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에 있는 ‘리하원’은 ‘자립지원형’ 데이케어 센터를 운영하면서, 방문 요양 서비스도 제공하는 재가노인복지센터다. 리하원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의 ‘자립’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기존 요양산업이 환자를 맡기거나 수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리하원은 어르신들이 잔존기능으로도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잔존기능은 자신의 의지로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지적, 신체적 능력 수준을 말한다.
‘목표’로 생활에 활기를 주다
리하원은 이용자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목표의식’을 준다.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는 요양 시설이 아니라 생활공간으로서 작용하고 활기를 가지도록 하는 것. 주변 슈퍼마켓에 직접 다녀오거나, 옥상에 있는 텃밭에서 쌈 채소를 키워 직접 먹을 수 있는 활동 등을 펼친다.
일상생활에 동기를 유발하는 ‘리하뱅크’ 프로그램은 리하원 만의 고유 프로그램이다. 자립과 역할 지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시설 내에서 재미를 느끼며 생활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해주고, 원하는 일을 선택하도록 한다. 그렇게 목표를 달성하면 소정의 코인을 주고, 어르신들은 리하원 내에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리하뱅크’ 프로그램을 2020년 장기요양 급여제공 우수 사례로 꼽고 장려상을 수여했다.
리하원에서 하는 목욕 서비스도 같은 맥락이다. 보통 주간 보호센터는 목욕 서비스를 잘 하지 않는데, 리하원은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더라도 스스로 목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개별관리카드도 직접 작성한다. 자기 선택과 자기 관리를 목표로 하는 활동의 일환이다. 이 카드를 자리에 두고 생활하는데, 카드에 적힌 데이터들은 이후 리하원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데 활용된다.
어르신들은 리하원에서 하루에 6~7시간을 보낸다. 리하원은 어르신들의 활동을 영상으로 담아 공식 유튜브에 브이로그처럼 올린다. 요양 시설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없애고, 보호자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영상 촬영과 편집은 임기웅 대표가 직접 하고 있다.
개인별 데이터 기반,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스스로 자립하면서 목표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리하원은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오전에는 단체로 체조하고 오후에는 인지, 신체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마치 대학 강의를 수강하듯이 어르신들은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임기웅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코리아 대표는 “다른 시설들은 대부분 정해진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리하원은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코리아는 리하원 본사로, 모회사는 일본의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다.
어르신들 각자의 상황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모회사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의 시스템을 가져온 것이다. 일본의 요양 산업은 우리나라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리나라 요양 산업은 주로 요양원과 같은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 일본은 요양이 필요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이용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보험자 주권’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혀있기 때문. 따라서 일본의 요양 관련 기업들은 대체로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선보이는데,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는 그 안에서도 ‘개인 맞춤형 자립 재활’을 추구한다.
요양 시설을 찾는 이용자는 저마다 살아온 삶의 방식, 처한 상황 등이 다르다. 잔존 기능도 제각각이다.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을 고를 때는 개인의 잔존기능과 선호도를 파악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그저 관람하는 게 아니라 참여하는 프로그램들로, 일명 ‘커스텀메이드서비스’라고 불린다. 이용자 개개인에 따라 목적과 방향을 설계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요양 시설에서 정해진 강의에 많은 인원을 참여시키는 것과 달리, 스스로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소규모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자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리하원의 또 다른 특징은 중증 어르신이 많다는 점이다. 임기웅 대표는 중증 환자를 받아주는 시설이 많아져야 한다고 봤다. “보통 데이케어센터에서는 중증 어르신을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도움이 많이 필요하시거든요. 결국 이분들은 요양원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중증 환자이더라도 요양원이 아니라 집에서 생활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의료 인력도 함께 상주하면서 경증, 중증 어르신 모두가 오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증, 중증 어르신을 나누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리하원의 특징 중 하나다. 프로그램은 시설에 상주하는 전문 인력이 진행한다. 경증 어르신들은 예방 프로그램에, 중증 어르신들은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특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신체 활동에 관련된 것이라고.
시설을 ‘졸업’합니다
일본의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에서는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조기 발견→예방→졸업’의 개념으로 시스템을 운영한다. 시설을 졸업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한 개념이다.
임기웅 대표는 “노쇠라고 하면 보통 기능이 떨어지는 것만 생각하지만, 노쇠의 초기 진입 단계가 있다. 이때 노쇠의 시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장기요양등급을 받거나 장기요양 대상자가 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들이 있다. 조기 발견으로 노쇠를 예방하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치료를 받고 퇴원을 하듯이, 시설에서 이용자가 노쇠를 예방하고 학교 졸업하듯 시설을 졸업해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요양 시장 자체가 다르게 형성되어 있어서, 조기 발견에서 졸업까지의 시스템을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리하원은 ‘개선’에 초점을 맞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서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한다. 자립 지원, 데이터 기반 케어, 다직종 연계 케어다. 자립 지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자립지원형’이라는 리하원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두 번째로 데이터에 기반해 케어한다. 석 달마다 계획, 점검, 목표 달성, 확인, 노쇠도 측정을 반복한다. PDCA(Plan Do Check Action) 과정을 통해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목표가 “가족들과 국내 여행을 가고 싶다”라면, 먼저 그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확인(잔존기능 확인)한다. 이후 목표에 맞춰 석 달 동안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들을 기록해두고, 3개월 후 목표 달성까지 어떤 부분을 더 해야 하는지 확인한 뒤 노쇠도를 측정한다. 만약 해당 기간에 목표치가 달성되었다면 다음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달성되지 않았다면 다시 3개월의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는 실제 이용자의 데이터를 반영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 시설에 상주해 이용자를 분석하는 다직종 연계 케어를 실시한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케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임기웅 대표는 요양 산업이 소비자에게 좋은 쪽으로 발전하려면 “보호자가 서비스를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공급자 위주로 발전한 요양 시장은 케어가 힘든 중증 환자를 받지 않는다거나 하는, 공급자가 수요자를 역선택하는 상황을 만든다”면서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보다 이용자에게 얼마나 좋은 서비스가 있느냐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증 환자들도 올 수 있는 재가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돌봄뿐 아니라 의료서비스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리하원에 의료 전문인력이 상주하는 이유다. 물론 데이케어센터에 의료인력이 상주하려면 운영비가 많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전문 인력의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임 대표는 “간호사나 물리치료사가 꼭 병원에서만 일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데이케어센터에서도 의료 인력들이 필요하고, 일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는 의료 인력들이 일하는 곳이 병원뿐 아니라 더 다양한 곳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 많은 어르신이 요양원에 가지 않고도 자립하여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날이 오기까지, 리하원은 어르신들의 ‘자립’을 계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다.
