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고는 것 때문에 부부는 각방을 씁니다’, ‘코 고는 습관 때문에 아내가 여행을 기피하게 됩니다.’, ‘잠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두통이 있습니다’, ‘낮에도 졸립고 운전에 방해가 됩니다’ ‘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코골이 환자는 성인 10명 중 평균 3∼4명꼴로 많은 편이다. 2004년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에 참여한 대상자 자료 분석한 결과 수면다원검사에서 남성 27%, 여성 16%에서 코골이가 확인됐다. 3~12세 아이들은 평균 4~5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
김동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교수(이비인후과)는 “단순히 들리는 소리 때문에 코골이를 코에서 나는 소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기도 내 기류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늘어진 구개수(목젖), 혀, 입천장, 인두 등의 입이나 목 안의 구조물 또는 주위 구조물에 진동을 일으켜 발생하는 ‘호흡 잡음’이다”고 정의했다.
코골이 3분의 1은 수면무호흡증 동반
단순히 코골이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3분의 1이상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 수면무호흡증이 매일 밤 되풀이되면 낮 동안 심한 졸림증과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종종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시니어의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에도 장애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외 여러 학회에서 보고되고 있다.
코골이의 생리적인 원인은 노령, 호르몬 이상, 비만 등으로 그중에서 비만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부학적 원인으로는 코 저항을 증가시키는 여러 가지 코질환이 있고, 소아의 경우 아데노이드증식증, 구강 인두 점막의 비후 등이 있다. 또한 연구개가 늘어져 있거나 편도선이 커져 있는 경우처럼 기도의 해부학적 이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유발인자로 흡연, 음주, 항히스타민제나 진정제 같은 약물의 복용 등이 있다.
코골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호흡에 관여하는 코, 목, 편도 등에 관한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 먼저 코 안의 용종(물혹), 비중격 만곡증(코뼈가 휜 것) , 만성 비염, 편도 비대증, 대설증(혀가 큰 것) 등과 같은 구조적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이어 체중, 비만의 정도를 관찰하고 합병증과 관련 있는 고혈압, 부정맥 등 심혈관계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다. 치료방침을 정하기 위해서는 내시경이나 X-ray,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등을 통해 폐쇄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한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뇌파·근전도·호흡·심전도·안전도 등을 측정한다. 시간당 무호흡 및 저호흡이 몇 회나 되는지, 중증도는 어느 정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낮에 과도하게 졸리고 잠이 들거나 깰 때 환각·수면마비 같은 증상을 보이는 기면증 등 다른 수면 질환이나 부정맥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한 가지 원인만으로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체중감소를 위한 규칙적인 운동, 수면자세, 금주, 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는 혀끝을 입천장에 대고 혀를 뒤쪽으로 밀어뜨리는 것과 목젖을 울리면서 ‘아’ 소리를 내는 ‘구강인두훈련(oropharyngeal exercise)’을 매일 했을 때 코골이가 36%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우에 따라 항우울제나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같은 약물치료를 할 수도 있다. 또한 양압기 등 입안에 마우스피스처럼 착용하는 구강 내 장치라는 기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술적인 방법으로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한 부위의 일부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근육 또는 점막의 떨림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김동현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코골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취침 전 식사는 가급적 삼가고 금주, 금연, 적절한 운동, 체중 관리 등 건강한 수면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벽 1시 잠을 자야 하는데, 바로 옆에 누워 있는 코골이 환자 때문에 도통 잠을 잘 수가 없다. 85dB, 자동차 경적이나 비행기 착륙소음과 동일한 세기로 마구 울어댄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숨을 안 쉰다. 걱정이 돼서 얼굴 한 번 쳐다보니 ‘드르렁~’ 살아 있다고 소리친다. 왠지 심란해지는 새벽이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도움말 고려대 안산병원 신철 교수
중년에 접어들면 신체의 근력이 떨어지면서 기도 역시 탄력이 떨어져 좁아진다. 이때 공기가 지나가면서 주변에 진동을 일으켜 코골이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심해져 기도가 아예 막히면 수면 무호흡으로 증상이 발전한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신철 교수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으로 인해 신체의 산소가 부족해져 교감신경을 자극해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뇌졸중, 치매, 뇌출혈, 심근경색, 당뇨병 등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돌연사의 위험까지 있다. 특히 수면무호흡은 급작스러운 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을 25배 증가시키는 등 매우 위험한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폐경 이후 호르몬의 변화나 자녀의 독립, 직장 은퇴 등의 사회적 변화로 인해 그리움, 괴로움, 외로움 등을 느끼게 되고 이는 수면장애로 이어져 심할 경우 우울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안정한 수면은 노화를 앞당긴다
잠을 자다 호흡이 비정상적으로 끊기면 본인도 모르게 깨게 되고 수면 안정도가 떨어진다. 이때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가 짧아진다고 한다. 노화시계로 불리는 텔로미어는 그리스어 ‘텔로스’(끝)와 ‘메로스’(부분)의 합성어로 세포 속 염색체 양 끝에 존재하며 DNA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젊은 사람의 경우 약 1만 개의 긴 텔로미어를 갖고 있지만,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며 텔로미어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세포는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수면장애는 텔로미어의 감소를 불러 급노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신철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다가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1시간에 5번 이상 생길 때를 말한다. 최근 성인 3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통해 발견했는데, 수면무호흡이 1시간에 15번 이상 나타나는 중증환자는 잠을 잘 자는 사람에 비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50% 이하로 매우 짧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수면무호흡증 연구 결과이지만, 수면무호흡증에만 한정지으면 안 된다. 모든 불안정한 수면은 노화를 촉진한다”고 밝혔다.
‘드르렁~드르렁~’ 황혼이혼의 원인
코골이를 비롯한 수면장애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부부는 결혼생활의 불만족도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사회생활과 자녀양육의 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삶을 정리할 시기가 시작되는 55세 이상 부부들은 젊은 부부들보다 수면장애와 부부생활의 상관관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지칠 대로 지쳐 황혼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철 교수는 “4년간 추적 관찰 한 결과, 55세 이상에서 결혼에 만족하는 부부는 29%만이 수면문제가 있었지만, 결혼에 불만족스러운 부부에서는 50%에서 수면문제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신중년 부부들은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이것이 스트레스로 이어져 수면장애가 생기게 된다”며 “증가 추세인 황혼이혼은 수면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가족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질병
앞서 말했듯 수면장애는 본인은 물론 부부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당사자는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족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실제로 수면무호흡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옆에서 자고 있던 부인이나 남편의 죄책감은 클 수밖에 없다. 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신철 교수는 “수면무호흡이나 분절수면 등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등 수면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조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보통 수면 장애는 본인 스스로 그 여부를 인지하고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수면 장애 이력이 의심되거나 관찰된다면 환자를 즉시 병원으로 데리고 가 상담을 받게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숙면을 위한 TIP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굽히는 자세가 좋다.
▲등불을 켜지 않는다.
▲적당한 두께의 이불을 덮는다.
▲7cm정도 높이의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배가 너무 부르지 않게 한다.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들이고 되도록 낮잠을 자지 않는다.
▲잠들기 전에 자극적인 활동, 담배나 약물을 피한다.
▲오후나 저녁부터는 커피, 콜라, 차, 초콜릿 등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 배가 고플 경우, 우유나 간단한 간식은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좋지만 잠들기 3시간 전에는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