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씨는 올해 정년퇴직 예정이다. 정년퇴직 후 본인의 실업급여, 연금 수령, 그리고 결혼을 앞둔 자녀에 대한 결혼자금 증여까지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황 씨는 본인의 관심 주제와 관련된 법과 제도가 2024년부터 일부 변경된다는 뉴스를 보고 궁금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신청했다.
저율분리과세 대상 연금소득 한도 확대
올해부터 사적연금소득의 저율분리과세 한도가 연간 1500만 원(2023년까지 1200만 원)으로 확대된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연금저축이나 IRP에서 55세 이상부터 정해진 연금 수령 한도 내에서 연금을 수령하면 3.3~5.5%의 저율로 분리과세를 하고 납세의무를 종결한다. 다만 연간 수령하는 연금소득이 1500만 원 이상이면 수령한 연금 전액에 대해 16.5% 세율로 분리과세를 할 것인지, 아니면 종합소득에 합산하여 과세할지 선택해야 한다. 이때 1500만 원 초과 여부를 판단하는 연금소득에는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연금소득은 포함하지 않는다. 다만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운용하면서 발생한 수익(이자)을 연금으로 수령할 때는 상기 1500만 원 초과 여부를 판단하는 연금소득에 포함한다. 참고로 공적연금소득은 무조건 종합과세 대상 소득이므로 1500만 원 초과 여부를 판단하는 연금소득과 무관하다.
혼인•출산 증여공제 신설
올해 1월 1일부터 혼인·출산 지원을 위해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또는 자녀의 출생일부터 2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재산은 최대 1억 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된다. 혼인·출산 증여공제는 성인 자녀에 대한 증여세 기본공제 5000만 원과 별도로 적용하며, 혼인공제와 출산공제의 통합 한도는 1억 원이다.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재산•자동차보험료 개선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세대의 소득·재산·자동차를 기준으로 부과하는데, 올해부터 재산 관련 보험료(이하 재산보험료)의 기본공제는 확대되고 자동차 관련 보험료(이하 자동차보험료)는 폐지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는 가입자의 소득 파악이 어려웠던 1982년에 도입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한 부동산 가격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원인으로 작용했고 특히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의 재산보험료 납부는 상당한 부담 사항으로 지적받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현재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기본공제 5000만 원을 1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재산보험료를 납부하는 지역가입자 353만 세대 중 330만 세대의 월 평균 재산보험료는 9만 2000원인데, 기본공제가 1억 원으로 확대될 경우 월 평균 재산보험료는 2만 4000원이 인하된 6만 8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재산과표가 낮을수록 혜택이 크다. 예를 들어 재산과표 1억 원(시가 2억 4000만 원)의 부동산을 보유한 가입자가 기존에 납부하던 월 재산보험료 5만 5849원은 기본공제액이 1억 원으로 확대되면 0원이 된다
다음은 국민건강보험의 자동차보험료에 대해 알아보자. 국민건강보험의 자동차보험료는 세대가 보유한 차량의 가액이 4000만 원 이상인 경우 배기량과 사용 연수에 따라 부과되고 있었다. 자동차보험료가 폐지되면 지역가입자 중 자동차보험료를 납부하는 9만 6000세대의 보험료가 평균 월 2만 9000원 정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급여 지급 조건 변경
정년퇴직도 비자발적 실업에 해당하여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 실업급여의 구직급여 지급액은 근로자의 경우 퇴직 전 평균임금의 60%를 소정 급여 일수 동안 지급한다. 구직급여의 1일 지급액은 매년 최저액과 최고액을 정한다. 최저액은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액의 80%를 기준으로 한다. 2024년도 최저임금액이 인상됨에 따라 구직급여 최저액이 6만 3104원(최저임금액 9860원 × 80% × 1일 소정 근로 시간 8시간인 경우)으로 인상되었다. 2024년의 최고액은 작년과 동일하게 6만 6000원이다.
구직급여를 지급받고 있던 수급자격자가 조기 재취업을 한 경우 정부는 ‘조기재취업수당’이라고 하는 보너스적 성격의 수당을 지급한다. 조기재취업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구직급여의 소정 급여 일수를 1/2 이상 남겨놓고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취업(자영업 포함) 후 12개월을 유지하면 취업 전 잔여 구직급여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조기재취업수당으로 지급한다. 다만 55세 이상인 자가 조기 재취업을 했을 경우에는 잔여 구직급여의 2/3를 지급한다. 2024년부터는 조기재취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재취업 시기와 급여 요건이 강화(아래 표 참고)되었다.
2024년 정부가 발표한 노인일자리 규모는 103만 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예정이다.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이하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에 따라 ‘약자복지 지원’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양질의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확대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행한 ‘고령사회의 삶과 일’의 ‘2024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주요 안내’에서는 “유형별로는 공익활동형 4만6000개, 사회서비스형은 6만6000개, 민간형 3만5000개가 늘어난다. 베이비붐·신노년 세대를 대비하는 일자리인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 일자리의 증가분이 전체 일자리 증가분 14만7000개의 70%인 10만1000개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유형별 일자리 수로 예측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에 따라 노인일자리 사업량이 확대되며, 이에 소요되는 예산도 4862억 원이 증액된다. 지난해 대비 31% 증액된 금액으로 2조 262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일자리 수당 2018년 이후 6년 만에 인상됐다. 기존 대비 2만~4만 원(+7% 수준) 더해질 방침이다.
