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케어링, 책임 경영 공로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 시니어 케어 전문기업 케어링이 ‘2024 국민 공감 캠페인’ 시상식에서 사회공헌경영 부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케어링은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지역 일자리 창출 △기부 및 사회공헌 활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 경영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케어링은 설립 초기부터 요양보호사들에게 높은 급여를 지급하고 권익증진 캠페인을 펼치며 처우 개선에 앞장서 왔다. 또한 미술 심리 치유 프로그램과 요양보호사랑해 콘서트 등을 진행하며 요양보호사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기회를 마련해 왔다. 전국 통합재가 요양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케어링은 지역의 청년, 중장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운전원 등 올해 6월 기준 케어링 소속 돌봄 종사자 수는 1만여 명,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 수는 1만 1000여 명에 이른다. 케어링은 지난 4월 광주 지역 일자리 창출 성과를 인정받아 ‘일자리 창출 유공 기업’ 광주시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간보호센터, 방문요양센터, 요양보호사교육원 등 8월 기준 46개 직영점을 연내 53개까지 확대할 계획이어서 채용 규모는 더욱 커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 및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케어링 임직원들은 소외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연탄봉사와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펼쳤으며 푸드뱅크, 지자체 등에 천원국시 후원금 전달, 케어링 단백질 두유·생필품 등 기부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요양보호사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기본에 집중한 것이 사회적 공감을 받아 수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전국 어디서나 차별 없는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 공감 캠페인’은 공감과 소통의 경영 전략으로 체계적인 혁신을 이뤄낸 기업과 기관의 경영 사례와 브랜드를 발굴하는 시상식으로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후원한다.
- 2024-09-04 10:54
-
- 김치 팔아 밥 퍼주는 남자, “식사가 저소득 가정 회복시켜”
- 조 대위는 차가운 수술대 위에 앉아 고뇌했다. 왼쪽 다리를 골반까지 잘라내는 수술을 앞둔 참이었다. 전선에서 적들과 싸워 입은 부상도 아니었다. 병명은 골육종. 의사는 극심한 통증을 막고, 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하지 절단만이 답이라고 했다. 대위는 기도했다. 이 병만 낫게 해준다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고. 마침 응급환자 때문에 중단된 수술을 거부하고 여윈 몸을 일으켜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정말로 지금도 남을 위해 살고 있다. 조인검 사단법인 행복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는 투병 당시를 떠올리면 어머니 생각이 먼저 난다고 했다. “건강하던 아들이 갑자기 그렇게 됐으니 심정이 어떻겠어요. 38kg까지 체중이 줄어든 아들을 업다시피 데리고 다니면서 안 가본 병원이 없을 정도로 애쓰셨어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어떤 치료 방법이 맞았는지 확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죠. 한약은 물론이고 벌침도 맞고, 굿판까지 벌였죠. 그러다 어느 날 통증이 줄더니 의사들도 놀랄 정도로 회복되기 시작했어요. 어머니의 노력이 저를 살렸다고 봐요.” 건강을 되찾으면 남을 위해 살겠다는 약속을 그는 지켰다. 군에서 대위로 제대한 후 그는 다양한 사회복지기관을 경험했다. 물론 생활은 쉽지 않았다. 사회복지기관에서 받는 돈은 대위 월급의 1/3도 되지 않았다. 애써 병마를 이겨낸 아들이 다시 고생길로 들어서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어머니의 반대도 있었다. 그렇게 돌봄이나 장기기증 등 다양한 기관을 거치다 그가 사회복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있을 때였다. 건강 되찾자 시작한 사회복지활동 “장애가 있는 친구들 중 가족이 없는 어린 친구, 사고로 혼자 된 아이들은 돌보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학교도 보내야 하고 식사도 챙겨야 하는데,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죠. 매일 새벽 애 혼자 사는 집에 방문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고요. 그래서 아예 그런 아이들 몇 명을 집으로 불러다 데리고 살았어요. 대중교통 타는 법을 알려주고, 검정고시도 보게 하면서 젊은 혈기에 가족처럼 보살피려고 했죠.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선 돌봐주는 사람 눈치 보느라 꾹 참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사고 보상금이 나오니까 아이들이 다 나가버렸어요. 제 입장에선 상실감이 컸죠. 차라리 돈이라도 좀 받으면서, 아이들이 할 말은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결국 그 아이들은 큰 돈을 간수하지 못하고 다시 힘든 처지가 되더라고요.” 이후 그가 다시 시작한 일은 만성신부전 장애인들을 돕는 일이었다. 사회복지센터 로뎀나무 설립을 돕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단지 그들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지역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나눠주는 일을 함께 했다. 한 가지도 하기 어려운 봉사를 두 가지나 함께 한 것에는 숨은 뜻이 있었다. “제가 만성신부전 환자를 돕다 이후에는 백혈병 아이들을 돕는 일을 했는데, 지역에서 이런 환자들을 돕는 일을 하면 반응이 비슷해요. 혹시 병이 옮지는 않을까, 자신들에게 해가 되진 않을까 하며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것이죠. 환자 가족이 상처받을 만한 말도 쉽게 내뱉어요. 그래서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 단지 도움이 필요할 뿐이라고 진실을 알려줄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이 드나드는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렇게 식사도 드리고, 병원 가는 어르신이 있으면 환자들 갈 때 같이 태워드리며 가족처럼 지내기 시작했어요.” 