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맛을 물려받은 딸은 어느덧 엄마가 됐다. 세월이 흘러 그의 딸 또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손맛을 이어간다. 엄마가 딸에게, 딸이 엄마에게 전하는 특별한 레시피. 하숙정, 이종임, 박보경 삼대를 거쳐온 요리 명가의 건강 요리법을 소개한다.
새우와 낙지는 나이 들수록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 골연화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이들 재료 속에 다량 함유된 타우린은 당 분해를 촉진하는 유전자를 활성화해 부족한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피로 해소에도 좋다. 여기에 루테인 성분이 가득한 녹황색 채소를 곁들이면 가을철 기운을 북돋고 노안(老眼)까지 예방할 수 있다. 새우와 낙지를 주재료로 청경채, 시금치, 루꼴라, 참나물, 당근 등을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건강식단을 만나보자.
참나물 새우 덮밥
재료 및 분량 밥 2인분, 참나물 1/3봉(50g), 새우 중하 10마리, 양파 1/4개, 당근 20g, 애호박 1/8개, 대파 1/3대, 달걀 2개
덮밥 국물 육수 1/2컵, 맛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다진 마늘·깨소금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1 참나물은 다듬어 잘라놓고 새우는 껍질을 벗긴다. 양파, 당근, 애호박, 대파는 채 썰고 달걀은 풀어놓는다.
2 냄비에 물 3컵과 멸치육수팩 1개를 넣고 10분 정도 끓인 후 불을 끄고 가다랑어포 1/2컵을 넣는다. 20분 정도 후 체에 걸러 육수를 만들어둔다.
3 2의 육수에 다진 마늘, 맛간장, 맛술을 넣고 끓으면 새우와 채소(참나물 제외)를 첨가한다.
4 채소가 익으면 깨소금, 참기름을 넣는다.
5 4에 참나물을 올리고 달걀을 끼얹어 반숙으로 익혀 밥에 곁들인다.
낙지 샐러드와 레몬오일드레싱
재료 낙지 1마리, 아보카도 1/2개, 루꼴라 3줄기, 프리세 3잎, 방울토마토 4알, 귤 1개, 사과 1/6개, 래디시(가니시용) 약간, 올리브오일 약간
레몬오일드레싱 레몬즙 2큰술, 올리브오일 4큰술, 소금 1작은술, 식초 2작은술, 설탕 1작은술, 후추 약간
1 분량의 채소와 과일은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둔다.
2 손질한 낙지는 데친 뒤 한입 크기로 자른 뒤 소금·후추·레몬즙으로 밑간한다.
3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른 뒤 준비한 낙지를 살짝 볶는다.
4 분량의 재료를 섞어 레몬오일드레싱을 만든다.
5 접시에 모든 재료를 보기 좋게 담은 뒤 레몬오일드레싱을 뿌려 완성한다.
낙지 청경채 샤브샤브
재료 육수 6컵, 낙지 1마리, 적근대잎 6장, 청경채 3송이, 대파 1/2대, 무 100g, 청·홍고추 1개씩, 두부 1/3모, 생표고 2개, 배춧잎 3장, 다진 마늘 1작은술, 밀가루 약간, 맛간장·맛술 1큰술씩
소스 육수 1컵, 맛간장 2큰술, 식초 4큰술, 송송 썬 실파 3뿌리, 통깨 2큰술, 레몬 2쪽, 무즙 4큰술, 고운고춧가루 1작은술
1 ‘참나물 새우 덮밥’ 레시피와 동일한 방법으로 육수를 만든다.
2 낙지는 소금, 밀가루에 비벼 씻어놓고 무는 납작하게, 청경채, 배추, 대파, 고추는 어슷하게 썰어두고 두부는 도톰하게 썬다.
3 냄비에 육수를 붓고 끓인 후 다진 마늘, 맛간장, 맛술을 넣어 한소끔 더 끓인다. 여기에 낙지와 채소를 넣어 마무리한다.
4 무를 갈아 물기를 짠 후 고운 고춧가루와 버무리고, 분량의 재료를 넣어 소스를 만든다.
스파이시 슈림프와 브레드
재료 새우 중하 12마리, 양송이버섯 3개, 미니 아스파라거스 6줄기, 바게트 2조각, 소금·후추·레몬즙 약간씩
스파이시 소스 버터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설탕 1작은술, 고추장 1½큰술, 생크림 1/3컵
1 새우는 머리와 껍질을 떼고 등에 칼집을 넣은 후 내장을 제거한 뒤 소금·후추·레몬즙으로 밑간한다.
2 양송이버섯과 아스파라거스는 크기에 따라 등분한다.
3 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손질해놓은 양송이버섯,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볶다가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4 3에 밑간한 새우를 넣고 익힌다.
5 4의 팬에 버터를 녹이고 마늘을 넣어 볶다가 고추장과 생크림, 설탕을 넣고 살짝 끓인 뒤 바게트와 함께 곁들인다.