공익활동형 일자리 단가는 27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사회서비스형은 71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4만 원 인상된다. 늘어나는 일자리 수를 담당하는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종사자 수도 1220명을 증원하여 6520명까지 늘린다. 다만 최저임금 및 물가 상승 수준 등을 고려한 공익활동 활동비 인상과 노인일자리 수행기관과 담당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도 지속 추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024년 새롭게 추진할 주요 일자리 분야를 4가지로 갈무리했다. △경로당 등 노인여가시설 지원 분야(건강관리·치매예방프로그램 등)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활용 △폐지수집 노인을 노인일자리사업 대상자로 흡수(개인 욕구 및 특성 파악 후 희망자에 한해) 후 노인복지서비스 제공 △취약계층 급식지원사업(경로식당) 대상자 확대 및 이에 따른 인력(조리·배식·위생 관리 등)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로 공급 △타 부처 및 공공기관과 협력한 노인일자리 창출 확대. 대표적인 예 ‘늘봄학교 돌봄지원 서비스’(교육부), ‘시니어 안전점검원’(국토부), ‘경찰서 급식지원사업’(경찰청) 등
아울러 민간일자리 확대에 따라 취·창업 일자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식사 및 세탁 서비스 분야 인프라 지원 사업을 통해 시장형사업단 육성을 지원하고, 지역 내 1인 노인가구의 일상생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참여 노인과 기업의 노인일자리 접근성 향상 및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 취업형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고령사회의 삶과 일’ 권두사를 통해 “노년기 일과 사회 활동에 대한 수요를 단순히 연령으로 나눠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 노년층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과 능숙한 디지털 활용능력을 보유하고, 노후준비는 불충분하여 전문성을 발휘하는 노동에의 참여 욕구가 상대적으로 높다. 한편 현 노년층은 고용시장 재진입이 어려운 근로 취약계층이 대다수로, 민간 영역의 취·창업도 필요하나 복지적 차원에의 사회활동도 더욱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권두사 말미에 노인일자리사업이 당면한 주요 정책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의 중장기 수요추계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정책 목표 수립 △노년기 노후소득 보장 및 자아실현의 두 가지 정책목표를 중심으로 한 노인일자리사업의 질적 내실화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유형 다양화 및 민간분야 취·창업 노인일자리사업 활성화 △지역거버넌스 기반 노인일자리 수행체계 개발, 사회적 경제 조직 등 수행기관 다변화를 통한 노인일자리사업 전달체계의 지속가능성 확보 △노인일자리 법적 근거 강화, 근거 기반 정책 수립의 통계 구축, 민관협력 강화 등 노인일자리 정책 인프라 확충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령화 대응 정책에서, 나아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고령화 대응 정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행복한 노년의 동반자로서, 노인일자리사업의 사명과 책임을 다시금 새겨보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참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고령사회의 삶과 일’
올해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새해부터 여러 제도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2022년 소비자물가지수는 5.1%, 2023년에는 3.6% 올라 고물가가 이어졌는데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전망에 대해 “고금리 기조로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민간 소비는 전년 1.9%와 유사한 1.8%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고금리, 고물가로 올해도 경제 전망이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전망입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민생과 경제 분야에 더 신경 쓰겠다면서 “물가도 더욱 안정시킬 것”을 약속했습니다. 정부의 의지를 담은 듯 새해에는 많은 제도가 달라지는데요. 그중에서도 생활에 도움이 될, 꼭 알아야 할 제도들을 모아봤습니다.
1. 대환 대출이 쉬워집니다.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을 받은 소비자라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유리한 조건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대환대출 인프라가 확대됩니다. 대출비교플랫폼이나 금융회사 애플리케이션에서 대환대출을 신청하고 신규대출을 실행하면 즉시 대출 이동이 완료됩니다.
2. 결혼하는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돈이 늘어납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저출산인데요. 혼인과 출산을 지원하고자 정부가 결혼하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재산의 세금 공제 폭을 늘렸습니다.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혹은 자녀의 출생일부터 2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재산이라면 최대 1억 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됩니다. 단 기본공제 5000만 원과 별도 적용되기 때문에 혼인 공제와 출산 공제 통합 한도는 1억 원이라고 봐야 합니다.
3.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늘봄학교로 돌봄 선택지가 생깁니다.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적응 프로그램 무상 지원, 대학·기업·지자체 등 협력으로 양질 프로그램 확대, 기존 학교 운영과 분리된 늘봄학교 운영체계 구축이 이뤄집니다. 기존에 있던 방과후와 돌봄을 통합해 종합 교육프로그램인 늘봄학교를 본격 도입할 예정입니다.
4. 맞벌이 가구 아이 돌봄 서비스 지원이 확대됩니다.
맞벌이 가구의 양육 공백을 채우고,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이 돌봄 서비스 정부 지원 비율과 대상 가구를 확대합니다. 2023년에는 8만 5000여 가구에 지원했던 것을 올해에는 11만여 가구로 늘립니다. 정부지원 비율은 중위소득 150% 이하 미취학 아동의 경우 15%에서 20%로, 중위소득 120% 이하 취학 아동의 경우 20%에서 30%로, 2자녀 이상 다자녀가구의 경우 본인부담금의 10% 추가, 중위소득 1505 이하 청소년 (한)부모 가구의 경우 0~1세 자녀 돌봄 비용의 90%를 지원합니다.
5. 통신비 부담이 줄어듭니다.
요금제와 단말기 선택권이 확대될 예정입니다. 실제 사용하는 사용량에 가까운 요금제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인데요. 단말기 종류와 상관없이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5G 단말기여도 LTE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고 반대로 LTE 단말기여도 5G 요금제를 쓸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5G 요금제의 경우 3만 원대 상품이 나올 예정입니다. 30GB의 소량 데이터 구간 요금제를 조금 더 세분화하고 30~80만 원 대 중저가 단말기도 출시됩니다.
6. 자영업자·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합니다.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었던 사장님들이라면 눈여겨 볼만한 제도입니다. 먼저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책이 이어지는데요. 제2금융권(상호금융기관,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에서 5% 초과 7% 미만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이미 냈던 이자 중 일부를 환급해줍니다. 올해 중으로 전기요금 특별지원제도가 신설되는데요. 에너지 요금 인상에 취약한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일부를 보전해줄 계획입니다.
7. 파주에서 서울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게 됩니다.
올해 3월부터 GTX-A의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됩니다. 파주 운정에서부터 동탄으로 이어지는 노선인데요. 올해 말이면 파주 운정에서 서울역 구간이 개통될 예정으로, 출퇴근 소요 시간이 50분에서 20분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8.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제도 ‘K-패스’가 시작됩니다.
올해 5월부터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동 거리와 관계없이 이용 금액의 일정 비율을 최대 60회까지 환급해줍니다. 기존에 알뜰교통카드 이용자라면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등록하고, 이동 거리에 따라 일정 비율의 금액을 지원받았는데요. 이제는 어디서 타고 내렸는지 기록하지 않고, 이동 거리를 측정하지 않아도 일반 20%, 청년 30%, 저소득층 53% 비율로 더 편하게 교통비를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9. 농촌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더 쉽게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농촌은 의료 인프라가 아무래도 부족한 지역이 많은데요. 양·한방 의료, 치과·안과 검진 등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촌 왕진 버스가 올해 3월부터 도입됩니다.
10.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미리 찾아볼 수 있게 됩니다.
