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1인분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레귤러 사이즈보다 작은 1인분, P사이즈(Personal) 피자가 등장했다. 노인이 먹기 편한 크기로 줄이 버거, 소비자 선호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제품들도 등장할 예정이다.
2056년이면 일본 인구의 40% 이상이 65세 인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식품 관련 산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음식의 사이즈다. 레귤러, 라지 사이즈보다 훨씬 작은 ‘퍼스널 사이즈’의 P사이즈 피자가 등장했다. 배달 피자 전문점 스트로베리 콘즈, 피자-라(PIZZA-LA) 등의 브랜드가 1인 가구를 위한 P사이즈를 선보였다.
노인 채용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모스버거는 소화가 편한 식물성 고기 등의 식재료를 연구하고 있으며, 기존보다 작은 사이즈 햄버거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식품 소비 감소와 나이 들수록 소식하는 고령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식품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업체별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식품 시장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여론조사기관 인사이트에 따르면 식품, 음료, 주류를 합친 식품 시장 규모는 2030년이면 2022년 대비 8%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더 작은 사이즈의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크로스 마케팅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구입한 적 있는 사이즈의 상품으로 ‘소량 사이즈 과자’(34.7%)가 가장 많았다.
구입 이유에 대해서 50~60대 응답자는 ‘양이 적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들은 ‘상품 사이즈 종류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1회 사용분으로 소분한 양념’이나 ‘라면이나 파스타의 작은 사이즈’ 등을 원했다.
이에 일본 식품 업계는 고령자와 1인 가구에 맞춰 다품종 대량생산이 아니라 푸드 테크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생산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루비로 잘 알려진 과자 제조사 칼비는 고객의 장 상태에 맞춘 그래놀라를 제작해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한 경제산업성이 주최한 ‘월드 로봇 서밋’에서는 미래형 편의점을 주제로 한 아이디어 콘테스트에서 고객 맞춤형 식품 제작 ‘3차원 푸드 프린터’가 수상했다. 식재료를 분말로 가공해 개인의 체질이나 취향에 맞춰 배합한 뒤 푸드 프린터로 식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이다.
결국 식품 업계는 앞으로 단순히 제품 크기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건강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업들이 푸드테크 관련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푸드테크는 노동 시장의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손꼽힌다. 식품에 사용되는 식재료 영역을 넓히고, 노동 시장의 고령 인력을 대체하면서, 소비자의 건강 데이터에 맞춘 제품을 생산하는데 주요한 기술이다.
이에 대해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업이 푸드테크를 발전시켜 고객 취향과 생체 데이터에 따라 모든 식품을 맞춤화할 수 있다면, 라지나 레귤러 같은 사이즈 구분은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려동물이 고령자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고 간병비까지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어 하는 일본 고령자의 비율은 매년 줄고 있다. 끝까지 돌보지 못하고 남겨질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고령자와 반려동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령자의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함이다. 일본 시니어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고민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연구 조사를 들여다봤다.
반려동물 있어 좋지만 ‘돌봄 고민’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좋은 점으로 “부부 사이 대화의 중심이 된다”, “지병이 있지만 열심히 살도록 바뀐다” 등을 꼽았다. 반려동물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고, 가족 간 대화가 이어지며,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게 되는 등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함으로써 간병 비용이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고령자의 간병 비용이 키우지 않는 고령자에 비해 절반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반려동물이 질병 예방 효과와 간병 비용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과 역할 부여, 규칙적이고 활발한 생활 유지 등이 간병 비용을 줄이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따른 고민도 있다. 주로 자신의 노화로 반려동물을 끝까지 돌보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과 반려동물이 노화함에 따라 필요한 돌봄을 주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반려동물이 혼자 남겨질 것을 걱정했다.
또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의 상실감을 우려하기도 한다. 펫푸드협회의 ‘2022년 전국견묘사육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이 그 이유로 꼽은 것 중 △여행·장기외출이 어려워서 △이별이 괴로워서 △돈이 들어서 △공동주택에 살기 때문에 반려동물 금지라서 △죽으면 가엾어서 등이 1~5순위를 차지했다.
고령자의 반려동물 사육 의향 비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동물병원 비교 사이트, 반려동물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요양시설, 반려동물 신탁 서비스, 묘 서비스, 공양(供養) 서비스, 반려동물 호텔 서비스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펫 돌봄 서비스, 펫로봇 관심 높아져
동물과의 접촉이 인지 기능과 운동기능 유지 및 개선에 도움이 되고, 정서 안정으로 이어지며, 재활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지자체ㆍ시설 등의 기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쿠오카현 고가시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지원이 필요한 노인의 집을 방문해 도움을 주는 케어매니저 정책을 마련했다. ‘혼자 사는 노인이 갑자기 사망해 반려동물만 남았다’거나 ‘기르고 있는 반려동물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입원할 수 없다’는 독거노인의 상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르던 반려동물과 함께 입주하거나, 시설에서 기르는 동물과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요양시설도 늘고 있다. 노인홈 검색 사이트 ‘모두의 개호’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노인홈은 2022년 8월 기준 전국에 409개로, 전년 대비 146개가 늘었다.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24개가 증가한 것에 비해 2년 새 많이 늘어난 셈. 요양시설에 전문 펫시터가 상주해 돌봄을 제공하고, 반려동물 전용 활동 공간도 있다. 반려동물 냄새를 없애는 탈취 효과가 있는 커튼이나 산책 가방을 사용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나아가 반려동물의 죽음까지 책임지는 시설도 있다고.
