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 [연금 가이드] 시리즈에서는 퇴직연금 중 기금형에 대해 알아봤다. 다른 국가들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게 유지한데는 기금형 규모가 큰 것도 주요했지만, 한편으로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이 자동 적용된 영향도 컸다. 우리나라도 2022년 7월부터 디폴트옵션을 도입했고, 올해 7월 11일까지 유예기간을 주었다. 오는 7월 12일부터는 퇴직연금 신규 가입자라면 의무적으로 디폴트 옵션을 지정해야 하고, 모든 IRP 가입자에게도 도입된다.
퇴직연금 운용, 어떻게 할까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DC형 퇴직연금과 IRP 적립금은 총 124조 1000억 원 규모다. 이 중 실적배당상품에 투자된 금액은 25.8%에 불과하다. 나머지 68%는 예적금 등의 원리금 보장상품에 맡겨져 있으며, 운용 상태를 정하지 않은 대기성 자금이 6.2%를 차지한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1~2%에 그치는 이유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와 개인형 IRP 계좌가 있는 사람에게 적용된다. 사용자가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미리 선택한 운용방법으로 자동 운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사가 만든 디폴트옵션 전용 상품을 보고 고르면 된다. 디폴트옵션 적용 대상자는 43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DB형: 적립도, 투자도 회사가 운영한다. DC형: 적립은 회사에서 투자는 본인이 결정한다. 개인형 IRP: 적립도, 투자도 본인이 한다.
또한 올해 7월부터 퇴직연금 신규 가입자는 의무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지정해야 한다. 이전 가입자를 위해 각 금융사는 디폴트옵션 선택 안내를 하고 있다. 다만 디폴트옵션을 지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떤 제재가 이뤄지지는 않아 강제사항은 아니다.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된 돈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고용노동부는 상품을 심사해 위험등급별로 나눈 259개의 디폴트옵션 적용 가능 상품을 발표했다. 허용된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펀드, 단기금융펀드, 사회간접자본(SOC)펀드, 원리금보장형 등이다.
TDF는 투자 목표 시점을 정해두고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이 낮은 자산 비중을 늘리는 자산배분 펀드다. 연금 백만장자가 나온다는 미국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은 근로자의 퇴직연금을 생애주기별로 적용하는 TDF로 자동 운용하게 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TDF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밸런스 펀드는 투자 위험도가 다른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한 뒤 금융시장 상황과 자산 가치 변동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자산 배분을 변경한다. 단기금융펀드는 단기금융상품 등에 투자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사회간접자본 펀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한다. 원리금 보장상품으로는 예금, 적금 등이 있다.
상품 유형으로 보자면 크게 원리금보장형과 펀드형으로 볼 수 있다. 이 둘을 혼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폴트옵션 상품의 위험도는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 등 5단계로 나뉜다. 초저위험 상품이라면 펀드가 편입되지 않은 상품일 것이다. 만약 100% 펀드형으로만 옵션을 구성하는 경우는 TDF나 밸런스펀드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펀드 상품을 고를 때는 위험 등급과 과거 수익률을 잘 살펴봐야 한다. 또한 직장에서 DC형 퇴직연금 가입을 하고, 개인형 IRP를 개설한 근로자라면 두 계좌 각각 디폴트옵션을 설정해야 한다.
“퇴직금 못 잃어” 여전히 예·적금이 편하다면?
내가 스스로 퇴직연금을 어떤 상품에 투자해 수익률을 낼지 결정하기 어려운 근로자라면, 이번에 도입된 디폴트옵션을 보고 금융사가 제시한 상품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그런데 이번 제도 도입에서 ‘원리금 보장상품’이 옵션 중 하나로 포함된 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려던 이유가 안전 상품에만 모여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투자 상품으로 유도해 더 높은 수익률을 내도록 하려던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들며 원리금보장형 옵션을 넣으면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옵션을 넣은 일본은 제도 정착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정부는 2014년 디폴트옵션을 도입했지만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정해두지 않았다. 당시 기업들은 디폴트옵션을 많이 활용하지도 않았던 데다, 도입하더라도 대부분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두었다. 이에 정부는 2018년 연금법을 개정하면서 ‘가입자에게 운용 상품을 제시하고 3개월이 지나도 운용상품을 고르지 않으면 상품 선택을 다시 한번 재촉하고, 통지 후 2주가 지나도 운용 지시가 없다면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연금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 70.7% 수준이었던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은 2020년 75.5%로 오히려 비중이 더 높아졌다. 디폴트옵션이 있으나 마나 한 제도가 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원리금을 손해 볼까 봐 걱정하는 근로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우리나라 역시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넣게 됐다. 옵션 중 하나로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하는 근로자라면 다음 내용을 잘 기억해두어야 한다.
원리금보장형은 금리 수준, 만기 시점, 예금자 보호 여부를 잘 살펴봐야 한다. 특히 원리금보장형은 매달 금리가 바뀌기 때문에, 디폴트옵션 설정할 때 금리와 실제 적용할 때 금리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원리금보장형에 만기가 있다는 것이다.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상품은 만기가 없다. 물론 100% 펀드 상품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굴리고 있는 가입자라도 디폴트옵션 적용을 선택해야 하긴 하지만, 사실상 적용될 일은 없다. 100% 원리금보장형으로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거나 일부를 원리금보장형에 넣어둔 경우에만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원리금보장형 만기 후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별도로 하지 않은 돈은 대기성 자금으로 불린다. 대기성 자금이 된 지 4주가 지나서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금융회사는 2주 뒤부터 디폴트옵션이 적용됨을 알려야 한다. 고지 이후 2주 동안에도 별다른 운용지시가 없으면 해당 만기자금은 디폴트옵션에 따라 운용된다.
“고객님, 디폴트옵션을 지정해야 합니다.”
기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디폴트옵션 선택 유예기간이 곧 종료된다.(2023년 7월 11일까지) 이에 금융사들은 디폴트옵션을 지정하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 퇴직연금에 이미 가입된 근로자라면 먼저 자신의 퇴직연금이 현재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됐는지 보고, 자신의 연금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해볼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특히 자신의 생애주기, 목표 수익률, 자산 배분 원칙, 장기 투자 원칙, 위험 관리 원칙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100%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한 A 근로자와 70%는 실적배당형에, 30%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한 B 근로자가 있다고 하자. 둘 다 원리금보장형 만기는 10년이라고 가정한다. 이 상태에서 디폴트옵션으로 사회간접자본 펀드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10년 뒤 별다른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A 근로자는 적립금의 100%가 사회간접자본 펀드로 편입되고, B 근로자는 30%가 해당 펀드로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퇴직연금이 별도의 운용지시가 없으면 정기예금이나 금리가 높은 예금에 자동으로 예치됐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는 자동 재예치 되지 않고 대기성 자금이 된다. 대기성 자금으로 있는 동안에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 퇴직연금을 정기예금 등에 넣어둔 가입자들은 만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만기 이후 운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 유리하다.