은퇴를 앞둔 86세대는 걱정이 많다. 우선 고정적인 수입이 끊긴다는 점이 공포스럽다.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는 신체적 변화도 두렵다. 일만 열심히 했던지라 은퇴 후 닥쳐올 방대한 시간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막막하다. 이런 그들을 위해 일하는 은퇴자 컨설턴트가 있다. 같은 고민을 공유하기에 그의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인생 2막 설계 서비스는 호응도가 높다. 동년배 친구와 강사, 컨설턴트를 넘나들며 고객의 마음이 편해지도록 돕는 86세대 이관석 신한은행 은퇴솔루션 컨설턴트를 만났다.
이관석 컨설턴트는 명예퇴직한 회사에 재취직한 케이스다.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실제로 은퇴해본 자산관리 경력자가 필요하다는 은행장과 퇴직연금사업그룹장의 판단으로 이뤄진 일이다. 명퇴 전 자산 규모 50억 이상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관리 업무를 맡았던 경험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전에 비해 보수도 적고 업무량도 소일거리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일은 만족스럽다. 그간 해왔던 업무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일할 수 있어서 현재 맡고 있는 ‘은퇴 자산관리 컨설팅’은 앞으로 발전할 유망 분야를 개척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무엇보다 은퇴를 앞둔 동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차다. 일대일 은퇴 컨설팅을 진행할 때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을 우선시한다. 솔루션 제공은 그 다음 일이다. “본인은 은퇴 후 일터를 떠나 여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데 백세 시대이니 무조건 일하라고 한다거나, 계속 일하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으니 일터를 떠나 여행하고 놀러 다니라고 조언한다면 듣는 사람 마음이 편할까요?”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이미 은퇴를 경험해본 데다 숱한 컨설팅 경험으로 다져진 그다. 이관석 컨설턴트는 1년째 하고 있는 컨설팅과 강의가 마냥 즐겁다.
“86세대, 수혜자이자 낀 세대”
그가 평가하는 86세대는 고도성장의 수혜자이자 자식 부양을 받지 못하는 낀 세대다. 어릴 적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경제·사회적 신분 상승이 가능했고, 집도 한 채씩은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누렸다는 것. 하지만 정호승 시인이 말했듯 누구나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는 비슷하다. 86세대는 부모를 부양해야 하지만 자식에게는 부양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가 되었다.
그런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단연 건강이다. “나이 50이 넘어가면 몸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것을 느낍니다.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난 자리의 대화 주제는 거의 대부분 건강입니다. 어디가 어떻게 안 좋아졌는지, 그래서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 무엇이 효과가 좋았는지 등을 얘기해요. 서로 가진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죠.”
건강 다음은 전혀 달라질 인생 2막에 대한 걱정이다. 장수는 축복이라는 것도 점차 옛말이 되어가는 시대, 요즘 86세대는 ‘오래 사는 위험’에 대해 고민이 많다. 은퇴 후 40~45년을 살아가야 할 이들의 고민거리를 한 가지씩 추려내니 무려 다섯 가지나 된다. 첫째 유병(有病)장수, 둘째 무전(無錢)장수, 셋째 무업(無業)장수, 넷째 독거(獨居)장수, 마지막으로 투쟁(鬪爭)장수다. “돈 걱정 없고 건강하고 화목하게 오래 살 수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걸 다들 알고 있으니 걱정하는 것이지요.”
고객들의 고민 대부분은 그도 공감하는 바이나, 무전장수에 대해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건강만큼이나 노후생활비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과도한, 어찌 보면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매달 받던 월급은 끊기고, 다달이 지급되는 국민연금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우니 걱정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과도한 걱정이에요.”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은퇴한 노부부 월 적정생활비는 283만 원, 최저생활비는 197만 원이다. 그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야겠지만, 그는 국민연금에 더해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퇴직연금제도를 이용하면 충분한 노후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퇴직연금을 준비하지 못한 채 은퇴했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므로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은퇴자 자산관리 컨설팅에 나설 때 그가 강조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찾지 말고 연금으로 수령하라는 것. 세금 절세는 물론 금융소득종합과세, 건강보험료 등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은퇴자가 빠지면 안 될 4대 크레바스
크레바스(Crevasse)란 빙하가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이다. 한번 빠지면 구조되기 어려워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지형으로, ‘소득 크레바스’나 ‘연금 크레바스’ 등 경제·사회적 위험 요소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이관석 컨설턴트는 컨설팅, 은퇴자 대상 강의에서 4대 크레바스에 대한 설명을 빼놓지 않는다.
‘배우자 크레바스’는 은퇴한 남성들에게 특히 위험한 크레바스다. 은퇴 후 집에서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칫하다 크레바스에 빠져 이혼하게 되면 앞으로의 노후가 암담해지는 것은 물론, 살아온 인생 자체가 허망해지기 쉽다. “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를 보세요. 최근 배우자 크레바스에 빠져 그가 모은 재산이 반토막 나고, 그간의 명성에도 먹칠을 하지 않았습니까?”
두 번째는 자식 크레바스다. 자신의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음에도 자식의 유학, 결혼, 사업 자금을 대다 노후가 불행해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잘해주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지원해주라고 말한다. 과도하게 지원하다 노후 자금이 축나서 훗날 부양 부담을 지우는 것보단,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두 아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다. “법적으로 성인인 자녀에게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는 한도는 5000만 원입니다. 그래서 아들들에게 미리 말했지요, ‘너희 결혼할 때 5000만 원씩 주겠다. 단, 어떠한 부양도 받지 않겠다’고요.”
세 번째 크레바스는 사업이다. 은퇴하는 사람 중 다수가 재취업이나 창업을 꿈꾼다. 현금 흐름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건 재취업이지만, 퇴직금이라는 목돈을 갖고 있는 이들은 창업의 유혹에 곧잘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 그는 창업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에 하던 일이 있는데 고작 그런 일을 어떻게 하느냐며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직원이나 은행원, 군인, 공무원, 교사처럼 세상사에 비교적 적게 노출된 이들이라면 더더욱 피해야 해요. 생각보다 손실이 나기 쉽고, 그 손실을 메우기란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크레바스는 투자다. 은퇴 자금으로 주식, 부동산 외에도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하며 우려를 표했다. 제대로 된 지식 없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다 큰 손실을 입고 그 충격에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가 추천하는 보편적인 투자 방법은 ‘100-나이 투자법’이다. 숫자 100에서 현재 나이를 뺀 숫자의 비율만큼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예금이나 TDF를 활용해 안정적인 운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나이가 60세라면, 100에서 60을 뺀 40%만큼만 투자하고 나머지 60%는 예금에 넣어두는 식이다. 사람마다 투자 성향이 다르므로 각자에게 맞는 투자법이란 가지각색이기 마련이나, 그는 변동성이 커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을수록 소액만 투자할 것을 권한다.
