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백세시대를 맞아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기능사를 시작으로 실무 경력을 쌓아 산업기사, 기사까지, 인생 2막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니어들이 다시 펜을 들고 ‘열공 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시니어들이 자격증 취득에 힘쓰는 이유는 은퇴 후 재취업·창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서며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자격증 취득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위한 중요 ‘스펙’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2022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50세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자는 2021년 11만 9413명으로 2017년 6만 3795명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시니어들의 자격증 공부를 방해하는 골칫거리가 있다. 바로 필기를 하면 할수록 뻐근해지는 손목이다. 장시간 필기도구를 움켜쥐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이미 30여 년 동안 일하며 약해진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한 탓이다.
이는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은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약 71%(12만 716명)가 5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에서 다발하는 경향을 보인 만큼 자격증 시험 준비 등 손목을 자주 쓸 일이 있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내부에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수근관(손목터널)이 좁아져 그곳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리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손가락 끝에서 손바닥까지의 저림과 무감각 등이 일반적인 증상이다. 찌릿한 통증과 함께 악력이 떨어져 병뚜껑 따기와 문고리 돌리기 등이 힘들어진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단추 채우기, 젓가락질과 같은 정교한 동작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전신의 뻐근함과 통증이 일상적인 시니어들에게 손목터널증후군은 단순한 근육통으로 오인되기 쉽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할 경우 치료 시기를 놓쳐 통증 강도가 심해지고 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증상 발생 초기에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에 나서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 치료를 위해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 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열결혈, 경거혈, 내관혈 등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아 경직된 손목 주변 조직을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한다. 또한 순수 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 치료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돕는다. 더불어 환자의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해 손목 관절과 근육, 인대를 강화하고 재발을 방지한다.
실제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침·약침 치료 효과는 연구 논문들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소개된 자생한방병원의 임상증례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를 받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통증 숫자척도평가(NRS)가 매우 심한 통증에 해당하는 9에서 치료 3주 후 가벼운 통증인 1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미국 하버드 의대가 진행한 공동연구에서도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들에게 8주간 침 치료를 실시한 결과 통증 및 증상 평가점수가 25.1%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업무나 가사노동, 공부 등을 하며 장시간 손목을 사용했다면 충분한 휴식을 통해 손목에 쌓인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틈틈이 손목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손목의 움직임이 가동 범위를 넘어가지 않도록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격증 취득도 좋지만 건강한 신체는 훨씬 중요한 노후의 스펙이다. 은퇴 후 인생 2막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스스로 건강관리에 힘쓰도록 하자.
최근에 ‘도시 버리기: 로컬 이주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번역한 책을 출판했다. 원본은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귀촌하면서 쓴 ‘도쿄 버리기: 코로나 이주의 실제’인데, 우리나라 사정에 맞춰 제목을 ‘도시 버리기’로 정했
모두가 도시와 아파트, 화려한 조명 속으로 돌진하는 현실에서 생뚱맞게 ‘도시 버리기’가 웬 말이냐 할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그래, 복잡한 도시에서 살 만큼 살았다. 이제 숨 좀 편히 쉬고 산 좋고 물 좋은 데서 속 편히 살아보자’라며 공감할 수도 있다.
꿋꿋하게 도시 생활을 고수하는 것이 익숙한 삶의 방식이라면, 도시 버리기를 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낯선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바로 그 선택을 보통은 귀농·귀촌이라고 부른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귀농·귀어촌이라고도 부른다. 그 연원을 따져보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오래전의 1세대 귀농·귀촌은 정년퇴임 후 퇴직금을 두둑이 챙겨서 그림 같은 집을 짓는 방식이 대세였다.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그렇게 살 수도 있구나’ 하고 여기곤 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지역에 갈 때마다 지역의 오래된 거주 형태와 다른 화려한 집들이 농촌 구석구석까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주민들은 꼭 덧붙여 말한다. 그들의 귀향은 귀농이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귀촌’이라고.
지금의 40~50대인 2세대 귀농·귀촌은 이른바 지역 활동처럼 목적성이 강한 활동을 지향하며 이루어졌다. 초고령화시대에 아직도 지역에서 막내 역할을 하는 이들은 활발히 지역 활동을 하며 새롭게 지역으로 들어오는 3세대 귀농·귀촌자들의 멘토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갈 후속 세대가 부족하다는 난제를 고민하고 있다.
3세대 귀농·귀촌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현상으로 주로 30대 중후반, 즉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능동적으로 퇴사한 후 얼마 안 되는 퇴직금으로 도시를 이탈한다. IMF나 글로벌 경제위기, 그리고 팬데믹 위기 후에 그 흐름이 더 거세지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3세대가 굳건하게 귀농·귀촌에 성공했는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그들의 행태가 반드시 귀농·귀촌이 아닐 수도 있다. 도시를 떠나는 것은 맞지만 모두가 시골로 가거나 농사짓기 위해 이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귀농·귀촌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도시 버리기’는 정리해고, 불안한 일자리, 비싼 주거비, 층간소음, 부족한 놀이터 등 육아 부담, 그리고 (일본의 경우) 지진과 방사능 위험 때문에 도시 이탈 현상이 점점 늘고 있으며, 여기에 팬데믹 위기까지 가해져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서 살고 싶어 한다고 분석한다. 수도권 거주 젊은이의 40%가 지방 이주에 관심 있다는 통계도 제시한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도시 인구 분산을 독려하는 지원금, 인구도 늘리고 주민세도 늘리려는 지자체의 지원금, 회사에서 지급하는 교통비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의 이탈을 촉진한다. 그렇다고 완전 동떨어진 전원 지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수도권과 어느 정도 연결된, 이를테면 기차로 2시간 이내에 있는 거리를 선호하고, 역세권보다는 집 크기를 따져 이주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살인적인 도시의 집값 때문에 더 나은 주거 조건을 따지는 것이다.
도시 이탈자들의 귀농·귀촌 생활은 어떨까. 우선 경제적으로 극적인 비용 절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도시 버리기’에서는 인프라 시설, 열악한 인터넷 속도뿐만 아니라 차량 유지비(지역의 교통 상황 때문에 차량 소유는 필수), 난방비, 가스비, 수도세, 전기요금까지 어느 것 하나 그다지 싼 편은 아니라고 말한다.
재미 삼아 요즘 유행하는 AI 서비스에 ‘귀농·귀촌 생활비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항목별로 산출한 금액이 1인당 족히 100만 원이 넘게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고려사항은 일거리다. 귀농·귀촌의 연령이 점점 젊어지는 만큼 경제생활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최근에는 농업만으로 소득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농반X(半農半X)¹), 즉 농사를 지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새로운 귀농·귀촌 생활의 장점도 많다. 여유롭게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고, 일거리가 없다 해도 막상 찾아보면 할 수 있는 일도 꽤 되며, 운이 좋으면 인심 좋은 이웃을 만나 사람 사는 따뜻한 정도 느낄 수 있다. 지역마다 속속 설치되고 있는 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지역살이를 체험하면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보를 찾아볼 곳이 부족하고, 마음에 드는 정보를 찾기도 어렵다. 공간도 찾기 어렵고, 주민과 소통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의 빈집뱅크 같은 정보 플랫폼도 없다 보니 알음알음 현지 주민들을 통해 집을 구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한 달 살기와 워케이션보다는 사계절을 겪어봐야 안심하고 이주할 수 있는 등 새로운 대안을 선택하려면 (도시에서의 단순 이주와 다른) 훨씬 강도 높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는 소통과 공존이다. 새롭게 이주하는 사람과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주민 간의 갈등이 만만치 않다. 서로 처음 경험하는 상황 속에서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
집도 필요하고 돈도 벌면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봐야 할 것은 이웃과 같이 사는 방식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정부의 귀농·귀촌 지원에서는 이런 부분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을까.
