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강사 김창옥 교수가 최근 알츠하이머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 50대 젊은 나이에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터라 더욱 대중을 놀라게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알츠하이머병은 치매가 아니다.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궁금증을 박기형 가천대학교 길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치매란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인지 기능이 감소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 치매 환자의 60~70% 정도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 즉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이상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뇌 질환을 말한다. 병이 진행되면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 치매로 발전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대부분 65세 이후에 발병한다. 이 경우 만발성(노년기)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른다. 65세 미만에서 발병할 경우 조발성(초로기)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한다. 초기부터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은 기억력 감퇴다. 병이 진행되면서 추상적 사고, 문제 해결, 적절한 결정 및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저하된다. 그 외에 성격 변화, 초조 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등의 정신 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알츠하이머병은 한국인 10대 사망 원인 중 7위에 올랐으며, 2021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5.6명으로 조사됐다.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예방과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Q. 알츠하이머병은 왜 어르신한테 특히 많이 나타나는 건가요?
A. 일반적으로 50세가 넘어가면서 뇌 안에 병리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우리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끈적끈적해지면서 엉켜 쌓이게 됩니다. 이것이 세포 독성을 만들고, 세포 내에 있는 구조물을 망가뜨립니다. 그 대표적인 구조물이 타우 단백질인데, 그것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뇌가 쭈그러들고 위축됩니다. 그러면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변화를 겪게 되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 기능 가운데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Q. 건망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전조 증상인가요?
A.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물건을 어디에 놓고 까먹는다든지, 약속을 깜빡 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건망증은 몸이 피곤하다든지 혹은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건망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전조 증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누군가 옆에서 ‘이런 약속 있었잖아’라고 알려줘도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억하고자 하는 일이 우리의 뇌 안에 ‘등록’되고 ‘저장’되는 과정을 통해서 필요할 때 ‘인출’하는 능력이 잘 보존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기억이 ‘등록’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본인이 새롭게 경험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Q. 어떤 상황일 때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의심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초기 치매 증상이 보이는 분들은 그 사실을 피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망증 또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분들은 본인의 기억력이나 인지가 예전과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인 반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는 분들은 ‘병식’이 없으므로 본인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병원에 오시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병원으로 오시는 편입니다. 진짜 중요한 약속을 본인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할 때 경도인지장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도인지장애라고 해서 다 치매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경도인지장애의 30% 이상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원인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Q. 알츠하이머병의 신약 개발 소식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의약품이 있나요?
A.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레카네맙’을 승인했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라는 뇌 단백질을 제거하는 치료제입니다. 병을 완전히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진행을 늦출 수는 있습니다. 초기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가 약물 치료 대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5년 정도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아밀로이드 병리를 가지고 있지만 증상은 전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약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약제가 개발되면 미리 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알츠하이머병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알츠하이머병 자체로 사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인지 기능이 없어지는 것부터 시작해 결국에는 뇌 조직이 파괴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어집니다. 또 증상이 심해지면 이상행동을 보이고 시설로 많이 가게 됩니다. 그러면 많이 누워 있게 되고 외부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질환에 쉽게 노출됩니다. 결국에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이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좋은 음식과 생활 습관에 대해 알려주세요.
A. ‘MIND’(마인드)라고 불리는 식단을 추천합니다. 지중해 식단과 심장병 환자를 위한 DASH 다이어트법을 통합한 것으로 견과류, 채소, 베리 종류를 많이 먹으라는 식이요법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음식이 짜고 맵기 때문에 염분 섭취를 줄이는 식사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염분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유발하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입니다. 운동은 당연히 해야 하고, 술과 담배는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뇌를 활성화해줘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D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바깥 활동을 늘려 햇볕을 쬐는 것도 좋겠습니다.
