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중년 이후 찾아온 여유. 그러나 무료하게 보내는 ‘빈 시간’이 계속되자 일상은 무기력해졌다. 나를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침 보람일자리 도서관지원단이 눈에 띄었다. 접수 마감 1시간을 남긴 때였다. 정신없이 서류를 작성하면서도 망설임은 없었다. 결과는 합격. 김요경 씨는 “이 일을 하게 된 건 운명과 같다”고 말한다.
더브릿지 작은도서관. 아담한 공간에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도서관 업무는 난생처음이지만,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은 낯설지 않은 김요경 씨다. 두 자녀의 엄마이자 수학학원 강사로 지낸 경험 덕분이다. 최근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지만, 그는 소위 말하는 ‘경단녀’(경력단절 여성) 시절을 겪었다. 본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당시는 개인용 PC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로,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였다. 전산통계학과 졸업 후 공장자동화 프로그램을 주로 개발했는데,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 자녀 친구들을 가르치다 학원 강사까지 했지만 원하던 길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의 경력은 쓸모를 잃어가는 듯했다.
“프로그래머나 수학 강사나 해온 일은 이과 쪽인데, 도서관지원단 일은 문과에 가깝잖아요. 막상 내 적성에 맞을까 걱정되더라고요. 사실 여기 관장님께서도 보람일자리 파견을 처음 받아보신 터라, 제게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 고민하셨죠. 일단 제가 잘하는 일이면서 도서관에 도움이 될 일을 찾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보니까 도서관 홈페이지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제가 만들어보겠다고 했죠. 관장님께서도 만족해하셨고, 그렇게 만든 홈페이지가 지금 쌩쌩 잘 돌아가고 있답니다.”
자신감 심어준 ‘보람’일자리
물론 그는 도서관 본연의 업무인 서가 정리 및 도서 관리, 북큐레이션 지원 등의 업무도 소화한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홍보물을 직접 제작하고, 도서관과 연계된 그룹홈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등 그간의 경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걸 할애하면서도 역으로 더 많은 걸 얻어가는 요즘, 하루하루 보람을 채워가고 있다.
“보람일자리에서 ‘일’도 중요하지만, ‘보람’이 주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특히 관장님이나 담당 사회복지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어요. 사실 노후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거든요.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한 선택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나도 작은도서관을 한번 만들어볼까, 어떤 봉사활동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노후 계획도 결이 많이 달라진 셈이죠. 그렇게 보람일자리는 저를 또 다른 세상으로 연결해줬어요.”
보람일자리 참여 후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묻자 “바로 지금”(인터뷰하는 것)이라 답했다. 그렇게 매 순간 새로운 경험과 마주하고, 새록새록 호기심이 생겨나며 무력했던 일상도 활력으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존감도 생겨났다.
“여기 와서 관장님께서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 담당자분들도 북돋아주신 덕분에 상당히 자신감을 얻었어요. 잘한다고 하니 어린애처럼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동기부여도 되더라고요. 앞으로 꼭 뭐를 하겠다고 정해두진 않았지만, 이것저것 둘러보고 배워가며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계획입니다.”
긴 노후, 실현 가능한 도전을 향해
젊은 시절 못지않은 의욕을 불태우지만, 아무래도 나이 때문에 체력의 한계는 무시 못 한다는 김요경 씨. 인생 1막과 2막의 차이를 ‘건강’에서 느낀다고 했다. 무모한 도전보다는 심신을 돌보며 차분히 노후를 준비하겠다는 다짐이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엄청나게 무리했어요. 어지럽고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다가 뇌경막하수종 진단을 받았어요. 그때 비로소 나이를 체감했죠. 인생 1막과 2막의 경계도 아마 그런 것 같아요. 뭔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있겠구나 깨달았습니다.”
의욕과 달리 체력이 부족해 도전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테다. 자칫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욕심을 비워내고 감사하는 마음을 들여놓기로 했다.
“저희 시어머니께서 103세까지 장수하셨는데, 100세 때 그러시더군요. 마음만큼은 열여섯이라고요. 제 마음도 그래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마음이야 그렇지만 무모하게 도전해서 건강 잃으면 손해잖아요. 이제 노후는 길게 봐야 하니까요. 욕심을 내려놓고, 어떤 목표나 기준점도 살짝 낮추려고 해요. 대단하지 않더라도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앞으로도 성실하게 살아가려 합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2023년 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서울시 중장년의 생애설계준비도는 100점 환산 기준 63.1점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만 40세 이상 65세 미만 중장년 1만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재단 리포트에 따르면, 지표가 된 ‘생애설계준비도’는 ‘과거 경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현재와 앞으로의 자신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향후 목표 설정 및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이행하고 유지하기 위해 관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생애설계준비도는 크게 ‘생애이해’와 ‘생애영역 설계관리’로 나눠 측정됐다.
조사 결과 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도는 63.1점, 생애이해 영역은 65.6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은 61.8점으로 나타났다. 항목별 평균을 살펴보면 자신에 대한 이해가 67.9점으로 가장 높았고, 여가활동 설계관리가 59.1점으로 가장 낮았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생애설계준비도는 63.3점, 여성은 62.8점으로, 여가활동 설계관리와 신체적·정신적 건강 설계관리를 제외한 영역 및 항목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약간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령대별로는 생애설계준비도가 가장 높은 건 만 60~64세로 63.7점이었다. 반면 만 45~49세가 62.4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 또, 생애이해 영역은 만 55~59세(66.0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은 만 60~64세(62.6점)가 가장 높았으며, 연령이 낮아질수록 준비가 부족한 경향을 보였다. 가구 형태에 따른 세부 결과도 측정했는데, 기타를 제외했을 경우 2세대 가구가 모든 영역 및 항목에서 가장 점수가 높았고, 생애이해 영역(62.6점)과 자신에 대한 이해 항목(65.5점)은 1인 가구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임소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50+정책동향리포트’(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실태와 지원 방향)를 통해 “인생 후반기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중장년은 편향되지 않은 균형적인 준비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현재 준비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장년 특성을 반영해 생애설계준비에 대한 정의를 구명하고 관련 이론 고찰, 선행 연구와 사례 분석을 기반으로 지표의 영역 및 항목을 구분하고 문항을 구성하여 타당성 검증을 통한 지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평생현역시대, 생애설계에 빠질 수 없는 '일자리 지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의 세부 항목 중 ‘일(경제활동) 설계관리’ 점수(60.4점)는 타 영역의 평균보다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여가활동 설계관리를 제외하면 최하위다. 반면 최고점은 ‘재무설계관리’(64.8점) 항목. 지표의 정의를 토대로 풀이하자면, 경제적 관리(소득·부채·금융자산·부동산)을 위한 목표 및 계획(연금·투자·저축)을 실천하고 이를 점검·관리하는 것은 잘하는 편이지만, 일(경제활동)하는 것에 대한 목표 및 계획(자격증 취득·교육훈련 참여·교류 활동 등)을 실천하고 이를 유지·개선하려는 노력은 미흡한 것이다.
