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남성 발병률 2위, 암 사망 원인 5위로 알려진 전립선암. 다행히 다른 장기로 전이와 합병증이 없다면 생존율 100%에 가까운 암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한데, 불필요한 조직검사율이 높고 MRI 비용 또한 100만 원에 달하는 고가로 환자의 부담이 큰 실정이었다. 이 가운데 조직검사 진단 누락률을 낮추고 MRI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중년 이상의 남성에게는 전립선 질환 주의보가 발령된다. 전립선은 남성의 생식 기관으로, 밤톨 모양으로 방광 밑의 요도를 감싸고 있는 밤톨 모양의 분비선을 말한다. 전립선 질환은 주로 노화와 남성호르몬 이상으로 발병한다.
전립선암은 전립선에 암세포가 발생하는 것으로, 식생활 및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다른 암에 비해 발병 증가율이 높은 편이다. 20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립선암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 2017년 7만 7077명에서 2021년 11만 2088명으로 45.4%(3만 5011명) 늘었다. 2021년 환자 가운데 94.8%(10만 6223명)가 60세 이상이었다. 세부적으로 70대가 42.7%(4만 7819명)로 가장 많았고, 80세 이상이 26.2%(2만 9369명), 60대가 25.9%(2만 9035명) 순이었다.
전립선암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므로 의료진은 50대 이상의 남성은 전립선암 증상이 없더라도 연 1회 ‘전립선 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 검사를 받을 것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PSA가 4ng/mL 이상이면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그러나 PSA 진단 회색지대로 불리는 4~10ng/mL의 범위에서는 조직검사를 시행해도 양성 진단율이 22%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조직검사는 경직장 초음파를 활용해 전립선에 바늘을 찌르는 침습적 검사로 출혈, 통증, 감염 등 합병증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즉, 불필요한 조직검사율이 높은 편이다. 이를 피하고자 조직검사 전 MRI를 시행하는데 회당 비용이 1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검사로 회색지대 환자 모두에게 시행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큰 실정이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철 교수팀은 PSA 수치가 4~10ng/mL인 환자에서 불필요한 MRI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표 설정을 위해 PHI(Prostat Health Index, 전립선건강지수)와 PSAD(PSA를 전립선 크기로 나눈 값, PSA 밀도)를 활용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2019년 4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PHI 검사와 MRI를 모두 받은 전립선암 회색지대(PSA 4~10ng/mL) 환자 443명의 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PSA 그레이존에 해당하는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주요한 전립선암을 예측하기 위한 PHI와 PSAD의 최적 컷오프 값은 각각 39.6, 0.12ng/mL²임을 확인했으며 각각의 바이오마커(몸속 세포나 혈관, 단백질, DNA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가 상당한 비율(28.7%~31.8%)로 불필요한 MRI를 줄일 수 있었다.
PHI 또는 PSAD를 단독 바이오마커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전립선암의 진단을 놓칠 확률이 각각 13.6%, 14.8%에 달했다. 반면 PHI와 PSAD를 조합하여 진단에 활용할 경우 MRI 사용은 최대 20.1% 줄이면서도 전립선암 진단 누락은 6.2%에 그치는 것을 확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PSA 수치가 그레이존에 포함되는 환자에게서 불필요한 MRI 검사를 줄이기 위해 PHI를 바이오마커로 활용한 최초의 연구라는데 의의가 있다”며 “PHI 외에도 다양한 혈청 및 소변 검체를 기반으로 하는 전립선암 바이오마커 개발을 위해 연구를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송병도 교수는 “PHI가 회색지대 환자를 대상으로 전립선암 진단 정확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불필요한 MRI 검사를 줄이는 기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며 “PHI와 PSAD를 병용하여 진단하면 불필요한 MRI 검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는 세계적인 비뇨의학 학술지이자 SCIE인 ‘비뇨세계학술지(WORLD JOURNAL OF UROLOGY)’에 게재됐다.
팔순 노인이 스스로를 ‘이팔청춘’이라 말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여기서의 나이는 행정적 나이도, 생물학적 나이도 아닌 ‘마음의 나이’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팔청춘 노인의 노후 또한 마음처럼 꽃다우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현실에서 늙지 않는 삶은 모순이다. 그러나 마음이 늙지 않는 삶은 가능한 일이다. 젊음을 유지하며 사는 법, 마음의 나이로 살면 그만이다.
나이보다 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웰에이징’(Well-aging)과 ‘안티에이징’(Anti-aging) 관련 정보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대체로 보면 일상에서의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등을 조언한다. 이러한 방법이 옳고 중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고 살아갈 것인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안티에이징 전문가 벨른트 클라이네궁크 박사(독일 항노화의학협회 회장)는 저서 ‘행복한 노인은 늙지 않는다’를 통해 “영양 섭취와 운동은 변함없이 안티에이징에 중요한 주제다. 그러나 활력 넘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노화에 기여하는 건 바로 우리의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주관적 나이 따라 삶의 양식 달라진다
같은 맥락으로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은 ‘마음 나이’에 대해 언급했다. 나이는 크게 ‘주민등록상(객관적) 연령’과 ‘주관적 연령’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마음 나이’는 후자에 속한다. 주관적 나이는 심리적 나이 또는 정서적 나이와도 같다. 현장에서 수많은 중장년을 상담하고 교육해온 이 센터장은 “마음의 나이를 물었을 때 중장년은 대체로 실제 나이에서 20세 정도 더 젊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나 소비 방식 등을 보면 마음 나이에 기준이 있다.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나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삶을 일궈가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서 실제 나이보다 마음 나이를 더 젊게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회 활동 및 관계성, 일하는 빈도 및 수입 등에서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마음의 나이를 더 젊게 여기는 것이 삶에도 더 유익하다고 볼 수 있다. 고무적인 것은 실제 나이는 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지만, 마음의 나이는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불행한 노후? 노년기 행복은 상승세
주관적 나이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나이 듦’에 대한 선입견이다. ‘노화’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 주름진 얼굴, 굽은 허리, 홀로 있는 노인 등 쇠약하고 무기력한 다소 부정적인 모습을 그린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묘사는 언론 및 미디어를 통해서도 노화에 대한 상징적 의미로 줄곧 쓰인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노화가 두렵거나 회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회미래연구원 ‘한국인의 행복조사’(2021)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선행된 서구 선진국 연구들에서 연령대별로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은 중년에 감소했다가 노년기에 증가하는 U자형을 띠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나 자녀 양육 및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시기인 40대 전후에는 행복감이 최저에 이르지만, 이를 지나면 60대를 변곡점으로 행복 그래프는 상승세를 보인다. 주목할 점은 80대 이후에는 그래프에 굴곡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령 80대가 넘으면 유익한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지녔더라도 건강상의 문제들이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문제는 당사자 또한 익히 예상한 터라 일상의 만족감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간의 인생 경험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의 만족과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삶의 지혜를 터득한 시기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호선 센터장은 “노화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가령 노인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든지, 노인은 사회적 활동이나 성(性)생활을 할 수 없다든지 등이다. 대체로 이러한 편견은 20세기 소위 ‘뒷방 늙은이’ 시절에 만들어진 부정적인 노인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현재의 베이비붐 세대, 액티브 시니어들은 스스로 이전 세대 노인과는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기, 배움의 사치를 한껏 누릴 때
노화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중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뇌가 퇴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오해다. 이는 40년이라는 장기간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의 ‘시애틀 종단연구’ 결과로도 설명 가능하다. 해당 연구에서는 대상자들의 어휘, 계산, 귀납적 추리 능력 등을 조사했는데, 인생에서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지능이 가장 높은 시기는 바로 중장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50대 후반 정도에 종합 지능이 가장 높았고, 여성은 60대 중반 이후에도 꾸준히 지능이 높아진다는 내용도 있다.