[도움말 박기형 가천대학교 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진행성핵상마비병증 등의 퇴행성 뇌 질환에서 타우 병리 진행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항체 가능성을 확인해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벤처기업 아델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연구진과 함께 단일 클론 항체 ADEL-Y01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ADEL-Y01로 명명된 항체는 특히 타우병증의 발달과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라이신 280에 아세틸화된 타우 단백질(tau-acK280)을 표적으로 한다. 타우병증은 뇌에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군으로, 뇌세포의 사멸과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타우병증의 가장 흔한 유형 중 하나이다.
연구진은 아세틸 타우(tau-acK280)가 뇌에서 잘못 접힌 타우 단백질이 증폭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아세틸 타우(tau-acK280)를 표적 하기 위해 Y01을 개발하여 세포 및 마우스 모델에서 그 효능을 테스트했다. 연구진은 ADEL-Y01이 각각 항체 매개 억제 및 포식 작용을 통해 신경 세포 배양 및 타우 형질 전환 마우스 모두에서 타우 병증 진행을 예방하고 신경 생존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관찰했다.
특히 N-말단 타우를 타겟하는 항체에 비해 타우 응집 저해 및 전파 억제 효과가 뛰어난 것이 확인되었다. 타우의 N-말단은 글로벌 제약사인 바이오젠(Biogen), 애브비(AbbVie), 로슈(Roche)사 등이 개발한 항체들의 표적으로, 이 항체들은 임상시험에서 최근 실패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제 1저자인 아델 송하림 박사와 김나영 박사는 "저희 연구는 아세틸 타우(tau-acK280)가 타우 병리 시작 및 증폭 활동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종류의 타우이고 ADEL-Y01 항체가 타우병증과 관련된 알츠하이머병 및 기타 신경퇴행성 질환에 대한 유망한 치료 후보임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또한 협력 연구진인 연세대 홍민선 교수 연구팀은 아세틸 타우(acK280) 펩타이드와 복합체를 형성한 ADEL-Y01 항체의 결정 구조를 풀어 ADEL-Y01이 아세틸 타우의 라이신-280과 주변 잔기를 직접 인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동책임저자인 울산의대 뇌과학교실 김동호 교수는 “앞으로 인간에 대한 ADEL-Y01의 안전성과 효능을 결정하기 위한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미국 FDA 신속승인을 받은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인 레카네맙과 병용요법으로의 개발도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델과 오스코텍은 2020년 ADEL-Y01의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맺고 2023년 올해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개시할 예정이다. 아델 윤승용 대표는 “최근 바이오 벤처 업계의 투자 상황이 매우 나빠 임상시험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고통 받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델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에서 진행되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에 스핀오프하여 윤승용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벤처 회사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사업과 보건복지부의 비임상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인용지수 19.456의 의학 전문 학회지 ‘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저널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고령층에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인지기능 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은다.
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6일부터 미국 덴버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 2021)에서 소개된 3개 연구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고령층에게 지속적인 인지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60세 이상 코로나 환자 60% 인지장애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진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60세 이상 고령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인지 능력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 대상자 중 60%가 인지장애를 겪었다. 특히 환자들 중 3분의 1가량은 증상이 심각했다.
또 인지장애를 겪은 환자들은 코로나19 중증도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아픈 증상과 관계없이 단지 감염됐다는 사실만으로 인지장애를 겪었다”며 “고령 환자들이 매우 가벼운 코로나19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인지장애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인한 인지능력 변화가 영구적인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3년 뒤에 재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완치 2개월 후에도 인지기능 떨어져
그리스 테살리아대학교 연구진은 퇴원 후 2개월이 지난 코로나19 고령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지기능 장애 발생 여부를 관찰했다.
관찰 대상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1세로 퇴원 2개월 후 인지기능 저하를 경험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지기능 저하는 환자들이 보인 호흡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에도 뇌 전문 의료진에게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환자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의료 제공자들이 인지장애를 코로나19 후유증의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며 “내과 또는 호흡기 내과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선별해 진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혈액 내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베타아밀로이드 증가
미국 뉴욕대학교 연구진은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평균 69세 고령 환자 310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이 중 158명은 건망증과 어지럼증 같은 신경계 증상을 경험했다. 가장 흔한 신경학적 증상은 독성 대사성 뇌병증(TME)이었다.
