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게오르그 바젤리츠 : 가르니 호텔
일정 11월 27일까지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게오르그 바젤리츠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이며, 196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가이다. 바젤리츠는 타데우스 로팍의 서울점 개관을 기념해 회화 12점과 드로잉 12점을 선보였다. 전시의 제목인 '가르니 호텔(hotel garni)'은 프랑스어로 저가 호텔을 의미한다. 이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에서 착안된 발상이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연상의 과정을 거쳐 고안된 제목이다.
바젤리츠는 독일 미술판의 한계를 느끼며 표현주의적이고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통해 독일 신표현주의를 이끌었다. 특히 그는 1969년부터 '거꾸로 뒤집은 그림(인물화)'을 발표, 이는 바젤리츠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이번 전시 그림들 역시 모두 뒤집혀있다. 자화상을 비롯해 40년의 뮤즈 아내 앨케, 사슴, 말 등의 그림이 돋보인다. 그의 거꾸로 보는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꽃의 시간
일정 11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한국자생식물원
'꽃의 시간'의 안진의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색채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30년 가까이 꽃을 모티브로 유려한 채색화를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꽃'을 소재로 한 희화와 판화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작품에 착안된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Collage your Nature'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Book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강봉희·사이드웨이)
지난해 2월 대구 발 코로나19 확진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주목받은 이가 있다. 모두가 꺼려하고 있을 때 발 벗고 나서 시신들을 수습한 사람. 그의 이름은 강봉희로, 장례지도사로 산 지 벌써 20여 년 이다.
40대 중반, 방광암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기도 했던 그는 그때부터 건축업을 그만두고 죽음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 700여 명의 고독사 사망자들과 기초수급자 고인들의 장례를 아무런 보상도 없이 도맡아왔다.
특히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수많은 무연고 고독사의 시신이다. 이와 함께 그는 누군가 고독하게 죽었다고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사회를 향해 일침을 가한다. 그 시간에 부모님이나 소외된 이웃에게 연락하고, 찾아가 보라고 조언한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은 과거에는 '염장이'라고 불렸고, 천대받는 직업이었다. 현재도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더불어 장례 시설은 혐오시설로 통하고, 잘못된 장례 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는 죽음을 무서워하고 금기시하는 사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게도 죽음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처럼 멀리 있지 않은 죽음, 그것을 인지하고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의 생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그의 생각을 읽어보며,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아야할지 느껴보자.
◇하버드 건강 습관 (다카하시 사카에·이너북)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한 경력이 있는 정신과 의사는 '마음'이 아닌 '몸'에 대해 얘기한다. 몸 상태가 개선되면 마음의 병은 뒤따라 나아진다는 것. 사소한 생활 습관만 바꿔도 비만, 음주, 중독(의존증), 발기부전, 불면, 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니, 그의 비법을 배워보자.
◇기후 위기, 마지막 경고 (서형석·문예춘추사)
북극곰으로 대변되는 기후 위기. 꽤 오래 전부터 들어온 말이지만 기후 위기의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서형석 기후환경연구원 대표는 기후 위기의 실태를 알려주고, 인류 생존을 위한 대응법을 제시한다. 작은 실천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기후 위기를 직면해야 할 때가 왔다.
◇너의 바다가 되어 (고상만·크루)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가족은 소중한 존재다. 인권운동가로 유명한 고상만 작가는 돌고래의 모성애 실화에서 감동을 받아, 가족애 소설을 집필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마음의 위로를 전해준다.
●Stage
◇레베카
일정 11월 16일~2022년 2월 27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출연 민영기 김준현 에녹 이장우 신영숙 옥주현 임혜영 박지연 이지혜 최민철 등
다프네 듀 모리에의 동명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한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성장하는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감동적인 로맨스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이와 함께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강렬한 선율과 화려한 세트로 매 시즌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지난 200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레이문드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전 세계 12개국, 총 10개 언어로 번역돼 공연됐다. 국내에서는 2013년 초연 이후 2019년 다섯 번째 시즌까지 총 687회 공연에 총 관람객 83만 명, 평균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했다. 특히 초연부터 '레베카'의 흥행 주역으로 통해온 배우 옥주현, 신영숙이 댄버스 부인 역으로 출연해 많은 관심을 이끌고 있다.
◇프랑켄슈타인
일정 11월 24일~2022년 2월 20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왕용범 출연 민우혁, 전동석, 규현, 박은태, 카이, 레오, 해나, 이봄소리, 서지영, 김지우 등
매 시즌 최고의 화제작으로 통한 '프랑켄슈타인'이 3년 만에 네 번 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특히 배우 박은태가 이번에도 참여해 기대를 더한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젠틀맨스가이드 : 사랑과 살인 편
일정 11월 13일~2022년 2월 20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김동연
출연 유연석, 이석훈, 고은성, 이상이, 오만석, 정성화, 이규형, 정문성, 이정화, 유리아 등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유연석과 이상이는 두 번째 출연이고, 이석훈과 고은성은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은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코미디극이다. 가난하게 살아온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이스퀴스 가문의 백작이 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다룬다.
● Exhibition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일정 8월 8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환경보호가 전 세계의 과제로 당면한 가운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전시가 열렸다. 모든 생태계의 집인 지구, 인간이 거주하는 건축물, 새와 곤충의 서식지 등 세 개의 집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해 그 안에서 벌어진 참혹한 환경오염을 이야기한다. 이상 기후로 집단 고사한 침엽수, 아사한 동물, 남·북극의 해빙 등 죽어가는 지구의 모습을 실제 고사목과 박제 동물, 영상 등으로 선보이며, 아파트를 짓고 부수는 과정에서 생산 및 폐기되는 사물을 작품으로 재해석한다. 전시실뿐 아니라 마당, 로비, 건물 외벽 등 여러 곳을 전시 장소로 활용해 미술관 전체를 인간을 둘러싼 환경처럼 보이도록 했으며, 특히 옥상에는 서식지를 잃은 새와 곤충의 보금자리를 설치해 전시 일정과 무관하게 올가을까지 남겨둔다. 기후위기에 대한 전시지만 그 자체가 탄소 배출 행위라는 모순을 고려해, 전시 준비 과정에서도 폐기물과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생활화했다. 배우 박진희가 국문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해 진심 어린 목소리로 인류가 직면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나무 인형의 비밀 - 체코 마리오네트
일정 8월 29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지구 반대편 국가 체코의 전통문화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체코의 흐루딤인형극박물관과 협력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체코 인형극을 중심으로 156점의 인형과 무대 배경, 실황 영상 등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18세기 유랑극단에서 출발한 체코 인형극은 라디오나 TV가 없던 시절 도시 간 소식을 전달하며 민족의식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시는 이 같은 기원을 시작으로 인형극 부흥기를 맞은 20세기 초중반, 다양한 인형극장이 탄생한 20세기 후반까지 인형극의 발전을 연대기적 구성으로 살펴본다. 또한 단순히 역사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체험존을 마련해 전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체코에서 직접 공수해온 마리오네트 인형과 손가락 인형, 음향 장비 등을 통해 인형극을 재현해볼 수 있으며, 유랑극단이 타고 다니던 마차에 들어가 가까이 감상할 수 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 좋아 여름방학이 시작된 손주와 함께 방문하면 더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 Book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 (박경이 저·도트북)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용감하게 오르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고산 등반가다. 이들은 동상에 걸려 손가락을 자르고, 때로는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그 모습을 보면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산을 오르는 이유가 궁금해질 때도 있다. ‘왜 산을 오르는가?’ 어쩌면 산을 사랑하는 모든 산악인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 여성 산악가 박경이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자신의 삶으로 대신한다.