앞서 예시로 든 A와 B 근로자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10년 후 만기 되어 디폴트옵션이 적용되었더라도 언제든 다른 금융 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 제도 적용 후 직접 운용 의사를 가지고 상품을 변경하는 것을 ‘옵트아웃’(opt-out)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금융사에 별도의 연락을 하지 않아도 운용 중이던 디폴트옵션 상품을 매도하고 다른 상품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영되고 있던 가입자라면 상품 매도 시 금리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용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해달라’고 디폴트옵션을 선택해 원리금보장상품으로 퇴직연금이 운용되고 있었다면, 상품을 매도할 때 중도해지에 따른 패널티로 약정 금리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디폴트옵션 적용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희망하는 가입자에 한해 디폴트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옵트인’(opt-in) 제도도 있다.
디폴트옵션이라는 제도는 결국 투자 상품에 넣든, 예·적금에 넣든 적립된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가입자가 선택하는 제도다.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려면 원리금보장형 비중보다 투자상품 비중이 높아야 한다. 물론 디폴트옵션을 지정했다고 해서 무조건 수익률이 6~8%에 달하는 건 아니다. 이 제도는 퇴직연금을 방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상품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원금 손실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입을 모은다. 연금 백만장자가 나오는 미국과 호주를 포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위험자산 비중은 50% 수준이다.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공적 연기금 역시 위험자산 운용 비중이 5~60%에 달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 어느 해에는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률이 난다는 것. 오랜 기간 두었다가 노후에 쓸 자산이라는 특성을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생각해 당장 원금 손실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100호 기념] 젊어진 중년들, 후기청년을 말하다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
수명 120세 시대가 예측되는 가운데 60세는 중년과 마찬가지다. 그런 흐름으로 본다면 4050세대는 청년에 가까운 나이다. 중년도 청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세대를 말할 맞춤한 표현과 분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지령 100호를 맞아 이들 세대를 '후기청년'으로 정의하고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후기청년이란 시기상으로는 청년기의 후반을 뜻하는 동시에 '완성되고', '완숙한'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한 본 조사는 2023년 3월 3일부터 6일까지 전국 4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결과를 통해 후기청년 세대의 삶과 인식을 재조명해본다.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4050세대는 노후 자산 및 노후 일자리에 대한 준비가 현재로써는 미흡한 상태였다. 필요 노후 자산을 거의 마련하지 못한 경우가 과반수였고(자산 준비도 30% 이하 63.2%), 10명 중 8~9명(86.6%)은 아직 제2직업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노후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만큼 갑자기 늘어난 수명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살아갈 날들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4050세대는 120세 시대를 걱정되고(57.4%), 겁나고(39%), 우울한(18%) 감정으로 바라봤다. 자신의 노후 전망 점수도 100점 만점에 57점을 나타내는 등 밝지만은 않은 심경을 드러냈다.
한편 최근 수명 연장과 관련해 ‘존엄사’가 이슈로 떠올랐다. 4050세대의 경우 존엄사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6.8%로, 찬성하는 쪽에 의견이 기울었다. 실제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는 ‘조력존엄사’가 합법화된다면 진행 가능성 있다는 반응이 87.4%에 달했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현재 중장년이 바라보는 노후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때문에 이들에게 ‘후기청년’이라는 용어가 주는 긍정적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중년의 자세로 노년만 바라보는 것과 청년의 입장에서 중년, 노년을 단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은 다르다. 또, 청년이라는 푸릇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고취함으로써 이들 세대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 본다”며 “후기청년 용어의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가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만 65세 이상인 노인 연령 기준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100세 시대에 노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 고갈 등의 문제가 불거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이후 40여 년 만에 노인 연령 기준이 바뀌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 노인 연령 기준·정년 재검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고령위’)는 지난 3월 28일 회의를 갖고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7년 만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정부는 “고령화 심화를 고려하지 않고 인구 팽창기에 도입된 제도를 지속 운영해 재정건전성·지속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며 “노인의 사회 참여 욕구, 건강·소득 수준 변화 등을 고려해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연령 기준을 재점검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노인 연령 기준이 만 65세가 된 지도 40년이 넘었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서 경로 우대 기준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지면서다. 그러나 그간 의학 기술의 발달 등으로 노인의 건강 상태가 좋아졌고 노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나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목소리가 높다. 노인법지법 제정 당시에는 기대수명이 66.7세였다. 2020년의 기대 수명은 83.5세까지 늘어났고, 2070년에는 기대수명이 91세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 스스로도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 기준은 평균 72.6세로 나타났다. 법적 기준인 만 65세보다 7.6세나 많다.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1957년 이전 출생자 3010명을 대상으로 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빠른 고령화와 반대로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올해 950만 명에서 2030년 1306만 명, 2040년엔 1725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올해 3637만 명에서 2030년 3381만 명, 2040년 2852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고령인구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올해 26.1에서 2030년 38.6으로 높아진다. 2040년에는 현재의 두 배가 넘는 60.5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70년에는 노년부양비가 100.6까지 치솟을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고령인구 1명을 부양하게 되는 것으로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을 줄이고, 100세 시대인 만큼 일에 대한 욕구가 강한 고령층이 많은 까닭에 정부는 정년 연장도 논의한다. 현재 법적 정년은 만 60세다. 정부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재고용·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제도’를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사회 공헌의 욕구가 크고 직무 전문성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수요까지 고려해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 비중도 확대할 예정이다.
노인 연령, 70대까지 오를까?
