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널리 회자될 만큼, 임대수익이 나오는 부동산 소유는 수많은 현대인의 로망이다. 근로소득이 줄거나 없어지는 은퇴 전후 세대라면 더욱 그렇다. 이미 포화 상태인 창업 시장에 뛰어드느니 월세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한창 달아오르던 부동산 시장에 최근 냉각 기류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칼날을 겨누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 시장의 열기가 급속도로 식어가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적은 상업용 부동산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이 이동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피스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의 2017년 전국 거래 건수는 38만4182건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와서는 거래 건수가 더욱 늘어났다. 1~2월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1%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상가와 오피스텔을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올해부터 본격화하고 있고, 시중 금리 인상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수익률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가 분양가 3.3㎡당 3306만 원, ‘역대 최고치’… 수익률 눈높이 낮춰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상가 평균 분양가가 역대 최고가인 3.3㎡당 3306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가량 상승한 수치다. 특히 서울 논현동, 마곡동에서 총 7개 단지가 3.3㎡당 평균 4385만 원에서 공급되며 전체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인천(3248만 원/3.3㎡)은 남양주 다산, 하남 미사, 화성 동탄2신도시 등지에서 29개 상가가 분양됐고 그 외 지방은 3.3㎡당 평균 2873만 원 수준에서 공급됐다.
오피스텔 매매 가격도 지난 1분기 0.2% 상승했다. 전 분기 대비(0.33%) 상승폭은 축소됐지만, 0.2% 선을 유지했다. 입주물량 증가, 금리 인상, 규제 강화 등 악재가 겹쳤지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높은 가격’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더욱이 강화된 대출 규제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당국은 3월 26일부터 RTI(Rent to Interest, 임대수익이자상환비율)를 도입했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이 대출 이자의 1.5배(주택임대업)나 1.25배(비주택)를 넘어야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한다. 이에 따라 대출이 까다로워지고 한도도 줄어들게 됐다. 상가의 경우 연 임대소득이 연간 이자 비용의 1.5배가 넘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당장의 대출 제한으로 상가 시장 내 절대적인 수요량은 소폭 감소하겠지만 목 좋은 우량 상가에 한해 자금력 있는 투자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기존에는 꼬마빌딩에 투자할 경우 자기자본 비율이 50% 미만이어도 가능했다”면서 “앞으로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이전에는 자기자본 20억 원으로 50억 원대 꼬마빌딩에 투자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레버리지 비율을 낮춰 30억 원대 빌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은 경기에 민감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상가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겠지만, 당장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공실이 서서히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하고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중금리도 올라가고 있다. 대출은 조이고, 금리가 올라가면 투자자들 입장에선 돈을 빌려오기도 힘들고, 어렵게 대출을 받아도 이자 부담이 늘어 수익률이 떨어진다. 수익률의 눈높이를 조정해야 하는 시기라는 진단이다. 선 대표는 “올해 하반기를 지나 내년 상반기에는 대출 금리가 연 5%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이 지역과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연 5% 안팎인데, 향후 실제 수익률보다 대출 금리가 높은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큰 장' 예상, 도시재생지역 눈길
그렇다면 노후 대비를 위해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연세가 많을 경우 사업이나 창업에 제약이 많아 수익형 부동산이 현실적인 노후 대안일 수밖에 없다”며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예금 금리 이상이며, 투자 대상 선별에 따라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선 대표는 “노후 대비 목적이라면 주식처럼 불확실성이 크고 급등락이 심한 대상은 투자 대안이 되기 어렵다”면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시장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라면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안정적인 대상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지영 소장은 자금 여력에 따라 상가주택과 오피스텔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했다. 양 소장은 “상가주택은 투자 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관리가 용이하고 건물의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땅값 상승 등으로 인해 리스크 요인이 적다”고 말했다.