한편 수명 연장으로 길어진 노후, 전문가들은 줄곧 ‘평생직업’, ‘평생현역’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은퇴 전 축적한 자산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고, 여생이 얼마나 될지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노후 경제적 관리를 고민한다면 일(경제활동)에 대해서도 염두에 둬야 할 테다. 그런 점에서 경제적관리 대비 일 설계관리가 부족한 것에 대해 다소 균형을 맞춰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볼 수 있겠다. 물론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고 설계하기엔 어려울 수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더해지면 좋다.
송민혜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해당 리포트의 분석 자료(중장년 일자리지원 강화를 위한 경력설계상담의 현황과 시사점)를 통해 “생애설계는 직업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영역에서의 계획을 생애주기 단계에 걸쳐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 관련 상담은 생애설계의 다양한 영역 중 직업, 경력 등 영역에 특화됐다.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서비스 대상자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도와주는 활동”이라며 “중장년의 일자리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담 시 조언이나 공감보다는 취업·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상담자의 역량을 키우고 방법을 논의·제시하는 역할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시 중장년의 일자리지원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 생애설계상담(4대 영역, 건강·재무·여가·대인관계)은 유지하면서 경력설계상담을 강화하여 중장년의 생애 전 영역에 대한 종합지원 방향으로 상담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뉴딜 일자리로 운영되는 컨설턴트들이 생애설계상담을 제공하고 취업상담사 자격을 가진 인력은 경력설계를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생애설계 다양한 영역에서의 상담과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시사했다.
202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 서울, 부산 순이다. 경기도 중장년에겐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서울 중장년에겐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가 있다면, 부산 중장년에겐 ‘부산광역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이하 부산장노년센터)가 있다. 그 이름처럼 일자리 관련 사업에 주력해왔지만, 중장년의 다채로운 삶을 응원하기 위해 커뮤니티 지원 및 교육, 사회참여 활동 등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중이다.
부산장노년센터는 2016년 10월 부산광역시에서 지정하여 운영하는 장노년 지원 전문기관으로, 부산에 거주하는 만 50세 이상 중장년 세대의 사회참여를 이끌고 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 및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성공적이고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지원한다. 그중에서도 신중년 인생학교 ‘하랑’과 생애설계 커뮤니티 지원사업인 ‘아리’는 부산 액티브 시니어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센터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또래와 배우고 성장하는 인생 캠퍼스
‘신중년 놀이터’로도 불리는 인생학교 ‘하랑’은 중장년 개인의 역량 및 경험을 활용한 교육을 개설해, 지역민들의 사회참여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자신의 재능을 동년배와 나누고 싶은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참여자는 재능기부 형태로 중장년 대상의 교육 강좌를 열어 또래와 소통하고 배움의 기쁨을 나누는 동시에 개인의 역량도 향상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연간 상·하반기로 나눠 4개월씩 진행되며, 한 과정당 1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동화구연지도사, 로봇강사 양성과정, 드론 기초과정 등 취미·여가 및 자격증 교육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총 13팀이 참여 중이다.
하랑과 함께 주목받는 센터 사업으로 ‘아리’가 있다. 아리는 사회공헌, 일자리, 학습, 문화 활동 등과 관련된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형태다. 생애설계·신문화 확산 관련 활동 또는 지역사회·취약계층 지원 등 공익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커뮤니티가 대상이 된다. 또는 센터 내 프로그램 참여 후 동기들과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결성한 모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세대 통합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50+세대가 구성원의 50% 이상인 경우도 지원 범위에 속한다(단 5인 이상 참여). 하랑과 마찬가지로 연 2회 4개월 단위로 모집하며, 80만 원의 활동지원금이 나온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지원금을 비롯한 센터의 조력을 통해 모임 안정화를 넘어 협동조합 설립도 꿈꾼단다. 현재 온라인 판매 및 협동조합 개설 동아리, 아동학대 인형극 동아리, 드론 동아리 등 총 10개 팀이 지원받고 있다.
"함께 가는 길은 멀리 갈 수 있다" -‘하랑’ 책놀이지도사 이옥경 강사
“노인복지 현장과 교육기관에서 치매 예방 및 인지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의 강사로 활동했어요. 지난해 부산가톨릭대학교에서 운영하는 50+생애재설계대학을 다녔는데, 당시 방문한 부산장노년센터 직원을 통해 ‘하랑’에 대해 알게 됐죠. 내가 활동하는 분야의 역량이 강화됨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유익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제 삶의 만족도도 향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노인 인지활동 책놀이지도사 자격증 취득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랑을 통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은 노인 책놀이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계시는데요. 이를 발판으로 노인 시설이나 치매안심센터 등에 취직해 지역 어르신의 건강 지킴이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일자리 연계가 아니더라도, 일차적으로는 개인에게도 유익한 강좌이기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혼자보다는 길동무가 있어야 더 멀리, 오래 갈 수 있다고 하죠. 센터와 커뮤니티 회원들이 제가 가는 길에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막연한 노후에 소속감을 심어주다" -‘아리’ 펀북놀이터 구민서 대표
“제가 대표로 있는 펀북놀이터 동아리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지원사업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과정이었는데, 당시 지원사업은 6개월로 끝났죠. 이후 회원들이 각자 프리랜서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속감이 결여된 점이 고충이었죠. 마침 부산장노년센터 ‘아리’ 모집 공고를 보게 됐고, 지금은 ‘아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펀북놀이터 동아리’라고 소속을 밝혀 소개하고 있어요. 말뿐인 게 아니라 심적으로도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기분이에요. 센터에서 동아리를 널리 알려주신 덕분에 회원들의 활동도 늘어났고, 저 또한 북콘서트 진행 기회도 얻게 됐죠. 혹시 주변 중장년 중에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공신력 있는 센터의 지원을 받아보고 싶다면 부산장노년센터를 찾으시라 권해드립니다. 나이 들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닌, 나이가 들어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의 인생, 한 권의 책이 됩니다
부산장노년센터는 ‘신중년 생애전환지원팀’을 두고 이들 세대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 및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다. 팀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부산광역시 휴먼북도서관’이 있다. 사업명 속 휴먼북(Human-Book)은 한 사람의 인생이 곧 하나의 책과 같다는 교훈에서 착안한 단어다. 부산시 휴먼북도서관은 ‘인생의 경험을 나누는 도서관’으로도 불린다. 독자들은 읽고 싶은 휴먼북에 열람 신청을 하고, 이후 대상과 마주 앉아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생생한 경험을 전해들을 수 있다. 종이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메시지를 체득한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자신의 인생 경험과 경륜, 전문지식에 대해 재능기부를 원하는 신중년(만 50~69세)이라면 휴먼북 대상자로 신청 가능하다.
이밖에도 부산장노년센터는 고령화 대비 노후 진단 및 생애설계 상담, 종합재무설계 서비스, 신중년 적합직종 양성교육, 50+생애재설계대학 네트워크, 부산50+인턴십, 장노년 전직지원 및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의 사업을 통해 부산 중장년들의 노후를 응원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사업들을 잘 유지하면서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부산장노년센터가 진행하는 사업 정보 및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면, 센터에서 운영 중인 ‘50+부산포털’을 통해 확인해보자.