혈액분석 결과 TME 증상을 겪은 확진자들에게서 알츠하이머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타우(tau) 단백질이나 베타아밀로이드(βA)가 더 많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들이 겪는 생물학적 변화가 알츠하이머와 기타 뇌질환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환자들은 알츠하이머 증상과 발생이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협회의 의학 및 과학 부문 부회장인 헤더 M. 스나이더(Heather M. Snyder) 박사는 "이러한 새로운 데이터는 코로나19 감염이 지속해서 인지기능을 손상하고 알츠하이머 증상마저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불안한 추세를 암시한다"며 "우리는 코로나가 우리 신체와 뇌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이 같은 연구 결과에 우려를 나타냈다. 중요한 연구 결과임에는 틀림없지만 코로나19와 알츠하이머 또는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 간 연관 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리처드 아이작슨 미국 코넬대학교 의과대학 알츠하이머 예방클리닉 원장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단순포진도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뇌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환자들의 기저 상태가 알려지지 않아 코로나19가 이들의 알츠하이머 증상을 가속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환자들이 이미 알츠하이머 지표가 있었다면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그 정도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노년에 책 읽기, 편지 쓰기, 카드게임 등 인지기능을 자주 활용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연령이 평균 5년 정도 늦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러시(Rush)대학교 메디컬센터의 로버트 윌슨 신경과학 교수 연구진이 러시 기억·노화 연구 프로젝트로 평균 7년간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가 14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평균연령 79.7세로, 암이나 심장병 등 7가지 만성질환 중 하나를 갖고 있는 노인 1903명(여성 74.9%, 백인 89.1%)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연구에 참여한 노인들 소득 수준은 3만5000~5만 달러(약 4000만~5700만 원)였다.
연구진은 매일 읽는 시간과 연간 도서관 방문 횟수, 잡지 읽기, 책 읽기, 편지 쓰기, 게임(퍼즐, 카드, 보드 게임 등) 같은 특정 인지자극 행동 7가지를 얼마나 하는지에 따라 노인들에게 점수를 매겼다. 인지자극 행동을 가장 많이 하는 노인들부터 순서대로 5점~1점 점수를 줬다.
전체 노인 중 연구 기간에 사망한 695명에 대해서는 뇌 조직 부검을 통해 신경병증 검사를 시행했다.
조사 기간 중 457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치매 진단 평균 연령은 인지 자극 행동 점수가 높은 그룹(4.0점)이 93.6세로, 점수가 낮은 그룹(평균 2.1점)의 88.6세보다 5년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교육 수준이나 성별, 기본적인 사회활동이나 고독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치매 위험을 높이는 변이유전자(ApoE-4)나 연구 시작 당시에 이미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들을 제외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인지 자극 행동이 알츠하이머 치매 자체를 예방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세포의 비정상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인지 자극 행동 점수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교육수준이나 나이가 들기 이전에 했던 인지 자극 활동은 치매 발생 연령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연구진은 나이가 들고 난 뒤에 행해지는 인지 자극 활동이 치매 발생 연령을 늦추는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를 진행한 로버트 윌슨 교수는 “80대부터라도 독서와 글쓰기, 퍼즐, 카드 게임 등으로 뇌 활동을 늘리면 치매 발생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21일은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자 '치매 극복의 날'이다. 치매는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주변사람에게도 경제적, 심적 고통을 주기 때문에 많은 중장년이 이를 염려하고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박기정 교수의 도움말로 치매의 주 원인으로 손꼽히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알아보자.