한편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지만 경제적·심리적 문제를 걱정하는 시니어들은 펫로봇에 관심을 보였다. 우메즈 유키에 하루메쿠 시니어 생활방식 연구소 소장은 “비사육자의 펫로봇 이용 의향 비율이 31.2%라는 결코 적지 않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면서 “펫로봇이 정서적 생활을 돕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반려동물을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의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참고 하루메쿠(ハルメク) ‘시니어 여성의 애완동물 사육에 관한 의식과 실태조사’, 리서치 회사 크로스마케팅 ‘반려동물에 관한 조사’(2022년), 펫푸드협회 ‘2022년 전국견묘사육실태조사’, 취미인클럽×하쿠호도 2022 ‘반려동물과 생활의 질 조사’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가 ‘기술과 삶 : 인공지능 시대 100세 인생’을 주제로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된다. 주최사인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국내외 100대 제론테크놀로지’를 선정해 제론테크놀로지존(GT존)에서 전시 및 쇼케이스를 운영한다. 100대 제론테크놀로지는 100개의 제품·서비스, 100명의 전문가, 100개의 기관을 말한다. 다양한 제론테크놀로지의 접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참여가 예정된 친고령 기업을 미리보기로 소개한다.
●돌봄 분야
원더풀플랫폼의 독거노인을 위한 AI 돌봄로봇 ‘다솜이’는 말벗 대화, 가족이나 생활보호사와 영상통화, 복약이나 식사 시간 알림, 긴급 상황 알림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거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뉴스, 음악, 영상체조 등도 제공한다. 영상과 음성을 융합한 AI 돌봄로봇의 실제 서비스는 국내외에서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은 AI가 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무엇보다 네이버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I 대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를 생성하는 데 최초의 초대형 한국어 AI ‘하이퍼클로바’ 기술이 활용됐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등 여러 지역에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은 말 그대로 입고 벗을 수 있는 로봇기술을 말하며, 착용자의 신체활동을 돕는다. 고령화 사회에 웨어러블 로봇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에프알티(FRT)는 국내에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지난 2015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사내 벤처로 시작했다.
특히 에프알티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의 보행을 보조하기 위해 개발된 웨어러블 로봇이 있다. 로봇의 근력 강화 기능을 보조받아 보다 쉽게 보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노인 스스로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 도움을 줘 돌봄이 필요한 노인뿐만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의 신체 부담 또한 줄여준다,
●여가/사회참여 분야
로쉬코리아는 시니어 라이프 플랫폼 ‘시소’(시니어는 소중하니까)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시소는 ‘오프라인 클래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화, 여가, 취미 관련 콘텐츠를 소개·제안하고 오프라인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술, 가드닝, 한지공예 등 취미 교육을 비롯해 미술 산책, 다이닝 커뮤니티, 음악살롱 등 문화 체험, 농장 나들이, 서울 근교 여행 등 액티비티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시니어의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하며 여가생활을 지원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도 있다. 담당 크루가 시니어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유튜브 제작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장보기나 운동 등도 함께 한다.
스프링소프트는 치매 예방과 인지 능력 향상 목적의 기능성 게임이 탑재된 스마트 테이블인 ‘해피테이블’을 개발했다. 터치스크린 기반의 놀이형 테이블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경쟁과 협동 방식으로 게임이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시니어 사용자의 정확도나 반응 속도 등 게임 데이터를 분석해 인지 능력 이상 유무 진단, 치매 조기 발견 등이 가능하다.
●교육 분야
캐어유는 ‘스마트 에이징 솔루션 실현을 통한 시니어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설립된 시니어 디지털 케어 플랫폼 기업이다. 고령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 및 기술을 개발해, 이를 어르신들에게 보급하고 교육하기까지 전반을 관리한다.
특히 캐어유는 무인 키오스크 교육 시스템 ‘엔브레인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카페와 패스트푸드 주문, KTX와 영화관 예매, 은행 ATM, 무인민원발급기 등 총 6종에 대한 키오스크 이용 방법부터 카드 결제까지 교육과 반복 연습이 가능하다.
교육용 콘텐츠 이외에도 치매, 우울증, 스트레스 등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정신건강테스트’ 애플리케이션도 탑재해 활용도를 높였다.
한편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에는 이밖에도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이지태스크, SMD솔루션, 로보케어, 효돌, 미스터마인드, KB골든라이프케어, KT리얼큐브, 맨엔텔, SK하이닉스(실버프렌드)/SKT행복커넥트, 시스포케어, 비지팅엔젤스, 케어닥, 인바디, 리디자인, 한국에자이, 유한킴벌리, 사랑과선행, 멀틱스, 바이칼AI, 휠라인, 템프업, 아하컨설팅, 현대자동차(CES), 에버영코리아, 신한, 채움인지교육연구소, DNX, 대교이프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음식점·카페 등에 키오스크 시스템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비대면 주문 문화가 퍼지자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소외되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의 ‘서울시민 디지털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만 5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기술 이용 수준은 100점 만점에 43.1점으로 서울 시민 평균인 64.1점보다 32.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54.2%는 한 번도 키오스크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키오스크 이용률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줄어든다.
