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운동을 잘해서 국가대표로 올림픽에도 나가고 입상해 메달까지 따온다면 더 바랄 나위 없다. 하지만 국가대표는 아무나 하지 못한다. 국민의 0.0001% 이하가 누리는 엘리트스포츠맨이다. 엘리트스포츠맨이 되려면 타고난 천부적인 자질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우수한 코치 밑에서 체계적인 수업을 받아야 하기에 돈도 많이 든다. 국가도 태릉선수촌을 만들고 지원도 많이 한다. 누구나 국가대표가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일반인은 생활스포츠로 건강을 위해 즐기면 된다. 재능이 있으면 빨리 성장하겠지만 적성에 맞으면 생활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스포츠는 다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많이 획득했다고 또는 위대한 선수를 배출한 나라라고 그 나라의 국민 체력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올림픽의 메달 경쟁에서 상위권에 든 미국이나 중국의 국민들, 세계적인 축구 스타 호날두의 고국인 포르투갈 또는 메시의 조국인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체력이 높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기준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민들이 스포츠를 통해 질병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도 하나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발달한 나라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닐까?
선진국에서는 학교 체육시간에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운동을 경험하도록 해 자신에게 맞는 종목을 평생 자기만의 스포츠로 만들게 한다고 한다. 즉 생활스포츠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학생 시절부터 야구나 배구, 아이스하키를 취미삼아 하던 사람이 성인이 되어도 동호인 클럽에서 운동을 계속한다. 격렬한 운동인 축구도 그렇고, 70세가 훌쩍 넘은 분들이 은발을 휘날리며 탁구와 테니스를 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참 좋다. 어디까지나 생활스포츠이기 때문에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건강을 위해 즐기면서 한다.
나는 30대 때 직장생활을 하면서 테니스에 입문했다. 운동신경이 둔하고 키도 작아 잘하진 못했지만 지금도 동호인 클럽에서 영원한 현역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생활스포츠로 즐기고 있다. 테니스로 건강을 다져 울트라마라톤에도 출전하고 헌혈 100회를 해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내 건강의 8할은 테니스로부터 왔다고 자부한다.
세상의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눈다면 건강해서 운동장으로 달려가는 사람과 아파서 병원에 있는 사람 그리고 병원에 갈 정도로 아픈 것도 아니고 운동장으로 뛰어갈 만큼의 건강한 사람도 아닌 중간 부류의 사람이다. 중간 부류의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적성에 맞는 스포츠를 찾아 즐겨야 한다.
나이가 들면 힘이 없어지고 행동도 둔해진다. 이를 더디게 하는 데는 운동만 한 것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산다고 해도 아파서 골골거리며 오래 사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국가도 엘리트스포츠맨을 육성하고 아픈 환자를 돌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을 위한 생활스포츠에도 신경 써야 할 때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생활스포츠가 발전한 나라의 국민들은 쉽게 이겨내리라고 본다.
헌혈 100회째. 드디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오랜 기간 헌혈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우선 감사드렸다. 코로나19로 헌혈자가 급감한 시기에 이룬 쾌거라 더욱 기쁘다.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자들에게 명예의 전당이라는 제도를 마련한 것은 수혈을 필요로 하는 환자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 헌혈이기 때문이리라.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어도 사람의 피를 인공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오직 인간의 몸만이 인간의 피를 만들 수 있다. 게다가 혈액은 살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농축 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하다. 그래서 적정 혈액 보유량 5일분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이런 사정으로 헌혈자가 연간 300만 명이나 필요하다고 한다.
헌혈할 마음이 있다고 헌혈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건강한 몸이 뒷받침돼줘야 한다. 헌혈 가능 연령은 65세까지다. 체중이나 혈압이 적절하고 헤모글로빈 수치도 기준치에 들어야 한다. 문진을 통해 외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나 약물을 복용한 사람은 일정 기간 헌혈할 수 없다. 임산부도 태아의 건강을 위해 임신 중에는 헌혈할 수 없다. 헌혈을 한 뒤에도 혈액원에서 다시 피를 세밀히 분석 검사한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감염 등 건강하지 못한 혈액은 폐기처분된다.
