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운영하는 서울시 50플러스 센터의 댄스 교실은 개설한지 1년이 지났다. 댄스스포츠 종목 중에 그간 자이브, 차차차, 룸바를 가르쳤고 이제 차차차 중급 과정에 돌입했다. 그간 거의 빠짐없이 강의를 했고 등록회원 수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가끔 공연 등 요청이 들어오는데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며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댄스스포츠는 남녀가 한 커플이 되어 추는 춤인데 남자 회원이 귀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남자 회원이 오더라도 여성회원이 다수인 분위기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동안은 필자 혼자 여성 회원들을 일일이 잡아주며 춤을 가르쳤다, 그러면 필자도 너무 힘들고 필자가 없으면 여성회원들은 춤을 못 추는 신세가 된다. 어쩌다 남자 회원들을 여성 회원들과 홀드해서 같이 춤을 추라고 하면 제대로 안 된다. 그래서 남자를 “선생님”과 “일반인”으로 구분한다.
초기부터 이런 실정을 알고 여성들을 반분하여 남자 역할, 여자 역할을 하라고 했으나 모두 반대했다. 어디 가서 춤을 추려면 남자랑 춰야하는데 남자 춤을 추면 그런 기회가 와도 춤을 못 춘다는 것이었다. 여자 춤도 제대로 안 되는데 남자 스텝까지 하려면 헷갈려서 안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고참들이 스스로 남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초보자들이 새로 들어오면 그전에는 필자가 따로 가르치려다 보니 고참들이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학기 중에는 초급자들을 받지 말라는 항의도 있었다. 그러나 기간을 정해 놓고 회원을 받으면 모처럼 마음먹고 온 사람을 놓치는 경우를 자주 봐 왔기 때문에 무조건 받아들였다. 이제는 고참들이 알아서 초급자들을 잡고 춤을 춰주니 한결 수월하다.
원래 댄스 계에는 남자가 귀하다. 여자들은 원래 춤에 대한 유전자를 타고 나기도 하지만, 어릴 때부터 고무줄놀이 등을 하며 리듬과 박자 감을 익힌다. 학창시절에 무용 시간이 있는 학교도 있었다. 그러나 남자들은 어릴 때 놀이부터 학창시절에도 운동장에 축구 공 하나 던져 놓고 그냥 공차고 논 기억 밖에 없으니 춤이 낯설 수밖에 없다. 군대 시절 그 쉬운 4분의 4박자 군가에 발 맞춰 행군하는 것도 제대로 못해 얻어맞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나이 들어 처음 보는 여자들과 붙잡고 춤을 추라니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잘 할 수 없어서 버벅대고 있으면 여자들이 한 마디 한다. 그게 상처가 되어 못 나서게 된다.
지난 6월 서울시장 배 댄스 대회에 가보니 댄스 계에는 남자가 귀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댄스 대회에 여-여 커플 부분도 생겼다. 파트너를 못 하니 싱글 부문도 생겼다. 마치 파트너와 같이 추는 양 혼자 스텝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싱글 부문에는 여자는 출전선수가 20명인데 남자는 단 한 명이 출전하기도 했다. 그만큼 어린 나이부터 남자가 모자라는 것이다. 이것은 남자들은 댄스가 장래 직업이 되어야하는데 남자가 댄스를 직업으로 하여 살아가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입문을 꺼리는 것이다.
얼마 전 패키지 해외 여행단의 일원으로 여행 중에 댄스 레슨을 한 적이 있다. 호텔이 한적한 시골이고 밖에 나가봐야 볼 것도 없었기 때문에 호텔 강당을 빌려 댄스 레슨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대부분 부부 동반이라 댄스스포츠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댄스를 하겠다고 온 사람들은 여자들뿐이었다. 남자들은 춤에 관한한 용기가 없다. 남자들에게 불참 이유를 물어보니 춤도 춤이지만, 어떻게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들과 같이 춤을 출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최근 고궁과 같은 사적을 방문하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역사적 배경을 곁들여 문화재를 설명하는 문화해설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전하는 ‘이야기꾼’에서 역사적 사건과 그 배경을 설명하는 ‘역사 선생님’으로서, 때론 유적을 안내하는 ‘안내자’로서의 열정을 보여주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화해설사에 대한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그 매력에 빠지는 것만큼 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는 방법도 쉬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문화해설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 직업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직종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문화해설사란 전문성을 갖고 사적이나 특정 지역의 역사와 가치, 문화를 알리고 방문객의 이해를 돕는 사람을 지칭한다. 문화해설사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만 하더라도 특정 문화재를 대상으로 고정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문화재가 아닌 여러 지역이나 코스를 대상으로 해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화해설사라는 명칭 역시 대상이나 주관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문화재청의 경우 제도 시행 초창기에는 문화해설사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문화재안내해설사라고 구분해 부르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문화해설사들은 ‘문화관광해설사’라는 명칭이 사용된다. 문화관광해설사제도는 관광진흥법으로 정해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그리고 각 지자체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구 단위 소규모 지자체나 민간단체에서 활동하는 인원은 문화해설사, 역사문화해설사, 문화교류해설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명칭이 해설 대상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그 취지와 역할은 대동소이하다.
정부 문화관광해설사 취득은 ‘바늘구멍’
문화해설사 중 가장 대표적인 문화관광해설사제도는 어떻게 운영될까? 안을 들여다보면 다소 복잡하다. 문화관광해설사제도의 설립은 2011년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시작됐다. 2001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당시 문화관광부가 문화유산해설사를 배출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다른 제도와 달리 관광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증한 위탁 교육기관을 수료한 사람만이 지원 가능하다. 위탁 교육기관에서 100시간 교육을 통해 배출된 예비 문화관광해설사는 지자체의 평가와 3개월 이상 실무수습을 마친 후에 문화관광해설사 자격을 얻게 된다.