75세 이상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13.8%에 불과했다. 75세 이상이 사용하기 어려운 키오스크로 꼽은 곳은 패스트푸드점(53.3%), 카페(45.7%), 음식점(44.4%)이다.
고령층은 ‘사용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 ‘필요가 없어서’(29.4%),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7.8%)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20%는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도움을 받을 때는 ‘전화문의(73.7%)’, ‘지역거점방문(45.3%)’을 선호했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대면 서비스를 선호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디지털 교육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기차표 예매하는 일 등을 알려드리는데, 교육을 받고 나면 생활이 한결 편해졌다고 한다”며 “중장년층의 디지털 교육은 1:1 혹은 2:1로 이뤄져야 가장 효과적이고, 대면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관계자는 “중장년층의 디지털 배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지만 비대면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한편으로는 디지털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지만, 아직도 디지털 도구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중장년층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을 잘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틈이 크게 벌어지자 정부는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디지털배움터 140여 개를 운영하고 키오스크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시니어 강사가 고령층에 일대일로 디지털 교육을 하는 ‘어디나 지원단’, 어르신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로봇 리쿠(LIKU) 보급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은 보고서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 인구로 진입하면서, 고령층 내에서도 디지털 격차 문제가 복잡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고령층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사 배경을 밝혔다.
강요식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은 “디지털 사회에서 시민 모두가 소외나 배제 없이 디지털 기술이 가져오는 기회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 포용 사업을 더 촘촘히 기획하고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디지털에 무능하면 ‘불편함’을 넘어 ‘불이익’을 보는 시대다. 키오스크 주문 방식을 알지 못해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지 못하고, 공공기관의 무인 민원 창구를 이용할 줄 몰라 한참을 기다려 수수료까지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반대로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초래한다. 식당에서 무인 기기(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 매장에서 상주하는 직원을 아예 없애거나 혼잡 시간대엔 무인 주문기로만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 타임’을 운영하기도 해 직원을 불러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처럼 노인들에게는 디지털 세상의 진입 장벽이 높게만 느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 가운데 여건은 되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자발적 비 이용’이 72.5%, 나머지 ‘비자발적 비 이용’에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는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키오스크 체험존’을 마련했다. 체험존에서는 음식 주문, 티켓 발매, 증명서 발급 등을 연습해볼 수 있다. 스스로 체험이 어려운 노인들은 설치된 기관의 사회복지사, 디지털 강사가 직접 돕는다. 체험존 위치는 스마트폰, PC로 네이버에 접속해 ‘스마트 서울맵’을 치고,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도시 생활지도→키오스크 체험존’을 차례로 눌러 확인할 수 있다. 혹은 서울시 디지털포용팀에 문의해도 된다.
서초구에서 개발한 앱인 ‘서초톡톡C'를 활용해 집에서 연습할 수도 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서초톡톡C를 검색해 무료로 다운로드한 다음 무인민원발급기, 패스트푸드, 고속버스, ATM기, KTX 발권, 병원 등 상황별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서초구 관계자는 “우리는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르신들에게는 힘든 경우가 많다”며 “인기가 좋은 강좌는 스마트폰 작동법과 키오스크 활용 수업”이라고 밝혔다. 정보취약계층인 노인들에게는 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업이 가장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강동구 등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지난해 말 AI 로봇 ‘리쿠’를 도입했다. 리쿠는 노인들에게 터치나 스크롤 같은 기본적인 작동법은 물론 카카오톡에서 친구를 검색하거나 사진을 전송하고 메시지 알람을 끄는 방법도 알려준다. 리쿠는 단순한 음성을 인식하고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 감정, 성향을 학습해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기술을 탑재했기 때문에 대화가 가능하고,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디지털배움터’에는 디지털 소외와 정보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강좌가 준비돼있다. 노인들이 집 가까이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온라인 맞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디지털배움터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신청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강좌 내용, 일시,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배움터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주기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하는 ‘구독경제’의 몸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뿐 아니라 의식주부터 취미와 여가 등 삶의 전반에 다양한 방식으로 침투하고 있다. 심심할 때 TV 대신 넷플릭스를 보고, 유튜브 구독자 수로 인기를 가늠하는 구독 전성시대, 시니어가 알아두면 좋을 이색 서비스를 소개한다.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수면 등이 세계 장수마을 사람들의 건강 비결로 알려져 있다. 사실 ‘밥 먹으면 배부르다’ 식의 당연한 이야기다. 누구든 잘 먹고 잘 자면 면역 기능이 향상돼 질병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 뻔한 일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삼시세끼는커녕 한 끼 차려 먹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매일 색다른 밥상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눈앞에 차려진다면 어떨까. 첨단 로봇이 아닌, 식단 구독 서비스로도 가능한 일이다.
건강 식단 구독 서비스 ‘그리팅’
‘혈당 조절은 장기전이기에 식사에 한계가 있는데, 식단을 구독하니 선택지가 많아져 스트레스가 사라졌습니다.’ 현대백화점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의 건강 식단 구독 서비스 ‘그리팅’을 구독한 40대 김건강(가명) 씨가 남긴 후기다. 그가 선택한 메뉴는 저당식단. 당류와 염분을 최소화하고, 저당 식재료를 3종 이상 활용해 만든 당뇨 예방 식단이다.