요리 및 레시피 제공 이종임 Scook청담 요리학원 원장, 박보경 아이미각연구소 소장
콘셉터 픽푸, 곽영신 장소 Scook청담 요리학원
먹방이 단연코 대세다. TV를 틀면 맛있게 먹는 화면들이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그런데도 식생활은 중요하기에 간간이 요리 프로그램을 본다. 농어민을 응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소규모 자영업자 식당을 찾아가 애환을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방송을 보면서 식재료 정보나 요리법의 깨알 팁을 얻기도 한다. 요즘에는 맛을 잘 아는 스타들이 그들만의 환경에서 만들어내는 요리의 필살기가 인기다.
연예인들의 주방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은 과연 주방일을 어떻게 할까. 그릇을 좋아하는 나는 그들이 어떤 감각으로 플레이팅을 하는지도 눈여겨본다. 스타들이 만들어낸 요리를 평가단들이 평가하고, 승리하면 편의점에서 출시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신상 출시 편스토랑'은 요리 정보는 물론이고 이런 호기심들을 해소해준다.
스타들이 만들어내는 요리는 다양하다. 또 간단한 듯하면서도 일반인들이 쉽게 구하기 어려운 희귀 재료가 나올 때도 많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괴리감이 들 만큼 유난한 주방 도구와 호화로운 인테리어는 그저 눈요깃감으로만 좋을 뿐이다. 버터나 치즈가 넘쳐나는 요리 과정을 보면서 출연자들이 “오, 맛있겠다”를 연발할 때는 느끼한 음식에 진저리치는 나와는 너무 달라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트로트 가수 진성이 이 프로그램에 나왔다. 생각 외로 소박하고 진솔한 일상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별 관심 없이 무심코 봤는데 볼수록 식생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놀랄 만큼 특별했다. 그의 일상이 차츰 눈에 들어왔다.
진성은 ‘면역력 밥상’이라는 주제로 요리를 했다. 대부분의 재료는 그가 가꾸는 텃밭에서 가져왔다. 바쁜 스케줄에 쫓기면서도 텃밭을 가꿔 채소를 키워내고 직접 장까지 담그는 걸 보고 놀랐다. 생소하고 진귀한 약재로 발효시킨 발효액들은 자연 조미료가 됐다. 밀짚모자를 쓰고 밭에 들어가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를 따서 크게 한입 베어 물더니 “신선도 A++급 무공해니까 밭에서 따 바로 먹는다”고 말했다. 신선한 식재료가 풍성한 텃밭과 거기서 수확한 채소들이 가득 담긴 바구니가 부러울 정도였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요리 솜씨였다. 텃밭에서 따온 몇 가지 재료로 직접 담근 효소를 이용해 부추 돌나물 샐러드, 오가피순 간장 무침, 돼지감자 물김치 등 건강 밥상을 뚝딱 만들어냈다. 한때 식당을 운영한 경험도 있었다는데, 요리를 해내는 노련한 손놀림이 역시 남달랐다.
진성이 자연식을 하기 시작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때 림프종 혈액암과 심장판막증을 동시에 진단받아 한 달에 체중이 20kg이나 줄고 걷지도 못할 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고통스런 수술과 투병생활을 하면서 우리 자연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를 찾아서 먹게 됐고, 그로 인해 다시 건강을 회복한 사연을 들려줬다. 그 시절 아내는 남편을 위해 항암에 좋다는 약초를 따다가 절벽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단다.
그는 눈물겨운 아내의 헌신과 항암 비법이 담긴 자연 밥상을 소개하면서 “이제 이 모든 것을 필요한 이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개그맨 이경규가 그에게서 살짝 허준이 느껴진다고 농담할 정도로 식재료에 훤한 지식을 자랑했다. 진성은 건강식의 아이콘이 되어 좋은 나눔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픈 분들에게 직접 담근 발효액을 보내주고 지인들과는 청국장을 나누기도 한다.
요리를 하며 구수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에는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이의 깨달음과 여유와 너그러움이 묻어났다. 간간이 특유의 사투리를 쓰며 던지는 긍정의 유머는 음식 맛을 돋우는 조미료가 됐다. 그는 가수로서도 신화 같은 존재이지만, 소탈한 웃음과 함께 건강 정보까지 선사하는 건강 전도사로서도 손색없어 보였다.
여유롭게 유기농 간식을 먹던 그가 문득 옆에 있던 잡지를 집어 들었다. 그러면서 “나 이런 사람이야” 하는 식으로 자화자찬을 하며 익살스럽게 너스레를 떨었다. 순간 잡지 표지에 나온 사진이 낯익다. 아니, ‘브라보 마이 라이프’ 아냐? 지난 8월호의 모델로 표지를 멋있게 장식했는데, TV로 다시 보다니! 그러고 보니 그의 나이 61세, 액티브 시니어다.
동서양 구별 없는 글로벌한 음식을 우리는 날마다 접한다. 이럴 때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먹거리로 투병을 이겨냈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태풍이 서너 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농가의 시름이 한가득이다. 누구라도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에 참여할 때다. 신선한 우리 농산물이 건강의 첫걸음이다. 괜히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아니다.