에세이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는 고산 등반가의 삶과 철학을 저자가 ‘죽음의 지대’ 히말라야 고산에 직접 오르며 만난 이들의 이야기로 현장감 넘치게 풀어낸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극한의 자연환경에서 자기 존재의 참된 의미를 사유하고, 자신을 포함해 편견과 차별이란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했던 세계 여러 여성 산악인의 고충을 담담히 반추한다.
책은 단순히 감상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산 등반을 떠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흥미롭게 알려준다. 셰르파와 루트 개척, 베이스캠프 생활 등 기본 상식부터 트레킹 준비물, 고산병 극복 방법 등 실전에 필요한 정보까지 한데 담아 등반 의욕을 고취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죽으러 산에 가지는 않지만 죽을 걸 알면서도 산을 오른다”는 많은 고산 등반가의 마음을 대변한다. 관중도 심판도 없지만 반칙하지 않고 정직하게 산을 오르는 이들의 삶을 간접 체험하다 보면 서문에서 던졌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이 풀린다. 등산의 진정한 묘미는 정상이란 결과보다 자신을 믿으며 한 발씩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인생이란 산을 탈 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말이다
◇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 (나태주 엮·앤드)
‘풀꽃시인’ 나태주가 한국 시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역작을 갈무리해 엮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국민 시 ‘엄마야 누나야’부터 조지훈의 희귀 시 ‘병에게’까지 총 125편이 담겼다.
◇킵 샤프 (산제이 굽타 저·니들북)
나이가 들어도 인지 기능을 총명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소개한다. 뇌에 관한 오해와 진실, 구체적인 12주 프로그램을 통해 막연하게 느껴지는 뇌 건강 영역을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바람이 내 등을 떠미네 (한기봉 저·디오네)
평생 세상을 뾰족하게 바라보았던 언론인 출신 저자가 평범한 중년으로 돌아와 세상살이의 단상을 덤덤하게 풀어놓는다. 짧지만 강렬한 60여 개의 글이 또래 독자에게 위로를 전한다.
● Stage
◇마리 앙투아네트
일정 7월 13일~10월 3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김소현, 김소향, 김연지, 정유지, 민우혁, 이석훈, 이창섭, 도영 등
18세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뮤지컬로 다시 돌아온다. 올 7월 막을 올리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한때 고귀한 신분이었지만, 각종 오명 속에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녀의 삶을 통해 진실과 정의의 의미를 조명한다. 사회의 부조리를 타파하고자 혁명을 선도했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오리지널 버전과 달리, 한국 버전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에 비중을 실어 두 여인의 삶을 더욱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특히 당대 부의 상징이었던 파리 베르사유 궁전과 빈민가 마레지구를 무대 위에 재현해 계급 간 갈등 구조를 명확히 그려낸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로코코 시대의 화려한 귀부인 드레스와 다채로운 가발도 재미를 높이는 포인트. 목걸이 사건, 바렌 도주 사건, 단두대 처형 등 대중에게 친숙한 사건을 위주로 재해석해 공감대를 더한다.
◇렁스
일정 9월 5일까지 장소 아트원씨어터 2관 연출 박소영
출연 이동하, 성두섭, 오의식, 이진희, 류현경, 정인지 등
매 순간 선한 의도로 행동하기 위해 고민하는 한 연인이 사랑, 환경, 출산 등의 주제로 치열하게 토론하며 ‘좋은 사람’의 정의를 찾아나가는 이야기다. 환경을 위해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여자와 아이를 낳아 좋은 부모가 돼야 한다는 남자의 정답 없는 갈등이 진정한 ‘선’(善)의 의미를 묻는다. 특별한 장치 없이 두 배우의 대화로만 이어지는 전개가 몰입도를 높인다.
◇비틀쥬스
일정 8월 7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알렉스 팀버스
출연 유준상, 정성화, 홍나현, 장민제, 김지우, 유리아 등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2019년 현지 초연 이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라이선스 공연이다. 황당한 사고로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의 신혼집에 이사 온 한 가족을 쫓아내기 위해 장난꾸러기 유령 ‘비틀쥬스’와 합세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공중부양을 하는 캐릭터와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 등 마술 같은 연출이 놀이공원에 온 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Exhibition
◇헬로, 스트레인저!
일정 12월 19일까지 장소 하자센터
‘낯설다’는 감각은 무엇인가? 익숙함이 자연스러운 자극을 마주했을 때 받는 감각이라면, 낯섦은 자연스럽지 않은 자극에 대한 불편한 느낌이다. 전시 ‘헬로 스트레인저’는 이런 낯선 감각에 집중해 우리 사회의 여러 고정 관념을 세 작가의 그림책으로 살펴보게 한다. 인간을 비커에 담아 실험하는 쥐 그림 등 어딘가 낯설고 기묘한 작품들을 통해 당연하게 여겨온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한다.
◇황금광시대 : 1920 기억극장
일정 12월 27일까지 장소 일민미술관
신문과 잡지를 통해 1920~30년대 경성의 모습을 돌아보고 이를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1920년대 문화주택의 뼈대를 표현한 ‘픽션 픽션 논픽션’, 100년 전 살롱을 재현한 ‘클럽 그로칼랭’, 가상현실(VR)과 신문 아카이브를 결합한 ‘구보, 경성, 방랑’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조선희의 장편소설 ‘세 여자’ 속 잡지 편집실을 재구성한 전시작도 만날 수 있다.