백혈병 아이와 가족들은 더욱 도움이 절실했다. 일을 시작한 2007년 당시만 해도 백혈병을 앓는 아이들은 서울 인근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제대로 된 치료시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병원 지하 주차장에서 쪽잠을 자거나 근처에 쪽방을 얻어 생활하기 일쑤였다. 이를 본 조 이사가 지역 빈집을 찾아 이들을 위한 시설로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16가구를 대상으로 시작했고, 많을 때는 64가구까지 늘어났다. 아이들에겐 치료를 기다릴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 부모들에게는 취업을 도와줬다. 이 활동은 2011년까지 계속됐다. “시행착오도 많아요. 환자 가족이 지낼 집을 마련하고 의기양양한 마음에 ‘위기가정지원센터’라고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죠. 그런데 형규라는 아이가 엄마한테 묻는 거예요. 우리도 ‘위기가정’이냐고요. 아차 싶었죠.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떼어버렸습니다.(웃음) 또 하루는 방 한 칸에 도시가스 비용이 35만 원씩 나오길래 아이 부모에게 좀 줄여줄 수 없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감기 들면 바로 응급실 가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입이 방정이다 싶었죠.” 식사로만 건강 찾는 노인 많아 지금 ‘행복을나누는사람들’에서 하고 있는 푸드뱅크 사업도 이 시기에 시작됐다. 환자 지원을 통해 관계를 맺게 된 병원 같은 집단 급식시설에서 매일 보관하는 예비식을 받아, 환자 가족과 지역 어르신에게 지원하던 것이 점차 규모가 커졌다. “김홍신 작가의 ‘겪어보면 안다’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밥을 퍼주다 보면 진짜 밥이 하늘이라는 걸 알게 돼요. 어르신들 배 곪다가 식사를 제대로 꾸준히 하시면, 병원도 덜 가고, 소일거리도 열심히 하시게 돼요. 그러면 옆에서 모시던 자녀는 자기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결국 가정이 제대로 돌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죠.” 환자 가족 지원사업은 멈추었지만, 푸드뱅크는 계속되고 있다. 규모도 훨씬 커졌다. 처음 15가구로 시작한 이 사업에 음식을 희망하는 등록 가구는 1400가구가 넘는다. 모두 다 지원할 수 없어 3개월 단위로 혜택 가정을 순환한다. 신청은 지역 노인복지관이나 행정복지센터 등을 통해 접수받는다. 유관기관과의 공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희는 기부처를 발굴하고 수령, 검수, 포장, 배분을 준비하는 역할이에요. 그러면 유관기관 자원봉사자들이 오셔서 담당 지역의 가정으로 음식을 전달해주세요. 이 과정에서 냉장고 속을 살피며 그분들이 식사는 잘하시는지, 도움이 더 필요하진 않은지, 건강은 어떠신지 확인할 수 있어요. 음식 하나로 기부에서 전달까지 커다란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셈이죠.” 인터뷰 중 오후 3시가 되자 사무실이 부산해졌다. 음식을 전달하기 위한 자원봉사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지역 주민들로 모두 유관기관을 통해 봉사활동을 신청한 이들로 구성됐다. 차량도 자신의 차를 이용한다. 배달 과정에서 국물이 새거나 음식 냄새가 밸 수도 있는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성을 빈자리 곳곳에 눌러 담고 서둘러 출발했다. “푸드뱅크 신청을 유관기관을 통해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용기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밥 달라’는 말은 하기 어려운 이야기잖아요. 하지만 기관을 통해 신청을 받으면 복지 차원의 권리라고 생각하세요.” ‘사고’로 시작한 김치 사업 조인검 이사가 하는 일에는 김치 사업도 있다. 기부받아 배분하는 일이 아닌 어엿한 제조업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되는 ‘복사골김치’다. “저희가 푸드뱅크 사업을 하니까 지자체에서 연락이 왔어요. 지역 빈곤아동을 위한 급식 지원 사업을 대행해줄 수 없냐는 것이었죠. 끼니당 2500원씩 예산이 배정된 사업이었어요. 당연히 오케이했죠. 수천만 원을 투자해 조리시설을 갖췄어요. 그런데 느닷없이 사업이 ‘아동급식카드’로 전환되어버렸어요. 아이들도 한식보다는 떡볶이 같은 분식을 선호하니까요. 시설을 처분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지역 병원에서 그 소식을 듣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병원 급식에 필요한 나박김치를 공급해달라고. 나박김치는 환자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조 이사가 김치 생산에 주목한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일자리 창출. 지역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에 김치 제조만 한 사업은 없었다. 현재 복사골김치에 근무 중인 근로자는 총 22명. 그중 17명이 65세 노인이다. 노인들에게 이 직장은 보통의 노인일자리 사업과는 엄연히 다르다. 전원이 정년 없는 정규직이다. 임금 수준도 최저임금의 120% 정도로 적지 않다. 암 같은 큰 병을 앓아도 일할 수 있다면 언제든 복귀할 수 있는 일터다. 그래서 이곳에는 장기 근속자가 많다. “저희도 염도 측정기 같은 장비를 쓰지만, 김치 담그는 것은 계절별로 원재료 특성이 다 달라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해요. 말 그대로 내공이 필요한 셈이죠. 나이 먹으면 미각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제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아요.” 이런 노력 덕분인지 복사골김치를 찾는 곳이 적지 않다. 공장에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적용해 지역 병원이나 지자체에도 납품 중이고, 2014년에는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선수들이 식사 때마다 복사골김치를 맛보았다. 복사골김치는 일자리 창출 외에 사회공헌활동의 선순환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조 이사는 이야기한다. “푸드뱅크 사업에 필요한 임대료, 전기세, 차량 등은 모두 사회적 기업에서 나와요. 김치 팔아서 밥 퍼주는 셈이죠.(웃음) 물론 푸드뱅크를 통해 저희 김치가 직접 전달되기도 합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지역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해요. 앞으로는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한 노인 요양시설에 요양보호사를 보조할 수 있는 인력을 보내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요.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위해 유사한 사업을 진행 중인데,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요. 노인들은 수입이 생겨 생활이 안정되고, 환자 보호자들은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이 생기니 모두가 만족하는 구조입니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지역 주민 모두가 행복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 2024-07-16 09:45