요즘 반려동물 키우는 가정이 많은데요.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모든 동물병원은 올해부터 진료비를 사전에 알려야 합니다. 진찰·상담료, 입원비용, 5종 백신 접종 비용, 검사(X-ray, 전혈구) 등 총 11개 항목에 대해 게시해야 하는데요. 동물병원 내에 접수창구나 진료실에 책자나 인쇄물로 비치해야 하고, 벽보 부착 혹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합니다. 진료가 필요할 경우 가고자 하는 동물병원의 진료비용 등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게 되겠습니다.
11. 최저임금이 오릅니다.
시간당 962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2.5% 오릅니다. 하루에 8시간씩 주 5일 일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매달 약 206만 원의 월급을 받게 됩니다.
이 외에 달라지는 제도를 더 알고 싶다면 기획재정부 ‘2024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를 참고해보세요. 올해 달라지는 제도와 법규 사항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한 ‘2024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는 1월 초 지방자치단체, 공공 도서관, 점자 도서관 등에 배포되고, 온라인으로도 공개됩니다.
2024년 새해를 앞두고 있다, 내년부터 달라지는 정책 및 제도,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까?
[1] 최저임금 인상
2024년 최저임금은 지난해 9620원보다 2.5% 인상돼 9860원이다. 이를 소정 근로 40시간과 유급 주휴 수당 8시간 포함 월급으로 환산하면 2023년 201만 580원에서 206만 740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2] 건강보험 및 퇴직연금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7.09%로 동결, 노인장기요양보험료율은 소득대비 0.9182%(건강보험료액 대비 12.95%)로 인상됐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업장이 최소 적립금 미달 시 직전 사업연도 종료 후 1년 이내에 해지하지 못할 경우 부여됐던 재정안정화계획서 작성·통보 의무 규정이 삭제된다. 다만 적립금 최소 적립 미이행 시 사업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3] 6+6 부모육아휴직제 시행
생후 18개월 이내인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동시 또는 순차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부와 모 각각 첫 6개월에 대한 육아휴직급여를 월 최대 200~450만 원 지급한다.
[4] 노인 일자리 수당, 기초연금 지급액 인상
노인 일자리 수당은 6년 만에 월 2~4만 원 인상된다. 교통도우미, 보육시설 봉사 등 공익형 노인일자리는 월 30시간 기준 27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학습 보조, 공공행정 지원 등 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는 월 60시간 기준 59.4만 원에서 월 63.4만 원으로 늘어난다. 기초연금(65세 이상, 소득하위 70%)은 월 32.3만 원에서 33.4만 원으로, 지급 인원은 665만 명에서 700.6만 명으로 확대한다. 노인 일자리 수당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수급할 시 62~97만 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5] 돌봄 서비스 확대
기사, 병원동행 등 신체 제약이 큰 중점 돌봄 독거노인 약 5.7만 명 대상 돌봄 서비스는 월 16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늘린다. 독거노인, 조손가구 등 사회취약계층의 안전을 관리하는 응급안전 관리요원 수는 696명에서 766명으로 확충된다.
[6] 기타 사항
△보훈 보상금, 참전 명예 수당 확대
△육아휴직 기간 12개월 > 18개월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 적용
△산재보험 적용 대상 노무제공자 범위 확대: 공제 모집인, 방과후학교 교사 추가
내년 최저임금이 2.5% 인상된 시급 9860원으로 확정됐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밤샘 논의 끝에 15차 전원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수정안은 올해 시급에서 240원, 월급 기준으로는 5만160원이 인상된 것으로, 노동계의 관심사였던 1만 원 돌파에는 실패한 수준에서 확정됐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에 가장 영향을 받는 세대는 5060 중장년층이다. 전체 세대 중에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덜 받는 전문관리직이나 사무직 비중은 가장 낮고, 최저임금으로 급여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 제조, 서비스, 단순노무직 종사자 비중이 높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2021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5060 세대의 단순노무종사자 비율은 27.1%로 10% 내외를 기록한 젊은 세대에 비해 3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또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취약한 30인 이하 사업장 근무자 비율 역시 75.8%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번 인상안을 통해 중장년층은 실제로 급여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실질임금은 되레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인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있다. 국회는 2018년 5월 최저임금 범위에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하도록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2019년부터 적용됐지만, 노동계 현실을 고려해 산입요율을 차등 적용해 왔었다. 이 산입범위가 100% 적용되는 시점이 내년인 2024년으로, 근로자 입장에선 실질소득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임금인상 요인이 있을 때마다, 기본급 인상보다는 상여금 확대 등으로 보완하는 방식을 선호했던 제조업 등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임금과 비교해보면 이렇다. 예를 들어 월 209시간 근무하는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기본급에 식대 20만 원, 교통비 20만 원을 고정적으로 받고 있었다면, 2023년에는 205만792원 지급받았던 실질임금이 내년에는 206만740원으로 소폭 상승한다. 2.5% 인상은 온데간데없고, 0.45%만이 인상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여기에 식비‧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질임금은 줄어든 셈이 된다. 만약 언급한 사례보다 상여금 금액이 더 높았다면 실제 2024년 임금 지급액은 올해보다 줄어드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인상 효과가 낮아보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폭이 낮은 데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는 그동안 노동계에서 계속 지적했던 사안이다. 지난달 14일 국회도서관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4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2천원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산입 범위 개악과 최저임금 제도의 왜곡 현실’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토론회에서 “산입범위 확대로 이제는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사례가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며, “기본급을 낮게 유지한 채 다양한 상여금과 수당을 활용해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하는 다양한 꼼수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세 번째 순서는 ‘면접 편’이다.
Episode_1“인성검사는 왜 보나요? 제 스펙이면 충분할 텐데요”
중장년 채용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성검사를 보는 곳이 많아졌다는 것. 기업에서는 높은 스펙(업무 능력 및 경력)보다 좋은 인성을 지닌 구직자를 더 선호한단다.
진행자 청년들의 면접 과정을 보면 형태가 다양한데요. 중장년들은 어떤가요?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이하 미경) 청년들은 필기를 보기도 하고, 대개 1·2차로 나눠 면접을 진행하는데 중장년은 그렇지 않아요. 보통 1차 면접으로 끝나죠.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성희) 맞아요. 청년층보다는 채용 전형이 짧아요. 실무자나 채용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면접을 보는 형태가 많고, 인사담당자까지 오는 경우는 드물죠. 관리자급을 채용할 때는 종종 식사나 차를 하면서 유연한 분위기로 진행하기도 해요. 공공기관이라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고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2차 면접까지 이뤄지는 건 대체로 채용 박람회 등에서 1차 면접을 본 경우인데요. 워낙 수많은 지원자의 면접이 이뤄지다 보니, 그 자리에서 채용을 확정 짓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그러면 2차 면접을 통해 한 번 더 살펴보는 거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최근 중장년 채용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서류 심사 후 인성검사를 본다는 거예요. 면접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인성 문제로 입사 후 조직 내 갈등을 빚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미경 검사 결과를 보면 조직 생활 부적응이 우려되는 점수가 나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 면접관들은 문제가 예상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질문하죠.
