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실손보험 얼마씩 내고 있나요? 보험료가 비싸서 힘드네요. …”
지난해 올라온 인터넷 카페 게시물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은 3900만 명으로 국민 4명 중 3명꼴이다. 의료서비스는 일상 생활에 필수다. 하지만 실손보험료가 계속 올라 부담을 느끼는 가입자가 많았다. 또 일부 가입자들의 ‘의료 쇼핑’이 과도해 지속되기 힘들었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가입자 간 형평성을 고려해 보장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내일부터 가입할 수 있다. 일부 가입자가 의료서비스를 과잉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서비스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구조다. '받은 만큼 낸다'가 원칙이다. 의료서비스를 적게 이용하는 시니어라면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가끔씩이라도 병원을 이용하는 시니어라면 보험료 부담이 늘게 되므로 기존 상품을 유지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이번에 개편된 4세대 실손보험은 주계약과 특약이 각각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로 분리되고,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급여 진료 항목은 늘어난다. 그동안 보장 필요성이 제기된 습관성 유산, 불임, 인공수정 관련 합병증에 대한 보장이 확대된다. 선천성 뇌질환에 대한 보장도 확대된다. 반면 도수치료와 영양주사처럼 보험금 누수가 컸던 일부 비급여 항목은 과잉 의료이용 방지를 위해 보장을 제한한다.
구체적으로 직전 1년간 비급여 지급보험금에 따라 5등급으로 구분해 비급여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한다. 비급여 보험금으로 받은 돈이 100만 원 미만이면 다음해 보험료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지급액이 100만~150만 원이면 보험료가 2배 오른다. 150~300만 원이면 3배, 300만 원 이상이면 4배 오른다. 받은 보험금이 없으면 5% 할인받는다.
40세 남성 기준 월보험료 1만1982원을 적용하면 1년간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약 600원이 할인되는 셈이다. 다만 할인·할증은 새 상품 출시 후 3년이 지난 2024년부터 적용된다. 충분한 통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의료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암질환, 중증질환 같은 질병 치료 목적으로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면 보험료 차등 적용에서 제외된다. 또 직전 2년간 비급여 보험금을 받지 않으면 다음 1년 보험료 10%를 할인하는 ‘무사고 할인’도 유지된다. 이때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에 따른 5% 할인도 중복으로 적용된다.
4세대 실손보험에선 자기부담금 비율을 높이는 내용을 포함했다. 급여 진료에서 4세대 실손보험 자기부담금 비율은 20%, 비급여 진료 자기부담금 비율은 30%다. 같은 진료를 받더라도 고객이 부담하는 돈이 3세대보다 많아질 수 있다.
재가입 주기는 15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건강보험정책이나 의료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입자들의 과도한 의료 쇼핑을 유발하는 요인이 줄어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가입자가 계약전환을 원하면 보험회사 고객센터로 문의하거나 가입한 보험대리점 담당 설계사에 직접 연락해 신청할 수 있다.
신규가입자라면 보험회사를 방문하거나 콜센터에 전화하여 가입하면 된다. ‘보험다모아’와 보험설계사를 통해서도 가입할 수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상품마다 세부적인 보장 내용과 보험료 인상률이 다르다. 따라서 ‘손해보험협회공시실’에서 회사별 보험료 인상률을 확인하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 ‘보험다모아’에서 회사별 보험료를 비교할 수도 있다.
부모님의 병간호를 오랫동안 하면서 은퇴 후 의료비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은 임 씨 부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한 보험 상품들에 가입했다.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갱신 폭이 커서 보험료 부담을 걱정하던 임 씨 부부는 오는 7월부터 새로운 실손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다는 말을 듣고 실손의료보험의 활용법에 대한 상담을 요청해왔다.