질병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피를 수혈하기 위해 헌혈자에 대한 기본 검사가 있다. ‘B형 간염’, ‘C형 간염’, ‘매독’, ‘말라리아’ 항체 검사와 함께 ‘T형 림프구’수치를 조사하고 ‘비예기항체’와 ‘ABO혈액형아형 여부도 체크한다. 추가로 ‘요소질소’, ‘총콜레스테롤’, ‘AST알부민’ 검사도 한다. 이런 까다로운 기준을 다 통과해야 건전한 혈액 자격을 얻어 다른 사람에게 수혈이 된다. 헌혈을 할 수 있다는 말은 다른 말로 건강하다는 의미다. 혈액을 분석하면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헌혈도 하고 건강도 체크하고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다.
‘명예의 전당’ 제도가 여기저기 다양하게 많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10만 시간을 무사고로 운전한 택시기사, 10만 켤레의 구두를 닦은 구두닦이, 30년을 동네 이장으로 활동한 사람들에게도 명예의 전당에 오를 자격을 주면 어떨까..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은 모두 박수받아 마땅하다.
오늘 헌혈은 나로서는 의미가 깊다. 헌혈을 100회 하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데 오늘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바로 앞 관문인 99회째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홈페이지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사람을 조회해보니 오늘 기준 5136명이고 60대 이상 그룹에서는 253명이 검색되었다. 나는 적십자사 총재로부터 30회 헌혈은장을 받을 때도 50회 헌혈금장을 받을 때도 명예의 전당에 오를 자신은 없었다. 69세까지만 헌혈이 가능한데 그때까지 100회를 채울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문도 모르는 빈혈이 있다고 헌혈하러 가서 퇴짜를 당하는 경우도 자주 있어서 용기를 꺾었다.
한번은 직장 부하직원과 함께 헌혈을 하러 갔는데 전혈비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모처럼 함께 와준 직원 앞에서 체면을 구긴 것 같아 창피했다. 변명 삼아 “내가 철분이 부족하다 하니 우리 시장에 가서 순대나 사 먹자” 하고 직원을 꼬드겨 재래시장으로 갔다. 철분이 많을 것 같은 순대와 소, 간 등을 주문해 배부르게 먹었다. ‘이 정도면 이제 철분이 충분해졌겠지’ 하고 내심 만족해했다. 그런데 함께 갔던 직원이 사무실에 와서 “우리 과장님은 아직 철이 덜 들었답니다” 하고 떠들어 영문을 모르는 다른 직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직원들이 한발 늦게 웃음을 팡 터뜨렸다. 단체로 헌혈을 하러 가 보면 부적격자로 판정받는 사람이 많다. 헌혈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건강상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헌혈은 피를 뽑아 남에게 주는 행위다. 타인의 혈액을 받는 사람은 사고나 수술로 인해 피를 공급받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다급한 상황에 있는 이들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피는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 동물의 피를 대신 수혈할 수도 없다. 헌혈은 오직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사랑의 행위다. 숭고한 희생정신을 높이 사서 세계 모든 나라들이 매혈은 금지하고 있다.
헌혈자는 깨끗하고 건강한 피를 나눠줘야 한다. 나는 언제나 기도하는 심정으로 헌혈을 해왔다. 헌혈 예정 1주일 전부터는 술을 멀리하고 가벼운 운동으로(심한 운동은 안 좋다)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렇게 관리를 해도 언제나 헌혈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부족해 전혈비중 체크에서 안타깝게 탈락한 적이 많았다. 최근에서야 내 몸의 비밀을 알게 됐다. 내가 고기를 잘 먹지 않아 피를 만드는 원료인 철분이 부족하고 마라톤이나 테니스 등 무리한 운동도 그 원인이 됐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뒤 고기를 먹으면서 빈혈은 사라졌다.
헌혈 과정도 간단하지 않다. 헌혈하기 전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건강체크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간호사가 혈압과 빈혈 테스트를 하고 해외여행 경험, 먹고 있는 약, 최근 다녀온 병원 등을 물어보고 헌혈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되면 바코드가 있는 팔목밴드를 손목에 감아준다. 순서를 기다리다 호명이 되면 물 한 컵 마시고 심호흡을 크게 하고 헌혈 베드에 오른다. 매회 경험하는 감정이지만 헌혈 주삿바늘이 팔에 꼽힐 때까진 좀 두렵다. 간호사의 실수로 주삿바늘이 혈관을 관통해 근육을 찌른 경우도 있고 잘못 꼽아서 다시 한 적도 있다.