엄마의 손맛을 물려받은 딸은 어느덧 엄마가 됐다. 세월이 흘러 그의 딸 또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손맛을 이어간다. 엄마가 딸에게, 딸이 엄마에게 전하는 특별한 레시피. 하숙정, 이종임, 박보경 삼대를 거쳐온 요리 명가의 건강 요리법을 소개한다.
육류, 달걀, 생선, 콩, 우유, 치즈 등 단백질 식품은 나이가 들면 발생하기 쉬운 근 감소를 막고 노화를 지연해준다. 더불어 비타민 A, C, E와 셀레늄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와 버섯류의 항산화 물질은 면역력을 높이고 암 등 만성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절기에는 면역력과 만성질환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단백질 섭취를 위한 닭고기와 소고기를 재료로 다양한 버섯, 채소를 곁들여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식단을 꾸려보자.
닭 안심 달걀 볶음
재료 및 분량 닭 안심 120g(4토막), 달걀 2개, 양파 1/2개, 백만송이버섯 60g, 방울토마토 4알, 시금치 2줄기(40g), 깨소금·참기름 각 1작은술
소스 육수 또는 물 1/2컵, 맛술, 맛간장 각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닭 안심 밑간 청주 1큰술, 소금·후추 약간
1 닭 안심은 힘줄을 제거한 후 저미듯 썰어 분량대로 밑간한다.
2 달걀은 풀어놓고, 양파는 채 썰고, 방울토마토는 반을 자른다. 시금치는 4cm 길이로 썬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닭 안심을 넣고 앞뒤로 익힌 다음 양파를 넣어 볶는다.
4 3에 준비한 소스를 넣고 끓기 시작하면 방울토마토를 넣고 볶는다.
5 4에 시금치를 넣고 달걀을 끼얹어 반숙이 되면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완성한다.
닭 안심 버섯구이 샐러드
재료 및 분량 닭 안심 4쪽, 밀가루 2~3큰술, 달걀 1개, 미니새송이버섯 8개, 양상추 2~3장, 적양파 1/6개, 베이비채소 약간
초간장 간장 2큰술, 식초 2큰술, 설탕 2큰술
사우전아일랜드 케첩 2큰술, 다진 삶은 달걀 1/2개, 마요네즈 1½큰술, 다진 오이지 2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추 약간
1 양상추는 한입 크기로 손질하고 적양파는 채 썰고 미니새송이버섯은 크기에 따라 등분한다.
2 닭 안심은 힘줄을 제거하고 한입 크기로 손질한 후 소금, 후추, 청주로 밑간한다.
3 닭 안심을 밀가루-달걀물 순으로 묻힌 후 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진다. 버섯도 소금, 후추로 간한 뒤 노릇하게 굽는다.
4 그릇에 초간장소스, 양상추, 닭 안심, 버섯구이 순서로 담고 그 위에 사우전아일랜드 드레싱, 적양파채, 베이비채소를 얹는다.
불고기 리코타 샐러드와 토르티야 브레드
재료 및 분량 불고기 80g, 양파 1/4개, 당근 40g, 토르티야 1장, 리코타치즈 1/4컵, 방울토마토 3알, 각종 쌈 채소 1컵, 어린잎채소 약간, 아몬드슬라이스·크랜베리 약간
불고기양념 간장 2작은술, 설탕 1작은술, 청주 1작은술, 배즙 1작은술, 다진 마늘 1/2큰술, 깨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참기름 약간
드레싱 올리브유 1큰술, 발사믹 2큰술, 식초 1큰술, 다진 양파 약간, 꿀 1작은술, 소금·후추 약간
1 불고기는 손질해 불고기양념에 재워두고, 드레싱을 만든다.
2 팬에 토르티야를 노릇하게 구워 등분한다.
3 팬에 불고기를 볶고 채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해 드레싱에 버무린다.
4 토르티야 위에 재료를 보기 좋게 담아내고 아몬드슬라이스, 크랜베리를 곁들인다.
불고기 버섯 채소 전골
재료 및 분량 불고기용 소고기 100g, 육수 3컵, 건당면 50g, 대파 1/2대, 청경채 2줄기, 배춧잎 2장, 백만송이버섯 2줌, 생표고버섯 2개, 우엉 10cm짜리 1토막, 만두 4개, 다진 마늘 1큰술, 소금·후추 약간
불고기양념 간장·설탕·청주 각 1큰술, 참기름·깨소금 각 1작은술, 후추 약간
곁들임 소스 육수 3/4컵, 간장 1큰술, 레몬 1쪽, 청·홍고추 각 1/2개
1 소고기는 먹기 좋게 토막 내 불고기양념으로 버무린다.
2 당면은 물에 불렸다가 삶는다.
3 우엉은 껍질을 벗겨 어슷하게 썰고, 모든 채소와 버섯은 먹기 좋게 썬다.
4 육수에 맛간장, 다진 마늘을 넣는다.
5 전골냄비에 재료를 담고 불고기를 얹어 4의 육수를 붓고 끓이면서 소금, 후추로 간한다.