진행자 그런 인성 문제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어떤 질문을 많이 받나요?
성철 일단 자기소개는 기본이고요. 중장년 면접에서는 크게 세 가지를 핵심적으로 묻는 것 같아요. 첫째, 전문성을 갖췄는가. 즉 직무 역량이죠. 둘째, 기업에 적합한 사람인가. 이걸 전문가들은 ‘컬처 핏’(기업 조직문화와 구직자의 적합성)이라고 해요. 셋째, 조직원들과 융합해 일할 수 있는가. 협업 능력입니다. 그런 걸 확인하는 질문이 주로 이뤄지죠.
미경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준비했는지도 많이 묻죠. 가령 ‘우리 회사에 대해 아는 대로 이야기하라’, ‘지난해 우리 조직이 잘한 일 세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식으로요.
영희 그래서 사전 학습이 필요한 거예요. 이력서 과정부터 필요하지만, 면접 당일에도 현장에 좀 일찍 도착해서 회사를 둘러보면 좋죠. 표면적으로 알던 회사 정보와 실제 현장에서 느낀 부분을 정리해뒀다가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 이야기하면 ‘준비된 인재’라는 인식을 주고, 구직자의 매력도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봐요.
미경 그렇죠. 한번은 대형 공연장에서 주차 관리자를 뽑는데, 20~30대가 많이 왔는데도 50대를 채용하셨어요. 알고 보니 그분께서 면접 두 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 주차장을 둘러보고 동선을 파악해보신 거예요. 그런 준비성은 높이 살 수밖에 없죠.
성희 결국 나이나 스펙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종종 외부 면접관 형태로 채용 전형에 참여하는데요. 제 시각에서는 탁월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1~2등이다 싶은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채용되는 사람은 3~4등 정도로 여긴 분이더군요. 들어보니 너무 뛰어난 인재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동료들과 갈등이 잘 생긴다더라고요. 그래서 화려한 능력을 갖춘 분보다는 무던하게 오래 일할 분을 원한다는 거죠.
성철 한마디로 ‘오버 스펙’은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회사 역량 대비 너무 출중한 분이 오면 이직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고요. 아무래도 회사에 적합한 적정 수준의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 면접장에서 다른 지원자의 스펙이 돋보인다고 위축될 필요 없어요. 진솔하게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주면 되는 겁니다.
영희 이런 사례도 있었어요. 제가 구인 발굴로 두 분을 면접에 보냈는데요. 한 분은 관리자급 정도로 실력이 좋았고, 또 다른 한 분은 그럭저럭 업무를 해낼 정도였어요. 그런데 채용은 후자가 됐죠.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팀 내 훌륭한 30대 관리자가 있는데 앞의 분은 채용되면 관리자처럼 굴며 기존 직원과 마찰을 빚을까 우려됐다는 거예요. 그보다는 적당한 기술을 겸비하면서 조직원들과 잘 융화할 분을 선호한 거죠.
성철 그럴 수 있어요. 또 스펙이 좋은 분 중에 면접에서 떨어지고 항의하는 경우도 봤어요. ‘내 평생 어디 가서 떨어져본 적이 없는데, 나를 채용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면서요. 사실상 오버 스펙을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방법은 결국 겸손이었을 텐데 말이죠.
Episode_2“이 분야를 잘 모르시나 본데… 여기 임원 중에 OOO 씨 있죠?”
면접에서 지나치게 자신의 경험이나 경력을 과시하거나, 인맥 등을 앞세우면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긴다. 신입사원의 자세로 말과 행동뿐 아니라 매무새도 단정해야 한다.
진행자 그밖에 면접에서 감점 요소가 있다면요?
미경 태도가 정말 중요합니다. 중장년은 아무래도 면접자의 입장이 돼본 지 오래고, 면접관으로의 경험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마치 자신이 면접관인 듯 거만한 자세로 앉아 계신다거나, 그런 투로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리면 본인이 예전에 어디 지점장을 했다거나, 어디 임원을 안다며 과시하시는 경우도 있죠.
성희 저희 기관에 오시는 분 중에도 ‘내가 기관장을 안다’며 인맥을 언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나름 아이스 브레이킹(낯선 사람과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것)을 하시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면접에서는 감점 요소이기 때문에 자제하시라 말씀드리죠. 또 경력이 있다 보니 ‘이런 것도 모르고 질문하네?’라고 생각하고 가르치려 들 때가 있어요. 사실 면접관이 그걸 몰라서 질문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성철 어떤 분들은 논쟁을 벌이기도 하시더라고요. 외적으로는 복장도 중요해요. 가령 면접장에 아웃도어나 패딩 점퍼 같은 걸 입고 들어왔다, 그러면 첫인상부터 마이너스예요.
성희 저는 염색을 권해드리기도 해요. 그런데 이를 거부하는 분들도 있어요. 어차피 서류에 내 나이가 다 있는데 뭐하러 가리느냐는 거죠. 사실 그런 나이를 기업에서는 부담스러워하는 건데, 외모라도 좀 완화하면 좋거든요.
영희 맞아요.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스타일을 참고해도 좋아요. 그 조직원들 사이에 있어도 이질감이 덜한 분위기로 연출해보는 거예요. 대체로 젊은 직원들과 일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염색도 하시면 덜 도드라지겠죠. 나이는 속일 수 없지만, 이미지는 좀 더 젊고 화사하게 바꿔볼 수 있어요.
성철 희망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유연한 문화라면 딱딱한 분위기의 정장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죠. 무조건 양복과 넥타이를 고수하기보다는 이런 점도 고려했으면 해요.
미경 가끔 여성 지원자분들을 보면 화려한 액세서리를 한다거나, 지나치게 튀는 원색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좋게 보는 경우가 드물더라고요.
진행자 복장 이외에 또 어떤 것들을 컨설팅해주시나요?
영희 저는 주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을 해요. 모의 면접을 해보면 유독 부정적인 뉘앙스로 답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실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도요. 결국 마음이 바뀌어야 내뱉는 말도 바뀌거든요. 그렇게 긍정적인 자기 인식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면 훨씬 자신감 넘치게 면접을 치를 수 있고, 채용 결과도 좋게 나오는 것 같아요. 더불어 신입사원의 마인드로 임하시도록 조언해드리곤 하죠.