헌혈이 끝나면 모두 전산화되기 때문에 헌혈 후 유의사항이 문자로 온다. 내 혈액이 지금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도 조회하면 알 수 있다. 채취된 혈액은 혈액원에 전달되어 다시 정밀검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판정이 되면 수혈에 사용된다. 검사 결과도 검색하면 알 수 있다.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해(농축 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 적정 보유량인 5일분이 항시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헌혈자가 눈에 뛰게 줄었다고 한다. 비축 혈액량이 3~4일분에 불과하다는 혈액원 안내판을 볼 때면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불안하고 안타깝다. 외국에서 혈액을 수입하지 않으려면 연간 약 300만 명의 헌혈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동참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곧 명예의 전당에 오를 걸 생각하면 흐뭇하다.
오늘 ‘헌혈의집’을 방문해보니 헌혈자가 없어 썰렁하다. 간호사들이 쌍수를 들어 나를 반긴다. 종전 같으면 대기표를 뽑고 기다렸다가 헌혈을 했었는데 오늘처럼 대기자가 한명도 없었던 적은 없었다. 아마 코로나-19여파로 헌혈자가 감염을 우려해 헌혈의 집을 찾지 않는 것 같다. 헌혈을 하고 있는 내내 겨우 3명이 더 들어왔을 뿐이다. 혈액은 사고 시 긴급하게 필요하므로 3일치의 여유분이 항시 필요하다고 혈액원에서 밝혔다. 앞으로 혈액부족이라는 초유의 비상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혈액원에서 헌혈을 독려하는 홍보방송도 여러 번 했지만 코로나-19의 공포감에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으려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헌혈의 집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곳이다. 출입 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고 입구에서부터 손 소독을 먼저하고 체온측정을 하여 양호해야 입장할 수 있다. 발열 및 호흡기 증상(기침, 가래, 인후통 등)이 있어도 헌혈은 불가하다. 헌혈 후 14일 이내 코로나 유사증상이 생기면 즉시 CRM센터(1600-3705)로 연락을 하도록 안내한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헌혈하러 갈 이유도 만무하다. 아직까지 헌혈의 집에서 감염환자가 나왔다는 말은 없다.
나는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고 있다. 오늘로 94회 헌혈을 했다. 헌혈을 30회 하면 대한적십자사에서 주는 은장을 받고 50회하면 금장을 받는다. 100회를 넘기면 자랑스러운 헌혈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 나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 남을 위해 몸으로 보시한다는 심정이다.
헌혈은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헌혈 전에 문진과 검사를 통해서 건강하지 않으면 받아주지 않는다. 설령 헌혈을 했다고 해도 혈액원에서 엄정한 정밀검사를 실시하여 양호한 경우에만 다른 사람에게 수혈이 된다. 헌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또 다른 증거다. 혈액원에서 무료로 혈액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것도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는데 도움이 된다. 혈압, 맥박, 빈혈검사는 헌혈 전에 하지만 헌혈 후에 혈액원에서 정밀검사를 통해 내 핏속의 총단백의 함량은 물론 콜레스테롤, 알부민, 효소의 일종인 AST, 신장기능의 지표인 요소질소검사까지 통보받는다.
내가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피의 존귀함을 알기 때문이다. 피는 사람 생명의 다른 말이다. 사람 몸에 피가 돌지 않으면 우리는 살 수가 없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 피를 실험실에서 만들 수 없다. 짐승의 피를 사람 몸에 수혈하면 사람이 죽고 사람의 피를 짐승에 수혈해도 안 된다. 사람에 헌혈하는 피는 오직 사람이 사람만을 위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사람사랑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잠시 시간을 내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헌혈에 동참하는 것도 좋겠다.
병원에 가면 피를 뽑아 건강을 체크한다. 나는 헌혈을 하면서 공짜로 건강 체크를 한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헌혈을 할 수 없다. 보균자나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의 헌혈을 가려내기 위해 1차적으로 문진을 한다. 그다음엔 전혈비중측정과 혈압 체크를 한다. 운 좋게(?) 이 과정을 통과해 헌혈을 했다고 해도 혈액검사소에서 심층적인 혈액검사망을 또다시 통과해야 다른 사람에게 수혈이 된다. 혈액 검사결과는 헌혈자에게 보내주고 전산화되어 10년 전 기록도 언제든 볼 수 있다. 오늘(2019년 1월 28일)까지 79회 헌혈을 했다. 검사지를 받아보니 총 11가지 항목의 검사결과가 나와 있다. B형간염바이러스와 매독항체 검사도 있고 총단백, AST, 알부민, 콜레스테롤, 요소질소 검사결과 등 건강지표가 골고루 나와 있다. 헌혈할 때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니 자연스럽게 건강 체크가 된다.