상가주택의 경우 해당 지역의 특성을 잘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 예컨대 대학가일 경우 소형 위주의 상가주택이 유리하고, 1층 상가도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도록 임차 업종을 선별하는 것이 현명하다. 오피스텔은 그동안 공급이 많았기 때문에 기업 등 배후 수요가 받쳐주는 곳, 지하철 개통 예정 등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을 조언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오피스텔 분양 시장에서는 양극화가 뚜렷했다.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수원호매실동광뷰엘(333실)’의 청약 접수는 3건에 그쳤다. 경남 진주시 ‘신진주역세권줌시티(348실)’는 단 2건만 접수됐다. 반면 경기 화성시 ‘힐스테이트동탄2차(236실)’는 최고 경쟁률 10대 1로 준수한 성적을 보였고, 경기 수원시 ‘광교더샵레이크시티(1805실)’는 26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2분기에는 1만508실이 분양 예정이다. 임대수익뿐 아니라 매각 시 시세 차익을 기대한다면 상가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추천됐다. 올해 상가 투자 유망 지역으로는 신도시와 도시재생지역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선종필 대표는 도시재생 관점에서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은평구 수색동, 택지개발지구에서 하남시 등을 유망 지역으로 주목했다. 선 대표는 “유망 지역이라 해도 가격 요인을 고려했을 때 매력은 달라질 수 있다”며 “신규 분양일 경우 특히 가격을 낮추는 협상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혁 선임연구원은 “노후 대비를 위해 시세차익보다 고정수익에 초점을 맞춘다면, 신도시에 새로 형성되는 상권보다는 기존 상권 중에서 상승세 타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노년 세대가 직접 상가를 관리하려면 주거지에서 30분 안팎으로 가깝고, 평소 잘 알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시재생사업 관련 개선될 여지가 있는 지역, 현재 상권이 크지 않더라도 상승 요인이 많은 곳을 눈여겨보라는 관점이다.
투자 적기에 대해선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를 꼽았다. 양지영 소장은 “현재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대한 리스크 요인도 많고, 가격도 고점에서 조정이 되는 구간이라 매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까지 여유를 갖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 대표는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반기쯤에는 유동성 리스크에 빠진 건물 투자자나 상가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평소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981년. 어렵게 마련한 임대료를 손에 쥐고 며칠 영동(지금의 강남)을 헤맨 김옥란(80) 씨의 마음은 다급했다. 실패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한 달만 참으면 평생 먹고산다”고 호언장담하던 점쟁이 말도 큰 위안이 되진 못했다. 몫이 좋은 가게 터는 가진 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복덕방에서 추천해준 곳은 번화가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도 몇 년의 고생과 실패로 날이 선 직감은 ‘이만하면 됐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강남 빌딩숲 속 명물이 된 교보타워사거리 ‘원주추어탕’의 시작이었다.
원주추어탕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막내아들 이남수(49) 사장은 지금 자리에서의 개업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원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왔을 때 첫 3년은 가족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미아리에 첫 번째 가게를 차렸지만 가게 자리를 고르는 일도, 식당을 운영하는 일도, 모두 처음이었던 이들 가족에게 손님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때문에 강남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온 가족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왔죠. 아직도 생생합니다. 가게 문을 급하게 열었는데 식탁 바닥에 입 닦은 휴지와 나무젓가락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첫날부터 손님이 밀려들어 부모님이 그것들을 치울 겨를이 없었던 거죠. 미아리에서 가게를 차렸을 때 3년간 그렇게 많은 손님을 대해본 적 없었어요. 그날 부모님은 꽤 지쳐 보였어요. 하지만 입가의 미소는 떠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날부터 손님은 점점 더 늘어났어요.”
원주식 추어탕 서울에 보급한 원조
원주에서 온 이 가족의 가업이 식당이 된 사유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전후 경제발전 과정에서 많은 가족의 선택처럼 이들도 가난을 피하기 위해 1977년 서울행을 결정했다. 아직도 매일같이 출근해 재료를 살피고, 맛을 확인하는 김옥란 씨는 원주추어탕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한다.
“동네 앞집 아저씨가 미꾸라지 잡는 데 선수였어. 양재기 한가득 잡아온 날이면 고추장을 휘휘 풀어 야채와 함께 끓여 동네잔치를 벌였거든. 미꾸라지도 잘 잡고 음식도 맛있으니 주변에서 식당을 해봐라 했는데, 차리고 나서 꽤 잘됐어. 손님이 많은 날이면 가끔 나도 가서 돕곤 했는데, 한 손님이 서울에서도 해봐라 하는 얘기에 내가 차려봐야겠다 싶었어. 식당 주인도 돕겠다 하고. 그래서 미아리에 자릴 잡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가 엉뚱한 데 식당을 냈으니 잘될 리 없었지.”