1) 일본의 생태운동가 시오미 나오키가 1990년대 중반부터 주창한 생활 방식. 농업으로 가족이 먹을 음식을 충당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생활 양식을 말한다.
최근 치매 노인을 주로 돌보는 사람의 10명 중 8명이 딸·며느리 등 여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노후 돌봄에 대한 기대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한양대 임상간호대학원 김다미씨가 최근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 '재가(在家) 치매 노인 가족 주 부양자의 돌봄 행위 영향 요인'에 따르면, 치매 노인을 주로 돌보는 사람은 딸이 43.4%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며느리(16.8%), 아들(15.2%), 기타(13.6%), 배우자(12%) 순이었다.
노인 고령화로 재가 치매 노인 수가 늘어남에 따라, 가족 주 부양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가족 주 부양자의 돌봄 행위는 치매 노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유지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씨는 지역사회 치매 간호 실무 적용 및 돌봄 행위 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조사를 시행했다.
설문 조사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9월 8일까지 서울·경기 등 지역의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치매 노인을 집에서 돌보는 가족 주 부양자 1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치매 노인을 주로 돌보는 가족은 여성이 82.4%(103명)로 남성(17.6%·22명)의 약 5배에 육박했다.
또 기혼자(76.0%)가 미혼(24.0%)보다 월등히 많았다. 연령은 50대 이상(36.8%)이 가장 많았고, 40대(33.6%), 30대 이하(29.6%) 순이었다. 평균 연령은 47.4세였다. 이들이 치매 노인을 돌보는 데 쓴 시간은 하루 평균 9.3시간이었다. 하루 3~4시간 요양보호사의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풀이해 볼 수 있다.
치매 노인 돌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가족 탄력성’이 꼽혔다. 가족 탄력성은 ‘가족 구성원 전체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실제 가족 탄력성이 높을수록 가족 구성원이 치매 노인을 더 잘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딸의 돌봄 노동 증가는 정부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 생활이 어려운 부모(또는 배우자)를 돌보는 가족 중 딸의 비율이 2011년 10.3%에서 2020년 18.8%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큰 며느리의 비율이 12.3%에서 10.7%로, 작은 며느리는 3.8%에서 1.8%로 줄었다. 즉, 며느리의 돌봄 노동 책임이 과거에 많이 줄었고, 그 책임이 딸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다미 씨는 “가족 주 부양자가 치매 노인을 더 잘 돌보게 하려면 가족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중재가 필요하다”며 “주 부양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지 말고 가족 구성원 전체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통계청의 2022년 잠정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출생성비는 104.7명으로 전년보다 0.4명 감소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아 100명이 태어날 때 남아는 104~105명 정도 태어났다는 의미다. 남아 선호 경향이 짙었던 1990년대에는 출생성비가 116.5명에 달하기도 했다.
중장년 구직자를 위한 일자리 정보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가 15일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주관한 이번 박람회는 서울시 중장년 집중 지원 사업 ‘서울런 4050’의 일환으로 펼쳐졌다.
행사장에는 CJ프레시웨이, 카카오T블루, 서울시 중구시설관리공단 등 40~60 중장년 채용 계획이 있는 6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각 부스에서는 기업에 대한 설명 및 채용 상담, 면접 등이 함께 이뤄졌다. 참여자들은 행사장 입구 오른편에 설치된 게시대를 통해 채용 공고를 확인 후 해당 기업 부스를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컴퓨터 작업 및 서류 인쇄가 가능한 문서지원실을 비롯해 증명사진 촬영·인화 서비스 부스가 마련됐다. 덕분에 별다른 준비 없이 찾은 경우라도 관심 기업에 지원이 어렵지 않았다. 특히 이력서 사진촬영과 더불어 퍼스널 컬러 진단, VR 모의면접을 진행한 부대행사관 앞에는 중장년들이 줄을 지어 대기하는 등 해당 부스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관심 기업이 없더라도 취업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 등을 받아볼 수 있도록 ‘내일 설계관’이 운영됐다. ‘50+생애설계 진단지’를 활용한 생애설계 및 이력서 컨설팅 등 1:1 밀착 상담이 이뤄졌다. 아울러 쉽고 빠른 일자리 매칭을 돕는 ‘헤드헌팅존’, 채용 설명회 및 성공 취업 특강을 진행한 ‘설명회관’ 등 다양한 부스 운영으로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한 50대 구직자는 “관심 있는 기업이 있어 박람회에 참여했다가, 다른 기업도 상담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양한 기업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 오늘 시간이 된다면 생애설계 컨설팅도 받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퍼스널 컬러 진단에 관심을 보인 한 여성 구직자는 “취업 시장에서는 개인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본다. 외적인 부분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면접에 중요한 이미지 컨설팅을 해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눈에 띈 것은 40대 참여자가 늘었다는 점. ‘서울런 4050’의 일환으로 기획된 행사인 만큼, 제2직업을 고민하는 예비 퇴직자도 상당수 참여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이성수 사업운영본부장은 “중장년 구직자의 안정적인 일자리 정착을 위해서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발굴하고 효과적으로 인재를 매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박람회가 중장년에게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중장년 채용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세 번째 순서는 ‘면접 편’이다.
Episode_1“인성검사는 왜 보나요? 제 스펙이면 충분할 텐데요”
중장년 채용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성검사를 보는 곳이 많아졌다는 것. 기업에서는 높은 스펙(업무 능력 및 경력)보다 좋은 인성을 지닌 구직자를 더 선호한단다.
진행자 청년들의 면접 과정을 보면 형태가 다양한데요. 중장년들은 어떤가요?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이하 미경) 청년들은 필기를 보기도 하고, 대개 1·2차로 나눠 면접을 진행하는데 중장년은 그렇지 않아요. 보통 1차 면접으로 끝나죠.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성희) 맞아요. 청년층보다는 채용 전형이 짧아요. 실무자나 채용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면접을 보는 형태가 많고, 인사담당자까지 오는 경우는 드물죠. 관리자급을 채용할 때는 종종 식사나 차를 하면서 유연한 분위기로 진행하기도 해요. 공공기관이라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고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2차 면접까지 이뤄지는 건 대체로 채용 박람회 등에서 1차 면접을 본 경우인데요. 워낙 수많은 지원자의 면접이 이뤄지다 보니, 그 자리에서 채용을 확정 짓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그러면 2차 면접을 통해 한 번 더 살펴보는 거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최근 중장년 채용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서류 심사 후 인성검사를 본다는 거예요. 면접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인성 문제로 입사 후 조직 내 갈등을 빚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미경 검사 결과를 보면 조직 생활 부적응이 우려되는 점수가 나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 면접관들은 문제가 예상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질문하죠.
진행자 그런 인성 문제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어떤 질문을 많이 받나요?
성철 일단 자기소개는 기본이고요. 중장년 면접에서는 크게 세 가지를 핵심적으로 묻는 것 같아요. 첫째, 전문성을 갖췄는가. 즉 직무 역량이죠. 둘째, 기업에 적합한 사람인가. 이걸 전문가들은 ‘컬처 핏’(기업 조직문화와 구직자의 적합성)이라고 해요. 셋째, 조직원들과 융합해 일할 수 있는가. 협업 능력입니다. 그런 걸 확인하는 질문이 주로 이뤄지죠.
미경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준비했는지도 많이 묻죠. 가령 ‘우리 회사에 대해 아는 대로 이야기하라’, ‘지난해 우리 조직이 잘한 일 세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식으로요.
