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에 있는 ‘리하원’은 ‘자립지원형’ 데이케어 센터를 운영하면서, 방문 요양 서비스도 제공하는 재가노인복지센터다. 리하원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의 ‘자립’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기존 요양산업이 환자를 맡기거나 수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리하원은 어르신들이 잔존기능으로도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잔존기능은 자신의 의지로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지적, 신체적 능력 수준을 말한다.
‘목표’로 생활에 활기를 주다
리하원은 이용자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목표의식’을 준다.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는 요양 시설이 아니라 생활공간으로서 작용하고 활기를 가지도록 하는 것. 주변 슈퍼마켓에 직접 다녀오거나, 옥상에 있는 텃밭에서 쌈 채소를 키워 직접 먹을 수 있는 활동 등을 펼친다.
일상생활에 동기를 유발하는 ‘리하뱅크’ 프로그램은 리하원 만의 고유 프로그램이다. 자립과 역할 지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시설 내에서 재미를 느끼며 생활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해주고, 원하는 일을 선택하도록 한다. 그렇게 목표를 달성하면 소정의 코인을 주고, 어르신들은 리하원 내에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리하뱅크’ 프로그램을 2020년 장기요양 급여제공 우수 사례로 꼽고 장려상을 수여했다.
리하원에서 하는 목욕 서비스도 같은 맥락이다. 보통 주간 보호센터는 목욕 서비스를 잘 하지 않는데, 리하원은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더라도 스스로 목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개별관리카드도 직접 작성한다. 자기 선택과 자기 관리를 목표로 하는 활동의 일환이다. 이 카드를 자리에 두고 생활하는데, 카드에 적힌 데이터들은 이후 리하원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데 활용된다.
어르신들은 리하원에서 하루에 6~7시간을 보낸다. 리하원은 어르신들의 활동을 영상으로 담아 공식 유튜브에 브이로그처럼 올린다. 요양 시설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없애고, 보호자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영상 촬영과 편집은 임기웅 대표가 직접 하고 있다.
개인별 데이터 기반,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스스로 자립하면서 목표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리하원은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오전에는 단체로 체조하고 오후에는 인지, 신체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마치 대학 강의를 수강하듯이 어르신들은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임기웅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코리아 대표는 “다른 시설들은 대부분 정해진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리하원은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코리아는 리하원 본사로, 모회사는 일본의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다.
어르신들 각자의 상황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모회사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의 시스템을 가져온 것이다. 일본의 요양 산업은 우리나라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리나라 요양 산업은 주로 요양원과 같은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 일본은 요양이 필요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이용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보험자 주권’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혀있기 때문. 따라서 일본의 요양 관련 기업들은 대체로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선보이는데,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는 그 안에서도 ‘개인 맞춤형 자립 재활’을 추구한다.
요양 시설을 찾는 이용자는 저마다 살아온 삶의 방식, 처한 상황 등이 다르다. 잔존 기능도 제각각이다.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을 고를 때는 개인의 잔존기능과 선호도를 파악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그저 관람하는 게 아니라 참여하는 프로그램들로, 일명 ‘커스텀메이드서비스’라고 불린다. 이용자 개개인에 따라 목적과 방향을 설계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요양 시설에서 정해진 강의에 많은 인원을 참여시키는 것과 달리, 스스로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소규모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자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리하원의 또 다른 특징은 중증 어르신이 많다는 점이다. 임기웅 대표는 중증 환자를 받아주는 시설이 많아져야 한다고 봤다. “보통 데이케어센터에서는 중증 어르신을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도움이 많이 필요하시거든요. 결국 이분들은 요양원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중증 환자이더라도 요양원이 아니라 집에서 생활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의료 인력도 함께 상주하면서 경증, 중증 어르신 모두가 오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증, 중증 어르신을 나누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리하원의 특징 중 하나다. 프로그램은 시설에 상주하는 전문 인력이 진행한다. 경증 어르신들은 예방 프로그램에, 중증 어르신들은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특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신체 활동에 관련된 것이라고.
시설을 ‘졸업’합니다
일본의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에서는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조기 발견→예방→졸업’의 개념으로 시스템을 운영한다. 시설을 졸업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한 개념이다.
임기웅 대표는 “노쇠라고 하면 보통 기능이 떨어지는 것만 생각하지만, 노쇠의 초기 진입 단계가 있다. 이때 노쇠의 시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장기요양등급을 받거나 장기요양 대상자가 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들이 있다. 조기 발견으로 노쇠를 예방하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치료를 받고 퇴원을 하듯이, 시설에서 이용자가 노쇠를 예방하고 학교 졸업하듯 시설을 졸업해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요양 시장 자체가 다르게 형성되어 있어서, 조기 발견에서 졸업까지의 시스템을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리하원은 ‘개선’에 초점을 맞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서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한다. 자립 지원, 데이터 기반 케어, 다직종 연계 케어다. 자립 지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자립지원형’이라는 리하원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두 번째로 데이터에 기반해 케어한다. 석 달마다 계획, 점검, 목표 달성, 확인, 노쇠도 측정을 반복한다. PDCA(Plan Do Check Action) 과정을 통해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목표가 “가족들과 국내 여행을 가고 싶다”라면, 먼저 그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확인(잔존기능 확인)한다. 이후 목표에 맞춰 석 달 동안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들을 기록해두고, 3개월 후 목표 달성까지 어떤 부분을 더 해야 하는지 확인한 뒤 노쇠도를 측정한다. 만약 해당 기간에 목표치가 달성되었다면 다음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달성되지 않았다면 다시 3개월의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는 실제 이용자의 데이터를 반영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 시설에 상주해 이용자를 분석하는 다직종 연계 케어를 실시한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케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임기웅 대표는 요양 산업이 소비자에게 좋은 쪽으로 발전하려면 “보호자가 서비스를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공급자 위주로 발전한 요양 시장은 케어가 힘든 중증 환자를 받지 않는다거나 하는, 공급자가 수요자를 역선택하는 상황을 만든다”면서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보다 이용자에게 얼마나 좋은 서비스가 있느냐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증 환자들도 올 수 있는 재가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돌봄뿐 아니라 의료서비스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리하원에 의료 전문인력이 상주하는 이유다. 물론 데이케어센터에 의료인력이 상주하려면 운영비가 많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전문 인력의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임 대표는 “간호사나 물리치료사가 꼭 병원에서만 일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데이케어센터에서도 의료 인력들이 필요하고, 일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는 의료 인력들이 일하는 곳이 병원뿐 아니라 더 다양한 곳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 많은 어르신이 요양원에 가지 않고도 자립하여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날이 오기까지, 리하원은 어르신들의 ‘자립’을 계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세 번째 순서는 ‘면접 편’이다.
Episode_1“인성검사는 왜 보나요? 제 스펙이면 충분할 텐데요”
중장년 채용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성검사를 보는 곳이 많아졌다는 것. 기업에서는 높은 스펙(업무 능력 및 경력)보다 좋은 인성을 지닌 구직자를 더 선호한단다.
진행자 청년들의 면접 과정을 보면 형태가 다양한데요. 중장년들은 어떤가요?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이하 미경) 청년들은 필기를 보기도 하고, 대개 1·2차로 나눠 면접을 진행하는데 중장년은 그렇지 않아요. 보통 1차 면접으로 끝나죠.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성희) 맞아요. 청년층보다는 채용 전형이 짧아요. 실무자나 채용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면접을 보는 형태가 많고, 인사담당자까지 오는 경우는 드물죠. 관리자급을 채용할 때는 종종 식사나 차를 하면서 유연한 분위기로 진행하기도 해요. 공공기관이라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고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2차 면접까지 이뤄지는 건 대체로 채용 박람회 등에서 1차 면접을 본 경우인데요. 워낙 수많은 지원자의 면접이 이뤄지다 보니, 그 자리에서 채용을 확정 짓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그러면 2차 면접을 통해 한 번 더 살펴보는 거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최근 중장년 채용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서류 심사 후 인성검사를 본다는 거예요. 면접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인성 문제로 입사 후 조직 내 갈등을 빚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미경 검사 결과를 보면 조직 생활 부적응이 우려되는 점수가 나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 면접관들은 문제가 예상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질문하죠.
진행자 그런 인성 문제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어떤 질문을 많이 받나요?
성철 일단 자기소개는 기본이고요. 중장년 면접에서는 크게 세 가지를 핵심적으로 묻는 것 같아요. 첫째, 전문성을 갖췄는가. 즉 직무 역량이죠. 둘째, 기업에 적합한 사람인가. 이걸 전문가들은 ‘컬처 핏’(기업 조직문화와 구직자의 적합성)이라고 해요. 셋째, 조직원들과 융합해 일할 수 있는가. 협업 능력입니다. 그런 걸 확인하는 질문이 주로 이뤄지죠.
미경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준비했는지도 많이 묻죠. 가령 ‘우리 회사에 대해 아는 대로 이야기하라’, ‘지난해 우리 조직이 잘한 일 세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식으로요.
영희 그래서 사전 학습이 필요한 거예요. 이력서 과정부터 필요하지만, 면접 당일에도 현장에 좀 일찍 도착해서 회사를 둘러보면 좋죠. 표면적으로 알던 회사 정보와 실제 현장에서 느낀 부분을 정리해뒀다가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 이야기하면 ‘준비된 인재’라는 인식을 주고, 구직자의 매력도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봐요.
미경 그렇죠. 한번은 대형 공연장에서 주차 관리자를 뽑는데, 20~30대가 많이 왔는데도 50대를 채용하셨어요. 알고 보니 그분께서 면접 두 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 주차장을 둘러보고 동선을 파악해보신 거예요. 그런 준비성은 높이 살 수밖에 없죠.
성희 결국 나이나 스펙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종종 외부 면접관 형태로 채용 전형에 참여하는데요. 제 시각에서는 탁월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1~2등이다 싶은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채용되는 사람은 3~4등 정도로 여긴 분이더군요. 들어보니 너무 뛰어난 인재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동료들과 갈등이 잘 생긴다더라고요. 그래서 화려한 능력을 갖춘 분보다는 무던하게 오래 일할 분을 원한다는 거죠.
성철 한마디로 ‘오버 스펙’은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회사 역량 대비 너무 출중한 분이 오면 이직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고요. 아무래도 회사에 적합한 적정 수준의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 면접장에서 다른 지원자의 스펙이 돋보인다고 위축될 필요 없어요. 진솔하게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주면 되는 겁니다.
영희 이런 사례도 있었어요. 제가 구인 발굴로 두 분을 면접에 보냈는데요. 한 분은 관리자급 정도로 실력이 좋았고, 또 다른 한 분은 그럭저럭 업무를 해낼 정도였어요. 그런데 채용은 후자가 됐죠.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팀 내 훌륭한 30대 관리자가 있는데 앞의 분은 채용되면 관리자처럼 굴며 기존 직원과 마찰을 빚을까 우려됐다는 거예요. 그보다는 적당한 기술을 겸비하면서 조직원들과 잘 융화할 분을 선호한 거죠.
성철 그럴 수 있어요. 또 스펙이 좋은 분 중에 면접에서 떨어지고 항의하는 경우도 봤어요. ‘내 평생 어디 가서 떨어져본 적이 없는데, 나를 채용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면서요. 사실상 오버 스펙을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방법은 결국 겸손이었을 텐데 말이죠.
Episode_2“이 분야를 잘 모르시나 본데… 여기 임원 중에 OOO 씨 있죠?”
면접에서 지나치게 자신의 경험이나 경력을 과시하거나, 인맥 등을 앞세우면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긴다. 신입사원의 자세로 말과 행동뿐 아니라 매무새도 단정해야 한다.
진행자 그밖에 면접에서 감점 요소가 있다면요?
미경 태도가 정말 중요합니다. 중장년은 아무래도 면접자의 입장이 돼본 지 오래고, 면접관으로의 경험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마치 자신이 면접관인 듯 거만한 자세로 앉아 계신다거나, 그런 투로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리면 본인이 예전에 어디 지점장을 했다거나, 어디 임원을 안다며 과시하시는 경우도 있죠.
성희 저희 기관에 오시는 분 중에도 ‘내가 기관장을 안다’며 인맥을 언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나름 아이스 브레이킹(낯선 사람과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것)을 하시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면접에서는 감점 요소이기 때문에 자제하시라 말씀드리죠. 또 경력이 있다 보니 ‘이런 것도 모르고 질문하네?’라고 생각하고 가르치려 들 때가 있어요. 사실 면접관이 그걸 몰라서 질문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성철 어떤 분들은 논쟁을 벌이기도 하시더라고요. 외적으로는 복장도 중요해요. 가령 면접장에 아웃도어나 패딩 점퍼 같은 걸 입고 들어왔다, 그러면 첫인상부터 마이너스예요.