당시 이웃이었던 원주의 추어탕 집은 현재까지도 성업 중이다. 물론 서울의 원주추어탕과의 교류도 여전해서 이남수 사장은 그곳을 아직까지 ‘큰집’이라고 부른다.
“미아리에서 장사를 시작했을 때 추어탕 한 그릇에 1200원이었어. 처음엔 재래식 요리법을 고집해서 식탁 앞에서 살아 있는 미꾸라지를 냄비에 넣었는데, 손님 옷에 국물이 튀고 난리도 아니었지. 3년간 고군분투하다 안 되고 빚낸 돈 다 떨어지기 전에 다시 원주로 내려가야겠다 싶었는데, 이대로 내려가기엔 그간의 고생이 너무 아까웠어. 그러다 그 시기에 영동에 가게들이 들어선다는 얘기에 거기서 다시 시작해보자 했던 거지.”
강남 개발 광풍 속에서 지켜온 전통
모자는 가게가 자리 잡았던 1981년 강남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1976년 준공된, 길 건너 제일생명 건물은 당시 그 지역이 ‘제일생명 사거리’로 불릴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했고, 그 옆에는 영흥자동차학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거리에서 영동시장까지는 목재상, 골재상 등 건축과 관련한 각종 장비와 자재를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강남은 정부 주도 개발의 핵심에 있었고, 그 시기는 강남의 개발이 막 시작된 참이었다.
이제 당시의 흔적은 찾기 어려워졌다. 위용을 자랑하던 제일생명 빌딩이 철거되고 2003년 교보타워가 들어섰으니 다른 건물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고집스레 당시 모습을 간직한 곳이 있다. 바로 원주추어탕이 운영 중인 건물이다. 1974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돌아보면 당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 ‘강남 제비’의 제비집도 여전히 처마 밑에 그대로다.
그중 모자가 가장 아끼는 것 중 하나는 여전히 현역으로 가게 앞을 지키고 있는 간판이다. ‘원조 고유의 음식’이라고 씌어 있는 간판은 이 사장의 선대가 직접 다듬어 제작한 것이다. 지금 위치에 자리 잡고 나서 2년쯤 지난 어느 날이었다.
식당은 잘 운영됐다. 당시 건물에 4개의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하나씩 인수하면서 조금씩 자리를 넓혀갔다. 그런데 한창 장사가 잘될 무렵 건물주가 부도가 나 건물이 은행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결국 무리를 해서 건물을 샀고, 원래 1층이었던 건물은 증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누구도 못 말린 재료 고집
이남수 사장이 경영을 맡게 된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원래 볼링선수였던 그는 서울시 대표로도 활약했고 실업팀에 입단할 정도의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어머니 김옥란 씨에게는 배부른 직업으로 보이지 않았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가게로 와 도와달라고 했지. 식당일이 워낙 힘드니까. 처음엔 대를 이어 식당을 맡기겠다는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손님도 늘고 할 일이 많아지면서 의지하게 되더라고.”
그렇게 아들 셋은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첫째는 성남시 서현동에 ‘원주추어탕’을 차리면서 독립했고, 둘째는 인근에서 번듯한 주점을 차렸다. 그리고 자연스레 막내인 이 사장이 원주추어탕을 이어받게 됐다. 어머니 김 씨는 이 사장이 가게에 합류했을 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다고 기억했다.
“의욕이 넘쳤어. 나는 그동안 잘해왔으니까 잘해온 방식을 고수하고 싶은데, 자꾸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자는 거야. 처음엔 불안해서 혼내기도 하고 말리기도 했는데, 지내다 보니 제대로 된 의견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거지. 그래서 지금은 뭘 하자고 하면 잘 듣는 편이야.”
새로운 시도를 한 메뉴 중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메기불고기. 한 가지 메뉴로 사랑받는 맛집이 메뉴를 추가한다는 것은 꽤 부담스런 일이었다. 하지만 이 사장의 고집으로 탄생한 메기불고기는 이제 대표 메뉴가 됐다.
이 사장의 또 다른 고집은 추어탕의 가장 기본이 되는 미꾸라지와 고추장에 관한 것. 특히 손님에게 좋은 미꾸라지를 내놓는 일은 그의 평생 숙제 중 하나다.