이와 유사한 연구로 데이비드 베인브리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젊은 층과 비교해 중년 집단의 지능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는 중년에야 비로소 신을 닮은 지혜와 이성과 기억력을 갖는다.” 앞서 언급한 벨른트 클라이네궁크 박사 또한 저서에서 “뇌의 기능 중 몇몇은 노화되지 않고 나이 들어서도 계속 발달한다. 특히 선견지명과 통찰력은 노년에 점점 강화된다”며 “인간은 평생 배우는 존재로서 성격 또한 평생 발달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흔히 배움에도 때가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중장년기’가 바로 그 시기일 수 있다. 이호선 센터장은 “중년 이후의 공부는 이전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고 성취도도 크게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 일상에 여유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 덕분에 할 수 있는 가장 신나는 사치가 바로 ‘학습’이다. 요즘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중장년을 위한 학습 공간과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 이러한 사치를 충분히 누리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일상이 축제, 잔치가 시작됐다
노후에 늘어난 여유 시간을 학습으로 채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상실감에 빠지는 이도 있다. 이 센터장은 중년 이전을 서양화, 중년 이후를 동양화에 비유하며 이 또한 나이 듦이 주는 이점이라 설명했다. 이를테면 새로운 경험을 계속 채워나가는 젊은 시절은 색채가 풍부한 서양화에 가깝지만, 나이가 들수록 군더더기를 비우고 여백의 미가 강조되는 동양화로 화풍이 옮겨간다는 것이다. 즉 노년기의 긴 여유도 생각하기에 따라 누군가에겐 공허함으로, 또 누군가에겐 아름다움의 크기로 여겨질 수 있다. 이렇듯 일상의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즐기려는 태도는 나이 들수록 삶을 더 유익하게 만든다.
이 센터장은 “매일의 일상은 신이 준 선물이자 축제와 마찬가지다. 오늘, 바로 이 시간을 지금 만끽하지 않으면, 내일은 더 늙어 있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헤아려보고, 이를 기쁘게 여기며, 주변과 나눌 수 있다면 ‘웰에이징’이 아닐까. 특히 노년기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고민해보길 바란다. 나눔은 사회공헌이나 봉사일 수도 있고, 가르침일 수도 있지만, 때론 누군가와 건강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눔을 실현하는 것이라 하겠다. 최영미 시인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 했다. 이에 반해 중년은 잔치가 시작됐다고 말하고 싶다. 변화를 꿈꾸고 실행하면서 나이 듦이 주는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
해발 800m 고지에 덩그러니 농장 하나 있다. 높고 외지고 고요한 곳이다. 속세가 아스라이 멀어지는 산간이다. 사위로 펼쳐지는 풍광은 콘테스트에서 뽑은 귀재처럼 잡티 없이 빼어나다. 손에 잡힐 듯 구름은 가깝고, 정적에 휩싸인 숲은 청신한 기운을 뿜는다. 환경이 이러니 사로잡힐 수밖에. 김영혜(58, 놀숲치유농원 대표)는 한동안 남편과 함께 귀농지 물색을 위해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김천시 증산면 고지대의 수려한 풍광에 꽂혀 낙점하고 귀농했다. 순수한 자연과 함께 평온한 여생을 누리기에 이보다 나은 곳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서.
귀농 전 김영혜는 부산에서 영어학원 강사 겸 원장으로 뛰었다. 잘나가는 학원이었다. 규모를 늘릴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마음은 다른 데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에겐 남편과 공유한 오래된 꿈이 있었다. 적당한 시점을 골라 산골로 들어가자는 소망을 지니고 살았던 것인데, 50대에 접어들 즈음 소망의 농도가 짙어져 더 미룰 수 없었다. 유한한 인생을 도시에서 미적거리며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쯤에서 더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산골로 들어가자!’ 부부는 그렇게 의기투합했다. 산골의 자연과 동행하며 부부만의 유토피아를 일구는 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이야말로 삶을 낭비하지 않는 길이라 본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은 귀농을 뜯어말렸다지. 그러나 그의 내심엔 이미 산골이 꽉 박혀 더 고려할 이유가 없었다.
“망설이다가 꿈을 이룰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고 봤다.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시골 생활을 시작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좋은 터를 찾아낸 것이다. 맨 처음 한 건 집짓기였다. 남편이 먼저 이곳에 들어와 1년여 동안 토목공사를 하고 건축을 완료했다. 남편은 건축 감리사다. 그래 모든 공사를 직접 주도했다. 공사를 마친 뒤인 2012년엔 나도 들어와 합류했다.”
귀농인들은 흔히 조언한다. 집을 짓기 전에 가령 셋집을 빌려 한동안 살면서 농촌과 농사의 물정을 미리 익혀두라고. 그게 차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이라고.
“우리는 아무런 사전 준비도 하지 않고 그냥 들어왔다. 상당히 무모한 도전을 한 셈이다.(웃음) 귀농교육도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 받기 시작했다. 농업기술센터나 농민사관학교 등을 통해 부지런히 공부했다. 하지만 ‘무작정 귀농’엔 어쩔 수 없는 누수가 발생하더라.”
귀농을 쉽게 생각했다?
“그렇다. 철저한 준비를 해도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게 귀농인들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우리는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원했던 경관이 있는 곳에서 원했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원하는 이에게 이곳은 이상적인 공간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도 날마다 바라보다 보면 질린다.(웃음)
“처음엔 자연 풍경에 벅찬 만족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그건 잠시 맛본 행복감에 불과했다. 지금 돌아보면 초기엔 자주 우울했던 것 같다. 난 도시에서 매우 활동적으로 살았다. 그런데 아는 이 없지, 얘기할 사람 없지, 마을과 동떨어진 외딴집에서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직 남편을 괴롭히는 게 일이었다.(웃음)”
남편은 구미시로 출퇴근해
산 절반, 하늘 절반으로 이루어진 이곳의 훤칠한 경관은 가히 압권이다. 외진 암자처럼 고즈넉해 은자를 선망하는 사람에겐 더 적격이리라. 세상의 아귀다툼과 소음이 침범 못 할 곳이니 마음 하나 온전히 다스리며 한 그루 나무처럼 조용히 살기에 적당한 장소다. 터를 고른 부부의 눈썰미가 평범치 않다. 김영혜는 남편과 함께 도시에서 오랫동안 명상 수련을 했다. 그 내공으로 삶터와 풍경을 보는 안목이 열렸나? 그러나 어디에 살든 돈 문제가 따개비처럼 들러붙는 법. 자연과 교제하며 명상이 있는 소박한 생활을 추구하더라도 경제가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하다. 그래 그는 농사로 소득을 얻기로 하고 귀농을 한 게 아닌가. 그런데 막연히 생각했던 농사라는 경기장에 걸린 허들이 한둘이 아닌 걸 그는 뒤늦게 알았다.
