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척추∙관절 질환자는 각각 1131만 명, 736만 명. 앞으로 환자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생한방병원이 척추∙관절 질환자들의 애환을 노래로 승화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자생의료재단은 ‘2023 전국자생노래자랑’을 개최하고 지원자들의 참가 신청을 받는다고 31일 밝혔다.
2023 전국자생노래자랑은 ‘노래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슬로건 아래 척추∙관절 질환에 대한 각자의 속깊은 이야기들을 노래를 통해 공감하고 극복해 나가기 위한 취지로 준비했다. 참가 대상은 척추∙관절 질환과 관련된 본인, 가족, 지인 등의 사연이 있는 사람으로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선곡도 괴로울 때 용기를 북돋아주거나 통증을 잊게 해주는 등 ‘약(藥)이 됐던 노래’라면 모두 가능하다.
대회는 예선, 본선, 결선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예선 신청은 내달 24일까지며 한 팀당 구성원 수에 제한은 없다. 지원 방법은 자생한방병원 공식 홈페이지 팝업 창에 접속해 지원자가 노래 부르는 영상을 올린 후 사연과 함께 지원서를 작성하면 된다. 예선에서는 가창력, 열정, 사연의 특수성 등을 기준으로 종합적인 심사를 거쳐 전체 참가팀 가운데 총 21개 팀이 선발될 예정이다.
예선을 통과한 팀들은 지역에 따라 전국 21개 자생한방병원∙자생한의원 가운데 한 곳의 대표로 본선에 출전하게 되고 각 병∙의원에서 보약 처방권을 우선적으로 지급한다. 본선은 오는 10월 6일에서 17일까지 유튜브 온라인 투표를 통해 진행되며 이 중 10개 팀이 결선에 진출한다.
11월 중 열리는 결선은 참가팀들의 실제 라이브 무대로 진행된다. 자생한방병원 홍보대사인 방송인 김신영이 직접 사회자로 나서며 우수한 성적을 거둔 최종 3개 팀이 현장 심사를 통해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이들에게는 상패와 함께 스마트 TV, 양문형 냉장고, 최신 스마트폰 등의 경품이 제공된다. 또한 노래 경연과 더불어 척추∙관절 스트레칭 등 건강 강좌도 마련될 계획이다.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은 “실제로 노래는 도파민 등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킬 뿐만 아니라 혈류를 개선시키는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통증과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는 만병통치약 역할을 한다”며 “올해 전국자생노래자랑이 전 국민의 척추∙관절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만성 콩팥병은 3개월 이상 콩팥에 손상이 있거나 콩팥 기능이 저하된 상태의 질환을 말한다. 6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79%를 차지한다. 나이가 들수록 신장 기능이 저하되며, 고령자의 대표적인 만성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등이 신장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만성 콩팥병에 대한 궁금증을 김소연·권순효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콩팥에는 사구체라는 혈액 여과기가 있다. 이곳을 지나며 걸러진 노폐물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만성 콩팥병(만성 신부전증)은 콩팥이 여러 이유로 지속적으로 손상을 받아서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을 말한다. 주요 원인으로 당뇨병과 고혈압이 꼽힌다. 고혈압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콩팥에 이상이 생기며, 당뇨병으로 혈액 속에 당이 많으면 신장 조직에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만성 콩팥병은 ‘많고 비싼 병’으로 통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 환자는 2017년 20만 3978명에서 2021년 27만 7252명으로 5년 새 36% 증가했다. 국내 성인 7명 중 1명은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또한 최근 10년간 만성 콩팥병 진료 환자 수 및 진료비 모두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849만 원이었다. 진료비가 높은 이유는 ‘투석’과 관련 있다.
만성 콩팥병은 진행 상태에 따라 1~5기로 구분한다. 초기 1~2기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약물 치료와 철저한 관리만으로도 유지가 가능하다. 사구체 여과율 60% 미만의 3기에 이르러야 증상이 나타나는 편이다. 특히 가장 심각한 단계인 5기는 ‘말기 신부전’이라고 하며, 투석 치료나 이식을 받아야 한다. 이 시기에는 5년 생존율도 약 61.5%로 떨어지는데, 이는 일부 암의 5년 생존율보다 더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조기 발견이 중요하며, 건강한 습관으로 병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Q. 부종과 같이 뒤늦게 나타나는 만성 콩팥병의 증상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자신이 당뇨 환자라면 만성 콩팥병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을까요?
A.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피곤함, 집중력 저하, 식욕부진, 수면장애, 발목 부종, 야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신이 붓는 증상은 신장과 심장, 간 등의 질환이 있을 때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당뇨병 환자 3~4명 중 1명에게 만성 콩팥병이 생기고, 말기 신부전 환자 2명 중 1명은 당뇨병이 원인일 정도로 당뇨병 환자와 신장 합병증은 관련이 깊습니다. 적절한 식이·운동·약물요법을 통해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해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고, 정기적인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로 신장 합병증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형 당뇨가 있는 사람은 최소 1년에 한 번씩 소변 알부민뇨 검사와 혈액에서 추정하는 사구체여과율 검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Q. 5기 환자의 경우 5년 사망률이 암보다 높다는 통계를 봤습니다. 위험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5기 말기 신부전 환자들의 가장 높은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입니다.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는 당뇨, 고혈압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인 요독증, 혈관 석회화, 대사성 산증을 가지고 있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10~30배 높습니다.
Q. 신장이식 수술은 위험성과 부작용이 잇따를 것 같습니다. 현재 의료진이 이식 수술을 권장하는지, 반대로 지양하는지 추세가 궁금합니다.
A.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는 신장이식이나 투석 같은 신 대체요법을 시행합니다. 최근에는 과거보다 신장이식을 받는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신장이식이 투석에 비해 장점이 많습니다. 거의 정상 신장 기능을 가지게 되어 투석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는 노폐물도 제거할 수 있으며, 조혈 호르몬, 활성화 비타민 같은 호르몬이 만들어집니다. 투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며, 거의 정상적인 식사와 생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식할 신장을 제공받기가 쉽지 않으며, 수술에 대한 정신적・육체적・경제적 부담이 있습니다. 또한 이식 후 거부반응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고, 이로 인해 감염이나 암 같은 면역억제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식을 준비하기에 앞서 이식의 장단점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Q. 만성 콩팥병 환자는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게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신장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만성 콩팥병 환자는 수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데, 이 상태에서 물을 과다하게 마시면 혈액량, 체액량이 늘어 폐부종이나 부종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무조건 수분 섭취를 제한하면 오히려 탈수로 인한 신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만성 콩팥병 단계와 소변량 등을 살펴보고 주치의와 상의해 적정 수분 섭취량을 결정해야 합니다.
Q. 만성 콩팥병을 예방하기 좋은 음식과 생활 습관에는 무엇이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만성 콩팥병의 원인이 되는 당뇨, 고혈압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생활 습관 개선과 적절한 약물 치료를 통해 혈당 및 혈압 관리를 해야 합니다.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이는 것을 독려합니다. 더불어 만성 콩팥병 환자는 충분한 열량과 적당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며, 염분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또한 포타슘(칼륨)과 인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다만 이와 같은 식이요법은 증상 악화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질환 자체를 고칠 수 없다는 점을 알아둬야겠습니다.
100세 시대 시니어에게도 생애주기에 따른 예방, 인지교육,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10년 전부터 인지교육 콘텐츠를 만들어온 대교가 시니어 케어서비스 ‘대교 뉴이프’를 통해 어르신을 위한 세계에서 가장 큰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니어 뉴 라이프 솔루션 대교 뉴이프는 ‘눈높이’ 학습지로 잘 알려진 대교의 자회사다. 지난해 1월 대교의 사업부서에서 시작해 올해 7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했으며, 고령화 시대에 달라진 시니어의 생애주기에 맞춘 서비스들을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주요 서비스는 노인 장기요양사업, 시니어 전문인력 양성, 시니어 라이프 토털 케어서비스, 대교 뉴이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크게 네 가지다.