성희 저는 염색을 권해드리기도 해요. 그런데 이를 거부하는 분들도 있어요. 어차피 서류에 내 나이가 다 있는데 뭐하러 가리느냐는 거죠. 사실 그런 나이를 기업에서는 부담스러워하는 건데, 외모라도 좀 완화하면 좋거든요.
영희 맞아요.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스타일을 참고해도 좋아요. 그 조직원들 사이에 있어도 이질감이 덜한 분위기로 연출해보는 거예요. 대체로 젊은 직원들과 일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염색도 하시면 덜 도드라지겠죠. 나이는 속일 수 없지만, 이미지는 좀 더 젊고 화사하게 바꿔볼 수 있어요.
성철 희망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유연한 문화라면 딱딱한 분위기의 정장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죠. 무조건 양복과 넥타이를 고수하기보다는 이런 점도 고려했으면 해요.
미경 가끔 여성 지원자분들을 보면 화려한 액세서리를 한다거나, 지나치게 튀는 원색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좋게 보는 경우가 드물더라고요.
진행자 복장 이외에 또 어떤 것들을 컨설팅해주시나요?
영희 저는 주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을 해요. 모의 면접을 해보면 유독 부정적인 뉘앙스로 답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실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도요. 결국 마음이 바뀌어야 내뱉는 말도 바뀌거든요. 그렇게 긍정적인 자기 인식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면 훨씬 자신감 넘치게 면접을 치를 수 있고, 채용 결과도 좋게 나오는 것 같아요. 더불어 신입사원의 마인드로 임하시도록 조언해드리곤 하죠.
성철 맞습니다. 품성이나 마음가짐이 개선되지 않은 채 단순히 면접 스킬만 높인 상태라면, 결국 채용되더라도 직장 생활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더라고요.
성희 사실 단편적으로 알려드릴 수 있는 듣기 좋은 답변들은 있죠. 그런데 자신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느끼면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에 내뱉지 못하시더라고요.
미경 그래서 저는 조금 불편한 내용이라도 가급적 솔직하게 말씀하시라 그래요. 겉으로는 긍정적인 이야기라도 뭔가 꾸며내는 것처럼 느껴지면 결국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거든요.
성철 거짓말은 아니지만,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연세가 많은 분은 청력이 약해 잘못 듣기도 하고요. 그럴 땐 ‘지금 질문하신 내용이 이런 게 맞습니까?’라고 자신이 잘 이해했는지 확인한 후 대답하시면 좋아요.
성희 한 예로 면접에서 대인관계를 물으면 오해를 하시고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한다’, ‘주변에 친구가 많다’라고 외향적인 성격을 어필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여기서 대인관계는 그런 의미가 아니거든요. 동료들과 얼마나 융화하고 협업할 수 있느냐를 묻는 거죠.
진행자 질문을 이해했지만, 예기치 못한 내용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성희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든, 본인의 역량을 보여줄 경험을 녹여 설명해주시면 좋아요. 젊은 세대와 협업했던 경험이라든지, 스토리를 곁들이면 훨씬 풍성해지죠.
영희 간혹 압박면접 상황에 당황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 역시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한다면 한결 수월해져요. ‘아, 지금 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저 면접관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는 거구나’라는 식으로요.
미경 그래서 면접이 잡히면 주변에 부탁해 이런저런 예상 질문을 연습해보는 게 좋아요. 상대를 면접관이라 생각하고 답변해보는 거죠. 이런 과정이 현장에서는 큰 도움이 돼요.
Episode_3“생각보다 연봉이 적네요.” (그냥 다니지 말아야겠다.)
면접을 마치고 채용하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지면 현장에서 연봉 등 계약 조건을 안내받을 때가 있다. 이때 생각보다 낮은 급여 등으로 인해 스스로 입사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진행자 중장년들이 가장 답변하기 곤란해하는 질문은 뭔가요?
영희 비자발적으로 이전 직장을 그만둔 분들은 퇴직 사유를 설명하기 난처해해요. 조직 내 갈등을 일으켰거나 저성과자인 경우가 그렇죠. 또 퇴직 후 경력 공백이 길면 설명을 잘한다 해도 답변이 좀 궁색하거나 안일해 보일 수 있어요. 연봉 문제에 대해 논할 때도 어려워하고요.
성철 중장년 면접에서 단골 질문 중 하나가 ‘이전보다 직급이나 급여가 낮아지는데 괜찮겠냐’ 이거예요.
성희 맞아요. 꼭 물어보죠. 최저임금 수준의 단순직이면 대체로 협상 단계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죠.
영희 채용 공고에서 연봉을 알리지 않거나, 공개된 연봉보다 적은 연봉을 제시하는 곳도 더러 있어요. 그러면 실망감 때문에 합격하고도 ‘이 회사를 다녀야 하나’ 고민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성희 연봉이 적으면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에 허탈해하시더군요. 그런데 어쩌면 그 기업에서 요구하는 일이 많지 않거나, 난이도가 낮기 때문일 수도 있거든요. 가령 내가 이전 직장에서 연봉 5000만 원을 받고 일했던 사람이더라도, 이 기업에서 원하는 업무가 3000만 원 정도 수준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업무량을 확인해보고, 그밖의 복지 수준 등을 함께 고려했을 때 적절한지도 따져야 해요.
성철 때론 업무량이 적어 괜찮다 싶었는데, 입사 후에 점점 일이 늘어나 난감해지기도 하죠. 대개 역량 발휘를 잘했기 때문에 업무가 많아졌을 텐데, 그러면 그만큼 급여를 올려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성희 그래서 조금 마음에 안 들더라도 면접 후 당장 연봉을 협상하기보다는, 3개월이나 6개월 후 업무에 따라 조정하는 시간을 갖자고 얘기해두면 좋아요.
성철 동의합니다. 3개월 정도 일해보면 조직이나 업무에 대해 파악할 수 있잖아요. 더 일할 만한 비전이 있는 곳인지, 급여 수준이 적정한지 파악해보고 조율해야죠. 협상이 안 된다면 퇴사를 고려해야겠지만요.
진행자 입사를 재고하는 경우가 또 있나요?
미경 거의 드물지만, 한 번에 두 곳에 합격하는 상황이죠. 이런 경우 얼른 의사결정을 해서 양사에 알려야 해요.
성철 전화로라도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문제는 너무 늦게 말하거나 아예 안 하는 분들이 있다는 거예요.
성희 가끔 미안한 마음에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거절은 빠르고 짧게 하시라 조언해드려요. 그리고 입사하는 기업이든, 안 하는 기업이든 ‘감사 인사’를 남기면 좋아요.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해당 기업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와드릴 의향이 있다’는 식으로 여지를 두는 거죠. 이런 소소한 매너가 나중에 기회로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미경 불합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면접관분들이 명함을 주시잖아요. 그러면 ‘오늘 면접 감사하고, 결과는 아쉽지만 추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문자나 메일을 남기는 거죠.
영희 결국 면접이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 여겼으면 해요. 나는 이 기업과 업무에 내가 적합한 사람이라는 걸 설득하는 거고, 면접관은 내가 그런 인재인지 검증하려는 거잖아요. 그 합이 맞고 서로 윈윈이 됐을 때 채용 가능성이 높은 거죠. 그러니 일방적으로 질문하고 수동적으로 답하는 관계로만 보지 말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한다 생각하면 좋겠어요.
사람의 뇌에는 학습과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는 세포들이 얽혀 있다. 뇌는 기억이 사는 집인 셈이다. 기억이 오래도록 뇌라는 집에 머물도록 지켜주고 싶은 의사와 과학자가 있다.
디지털 치매 치료제를 만든 이준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오른쪽)와 노유헌 이모코그 공동대표(이하 대표, 왼쪽)의 이야기다.
가슴 뛰는 삶, 이모코그의 시작
‘내가 병원에서 의사로 사는 이유가 뭘까?’ 문득 이준영 교수는 생각했다.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기관지 천식은 그를 잠 못 들게 했다. 거의 매일 자지 못하고 외래 진료를 보면서도 그가 놓지 않았던 건 뇌에 관한 연구였다. 치매와 기억력 연구다.
이 교수는 2002년 국내 최초로 치매 발병률을 연구해 데이터를 구축했다. 문맹 노인의 치매 검사 도구도 처음으로 만들었고, 그들을 위한 훈련 도구도 만들었다. 컴퓨터로 치매 평가 도구를 만들기도 했다.
2004년에는 윤정혜 차의과대학 상담심리학 교수와 함께 치매를 막기 위한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메타 기억 교실’은 그렇게 탄생했다. 치매 센터를 중심으로 보급한 프로그램은 꽤 결과가 좋았다. 뇌의 기억력 주변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기억력이 좋아졌다. 특히 문맹 노인들은 머리에 기억을 띄우는 ‘작업 기억’ 기능이 떨어지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는 걸 확인했다. 이렇게 유의미한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이 교수는 여전히 대학병원 의사로 산다는 게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바닥으로 끝없이 내려가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이 시기에 이 교수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저녁 남산을 올랐다. 보통은 20분이면 갈 곳을 천식때문에 1시간씩 오르면서. 그러자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생각이 보였다.
“어떻게 되더라도, 누가 뭐래도, 뇌를 고치는 의사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더라고요. 노인 정신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었어요. ‘잠자리에 누워 다음 날을 기다리는데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늙은 거다’라는 거예요. 저에게는 뇌를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결심이 가슴 뛰게 하더라고요.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쑥스러웠지만 ‘뇌를 고치는 의사로 살겠다’고 선언하기 위해 명함을 만들고 주변에 나눠주었다. 그때부터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SKT에서 스마트 스피커 몇백만 대를 보급했대요. 여기에 윤 교수님과 만든 ‘메타 기억 교실’, 그러니까 기억 훈련 프로그램을 넣고 싶다는 거예요. 처음으로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스마트 스피커만으로 시도한 것이었죠. 기억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이걸로 논문을 썼는데, 학교에서 창업을 권유하더라고요. 노유헌 대표에게 바로 함께하자고 했죠.”
진짜 환자를 위하는 삶
노유헌 대표는 중앙대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였다. 이 교수로부터 창업하자는 전화를 받은 날, 노 대표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이 교수를 향한 굳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노 대표는 ‘과연 내가 하는 연구가 정말 환자들을 위해 쓰이는 걸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 역시 당시를 “바닥을 찍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런 와중에 여동생이 출산을 하다가 암을 발견했다.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며 만난 교수들이 동생의 치료를 도왔지만, 모든 예후가 좋지 않았다. 자신의 연구가 진정 환자를 위한 것인가 고민하던 찰나에 아픈 여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자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노 대표는 “모든 것이 다 끊어지는 시기였죠. 아마 다른 분이 제안했다면 거절했을 거예요. 이 교수님의 제안을 들었을 때 ‘이 사람이라면 믿고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교수님은 지금까지 제가 도와달라고 할 때 한 번도 거절하신 적이 없거든요.”라고 회상했다.
노 대표와 이 교수의 인연은 2008~2009년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원생이자 과학자를 꿈꾸었던 노유헌 대표는 러닝 메모리를 연구하고 싶었다. 학습과 기억의 작동 원리를 배우고자 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잘 몰랐던 분야로, 뇌세포의 구조나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일이었다. 학습과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분자적으로, 구조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컴퓨터공학부터 생물학, 물리학, 심리학 전공자까지 모아서 ‘브레인’이라는 소모임 활동도 했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은 그를 다른 길로 이끌었다. 박학다식했던 노 대표는 해부학, 줄기세포,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다. 임상 연구를 할 때마다 그는 늘 이준영 교수를 떠올렸다.