-
- 日 ‘하류노인’ 저자, “가난하고 외로운 당신 하류노인”
- 비영리 활동법인(NPO) 홋토플러스(ほっとプラス)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후지타 다카노리(藤田老典). 그가 2015년 발표한 ‘하류노인’(下流老人)은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하류노인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현장에서 만난 노인 대부분이 기본적인 생활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세상에 보이도록 ‘하류노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고령화로 인해 예산 부담이 커지자 고령자에 대한 사회보장비용을 줄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출판 이후 여론이 형성되었고, 저연금·저소득 고령자, 주민세 비과세 가구(주민세가 면제될 정도로 수입이 없는)인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추가 지원금이나 현금 급부 등의 정책이 잇달아 나왔다. 물론 그는 여전히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한다. 2025년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의 하류노인 문제를 꼬집은 후지타 다카노리와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다. Q 작가님께 상담 온 많은 이들이 “내가 하류노인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면서요. 우리는 노후 형편을 걱정하면서도 왜 ‘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과거에는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많았고, 지역에서 다양한 교류가 있었습니다. 노인들과 교류할 일이 많다 보니 ‘나 또한 미래에 노인이 될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고립화대책담당 장관을 둘 정도로 개인의 고립화가 심각합니다. 가족이 없고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은 채, 인터넷으로만 소통하는 ‘고족’(孤族)이 늘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고령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가까이서 피부로 접할 기회가 줄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괴로움이나 고민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로 여기기가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Q ‘하류노인’을 통해 고령자의 빈곤을 밝힘과 동시에 정부 비판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류노인’은 결국 사회 구조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요. ‘빈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며 ‘생활보장은 권리’라고 지적하셨는데요. 국가는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요? 저는 ‘북유럽 모델’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정부’로 순차적으로 변경해가면서, 세금을 인상하고 급부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모델입니다. 일본은 미국, 영국 등을 모델로 삼았는데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유럽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세금이 높은 대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론의 반대가 있겠지만, 세율 인상도 검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세 시대가 되었습니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고령 인구는 늘어 사회보장비가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사회보장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거기에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가족 부양의 힘이 약해졌습니다. 또 하나, 일본에서는 ‘빙하기 세대’(1970~1984년생)라고 불리는 세대가 있습니다. 버블경제 붕괴 후 취업난을 겪은 이들인데요. 이 자녀들을 부양하는 것은 가족인 부모 세대의 몫이 되어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고령자가 많아지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 사회입니다. 사회적 약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요.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인권 옹호의 대상이 되는 것이 근대 선진국의 도달점입니다만, 그 가치가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가치 규범이 변해야 할 것입니다. Q 연금 수령 시기는 늦춰지고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령자에게 일자리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선진국에서 ‘일하는 고령자’가 있다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하셨는데요. 한국도 일본처럼 65세가 넘어서도 일하고 싶어 하는 고령자가 많고, 가장 큰 이유는 생계를 위해서입니다. 고령자의 일자리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로 임금을 받는 노동 형태인 임노동(賃勞動), 특히 노인의 임노동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사회보장, 연금, 주택, 간호 제도 등이 정비된 북유럽 국가에서는 고령자에게 임노동이 강요되지 않습니다. 노인은 자신의 재미와 삶의 보람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생계를 위해 일합니다. 고령자는 연금을 받기 때문에 저렴한 임금이어도 일하고 싶어 합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이죠. 