◇박래현 : 삼중통역자
일정 2021년 1월 3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20세기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박래현을 재조명한다. 회화, 판화, 태피스트리 세 가지 매체를 넘나들며 활약한 그녀의 예술 세계를 총 4부에 걸쳐 소개한다. 1부에서는 현대 한국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2부는 화가 김기창의 아내이자 네 자녀의 어머니였던 작가가 생활과 예술 사이에서 고뇌했던 모습을 살펴본다. 3부는 세계 여행을 하고 이국 문화를 체험한 뒤 그린 추상화를, 4부에서는 판화와 태피스트리 기술을 익히고 동양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 작가의 마지막 도전을 조명한다. 총 138점의 작품과 아카이브 71점이 출품됐다.
●Book
◇오늘의 기분과 매일의 클래식 (조현영 저·현암사)
클래식은 듣고 싶지만 언제 어떤 곡을 들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북. 운전할 때, 외로울 때, 낮술을 즐길 때 등 다양한 상황, 기분에 따라 어울리는 클래식을 적재적소의 맞춤형으로 추천해준다.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이지혜 저·파람북)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클래식을 들어야 할까? 클래식 해설가 이지혜가 계절에 맞게 들을 수 있는 클래식 33곡을 소개한다. 곡에 대한 인문학적 해설도 포함돼 있어 보다 깊이 있는 교양을 쌓을 수 있다.
◇임동혁의 모망 뮈지코 (임동혁 저·서울음악출판사)
세계 3대 콩쿠르를 석권한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엄선한 피아노 악보집. 총 17곡이 실려 있으며, 곡마다 임동혁이 직접 감수한 연주 포인트가 적혀 있다. 부록으로 A2 사이즈 브로마이드도 제공한다.
●Movie
◇인생은 아름다워
개봉 12월 예정 장르 뮤지컬 감독 최국희 출연 류승룡, 염정아, 박세완, 옹성우
자신의 마지막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아내 ‘세연’과 그녀의 황당한 요구에 마지못해 과거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다. ‘극한직업’, ‘명량’,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네 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한 류승룡과 JTBC 드라마 ‘SKY캐슬’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은 염정아가 첫 부부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배우들이 직접 노래 부르고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중현의 ‘미인’, 이문세의 ‘조조할인’,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토이의 ‘뜨거운 안녕’ 등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흥겨운 노래 속에 담긴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따뜻한 가족애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서복
개봉 12월 예정 장르 드라마 감독 이용주 출연 공유, 박보검, 조우진 등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극비리에 옮겨야 하는 임무를 맡은 정보국 요원 ‘기헌’이 서복과 동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기헌과 영원 속에 갇힌 복제인간 서복의 아이러니한 만남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믿고 보는 두 배우 공유와 박보검의 감성 가득한 브로맨스가 기대를 모은다. 특히 박보검은 영화 ‘차이나타운’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한층 성숙해진 연기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용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제
개봉 12월 10일 장르 멜로 감독 김종관 출연 한지민, 남주혁
일본의 원작 소설과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집 안에만 갇혀 살던 ‘조제’와 평범한 청년 ‘영석’의 아름답고도 쓸쓸한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설레면서도 두려운 조제와 그런 그녀에게 손을 내민 영석의 따스한 사랑이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애틋한 연기로 호평받은 한지민과 남주혁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Stage
◇노트르담 드 파리
일정 2021년 1월 17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연출 질 마으 출연 안젤로 델 베키오, 하바 타와지, 다니엘 라부아 등
추한 외모를 지닌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세속적 욕망에 휩싸여 갈등하는 사제 ‘프롤로 주교’의 이야기를 담은 불후의 걸작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 공연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15세기 파리의 혼란한 사회상과 부당한 형벌제도, 이방인들의 소외된 삶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1998년 초연 후 오늘날까지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2015년 이후 5년 만이며, 초연 당시 프롤로 역을 맡은 오리지널 캐스트 다니엘 라부아를 국내 최초로 만나볼 수 있다. 거대한 세트장과 100kg이 넘는 대형 종 등 30t에 달하는 무대 장치가 압도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오리지널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프랑스 원어로 선보이는 감미로운 넘버가 잊지 못할 무대를 선사한다.
◇듀엣
일정 2021년 1월 31일까지 장소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연출 이재은 출연 박건형, 문진아, 정철호 등
미국 대표 극작가 닐 사이먼의 작품으로, 추운 겨울을 포근하게 해주는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성공한 작곡가 ‘버논 거쉬’와 신인 작사가 ‘소냐 왈스크’의 톡톡 튀는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2인극이지만 어색한 첫 만남부터 오해와 갈등, 사랑에 빠지는 순간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남녀의 변덕스러운 심리를 짜임새 있게 그려내 단 두 명의 배우만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작은 아씨들
일정 12월 20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오경택 출연 이연경, 이혜란, 서유진, 전예지 등
남북 전쟁이 한창이던 1860년대, 성격이 각기 다른 네 자매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키우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전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가족 간 온정을 아끼지 않는 마치 가(家) 여성들의 따뜻한 마음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는 관객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감동과 위로를 전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고전 소설을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그동안 우리는 나의 삶에서 얼마나 ‘참[眞] 나’로 살아왔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과 모자람을 애써 부여잡고 진짜 나를 뒤로하지는 않았던가.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책과나무)의 저자 신아연은 그런 이들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자신의 가난과 고통의 경험을 말미암아 그 고유함이야 말로 내면의 자산이 되어 삶을 넉넉하게 해주리라 이야기한다.
Q. 나이 50 이후 참 자기로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노장인문단상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을 펴내시게 된 계기와 소감 부탁드립니다.
7년 전, 옷 가방 두 개를 거머쥐고 21년간 살았던 호주를 떠났습니다.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어둑시근한 신림동 고시촌 방에서 어떤 날은 라면 하나,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며 주야장천 글을 썼습니다. 3년 전부터는 새벽 5시에 일어나 3시간 동안 글을 쓰는 ‘글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그 글을 모아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을 냈습니다. 삶의 질곡에서 글을 붙잡았고, 삶이 또한 글을 잡아주었습니다. 고난과 갈등을 겪은 사람일수록 50 언저리에 내 인생을 찾고 싶다는 자각이 강하게 오는 듯싶습니다. 그러한 자각과 구체적인 자기 훈련의 결실이 한 권의 책이 되었네요. 이혼 후 흐느적대던 몸과 마음이 비로소 단단해진 동시에 한 꺼풀 벗는 느낌도 있습니다. 내 삶의 마스터키를 쥔 것 같고, 소명이랄까, 본래 음성이랄까, 살아갈 의미랄까 이런 것들이 좀 더 분명해진 듯합니다.