“마치 어제 통화한 것처럼 반갑고 다정하게 늘 받아주셨어요. 교수님만큼 안정적이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임상 시험 설계를 잘 해주시는 분이 없었어요. 덕분에 연구 성과들이 계속 잘 나올 수 있었죠. 교수님이 가끔 환자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가족에 대해 말할 때 그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뇌를 고치는 의사가 되겠다는 교수님의 소명과 목표가 저를 이끌어가는 느낌이에요. 교수님이 ‘이 방향으로 가자’고 하면 그 방향이 정말 진심으로 환자와 가족을 위한 방향이라고 믿어요. 그 신뢰가 저의 소명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노 대표는 2007년부터 10년 넘게 야학에서 노인들을 가르쳤다. 국비 지원으로 석·박사까지 마칠 수 있었던 그는 공짜로 배웠으니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야학 불빛을 보게 된 날 바로 찾아갔다. 노 대표는 그때의 경험이 이모코그를 꾸려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야학에 오는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결국 자신이 도움을 받은 셈이라 했다. 이준영 교수를 향한 노유헌 대표의 무한한 신뢰는 지난 15년 동안 쌓아온 두 사람의 우정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이 교수를 향한 믿음으로 창업에 뛰어든 것이지만, 노 대표도 이모코그를 통해 ‘노인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고 있다.
기억력 높이는 디지털 치료제
2021년 1월 19일 이준영 교수, 노유헌 대표, 윤정혜 교수는 디지털 치매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 ‘이모코그’를 공동 창업했다. 연구 결과가 좋아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이 기억 때문에 고통받는 어르신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억을 검사하거나 훈련받는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어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창업이었다. 이 교수는 “저의 인지 훈련, 윤 교수의 심리, 노 대표의 생화학이 콤비를 이루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모코그’(Emocog)는 감정(Emotion)과 인지(Cognition)의 영어 앞 세 글자에서 따온 이름이다. 감정과 인지를 평가하고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임을 보여주는 사명이다. 두 사람이 목표하는 바는 치매 진단과 인지 훈련을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준영 교수는 현재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내가 치매인지 아닌지 고민된다고 생각해볼까요. 먼저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해야 하는데, 기다리면서 몇 개월이 지납니다. 병원을 가면 의사를 만나고 기억력 테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검사를 합니다. 피 검사를 해서 나쁜 단백질이 쌓였는지도 보고요. 검사를 하면서 몇 개월이 또 흐릅니다. 만약 치매라는 결과가 나오면 약을 처방받는데요. 기억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고, 기억력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을 뿐입니다. 본인은 기억력이 점차 나빠지니까 뭐라도 하고 싶죠. 그런데 훈련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치매 센터를 가야 하는데, 가도 프로그램이 없는 곳도 있고요. 혹은 6개월이고 1년이고 대기하기도 합니다. 치매가 있다면 생활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문제는 가족이 짊어지고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물어볼 곳도 없어요. 병원에 물어보려면 또 몇 개월을 기다려 예약을 해야 하죠. 그래서 병원에 가서 물어보지 않고도 궁금한 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디지털로 구현하고 싶습니다. 치매 선별부터 진단, 훈련, 도움까지 전 과정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이모코그’는 치매 검사 도구, 디지털 치료제, 기억력·인지 케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치매 조기 선별 도구인 ‘코그스크린’(Cogscreen)은 3~5분 내로 셀프 검사가 가능하다. 집에서 스스로 인지 기능이 저하된 것인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코그노시스’(Cognosis)는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감별진단 도구다. 약 40분에 걸쳐 검사가 진행된다. 노유헌 대표가 코그노시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검사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1시간 반 정도 하던 검사를 40분으로 줄였어요. 병원에서는 검사 후 보고서를 받기까지 한 달에서 여섯 달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요. 코그노시스는 디지털을 적용해 보고서도 자동으로 나옵니다. 병원에서 종이로 하는 검사를 직접 해본 적이 있는데요. 한 시간 넘게 집중해야 하고, 검사 방법도 어렵더라고요. 내가 치매일까 무서운 마당에 시험 보는 기분까지 들어요. 코그노시스는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직관적으로 하라는 걸 하다 보면 40분이 금방 흘러갑니다. 그래서 노인들이 더 쉽고 편안하게 치매 검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디지털 도구인 만큼 자동으로 검사 후 치매를 종류별로 원인에 따라 분류하는 기술도 특허화했습니다.”
이모코그 서비스의 핵심은 ‘단순화’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문자로 링크를 받아 웹으로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도인지장애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인 ‘코그테라’(Cogthera)는 말로 하는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다. 병원에서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으면 처방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처음 코그테라를 만들었을 때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노인 중 이 훈련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20%에 불과했다. 혼자 살면서 인지 저하가 있는 상태의 노인이어도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알아야 기억력 개선도 이어지는 것. 목소리 속도, 색깔, 글씨 크기 등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나온 코그테라는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95%가 혼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준영 교수는 앞으로 기억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 말쯤이면 치매 항체 치료제가 나올 거예요. 치매 항체 치료를 하면 치매의 진행이 아주 느려질 겁니다. 경도인지장애인 상태로 보내는 기간이 엄청 길어지는 거죠. 이때 기억 훈련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코그스크린, 코그노시스, 코그테라는 개발을 마치고 임상 시험 단계에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기술력과 해외 상용화를 기대하며 초기 투자부터 시리즈A 투자까지 모두 참여했다. 코그테라는 임상 시험 승인 자체가 최초인 치매 디지털 치료제로, 국내에서는 2024년부터, 해외에서는 2026년부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모코그는 경도인지장애 전 단계인 주관적인지저하가 있는 사람들도 기억력을 개선할 수 있는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윤정혜 교수와 함께 개발했던 ‘메타 기억 훈련’ 프로그램이다. 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인지 중지 치료와 동일 기술임을 확인받았으며, 병원에서 치료 기술로 사용할 수 있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은퇴한 무용수들이 프로그램을 가르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준영 교수가 발레 줄거리에 단어와 문장 수를 정해 외우도록 하는 특허를 낸 기억 훈련법이다. 이 프로그램을 마치면 ‘백조의 호수’ 무용 작품 하나를 기억하게 된다. 이 교수는 기회가 된다면 치매 안심 지역을 만들고 싶은 바람도 있다. 인지와 기억에 관한 콘텐츠를 종합해 지역의 치매 발병률이 줄어드는 ‘치매 안심 구역’을 만드는 것. 이렇게 이준영 교수와 노유헌 대표는 이모코그를 통해 뇌를 고치는 의사와 과학자로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저희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가 꿈을 좇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꿈이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고령사회 속 중장년 인구가 늘어나며 이들 세대를 위한 전유 공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기 남부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이하 행복캠퍼스)는 인생 후반전 일·취미·사회공헌 등을 아우르는 생애전환 플랫폼으로 발돋움 중이다. 특히 ‘캠퍼스’라는 명칭처럼 강남대학교 내에 위치해, 대학생과 교류하며 풋풋했던 시절을 다시 만끽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행복캠퍼스는 1955~1974년생 경기도 주민을 대상으로, 이들 세대의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단순히 프로그램 제공에 그치지 않고, 동년배가 함께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지역공동체로 거듭나게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행복캠퍼스 내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발견한 이들이 함께 동아리를 만들고,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나가는 식이다. 그 예로 이곳 캘리그래피 수강생들은 뜻을 모아 용인세브란스병원 어린이 환우들을 위한 ‘캘리그래피 선물 행사’를 열었고, 치매예방지도사 자격증 취득자 동아리에서는 지역 주간보호센터, 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을 위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정근 경기 남부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센터장은 “불안한 노후를 함께 고민하고 헤쳐나갈 전우(戰友) 같은 동년배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압축성장 시대를 정신없이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에게 성공적인 나이 듦을 준비할 ‘인생 에너지 충전소’를 제공해 기쁘다”고 말했다.
일·취미·사회공헌 세 마리 토끼를 잡다
행복캠퍼스 참여가 망설여진다면 일단 현장부터 찾아가 보자. 캠퍼스로 향하는 동안 교정을 거닐며 얻는 활력과 낭만에 매료될 것이다. 도착하면 도심 속 북카페를 연상케 하는 전용공간이 눈에 띈다. 용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 자리는 커피 한잔하며 책 한 권 읽어봄 직하다. 캠퍼스 생활을 더 알아가고 싶다면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 행복캠퍼스는 학기제로 종합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1학기 3~6월, 2학기 9~11월). 개별상담과 집단상담으로 이뤄지는데, 동년배 상담사를 통해 캠퍼스 활동 등에 대해 들을 수 있다(필요시 전문 상담기관 연계).
행복캠퍼스를 다니면 인생 재설계 및 생애전환 교육(정규 교육) 참여가 가능하다. 일·취미·교양·예술·사회공헌 등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를 반영한 인생 재설계 교육이 이뤄진다. 이 또한 학기제로 운영되고, 1학기 5개 이상 교육과정이 열려 1인당 2개 강좌까지 수강 신청할 수 있다. 모든 수업은 무료이며, 과정별 재료비 및 자격증발급비, 교재비 등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부분 수업은 커리큘럼의 70% 이상 수료시 행복캠퍼스 센터장 명의 수료증을 발급하는데, 이후 사회공헌이나 일자리 참여, 동아리 등 사회적 활동으로의 연계도 꾀할 수 있다.
먼저 일자리에 관심 있는 중장년에게는 취·창업 프로그램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모티콘 작가, 스마트스토어 및 디지털 마케터 양성과정 등 교육을 통해 수익 창출 역량을 강화해볼 수 있다. 이케아, 한국야쿠르트, GS편의점 등 기업과 함께하는 취업설명회나 자기소개서쪾이력서 작성 특강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발굴 중이다. 만약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라면 창업설명회나 관련 프로그램을 비롯해 공유사무실(인큐베이팅)을 통해 사무공간 및 컴퓨터, 프린터 등 각종 집기 사용이 가능하다.
커뮤니티나 사회공헌 활동이 목적인 이들을 위해 그에 따른 서비스도 마련됐다. 현재 운영 중인 동아리는 총 7개(행복캘리, 책사랑, 청춘서당, 채티, 보드라미, 행캠SNS, 하모니 등)로 교육 이수 후 인원을 구성하면 한 학기에 5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캠퍼스에서는 동아리 회원들이 당사자 중심의 사회공헌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성교육을 통해 외부 기관과 연계하는 ‘중장년 스카우트’를 운영한다. 그밖에 원데이 힐링특강이나 동아리 체험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중장년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며 공간을 활용하게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캠퍼스에서 얻은 활력, 갱년기 우울도 떨쳐내 -최혜정(56) 씨
“여자라면 누구나 갱년기를 겪죠. 저도 한 3년은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보냈어요. 다시 활력을 찾고 싶었고, 나를 위한 투자를 해보기로 결심했어요. 주변에 이런저런 기관들을 가봤지만 맞춤한 교육을 찾긴 어려웠죠. 마침 온라인을 통해 행복캠퍼스를 발견했어요. 브이로그, 스마트스토어, 드론 등 제가 원했던 분야의 교육을 강남대학교에서 들을 수 있다니 너무나 기뻤죠. 처음 캠퍼스에 왔을 때 우리 세대를 많이 배려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시설 면에서도 그렇고, 강사나 관리자분들도 중장년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주셨죠. 저는 스스로 ‘도저너’(도전+er)라고 말하는데요. 이제 인생의 정오를 갓 넘긴 나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진정으로 내 삶을 사는 건 오십 이후라고 봐요. 많은 동년배가 저와 함께 이곳에서 멋지게 나를 위한 도전을 해나가며, 행복한 후반전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N잡러를 꿈꾸며 두 번째 스무 살을 보내다 -최병준(50) 씨
“아버지 병간호를 한 5년 했어요.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하시길 ‘지금처럼 살다 은퇴하면 어떻게 되겠냐. 아버지처럼 남겨줄 게 없는 사람 되지 마라. 예전에 너 하고 싶어 했던 글도 쓰고 노래도 만들어봐라’ 하셨는데, 순간 확 깨달았어요. 그 후로 글쓰기를 시작했고,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다니며 블로그도 운영했죠. 꾸준히 하다 보니 책도 냈고, 북클럽을 운영하거나 강의할 기회도 생겼어요. 그러다 행복캠퍼스도 알게 됐죠. 교육 시스템이 훌륭하고, 무엇보다 동아리 활동이 마음에 들더군요. 저는 아직 퇴직 전인데, 인생 2막 ‘N잡러’라는 꿈을 위해 이런저런 자격증을 따며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외형적인 것들 말고 내면을 채워줄 무언가도 필요하잖아요. 그걸 캠퍼스 활동을 통해 얻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느끼는 젊음, 활기, 즐거움으로 마치 ‘두 번째 스무 살’을 사는 것 같아요.”