영희 그래서 사전 학습이 필요한 거예요. 이력서 과정부터 필요하지만, 면접 당일에도 현장에 좀 일찍 도착해서 회사를 둘러보면 좋죠. 표면적으로 알던 회사 정보와 실제 현장에서 느낀 부분을 정리해뒀다가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 이야기하면 ‘준비된 인재’라는 인식을 주고, 구직자의 매력도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봐요.
미경 그렇죠. 한번은 대형 공연장에서 주차 관리자를 뽑는데, 20~30대가 많이 왔는데도 50대를 채용하셨어요. 알고 보니 그분께서 면접 두 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 주차장을 둘러보고 동선을 파악해보신 거예요. 그런 준비성은 높이 살 수밖에 없죠.
성희 결국 나이나 스펙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종종 외부 면접관 형태로 채용 전형에 참여하는데요. 제 시각에서는 탁월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1~2등이다 싶은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채용되는 사람은 3~4등 정도로 여긴 분이더군요. 들어보니 너무 뛰어난 인재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동료들과 갈등이 잘 생긴다더라고요. 그래서 화려한 능력을 갖춘 분보다는 무던하게 오래 일할 분을 원한다는 거죠.
성철 한마디로 ‘오버 스펙’은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회사 역량 대비 너무 출중한 분이 오면 이직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고요. 아무래도 회사에 적합한 적정 수준의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 면접장에서 다른 지원자의 스펙이 돋보인다고 위축될 필요 없어요. 진솔하게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주면 되는 겁니다.
영희 이런 사례도 있었어요. 제가 구인 발굴로 두 분을 면접에 보냈는데요. 한 분은 관리자급 정도로 실력이 좋았고, 또 다른 한 분은 그럭저럭 업무를 해낼 정도였어요. 그런데 채용은 후자가 됐죠.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팀 내 훌륭한 30대 관리자가 있는데 앞의 분은 채용되면 관리자처럼 굴며 기존 직원과 마찰을 빚을까 우려됐다는 거예요. 그보다는 적당한 기술을 겸비하면서 조직원들과 잘 융화할 분을 선호한 거죠.
성철 그럴 수 있어요. 또 스펙이 좋은 분 중에 면접에서 떨어지고 항의하는 경우도 봤어요. ‘내 평생 어디 가서 떨어져본 적이 없는데, 나를 채용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면서요. 사실상 오버 스펙을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방법은 결국 겸손이었을 텐데 말이죠.
Episode_2“이 분야를 잘 모르시나 본데… 여기 임원 중에 OOO 씨 있죠?”
면접에서 지나치게 자신의 경험이나 경력을 과시하거나, 인맥 등을 앞세우면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긴다. 신입사원의 자세로 말과 행동뿐 아니라 매무새도 단정해야 한다.
진행자 그밖에 면접에서 감점 요소가 있다면요?
미경 태도가 정말 중요합니다. 중장년은 아무래도 면접자의 입장이 돼본 지 오래고, 면접관으로의 경험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마치 자신이 면접관인 듯 거만한 자세로 앉아 계신다거나, 그런 투로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리면 본인이 예전에 어디 지점장을 했다거나, 어디 임원을 안다며 과시하시는 경우도 있죠.
성희 저희 기관에 오시는 분 중에도 ‘내가 기관장을 안다’며 인맥을 언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나름 아이스 브레이킹(낯선 사람과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것)을 하시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면접에서는 감점 요소이기 때문에 자제하시라 말씀드리죠. 또 경력이 있다 보니 ‘이런 것도 모르고 질문하네?’라고 생각하고 가르치려 들 때가 있어요. 사실 면접관이 그걸 몰라서 질문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성철 어떤 분들은 논쟁을 벌이기도 하시더라고요. 외적으로는 복장도 중요해요. 가령 면접장에 아웃도어나 패딩 점퍼 같은 걸 입고 들어왔다, 그러면 첫인상부터 마이너스예요.
성희 저는 염색을 권해드리기도 해요. 그런데 이를 거부하는 분들도 있어요. 어차피 서류에 내 나이가 다 있는데 뭐하러 가리느냐는 거죠. 사실 그런 나이를 기업에서는 부담스러워하는 건데, 외모라도 좀 완화하면 좋거든요.
영희 맞아요.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스타일을 참고해도 좋아요. 그 조직원들 사이에 있어도 이질감이 덜한 분위기로 연출해보는 거예요. 대체로 젊은 직원들과 일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염색도 하시면 덜 도드라지겠죠. 나이는 속일 수 없지만, 이미지는 좀 더 젊고 화사하게 바꿔볼 수 있어요.
성철 희망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유연한 문화라면 딱딱한 분위기의 정장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죠. 무조건 양복과 넥타이를 고수하기보다는 이런 점도 고려했으면 해요.
미경 가끔 여성 지원자분들을 보면 화려한 액세서리를 한다거나, 지나치게 튀는 원색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좋게 보는 경우가 드물더라고요.
진행자 복장 이외에 또 어떤 것들을 컨설팅해주시나요?
영희 저는 주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을 해요. 모의 면접을 해보면 유독 부정적인 뉘앙스로 답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실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도요. 결국 마음이 바뀌어야 내뱉는 말도 바뀌거든요. 그렇게 긍정적인 자기 인식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면 훨씬 자신감 넘치게 면접을 치를 수 있고, 채용 결과도 좋게 나오는 것 같아요. 더불어 신입사원의 마인드로 임하시도록 조언해드리곤 하죠.
성철 맞습니다. 품성이나 마음가짐이 개선되지 않은 채 단순히 면접 스킬만 높인 상태라면, 결국 채용되더라도 직장 생활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더라고요.
성희 사실 단편적으로 알려드릴 수 있는 듣기 좋은 답변들은 있죠. 그런데 자신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느끼면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에 내뱉지 못하시더라고요.
미경 그래서 저는 조금 불편한 내용이라도 가급적 솔직하게 말씀하시라 그래요. 겉으로는 긍정적인 이야기라도 뭔가 꾸며내는 것처럼 느껴지면 결국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거든요.
성철 거짓말은 아니지만,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연세가 많은 분은 청력이 약해 잘못 듣기도 하고요. 그럴 땐 ‘지금 질문하신 내용이 이런 게 맞습니까?’라고 자신이 잘 이해했는지 확인한 후 대답하시면 좋아요.
성희 한 예로 면접에서 대인관계를 물으면 오해를 하시고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한다’, ‘주변에 친구가 많다’라고 외향적인 성격을 어필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여기서 대인관계는 그런 의미가 아니거든요. 동료들과 얼마나 융화하고 협업할 수 있느냐를 묻는 거죠.
진행자 질문을 이해했지만, 예기치 못한 내용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성희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든, 본인의 역량을 보여줄 경험을 녹여 설명해주시면 좋아요. 젊은 세대와 협업했던 경험이라든지, 스토리를 곁들이면 훨씬 풍성해지죠.
영희 간혹 압박면접 상황에 당황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 역시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한다면 한결 수월해져요. ‘아, 지금 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저 면접관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는 거구나’라는 식으로요.
미경 그래서 면접이 잡히면 주변에 부탁해 이런저런 예상 질문을 연습해보는 게 좋아요. 상대를 면접관이라 생각하고 답변해보는 거죠. 이런 과정이 현장에서는 큰 도움이 돼요.
Episode_3“생각보다 연봉이 적네요.” (그냥 다니지 말아야겠다.)
면접을 마치고 채용하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지면 현장에서 연봉 등 계약 조건을 안내받을 때가 있다. 이때 생각보다 낮은 급여 등으로 인해 스스로 입사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진행자 중장년들이 가장 답변하기 곤란해하는 질문은 뭔가요?