그런 의미에서 ‘노인의 임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들이 사회공헌적인 일에 종사했으면 좋겠습니다. 간호, 보육, 청소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업무는 저임금에 항상 노동자가 부족합니다. 거동이 어려워 생필품을 사거나 장보기 어려운 고령 인구를 뜻하는 ‘쇼핑 난민’도 늘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에서는 관리 인구가 없어 곰이나 멧돼지 수해가 심각해지고, 산림·논밭이 황무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성 높은 일에 고령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 설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Q 노인 일자리는 한국에서 사회적 고립을 막는 중요한 역할로도 작용하고 있는데요. 작가님도 책을 통해 ‘행복한 하류노인과 불행한 하류노인의 차이는 인간관계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지역 네트워크를 강조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야 할까요? 지방에서는 고령자조합, 협동조합이 차례로 설립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회적 노동입니다. 정부는 2022년 10월에 협동노동법을 새롭게 시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농림·수산 자원의 관리나 보호, 수도설비의 보수 및 점검, 커뮤니티 버스 운행, 휴경지나 빈집 관리, 아이 식당(무료 혹은 저렴한 금액으로 부모와 아이가 이용할 수 있는 식당), 푸드뱅크(잉여 식품의 무료 배포), 지역 청소 활동, 자원봉사 활동 등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공성이 높은 일을 고령자가 맡아준다면 사회에 도움이 되고, 고령자도 의지할 곳이 생길 것입니다. Q 하류노인에게 주거는 무척 큰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공공주택이나 임대주택, 주택보조비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일본도 한국도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요. 인구 감소 시대에 주택 사유재산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이 가치관을 바꾸어가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공영주택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저렴한 주택, 임대보조제도가 많이 있습니다. 일부 부자들은 주택을 구입합니다만, 대부분은 주택에 대해 모두가 관리하는 공공재라는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관리하는 공유 재산인 셈이죠. 고령자는 간호가 필요하면 원래 살았던 집의 단차나 설비를 고쳐야 합니다. 오랜 세월 같은 집에 계속 사는 것이 아니라, 연령·신체 기능에 맞는 집에 부담 없이 이사할 수 있도록 해나가고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계속 증가하는 빈집을 지자체가 인수해 필요한 세대에 배포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빈집은 늘어날 것이므로 새로운 집을 짓기보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배해야 합니다. Q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본인이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 때문에 제도 활용도가 낮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전일본연금자조합의 고령자와 최저보장연금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에게만 지급하는 기본 수입 같은 것입니다. 65세가 되면 월 8만 엔(도시부에서의 생활보호 생활부조금액)을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죠. 그러면 신청할 필요도 없고, 모두에게 지급되기에 생활 보조금을 받는 것이 부끄럽다는 인식도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재원 논의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일본은 마이넘버카드(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증과 일원화해 소득·건강 상태를 통합해 AI로 관리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면 저소득층에게는 현금 급부 등이 쉬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행 계좌에 신청하지 않아도 세금 환급금, 급부금이 지급되니까요. 더 나아가 병원의 진료 비용, 간호 비용 등이 무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도로를 걸을 때 이용료를 내지 않지만, 이는 세금으로 만든 것입니다. 세금을 지불했다면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할 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청주의를 없애기 위한 구조 도입은 중요한 논의 사항이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노년기의 ‘빈곤’을 고민해야 할 우리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해진다는 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타인을 자신의 가족처럼 조금이라도 돕는 사회, 시스템, 정책 등을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빈곤해지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의 초고령사회가 절망이 아니라 희망으로 바뀌기를 바라며 이웃으로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 2022-12-15 10:57
-
- 서울시, 추석 맞아 취약계층 위문품비 등 지원