캠퍼스의 활기 속, 젊은 세대와 교류도 활발
행복캠퍼스의 일부 수업은 강남대학교 강의실을 이용한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20대 학생들을 만나며, 캠퍼스의 활기를 경험할 수 있다. 아울러 대학생들 또한 행복캠퍼스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거나, 전공 관련 실습(사회복지학과, 실버산업학과, 평생교육학과 전공)을 통해 이곳 중장년과 교류한다. 지난봄 강남대학교 축제가 열리던 날, 행복캠퍼스에서도 세대통합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펼쳐졌다. 바로 ‘2356 세대통합 행캠 페스티벌’이다. 7개 동아리가 운영하는 체험 부스를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와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중장년과 대학생은 너나 할 거 없이 나이를 잊은 채 함께 어울리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렇듯 자연스러운 세대 어울림이 가능하다는 게 행복캠퍼스의 최대 장점일 테다. 김정근 센터장은 “세대통합 페스티벌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하고 실현해나갈 방침”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고령화 이슈는 단지 특정 세대만의 이슈가 아닌, 온 세대가 함께 이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때문에 다양한 세대가 만나는 물리적·심리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세대단절을 해소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행복캠퍼스 1학기는 막바지 단계다(6월까지). 방학 중에는 ‘동년배 특강’이 열린다. 9월부터 시작될 2학기 참여를 희망한다면 캠퍼스를 방문해 상담 신청을 권한다.
위치 경기도 용인시 강남로 40 강남대학교 심전2관 9~11층
경기 남부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가 문을 연 지도 3년이 지났다. 20년 넘게 행복한 노년의 삶을 연구해온 김정근 센터장, 그가 그려나가는 행복캠퍼스에 대해 물어봤다.
Q. 중장년의 어떤 특성에 주안점을 두고 캠퍼스를 운영하시나요?
A. 행복캠퍼스의 가장 큰 특징은 대학 내에서 20대 학생들과 어울리며 연령 친화적 생애전환 교육, 동아리 및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는 점인데요. 나이가 들어도 위축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끔 독려하고 있습니다. 또 참여자들이 지역공동체 활동을 통해 나이가 들어도 사회적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자존감과 존재감을 얻길 바랍니다. 아울러 중장년이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자원을 모으는 중추적 전문기관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Q. 이곳에서 중장년과 대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나요?
A. 어찌 보면 부모와 자녀 세대죠. 아직 한국에서는 두 세대가 공적인 장소에서 만나는 일이 드물고 낯선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어색함을 조금씩 해소해보려 합니다. 가령 중장년은 요즘 젊은이가 관심 있어 하는 스마트스토어나 SNS 활용 사진찍기 등을 배워나가고, 대학생들은 부모 세대가 갖는 나이 듦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고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공유해나갑니다. 특히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은 이러한 교류를 통해 중·노년층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이해하고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기획하는 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Q. 행복캠퍼스를 운영하며 더 강화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앞서 얘기한 세대교류를 더 강화할 수 있는 행사나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해나갈 계획입니다.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아 발돋움 단계지만, 지역 내 비영리기업, 영리기업, 스타트업 등과 협력해 퇴직을 앞둔 중장년이 지역사회 재취업 및 사회공헌, 취미 활동 등을 이뤄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그렇게 ‘노후 준비 리빙 랩(Living Lab)’ 역할을 수행하려 합니다.
Q. 캠퍼스를 찾는 중장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 이곳에 오면 노후에 대해 막연히 갖던 고민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해결해갈 수 있습니다. 개인 맞춤형 노후 준비는 물론, 공감대를 느낄 동년배를 만나는 즐거움도 얻게 되죠.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요. 행복캠퍼스에 발을 내딛기까지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나이 듦의 불안’을 ‘나이 듦의 기쁨’으로 변화시켜줄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일단 한번 와보세요. 저스트 두 잇(Just Do It)!
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7월부터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서, TDF(타깃데이트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TDF 열풍이 불고 있다는 시장 분석도 나온다. 연금 자금들이 원리금 보장형에서 수익률이 높은 실적 배당형으로 옮겨가는 ‘자금 이동’(머니 무브)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TDF가 무엇인지, 내 연금 자산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생애주기에 맞춘 투자 상품 TDF
TDF는 Target Date Fund의 줄임말이다. 생애주기 펀드라고도 한다. 보통은 은퇴 시기에 맞춰 자산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청년기에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비율을 높이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TDF의 가장 큰 장점은 초기 설정에 따라 생애 주기에 맞춰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리밸런싱 한다는 점이다.
이 상품에는 뒤에 항상 네 자리 숫자가 붙는다. 2020부터 2050까지 5년 단위의 숫자가 붙는다. TDF2045라면 2045년 은퇴를 가정해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2023년 시점에서 보자면 앞으로 22년 정도 은퇴가 남았기 때문에 주식과 같이 위험성은 있지만 수익률은 높을 수 있는 상품군에 투자 비중을 늘렸다가, 2045년이 가까워질수록 채권과 같은 안정성이 높은 상품으로 갈아탄다.
상품을 고를 때는 보통 나의 은퇴 시기에 맞춰 숫자를 고른다. 내가 1974년생이고, 55세에 은퇴할 계획이라면, 태어난 연도+은퇴 예정 나이(1974+55=2029)로 계산한다. 2029이니 TDF2030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내 은퇴 시기에 맞춰 투자해야 하는 건 아니다.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서 2045년 은퇴지만,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면 TDF2030 상품에 투자할 수도 있다. 2023년 기준으로 7년 정도가 남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방향으로 매년 포트폴리오가 바뀔 것이기 때문. 반면 2035년 은퇴인데 조금 더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2045 상품에 투자해도 된다. 2023년 기준으로 22년이 남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상품 위주로 구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승곡선 타는 TDF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의 ‘TDF 성장 및 운용성과 분석’에 따르면 TDF로 운용되는 연금 자산은 2023년 1분기 기준 10조 원을 돌파했다. TDF는 2016년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됐다. 2020년 말 기준으로는 약 5조 원 수준이었으나 약 2년 만에 두 배가 된 셈이다.
TDF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대표적 실적배당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여러 실적배당상품 중 TDF 적립금은 20%를 차지한다. 2018년~2021년 퇴직연금 내 TDF 적립금은 매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2023년 1분기에도 성장세를 보인다. 금투협에 따르면 TDF에 유입된 전체 순자산에서 연금 비중은 9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이 73.7%, 개인연금이 18.6%를 차지한다.
TDF 상품은 총 19개 운용사가 총 146개의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TDF2025와 TDF2030의 순자산이 각 22.2%, 20.4%를 차지했으며, 이어 TDF2045가 16.8% 수준이었다.
금투협은 보고서에서 “TDF 상품별 비중이 쌍봉형 분포를 보여, 은퇴 시점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른 선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양한 투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분석했다.
TDF는 해외주식형 펀드와 국내채권형 펀드 사이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증시 상승기에는 글로벌 주요 지수를 추종해 수익을 실현하고, 주가 하락기에는 손실을 일부 방어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투자는 어떻게?
TDF가 어떤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지를 봐야 한다. 액티브형 TDF는 시장지수 이상의 수익을 추구한다. 따라서 주식과 채권을 적극 편입하고 기대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반면 패시브형은 시장지수만큼의 수익을 추구한다. 따라서 ETF와 인덱스펀드를 주로 활용한다. 증시가 좋다면 패시브 TDF가 유리하지만,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액티브TDF가 유리할 수 있다.
또한 목표 시점 이후에 자산 배분이 어떻게 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목표 시점까지만 주식 비중을 줄이다가 목표 시점이 지나면 낮은 주식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있고, 주식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목표 시점까지 점차 줄이다가, 목표 시점 이후에도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방법이 있다.
따라서 TDF 상품을 고를 때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우선 원하는 바를 생각해둬야 한다. 나의 은퇴 시점이 얼마나 남았으며, 원하는 수익률은 얼마이고, 은퇴자금 수령 방식은 어떻게 할 건지 나만의 기준을 세워둬야 한다. 아래는 예시다.
STEP 1 현재 나의 나이는 40세이고, 은퇴 예상 나이는 60세이다.
STEP 2 TDF 투자를 통해 원하는 기대 수익률은 연 5%이다.
STEP 3 나는 은퇴 후 일시금으로 받을 것이다. 혹은 은퇴 후 30년 동안 월 30만 원을 받고 싶다.
위의 기준을 정했다면, 은퇴까지 공격적으로 연금을 운용하고 싶은지, 수익을 내되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지 나의 성향까지 고민해보면 좋다.
주의해야 할 점 세 가지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TDF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할 것으로 봤다. 너무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원금 이상의 이자를 내고자 하는 은퇴자금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7월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사전 지정 운용 제도)이 본격 도입되면서, TDF 상품을 선택해 유입되는 자금들도 있을 예정이다. 그만큼 상품도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TDF를 고를 때에는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첫째, 멀리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TDF는 연금형 상품이기 때문에 장기 투자 상품이다. 따라서 단기에는 최근처럼 경기 상황으로 주식 시장이 좋지 않거나,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내려갈 때 TDF의 수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에 수익률이 낮다고 해서 상품을 바꾸거나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처음에 상품을 고를 때 해당 상품이 나온 이후의 누적 수익률을 살펴보도록 하자. 또 같은 목표 시점으로 설정된 펀드끼리의 수익률 비교를 해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AATDF2030과 BBTDF2030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TDF가 2016년부터 도입되긴 했지만, 활성화 기간이 짧은 편이므로 최근 3년 이내의 수익률 평균을 보는 것이 좋다.
둘째, 운용사마다 다른 수수료를 잘 봐야 한다. 다른 펀드 상품과 비교하면 수수료가 낮은 편이기도 하고, 운용사끼리 경쟁하면서 수수료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장기 투자 펀드이기에 투자 기간이 길수록 수수료가 높아진다. 최종 만기 수령 시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운용 보수 수수료와 비슷하거나 거의 차이가 없다면 실질적으로 큰 이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수익률뿐 아니라 운용 보수 비용도 꼭 따져보자.
선취수수료, 후취수수료, 수수료 미징수 등의 상품이 있는데, 운용 기간에 따라서 어떤 때는 수수료 미징수 상품이 저렴해 보이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수수료 선취 상품이 장기로 봤을 때 비용이 낮은 때도 있다. 내가 가입하고자 하는 상품의 운용 기간과 보수를 꼭 꼼꼼하게 비교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내 생애 주기에서 어느 시점에 목돈이 필요할지도 예상해보자. 앞서 자신이 원하는 방법에 따라 꼭 은퇴 시점에 맞춘 상품을 고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2030년 은퇴를 앞두고 있고, 은퇴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해 은퇴 자금과 목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2023년 현재로써는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원해 2045년 TDF 상품에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2030년에 가서 TDF 상품을 중도 해지하게 될 경우,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TDF가 장기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중도 해지 시점의 수수료가 크면 실질적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TDF상품을 운용할 때도 일시금을 넣어 짧게 운용할 것인지, 매월 10만 원 씩 넣으면서 오래도록 운용할 것인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고를 필요가 있다.
투자상품이기에 초기 TDF 상품 선택 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이후에는 전문가들이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 리밸런싱을 해준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인 포인트다. 잠자고 있는 은퇴연금이 자동으로 굴러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TDF 상품을 잘 활용해보자.
직장인 구 씨의 부인 윤 씨는 공무원이다. 구 씨와 윤 씨 부부는 가입한 공적연금제도가 다르다 보니 각자 연금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다르다. 부부가 모두 퇴직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두 연금제도의 차이점과 효과적 활용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상담을 신청해왔다.
연금 개시 연령 기준
연금 개시 연령부터 사망 시까지 지급되는 연금을 국민연금에서는 ‘노령연금’이라 하고, 공무원연금에서는 ‘퇴직연금’이라 한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의 개시 연령은 가입자의 출생연도에 따라 다르지만, 공무원연금 퇴직연금 개시 연령은 퇴직연도에 따라 다르다. 1995년 이전 임용된 공무원은 퇴직연도가 2021년 이후인 경우 60세부터 연금이 개시되고, 1996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은 퇴직연도에 따라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금 개시 연령이 연장된다.
다만 2000년 12월 31일 기준 재직 기간이 20년 이상인 공무원이거나, 2000년 12월 31일 기준 재직 기간이 20년 미만인 공무원이라도 20년 미만 기간의 2배 이상을 근무하고 퇴직한 경우에는 연령에 상관없이 바로 개시된다.