헌혈은 피를 뽑아 남에게 주는 행위다. 남의 혈액을 받는 사람은 사고나 수술로 인해 피를 공급받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다급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피는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 동물의 피를 대신 수혈할 수도 없다. 오직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사람 사랑이 헌혈이다.
헌혈자는 깨끗하고 건강한 피를 헌혈해야 한다. 나는 헌혈 예정 1주일 전부터는 술을 멀리하고 가벼운 운동으로(심한 운동은 오히려 나쁘다)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렇게 관리를 해도 언제나 마음대로 헌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혈액 속에 헤모글로빈이 부족해 전혈비중 체크에서 아깝게 탈락한 적도 많았다. 피를 만드는 원료인 철분 섭취가 부족했거나 무리한 운동 등이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직장 부하직원과 함께 헌혈을 하러 갔는데, 전혈비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철분이 부족하다 하니 순대나 사 먹자 하고 직원과 재래시장으로 가서 순대와 소 간 등을 주문해 배부르게 먹었다. 그런데 함께 갔던 직원이 사무실에 와서 “우리 과장님은 아직 철이 덜 들었어요!” 하고 떠들어대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직원들은 한바탕 웃었다.
헌혈을 계속 해오던 사람은 69세까지 헌혈이 가능하다. 모든 행위는 해야 하는 목적과 달성할 목표가 있어야 계속 실천이 기능하다. 나의 첫 목표는 헌혈 30회를 달성해서 대한적십자사 총재로부터 은장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다 또 욕심이 생겨 50회를 목표로 해서 금장까지 받았다. 이제 100회까지 실천해 명예의 전당에 오르려고 한다. 아직 21회나 남았다. 까마득한 목표를 과연 이룰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한 발 두 발 뚜벅뚜벅 앞으로 나갈 뿐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고 건강을 알기 위해 나는 헌혈을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왠만한 걱정거리나 별별 소리를 들어도 귓전에 바람소리처럼 흘러들을지 알았다. 아니다.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겨야 할 일도 마음에 맺혀지고 심한 가슴앓이를 한다. 예전에도 나쁜 일은 어른들 모르게 쉬쉬했다. 아시면 괜히 마음고생 하신다면서 철저히 숨겼다. 내가 겪어보니 참으로 맞는 말이다.
헌혈과 관계되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지금까지 헌혈을 66회 했는데 이제 와서 헌혈 부적격자로 딱 걸렸다. 그것도 아주 기분 나쁜 매독항체 검사에서 판정보류를 받은 것이다. 양성 반응이면 양성반응이고 음성반응이면 음성 반응이지 판정보류가 뭔가! 잘 모르겠다는 말이 아닌가! 혈액에 대한 모든 검사는 혈액검사소에서 하기 때문에 헌혈을 직접 하는 ‘헌혈의집’에서는 그 이유를 설명해줄 전문가가 없다. 발만 동동 굴리며 걱정을 한다.
매독은 성병의 일종이다. 필자는 결단코 여기에 연루될 지저분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처음에는 뭔가 혈액검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혈액검사를 다시 해 달라고 팔을 걷어붙이고 요구를 했다. 검사결과는 변함없는 딱 넉자 ‘판정보류’를 재차 받았다. 필자는 당뇨약이나 고혈압 약 같은 모든 약을 먹지 않는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헌혈을 하는 것이다. 가끔씩 비타민C를 먹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가을에 아들이 한의사 이경제씨가 직접 조제해서 만들었다는 ‘황제 천용단’을 먹은 적은 있다. 홈쇼핑에서도 대대적인 선전을 한 건강 보조제다. 이것의 내용물이 이런 검사 반응을 불러왔나 하는 말도 안 되는 별별 의심도 다했다. 병원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하면서 피를 뽑아 혈액검사를 했지만 아무런 이상통보를 받지 못했다. 다시 헌혈의 집을 찾아 혈액검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똑 같은 ‘판정보류’다.