노인 연령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주요 노인 복지 제도가 만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49개 주요 복지 제도 중 49%인 24개 사업이 65세 이상의 연령을 기준으로 했다. 대표적인 노인 복지 제도는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중교통 무임승차 등 경로우대제, 공공형 노인 일자리, 독감·폐렴구균 무료 예방접종, 이동통신비 감면, 행복주택 공급 등이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노인 복지 제도는 지하철 무임승차다.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노인이 많아짐에 따라 지하철 무임승차 인원이 증가해 지자체는 적자난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1년 적자 9644억 원에서 무임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9%인 2784억 원에 이른다. 이에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노인 연령 상향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구시에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국민 연금 수급 시기이다. 정년이 연장되고 노인 연령 기준이 상향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늦어진다. 국민연금은 제5차 재정 추계 시산 결과 2055년 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국민연급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면 연금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만 59세까지 의무 가입해 만 63세에 수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령화에 맞춰 수급 개시 연령은 오는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마다 1세씩 늦춰지도록 사회적 합의를 봤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지난 1월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에서는 수급 개시 연령을 67세까지로 더 늦추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70세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의 상향과 노인 노동 시장의 활성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 교수는 2025년부터 1년씩 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5년 후인 2030년에는 연간 4분의 1 이상의 급여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김원식 교수는 수급 연령 상향과 함께 현재의 정년 기준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건강수명이 70세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경제활동을 통한 경제적 독립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60세로 돼있는 법정 정년은 상향보다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년이 상향되면 강성 노조의 근로자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노인 연령 기준을 2025년부터 10년 단위로 1세씩 올리는 단계적 방식을 제안했다. 이를 도입할 경우 2100년에는 노인 연령 기준이 73세가 되고, 노인부양률은 60%가 된다. 이는 65세 기준 노인부양률보다 36% 포인트 낮은 수치다. 다만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노동 시장과 교육 시장 등 전반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하면 이렇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정년 연장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보 없이 노인 기준 연령을 늦추면 노인 빈곤율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통해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일본은 국민연금·후생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이며, 정년은 기업이 정년 폐지, 정년 연장(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65세까지 계약직으로 재고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노령·유족·장애인연금(OASDI)의 수급 개시 연령을 66세 이상으로 규정했으며, 정년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앴다. 독일은 법정연금보험 등의 공적연금(GRV)의 수급 개시 연령을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하고 정년 역시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할 방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노인 연령 기준의 현황과 쟁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단지 복지 재정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한 노인들의 행복한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 세대가 참여해 합의를 도출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00호 기념] 젊어진 중년들, 후기청년을 말하다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
수명 120세 시대가 예측되는 가운데 60세는 중년과 마찬가지다. 그런 흐름으로 본다면 4050세대는 청년에 가까운 나이다. 중년도 청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세대를 말할 맞춤한 표현과 분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지령 100호를 맞아 이들 세대를 '후기청년'으로 정의하고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후기청년이란 시기상으로는 청년기의 후반을 뜻하는 동시에 '완성되고', '완숙한'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한 본 조사는 2023년 3월 3일부터 6일까지 전국 4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결과를 통해 후기청년 세대의 삶과 인식을 재조명해본다.
장년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기운이 왕성하고 활발한 시기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장년(壯年)과 오래 산, 늙은이를 뜻하는 장년(長年)이다. 40대를 포함한 중년이라는 의미를 본다면 전자에 가깝지만, 근래 쓰이는 ‘중장년’의 뉘앙스는 후자에 가깝다. 중장년(中壯年)이라 힘주어 말한들 오랜 인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테다. 그럴 땐 구태여 낡은 옷을 빨아 입기보다는 새 옷으로 갈아입는 편이 낫다. 4050세대를 위한 새로운 용어 ‘후기청년’에 대해 당사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설문조사 응답자들에게 ‘후기청년’이라는 용어의 적절성에 대해 물어봤다. 결과적으로 응답자의 과반수(68.4%)가 해당 용어가 적절한 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후기청년이 적절하다'라는 반응도 비례해 높아진 점에 주목할 만하다. 역으로 이러한 결과를 통해 현재 통용되는 세대 구분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깔려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실제 조사 참여자들의 91%가 고령화, 수명 연장 등 시대 흐름에 따라 '사회적 세대 구분의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답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세대 구분 기준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들어봤다. 그 결과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를 균등하게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26.8%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중장년기가 길어져야 한다'(22.4%)라는 답변이 많았고, '청년기가 길어져야 한다(13.4%), '모두 바뀌어야 한다'(7.6%), '청년기와 중장년기 사이에 새로운 세대가 필요하다'(7.2%) 등이 뒤를 이었다.
김찬호 사회학 박사(성공회대 초빙교수)는 공저서 ‘생애。전환。학교’에서 기존 중년을 대신하는 40~50대의 새 이름으로 ‘후기청년’의 개념을 소개한 바 있다. 김 박사는 이번 설문 결과에 대해서도 “아직 50대 중후반까지 후기청년이라는 말이 어색할 수 있지만, 점차 이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러워지리라 본다. 그렇게 대중적 인식이 확산되다 보면 정책적 논의와 합의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실패’일 것이다. 경제적 타격도 상당하고, 이로 인한 정신적 타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이들이 있다. 지난해 창업진흥원 재도전 성공 패키지 우수 사례에 이름을 올린 중장년 재창업가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료 제공 및 도움 창업진흥원
[1] 경영 파트너와의 호흡으로 기술에 탄력 더하다, 새솔테크(주) 한준혁 대표
ㆍ회사설립 2021년 5월 13일 ㆍ매출액 6억 원(2022년 기준)
ㆍ주요사업 자율주행, V2X 보안 토탈 솔루션 공급
한준혁 대표는 새솔테크 창업 이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했었다. 한때 유행하던 피처폰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을 주로 맡았는데,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관련 사업은 외면받기 시작했다. 시대 흐름에 대응하지 못한 채, 자금난까지 더해지며 결국 폐업의 고배를 마셨다. 그렇게 폐업 후 10여 년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프리랜서 생활도 하고, 직장도 몇 군데 다니며 재기의 기회를 노렸다.
Q. 폐업 이후 재창업 과정은 어땠나?
마지막 직장에서 자율주행 분야를 접했다. 기술적으로 노하우가 생기고 인적으로 네트워크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분야의 창업을 준비하게 됐다. 이전 사업에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다양한 지원 사업의 존재 자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 후회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법인 설립 전 개인사업자를 내자마자 창업진흥원의 재도전 성공 패키지를 포함해 정부나 기업 등의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아봤다. 그렇게 얻게 된 경제적 지원 덕분에 본격적인 사업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개발자 출신이라 경영적인 역량은 부족한 편이다. 사업의 방향성을 설계하고 운영해 줄 파트너가 필요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성공 경험을 지닌 이재성 대표님을 만나게 된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현재는 이 대표님이 경영총괄, 내가 개발 총괄을 맡고 있다. 덕분에 이전보다 좋은 성과를 내는 중이다.
Q. 새솔테크(주)는 자율주행 V2X 보안기술 회사다. 이는 어떤 기술인가?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려면 사이버 보안이 전제돼야 한다. 이에 대한 글로벌 규제들도 생겨나는 추세다. 새솔테크(주)의 자율주행 V2X 보안기술은 인간의 생명 보호와 교통 효율화라는 큰 목표를 지닌다. 2021 하반기 ‘C-ITS 상호 호환성 시험행사’를 통해 국제보안규격 IEEE 1609.2 & SCMS 1.0(CAMP) 기반의 V2X 보안인증서 발행과 단말 탑재를 성공시키며 기술적으로 신뢰를 쌓았다. 앞으로 우리가 자부하는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도록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해 나갈 예정이다.
Q. 본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 한다면?
일단 혼자서는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즈니스란 너무 복잡해서 본인이 가진 기술 역량만으로는 사업체를 이끌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보완해줄 파트너와 함께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프런트엔드(Front-end)와 백엔드(Back-end) 기술을 모두 섭렵하라는 거다. 사업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다른 개발자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기술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2] ㈜예성글로벌 김경태 대표, 독보적인 기술로 세계무대 꿈꾸다
ㆍ회사설립 2018년 12월 18일 ㆍ매출액 19억 1000만 원(2022년 기준)
ㆍ주요사업 친환경 생활용품군과 첨단 소방용품군을 개발·생산·유통
만 18세에 기술직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경태 대표는 서른 살이 되던 해 사직서를 냈다. 퇴직 후 10년은 아내와 디지털 도어록 대리점을 운영했다. 점차 디지털 도어록 보급률이 높아지며 역으로 고객이 줄었고, 그동안 터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김 대표는 문에 부착하는 소방용품인 자동폐쇄장치와 도어 클로저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사업은 생각만큼 풀리지 않았고, 결국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다.