연금 조기수령 조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모두 연금 개시 연령 5년 전부터 연금 조기수령을 신청할 수 있다. 각 연금의 조기수령 조건 중 가입 기간은 최소 10년으로 동일하지만, 소득 기준과 감액 비율은 다르다.
공무원연금은 연금 조기수령 시 소득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즉 공무원으로 10년 이상 재직한 사람은 현재 소득이 얼마이든 상관없이 공무원연금을 조기수령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조기수령은 연간 근로소득 금액(총급여에서 근로소득공제를 차감한 금액)과 사업소득 금액(사업수익에서 필요경비를 차감한 금액)을 합계한 금액의 월평균액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직전 3년간 평균 소득월액(이하 A값)’보다 적어야 한다. 이 금액은 해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발표하는데, 2023년의 경우 A값은 286만 1091원이다.
연금 조기수령 시에는 정상적인 연금 개시 연령에 받아야 할 연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감액하는데, 국민연금은 1년당 6%, 공무원연금은 1년당 5%를 감액한 금액을 평생 지급한다. 즉 조기수령 시 국민연금 최대 감액 비율은 30%(5년 × 6%)이며, 공무원연금 감액 비율은 25%(5년 × 5%)다.
소득이 있을 때 지급 정지되는 연금 비율
정상적인 연금 개시 연령에 도달했음에도 연금을 일부 혹은 전액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국민연금은 연금 개시 시점에 소득이 있을 때 연금액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는다. 국민연금 지급 정지의 소득 기준은 A값이다. A값을 초과하는 소득금액이 있으면 초과하는 금액의 일정 비율 만큼 국민연금을 지급 정지한다.
만약 구 씨가 올해 연금 개시 연령에 도달하고 수령해야 할 국민연금액이 월 200만 원이며, 월평균 386만 1091원의 근로소득금액이 있다면, A값을 초과한 금액 100만 원(386만 1091원-286만 1091원)의 5%인 5만 원을 지급 정지한 195만 원(200만 원-5만 원)을 수령한다. 국민연금에서 지급 정지하는 최고액은 정상적인 연금액의 50%다. 구 씨의 경우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지급 정지되는 금액은 100만 원이 한도다. 소득이 있는 경우 국민연금의 지급 정지 기간은 최대 5년이다. 즉 연금 개시 연령 이후 5년이 지나면 소득이 얼마이든 상관없이 정상적인 연금액 전액을 수령한다.
공무원연금 지급정지제도는 일부 정지와 전액 정지가 있다. 공무원연금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한 소득금액을 종사월수로 나눈 후 그 소득월액에서 전년도 공무원 평균 연금월액(2022년 250만 원)을 차감한 ‘초과소득월액’별로 30~70% 정지한다. 일부 정지에 해당할 경우 지급 정지 금액은 연금월액의 50% 이상을 초과할 수 없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연금 지급 전액정지제도가 있다. 수급자가 재임용되어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또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을 적용받게 되거나, 선거에 의한 선출직 공무원으로 취임한 경우에 연금 지급이 전액 정지된다. 또한 정부 전액 출자 혹은 출연 기관에 재취업해서 근로소득금액의 월평균 금액이 전년도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1.6배 이상인 경우 연금이 전액 정지된다.(1.6배 미만인 경우 일부 정지 대상) 2023년을 기준으로 전년도(2022년)공무원 전체 기준소득월액 평균액(539만 원)의 1.6배인 862만 4000원(근로소득공제 후)이상의 월평균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 전액 정지된다. 공무원연금 일부 정지 혹은 전액 정지 기간은 국민연금(최대 5년)과 달리 정해진 기간이 없다.
이혼했을 때 나누는 분할연금
국민연금 가입자의 가입 기간 중 5년 이상 혼인 기간을 유지한 배우자가 이혼한 경우에 국민연금 가입자가 연금 수급자(조기연금 포함)가 되고, 이혼한 배우자가 국민연금의 출생연도별 연금 개시 연령에 도달했을 때 분할연금 수급권이 발생한다. 분할연금은 노령연금액의 50%를 가입 기간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지급한다. 배우자였던 자가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여 감액된 연금액을 지급받더라도 감액 전의 노령연금액을 기준으로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의 50%를 분할연금액으로 지급한다. 유의할 점은 분할연금은 수급권이 발생한 후 5년이 지나면 제척 기간이 지나서 신청할 수 없다. 분할연금은 가입자의 연금 개시 연령, 이혼 시기, 수급자의 연금 개시 연령 간에 격차가 발생할 수 있어서 분할연금을 미리 신청해두는 분할연금 선청구제도가 있다. 분할연금 선청구는 이혼 효력 발생 후 3년 이내에 해야 한다.
공무원연금도 재직 기간 내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이혼 시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공무원연금 분할연금은 2016년 이후 이혼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사망 시 남은 가족들이 받는 유족연금
국민연금 가입자가 사망하면 유족은 가입자가 받던 노령연금의 일정 비율을 유족연금으로 받는데, 가입 기간에 따라 유족연금 비율이 다르다. 가입 기간 10년 미만은 40%,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50%, 20년 이상은 60%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유족에 대한 지급 방법이 다양하다. 공무원으로 10년 이상 재직 중이거나 퇴직 후 연금 수령 도중 사망했을 때 유족들은 오른쪽 표와 같이 연금 혹은 일시금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은 국민연금제도와 직역연금제도로 구분하는데, 각 제도 내에서는 유족연금 중복 수령을 제한한다. 참고로 직역연금은 공무원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군인연금법, 별정우체국법에 의해 지급되는 연금을 말한다. 국민연금 가입자 부부가 모두 생존할 때에는 각자의 노령연금을 전액 수령한다. 만약 부부 중 한 사람이 사망하면 중복 수령이 제한되어 유족연금 전액, 즉 20년 이상 가입자의 경우 노령연금의 60% 금액을 전액 수령할 수 없다. 대신 Max(① 본인연금 + 유족연금의 30%, ② 유족연금)의 기준에 따라 ①과 ② 중 큰 금액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부의 생존 시 연금이 각각 100만 원이었고, 사망한 가입자의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이었다면, 남은 배우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연금은 118만 원이다. Max 기준에 의해 ① 118만 원(=100만 원+100만 원 × 60% × 30%)과 ② 60만 원(=100만 원 × 60%)중 큰 금액을 선택한 것이다.
직역연금 역시 유족연금 중복 수령 제한이 적용되어 부부 모두 직역연금 가입자였다면 생존한 배우자는 사망한 배우자 유족연금의 50% 금액, 즉 퇴직연금의 30%를 받는다. 만약 구 씨와 윤 씨처럼 부부가 가입한 공적연금제도가 다르면 부부 중 한 사람이 사망 시 각자 본인의 노령연금 혹은 퇴직연금 전액을 수령하면서 유족연금도 전액(노령연금 혹은 퇴직연금의 60%)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두 번째 순서는 ‘이력서편’이다.
Episode_1 “OO 씨 몇 대손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이력서에는 지원 동기, 성장 과정, 장단점 등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항목이 있다. 이때 중장년들은 직무와 무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연대기식으로 늘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진행자 한 직장에 오래 다니거나 이직 경험이 없는 경우라면 지금의 온라인 이력서 형태가 생소할 수 있겠어요. 다들 어떤 점을 어려워하시나요?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이하 미경) 최근에는 이력서보다는 ‘입사 지원서’라 해서 자기소개서나 경력기술서 등을 포함해 서류를 마련해요. 아무래도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자기소개 부분을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이력서는 크게 연대기형과 기능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유사 업종에 취직한다면 연대기형 이력서도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새로운 업종이나 직업에 도전하려면 기능형 이력서가 필요한데, 이때도 연대기형으로 작성한다는 거죠.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성희) 연대기형 이력서를 작성할 때 주로 본인을 직책으로만 표현하는 경향이 있어요. 사원부터 시작해 과장, 차장, 부장이 됐다는 식으로요. 직책을 쓰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했는지 핵심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성철 성장 과정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지원 직무와 관련해 어떤 전문성을 키워왔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말 그대로 본인의 성장사를 적는 경우죠. 어느 가문의 몇 대손으로 태어나, 형제 관계가 어땠고, 초등학교 시절은 이렇고… 이력서에 이런 진부한 내용이 들어가면 채용 담당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어렵죠.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또 어려워하시는 것 중 하나가 ‘지원 동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어요.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한 동기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설득해야 하니까요. 그러려면 먼저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정보와 내가 지원하는 직군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기업 홈페이지나 관련 뉴스 등을 살펴보면 좋죠.
성희 생각보다 중장년들이 직업이나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요. 워크넷 홈페이지의 직업 사전 페이지에서 검색하면 관련 정보를 쉽게 보실 수 있어요. 그런 내용을 이력서에 녹여내는 과정도 중요해요.
영희 채용 공고 분석도 해보면 좋아요. 지원하는 기업에 내가 희망하는 직무 외에도 다른 채용 공고는 어떤 것들이 올라와 있는지, 또는 내가 원하는 직군에 대해 다른 회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뽑는지 등을 분석하는 거죠. 그러면 덤으로 그 회사의 인력 구조나 상황, 업계 트렌드도 얻을 수 있어요.
성철 채용 공고에 있는 자격 조건이나 우대 항목도 꼼꼼히 살펴야 해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나 합격 전략도 살펴보면 좋고요. 최근 이슈인 챗GPT에 ‘OO 기업 채용 핵심 전략 알려달라’, ‘자기소개서를 써달라’ 이런 내용을 입력해봤는데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단,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기란 뜻은 아니에요. 몇몇 단어나 문장을 참고하되 결국 자기 언어로 쓰셔야죠. 이력서의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형식이나 양식에 대한 도움은 될 것 같아요.
진행자 자사 이력서 양식을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때론 자유 형식을 요구하기도 하잖아요. 청년들은 채용 플랫폼 서식을 활용하던데요. 중장년들은 어떤가요?
성희 저는 컨설팅할 때 채용 플랫폼에 등록된 서식은 쓰지 마시라고 해요. 퇴직한 분들 중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허수로 이력서를 넣는 경우가 많거든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노력 없이 플랫폼에 등록된 서식 그대로 보내는 건 ‘실업급여용이구나’라고 판단해 선호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가급적 별도 양식으로 작성해 메일로 보내시길 권해드려요.
영희 그래서 마스터 이력서를 하나 준비해두면 좋습니다. 마스터 이력서에 핵심 역량과 이력을 잘 정리해뒀다가, 지원 기업에 알맞은 쪽으로 수정, 보완하는 거죠. 같은 이력서를 여러 회사에 돌리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경쟁력이 없어요. 그 회사와 직무만을 위한 포인트가 담겨 있어야하죠.
미경 맞아요. 같은 이력서를 회사 이름이나 직무만 바꿔 내는 분들이 있는데요. 기업명 같은 고유명사를 틀리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죠. 그런 이력서는 바로 아웃이에요.
Episode_2 “MBTI 교육도 들어놨어요.이만하면 스펙 괜찮겠죠?”
이력서 공백을 채우려 직무와 무관한 자격증이나 이수 교육 등을 과하게 써넣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겸손해(?) 주요 성과나 핵심 역량을 축소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진행자 청년들의 경우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하잖아요.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으려고요. 중장년들도 그런가요?
미경 아무래도 청년들보다는 경력이 있다 보니 더 쓸 게 많은 편이죠. 이때 어떤 역량을 넣을 것이냐가 중요해요. 모조리 다 넣는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전에 공공기관 이력서에 직무와 전혀 무관한 바텐더 자격증을 쓰신 분을 봤어요. 그런 식으로 불필요한 자격증이나 이력을 나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성희 맞아요. 일단 양적으로 승부하려는 분들도 있죠.
미경 특히 고학력 분들은 자신이 낸 논문 같은 것도 올리더군요. 직무와 동떨어진 내용인데도 말이죠. 바쁜 채용 담당자들이 굳이 그 긴 논문을 읽어볼까요? 아니라고 봐요.
성철 관점의 오류라고 생각해요.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써야 하는데, 내 입장에서 어필하려는 것들을 쓰니까요.
영희 이런저런 자격증을 정말 많이 따신 분들도 있는데요. 10개든 20개든 다 써내지 마시라고 해요. 지원 분야에 꼭 필요한 5개 정도로 추려서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게 좋죠.
미경 이력서 쓸 때 웬만하면 ‘MBTI 교육 이수’ 같은 것은 넣지 마시라 합니다. 요즘은 중장년을 위한 교육기관이 많고 프로그램도 다양하잖아요. 정말 안 받아본 교육 없이 다 들으러 다니는 분도 있더라고요.