Q.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던 위로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인간의 위대함은 운명을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그대로 살아내는 데 있다고, 그것이 운명을 바꾸는 길이자 본래 자기로 사는 모습이라고,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껴안아 버리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약점과 실패와 좌절과 붙잡힌 발목과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이, 좋아지지도, 그렇다고 놓아지지도 않는 그 부족함과 모자람이 나를 성장시키고 타인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지금 이 자리가 순식간에 살 만한 자리로 변합니다.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다면’ 그대로 안고 살아가십시오. 제가 그렇게 살아보니 그럭저럭 살아집디다.
Q. 자생한방병원 사이트에 ‘영혼의 혼밥’이란 타이틀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쓴 글 300편 가운데 100편을 엮은 책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글을 추리셨나요?
‘인생은 목차다’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책을 낼 때 목차를 명확히 하고 의미별로 파트를 구분하면 글 내용은 저절로 정리가 됩니다.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뒤섞이고 모호하게 흩어져 도무지 길이 안 보이는 것 같을 때는 인생을 목차로 나눠보는 겁니다.
책에는 ‘나이 50 이후 참 자기로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이란 긴 부제가 붙어있는데, 인생 중반의 목차와 같은 거지요. 참 자기로 살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합니다. 현재 처지가 녹록하지 않더라도, 그럴수록 남은 삶은 더욱 명료해질 수 있습니다. 부족함 그대로 남은 생을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제 경험을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나이, 그러니까 50 쯤 되면 인생 성적표가 나옵니다. 제 경우 가정 경영에서 낙제점을 받았지만 그래도 어쩝니까. 그게 제 현실인 걸요. 가던 길을 계속 갈 수밖에요. 다만 이제는 다른 목차와 여정으로 가야지요. 이번 책은 제게 후반 인생의 새로운 목차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만든 것이기에 목차마다, 100개 제목마다 감회가 새롭고 남은 생에서 충실한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Q. 이혼 후 삶의 어떤 부분에서 ‘본래 자기(참 자기)로 산다는 것’을 체감하시는지요.
25년 동안 매 맞는 아내로 살았습니다. 결혼하자마자 호주로 이민을 갔고, 좁은 교민사회에서 가정폭력을 감추는 데만 급급해 서서히 자신을 잃어갔습니다. 어쩌면 제 자신은 처음부터 없었을지 모르죠.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소외되고 고립됐고, 남편의 폭력 수위는 점점 높아져 이러다 맞아 죽겠다 싶어 맨 몸뚱이로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 후 수순처럼 절박한 가난이 찾아왔지만 이는 오히려 저의 정신을 맑혔습니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는 인식이 현실을 직시하게 했고, 그때부터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차츰차츰 일어서며 내가 나로 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14/감(感)]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 있는가, 내가 아니고서는 살 수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언급하셨습니다. 이 질문을 자신에게 한다면요?
우리는 각자 고유한 존재입니다.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남 다른 재능을 발휘하거나 각별한 사회적 성취를 거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령 고통을 겪을 때 그 고통이 고유한 자기 몫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을 통해 배울 게 있고 정신적, 영적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겠지요. 인생의 모든 면에서 남에게 설명할 수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그런 자신만의 삶을 산다면 남을 흉내내거나 부러워하면서 나 아닌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겠지요. 저는 혼자 견딘 세월이 저의 고유함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년간 아무도 안 만났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치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곰이 웅녀가 됐듯이, 4.5평 원룸에서 책과 글만 ‘먹으며’ 견뎠습니다. 그것이 이제는 내면 자산이 되었고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고유함이 되어 가난과 고독을 넉넉하게 품고 살아가게 합니다.
Q. [46/삶의 농도를 더 짙게 하려면]에서 새해가 될 때마다 죽음 생각이 나곤 했다고 하셨습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건가요?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 뿐, 살아있는 한 ‘죽음 그 자체’는 경험할 수 없기에 죽음에 대한 논의는 언제나 관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죽음을 자주 말합니다. 뒤집어 말한다면 삶을 그만큼 공고히 다진다는 의미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죽는 것이 무서웠어요. 뭔가를 시도할 때마다 죽으면 다 끝인데 해서 뭐하나. 피땀 흘려 해냈는데 그 다음날 죽으면 어쩌지? 이런 두려움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살았으니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해야 하나요? 죽음은 두려워할 일은 확실히 아니지요. 준비해야 할 일일 뿐. 최근 죽음학 연구자 최준식의 저서 ‘죽음 가이드북’을 읽었는데, 이 책은 죽음을 준비할 적절한 나이까지 가이드 합니다. 40세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하네요. 죽음을 준비하는 데도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지요. 많은 사람이 죽음 준비에 이미 늦었을 수 있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을 죽음의 준비에도 적용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Q. [65/좋은 글을 쓰기 위한 딱 한 가지]에서 ‘내 글의 독자는 오직 나’라는 것을 명심하고, 죽을 때까지 정말 누구에게도 그 글을 보여주지 말라 조언하셨지요. 스스로도 그러한 글을 쓰시는지요?
이 말을 한 데에는 글이 그 사람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지요. 글은 그럴듯하게 쓰지만 실제 삶과의 괴리가 크거나 위선적인 사람도 있지요. 저도 예외가 아닐 테고요. 그 이유는 식당 음식처럼 내다 팔기 위한 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조미료를 쳐서라도 억지로 맛을 내야 하는 겁니다.
반면, ‘내 글의 독자는 오직 나 뿐’이라면 ‘집밥’처럼 소박하고 꾸밈없는 진정성어린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요? 제게 그런 시도는 호주에 사는 두 아들에게 편지 쓰기와 묘비명 쓰기가 될 것 같아요. 최근에 제 묘비문(文)을 이따금, 그러나 정기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실제 묘비에 새기고 말고와 관계없이 그 글만큼은 진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발로인 거지요. 한 생이 완전히 문을 닫는 죽음 앞에서까지 거짓된 글을 쓴다면 생 자체가 거짓이었다는 의미이니까요. 묘석의 글은 살아서는 오직 나만을 독자로 함과 동시에, 죽어서는 모든 이들에게 공개되는 진실한 글이 되겠지요.