Q.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이 폐업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기술력이 있으니 얼른 자체 제품을 출시해서 도어록 대리점 운영하듯 유통하면 되겠다는 다소 안일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제품 개발이 늦어졌다. 투자금은 자꾸 늘어나는데 비용 회수가 안 되니까 힘들어지고 결국 문을 닫게 된 거다. 또, 엔지니어로서 기술력은 자신 있었는데 경영에 관해서는 무지했다. 경영이나 재무, 조직 관리 등의 지식과 노하우가 좀 더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후회를 많이 했다. 그래서 폐업 이후 6년 정도 회사에 다니면서 제품 개발과 동시에 경영도 공부했다. 또 이전 사업에서 오로지 대출로만 사업 자금을 확보했던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재도전을 준비하면서 각종 지원 제도를 꼼꼼히 알아봤고 이를 통해 일정 부분 사업 자금을 만들었다. 폐업을 통해 배운 교훈인 셈이다.
Q. 폐업 이후 재도전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나?
회사는 폐업했지만, 제품 개발에 대한 의지는 멈추지 않았고 인적 인프라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재창업을 결심하고 창업진흥원 재도전 성공 패키지 사업을 신청했다. 현재는 공압식 도어클로저와 방화문 자동폐쇄장치, 두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공압 도어클로저는 특허 및 디자인 등록이 20여 건, 출원 13건, 해외특허출원(PCT)이 1건이다. 특허는 출원 신청 이후 평균 1년 반 정도 지나 공개되는데, 자체 기술을 보유하면 남들보다 1년 반 정도는 앞서간 셈이다. 도어클로저는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이고, 올 가을 쯤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방화문 자동폐쇄장치는 지난해 9월에 글로벌 기업에 공급 계약을 체결해 연간 40억 원 이상 매출이 발생하게 됐다. 두 제품 모두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관심이 높아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Q. 기술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기술력, 아이템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술 창업인으로 제조업에 뛰어들고 싶다면 더더욱 그렇다. 독자적인 기술력이 없다면 창업을 하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본인이 가진 기술, 만들고 싶은 제품이 없다면 차라리 기존에 잘 만들어진 제품을 사서 유통업을 하는 편이 나으니까. 또, 엔지니어 정체성을 지닌 대표라면 반드시 경영 관련 공부를 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나 좋은 제도들이 많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경영을 너무 모르면 그 무지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3] 두 번의 폐업 후 세 번째 도전, 토미코리아 김성진 대표
ㆍ회사설립 2020년 10월 26일 ㆍ매출액 매출액 12억 원(2022년 기준)
ㆍ주요사업 고양이용품의 프리미엄 브랜드 묘우묘우 고양이 정수기
김성진 대표는 청년 시절 아파트 청소용역업체를 개업한 적이 있다. 그러다 트럭에서 떨어져 허리는 다치는 바람에 육체노동이 필요했던 해당 사업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이후 지인 추천으로 차량용 방향제 사업을 시작해 월마트 입점까지 내다볼 정도로 승승장구했지만, 이 역시 좋지 않은 결과를 맞았다. 안일했던 독점거래로 적자를 떠안게 된 것. 다시 직장인이 되어 성실히 빚을 정리해가며 반려동물용품 사업으로 재도약을 꿈꾼 김 대표다.
Q. 두 번의 폐업 후,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반려동물용품을 택한 이유는?
새로운 사업은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일로 하고 싶었다. 자동차 방향제 시장이 200억 원 정도였는데, 반려동물용품 시장은 6조 원에 육박하더라.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속에서 반려동물 인구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일본 바이어를 통해 강아지 패드를 수입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시드 머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돈이 될 만한 물품은 무엇이든 수입해서 판매했다. 그러던 중 자체 브랜드 묘우묘우를 만들어 OEM으로 생산한 고양이 관련 제품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자체적으로 기획과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담당한 고양이 정수기까지 이르렀다. 고양이 정수기 사업계획서로 창업진흥원의 재도전 성공 패키지에 응모해 지원금을 받아 곧바로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2022년 1월에 브랜드 ‘묘우묘우’를 론칭했는데, 10년 후에는 고양이 정수기 하면 묘우묘우가 떠오르게 하고 싶다.
Q. 세 번째 창업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것은 무엇인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옥션 등 각종 온라인 마켓의 성장세가 놀라웠다. 이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아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컴퓨터라면 독수리 타법으로 겨우 칠 정도의 실력밖에 되지 않았다. 정부 무상 교육을 찾아다니며 온라인 마켓 관련 수업을 듣는데, 답답한 마음에 처음엔 그야말로 울면서 배웠다. 열심히 배운 덕에 이제는 온라인 스토어의 메커니즘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 포토샵으로 기본적인 일러스트 작업도 가능하다. 또 창업진흥원의 재도전 성공 패키지를 포함해 여기저기 정부 무상 교육을 찾아다니며 100시간 넘는 수업을 들었다. 컴퓨터는 물론 직원 관리 방법이나 세무회계, 노무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했다. 사업은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회계, 영업, 경영, 디자인, 관리 모든 분야를 다 알고 있어야 한다.
Q. 현재의 성과가 있기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나?
2022년 기준 매출액이 12억 원 정도다. 중국, 일본으로 제품 수출도 하고 미국 아마존 입점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현재는 감사한 마음이 큰데, 사실 젊은 시절에는 감사함을 잘 몰랐다. 한때 매출 20억을 달성해도 감사하기보다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가난한 기분이었다. 이제는 모든 순간이 감사하다. 일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도, 물건이 팔리는 것도, 이런 감사한 마음을 갖고 계속 해나가려 한다. 무엇보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영원한 현역으로 남고 싶다. 그러려면 열린 마음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용기만 있다면 몇 살이 됐든 도전 가능하다고 믿는다.
키만 자랐지 영 부실하고 어딘가 비뚤어진 식물을 가리켜 ‘웃자랐다’고 말한다. 부족한 일조량이나 통풍,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온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줘버린 물 등 원인은 다양하다. 지나치게 다양한 나머지 ‘식물 좀 키워봤다’는 경력 ‘식집사’(식물+집사)까지 비뚜름하게 자란 식물을 보며 시름한다. 웃자람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 정녕 없을까?
식집사도 ‘장비빨’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옛말이 있다. 식집사 ‘만렙’(최고 수준)까지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발전은 반려식물에게도 유의미한 장비를 남겼다. 어화둥둥 우리 집 식물, 웃자람 없이 튼튼하도록 도와줄 장비를 정리해봤다.