이들 교육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공사에게 선발을 위탁하는데, 한국관광공사는 3년에 한 번씩 교육기관의 인증을 갱신한다. 현재 인증된 교육기관은 총 25개소로, 교육 시설을 갖춘 대학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들 25개 인증 교육기관으로 찾아가면 문화관광해설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이들 교육기관은 상시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수요가 있을 때마다 교육을 의뢰받아 시행한다. 다시 말하면 서울시와 같은 광역자치단체에서 문화관광해설사에 수요가 있을 때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선발 계획을 세우면, 공고를 통해 지원자를 선발하고 이들의 교육을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증한 위탁 교육기관에 의뢰하는 식이다.
의뢰가 있을 때마다 선발된 인원에 대해서만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교육기관을 찾아간다고 문화관광해설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각 지자체에서 선발 공고를 내면 그 시기에 맞춰 신청해야 자격 취득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수요가 광역자치단체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것. 강릉시와 공주시, 경상남도의 경우 올 초 문화관광해설사를 선발해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갔다. 이에 반해 국내 최대 규모인 214명의 문화관광해설사를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올해 추가 인원을 뽑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 서울관광마케팅관광사업팀 관계자는 “모집 여부는 지난해 실적을 고려해 판단하는데, 지금 인원으로 충분하다고 판단돼 올해 추가 모집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 관광객의 급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해설사 자격을 얻으면 운영기관 배치에 따라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게 된다. 서울시의 경우 문화관광해설사들이 활동 가능한 시간과 지역을 설정해놓으면 서울도보관광(korean.visitseoul.net)에서 신청자들의 예약을 받아 자동으로 연결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해설사 운영 지자체도 많아
소규모 지자체에서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문화해설사 과정도 노려볼 만하다. 서울의 경우 중구와 종로구, 영등포구 등이 각 지역의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활동할 문화해설사를 선발해 운영 중이다. 선발이나 운영 방식은 각 구별의 특성을 반영해 차이가 있다.
서대문구의 경우 지난 3월 처음으로 해설사 8명을 선발했다. 총 36명의 지원자 중 8명을 뽑았다. 이들은 40시간의 이론·현장 교육을 받은 뒤 5월 하반기부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해설을 하게 된다. 서대문구 지역활성화과 박홍표 과장은 “서대문구의 역사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스토리텔링 개발을 통해 문화재 중심에서 지역을 알리는 골목 해설로의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화해설사제도가 지자체의 전유물은 아니다. 서울시 도심권50플러스센터는 지난해 6월 민간단체 한양길라잡이와 함께 세종마을(서촌)해설사 양성 과정을 진행했다. 이들은 7월 23일부터 10월 16일까지 온라인으로 해설 신청을 받아 1개 도보여행 코스를 운영했다. 올해 역시 도심권50플러스센터를 통해 두 번째 세종마을해설사 총 18명을 선발해 지난 3월 수료식을 진행했다.
한양길라잡이 이상욱 대표는 “올해는 해설사 선발에 경력사항을 중점적으로 고려했고, 실제로 반응도 좋다. 지난해보다 단체 신청이 많은 상태”라며, “내년에는 한옥마을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갑신정변과 3·1운동의 중심인 북촌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간단체를 통한 경력 확보의 길
현장의 문화해설사들은 문화해설사라는 직업을 쉽게 접하고, 관련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방법으로 민간 문화해설 관련 단체를 추천한다. 민간 주도의 ‘재능기부’이기 때문에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 가입이 쉽고, 교육 내용도 관 주도의 교육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민간 문화해설사 양성기관 중 대표적인 곳으로는 비영리 민간단체 우리문화숨결이 운영하는 ‘궁궐길라잡이’와 사단법인 한국의재발견이 운영하는 ‘우리궁궐지킴이’가 있다. 두 기관의 뿌리는 서로 다르지만 1999년 공식적인 문화해설 활동을 협력해 시작한 사이로 국내 문화해설 사업을 이야기할 때 두 단체를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국내 문화해설사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인력 중 상당수는 이들 단체 출신이고, 두 단체 출신은 선발 과정에서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다.
두 단체는 1년에 한 번 교육생을 모집하고, 총 9개월간의 이론과 실습 교육 과정을 거쳐 문화해설사를 배출한다. 배출된 인원은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통해 주요 궁궐을 중심으로 한 사적에 배치돼 방문객을 대상으로 해설 활동을 한다. 서울의 5대 궁궐(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과 종묘에서 궁궐지킴이는 금요일과 토요일, 궁궐길라잡이는 일요일에 해설을 맡는다. 문화재청 소속으로 활동하는 문화재안내해설사들은 평일에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안내 역할을 한다.
큰 수입 기대하면 낭패
직업으로서 문화해설사는 어떨까. 현실적으로 생활에 보탬이 될 만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재청 소속의 문화재안내해설사들이 급여가 보장되어 있어 그나마 사정이 가장 낫기는 하지만 기간제근로자(계약직)라서 업무성과 평가 후 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된다. 모집인원도 문화재마다 1~2명씩 선발하는 것이 고작이어서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광역자치단체의 문화관광해설사를 포함해 소규모 지자체의 문화해설사 역시 대부분 급여의 개념이 아니라 교통비와 활동비 정도만 지원해준다. 1회당 지원금은 2만5000원에서 3만5000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해설을 매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수입은 ‘월 소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한 액수다. 그래서 자긍심과 보람, 열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중국어 전문 서울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 중인 김선희씨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자랑스러 문화유산을 알릴 수 있는 것이 이 직업의 매력”이라며, “해설을 들은 외국인들이 여행 후에 다시 연락해 감사인사를 전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즐거운 취미생활은 인생의 달달한 간식시간과도 같다. 차곡차곡 단지에 꿀을 모으듯 취미도 오래, 그리고 깊게 즐기다 보면 어느새 꿀단지가 가득 차 삶의 밑천이 되고 보람이 된다. 그러다 보니 좀 더 특별하면서도 의미 있고, 생산성 높은 취미활동을 찾는 이가 많다. 반면에 여전히 독서, 영화감상, 등산에만 머물러 있는 이들도 있다. 아직 취미를 제대로 찾지 못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취미 관련 프로그램 가이드를 준비해봤다.