치매환자 4명 중 3명은 알츠하이머병
65세 이상 노인인구 대상 추정 치매 유병률은 약 10%가 넘는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남성은 38%, 여성은 62%로 여성 환자가 더 많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5~69세 4.2%, 70-74세 9.0%, 75-79세 23.3%, 80-84세 27.2%, 85세 이상이 33.7%를 차지한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박기정 교수는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발생 빈도는 높아진다”며 “다양한 발병 원인이 있겠지만, 알츠하이머병은 75%를 차지할 만큼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에 대해 여러 가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하지 않다. 소위 나쁜 단백질이라 말하는 아밀로이드 혹은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신경세포들이 손상되고 뇌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머리 손상, 우울증, 저학력 이외에도 최근에는 유전적인 요인과 혈관 위험인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자꾸 깜빡깜빡, 일시적인 건망증일까?
초기 증상은 사소한 기억력 감퇴다. 최근의 기억이 저하되고 새로운 이름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더욱 악화되고, 사고력, 이해력, 계산능력 등 인지기능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혼자서는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박 교수는 “익숙하게 사용하던 도구를 잘 사용하지 못하고, 성격의 변화나 이상 행동이 관찰되기도 한다”며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초기에는 건망증과 증상이 유사해 다수의 환자들은 무심코 넘기기도 하는데, 특정 단서를 제시했을 때 기억을 해내는지 여부로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건망증은 뇌에 각종 정보들이 입력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단서가 주어지면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반면, 치매는 정보 입력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힌트가 제시되더라도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단, 인지저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약물·비약물 요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 완치는 어렵다”며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조절, 더 나아가 혈관 위험인자를 적극 관리하는 노력을 통해 치매를 사전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뇌에 철분이 쌓이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는 최근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안나 다물리나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100명과 건강한 노년층 100명을 대상으로 초고해상도 MRI로 뇌세포의 철분 축적을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치매 환자 그룹이 대조군보다 뇌세포의 철분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 중 56명에 대해 17개월 후 뇌 MRI와 함께 치매 진행 속도를 다시 측정한 결과 뇌세포의 철분 축적이 증가할수록 표준 지능 테스트 성적이 나빠지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치매 환자들의 뇌세포에 철분이 쌓이는 이유를 밝히진 못했다. 호주 멜버른 치매연구센터의 애슐리 부시 박사는 “치매 환자의 유전적 위험요인이 뇌의 철분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뇌세포의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면 치매 발병률이 높아지고, 뇌세포의 철분 축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박사는 “체내 과잉 철분을 제거하는 경구 약물인 데페리프론이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지연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뇌의 철분 축적이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 신경세포의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등 2가지 변형 단백질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병 학회 연구실장 키스 파고 박사는 “뇌세포의 철분 축적과 인지기능 저하 사이에 일부분 연관성이 있긴 하다”며 “하지만 인지기능 저하가 철분 축적을 가져오는지, 아니면 철분 축적이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논평했다.
그는 “철분은 전체적인 건강에 필요한 중요한 영양소인 만큼 이 연구결과만으로 식습관을 바꾸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년기에 부정적인 사고를 장기간 반복하면 치매 위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의 보도에 따르면 반복적인 부정적 사고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두 가지 해로운 단백질을 더 많이 축적시켜 인지력 저하를 불러와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런던대학 정신건강학과의 내철리 마천트 연구팀이 55살 이상 나이의 350명 이상을 약 2년 동안 조사한 결과 “반복적인 부정적 사고가 치매의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성명에 따른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장 흔한 치매 유형인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두 가지 단백질인 타우와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량을 측정하는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뇌 스캔 결과,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 같은 부정적 사고를 갖고 있는 3분의 1가량이 비관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타우 및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이 많고 기억력 약화 및 인지력 감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마천트 교수는 “우리는 장기간에 걸친 만성적·부정적 사고 패턴이 치매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런던 알츠하이머 학회의 정책 및 연구 책임자 피오나 캐러거는 “단기간 동안의 부정적 사고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계속되는 부정적 사고는 알츠하이머병 위험 자체를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카자흐스탄이 수도를 아스타나로 옮기기 전 수도는 알마티(1929~1997)였다. 지금도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로 손꼽히는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어로 ‘사과’를 의미하는 알마(Alma)와 ‘아버지’를 뜻하는 아타(Ata)가 합쳐진 말로 ‘사과의 아버지’라는 뜻을 지닌다. 예전에는 사과나무가 많아 개울에 사과가 둥둥 떠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도심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가옥을 에둘러 싸고 있어 마치 심산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아시아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멋진 ‘톈산’이 있다. 고개만 들리면 도심 어디에서나 시원한 만년설을 볼 수 있는 곳. 한여름, 한낮의 강렬한 햇살도 비껴간다.