참고 책 ‘식물 상담’, ‘식물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제품 사진 각 사 홈페이지
빛 - 식물생장등
빛은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3대 요소 중 하나다. 빛이 없어도 잘 ‘버티는’ 식물은 있지만 빛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식물은 없다. 식물의 영양 상태는 일조량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공간별 일조량과 키우는 식물의 적정 일조량을 파악해 맞춰주면 좋다.
실외 정원이나 옥상에는 유리에 통과되지 않은 햇빛이 들어온다. 집이 저층이고 남향이 아니거나, 다른 건물에 가로막혀 있다면 일조량이 적어진다. 전망이 좋아도 유리창을 통과한다면 햇빛을 온전히 받을 수 없다. 하물며 유리를 통과한 직사광선조차 받지 못하는 그늘에 있다면? 식물이 웃자랄 수밖에 없다.
식물생장등
이제 채광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식집사 생활을 청산하지 않아도 된다. 형태는 전구형, 바(Bar)형, 우산형 등이 있다. 보통의 식물 생장용 LED는 자주색 빛을 낸다. 광합성 및 생육을 촉진하는 빨간빛(개화용)과 잎 형태를 형성하고 웃자람을 막는 파란빛(성장용)을 동시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진한 자줏빛 조명이 인테리어나 미관을 망친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백색광을 내는 LED 생장등도 출시되고 있다. 또한 탁상 스탠드와 유사한 인테리어 겸용 생장등도 판매되고 있다.
식물과 생장등 사이는 30cm 이내 거리가 좋다. 너무 멀거나 가까우면 효과가 미비하거나, 엽록소 손상으로 잎이 검거나 하얗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보다는 낮에,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사용하도록 하자.
[TIP] 식물생장등 잘 고르려면?
식물생장등을 구매하기 전 ‘PPFD’(Photosynthetic Photon Flux Density)를 확인하자.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광량자의 양을 나타내는 수치로, 같은 조건이면 PPFD 수치가 높은 생장등이 식물 생장을 수월하게 한다.
물 – 수분측정기, 분무기
식물을 떠올렸을 때 가장 연상하기 쉽고, 그만큼 중요한 요소다. 물을 제때 적절하게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초보 식집사가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물의 양이나 때를 조금만 혼동해도 마르거나(건조) 물러버리는(과습)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겉흙이 파이고 물이 고루 퍼지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부어서도 안 된다. 이런 고질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도구가 식집사들 사이에 알음알음 퍼지고 있다. 속흙이 말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이나 나무젓가락을 찔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날은 이제 안녕이다.
수분측정기(토양수분계)
작동 방식에 따라 건전지가 없어도 쓸 수 있는 무동력 측정기와 배터리‧필터를 갈아줘야 하는 디지털 기기로 나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뿌리를 피해 절반 이상 흙에 파묻히도록 곧게 꽂으면 된다. 막대나 막대 끝에 달린 금속으로 흙의 수분 정도를 측정하고, 건조‧적당‧축축(과습) 단계별로 안내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화분별로 하나씩 꽂아야 하니 화분이 많은 경우 비용이 부담되는 단점도 있다. 또 식물에 따라 꼭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이 다르므로, ‘건조’가 무조건 좋지 않거나 ‘적당’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키우는 식물에게 맞는 적정 상태가 어느 단계인지 미리 체크해두자.
전동분무기
물뿌리개 혹은 분무기를 들 때 손목이 시큰거린다면 구매를 고려해봄직한 장비다. 농사를 짓거나 텃밭을 가꿀 때 사용하는 스프링클러의 가정용인 셈이다. 일직선으로 물이 분사되는 직분사, 안개처럼 물이 퍼지는 안개분사 등 분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영양제나 병충해 방지 약품을 희석해 방제용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자동 분사 모드를 사용하면 일일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설정한 만큼 물이 분사된다. USB 포트로 충전해 무선으로 사용한다.
온·습도 – 가습기, 에어포트 화분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자라는 식물의 적정 온도는 23~25℃ 수준이다. 하지만 모든 식물이 같은 온도를 반기지는 않는다. 식물을 탈 없이 키우고 싶다면 자생지의 기후를 확인해보자. 온습도계를 마련하고, 아래 소개하는 장비를 이용해 자생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면 식물도 화답하듯 쑥쑥 자랄 것이다.
식물용 가습기
촉촉한 공기를 좋아하는 어린 식물과 관엽식물을 위한 장비다. 대기가 건조한 겨울에는 식물 겉 테두리가 갈변하는 일이 흔한데, 이를 방지해준다.
에어포트 화분
과습으로 죽어가는 식물도 살린다 하여 ‘마술화분’, ‘도깨비화분’ 등의 별명을 얻었다. 화분 전체에 숨구멍이 나 있어, 무르기 쉬운 뿌리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한다. 뿌리를 차가운 공기에 접촉시켜 뿌리와 식물 전체의 생장을 촉진하는 ‘공기단근’(Root Air Pruning)이 일어난 덕분이다. 다소 못생긴 외관에 비해 효과가 탁월하고 분갈이가 간편한 장점이 있어 식집사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장비다. 상당수 후기가 몬스테라 알보와 궁합이 좋다고 증언하고 있다.
통풍(바람) - 서큘레이터
바람도 식물에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고로 통풍을 돕는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는 식물 키우는 데 필수 장비다. 통풍이 원활하지 않으면 식물이 배출한 산소의 농도가 높아지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져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과습을 유발하거나 해충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필요한 장비가 선풍기 혹은 서큘레이터다. 경우에 따라서는 캠핑용 실링팬을 사용하기도 한다.
서큘레이터를 이용해 약풍 혹은 미풍으로 약한 바람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8시간 이상 약풍이나 미풍 단계로 틀어주면 좋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장마철이라 환기하기 어려울 때 특히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1월 30일 월요일, 기대하던 박스를 받았다. 식물 똥손도 어엿한 ‘식집사’로 거듭나게 해준다는 신비한 화분, LG 틔운 미니와의 첫 만남이었다.
LG 틔운 미니(Tiiun Mini)는 햇빛을 닮은 LED 조명으로 식물을 키우는 스마트 화분의 일종이다. 틔운 오브제 컬렉션에 비해 크기가 작아 책상에 올려두고 공간을 밝히는 스탠드로도 쓸 수 있다.
채소는 약 4주, 허브는 6주 후 수확할 수 있고, 꽃이 피기까지 8주 걸린다. 전용 씨앗 키트를 사야 하는데, LG전자 베스트샵 오프라인 매장과 LG전자 홈페이지, LG ThinQ 앱 내에서 구입 가능하다. 현재 틔운 미니용 씨앗 키트 패키지로는 메리골드(노랑, 불꽃노랑), 쌈추, 청경채, 청치마상추, 루콜라, 비타민, 청경채가 있다.
구매 페이지의 상세 설명을 보면 루콜라의 발아율은 70%, 성장 기간은 약 5주(온도 22℃, 상대습도 60% 조건 기준)다. 촉박하지만 우선 키워보기로 한다.