“원래 미꾸리로 불리는 토종 미꾸라지를 썼어요. 몸통이 동그란 모양이라 동글이라고도 불리는데 성장 속도가 느려 양식에 적합하지 않아요. 또 자연산은 당연히 수급이 어렵죠. 그러다 보니 넙죽이라 불리는 중국산 미꾸라지가 대세가 됐죠. 저희도 어쩔 수 없이 그걸 쓰지만, 지금 동글이 양식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성공해서 더 맛있는 추어탕을 손님에게 내놓는 것이 꿈이에요.”
구할 길이 없어 자연산 미꾸라지를 1년 내내 재료로 쓸 수는 없지만 소량이라도 매수가 가능한 매년 7월과 8월에는 자연산을 확보해 특별 메뉴로 내놓는다. 단골들은 절대 놓치지 않는 연례행사다.
“다른 지역 추어탕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고추장 역시 제가 신경 쓰는 재료예요. 3~4년에 한 번씩 담그던 고추장을 이젠 매년 만들고 있어요. 많이 만들어놔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제가 욕심을 부려요(요즘 손님용으로 사용 중인 고추장은 16년이나 묵은 것이다). 고추장 담글 때 어머니는 쉬셔도 된다 할 정도로 이제는 자신 있어요. 간장은 씨간장을 다양하게 만들어가면서 이런저런 실험을 하고 있어요. 고객들 입맛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줄 간장을 찾기 위해 계속 시도를 해보는 거죠.”
자리를 잘 잡아서 맛집이 되고 노포(老鋪)가 될 수 있었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강남은 수많은 식당이 생겼다 사라지는 중심 상권의 대표 지역이다. 원주추어탕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맛에 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에는 미꾸라지가 난임부부에게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포장해가는 고객도 늘었다. 난임시술로 유명한 주변 병원의 환자들 사이에서 퍼진 속설 탓인지 ‘목적을 갖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실제로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간증과 함께 감사인사를 전하는 부부가 찾아오는 일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한다.
3대로 이어진 ‘고유의 음식’
이 사장에게는 최근 가슴 벅찬 사건이 하나 있었다. 올해 아들이 원주추어탕 3대 사장이 되겠다며 식품공학과를 선택해 대학을 갔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그에게는 ‘사건’으로 기억된다.
“제게는 그런 뜻을 내비친 적 없었거든요. 그런데 여동생하고 아이들끼리는 자주 이야기했던 모양이에요. 식당일을 하고 싶다고 말이죠. 어릴 때부터 식당에 자주 와 일을 돕곤 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어요. 요즘엔 셰프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 또 대견하기도 해서 반대하진 않았습니다.”
입학원서 내는 날 할머니와 아버지, 아들 3대는 특별한 사진을 찍었다. 장소는 학교가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식당에 내건 ‘원조 고유의 음식’ 간판 앞에서였다. 이 사장은 이 사진을 계산대 앞 잘 보이는 곳에 세워뒀다.
“아이가 대를 이어준다고 하니 저도 꿈이 생겼어요. 좋은 식당 주인을 만들기 위해 제가 알아놓은 주변 식품기업, 제조시설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요. 본인은 힘들겠지만.(웃음) 저희 부모님은 가족을 위해 이 식당을 만드셨고, 제가 물려받은 다음부터는 모든 일을 손님을 위해서만 해왔어요. 하지만 아이가 이 식당을 3대째 운영하게 될 땐 사회를 위한 주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주변과 세상을 보살필 수 있는 원주추어탕이 되길 바랍니다.”
필자가 사는 건물 1층에 편의점이 들어왔다. 그전에는 에어컨 설치 회사가 있었는데 건물주와 송사에 휘말려 오랫동안 문을 닫아놓고 있었다. 1층이 유일한 상업시설인데 철문이 내려져 있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으니 건물 가격조차 영향을 받았다. 관리비도 미납인 상태로 몇 년간 시간이 흘러 입주민들이 골치를 앓았다.
편의점이 들어온다며 건물 주변에 있던 사철나무를 몽땅 베었다. 너무 유난 떠는 것 아닌가 했는데 지나가다가 간판이 잘 보여야 하고 에어컨 실외기 몇 개를 놓을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편의점이 들어오니 우선 건물이 산뜻해졌다. 24시간 불이 켜져 있어 환했다. 평수별로 계산하는 전기요금은 입주민들에게 더 돌아가겠지만, 건물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고려하면 감당할 만하다.