영희 비자발적으로 이전 직장을 그만둔 분들은 퇴직 사유를 설명하기 난처해해요. 조직 내 갈등을 일으켰거나 저성과자인 경우가 그렇죠. 또 퇴직 후 경력 공백이 길면 설명을 잘한다 해도 답변이 좀 궁색하거나 안일해 보일 수 있어요. 연봉 문제에 대해 논할 때도 어려워하고요.
성철 중장년 면접에서 단골 질문 중 하나가 ‘이전보다 직급이나 급여가 낮아지는데 괜찮겠냐’ 이거예요.
성희 맞아요. 꼭 물어보죠. 최저임금 수준의 단순직이면 대체로 협상 단계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죠.
영희 채용 공고에서 연봉을 알리지 않거나, 공개된 연봉보다 적은 연봉을 제시하는 곳도 더러 있어요. 그러면 실망감 때문에 합격하고도 ‘이 회사를 다녀야 하나’ 고민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성희 연봉이 적으면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에 허탈해하시더군요. 그런데 어쩌면 그 기업에서 요구하는 일이 많지 않거나, 난이도가 낮기 때문일 수도 있거든요. 가령 내가 이전 직장에서 연봉 5000만 원을 받고 일했던 사람이더라도, 이 기업에서 원하는 업무가 3000만 원 정도 수준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업무량을 확인해보고, 그밖의 복지 수준 등을 함께 고려했을 때 적절한지도 따져야 해요.
성철 때론 업무량이 적어 괜찮다 싶었는데, 입사 후에 점점 일이 늘어나 난감해지기도 하죠. 대개 역량 발휘를 잘했기 때문에 업무가 많아졌을 텐데, 그러면 그만큼 급여를 올려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성희 그래서 조금 마음에 안 들더라도 면접 후 당장 연봉을 협상하기보다는, 3개월이나 6개월 후 업무에 따라 조정하는 시간을 갖자고 얘기해두면 좋아요.
성철 동의합니다. 3개월 정도 일해보면 조직이나 업무에 대해 파악할 수 있잖아요. 더 일할 만한 비전이 있는 곳인지, 급여 수준이 적정한지 파악해보고 조율해야죠. 협상이 안 된다면 퇴사를 고려해야겠지만요.
진행자 입사를 재고하는 경우가 또 있나요?
미경 거의 드물지만, 한 번에 두 곳에 합격하는 상황이죠. 이런 경우 얼른 의사결정을 해서 양사에 알려야 해요.
성철 전화로라도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문제는 너무 늦게 말하거나 아예 안 하는 분들이 있다는 거예요.
성희 가끔 미안한 마음에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거절은 빠르고 짧게 하시라 조언해드려요. 그리고 입사하는 기업이든, 안 하는 기업이든 ‘감사 인사’를 남기면 좋아요.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해당 기업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와드릴 의향이 있다’는 식으로 여지를 두는 거죠. 이런 소소한 매너가 나중에 기회로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미경 불합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면접관분들이 명함을 주시잖아요. 그러면 ‘오늘 면접 감사하고, 결과는 아쉽지만 추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문자나 메일을 남기는 거죠.
영희 결국 면접이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 여겼으면 해요. 나는 이 기업과 업무에 내가 적합한 사람이라는 걸 설득하는 거고, 면접관은 내가 그런 인재인지 검증하려는 거잖아요. 그 합이 맞고 서로 윈윈이 됐을 때 채용 가능성이 높은 거죠. 그러니 일방적으로 질문하고 수동적으로 답하는 관계로만 보지 말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한다 생각하면 좋겠어요.
‘N잡러’의 시대다. 100세 시대에 은퇴 이후 인생 2막을 열어야 하는 중장년에게 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는 건 어쩌면 숙명과도 같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대가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중장년 인플루언서도 등장했다. 하지만 많은 중장년에게 어떤 SNS 채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숙제 같은 일이다.
책 ‘오십에 시작하는 블로그’ 저자 도은채는 그런 중장년에게 “오십은 블로그를 시작할 나이”라고 말한다. 그는 블로그가 중년에게 최적인 SNS 채널이라고 강조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발전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
물론 도 작가도 56세에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도중에 블로그 운영을 멈추기도 하는 등 순탄한 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블로그를 통해 얻은 수입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 월 30만 원으로 시작한 블로그 수익은 이제 월 300만 원에 달한다.
도은채 작가는 더 많은 중장년이 블로그를 시작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블로그로 시작하는 꿈 실현 연구소’를 운영하며 중장년 맞춤 블로그 강의를 하고 있다. 더 많은 중장년과 블로그 운영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싶어 ‘오십에 시작하는 블로그’ 책도 출간했다. SNS 채널을 운영하고 싶지만 막상 용기를 내기 어려운 중장년에게 도 작가의 경험을 전하고 싶어 서면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어질 도 작가와의 Q&A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위한 한 발을 내딛는 중장년이 더 많아지기를 응원한다.
Q 많은 중장년이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일 텐데요. 작가님께서는 어떤 시도 끝에 블로그를 운영하시게 되었나요?
A 50세가 되면서 돈과 건강 둘 다 잃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업이 아닌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51세에 가족상담학과에 편입했고,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자격을 취득했습니다. 고용센터에 다니며 직업상담사 자격증도 땄고요. 이후 이곳저곳에 취업 문을 두드렸지만, 53세라는 나이, 더구나 경력이 없이는 취업이 되지 않았습니다. 교육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지만 생활비를 더 벌어야 했기에 퇴근 후 방문 과외를 했습니다. 밤에는 대리운전 콜센터 상담원이라는 다소 생소한 일도 해봤고요. 어르신들 치매에 좋은 인지프로그램 강사 양성과정을 진행하는 일도 해보았지만,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일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았죠. 공장에서 밤새워 일하는 야간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식당 주방에서 야간 일을 하기도 했지만, 무엇 하나 노후를 맡길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3년간 쓰리잡을 했는데, 이 환경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자존감을 잃지 않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 내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힘든 시기를 거쳤습니다. 그러다 블로그를 만나게 된 거죠.
Q 책에서 ‘블로그에 일상을 적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날에 대한 계획과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말하셨습니다. 그 길을 먼저 시도해본 작가님 역시 블로그에 처음으로 글을 쓰던 때의 막막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가 어떻게 다음 목표들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와 대화를 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일상을 적어가지만, 차츰 머릿속에 있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블로그에 쏟아놓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나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지요. 실타래처럼 나의 과거가 줄줄이 딸려 나오기도 하고, 잊고 있었던 지난날들이 문득 생각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고, 내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함께하게 됩니다.
블로그는 수많은 이웃들의 삶을 포스트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세상에는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 이웃들의 글을 읽으면서 정보를 얻게 되고, 노후를 위해 좀 더 발전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답니다. 자연스럽게 목표가 생기고, 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계획도 세우게 됩니다. 블로그를 시작해 이렇게 변해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물든다’고들 하잖아요. 50, 60이 되어도 성장을 향해 가는 길로 그렇게 물드는 것 같아요.
물론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체험단에 참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분들도 있고, 그저 기록을 위해 글만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각자의 관심사가 다르니까요. 체험단으로 활동하며 공짜(?) 여행을 다니는 등 재미나고 활기차게 지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수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블로그를 시작했고, 체험단 활동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성격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상황과 성격에 따라 다른 각자의 목표로 이어진다고 할까요.(웃음)
Q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는 방법 중 하나로 ‘100일 포스팅하기’를 추천해주셨는데요. 가장 어려운 점이 주제 찾기일 것 같습니다. 작가님만의 주제를 찾는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주제 찾기’는 블로그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고민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이야기 할 내용도 많고 방법론도 다양합니다만,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건 맞습니다. 내가 배운 것, 경험한 것,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등을 정리해보세요. 그것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일이나 불편함을 겪는 일과 연결해보면 주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중요한데요. 자신에 대한 글을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주제를 정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블로그 글쓰기를 이어가기 어려우므로, 시작할 때는 일상에서의 내 생각을 편하게 쓰는 것을 권합니다. 블로그 환경에 익숙해질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이렇게 나 자신과 일상에 대해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주제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내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주제를 발견하기도 하고요. 지금 당장 주제를 꼭 찾아야 한다고 조급해하기보다, 시선을 자신에게 두되 더 넓게 보시라 말하고 싶어요.