부산장노년센터는 부산시 중장년들에게 노후의 이정표를 제시하며 든든한 동행자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많은 부산 중장년들에게 양질의 환경과 교육, 커뮤니티, 일자리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는 변재우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부산시 중장년 인구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습니다. 시니어의 어떤 특성에 주안점을 두고 센터를 운영하고 계신가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경기도나 서울시와 비교해 부산시 중장년들의 인생 후반전 준비는 미흡한 편입니다. 그에 반해 노후 준비나 생계를 위한 일자리 욕구는 높은 편이죠. 모든 분을 만족시키긴 어렵겠지만, 가능한 한 많은 중장년이 후반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보조금 사업인 ‘60+일자리 사업’, ‘시니어 인턴십’, ‘고용노동부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을 비롯해 민간 일자리 사업인 ‘부산형 50+인턴십’, ‘해양쓰레기 정화사업’ 등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사회공헌 일자리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늘어나 관련 분야로 매칭해드리고 있습니다.
Q. 센터를 방문하는 시민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찾아오나요?
우선 퇴직 후 일자리 고민이나 인생 이모작 설계를 위해 방문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밖에도 다양한 고민과 기대를 품고 이곳을 찾아오시지요.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생애 재설계 컨설턴트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노후 준비 진단을 통해 다양한 정보 제공은 물론 센터나 부산시 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안내해드리고 있어요. 저마다 인생 후반전에 필요한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춰 적절한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Q. 상반기 동안 중장년이 가장 만족한 사업은 무엇인가요?
주택보증공사(HUG)와 함께 진행한 ‘해양쓰레기 정화사업’입니다. 해양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신중년 일자리와 매칭해 진행했는데,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사회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반응이 긍정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은퇴 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풀타임 근무보다는 적은 시간을 할애하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선호하는데, 그 점이 충족되어 만족도와 참여도 또한 높았지요. 기분 좋은 성과를 낸 덕분에 함께한 주택보증공사가 올해 계속 지원을 약속해 하반기에도 동일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센터를 방문할 부산 중장년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만 해도 지역마다 캠퍼스나 센터가 있지만, 부산에는 우리 센터 하나뿐이죠. 모든 부분을 충족하긴 어렵겠지만, 중장년의 의견을 하나하나 수렴해가며 우리만의 지원책과 문화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다들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평생 현역 시대. 인생 후반전 일자리는 첫 직장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보다 업그레이드된,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내 일’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오프라인 캠퍼스와 온라인 포털을 통해 중장년의 제2 진로에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희소식 중 하나는 생애 전환기인 40대도 참여 가능해졌다는 것. 이들 세대에 맞춘 지원책과 기존 50+세대를 위한 프로그램까지,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의 긍정적 변화에 주목했다.
소위 ‘액티브 시니어’라 불리는 이라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50+재단)에 대해 들어봤을 테다. 이미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이하 캠퍼스) 생활을 경험해봤다면, 올해는 더 기대해볼 만하다. 50+세대의 인생 후배인 40대 중장년이 함께하며 프로그램은 더 풍성해지고 활력은 배가 됐기 때문. 아울러 서울시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서울런4050’의 주요 12개(일자리·사회공헌·직업교육·생애설계 등) 사업 진행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서비스를 누리게 됐다.
새내기 중장년, 직업 교육부터 탄탄하게
40대는 중장년기 진입 세대인 만큼, 인생 후반전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직업역량 교육이 핵심이다. 40대는 대부분 직장 생활 중이고, 부서장 등 조직 내 주요 인력이다. 때문에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막상 별도로 시간을 내긴 어려운 상황. 이렇듯 현업으로 여의치 않은 새내기 중장년을 위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직업전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미네르바형 직업전환 전문교육’이 마련됐다. ‘디지털 동화책 작가 도전하기’(강북50플러스센터), ‘중장년 전문셀러 도전하기’(동작50플러스센터) 등 오프라인 수업을 비롯해 온라인 ‘서울런4050포털’에서 400여 개의 직무 교육 콘텐츠를 들어볼 수 있다.
40대라면 직업 전환보다는 현재 직무의 연장선상에서 취업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이직을 희망하는 중장년이 중소기업·스타트업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 과정을 개발해 집중 훈련부터 기업 매칭까지 통합 지원하는 ‘런앤잡4050’도 운영한다.(만 40~55세 퇴직(예정)자 대상 선발) 또 차후 경력 전환의 기회를 노린다면 ‘중장년 인턴십’에 지원해 민간·공공 분야에서 새로운 일의 경험을 쌓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동년배를 위한 생애설계 서포터가 되다 -백낙현(59) 중부캠퍼스 컨설턴트
“대기업에서 33년 일하다가 퇴직 후 올해부터 중부캠퍼스 상담센터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생애 전반에 대해 상담하는데, 크게 일·활동·재무·관계 영역으로 나뉩니다. 현역 때 기획, 홍보, 재무, 해외 지사 업무 등을 했고, 사회적 기업에서도 일했죠. 다양한 경력과 경험이 현재 상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 역시 퇴직 전후 걱정이 많았는데, 이곳을 찾는 중장년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더군요. 동년배라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편이고, 더 실질적인 조언이 가능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40대들도 방문하는데, 노후 준비를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에게 컨설턴트로서, 때론 인생 선배로서 최대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드리려 해요. 특히 중장년이 재취업에 도전하는 과정은 외롭고 힘든데,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고들 해요. 그런 내담자들을 위해 저 또한 전문 지식을 쌓으며 충실한 서포터가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제는 나를 위해 일해보고 싶다 캠퍼스 참여자 송순임(49) 씨
“결혼 전 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아이가 태어나며 전업주부로 지냈어요. 아이를 잘 키우려고 한 선택이었지만 한편으론 일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죠. 저처럼 경력단절 여성들은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잖아요. 일단 기술을 익히거나 전문성을 갖춰야겠더라고요. 우연히 ‘데이터 라벨러’(AI가 학습 가능한 형태로 데이터를 가공하는 일)라는 직업을 알게 됐는데, 마침 캠퍼스에 교육 과정이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신청했습니다. 이제는 아이도 제법 컸고, 저도 스스로를 위한 일을 해볼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정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교육을 들으며 그 길을 찾아가려 해요. 현재 캠퍼스 생활은 정말 만족스러운데요. 주변에 저처럼 재도약을 꿈꾸는 여성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캠퍼스’라는 명칭이 마음에 듭니다. 아직은 복지관이나 노인기관을 가기엔 좀 이르잖아요. 딱 우리 세대만을 위한 특화 공간이 이곳 캠퍼스가 아닐까 해요.”