사실 이 편의점이 잘 될지는 잘 모르겠다. 주변에도 여기저기 편의점들이 있고 더구나 이곳은 자동차들이 달리면서 지나가는 곳이다. 결국 유동인구보다는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해야 하는 동네 장사다. 당장 필자야 같은 건물이니 이용이 편리하겠지만, 좀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 굳이 여기까지 와서 사줄지는 의문이다.
우선 필자의 냉장고 청소가 필요할 것 같다. 편의점에 웬만한 것들은 다 있으니 굳이 사들고 와서 냉장고에 넣어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술 종류, 음료수, 간편 도시락 정도는 편의점 냉장고를 필자의 냉장고처럼 활용하면 된다. 유효기간이 있는 식료품들을 냉장고에 두면 유효기간이 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다른 생필품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그렇다더니 우리도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기대가 있다면 우리 건물에 관리실이 없으니 관리실 역할까지 해주면 좋겠다, 부재중에 택배라도 오면 그동안 곤란했다. 작은 것은 그냥 우편함에 넣어두라고도 했고, 분실 시 책임은 필자가 지겠다고 했다. 좀 더 큰 물건은 소화전 안에 두라고 했고 더 큰 물건은 현관문 앞에 두라고 했다. 안심이 안 될 경우에는 동네 단골 세탁소에 맡겨놓으라고 했다.
집 찾기도 수월해졌다. 이전에는 주택가라서 마땅한 이정표가 없었다. 택시에서 내릴 때 기사에게 “저 앞에서 세워주세요” 했다. 필자 집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기준이 되는 건물이 없어 집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는 ‘편의점 앞’이라고 설명하면 쉽게 찾을 것이다.
그런데 지나가다 얼핏 본 50대 정도의 주인 모습이 그리 친절해보이지 않는다. 아직 이웃에 인사차 보내는 개업 떡 소식도 없다. 대부분은 알바생들이 자리를 지키겠지만, 주인의 이미지도 중요하다. 주변 PC방을 드나드는 청소년들이 밤에 건물 근처를 배회하면서 혹시라도 음료수 깡통을 함부로 차지나 않을까 그것도 신경 쓰인다.
동네에 먹자골목이 있다. 길 좌우로 200m 정도 각종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잘되는 집은 손님들이 줄을 서지만, 안 되는 집은 파리만 날리다가 몇 달 못 가 없어지고 다시 다른 업종이 들어오는 일이 반복된다. 한 달에도 몇몇 점포들이 문을 닫고 새로운 음식점이 문을 연다. 개업 화환들이 화려하게 입구를 장식한 개업 음식점들을 보면 희망이 가득해 보이지만, 상례로 보아 몇 달 못 가 또 문 닫을 거라는 예상이 되면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새로 문을 연 호프집 옆에 얼마 안 가 새 호프집이 생긴다거나, 치킨집이 있는데 또 치킨집이 생기면 둘 중 한 집은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지금의 자영업 시장은 인테리어 업자만 돈을 버는 구조다.
강남의 잘 꾸며놓은 고깃집에 갔었다. 손님보다 종업원 수가 더 많아 보였다. 2층이 경관이 좋아 2층으로 가려고 했더니 2층은 서빙이 안 된다며 그냥 1층에 앉으라고 했다. 넓은 1층에도 손님이 앉아 있는 곳은 몇 테이블 안 되었다. 월세는 꼬박 내야 하는데 이렇게 장사가 안 되니 주인은 속이 바짝바짝 탈 것이다.
손님이 많기로 소문난 강남 대형 쇼핑몰은 젊은이들이나 몰려가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요리하는 음식점들도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자주 가는 쇼핑몰인데도 이런 음식점들이 있다는 걸 몰랐으니 장사가 잘될 리 없다. 시설은 깨끗하게 잘해놓았으나 한창 저녁을 먹을 시간인데도 손님이 얼마 안 되었다.