알마티는 나무들 천국
필자는 6월 말, 4개월의 동유럽 여행을 시작했다. 4년 만에 또 길 위에 서 있다. 첫 여행지는 카자흐스탄 남동부에 위치한 알마티(Almaty). 이곳은 단지 러시아를 가기 위한 스톱오버를 활용한 기점지다. 여행 시작부터 행운이 따른다. 출발 하루 전, 후배에게 현지민보다 알마티를 더 잘 아는 한인을 소개받는다. 그녀는 이 나라에서 25년을 살았고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매스컴에 무수히 소개된 유명인. 생판 모르는 나라, 도시에서 의지할 곳이 생겨서인지 사르르 긴장감이 떨어진다.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한 ‘호사’이니 얼마나 좋은가? 알마티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 안에서 만난, 카자흐인 여학생의 도움을 받는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 살고 있다는 여학생은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녀의 가족들은 이미 공항에 마중 나와 있었다.
멋진 고리키 바르크(중앙공원) 공원 안에는 스타디움과 호수를 비롯해 테니스 코트, 동물원, 야외수영장, 카페 등 다양한 놀이 시설들이 들어서 있어 볼 만했다. 판필로프 28인 공원은 더 매력적이다. 이 공원에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젠코브 러시아 정교회 성당’이 있다. (구)소련 시대에 폐쇄됐다가 1995년, 러시아 정교회로 반환된 후 1997년부터 다시 성당의 위치를 찾은 곳. 못 하나 사용하지 않았어도 1904년의 대지진을 견뎌냈다. 이 성당은 세계 8대 목조 건축물로 꼽힌다. 또 이 공원에는 제2차 세계대전 순국용사를 위한 ‘꺼지지 않는 불꽃’과 ‘28인의 청동조각상’이 흩어져 있어 소련의 잔재를 느끼게 한다. 옛 러시아의 건축 양식으로 만든 ‘카자흐 민속 악기 박물관’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이 도시는 아이러니하게도 공기가 매우 탁하다. 눈으로 볼 때만 싱그러울 뿐 대기가 탁한 이유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 때문이다. 아무리 나무가 많다 해도 매연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1960~70년대의 우리나라도 이런 환경이었을까?
알마티의 알프스 톈산의 심블락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주요 여행지는 일레 알라타우 국립공원(Ile-Alatau National Park)이다. 언어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알마티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 교환학생으로 있었다는 20대 여성과 동행한다. 알마티에서 남쪽으로 약 25km 정도 떨어진 메데우(카작어로 Medeu, 러시아어로 Medeo) 빙상장까지 택시로 이동한다. 해발 약 1500m에 위치한 메데우에 가까워지자 도심에서는 못 느꼈던 바람과 공기가 싱그럽다. 부자들이 산다는 전원주택 단지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택시가 멈추는 곳, 눈앞으로 만년설이 펼쳐진다. 한여름에도 녹지 않은 채로 눈이 남아 있어 ‘카자흐스탄의 알프스’라 불리는 톈산 산맥(天山山脈, Tian Shan)이다. 중국의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 자치구에서 키르기스까지 뻗어 있는 길이 2000km, 넓이 400km의 매우 긴 산맥. 톈산의 최고봉이 포베다(7439m) 산이니 그 높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알마티는 칸텡그리(Kan Tengri, 6995m) 산맥의 일부다. 산 이름은 몽골어에서 나왔는데 칸(Kan, Khan 또는 Han)은 ‘왕’이라는 뜻이고 ‘텡그리(Tangri)’는 ‘영혼’을 의미. 즉 ‘영혼의 왕’이라는 뜻을 지녔다. 현지인들은 ‘피의 산’이라는 의미로 ‘칸투(Kan Too)’라 부르기도 한다. 해가 질 때면 산의 북벽이 붉은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행자들 대부분은 메데우에서 곤돌라를 타고 심블락(카작어로 Shymbulak, 러시아어로 침블락Chimbulak) 스키장까지 올라 만년설을 보고 내려온다. 메데우에서 스키장까지는 약 4.5km. 곤돌라 안의 발아래로 메데우 댐과 세계 최고 높이에 있는 빙상 경기장이 보인다. 2011년 동계 아시안게임, 2012년 반디 세계 챔피언십, 201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가 개최된 곳이다.