대교 뉴이프의 시니어 라이프 토털 케어서비스의 강점은 ‘인지 케어’다.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콘텐츠가 많아지는 시점에, 여전히 지류형 교재와 방문케어를 고집하는 것에도 대교의 철학이 녹아 있다. 한지훈 라이프솔루션사업부 부장은 “인지 관련 교육이 필요한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베이비붐 세대로 종이가 더 익숙하다. 지역에 따라 인터넷이 없는 가정도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디지털 콘텐츠도 개발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더 많은 어르신을 만나기에 지류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 대교의 인프라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기존 학습지 교사와 서비스 인력의 시니어 전문성 강화를 위해 요양보호사 교육원과 민간자격증(시니어 인지놀이 지도사, 시니어 브레인 트레이닝 지도사, 신체활동 지도사) 과정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어르신의 학교, 데이케어센터
대교 뉴이프의 데이케어센터는 어르신의 학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선택권 존중 운영 체계’다. 데이케어센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꿈의 호수촌’ 모델을 유심히 살폈다. 일본의 요양 시설은 대부분 ‘자립 지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교 뉴이프 데이케어센터는 인지케어에 더 중점을 두었다. 배정혁 장기요양사업부 부장은 “대부분의 요양시설에서는 획일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르신들이 일방적으로 따라가야 한다면, 대교 뉴이프 데이케어센터는 대학교 수강 신청하듯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같은 시간을 있더라도 어르신들이 더 즐겁게 보내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케어센터는 서울시 공식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에 맞춰 설계됐다. 광명, 분당, 목동, 울산, 해운대점이 있으며, 최근 가맹점으로 분당에 1개소가 추가로 개원했다. 분당 1호점의 경우 오픈 4개월 만에 정원이 다 찼으며 대기자가 50명가량 된다.
방문요양센터도 대교 뉴이프의 인지케어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방문요양 서비스는 어르신의 건강을 확인하고 가사를 돕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데, 대교 뉴이프는 직접 개발한 콘텐츠를 활용해 신체·인지 등을 강화해주는 데 집중한다.
인지 강화 콘텐츠로 신뢰성 높여
대교 뉴이프가 직접 개발한 ‘브레인 트레이닝 키트’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지 활동 교육 서비스다. 키트 하나가 한 달 과정으로 교구 1개와 교재 4권으로 이뤄져 있다. 1, 3호는 인지 위주, 2, 4호는 정서 위주로 되어 있다. 인지 콘텐츠는 김기웅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자기 주도형 기억증진학습법(MESL-E)’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설계했다. 정서 콘텐츠는 작업치료사협회의 감수를 받아 콘텐츠 신뢰성을 높였다. 교구의 경우 소근육 자극을 통해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키트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효과적인 난이도다. 그 외에도 경증 치매 어르신에게 적합한 난이도의 ‘브레인 트레이닝 워크북’을 개발했으며, 경도인지장애 이전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마이 시니어 다이어리’ 교재도 만들었다. 액티브 시니어가 두뇌 강화 활동을 할 수 있는 ‘30일 30종 두뇌트레이닝700’도 있다. 기업에서 실시하는 인·적성 검사와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 높은 교재로 기존에 보지 못했던 문제 유형들이 수록됐다. 이 책은 일본에서 ‘매일 뇌활’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것을 대교에서 독점으로 1권을 들여와 선보인 것이다.
콘텐츠는 30일을 기준으로 하루에 두 페이지씩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다연 라이프솔루션사업부 대리는 “30일이라는 숫자와 하루에 정해진 분량은 목표를 달성했다는 뿌듯함을 준다”면서 “오늘 하루 두 페이지를 완성했다거나 작품 하나를 만들었다는 데서 오는 정서적 성취감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부터는 브레인 트레이닝 키트를 사용한 방문 인지케어 서비스를 론칭한다. 정식 서비스 출시 전 광명시와 MOU를 맺고 치매안심센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가정방문을 먼저 시작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전화보다 방문 서비스를 더 선호해 40~50명의 대기자가 서비스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방문 인지케어 서비스는 대교 뉴이프 홈페이지에서 월 8만 원으로 신청 가능하다.
한지훈 부장은 “아직 시니어 라이프 관련 시장은 시작 단계”라면서 “더 많은 기업이 뛰어들어 인지케어 시장이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배달업체 식약처 인증 확인하기
식약처는 음식 위상 상태를 점검한 후 우수 업소에 대해 3단계로 나눠 인증한다.
별이 많을수록 위생 상태가 우수하다. 해당 등급은 식약처 인증을 획득한 가게에 한해 배달 앱 ‘위생 정보 내역’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해충 방제 관리 서비스(세스코)를 이용하는 가게도 해당 내역에서 볼 수 있다.
포장·배달 용기 재질 살펴보기
배달 용기째 전자레인지에 데울 때 용기의 재질에 따라 변형되거나 환경호르몬 등이 발생한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려면 용기
뚜껑에 별도로 표기된 ‘폴리프로필렌’ 재질을 확인하자. 일회용기를 반찬통으로 재사용하면 유해성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
양날의 검 리뷰 활용하기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곧이곧대로 참고하는 것은 피하자.
최근에는 좋은 리뷰를 담보로 서비스 메뉴를 제공하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첫 주문가게라면 별점이 높다고 무작정 기대하진 말자.
수년 전 실버 생활체육에 지각변동이 감지됐다. 곧이어 ‘파크골프가 인기’라는 말이 전국 곳곳에서 들려왔다. 반짝 흥행이 아니었다. 파크골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단계적 일상 회복이 되면서 아예 실버 생활체육 주요 종목으로 부상했다. 인근 공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서. 단지 그뿐일까? 현장에서 들은 파크골프의 진짜 인기 이유는 꽤 흥미롭다.
양평교 초입에 들어서며 걱정이 앞섰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성 장맛비가 예고돼 있었고,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었지만, 먹구름과 대기를 감도는 꿉꿉함은 양평교 아래 오가는 이 하나 없다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영등포 파크골프장’ 표지판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 순간 불안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야말로 ‘줄 서서’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매일 영등포 파크골프장을 찾는 이는 500여 명. 영등포구파크골프협회 ‘사랑클럽’ 회원 A씨가 전한 인기는 그 이상이다. “파크골프가 정말 인기예요. 말도 못 해요. 체감상으로 매년 두 배씩 느는 것 같아요. 이거 봐요, 치려고 밀려 있는 거!”
영등포뿐만 아니다. 파크골프는 일대 붐을 맞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회원이 그 방증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0년 4만 5000여 명 수준이던 회원은 2022년 10만 명을 넘어섰다. 2023년 6월 기준으로는 12만 명을 돌파했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고 즐기는 동호인쪾비동호인까지 합하면 그 수는 대략 40만~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 마쿠베쓰 강가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도심 속 공원이나 유휴부지에서 즐기는 게임이라고 해서 ‘공원 골프’(PARK GOLF)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내에는 2000년 경남 진주에 위치한 노인복지시설 상락원에 6홀이 들어서며 처음 소개됐다. 실버 세대 생활체육 핵심 종목으로 부상한 건 수년 사이다. 2022년 9월 발표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스포츠 빅데이터 인사이트’ 제13호에 따르면 현재 실버 세대 생활체육 유행은 ‘게이트볼에서 파크골프로 전환’되고 있다.