STEP 1. 취향 따라 두루두루 ‘백화점 문화센터’
무엇을 취미로 삼을지 막연하다면 가까운 백화점 문화센터를 방문해보자.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적힌 카탈로그를 쓱 훑어보면 호기심이 생기는 몇몇 강좌가 눈에 띌 것이다. 문화, 스포츠, 예술, 생활 공예 등 일회성 프로그램에서부터, 여러 달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장기 프로그램의 경우 분기별로 신청할 수 있고, 단기 프로그램은 강좌 스케줄에 따라 별도로 참여 가능하다. 눈여겨볼 만한 3대 백화점 문화센터 주요 강좌들을 정리해봤다.
STEP 2. 내면이 차오르는 취미활동 ‘서울시 평생학습 포털’
다양한 취미활동을 맛보며 몸 좀 풀었다면, 이제 내면의 즐거움을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서울시평생학습포털(sll.seoul.go.kr)을 이용하면 각종 온라인 강좌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있는 서울시민대학 강좌를 신청할 수 있다. 인문, 철학, 문학, 교양 관련 강좌 및 외국어, 취업, 자격증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STEP 3. 커리어 플러스 ‘50플러스인생학교’
여러 가지 취미활동을 하면서도 뭔가 남는 것이 없고 아쉽게만 느껴진다면 좀 더 전문적으로 구체화해볼 필요가 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장차 제2인생의 커리어로 발돋움하길 원한다면 50플러스캠퍼스의 문을 두드려보자.
노후준비에도 6하원칙이 필요한 시대라고 얘기들을 한다. 6하원칙이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일컫는 말이다. 즉 who, when, where, what, why, how의 여섯 가지 기본이 되는 조건을 말한다.
얼마 전 서울시 50플러스센터에서 모집하는 모더레이터에 응모해 교육을 받고 있다. 서류 면접과 교육을 거치면 각 캠퍼스에 배치되어 일하게 된다. 현재 서부, 노원, 중부, 영등포, 동작, 도심 캠퍼스에서 3,000명가량의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시니어들을 위한 교육 과정은 스마트폰으로 하는 SNS 교육에서부터 전통주 담그는 교육까지 아주 다양한 강좌가 각 캠퍼스별 상황에 맞춰 수강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필자는 이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모더레이터 일을 하게 되었다.
50플러스센터에서 개설되는 각 교육 강좌에는 노후준비가 필요한 분들이 몰려들어 수강생 모집이 빠르게 마감되고 있다. 목공 기술에서부터 사진·영상 편집 등 다양한 강좌를 저렴한 비용에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별 생각 없이 은퇴한 분들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면서 노후준비를 하게 된다고 한다. 50플러스센터에서 개설되는 각 교육 강좌는 이런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노후준비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절실함으로 이곳을 찾은 필자가 이 교육 과정에 참여해서 얻은 노후준비 6하원칙의 의미를 정리해봤다.
누가(who)
장수시대를 살아가는 시니어들은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 연금을 받는 사람이든 아무런 경제 대책이 없는 사람이든 모두에게 똑같이 필요한 준비다.
왜(why) 또는 언제(when)
100세 시대에 시니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다양한 질문을 통해 시니어에게는 건강과 일거리 그리고 친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 외에는 은퇴 후 이전에 하던 일을 그대로 하면서 정기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시니어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도 그렇다. 직장에서 만나던 동료들과 여전히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은퇴 후에는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지는 듯한 단절감을 느끼기 쉽다. 이를 대비해 미리미리 친목단체나 동호회 등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놔야 한다.
어디서(where)
필자는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만난 분들과 지금까지도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웃이 김장을 한다면 꼭 참석해서 일손을 거든다. 바빠서 돕지 못할 경우에는 음료수라도 사가지고 가서 눈인사라도 하고 온다.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도 공사다망한 엄마는 전업주부 엄마들과 정보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쉬는 날 전업주부 엄마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견학코스라도 한번 돌아주는 성의를 보여야 그나마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은퇴 후에도 마찬가지다. 자녀를 결혼시켜본 시니어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일 것이다.
무엇을(what)
은퇴 전에 노후를 준비하라고 각 기관 또는 구청에서 직장인을 위한 컴퓨터 교실 등 많은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취미와 특기와 전망을 다양하게 감안해 교육을 받아놔야 한다.
어떻게(how)
어떤 일이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취미도 직업이 된다는 말이 있다.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가 된 자신의 책 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핵심 개념으로 제시하면서 하루 3시간, 주 20시간씩 10년, 1만 시간을 투자하면 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 전망 있는 일에 1만 시간을 투자하듯 집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점점 재미가 붙어 다이어리처럼 온갖 내용을 다 올렸다. 이렇게 10년 이상 활동을 하자 몇 년 전부터 블로그 운영이 이런저런 경제적 소득으로 이어지고 스마트폰으로 블로그만들기 등의 강의도 하게 됐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준비해도 늦지 않다.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보면 훨씬 즐겁고 알찬 시니어 생활을 할 수 있다.