성철 맞습니다. 품성이나 마음가짐이 개선되지 않은 채 단순히 면접 스킬만 높인 상태라면, 결국 채용되더라도 직장 생활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더라고요.
성희 사실 단편적으로 알려드릴 수 있는 듣기 좋은 답변들은 있죠. 그런데 자신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느끼면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에 내뱉지 못하시더라고요.
미경 그래서 저는 조금 불편한 내용이라도 가급적 솔직하게 말씀하시라 그래요. 겉으로는 긍정적인 이야기라도 뭔가 꾸며내는 것처럼 느껴지면 결국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거든요.
성철 거짓말은 아니지만,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연세가 많은 분은 청력이 약해 잘못 듣기도 하고요. 그럴 땐 ‘지금 질문하신 내용이 이런 게 맞습니까?’라고 자신이 잘 이해했는지 확인한 후 대답하시면 좋아요.
성희 한 예로 면접에서 대인관계를 물으면 오해를 하시고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한다’, ‘주변에 친구가 많다’라고 외향적인 성격을 어필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여기서 대인관계는 그런 의미가 아니거든요. 동료들과 얼마나 융화하고 협업할 수 있느냐를 묻는 거죠.
진행자 질문을 이해했지만, 예기치 못한 내용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성희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든, 본인의 역량을 보여줄 경험을 녹여 설명해주시면 좋아요. 젊은 세대와 협업했던 경험이라든지, 스토리를 곁들이면 훨씬 풍성해지죠.
영희 간혹 압박면접 상황에 당황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 역시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한다면 한결 수월해져요. ‘아, 지금 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저 면접관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는 거구나’라는 식으로요.
미경 그래서 면접이 잡히면 주변에 부탁해 이런저런 예상 질문을 연습해보는 게 좋아요. 상대를 면접관이라 생각하고 답변해보는 거죠. 이런 과정이 현장에서는 큰 도움이 돼요.
Episode_3“생각보다 연봉이 적네요.” (그냥 다니지 말아야겠다.)
면접을 마치고 채용하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지면 현장에서 연봉 등 계약 조건을 안내받을 때가 있다. 이때 생각보다 낮은 급여 등으로 인해 스스로 입사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진행자 중장년들이 가장 답변하기 곤란해하는 질문은 뭔가요?
영희 비자발적으로 이전 직장을 그만둔 분들은 퇴직 사유를 설명하기 난처해해요. 조직 내 갈등을 일으켰거나 저성과자인 경우가 그렇죠. 또 퇴직 후 경력 공백이 길면 설명을 잘한다 해도 답변이 좀 궁색하거나 안일해 보일 수 있어요. 연봉 문제에 대해 논할 때도 어려워하고요.
성철 중장년 면접에서 단골 질문 중 하나가 ‘이전보다 직급이나 급여가 낮아지는데 괜찮겠냐’ 이거예요.
성희 맞아요. 꼭 물어보죠. 최저임금 수준의 단순직이면 대체로 협상 단계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죠.
영희 채용 공고에서 연봉을 알리지 않거나, 공개된 연봉보다 적은 연봉을 제시하는 곳도 더러 있어요. 그러면 실망감 때문에 합격하고도 ‘이 회사를 다녀야 하나’ 고민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성희 연봉이 적으면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에 허탈해하시더군요. 그런데 어쩌면 그 기업에서 요구하는 일이 많지 않거나, 난이도가 낮기 때문일 수도 있거든요. 가령 내가 이전 직장에서 연봉 5000만 원을 받고 일했던 사람이더라도, 이 기업에서 원하는 업무가 3000만 원 정도 수준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업무량을 확인해보고, 그밖의 복지 수준 등을 함께 고려했을 때 적절한지도 따져야 해요.
성철 때론 업무량이 적어 괜찮다 싶었는데, 입사 후에 점점 일이 늘어나 난감해지기도 하죠. 대개 역량 발휘를 잘했기 때문에 업무가 많아졌을 텐데, 그러면 그만큼 급여를 올려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성희 그래서 조금 마음에 안 들더라도 면접 후 당장 연봉을 협상하기보다는, 3개월이나 6개월 후 업무에 따라 조정하는 시간을 갖자고 얘기해두면 좋아요.
성철 동의합니다. 3개월 정도 일해보면 조직이나 업무에 대해 파악할 수 있잖아요. 더 일할 만한 비전이 있는 곳인지, 급여 수준이 적정한지 파악해보고 조율해야죠. 협상이 안 된다면 퇴사를 고려해야겠지만요.
진행자 입사를 재고하는 경우가 또 있나요?
미경 거의 드물지만, 한 번에 두 곳에 합격하는 상황이죠. 이런 경우 얼른 의사결정을 해서 양사에 알려야 해요.
성철 전화로라도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문제는 너무 늦게 말하거나 아예 안 하는 분들이 있다는 거예요.
성희 가끔 미안한 마음에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거절은 빠르고 짧게 하시라 조언해드려요. 그리고 입사하는 기업이든, 안 하는 기업이든 ‘감사 인사’를 남기면 좋아요.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해당 기업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와드릴 의향이 있다’는 식으로 여지를 두는 거죠. 이런 소소한 매너가 나중에 기회로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미경 불합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면접관분들이 명함을 주시잖아요. 그러면 ‘오늘 면접 감사하고, 결과는 아쉽지만 추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문자나 메일을 남기는 거죠.
영희 결국 면접이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 여겼으면 해요. 나는 이 기업과 업무에 내가 적합한 사람이라는 걸 설득하는 거고, 면접관은 내가 그런 인재인지 검증하려는 거잖아요. 그 합이 맞고 서로 윈윈이 됐을 때 채용 가능성이 높은 거죠. 그러니 일방적으로 질문하고 수동적으로 답하는 관계로만 보지 말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한다 생각하면 좋겠어요.
계묘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아 변화된 정책 및 제도, 서비스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연금과 세금
[1] 노령 기초연금 수령 선정기준액 상향
올해부터 혼자 사는 노인 기준 월소득인정액이 202만 원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80만 원보다 12% 늘어난 금액이다. 부부의 경우에도 동일한 비율로 증가해 월소득인정액 323.2만 원이면 기초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월소득인정액이란 근로소득, 연금소득 등 실제소득에 금융재산 등 재산환산액을 더하고 각종 공제액을 뺀 액수다. 기초연금을 받으려면 주소지 관할과 상관없이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연금공단지사 방문 또는 온라인 복지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다.