현장은 클럽 한 개와 공 한 개, 그리고 티만 있으면 누구나 인근에서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의 편의성과 접근성에 열광한다. 몇 천 원이면 즐길 수 있는 저렴한 비용도 현실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사랑클럽’ 회원 A씨는 “파크골프가 노인들에겐 최적의 운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운동 여러 가지 해봤지만, 이보다 좋은 운동은 없습니다. 접근하기 좋고, 이용료 저렴하고, 잔디 밟으면서 많이 걷고요.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어요? 고작해야 산책하는 건데, 산책은 지루해서 오래 못 해요. 근데 파크골프는 3시간이고 4시간이고 하죠!” 옆에서 듣고 있던 회원 B씨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장점이 정말 많아요.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아요.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게 삶의 활력이 돼요.”
파크골프가 사랑받는 주요 요인 중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종주국 일본의 파크골프협회는 파크골프가 퍼진 요인에 대해 “경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을 들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일반 골프장은 1번 홀에서 티업하면 다른 팀을 만날 수 없지만 파크골프는 한눈에 다 들어오기 때문에 교류가 이뤄지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랑클럽’은 회원 60여 명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회원 C씨의 말이다.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파크골프를 접하고 사람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자주 보니까 빨리 친해졌지요. 한번 어울리면 아침에 만나서 저녁까지 있다 가기도 합니다. 그게 너무 재밌어요.”
여기에 ‘한국판’ 파크골프만의 매력이 더해졌다. 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진화해온 것이다. 파크골프는 하프 9홀(파33) 1라운드 18홀(파66)로 진행된다. 파3 네 개, 파4 네 개, 파5 한 개로 기본 제원은 일본과 같다. 차이는 한 홀의 거리다. 위험 방지, 연령이나 남녀 차이에 의한 핸디캡 최소화 등을 위해 거리를 100m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일본과 국내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9홀까지 연장 길이가 500m지만, 국내는 790m까지 가능하다. 파5 홀의 경우 일본은 60~100m, 국내는 100~150m다. 현재 국내는 대개 최장 거리인 150m를 선택하는 추세다.
이경호 대한파크골프협회 사무처장은 “국내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증가한 요소”로 이를 지목한다. “일본은 ‘놀이’이고 우리는 ‘생활 스포츠’, 나아가 ‘경기’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80대 이상이 파크골퍼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우린 연장 길이가 기니까 보다 젊은 세대가 많이 유입됐습니다.”이 사무처장은 배우기 쉬운 점도 파크골프 인구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파크골프는 6개월 정도 열심히 하면 3년, 5년 배운 사람과 대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이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스포츠는 10년 이상 해야 우승할 수 있어요. 1~2년 바짝 해서는 대회 정상을 꿈꾸기 어렵지요. 그런데 파크골프는 노력 여하에 따라 6개월~1년 만에 전국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춰지는 운동입니다. 전국 투어를 다니는 분들도 그 수가 상당합니다.”
파크골프는 ‘경기’로 자리 잡고 있다. 대회 규모로 확인된다. 국내 대회 상금이 3000만 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경제 효과는 현장에서 먼저 체감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산천어축제를 연이어 취소했던 강원도 화천군은 파크골프 대회를 유치해 특수를 누렸다. 약 한 달간 이어진 대회에 1500여 명의 선수단과 가족이 방문해 지역 음식점, 숙박업소는 물론 편의점과 카페까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경제 효과는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말한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파크골프장에도 라이가 있어요?’입니다.(웃음) 당연히 있지요. 다 다르고 각각의 특색이 있습니다. 대회 당일 처음 가서는 성적을 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보통 연습하러 현장에 일주일 전이나 열흘 전에 가서 현지에 체류하며 꽤 많은 비용을 씁니다. 1억 원을 투자해서 대회를 치른다고 하면, 그 열 배 이상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대회에 나가는 선수만 해도 500~600명입니다. 그 지역에 머물면서 쓰는 돈은 엄청납니다. 지자체에서 계속 유치 신청이 들어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파크골퍼들에게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클럽’ 회원들은 스포츠로 자리 잡은 파크골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고는 못 삽니다. 대회 나가는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해요. 진짜 장난 아니에요!(웃음)”
현장은 단기적 경제 효과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파크골프가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2007년에 이미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장수 국가군으로 진입했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고령자의 진료비, 의료비는 당면한 문제다. 통계청이 2022년 9월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는 475만 9000원, 1인당 본인 부담 의료비는 110만 6000원에 달한다. 전체 인구 대비 각각 2.8배, 2.7배 수준이다. 반면 생활체육 참여자의 1인당 연관 의료비는 비참여자 대비 절반가량에 그친다. 생활체육 참여만으로 의료 비용 감소에 직접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장은 파크골프가 현재 최일선에 있는 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랑클럽’ 회원 A씨의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노인들이 집에만 있으면 자식이고 며느리고 손주고 누가 좋아하겠어요? 우리도 다 압니다. 근데 파크골프장에 나오면 운동하고, 여기서 만난 친구들끼리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고, 때론 반주하기도 하고, 내내 놀다가 저녁에 집에 가서는 피곤해서 바로 잡니다.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합니다. 아프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할까 봐요.(웃음) 또 실제로도 아프면 못 합니다. 그러니까 파크골프를 하기 위해서 스스로 건강을 잘 챙겨요. 본인 건강하지, 가정의 평화 가져오지, 종국에는 사회적 비용 안 들지. 파크골프는 삼박자를 다 갖춘 운동이라니까요!”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오는 ‘새 신랑’, 배우 심형탁(45). 그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가 결혼 후 한층 강화됐다. 그런 심형탁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호의적이다.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저는 착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솔직한 사람 같다”면서 “내 감정에 솔직하고,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에 솔직할 뿐”이란다.
심형탁은 “좌우명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상대를 계속해서 좋아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어른이 되면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숨기는 사람이 많은데, 심형탁은 달랐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 덕후(마니아)라고 당당하게 공개했다. 현재는 아내 히라이 사야(이하 사야)에게 무한 애정을 쏟으며, “이렇게 예쁜 사람은 세상에 없다”면서 팔불출 같은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꾼이 아닐까.
“‘덕후’ 문화는 굉장히 중요해요. 덕후가 세상을 움직이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도라에몽 캐릭터를 좋아했어요. 당시는 한국에 공식적으로 소개되기 전이라 ‘동짜몽’으로 불리던 해적판 만화만 있었습니다. 전 그걸 구해서 읽곤 했어요. 도라에몽은 미래에서 온 로봇으로 진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도라에몽을 좋아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어요. 진구에게 저를 투영해서 도라에몽이 저를 도와줬으면 했던 거죠. 그런데 도라에몽이 진짜 저를 도와줬고, 그걸 넘어 선물을 줬어요. 대중적으로 제 이름 석 자를 알리게 해줬고, 이슬이(진구 여자친구)보다 더 예쁜 사야를 만날 수 있게 해줬죠. 도라에몽의 선물인 사야와 함께 잘 살아간다면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능형 배우로 성공하기까지
건장한 체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심형탁은 모델 출신이다. 1997년 ‘신원 SIEG 모델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모델로 데뷔한 그는 직접 에이전시를 뛰어다녀 일자리를 얻어냈고, 업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는 심형탁은 ‘학창 시절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제가 초등학생, 중학생 때는 키가 정말 작았어요. 지금도 기억하는 게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150cm가 안 됐고, 1번이었어요. 그저 작다는 이유로 무시와 괴롭힘을 좀 많이 당했죠. 키가 확 큰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였어요. 그런데 덩치만 컸지 마음은 그대로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걸 극복한 건 일에 대한 의지 하나였습니다. 모델 활동을 하고 싶어서 운동을 했고,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고 성격도 많이 달라진 거죠.”