‘그리팅’은 이처럼 건강관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원하는 날짜에 식단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종류는 저당식단을 비롯해 한 끼 평균 열량이 450kcal인 칼로리식단, 세계에서 가장 장수 인구가 많은 ‘블루존’(Blue Zone) 국가의 식문화를 반영한 장수마을식단 총 3가지다. 이 중 골라 구독 기간과 끼니 수, 배송 희망일을 택하면 해당 식단을 주 2~3회 받아볼 수 있다. 주문 후 조리되는 상품 특성상 구독 최대 기간은 2주이며, 가격은 한 끼당 8500원이다.
홈페이지 구독 신청 페이지에서 ‘메뉴 미리보기’를 누르면 테마별로 18가지 식단을 살펴볼 수 있다. 해당 날짜를 기준으로 2주간 제공되는 식단이다. 2주 뒤에는 다른 식단이 그 자리를 채운다. 매일 다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박주연 그리팅사업담당 상무는 “식단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려면 계속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고객분들이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매월 신 메뉴를 개발한다. 일반 식품 제조업체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사업 모델이지만, 자사는 서울아산병원과 아주대병원에 환자식을 제공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강한 식단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 식단’을 표방하는 만큼 식단 구성 과정도 까다롭다. 먼저 식단의 특성에 따라 영양 목표를 설계하고, 시기별 어울리는 식자재와 조리법을 연구해 레시피를 완성한다. 그다음 맛, 색상 등의 조화를 고려해 궁합에 맞는 메뉴로 한 끼 식사를 구성한다. 이때 단순히 대중적인 레시피를 차용하는 것이 아닌, 생소한 재료를 활용해 전에 없는 메뉴를 말 그대로 ‘개발’한다. 이를테면 저당식단에는 인슐린 작용을 도와주는 여주와 꾸지뽕이, 장수마을식단에는 산초, 팔각 등 이국적인 재료가 들어간다. 정현정 그리팅Lab 케어식단연구원은 “대개 건강식은 싱겁고 맛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리팅을 통해서는 다양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영양뿐 아니라 맛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구독 전 세 끼 분량의 체험판을 주문할 수 있다. 그리팅 오프라인 매장인 ‘영양사의 반찬가게’를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영양사와 1:1 건강 상담을 통해 맞춤형 반찬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 본점·여의도점·무역센터점·목동점·판교점 총 5곳에서 운영 중이다. 박 상무는 “앞으로는 건강 식단뿐 아니라 연화식 등 고령 친화 식품과 관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시니어가 더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팅’이 추천하는 장수 식자재
꾸지뽕_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토종 식물로, 뽕나무를 닮아 ‘굳이 뽕나무’라고 불리며 그 이름이 유래됐다. 혈관 건강에 효과적인 루틴이 뽕잎의 약 18배, 녹차의 68배가량 함유돼 있어 혈전 생성을 억제하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비린내를 잡는 데 탁월해 해물찜, 갈치조림 등 생선을 찌고 조릴 때 꾸지뽕잎 가루를 함께 넣으면 더욱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여주_입에 쓸수록 건강에는 달다! 특유의 쓴맛으로 한의학에서는 ‘고과’(苦瓜)라 불리는 여주는 사포닌 계열의 모모르카로사이드 성분이 풍부해 신체 활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쓴맛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을 것 같지만, 제육볶음이나 소불고기 등 양념 고기 요리에 넣으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여주의 쌉싸름한 풍미가 매콤달콤한 고기의 맛을 더욱 살려준다.
당귀_반건조 상태의 당귀는 뜯었을 때 특유의 향을 끈적한 감촉으로 느낄 수 있다. 주로 늦가을부터 봄 새싹이 돋기 전에 캔 뿌리를 건조해 사용한다. 잎이 무성해지면 약의 기운이 잎으로 몰려 뿌리의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절 통증과 치매 예방에 좋은 데커신 성분이 풍분해 노년기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다. 닭볶음, 주꾸미볶음 등 매콤한 한식 요리에 잘 어울린다.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이름은 기술의 시대다. 이른바 ◯◯◯테크로 불리며,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각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기술은 비대면으로 인한 사람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가고 있다. 특히 식품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인 푸드테크에 대해 살펴본다.