“농사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농사에 문외한이라 재배 기술도 서툴렀다. 따라서 초기엔 수입이라는 게 아예 없었다.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만 있어 고민이 많았다. 무슨 수를 찾지 않으면 상황이 매우 나빠질 수 있어 불안했다. 그래 귀농 2년이 지날 즈음 남편이 구미시에 사무실을 내고 감리사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곳에서 출퇴근하면서. 불가피한 대안이었다. 상황이 개선되면 곧바로 농사에 복귀하기로 했으나 남편은 지금도 구미로 출퇴근한다.(웃음)”
농사 작목은 어떤 걸 선택했나?
“고추, 들깨, 두릅 등을 재배했지만 소소한 텃밭 농사 수준에 그쳤다. 주 작목은 오미자다. 현재도 오미자 농사를 계속하고 있다.”
오미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겠지?
“귀농교육을 통해 초심자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게 오미자 농사라는 걸 알고 시작했다. 마침 집 뒤편에 야생 오미자밭이 있어 그걸 기반으로 삼았다. 오미자 농사는 초기 자본과 인력도 덜 든다. 오미자 넝쿨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망을 설치해주고, 풀을 잡기 위한 차광막이나 부직포를 설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재배 기술을 숙달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첫해 농사에선 거둔 게 없었다. 모종이 죽거나 순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고전했다. 이듬해엔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작황이 저조했다. 해결책은 재배 실력을 키우는 데 있다는 걸 깨닫고 멘토를 모셔 도움을 받았다. 순을 관리하는 요령, 효율적으로 물과 거름을 공급하는 방법 등 재배에 따른 모든 기법을 공부했다. 흙의 과학을 배우기도 했고, 토질 개선을 위해 토양검사도 했다.”
비로소 실력을 갖춘 농부 대열에 올라선 셈이었겠다.
“프로 농부들에게 농법을 익히면서 작황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오미자 농사 3년 차부터 비로소 튼실하게 달린 결실을 거둘 수 있었으니까. 이후 10여 년 차에 이른 현재까지 고품질 오미자를 무난하게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 효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연평균 매출이 얼마나 되기에?
“500평 규모의 오미자밭에서 2000만 원 정도 올린다. 이건 재배 면적 대비 최대치 매출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수입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오미자 수익 외에 농장에서 발생하는 다른 소득은 없나?
“민박업을 하고 있다. 힐링 또는 치유를 테마로 한 민박이다. 그런데 이 역시 아직 궤도에 올라서지 못했다. 결국 남편이 도시에 나가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부족한 수익 구조를 보완하고 있다. 농장 수입으로만 따지면 지난 10여 년간 연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도시에서보다 생활비가 한결 덜 드는 게 시골 생활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던가?
“귀촌의 경우엔 생활비 절감이 가능할 테지만, 귀농엔 이모저모 비용 지출이 많다. 이를테면 농사 장비와 시설 설치 등에 드는 재투자 자금이 필수적이다.”
“끝까지 달려 꽃피어보고 싶다”
김영혜는 귀농 10여 년을 이렇게 결산한다.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 비록 농업소득은 아직 시원치 않지만 애초 원했던 삶의 토대를 구축했으며, 원했던 자연과의 동행을 지속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생태환경 속에 살고 있음에 안도하는 것 같다. 아쉬운 건 남편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도시에 직장을 두게 한 점이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이는 이상적인 분업의 형태다. 똘똘한 전략이다. 하지만 그는 부부가 함께 농장일 하나에 몰두할 수 있길 바란다. 귀농의 목적이 애초 거기에 있었으며, 그래야만 진정한 만족을 구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 따라서 농업소득을 안정적인 궤도 위에 올려놓아야만 하는 것이다.
파도에 시달리고서야 튼튼한 뱃사공으로 자란다. 시련이 성숙의 효모인 건 농사도 마찬가지. 그는 막연히 뛰어든 농사의 경험을 통해 한결 냉정한 눈을 얻었다. 지나온 날들을 점검해 한결 당차고 실속 있게 행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냈다. 바로 치유농업이다. 치유농업은 농산물만이 아니라 농가가 보유한 경관과 문화까지 자원으로 삼아 심신의 교정이 필요한 이들에게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산업이다. 요사이 등장한 신종 트렌드다. 그는 이미 치유농업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치유농업에 필요한 여건을 더 보완할 참이지만 기본 틀은 잡혔다. 숙소, 심신단련실, 체험교육장이 있으며, 산책로와 숲속의 명상 공간도 구비했으니까. 부부가 오랫동안 해온 명상 수련 경력도 자산이다. 무엇보다 유능한 자산은 자연환경 그 자체라 할 수 있고.”
널찍한 농원 전역이 매우 정갈하다. 얼마나 많은 땀을 쏟아야 이런 모습이 나올까. 너무 과도한 근로에 얽매여 사는 건 아닌가?
“일이 버거울 때도 있다. 풀을 뽑다가 연골이 찢어지기도 했다.(웃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시간을 낭비한 감이 있다. 사실 귀농 생활에 탄력이 붙은 건 5년 전부터다. 이제 도약할 시점이다. 나에겐 성취욕이라는 게 있다. 현재에 눌러앉는 성격이 아니다. 치유농업을 중심에 둔 개성적인 농원으로 키워나갈 참이다.”
이 농원은 매력적인 자연 풍경만으로도 호감을 준다. 치유농업을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할 계획인가?
“해발고도가 높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는 약점이지만 오히려 장점으로 어필할 수도 있겠지. 관건은 홍보에 달려 있다고 보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귀농을 통해 뭔가 변한 건 없나? 내면의 모습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MBTI(성격 유형 검사)로 보니까 ‘사고형 인간’에서 ‘감정형 인간’으로 바뀌었더라. 이 깊은 산골에 들어온 건 외부와 심리적 거리를 두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그런데 귀농이 주는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외향성이 강화된 것 같다. 한번 뜻을 크게 펼쳐보고 싶다는 열망, 끝까지 달려 완전하게 활짝 꽃피어보고 싶다는 심리가 나를 지배하고 있다고나 할까.”
단지 일에 파묻히기만 하면 ‘노잼’이다. 방향이 뚜렷하고 행보엔 격한 구석이 있어야 생동한다. 그는 질주하고 싶은 것이다.
김영혜가 주는 귀농 Tip
•사전에 귀농의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라. 대충 내려와서 대충 농사에 뛰어들었다간 쓴맛을 볼 수 있다. 농사 작목, 규모, 자금 능력, 유통 문제 등에 관한 구상은 물론 실행 방안을 미리 마련해두자.
•귀농교육을 미리 충분히 받아도 현장에선 헤맬 수 있다. 하물며 사전 귀농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귀농이라면? 이건 귀농 필패 비결에 속한다.