- 서울시가 추석 연휴 기간 소외되기 쉬운 취약계층 챙기기 위해 ‘추석 명절 취약계층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해당 대책의 주요 내용은 △기초생활수급 가구 및 취약 어르신 위문품비 지급 및 안부 확인 △노숙인·쪽방 주민 결식 예방 및 명절 특식 제공 △시설 이용·입소자 위문 금품 및 명절 특식비 지원 △민간자원·복지관 등 연계 위기가구 특별지원 △시립 장사시설 정상 운영 및 상황실 통한 지원 총력 등이다. 우선 시는 기초생활수급(생계·의료급여 수급자) 약 21만 8000가구에 추석 명절 위문품비를 지원한다. 지난해에 비해 약 1만 7000가구가 늘어난 규모로, 지난 1일부터 가구당 3만 원씩 위문금이 지급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 또는 차상위계층, 기초연금수급자 중 거동 불편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3만 5728명에게는 추석 연휴 전·후로 전화 안부 확인 및 비상시 가정 방문이 이뤄진다. 더불어 3047명의 생활지원사 및 전담 사회복지사가 수행인력으로 참여해 연휴 기간 1회 이상 모든 대상자에게 안부 확인 전화를 한다. 2회 이상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 직접 방문해 안전을 확인한다. 시설 거주 또는 거리 노숙인에게는 연휴 공백 없이 1일 3식을 제공한다. 31곳의 생활 시설과 7곳의 이용시설에서 하루 세끼를 모두 지원하며, 거리 노숙인 보호시설인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은 매일 24시간 운영한다. 연휴 기간 동안 시설 이용 노숙인의 퇴실 조치 없이 운영되는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에서는 응급상황 발생 시 비상연락망을 통해 관할 자치구 및 시 자활지원과로 통보한다. 5곳(창신동·동자동·남대문·영등포·돈의동)의 쪽방상담소에서는 쪽방 주민 2460명에게 명절 특식을 지원한다. 시설에 입소한 어르신이나 장애인에게도 위문품금이 지원된다. 장애인 거주시설 41개소에서는 이미 지난 8월 25일부터 총 2025명의 당사자에게 지원되고 있으며 22개소(무료 양로시설 6개소·기초생활수급 우선 입소 요양시설 16개소)에 입소한 1176명의 어르신에게는 지난 2일부터 위문 금품이 배분 중이다. 서울광역푸드뱅크센터, 자치구 등과 연계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 식품 및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희망마차는 16일까지 집중 운영된다. 서울광역푸드뱅크센터를 비롯한 잇다푸드뱅크센터 38개소에서는 23일까지 지원 품목 선택 사항을 대폭 확대, 제공한다. 푸드뱅크는 저소득 가정, 한부모 가정 등 약 3만여 가구가 센터를 찾아 생필품 등을 제공받는 곳이다. 이 밖에도 139개소 종합복지관에서는 송편빚기, 합동 차례 등 총 300개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시립승화원을 비롯한 시립 장사시설 14개소(분묘 4만 6500여기·봉안 8만 3700여위)는 코로나19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상 운영하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직접 성묘가 어려운 시민을 위해 온라인 성묘시스템인 ‘사이버 추모의 집’도 마련된다.
- 2022-09-06 16:44
-
- 필환경을 알면 경제가 보인다
- 이전까지 환경이 선택사항이었다면, 지금부터는 필수다. 환경보호는 더 이상 소수가 주장하는 가치가 아니다. 이제는 기업을 경영하는 일도, 식품을 고르는 일도, 집을 짓는 일에도 모두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세상이 변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지구의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지난해 9월 세계기상기구(WM O)가 발표한 ‘2015~2019 전 지구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덥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가장 높은 기간이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는 이전 5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WMO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심각한 기후 위기를 지적하며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인 탄소 중립은 배출한 온실가스만큼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제거해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 기업이 탄소 중립을 목표로 했다면 기업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나무를 심거나, 탄소를 줄이는 기술과 관련된 투자를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제시한 ‘그린딜’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10년 동안 1조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2050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연말쯤에 발표할 예정이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업계 관련자 및 각종 전문가와의 토론회를 활발히 개최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 중립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석탄과 같은 산업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통한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정부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 수립을 위해 치열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투자 기준, ESG 탄소 중립은 ESG 투자에도 영향을 주었다. ESG 투자는 기업의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투자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투자 포트폴리오의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기업 경영에서 환경이 이제는 필수로 고려해야 할 투자 기준이 된 것이다. ESG 투자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ESG 투자 및 정책 동향’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12년 13조3000억 달러에서 2018년 30조6830억 달러로 3배 정도 증가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향후 20년간 ESG 펀드에 20조 달러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ESG 투자가 활성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수익률’이다. 지난 2월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ESG 투자 사례와 시사점’에 따르면, ESG 펀드는 ‘코로나19’라는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글로벌 투자 리서치 회사 모닝스타(Morning Star)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도 1분기에 유럽 전체 펀드 시장에서 1480억 유로가 이탈했지만, ESG 펀드에는 약 300억 유로가 유입되었다. 같은 기간 미국 ESG ETF에도 115억 달러가 들어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ESG가 중요해질 것이다. 환경오염 발생으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임직원의 도덕적 리스크 같은 문제가 터지면 바로 불매운동이 일어난다. ESG 관리 여부가 기업의 성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떠오르는 비거 노믹스 ‘ESG’가 투자시장의 먹거리라면, ‘비건’은 식품시장의 먹거리다. 