모델 활동을 하면서 연기에 관심이 생긴 심형탁은 수원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배우 전문 기획사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하게 됐다. 2001년 SBS ‘남과 여-우리 다이어트할까요?’가 그의 데뷔작이다. 벌써 23년 차 배우가 된 심형탁은 “배우로 이루고 싶은 것이 아직 많아서 늘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출연작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tvN ‘식샤를 합시다’가 아닐까 싶어요.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아본 작품입니다. 그 전까지는 사람들이 저를 일일드라마 배우라고 인식했는데, 그 드라마 이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을 느꼈어요. 그래서 제 배우 인생에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KBS 2TV ‘브레인’의 완벽주의자 캐릭터, MBC ‘천 번의 입맞춤’에서 찌질한 남편 역할을 한 것도 좋았어요.”
심형탁은 예능 출연으로 더 유명해졌다. 2014년 KBS 2TV ‘안녕하세요’를 시작으로 MBC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에서 도라에몽을 비롯한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등을 좋아하는 순수한 모습으로 대중적 호감을 얻었다. 그 스스로 “나의 배우 인생은 도라에몽 덕후를 밝히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하기도. 이러한 상황에서 ‘예능형 배우’로 통하는 것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요즘 배우들은 드라마나 예능 중 한 가지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두 가지 모두 가능한 ‘멀티 엔터테이너’(이하 멀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멀티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물론 배우에게 예능 활동은 장·단점이 따를 수밖에 없죠.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본 사람들이 ‘도라에몽이 보인다’고 하기도 하고, 주로 코믹한 역할을 제안하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장점도 있습니다. OCN ‘타임즈’(2021년 방영)에서 악역을 연기했는데, ‘심형탁이 저런 연기도 가능해?’ 하면서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예능에서 보이는 것과 정반대 모습이 통한 거죠. 결국 제가 연기를 잘해야 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느끼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도라에몽의 선물, 아내 사야
심형탁이 아내 사야에 대해서 ‘도라에몽이 준 선물’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두 사람의 운명적인 첫 만남과 관련이 깊다. 심형탁은 촬영차 일본의 도라에몽 박물관을 방문했는데, 유명 완구회사 직원인 사야는 그날 현장 총괄책임자를 맡았다. 첫눈에 사야에게 반한 그는 운명의 짝임을 직감했다.
“사야가 원래 그날 선배하고 같이 나왔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처음으로 혼자 일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만약 그날 선배가 나왔다면, 일본의 선후배 문화가 철저하기 때문에 저는 사야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 제가 도라에몽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도라에몽 박물관을 가지 않았다면, 사야의 선배가 그날 나왔다면, 우리는 연결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저와 사야는 정말 몇십만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만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심형탁은 무려 8개월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야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포기를 모르는 그를 보고 사야의 닫혔던 마음도 열렸다. 열여덟 살 연하의 미모의 아내를 얻은 비결이다. 심형탁과 사야는 4년의 연애 기간을 거쳤고, 7월 8일 일본에서 웨딩마치를 울렸다. 한국에서는 8월 20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혼인신고는 진작에 마친 부부는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다. 심형탁은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한국에 온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어른들이 ‘결혼하고 느끼는 행복은 다르다’고 하잖아요. 그 말의 의미를 체감하면서, 사야와 함께 더할 나위 없는 행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도 사실 가끔씩 싸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화가 나다가도 아내의 얼굴을 보면 화가 싹 풀리더라고요. 하하. 그뿐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잘 풀려고 노력하죠. 저희 부부의 시급한 목표는 2세를 갖는 거예요. 아무래도 제가 나이가 많아서 마음이 좀 급합니다. 사야는 3명, 저는 2명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해요. 그리고 사야가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줄 생각입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재능이 있어서 그쪽으로 진출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결혼으로 여는 제3의 인생
심형탁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았다. 그런 그가 40대 나이에, 그것도 일본인과 결혼할 줄 누가 알았을까. ‘결혼을 꼭 해야만 할까’라는 입장에서 ‘결혼전파자’가 됐다.
“제 나이대가 되면 결혼을 포기하시는 분도 많을 텐데, 그분들께 말하고 싶어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결혼 생각이 없었던 저도 사야를 보자마자 ‘저 사람하고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정한 사랑은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주변에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나라에 있을 수도 있죠. 물론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혼을 안 할 수도 있지만, 할 의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늘 청년 같은 모습이지만 스스로 ‘중년’이라고 말하는 심형탁. 특히 사야를 만난 후 자신의 인생을 ‘제3의 인생’이라고 표현했다. 제1의 인생은 배우가 되기 전까지, 제2의 인생은 사야를 만나기 전까지 배우로 활동한 시기라고 정의 내렸다. 새 신랑으로서, 가장으로서, 그리고 중년으로서 새롭게 펼쳐질 ‘제3의 인생’. 심형탁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꿈꾼다. 기분 좋은 부담감이 설렘으로 전해져온다.
“예전에는 중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이 든 느낌이었잖아요. 지금은 그렇지 않죠. 몇 살부터 몇 살까지가 중년인지도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브래드 피트, 산드라 블록 등을 보면 중년인데도 멋진 삶을 살고 있잖아요. 삶의 방향을 잘 잡아서 살아나가면, 중년의 시기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중년이 되어도 남들이 봤을 때 ‘저 사람처럼 힘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활기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좋은 가장이 되어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73세 남현명 씨는 남다른 기억력과 판단력으로 자신의 재산을 꼼꼼히 관리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금 납부를 깜빡하거나 중요한 계약을 놓치는 등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남현명 씨는 자녀로 남일명, 남이명, 남삼명 씨를 두고 있는데, 그중 미혼인 남삼명 씨와 함께 살고 있다. 한편 첫째 남일명 씨는 본인과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토지를 함께 개발하고자 남현명 씨의 토지 명의를 확인하다 땅이 매각된 상태인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남일명 씨는 최근 동생 남삼명 씨가 사업을 시작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남현명 씨의 토지 매각 대금이 남삼명 씨의 사업자금으로 쓰인 것이라고 강력히 의심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성년후견 판단 요건과 절차
남현명 씨와 자녀들의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일어난다. 판단 능력이 떨어진 부모의 재산을 자식이 흥청망청 써버리고 다른 자식들이 알았을 때는 이미 손쓰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필요한 법적 수단은 바로 성년후견 제도다. 우리 민법은 사무처리 능력 결여의 정도에 따라 후견의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한다.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성년후견(민법 제9조)을,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대상으로는 한정후견(민법 제12조)을, 정신적 제약으로 일시적 후견 또는 특정 사무 후견이 필요한 성인에게는 특정후견(민법 제14조의2)이라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성년후견 제도를 이용하려면 가정법원의 성년후견 개시 결정이 필요하다. 우선 피후견인에게 후견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지 판단한다. 2018년 판단 사례로는 뇌병변(외상성 뇌손상, 뇌경색, 뇌출혈, 뇌성마비, 뇌종양 등 뇌의 병변으로 인한 정신적 장애 포함)으로 인한 경우가 41.6%로 가장 많았고, 치매(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알코올중독성 치매 포함) 26%, 발달장애 22.2%, 정신장애 7.4%, 기타 정신적 제약 2.8% 순이었다.