자산관리 컨설팅 외에 비재무 은퇴 컨설팅도 맡고 있는 그는 고민하는 86세대에게 다양한 조언을 건넨다. 세 가지 이상의 취미를 만들어둬라, 동호회나 도서관 등 일정하게 외출할 장소를 만들어둬라 등등.
그럼에도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을 꼽으라면 역시나 건강이다. 여태껏 현업에 매진하느라 스스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86세대가 인생 2막을 힘차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돈이든 취미든,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시기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건강이 우선이고, 그 다음 노후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세요. 노후에 월급처럼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을 마련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내일(5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12종의 영업시간이 오후 11시까지로 한 시간 더 연장된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4일 중대본 모두발언을 통해 “고심 끝에 현재 밤 10시까지 허용되고 있는 식당, 카페 등 12종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내일(5일)부터 1시간 연장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연장은 오는 20일까지 적용된다. 사적모임 6명 제한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식당·카페, 노래(코인)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PC방, 멀티방·오락실, 파티룸, 카지노, 마사지업소·안마소, 유흥시설, 평생직업교육학원, 영화관·공연장은 내일부터 밤 1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전 차장은 “그간 추진된 손실보상 확대, 거리두기 일부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계속되어온 자영업·소상공인분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위험군 관리를 중심으로 방역체계가 개편됨에 따라 방역패스 중단, 동거인 자가격리 의무 면제 등의 다양한 조치들이 시행 중인 만큼 거리두기도 이와 연계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 지자체,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그리고 다양한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면밀히 검토해왔다”며 “앞으로도 위중증의 안정적 관리를 비롯한 의료 여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 등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중대본은 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6만6853명 발생해 누적 369만148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186명으로 전날에 이어 다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도 31명 늘어나 797명이 집계됐다.
전 차장은 “1월 3째주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모두 위험도 ‘높음’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 주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약 50% 수준까지 증가했지만, 누적 치명률, 중증화율 등 핵심 방역지표들은 현재까지 의료대응 역량 내에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어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와 관련해서는 “격리자 등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내일 오후 5시부터 자가 격리자의 선거 목적 외출을 허용했다”면서 “오후 6시 이전에 투표소에 도착한 경우 일반 투표소와 분리된 전용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에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발열체크와 거리두기 등 투표소 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2020년 10월 미국 프로농구 NBA가 기존에 판매하던 트레이드 카드에 NFT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15초가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에 NFT를 적용해 판매하는 것인데 현재까지 누적 판매액은 1조 원을 넘겼으며, 인기 카드의 경우 수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 NFT 시장 규모는 2876억 원으로 전망됐으나 2021년에는 약 11조 8700억 원에 달하며 몇 십 배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복제할 수 없는 토큰
NFT는 해킹이나 복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 중 하나로 Non Fungible Token의 약자다. 우리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해석한다.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코드값을 부여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한 토큰이다. 그리고 각 토큰은 고유하기 때문에 상호 교환이 불가능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불린다.
대체 가능한 토큰(Fungible Token)으로는 많이 알려진 비트코인, 이더리움, 클레이튼 등의 가상화폐가 있다. 1비트코인은 1비트코인과 교환이 가능해 대체 가능하다.
조금 더 쉽게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에는 아주 많은 만 원권이 있고 각 만 원을 구분하기 위한 일련번호가 적혀 있지만, 우리는 한 장의 만 원과 다른 한 장의 만원을 같은 가치로 인식하고 교환한다. 그런데 내가 갖고 있는 만 원에 NFT를 적용한다면 시중에 있는 그 어떤 만 원과도 교환할 수 없다. 일련번호와는 또 다른 복제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입히는 행위다.
NFT는 글, 사진, 음악, 그림과 같은 디지털 자산이라면 무엇이든 적용 가능하다. 심지어는 자신의 방귀 소리를 녹음한 ‘소리’에 NFT를 적용해 판매한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NFT의 시초라고 불리는 작품은 ‘크립토펑크’다. 캐나다 개발자 두 명이 1만 개의 토큰을 만들어 각 토큰에 특이한 디지털 아이콘을 부여했다. 이 토큰을 셀럽들이 구매하면서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 한편 ‘비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작가가 13년 동안 매일 만든 5000개의 디지털 작품을 타일처럼 작게 이어 하나로 만든 뒤 NFT를 적용해 ‘Everdays : The First 5000 Day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작품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021년 3월 800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낙찰됐다.
디지털 콘텐츠에 날개를 달다
무명 예술가의 디지털 이미지 파일이 고가에 거래되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트위터 창시자 잭 도시는 자신이 가장 먼저 트위터에 작성했던 ‘방금 내 트위터 설정을 마쳤다’(Just setting up my twttr)라는 문장에 NFT를 적용해 판매했다. 이 글은 약 35억 원에 판매됐다.
실물 자산도 아닌 디지털 자산이 이렇게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이 시니어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다. 처음 NFT에 대한 관심은 ‘셀럽들이 투자하는 디지털 자산을 나도 보유하고 있다’는 심리에서 시작되었으며, NFT를 통해 자신의 디지털 작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인기를 끌게 됐다. 그동안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해 작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던 많은 디지털 창작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하나의 방편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만드는 NFT
NFT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종이에 사인을 하고 스캔해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코드값을 부여한 뒤 블록체인에 등록하고 NFT 거래 사이트에 등록하면 내 사인 이미지를 판매할 수 있다. 내가 판매하고자 하는 가격과 로열티를 설정할 수 있으며 저작권 판매 여부도 정할 수 있다. 로열티는 내 작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내가 받는 일종의 수수료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NFT는 디지털 작품의 소유권을 사고파는 것을 의미하지만, 만약 원작자가 저작권을 판매한다고 명시하거나 2차 창작 및 이윤 추구가 가능하다고 했다면 NFT 재가공도 가능하다. 또한 실물 작품도 함께 판매할지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책을 쓰면 나는 원작자가 된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판매되지만 책을 산 사람이 임의로 표지를 바꿔 재판매할 수 없고 내 허락 없이 내용을 각색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샀던 책을 중고로 판매하는 건 가능하다. 책의 소유권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NFT는 코드값으로 원작자를 명시한 작품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작품의 진의를 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자산에 고유성을 부여하며, 원작자가 저작권 판매를 명시하지 않은 이상 해당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만 거래할 수 있다.
가상화폐인 OO코인에 투자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NFT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NFT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누군가의 NFT를 사서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하거나, NFT 기반 가상화폐에 투자하거나, NFT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NFT 투자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가상화폐처럼 NFT 시장도 과열되어 거품이 있다고 말하지만, 차기 투자 시장으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하다. 실물 지폐가 플라스틱 카드 속으로, 실물 카드가 모바일 속으로 들어가는 세상에서 NFT가 우리의 일상 어디까지 영향력을 가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 연준의 테이퍼링 임박,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중국발 규제 쇼크가 겹치며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팔리지 않는 부동산을 제값보다 많이 받고 빨리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인 홈스테이징에 대해 알아본다.