기계가 놓일 곳은 회사 탕비실 커피머신 옆 빈 공간. 벌레가 유입되지 않는 환경에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품의 포장 테이프를 모두 제거하고, 전원을 연결했다. 재배할 씨앗 키트로는 취향을 반영한 루콜라 당첨. 비닐 포장과 투명 플라스틱 커버를 제거한 후 키트를 제품에 넣고 물을 주면 끝이다.
물은 씨앗 키트를 끼워둔 채 물탱크 커버 경사면을 따라 흘리듯이 줘야 한다. 그래야 부표를 통해 물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탱크를 따로 분리해 물을 채워서 들고 왔다가 양을 한 번에 맞추지 못하면 난감할 수 있다. 참고로 적정량은 1L이며, 부표의 높이가 물탱크 커버 면과 같은 상태여야 한다. 부표가 더 낮으면 물이 부족한 상태, 높으면 물이 너무 많은 상태다.
꼴라루
품종: 루콜라(rucola), 생후 44일(3월 14일 화요일 기준)
장점
LG ThinQ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 앱에 기기를 연결하면 기기 주변 온도가 재배에 적정한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다. 조명 밝기와 지속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데, 재배에 적정한지 아닌지에 대한 안내 문구가 함께 있어 재배에 도움을 준다. 푸시 알림 메시지로 시기를 놓치지 않고 관리 할 수 있다는 점이 초보 식집사에게 특히 유용했던 부분. 3주 동안 물탱크 청소 주기 안내, 기계가 껐다 켜졌을 때 ‘조명 제공 시간이 초기화됐다’는 내용의 알림을 받았다. 또 날짜별로 사진과 함께 160자 분량의 식물 일기를 쓸 수 있다.
커뮤니티 앱을 통해 ‘LG 틔운 공식 카페’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개발 중이거나 출시 전인 씨앗이 담긴 비밀 키트를 키우는 ‘가틔’, 포토 리뷰 이벤트 등 카페 운영진이 진행하는 깜짝 이벤트에도 참여 가능.
단점
디지털 방식 농가나 화훼단지에서 화분을 사고 흙에 물을 주는 전통적 방식에 익숙하다면 처음에는 조금 헤맬지도 모른다. 7일에 한 번씩 물을 갈아주는 것 외에는 신경 쓸 부분이 없어서 되레 허전함을 느낄 정도다. 스마트폰 조작이 미숙하다면, 앱에 기기를 연동하기 위해 틔운 기기를 와이파이에 연결하는 단계부터 헷갈릴지도 모른다.
일회용 키트 한 번 쓴 씨앗 키트는 재활용이 안 돼 버려야 하는 점이 아쉽다.
일상에서 우리가 얼마나 늙어가고 있는지 측정하고 평가할 수는 없을까? 노화를 최대한 천천히 진행되도록 하거나, 예방하거나, 가능하다면 역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노화 데이터를 수집해 신체 나이와 노쇠 정도를 측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디파이’는 이 고민에서 출발했다.
디파이(DeFi)라고 하면 블록체인에서 언급되는 탈중앙화 금융이 떠오를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디파이(DYPHI)는 건강한 노화를 돕는 디지털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노인의학 연구에 기반해 우리 신체가 얼마나 노화했는지, 노쇠 정도에 맞춘 운동과 영양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예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어간다.
신체 나이 알려주는 ‘안단테핏’
디파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안단테핏’(AndanteFit)은 임상 검증된 자동 신체기능평가 솔루션이다. 노인 신체기능검사(SPPB)를 수행하고 연구를 기반으로 도출해낸 노쇠 지수(신체 나이)를 보여준다. SPPB 검사는 보행 속도, 특정 자세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앉았다 일어서기를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해 점수화하는 검사다. 1980년대 후반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처음 만들어 전 세계로 보급됐다. 그동안 SPPB 검사는 사람이 눈으로 보고 초시계로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안단테핏은 기계가 자동으로 측정해주며, 검사 시간은 3분으로 줄였다.
윤성준 디파이 대표는 “신체 기능이 떨어져 움직이지 못하면 근육이 빠지면서 근감소증이 생기고, 침대에 누워만 있다 보면 사회적 교류도 끊어진다. 잘 먹지 못하니 영양 상태도 나빠진다. 이 모든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신체 기능은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이다”라고 설명했다. 신체 기능이 곧 노쇠의 정도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디파이는 안단테핏으로 진행한 신체 기능과 노쇠 지수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신체 나이도 제공한다. 신체 나이는 복지관, 치매안심센터, 요양 시설, 데이케어센터(주야간 보호센터)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 이 개념을 도입하니 검사 결과를 설명하는 시설 담당자도, 설명을 듣는 노인도 이해가 쉬워졌다. 노화 정도가 좋아진다는 것이 직관적으로 보여 돌봄을 받는 고령자의 효능감도 높아진다. 안단테핏을 이용한 노쇠 평가는 서울 강서구 치매안심센터 등 서울 권역 치매안심센터, 인천광역치매센터 등 인천 권역 치매안심센터와 서울·인천 복지관 등에서 시행 중이다.
근감소증 디지털 치료기기 ‘싸코핏’
2021년 근감소증이 국내에서 질병으로 분류되고, 예방적 통합돌봄 서비스에 노쇠 평가가 핵심으로 도입되면서 신체기능평가 수요가 늘어났다. 안단테핏으로 누구나 신체 기능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면, 현재는 근감소증 진단 후 처방되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만들고 있다. 팔십 평생 운동을 안 했던 노인을 운동하도록 유도하는 건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나이여도 신체 기능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개인 상태에 맞춘 운동 설계와 유도가 중요한 이유다.
디파이는 근감소증 디지털 치료기기 ‘싸코핏’(SarcoFit)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근감소증 약물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운동 및 영양 중재(처치)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싸코핏은 △신체 기능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운동 중재와 △순응도를 높이는 디지털 인지행동 치료로 구성된다. 싸코핏이 디지털 치료기기 품목 허가를 마치면, 운동·영양·인지·사회적 교류의 다면적 중재에 기반해 지역사회에 노쇠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 ‘마이 비바체’를 선보일 계획이다.
윤성준 대표는 “노년기에 병원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나의 생활권인 지역사회에서 노쇠 관리 평가는 더욱 중요하다. 집에 살면서도 나의 신체 기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고, 떨어질 것 같다면 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시간이 많이 흐르면 회복하기 어렵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회복을 넘어 오히려 더 건강해지는, 이른바 역노화도 가능하다. ‘노쇠를 관리한다’는 개념을 만들어가는 디파이는 지역 곳곳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반면 개호보험 인정자 비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일본 후쿠이현(福井)과 일본의 요양·재활·방문 돌봄 시스템을 선도하고 있는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ほっとリハビリシステムズ)의 초청을 받았다. 일찍이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 일본에서도 노쇠 예방을 위해 안단테핏에 관심을 보인 것.