취·창업 원한다면 전문 컨설팅으로 든든하게
캠퍼스 활동을 앞두고 막막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먼저 상담센터에서 컨설턴트를 찾길 바란다. 우선 온라인 생애설계 자가진단을 통해 영역별(일·활동·재무·관계) 준비도를 확인 후, 관심 영역에 대한 전문 컨설턴트의 1:1 맞춤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불안, 스트레스 등 전반적인 심리상담을 비롯해 연금, 재무 등에 대한 심층 상담도 진행된다. 생애설계 분야별 전문가가 제공하는 경력·생애설계 프로그램도 유익하다.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노후 진로에 갈피가 잡혔다면, 취업 정보·이력서·면접 등 구직 활동을 지원해주는 개인별 맞춤 취업 컨설팅도 받아보자. 사회공헌 일자리를 희망하는 이들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시 보람일자리’나 ‘중장년 지역사회돌봄단’ 활동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 만약에 취업이 아닌 창업이나 창직이 목적이라면 전문가 컨설팅과 창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아우르는 중장년 창업컨설팅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적합하다. 이와 더불어 각 지역 캠퍼스별로 운영하는 공유사무실을 창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밖에 직업능력개발교육을 비롯해 실용성을 높인 기술교육원 연계 프로그램, 대학 연계 맞춤형 교육 등 미래 취업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직업역량 강화 교육도 진행한다. 워낙 프로그램이 다양해 어떤 과정이 나에게 맞을지 선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캠퍼스 상담센터 방문 시 컨설턴트를 통해 교육 및 훈련 정보를 안내하고 지원받을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해도 좋겠다. 디지털에 취약한 중장년이라면 디지털 전환 교육을 통해 활용법과 비즈니스 실무 등을 익히며 전문성을 키워볼 수도 있다. 또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올해 6월 개최)나 채용·직무 설명회 등 관련 행사도 종종 열리니 수시로 50+포털을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해보면 더욱 빈틈없는 캠퍼스 생활이 될 것이다.
올해 전환기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서울런4050’의 시행으로 50+재단은 다채로운 변화를 맞았다. 이성수 사업운영본부장은 기존 50+세대부터 신규 40대까지 아우르는 사업을 통해 중장년의 인생 후반전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본부장에게 더욱 새로워진 재단의 면면에 대해 물어봤다.
Q .올해 50+재단 사업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중장년 일자리 발굴과 디지털 역량 강화 및 직업 교육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운영한다는 점, 그리고 40대까지 지원을 확대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이들을 위한 서비스는 일차적으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서울런4050 포털’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캠퍼스와 센터에 상담을 신청하는 40대도 조금씩 눈에 띄는데요. 하반기에는 여러 교육 시설에서 대면 교육을 통해서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Q. 50+재단 사업을 운영하며 무엇에 주안점을 두시나요?
첫째, 중장년의 요구가 높은 일자리 지원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중장년 채용 수요가 있는 기업들과 구직을 원하는 중장년을 매칭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둘째, 중장년층이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데 뒤처지지 않도록 돕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을 돕는 교육과정을 확대 운영합니다. 끝으로, 중장년이 더 편하게 서비스를 누리도록 캠퍼스 공간을 업그레이드하려 합니다. 이렇게 세 가지에 주목해 사업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Q. 중장년이 캠퍼스 활동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요?
인생 후반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등을 점검해볼 기회를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체계적인 상담을 통해 경력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들으며 동년배들과 고민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새로운 길을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개인의 상태와 욕구에 따라 알맞은 도움을 받아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Q. 올 상반기에는 어떤 프로그램의 만족도가 높았나요? 하반기 사업은 어떻게 계획하고 계시나요?
기업 연계 채용 설명회나 인턴십, 보람일자리 등 일자리 관련 사업과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았습니다. 사무에 필요한 컴퓨터, 엑셀 사용법 등 사무자동화(OA) 기술 교육에도 많은 분이 참여했습니다. 또 한창 뜨는 드론 조종법 교육도 열기가 대단했고요. 하반기에도 이러한 수요가 많은 사업을 가능한 한 더 편성,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중장년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푸근한 분위기를 풍기던 88kg의 과거를 벗어던지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았다. 닭가슴살과 고구마, 채소를 먹으며 ‘빡센’ 운동으로 근육을 잔뜩 키운 젊은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50세가 넘어 시작한 운동은 10년이 넘도록 계속됐고, ‘나이 든 몸’에 대해 더 잘 알 수밖에 없게 됐다. 강철진 할아버지는 시니어에게 집중된 콘텐츠로 유튜브의 느슨한 분위기를 뒤집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건강전도사 강철진입니다!”
유튜브 채널 ‘강철헬스전략’을 운영하는 강철진 씨다. 귓가를 기분 좋게 울리는 중후한 목소리와 시원한 미소, 옹골찬 근육은 가히 젊은이들도 부러워할 만하다. 항상 착용하는 모자에는 FBI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환상적인 보디 정보(Fantastic Body Information)라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시니어들을 위한 기초 운동 상식, 집·공원·헬스장 등 장소에 따른 운동 방법, 보디빌딩 대회 전 일상 등 폭넓은 콘텐츠를 전한다. 시니어들은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우기보다 어깨너머로 따라 하거나, 잘못된 운동으로 부상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전달에 중점을 뒀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슴, 복근, 등, 팔, 어깨, 다리 등 신체 부위가 표시된 조끼를 입기도 한다.
과거 그는 40인치의 넉넉한 허리를 가진 수학 교사였다.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당했다. 그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책상과 교탁 사이 간격을 좁혀놓은 것이다. 그로부터 매일 퇴근 후 혼자 학교 운동장을 뛰었다. 보디빌딩 대회에도 출전했고, 2014년 서울시장배 마스터즈(50~59세)급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은퇴 후 63세가 되던 해에는 생활스포츠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평소 다니던 피트니스 센터에 취업도 하게 됐어요. 제 첫 고객은 중년 여성분이었는데 다이어트에 성공한 뒤 지인들을 모두 데리고 오시더라고요. 입소문 덕에 바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지만 완벽히 원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표를 내고 ‘내가 알고 있는 건강 지식을 무료로, 많은 사람에게 전할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LG U+ 공동후원의 50+유튜버스쿨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개설, 편집 기술 등 다양한 수업을 들었고, 열심히 한 덕에 수석 졸업을 하게 됐어요. 소외되는 사람 없이, 많은 이들이 올바르게 운동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강 씨에게 ‘운동’은 12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기본 발판이다. 끊임없는 도전 중 하나이자,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기 위한 도구라는 의미다. 그는 50세를 기점으로 몸을 재건축하기를 권한다.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기나긴 인생의 여정을 즐겁게 보낼 수 없어서다. 탄탄하게 깔아놓은 기초 체력으로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도전하고 배웠다. 트로트 대회에 나가거나 진로상담사, 분노조절상담 지도사, 스피치 지도사, 캘리그래피 지도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했다. 퇴직하면 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퇴직 전보다 더 바쁘게 살고 있다. 최근에는 ‘한글 필기체’ 특허 출원도 했다.
“늦은 때란 없으며,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날입니다. 무엇을 시작해볼지 고민하고,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홍익인간의 이념을 따라 소외된 계층을 위해 운동 방법과 한글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말이죠. 늙을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대한민국을 일궈낸 세대 아닌가요. 자부심을 느끼고 힘차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시니어는 사회·문화의 주류 세력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있다.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 구독자가 120만 명에 이른다. 43년간 식당을 운영한 할머니의 유쾌한 입담과 맛있는 레시피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김칠두는 순댓국집 사장에서 시니어 모델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팔로어 약 5만 명을 보유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시니어는 이제 ‘욜드’(Yold)를 넘어 ‘쏠드’(Sold)로 불린다. 욜드는 ‘Young Old’의 줄임말로 젊게 사는 노인을 말한다. 쏠드는 디지털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스마트한 욜드’를 의미한다. 즉 디지털 시대에 젊게 사는 시니어가 많아졌고, ‘시니어 인플루언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란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을 말한다. TV 등의 방송 매체로 유명해진 연예인 또는 셀럽과 달리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수십만 명의 팔로어(Follower,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행을 선도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동년배뿐 아니라 MZ세대까지, 전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음에 새롭게 떠오를 시니어 인플루언서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다.