홈스테이징은 적은 돈을 투자해 집을 최대한 빨리, 더 비싼 돈을 받고 파는 연출 수단이다. 벽을 허물고 구조를 바꾸는 리모델링보다 가벼운 개념이다. 인테리어와도 비슷하지만 홈스테이징은 집을 상품으로서 판매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이 다르다. 기존 가구와 소품을 재배치하고 페인트 색이나 실내 톤을 조정해 실내 공간을 재단장한다. 모든 과정의 핵심은 ‘가성비’다.
홈스테이징은 닷컴 버블이 붕괴한 2000년대 초반 미국과 캐나다에서 틈새 산업으로 등장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낮춘 금리에 부동산 투자 붐이 일었고, 이후 거품이 꺼지며 집을 팔고 싶지만 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작은 변화만 줘도 주택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홈스테이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보편화돼 있다. 미국에서는 홈스테이징 전문가가 어엿한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2017년 말 기준 663명이 홈스테이징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미주한국일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소속 회원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홈스테이징을 거친 매물이 구매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약 83%의 구매자가 홈스테이징 매물로 미래에 거주할 보금자리를 상상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고 대답했다. 존 스머비 NAR 회장은 “주택 구입 결정에 재정적인 조건은 물론 감정적 영역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홈스테이징 후 22%의 판매자가 1~5%의 가격 상승을, 7%의 판매자가 11~22%의 가격 상승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홈스테이징은 집을 상품으로서 돋보이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 집을 선택했을 때 미래에 어떻게 살지 상상할 수 있도록 내부를 정리하고 단장한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사람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 포컬 포인트(Focal Point)와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고객의 시선을 고려해 이동하는 통로에는 가구나 집기들을 낮게 배치하고, 벽면으로 갈수록 높은 책장이나 수납장, 장식장을 두어 매물이 상품으로서 잘 보일 수 있도록 한다.
인테리어 액세서리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요소다. 쿠션, 화병, 액자, 장식 소품, 캔들, 인테리어 부자재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감각과 센스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집을 처음 방문한 고객의 시선에서 어디에 눈길이 갈지 생각해보자. 액세서리 하나로도 깔끔하거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직접 시도하기 부담스럽다면 홈스테이징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TIP] 공간별 레이아웃하는 방법
공간 레이아웃은 가구를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배치하는 작업이다. 각 공간별로 어떤 가구를 어디에 두는 게 좋을까?
1 침실 침대의 배치가 가장 중요하다. 정확히는 침대 매트리스나 이불의 크기를 신경 써야 한다. 침대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공간이 넓거나 좁아 보이기도 하고, 적당한 소품을 사용하기 어려운 구도가 나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침대를 한쪽 벽으로 몰아두고 생활하지만, 홈스테이징을 할 때는 방 중앙에 배치한다. 침대를 기준으로 좌우대칭 구조로 배치하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2 거실 거실은 청소, 정리, 공간 연출 상태에 따라 고객의 구매 여부가 확연히 갈리는 공간이다. 좁은 거실이라도 어떤 가구를 어느 위치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더 넓어 보이기도 하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거실 레이아웃에는 소파를 주로 활용한다. 소파 배치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홈스테이징에서는 ㄷ자형, L자형, 분산형을 활용한다. 심플하고 현대적인 거실을 원한다면 L자형과 직렬형, 벽난로나 TV가 있는 단란한 거실에는 분산형이 어울린다.
3 부엌 부엌은 트렌드에 따라 레이아웃이 비교적 많이 변화하는 공간이다. 오래된 주택의 부엌은 공간이 작거나 거실과 아예 분리돼 있는 등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레이아웃은 매물에 따라 달라지지만 식사하는 공간 보다 조리하는 공간이 부각될 수 있게끔 연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흔쾌히 하고 싶은 인터뷰는 아니었다 고백하고 시작해야겠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신분 확인이나 팩트 체크가 어려울 수 있고, 독자의 신뢰를 얻기도 힘들다. 게다가 상대는 작가.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는 상대는 실력을 겨루는 느낌까지 들어 신경이 쓰인다. 그럼에도 그를 모시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가 연구해온 부자가 되는 방법이 궁금해서다. 카메라 앞이 아닌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부자들이 고백한 돈 버는 비밀 말이다.
명칭에서 느껴지듯 유령작가, 즉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는 흔한 직업이 아니다. 정치적 영향력이나 정치후원금 등의 이유로 출판기념회가 필요한 정치인의 회고록이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의 성공담,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가의 자서전 등의 출판물을 집필하는 이름 없는 작가를 말한다. 출판사의 기획의도나 의뢰인의 목적에 맞게 대신 글을 써주고, 본인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는 대필 작가이기 때문에 고스트라이터라 불린다.
출판업계의 이름난 구원투수
이 유령작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인터뷰 후 그가 어떤 인물인지 확인해야 했다. 사진 속 가면을 쓴 그의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겠지만, 사실 그는 꽤 번듯한, 막 중년이 된 사내다.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의 팀장으로 활동 중이며, 출판계에서는 꽤 이름난 작가로 본인 이름으로 낸 자기계발서도 10권이 넘는다.
그가 고스트라이터가 된 것도 출판사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괴팍한 부자 의뢰인의 등쌀에 못 이겨 다른 작가들이 연이어 쓰러졌을 때 편집자가 그를 찾았고, 단시간 내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글솜씨와 친화력, 빠른 일처리 등의 장점이 그를 곤란할 때마다 찾는 업계의 대표적인 ‘구원투수’로 만들었다. 의뢰인의 성향이나 과거의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습관을 따라 하거나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고집스러움은 그를 롱런하게 했다.