•원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면 고독해질 수 있다. 그러나 깊은 관계는 가능치 않다. 시골 정서와 도시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미리 전제하면 소소한 상처 정도는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
•무엇보다 내 몸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쓰자. 몸 망가지기 쉬운 게 농사니까. 특히 풀 뽑기를 하다 관절염을 얻을 수 있다. 풀을 뽑을 땐 쪼그려 앉지 말고 퍼질러 앉아라.
•자력으로 수준 높은 농사 기술을 터득하기 어렵다. 반드시 멘토를 만들어 도움을 청하자.
스타 강사 김창옥 교수가 최근 알츠하이머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 50대 젊은 나이에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터라 더욱 대중을 놀라게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알츠하이머병은 치매가 아니다.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궁금증을 박기형 가천대학교 길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치매란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인지 기능이 감소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 치매 환자의 60~70% 정도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 즉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이상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뇌 질환을 말한다. 병이 진행되면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 치매로 발전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대부분 65세 이후에 발병한다. 이 경우 만발성(노년기)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른다. 65세 미만에서 발병할 경우 조발성(초로기)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한다. 초기부터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은 기억력 감퇴다. 병이 진행되면서 추상적 사고, 문제 해결, 적절한 결정 및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저하된다. 그 외에 성격 변화, 초조 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등의 정신 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알츠하이머병은 한국인 10대 사망 원인 중 7위에 올랐으며, 2021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5.6명으로 조사됐다.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예방과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Q. 알츠하이머병은 왜 어르신한테 특히 많이 나타나는 건가요?
A. 일반적으로 50세가 넘어가면서 뇌 안에 병리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우리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끈적끈적해지면서 엉켜 쌓이게 됩니다. 이것이 세포 독성을 만들고, 세포 내에 있는 구조물을 망가뜨립니다. 그 대표적인 구조물이 타우 단백질인데, 그것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뇌가 쭈그러들고 위축됩니다. 그러면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변화를 겪게 되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 기능 가운데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Q. 건망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전조 증상인가요?
A.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물건을 어디에 놓고 까먹는다든지, 약속을 깜빡 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건망증은 몸이 피곤하다든지 혹은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건망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전조 증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누군가 옆에서 ‘이런 약속 있었잖아’라고 알려줘도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억하고자 하는 일이 우리의 뇌 안에 ‘등록’되고 ‘저장’되는 과정을 통해서 필요할 때 ‘인출’하는 능력이 잘 보존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기억이 ‘등록’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본인이 새롭게 경험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Q. 어떤 상황일 때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의심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초기 치매 증상이 보이는 분들은 그 사실을 피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망증 또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분들은 본인의 기억력이나 인지가 예전과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인 반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는 분들은 ‘병식’이 없으므로 본인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병원에 오시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병원으로 오시는 편입니다. 진짜 중요한 약속을 본인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할 때 경도인지장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도인지장애라고 해서 다 치매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경도인지장애의 30% 이상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원인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Q. 알츠하이머병의 신약 개발 소식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의약품이 있나요?
A.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레카네맙’을 승인했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라는 뇌 단백질을 제거하는 치료제입니다. 병을 완전히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진행을 늦출 수는 있습니다. 초기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가 약물 치료 대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5년 정도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아밀로이드 병리를 가지고 있지만 증상은 전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약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약제가 개발되면 미리 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알츠하이머병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알츠하이머병 자체로 사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인지 기능이 없어지는 것부터 시작해 결국에는 뇌 조직이 파괴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어집니다. 또 증상이 심해지면 이상행동을 보이고 시설로 많이 가게 됩니다. 그러면 많이 누워 있게 되고 외부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질환에 쉽게 노출됩니다. 결국에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이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좋은 음식과 생활 습관에 대해 알려주세요.
A. ‘MIND’(마인드)라고 불리는 식단을 추천합니다. 지중해 식단과 심장병 환자를 위한 DASH 다이어트법을 통합한 것으로 견과류, 채소, 베리 종류를 많이 먹으라는 식이요법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음식이 짜고 맵기 때문에 염분 섭취를 줄이는 식사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염분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유발하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입니다. 운동은 당연히 해야 하고, 술과 담배는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뇌를 활성화해줘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D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바깥 활동을 늘려 햇볕을 쬐는 것도 좋겠습니다.
[도움말 박기형 가천대학교 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
새해부터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관심은 ‘2024 브리즈번 인터네셔널’에 쏠렸다. 클레이 코트의 강자이자 그랜드슬램 22회 우승에 빛나는 ‘흙신’ 라파엘 나달 선수가 1년 만에 부상에서 복귀해 치르는 첫 대회였기 때문이다.
나달은 지난 호주오픈(Australian Open) 기간에 ‘좌측 장요근(엉덩허리근, iliopsoas muscle) 2급 파열’ 부상을 입고 수술까지 받은 바 있다. 30대 후반인 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은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했지만 나달은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어려운 수술과 재활을 이겨냈다. 그리고 이번 브리즈번 대회에서 단식 8강까지 진출하며 성공적인 복귀가 점쳐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달은 8강전 도중 수술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며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고, 결국 패배와 더불어 다가오는 호주오픈에도 불참 선언을 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시사한 그였기에 이번 부상은 더욱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나달의 선수 생활에 큰 위기를 가져다준 장요근은 어떤 부위이며, 손상될 경우 신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자생한방병원 이준석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장요근은 장골근과 대요근을 함께 칭하는 용어로, 척추·골반을 하체와 이어주는 근육이다. 다리를 올리거나 허리를 구부리는 등 허리와 골반의 움직임을 담당하며 신체의 균형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장요근의 이완이 허리 통증을 약 3배 감소시켰다는 해외의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장요근은 척추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장요근은 골반과 허리를 안정적으로 지지해 주는 역할도 수행하는데, 장요근이 과하게 긴장하고 수축하면 척추가 굽어지는 등 척추의 변형을 일으켜 허리 통증을 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은 허리디스크, 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증)과 같은 척추 질환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테니스처럼 격하게 상·하체를 회전시키거나 순간적으로 운동 방향을 변경하는 피벗(pivot) 등의 동작을 무리하게 이어갈 경우 장요근에 부담이 쌓이기 쉽다. 실제 스페인 프로 축구팀 FC바르세로나의 유망주 라민 야말(Lamine Yamal)도 지난해 좌측 장요근 부상을 입었고, 국내 프로 야구팀 SSG의 4번 타자였던 길레르모 에레디아(Guillermo Heredia)도 이로 인해 3주 넘게 경기를 뛰지 못했다.
스포츠선수 외에도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들도 장요근이 과하게 긴장돼 허리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30~50대 직장인의 경우 장시간 바르지 못한 자세와 장요근의 긴장으로 각종 척추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허리디스크 환자 총 209만 8183명 중 30~50대 환자는 99만 6803명으로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장요근의 수축으로 인해 허리 통증이 발생할 경우 한방에서는 장요근의 이완과 척추 기능 회복을 위해 추나요법,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의 한방통합치료를 진행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신체의 균형을 올바르게 교정하는 수기치료로서 척추와 고관절 및 주변 근육이 받는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침 치료는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해주는 데 도움을 주며, 한약재 성분을 주사 형태로 정제한 약침은 신속한 통증 감소와 손상 조직 회복에 탁월하다.