요리 및 레시피 제공 이종임 한식연구원장, 박보경 아이미각연구소 소장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자혜 콘셉터 픽푸, 곽영신 장소 Scook청담 요리학원
살아가는 데 음식은 꼭 필요하다. 요즘은 과잉 섭취 때문에 고민이거나 다이어트가 큰 관심사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집 안 물건을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간소하게 먹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TV를 틀면 넘쳐나는 쿡방, 먹방 프로그램. 과거의 요리 프로그램은 전문가가 나와 요리법을 시연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엔 음식점을 컨설팅해주거나 여행과 결합해 외국의 맛집까지 탐방하는 등 계속 진화 중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미식과 여행에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먹는 즐거움이 영원히 가능하면 좋겠지만, 시니어는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로 식생활에 제한이 생긴다. 그래서 최근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며 시니어를 위한 식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 식품 시장 규모 갈수록 늘어
바나나, 두유, 두부, 청국장의 공통점은? 고령화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식품들이다. 1인 가구와 고령화로 간편식을 찾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식품의 매출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과일도 깎지 않고 씻기만 해서 간편하게 먹는 과일이 인기다. 유통회사나 식품 관련 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파악하고, 매장 진열은 물론 시니어 식품 시장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7명 중 1명인 고령화 사회다. 또 황혼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노인 1인 가구도 늘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삼시 세끼는 필수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시니어 식품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기업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시니어의 식생활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유명한 욕구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하위 단계에서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즉 가장 하위 단계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인 안전 욕구가 충족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인들의 식생활 사정은 심각해 보인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가 노인 28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6명 중 1명은 영양 섭취가 부족했다. ‘영양 섭취 부족’은 1일 권장 열량 섭취량(남성 2000kcal, 여성 1600kcal)의 75% 미만에 해당하고, 칼슘 등의 섭취량이 평균에 못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칼슘은 전체의 약 82%, 지방은 약 71%나 부족했다. 단백질이 부족한 노인도 약 31%나 됐다. 이렇게 영양이 부족하면, 신체의 대사기능이 저하되고 면역체계에 이상이 온다. 최근 한 기업에서 40~80대 부모를 둔 자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절반이 끼니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귀찮다(26%), 소화가 안 된다(22%)는 이유로 식사를 하지 않았다.
시니어는 연령대에 따라 건강상태도 다르다. 스스로 식재료를 준비하고 식사를 챙길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노화로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혼자 식사를 챙기지 못할 경우가 문제다. 나이가 들면 왜 식사하는 데 불편함을 겪게 되는 걸까. 그것은 몇 가지 신체 변화 때문이다. 우선 미각의 변화다. 혀에서 맛을 느끼는 미뢰가 크게 줄어들면서 미각이 둔해지는 탓에 짜거나 달게 먹게 되어 당뇨와 고혈압 위험이 커진다. 그다음으로는 저작(咀嚼) 장애다. 치아와 잇몸 손상으로 음식 씹기가 힘들어 영양 섭취가 어려워진다. 또 연하(嚥下) 장애(삼킴 장애)로 음식물이 기도나 폐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소화액이나 연동운동 감소로 인한 소화 장애도 생긴다. 이러한 여러 장애 때문에 고령자를 위한 별도의 식품과 서비스 개발이 시급한 것이다.
실버 푸드가 발달한 일본
고령친화산업 진흥법에 따르면, 고령친화식품은 ‘노인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및 급식 서비스’로 정의된다. 건강기능식품, 특수의료용도식품, 두부류 및 묵류, 전통 및 발효식품, 인삼과 홍삼 제품이 여기에 포함된다. 농림축산식품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령친화식품 시장 규모는 출하액 기준 2011년 5104억 원에서 2015년 7903억 원으로 약 55%나 급증했다. 2015년 국내 전체 식품 시장 규모로 보면 아직 1.5% 수준으로 비중이 미미하지만, 고령화 속도로 볼 때 급성장이 예상된다.
같은 보고서에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고령친화식품은 영양분과 소화 용이, 저작과 연하 용이 순으로 중요했다. 또 60세 이후 건강한 간식을 챙겨 먹거나, 영양보다는 소화가 잘되는 식품의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시니어를 위한 식품과 서비스 산업이 크게 발달해 있다. 일본은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노인이다.
이들을 위한 고령친화식품을 일본에선 개호(介護)식품이라 표현한다. 일본개호식품협의회는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UDF, Universal Design Food)로 식품의 굳기와 점도를 고려해 규격에 맞춘 식품을 판매한다.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는 쉽게 씹을 수 있는 1단계부터 삼킬 수 있는 4단계까지 구분된다. 이후 2014년부터 개호식품은 스마일케어식(Smile Care Foods)으로 명칭을 바꿔 판매 대상을 넓혔다. 개호 예방을 위한 식품부터 무스나 젤리 상태의 식품까지 범위도 넓다. 이런 음식들은 외관상으로는 차이가 없이 물성을 변화시킨다.