50플러스포털(50+포털) 50plus.seoul.go.kr
http://50plus.seoul.go.kr
특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이 마련되어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모집을 하니 집에서 인터넷 접수도 가능하다. 컴퓨터는 시니어들에게도 이제 필수다. 모르면 불편한 게 많은 세상이고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없다. 구청에서 무료로 가르쳐주는 곳이 많으니, 일단 컴퓨터부터 배워보라고 권하고 싶다.
30년 이상 정든 직장을 퇴직하고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순간 1억원의 연봉을 받던 필자는 연봉 0원을 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퇴직 후의 삶에 대해 나름 준비는 했지만 그동안 화려했던 현실은 사막과 동토의 땅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으로부터 소외되고 단절되어 방향 감각도 점점 둔해져갔다. 그런데 마침 이때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종로 3가에 있는 도심권50플러스센터 및 KDB 시니어브리지센터와 같은 교육 과정(인생설계 아카데미)이 있어 참여했다. 인생 2모작 준비를 위한, 액티브 시니어의 길로 가는 첫 발걸음이었다.
인생 2막의 나침반, 액티브 시니어연구원
필자는 위 센터의 교육 과정을 수료한 후 함께 수업을 들은 교육생들과 의기투합했다. 우리나라의 시니어들이 퇴직 후 방황하지 않고 새로운 삶으로 나갈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바로 대기업, 금융기관, 교육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참여해 만든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연구원. 본 연구원은 참여자들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사장시키지 않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사례 중심으로 강의할 수 있는 전문 강사로서의 길을 찾아주면서 한편으로는 퇴직 전후의 시니어들이 강사로서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연구원의 첫 사업은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액티브 시니어 과정을 개설하는 것이었다. 연 2회 과정으로 고려대 측과 무사히 협의를 마친 액티브 시니어 연구원은 강사진의 자질 향상을 위한 강의안 작성 및 시연 일정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교육 과정에 필요한 재능기부 명강사 확보에도 주력했다.
마침 베이비부머들이 퇴직 후 쏟아져 나오는 시기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시니어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신문 매체 홍보와 학교 측의 협조가 순조롭게 이뤄져 액티브 시니어 전문가 과정 정원 40명이 금세 채워졌다. 연구원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강사로서의 자질을 발휘해 재능기부 강사로 참여했고 본 과정은 2014년 3월 6일 출범식을 가졌다.
액티브 시니어의 정신 : PRAVO
본 연구원 이사회는 교육 방침이자 모토로 ‘PRAVO’를 제정했다.
1. Pride : 자존감 중시
2. Relation : 소통, 관계 중시
3. Active : 적극적인 활동
4. Valuable : 가치 있는 삶 지향
5. Occupied : 평생 현역
이제 시니어들은 정년퇴직 이후 과거처럼 ‘뒷방 노인네’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와 함께 사회 및 경제 발전에 참여하고 상호 윈윈하는 상생의 파트너십을 발휘해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교육 과정은 은퇴 설계 4분야, 즉 건강, 재무, 관계, 시간 관리에 대한 사례 중심 발표로 이뤄졌는데 현실감 있는 생생한 강의로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성황리에 마무리된 이 과정은 수강생들이 재능기부와 봉사를 하는 등 다른 유사 강좌와 차이점을 보였다. 자문 및 진행 교수가 멘토로 참석해 교육이 끝날 때까지 함께한 것도 차별화된 프로그램이었다. 필자는 교육 과정을 진행하면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한 주축을 담당했던 시니어들이 비록 은퇴는 했지만 여전히 대단한 능력과 건강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이들이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제2의 도약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기대했던 대로 일취월장 발전을 거듭해온 본 과정은 이번 3월이면 어느새 제7기생 교육 과정에 들어간다. 현재 액티브 시니어 연구원 및 고려대 액티브 시니어 전문가 과정 출신들은 사회 곳곳에 진출해 ‘PRAVO’ 정신을 구현해나가고 있다.
강의 수요 창출하고 콘텐츠 보급한다
고려대 액티브 시니어 전문가 과정 출신들은 현재 사회 각계각층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제1기 한정수씨는 70세의 나이에 스타 강사가 됐고 김미정씨는 전업주부에서 감성하모니 코치로, 변용도씨는 인생 2막을 용도변경하는 전문 스타강사로서 열정 넘치는 인생 2막의 삶을 보내고 있다. 제2기 김점옥씨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랑의 노래를 하며 봉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1기부터 6기까지 14인의 활동 상황은 롤모델화해 올해 상반기 라는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더평생진로정보연구소’,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한국생활건강연구원’, ‘앙코르브라보노’, ‘희망도레미’ 등에서 활동하는 본 연구원 출신들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 연구원의 꿈
본 연구원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계획이다. 우선 전 지역에 액티브 시니어 연구원과 같은 지사를 설립해 서울 지역 활동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국의 도·시·읍·면에 지부를 두고 고려대 평생교육원의 ‘액티브 시니어 전문가 과정’을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니어 전문 강사만 최소 500명 이상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시니어 평생 현역의 꿈을 실천하는 전당으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액티브 시니어 연구원은 지금도 시연 활동을 매월 지속하고 있으며 특별강사를 초빙해 강의도 들으면서 연구 회원들의 능력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많은 회원들이 자원봉사활동은 물론 공무원 연금공단 강사, 시니어 명강사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중 한 가지 사례를 대표적으로 소개하면 한국 시니어 블로거 협회다. 액티브 시니어 연구원의 김봉중 회원은 한국 시니어 블로거 협회 회장이 되어 활발한 PRAVO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 연구원은 동작50플러스센터 인큐베이팅룸(이솔터룸)에 입주해 있다.