헌혈100회를 달성하여 헌혈명예의 전당에 오르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16년 4월12일 헌혈 50회를 달성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로부터 금장을 받았다. 이만하면 목표도 이루었고 나이도 있으니 이제 헌혈을 그만 하겠다고 헌혈의 대열에서 이탈하였다. 한참을 지나 적십자사 홍보요원으로부터 전화한통을 받았는데 계속 헌혈을 해 달라는 헌혈독려 전화였다. 잊고 지내던 헌혈 욕구가 되살아났다. 다음 목표를 세운다면 헌혈 100회를 달성해서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일이다. 100회라면 앞으로 50회를 더 해야 한다. 까마득한 목표에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 해보기로 했다.
이런 헌혈 목포와 순조로운 진행이 난데없는 복병을 만나 중지 되는 것도 억울하지만 진짜 내 혈액 속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앉으나 서나 낮이나 밤이나 늘상 머릿속을 짓누르고 있었다. 자신을 믿으면서도 의심은 걱정을 낳는다. 어렵게 적십자사 혈액 전문상담사와 통화를 했다. 몇 달 쉬었다가 다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너무 걱정이 되면 종합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받아보라고 말했다. 아무리 종합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증명을 받아도 헌혈은 혈액검사소의 자체 검사를 통과해야 받아준다. 이런 기능은 정말 잘 하는 시스템이다.
자신을 믿기 때문에 검사방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늘 찜찜해 했다. 두 달이 지났다. 다시 헌혈의 집에 가서 혈액검사를 신청했다. 간호사가 몇 달 더 있다가 해보라는 것을 불안해서 그러니 해 달라고 했다. 이틀 뒤 검사결과를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지극히 정상이다. 합격이 된 것이다. 허망했다.
자신을 믿고 있었는데도 이렇게 불안했는데 해외여행이나 매춘에 관계되었다면 자살할 만큼의 마음고생을 했을 것이다. 나이든 사람의 소심함을 이해하고 더욱 신경을 써줘야 한다.
9월 22일자로 63회의 헌혈을 했다. 30회의 헌혈을 하면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은장 훈장을 받고 50회를 하면 금장 훈장을 받는다. 필자는 1차 헌혈목표는 금장을 받는 거기까지 하기로 했다. 목표를 달성하고 한 일 년이 지났을 무렵 적십자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마디로 말해 헌혈이 부족하니 계속 헌혈을 해 달라는 것이다.
헌혈은 간단히 말하면 피를 뽑아 남을 주는 것이다. 남의 피를 받는 사람은 사고나 수술로 피를 공급받지 못하면 죽을 지도 모르는 급박한 사람들이다. 피는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기계로 만들 수 없고 동물의 피를 사람에게 대신 수혈도 불가능 하다. 오직 사람을 위해 사람에 의한 사람의 헌혈일 수밖에 없다. 피를 분석하여 여러 가지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처럼 피는 그 사람의 모든 건강정보를 담고 있다. 피를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고 우리는 살아간다. 오염된 피는 건강보다 질병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깨끗하고 건강한 피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헌혈자의 의무다. 필자는 헌혈예정 1주일 전부터 술을 멀리하고 가벼운 운동으로(심한 운동은 오히려 나쁘다)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헌혈을 하면 혈액에 대한 분석을 해서 보내주므로 약식의 무료로 받는 건강검진이다.
헌혈을 계속하던 사람은 69세까지 헌혈이 가능하다. 모든 행위는 해야 하는 목적과 달성할 목표가 있어야 계속 실천이 기능하다.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부탁도 있어서 그러면 100회까지 하고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까마득한 목표에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한발두발 뚜벅뚜벅 앞으로 횟수를 채워 나가고 있다.
헌혈을 하면 혈액관리 본부에서 헌혈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다. 헌혈하는 동안 불편함은 없었는지 간호사는 친절했는지 등등을 물어온다. 설문결과를 통해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목적이지만 헌혈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간호원 들에게는 무언의 압력이 될 것이다. 이런 대답을 제대로 하려면 한 곳의 헌혈의집에서 계속 헌혈하는 것 보다는 여러 곳의 헌혈의집을 방문하는 것이 비교가 되어 보다 올바른 대답을 할 수 있다. 그런 목적으로 가능하면 여러 곳의 헌혈의집을 순회하면서 헌혈을 하고 있다.
헌혈의집마다 운영실태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같은 제도 하에서 운영되는 헌혈의집 이다보니 헌혈하는 과정은 똑 같지만 고객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다르다. 특히 헌혈시간이 오래 걸리는 혈장헌혈에 있어서다. 헌혈자의 지루함을 달래주기위해 노트북을 제공해서 인터넷 서핑을 하도록 하는 곳도 있고 개인별로 TV를 시청토록 해주는 곳도 있다 헌혈도중 과자나 음료수를 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헌혈 후에 휴식하면서 먹으라고 한다.