도움 베어로보틱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이기원(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최근 푸드테크가 부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 식품외식산업 트렌드 중 하나로 푸드테크를 선정했다. 푸드테크(Foodtech)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용어로, 식품산업 분야에 로봇, ICT,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과 같은 첨단 기술이 접목된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농업과 식품 관련 분야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식량안보, 탄소중립 등과 같은 환경 이슈의 부각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위생과 안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푸드테크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은 연평균 5.8%씩 성장해 2022년에는 25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건강과 환경에 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는 만큼, 전망이 밝은 시장이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이전에는 사람이 만나는 공간 중심의 사업이 활발했다면, 코로나19 이후로는 비대면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푸드테크 같은 기술 중심의 사업이 부상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무인화와 푸드 로봇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부상하는 트렌드가 바로 ‘무인화’다. 푸드테크 시장의 대표적인 무인화 사례는 ‘푸드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서빙 로봇, 요리 로봇 등 다양한 푸드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무인화로 인해 노동 시장에서 단순·반복 업무는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식품 유관 산업에서도 무인화 시스템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푸드 로봇 시장의 전망성도 괜찮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푸드 로봇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연평균 13%를 상회하는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푸드 로봇은 세계적인 인건비 상승,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 등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푸드 로봇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푸드 로봇이 수익 창출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따르면 서빙 로봇 배치 이후 팁의 비율이 늘었고, 캘리포니아의 한 식당에서 8개월 동안 시범 테스트를 한 결과 판매가 28% 증가했다. 베어로보틱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접객을 원하는 수요가 생겼고, 동시에 로봇이 손님들의 이목을 끌 수 있어 점주들이 푸드 로봇을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종업원의 업무 강도를 낮출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출시한 서빙 로봇은 총 4단으로 구성돼 한 번에 4개 테이블에 음식 서빙이 가능하다. 최대 적재 용량은 50kg이다.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사람 대신 로봇이 맡으면서 종업원 입장에서는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줄었다. 서빙 로봇을 운영 중인 점포 관계자는 “로봇 도입 이후 업무 강도가 낮아지면서 직원의 퇴사율이 낮아졌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서비스 만족도를 올릴 수 있다. LG전자에서 출시한 셰프 로봇의 경우, 원하는 국수 재료를 그릇에 담아 전달하면 1분 동안 국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이는 손님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시에 단순·반복 업무를 로봇이 담당하기 때문에, 종업원들은 접객 서비스에 더 신경 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푸드 로봇을 도입해 종업원의 접객 서비스 수준을 올린다면 자연스레 서비스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고, 이는 손님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비싼 비용과 안전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푸드 로봇을 통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일부 검증되었지만, 비싼 초기 도입 비용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또한 안전성 문제도 제기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사고 사례는 없지만 향후 안전성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리라는 진단이 의료계에서 거듭 나오고 있는 지금,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이루려면 기존과는 다른 차원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상황. 정부에서는 이를 위한 ‘한국형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지역에 안착해 주민들이 좋은 일자리를 체감하는 게 정부의 목표이자 지역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는 양천구를 책임지고 있는 김수영 양천구청장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직접 일자리와 양천구 개발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에서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지역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를 대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각 지방정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우수한 일자리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중앙-지방정부 간, 지방-지방정부 간 협업을 강화하는 소통의 창구 역할이다. 양천구는 2019년 119개 사업에 7231개 일자리 창출 목표를 수립해 119개 사업, 6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일자리는 더 이상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적인 복지 영역입니다. ‘일자리가 곧 복지’인 거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힘써 다양한 계층이 체감하는 내실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모두의 바람이자 희망입니다.”
중장년층 일자리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
김 구청장은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을 위한 양천구만의 일자리 지원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양천구의 어르신복지과 ‘인생 이모작 팀’이 중장년층을 위한 여러 솔루션들을 기획 중이다. 그리고 50대 독거남들이 사회에 다시 진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나비남 프로젝트’, 8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전담 팀이 직접 방문해 건강관리를 해주는 ‘백세건강 돌봄 사업’ 등 세대별 맞춤형 복지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 양천시니어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게끔 다양한 정보 제공 및 취·창업 지원을 위한 양천50플러스센터를 2021년 7월 개관할 예정이다. 또한 ICT 기술을 독거노인 및 취약 계층에 도입해 디지털 취약 계층과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신중년 일자리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예를 들어 ‘ICT 기반 돌봄 서비스’는 신중년 ICT 케어 매니저들이 AI 스피커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의 고독사 예방 및 신속한 위기 대응 등의 돌봄 서비스를 수행하는 일이다. 더불어 조리사 자격을 갖춘 신중년들이 어린이집의 대체조리사로 활동해 급식 공백을 최소화하는 서비스인 ‘대체조리사 지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 지정
양천구가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양천구가 선정된 배경에는 먼저 ‘연의목공방’이 서울시 자치구 목공방 중 규모가 제일 크며, 목재 관련 박사학위가 있는 외부 강사를 인력풀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목공지도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직접 운영하는 것도 높이 평가받았다.
“양천구는 주거 지역이 전체 면적의 약 72%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흔히 목동을 얘기하면 대입 전문학원이나 목동 아파트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입시학원 중심의 목동에서 평생학습 중심의 양천구를 만들기 위해 오목공원 내 창고로 방치돼 있던 공간을 목공예 체험장으로 조성한 것이 연의목공방의 시작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7월 산림청에서 전국적으로 공모한 ‘목재교육 전문가 양성기관’에 지원하였으며, 지정을 받았습니다. 전국 총 44개 기관에서 신청했는데 6개 기관만 선정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양천구죠. 앞으로 목재교육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자격증반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개강은 곧 할 예정입니다.”