실손의료보험의 가입 시기부터 확인하자
지금까지 출시된 실손의료보험은 제도의 개정 시기에 따라 크게 3세대로 나눈다. 2021년 7월 21일에 출시 예정인 실손의료보험은 4세대에 해당한다. 1세대 실손의료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판매한 실손의료보험을 말한다. 1999년부터 판매된 실손의료보험의 본격적 판매는 2003년 손해보험사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의 손해보험사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부담한 입원의료비를 100% 보장한다. 2008년부터 생명보험사도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세대 실손의료보험은 회사마다 보장 내역이 상이하고 보장 만기도 달랐다. 보험사들은 저마다 자사 상품의 장점을 강조하며 판매에 열을 올렸고, 실손의료보험의 혜택을 실감한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도 증대했다. 이에 실손의료보험제도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실손의료보험 표준화 정책을 발표했다. 각 보험사는 2009년 10월부터 통일된 실손의료보험 약관을 적용하면서 2세대 실손의료보험을 출시했다. 2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보험료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변경하고 입원의료비에 자기부담금을 10%로 설정했다. 2013년에는 보험료의 갱신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바꾸고, 보장 기간을 100세로 하며, ‘재가입 주기’를 15년으로 한 새로운 표준화 실손의료보험이 나왔다. 재가입 주기가 15년이란 의미는 보험 가입 후 15년이 지나면 당시의 의료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실손의료보험으로 자동 전환된다는 말이다. 가입 후 15년간은 현재의 상품 혜택을 보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고로 2021년 7월부터 판매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재가입 주기는 5년이다. 그만큼 실손의료보험의 상품 변경 주기가 짧아진다는 의미다. 신(新)실손의료보험 혹은 ‘착한 실손’이라고 불리는 3세대 실손의료보험 시대는 2017년 4월 새로운 표준약관 적용을 통해 시작되었다. 3세대 실손의료보험은 가입 후 2년 동안 보험금 청구 이력이 없으면 보험료의 10%를 할인해주고, 보험금 지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3개의 담보(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영상진단(MRI, MRA), 주사료)를 특약으로 분리해 특약 선택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할 수 있다. 가입 시기에 따른 실손의료보험의 주요 특징 변화를 요약하면 위의 표와 같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특징
실손의료보험제도 변천의 주요 원인은 지급보험금의 지속적 상승에 따른 위험손해율의 증가와 이에 따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다. 우리나라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수는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3800만 명이다. 금융위원회 자료(2020. 12. 10)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의 3.4%가 전체 지급보험금의 56.8%를 수령했으며, 65.7%의 가입자는 보험금을 지급받은 적이 없다. 지급보험금의 연 평균 상승률은 무려 17.7%다. 이런 추세면 1인당 실손의료보험료의 부담이 더욱 가중됨은 물론 실손의료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금융당국은 보험료 상승의 주요 원인인 비급여(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실손의료보험제도를 개정하기로 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과 기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위험손해율이란 납입한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이해하면 된다. 1세대 실손의료보험의 2019년 위험손해율이 144%라는 것은 1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전체가 납입한 보험료보다 지급된 보험금이 1.44배 많다는 것이다. 각 세대별 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해율은 해당 세대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보험료에 반영된다. 만약 기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중 건강한 사람들이 보험료 증가가 부담되어 3세대 혹은 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 전환한다면 기존 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해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위험손해율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급여 의료 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한다. 보험료의 할인·할증은 5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상품 출시 후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적정한 의료 서비스 제공 및 이용을 위해 자기부담금 수준을 급여 20%, 비급여 30%로 인상하고 통원 공제금도 종전에 비해 높였다.
실손의료보험 전환은 7월 이전에 결정해야
임 씨 부부는 2007년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당시에는 실손의료보험을 단독가입(실손의료보험 단독가입은 2013년부터 가능)할 수 없어서 상해 및 질병 관련 특약을 부가하여 가입했고, 적립금도 별도로 설정했다. 지금 부부가 납입하는 실손의료보험료는 각각 10만 원이 넘는다. 현재의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임 씨 부부는 실손의료보험을 전환할 수 있다. 다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신(新)실손(착한 실손)으로만 전환 가능하다. 오는 7월 새로운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되면 기존의 3세대 실손의료보험은 신규 가입이나 전환이 중지된다. 따라서 임 씨 부부처럼 2017년 4월 이전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가입자(1세대와 2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보험료 부담 등의 이유로 실손의료보험을 전환하려면, 3세대 실손의료보험과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비교한 후 새로운 실손의료보험 출시 전인 2021년 7월 이전에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의 전환은 현재 실손의료보험을 가입 중인 회사를 통해 할 수 있다. 회사별로 가입 가능 연령이 상이하므로 전환 조건과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 전환을 고려할 때는 보험료 부담뿐만 아니라 본인의 건강 상태와 의료 이용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의 변천사를 보면 보험료 인상 폭을 줄이는 대신 보장 혜택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차등제를 적용하고 있음에 유의하여, 본인의 건강관리 정도와 비급여 이용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가입 주기도 전환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향후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범위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재가입 주기가 없거나 재가입 주기가 긴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보험료가 부담스럽지 않고 향후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기존 실손의료보험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