윤 대표는 “단순히 만성질환 수가 적으니까 건강하다는 개념보다, 질환이 있더라도 얼마나 나의 신체 기능, 영양, 사회관계를 잘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고령자는 노후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의 노쇠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50대 얼리 시니어 단계부터 디파이가 만들어놓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건강하게 잘 늙어갈 수 있다는 답을 주고 싶다”며 디파이의 비전을 제시했다.
인간은 식물을 가까이하면 좋다. 심신 안정, 건강 증진, 공기 정화 등 이점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식물의 입장은 어떨까? 내게 좋은 식물이면서, 나 또한 식물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반려식물과의 동행을 시작해도 좋겠다.
도움말 신상옥 이화여대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 원예심리 지도교수
화분 하나 장만했다고 반려식물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냥 놓아둔 채로 물만 주는 행위는 무미건조하다. 어떻게 해야 반려식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신상옥 이화여대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 원예심리 지도교수(한국원예치료사협회장)를 통해 알아보자.
[씨앗 단계] 반려식물 고르기
반려식물이란 ‘인간과 짝이 되어 서로 교감을 나누며 살아가는 특정한 식물’(화훼학, 월드사이언스)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한 식물은 ‘특정 종’(種)보다는 키우는 이가 느끼는 ‘특별한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명칭 때문에 반려동물과 여러모로 비교되는데, 감정을 교류하며 일상을 함께한다는 맥락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야생 환경이나 동물원에 있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 하지 않듯, 반려식물 또한 개인이 생활공간 내에서 책임감을 갖고 키워나가는 존재인 셈이다. 따라서 원예 활동은 기본이다. 다만 식용으로 하거나, 인테리어나 공기 정화 등 외적 효과만 목적으로 기르는 것은 반려식물로 보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건 식물과의 ‘교감’이다. 따라서 감정적 교류를 이루며 키워간다면 무엇이든 반려식물로 삼아볼 수 있다.
[Tip] 반려식물과 교감하려면 성장 과정을 오래 관찰할수록 좋다. 단기간 키우는 식용작물이나 한해살이보다는 지속성을 지닌 종을 고르자. 최소 2~3년 이상 키우며 번식이 가능해 주변에도 나눈다면 금상첨화다. 테이블야자, 호야, 개운죽, 행운목 등이 추천할 만하다.
[새싹 단계] 애착 심어두기
신상옥 교수는 반려식물이 지닌 의미를 언급하며 ‘애착식물’이라고도 표현했다. 애착이란 특별한 인연이나 사연 등을 통해 생겨나는 감정이다. 따라서 반려식물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기면 좋다. 손주가 어버이날 선물로 사준 화분, 항암 치료를 마친 기념으로 산 나무, 사별 후 아내를 그리며 심은 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렇다고 집에 있는 모든 식물에 의미를 두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너무 많은 화분을 두면 관리하기 버겁고, 자칫 반려식물이 스트레스로 다가와 역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가드닝 초보자라면 화분 하나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추후 관리가 잘 되고 자신감이 붙는다면 조금씩 늘려가도록 하자. 이미 집에 식물이 너무 많은 상태라면 난(蘭)류, 다육이류 등 특정 그룹 형태로 의미를 부여해도 괜찮다.
[꽃봉오리 단계] 교감으로 꽃피우기
식물과의 교감은 사람, 동물처럼 상호작용이 즉각적이지 않아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반응이 느릴 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 몇 가지 방법을 실천해보자.
이름 불러주기 반려식물에게도 반려동물처럼 특별한 애칭을 붙여본다. 가령 “초록아(애칭 예시) 굿모닝” 하며 아침 인사를 하거나 물을 줄 때도 “초록아 많이 먹고 쑥쑥 크렴”이라며 대화를 시도해보자. 반려식물의 이름과 사연 등을 적은 작은 팻말을 꽂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감(五感) 일깨우기 반려식물은 오감을 모두 활용해 교감이 가능하다. 바람에 사부작거리는 이파리 소리(청각), 보드랍고 촉촉한 꽃잎(촉각), 빨갛고 탐스럽게 맺은 열매(시각), 은은하게 번지는 꽃향기(후각), 말린 잎과 꽃으로 만든 차 한 모금(미각). 모든 감각을 열고 반려식물을 대하다 보면 더욱 충만하고 깊은 교감을 이룰 것이다.
생장 리듬 맞춰가기 대부분 식물은 천천히 자라나기 때문에 인내심이 요구된다. 오늘 비료를 줬다고 내일 꽃을 피우지 않듯, 무언가를 했더라도 당장은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조급함보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식물의 생장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식물을 통해 얻는 심리적·정신적 효과 또한 천천히 스미듯 나타나니, 생장 리듬에 맞춰가려 노력해보자.
식물일지 작성하기 맨 처음 반려식물을 들인 뒤 기본적인 정보를 비롯해 이후 성장에 따른 일지를 기록하면 교감에 도움이 된다. 신 교수는 “식물은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하루하루 변화를 기록하기보다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상황과 더불어 자신의 감정을 남기면 좋다”고 조언했다. 가령 ‘기다리던 꽃망울이 피어나니 내 마음도 활짝 피어난 듯하다’, ‘오늘 하루 종일 힘들었는데 새순 돋아난 걸 보니 기운이 솟아난다’는 식이다. 가능하다면 그림일기처럼 반려식물을 그려 넣거나 사진을 찍어 붙여도 좋다.
‘식멍’ 때리기 이런저런 방법들을 실천하기 어렵다면 식물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최근 들어 ‘불멍’, ‘물멍’ 등 특정 현상이나 사물을 멍하게 바라보며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유행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멍때리기’가 때론 일상의 쉼표 역할을 한다. 반려식물 또한 그러한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신 교수는 “이제는 식멍의 시대”라며 “식물이 지닌 녹색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과정에서도 스트레스와 피로 해소, 두뇌 활성화 등 ‘녹색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오래 주시하면 식물의 미세한 성장과 변화도 발견하게 된다. 이때 느끼는 경이로움과 즐거움은 덤”이라고 말했다.
[열매 단계]| 나의 삶 관조하기
씨앗이 발아해 새싹이 돋아나고 꽃과 열매를 맺지만, 병충해를 입으면 결국 죽음과 동시에 다시 씨앗으로 남는다. 이것이 식물의 생로병사(生老病死)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자신의 인생과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문학적 성찰을 해볼 수 있다. 내가 살면서 꽃을 피웠던 때는 언제인가, 어떤 결실을 맺었는가, 이 삶의 끝에 어떤 씨앗을 남길 수 있겠는가 등을 가만히 생각해보자. 때론 반려식물을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하기도 하고, 잔잔한 위로를 얻기도 한다. 다만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하거나 의존하는 것은 경계하자. 신 교수는 “반려동물에 비해 반려식물의 죽음은 상실감이나 슬픔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지만, 종종 이를 강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식물의 생로병사를 이해하되 꽃이 떨어졌다고 우울해하거나, 나무가 죽었다고 삶의 희망을 잃는 등 심하게 감정을 투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영국의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본고장이자, 가장 복잡한 연금 개혁 과정을 거친 나라다.