심화되는 고령화, 실버 푸드 시장 온다
나물 종류의 채식을 좋아하는 시니어도 있고 육식을 선호하는 노인도 있다. 또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식단 조절이나 영양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고령자를 위한 식품은 만성질환을 위한 건강식, 끼니를 챙기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간편식, 저영양 상태를 보충하는 영양식, 건강이 악화된 사람의 간병식 등 세분화되어야 한다.
신체가 쇠약해져 이동이 어려우면 식재료를 사러 다니기도 힘들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구매 난민, 쇼핑 난민이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배달하고 노인을 위한 식품을 판매하거나 이동 점포까지 운영한다. 또 상품배달뿐 아니라 고령자 혼자서 하기 힘든 전구 교체 등의 집안일까지 지원해 인기다.
우리나라도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고령친화식품 한국산업표준(KS)을 제정했다. 식품기업들도 고령자를 위한 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 시니어는 미식과 간편식을 즐긴다. 고령친화식품 시장은 이제 막 걸음을 뗀 상태이지만, 시니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식품과 서비스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남녘의 바다는 분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말부터 2월 경까지가 매생이의 수확철이기 때문이다. 매생이는 가난했던 시절 김 양식장에 버려진 것을 뜯어와 끓여먹은 추운 겨울의 아침 국이었다. 이제는 웰빙 음식으로 거듭난 건강한 겨울 밥상의 메뉴가 되었다.
매생이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전남 장흥의 내저마을에 갔을 때는 겨울바람이 매섭던 날이었다. 시린 바람 속의 바다 입구에는 매생이를 채취하는 어민들의 움직임으로 활기가 넘쳤다. 이미 새벽에 채취해온 매생이를 선착장에 설치된 세척장에서 바삐 손질되고 있었다. 그리고 선별장으로 옮겨져 깐깐한 이물질 제거작업이 이어진다. 마을 실내 공동작업장에는 숙련된 마을 부녀자들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400g 내외의 어른 주먹만 한 매생이 '재기'를 만들어 담고 있었다.
매생이는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추워지기 시작하는 11월 말쯤이 되면 채취를 시작한다. 작은 배를 타고 나가 갑판에 엎드린 채 발에 붙은 매생이를 뜯어내느라 어민들의 허리가 뻐근하지만 매생이는 추운 겨울 내저마을 어민들의 삶에 중요한 몫을 한다.
이런 작업 과정으로 우리의 밥상 위에 오르는데 양식이 매우 까탈스러운 해조류다. 깊은 심연이 아닌 가까운 물 위에 매생이를 붙게 하는 대나무발을 설치해 놓아야 한다. 특히 환경오염에 민감해서 오염된 바다에서는 생육이 불가능하다. 다행히도 장흥 대저마을의 앞바다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곳이다. 청정한 갯벌의 내해에서 자라기 때문에 맑고 푸른 남해의 건강한 안심 먹거리로는 최고의 무공해 식품이다.
이렇게 바다향기 가득한 매생이를 먹을 수 있는 시기는 그동안 겨울 한 철뿐이었다. 이제는 수산물 가공법이 발달해서 취급과 보관이 용이한 급속냉동 건조한 블럭스타일이 나와서 영양소 파괴없이 건강하게 사계절 먹을 수 있다. 칼로리가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맛이 뛰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특히 여행용으로도 요긴할 것 같다.
요리법이 간편해서 매생이굴국밥, 매생이전, 매생이죽, 매생이 파스타, 매생이 달걀말이... 등 다양하게 요리해서 먹을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 부드러운 목넘김이 환상이다. 김도 미역도 파래도 아닌 것이 매생이는 펄펄 끓여도 부글거리거나 김이 나지 않아 방심하고 냉큼 후루룩 먹었다가는 입천장이 요절날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엔 미운 사위 매생이국이라는 재미있는 해학이 깃든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겨울바람이 세차던 전남 장흥의 내저마을에서 먹었던 매생이는 겨울이 깊어질수록 맛이 더해진다고 한다. 역시 제철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인 듯하다. 수확이 한창이던 장흥 내저마을의 겨울바다는 활기찼다.
위암은 대장암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종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의 이런 잘못된 편애(?)는 세계적인 수준이기도 하다. 세계암연구재단(World Cancer Research Fund International)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전 세계 위암 발병 통계에서 1위를 기록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이런 추세는 아시아 지역에서 공통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한국에 이어 몽골이 2위, 일본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인이 위암에 더 많이 노출되는 이유는 뭘까.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소화기내과 강민정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잘 아시겠지만 짠 음식이 가장 문제입니다.” 강민정 과장은 위암의 원인으로 짠 음식을 지목했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젓갈류나 김치, 찌개 등 대부분의 음식에 소금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한국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20g 정도로 서양인들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또 최근 많이 먹고 있는 가공 육류는 질산염 함량이 높은데 체내에서 발암 물질인 질산나이트로소 화합물을 만들어 위암 발병을 높여요. 특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불에 구운 고기나 생선, 훈제 음식에 들어 있는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 역시 위암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우리나라와 함께 몽골, 일본이 위암 발병률이 높은 것이 이해가 됐다. 일본은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염장 음식을 즐기는 나라이고, 몽골의 대표 음식인 허르헉이나 수태차 역시 소금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강 과장은 한국에서 나는 식재료가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요리법의 문제이지 재료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의미였다. 기본적으로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해서 먹는다는 원칙만 잘 지키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담배의 니코틴도 주요 원인
또 하나 위암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바로 흡연이다. 담배를 피울 때 체내로 흡수되는 니코틴이 위산의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흔히 흡연자들이 ‘식후 담배는 소화제’라고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하는 말이다.