이상욱(李相旭·53) 대표가 운영 중인 한양길라잡이는 말 그대로 한양(서울)을 소개하는 단체로, 도심권 50플러스센터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서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유적이나 유물, 지역을 소개하고 역사적 의의를 해설해주는 일을 한다. 쉽게 설명하면 문화재 해설사나 도슨트(박물관 해설사), 역사 교사, 역사 마니아들의 모임이라고 이상욱 대표는 말한다.
“제가 워낙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도심의 궁궐을 자주 찾아다녔는데 어느 날 자원봉사 해설사로 재능기부를 하는 ‘궁궐길라잡이’ 한 분을 만났어요. 취지가 너무 좋아 저도 참여했죠. 하지만 좀 하다 보니 궁궐에만 한정되는 것 같아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야겠다고 맘먹었죠. 그래서 이름도 서울 전체를 소개할 수 있는 ‘한양길라잡이’라고 지었어요.”
그 전까지는 혼자만의 기록 창고였던 인터넷 카페를 2014년 공개하고, 그해 회원을 모아 청계천에서 처음 문화해설 자원봉사를 했다. 결과는 완전 실패. 무료로 설명해주겠다고 해도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시민은 없었다. 그래도 기죽지 않았다. 그는 이 참사(?)를 함께 겪었던 회원을 중심으로, 카페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해설 행사를 진행했다. 그의 활동은 점차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고, 도심권50플러스센터 커뮤니티 활동을 거쳐 이제는 스타트업 기업으로 성장했다.
“네이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양길라잡이 카페 회원은 2600명밖에 안 되지만, 역사 관련 카페 중 6위로 꼽힐 만큼 활동이 왕성해요. 회원관리를 엄격하게 하거든요(웃음). 현재 온라인을 바탕으로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제 목표는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먹고, 놀고, 용돈 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한양길라잡이의 프로그램은 크게 역사 스터디와 둘레길 투어, 도보 투어, 버스 투어로 구분된다. 그리고 매년 한 차례씩 바다 건너 역사의 현장을 찾는다.
기업 한양길라잡이로서의 수익 사업은 별개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백화점 문화센터나 여행 액티비티 서비스,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한 20~30대 대상 문화재 관광 프로그램 등이다. 고객 모집은 각 기업들이 하지만 현장에서의 해설은 한양길라잡이가 맡는 구조다. 한양길라잡이는 문화해설과 관련해 이름이 알려지면서 강의와 해설 의뢰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에는 7월부터 10월까지 도심권50플러스센터와 연계해 세종마을(서촌) 해설 활동을 해 사회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양길라잡이를 비영리 민간단체로 만들어보려고 방법을 찾았는데, 자본금 같은 당장의 회사 외형이 작으니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개인사업자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익을 좇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보다는,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많은 문화해설사를 양성할 수 있는 기관이 되길 기대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창업까지 하게 됐어요. 관심 있는 것을 찾아 재미있게 논다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면 창업은 저절로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필자가 활동하는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창립 2주년 행사에서 댄스공연을 하기로 했었다. 필자가 이끌고 있는 댄스스쿨도 공연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일 년 전 도심권 50플러스센터 시절, 같은 무대에서 차차차로 공연을 한 적이 있어 이제는 그런 행사에는 당연히 댄스를 보여줘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 모양이다.
그러나, 댄스스포츠는 커플댄스이므로 제약이 많다. 우선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남녀 성비가 맞아야 커플을 만들 수 있다. 필자 전공인 왈츠, 탱고 같은 모던 댄스는 적어도 호텔 그랜드볼룸 정도의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서울 시청 태평홀 무대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그 정도 무대에 맞는 라틴댄스로 이번에는 자이브를 추기로 한 것이다.
체면이라는 것도 있었다. 수강생들을 무대에 올려 보내야지 선생이 직접 무대에 올라간다는 것은 보기에 안 좋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무대에 올라갈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빠른 템포의 자이브 동작 열댓 개를 남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소화한다는 것부터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이나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기회 있을 때 하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 이상 자이브를 가르쳤는데 적어도 공연에서 보여 줘야 단락이 마감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같이 춤을 출 파트너였다. 대상이 될 만한 사람들은 미리 사유를 들어 공연에 못 나간다고 빠졌다. 다행히 춤에 열정을 가진 한 수강생이 있어 공연 얘기를 했더니 일단 수락했다. 그러나 날짜가 다가오자 갈등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몇 차례 못하겠다고 포기 의사를 밝혔다. 춤을 추다가 순서를 까먹는 경우, 동작이 틀리는 경우, 관객 중에 우리보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와서 혹평을 할 경우, 춤 자체에 자신이 떨어져 남들 앞에 서기 이르다는 생각 등이 갈등을 촉발했을 것이다.
이윽고 디데이가 왔다. 좀 일찍 도착해서 무대를 점검해 보니 바닥이 카펫이었다. 마루에서 연습하다가 카펫에서 춤을 추려면 발이 미끄러지지 않아 춤추기가 어렵다. 특히 회전 동작이 많은 여자로서는 더 어렵다. 그러나 하기로 했으니 무대에 올랐다. 다행히 무난하게 잘 했다. 파트너가 몇 가지 동작이 틀렸으나 관객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파트너의 순발력 덕분에 안 보이는 것이다. 춤은 대부분 여성을 위한 것이다. 남자는 그 여성을 돋보이게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파트너는 외모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짧은 머리라 젊어 보이고 체형도 좋은 편이다. 끼도 넘쳐서 동작이 적극적이고 커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이 나게 만든다.