영희 교육을 위한 교육을 받는 분도 상당하죠.
성철 교육 쇼핑이라고 하죠. 그리고 요즘 블로그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력서에 넣는 게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영희 대외 활동 이런 걸 쓰실 때도 가려 쓰시는 게 좋아요. 항상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작성하시면 좋겠어요.
진행자 혹시 이력을 과장해서 스펙 부풀리기를 한다거나 거짓 스펙을 적는 경우는 없나요?
미경 중장년은 과대포장은 잘 안 해요. 있는 그대로 쓰는데 그게 과했다면 모를까. 역으로 자신의 업무 성과 같은 걸 축소하시려 하더군요.
성희 아무래도 중장년들은 자신을 어필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시절과 문화를 살아오셨고요. 괜찮은 성과가 있어서 그걸 돋보이게 쓰시라 하면 ‘이건 내가 혼자 한 게 아닌데’라며 주저하세요. 보통 팀원들과 함께 이룬 성과에 대해 그러시죠. 그런 과한 겸손이 이력서 문장에서도 드러나곤 해요. 계속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는) 전제가 붙고, 확신 없는 문장이 되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거든요.
영희 맞아요. 업무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데도 그런 부분까지 축소하시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성철 한편으론 우려도 있는 것 같아요. 이 성과는 이전 직장의 백그라운드 속에서 동료들과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일인데,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을까? 이력서에 적으면 내가 할 줄 알 거라고 기대해서 뽑으면 어쩌지? 그런 부담을 느끼는 거죠.
영희 이직이 잦았던 경우 이런 부분을 축소하는 분들은 있어요. 해외에서는 덜한데 한국 기업은 이직을 많이 한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성철 역으로 한 회사만 오래 다닌 분들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영희 실상 중소기업에 취직하거나 규모가 작은 곳에 가면 두루두루 일당백을 하는 사람을 원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직무에 적합한 이직을 하면서 자기 역량을 키운 사람이면 오히려 환영하는 것 같아요. 이직을 많이 한 게 마이너스라 느낀다면, 그 안에서 긍정적으로 어필할 부분을 잘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이직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있는데, 단순히 팩트로만 나열하시면 호감도가 떨어질 수 있거든요.
Episode_3 “사진이 어려 보인다고요? 젊었을 때 찍은 건데요”
잘 작성한 이력서도 한 끗 차이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증명사진은 물론 이력서와 구직자의 매력을 함축하는 커버레터 작성, 첨부파일 형식 등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게 좋다.
진행자 같은 내용이라도 채용 직무에 맞는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밖에 구직자들이 간과하는 이력서 작성 시 주의 사항이 있을까요?
성철 맞춤법 확인은 기본이고요. 과도하게 전문용어나 영어, 한자를 사용하는 것도 지양해야 해요. 또 요즘은 디지털 문해력이나 컴퓨터 활용 능력도 이력서 단계에서 묻는 경우가 많거든요. 흔히 상·중·하로 선택하게 돼 있는데, 창피하니까 ‘중’ 정도로 해두시더라고요. 면접에서는 드러나지 않아 채용에 성공했지만, 결국 실무에서 들통이 나 이틀 만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봤어요.
미경 저는 항상 사진을 신경 쓰시라 말씀드려요. 간혹 증명사진인데도 남자분들은 화려한 나비넥타이를 했다든지, 여자분들은 민소매에 커다란 귀걸이를 했다든지 격식에 어울리지 않은 모습으로 찍은 분들이 있더라고요. 직무에 따라 좋게 보는 곳도 있겠지만, 웬만해서는 좋은 인상을 얻기 힘들죠. 정말 스펙이 좋은데도 사진 때문에 반감을 사는 이력서도 많아요.
성철 젊은 시절 사진을 내는 분도 있어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사진 속 인물을 기대했는데 막상 그게 아니라면 당황스럽죠.
성희 저도 그런 고객이 계셔서 여쭤봤어요. 왜 자꾸 옛날 사진을 고수하시냐고요. 그랬더니 자신의 늙은 모습이 싫고 불편하시대요. 재취업 활동에서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과정도 필요한데, 아직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경 요즘은 사진관에서 옷도 대여해주고, 3만 원 정도면 하나 찍거든요. 오래된 증명사진을 갖고 계시다면 이참에 업데이트하셨으면 해요.
성철 그런 점에서 오래된 사진을 그대로 내민다는 건 성의가 결여된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어요. 구직 활동을 할 때 최소한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인데, 그걸 안 했다는 거죠. 결과적으로 좋게 보이지 않아요.
성희 생각보다 비즈니스 매너를 잘 모르는 중장년이 많더군요. 보내는 사람 이름이나 이력서 파일명, 메일 제목 등을 무성의하게 처리하는 경향도 있고요.
성철 맞아요. 메일 보내실 때 정중한 첫인사와 끝인사를 잘 쓰셔야 한다고 당부하죠. 이력서 커버레터도 상당히 중요하고요.
미경 메일로 보내지 않고 취업 플랫폼에 올릴 때는 헤드라인이 관건이에요. ‘제2의 인생을 여기서 시작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런 표현은 진부하죠.
성희 제가 느끼는 진부한 단어는 ‘성실’이에요. 성실이라는 요소는 어떻게 보면 기본 덕목과 같거든요. 성실이라는 단어 대신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드는 게 더 도움이 돼요.
영희 이력서가 곧 ‘마케팅 레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막연히 ‘날 채용해주세요’라는 것보다는 제대로 준비하고, 그걸 담은 표현을 통해 나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드러내는 작업이죠.
성희 맞아요. 이력서를 이렇게 비유해보면 어떨까 해요. ‘나’라는 제품의 사용설명서를 작성하는 것. 제품 사용설명서가 잘 쓰여 있어야 구매력이 올라가듯, 나를 잘 설명하는 글이라야 채택될 확률이 높아지죠. 아주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나’를 잘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34.1%로 2019년(27.7%)보다 6.4%p 높아졌다. 사회적 고립도는 주변에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사회적 고립도가 높았다. 19~29세의 사회적 고립도는 26.7%지만 60세 이상은 41.6%로 높아졌다. 독거노인 비율도 늘었다. 2000년 16%였던 독거노인 비율은 2022년 20.8%에 달했다.
5060 취미플랫폼 ‘오뉴’(ONEW)를 운영하는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는 우리나라 노인 외로움이 왜 다른 나라보다 높을까 고민하다 2020년 8월 로쉬코리아를 설립했다. ‘시니어는 소중하니까’의 줄임말 ‘시소’로 시작해 최근에는 ‘오뉴’로 플랫폼을 리뉴얼하고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공간을 열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이 모두 없어지는 날을 꿈꾼다는 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로쉬코리아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로쉬코리아(LOSH KOREA)는 ‘외로움이 여기서 멈춘다’(Loneliness stops here)는 의미에요. 왜 우리나라 시니어가 겪는 외로움과 고립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까 고민했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세 명이 공동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국가에서 복지 차원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긴 한데요. 이 경우에는 경제적 혹은 사회적 약자여야 이용할 수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용하면서도 여전히 외로움을 느끼세요. 왜 그럴까 살펴보니 이분들이 원하는 활동이 아닌 거예요. 활동을 통해 성장하거나 영감을 받지 못하는 거죠. 아무래도 복지 차원의 프로그램들은 예산이 정해져 있고 최대한 많은 분에게 혜택을 드리려다 보니 퀄리티를 높이기가 어렵더라고요. 몇 번 가보고 맞지 않으니 집에서 TV를 보거나 경로당으로 가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때가 은퇴 전후인 것 같아요. 그때가 골든타임이라고 봐야 하는데요.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어디서 활동해야 할지, 정보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를 이때 발견하지 못하면 그렇게 사회와 멀어지면서 노후를 보내게 되더라고요. 민간에서도 이런 부분을 누가 바꿔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로쉬코리아를 시작했습니다.
Q 처음에는 어떤 서비스로 시작하셨나요?
처음에는 디지털 교육 서비스를 먼저 했어요. 그럼 스스로 정보를 찾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삶이 변화가 안 되더라고요. 들여다보니 정보를 찾긴 하는데, 내가 원하는 정보가 없는 거예요. 복지관은 70대 이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문화센터나 살롱은 40대 타깃이 많고요. 동호회는 문턱이 너무 높은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이 아주 즐겁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시소’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은 즐겁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긴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던 거예요. 그래서 콘텐츠를 보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는 지역 근처에 어떤 문화, 여가 프로그램이 있는지 요즘 MZ들에게 보내는 것처럼 똑같이 안내해드렸어요. 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서 교류하실 수 있도록 장을 만들기도 했어요. 저희와 오프라인에서 함께하지 않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하실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서비스가 점점 커지더라고요.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한 번 더 확인하고자 마지막으로 생활도움서비스를 해봤어요.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면 집에서 필요한 어려움을 무엇이든 해결해드립니다’라는 콘셉트였습니다. 병원 이동, 집안 수리 등 다양한 도움을 드렸는데요. 경제적·사회적 약자인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누구나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어 했고, 사회에 참여하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집에 방문하면서 저희 서비스를 알려드렸거든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면서 얼굴이 밝아지시고 삶이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서비스를 업으로서 더욱 명확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은퇴 후에 복지관, 문화센터를 갔다가 좌절을 경험하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걱정하셨던 분이 있었어요.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일상에 활력을 찾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인플루언서가 되어 저희를 통해 찾은 활력을 저희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희의 팬이 되신 거죠. 그럴 때면 벅찬 기분을 느껴요.
Q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오뉴’ 서비스까지 하게 되신 거군요. ‘오뉴’에 대해 알고 싶어요.
‘오뉴’는 5060을 뜻하는 숫자 5, 6을 이어서 발음한다는 의미도 있고, 영어로 ‘Oh, New!’라는 뜻도 있어요. 오늘도 이곳에서 새로운 여가 활동을 찾고 삶을 새롭게 액티브하게 보내시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으시면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는 개인에 맞춰 ‘큐레이션’을 하고 있어요. 관심 있는 분야에 연관된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뜨도록 해 활동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푸쉬 알림을 통해서 여가와 관련된 콘텐츠를 보내드리기도 하고요. 브런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서는 다수의 5060분들에게 여가, 문화를 제안하는 콘텐츠들을 보여드리고 있어요.
매월 1만 2000명 정도의 시니어 분들과 만나고 있고요. 저희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5000명 정도 됩니다.
Q 복지관, 문화센터, 살롱 등 다른 문화 서비스들과 차별화된 ‘오뉴’만의 특징은 어떤 걸까요?
고객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 제안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특히 첫 키워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을 제안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A 고객이 건강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취미를 찾는다고 생각해볼게요.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이라면 음식, 운동, 병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죠? 그중 운동을 검색해서 운동 중에서도 춤을 고르고 춤 중에서도 발레, 훌라댄스, 현대무용 등을 보다가 훌라 댄스를 선택해 취미로 즐겼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대부분 맞춤 서비스는 그다음 서비스로 춤에 관련된 것들을 제안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다시 첫 번째 건강 키워드로 돌아가요. 다음에는 건강한 음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안하거나 운동 중에서 춤이 아닌 다른 것을 보여주는 식이죠.
맞춤 프로그램을 제안할 때는 먼저 콘텐츠로 만들어서 이용하시는 분들의 반응을 살펴요. 관심이 많은 것은 기획해서 원데이 클래스로 먼저 해보고요. 거기서 반응이 좋은 것들은 정규 클래스로 편성합니다. 지금 이슈가 된다고 무작정 제안하기보다는 고객별 성향 등을 반영한 데이터들을 보고 제안하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업계에서 유명한 선생님들도 모실 수 있었고요. 클래스 퀄리티도 높아지게 됐습니다. 기획을 탄탄하게 하면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고객들의 피드백을 단계적으로 반영해서 조금 더 뾰족하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인데요.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이런 경험이 쌓이면 추천 데이터도 더 많이 쌓일 것이고 ‘오뉴’만의 색깔이 확고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Q 그동안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셨는데요. 지난해부터는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멋진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계시네요!
저희 서비스를 더 많은 분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문화, 여가 프로그램은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은평구에 있을 때 점점 은평구에 사시는 고객분들의 비율이 줄더라고요. 성동구, 왕십리 등 먼 곳에서 오시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여쭤보니 사는 지역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여러 지점을 다니며 문화생활 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다니고 싶다는 힌트를 주셨어요. 그래서 공간에 방문도 하고 주변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찾다 보니 삼청동으로 오게 됐어요.