질료니 바자르에서 만난 고려인들
심블락에서 다시 시내로 돌아와 국립박물관, 공화당 거리 등을 욕심 없이 둘러보고 찾은 곳은 질료니 바자르(Zelyony Bazar)다. 질료니는 러시아어로 ‘초록’을 의미한다. 과거에 야채와 과일을 주로 판매하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채소 코너에서는 필자와 똑같은 얼굴을 한 아주머니와 맞닥뜨린다. 먼 타국에서 만나는 똑같은 얼굴. 파장을 준비하는 그녀는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고려인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육부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말 그림이 그려진 정육 코너에는 순대를 닮은 소시지가 많다. 다양한 치즈와 젓갈류 등을 구경하면서 도착한 반찬가게. 그곳에 고려인 상인들이 여럿 있다. 얼굴은 분명 한국인인데 러시아말을 구사하는 고려인 2세 혹은 3세들. 두어 명은 몇 마디 한국말을 구사한다. “아바이가 했던 말인데 난 모르오”라며 무뚝뚝한 함경도 사투리를 쓰는 할머니. 손맛을 인정받았는지 얼굴색 전혀 다른 사람들이 고려인 할머니가 만든 김치를 잔뜩 사들고 떠난다.
사실 알마티에서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모습을 한 사람들을 아주 많이 만나게 된다. 카자흐스탄은 130여 개의 민족이 살고 있는 나라다. 분명코 칭기즈칸의 정치적인 영향이 현재로 이어진 것일 게다. 고려인들은 이 도시의 소수민족. 알마티에는 한국인이 약 700명 정도 살고 있으며 이동 인구까지 포함하면 1000명가량 된다고 한다. 동족이라는 본능 때문이었을까? 고려인들을 만나니 눈물이 팽그르르 돌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쨌든 필자는 현재 러시아 여행 중이다. 두 번째 방문한 러시아. 다음 호에는 이 매력적인 나라에 대한 소식을 길 위에서 전하리라.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 아시아나 항공이 직항(매주 화, 금)한다. 또 카자흐스탄 항공사인 에어 아스타나(월, 목)가 있다. 편도 6시간 이상이다.
현지 교통 알마티에는 버스, 트램, 지하철의 대중교통 수단이 있지만 대부분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택시 표시가 없어도 길에서 손을 들으면 어김없이 차가 서는데 운전사와 교통비를 흥정해야 한다. 필수적으로 알고 가야 할 ‘어플’이 얀덱스 택시(Yandex. Taxi)다. 가격이 표시되니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택시 운전자의 바가지 상흔을 피할 수 있다. 러시아 권역에서는 거의 통용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음식 정보 주민들 대다수가 이슬람권이어서 돼지고기는 거의 안 먹는다. 양고기와 말고기 등을 주로 먹는다. 꼬치구이인 샤슬릭, 수블리카가 대표 메뉴이고 그 외 스프, 메밀밥, 소고기 구이 등등이 맛있다.
언어 정보 카자흐스탄어가 있지만 대부분 러시아어가 통용된다. 영어 소통이 매우 어렵다.