MZ세대 사로잡은 이유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와 관련해,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라이프, 패션 등 문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연륜과 경험이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모습으로 나타나고, 사람들한테 영향력을 전파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유머러스하고 역동적인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활약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오공훈 평론가는 “대체로 시니어 인플루언서는 젊은 인플루언서에 비해 인기를 통해 수입을 거두려는 경향이 적어 보인다. 상업적인 의도가 적어 보인다는 의미다”라면서 “인생 이모작 마인드로 SNS로 자신을 표현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젊은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특징에 대해 말했다.
박막례, 김칠두와 함께 거론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로는 패션 디자이너 밀라논나(장명숙)가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93만 명을 기록한 그는 지난해 7월 유튜브 세계를 떠난 상황이다. 그럼에도 밀라논나의 위엄과 존재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젊은 감성과 우아한 면모를 보여준 밀라논나는 특히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장 인기를 끈 영상은 2019년 게재된 ‘60대 명품 바이어가 고른 자라(ZARA, 스파 브랜드) 꿀템’이다. 조회수 540만 회를 넘어섰으며, 3년이 지난 현재도 꾸준히 조회수가 상승하고 있다. 영상에는 자라 매장을 방문한 밀라논나가 여러 의상과 패션 아이템을 보면서 코디 꿀팁을 제안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 과정에서 밀라논나는 명품 의류 중에서 비슷한 아이템이 있으면 바로바로 언급하는데, 그의 경력과 전문성이 돋보인다.
해당 영상에는 ‘멋지다’는 반응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비슷한 표현으로 ‘멋진 어른’, ‘멋진 할머니’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올린 영상에도 ‘인생의 지혜를 얻고자 할 때 찾고 싶은 은사님 같다’, ‘보석 같은 말들이 불안함을 거둬준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대중이 시니어 인플루언서에게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엿볼 수 있다.
오공훈 평론가는 “일단 MZ세대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예쁨받은 기억에 대한 그리움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다고 본다. 사실 MZ세대가 처음부터 기성세대에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일부 기성세대의 태도 때문에 적대적인 감정이 생겼다고 예측한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는 꼰대가 아닌 멋지게 사는 어른이다. 그래서 존경의 마음마저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만의 콘텐츠 찾아야
시니어 인플루언서 꿈나무들이 많아짐에 따라 지자체, 민간기관에서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언서 양성 교육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각 캠퍼스에서도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번 달에는 중부캠퍼스에서 ‘SNS 인플루언서 도전하기’ 강의가 열린다. 강사인 안나영 PD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TBS ‘우리동네 라디오’ 지역 PD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인플루언서 양성 강의를 한 지 5년이 넘었다는 안나영 PD는 “시니어분들이 갖고 계신 특별한 콘텐츠가 많다. 그 콘텐츠를 배포하는 창구로 SNS 플랫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 SNS를 잘 활용해 영향력 있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무엇이든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젊은 층에 비해 디지털 기기와 친숙하지 않은 시니어가 인플루언서로 거듭나는 길은 고된 여정일 터다. 실제로 스마트폰 작동조차 어려워하는 시니어가 많은데, 그들에게는 SNS 자체가 매우 낯선 존재다. 아이콘의 기능을 하나하나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만들고 업로드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안나영 PD는 콘텐츠의 아쉬움에 대해서는 “시니어분들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SNS를 통해 말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다. 공적인 말하기의 과정 혹은 어법을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을 크게 갖고 계신다”고 짚었다. 안 PD는 “부담을 덜 가질 수 있도록 시니어분들에게 사소한 질문, 일상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적이면서 내밀한 기록이 조금 더 쉽게 발굴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콘텐츠란 무엇일까. 시니어가 만든 콘텐츠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고, SNS를 한다고 인플루언서가 됐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너무 많은 상황이다. 안나영 PD는 “SNS를 시작한 시니어가 많아지고 있지만, 콘텐츠가 다양한 것은 아니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행 콘텐츠를 예로 들어보자. 시니어가 만든 여행 관련 콘텐츠는 기존에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여행 콘텐츠가 게재되고 있을지 모른다. 대부분 아름다운 자연 풍광, 여행지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 등에 대한 글과 사진, 영상의 기록이다. 이제는 그 천편일률적인 콘텐츠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이 여행길을 밟게 된 나만의 이유’, ‘내가 겪어보고 발견한, 몸이 불편한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코스’ 등 생각을 전환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안나영 PD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는 완벽하게 구성·편집된 것보다 오히려 ‘날것’ 그대로가 매력적일 수 있다고 얘기했다. 대중이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보는 이유는 퀄리티가 높아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만이 할 수 있는 얘기를 듣거나, 리얼함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나영 PD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필요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 PD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를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싶은 명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그분들의 시간을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질문하고 싶은 것이다”라면서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삶의 태도나 철학을 따라갈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공간의 역할을 하는 SNS가 중요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분을 말하지만,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분도 명인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당장 내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추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어요. 시니어분들은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오셨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도 대응하는 방식이라든지 노하우가 훨씬 다양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삶의 모습이 나한테도 괜찮다고 말해줄 것 같은 거죠. 한마디로 그분들의 SNS는 전 세대의 자존감과 안정감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장년 구직자를 위한 일자리 정보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가 15일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주관한 이번 박람회는 서울시 중장년 집중 지원 사업 ‘서울런 4050’의 일환으로 펼쳐졌다.
행사장에는 CJ프레시웨이, 카카오T블루, 서울시 중구시설관리공단 등 40~60 중장년 채용 계획이 있는 6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각 부스에서는 기업에 대한 설명 및 채용 상담, 면접 등이 함께 이뤄졌다. 참여자들은 행사장 입구 오른편에 설치된 게시대를 통해 채용 공고를 확인 후 해당 기업 부스를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컴퓨터 작업 및 서류 인쇄가 가능한 문서지원실을 비롯해 증명사진 촬영·인화 서비스 부스가 마련됐다. 덕분에 별다른 준비 없이 찾은 경우라도 관심 기업에 지원이 어렵지 않았다. 특히 이력서 사진촬영과 더불어 퍼스널 컬러 진단, VR 모의면접을 진행한 부대행사관 앞에는 중장년들이 줄을 지어 대기하는 등 해당 부스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관심 기업이 없더라도 취업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 등을 받아볼 수 있도록 ‘내일 설계관’이 운영됐다. ‘50+생애설계 진단지’를 활용한 생애설계 및 이력서 컨설팅 등 1:1 밀착 상담이 이뤄졌다. 아울러 쉽고 빠른 일자리 매칭을 돕는 ‘헤드헌팅존’, 채용 설명회 및 성공 취업 특강을 진행한 ‘설명회관’ 등 다양한 부스 운영으로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한 50대 구직자는 “관심 있는 기업이 있어 박람회에 참여했다가, 다른 기업도 상담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양한 기업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 오늘 시간이 된다면 생애설계 컨설팅도 받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퍼스널 컬러 진단에 관심을 보인 한 여성 구직자는 “취업 시장에서는 개인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본다. 외적인 부분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면접에 중요한 이미지 컨설팅을 해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눈에 띈 것은 40대 참여자가 늘었다는 점. ‘서울런 4050’의 일환으로 기획된 행사인 만큼, 제2직업을 고민하는 예비 퇴직자도 상당수 참여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이성수 사업운영본부장은 “중장년 구직자의 안정적인 일자리 정착을 위해서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발굴하고 효과적으로 인재를 매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박람회가 중장년에게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중장년 채용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중장년이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고려할 때 ‘취미’는 큰 영향을 끼친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좋아서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을 말한다. 은퇴 후 취미 생활을 즐기다 연계된 직업을 갖게 되면, 당신도 ‘덕업일치’(德業一致, 덕질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뜻)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은퇴 후 취미 생활은 무료한 삶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해준다. 그러한 취미가 일로 발전한다면 취미를 즐기는 동시에 건강도 챙기고, 직업도 생기고, 돈도 벌 수 있다. 일석사조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취미를 발전시켜 일하는 사람을 표현할 때 ‘덕업일치’와 함께 ‘하비프러너’(Hobbypreneur)가 언급된다. ‘취미’를 뜻하는 하비(Hobby)와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프러너(Preneur)의 합성어다. 취미를 발전시켜 창업하고 수익을 창출한 사람을 일컫는다. 디지털 시대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온라인 플랫폼 판매자 등이 많아지면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중장년이 직업으로 발전시킬 취미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봤다.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친자연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에게 어울리는 취미를 소개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수입 창출을 목적으로 취미를 갖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직업 상담가는 “사실 취미를 일로 연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구직 시 취미는 플러스 알파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요리하는 게 좋아서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학교 급식실에 취업할 때 도움이 된다”면서 “중장년분들을 보면 평생 열심히 일해왔기 때문에 은퇴 후 마음 편히 노는 법을 모른다. 취미 생활을 즐기다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축복할 경우지만, 일을 할 목적으로 취미를 갖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당부를 전했다.
