번 읽어보라는 뜻으로 보내온 것이었다.
5권 세트로 나온 이 책은 어떻게 하면 '경제 수명' 을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한 이 분야 전문가들의 체험적 연구서였는데 '2050'은 20대부터 50년을 일해야 한다는 의미도 되고, 50대도추가로 20년을 더 일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즉 경제수명을 50년은 유지해야만 고령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경제수명 2060’시대가 절실하게 되었다. 20살에서 70세까지만 일한다가 아니라, 80세까지 60년 동안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다. 나이 들어서도 직업이 있거나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질 수 있다면 고령화 사회를 겁낼 필요가 없다. 겁을 먹게 되는 것은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편으로, 평균적 퇴직 연령의 급격한 감소가 이뤄지고 있지만 은퇴 후 30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90세, 100세를 사는데 50대 퇴직도 보장하기 어렵다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
2060을 몸소 실천하는 분 중에 이상헌 선생님이 계시다. 80세 가까이 되어서도 열정적으로 일하시며 100살까지 일하시겠다고 늘 말한다. 지금까지 무려 140여권의 책을 썼는데 지금도 일 년에 책을 서너권을 쓰고 있고, 일주일에 4~5회 강연과 신문 잡지사에 컬럼쓰기는 물론 1주일에 한번씩 행복에 대한 멧세지를 지인들에게 직접 보낼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이다.
며칠 전 선생님을 찾아뵈었더니 ‘100살이다 왜!’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다. 보통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후쿠이 후쿠타로(福井福太郞)씨가 쓴 자서전이다. 실제로 저자는 1912년생 102세다. 증권사 임원으로 은퇴했지만 더 일하고 싶어서 70세에 직원 3명이 일하는 도쿄 복권상회에 입사한 현역 회사원이다. 아침마다 전철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일터로 출근해 복권 분류와 배달, 회계 업무를 맡아 지금까지 30년째 일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9시부터 2시. 96세 되던 해에 회사에 폐가 될까 우려해 회사에 사표를 냈지만 계속 남아서 일해 달라는 회사 경영진의 간곡한 만류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고 한다.
100세가 넘어서도 계속 일을 하는 이유는 딱히 없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 한 인간은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요. "그 일이 대단한 일이건 그렇지 않건 돈을 많이 벌건 적게 벌건 자기가 먹을 양식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멋진 직업“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이미 23%를 넘었고, 지금 100세 이상의 고령자가 6만명을 넘는 세계 최고령국가다. 그래서 그런지 100세 이상 일하는 현역 분들이 의외로 많다.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100살에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을 내어 100만부 이상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의 저자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는 금년 103세(1911생)로 현역 병원장이다. 100살이 되던 3년 전 83세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는 이길녀 총창의 초청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러 한국을 다녀갔다. 그는 ‘어떤 일도 생각하기 나름, 늙는 다는 것은 쇠약해 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진정한 늙음과 젊음은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도 자신이 활동하거나 일하는 유통기한 즉, 경제수명을 50년에서 60년으로 늘려야한다. 여기에는 생애교육(生涯敎育)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에는 더블 30, 즉 부모 밑에서 30년 + 자신의 30년 인생을 살았다. 이제는 트리플 30으로 바뀌었다. 퇴직 후 기나긴 30년이 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 준비 없이 퇴직하여 ‘무노동 무임금’으로 마지막 30년을 보낸다는 것은 이제 본인에게는 악몽의 30년이 될 수밖에 없고, 자식들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되고 만다.
여기서 말하는 생애교육은 평생교육과 같은 의미로 쓸 수도 있지만 매우 다르다. 생애교육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젊은 나이에서부터 공부하고 무언가를 미리 준비하자는 것으로 막연하게 죽을 때까지 공부하자는 평생교육과 다르다. 평생교육은 어찌보면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큰 효과가 있으나 2060을 실현하는 데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일찌감치 퇴직지원은 물론 젊어서부터 생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퇴직이후를 준비하는 Life Plan을 세우고 은퇴 이후의 노후 커리어 관리와 생활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5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세컨드라이프 코스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면서 퇴직 준비를 돕는다.
서구에서도 인사조직 컨설팅사 에이온휴잇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90% 이상이 정기적으로 은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에선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려면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진행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 퇴직 프로그램은 전직 전문회사(Outplacement)주도로 퇴직 이후 전반적인 삶을 설계하기보다 전직이나 당장 경제활동을 지속하도록 하는 재테크 컨설팅에 그쳤다. 단기간 성과는 제공할 수 있어도 길어진 은퇴 기간을 준비하는 데는 너무 미흡하다. 재무 설계뿐 아니라 지속적인 일(job), 건강, 여가, 가족관계 등 비재무적인 프로그램까지 포함시켜‘퇴직지원’에서‘은퇴준비’로 젊어서부터 노(老)테크를 준비하도록 생애교육 프로그램 영역을 넓혀야 한다. 기업 측에서는 물론 노조도 생애교육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직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생애교육”에 적극 나서고 참여해야 할 때다.
젊어서 생애교육을 통해 준비한 후 퇴직이후에 무슨 일을 하던 한 달에 가령 2백만 원을 번다고 치자. 말이 그렇지 초저금리로 인해 200만원을 이자로 받으려면 적어도 10억 이상의 현금을 은행에 넣어두어야 가능한 금액이다. 만약 퇴직 이전에 노후 대비 자금을 마련해 두지 않았다면 60세 이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잡는 것과 젊어서부터 미리 준비하여 취미와 소일거리로 직장을 찾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즉 은퇴 계획은 특정 세대와 상관없이 빠를수록 좋으며 노테크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했는데 우리의 의식 수준은 ‘퇴직은 곧 일에서 은퇴’라는 80세 수명시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청년이란 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붉은 뺨이나 입술이 아니라 굳센 의지, 상상, 감정, 생명력에 달렸다. 청년은 용기로 비겁을 이기며, 모험으로 앞일을 안다.”고 맥아더 장군은 말하였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젊음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으로 활기찬, 늙었지만 진정한 젊은이가 많아야 고령화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 열정 인생엔 나이가 없다!
글: 피플스그룹 대표이사 가재산
한국형 인사조직 연구회 회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