그를 만나게 된 계기는 최근 출간한 한 권의 책이다. ‘히든 리치’란 제목 그대로 숨겨진 부자들을 만나 부를 형성한 과정과 현재 자산의 정도에 대해 노골적으로 물어본 책이다. 그는 과거 유령작가로 활동하면서 작성한 집필 노트를 오랜만에 들여다보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직장인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저 역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은 이 세계에서 가정을 지키고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인데, 직장에서의 소득은 충분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니까요.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손에 쥔 것은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방법이 있을지, 어떻게 시드머니를 준비할지 고민하던 중 본가에서 대필 작업할 때의 노트를 발견했고, 일반인들이 따라 할 수 있게 내용을 엮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단지 과거의 노트를 요약해 끄적인 책은 아니다. 과거 대필해주었던 책 속 주인공이나 그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을 다시 찾아 노크했다. 그러고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현재 자산은 얼마입니까”, “처음 시작할 때 수중에 얼마가 있었습니까”, “어떻게 자산가가 될 수 있었습니까”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정성껏 대답해주진 않았다.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그중에서 성심껏 취재에 응해준 24명의 이야기를 자산 형성의 유형별로 구분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는 책에서 부자의 유형을 일단 아끼고 보는 ‘고전형’, 위험을 무릅쓴 ‘전투형’, 자신의 전문 분야를 기반으로 한 ‘안전형’, 천재에 가까운 ‘변칙형’, 물려받은 자산을 늘린 ‘보수형’, 감을 갈고 닦아 수단으로 삼은 ‘천리안형’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뻔하지만 따라 하기 힘든 비결
그는 이 책을 부자가 되고 싶은 대중을 위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라고 이야기했는데, 읽어본 소감을 더하자면 부자가 된 사람들의 세밀한 사례집에 가깝다. 그들의 자산 형성 과정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나온다. 더 매력적인 것은 다양한 부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자산의 규모로 보면 상대적으로 수수한(?) 백억대 부자에서부터 수천억대 자산가의 이야기도 다룬다. 직업이나 자산 형성 과정도 다양하다. 그 과정에서 느낀 공통점은 바로 ‘돈에 대한 욕망’이었다. 모두 남에게 쉽게 지지 않을 만한 욕망의 소유자로 느껴졌다. 작가도 동의했다.
“책 속에 등장한 한 분이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얼마면 무릎을 꿇을 수 있냐? 1만 원? 10만 원? 쉽게 대답하지 못했죠. 그랬더니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라면 1원에도 꿇는다. 돈이 생기는 일인데 무릎 꿇는 것이 무슨 대수냐며 말이죠. 그럼 절을 한다면 얼마를 주겠냐고 되묻기도 했어요. 저울질 따위는 필요 없죠. 다만 작은 돈과 큰돈이 있을 뿐이죠. 돈에 대한 욕망을 바탕에 둔 실용적 사고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기기 힘들어요. 아마 그 과정에서 비리나 부정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겠죠.”
아끼고, 발품 팔고, 돈을 놀게 놔두지 않고,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돈 버는 기본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덕목은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부자가 되는 비결은 이 기본기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아니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사실 책 속 부자들의 자산 모으는 방법은 누구나 알 만한 내용이에요. 하지만 부자들은 그 뻔한 방법 중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실천했다는 점이 다르죠. 실제로 만나보면 같은 정보를 접하더라도 그것을 대하는 민감성이나 실천력의 차이가 매우 커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 평범한 사람들도 ‘나도 도전해야겠다, 나도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욕구가 생기길 바랐어요.”
빚투 그리고 재테크
작가는 복권이나 코인에 매달리는 청춘들에게도 조언을 전했다. 최근 경제지를 중심으로 MZ세대라 불리는 20~30대들이 직장을 통한 자산 형성을 기대하지 않고, 코인이나 주식에 매달리는 ‘빚투 열풍’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20대의 복권 구입 비용은 코로나 이전보다 300% 넘게 증가했단다. 그러나 실제 부자들을 만나보면 월급쟁이 부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회가 계층화되고 고착화되었다는 분석이 많죠. 사다리가 치워져 젊은 세대가 계급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를 길이 잘 안 알려져 있을 뿐이에요. 블록체인, 메타버스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은 젊은 직장인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어요. 사실 이런 첨단 분야는 전통적인 부자들이 접근하기 힘들죠. 정보를 가지고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일반인은 호재가 있을 때 삼성전자에 투자하지만 기술과 공정, 소재를 이해하는 사람은 관련주에 투자해 더 큰 이익을 얻기 마련이죠. 마치 용의 머리는 작게 움직이지만 꼬리는 크게 휘청이는 것과 같아요. 기술의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능력은 회사 생활에 전념하지 않으면 생겨나지 않죠. 또 그들이 근무하는 판교나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어떤 회사가 망해 나가고, 빈자리에 어떤 회사가 들어오는지, 주변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투자의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옛날처럼 큰 시드머니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최근의 투자 트렌드이기도 하고요. 갈수록 기회도 많아지리라 생각해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마음만은 청년’인 시니어들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의 책을 자세히 보면 직업상담사나 창업 컨설턴트들이 하는 이야기와 맥락이 닿는다.
“은퇴 후 평생 직업이었던 분야를 접고 새로운 분야를 찾아 도전하시는 분이 많잖아요. 하지만 성공 확률은 대단히 낮죠. 부자가 되는 방법도 비슷해요. 본인이 직장 다닐 때 잘 알던 해박한 분야에서 더 공부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노력이 더 유리해요.”
흔히 몇 차례 소심한 시도가 실패하는 경험을 하면 재테크 무용론자가 되기 십상인데, 이 책에는 재테크를 통해 부자가 된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각종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재테크의 전형 같은 부자도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부자가 목표는 아니더라도 재테크는 하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한다.
“큰돈을 벌지 않더라도 재테크는 누구나 해야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부는 팽창하고 있고, 세상 사람들은 조금씩 부자가 되고 있어요. 모두 다 움직이고 있는데, 나 혼자만 멈춰진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조금씩 가난해지고 있다는 뜻이 돼요. 사회가 부유해지는 것에 맞춰 재테크를 통해 나의 재산을 조금씩 늘려야 소득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요. 재테크는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일이 된 셈이죠. 과거에는 가만히 있어도 시간의 흐름만으로 연공서열에 따라 월급이 오르고 집값이 올랐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관심을 갖고 흐름에 맞춰 함께 달려줘야 해요.”
뒷조사까지… 부자들의 ‘면접’
각 분야의 성공한 명사들을 취재하다 보면 첫 만남은 ‘테스트’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본인을 상대하는 기자의 능력이나 이해도가 어느 수준인지 궁금해한다. 일종의 면접이다. 작가는 “부자들 중 대부분이 그런 테스트를 즐기고, 상대가 대필 작가라면 그 강도는 훨씬 세진다”고 말했다.
“간단히 훑어보거나 몇 마디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테스트’가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도 흔해요. 감당 못 할 만한 행동을 던지고 반응을 보는 경우도 있어요. 약속 시간에 늦는다거나, 들어주기 힘든 부탁을 하는 식이죠. ‘이거 하면 얼마 버냐’며 묻기도 하고. 또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단답형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부자도 있었죠. 제 뒷조사를 몰래 한 분도 있었어요.”
그 까다로운 면접들을 어떻게 통과했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뿐 다른 비결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저 비굴해 보이지 않게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만난 부자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작가는 간단히 유형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부자와 같은 스테레오 타입은 오히려 만나기 힘들다고 그는 설명한다.