최근에는 ‘비거 노믹스’(Veganomics)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채식주의자(Vegan)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를 뜻한다. 채식을 비롯해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물건을 만드는 전반적인 산업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시장이 바로 대체육 식품시장이다. 대체육은 진짜 고기처럼 만든 인공 고기로서, 향후 떠오르는 유망 식품 분야 중 하나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 세계 대체 육류시장 규모는 41억 달러로, 2026년까지 8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체육 시장은 ‘비욘드미트’(Beyondmeat)와 ‘임파서블푸드’(Impossiblefood)가 이끌고 있다. 임파서블푸드는 2011년 설립된 푸드테크* 회사다. 두 회사는 코로나19 상황에도 건재함을 보여줬다. 지난 5월 비욘드미트는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4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같은 기간 새롭게 입점한 유통 점포만 777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코로나19에도 끄떡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국에서 일어난 육류 대란 때문이다. 육가공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대부분 문을 닫거나 부분적으로 운영됐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대체육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대체육의 선호가 단순한 현상에 그치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체육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현대의 밀집 사육, 도축 시스템이 전염병 확산에 일조한다는 분석과 함께, 영양뿐만 아니라 맛까지 더해진 대체육은 혁신적인 상품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미래에는 대체육 식품이 하나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푸드테크(Food-tech):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식품 및 관련 산업에 4차 산업기술 등을 적용해 이전보다 발전한 형태의 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 해외 사례로 본 제로 에너지 제로 에너지 건축 시대도 성큼 다가왔다. 탄소 배출이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제로 에너지 건축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건물 부문이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 중 36%로 집계됐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9%로 나타났다. 결국 건물이 탄소 배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셈이다. 필요성과 더불어 시장성도 갖춰졌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의 세계 산업시장은 2017년 기준 420조 원, 2024년은 156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필요성과 함께 시장성도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박진서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권 문제가 부각되고,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 더 강화되면 앞으로 제로 에너지 건축물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제로 에너지 건축은 단열과 공기 유출을 최대한 막아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건물을 짓는 것이다. 에너지 제로화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바깥 온도의 변화가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적은 에너지로 실내 환경을 유지하게 하는 패시브,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지만 높은 성능으로 운전할 수 있거나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액티브가 있다. 예를 들면 패시브에는 고성능 창문, 액티브에는 고효율 LED 조명이 있다. 마지막으로 태양광 발전과 같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신재생 기술이 있다. 오른쪽 박스 내용은 이러한 기술들을 적용한 해외의 제로 에너지 건축물 사례다. 해외의 제로 에너지 건축물 베딩톤 제로 에너지 단지(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 2002년 런던에 위치한 오수처리시설 부지를 친환경 주택 단지로 조성한 것이 베딩톤 제로 에너지 타운이다. 알록달록한 닭 벼슬 모양의 환풍기가 유명하다. 이 환풍기를 통해 실내 환기와 건물 내부의 온도를 조절한다. 모든 주거용 공간은 남향으로 배치하고, 3중 유리를 설치해 태양에너지 이용을 극대화한다. 낭비되는 에너지도 없다. 주택의 지붕 위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빗물과 오수의 정화수는 화장실과 옥상정원 관리에 활용한다. 주민은 자가 차량 운전을 최소화하고 전기차를 이용한다. 불릿센터(Bullitt Center) 2012년에 준공한 미국 시애틀의 불릿센터는 ‘살아 있는 건물’로 불린다. 환경자선단체인 불릿재단이 건축한 건물이다. 시애틀의 다른 고층빌딩보다 에너지 효율이 약 80% 정도 높다. 지붕에 있는 575개의 태양광 패널은 1년 동안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곳은 화장실이 특이하다. 일반 화장실은 배설물이 정화조에 차면 오수관으로 배출된다. 반면 이곳의 화장실 배설물은 시설 내 설치된 장치로 퇴비화 작업을 거친 후 원예용 퇴비로 만들어진다. 펄 리버 타워(Pearl River Tower) 2013년 중국에 준공된 펄 리버 타워는 건물 내부에 풍력 발전기가 있다. 71층 규모이며 높이는 303m다. 중국의 담배회사 CNTC(China National Tobacco Corporation) 본사 건물이다. 건물 전면을 관통하는 개구부가 남쪽과 북쪽에 각각 4개씩 있는데, 건물로 불어오는 남풍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 전기는 건물의 공조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쓰인다. 창문은 자연 환기를 위해 이중 유리벽으로 만들었고,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기는 냉난방에 쓰인다.