Q. 호주에 사는 두 아들은 아직 어머니의 글을 읽지 못했다죠. 그동안 출간해온 책 중 한 권이 번역본으로 나와 자녀들이 볼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르고 싶나요?
한국으로 돌아온 2013년 이후 총 5권의 책을 냈는데, 그때마다 책머리에 “나의 두 아들 진원과 규원을 믿고 사랑하고 기다리며 이 책을 냅니다. To my lovely sons, Jinwon & Kyuwon”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제 글을 읽지를 못해요. 아주 어릴 때 이민을 가서 한글 독해력이 부족해서지요. 그런데 그게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요. 만약 아이들이 제 글을 읽었다면 글 속 엄마와 자신들이 아는 엄마가 달라 당혹스러울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제 책이 영문으로 출판될 수 있다면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가 되었으면 합니다. 삼국시대부터 독도를 까맣게 덮을 만큼 그 수가 많았으나 일본 강점기 때 멸종된 독도 강치 이야기로, 무자비한 도륙과 처참했던 대학살의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어린 강치 한 쌍이 천신만고 끝에 호주 연안에서 구조되고, 일생을 동물원에서 보낸 후 아들 강치를 고향 독도로 돌려보낸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내용입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한국의 식민지 역사를 이해하고, 해외 동포들의 애환을 강치를 통해 비유적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자신들의 처지와 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Q. 책에서 ‘노자’ ‘장자’, ‘공자’ 등 성현들의 말씀을 통해 마음을 다독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새기는 문장이 있다면요?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를 들고 싶네요. 노자 도덕경 56장 첫 구절입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나이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는데 현실은 그 반대지요. 저는 특히 글을 쓰는 게 직업인 사람이니 말과 글로 노상 업을 짓고 있습니다. 무심코 휘두른 혀로 영혼의 각을 뜬 적도 있었을 테고, 독을 묻힌 글 끝으로 누군가의 심장을 찌른 적도 있었을 겁니다. 존재의 참 모습과 실재는 언어적 표현 너머에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지요. 쉴 새 없이 나불대며 다 아는 것처럼 굴수록 실상과 진상에서는 점점 멀어집니다. 오히려 입을 다무는 순간 바른 이해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Q. 아울러 독서를 통해 인생의 면역력을 올리고 계십니다. 헌데 독서 근육이 없어 책 읽기가 힘들다는 분도 계십니다. 이들에게 독서에 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독서 근육’이란 말이 재미있네요. ‘마음 근육’이란 말도 있더군요. 마음에 근육이 있으면 인생에 면역력이 생깁니다. 마음의 근육은 독서 근육에서 키워질 것 같고요. 지난 7년 간 무지막지하게 책을 읽었습니다. 독서로 인해 마음의 공허함과 의존심이 시나브로 메워졌고 여간해선 상처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에 없던 자긍심도 생겼고, 분별없이 남의 말에 휩쓸리지 않게 되었고, 비로소 내 인생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독서는 한 마디로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줍니다.
진짜 나는 책이 안 읽힌다, 도저히 못 읽겠다면, 하루에 한두 쪽씩만 읽어보면 어떨까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천권 책도 한 쪽씩부터’ 시작하는 거지요. 그 첫 책으로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을 권합니다. 농담이지만 이유는 있어요. 이 책은 한 제목 당 두 쪽으로 구성돼 있거든요. 부담 없이 금방 한 권을 읽어냈다는 성취감을 줄 겁니다.
Q. ‘백세시대 글쓰기 모임’을 하고 계십니다. 모임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글쓰기는 ‘마음 기경’과 같습니다. 오래 방치해서 딱딱하게 굳고 척박해진 땅이나, 거꾸로 무리한 경작으로 기운이 고갈된 땅에 파종해 봤자 될성부른 싹이 올라오기 어렵지요. 백세시대의 글쓰기는 전반 인생을 살면서 굳고 지치고 피폐해진 마음을 기경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이끄는 글 모임은 정직한 내면 돌아보기, 담담히 인생 회고하기 등으로 마음을 닦고,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글을 도구로 마음을 기경하는 방식이지요.
지난 반평생은 외부의 것으로 살아왔지만, 남은 반평생은 자신의 것으로 살아야 합니다. 오롯이 자신의 덕과 정신력으로 인생 백세를 채워야 하는데, 제 생각엔 글쓰기가 가장 파워풀하다고 봅니다. 생애 대부분을 고난에 치여 왔고 앞으로도 빈곤과 고독 가운데 살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면 인생 후반전은 글쓰기를 권합니다.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노후가 펼쳐질 것입니다.
Q. 말씀처럼 글쓰기를 통해 삶을 성찰하려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들에겐 어떤 이야기를 권하고 싶나요?
요즘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글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글을 쓰지 못한다고 해요. 무슨 차이일까요. SNS에 쓰는 글과 내가 본래 쓰고 싶은 글이 다르다는 의미 아닐까요? 자랑, 맛집, 여행기, 남의 이야기 등이 넘치지만 이는 자기 성찰이나 삶의 정리와는 거리가 멀지요. 이런 글로는 자기를 만나지 못합니다. 보여주기 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니, 보여주되 벌거벗은 자신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빤스’ 정도는 걸쳐도 되지만 갑옷으로 무장해서는 안 됩니다. 글을 쓴다는 건 용기를 요하는 일입니다. 자신에게 정직할 수 있는 용기가 나의 내면에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Q. 연기를 배운다고 하셨지요. 이렇듯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책은 거울이지요. 타인의 관점, 객관적 시각, 보편적 사유 등이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지요. 나라는 개별자가 다른 사람을 통해 드러날 기회입니다. 반면 글쓰기는 내시경이랄까요? 자신의 내면을 샅샅이 훑어내는 작업입니다. 글이 정직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나의 ‘마음의 내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치유하는 겁니다.
연기를 배운 후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를 감추고서는 연기가 되질 않아요. 흔히 연기란 다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그 다른 사람이 곧 자신이더란 말이죠. 결국 너와 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자아가 뒤섞이면서 ‘우리’로 태어나는 것이 연기의 세계라고 할 수 있지요. 앞으로 무엇을 새로 배우고 경험한다면 이렇듯 인간으로서 성숙할 계기가 되는 것이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어떤 글로 독자와 만나고 싶으신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지성과 감성이 주 역할을 하지요. 현대는 둘 중 정서지능, 감성지능을 우위에 두고 있고요. 글도 정보나 지식적인 것보다 마음에 울림이 있는 글을 더 좋아하지요. 이처럼 지성보다 감성이라면, 감성보다는 무엇일까요? 네, 영성이지요. 앞으로 제 글의 방향은 영성지능에 공명을 일으키는 쪽이 됐으면 합니다. 영성이 개발되면 ‘참 나’를 만날 수 있고, 자의식이 아닌, 참 나가 다른 사람과 관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나라는 의식을 깨웁니다. 그럴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와 참된 행복을 맛볼 수 있습니다.