파트너는 어디선가 빨간 원피스 드레스를 준비해 왔다. 아직은 첫 무대이니 치마 길이가 무릎 아래까지 왔지만, 춤이 익숙해지면 스스로 치마 길이가 짧은 것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검정 드레스에 검은 색 모자를 썼다. 벗겨진 이마를 가리려면 모자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동영상을 보니 그런대로 잘 했다. 사진으로 본 드레스 모양과 콤비도 좋았다. 욕심 같아서는 좀 더 빠른 템포의 음악을 선곡했더라면 좀 더 박진감 있는 춤을 보여줬을 텐데 그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매달 시니어의 제2인생과 직결된 새로운 직업을 소개해온 이 코너가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이해 새해 각오와 어울릴 만한 주제를 준비했다. 바로 특정한 직업이 아닌 ‘창업’이다. 취미활동이나 공부를 통해 익숙해진 일 혹은 남에게 도움이 되는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세우는 것. 창업은 시니어에게는 거창한 일로 여겨지지만, 벤처나 스타트업이 뜨고 있는 요즘 사회에선 어렵지만도 않다. 또 시니어의 창업을 돕기 위한 관련 기관의 도움도 쏠쏠하다. 새해 계획을 이미 세워놨다면 ‘창업’이라는 꿈을 하나 더 집어넣어보면 어떨까?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올해 사업 활동 결과는 이상이며, 내년 사업 계획을 보고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스크린의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은 말쑥한 정장 차림도, 대기업 임원도 아니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여성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니어의 모습.
지난해 12월 7일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도심권50플러스센터가 진행하는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참여한 단체들이 지난 1년간 사업 결과를 평가하고 다음 해 활동을 소개하는 자리. 현장에선 센터에 의해 ‘보육’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 10개 업체의 대표자들이 모여 성과를 자축했다.
비록 프레젠테이션이 서툴러도, 아직 대표라는 직함이 쑥스러워도, 한 회사를 설립해 성장시키고 있다는 보람 때문인지 이들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이들은 어떻게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을까.
창업은 ‘소자본’ 1억원 내외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17년 한국경제 7대 이슈’ 보고서에서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경제활동인구 증가가 취업자 증가보다 커 고용 여건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만큼 시니어들의 취업활동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취업활동이 어렵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창업’. 그러나 막상 사업을 시작하려 해도 종목 선정이나 자금 마련, 동료나 직원 확보, 판로 개척 등 막막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시니어들은 어떻게 창업을 추진할 수 있을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최근 은퇴 후 창업 시 망하지 않는 5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소자본으로 창업하기 ▲365일 묶여 있는 창업 피하기 ▲가족의 지지 확보하기 ▲잘 알고, 좋아하는 일 선택하기 ▲사업가 마인드로 무장하기 등이다.
소자본 창업을 추천하는 이유는 상당수의 시니어들이 창업할 때 은퇴 자금을 한꺼번에 투자해놓고 사업이 안 되면 곤란을 겪기 때문이다. 또 잘 알지 못하거나 가족의 도움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면 그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창업 금액은 1억원 내외가 적당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창업진흥원의 시니어 창업기술센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자
창업을 원하는 시니어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장치들이 정부기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관 중 하나는 창업진흥원. 만약 어떤 ‘아이템’을 갖고 사업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창업진흥원을 노크해보라. 창업진흥원에서는 각 지역 23개 시니어 창업기술센터를 운영하면서 시니어의 창업을 돕고 있다. 또 별도의 시니어 기술창업스쿨을 통해 창업에 필요한 기술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창업진흥원 지식서비스창업부 이경희 대리는 창업진흥원의 활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창업진흥원에서 기술창업, 즉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시니어의 창업에 가장 적합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시니어들은 창업에 올인할 경우 사회적 약자가 되기 쉽고,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은 창업은 폐업률이 높습니다. 때문에 창업에 필요한 지식과 준비 과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술교육을 지원해 안정적인 창업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창업진흥원은 지난해까지 진행했던 시니어 기술창업스쿨을 올해부터는 각 지역의 시니어 창업기술센터로 이관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니어 창업기술센터는 교육뿐만 아니라 설립된 회사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입주공간지원 사업, 창업자금지원, 마케팅활동지원 등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기업이 설립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시니어에 국한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창업진흥원의 창업지원 교육이나 프로그램들은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에 창업 전 꼼꼼하게 살펴보고 도움을 받으면 좋다.
모임과 함께 사업 계획 다듬은 뒤 출발해도 늦지 않아
하고 싶은 사업은 있는데 누군가의 힘을 빌리고 싶다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바로 서울50플러스재단 산하 각 지역의 50플러스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와 인큐베이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도심권50플러스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도심권50플러스센터의 정현주 대리는 현재 센터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센터에서는 2016년 현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10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 사업은 사업계획 심사와 인터뷰를 통해 10개 업체를 선정해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사업이 다듬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또 지자체나 다른 기관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면 저희가 다리 역할을 하고, 사업 내용에 따라 센터가 직접 돕기도 합니다.”
센터에서 지원 기업을 선정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일반 창업지원 기관과는 다소 다르다. 기업 활동을 통한 이윤이나 생존을 위한 기존 기업 혹은 청년창업 기업과의 경쟁에 그 초점이 맞게 되면 취지와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거나, 사회 참여적 조직, 협동조합, NPO(비영리 민간단체)를 지향하는 곳을 우선시한다. 물론 사업성이 있어야 함은 기본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은 전 단계로 센터 내 커뮤니티를 선택한다. 동호회 활동과 비슷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사업 계획을 보완하고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다. 또 센터 내 활동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기도 한다.