치료 외에도 평소 스트레칭을 통해 장요근을 수시로 이완해 주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대표적인 운동법으로 ‘장요근 이완 스트레칭’을 추천한다.
먼저 무릎을 꿇고 허리를 편 채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딛는다. 이후 내디딘 쪽 무릎을 앞으로 밀어 장요근을 이완시켜 준다. 이때 상체는 최대한 일직선으로 유지해야 한다. 15초간 자세를 유지하며, 다리마다 3회씩 총 3세트 진행한다.
이준석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상·하체를 무리하게 움직이는 운동선수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직장인도 모두 장요근의 과한 긴장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허리디스크 등의 질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엉덩이나 허리 주변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장요근 건강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새해에 야심 차게 세운 계획이 작심삼일(作心三日)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민국 1호 기록학자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한 ‘기록법’을 물어봤다. 그의 조언에 따라 새해에는 ‘기록력’을 길러보자.
“쉬면서 남은 삶을 보내고 싶은 5060이라면, 이 인터뷰는 보지 마세요.”
2024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지킬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김 교수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은퇴 후의 삶이 내 인생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기록형 인간으로 자신을 바꿔갈 수 없습니다.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인생을 자유롭게 살 엄청난 기회가 왔구나 생각하는 분만 기록할 수 있어요.”
새로운 공부를 하거나, 기록을 습관으로 만들거나, 무엇을 하든 간에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바람이 순수 역동으로 발현되어야 습관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김익한 교수는 2024년에 실천해볼 네 가지 방법을 추천하면서 두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꿈을 꿀 것. 둘째, 자신을 완전히 믿을 것.
“그동안 회사에서 열심히 노동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은 아니었던 사람이 100명 중 99명은 될 거예요. 놀랍게도 50대 중반이 넘어가면 많은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의 목표가 생기면 간절해지고, 원하는 걸 조금씩 얻어내면 무척 기쁠 겁니다. 자기다운 꿈을 설정하고 나아가는 것에 기쁨을 느낌과 동시에 ‘나는 완전체’라는 명확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나다움을 탐구하고 꿈을 찾아서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실행해야겠죠. 기록은 자유로운 삶을 위한 ‘무기’이자 ‘도구’가 되어줄 거예요. 2024년에는 기록형 인간이 되어 전략과 능력을 키우고, 남은 30년간 하기만 하면 되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시기를 응원합니다.”
◇김익한 교수가 추천하는 2024년 5060이 꼭 해야 할 기록법
1. 인생지도 그리기
‘2024년에는 기록을 시작해서 꿈을 찾아보겠다’는 목표를 꼭 세우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나이가 60세여도 앞으로 최소 20년은 청년처럼 살 텐데, 2년 동안 기록을 무기삼아 꿈을 찾아낸다면 남는 장사 아닐까요?
인생지도를 그려보시고, 버킷리스트 9가지를 분기별로 적어보세요. 처음 인생지도를 그릴 때는 꿈을 대략 적어보세요. 관계, 일, 가족, 놀이·쉼, 자기계발 다섯 영역에서 꿈과 관련해 지난달에 했던 걸 2~3개 쓰고 이번 달에 하고 싶은 것을 2~3개만 써보는 겁니다. 꿈과 관련해 하고 싶은 것을 적는 게 핵심입니다. 매월 반복하면 점차 꿈이 구체화됩니다.
버킷리스트는 ‘이것을 하고 죽으면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매일 20분씩 버킷리스트에 대해 생각하고 분기별로 정리해보세요. 반복해서 생각하고, 지우고, 또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보게 되고, 꿈이 구체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냥 한번 해볼까?’는 버킷리스트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여러분은 지금 이 시점이 가장 똑똑할 때입니다. 경험, 지식, 철학이 가득 쌓여있으니까요. 이것을 반드시 자각하고 자존감을 세우세요. 허세 부리지 말고, 솔직하게 나 자신을 수용하고 노력해보면 완전히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2. ‘순간의 생각’ 메모 독서하기
인생지도와 버킷리스트를 그렸다면, 내가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걸 느껴야 확신이 들고 기록도 이어갈 수 있겠죠? 내가 생각할 때 정말 쉬운 책 한 권을 메모 독서법으로 읽어보세요. 먼저 도서관에 가서 내가 원하는 키워드로 검색을 합니다. 예를 들어 ‘습관’을 검색하고 나오는 책 중 아무거나 한 권을 찾아보세요. 분류번호를 찾아 서가에 가면 그 칸에 습관과 관련된 책들이 있을 거예요. 이 중 다섯 권을 골라서 대략 훑어봅니다. 다섯 권 중 가장 쉬운 책 하나를 골라보세요. 괜찮다 싶으면 구매하세요. 5060세대는 큰 글씨 책을 사서 보는 것도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순간의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페이지를 읽고 고개를 들어 기억나는 내용을 생각하세요. 10페이지를 읽었다면 5개의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순서대로 메모해보세요. 기억이 안 나면 다시 그 페이지로 돌아갑니다. 생각과 메모를 마쳤다면 장별로 5줄만 써보세요.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이라면 30줄을 써야겠죠. 쉬운 책을 골라 딱 3권만 이렇게 읽어보세요.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책을 읽고 떠올린 생각을 적는 것입니다. 독서에는 답이 없습니다. 모두가 다른 생각을 적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렇게 해보면 책에 대한 나의 해석이 점점 마음에 들면서, 나의 능력치가 가장 높은 때라는 것을 실제로 조금씩 느끼게 될 겁니다.
3. ‘월간 계획’ 석 달 동안 해보기
새해에는 월간 계획을 최소 석 달 동안 세워보세요. 연간 계획은 리스트처럼 적어서 책상에 붙여두세요. 꿈과 실행을 연결지어주는 핵심 단위는 연간이 아니라 월간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성공 요인을 항상 생각하고, 어떤 방법으로 어디에 방점을 둘 것인가 고려해 현실적으로 한 달 동안 반드시 해야 할 것을 적습니다.
로드맵이라고 하는데, 한 달 계획을 세웠다면 다시 이 과제들을 주간 단위로 나눕니다. 그러고 나면 주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매일 아침 해야 할 계획을 세웁니다. 하루 계획을 쓸 때는 시간 단위가 아니라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저녁에 하나, 이런 식으로 적어보세요. 하루에 할 일은 다섯 개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딱 석 달만 해보시면 나의 능력과 생각이 고도화되어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4. 하루에 4쪽 메모하기
책 읽은 내용, 유튜브 본 내용, 지나가다 본 카페, 친구랑 대화한 내용 등을 매일 4쪽씩 메모해보세요. 지식이 채워지고 잠재력을 끄집어내, 아이디어나 발상이 좋은 기록형 인간으로 바뀌어갑니다.