치안 정보 길에서 경찰들을 거의 볼 수 없다. 그만큼 치안이 안전하다.
날씨 정보 4계절이지만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다. 여름에는 30℃를 웃돌 정도로 덥다. 그러나 기온 차가 크니 걸칠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알츠하이머병은 노망이 아닙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송인욱(宋寅旭·47) 교수의 단언이다. 흔히 알려진 상식과는 다른 이야기다. 한국인의 머릿속에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치매 질환은 곧 노망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다. 치매가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공포의 병으로 알려진 것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이나 주변인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송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해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츠하이머병이 대표적인 치매 질환으로 꼽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2016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수는 65만 명에 달한다. 2024년이면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내놨다.
전체 치매 환자 중 4분의 3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다. 이 병은 뇌에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1907년 독일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박사가 처음으로 발견해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기억력 등 사소한 증상으로 시작해 점차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말기에는 망상이나 환각, 공격성, 수면장애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나타난다.
학력이 높으면 발병 가능성 낮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뇌 손상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알려진 정도다. 뇌 세포의 골격 유지 역할을 하는 타우 단백질 또한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중 의료계에서 주목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유전이다. 전체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 40~50%는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것. 송인욱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발병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유전자로 아포지단백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것의 유전자 성질 중 E4형을 가진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이 나타날 확률이 3배 이상 커요. 유전자가 E4로만 조합된(E4-E4형)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이 6~8배 이상 발생하고요. 또 발생하면 진행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그만큼 유전적 요인은 이 병과 관계가 밀접합니다.”
알츠하이머병의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학력과의 관련성이다. 조사 결과 고학력자일수록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낮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 교수는 “학생 시절 공부를 좀 못했다고 해서, 학교를 오래 다니지 않았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아직 확실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에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의학계에서도 처음에는 이 결과를 보고 뇌의 사고나 기억을 위한 노력의 정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다시 말하면 공부를 위해 머리를 많이 쓴 결과가 아닐까 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런 가설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아직 부족한 단계입니다. 최근 좀 더 다각적으로 분석한 결과 학력은 결국 성인이 된 이후의 소득수준과도 관련이 있고, 이는 쾌락을 위한 활동, 즉 여행이나 레저와 같은 다양한 경험이나 활동의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일부의 견해도 있어요. 소득이 낮으면 생계를 위한 일과 일상만 반복되기 쉬우니까요. 어르신들에게 사회활동을 멈추지 말고 가급적 평소에도 많은 사람과 만나시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러한 부분과 관련이 있습니다.”
송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우울증 유무 여부도 병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것보다는 가급적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주간보호센터나 노인대학 등에서 치매 환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낮 동안의 다양한 활동은 수면과도 연관이 되거든요. 낮에 활동이 적으면 밤에 불면이 생기기 쉬운데 불면은 환각 등의 증세를 불러오기도 해요.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이죠. 결국 견디기 힘든 환자 가족들이 수면제 처방을 원하기도 하는데 큰 효과는 없습니다. 밤에 충분히 잘 수 있도록, 낮에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아 맞다!”가 가능해야 정상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건망증이다.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 중 하나가 건망증이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횟수가 잦아지면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 여부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보통 치매로 발전하기 전 단계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하는데, 신경과에서는 경도인지장애의 전 단계가 주관적기억장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건망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주관적기억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경도인지장애에 들어서기 직전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단순 건망증일 수도 있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어요. 일반적인 건망증과 알츠하이머병과의 차이가 있다면 바로 ‘아 맞다!’예요. 잊어버린 것에 대해 단서를 주었을 때 ‘아 맞다!’를 외치며 기억해낸다면 정상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주관적기억장애로 시작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같은 인지기능 저하로 발전하거나 의처증과 같은 정신이상행동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점점 정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진행 속도는 환자마다 다르다.