최근 유산균 음료의 광고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그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헬리코박터균도 문제다. 헬리콥터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위장 점막에 서식하며 상피세포를 손상시킨다. 염증을 일으켜 위암뿐만 아니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림프종 등을 발생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위염 환자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면 위암 발병률이 3~5배 높아진다. 한국인의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꽤 높은 편이다. 국가암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16세 이상 한국인 중 54.5%에게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었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 균주의 증가에 따라 국내 헬리코박터균 치료에 대한 성공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표준 삼제 요법의 경우 국내에서 지난 15년간 제균율을 분석하였을 때 2010년 이전에는 80% 이상의 제균율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70% 이하의 제균율을 나타내 항생제 내성률이 걱정입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암과의 관계가 적지 않기 때문에 궤양 등과 함께 발견되었다면 반드시 제균할 것을 추천합니다. 약제를 복용하여 헬리코박터균 제균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별다른 증상 없이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됐을 때다. 균의 발견만으로 치료를 원한다면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제균 치료를 해도 환자가 이후에 문제를 제기하면 병원 측이 치료비를 전액 보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선 위·십이지장궤양, 위 말트(MALT) 림프종에 걸린 환자, 조기 위암 내시경 치료를 한 환자만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
위암을 가장 간단하게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빨리 발견하는 것”이라고 강 과장은 조언한다. 강 과장이 위암과 관련해서 ‘위 내시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암 조직이 커지지 않고 가장 안쪽 점막(mucosa)에만 자리 잡고 있을 땐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크게 개복할 필요도 없이 내시경만으로도 가능합니다. 빠르면 1박 2일 안에 치료가 끝나고 암 환자들이 무서워하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치료도 할 필요 없어요. 하지만 문제는 조기 위암(early gastric cancer)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에요. 자각증세가 없거든요. 위암으로 인한 메슥거림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면 대부분 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예요. 결국 초기에 암을 발견하려면 정기적으로 위 내시경을 받아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내시경 검사가 완벽한 만능은 아니다. 강 과장은 경우에 따라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내시경 검사라고 설명한다.
“흔적이 거의 없는 조기위암이나 진행성 위암 중 점막에 변화가 없는 보우만(Borrmann) 4형은 내시경으로 간혹 놓칠 수 있으며 조직학적으로 분화도가 나쁜 암은 순식간에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의 추적 관찰이 중요합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는 40세 이상이 되면 1~2년에 한 번씩 위 내시경 검사를 받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위 관련 질환이 있거나 가족 중 위암을 앓은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도 발병 가능성이 있으므로 더 일찍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위암의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전이에 있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가장 초기단계에서 치료를 받으면 96%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암세포가 위장을 뚫고 나와 위장 주변의 장막을 침범한 상태에서 위장 주변 림프절 1군에도 퍼져 있는 3A기라면 5년 생존율은 50%로 낮아지고, 이보다 더 퍼져 대동맥 주위의 림프절이나 뼈, 폐, 간 등에 퍼져 있는 4기라면 10%로 더 떨어진다.
]먹어서 치료하려는 생각 변해야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다. 종양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달라진다. 종양의 크기가 작거나 아랫부분에 위치해 있을 때는 위의 하단을 잘라내 소장과 연결한다. 그러나 위를 살릴 수 없을 정도로 암이 자랐거나 윗부분에 종양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암이 퍼져 있거나, 암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암화학요법, 즉 항암제 투여를 진행한다.
위의 일부 혹은 전체를 절제하더라도 거의 정상적인 삶에 가깝게 생활할 수 있다. 위가 없다고 해서 음식물 섭취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수술 후 장기적인 영양관리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 과장은 설명한다.
“위절제술 후 가장 흔한 혈액학적 장애는 빈혈입니다. 비타민 B12 결핍보다는 철분 결핍성 빈혈이 더 흔한데 그 이유는 수술 후 비타민 섭취 부족과 수술로 십이지장을 우회하여 흡수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또 비타민 D와 칼슘 흡수 장애로 골다공증이 올 수 있습니다. 메슥거림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역류성식도염이나 알카리역류위염 때문이죠. 또 쌀밥과 같은 탄수화물이 소장으로 바로 넘어가서 나타나는 급격한 인슐린 증가도 문제가 돼요. 갑작스럽게 인슐린이 증가하면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 오한이 나고 메슥거릴 수 있어요. 이를 의사들은 덤핑증후군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는 과식하지 말고 조금씩 자주 드시길 권합니다. 장기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히 수술 후 6개월 정도는 조심하시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강 과장 역시 의료 현장에서 다른 의사들이 겪는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바로 민간요법이나 정체 모를 건강식품들이다.