여기에 더해서 구상 기록을 적어보세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면 만나기 5분 전에 ‘오늘 이 친구를 만나는 목적이 뭐지?’, ‘대화의 서론, 본론, 결론을 어떻게 할까’, ‘마지막 인사는 어떻게 할까’ 전 과정을 적어보는 겁니다. 물론 실제 만났을 때 이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미리 예습을 해보는 것과 그냥 하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책 읽기 전, 일하기 전, 사람 만나기 전 5분 동안 구상 기록을 해보세요. 하루에 3번 하면, 1년이면 1000번입니다. 자연스럽게 전략을 세우게 되고, 어디에 힘을 주고 빼야 할지 아는 능력이 생길 거예요.
전업주부였던 김금자(가명, 56세) 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2년 전 30년간 일했던 직장에서 은퇴한 남편의 수입이 끊기자 뭐라도 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를 더 늦춘단다. 눈앞이 캄캄했다.
많은 중장년이 김 씨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도 남았고, 자녀 결혼도 시켜야 하고, 아픈 곳은 점점 많아지는데, 김 씨는 65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10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퇴직 연령은 빨라지고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늦춰지고 있다. 퇴직 후부터 연금을 받기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기’가 길어지는 이유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50세 이상 인구는 늘어나는데, 국민연금 재정은 고갈 위기에 있다. 맞물려 굴러가야 할 정년 연장과 국민연금이라는 톱니바퀴가 어긋나 있는 상황이다.
정년 연장과 맞물린 국민연금
연금 수급자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건 인구학적으로도 정해져 있다. 697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2020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이 줄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를 포함한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수도 감소세다. 반면 지역가입자 중 연금 수급 연령에 가까운 50대 이상 가입자는 증가 추세다.
문제는 은퇴 후 연금을 받기까지의 소득 공백기다. 60세에 퇴직한다 해도 평균 5년의 소득 공백기가 생긴다. 이에 따른 연금 개혁 요구가 높아지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의 몇 %를 주는지 나타내는 비율)을 50%까지 올리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은 현행 42.5%(2028년 40%)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만 15%로 올리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더 많이 내고 많이 받거나, 더 많이 내고 그대로 받는 방안이다.
자문위원회는 보험료 인상,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의무가입 상한 연령 연장 논의는 불가피하지만 “현재의 소득 공백 기간을 고려하면 급격한 제도 전환은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년 연장 혹은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과 함께 순차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자의 고용 안정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고령층 경제활동 참여를 높일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 60세 연장법(60세 이상 정년제)을 시행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에서는 정년 60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65세로 연장하자는 한국노총의 입장과 계속고용 형태로 이어가자는 정부의 입장이 팽팽하지만,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 연령을 일치시켜 소득 공백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공통된 의견이다.
정년 연장에 밀려나는 중장년
정년이 연장됨으로써 고령층 고용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실제로 정년 연장은 고령자의 퇴직 의사결정 및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네덜란드에서는 법정 연금 수급 연령을 1~2년 늦추면, 예상 퇴직 시점을 3.6~10.8개월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도 법정 퇴직 연령 기준이 높아지면 근로자 평균 퇴직 연령도 높아진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정년 연장을 논의할 때 항상 언급되는 문제점이 ‘청년층의 고용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2013년 정년 연장 이후 이어진 많은 연구는 청년층의 고용은 늘고 오히려 중장년이 일터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발간한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에 대한 소고’를 보면 60세 정년 연장 이후 45~54세 연령대 고용은 감소했다. 고령층과 중장년층이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는 의미다. 또는 정년 연장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고자 중장년의 조기 퇴직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도 중장년층 근로자 고용이 감소해 총 고용 규모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고용 형태로는 정규직이 줄었고, 사내 직급으로는 차장급 및 부장 이상 직급의 고용이 줄었다. 정년 연장은 소득 공백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중장년 인력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려면 고령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정년 관련 대책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일터에서 밀려나는 중장년의 노동 시장 복귀를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정희진 한국은행 조사역과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논문에서 “중장년층 근로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노동 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중장년 대책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환웅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3년 정년 연장 입법 이후 중장년층의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 격차가 교육 수준에 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정년 연장의 부정적 고용효과를 줄이려면 중장년 중에서도 특히 저숙련 중장년층이 빠른 시간 내에 노동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정책 설계 방안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참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국민연금 개혁 방향과 향후 과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에 대한 소고’,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
정년 60세가 법제화된 지 어언 10여 년.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연계한 법정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전에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몇 살부터 노인일까? 왜 그 나이가 노인일까? 과연 나이로 차별해도 될까?
‘몇 살’부터 노인일까? 노인을 정의하는 일반적인 연령 기준은 65세다.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며 경로우대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정했다. 세계도 노인을 정하는 나이에 대해선 이견이 크지 않다. 국제연합(UN)은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를 구분하는 연령 기준을 65세로 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로 분류하고,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까지 치솟으면 초고령사회라 한다. ‘몇 살부터 노인일까?’라는 질문은 이제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바꿔보면 난이도가 꽤 올라간다. 그럼 ‘왜’ 65세부터 노인일까?
연령주의와 연령 차별
“혹시 연령주의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가 취재 취지를 들은 뒤 맨 처음 한 말이다. 정년 연장 논의에 앞서 노인을 정의하는 기준 나이부터 짚고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인=65세’의 기원은 프로이센 왕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철의 재상’이라 불리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1889년 세계 최초로 공적 연금제도를 시행하며 사회보장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자본주의 확산으로 사회주의 역풍이 불고 노동운동이 득세하자, 그 투쟁 의지를 꺾기 위해 연금보험을 도입한 것이다. “일정 연령까지 일한 뒤 퇴직하면 연금으로 생활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스마르크는 본인 나이를 토대로 70세 이상이면 수급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었어요. 문제는 비스마르크가 굉장히 건강한 사람이었다는 거죠. 그때까지 산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당시 70세면 굉장한 장수예요.”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친 프로이센은 1916년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낮춘다. 이후 공적 연금을 도입한 나라들이 프로이센을 따라 사회 은퇴와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로 정했다. “지금도 선진국에선 노인을 정하는 일반적인 연령이 65세입니다. 그런데 왜 65세인지에 대해서는 그 근거가 별로 없습니다. 애초에 비스마르크 나이를 기준으로 했고, 그게 너무 많아서 낮춘 것뿐이니까요.”
우리나라는 노인을 65세로, 정년을 60세로 본다. 2013년 4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년 60세가 법제화됐다. 그전까지 정년은 개별 기업이 자율로 결정쪾운영했다. 정관에 따라 40~50대에 퇴직해야 했고, 심지어 결혼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정년의 최저기준을 마련하고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여기까지 꽤 논리적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머리도 굳고 몸도 노쇠해진다고 생각한다. 최성재 교수는 이를 연령주의(연령에 따라 고정관념을 갖거나 차별하는 사상의 표현이나 과정)라고 지적한다. “사람은 개인 차이가 굉장히 심합니다. 정년 제도는 개인차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나이로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판단하는 거죠. 근본적으로는 나이가 많아지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그 근거는 찾을 수 없습니다. 65세를 노인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생산성은 보상이나 업무 분위기 등 다른 요인에 의해 훨씬 더 많은 차이가 납니다. 오히려 그런 연구 결과는 아주 많아요. 나이 가지고 일률적으로 생산성을 논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상당히 희박합니다.”