“최근에는 젊은 부자들이 많아져서, TV 속 회장님 같은 분은 그리 많지 않아요. 자린고비 같은 타입이 있는 반면, 설렁설렁 있는 대로 벌고 쓰고 하는 사람도 있죠. 애써 공통점을 찾자면 본인들이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에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가족을 위해 애쓰셨던 분이에요. 흔히 부자가 되면 가족이나 친척들과 등을 진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아요. 가난한 부모에 가정사가 행복하지 않은 분이었는데, 부자가 된 뒤 가족에게 베풀면서 사시더라고요. 흔히 알고 있는 부자의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분이셨죠.”
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작가는 부자가 되었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 어떤 길을 가고자 할까?
“아직 부자가 되진 않았죠. 많은 이들과의 교류 속에서 배우려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의 비법이나 투자 방법 등을 서슴없이 알려주는 분도 많아요. 부자들은 자기 비법을 숨긴다는 것도 옛말이죠. 그렇다고 당장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회사원 신분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책의 구분법으로 설명하자면, 지금은 ‘고전형’과 ‘안전형’의 방식을 따르는 정도입니다. 제가 잘 아는 분야를 바탕으로 기회를 엿보는 중입니다. 다만 부자들과 함께하면서 저 스스로를 그들과 동일시하거나 혹은 부정적으로 변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곁에 있다 보면 그들에 대한 대접을 저에 대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거든요. 그저 삶의 좋은 자극이 될 수 있게 유지해나가고 싶습니다.”
1월 3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적용됐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자는 마지막 접종 후 14일이 지난 날부터 6개월이 지났다면 방역패스 효력이 만료된다. 유효기간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얀센 접종자는 1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날부터 6개월(180일)까지다. 따라서 2021년 7월 6일 전에 기본 접종을 마친 후 추가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공중시설 입장이 어렵다.
현재 방역패스 적용 시설은 ▲유흥시설 등(유흥주점, 단란주점, 클럽(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 콜라텍·무도장) ▲노래(코인)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카지노(내국인) ▲식당·카페 ▲학원 등 ▲영화관·공연장 ▲독서실·스터디카페 ▲멀티방 ▲PC방 ▲스포츠경기(관람)장(실내) ▲박물관·미술관·과학관 ▲파티룸 ▲도서관 ▲마사지업소·안마소 ▲상점·마트·백화점(3,000㎡ 이상) 등이다.
3차 접종을 받지 않았는데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 입장하고 싶다면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 음성 확인서나 예외 확인서, 격리해제 확인서(격리해제일로부터 180일 이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식당과 카페를 혼자 이용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증명서나 확인서 없이 출입이 가능하다. 대규모 점포는 확인서가 없다면 혼자라도 이용할 수 없다.
이용자가 방역패스 적용시설 이용 시 QR코드로 방역패스를 스캔하면 유효기간이 남았을 경우 “접종 완료자입니다”라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반면 유효기간이 만료된 접종 증명의 경우 ‘딩동’하고 알림음만 울린다. 이 경우 시설 관리자는 이용자의 예방접종증명서나 PCR 음성 확인서, 격리해제확인서, 예외확인서를 확인해야 하며 없으면 이용 불가를 안내해야 한다.
남은 유효기간 확인, QR코드 혹은 종이 증명서
백신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싶다면 예방접종 인증 전자증명서인 ‘쿠브(COOV)’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된다.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면 ‘14일 경과’ 표시가, 180일이 지나면 ‘유효기간 만료’ 표시가 뜬다. QR코드 주위에 파란색 테두리나 접종 후 경과일이 보이지 않는다면 전자출입명부 앱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접종 정보를 갱신하지 않은 3차 접종자는 QR코드를 스캔할 때 미접종자로 안내돼 시설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카카오, 네이버, 토스, PASS 등 민간 전자출입명부 앱도 업데이트하면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자 증명서 사용이 어려운 사람은 종이로 된 접종증명서나 예방접종스티커를 사용하면 된다. 종이 증명서나 예방접종스티커는 주민센터에 신청해 발급받을 수 있다. 의학적 사유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접종예외자는 진단서와 소견서를 지참하고 보건소에 가면 방역패스 예외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대신 종이에는 유효기간이 표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 예방접종 누리집’에서 확인해야 한다.
한편, 방역패스 유효기간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나 행정처분은 10일부터 부과된다. 과태료는 관리·운영자의 경우 300만 원 이하(1차 150만 원, 2차 이상 300만 원), 위반한 개인은 10만 원 이하다.
일반적으로 MZ의 밀레니얼 세대는 1981~1995년생, Z세대는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을 일컫는다. MZ세대에 대한 분석과 견해는 넘쳐나는데 모두 남의 이야기였다. MZ세대를 이해하고 싶다면서, 정작 MZ세대의 이야기는 없었다. 1992년생 고광열은 그래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기성 언론의 기사, 연구기관 보고서, 국내외 논문, MZ세대를 다룬 책들까지. 자료를 끌어모은 뒤 주변 밀레니얼 친구, Z세대 동생을 붙잡고 물었다. “너네 정말 이렇게 생각해?”
회식은 싫다. 점심 회식도 예외가 아니다. 일의 마무리를 위해 퇴근 시간 후 30분~1시간 정도의 초과근무는 ‘무료봉사’로 여겨 질색한다. 먹고살기 위해 사회생활을 한다만 회사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의 나와 친구들 사이의 나는 엄연히 다름을 선포하고, 1년에 한 번뿐인 친구의 생일에 교통정리 경광봉이나 멜로디언 줄 같은 쓸데없는 것들을 선물한다. 주식, 가상화폐 코인 수익률을 신경 쓴다지만 저축만 고집하는 부류도 많다. 공유주택(셰어하우스)과 차량 구독 서비스는 소유하지 못해 고르는 차선책이다.
책 ‘MZ세대 트렌드 코드’의 서술 방식은 가차 없다. 그들이 회식을 좋아하게 만들 방법은 없다고 단정 짓고, 회사의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을 ‘너를 착취하겠다’와 동일하게 여기는 심리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럼에도 MZ세대 고광열은 MZ세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MZ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기성세대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진출한 1990년대생이 경제력을 갖고, 근무 중인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일하는 요즘이다. 미우나 고우나 고객이요, 부하직원이며, 이 세상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요즘 것들 아닌가.
MZ, 왜 그렇게 생각해?
그는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워라밸(Work-life Balance)’, ‘현재 중심’, ‘거리두기’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중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은 1990년대생 사회 초년병이 늘어나면서 주목받았다. MZ세대에게는 회사보다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하다. 정시 퇴근이 당연하고, 회식은 개인 시간을 잡아먹는 숙적이며, 회사 사람들과는 필요에 의해 함께하는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되기 싫어한다. 그의 회사생활 또한 이해 안 되는 것들투성이였다. 그 역시 잦은 회의와 회식, 기저에 깔린 과도한 집단주의가 불편했다.