- 2020-11-27 08:50
-
- 최고의 도시농업 지역 이끄는 ‘초보농부’ 김동수 대표
-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제대로 되겠어?” 하는 의심부터 한다. 그것도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흙 한 번 밟기 힘든 서울 한복판에서 농사 얘기를 꺼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밥상에서 곁들일 채소 몇 가지 정도 심는 그런 텃밭이 아니다. 제대로 수익도 올리고 양봉까지 한다. 행촌마을 사람들 이야기다. 서울시 종로구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 마을공동체 김동수(金東秀·66) 주민 대표를 만나 도시농사꾼들 얘기를 들어봤다. 아차 싶었다. 날짜를 잘못 잡았다. 하필 과음한 다음 날 성곽마을에 올 약속을 하다니. ‘산성’ 주변의 마을이라는 것을 잊었던 모양이다. 완연한 봄의 기운이 가득한 날, 땀인지 술인지 모를 것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다리가 풀릴까 걱정될 지경이다. 등산에 가까운 성곽마을까지의 여정은 다소 기묘했다. 산성이 위치한 인왕산 자락은 높은 아파트에 가려져 보이질 않았다. 높은 층수를 자랑하는 대단지의 경계를 따라 난 굽은 길을 거슬러 올라가자 성곽마을이 나타난다. 화려한 장식에 가려진 무대 뒤 같은 모습이다. 마을 어귀에 올라 시내를 바라보니 다시 아파트가 벽이 되어 시선을 가로막는다. 낭만적인 전망은 사치이겠구나 싶다. 예전엔 같은 동네였을 텐데, 과거에 머물러 있는 집에서 높아져가는 아파트를 어떤 기분으로 바라봤을까? 도시화와 재개발 사업에서 비껴간 마을 “불만이 왜 없었겠어요.” 김동수 대표의 말에는 억울함이나 분노보다는 일종의 초연함이 묻어 있었다. 행촌동 성곽마을 일대는 도시화와 재개발의 열풍 속에서 그 위치 때문에 빠르게 일어나는 변화를 바라만 봐야 했다. 서울시의 재개발 구역에서도 돈의문 뉴타운 계획에서도 성곽마을은 빠져 있었다. “군사보호시설구역과 같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개발 제한을 받아왔죠. 주변에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어요. 재산상의 불이익을 감수했던 것이죠. 그래도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되면서 집수리 비용의 절반을 되돌려주는 등 예산지원이 조금씩 이루어지면서 불편하지 않게 고쳐가며 살고 있죠.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스트레스가 많지만 워낙에 행촌동 사람들이 양반들이라 과격한 의사표현 같은 것은 하지 않아요. 대부분 오래 사신 어른들이라 동네에 대한 애정도 많고. 실제로 종로구 내 17개 동 중에서 어르신이 제일 많이 살고 계셔요. 그래서 그대로 살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으신 것 같아요.” 김동수 대표 역시 행촌동 토박이 중 한 명이다. 여덟 살에 수원에서 이사와 58년을 행촌동에서 살았다. 김 대표는 1960년대의 동네 모습도 상세하게 기억했다. “당시 이 동네는 판자촌뿐이었어요. 한국전쟁 이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난민들이 몰려와 살았던 동네 중 한 곳이에요.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달동네였죠.” 김 대표는 의약품, 식품, 음료 유통 회사에 다니다 맥주 대리점을 내면서 독립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슈퍼마켓을 차려 30년을 ‘슈퍼 아저씨’로 살았다. 지금은 세월의 변화에 맞춰 슈퍼마켓이 있던 자리를 편의점에게 내줬다. “이 집 저 집 배달을 다녔으니 동네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죠. 언덕길을 수만 번은 왕복했을 거예요. 그러다 판잣집에 살던 사람들은 성남 등 시 외곽으로 단체로 이주하면서 동네가 많이 달라졌어요.” 2014년 서울시에서 발간한 자료 를 살펴보면 1971년 서울인구의 10%에 가까운 규모의 신도시인 ‘광주대단지’ 계획이 수립돼 실제로 1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이주했다. 이외에도 토지구획정리사업이나 도시정화사업 등의 이름으로 판자촌 철거민들은 계속 외곽으로 밀려났다. 참여 주민 대부분이 ‘초보농부’ 난개발됐던 지역이 정비되면서 아파트에 둘러싸이게 된 과정이 대충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런 동네에서 도시농업이라니 의아한 일이다. 왜 농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까. 사실 이 지역의 도시농업 도입은 지역 주민의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거대 재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이 지역의 주민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서울시에서 내놓은 기획에서 출발했다. 서울시는 2014년 7월, 어떤 관리 계획에도 속해 있지 않던 이 지역을 ‘성곽마을 재생계획’ 수립 과정에 포함시키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행촌동뿐만 아니라 한양도성 9개 권역 22개 성곽마을을 대상으로 계획이 수립됐다. 행촌권 사업은 크게 지역 주민을 위한 마을회관 격인 ‘행촌共터’ 세 곳을 조성하고, 옥상경작소와 텃밭 등 도시농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육묘장이나 양봉장 설립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도시농업 사업을 발굴한 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도시농업 공동체의 전문성을 강화해나간다는 것이 이 사업의 요지다. “통장연합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자의 반 타의 반 성곽마을 추진위원장 자리를 맡게 됐죠. 무작정 농사부터 지은 건 아니에요. 서울시 도시재생센터에서 하는 도시재생대학을 통해 도시농업에 대한 지식을 익혔죠. 이 동네에서 오래 사신 직능단체장을 중심으로 15명이 참여했어요. 그리고 지난해 2월 도시농업공동체를 발족하고 이어 육묘장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했어요.” 지역 주민들의 성과는 조금씩 나타났다. 육묘장을 통해 성장한 모종 중 2만 봉이 종로구청에 납품됐고 옥상과 노지, 텃밭용으로 4만 봉이 공급됐다.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였다. 6kg이 넘는 커다란 수박도 초보농부에게는 값진 수확이었다. 