고령자고용법의 역설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 역시 취재 취지를 듣고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정년 연장을 논하기 전에 근로계약 기본 원칙을 설명한 이유다. “근로관계에서 기본 원칙은 ‘기간제로 맺는 계약을 제외하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기간에 정함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정년 문제에 해당하는 이들은 전부 기간에 정함 없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입니다. 그런 근로자에 대해서 나중에 정년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즉 기간을 제한한다는 의미입니다.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념에 비춰볼 때 기본적으로 정년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나이에 따른 생산성 저하는 법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영역에 있다. 근로계약상 노무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61세 1일째부터 정상적으로 일할 수 없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59세에도 정상적으로 일했고 60세에도 정상적으로 일한 사람의 능력이 61세가 됐다고 갑자기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점이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정년 60세 의무화를 정한 법의 목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용자고용법 제1조(목적)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 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 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가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촉진함으로써,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입법 취지는 제한이 아니라 보장이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정년
학계가 비논리성을 지적하고 법조계가 법리적 부당함을 꼬집어도 여전히 우리네 인식 속 ‘나이’에 의한 판단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나이에 유독 민감한 나라다. 연령주의와 연령 차별이 머릿속 깊은 곳까지 뿌리내리고 있다. 그래서 나이를 이유로 취직이 안 돼도, 해고를 당해도 대부분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분위기다. 팍팍한 현실이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를 보이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독일은 30년 이상, 일본은 15년이 걸렸다. 2018년 고령사회로 들어선 한국은 7년 만인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시니어 보릿고개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40.4%로 나타났다. 노인 자살률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 와중에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남자 79.9세, 여자 85.6세, 평균 82.7세로 집계됐다.은퇴 후 20년 넘는 노후가 기다려지기보다 두려워지는 것이다.
최근 정년 연장을 외치는 이들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한 법제화를 요구한다.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맞지 않아 연금을 받을 때까지 3~5년 동안 소득이 없는 ‘연금 크레바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보전할 수 있도록 소득 공백기를 없애달라고 호소한다.
논쟁은 제쳐둔 채, 그 요구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근본적인 의문은 남는다. 65세여야 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나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차별해도 되는가? 김기덕 변호사는 이렇게 반문한다. “국민연금을 61세부터 받을 수 있다고 하면, 60세에 퇴직하는 것이 합당한가요? 그 논쟁으로 돌아가도 문제는 풀리지 않고 계속 존재합니다. 나이를 65세로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정년 문제의 본질은 이것 하나입니다. ‘연령에 따라 차별해선 안 된다.’”
도움말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근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젊을 때 근육을 모아놓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근테크’(근육+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유병장수 시대인 지금, 노후에 연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육”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더 늦기 전에 새해에는 ‘근테크’ 열풍에 합류, 건강한 노후를 맞이해보자.
중년의 시기 중요한 ‘근테크’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노화를 늦추는 비결로 근육의 중요성을 피력해왔다. 노화와 근육은 관계가 깊다. 근육은 뼈대를 움직여서 인체의 움직임을 만드는 역할을 하며, 근력은 근육이 수축할 때 발생하는 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근육량은 30대 초에 최대치에 도달한 후, 30대 중반부터 매년 약 1%씩 감소한다. 30대부터 50대까지는 10년마다 15%씩 줄어들지만, 60대 이상 되면 30%씩 급격히 줄어든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 근육을 키우는 일은 젊을 때에 비해 훨씬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즉 중년의 시기에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탄탄한 근육을 마련해둬야 하는 것이다.
근력 감소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일상생활도 힘들어지고,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정 교수에 따르면, 근력이 약해지면 근감소증・골다공증・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또한 복부와 허리 근육이 약해지면 배뇨와 배변, 소화 기능에도 영향을 주며, 우울증이 악화되고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등 마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5년 이내에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과 요양원・요양병원에 입소할 가능성이 정상인에 비해 대략 거의 5배나 증가한다. 즉 노년기가 오기 전에 근력을 키워두면 건강도 찾고 병원비도 아끼면서 무병장수할 수 있다. ‘근테크’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정희원 교수는 “70~80대가 되어서도 병상에 누워 있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근육의 밸런스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현대인은 보통 평생을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고, 관절의 가동 범위가 줄어든다”면서 “70대가 되었을 때 근력 관리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늦어도 40~50대부터, 사실은 더 일찍 20~30대부터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은퇴 준비를 빨리 하면 좋은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조언했다.
결국은 운동, 전문가 도움 받아야
근력을 키우는 방법은 결국 운동이다. 정희원 교수는 중년이 되면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다. 정 교수는 “걷기만 제대로 해도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젊었을 때 감으로 걷는다든지, 유튜브를 보고 따라 걷다 보면 오히려 부상을 입게 된다. 운동 처방사 및 트레이너의 조언대로 걷기 운동을 하면 근력이 생기고, 관절 가동 범위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희원 교수는 두 가지 운동 조합을 병행할 것을 추천했다. 한 가지 운동만 하다 보면 사용하는 근육이나 관절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단점이 따르기 때문이다. 운동 요법에는 크게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스트레칭)이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운동 조합을 찾는 것이 좋겠다.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시행하는 복지 서비스인 ‘국민체력100’을 이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집 근처 센터에서 몸 상태를 평가받고 운동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통곡류, 콩류, 과일, 채소 등의 단백질 섭취도 근력 키우기에 큰 도움이 된다.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이 밝았다. 청룡은 동서남북 방위를 다스리는 사신(四神) 중 하나로서, 동쪽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동쪽은 일출이 시작되는 방향으로 진취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나타낸다. 특히 청룡은 용 중에서도 젊은 용으로서 생동감 있고 변화무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가 건강미 넘치고 역동적인 해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어온 ‘MZ세대’를 떠올리게 한다.