△ 신아연 소설가·칼럼니스트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를 나왔다. 21년 동안 호주에서 살다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자생한방병원에 ‘에세이 동의보감’과 ‘천생글쟁이 신아연의 둘레길 노자’를 연재하며 생명과 마음치유에 관한 소설과 칼럼을 쓰고 있다. 노장인문단상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 치유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인문 에세이 '내 안에 개있다'를 비롯,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등을 펴냈다.
따끈한 차 한 잔 생각나는 가을의 끝자락 독서의 계절에 읽을 만한 신간을 소개한다.
◇ 죽음 가이드북 (최준식 저ㆍ서울셀렉션)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임종학 강의’ 등을 펴내며 국내 죽음학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최준식 교수의 신간.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겸 한국죽음학회 회장인 그는 인간의 죽음과 무의식, 전생, 사후세계 등을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왔다. 김 교수는 이번 책에서 다양한 죽음의 모습을 통해 현재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긴다. 삶과 죽음에 대해 탐구해볼 만한 여섯 가지 주제 속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장자를 비롯해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연구자, 작가, 철학가 등의 이야기를 담아 죽음에 대한 다양한 철학을 소개한다. 첫 장을 ‘죽음의 성찰’로 시작해 마지막 장을 ‘삶의 성찰’로 매듭짓는 구성 또한 돋보인다. 저자는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지금의 삶을 영적으로 고양시킬 수 있다”며 “죽음을 내 삶 안으로 들여와 항상 생각하며 산다면 삶은 분명 자유롭고 심오해질 것”이라 조언한다.
◇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저ㆍ열린책들)
100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후속편. 전작에서 100세 생일에 양로원 창문을 넘어 도망쳤던 노인이 이번에는 101세 생일에 열기구를 탔다가 조난하며 또 다른 모험을 떠난다.
◇ 가기 전에 쓰는 글들 (허수경 저ㆍ난다)
故 허수경 시인의 유고집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7년간 기록한 시작 메모를 비롯해 대표작과 시론 등을 담았다. 마지막 순간에도 시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던 시인의 삶을 문장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 할머니의 요리책 (최윤건, 박린 저ㆍ위즈덤하우스)
할머니가 지어주신 밥을 먹으며 자란 손녀가 할머니와의 소중한 시간을 추억하기 위해 만든 요리책이다. 아흔을 넘긴 할머니의 삐뚤빼뚤 손글씨와 손녀의 사랑스러운 손그림이 어우러져 레시피에 온기를 더한다.
◇ 200세 시대가 온다 (토마스 슐츠 저ㆍ리더스북)
알츠하이머와 암은 물론, 노화와 죽음에 도전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비밀 연구소의 흥미로운 의학 연구들을 소개한다. 기자 출신인 저자가 10년간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실리콘밸리 연구소의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 지혜로운 조부모의 감성 육아법 맑은샘생명학교 저ㆍ맥스미디어
30만 명 이상의 임산부와 조부모에게 영유아 교육을 진행한 각 분야 전문가 8인이 모여 조부만을 위한 육아 대백과를 펴냈다. 젊은 맞벌이 부부가 늘며 조부모가 손주 육아를 맡는 일이 많아졌다. 현실을 들여다보면 할머니와 엄마의 육아 방식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맡기고 마음놓고 일할 최선책이 조부모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서로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이겨내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육아를 바라보길 독려하고,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노하우 등을 제시한다. 서두에는 ‘할머니·엄마·아기가 행복해지기 위한 지혜’와 조부모 양육이 아이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력에 대해 언급한다. 전반적으로 출생 후 24개월까지 조부모가 알아야 할 육아 관련 지식 등을 그림을 곁들여 알기 쉽게 보여준다. 더불어 응급 처치법과 베이비 마사지를 비롯해 조부모를 위한 특별 마사지까지 소개한다.
◇ 쉬엄쉬엄 가도 괜찮아요 서정홍 저ㆍ단비
산골 농부가 일하며 나누는 소박한 일상, 산골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 자연 속에서 삶을 배우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58편의 시에 담겼다. 청소년 세대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노년의 슬기를 엿볼 수 있어 조부모와 손주가 함께 읽어도 좋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 유홍준 저ㆍ창비
우리 땅 곳곳을 누벼온 유홍준 명지대학교 교수가 중국 대륙으로 떠났다. 1권은 삼국지의 무대 서안에서부터 만리장성을 지나 명사산에 이르는 여정을 담았다. 2권은 중국 불교미술의 축소판 막고굴 곳곳과 돈황문서의 다난한 역사를 그렸다.
◇ 나의 반려동물도 나처럼 행복할까 데이비드 미치 저ㆍ불광출판사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한다. 반려동물이 바라는 진짜 행복, 노년기 반려동물을 평화로운 죽음으로 이끄는 방법 등 반려동물과 함께 성장하고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담았다.
◇ 너의 꽃놀이 김미녀 저ㆍ책밥
꽃을 찾아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꽃놀이 여행 가이드북이다.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꽃이 피는 전국 72개 꽃놀이 장소를 추천한다. 방문하기 좋은 계절, 주차 여부, 인근 카페 등의 정보와 함께 필름에 담은 꽃 사진을 수록했다.
제대로 상속을 준비한다는 건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즉 웰다잉과도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남은 가족의 삶에 힘이 되고 밑거름이 되는 소중한 행위다. 상속에 관한 지식을 채우고 지혜를 일깨워줄 도서들을 소개한다.
상속·증여 A to Z, 2018 신간
1) 2018 아버지는 몰랐던 상속분쟁 (최세영 외 공저, 삼일인포마인)
상속분쟁을 피하기 위한 과정, 상속세를 합법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 신탁과 보험을 이용해 의도대로 재산승계를 이루는 노하우 등을 담았다. 일반적으로 기피하는 ‘죽음’을 삶의 연속으로 받아들이고, 유종의 미 차원에서 ‘상속’을 이야기한다. 남은 자녀들을 위한 아버지의 마지막 배려로서 재산을 남기는 방법을 사례로 풀어간다.