다들 군말 없이 하던 일들이 왜 MZ세대에게만 불편 요소로 전락한 걸까. 그는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온라인의 발달로 인한 수평적 사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 활용이 자연스러운 MZ세대가 인터넷으로 정보를 쉽게 접하면서 기성세대와의 정보 격차가 줄어들고, 나이와 경력이 주는 정보 권력 역시 희미해진 것이다. 농촌사회에서 연로자(年老者)를 원로(元老)로 우대한 이유 역시 축적된 정보와 경력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활용이 능숙한 ‘디지털 원주민’ 젊은 세대가 정보력 우위를 점하는 추세다.
수평적 사고를 가진 MZ세대는 회사와 단순히 돈과 능력을 주고받는 상호 계약 관계를 맺었다고 여긴다. 제공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 공정하므로 회사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느끼면 퇴사한다. 그 역시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공기업이나 공단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40대나 50대 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하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날아드는 질문은 가볍고 단순하다. 젊은 사람들이 정말 코인을 많이 하느냐, ‘쓸데없는 선물 주고받기’를 실제로 하느냐 같은 것들이다.
“궁금해하시는 것들은 대체로 기사에서 일반화하는 것들이에요. 20대 전부가 코인을 한다는 둥,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서 공유주택을 선호한다는 둥 설명하는 그런 글들이요.”
그가 MZ세대를 대표해 같은 세대를 설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도 여기에 있다. 신세대를 이해하려는 기성세대의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 여겼다. “이상하다고 느낀 것들을 모아다가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요. ‘진짜 이렇게 생각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압도적이었어요. 저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게 아니더라고요.”
MZ세대가 쓰는 같은 세대 이야기라 더 수월하리라 판단했다. 게다가 당시 마케팅 업무를 맡았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책 내용에도 마케팅 분야의 접근법이 녹아들었다. 마케팅은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해 그들이 원하는 걸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성세대가 MZ세대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것, 신입사원 MZ세대의 뇌 구조와 트렌드, 문화를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탄생했다.
지금, 나, 돌고 돌아 워라밸
현재에 집중하는 성향 역시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먹고살기 위해서 사회생활은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회사가 ‘이 정도는 해주겠지’ 하는 기대도 없다. 미래가 불확실한 국민연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기성세대가 보기에 영 쓸데없는 것에 흥청망청 돈을 쓰기도 한다.
“1990년대생이 현재만을 생각한다고 비난해서는 안 돼요. 청년들의 성향은 보통 기성세대가 만든 세상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거든요.” 성장사회는 겪어본 적도 없고, 사회 전반적으로 기회가 적다 못해 없는 수준. 기회의 부재는 포기로 이어진다. 소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 구도에서 1990년대생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성향이 개인주의로 발현하는 흐름 역시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그는 못 박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생 75.2%가 타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고 답했다. 63.1%가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고 불호나 거절 표현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만큼 존중받기를 원할 뿐이다.
돌고 돌아 워라밸이다. 영화 취향이 다른 애인에게도 함께 보길 강요하지 않고 ‘혼영’(혼자 영화 보기)을 택한다.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집단주의와 단체생활을 상대적으로 꺼린다. ‘모두 다 함께’를 강조하는 집단에서는 소외되거나 희생되는 사람이 반드시 생기며 불가피한 비효율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고 있어서다.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회사보다 자신의 삶을 챙기는 자세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세 가지 키워드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어요. 모두에게 맞아떨어지는 내용은 아니지만, 하나씩 떼어서 너도 이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다 그렇다고 대답할걸요?”
각 세대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니 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는 책에서도, 연단에 서서도 이 점을 꼭 짚고 넘어간다. ‘요즘 애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정도로 그냥 받아들이기를 추천하는 그의 조언은 퍽 현실적이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는 MZ세대에게 일을 맡길 땐 이직 시 경력 증명에 도움 될 것이라고 설명해야 효과적이고, 맥락 없고 선을 넘나드는 B급 감성 유머를 좋아한다고 해서 ‘아재 개그’를 남발하거나 선을 지키지 못할 바에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식이다. 일반화는 금물이니 그의 조언이 불문율도 아니다. 까다롭고 별나지만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참고했던 자료 중 MZ세대를 ‘바람직한 몬스터’에 빗댄 분석이 기억에 남아요. 진화심리학 용어로, 과거와 전혀 다른 특질을 갖지만 결국 사회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내는 개체를 뜻하죠. 별나지만 결국엔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낼 세대로 바라봐주시면 좋겠어요.”
세상은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간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받는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틈,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을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올해 초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의 노래 ‘롤린’이 발매된 지 4년 만에 역주행하며 화제가 됐다. 브레이브 걸스 본인들만큼 롤린의 역주행을 기뻐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롤린 음원에 투자한 이들이다. 최근 좋아하는 노래에 투자하며 매달 저작권료 수익을 얻고, 음원에 대한 권리를 매매하며 수익을 내는 음원투자가 유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돈을 벌면서, 동시에 좋아하는 가수나 아티스트를 후원할 수 있는 일종의 덕질인 셈이다.
좋아하는 노래에 투자하며 돈 번다
음원투자 플랫폼은 ‘뮤직카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뮤직카우 내에서 음악은 ‘주’라는 분할된 단위로 거래된다. 투자자는 좋아하는 음악을 구매해 가지고 있는 지분만큼 매월 저작권료를 정산받는다. 주식을 가지고 있을 때 배당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주식 배당은 분기, 반기 등 지급 단위가 상품마다 다른 반면, 저작권료는 매달 지급된다. 투자한 곡이 유명해져 1주당 가격이 오르면 뮤직카우 내의 ‘마켓’이라는 곳에서 이용자들끼리 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낼 수도 있다.
음원 저작권 지분은 ‘옥션’에서 공개된다. 옥션은 매주 평일 낮 12시에 열려서 6일 후 오후 9시에 마감된다. 월요일 낮 12시에 공개된 곡은 일요일 오후 9시, 화요일 낮 12시에 공개된 곡은 월요일 오후 9시에 마감하는 방식이다. 마감 당일 오후 9시에 높은 가격에 입찰한 투자자에게 수량에 따라 순차적으로 낙찰 여부가 정해진다.
덕질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음원투자도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음원의 정보를 잘 따져봐야 한다. 살 곡을 정하기 위해선 마켓이나 옥션에서 거래되는 곡의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곡 정보 표시란에 들어가 보면 해당 음원의 발매일, 수량, 낙찰가 같은 정보와 시세 변화 추이를 차트로 볼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저작권에 대해서는 최근 5년간 저작권료의 정보와 최근 1년 저작권료의 출처(방송, 공연, 광고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라 ‘내가 좋아하는 옛날 노래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옥션으로 새로 공개되는 곡이라고 해서 신곡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선희, 김경호, 강수지 등 시니어들이 추억하는 유명 가수들의 명곡도 많다.