Q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100일 포스팅하기’를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질 때는 어떤 마음으로 극복하면 좋을까요?
A ‘100일 포스팅하기’를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목적이 분명하거나 간절하다면 힘든 고비가 와도 스스로 극복해 낼 것입니다. 또 자신과 단단히 약속하고 시작한 사람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됩니다. 자신에게 실망하고 불신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죠. 저의 경우는 동기가 강했기 때문에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었고 무조건 해내야 했습니다. 만약 그런데도 슬럼프가 온다면 내가 왜 ‘100일 포스팅하기’를 시작했는지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세요.
남들이 하니까, 블로그 하면 좋다니까,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힘든 고비를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럴 때는 나의 노후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분명 작은 변화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선택했을 거니까요. 내 삶의 변화를 위해 오늘 이 글쓰기 하나를 해낼 수 없다면 5년 뒤, 10년 뒤에도 지금과 똑같은 모습의 나를 만나게 될 거예요.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60세에도 지금 나와 같은 모습이라면, 그때 만족할지를요. 만족한다면 정말 행복한 삶이지요. 만약 아니라면, 이미 답은 알고 계시죠? 변화해야 한다는 걸요.
Q 굳은 의지를 가지고 블로그를 시작하더라도 각자가 마주하는 어떤 상황으로 인해 멈추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작가님 역시 5개월 동안 블로그를 하다가 잠시 쉬게 되었다는 경험을 공유해주셨는데요. 이 시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A 저도 복합적인 개인 문제로 블로그를 쉬게 되었는데요.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건강 문제가 더 컸고, 경제적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이든 블로그를 잠시 쉬었다고 해서 다시 시작하는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먼지 쌓인 집(운영했던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났어요. 블로그가 낯설고 아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죠. 무슨 글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다시 마음 붙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블로그를 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지요.
‘100일 포스팅하기’를 하는 것처럼 일단 일주일만 매일 글을 써보세요. 기존에 있던 블로그 이웃들이 남아있지 않을 테니, 새로 이웃도 사귀고 댓글도 부지런히 달면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보세요. 진정성 있는 글을 쓰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처럼 블로그에 온기가 돕니다.
Q 블로그에서 이웃도 사귀고 댓글도 다는 과정들은 모두 소통하는 일인데요. 아무래도 온라인 소통이 영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딱 두 가지만 지켰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요?
A 시작이 낯설어서 그렇지 온라인 소통은 중장년이 더 잘합니다. 친근한 느낌을 주고, 공감 능력도 뛰어납니다. 물론 성격에 따라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분들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온라인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를 지켜보세요. 첫째, 내가 먼저 다가가기, 둘째, 상대방을 진심으로 응원하기.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진심 된 이웃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재미있게 소통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책에는 작가님의 경험 공유도 해주셨지만, 블로그를 시작하는 방법도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책을 보고 차근차근히 해나가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그런데도 어느 부분에서는 막히기도 하고, 책을 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잘 모르는 것들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요? 작가님의 꿀팁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A 강의를 통해 만난 분들이 어려워하고 궁금해하던 것들을 짚어보며 최대한 쉽고 꼼꼼하게 책을 쓰긴 했습니다만, 이 한 권으로 블로그를 100%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원하는 부분을 쉽게 찾아보고 따라 할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질문을 할 수 없으니까요.
책이 아니라면 유튜브 영상이나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블로그 운영을 배워볼 수 있는데요.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절한 설명이 많지만, 막상 내가 막히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거든요.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간단한 것들도, 온라인이나 책으로는 알아내느라 시간이 꽤 걸립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블로그 운영에 관한 책을 쓴 저자의 블로그를 찾아가 댓글로 질문하거나, 이메일로 어려운 부분에 대한 상담이나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직접 강의를 듣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배우기를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소통을 통해 궁금한 것을 해소하고, 예외 상황이 생길 때 빠르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훨씬 폭넓게 블로그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으며, 블로그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책과 강의를 병행하면 가장 빠르게 블로그를 잘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강의 듣기를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혼자 블로그를 개설해 이것저것 해보고, 책에 나오는 설명을 따라가는데 잘 안 되는 부분은 무엇인지, 책에는 설명이 없는데 내가 궁금한 것은 무엇인지를 먼저 알고 강의 듣기를 권합니다.
중년의 디지털 수업은, 혼자 헤맨 만큼 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끙끙대며 헤맨 시간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Q 마지막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는 저희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50 중반에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블로그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블로그를 하면 기회가 온다’는 말을 듣고 저 역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생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 말을 믿었고 목표를 정한 후에는 한 번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원하는 대로 강사와 작가의 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는 기회가 많은 세상입니다. 세상은 내가 믿는 대로 살게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해가고 있습니다. 왜 모르고 살았을까 후회도 할 정도로요. “된다고 생각하면 어떤 일이라도 가능하다!”는 말이 책에나 나올법한 말 같지만, 지난 3년간 블로그를 하며 얻은 저의 경험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50대이든 60대이든 인생 2막을 준비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내 경험을 새로운 것과 연결하는 일에 도전해 보세요.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저자 소개
중년 블로거 전문 강사. ‘중년 왕초보 블로그 특강’, ‘브랜딩을 위한 키워드 특강’, ‘블로그 댓글의 비밀 특강’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년 왕초보를 위한 나눔강의’도 진행한다. 현재 16기까지 진행된 글쓰기 프로젝트 ‘50대! 블로그에 미쳐라’는 블로거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블로그로 시작하는 꿈 실현 연구소’ 대표로 1인 기업을 운영하면서, 마음과 물질이 풍요로운 인생 2막을 중년들과 함께 준비해 나가고 있다.
중장년이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고려할 때 ‘취미’는 큰 영향을 끼친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좋아서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을 말한다. 은퇴 후 취미 생활을 즐기다 연계된 직업을 갖게 되면, 당신도 ‘덕업일치’(德業一致, 덕질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뜻)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은퇴 후 취미 생활은 무료한 삶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해준다. 그러한 취미가 일로 발전한다면 취미를 즐기는 동시에 건강도 챙기고, 직업도 생기고, 돈도 벌 수 있다. 일석사조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취미를 발전시켜 일하는 사람을 표현할 때 ‘덕업일치’와 함께 ‘하비프러너’(Hobbypreneur)가 언급된다. ‘취미’를 뜻하는 하비(Hobby)와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프러너(Preneur)의 합성어다. 취미를 발전시켜 창업하고 수익을 창출한 사람을 일컫는다. 디지털 시대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온라인 플랫폼 판매자 등이 많아지면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중장년이 직업으로 발전시킬 취미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봤다.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친자연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에게 어울리는 취미를 소개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수입 창출을 목적으로 취미를 갖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직업 상담가는 “사실 취미를 일로 연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구직 시 취미는 플러스 알파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요리하는 게 좋아서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학교 급식실에 취업할 때 도움이 된다”면서 “중장년분들을 보면 평생 열심히 일해왔기 때문에 은퇴 후 마음 편히 노는 법을 모른다. 취미 생활을 즐기다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축복할 경우지만, 일을 할 목적으로 취미를 갖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당부를 전했다.