사부작사부작 취미 살리기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으로 불린다. 한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67잔으로 세계 2위에 이른다. 전 세대에서 관심이 높지만, 중장년층의 커피 사랑은 대단하다. 중장년 세대에게 커피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들은 다방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마셨고, 식후 입가심이 되어주는 믹스커피를 좋아했으며, 카페가 많아지고 난 현재는 원두커피를 즐기고 있다.
원두커피의 맛을 알게 되면서 중장년층을 포함한 전 세대는 커피 만드는 법에 관심을 두게 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에서 홈 카페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자,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 ‘바리스타’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커피 만드는 법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집에서 가까운 바리스타 교육기관 또는 학원을 찾아가면 된다. 국민내일배움카드(고용노동부에서 훈련비를 지원해주는 제도. 1인당 최대 5년간 300만~5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를 활용하면 무료로 교육받을 수도 있다. 교육을 수료한 후에는 민간형 자격증인 바리스타 자격증을 어렵지 않게 취득 가능하다.
커피 만드는 법을 알면, 시니어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어 수입을 거둘 수 있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 일자리 가운데 민간형 사업의 주력 분야는 카페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공급과 수요 모두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취업이 유리하다. 카페 창업도 가능하다. 내가 만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 떨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셈이니 매력적이지 않은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적 소양을 살려 직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개그맨 김현철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제2의 삶을 사는 중이다. 워낙 클래식에 관심이 많아 지휘를 독학으로 공부했다는 그는 이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악보를 읽을 줄 모르는 그는 악보를 통째로 외워 지휘한다고 한다.
김현철과 같이 클래식을 사랑하는 중장년이 많다. 평소 배우고 싶었던 악기 연주를 배우고 아마추어 활동을 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김윤경은 유튜브 채널 ‘김윤경의 소소한 클래식’을 통해 클래식 음악 강의를 하고, 아마추어들의 연주 활동을 지원한다. 김윤경의 사례 역시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은 취미를 살린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소한 취미도 잘 살리면 소득이 생긴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면 시니어 작가가 될 수 있다. 작가가 되기에 늦은 나이란 없기 때문이다. 중앙지와 지방지, 종교지 등 13개 신문의 ‘2023년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보면, 전체 당선자 96명 중 40대 이상이 38명이었다.(40대 12명, 50대 이상 26명) 신춘문예 최고령 당선자는 68세의 노수옥 씨로 그는 ‘광남일보’ 시 부문에 당선됐다.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이 아니어도 온라인상에 글을 쓸 수 있는 창구가 많이 형성돼 있다. 블로그 마케팅으로 수입을 거둘 수 있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 작가가 되고 책도 낼 수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글짓기 대회도 많은 상황이다. 본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 역시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을 열어 시니어 작가를 응원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취미 살리기
나이가 들수록 초록초록한 풍경의 자연이 좋아진다. 자연을 느끼며 가벼운 산책이라도 운동을 하면 심신이 건강해지기 마련이다. 2017년 영국 요크대학교 환경연구소 연구팀은 ‘녹지 공간이 노인의 정신적 웰빙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단순히 걷기부터 등산, 트레킹까지, 숲에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는 직업과 연결될 수 있다. 숲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알고 보면 무궁무진하다. 2018년 당시 김재현 산림청장은 ‘숲에서 일하는 100가지 방법’ 안내서를 내기도 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취미 기반 직업은 ‘숲해설가’다. 자신이 좋아하는 숲을 거닐면서 소득도 벌 수 있다. 자연휴양림, 수목원, 도시 숲 등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설하고 체험 활동을 돕는 일을 한다. 산림교육 전문가 양성기관에서 일정 시간 교육을 이수하면, 평가를 거쳐 산림청장으로부터 자격을 부여받는다.
2020년 한국갤럽이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등산이었다. 무려 20년 동안 등산은 부동의 1위였다. 등산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등산을 가장 즐기는 세대는 중장년층이라고 할 수 있다.
등산을 즐기는 중장년이라면 ‘산악전문지도사’를 업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산악전문지도사는 산악 안전사고 예방 및 대응, 전문 등반(암·빙벽 등반) 안내, 안전한 산행 가이드 등 올바른 산행 문화를 선도하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에서 민간 자격을 발급하며, 2019년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숲과 관련된 직업이라고 해서 꼭 활동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목공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목공예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좋다. 목공예 제작 및 판매 업체, 인테리어 업체에 취업할 수 있고, 개인 공방을 운영할 수도 있다.
◇걷기 취미 살려 걷기 강사 된 박미애 씨
“살기 위해 걷기 시작, 행복 전파하고파”
“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하루에 10㎞를 걸어요.”
일상에서 매일 하는 걷기는 취미를 넘어 직업이 될 수 있다. 걷기 전문가가 되면 소득 창출이 가능하다. 부산에 사는 걷기 강사 박미애(62) 씨는 이 사실을 몸소 입증한다.
박미애 씨는 한국걷기 그랜드슬램을 3회나 달성했다. 한국걷기 그랜드슬램 워커는 1년 내에 장거리 대회 4개, 총 521㎞를 완보한 자를 말한다. 박미애 씨는 “중학생 때부터 걷기는 내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걷기는 힐링’이라는 사실은 결혼 후에 깨달았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요. 시어머니는 대장암, 시아버지는 치매에 걸리셨어요. 매일 간호하며 사는 삶이 너무 팍팍했죠. 또 공부를 잘해서 외고에 3년 장학생으로 진학한 아들이 갑자기 일반 고등학교에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가정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걸었습니다. 한참 걷고 나면 모든 고민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났죠.”