“환자가 의사의 치료 외에 다른 방법에 의지하고 있다면 치료 결과를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져요. 섭취하는 음식이나 약재에 양약과 동일한 성분이 있을 수 있고, 간 건강을 악화시켜 정작 꼭 필요한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고요. 치료를 위해서는 무작정 무언가를 먹어서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하시길 권하고 싶어요.”
4월 초순경, 장고항 어부들의 몸짓이 부산하다. 실치잡이를 해야 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실치가 적을 때는 하루에 한 번 정도 그물을 올리지만 많을 때는 수시로 바다에 나가 바쁘게 작업을 해야 한다. 흰 몸에 눈 점 하나 있는, 애써 눈여겨봐야 할 정도로 작은 물고기인 실치가 작은 몸집 흐느적거리면서 장고항 앞바다를 회유한다. 실치는 장고항 봄의 전령사다.
지형이 장고의 목처럼 생긴 어촌 마을
해돋이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오전 6시가 채 못 돼 부스스 일어나 장고항 우측 끝자락의 노적봉과 촛대바위가 잘 보이는 위치를 찾는다. 마치 뫼산[山] 형태의 기암은 장고항의 지킴이다. 오랫동안 먼 바다에 조업 갔다 오는 어부들의 버팀목이 되었을 것이다. 이 계절, 기암 사이로 멋지게 떠오르는 해돋이를 기대하진 않는다. 단지 장고항을 대변해주는, 육지 끝자락에 있는 모습을 확인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물이 빠져 갯벌이 다 드러나는 서해에서 바라보는 일출. 동해에서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아침 햇살은 빠르게 사위를 밝게 해준다. 서둘러 장고마을로 들어선다. 장고항은 ‘지형이 장고의 목처럼 생겼다’ 해서 ‘장고목’이라 불리다가 후에 장고항 마을로 개칭되었다. 이외에도 가낭골, 당산 마을이라는 이름이 있다. 여행자들도 바닷가 마을만 한갓지게 배회한다. 서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닷가 마을인 장고항이 특히 유명해진 것은 ‘실치’ 덕분이다.
‘실치’로 이름 알린 장고항
장고항 사람들은 1970년대 초, 실치잡이가 본격화되면서 다들 실치포를 말렸다고도 한다. 실치잡이가 성행할 때는 150여 가구가 소위 멍텅구리배로 불리는 무동력 중선으로 실치잡이를 해왔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연안에서의 실치잡이 어선이 자취를 감춘다. 지금은 인근 앞바다에서 개량 안강망 그물로 실치를 잡는다. 2000년 초부터는 장고항 실치회 축제를 만들어 ‘실치회의 원조 고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마을 안쪽 건조대에서는 실치포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고샅 건물 벽에 씌인 손글씨를 따라 실치포 작업장을 찾아낸다. 아주 오랫동안 실치포를 만들어왔음이 느껴지는 작업장이다. 실치포 만드는 작업은 눈으로 봐도 힘겨워 보인다. 마치 김 한 장 만들 듯, 물그릇 담긴 실치를 그릇으로 적당량 떠서 사각 나무틀에 쏟아 납작하게 모양을 잡는다. 연륜이 깊고 숙련된 사람일수록 실치의 양을 정확히 가늠하고 평평하게 할 수 있다. 발에 붙은 실치는 신기하게도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붙어 있다. 몇 시간 해풍을 맞으며 건조되면 실치포가 완성될 것이다. 두껍고 살색이 흴수록 좋은 실치포라는 상식을 알게 된다. 기꺼이 실치포 몇 묶음을 산다.
젓가락으로 건져낼 정도로 아주 작은 물고기
건조대를 지나 마을 끝 방파제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수산물유통센터가 나온다. 2012년 4월 28일, 제9회 축제를 맞춰 개장한 곳으로 7209㎡의 부지의 1153㎡의 1층 건물에는 20여 곳의 횟집이 들어서 있다. 난전, 포장마차를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간판을 달고 한곳에서 영업하고 있다. 싱싱한 활어는 물론이고 실치와 간재미 등이 지천이다. 손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일까? 바닷물을 가득 담은 고무 대야에 살아 있는 실치들이 헤엄치고 있다. 흰 몸에 점이 하나 있는, 마치 실처럼 가는 물고기가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나 살아있어요” 하는 듯하다. 횟집들마다 부산하게 실치를 씻으며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 없다. 실치 씻는 방법도 아주 특이하다. 튀김을 건져낼 때 사용하는, 긴 나무젓가락으로 실치들을 휘휘 저어댄다. 젓가락에 실치가 걸쳐지면 소쿠리에 담아내는 일을 반복한다. 워낙 작은 물고기라서 손품이 많이 필요하다.