잠실의 한 삼계탕 집은 한때 손님이 벅적였는데 최근 문을 닫았다. 삼계탕 한 그릇에 1만5000원을 받아 돈을 좀 버는가 했더니 적자라며 문을 닫은 것이다. 겉으로는 손님이 많아 남는 장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큰 시설을 유지하자니 관리비에 인건비에 카드 수수료까지 떼이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삼계탕 집을 정리하고 아파트 단지 안에 김밥 등을 파는 분식집을 차렸는데 현금 장사에 손님이 많아 오히려 낫더란다. 음식 값이 싸서 손님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권리금을 내고 점포를 확보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봐야 성공 확률은 10% 정도다. 20~30%는 문도 못 닫고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고, 나머지는 적자란다. 외식 산업 성공률은 매우 낮다. 잘되는 업소라 해도 끝까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줄을 서다가도 손님들의 취향이 바뀌어 어느 순간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여기에 건물주가 집세를 올리거나 자기가 운영한다며 내보내는 일도 발생한다.
건물주들은 가만히 있어도 해마다 건물 값이 오른다. 현재 금리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집세도 내려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장사가 잘되면 집세를 올리는 건물주도 많다. 자영업자들은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를 쉬지 않고 일한다. 그래야 겨우 살아남기 때문이다. 반면 건물주들은 골프나 치러 다니면서 앉아서 거저 돈을 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세상살이가 쉽다. 하루 종일 일해도 남는 게 없는 자영업자들에 비하면 뭔가 불공평해 보이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이런 정도의 현상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모순은 모순이다. 공평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 보인다. 새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직시하고 합리적인 조정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
산행 중에 마주친 야생 다람쥐! 인기척에도 아랑곳없이 오히려 이방인의 방문이 익숙한지 빤히 쏘아보고는 어디론가 휘리~릭 사라져버린다. 바람만 남기고 떠난 야생 다람쥐에서 5070세대 은퇴재무설계의 향기가 풍긴다. 야생 다람쥐의 겨울나기는 특별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비축이다. 먹이를 구하기 힘든 겨울철을 대비해 야생 다람쥐는 먹이를 한곳에 많이 저장해두기보다는 여러 곳의 땅에 구멍을 뚫어놓고 각각의 구멍에 한 개씩의 먹이를 보관해둔다. 야생 다람쥐가 겨울을 나기 위해 파는 구멍은 평균 2000개 정도다.
어느 작가는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면서 봄의 새싹 같은 유년과 여름의 신록처럼 푸른 청춘, 낙엽의 무게를 덜어낸 가을을 지나 마침내 추운 겨울,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 같은 노년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의 시간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 다람쥐가 수천 개의 구멍을 파고 먹이를 저장하는 것은 5070세대가 젊은 시절에 노후를 준비하는 모습과 닮았다.
야생 다람쥐가 먹이를 저장하고 보관하는 것은 재무적 관점에서 보면 ‘적립’에 가깝고, 먹이를 구하기 힘든 겨울에 꺼내 먹는 것은 ‘인출’에 해당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야생 다람쥐가 묻어둔 열매를 꺼내 먹으며 겨울을 나는 것처럼 5070세대가 효과적으로 노후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는 ‘인출’ 소득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 다양한 ‘인출’ 소득: 내재된 위험을 고려하라
야생 다람쥐가 먹이를 보관하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수천 개의 구멍을 뚫는 이유는 뭘까? 먹이를 한곳에만 보관하다 다른 야생 동물들에게 도난을 당하면 목숨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구멍을 뚫는 다람쥐의 행위는 마치 5070세대가 다양한 소득원을 준비하는 모습과도 같다! 하지만 다양한 소득원을 준비한다고 해서 길어진 노후와 예상치 못한 모든 위험에 대비할 수는 없다. 소득마다 내재된 위험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소득에 잠재된 위험을 먼저 이해한다면 은퇴 후 소득 인출 전략을 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5070세대가 노후에 꺼내 쓸 수 있는 소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자·배당 같은 ‘금융소득’이다. ‘금융소득’ 하나만으로 노후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소득은 일정금액(연간 2000만원) 이상 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6.6~44%)를 부담하게 된다.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금융소득은 줄어든다. 참고로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의 추가적인 세(稅) 부담은 최대 28.6%p(최고소득세율 44%- 이자소득세 15.4%)다.