이러한 정신적 제약이 있는지는 법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 등에서의 감정을 원칙으로 하지만, 의사의 진단서(‘회복 가능성 없음’ 등의 문구가 들어가야 함) 등으로 정신 상태를 판단할 충분한 자료가 있으면 비용과 소요시간을 고려해 감정 절차를 생략하기도 한다. 감정이 필요한 경우, 필요에 따라 제출된 진료기록으로 진행하는 진료기록 감정과, 본인이 직접 의사를 만나 감정하는 신체 감정으로 진행된다. 신체 감정은 감정병원을 외래로 방문하여 감정을 실시하는 외래감정(의사가 직접 자택이나 요양원을 방문하는 출장감정도 있을 수 있음)과, 입원을 요하는 입원감정(보통 10~14일)으로 나뉜다.
친족 등 관계인들 사이에 다툼이 있는 경우, 신상보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출장조사가 필요한 경우, 후견 청구의 실질적인 동기가 된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이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할 경우, 후견인 후보자가 지나치게 연로하거나 연소한 경우 등일 때는 보통 가사조사가 실시된다. 가사조사에서는 사건 본인의 정신적 제약 여부와 정도, 사건 본인 생활 내력, 현재 생활 상태, 재산 내역 및 관리 상황, 후견 개시 여부 및 후견인 선정에 대한 상속인들의 의견 등을 조사한다. 본인이 의식불명이나 사지마비 등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는 심문 절차도 가진다. 후견 신청 절차는 다툼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6개월 이내부터 1년까지 소요되기도 한다.
성년후견인 선정 과정
성년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등이 이를 청구해야 한다. 다만 성년후견인은 반드시 친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후견인 선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후견인의 의사지만, 성년후견 신청 단계에서는 피후견인의 의사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피후견인이 예전에 작성해둔 문서나 영상, 친족들의 진술 등 정신적인 제약 상태에 이르기 전에 표시한 의사를 토대로 피후견인의 보호와 복리에 가장 적합한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참고한다.
친족후견은 대체로 피후견인과 친밀감 및 심리적 유대감이 높고 피후견인의 필요를 잘 알고 있으므로 신상 보호에 용이하지만, 후견인으로서의 의무를 망각하고 횡령이나 학대 같은 비행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친족 간 분쟁이 있을 경우에는 전문가 후견인을 선정하기도 하는데, 주로 변호사, 법무사, 사회복지사, 공익법인 등이 있다. 전문가 후견인은 친족 사이의 다툼에 휘말리지 않고 공정하게 사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비용이 비교적 높으며 실질적인 욕구를 잘 알지 못할 우려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후견인이 복수로 선임돼 신상에 관해서는 현재 본인을 돌보고 있는 친족에게, 재산에 관해서는 전문가 후견인에게 각각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기도 한다.
재산을 마음대로 쓸까 불안하다면
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견인은 선임 후 2개월 내에 재산을 조사해 목록을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기 전까지는 재산에 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또한 법원은 필요한 경우 후견인을 감독할 성년후견감독인을 선임하는데, 이러한 후견감독인은 후견인의 사무를 감독한다. 후견인의 가족은 감독인이 될 수 없으므로 주로 전문가가 후견감독인으로 선정된다. 후견인은 정기적으로 후견감독인에게 후견사무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출, 부동산 매매, 소송 등 중요한 행위는 별도로 후견감독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과 부동산 거래를 하는 등 서로 이해가 대립되는 행위를 하면 후견감독인이 피성년후견인을 대리한다. 예컨대 성년후견인이 돈을 빌리면서 피성년후견인을 연대보증인으로 하거나, 피성년후견인 소유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하고자 하는 경우다. 성년후견인이 제3자에 대한 채무에 관해 성년후견인과 피성년후견인의 공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특히 피성년후견인이 거주하는 부동산에 대해서 매도, 임대, 저당권 설정, 임대차 해지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재산뿐 아니라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혹시 멋대로 정신병원 등에 격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수 있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더라도 자신의 신상(의료 행위에 대한 동의, 사회복지 서비스 선택 또는 결정, 거주 이전에 관한 결정 등)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하고, 그럴 수 없다면 성년후견인이 본인을 대신해 동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치료 등의 목적으로 정신병원이나 그 밖의 다른 장소에 격리하려는 경우, 의료 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하거나 상당한 장애를 입을 위험이 있을 때에 그 의료 행위를 성년후견인이 동의하기 위해서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의할 점은 법원이 피성년후견인(위 사례의 남현명 씨)으로 심판한 자는 원칙적으로 행위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가 한 법률 행위를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피성년후견인에게 남아 있을 능력을 고려해 일정액 이하까지 성년후견인의 법률 행위 취소를 제한할 수 있다. 즉 취소할 수 없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 행위 범위를 법원이 정해줄 수 있다. 법원이 따로 정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피성년후견인의 법률 행위는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다. 더불어 법원은 후견인의 청구에 의해 피후견인의 재산 상태를 참작하여 피후견인의 재산 중에서 상당한 보수를 후견인에게 수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민법 제955조). 다만 일반적으로 친족후견인에게는 전문가 후견인과 달리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맘대로 후견인을 정할 수 있을까?
남현명 씨의 입장에서는 내가 정신이 온전치 못한데 남은 가족들끼리 후견 신청을 하네 마네, 누가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 등 다투는 것이 보기 좋을 리 없다. 건강이 온전할 때는 집안 어른으로 호통이라도 치겠지만, 이미 판단 능력이 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 것도 불편할 테다. 그렇다고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는데, 법원이 정하는 사람 말고 내가 믿을 만한 사람으로 미리 후견인을 정할 수는 없는 걸까? 나를 어떻게 돌봐줄지, 내 자신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도 미리 정해두고 싶다.
민법은 임의후견이라는 제도를 두어, 당사자 간 사적인 후견계약을 통해 후견 개시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가정법원에 임의후견인을 감독할 임의후견감독인의 선임을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임의후견인 등이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후견계약서의 내용 역시 미리 상세히 정해둘 수 있다. 이러한 후견계약은 신중한 결정과 사후 분쟁의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공정증서로 체결해야 하고, 후견계약 체결 후 정정 또는 변경하는 경우에도 공정증서에 의하여야 한다.
후견계약에는 후견인이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비용이 필요한 경우 어떤 재산을 순서대로 처분하여 비용을 충당할지(재산 처분 순서), 후견 개시 이후 몇 년간 특정 재산은 처분 금지, 후견 개시하는 경우 요양원 입소 여부(원하는 요양원 지정), 후견 개시 이후 후견인의 피후견인 방문 횟수(월 몇 회 이상), 의료 행위가 필요한 경우 원하는 병원 지정, 연명치료 여부 등도 기재할 수 있다.
임의후견인의 자격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친족이 아니라도 누구든지 임의후견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야만 임의후견의 효력이 발생한다.
초고령화 사회가 다가오면서 성년후견 제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직 성년후견 제도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초고령화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취지에 맞게, 성년후견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기 바란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마지막 순서는 ‘취업 후기 편’이다.
Episode_1“합격 문자도 받았는데 갑자기 입사 취소라니요?”
간혹 기업 측에서 합격 통보 이후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조율 가능한 상황인지 살펴보고, 이후 구직 방향 설정을 위해 정확한 이유를 파악해둬야 한다.
진행자 채용 확정 후, 출근을 앞두고 회사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나요?