사부작사부작 취미 살리기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으로 불린다. 한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67잔으로 세계 2위에 이른다. 전 세대에서 관심이 높지만, 중장년층의 커피 사랑은 대단하다. 중장년 세대에게 커피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들은 다방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마셨고, 식후 입가심이 되어주는 믹스커피를 좋아했으며, 카페가 많아지고 난 현재는 원두커피를 즐기고 있다.
원두커피의 맛을 알게 되면서 중장년층을 포함한 전 세대는 커피 만드는 법에 관심을 두게 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에서 홈 카페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자,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 ‘바리스타’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커피 만드는 법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집에서 가까운 바리스타 교육기관 또는 학원을 찾아가면 된다. 국민내일배움카드(고용노동부에서 훈련비를 지원해주는 제도. 1인당 최대 5년간 300만~5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를 활용하면 무료로 교육받을 수도 있다. 교육을 수료한 후에는 민간형 자격증인 바리스타 자격증을 어렵지 않게 취득 가능하다.
커피 만드는 법을 알면, 시니어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어 수입을 거둘 수 있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 일자리 가운데 민간형 사업의 주력 분야는 카페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공급과 수요 모두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취업이 유리하다. 카페 창업도 가능하다. 내가 만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 떨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셈이니 매력적이지 않은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적 소양을 살려 직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개그맨 김현철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제2의 삶을 사는 중이다. 워낙 클래식에 관심이 많아 지휘를 독학으로 공부했다는 그는 이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악보를 읽을 줄 모르는 그는 악보를 통째로 외워 지휘한다고 한다.
김현철과 같이 클래식을 사랑하는 중장년이 많다. 평소 배우고 싶었던 악기 연주를 배우고 아마추어 활동을 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김윤경은 유튜브 채널 ‘김윤경의 소소한 클래식’을 통해 클래식 음악 강의를 하고, 아마추어들의 연주 활동을 지원한다. 김윤경의 사례 역시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은 취미를 살린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소한 취미도 잘 살리면 소득이 생긴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면 시니어 작가가 될 수 있다. 작가가 되기에 늦은 나이란 없기 때문이다. 중앙지와 지방지, 종교지 등 13개 신문의 ‘2023년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보면, 전체 당선자 96명 중 40대 이상이 38명이었다.(40대 12명, 50대 이상 26명) 신춘문예 최고령 당선자는 68세의 노수옥 씨로 그는 ‘광남일보’ 시 부문에 당선됐다.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이 아니어도 온라인상에 글을 쓸 수 있는 창구가 많이 형성돼 있다. 블로그 마케팅으로 수입을 거둘 수 있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 작가가 되고 책도 낼 수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글짓기 대회도 많은 상황이다. 본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 역시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을 열어 시니어 작가를 응원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취미 살리기
나이가 들수록 초록초록한 풍경의 자연이 좋아진다. 자연을 느끼며 가벼운 산책이라도 운동을 하면 심신이 건강해지기 마련이다. 2017년 영국 요크대학교 환경연구소 연구팀은 ‘녹지 공간이 노인의 정신적 웰빙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단순히 걷기부터 등산, 트레킹까지, 숲에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는 직업과 연결될 수 있다. 숲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알고 보면 무궁무진하다. 2018년 당시 김재현 산림청장은 ‘숲에서 일하는 100가지 방법’ 안내서를 내기도 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취미 기반 직업은 ‘숲해설가’다. 자신이 좋아하는 숲을 거닐면서 소득도 벌 수 있다. 자연휴양림, 수목원, 도시 숲 등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설하고 체험 활동을 돕는 일을 한다. 산림교육 전문가 양성기관에서 일정 시간 교육을 이수하면, 평가를 거쳐 산림청장으로부터 자격을 부여받는다.
2020년 한국갤럽이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등산이었다. 무려 20년 동안 등산은 부동의 1위였다. 등산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등산을 가장 즐기는 세대는 중장년층이라고 할 수 있다.
등산을 즐기는 중장년이라면 ‘산악전문지도사’를 업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산악전문지도사는 산악 안전사고 예방 및 대응, 전문 등반(암·빙벽 등반) 안내, 안전한 산행 가이드 등 올바른 산행 문화를 선도하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에서 민간 자격을 발급하며, 2019년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숲과 관련된 직업이라고 해서 꼭 활동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목공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목공예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좋다. 목공예 제작 및 판매 업체, 인테리어 업체에 취업할 수 있고, 개인 공방을 운영할 수도 있다.
◇걷기 취미 살려 걷기 강사 된 박미애 씨
“살기 위해 걷기 시작, 행복 전파하고파”
“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하루에 10㎞를 걸어요.”
일상에서 매일 하는 걷기는 취미를 넘어 직업이 될 수 있다. 걷기 전문가가 되면 소득 창출이 가능하다. 부산에 사는 걷기 강사 박미애(62) 씨는 이 사실을 몸소 입증한다.
박미애 씨는 한국걷기 그랜드슬램을 3회나 달성했다. 한국걷기 그랜드슬램 워커는 1년 내에 장거리 대회 4개, 총 521㎞를 완보한 자를 말한다. 박미애 씨는 “중학생 때부터 걷기는 내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걷기는 힐링’이라는 사실은 결혼 후에 깨달았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요. 시어머니는 대장암, 시아버지는 치매에 걸리셨어요. 매일 간호하며 사는 삶이 너무 팍팍했죠. 또 공부를 잘해서 외고에 3년 장학생으로 진학한 아들이 갑자기 일반 고등학교에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가정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걸었습니다. 한참 걷고 나면 모든 고민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났죠.”
본격적으로 걷기 전문가가 된 것은 2017년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56세였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에서 주최한 ‘해안누리길 종주 대회’에 참여, 8일간 160㎞ 종주에 성공했다. 걷기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과 같이 걸으면서 박미애 씨는 ‘나도 잘 걷는 편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모임 ‘청춘 도다리’ 강연을 시작으로 여러 군데에서 강연하면서 박미애 씨는 걷기 강사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면서 걷기 지도사 자격증 1·2급도 취득했다. 민간 자격증으로, 2급은 16시간 교육을 통해 쉽게 취득할 수 있다. 경력이 있어야 자격이 되는 1급은 전문성을 입증한다고 할 수 있다.
박미애 씨는 강사로 일하면서 걷기의 기쁨을 전파한다는 사실에 행복했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에 그는 2020년 동서대학교 미래커리어대학 시니어운동처방학과에 진학했다.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는 박미애 학생은 학교에서 이미 유명인사다.
“걷기에 관심이 많고 실천하고 있는 시니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들 충분히 강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좋은 강사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인체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만 봐도 건강 문제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걷기 강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걷기 학교 설립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박미애 씨는 걷기가 건강한 삶을 가능케 해준다며, “걷기가 나를 살리고, 우리 가족도 살렸다”고 표현했다. 3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동생에게 박미애 씨는 100㎞를 걷게 했다고. 걷기의 긍정적인 효과를 느낀 동생은 건강을 되찾은 현재도 매일 10㎞씩 걷는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박미애 씨의 남편이 척수 손상으로 6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박미애 씨는 남편을 간호하면서도 매일 걸었고,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걷기’라는 취미가 불러온 긍정적인 나비 효과에 그는 오늘도 행복을 느낀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굉장히 좋았던 순간도 있었고 나락으로 떨어진 순간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걷기 덕에 힘을 낼 수 있었어요. 나이 들면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행복한 삶을 응원합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더오페라는 300평 규모의 홀을 겸비한 시니어 복합문화공간이다. 홀에서는 댄스스포츠, 모델워킹, 난타, 뮤지컬 등 시니어 대상 아카테미뿐만 아니라 파티, 라틴바 등 이색적인 행사도 펼쳐진다. 홀 바닥은 특수 쿠션이 처리된 마루로, 댄스, 워킹 등 육체 활동에도 무릎에 무리가 덜 가도록 설계하는 등, 중장년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이토록 시니어 취미에 진심이라는 국영서(61) 더오페라 대표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중장년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게 되신 계기가 궁금한데요. 일찍이 노후 여가 및 취미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A. 지금은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자칫하면 150세까지 살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러면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목적으로 삼기보다는, 여생을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게 사느냐가 관건인 거죠. 우리 세대가 다들 그랬듯, 저도 30대까지는 사회 구조에 맞춰 살기 바빴어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나를 돌아볼 진중한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50대를 지나면서 어떤 인생2막을 보내야 가치 있을까 싶더군요. 동시에 자녀세대에게 존경 받는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노후를 보내야 할까라는 고민도 생겨났습니다. 그러면서 주변에 은퇴하신 분들을 봤는데, 아직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하기엔 너무나 젊고 건강한 분들이 많은 거예요. 결국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부분도 테라피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오래 전부터 댄스스포츠를 취미로 하고 있었는데, 그게 제격이다 싶었어요. 음악이 지니는 치유 효과와 더불어 춤을 통해 전신 운동이 가능하니 너무 좋잖아요. 제가 느꼈던 그 매력과 즐거움을 전파하고 싶은 마음에 지금의 더 오페라를 꾸리게 됐습니다.