[2] 연금계좌 세액공제 최대 900만 원까지 확대
개인⸱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가 400만원에서 600만 원으로 확대됐다. 퇴직연금까지 더한 세액공제 납입한도는 7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수령자부터는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이 12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과세 외 ‘15%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3] 과세표준 실거래가 적용,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5년→10년
1월부터 증여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2023년 증여분부터 취득세 과세표준을 '시가인정액'으로 산정한다.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적용되는 ‘이월과세’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증여받은 부동산을 10년 내 양도할 경우 취득가액은 증여가액이 아닌 증여자의 취득가액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가령 아버지가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10년 안에 팔면 자녀(수증자)가 아닌 아버지(증여자)가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증여와 관련된 절세가 어려워지며, 세금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4] 종부세 기본공제액 상향, 2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랐다. 1주택자라면 공제 기준이 기존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된다. 아울러 2주택자에 대한 다주택 중과세율 폐지로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2채 보유한 경우 중과세율(1.2~6.0%)이 아닌 일반세율(0.5~2.7%)로 종부세를 내면 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는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최고세율은 6.0%에서 5.0%로 낮아진다. 주택 수에 따라 달리하던 종부세 세부담 상한율은 150%로 일원화된다.
[5]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세액공제 혜택에 답례품은 덤
올해 1일부터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을 위해 도입됐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를 제외한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은 해당 지자체의 취약계층 지원 및 문화·예술·보건 증진 등을 위해 쓰인다. 기부액은 연간 최대 500만 원이며, 금액에 따른 세액 공제를 받는다. 10만 원 이하는 기부금 전액, 10만원 초과는 16.5%를 공제해준다. 기부금의 30% 한도에서 해당 지자체의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받아볼 수 도 있다. 고향사랑 기부제 종합정보시스템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 그밖에
△복권 당첨금 200만 원까지 비과세
△제주 여행객 면세 한도 800달러로 상향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연장(6월 말까지)
△휘발유 유류세 인하폭 25%로 축소(기존 37%)
△중견기업 통합투자세액공제율 3%→5% 인상
△영화 관람료 소득공제 도입(7월 예정)
◇ 일자리와 평생교육
[6] 최저임금 9620원, 연장근로시간 주 69시간까지 확대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시간당 9160원보다 460원(5%) 올라 9620원으로 책정됐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 시급 1만1555에, 주 소정근로 40시간을 감안해 계산했을 때 총 201만580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서 적용된다. 연장근로시간의 경우 주 52시간에서 주 69시간까지 탄력적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이로써 하루 11.5시간 근무가 가능해지며, 장시간 노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7] 고령자 고용 연장 논의 시행, 경제활동인구 연령구간 세분화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고용 연장에 따른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60세 이상 계속고용 법제 마련 및 한국형 계속고용 제도 도입을 검토를 시작하기로 했다.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 시 중소기업의 공제액을 상향(수도권 1100만 원→1450만 원, 지방 1200만 원→1550만 원), 고령층 채용 지원에 나선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연령구간도 고령화에 맞춰 기존 ‘70세 이상’에서 ‘70~74세’, ‘75세 이상’으로 세분화한다.
[8] 생애도약기 평생학습 지원 추진, 재직경력 학점·학위 인정 도입
교육부가 발표한 ‘평생학습 진흥방안’(2023~2027)에 따라 30~50대 국민을 생애도약기로 지정, 학습 시간·비용·콘텐츠·상담 등 종합적 지원을 해나간다.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지원을 위해 관계부처, 지자체, 민간 등과의 협업도 지속할 방침이다. 아울러 재직 경력을 국가에서 학점, 학위로 인정하는 ‘국가 학습경험인정제’를 도입하고 고령층, 저소득층 등 사회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 또한 강화한다.
[9] 50+캠퍼스 40대부터 이용 가능, 동부캠퍼스 개관 예정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플러스캠퍼스가 올해부터 만 40~64세로 이용 대상을 확대한다. 40대 서울 시민을 위한 특화 직업 전화 전문교육을 제공해 일자리 참여 기회를 증대할 계획이다. 기존 서부(은평), 중부(마포), 남부(구로), 북부(도봉)에 이어 올 하반기 동부(광진)캠퍼스 개관을 앞두고 있다.
[10] ‘서울런 4050’ 운영, 디지털동행플라자 조성
기존 평생학습포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서울런 4050’을 통해 중장년의 전직,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3월부터 예정). 참여자 개개인별로 맞춤 컨설팅과 학습을 지원할 100여 명의 ‘온라인 직업훈련멘토단’을 운영한다. 종합적인 지원을 통솔할 인생전환지원센터는 내년 중구 정동에 개소할 예정이다. 아울러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 추진을 위한 장노년층 중심의 디지털 교육공간 ‘디지털동행플라자’가 연내 2곳 조성된다(장소 미정).
+ 그밖에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 중장년내일센터로 개편
△플랫폼 종사자 대상 특화훈련 시행(내일배움카드)
△중장년 기술창업 위한 ‘창업·창직 사관학교’ 연내 4개소 운영(2026년 6개소 확대 예정)
비영리 활동법인(NPO) 홋토플러스(ほっとプラス)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후지타 다카노리(藤田老典). 그가 2015년 발표한 ‘하류노인’(下流老人)은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하류노인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현장에서 만난 노인 대부분이 기본적인 생활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세상에 보이도록 ‘하류노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고령화로 인해 예산 부담이 커지자 고령자에 대한 사회보장비용을 줄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출판 이후 여론이 형성되었고, 저연금·저소득 고령자, 주민세 비과세 가구(주민세가 면제될 정도로 수입이 없는)인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추가 지원금이나 현금 급부 등의 정책이 잇달아 나왔다. 물론 그는 여전히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한다.
2025년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의 하류노인 문제를 꼬집은 후지타 다카노리와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다.
Q 작가님께 상담 온 많은 이들이 “내가 하류노인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면서요. 우리는 노후 형편을 걱정하면서도 왜 ‘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과거에는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많았고, 지역에서 다양한 교류가 있었습니다. 노인들과 교류할 일이 많다 보니 ‘나 또한 미래에 노인이 될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고립화대책담당 장관을 둘 정도로 개인의 고립화가 심각합니다. 가족이 없고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은 채, 인터넷으로만 소통하는 ‘고족’(孤族)이 늘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고령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가까이서 피부로 접할 기회가 줄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괴로움이나 고민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로 여기기가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Q ‘하류노인’을 통해 고령자의 빈곤을 밝힘과 동시에 정부 비판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류노인’은 결국 사회 구조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요. ‘빈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며 ‘생활보장은 권리’라고 지적하셨는데요. 국가는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요?