음원투자, 시니어 적합도는?
매력적인 투자처인 음악도 여느 투자처럼 유의할 점이 있다. 투자자들은 흔히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직접 사들이는 것이라 혼동하지만, 뮤직카우 설명에 따르면 투자자가 구매한 것은 저작권료 수익을 요구할 수 있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다. 따라서 저작권료 지분을 구매했더라도 저작권자 승인 없이 저작권을 사용할 수 없다.
다른 투자처와 마찬가지로 음원투자 역시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브레이브 걸스 등 소수의 역주행 사례만 보고 인기 없는 곡의 저작권료 지분을 구매한다면 원하는 시기에 팔기 힘들 수도 있다. 저작권을 사는 게 아니라는 사실과 몇 가지 위험 요소만 인지한다면 음원 투자는 시니어에게도 괜찮은 투자 수단이다. 주식과 코인, 음원 등 다양한 투자를 경험해본 40대 투자 블로거 A씨는 “저작권 시스템이 잘 형성돼 있고 저작권 협회가 저작권을 보장하는 것과 별개로 뮤직카우라는 서비스가 언제까지 존속할지 모른다는 점은 불안 요소”라고 설명했다. 주식은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관리하므로 증권사가 망하더라도 보존되는 반면, 뮤직카우는 약관에서 저작권료 청구권은 보존된다고 설명하지만 한국예탁결제원만큼 공신력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저작권료 수익이 주식 배당보다 크고 주식투자보다 어렵지 않다는 점은 음원투자의 매력으로 꼽았다. 또 주식 배당은 경제 상황과 기업의 매출에 따라 바뀌지만, 경제가 좋지 않아도 사람들은 음악을 듣기 때문에 저작권료 수입은 배당보다는 일정하게 들어온다는 점도 음원투자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몇 가지 위험 요소를 유의하고 과하지 않은 금액으로 장기 투자한다면 시니어에게도 음원투자는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매거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미술품으로 하는 ‘아트테크’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트테크는 ‘아트(Art)’와 ‘재테크(財tech)’를 합친 용어다. 미술품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코인과 같은 위험자산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은 소액투자자들이 미술품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아트테크는 주로 MZ세대가 시장의 주 이용객이다. 하지만 아트테크는 미술품을 보는 안목과 연륜이 있는 시니어가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시장이다. 실제로 꽤 많은 시니어 미술 애호가들이 아트테크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에 따르면 열매컴퍼니가 운영하는 아트테크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의 이용 고객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2040세대 비율이 60%를 차지하고 있고, 5060세대도 굳건한 팬층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품은 주식이나 코인과 비교하면 위험도가 낮고 장기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는 투자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그동안 미술품은 가격이 비싼 탓에 일부 상위층 자산가만 누릴 수 있는 투자처였다. 그런데 최근에 아트테크 플랫폼이 생기면서 주식처럼 회사 소유권을 쪼개듯, 미술품 소유권을 쪼개서 살 수 있는 방법이 등장했다. 이에 소액투자가 가능해지면서 누구나 수 쉽게 미술품을 살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미술품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자신이 구매한 미술품을 방이나 자신만의 공간에 걸어놓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작품관리를 플랫폼 기업에서 전문적으로 해 주기 때문에 손상이나 도난 같은 위험이 사라진다는 장점은 매우 매력적이다. 이처럼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까다로운 작품관리 부담을 더는 탓에 아트테크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아트테크 플랫폼을 통한 거래는 이제 갓 시작된 수준이다. 또 플랫폼마다 특징과 장단이 달라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을 잘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아트테크 시작을 고려하고 있는 시니어를 위해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3곳을 비교·분석했다.
천 원의 즐거움 ‘테사’
테사는 뱅크시, 마르크 샤갈 같은 유명작가들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구매할 작품을 클릭하고 들어가면 작가와 작품 관련 정보가 나온다. 작가의 다른 작품 가격, 비슷한 작품들의 수익률 등 투자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세 플랫폼 중 개별 분할 소유권 가격이 가장 싼 것이 특징이다. 소유권 1개가 1000원이며, 작품 대부분이 소유권 구매 수량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플랫폼 내에서 소유권 거래도 할 수 있다. 또 작품마다 테사 이용자들의 댓글이 달려 있다. 포털 사이트 주식 종목토론방과 비슷한 느낌으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테사는 자신이 가진 소유권을 지인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거래에는 계좌이체와 신용카드 외에도 카카오톡 암호화폐 지갑 ‘KLIP’의 암호화폐를 이용할 수도 있다. 단점이 있다면 미술품 거래를 앱으로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웹페이지에서는 미술품을 거래할 수 없다.
국내 거장 작품 다수 확보한 ‘아트앤가이드’
아트앤가이드는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이중섭과 이우환, 김환기, 박서보 같은 국내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취급하고 있다. 아트앤가이드도 테사와 마찬가지로 구매할 작품을 누르면 작품정보와 투자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작품 분할 단위가 10만 원, 100만 원으로 세 플랫폼 중 가장 크다. 다만 작품 소유권의 5~10%를 회사가 보유하면서 작품의 수익과 리스크를 공동구매자와 함께 나눈다. 아트앤가이드는 미술품 공동구매 말고도 소액으로 인테리어에 사용할 수 있는 미술품을 판매하거나 미술품 아트콜라보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한다.
미술 관련 소식을 뉴스레터로 발행하는 점도 아트앤가이드의 특징이다. 하지만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한 상태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쓰는 ‘앱스토어’에는 앱을 출시하지 않아 아이폰 이용자는 웹으로 거래해야 한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플랫폼 내에서 소유권 거래를 할 수 없는 것도 단점이다.
종합 아트 플랫폼 ‘아트투게더’
아트투게더는 미술품 공동구매뿐 아니라 경매, 미술품 위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종합 아트 플랫폼에 가깝다. 플랫폼 내부 ‘조각거래소’를 통해 소유권을 중도에 팔 수도 있다.
작품 분할 단위는 만 원이다. 작품 소유권을 구매하면 구매한 수량에 따라 온라인 권리증, 엽서형 권리증을 준다. 수량과 권리증 지급 여부는 작품마다 다르다.
미술품 소유권을 공동구매하면 소유권자들은 전시와 렌탈 같은 부가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아트투게더는 세 플랫폼 중 작품별 렌탈 현황을 가장 잘 정리해 제공한다. 작품별 렌탈 비용도 사이트에서 알려주고 있어 작품을 빌리려는 이들도 참고할 수 있다. 단점은 모바일 기기용 앱이 없어 웹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