가지와 토마토, 참외도 얻었다. 양봉도 시작했다. 전문가를 초청해 별도의 양봉 강의를 받았고, 전문 멘토 네 명이 달라붙어 이들을 도왔다. 그 결과 첫해 수확으로는 큰 꿀 800L를 얻었다. “그래도 계속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에요. 지난겨울에는 관리를 잘못해 일부 벌들이 죽어버렸어요. 벌에 쏘여 응급실로 달려간 적도 여러 번이고요. 꿀이 한창 채집되던 무렵에는 여왕벌 하나가 분봉해 인근 아파트 벽에 난 구멍에 벌집을 차려 난리가 났었죠. 어쩔 수 없이 양봉 위치를 옮겨야 했어요. 올해에는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농사의 ‘ㄴ자’도 모르던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나 행촌 살아” 자부심 높아진 주민들 이런 변화를 지역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되레 일말의 재개발 가능성마저 없애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주민들 입장에선 확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몇몇은 마뜩찮아 했던 것이 사실일 거예요. 괜히 세금만 들이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할 수 있고. 큰 시설을 세우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많지 않은 사업이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도시농업 사업은 주민들의 삶을 많이 바꿔놓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농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고, 만들어진 농산물을 좋은 일에 쓸 수도 있고 말이죠.” 실제로 이들은 지난해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 700포기로 김장을 담가 지역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래도 마을의 달라지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주목받으면서 주민들의 자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껴요. 전국에 도시재생, 도시농업의 성공사례로 알려지면서 방방곡곡에서 저희에게 배우기 위해 찾아와요.” 이들의 노력 덕분에 종로구는 도시농업 우수자치구로 선정됐고,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하는 ‘도시농업 최고 텃밭상’도 탔다. 2016 전국 공동체 한마당에선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향후에 각종 도시농업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면 협동조합을 설립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수확한 농산물을 가공해 2차, 3차 산업 형태로 확대해나간다는 것이다. 채취된 꿀은 차나 가공식품 형태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허브나 약초도 음료 형태의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마을 주민 중 일부는 바리스타 교육을 정식으로 받았고, 1호 행촌共터에는 커피추출기도 갖춰졌다. 또 푸드뱅크를 설립해 지역 저소득 노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올해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하우스의 습도와 온도, 수분 공급 등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팜’도 도입할 계획에 있다. 도시농업의 특성상 작은 면적에서 높은 효율의 수확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부가가치가 높은 더덕, 감초, 어성초 등을 심은 약초밭도 만들었다. 주민 행복에 보탬이 된 도시 농사 물론 지역의 변화만큼이나 김 대표 개인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이런 변화가 싫지 않다고 했다. “제가 살아온 인생에서 최근 2년의 삶이 가장 행복해요. 이제 2년 된 초보농부이지만 길가의 작목만 봐도 다듬고 만져줄 정도로 달라졌어요. 산성을 따라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는 텃밭들을 가꾸느라 체중은 5kg 넘게 줄었죠. 새벽같이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밭으로 달려가는 거예요. 지금은 안 쓰던 일기까지 쓰고 있어요. 매일매일 농사에 대한 기록을 하는 것이죠. 파종과 같은 육묘장 운용이나 농사일에 관한 일정을 기록해서 다음 해에 늦어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어요.” 그의 아내는 김 대표의 이런 모습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일도 아닌데 집에서 도통 남편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비가 좀 온다 싶으면 작물 걱정으로 뒤척이는 통에 덩달아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걱정되면 나가보라며 새벽에 남편을 내보낸 일도 적지 않았다. 김 대표의 아내가 남편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더운 어느 여름날이었다. 산책 삼아 텃밭에 함께 나왔던 아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작물을 다듬는 남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한참 지켜보던 아내는 생각이 바뀌었는지 그날부터 잔소리를 줄였다. 서울시가 성곽마을 재생을 위한 마중물로 행촌동에 투자한 것처럼, 그는 자신의 노력이 행촌동 지역 주민을 위한 도시농업이 자리 잡는 마중물로 쓰이길 희망했다. “개인적인 욕심이 있을 리 없죠. 자식 셋도 모두 결혼했고 바랄 것이 더 있겠어요. 척박한 이 마을에서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잘살고, 행복해지길 바랄 뿐이에요. 지역 주민들이 도시농업으로 좀 더 즐거움과 여유를 찾았으면 해요. 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래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 2017-05-05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