백신혜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신혜) 네, 계약서 작성만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엎어진 구직자가 있었어요. 알고 보니 대표는 그분을 마음에 들어 했는데, 실무자인 팀장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꺼린다는 거였죠. 대표 입장에서는 기존 직원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실무자가 거부감이 심하니 결국 취소 통보를 했더군요.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굉장히 황당하고 속상한 일이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채용 프로세스를 잘 따르는 곳에서는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죠. 소규모인 경우에는 이런저런 변수가 생기기도 해요. 가령 인턴십이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중장년을 채용하려 했는데,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 되면 합격자를 추렸어도 굳이 뽑지 않더라고요.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 소장(이하 성희) 빈번하지 않은 사례지만 이따금 벌어지는 일이긴 하죠. 이유를 보면 예측하지 못할 만큼 어이없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허탈해하는 건 결국 구직자거든요. 본인 탓이 아닌데 좌절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한번은 대표이사 면접 후 채용 연락이 늦어져서 확인해 보니 대표이사는 채용하고 싶은데 젊은 임원들이 반대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직무능력 및 향후 기여할 부분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PT 면접의 기회를 요청했죠. 구직자의 직무능력, 구직태도, 열정 등에 감동받아 젊은 임원들도 흔쾌히 동의 하셔서 채용된 경우가 있었어요. 나와 꼭 맞는 기업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구직서류 외에 직무수행 계획 등을 발표하며 스스로 기회를 개척해 보는 건 어떨지 추천 드립니다.
진행자 반대로 구직자가 회사에 입사 취소 통보를 하는 경우는요?
성희 사실 기업보다는 구직자 쪽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비율이 좀 더 많은 편이에요. 중장년은 사회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직 생활을 조금 해보면 기업 문화나 분위기가 금방 파악되거든요.
영희 입사하고 2주 만에 나온 고객이 있어요. 이분은 회사에서 기대하는 업무 능력과 본인이 보유한 업무 역량의 간극이 크다는 게 문제였어요. 또 중장년은 컴퓨터 활용에 미숙할 수 있잖아요. 이전 직장에서는 부하 직원들이 서류 작업을 했는데, 막상 직접 하려니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런 어려움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기도 해요.
성철 문서 작업 스킬은 면접에서 확인이 안 되니까요. 막상 뽑고 보면 기본적인 엑셀, 워드, 한글 같은 걸 활용하지 못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어떤 분은 채용 과정에서 딸이 만들어준 서류로 통과했다가, 결국 실력이 들통나 퇴사하셨어요. 입사할 때 자신의 능력을 속여서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게 좋고, 그게 어렵다면 역량에 따라 눈높이를 낮추셔야죠.
성희 요즘은 문서 작업뿐 아니라 기업에서 사용하는 그룹웨어라든지 디지털 툴을 어려워하기도 해요. 팀원들이 알려줄 수 있는 상황인데, 도움받길 두려워하거나 자존심 상해하시더라고요. 그런 적응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나와버리는 분들도 있어요.
영희 첫 월급이 나온 후 사전에 공지된 처우나 급여 조건과 달라 실망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료와의 갈등이 아닌, 회사 대표나 상사와 성향이 맞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는 분도 계시고요.
신혜 맞아요. 독특한 사례가 있는데, 입사하려던 기업에 알고 보니 이전 직장 부하 직원이 임원으로 있었던 거예요. 사실 이런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죠. 자존심도 상하고요. 결국 스스로 포기하셨는데, 이런 경우는 입사 후에도 서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예요.
Episode_2“성과 압박이 심해요.동료들과 어울리기도 어렵고.”
이전 경력이 훌륭한 구직자일수록 새로운 기업에서 기대하는 역할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장년에게 크나큰 스트레스가 된다고. 젊은 직원과의 관계 형성도 고충으로 다가온다.
진행자 구직에 성공했다면 목표는 이룬 셈인데요. 그런데도 컨설턴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요?
성희 입사 후에도 이메일 등을 통해 상담을 해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가령 영업 직군에 가신 분들의 경우 출근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성과 압박이 심하다고 하시더군요. 어차피 성과가 안 나면 퇴직을 권고할 텐데, 그러느니 내 발로 나가는 게 낫지 않냐고 토로하시곤 해요. 일단은 성급히 판단하기보다는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를 파악하는 시간을 보내길 권해드려요.
성철 특히 대기업 출신 중장년이 중소기업에 가면 그런 압박이 더 심하더라고요. 가령 ‘대기업에서 오셨으니까 빠른 시일 내에 성과 달성이 가능하겠죠?’ 그러고서는 얼마 뒤 ‘대기업 출신치고는 성과가 기대 이하네요’라는 식인 거예요. 사실 대기업의 후광과 인프라 없이 중소기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개인 기량이 더 요구되거든요. 그런 부분을 많이 힘들어하세요.
영희 질환으로 인해 5년의 경력단절 후 영업지원 담당으로 재취업 한 여성분이 계셨어요. 함께 입사한 동료는 거래처 분들이 방문하면 자발적으로 손님 응대도 하고, 동료들 업무지원도 하는데 본인은 문서작성 등 지시한 업무만 하고 있었다고 해요. 영업지원 부서이니 동료나 거래처 내담자 대응 등에 민첩하고 유연한 대처가 요구 되는데 잘 인지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었어요. 이런 경우 긴장되는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어서 사진관 행정담당자로 전직하였는데 직무환경에 만족하고 잘 적응한 경우도 있었어요.
신혜 저 역시 취업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분들이 계신데요. 고민하시는 걸 보면 애초 채용 공고에 명시된 직무보다 더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거나 업무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러면 직무에 대해 책정된 급여 조건이 맞지 않는 거죠. 그런 부분은 재협상을 요청하시라 권해드려요.
성희 큰 기업이라면 정해진 시스템 때문에 협상 폭이 좁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의사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조율될 여지가 많을 수 있거든요. 입사 후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면 우선은 적응의 시간을 가지고 난 뒤에 점검해 보고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무작정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되고, 기업의 상황과 자원을 살펴보고 협상하는 요령이 필요해요.
진행자 업무적인 것 외에 어려워하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성철 급여나 처우는 이미 알고 들어온 부분이라 혼란이 덜한데, 팀원들과의 관계 형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분이 많습니다. 예전에 한 스타트업의 전체 직원 60명 중에 혼자 중장년으로 입사한 분이 계셨어요. 다 20~30대였죠. 힘들어하셨는데 6개월을 버티시더라고요.
성희 성과를 내야 하거나 직무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일이 많을 텐데요. 이때 본인이 가진 노하우를 기존 동료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서로 도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새로운 분이 입사하면 경계하는 시각도 있을 것이고, 초반에는 서로가 긴장하기 때문에 교류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많은 조직이라면 ‘내 편은 없구나’라는 생각에 외로워하는 중장년들도 계십니다. 그래도 입사 초기 관계 형성의 고비를 잘 넘기면 이후 조직 생활은 좀 더 원활해지는 것 같아요.
Episode_3“6개월 계약직인데 뭐 남는 게 있을까요?”
중장년 채용은 정규직보다는 기간제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단기간이라 가볍게 여기기보다는 다음 구직 활동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끊임없이 경력 개발을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행자 만약 계약직으로 입사했다면 언젠가는 또 구직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근무하면서 역량 개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두면 좋을까요?
성희 3개월이든 1년이든 이 기업에서 뭘 배울 수 있고, 어떤 걸 얻어갈지 생각하면서 지내셨으면 해요. 평생직장을 원한다면 앞으로도 이직·전직은 계속되니까요. 일단은 기록을 많이 해두시면 좋아요. 업무 일지를 쓰듯 어떤 일을 했고 무얼 경험했는지 상세히 적어두는 거죠. 그런 것들이 나중에는 큰 자산이 되거든요. 이력서도 1년에 한 번은 재정비하시고, 한 달에 한 번씩 조금이라도 내용을 업데이트하시길 바랍니다.
영희 계약직의 경력도 경력관리가 필요합니다. 계약 기간 동안의 업무성과 및 실적을 잘하고 경력중심의 이력서를 미리 작성해 보는 것도 추천 드려요. 해당 분야의 자격증이 없다면 직업훈련이나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여 경력 개발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내에서 좋은 평판과 네트워크 관리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경력개발 및 관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부터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성철 퇴직 후엔 대부분 ‘안정적이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원하세요. 근데 사실 중장년에게 그런 직장은 거의 없거든요. 현실적으로 채용 시장을 바라보고 관심 기업을 정해 꾸준히 역량을 개발하시라 말씀드려요.