12월부터 개강할 목재교육전문가는 산림청에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한 기관만이 배출할 수 있다. 6개월 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목재교육 분야의 전문지식·기술습득 및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면 목재문화체험장, 강사 활동, 학교 방과후 교사 및 마을 학교 강사, 소창업 등이 가능해진다. 양천구에 목공방 마을 1호가 머지않아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음 치유는 공원에서
일자리를 못 구하는 일도 사람의 마음을 척박하게 만들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그 이전에 가혹한 생존의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코로나19다. 김 구청장은 자칫 몸과 마음이 삭막해질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삶의 질’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런 기준에 따라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여가를 보내는 대신, 쾌적하고 안전하게 ‘쉼’을 누릴 수 있는 공원을 추천했다. 양천구는 이러한 방향성에 맞춘 다수의 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양천구 면적은 17.4k㎡로 이 중 주거 지역이 71.8%인 12.5㎢입니다. 녹지는 23%인 4㎢로 그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며 전역에 크고 작은 공원 104개소가 조성되어 있어 힐링하기에 좋은 환경이죠. 특히 연의목공방에서 700m 떨어진 곳에 양천도시농업공원을 작년 4월에 개장했는데, 7000평 규모에 농업체험학습장, 친환경텃밭, 야생초화원, 생태연못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삭막한 도시 환경을 개선함은 물론 마을공동체 사업과도 연계해 건강, 교육, 공동체 개선 등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끌고 있는 중입니다.”
양천도시농업공원에서 수확한 채소는 각 동의 취약 계층과 어르신 사랑방에 기부하거나 양천푸드마켓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작년 한 해 동안 기부된 채소들은 300kg이 넘는다. 공원을 가꾸는 재미가 정서적 위안과 함께 공동체 정신을 높이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2022년까지 연의목공방 맞은편에 제2의 도시농업공원을 하나 더 개장해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균형 발전을 위한 대규모 사업들
“양천구는 강남권과 비강남권을 말하는 서울시의 축소판처럼 목동과 비목동 간의 지역 격차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균형 발전에 대한 밑그림을 구상했고 민선 7기를 열면서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이 균형 발전을 위해 구상한 ‘H-Plan’은, 양천구의 큰 개발 계획을 통해 동쪽(목동)과 서쪽(비목동)이 균형 발전을 이루고 상생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정책 사업이다. 미래 양천의 30년 발전을 위해 주민들과 약속한 내용이기도 하다. 우선 동쪽에는 중소기업 혁신 성장 밸리를 조성하고 서쪽에는 서부트럭터미널을 개발해 도시 첨단 물류단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남쪽은 신정차량기지를 이전 및 개발해 문화 상업 복합 시설을 유치하며 북쪽으로는 국회대로와 차도를 지하화해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정3동의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은 운영사인 서부T&D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해 그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경전철 목동선도 서울시와 정부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발표한 이후,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위원회의 심의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끝나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다음 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 워낙 큰 사업들이라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의 먹거리 사업이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가려고 합니다.”
자발적인 착한 소비 운동에 감동
김 구청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양천구민들에게 감동을 받은 경험이 있다. 구청에서는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지자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을 응원하기 위해 ‘착한 소비’ 캠페인을 시작했다. 동네 단골집에 미리 ‘착한 선결제’를 한다거나 포장 주문을 하거나, 1+1 구매를 해서 주변 이웃과 나누자는 ‘착한 소비자’ 운동이 그 내용이다.
“현장에 나가 보면 손님이 너무 없어 힘들다는 사장님이 많은데 ‘주민들이 이렇게 착한 소비 운동을 해주시니 그래도 버틸 힘이 난다’고들 하셨습니다. 그중 한 식당 사장님은 주민들이 방문 포장도 하고 선결제도 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자신도 단골 미용실에서 선결제를 하는 착한 소비자 운동에 동참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새희망자금, 소상공인 신용보증 융자 지원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을 통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일시적인 지원보다 단골손님들의 응원과 소비가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실 ‘착한 소비’ 캠페인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했을 사업입니다. ‘나도 힘들지만 우리 이웃을 위해 함께 이겨내자, 힘내자’ 하면서 서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동참해주시는 주민들을 보면참 감사한 마음도 들고,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은 주민들에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니어 구민을 위한 행정
최근 김 구청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시니어 구민을 위한 디지털 격차 해소다.
“얼마 전 모 신문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유튜브를 이용하고, 한 달 평균 30시간이나 시청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뉴스가 가장 많은 채널을 묻는 질문에 50대와 60대의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지목할 만큼 가짜 뉴스에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에서 진짜를 가려낼 수 있도록, 중장년 어르신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줄 ‘디지털 문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은 로봇과 시니어를 연결하는 일도 하고 있다. 관내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용 로봇 사업을 도입한 것이다.
“어르신 복지관 3개소에 얼굴과 음성 인식이 가능한 카카오톡 교육 로봇인 ‘리쿠’를 40대 보급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손님들이 비대면 주문을 선호하고,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도 적어 매장마다 늘어나고 있는 무인단말기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패스트푸드점 주문, 기차표 발매, 영화관 티켓 발매, 무인발급기 이용 방법 등을 알려주는 교육용 키오스크를 복지관에 설치하고 관련 강좌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김 구청장은 또한 ‘스마트폰 사용 기초 과정’을 시작으로 유튜버로 활동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 교육’, ‘시니어를 위한 빅데이터 교육’ 등을 실시해 다가오는 스마트 미래 시대에 신중년들이 당당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진행형의 인생 2막
“보통 정년이라고 해서 퇴직하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직업에서는 은퇴 후를 ‘인생 2막’이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계속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더 일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김 구청장은 양천의 미래 30년을 위한 굵직한 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 그런 사업들을 꼼꼼히 챙기면서 양천구민들을 위해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50대 중반의 신중년인 김 구청장이 생각하는 시니어로서의 삶은 뭘까. 그녀는 나무와 같다는 말로 비유했다.