Q. 대표님께서 체감하는 댄스스포츠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남편과 함께 댄스스포츠를 한 지도 20년이 넘었네요. 일반적인 취미가 아닐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만큼 좋은 운동이 없더라고요. 단순히 땀을 흘리면서 육체만 쓰는 게 아니라, 음악과 함께 아름답고 우아하고 멋진 동작을 만들어내니까요. 또, 나이 들수록 사람들과 어우러지고 소통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한데요. 먹고 마시고 하는 것만 매일 할 수는 없잖아요. 이런 취미를 함께 공유하고 함께 동작을 연구하며 즐기는 과정이 저는 참 의미 있고 소중하더라고요. 무엇보다 댄스스포츠는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러한 교감이 노후에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다고 봐요. 또, 춤은 국경을 넘나드는 몸의 언어와 마찬가지인데요. 저희 부부는 해외여행 가서도 꼭 마지막 날엔 클럽에 가서 춤을 춘답니다. 춤을 배운다면, 언젠가 그런 낭만을 경험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Q. 단순히 취미로 즐길 때와 사업체를 운영할 때는 좀 다를 텐데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계신가요?
A. 일단 시작할 때 시니어 대상이기 때문에, 제 눈높이에서 그 시장을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취미로만 계속 즐기기보다는 결국 취미를 통해 다양한 직업이 개발되고, 수익창출로 연계돼야 성장 가능성이 있겠더라고요.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충분히 본인의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도 직업적인 소양을 갖춰나가실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가령 난타 수업도, 저희는 ‘K시니어난타’라는 걸 개발했는데, 어느 정도 숙달되고 나면 프로팀을 꾸려 각종 국내외 행사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게 되죠. 그렇게 일부 소득이 창출되면 그게 곧 직업이 되기도 하는 거예요. 뮤지컬이나 연극을 하는 액터테이너반도 있고, 끼가 출중한 분들은 광고모델 양성과정도 있고, 쇼호스트나 라이브커머스 크리에이터가 교육을 하는 미디어테이너반도 있고요. 그런 교육적인 부분과 더불어 개인의 건강과 아름다움까지 토털로 가꿔갈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보고자 해요.
Q. 더오페라를 찾는 중장년들을 보며 가장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A. 중장년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성장해나가시는 모습을 볼 때예요. 그러면서 더 건강하고 아름다워지실 때죠. 어떻게 보면 과거에는 아이 잘 키우고, 회사 생활 잘하는 거로 성취감을 느꼈는데, 나이 들수록 성취감을 느낄 구실이 많이 없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동작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으로, 교육 프로그램 듣고 수익창출까지 해나가시는 과정으로 계속해서 성취감을 올리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제가 한때 뷰티 사업을 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외적인 아름다움에 집중했었는데 요즘에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더 들여다보게 됐어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자존감과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겠더라고요. 중장년 스스로 ‘내가 잘 하고 있구나’, ‘20대 때 못했던 것들을 50이 넘어서도 할 수 있구나’ 이런 긍정적인 동기가 일어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내면에 있는 잠재의식을 끌어내는 일,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우리 시대 중장년들이 더 아름답고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Q. 지금까지 나름의 성과를 달성해오셨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더오페라는 평일에는 전문 학원의 기능을 하지만, 주말에는 주로 파티의 장이 열리는데요. 댄스스포츠 전문 파티를 비롯해 다양한 세미나와 이벤트, 공연이 펼쳐집니다. 지난해 연말에도 다양한 파티와 쇼를 진행했었는데, 참여하신 시니어들이 다 끼가 넘치시더라고요. 마음은 정말 청춘이구나라는 걸 다시 실감했습니다. 다만 체력적인 부분은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수업을 병행하며 건강까지 가꿔가실 수 있도록 마련해보려 해요. 댄스 종목도 더 늘려갈 계획입니다. 또, 이번에 저희가 코리아문화예술협회를 만들었는데요, 이런 활동들을 통해 지자체와 협력해 더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제공해드리고 싶어요. 지역 내 독거노인이나 경력단절 여성, 은퇴자 등 다양한 분들이 댄스스포츠를 비롯한 취미를 통해 스스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시도록 재능 나눔을 펼쳐가려 합니다.
결국 댄스스포츠를 계기로 이 곳을 만들었지만, 결국 노후를 이루는 다른 요소들도 다 한 울타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여기에 오시는 분들도 취미로 시작했지만 그걸 개인의 수입이나 브랜드로 발전시키시며 자신의 노후 울타리를 다져나가시면 좋겠어요. 그런 우리 중장년의 문화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로 거듭나는, ‘K 시니어 컬처’로 증진시키고 싶다는 큰 꿈도 꿔봅니다.
Q. 아직 취미를 찾지 못했거나, 방문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예전에는 춤 배우러 간다고 하면 캬바레 같은 공감을 떠올리시고 좀 좋지 않게 보시기도 했는데, 요즘은 건전한 취미 문화로 자라 잡아가고 있어요. 어떤 분들은 몸치, 박치라며 주저하시는데요. 그런 분들도 배워가면서 하시다보면 곧잘 하세요. 어릴 때 걸음마를 배우고 숟가락질을 배우듯, 새롭게 익혀나가신다고 여기시면 좋겠어요. 노후가 긴만큼 장기전으로 바라보시고, 10번이고 20번이고 마음에 여유를 갖고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능숙한 실력을 뽐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도전의 문턱을 넘기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원데이 클레스도 진행하고 있으니, 와보셔서 한번 감을 잡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는 더오페라를 ‘시니어놀이터’라고도 하는데요. 다들 많이 놀러 오시고, 즐거운 인생2막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홀로 사는 사람이 앓다가 가족이나 이웃 모르게 죽는 일을 말하는 고독사. 1인 가구 중심으로 가족 구조가 변화하면서 고독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독사 위험군이 152만 명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고독사 위험에 가장 노출된 세대는 중장년층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정부는 지난 18일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 20% 감소를 목표로 하며,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지원하기 위한 인적·물적 안전망을 최대한 동원하기로 했다.
1인 가구 5명 중 1명 위험군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위험군을 152만 5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3%, 1인 가구의 21.3%에 해당한다. 연령별로는 50대 중장년층이 가장 우려감이 높았다. 고령자일수록 사망률이 높지만, 고독사 위험은 중장년이 더 컸다.