과거에는 초기에 알츠하이머병을 정확히 진단해내기가 무척 어려웠다. 뇌 조직의 변화를 확인해야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방법은 환자가 사망한 후에나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 의학의 발전으로 알츠하이머병이 뇌 속의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관련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통한 진단법이 보급됐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농도를 알기 위해서는 척수에 직접 주사를 꽂아 뇌척수액을 채취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등장한 것이 ‘아밀로이드 PET-CT’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농도 측정이 가능한 CT(컴퓨터 단층촬영) 장비를 통해 뇌의 상태를 손쉽게 알 수 있게 됐다. 송인욱 교수는 조기에 진단 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이 장비가 임상에서 적용된 지는 3년 정도 됐습니다. PET-CT의 등장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여부를 조기 발견하고 그에 맞는 투약이 가능해졌어요. 60~70대 시니어 중 최근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껴지는 분은 진단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진찰 과정도 간단합니다.”
PET-CT 검사와 함께 의료진이 환자를 대면해 신경심리검사를 진행하면 알츠하이머병은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병 생겨도 노망은 막을 수 있어
송 교수는 환자들에게 혹은 이 병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바로 “알츠하이머병은 노망이 아니다”라는 조언이다.
“의료진들이 노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치매에서 노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심한 단계는 분명히 존재하죠. 그러나 사람들은 보통의 알츠하이머병 혹은 치매 질환을 노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계가 달라요.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 질환은 노망의 전 단계라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완치가 불가능한데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고, 약물 복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이 병이 발병하고 나서 노망 단계로 접어드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입니다. 발병했다고 무조건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처음에는 다른 질환처럼 좀 불편한 정도입니다. 이 시기를 최대한 오래 지속시키고 가능한 한 여생 동안 ‘노망’을 겪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목표입니다. 다시 말하면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되었어도 얼마든지 평범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약물 복용을 대단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약물의 꾸준한 복용만으로도 환자의 상태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가족의 보살핌에 따라 병의 진행 속도에서 많은 차이를 나타냅니다. 이 역시 약물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옆에서 누군가가 제시간에 꼬박꼬박 약을 챙겨준 환자와 그렇지 못한 환자의 차이는 커요. 그래서 초기에 약을 쓸 수 있도록 의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독일·프랑스 합동연구진이 카페인에서 치매 치료물질을 추출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독일 본(Bonn) 대학과 프랑스 릴(Lille) 대학 공동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2대 핵심병변 중 하나인 뇌세포의 타우 단백질 엉킴을 억제하는 물질을 카페인에서 추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물질은 치매 모델쥐 실험에서 기억력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음이 입증됐다고 본 대학의 크리스타 뮐러 박사는 밝혔다.
이 물질이 투여된 치매 모델쥐들은 기억력, 특히 공간기억이 크게 좋아졌다.
이와 함께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에서 진행되던 병변도 완화됐다.
이 물질은 아데노신 수용체의 파생형(subtype)인 A2A를 억제하는 성분이라고 뮐러 박사는 밝혔다.
아데노신은 뇌에서 여러 가지 수용체들을 활성화시키는데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해 이 수용체들의 활동을 차단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아데노신 수용체 중에서도 그 아형인 A2A를 차단했을 때 타우 단백질 엉킴을 억제하는 효과도 크고 부작용이 적다는 것을 발견하고 카페인에서 A2A를 억제하는 성분을 추출해 순도가 매우 높고 물에 잘 녹는 형태로 만들어 냈다.
연구진은 이 성분을 MSX-3라고 명명했다.
이 치매 치료물질은 앞으로 동물실험을 더 거친 후 임상시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뮐러 박사는 밝혔다.
치매환자의 뇌세포에 나타나는 2가지 핵심병변은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과 타우 단백질의 엉킴이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뇌 신경세포 표면에 쌓여 플라크(노인반)를 형성하고 타우 단백질은 신경세포 안에서 신경섬유다발을 만들어 뇌세포를 파괴한다.
지금까지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몇 가지가 개발돼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타우 단백질 엉킴에 효과가 있는 물질이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결과는 ‘노화 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Aging) 온라인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