“울창한 산길을 걷다 보면 주위에 나무가 참 많은데, 이 나무들의 나이를 겉만 보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나무는 우리처럼 나이를, 이마나 눈가에 주름으로 새기는 것이 아니라 나무 속에 나이테로 새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봄이 되면 모든 나무가 푸른 잎을 꺼내는 것은 똑같죠.”
김 구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성해지는 나무처럼 나이 들수록 더욱 울창하고 푸르른 나무가 되어, 누군가 와서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런 포용력과 배려심을 키우는 게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큰 나무처럼 양천의 미래를 책임지며 자신의 나이테를 깊이 새기고자 하는 그녀의 소망이 어떤 봄을 맞이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전주를 감싸고 있는 완주군은 전주보다 존재감이 덜할 뿐 매력이 차고 넘친다. 아마도 완주에 안 가본 이는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이는 없을 듯하다. 완주를 음식에 비유하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는 ‘곰탕’ 같다고나 할까. ‘어느 날 문득, 무궁화열차를 타고 완주 삼례에 다녀오리라’ 했던 결심을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걷기 코스
삼례역▶ 삼례문화예술촌▶ 삼례책마을▶ 수도산근린공원▶ 비비정▶ 비비정예술열차▶ 호산서원▶ 비비낙안▶ 삼례역
느린 무궁화열차 타고 삼례 여행
완주 삼례에는 삼례문화예술촌, 삼례책마을, 비비정, 비비정예술열차, 카페비비낙안 등의 명소가 모여 있다. 모두 삼례역에서 도보 5~10분 거리에 있어 걸으며 둘러보기에 좋다. 호남선 무궁화호 열차가 정차하는 삼례역은 서울 영등포역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긴 이동시간이 지루해지면 4호차에 들른다. 무궁화열차 4호차는 자유석 객차이며 창밖을 볼 수 있는 좌석이 있다. 이 좌석에 앉아 멍하니 창밖 풍경을 감상하거나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글을 쓰며 기차에 머무는 시간을 즐긴다. 연산역, 계룡역, 부황역, 개태사역 같은 낯선 간이역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삼례역에 도착한다.
1920년대 양곡 창고의 대변신, 삼례문화예술촌
삼례역을 빠져나와 3분 정도 걸으니 삼례문화예술촌 입구가 나온다. 맹꽁이 조형물의 환영 인사를 받고 입장한다. 옛날 이 지역은 습지여서 개구리, 두꺼비, 맹꽁이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이 삼례 농민들에게 수탈한 쌀을 보관하기 위해 대규모 양곡 창고들을 지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창고들을 개조해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한 곳이 바로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이로써 삼례에도 옛 건물을 공간 재생한 뉴트로 콘셉트 명소가 탄생했다.
삼례문화예술촌 안에는 어울마당을 중심으로 모모미술관, 문화카페 뜨레, 책공방, 커뮤니티 뭉치, 김상림목공소, 디지털아트관, 소극장 시어터애니 등이 자리해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에 들어서면 모모미술관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녹슨 건물 외벽에 흰 페인트로 쓴 ‘삼례농협창고’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출입구 옆에는 로봇 태권브이 조형물이 문지기처럼 지키고 있다. 모모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교육아카데미, 미술 체험 등을 진행한다.
모모미술관 뒤에 있는 문화카페 뜨레는 차를 마시며 음악 공연과 미술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이다. 천장이 높고 실내가 시원하게 트여 있어 갤러리 같은 느낌을 준다. 뜨레 옆에는 책공방이 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의 인쇄 기계들과 책 만드는 옛 공구들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팝업북, 앨범북, 가죽다이어리 만들기 등의 체험을 진행한다.
건물 앞에 목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은 김상림목공소다. 목공소 안에 들어서자마자 청량한 소나무 향이 풍겨온다. 전통 목가구 전시장과 목수들의 작업실 공간으로 나뉜다. 작업실 벽에 전시된 옛 목수들의 손때 묻은 연장이 눈길을 끈다.
김상림목공소에서는 김상림목수학교와 나무 브로치, 나무 목걸이, 나무 촛대 등의 소품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이밖에 VR기기를 통해 미술 작품을 입체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아트관과 국악·마술 공연 또는 영화 상영을 하는 시어터애니가 있다.
삼례책마을에서 즐기는 독서삼매경
삼례문화예술촌 앞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삼례책마을에 닿는다. 잔디밭에 창고형 건물 세 동이 ‘ㄷ’ 자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곳 건물도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사이에 지어진 양곡 창고를 공간 재생한 것이다.
삼례책마을의 중심 건물은 고서점, 헌책방, 북카페로 이루어진 북하우스다. 외벽은 붉은 벽돌로 지었고, 내부는 목조로 마감했다. 이곳에서 10만 권에 달하는 헌책과 고서를 만날 수 있다. 북하우스에 입장하면 옛 창고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천장에 시선이 먼저 간다. 천장 분위기와 어울리게 헌책방 서가도 아날로그 감성으로 꾸몄다. 곳곳에 있는 벤치는 관람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2층 서가에는 1인 책상을 짜 넣은 코너가 있어 학창 시절 독서실에서 공부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2층에서 고서점인 호산방이 한눈에 보이는데 서가의 높이가 아찔하다. 한국, 중국, 일본, 서양 고서까지 취급한다고 하니 그럴 만하다. 헌책을 사면 1층 북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실 수 있다. 북하우스 옆에는 전시장, 공연장, 강연실, 자료실, 무인 헌책방 등으로 사용하는 건물 두 동이 있다.