본격적으로 걷기 전문가가 된 것은 2017년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56세였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에서 주최한 ‘해안누리길 종주 대회’에 참여, 8일간 160㎞ 종주에 성공했다. 걷기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과 같이 걸으면서 박미애 씨는 ‘나도 잘 걷는 편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모임 ‘청춘 도다리’ 강연을 시작으로 여러 군데에서 강연하면서 박미애 씨는 걷기 강사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면서 걷기 지도사 자격증 1·2급도 취득했다. 민간 자격증으로, 2급은 16시간 교육을 통해 쉽게 취득할 수 있다. 경력이 있어야 자격이 되는 1급은 전문성을 입증한다고 할 수 있다.
박미애 씨는 강사로 일하면서 걷기의 기쁨을 전파한다는 사실에 행복했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에 그는 2020년 동서대학교 미래커리어대학 시니어운동처방학과에 진학했다.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는 박미애 학생은 학교에서 이미 유명인사다.
“걷기에 관심이 많고 실천하고 있는 시니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들 충분히 강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좋은 강사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인체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만 봐도 건강 문제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걷기 강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걷기 학교 설립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박미애 씨는 걷기가 건강한 삶을 가능케 해준다며, “걷기가 나를 살리고, 우리 가족도 살렸다”고 표현했다. 3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동생에게 박미애 씨는 100㎞를 걷게 했다고. 걷기의 긍정적인 효과를 느낀 동생은 건강을 되찾은 현재도 매일 10㎞씩 걷는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박미애 씨의 남편이 척수 손상으로 6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박미애 씨는 남편을 간호하면서도 매일 걸었고,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걷기’라는 취미가 불러온 긍정적인 나비 효과에 그는 오늘도 행복을 느낀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굉장히 좋았던 순간도 있었고 나락으로 떨어진 순간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걷기 덕에 힘을 낼 수 있었어요. 나이 들면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행복한 삶을 응원합니다!”
이왕 즐길 취미, 더 잘해야 할 것 같아 지레 포기하게 되는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생산적인 취미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면? 색다른 취미가 호기심에 은근히 불을 댕겨도 ‘저건 젊은 애들이나 하는 거지’ 하며 멀찍이 내려두게 되는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주저하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사진 각 사 제공
STEP 1 워밍업
심호흡 크게 하고,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 편한 자세로 누워보자. 손에 책을 들지, 리모컨을 쥘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소중한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받을지도 모른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모습에, 도전할 용기가 저절로 솟구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좋다. 긴장으로 굳은 어깨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Sink or Swim, 2019)
2년 차 백수인 중년 남성 베르트랑이 비슷한 처지의 동년배 남성들과 수중발레에 도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베르트랑은 수중발레단 모집 광고를 보고 수영장을 방문했다가 연습에 열중하는 이들을 발견한다. 베르트랑과 예민 까칠한 로랑, 파산 직전의 사장 마퀴스, 히트곡이 전무한 로커 시몽이 한 팀을 결성해 남자 수중발레 세계선수권 대회에 도전장을 내민다.
스웨덴 싱크로나이즈드 남자팀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중년 남성들이 물속에서 첨벙대고, 엄한 코치를 만나 두 시간 동안 사우나에 갇히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이 무모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보면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에서 한 해 앞서 동일한 소재로 ‘스위밍 위드 맨’(Swimming With Men, 2018)이라는 영화가 제작됐다.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겠다. 넷플릭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 가능.
KBS1 다큐ON ‘래퍼와 시인’(2023)
70대 노인 두 명이 래퍼와 시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1945년 해방되던 해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은 이른바 해방둥이 세대인 77세 임원철 씨, 일흔이 가까워 한글 공부를 시작한 74세 조남예 씨의 도전기.
임원철 씨는 자식에 손주까지 키워낸 일흔의 나이가 되어서야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됐다. 대학 입학으로 인생 처음으로 공부의 꿈을 펼치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그는 한 번 더 용기를 내 ‘실력 있는 래퍼’가 되어보고자 도전한다.
조남예 씨 역시 평생의 소원이던 글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를 쓰기로 결심했다. 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래퍼 마이노스, 시인 김승일이 멘토로 나섰다. 라임을 배운 뒤 그의 인생을 가사에 담은 곡 ‘해방둥이’를 비트에 맞춰 녹음하고, 20여 편의 시를 엮어 한 권의 시집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옛말이 절로 떠오를 것이다. 유튜브,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
넷플릭스 ‘파티셰를 잡아라!’(Nailed it!, 2018~)
흉측한 케이크를 탄생시키는 미국의 베이킹 경연 프로그램이다. 엉망진창 능력의 아마추어 제빵사들은 도전 과제로 프로 제빵사의 케이크를 따라 만들어야 한다. ‘걸작’을 구워내면 상금 1만 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펼쳐지는 난장판. 망친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실력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해냈다’(Nailed it)는 점이 중요하니까.
2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경쟁 프로그램 후보에 올랐고, 니콜 바이어는 최우수 진행자 부문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큰 인기를 얻으며 프랑스, 독일, 멕시코 등 각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영화 ‘치어리딩 클럽’(Poms, 2019)
웰다잉을 위해 실버타운 ‘선 스프링스’로 입주한 마사. 조용히 생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친화력 좋은 이웃 셰릴의 등장으로 실버타운 역사상 처음으로 치어리딩 클럽을 결성하게 된다. 나이는 많아도 열정만은 청춘인 8명의 예비 치어리더들은 전국 치어리딩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하지만, 방해물이 만만치 않다.
영국 BBC ‘100인의 여성’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실버 치어리딩 클럽 ‘폼즈’(Poms)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출연하는 중년 배우들 역시 실제로 치어리딩을 해본 적 없음에도, 훈련을 통해 모든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죽음을 앞둔 상황일지라도 도전에 한계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 가능.
STEP 2 자신감 만땅, 이제 뭘 도전해볼까?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가득한데, 무슨 취미가 있는지 몰라 브레이크가 걸렸다면? 흔한 취미는 싫거나, 남들은 취미를 어떻게 즐기는지 궁금하다면 아래의 책을 참고해보기를 권한다.
책 ‘사계절 취미 잡화점, 호비클럽으로 오세요’
황지혜 작가는 ‘취미 수집가’다.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고, 취미로 일상의 빛나는 순간들을 모은다. 혼자 도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비클럽’을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한다. 화분에 씨앗을 심고, 막걸리를 만들어 나눠 마시거나, 필름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는 등 계절별로 멤버들을 모아 취미를 함께 즐기고 서로의 취향을 나눈다. 황 작가가 말하는 취미는 ‘얼마나 자주, 얼마나 잘하는지와 상관없이,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모든 것’이다. 도전해보고 싶은데 망설여질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싶을 때, 잡화점처럼 온갖 취미를 모아둔 이 책을 펼쳐보자.
책 ‘오늘부터 그림’
‘대충 그럴싸하게 그린다’가 콘셉트다. 완벽한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지 않고, 쉽고 즐겁게 그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제작된 책이다.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은 ‘그림을 못 그린다고 느끼거나, 그리기가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취미는 취미일 뿐, 전문가와 경쟁하거나, 생계 수단으로 삼거나, 세상을 놀라게 할 대작을 만들 것도 아니니까. 못생겨도 매력 있는 나만의 그림 그리기, 이 책과 함께 도전해보자.