기암 촛대바위가 멋진 해안
수산센터를 지나 방파제로 가는 길목에서 멀리서만 봤던 기암을 가까이서 조우한다. 붓을 거꾸로 꽂아놓은 듯한 바위가 촛대바위다. 양쪽으론 기암이 감싸고 있다. 바다 쪽, 높은 바위를 노적봉이라 부른다. 바다 쪽으로 내려서서 좌측으로 돌아가면 석굴(해식동굴)이 있다. 용천굴이라고 부르는데 으레 그렇듯이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천장이 뻥 뚫려 하늘이 그대로 보인다. 이곳으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다른 전설도 있다. 200여 년 전, 나라에 큰 정변이 일어나서 사람들은 피난을 갔단다. 그때 한 아이가 이 동굴에서 7년을 공부해 장원급제를 해 재상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이야기다. 이후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동굴을 신성시해 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올망졸망 배들이 매어 있는 선착장으로 가 본다. 조업을 마친 배들이 들어오고 몇 팀의 낚시꾼들은 부산스럽게 배를 타고 떠난다. 한편에서는 남편의 고깃배가 들어오는지 고개를 내밀고 기다리는 아낙도 있고 일찍부터 막걸리 한 사발로 술추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물망에 걸린 실치 작업에 한창인 어부를 만난다. 이들은 실치 철이 끝날 때까지 자주 바닷가에 나가 작업을 한다. 실치가 적게 잡힐 때는 하루에 한 번 정도 그물을 올리고, 많이 잡힐 때는 수시로 그물을 털 것이다. 내겐 볼거리이지만 어부들에게는 생계의 그물이자 돈 줄 아닌가.
씹힐 틈 없이 살살 녹는 실치회
이제는 ‘당진 8미(味)’ 중 하나로 꼽히는 실치회를 먹어야 할 시간이다. 실치회 한 접시를 시킨다. 아주 작은, 흰색의 물고기가 무더기로 뒤섞인 접시 위로 깨소금, 참기름, 파 등의 양념이 흩뿌려져 있다. 여기에 오이, 깻잎, 쑥갓, 당근 등 갖은 야채에 고추장 양념이 더해지면, 함께 쓱쓱 버무려 입에 넣기만 하면 된다. 실치가 미끄러워 반드시 나무젓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한입 먹어본다. 작은 물고기라서 입으로 들어가자마자 살살 녹는 식감이 일품이다. 아욱을 넣어 끓여낸 고소한 실치 국에 실치 전, 실치 계란찜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니 실치라는 물고기가 어떤 놈인지 궁금해진다. 실치는 일반적으로 뱅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자료를 찾아보니 ‘베도라치’라는 이름도 있다. 서해에서는 흰베도라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실치는 ‘흰베도라치의 새끼’란다. 꽤 긴 이 이름을 외우려면 시간깨나 걸리겠다.
초봄 한 달간 ‘잠깐’ 먹을 수 있는 요리
첫 그물에 걸려드는 실치는 너무 연해서 회로 먹기는 어렵다. 3월 말부터 4월 초순경 적당히 몸집이 커져야 횟감으로 먹을 수 있다. 6월 말까지 잡히지만 4월 중순이 넘으면 뼈가 굵어져 맛을 잃는다. 그래서 실치회를 먹을 수 있는 기간은 약 한 달간으로 눈 깜짝할 새다. 실치는 성질이 급해 잡히면 얼마 안 가 죽어버린다. 당연히 먼 곳까지 운반할 수 없다. 산지에나 와야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다. 이후부터 잡히는 물고기는 실치포를 만든다. 멸치처럼 데쳐서 말리는 실치포는 칼슘이 풍부한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집에 돌아와 장고항에서 구입한 실치포로 밑반찬을 만들어본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노릇 구워낸 포를 먹기 좋게 가위로 자르면 된다. 밥하고 같이 먹으면 바삭바삭 과자 같은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과장 없이 놀라운 맛. 장고항의 바다 향이 어느새 따라와 있다.
Travel Data
찾아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송악IC→38번 국도를 타고 대산 방향으로 진행→석문방조제를 지나 615번 지방도로→5㎞ 정도 직진→장고항으로 우회전.
추천 별미집 용왕횟집, 고향나루 횟집 등을 비롯해 다수의 맛집이 있다. 미식가라면 우렁이 박사는 꼭 들러야 한다. 또 당진 시내의 장춘 닭개장도 유명하다. 장어구이를 먹고 싶다면 옛날돌집장어구이, 원조장어구이를 찾으면 된다.
주변 여행지 삽교천도 좋지만 당진 시내 탐험을 해보자. 봄철 당진 장날(5일, 10일)의 장터 풍경이 정겹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실컷 들을 수 있는 색다른 여행 체험이다. 충남에서는 1위를 차지한 명품 쌀에 쑥이 어우러진 왕쑥송편, 기름을 바르지 않은 호떡을 사들고 남산 건강공원으로 가보자. 산이라기보다는 마치 구릉 같다. 그래도 당진 시내가 한눈에 조망되어 눈앞이 시원하다. 봄철에는 꽃 천국이다. 왕벚꽃이 만발한 봄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린다. 당진향교(충청남도기념물 제140호), 의인, 역대 현감, 군수 등의 선덕비, 공적비, 기념비 등 비석문화재 21점의 유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