MZ세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음식, 춤, 운동 등의 관심사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에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문화가 형성될 전망인 가운데, MZ 문화별로 주의해야 하는 건강법들을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핫플’에 ‘오픈런’까지 줄서기…골반 불균형 주의해야
MZ세대 문화의 대표적인 예로 ‘줄서기’를 들 수 있다. 맛집, 팝업스토어, 전시회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남들보다 빠른 경험을 위해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하는 일)에 나서는 일도 많다. 특히 오픈런은 MZ세대가 주도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 시장조사업체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오픈런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7.4%가 오픈런을 경험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 경험 비율로는 20대가 94.7%, 30대가 91.6%로 40(38.6%)·50대(5.5%) 대비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건강상 주의해야 할 점은 장시간 줄을 서다 보면 짝다리를 짚는 등 자세가 비뚤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짝다리는 몸의 무게 중심을 한쪽으로 쏠리게 해 골반을 틀어지게 한다. 골반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면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증)’으로 발전해 요통이 동반되는 경우도 잦다. 골반이 척추를 받치고 있는 만큼 척추의 균형도 덩달아 깨지기 때문이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에 따르면 “골반 불균형은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내부 장기에도 악영향을 끼쳐 여성들에게는 생리불순과 생리통 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며 “골반 불균형이 의심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틀어진 골반을 교정하는 등 적절한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마라탕’ 먹고 ‘탕후루’ 후식까지…MZ ‘맵단짠’ 문화, 젊은 고혈압∙당뇨 불러
먹거리 문화도 MZ세대 입맛을 중심으로 변화를 맞이하는 추세다. 마라탕, 탕후루 등의 음식들은 자극적이고 중독성 있는 맛으로 젊은 층에게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MZ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탕후루와 마라 음식은 지난해 한 배달 어플리케이션의 인기 메뉴 1위와 2위로 각각 선정됐으며, 특히 탕후루의 경우 주문 증가율이 2022년 대비 약 1만4000%나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맵단짠(맵고 달고 짠)’ 식습관은 위장에 큰 부담을 준다. 맵고 짠 음식의 과도한 섭취는 위염, 위산과다 등의 위험을 높이고 고당류의 음식은 중성지방과 혈당을 증가시킬 수 있다. 마라탕의 경우 1인분 열량이 보통 1800kcal 정도로, 밥 한 공기가 약 300kcal인 것을 감안했을 때 엄청난 고열량 음식이다. 나트륨 수치도 약 2000~3000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전체 섭취 권장량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
맵단짠 음식은 젊은 세대의 고혈압, 당뇨 등 심혈관계 및 대사 질환 발생에도 일조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30대 당뇨 환자는 지난 2018년 13만 9682명에서 2022년 17만 4485명으로 24.9% 증가했고, 고혈압 환자는 21만 3136명에서 25만 8832명으로 21.4% 늘었다. 특히 평소 잦은 음주나 흡연 등의 생활 습관으로 혈압이나 혈당 수치가 높다면 저염식 식단으로 관리에 나서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자극적인 양념을 배제하고 포만감이 높은 통곡물과 야채를 중심으로 구성된 저염식 식단은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음식 섭취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바디프로필’ 열풍…극단적 다이어트, 영양 밸런스 챙겨야
멋진 몸매에 대한 MZ세대의 관심도 매우 증가했다.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SNS 인증을 통해 운동에 대한 열정을 뽐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멋진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기록하는 ‘바디프로필’ 촬영도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다양한 컨셉의 바디프로필이 유행하며 인스타그램 내 관련 게시글은 현재 500만 개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무리한 바디프로필 촬영은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되기도 한다.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몸을 단기간에 만들다 보면 다이어트에 극단적으로 몰입하게 되는데, 이는 바디프로필 촬영 이후 체중 요요현상이나 근골격계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과한 다이어트는 촬영 당시의 체지방은 줄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뼈와 근육의 영양결핍 상태를 초래하고 전신의 근육과 인대를 약화시키는 등 골관절염의 유발 가능성도 높인다.
따라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언제나 균형 잡힌 운동 습관이 필요하다. 무산소와 유산소 운동 모두 병행함과 동시에 충분한 단백질, 칼슘 등의 섭취를 통해 뼈와 근육에도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줘야 한다. 바디프로필의 목적은 건강한 몸을 기록하는 것인 만큼 내·외면 모두 아름답게 관리하도록 하자. 또한 바디프로필 준비 중 관절이나 몸에 통증이 생기면 촬영을 미루더라도 치료에 나서 증상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스우파’, ‘슬릭백’ 등 너도나도 ‘댄스 챌린지’….관절 부상 요주의
지난해 바디프로필만큼이나 유행한 트렌드는 바로 ‘댄스 챌린지’다. 댄스 챌린지란 유튜브 쇼츠, 틱톡 등 영상 기반 SNS 플랫폼을 통해 노래 하이라이트 부분의 안무 영상을 게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반인들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도 적극 참여하면서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종영한 유명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유튜브 누적 조회 수가 5억회를 돌파한 바 있으며, 이른바 공중부양 춤으로 알려진 ‘슬릭백 챌린지’도 2억뷰를 넘기는 등 큰 유행을 끌었다.
그러나 아무리 젊다고 한들 영상 속 춤을 여과 없이 따라 하다 보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발목, 무릎과 같이 체중을 지탱하는 관절은 같은 춤 동작을 반복하다 쉽게 손상될 수 있는 부위로 꼽힌다. 실제 한 국내 대학에서 스트릿댄서 100명의 부상을 조사한 결과 ‘발목’이 67.7%로 부상이 가장 빈번한 부위로 꼽혔으며, 그중에서도 ‘염좌’의 비중이 제일 높았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멋진 영상을 위해 무리한 연습을 강행하다 관절에 염좌가 발생했다면 근육과 인대의 손상이 더 악화하기 전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그중 약침 치료는 한약재 성분을 체내에 직접 주입해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격투기’에 ‘풋살’까지….땀 흘리며 성취감 느끼는 여성, 골절 부상 주의
재밌게 건강을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가 MZ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르며 헬스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에 눈을 돌리는 MZ들도 많아졌다. 특히 이들은 새로운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기존 남성 위주였던 스포츠에 여성 MZ들의 참여율을 크게 높였다. 치열한 몸싸움이 동반되는 격한 종목임에도 땀 흘리며 이루는 성취감과 공동체 의식이 성별의 장벽을 뛰어넘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중 풋살의 경우 여성 연예인들의 풋살 경기를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으며 여성 풋살 동호인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2022년에 개최된 한 여성 풋살 대회에는 약 34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할 정도였다.
하지만 풋살, 격투기 등 격한 스포츠는 빠르게 움직이며 온몸의 힘을 써야 하는 만큼 상대방과 부딪히거나 넘어졌을 때 강한 충격으로 골절과 같은 부상을 입기 쉽다. 골절의 종류에 따라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단순한 골절 형태인 ‘외상성 골절’의 경우에는 한방통합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로 회복할 수 있다. 실제 자생한방병원의 논문에 따르면 외상성 골절에 대한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의 한방통합치료는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며 환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운동 전에는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관절을 충분히 유연하게 하고 손목, 무릎 등 관절보호대를 착용해 외부 충격으로부터의 부상을 방지하도록 하자.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실력에 맞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즐겨야 한다. 도전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오래 즐기는 것이다.
‘e스포츠’ 게임 열풍…일자목증후군 주의해야
e스포츠에 대한 MZ세대의 관심도 매우 뜨겁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게임 이용률은 80%를 넘겼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한 게임 대회의 누적 시청자 수는 4억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특히 e스포츠 사상 최초로 대규모 거리 응원이 진행된 광화문에서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연호하는 팬들의 응원이 이어져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페이커를 선망하며 멋진 플레이를 펼쳐보려는 MZ세대도 건강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일자목증후군(거북목증후군)’은 한 대회에서 선수들이 전부 일자목 자세로 서 있는 사진이 아직도 화제가 될 정도로 프로게이머들에게 자주 보이는 증상 중 하나다. 장시간 앉아서 화면에 몰입하다 보면 머리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쏠리며 뒷목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는데, 이는 일자목증후군을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또한 일자목증후군은 경추(목뼈)를 충격과 하중에 취약하게 해 목디스크 등 각종 경추 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인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뒤로 15초, 좌우로 15초씩 젖혀주는 스트레칭을 평소 반복해 주면 경추 관리와 일자목증후군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모든 질환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듯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MZ세대들이 건강에 더욱 관심을 갖고 역동적인 새해를 보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