[TIP] 마음먹은 취미, 여기서 시작하세요
1 오뉴 새로운 여가 활동을 찾고 삶을 새롭고 액티브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여가 플랫폼. 스마트폰에서 오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서울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 중이다. 1층은 카페, 2층에선 여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별도의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으니 한 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2 위드플 5670세대 시니어 전용 여행 플랫폼. 당일, 반나절, 숙박으로 이뤄진 여행 상품 ‘새로울지도’와 2~3시간 관심사를 향유할 수 있는 소그룹 커뮤니티 프로그램 ‘원데이클래스’가 있다. 위드플의 프로그램에는 테마가 있고, 여행의 경우 가이드가 아니라 실제 전문가가 함께한다. 숲해설 클래스의 경우 숲해설가가 남산 트레킹 코스를 함께 걸으며 숲 냄새를 맡아보고, 솔방울을 만져보게 하는 등 새로운 시각으로 숲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3 서울시50플러스재단 캠퍼스 및 센터 서울시에 거주하는 중장년을 위해 통합지원정책을 추진하는 기관이다. 캠퍼스는 서부·중부·남부·북부 4곳, 센터는 도심권·동작·영등포·노원·서대문·성북·금천·강서·서초·강동·양천·성동·강북 등 13곳이다. 캠퍼스와 센터마다 여가·취미·일·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시50플러스포털 홈페이지의 ‘직업교육+’ 메뉴 중 ‘교육신청’을 선택하면 각 캠퍼스 및 센터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취미나 여가 관련 강좌와 신청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4 클래스101 온라인 강의 플랫폼으로, 개인의 능력을 거래하는 ‘거래마켓’의 대표주자. 다양한 취미 활동을 배우기에는 제격이다. 공예, 부업, 주식, 일러스트, 코딩 등 취미에 대한 다양한 강의가 마련돼 있다. 또한 강의 프로그램별 맞춤 준비물이 모두 포함돼 있어, 뜨개질 강의를 신청하면 코바늘과 실을 받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상품에 가입해 4000개 이상의 온라인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는 1년 구독 서비스가 출시됐다.
미국은 한국보다 2년 앞선 2015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타 선진국과 비교하면 30~40년 가량 뒤늦게 도달한 셈이다. 고령사회 후발주자인 만큼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해나가는 가운데 오랜 기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제도가 있다. 지역사회 기여형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 일명 SCSEP(Senior Community Service Employment Program)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SCSEP은 1965년 미국 노인법(Older Americans Act, OAA)에 따라 시행됐다. 미국노동부(U.S. Department of Labor)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연방 인력개발 프로그램으로, 현재 미국의 거의 모든 카운티에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자는 미국 55세 이상 저소득 실업자로, 가족 소득이 연방 빈곤 수준의 125%를 넘지 않아야 한다.
SCSEP는 중장년이 일자리를 찾고 실업 이후에도 삶의 질을 유지하게끔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교, 병원, 탁아소 및 노인 센터를 포함한 비영리 및 공공시설에서 다양한 지역 사회 봉사 활동과 업무 경험을 제공해 구직 활동에 대한 준비와 더불어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고취시킨다. 아울러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주당 평균 20시간 일을 하면서 그에 따른 임금을 받게 된다. 프로그램 운영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미시시피주를 기준으로 살펴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시시피주 주관 SCSEP 서비스 프로그램
1) 개인 맞춤 계획 수립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중장년의 미래 설계를 위한 계획 수립을 돕는다. 노동시간, 임금, 직업 유형으로 크게 나누어 참가자 설문을 통해 개인 맞춤형 목표를 설계한다. 프로그램 운영위원회가 참가자 모니터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관리하며 개인 맞춤형 시간표를 제공하여 역량개발을 돕는다. 개인별 맞춤 계획 후에는 파트너 기관 소개, 지역행사 및 취업박람회 참여, 소셜미디어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2) 지역사회 봉사를 통한 역량 함양
개인의 역량 향상과 현장 경험을 위해 지역사회 봉사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사회 봉사과제는 상대적으로 저숙련 작업이기 때문에 서류 정리, 데이터 입력, 접수, 전화 응대 등의 업무수행이 일반적이다. 직업 경험이 없는 참가자에게는 청소 업무, 고객 서비스 업무 기회를 제공한다. 컴퓨터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해 교사 보좌관, 도서관 보조원 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3) 튜터링 서비스 제공
프로그램 내에서 튜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의 공공서비스를 이용한다. 기본 기술교육을 비롯해 자가 진도 검정고시·ESL 교육, 동반 돌봄교육, 컴퓨터 활용교육, 지게차 작업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공인 산업별 교육이 있다. 과정상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해당 분야 경험들로 구성된 멘토 튜터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SCSEP는 참가자에게 최소 6개의 프로젝트에서 하나 이상의 구직 관련 워크숍을 제공한다. 워크숍은 인터뷰 기술, 임금·급여 협상, 적절한 복장, 자기 홍보, 이력서 개발, 면접 기술 연마 등을 포함한다.
4) 일자리 연계 및 사후 관리
프로그램과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 혹은 단체와 연계하여 참가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참가자는 연계된 기업 혹은 단체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 프로그램 운영진은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프로그램 졸업자가 지속적으로 고용됐는지 확인한다. 취업 후에도 현장이 요구하는 부족한 개인 역량을 향상하도록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발췌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정책동향리포트’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이하은 미국통신원은 ‘50+정책동향리포트’를 통해 “SCSEP 프로그램은 적극적이고 세심한 취업역량강화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노동부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SCSEP 프로그램을 계속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취업 장벽에 직면한 중장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아 사회의 일원으로서 개인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개념으로 프로그램을 정의한다. 취업뿐 아니라 더 넓은 관점에서 신체적, 정신적, 재정적 복지에 초점을 맞춘 개선 연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한국의 중장년 정책에 계속적인 참고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관할 부서인 미국 노동부 측은 2018년 SCSEP 성과 자료를 통해 “SCSEP는 중장년층의 경제적 자립을 포함해 그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설계됐다. 실제 참가자 고객 만족도 설문조사 데이터에서 SCSEP 프로그램이 참가자의 신체적, 정서적, 재정적 삶의 질을 효과적으로 개선했으며, 일정 목표를 달성하지 않은 경우에도 해당 프로그램에 만족한다는 의견이 일관적으로 나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SCSEP의 지원을 돕는 미국은퇴자협회재단(AARP Foundation)은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자들의 이야기를 보도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재단이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60세에 노숙자가 되어 희망을 잃고 지냈던 한 참여자는 SCSEP 프로그램이 인생의 큰 기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로 직장을 잃고, 가족까지 잃었다. 한없이 추락하던 그때 우연히 SCSEP 전단지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 서비스를 통해 직업 기술을 습득했고, 그에 따른 생활 소득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에 대한 자존감과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코로나19로 난항을 겪었을 때에도 SCSEP의 지원으로 포기하지 않고, 정규직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60세가 넘더라도 일을 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다시 얻었다”며 과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중장년들이 SCSEP를 통해 일자리에 희망을 얻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