‘오뉴하우스’는 삼청동에서 북촌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길목에 있는데요. 이곳이 5060의 성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뉴하우스 1층에서는 유명 카페 바리스타가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고요.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해요. 2층에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화장실이 2층에 있는데, 1층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화장실에 갈 때 자연스럽게 수업하는 모습도 보고 회원들이 그린 그림 전시도 볼 수 있어요.
또 오뉴하우스를 중심으로 맞은편에 비정기적으로 빌려서 사용하는 공간이 있고요. 옆 건물은 지금은 1층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재봉틀, 미술처럼 도구가 필요한 클래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미술품 전시를 열기도 해요. 나중에는 2, 3, 4층도 다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에요.
Q ‘오뉴하우스’ 공간을 만들 때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고객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안국에 유명한 ‘어니언’ 빵집을 간다면 아침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가신다는 거예요. ‘런던베이글’ 같은 곳은 갈 생각도 못 하고요. 그 공간이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것 같으니까 머무르지는 못하시는 거예요. ‘스타벅스’는 가도 ‘블루보틀’은 부담스러운 거죠.
시니어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블루보틀’ 보다 커피도 맛있고, 다른 곳보다 더 재미있는 콘텐츠도 있고, MZ들의 커뮤니티보다 훨씬 즐거운 곳이었으면 했어요. 그런데 오로지 시니어를 위한 공간인 거죠.
Q 1층 카페에는 여러 상품도 전시되어 있네요?
저희 수업 중에 조향 클래스가 있었는데요. OEM으로 만든 '오뉴' 제품이 있고요. 와인 클래스에서 다룬 와인을 전시하기도 하고요. 책도 두었습니다. 또 저희가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레코드와 재봉틀 클래스를 하거든요. 오뉴하우스를 찾는 분들이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하실 수 있도록 가져와서 두었어요. 저희 공간에 있는 상품들은 이렇게 스토리가 담겨 있고요.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Q 최근에는 기업들과 협업해서 사이드 프로젝트도 많이 하신다고요?
CJ에 건강식 브랜드 라인이 있는데요.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한 제품을 먹을 고객들이 포만감을 느낄지 궁금하셨던 거예요. 그래서 저희랑 프로그램을 열어서 협업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용자분들이 식단 챌린지를 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이 과정에서 피드백과 데이터를 모아 CJ에 넘기면 이런 내용을 반영해 제품을 만드시는 거죠.
예를 들어 제주도에 있는 호텔이 5060 고객을 타깃팅 하고 싶다고 하면, 저희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거예요. 그냥 이용료를 저렴하게 해드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숙박 플랫폼과 저희가 다를 게 없잖아요. 여행 가서 클래식 듣고, 트래킹 하고, 수업도 넣고, 호텔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해요. 앞서 말한 것처럼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서요.
‘어딩’이라는 트래블 커머스 플랫폼과 업무협약을 맺어서 5060을 위한 상품을 기획하기도 하고요. 최근 이렇게 기업과 고객을 연결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종종 생기고 있어요.
Q ‘오뉴’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합니다.
5060 시니어 분들의 여가생활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취미를 잘 큐레이션 해드리는 것’이에요. 개인의 상황, 성향, 경제적 여력에 맞는 여가 콘텐츠를 정말 잘 제안해드리고 싶어요. 무료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밖에 없는 줄 아시지만, 삼청동에만 하더라도 퀄리티 좋은 무료 전시가 정말 많거든요. 이런 큐레이션을 잘 해드리면 여가 생활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잖아요. 그러려면 저희의 업을 좀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가의 범위를 펼치는 거예요. 지금은 문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행도 있을 거고요.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소비가 결국 다 여가와 맞닿잖아요. 저는 미식도 여가 문화의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경험제를 연결할 수 있는 회사, 소상공인들과 함께 기획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안하고 싶어요.
아직은 저희 수업이 서울 지역에서만 열리는데요. 앞으로 지역도 넓힐 생각이고요.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수업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복합 문화 공간도 지역별로 하나씩 늘려갈 생각이에요. ‘오뉴하우스’에는 유명 카페 출신 바리스타, 프로그램 기획자,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15명의 팀원이 진심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여러분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공간입니다. 1층 카페에 그냥 놀러 오셔도 좋고요.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모두가 오뉴 프로그램에 대해 잘 설명해 줄 거예요.
자신의 업에서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모였으니까, 모든 시니어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사라질 때까지 정말 우직하게 나아갈 거예요. 저희가 하는 일을 공감하고 응원하신다면 많은 분이 아이디어를 주시고 필요한 걸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직장 위치, 자녀의 교육 등을 고려해 거주 지역을 결정한다. 그러나 은퇴하거나 자녀가 독립하면 거주 환경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로망만을 좇아 섣불리 판단하면 낯선 동네와 이웃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신 원래 살던 집을 가꿔 활용도를 높여보는 건 어떨까? 내 취향과 기준에 꼭 맞는, 실속 있는 개조로 개성 있는 삶을 누려보자.
40·50세대에게 ‘은퇴 후 어디서 살 계획입니까?’라고 물으면 종종 ‘공기 좋은 지역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거나, ‘실버타운에 들어갈 생각이다’, ‘따뜻한 나라로 이민 가서 푹 쉬고 싶다’ 등의 대답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자연에서 온전한 쉼을 누리고자 전원주택을 지었다가 근처에 병원이 없어 고생하거나, 실버타운을 알아봤지만 보증금이 너무 비싸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익숙한 지역 풍경과 커뮤니티를 뒤로한 채 ‘한적하고 공기가 좋지만 편의시설은 적절히 갖춰진, 너무 낯설지 않고 적당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을 찾기란 꽤 까다롭다. 그렇다면 노후에 살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 이사나 시설 입주 대신 고려해볼 방법은 주택 개조와 인테리어다. 집을 나의 신체적·정신적·심리적 상태에 맞게 고치는 것이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신체적 상태를 고려해 집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AIP는 가진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 있던 지역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가급적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시설로 옮기지 않고, 스스로 돌보며 독립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했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밝혔다. 내 집만을 계속 주장하는 것이 꼭 옳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개조 계획을 잘 세운다면 안전하게 오랫동안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속해 있던 지역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 안정을 느끼는 것은 덤이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민들이 오랫동안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일본 정부는 ‘최후까지 내 집에서 산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고령자 주택 리모델링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문턱을 없애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나 미끄럼 방지 공사, 미닫이문 설치는 기본이다. 지자체가 20만 엔(약 200만 원)까지 보조해준다. 영국의 주택 리모델링 서비스 ‘루비 슬리퍼 솔루션스’(Ruby Slipper Solutions)는 단순 시설 개조뿐 아니라 시공 완료 후 활용 상태를 점검해 보완해준다. 전문 요양보호사 치료 서비스도 원한다면 연계해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국민을 아우르는 주택 개조 서비스가 마련돼있지 않다. 관련 인테리어 시장 또한 발달돼 있지 않다. 하지만 노화 혹은 인지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순발력이 떨어져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나는 아직 건강한데, 집을 벌써 고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점이 오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하다. 작은 요소부터 손본다면 장애 유무나 연령에 관계없이 삶의 질이 높아진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40대일지라도 문턱을 없애면 걸려 넘어지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하면 아이의 생활을 도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개조가 고령자뿐 아니라 그 외의 가족에게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집을 정비할 마음을 먹었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버리기, 정리 정돈과 같은 ‘밑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바닥이나 책상, 의자에 마구 놓아둔 물건은 나를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일본 부동산·주택 플랫폼 SUUMO에 따르면, 물건이 많을수록 생활이 더 윤택해진다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쌓아두기보다 오히려 비웠을 때 물건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없어져 해방감을 얻게 된다.
추억이 쌓인 물건들을 영 버리기 힘들 땐 ‘15분에 27개 버리기’를 제안한다.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춰두고 쓰레기봉투를 든 채 집 안을 돌아다니며 제한 시간 동안 27개의 물건을 버리는 방식이다. 시간과 개수는 마음대로 바꿔도 좋다. 다만 천천히 보거나 오래 고민하지 않고, 물건을 매만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렇게 ‘8할의 물건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집중적으로 비우는 훈련을 반복하면 된다. 흩어진 물건을 잘 정리하고 수납하면 집안일의 효율을 높이고 안전한 이동 동선을 만들 수 있다. 시간은 1회 15분, 하루 5~8회 정도. 옷장, 거실 서랍과 같이 정리할 장소는 하루에 한 군데를 정해 실시한다. 단번에 하려고 하면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정리 정돈을 끝마쳤다면 인테리어를 바꿀 차례다.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인테리어의 모든 과정을 종합 업체에 맡기는 ‘턴키 공사’, 집주인이 직접 자재를 구매하고 시공 전문가를 선택하는 ‘직영 공사’, 직접 시공하는 ‘셀프 공사’로 나뉜다. 개인의 성향과 예상 비용에 따라 방식을 결정하면 된다. 인테리어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면 업체에 위임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믿을 만한 곳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인테리어 공사 범위와 목적,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더불어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하면 생활이 안전하고 편리해진다. 자녀의 독립,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거주한다면 위험에 노출됐을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 각종 전자제품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집 안 곳곳에 비상호출기를 설치하면 좋다.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생활 가전 제품이나 출입문 근처에 움직임 감지 센서를 설치해 두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활동 내용이나 위급 상황을 알릴 수 있다.
노후를 윤택하게 해줄 주거 디자인 6가지
신체의 노화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가족 구성원이 떠나거나 은퇴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있을 테다. 다양한 생활 방식을 종합해 50대 이후 세대가 참고할 만한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인테리어 상담 전 해당 내용을 참고해 업체와 소통해보자.
1 활기찬 느낌의 밝은색을 사용하자
젊은 시절과 달리 언제나 활동적일 수 없고 시력도 점점 저하된다. 명도가 높은 색을 사용해 시야를 환하게 만들면 주변의 미세한 물건을 발견하기 쉽고, 태양광이 실내로 가득 들어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기분도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새하얀 벽은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노란빛이나 붉은빛을 띠는 흰색을 선택하자. 처마나 벽에 명도 높은 옅은 분홍을 사용해도 좋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부드러운 색을 띠기 때문에 실내에 있는 사람의 안색도 완화된다.
2 촉감이 좋은 따뜻한 소재를 선택하자
석고나 나무 등의 자연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석고는 조습과 항균 효과, 휘발성 유기 화학물의 흡착과 분해 기능이 있다. 더불어 신발을 신거나 걸을 때 주위에 있는 사물에 손을 얹을 일이 많기 때문에 피부에 닿는 가구나 벽지 소재는 차가운 메탈보다 부드러운 나무가 적합하다. 대신 부상을 입지 않게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3 안전 대책도 디자인의 일부다
현관이나 복도, 화장실에 난간을 설치하거나, 앞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는 편이 좋다. 턱과 계단은 되도록 없애고 경사로로 바꾼다. 또한 기초 보수공사나 벽지를 교체할 시기가 됐을 때 난간의 아래와 위에 다른 색 벽지를 붙여보기를 추천한다. 명확하게 난간과 경사로, 방향을 인지할 수 있어 안전하고 인간친화적인 인테리어가 될 것이다.
4 가구의 디테일에도 신경 쓰자
젊은 시절과는 다른 가구 선택 기준이 필요하다. 손잡이는 끌어당기거나 잡을 때 손에 쉽게 들어오는 크기여야 한다. 무게감 있는 의자는 앉을 때마다 끌어내기 힘들고 부담된다. 회전의자 등 앉기 쉽고, 팔걸이가 소매에 걸리지 않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서랍에는 부드럽게 열리고 갑자기 닫히지 않게 조정하는 소프트 클로저를 붙여 약간의 힘만으로도 작동할 수 있게 하자.
5 ‘눈부심’을 피하자
식탁이나 책상 위처럼 직접 빛이 필요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간접 조명을 기본으로 한다. 가장 피해야 하는 건 눈부심이다. 저녁 식사부터 취침까지 하루 일과에서 본인이 조금씩 조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해두는 게 좋다.