저는 ‘북유럽 모델’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정부’로 순차적으로 변경해가면서, 세금을 인상하고 급부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모델입니다. 일본은 미국, 영국 등을 모델로 삼았는데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유럽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세금이 높은 대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론의 반대가 있겠지만, 세율 인상도 검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세 시대가 되었습니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고령 인구는 늘어 사회보장비가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사회보장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거기에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가족 부양의 힘이 약해졌습니다. 또 하나, 일본에서는 ‘빙하기 세대’(1970~1984년생)라고 불리는 세대가 있습니다. 버블경제 붕괴 후 취업난을 겪은 이들인데요. 이 자녀들을 부양하는 것은 가족인 부모 세대의 몫이 되어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고령자가 많아지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 사회입니다. 사회적 약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요.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인권 옹호의 대상이 되는 것이 근대 선진국의 도달점입니다만, 그 가치가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가치 규범이 변해야 할 것입니다.
Q 연금 수령 시기는 늦춰지고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령자에게 일자리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선진국에서 ‘일하는 고령자’가 있다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하셨는데요. 한국도 일본처럼 65세가 넘어서도 일하고 싶어 하는 고령자가 많고, 가장 큰 이유는 생계를 위해서입니다. 고령자의 일자리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로 임금을 받는 노동 형태인 임노동(賃勞動), 특히 노인의 임노동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사회보장, 연금, 주택, 간호 제도 등이 정비된 북유럽 국가에서는 고령자에게 임노동이 강요되지 않습니다. 노인은 자신의 재미와 삶의 보람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생계를 위해 일합니다. 고령자는 연금을 받기 때문에 저렴한 임금이어도 일하고 싶어 합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이죠. 그런 의미에서 ‘노인의 임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들이 사회공헌적인 일에 종사했으면 좋겠습니다. 간호, 보육, 청소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업무는 저임금에 항상 노동자가 부족합니다. 거동이 어려워 생필품을 사거나 장보기 어려운 고령 인구를 뜻하는 ‘쇼핑 난민’도 늘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에서는 관리 인구가 없어 곰이나 멧돼지 수해가 심각해지고, 산림·논밭이 황무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성 높은 일에 고령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 설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Q 노인 일자리는 한국에서 사회적 고립을 막는 중요한 역할로도 작용하고 있는데요. 작가님도 책을 통해 ‘행복한 하류노인과 불행한 하류노인의 차이는 인간관계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지역 네트워크를 강조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야 할까요?
지방에서는 고령자조합, 협동조합이 차례로 설립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회적 노동입니다. 정부는 2022년 10월에 협동노동법을 새롭게 시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농림·수산 자원의 관리나 보호, 수도설비의 보수 및 점검, 커뮤니티 버스 운행, 휴경지나 빈집 관리, 아이 식당(무료 혹은 저렴한 금액으로 부모와 아이가 이용할 수 있는 식당), 푸드뱅크(잉여 식품의 무료 배포), 지역 청소 활동, 자원봉사 활동 등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공성이 높은 일을 고령자가 맡아준다면 사회에 도움이 되고, 고령자도 의지할 곳이 생길 것입니다.
Q 하류노인에게 주거는 무척 큰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공공주택이나 임대주택, 주택보조비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일본도 한국도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요. 인구 감소 시대에 주택 사유재산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이 가치관을 바꾸어가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공영주택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저렴한 주택, 임대보조제도가 많이 있습니다. 일부 부자들은 주택을 구입합니다만, 대부분은 주택에 대해 모두가 관리하는 공공재라는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관리하는 공유 재산인 셈이죠.
고령자는 간호가 필요하면 원래 살았던 집의 단차나 설비를 고쳐야 합니다. 오랜 세월 같은 집에 계속 사는 것이 아니라, 연령·신체 기능에 맞는 집에 부담 없이 이사할 수 있도록 해나가고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계속 증가하는 빈집을 지자체가 인수해 필요한 세대에 배포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빈집은 늘어날 것이므로 새로운 집을 짓기보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배해야 합니다.
Q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본인이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 때문에 제도 활용도가 낮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전일본연금자조합의 고령자와 최저보장연금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에게만 지급하는 기본 수입 같은 것입니다. 65세가 되면 월 8만 엔(도시부에서의 생활보호 생활부조금액)을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죠. 그러면 신청할 필요도 없고, 모두에게 지급되기에 생활 보조금을 받는 것이 부끄럽다는 인식도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재원 논의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일본은 마이넘버카드(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증과 일원화해 소득·건강 상태를 통합해 AI로 관리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면 저소득층에게는 현금 급부 등이 쉬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행 계좌에 신청하지 않아도 세금 환급금, 급부금이 지급되니까요. 더 나아가 병원의 진료 비용, 간호 비용 등이 무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도로를 걸을 때 이용료를 내지 않지만, 이는 세금으로 만든 것입니다. 세금을 지불했다면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할 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청주의를 없애기 위한 구조 도입은 중요한 논의 사항이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노년기의 ‘빈곤’을 고민해야 할 우리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해진다는 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타인을 자신의 가족처럼 조금이라도 돕는 사회, 시스템, 정책 등을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빈곤해지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의 초고령사회가 절망이 아니라 희망으로 바뀌기를 바라며 이웃으로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 내에 실업급여(구직급여)를 자주 받으면 받는 금액이 줄어든다.
고용노동부는 9일 고용보험위원회를 열고 구직급여 반복수급에 관한 '고용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은 노사 전문가들이 고용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지난 4월부터 마련했다.
구직급여 부정수급을 줄여 실업급여가 꼭 필요한 시니어 같은 비자발적 이직자가 제대로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의결한 내용을 토대로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최종 개정안을 마련한 다음, 8월에 입법예고를 할 계획이다.
최종 개정안에 담길 내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구직급여를 5년 동안 3번 넘게 받으면 3회째부터 수급 횟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감액된다. 예로 하루에 지급하는 구직급여를 5년 동안 3번 받으면 3회 때는 10%, 4회 때는 25% , 5회 때는 40%, 6회가 넘으면 50%를 깎는 방식이다.
구직급여 대기기간도 연장한다. 예로 5년 동안 3회면 2주, 4회가 넘으면 4주가 지나야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적극적으로 재취업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임금이 매우 낮은 구직자는 제외한다. 또 입‧이직이 빈번한 일용근로자도 제외한다. 예를 들어 정해진 구직급여 지급 일수가 절반도 지나지 않아 재취업했다면 적극적 재취업자로 판단해 반복수급 횟수에서 뺀다.