지난해 11~12월 무작위로 추출한 1인 가구 9472명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사회적 교류 횟수 1회 이하’, ‘하루 평균 식사 횟수 1회’, ‘몸 아플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없음’ 등의 질문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선별했다. 그 결과 대상자 21.3%인 2023명이 고독사 위험군으로 조사됐다. 이를 전국 1인 가구 수 717만 명에 적용하면 전국 고독사 위험군이 약 152만 5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고독사 위험은 50대가 가장 컸고, 중장년층이 노년층보다 위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 중 위험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대가 33.9%(37만 3000명)였다. 노년인 70대 이상(16.2%·21만 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60대(30.2%·35만 5000명)와 40대(25.8%·24만 5000명)도 70대보다 높았다. 19~29세는 9.7%(13만 8000명), 30대는 16.6%(20만 4000명)로 파악됐다.
‘가장 힘든 점’에 대해서는 1인 가구 중 중장년층(40~60대)은 경제적 문제(39.1%)를, 청년층(19세~30대)은 정서 불안(42.8%)을, 노인층(70대 이상)은 건강 문제(30.4%)를 많이 꼽았다. 복지부는 “중장년층이 건강 관리와 가사 노동에 익숙하지 않고,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있는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처음 한 실태 조사를 통해서도 고독사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고독사 건수는 2017년 2412건에서 2021년 3378건으로 40% 늘어났다. 최근 5년 동안 고독사로 숨진 사람은 1만 5066명이다. 남성(84.2%)이 여성보다 5배 이상 많았고, 중장년층인 50~60대가 절반 이상(58.6%)을 차지했다.
2027년까지 고독사 20% 줄이기 위한 정부 계획
복지부의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고독사 예방 최초의 기본 계획으로 임종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 기준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꼴인 고독사를 4년 뒤인 2027년까지 0.85명으로 20% 줄일 계획이다.
첫 번째 추진 전략은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위험 정도 판단’이다. 이장‧통장‧반장 등 지역주민 및 부동산 중개업소, 식당, 지역 노인회 등 지역밀착형 상점을 ‘고독사 예방 게이트 키퍼’로 양성한다. 더불어 고독사 취약 지역·대상 발굴 조사를 강화한다.
두 번째 추진 전략은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연결 강화’이다. 고독사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 공간 조성을 통해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도서관·생활문화센터 등 문화기반시설을 통해 인문 상담 및 예술·체육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또한 민간의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고독사 위험군에게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함으로써 응급 상황을 감지하고, 심리적 안정을 지원한다.
세 번째로는 ‘생애주기별 서비스 연계·지원’을 추진한다. 특히 가장 위험군으로 꼽히는 중장년층은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관계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기적인 보건소 방문 건강 관리를 통해 중장년 위험군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일상생활 부담 경감을 위한 생활 지원 서비스를 신설한다. 뿐만 아니라 조기 퇴직한 중장년 위험군에게는 재취업 프로그램과 함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고독사 예방·관리 정책 기반 구축’을 추진한다. 현재 고독사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안이 법제특별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또한 정부는 고독사 생산 주기를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중앙·지역별 전문 기관 지정, 인력 확충, 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실태 파악을 강화한다. 현재 3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고독사 예방·관리 시범사업’을 추가로 확대하며, ‘고독사 예방의 날’(가칭) 지정 계획도 있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최근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중심의 가족구조 변화와 감염병 장기화로 인해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고독사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이번 계획을 통해 우리 사회에 외로운 죽음인 고독사가 없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21년 주요 수술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1년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는 49만 7000명으로 전체 수술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50대 이상이 백내장 수술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국내 고령자 수술률 1위 질환 ‘백내장’에 대한 궁금증을 황형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백내장은 눈 속의 투명한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질환을 말한다. 심한 경우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백내장의 원인은 노화, 당뇨, 자외선, 외상, 약물 및 여러 내과적 전신질환 등 매우 다양하다. 그중 노화가 원인이 되는 노인성 백내장이 가장 흔히 발병한다. 보통 50세 이후에 백내장 증상이 나타나며, 60대는 절반 이상, 70대가 되면 대부분 질환을 앓고 있다.
백내장의 치료 방법에는 크게 약물 요법과 수술 요법이 있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백내장의 진행 속도만 늦출 뿐이고, 궁극적인 치료 방법은 오직 수술뿐이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남은 수정체낭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과정까지를 이른다.
수술에 쓰이는 인공수정체는 단초점과 다초점 렌즈로 구분된다.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근시, 원시 중 한 가지 시력만 개선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돼 30만~50만 원이면 수술을 받을 수 있어 비교적 부담이 적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근시, 원시뿐 아니라 난시, 노안 시력 교정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수술 후 및 번짐을 동반하며,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으로 수술비가 고가에 천차만별이라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비 평균은 180만 원이었다. 또한 수술비 최저는 33만 원, 최고는 900만 원으로 조사됐다.
Q. 백내장은 나이 들면 피할 수 없는 질환인가요? 노안과 백내장은 다른 개념이라고 하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백내장과 노안은 나이 듦에 따라 함께 나타나 불편함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노안은 노화에 따른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고, 백내장은 질환입니다.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성 및 조절력이 떨어져 근거리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말합니다. 백내장 수술로 노안 시력을 교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내장이 없는데 노안 증상을 개선하겠다고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것은 안과의나 환자 모두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Q. 백내장이 진행되어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말 실명 확률이 높은지, 백내장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A. 안과 의사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백내장을 늦게까지 방치해 실명에 이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의 백내장 환자들은 적기에 수술을 받는 편입니다. 다만 안과 의사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부 지역이나, 혹은 치매 및 중증 내과 또는 외과적 질환 등으로 거동이 어려워 안과 진료를 소홀히 했다가 치료 시기를 놓쳐서 실명에 준하는 상태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라고 생각하며, 수술적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Q. 백내장 수술은 꼭 받아야 하나요? 최대한 늦게 받는 게 좋다는 말도 있던데, 적절한 시기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A. 노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백내장은 장수 시대에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겪을 질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백내장 수술을 꼭 받아야 한다고 걱정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언젠가 수술받을 때가 오리라 생각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백내장 수술 시기는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늦어도 안 됩니다. 백내장이 심하지 않은데도 일찍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는 것은 의사 입장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노안이 진행되지 않은 수정체를 적출하여 인공수정체로 대체하는 백내장 수술은 오히려 불편함만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중증으로 진행된 백내장은 이미 시력이 많이 저하되어 있으며, 수술도 까다롭고 회복도 더딥니다. 즉 백내장 수술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나 기타 외적인 의료 환경 요소에 따라 적기의 개념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세 곳의 안과 전문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인공수정체 삽입 렌즈로 다초점 렌즈가 단초점 렌즈에 비해 무조건 좋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고가라는 이유로 단초점 인공수정체보다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는 생각은 버리셔야 합니다. 다초점 렌즈의 광학적 모델은 매우 다양하나, 안전성과 효과 측면이 입증되어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것은 광학부에 여러 동심원이 각인된 회절형 다초점 인공수정체입니다. 회절 고리로 인해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를 적당한 정도로 고르게 잘 볼 수 있는 렌즈이지만, 대신 빛 번짐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자신한테 맞는 인공수정체는 동반된 안과 질환 여부, 직업적인 요인, 연령, 굴절 상태(원시 혹은 근시), 돋보기에 대한 의존도 등에 따라 다르니 안과 의사와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Q. 백내장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무엇이 있나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도 알려주세요.
A. 노화성 백내장은 예방할 수 없지만, 기타 원인이 되는 요인은 생활 습관으로 피할 수 있습니다. 당뇨가 있다면 당 조절을 철저히 해야 하며, 금연 및 절주,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글라스 착용 등을 추천합니다. 또한 항산화 효과가 있는 음식이나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수정체 조직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줘 보조적 혹은 간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