영희 한 직장을 오래 다니길 원하신다면, 현재 다니는 기업에서 역량 발휘를 잘해서 정규직 전환이나 계약 연장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때때로 그런 제안을 받는 분들도 있어요.
진행자 소위 ‘환승이직’이라고 하죠. 공백기 없이 곧바로 이직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언제쯤 이직 시기를 엿봐야 하나요?
성희 중장년에게 환승이직은 쉽지 않아요. 실상 계약 기간을 다 채우고 나와도 1년 넘게 기다려야 원하는 채용 공고가 뜨기도 하니까요. 만약 관심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다면 당연히 도전해야죠. 특히 재직 중 그런 기회가 생겨 고민이라면,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일 거예요.
성철 직장을 다니든 안 다니든 꾸준히 트렌드를 살피고 교육을 받으며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 어렵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어요.
영희 저는 다니는 회사가 괜찮고 커리어 관리가 된다면 가급적 재직 상태를 유지하길 권해드려요. 계약직이 아닌데도 3개월, 6개월, 너무 단기로 직장을 옮겨 다니면 이력서상으로 볼 때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오해하기도 하니까요. 일단은 좋은 회사에 신중하게 입사하는 게 우선이고, 웬만큼 업무를 유지하면서 경력 개발을 하시면 좋아요.
진행자 이런 고민도 구직에 성공한 경우에나 가능하겠네요. 혹시 계속해서 입사에 실패하시는 분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성철 만약 원하는 일자리에 계속 지원했는데 1년 이상 합격되지 않았다면, 구직 방법이 잘못된 거예요. 가령 직무와 무관하게 문어발식으로 이력서를 넣는 경우죠. 기존에 사양 산업 직군에 종사하셨던 분들이 이전 경력을 계속 고수하시는 것도 문제예요. 해당 직무는 계속 사라지니 취업문이 좁을 수밖에요. 또 원하는 직장의 우대 조건이 있음에도 역량 개발을 안 하고 포기한다면 결국 다른 지원자에게 밀리겠죠.
신혜 자신의 역량에 대해 나는 A기업도 맞고 B기업도 맞다고 여긴다면, 그건 스스로를 기성품화하는 거라고 봐요. 요즘은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있어서 그에 걸맞은 조건으로 경력 관리나 역량 개발을 하셔야 채용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계속해서 구직에 실패하신다면 그런 부분을 놓친 건 아닌지 점검해보셨으면 해요.
영희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분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자기 직무 강점이나 주특기를 뚜렷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다른 이와의 비교보다 자신이 보유한 능력과 경력, 자원을 잘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강점 파악 없이 마구잡이로 이력서만 내면 계속 헛돌 수밖에 없어요.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렵고 구직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컨설턴트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니, 꼭 도움을 청하셨으면 좋겠어요.
신혜 결국 재취업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적응력과 유연성이라고 봐요.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갖고 새롭게 펼쳐지는 환경에 유연하게 접근한다면, 훨씬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성희 자기 인식 과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재취업에 도전 가능한 상황인지 먼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거죠.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조급하게 시도하면 결과도 좋지 않거든요. 그리고 현재 취업 시장에서 무얼 원하는지도 잘 살펴보세요. 나만 준비됐다고 채용되는 건 아니잖아요. 계속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역량을 개발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최근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과 서비스의 유무가 아파트 선택 기준 중 하나로 주목받는 가운데 조성 단계부터 키즈카페, 시니어클럽하우스, 골프연습장 등을 마련하고 입주자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계획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이 실시한 주거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미래의 주거가치 중 쾌적성, 커뮤니티, 편리성의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 건설사들도 해당 수요에 발맞춰 움직이는 분위기다. 호반건설이 인천 연희공원 내에 공급하는 ‘호반써밋 파크에디션’은 공원 안에 단지가 위치해 조망은 물론 산책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피트니스클럽, GX룸, 실내골프장 등 체육시설을 비롯해 1인 독서실, 작은도서관, 주민회의실, 키즈클럽, 다함께돌봄센터 등이 마련된다.
동문건설이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 일원에 분양 중인 ‘원주 동문 디 이스트’는 단지 내 커뮤니티에서 2년간 다양한 무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향후 유치될 ‘째깍악어 키즈센터’는 실내 놀이터와 다양한 놀이·학습 프로그램이 제공한다. 찾아가는 운동 서비스 ‘후케어스’는 입주민 대상 키즈 프로그램과 시니어 프로그램으로 나뉘며, 연간 4회씩 총 8회 진행한다. 운영 예상 프로그램으로는 유아 성장 발레, 키즈 성장 발레, 시니어 라인댄스, 시니어 메디 발레 스트레칭 등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운영계획은 추후 입주민들이 자유롭게 협의해 변경 진행할 수 있다.
제주시 신제주 생활권 총 425세대 규모로 조성되는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제주’는 단지 내부에 어린이집, 키즈&맘카페, 피트니스, 스크린골프, 실내골프연습장, 시니어클럽하우스 등 1991㎡ 규모의 대규모 멀티 커뮤니티 센터가 조성돼 입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7월 1주(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아파트 가격은 0.00%으로 보합을 유지했다. 수도권(0.04%→0.04%)은 상승 폭 유지, 서울(0.04%→0.03%)은 상승 폭 축소, 지방(-0.03%→-0.04%)은 하락 폭이 확대됐다.
‘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새뮤얼 울먼) 나이로 따지는 청춘은 한시적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청춘은 영원할 수 있다. 소나무처럼 언제나 푸르름을 간직한 중장년의 인생 3막을 돕는 사회적 기업 ‘에버영코리아’가 탄생한 지 어언 10년. 그 사이 60대를 맞았지만, 여전히 푸릇한 10대의 마음으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정은성 대표를 만났다.
2013년 송파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한 ‘송파 인터넷 콘텐츠 사업단’이 토대가 된 에버영코리아. 당시 고령화 현상을 주시해온 정은성 대표는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인식되던 노년층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발견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늘어나는 고령인구를 더 생산적이면서도 가치 있는 존재로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로 에버영코리아를 설립한 것. 특히 기존 노인층 대상의 공공 일자리에서 벗어나 IT를 주요 업무로 내세우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노인들이 IT 업무를 한다는 건 획기적이었어요. 주된 업무는 ‘네이버 지도’ 거리뷰(촬영한 거리의 실제 모습을 360도 회전하는 사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에 나오는 인물이나 자동차 번호판 등을 블러링(개인정보 등을 가리기 위해 사진을 흐릿하게 보정하는 작업)하는 거였죠.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당시 시니어 직원 30명 중 스마트폰 보유자가 딱 한 분이었거든요. 그만큼 당사자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생소한 일이었죠. 그러나 저는 확신이 있었고 자신이 있었어요. 다행히 예상대로 사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됐고, 저희를 롤모델로 한 다양한 단체와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긍심을 느껴요.”
AI 시대, 평생 현역으로 생존하기
시니어만 고용해서 일이 되겠느냐, 얼마나 가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10년 차 기업에 접어든 걸 보면 기우였을 테다. 그만큼 기업의 10년은 여러 가지를 증명해내는 의미 있는 숫자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정 대표다.