구직급여 악용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는 고용보험료를 추가로 부담시키는 방안도 담는다.
사업장에서 3년 동안 발생한 구직급여 수급자 중에서 12개월 미만 근속자 비율이 90% 이상으로 높고, 3년간 부과한 보험료보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구직급여 수급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해당 사업장에 추가 부담료를 청구하는 방식이다.
사업장에 대한 고용보험료 인상은 2025년부터 이뤄진다. 정부가 관련법을 시행한 뒤 3년 동안 실적을 쌓아 이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할 계획이어서 3년 이상 기간이 더 필요해서다.
또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는 자발적 이직자가 단기일자리에 일시적으로 취업한 다음 비자발적으로 이직해 구직급여를 신청하는 편법을 줄이고자, 이들에게는 4주가 지나야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다.
한편 예술인과 노무제공자 고용보험 적용 최저 연령을 15세로 설정했다. 원하면 임의 가입도 허용한다. 외국인 예술인의 수급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도 마련한다.
근로자와 예술인, 노무제공자처럼 유형이 다른 여러 피보험자격을 가진 복수 피보험자격자가 구직급여를 받을 때는 불이익을 생기지 않도록 피보험자격 중 하나를 선택해 구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한다.
65세가 넘는 시니어들이 마스크를 만든다. 아이돌봄 택시를 운전하거나, 공짜 지하철 타고 택배나 책을 배달한다.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일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일이 각 지역에서 실제로 준비되거나 진행되고 있다. 2020년대 시니어는 집에 있기보다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스스로 생활비도 충당하길 원한다. 척박한 일자리 시장에서도 시니어들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있다. 이런 기대에 여러 지자체가 호응하면서 시니어들이 다양한 일과 만나고 있다.
어르신 행복 찾아주는 노원구 ‘어르신 행복주식회사’
노원구는 다음달 1일부터 ‘어르신 행복주식회사’를 운영한다. 대상은 노원구에 거주하는 만 60~70세 어르신이다. 주 5일 기준 하루 4시간 근무하고, 월 100만 원 상당의 보수를 받는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을 보장하며, 법인이 안정된 뒤에는 단계적으로 법정최저임금을 웃도는 수준으로 생활임금 인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르신 행복주식회사는 수익 창출과 함께 지속적으로 사업을 발굴해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참여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설립 첫 해인 올해는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무직 3명과 현장 근무를 맡는 어르신 40명으로 운영한다. 다음 달부터 공공시설 청소와 시설관리, 여성안심서비스 사업, 아이돌봄 택시 등 공공 일자리와 연계된 사업부터 추진한다. 자체 특화사업인 ‘보건용 3D(KF) 마스크 제조’ 생산설비를 마련하면 올 12월에 마스크 생산과 판매도 시작한다. 현장 근무자는 공개 채용할 예정이다.
‘배달의 어르신’, 동작엔 택배, 금정엔 책 배달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유명 배달 애플리케이션 캐치프레이즈 속 ‘민족’에 시니어를 빼놓을 순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급속도로 불어난 배달 수요와 일을 원하는 시니어가 만나 ‘시니어 딜리버리’가 탄생했다. 서울 동작구의 ‘동작 거북이’와 부산 금정구의 ‘시니어 북 딜리버리’가 대표적이다.
지하철 택배 ‘동작 거북이’는 어르신들의 소득창출과 사회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거북이라는 이름은 느리지만 성실하게 물품을 배달한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동작 거북이로 활동하는 어르신은 시니어패스로 지하철 무료승차가 가능한 어르신들의 이점을 활용해 물품수령지와 사업장에서부터 고객이 원하는 장소까지 물품을 배송한다.
지난 3월 46명의 동작 거북이를 모집해 운영 중인 동작 거북이의 실제 이용 후기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당일배송이 가능한데다 오토바이 퀵서비스보다 가격이 저렴한 덕분이다. 실제로 배송량 증가에 따른 인력을 추가 모집 중이다. 만 60세 이상으로 동작에 거주하며, 생계급여수급자와 공공일자리사업 참여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부산 금정구 시니어 북 딜리버리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작은 도서관의 책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시범 운영 기간 세달 동안 서비스 이용 권수가 500여 권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며 전국 사업으로 확대됐다. 금정구 관계자는 “배송 가능 대상을 기존 5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서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확대하고, 관내 전역으로 넓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니어와 함께 가는 ‘시니어동행편의점’과 '함께그린카페'
기업과 손잡은 지자체가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지난해 경기도는 GS리테일과 ‘경기-GS 시니어동행편의점’ 사업을 추진해 4곳의 편의점과 37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오전·오후 근무는 시니어가, 야간 근무는 청·장년층이 맡는 세대통합형 일자리사업이다. 지난 3일에는 경기 시흥시가 ‘시니어동행편의점’을 확대 개설하는 내용의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경기도 곳곳에 시니어동행편의점이 문을 열고 있다.
시니어와 함께 가는 편의점은 서울에도 있다. 바로 강서구 ‘GS25 시니어편의점’과 금천구 ‘착한상회’다. 업무 내용은 경기 시니어동행편의점과 비슷하다. 단 강서구 시니어편의점은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만 운영하며, 만 60세 이상 시니어 직원 12명이 3교대로 일한다. 시니어편의점 직원은 주 2~3일, 월 50시간 근무하며 물품 판매와 매장 관리 등 편의점 맨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금천구의 ‘착한상회’는 지난 14일 1호점(가산동)에 이어 2호점(시흥1동)이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시 최초 어르신 편의점인 착한상회 역시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3교대로 근무한다. 가맹비와 보증금 등은 편의점 본사(GS25) 사회공헌사업으로 면제받았다. 가맹계약기간은 1년으로 기대수익이 낮을 경우 본사 보조금을 지원받는 조건이다.
금천시니어클럽은 착한상회 외에도 ‘함께그린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함께그린카페는 이미 5호점까지 있어 성공한 시니어 일자리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지역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시니어를 모집해 안전·직무교육, 현장실습 등 전문강사의 바리스타 양성 과정을 지원한다. 과정을 수료한 시니어들은 함께그린카페 다섯 곳에서 3명씩 5개 조로 나뉘어 하루 4시간, 주 3일씩 교대로 근무한다.
금천구 외 다른 지자체에서도 시니어 일자리 사업을 내놓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단발성 유행을 넘어 꾸준한 흐름으로 확산돼 시니어에게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