이런 고객 서비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피를 뽑는 지점이 양쪽팔의 팔꿈치 안쪽 1cm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한곳에 여러 번 주사바늘을 꼽으면 혈관에 난 상처는 어찌 되는가에 대한 걱정스런 의문이다. 간호원은 걱정 말라고 하지만 팔에 있는 여러 개의 주사바늘자국을 보면서 혹시 내 혈관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 헌혈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하지만 여기에 의료적인 믿을만한 대답을 해주면 좋겠다.
다음으로 간호원의 태도다. 주사바늘을 꼽을 때는 주의력을 최고로 하여 바늘 끝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똑 같은 행위를 오래해서 숙련되었다고 자신해서인지 안이하게 옆 사람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아는 사람이 왔다고 인사까지 하는 것을 보고 아연 실색했다. 딱 한번이지만 간호원의 실수로 주사바늘이 혈관을 관통하여 살에 박히는 일이 있었는데 결국 1주일정도 혈관이 붓고 멍이 들기도 했다. 헌혈자가 불안해 하지 않도록 주사바늘 찌를 때는 집중해 달라는 이야기를 나는 간호원에게 헌혈 전에 반드시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도 불평하는 자기 있어야 세상이 발전하는 것처럼 헌혈의집이 불편해서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매의 눈으로 살피겠다.
“아이고 다 늙어 무슨 주책이야. 당신 아니라도 헌혈할 사람 많으니 그만 걱정 붙들어 매두시오.”
필자가 헌혈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이제 그만하라고 말린다. 나이 들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헌혈하러 다닌다며 바가지를 긁는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필자는 전혈비중이 낮아서 헌혈을 못하고 돌아선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헌혈을 말려도 말을 듣지 않으니 아내가 헌혈의 집에 직접 전화를 해서 노인네 피를 어디 쓰겠다고 그렇게 뽑아가느냐고 항의를 한 적도 있다.
헌혈은 건강의 상징이다. 헌혈할 때 주삿바늘 들어가는 따끔한 통증만 이야기하고 헌혈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건강하지 못하면 헌혈은 불가능하다. 헌혈의 집에 가면 헌혈자의 건강상태(체중, 혈압은 물론 헌혈 주기를 확인하고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 숙박 등을 했는지도 문진을 통해 체크한다. 수십 개 항목의 문진을 통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헌혈은 받아주지 않는다. 특히 헤모글로빈을 확인하기 위해 전혈비중을 검사하는데 기준치인 1.052에 미달하면 불합격이다. 필자도 이 기준치에 미달되어 불합격을 참 많이도 받았다. 헌혈하러 가서 못하고 돌아올 때의 그 씁쓸함은 마치 송충이 씹은 맛 같았다.
헌혈에 불합격된 날은 철분을 보충한다고 시장에 가서 철분이 많다는 선지 순댓국을 먹는 것은 기본이고 소 지라를 사 먹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헌혈에 매달리는 필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주책바가지라고 비웃고 놀린다. 하지만 진실을 몰라서 그렇지 헌혈처럼 고귀한 행동도 없다.
현대 의료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피는 인공적으로 만들지 못한다. 동물의 피를 사람의 몸에 대신 넣어다가는 큰일 난다. 천 년을 산다는 거북이나 고귀함의 상징인 학의 피도 사람에게는 소용없다. 오직 사람에게는 사람의 피만 필요하다. 사람의 피는 사람에 의해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다. 인체를 소우주로 비교하면 혈액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드라마틱한 종합 예술이다. 아직까지 그 신비로운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다. 헌혈은 기계나 알파고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사람 사랑이다.
오늘로서 헌혈을 58회 했다.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50회 했을 때는 적십자사 총재로부터 금장을 받았다. 100회에 도달하면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주책바가지의 ‘주책’은 한자어 ‘주착(主着)’이 변한 말이다. 주착은 본래 ‘줏대가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 흔들림이 없다’라는 의미를 가진 좋은 말이다. 나이 들어 헌혈한다고 주책이라니 어림없는 말이다.
헌혈의 집에 가면 언제나 젊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필자처럼 나이 든 사람이 헌혈 대열에 동참하는 것을 보고 주책없다고 놀려도 흔들림 없이 건강한 몸을 가꾸어 몸으로 보시하는 헌혈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