“10년 업력을 사람 나이에 비유하면 30~40대 정도로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아직도 10대 같다는 마음이 들어요. 사춘기처럼 아직 불안한 부분도 있고, 때론 무모하기도 하고 그래요. 또 변화 속도가 빠른 IT 분야를 하다 보니 안정됐다가도 또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를 겪곤 하죠. 최근에는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많은 직업군이 위기를 맞았잖아요. 저희도 기존에 하던 블러링 작업을 AI가 대체하면서 관련 업무가 꽤 줄었습니다.”
정 대표는 ‘무모함’이라 표현했지만, 그 말에는 10년 전 에버영코리아를 선보였을 때와 같은 열정과 의욕이 내포된 듯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진행하던 사업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지만, 역으로 그는 다시 성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재 신사업들은 대체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준비 중입니다. 어쩌면 시니어들이 AI와 관련된 일을 선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나간다면 오히려 청년층보다 경쟁력과 잠재력이 크다고 보는 거죠. 이런 시도를 하는 기업이 거의 없을 텐데, 저희에겐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니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해요.”
에버영코리아의 모토 중 하나는 ‘배우는 것을 그만두면 노인이 되고, 계속 배우면 젊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그는 시니어 직원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길 바란다. 기본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매주 관련 정보들을 모은 웹진 형태의 ‘비타민E’도 공유한다. 이렇게 익힌 기술과 내용을 점검하는 차원의 시험도 수시로 치르며 정성평가에 반영한다. 회사의 방침에 불만을 표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그는 현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이라 강조한다.
“각자 일도 바쁘고 자주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버거울 수 있겠죠. 한편으론 부담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시도를 하기도 해요. AI 같은 기술은 이제 좋든 싫든 가져가야 하는 큰 흐름이니까요. 에버영코리아 직원들은 오래 일하기를 희망하세요. 실제로 초창기 직원의 52%가 아직도 계시니까요. 그런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함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귀찮고 힘들겠지만 이 정도 부담이라도 있어야 트렌드를 읽고 익히려 노력하시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쓰는 방법이에요. 물론 스스로 변화하려는 분도 많아요. 결국 그런 태도가 뭔가를 바꿀 수 있고, 평생 현역으로 생존하는 길이라고 봐요.”
짐이 되면 노인, 힘이 되면 신중년
정 대표는 10년간 에버영코리아를 이끌며 ‘평생 현역으로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함께하는 직원들 또한 같은 목표와 꿈을 갖길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두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외로움은 커지고 자존감은 낮아진다는 건데요. 이걸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일자리’라고 생각해요. 저희 직원들에게 ‘일하면서 뭐가 좋은가’ 여쭤봤는데, 한 분이 ‘가족이 생긴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옆에서 ‘가족보다 낫지!’라고 하시더군요.(웃음) 또 어떤 여직원분은 월급을 모아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너무나 뿌듯하셨대요. 그동안은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만 생활했는데, 처음 자신이 번 돈으로 무언가를 해봤다는 거죠. 한편으론 늙으면 배우자보다 자식에게 기대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점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했다는 자부심도 크게 느끼시더라고요. 노후에 일자리는 단순히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셈이죠. 그런 내면적인 자원이 채워지니까요.”
그는 직원들에게 CEO 칼럼을 통해 ‘짐이 되면 노인, 힘이 되면 신중년’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한 적이 있다. 사가(社歌)에 ‘몸은 시니어 마음은 청춘’이라는 가사가 있을 만큼 평소 마음의 힘을 믿으며, 누구나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정 대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때때로 체력이 마음처럼 따라오지 않기도 한다. 때문에 내면의 건강뿐만 아니라 외적인 건강도 뒷받침돼야 평생 현역, 자립하는 노년을 살 수 있다. 그는 작은 습관들을 통해 직원들의 건강도 살피고 있다.
“매년 직원들에게 수첩을 만들어주는데요. 앞부분에는 분기별 컨디션을 진단하는 ‘백세건강체크’와 하루하루 건강한 습관을 들일 수 있는 ‘몸 마음 관리표’가 있어요. 여기에는 식습관, 운동 습관, 마음 습관 3가지 항목이 있는데, 이걸 매일 기록해보는 거죠. 단순히 O, X 정도로 체크만 하면 돼요. 강압적인 건 아니지만, 해마다 관리를 잘하신 직원들에겐 포상도 하고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근력이 참 중요한데, 운동을 하려면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잖아요. 막상 계획했다가 잘 지키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상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면 좋아요. 아무리 소소한 거라도 그걸 해냈을 때 성취감도 따라오고요.”
정 대표가 말하는 소소한 습관은 가령 이런 것들이다. 근력 유지를 위해 면도하는 동안 무릎 살짝 굽히기, 15분 거리의 식당에서 점심 먹기(오고 가며 30분은 걸을 수 있다고), 출근해 회사 문을 열며 마음속으로 1초간 ‘행복’이라 외치기. 어렵고 힘든 일은 못 하는 이유를 찾기 일쑤지만, 이러한 작은 습관은 핑곗거리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지키기도 수월하단다.
“저는 17년 전부터 이런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몸 건강, 마음 건강을 위해서인데, 이는 곧 평생 현역이 되기 위함이죠. 그런데 막상 오랜 세월 중장년과 일을 하다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건강하니까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니까 건강해진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결국 노후는 일자리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가장 좋은 기업을 위한 최선의 방법
정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중장년 직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에버영코리아만의 복지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타 회사라면 ‘자녀 출산 축하금’이 책정되지만, 이곳에서는 ‘손주 출산 축하금’이 나온다. 부모가 아닌 ‘본인 환갑, 고희 축하금’이 있고, ‘형제상(喪) 조의금’이 있다. 황혼육아의 짐을 지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은 없지만, 해외여행을 충분히 즐기고 올 수 있도록 장기휴가는 제공한다. 정년은 따로 없지만, 직원들에게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주기 위해 형식적으로나마 ‘100세 정년’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저곳에 입사해볼까’라고 관심을 보이는 중장년도 있을 터. 그러나 일반적인 중장년 채용과 비교해 에버영코리아의 입사 과정은 꽤 까다로운 편이다. 이 역시 정 대표만의 뜻이 담겨 있었다.
“보통 경력이 많은 중장년을 채용할 때는 서류를 점검하는 차원의 가벼운 면접을 보곤 하죠. 저희 채용 프로세스는 서류, 필기, 실기, 면접으로 크게 4단계를 거쳐야 해요. 뭘 이렇게까지 하느냐고도 하는데, 어려운 과정을 통해 입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시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또 가급적 서류 과정에서 많은 인원을 통과시키려 해요. 전에 면접장에서 한 분이 9년째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면접은 처음 왔다며, 되든 안 되든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해서 뿌듯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차원에서 최대한 기회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물론 IT 업무를 해야 하기에 디지털 문해력이나 실무 능력은 필수다. 그가 재차 강조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노력’ 또한 중요시하는 인재상이란다. 아울러 사회와 환경을 위한 마음과 실천력까지 겸비했다면 플러스알파(+α)가 될 수 있다. 이는 회사의 비전과도 일맥한 부분이다.
“제가 내세운 비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회적 기업’입니다. 기업에게 ‘가장 좋다’는 건 최대(Biggest), 최고(Greatest) 같은 걸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베스트(Best)를 생각했어요. 이건 영어에서 굿(Good)의 최상급 표현인데요. 여기엔 ‘착하다’는 뜻이 포함되죠. 그러니까 ‘가장 선한 기업’을 꿈꾸는 거예요.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돈을 벌어야 해요. 그래야 사업이 유지되니까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오래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선한 기업은 결국 그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쓸 것이냐, 즉 누가 혜택을 볼 것이냐를 따지는 거죠. 우리 직원들은 함께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고 그 뜻에 동참하고 있어요. 그런 선한 직원들이 평생 현역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도록 돕는 일, 그게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최선(最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