6 중요한 것은 ‘그 사람’다운 집이다
평생 살 집은 무엇보다 본인에게 맞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취향과 필요가 분명하다면 꼼꼼히 계획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도예를 좋아한다면 거실의 넓이를 줄이고 작업장을 만든다든가, 음악 감상을 위해 거실을 오디오룸으로 바꾼다든가 말이다. 그동안 바빠서 할 수 없었던 일에 집중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마음에 드는 것들에 둘러싸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보자. 계획 단계에서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참고 주거 관련 플랫폼 ‘houzz’(하우즈)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첫 순서는 ‘상담편’이다.
Episode_1 “대기업 출신인 나더러 중소기업을 가라고요?”
재취업은 전 직장과의 연장선이 아니다. 회사 규모는 물론, 그에 따른 직급이나 직무, 역할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전 직장의 명성에 얽매이는 구직자가 적지 않다는데.
진행자 상담하러 오는 구직자들의 과거 직군별 유형이 있나요?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이하 미경) 그럼요. 대기업 생산직 퇴직예정자 대상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는데요. 일단 번아웃을 많이 호소하시고, 1년 정도는 쉬고 싶다고들 하세요. 그러고 난 뒤에 뭐 할 거냐 물으면, 절대 중소기업은 가지 않겠다고 해요. 대기업에 대한 자부심도 크시고, 그 타이틀을 버리기 쉽지 않으신 거죠. 사실 공백기가 생기고 취업 시장에 나오면 중소기업도 어렵거든요. 열심히 인식 개선을 해드리려 했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성희) 아무래도 대기업은 교육이나 연수 기회가 많은 편이죠. 오히려 그만큼 (회사)안에서만 머무는 시간이 많아 바깥 상황은 잘 모르시더라고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그래도 생산직에 계셨던 분들은 지게차운전기능사 같은 자격증이라도 따놓으시는 편이에요. 사무직은 학력도 높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차·부장급 출신이 많은데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 외에 개인이 주도적으로 경력 목표를 설정하거나 개발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이력서에 쓸 만한 내용은 있는데 실상 성장은 더딘 거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대기업이나 공무원 출신 분들의 특징은 일단 직장 백그라운드(배경)가 너무 좋았다는 거죠. 근데 회사의 명성을 자신의 전문성이라 오해하는 분이 많아요. 그 백그라운드 빼면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말이죠.
미경 엔지니어 직군은 전문성이 너무 뛰어나다 보니 컨설턴트 이야기를 잘 듣지 않더군요. 너희가 나보다 이 분야에 대해 더 잘 아냐 이거죠. 특수 분야에 계셨던 분들을 상담할 때는 사전 공부가 많이 필요해요.
성희 저는 작년에 대전에서 고경력 과학자분들을 만났는데요. 정말 희소한 인력이거든요. 결국 이분들의 기술이 사회로 나오기 위해서는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 해석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취업 시장에서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성철 안 그래도 제가 그동안 만나왔던 분들을 토대로 출신 직군별 구직자 특성을 적어봤어요. 맞는 말인지 들어보시고 아닌 건 말씀해주세요. ① 공무원이나 군인 출신, 부지런하고 학구적이지만 유연성 부족함 ② 대기업 출신, 기업 후광에 기대어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함 ③ 중소기업 출신, 다양한 경험을 보유했으나 추후 소기업 등으로 재취업되는 상황이 벌어지며 자신감이 하락함 ④ 금융기관 출신, 고임금자가 많아 눈높이가 높고 자신감도 높음 ⑤ 교사 출신, 컨설턴트를 가르치려 들고 자신을 과대 포장함 ⑥ 고기술 경력자, 자존심이 높고 전문성이 뛰어나지만 영역이 좁아 보편적인 재취업이 어려움, 그에 따라 자칫 우울해하기도 함. 자, 어떤가요?
미경 성희 영희 맞아요, 맞아요. 공감합니다!
Episode_2“실업급여 타고 좀 쉬다 보면 누가 연락하지 않겠어요?”
청년층 못지않게 퇴직자에게도 취업 공백이 생기는 것은 그리 좋지 않다. 퇴직 후 1~2년은 재취업을 위한 골든타임. 안일하게 스카우트 제의를 기다린다면 시간낭비일 뿐이다.
진행자 퇴직하고 리프레시할 겸 1~2년 쉬었다가 컨설턴트를 찾으면 늦은 걸까요?
미경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번아웃이 온 경우가 많거든요.
영희 마냥 쉰다고 리프레시가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대개 퇴직하고 실업급여 받는 몇 개월 동안은 쉬겠다는 분이 많은데요. 그러다가 정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요. 꼭 전투적인 구직 활동을 하라는 건 아니에요. 운동을 한다거나, 요리를 배워본다거나, 기존에 결핍됐거나 못 해본 영역을 채워가는 거죠. 그러다 보면 떨어졌던 심리적 자원도 채워지고, 구직 활동에 긍정적 에너지로 쓰일 수 있습니다.
성희 당장 자기개발을 시작하기보다는 춤이든 낚시든 뭐라도 몰입하는 시간을 보내시는 걸로 충분하다고 봐요. 아무것도 안 하시고 단절해서 집에만 계시는 게 제일 위험합니다.
성철 공무원들은 퇴직하고 1년 동안 공로연수를 받아요. 그거 끝나고 나면 또 실업급여를 몇 개월 받고요. 그렇게 1~2년 동안 특별히 뭘 안 해요. 60세에 퇴직해서 결국 62세쯤에나 구직 활동을 하는데, 그땐 너무 늦죠. 근데 막상 그분들에게 교육받으시라 하면 신경질 내요. 그래서 저는 일단 ‘노시라’ 하고 대신 그 사이 생애설계도 받아보고, 여생이 기니까 뭐 하면 좋을지 검색도 좀 해보시라 해요. 막상 1년 놀잖아요. 그럼 미쳐요. 알아서들 나오십니다.
진행자 당장 전투적인 구직 활동은 미루더라도 바깥 활동은 좀 하시라는 거죠?
영희 네, 정보가 엄청 중요하거든요. 어디라도 가야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정보도 얻고 기회도 생기니까요. 아무리 스펙이 좋은 분이라도 1~2년 공백 거치면 재취업 연결은 쉽지 않아요.
성철 바깥으로 나와보면 딱 알게 되죠. 나만 놀고 있었구나. 다들 뭘 하고 있네? 근데 한편으론 이런 사람들도 많아요. 어디선가 연락이 오겠지. 같은 회사 다녔던 선배나 후배가 같이 일하자고 하겠지.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허송세월 보내는 경우도 상당해요.
영희 근데 연락이 안 오죠. 지혜로운 분들은 퇴직 전에 경력 목표를 설정하고 자격증이나 훈련을 미리 준비해요. 제가 만난 분 중에 재직자인데 구직자 대상 교육을 듣고 싶다고 사정해서 넣어드린 적이 있거든요. 건설업 종사자였는데, 드론 수업을 듣고는 관련 자격증 4종을 모두 따셨죠. 요즘은 건설업계에서도 안전관리 측면에서 높은 빌딩이나 댐 등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구조물에 드론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전망을 이해하신 거예요. 그렇게 해서 퇴직하고 한 달 만에 취업에 성공하셨답니다. 물론 이런 사례는 많지 않지만요.
성희 결국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봐요. 상담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다음 단계로 행동을 옮기는데, 아무런 선택도 못 하시고 시간만 보내다 가는 경우도 많아요. 좀 전 사례자 역시 스스로 교육을 듣겠다, 자격증을 따겠다, 이런 의사결정이 빨랐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성철 맞습니다. 저는 이런 구직자도 봤어요.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시키는 건 잘하니까 나더러 뭘 할지 알려달라는 거예요. 근데 그건 고등학생 때나 가능한 얘기죠.
성희 유망 직종이나 괜찮은 자격증 하나만 찍어달라는 분도 계셨어요. 막상 그 하나를 말씀드려도 실행에 옮기진 않으시더군요.
성철 직장에 종속돼 눈치 보며 지낸 세월이 길어서일까. 주도적으로 하는 힘을 잃은 거 같기도 해요.
Episode_3“이력서요? 컨설턴트가 대신 써주는 거 아닌가요?”
마음이 급한지, 의지가 부족한지, 쉽게 취업 정보를 얻어가려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무리한 요구에 성의 없는 태도까지 보인다면? 컨설팅의 가치는 떨어지고 재취업은 멀어지고 만다.
진행자 컨설팅 과정에서 어떤 상황이 가장 난처한가요?
성희 오시자마자 다짜고짜 뭐 해줄 수 있냐고, 내가 당장 갈 곳을 알려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안 해주시고 말이죠.
영희 마음을 여는 게 우선이고 참 중요한데, 라포(상호 신뢰관계) 형성이 쉽지 않아요.
미경 게다가 속으로 컨설턴트를 테스트하는 경우도 많죠.
성철 맞아요. 나한테 뭘 해주는지 봐서 나도 내 것을 보여주겠다, 이런 거예요.
성희 네, 확실히 경계하시는 분들이 있긴 해요. 때론 기 싸움도 벌어지죠.
미경 기관마다 다니면서 컨설턴트를 간 보는 분도 많아요.
성희 결국 가장 난처한 건, 구직자가 개방하지 않는 상황이에요. 가령 5회 진행하면 거의 끝나갈 때쯤 마음을 터놓는 분도 계세요. 그래도 그렇게라도 오시는 분들은 그만큼 얻어가는 부분이 있으리라 봐요.
진행자 그럼 컨설턴트를 찾아가기로 했다면,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게 있을까요?
영희 저는 고객분들에게 사전에 이력서를 준비해 방문하시도록 공통적으로 요청 드려요. 그것이 그 고객분의 재취업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때도 있어요. 완벽한 이력서를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컴퓨터로 프린트하여 방문하시든 문구점에서 이력서 양식을 구입해서 손으로 작성해서 오시든 어떤 형태로라도 작성해서 방문하는 고객분과 아닌 분은 큰 차이가 있어요. 빈손으로 오는 분들은 ‘취업까지 오래 걸리겠구나’ 생각해요. 그만큼 간절함이 덜하다는 건데, 어떻게 질 높은 상담이 이뤄질 수 있겠어요. 워크넷 잡케어 서비스나 테스트를 미리 해보셔도 좋아요. 그러면서 스스로 상태 파악도 되고, 진단 결과를 상담 자료로 쓰면 더 효율적인 컨설팅이 가능하죠.
진행자 무성의한 분들이 오면 컨설턴트들도 의욕이 떨어지죠?
성희 숙제 같은 거 안 해오시면, 아 저분은 다음엔 안 오시겠구나 싶죠.
성철 태도와 자세의 문제니까요.
영희 사실 중장년은 잠재력이 높은데, 그 안에 오래 쌓인 안 좋은 습관이나 행동도 섞여 있잖아요. 그래도 태도가 좋으면 취업 가능성을 높여갈 수 있죠.
성철 안 좋은 태도 중 하나는 ‘나이 탓’ 하는 거예요. 나이 때문에 떨어졌을 거야, 이 나이에 무슨 자격증? 그런 나이 탓은 안 하셨으면 해요. 또 남의 눈치 보는 것도 삼가야 해요. ‘이 일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주변 시선을 의식하느라 컨설팅해주는 직업을 탐탁지 않아 하기도 해요.
미경 그런 눈치는 보지 않되 네트워킹을 많이 하면 좋아요. 자존심 내세우지 말고 무조건 나가서 많이 만나라. 안에서 취업 사이트만 들여다보면 결국 찾을 수 있는 건 경비, 청소, 보험영업, 다단계 이런 것뿐이에요. 그런 상황에 놓이면 더 자존감이 떨어지죠.
성희 근데 참 안 나가려고들 하시잖아요. 특히 남자분들은 상대와의 스몰토크에도 부담을 많이 느끼시고요.
성철 저도 그렇지만 한국 중년 남성 특성상 그게 쉽지 않아요. 자기 외로움이나 어려움에 대해 얘기를 잘 못 해요. 그러다 한번 터지면 난리 나죠. 우리 컨설턴트 중에서도 중년 남성분들이 펑펑 우시는 걸 본 경우가 많아요. 어쩌면 그만큼 자기 얘기를 할 곳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영희 취업을 하는 게 목표이긴 하지만, 상담을 통한 건강한 자아 회복도 중요하다고 봐요. 저는 상담하면 가능한 한 그 분의 강점을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컨설턴트가 그 사람 본연의 자존감을 살려주고 응원함으로써 내면에 에너지가 가득 차게끔 돕는 거죠. 그런 마음가짐이 재취업 과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