실제로 현재 인큐베이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중 일부는 이미 협동조합을 갖췄거나, 사단법인의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참여 기업 중 한 곳인 주식회사 리스타트의 경우 창업투자회사를 통해 자금 투자를 약속받기도 했다. 준비하고 있는 기업의 일자리와 은퇴 후 구직자들을 맞춰주는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 전국 시니어 창업 기술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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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나라 코미디계를 주름잡던 베추머리 김병조 씨가 요즘 시니어 강사로 나서 명심보감을 강의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동작 50플러스센터의 초빙 강사로 초대되어 시니어들을 상대로 한 강의에서는 자신이 과로로 한쪽 눈을 실명한 사실과 코미디계에서 은퇴한 사유 등을 적나라하게 소개하면서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웃, 즉 다른 사람이 훌륭한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정말 훌륭한 사람임을 강조하면서 논어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學而時習之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를 인용하더니 청산유수처럼 강의를 해나갔다.
그의 타고난 언변과 유머는 2시간 동안 청중들을 강의에 집중하게 했다. 또 명문 집안의 후손으로서 봉사하면서 살아가는 그의 삶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시간이었다. 불제자로서 불교방송에도 출연한다는 그는 코미디언으로서의 삶보다 시니어 강사로서의 삶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강의 제목은 ‘명심보감에서 배우는 행복’이었다.
자왈위선자 천보지이복, 위불선자 천보지이화(子曰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 착한 자는 하늘이 복을 내려 답하고 착하지 못한 사람은 화를 내려 응징한다)로 시작한 그의 강의는 명심보감에 나오는 안분신무욕, 지기심자한과 지족상족 종신불욕, 지지상지 종신무취를 강조했다.
그는 안분신무욕(安分身無慾)을 3/4, 5/4 등 진분수와 가분수로 설명하면서, 욕되지 않게 살려면 진분수의 삶을 살아야지 가분수의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조선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하면서 받는 87만원의 수강료에서 8억7000만원의 값어치를 느낀다고 말했다. 교육자로서의 사명감과 자긍심을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강의하다 보니 대학교에서 정식 강의까지 맡게 되었고 현재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하느라 바쁜 삶을 살고 있다고도 했다.
“인간은 왜 괴로운가? 이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새옹지마의 고사를 예로 들면서 인생사 모든 일이 전화위복의 전기가 될 수 있으니 긍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은 좋은 것이다. 집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은 불행의 단초이므로 너무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설명에서 그가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가 느껴졌다.
“주어진 가난은 가난이지만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라는 말에서는 진지한 탐구자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 출신 지역 사람들을 위해 내놓았던 아름다운 마음이 이제는 전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승화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김병조 교수의 강의는 오늘날의 퇴직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시니어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그는 청중들에게 스트레스 없애는 방법을 알려준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래를 보면서 살면 절대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자꾸 위를 보기 때문에 힘들어진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옥임씨(鄭玉任·56)는 6년 전에 이혼하고 황홀한 돌싱(돌아온 싱글) 생활에 푹 빠져 있다. 데이트를 질리도록 하고 난 후 밤에 떨어지기 싫을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가 생겨도 앞으로 다시는 결혼 안 한다고 잘라 말한다. 지금처럼 뭇 남성들의 사랑고백을 받으면서 연애만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속내를 들춰보자.
이봉규 시사평론가
정옥임은 미녀 정치인의 대명사이자 베스트드레서로도 꼽힌 바 있는 매력적인 여인이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날씬했다. 레스토랑에서 저녁 6시에 만났는데 나 혼자만 밥을 먹었고 그녀는 생맥주 한 잔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 저녁을 거를 정도로 필사적이다. 외모에 자신감이 충만해서일까 반지나 목걸이 같은 보석은 착용하지 않았다. 그녀의 외모 가꾸기는 “자기 자신의 관상용”이라고 항변하지만 아직도 뭇 남성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기에 자신의 외모는 가장 자랑스러운 자산일 것이다.
6년 전에 이혼하고 황홀한 돌싱(돌아온 싱글) 생활에 푹 빠져 있다. 그렇다고 방탕할 만큼 어리석은 여자는 절대 아니다. 자기관리에 충실하면서도 적당히 즐길 줄 아는 앙큼한 여인이다.
“마음에 드는 남성이 나타나면 먼저 대시할 용기 있다”고 말하면서도 상당히 재고 또 잰다. 알다가도 모를 그런 여자다. “여자들은 비밀스러운 스토리가 많아서 양파와 같다”면서 “알려고 파고들면 곤란하다”고 나에게 엄포를 놓는다. 그렇다고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내가 적당히 물러날 리 만무하다. 한량 이봉규가 느물느물하게 파고들어가니 그녀는 서서히 무장해제된다. 앙큼한 것 같으면서도 순진하고 순수한 여인이다.
10세 이상 연하의 남성에 매력이 끌린다고 고백한다. 최근 띠동갑 정도 어린 남자와 야릇한 감정을 교환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육체적 관계로까지 발전하기에는 겁이 덜컥 나서 적당히 밀고 당기는 정신적인 감정만으로 짜릿했다”고 말하는 그녀의 볼은 어느새 붉어진다. 몇 년 있으면 환갑인 나이에도 소녀 같은 표정이 묻어 나온다. 띠동갑 연하의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자칫 자신이 무너질까봐 겁이 나서 밀고 당기는 심리일까? 영화 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중년 남자(제레미 아이언스)처럼 주체할 수 없는 격정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인다. “인생은 짧은데 후회하지 말고 저질러보라!”는 나의 도발에도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일정 틀 속에 가둔다. 그런데 그 틀이 조만간 깨질 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런 예감도 들었다.