주요 목차 △똑같이 나눠준 재산, 과연 정답일까? △치매가 두려울 때, 나의 현명한 선택은? △아들에게 바로 증여하지 마라! 며느리가 나설 때다! △증여세 부담 없이 자녀의 창업자금 마련할 수 있다
2) 재산, 자식에게 절대로 물려주지 마라 (노영희 저, 둥구나무)
제목은 말 그대로 자녀에게 재산을 주지 말라는 뜻이 아닌, 어떻게 잘 물려줄 것인지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저자는 “진정 자식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상속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너무 늦지 않게, 정신이 멀쩡할 때, 가족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마음으로 상속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요 목차 △재산상속, 이렇게 황당한 케이스도 있나? △새로운 선택 ‘상속보다 기부를’ △물려준 재산 되찾기 △5070세대가 꼭 알아둬야 할 상속증여의 기술
3) 2018 기업경영과 증여·상속 (김창영 저, 영화조세통람)
증여세 관련 기본사항과 상속에 대한 민법 규정을 포함한 상속세 기본사항을 순차적으로 풀어냈다. 거래유형별로 증여문제를 상세하게 구분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증여세 과세특례 부분은 별도로 구성했다. 상속이 개시된 이후의 주요 절차, 업무처리기관, 신고 시 필요서류 등 실무사항을 알려주며, 활용도 높은 상속세 및 증여세의 절세전략을 소개한다.
주요 목차 △거래유형에 따른 증여의 이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공과금, 장례비, 채무액을 빠짐없이 챙겨라! △상속 개시 후 절세방법은 이렇다!
사례로 풀어본 상속·증여
1) 상속전쟁 (구상수 외 공저, 길벗)
남편이 생전에 내연녀에게 준 재산에 대한 상속세 고지를 본처가 내야 하는 황당한 경우, 친어머니처럼 모시며 지극정성으로 병수발까지 한 새어머니의 재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 등 황당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상속 관련 사례들을 담았다. 책을 읽고 나면 상속법은 때론 야속하지만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요 목차 △분쟁을 피하라! 올바른 유언의 방법 △엇갈린 부부, 억울한 자식… 상속에서 일어나는 뜻밖의 스캔들 △남다른 스케일, 기업&가업 상속
2) 최신 사례로 꼼꼼히 설명한 상속 증여 (홍원표 저, 인벤션)
최대한 절세하면서 재산을 남겨줄 수 있는 안전한 길을 제시한다. 아울러 법에 저촉되는 방법을 선택했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성도 함께 지적한다. ‘Q&A 코너’를 마련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일반인이 굳이 알 필요 없는 어려운 상속 이론은 덜어내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사례 중심으로 쉽게 설명한다.
주요 목차 △상속vs증여vs양도 무엇이 유리할까? △개인 기업을 미리 물려주고 싶다면 법인전환 후 승계하라 △보험은 정말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을까?
3) 세금은 아끼고 분쟁은 예방하는 상속의 기술 (전오영 외 공저, 매일경제신문사)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상속 분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해결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상속 전문 세무사들이 제시하는 상속 가이드라인과 상속세 기본 계산 구조, 상속공제, 세액공제, 올바른 납부방법 등을 통해 상속세를 아끼는 방법을 소개한다. 상속 이후 상속인들이 상속 재산을 운용할 때 발생하는 세금을 최소화하는 방법까지 담았다.
주요 목차 △그래도 챙겨주고 싶은 자식, 더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재산을 주는데 부모 노후를 책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상속, ‘돈’이 전부는 아니다
1)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의 모든 것 (서건석 저, 라온북)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상속의 다른 측면, 돈이 아닌 인생의 지혜와 가족정신을 물려주는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가족이 돈에 대한 경제관념을 공유하고, 함께 봉사·기부 등을 하면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자녀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 세대의 정신적 유산을 잘 상속하는 법을 통해 3대가 부유해지는 상속 전략을 상세하게 안내한다.
주요 목차 △3대가 부유해지는 철학과 가치관 상속 △위대한 상속을 위해 당신이 오늘부터 시작할 것 △나의 상속 계획을 가족과 공유하라: 상속노트
2)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 (짐 스토벌 저, 예지)
세계적인 대부호 레드는 유언장을 통해 그의 손자에게 일생일대의 프로젝트 ‘최고의 유산’을 상속한다. 손자는 매달 1개씩 12개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는 레드가 유산상속을 빌미로 돈보다 소중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고자 한 것이다. 손자는 ‘최고의 유산’을 거머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과제를 수행하지만, 결국 12가지 인생의 지혜를 터득해나간다.
주요 목차 △‘일’이란 유산 △‘고난’이란 유산 △‘나눔’이란 유산 △‘하루’란 유산
3) 유대인의 상속 이야기 (랍비 조셉 텔루슈킨 저, 북스넛)
유대인이 상속받아온 정신적 유산 40가지를 정리했다. 그들의 유산에 담긴 지혜와 번영에 관한 조언부터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까지 아우른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삶을 살다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지켜야 할 유대의 전통과 관습을 담았다. 말미에는 유대인들이 상속받는 특별한 7권의 도서를 소개한다.
주요 목차 △자녀를 현명하게 사랑하라 △보화보다 지혜를 물려주어라 △유대인이 물려받은 책들
지구상에서 세계화와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고유의 전통을 지키는 곳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오직 한 나라,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희귀한 나라가 있으니 바로 부탄이다. 전 세계가 GNP(국민총생산)만을 부르짖으며, 효율과 편리라는 기치 아래 경제성장에 목을 맬 때도, GNH(국민총행복지수)를 최고 정책으로 삼고 있는 나라. 지구상에서 환경보호에 가장 민감하며, 영적인 것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늦은 1999년에 텔레비전이 도입되었고, 유일한 금연 국가로 담배 제조 및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새들의 목에 줄이 걸릴까 염려되어 전깃줄을 잇지 않는 나라. 지극한 불심에서 우러나온 윤회사상으로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을 부모처럼 섬기고 아끼는 나라. 나무 한 그루를 벨 때도 국가의 허가증이 필요한 나라가 부탄이다. 이 나라를 여행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지만 부탄은 환경과 전통 보호 차원에서 일일 관광객 숫자를 제한하고 있다. 돈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한 나라에서 살아온 나는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도도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지 궁금했고 그 비밀을 찾아 부탄으로 날아갔다.