퇴직연금 전문 운용 공공기관 NEST
영국 퇴직연금의 특징 중 하나는 국민연금처럼 퇴직연금을 전문으로 운용하는 공공기관이 있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는 2008년 퇴직연금법을 제정하고 2012년 퇴직연금 전문 운용 공공기관인 국가퇴직연금신탁(NEST, 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을 도입했다.
NEST는 일반 DB·DC형 퇴직연금과는 별개로 운영된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보험료율 4%, 3%를 내면 정부가 소득세 일부를 근로자의 연금계좌에 환급해주는 형태다. 일반 DB·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자동으로 NEST에 가입된다. 가입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히면 가입 후 해지가 가능하다.
퇴직연금 가입자 약 2300만 명 중 절반가량은 NEST를 이용하고 있다. 2015년 200만 명이었던 NEST 가입자는 2022년 1분기 기준 1110만 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4억 2000만 파운드(약 6671억 원)였던 NEST 운용자산은 241억 파운드(약 38조 원)가 됐다. 또한 NEST는 분기, 연간 보고서를 통해 투자 비중과 종목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2012년 46.5% 수준이었던 전체 퇴직연금 근로자 가입률은 2021년 79.4%로 올랐다. 퇴직연금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받는 데는 역시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NEST 가입자의 99%는 영국의 디폴트 옵션 상품인 RDF(우리나라의 TDF)를 이용한다. RDF2040 기준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9.9%에 달한다.
RDF는 30년을 기준으로 4단계에 걸쳐 운영된다. 1단계에서는 약 5년간 기여금을 쌓고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2단계에서는 약 15년간 물가상승률에 3%포인트 이상 수익률 달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주식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3단계에서는 10년간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정을 추구한다. 4단계는 은퇴 후 단계로 투자자가 퇴직연금을 한 번에 찾거나, 사망 시까지 연금 형태로 받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다.
저소득층 가입 유도한 낮은 수수료
NEST의 연간 운용 수수료는 0.5%다. 저소득층의 퇴직연금 가입을 늘리기 위해 낮은 수수료 정책을 유지한 것. 또한 영국 정부는 2001년 중저소득층 근로자를 위해 수수료를 낮게 책정한 DC형 연금인 ‘스테이크홀더 연금’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이에 30%가 넘던 영국의 노인빈곤율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 기조를 따라 다른 퇴직연금 수수료도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2020년 기준 DC형과 기금형 평균 수수료는 0.48%, 0.49%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DC형 퇴직연금 수수료를 최대 0.75%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KIRI(보험연구원)는 “퇴직연금 수수료가 낮을 수 있는 것은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가 퇴직연금에 자동 가입된 사람에게 신규 컨설턴트 비용을 부과하지 못 하게 했기 때문”이라면서 영국의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가 낮은 것은 “정부의 적극적 수수료 규제와 함께 저소득층의 퇴직연금 가입을 확대하기 위한 NEST의 낮은 수수료 정책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자동 가입, 낮은 운용 수수료, 높은 수익률 등에 힘입어 퇴직연금 납부자는 DC 기금형이 2016년 388만 명에서 947만 명으로 늘었으며, DC 계약형은 417만 명에서 536만 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DB 기금형은 125만 명에서 50.5만 명으로 줄었다. 1998년 퇴직연금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았던 DB형에서 DC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KIRI는 “2016년~2021년 동안 제도 수는 감소하고 가입자 수는 증가해 기금의 대형화 추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금형과 계약형의 공존, 대세는 DC형
영국의 퇴직연금은 기금형이 우위에 있지만, 계약형이 공존한다. 기금형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모두 선택할 수 있지만, 계약형은 DC형만 있다.
영국의 퇴직연금은 기금형이 강세를 보인다. 동일직장 내 구성원들이 단체로 가입하는 그룹 개인연금, 스테이크홀더, 일반 개인연금의 경우 기금형과 계약형 중 선택할 수 있는데, 12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DC 기금형을 주로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는 2만 8360개의 퇴직연금 기금이 있으며, 이 중 94%가 12인 미만의 소규모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DC 기금형의 특징은 여러 펀드를 조합한 상품인 조합형 펀드(PIV)에 주로 투자한다는 점이다. 2021년 4분기 기준 DC형 퇴직연금의 PIV 투자는 2230억 파운드, 직접투자는 190억 파운드로 PIV 비중이 96% 수준을 보였다. 한편 계약형의 평균 가입자 수가 기금형보다 큰 것은 비용을 이유로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이 계약형을 활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외에 대표적인 영국 퇴직연금 기금형으로는 통합기금형(Master Trust)이 있다. 여러 회사의 퇴직연금을 하나의 운용 주체에 위탁하는 것인데, 2017년부터 시행했다. 영국에는 37개의 통합기금이 있으며, 가입자는 1600만 명, 자산은 360억 파운드(약 57조 원) 규모다.
수급권 보호는 이중, 관리·감독도 철저히
영국도 미국처럼 퇴직연금이 자리 잡는 데에 수급권을 보호하고 연금 운용을 관리·감독하는 제도가 한몫했다. 영국의 수급권 보호는 이중으로 설계되어 있다.
영국은 2004년 연금법을 통해 수급권보호를 위한 FAS(Financial assistance Scheme)를 설립했다. FAS는 DC형 제도와 2005년 4월 이전에 설립된 DB형 제도를 보장한다. 2005년 4월 이후 설립된 DB형 제도는 연금보호기금(PPF, Pension Protection Fund)에서 보장한다. 세금으로 운영하던 FAS는 2016년 폐지되었고, 이제는 우리나라의 예금자 보호제도와 유사한 FSCS(Financial services Compensation Scheme)가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PPF는 2021년 기준 939개의 연금제도를 인수해 361억 파운드가 넘는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PPF는 DB형 펀드의 부족분을 지급해주는 펀드로 27만 명 이상의 근로자와 퇴직자를 보호하고 있다.
영국 퇴직연금 관리·감독은 연금노동부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 연금법에 따라 2005년 설립된 연금감독청(TPR, The Pension Regulator)은 신탁형 퇴직연금 규제, 수탁자 역할과 의무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하고 있다. FCA는 금융회사의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기관으로, 2007년 이후 DC형 퇴직연금을 제공하는 사업자와 판매업자를 규제하고 있다.
이런 수급권 보호와 더불어 운용위원회와 각종 자문 기관이 영국 퇴직연금 시장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DC 계약형은 기금형의 기금운용위원회에 해당하는 ‘독립운용위원회’(IGC)를 설치해야 한다. IGC는 운용 주체인 사업자가 연금 가입자에게 비용에 맞는 편익을 제공했는지, 투자상품이 적절한지 등을 평가한다. 또한 자문 기관들은 NEST를 포함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연금 운용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