정치토론할 때 터프하게 도발하는 그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본인의 입으로 여자는 양파와 같다고 말했는지 모른다. 정당하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나는 완전한 자유인이다”라고 외치면서도 이리저리 까다로울 정도로 재고 또 잰다. 정치인이자 세 명의 딸을 둔 엄마로서 띠동갑 연하의 남자와 대놓고 육체적 사랑을 하기에는 잃어버릴 것이 너무 많아서일까? 아니면 10년 후까지도 가지 못할 사랑이라서 미리 ‘손절매’(주식용어)라도 하는 걸까? 10년 후면 정옥임은 60대 후반인 데 반해, 그는 50대 중반의 팔팔하게 젊고 매력적인 남성이기에 자신이 추해 보일까봐 미리 겁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우려하는 표정을 읽었는지 그녀는 곧바로 “어느 도사님이 그러는데 나는 늙어서도 남자들이 줄줄 따르는 타고난 남복(男福)이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본인 입으로는 말을 안 했지만 내 추측으로 띠동갑 연하의 남자와의 정신적인 밀고 당김은 현재도 진행형인 듯싶다. 틀려도 할 수 없고….
눈이 작고 쌍꺼풀이 없는 남자이면서 건강미가 있고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을 좋아한다고 하니 그의 모습이 대충 그려진다. 어린 남자를 좋아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누구에게 의지하기보다는 누군가를 보호해주고 싶고 포용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린 남자의 신선한 육체와 순수한 영혼이 늙은이들과 비교되어서 그럴까?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남자들 심리와 같은 것이겠지!
전 남편과 1983년 결혼해서 4년 만에 갑자기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렸는데 그제야 남편과 안 맞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불행을 타파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 애들 데리고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었다. 단단히 마음먹고 1995년 비행기에 올랐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면서 아이 세 명을 키우는 일이 보통 어렵지 않았기에 스파르타식으로 살았다고 회상한다. 어릴 적 를 감명 깊게 읽었는데 어려운 시기에 큰 지침이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아이들도 엄격한 생활을 잘 이겨내고 나름 멋지게 성장해주었다. 대견하게 생각하면서 스스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 바쁘고 힘든 생활이었지만 오히려 행복감을 느꼈기에 6년 전 이혼하고 말았다.
“전 남편이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하니 돌싱으로 사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뒤돌아보지 않는 그녀의 화끈한 성격 탓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옛사랑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데이트를 질리도록 하고 난 후 밤에 떨어지기 싫을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도 앞으로 다시는 결혼 안 한다고 잘라 말한다. 지금처럼 뭇 남성들의 사랑고백을 받으면서 연애만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본심은 인생의 여백을 즐기기 위함일 것이다. 지금까지 처절하게 살아온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일 수도 있겠다.
그녀의 인생은 최고를 향한 처절함의 연속이었다. 서울 성신여대부속여자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고려대학교 정경대학에 특차 수석 입학해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4년 내내 장학생이었고 정경대학을 수석 졸업했다. 결혼 후 딸 셋을 두고도 뒤늦게 고려대학교에서 1995년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후 과정(Post-doc)으로 스탠포드대학에서의 강의를 시작으로 미국 후버연구소, 세종연구소,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CNAPS(동북아정책센터) 등 국내외 최정상의 연구기관에서 활동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 참여했고 이후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18대 국회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당선되었다.
이렇게 최고 전문가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늘 남는다고 한다. 국내 박사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차별도 많이 받았다.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최고 전문가를 지향했고 남다른 자존감이 있었기에 그녀 나름의 견디기 어려운 박탈감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국제정치 분야에서는 국내 박사보다는 미국 박사를 더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차별을 당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도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일이 외교 분야이고 가장 하고 싶은 일도 외교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다시 태어나도 외교 전문가가 되겠다고 하니 그녀는 천직을 가진 행복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국내 정치 얘기로 화제를 옮겼더니 금방 표정이 달라지면서 흥분한다. “지금 새누리당이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날선 비판이다. “문재인이 집권하면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이라도 보여줄 수 있는 대권 후보조차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탄식한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그동안 스펙만 보여줬을 뿐 대통령으로서 역량과 결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깎아내린다. 김무성 전 대표도 지난 총선 때 자신이 주장했던 ‘오픈프라이머리’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졌어야 하는데 대권 주자로서 기회를 놓쳤다고 애석해했다. 김무성 스스로의 대권 욕심 때문에 망쳤다는 진단이다. 당 대표까지만 생각하고 조율자로서 큰 그림을 그려야 했는데 자기 욕심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져 본인 지지율도 떨어뜨리고 당도 망쳤다고 강한 비판을 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지금의 난국과 새누리당을 이 꼴로 만든 것은 결국 대통령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자기반추 없이 정권 재창출을 노린다면 양심 없는 행위”라고 힘주어 말한다. 심지어 “지금의 정치를 보고 있노라면 조선시대 내시와 상궁들이 정치하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한다.
불과 30분 전에 연애 얘기 할 때와는 사뭇 다른 톤으로 거침이 없다. 정치 얘기에는 이리저리 재질 않는다. 이래서 정옥임은 정치를 하는구나!
“자기 자신의 일생에 대해 몇 점을 줄 수 있나?”는 질문에 주저 없이 “A플러스”라고 대답하면서 “자기 자신은 못 속인다”고 덧붙인다. 그만큼 자신의 인생에 당당할 수 있다는 자기 진단이다. 당찬 모습 뒤에는 여리고 순수한 모습도 어른거린다. 알 수 없는 앙큼한 양파 같은 여인과의 짜릿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