기러기도 쉬어가는 경치 좋은 비비정마을
삼례책마을을 둘러보고 다시 삼례역 방면으로 가다 보면 문화생태탐방로 이정표를 만난다. 비비정 방향으로 걷는다. 삼례역사 왼쪽 담장을 따라가는 길로, 붉은 바닥에 자전거 표시가 되어 있다. 통행하는 이가 적어 자전거를 피해 걸어 다닐 일은 없겠다. 낯선 길에서 불안하던 참에 자전거를 탄 아이가 지나간다. 아이에게 비비정 가는 길을 물으니 모른다 한다. 다시 제 갈 길을 가던 아이가 잠시 뒤 자전거를 멈춘다. “가르쳐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제가 가본 적이 없어서요”라고 외친다. 삼례가 더 좋아진다.
삼례역 상공을 가로지르는 고가도로를 지나면 수도산근린공원이 나온다. 누군가 부르는 7080 대중가요를 엿들으며 구릉 같은 공원을 넘는다. 공원을 벗어나 오른쪽 찻길로 내려가다 보면 후정리 남쪽 언덕에 세워진 비비정을 만난다. 비비정은 조선시대 선조 때 정자인데 소실되어 1998년에 복원했다. 한자로는 ‘飛飛亭’이라 쓴다. ‘날아가던 기러기가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이다. 옛날 선비들이 비비정에 올라 한내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를 바라보며 풍류를 즐긴 것을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고 했다. 비비정 아래로는 한내라 부르는 삼례천이 흐르고 주변에 넓디넓은 호남평야가 펼쳐져 있다. 하얀 백사장에 기러기 떼가 내려앉은 옛 풍경은 사라지고, 갈대와 풀이 무성한 강변에 낚시꾼들만 보인다.
비비정에 오르면 한내를 가로지르는 옛 만경강 철교가 한눈에 보인다. 일본이 호남평야의 농산물을 반출하기 위해 세운 다리다. 2011년 근처에 호남선 철교를 새로 놓아 폐철교가 되었다. 폐철교 위에 놓은 비비정예술열차가 명물이다.
새마을열차 객차 네 량을 개조해 각각 레스토랑, 카페, 수공예품 가게, 갤러리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맨 마지막 칸의 카페는 일몰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늘 붐빈다. 비비정예술열차 카페에서 호남선 철교를 건너 삼례역을 오가는 열차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비비정에서 언덕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비비정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카페비비낙안에 도착한다. 사방이 탁 트여 가슴이 벅차다. 삼례에서 이처럼 트렌디한 카페를 만나게 될 줄이야. 카페 뜰의 옛 물탱크를 활용한 전망대에 오르자 마을 전경과 만경강, 호남평야가 와락 달려와 안긴다.
주변 명소 & 맛집
새참수레
새참수레는 완주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한식뷔페 레스토랑이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완주 지역의 식자재를 이용해 슬로푸드를 만든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으면서도 음식을 맛깔나게 요리해 단골이 많다. 메뉴는 쌈채소, 샐러드, 꽃김밥, 한방수육, 두부까스, 잡채, 제철 나물 등 20여 가지나 된다. 삼례문화예술촌 앞에 있다. (봉동읍 봉동동서로 11)
호산서원
비비정 아래에 아담한 호산서원이 있다. 조선시대 순조 때 송시열, 정몽주, 김수향, 정숙주, 김동준을 추모하기 위해 송시열이 거주했던 비비정 옆에 서원을 세우고 위패를 모셨다. 누가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렸을 때 헐렸다가 1958년 다시 세워졌다. 현재 홍살문, 강당, 외삼문, 사당 등이 남아 있다. (삼례읍 후정리 137)
삼례성당
삼례문화예술촌과 이웃한 삼례성당은 2016년에 개봉한 독립영화 ‘삼례’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1951년 한국전쟁 중에 본당이 창설되었고, 전쟁 직후인 1954년에 착공해 이듬해 8월에 준공했다. 붉은 벽돌 건물로 정면 중앙에 종탑이 우뚝 솟아 있고, 좌우에 8각 첨탑이 설치돼 있다. 종탑 아래 주 출입구와 보조 출입구를 아치형으로 만들어 장식미를 더했다. (삼례읍 삼례역로 65)
여행 정보 걷기 Tip
• 삼례 여행 전에 전북투어패스를 구매해두면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안내소에서 전북투어 패스를 제시하고 무료 관람권을 받으면 된다. 삼례문화예술촌 내 모든 시설을 할인받아 관람할 수 있다. 비비정예술열차도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전북투어 패스 홈페이지나 네이버 예약에서 모바일 패스를 구매할 수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은 장애인, 어르신, 영유아 동반 가족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시설이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 촉지 안내판, 장애인 화장실 등을 갖췄으며 휠체어 이동 동선을 안내한 브로슈어를 제공한다. 안내소에서 휠체어와 유모차도 대여해준다. 삼례책마을 북하우스는 시각장애인 겸용 도서관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