국민 행복이 국가 정책인 나라
히말라야 동쪽에 위치한 불교 왕국. 북으로는 티베트, 남쪽과 동쪽으로는 인도, 서쪽으로는 인도 시킴 주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곳. 전체가 산악 지형(해발 150m에서 7000m)이고, 자신들의 고유 언어인 종카어를 쓰는 나라. 수백 년 동안 외부 세계에 문을 닫고 폐쇄적으로 살아왔으며,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거나 식민지였던 적이 없는 독립심 강한 나라.
부탄이 결정적으로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이 척박해 보이는 나라가 선진국들을 다 제치고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랭크되면서부터다.
이상적인 지도자를 국왕으로 둔 행복한 국민들
“세상에 그런 지도자가 어딨어?” 정치가들에게 실망할 때마다 우리가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지도자’를 국왕으로 둔 행복한 국민들의 나라가 있으니 바로 부탄이다. 부탄의 집집마다, 거리마다 국왕과 왕비의 사진이 넘쳐난다. 그 이유를 알기 전까진 잔뜩 의심스러웠다. ‘행복 국가라더니 여기가 북한도 아니고 국왕 사진이 너무 많잖아!’ 마치 충성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여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부탄 국민들의 국왕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실로 대단했다. 그들은 1대 국왕부터 5대 국왕까지 모두 다 존경하지만 특히 3대, 4대, 5대 국왕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이다. 3대 국왕이었던 지그메 도르지 왕축은 현명하고 빠른 판단으로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부탄의 독립을 지켜냈다. 그러나 3대 국왕은 일찍 사망하고 만다. 그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4대 국왕은 고작 17세였지만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로의 초석을 다졌다.
과거의 미덕을 돌아보게 하는 백미러 같은 곳
행복에 관한 연구들은 전통과 문화를 지키는 삶이 가져다주는 강한 정체성이 행복감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의상에서부터 가옥, 노인 공양에 이르기까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부탄 왕국의 모습은 세계 어디를 가든 똑같은 패션과 풍경을 보게 되는 여행자에겐 신기하고도 이색적인 풍경이 된다. 부탄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언제나 전통 의상을 입고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남자들의 의상은 ‘고(goh)’, 여자들의 의상은 ‘키라(kira)’라고 하는데 학교에 갈 때는 물론 농사를 짓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도 늘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부탄인 가이드도 더운 날씨임에도 전통 복장인 ‘고’를 갖춰 입었다. 법으로 정해져 있어 지켜야 한다면서 땀을 뻘뻘 흘렸다. 부탄 국적을 가진 사람은 전통 복장을 입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니 이 나라가 전통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치고 있는지 알 만했다.
도출라 고개에서 맛보는 장엄한 대서사시, 히말라야 파노라마
팀푸에서 17세기에 부탄의 겨울 수도였던 푸나카(Punaka)로 가는 길, 해발 3140m의 도출라(Dochu-la) 고개에서는 히말라야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등반을 하지 않고도 눈 덮인 히말라야의 장관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은 부탄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여름 수도였던 파로(Paro)에는 부탄의 상징과도 같은 절벽사원 탁상 곰파가 있다. 차를 타고 2600m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3140m 탁상 곰파까지는 무조건 걸어서 가야 한다.
영화 ‘리틀 부다’의 촬영지였던 파로종에서는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들이 마치 지상의 것이 아닌 양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자줏빛의 승복을 입은 꼬마 승려들과 마니차(불교 경전을 넣은 경통)를 들고 코라(탑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도는) 의식을 하는 순박한 사람들도 만났다.
파로종 옆에 있는 오래된 나무다리에서는 학교에 가는 순수한 얼굴을 만났다. “쿠주장폴라(Ku-Zu Zangpo-la,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부탄어)”라고 인사하니, 수줍은 듯 “쿠주장폴라” 하고 답한다. 사진기를 들이대니 바쁜 걸음을 멈추고 기꺼이 모델이 되어준다. 여러 컷을 찍는 동안 가만히 기다리는 소년에게 이제 충분하니 가도 좋다고 신호를 보내니 그제야 발걸음을 옮긴다. 순간 부탄의 속담 한 구절이 떠올랐다.
“당신이 친절하다면 가난해도 상관없다. 당신이 관대하다면 게을러도 상관없다. 하지만 가장 나쁜 것은 거만함이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룽다 깃발과 초르텐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죽음을 직시하는 것이라 한다. 부탄에서는 매일 다섯 번 죽음을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삶과 함께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는 당장 눈앞의 일에 급급해하며 살아가는 것을 막아준다. 산악지대의 왕국 부탄을 여행하면서 특이하게 느낀 점은 묘지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유는 죽음에 대한 불교적 태도 때문인데, 부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약 90%는 화장해 강에 뿌린다. 일부는 작은 탑 안에 재를 넣어두기도 한다. 주변엔 108개의 흰색 룽다(lungta) 또는 다르초(darchor)를 건다. 룽다는 티베트어로 ‘바람의 말[馬]’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바람 부는 곳에 룽다를 걸어놓는 것은 부처님 말씀이 널리 전해지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2세 미만의 아기가 죽었을 땐 조장(鳥葬)을 하기도 한다. 유명인이나 부자의 경우는 초르텐(chorten, 塔)을 세운다. 우리나라처럼 매년 제사를 지내지는 않고 2~3년에 한 번씩 간단한 추모식을 갖는다. 부탄 사람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고 극락세계로 가는 과정이자 윤회의 한 고리일 뿐 슬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많은 사람이 히말라야 첩첩산중에 있는 은둔의 왕국 부탄을 찾는 이유는, 척박한 환경임에도 전 세계적으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의 사람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가 궁금해서일 것이다. 부탄의 지도자는 국민들의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서는 적어도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 없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부탄을 여행하면서 그 현명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는 완벽한 나라는 아니었다. 텔레비전이 도입되면서 젊은이들은 변화를 겪고 있고 부탄에 와 있는 인도, 네팔인들과의 마찰도 왕왕 일어난다. 세상에 완벽한 국가는 없다. 그러나 부탄 여행은 국민을 참된 행복으로 이끄는 ‘이상적인 지도자’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삶이 ‘경쟁’과 ‘돈’이 아니어도 충분히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들을 재발견하도록 해준다.
부탄의 한 사원에는 제2의 부처로 추앙받는 구루 린포체가 한 말이 새겨져 있다.
“변하는 것은 시대가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다. 자신이 살아온 나쁜 업은 생각하지 않은 채, 평화도 없고 우주 만물의 조화도 깨진 시대 탓만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