두 번째 소득원은 ‘사업소득’이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 창업의 꿈을 꾼다. 필자도 그렇다. 그러나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라는 말처럼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 생존율은 창업 후 2년 48%, 5년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자금 부족 탓에 규모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수익성마저 낮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퇴 후 안정적인 소득 확보를 위해 시작하는 사업과 창업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자영업자의 월평균 순이익은 187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 번째 소득원은 ‘임대소득’이다. 임대소득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로망이다. 저금리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수익률이 예전만큼은 안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인 은퇴 후 소득이다. 물론 세입자 등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지만, 임대소득을 누리면서 시세 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수익성 높은 상가를 자녀에게 사전 증여 후 발생되는 소득으로 상속세를 절세(節稅)하는 다양한 플랜을 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김씨(65)는 임대사업을 하는 50억대 자산가다. 가족은 슬하에 자녀 둘과 배우자가 있다. 매달 임대수입은 1500만원 정도다. 생활비, 대출이자, 투자 및 저축 등으로 월 1300만원 정도 지출이 발생하고 있어 다소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김씨의 고민은 자산의 90% 이상이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는 데 있다. 행여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향후 발생할 상속 등에 따른 세금재원 마련이 문제가 될 수 있어 고민이 많다. 특히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약 14억3000만원 정도로 예상되는 상속세 부담이다. 자산의 일부를 팔아 상속세를 내야 할 판이다. 노후에 임대소득이 안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좋지만 상속세가 노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격이다.
마지막 네 번째 소득은 ‘연금소득’이다. 가장 안정적으로 인출이 가능하다는 점과 자산의 소멸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금소득’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연금소득의 중요성에 비해 연금을 활용해 소득을 창출하는 연금 인출 전략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편이다.
그동안 애써 모아온 연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이는 노후생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다음 내용을 통해 차례로 살펴보도록 하자.
◇ 국민연금: 수령시기 조정을 활용한 인출 전략
국민연금 인출 전략의 핵심은 자신의 생애주기를 고려해 연금 수령시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5070세대에게는 익숙한 소득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말처럼 논란도 많지만 국민연금은 수령자가 죽을 때까지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이 또박또박 들어오는 매우 귀중한 소득이다. 게다가 매년 연금액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인상된다는 점은 민영 연금상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점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시기와 가입기간, 연금보험료 수준에 따라 수령 금액이 달라진다. 대부분의 5060세대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을 넘을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한 이들의 평균 수령금액은 88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88만원은 부부 기준 최소 노후생활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그림3] 참조). 국민연금으로 이 갭(gap)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에 사는 박씨의 사례를 들어보자. 중견기업에서 몇 년 전 은퇴한 박씨(61세)는 올해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현역에서 은퇴한 다른 친구들과 달리 운 좋게 기존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게 되어 근로소득도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에 알아본 결과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기간 동안 다른 소득 공제 후 월 217만 6000원이 있으면 66세까지 연금액이 깎인다는 얘기를 듣고 67세부터 연금을 타기로 결정했다. 결국 박씨는 당초 61세에 100만원 정도의 연금액을 탈 수 있었지만 수령시기를 5년 연기함으로써 67세부터 매월 136만원을 종신 수령할 수 있게 되었다.
◇ 사적연금: 절세를 고려한 인출 전략
연금 수령시기를 기준으로 사적연금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만 45세 이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일반 연금보험과 즉시연금, 55세 이후부터 수령할 수 있는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퇴직연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개인연금에 속한다. 5070세대 중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지인이나 소개를 통해 개인연금에 가입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 그동안 묻어놓은 개인연금 가입 증서를 꺼내어 내가 가입한 개인연금은 어떤 종류이며, 세제혜택은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볼 때다. 또한 개인연금 중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은 연금소득으로 인출할 때 세금을 내야 하므로 세제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연금저축’은 최소 5년 이상 납입하고 55세 이후부터 연금으로 수령한다는 조건으로 적립기간 중 세제상 혜택(소득(세액)공제 13.2% 또는 16.5%)을 받았기 때문에,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세제혜택은 물론 해지에 따른 가산세까지 물어야 해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자. 중견 기업에 근무하는 김 부장(52세)은 가까운 지인의 소개로 노후에 연금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 싶어 2012년에 연금저축에 가입했다.
지난해까지 꼬박꼬박 매년 400만원을 납입했고 소득(세액)공제 혜택도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첫째 딸의 학자금이 부족해 연금저축을 해지하게 됐다. 지금까지 납입한 금액은 2000만원(400만원×5년)이고 발생된 이자수익은 100만원 남짓으로 총 2100만원 정도인 상황이다.
김 부장이 만약 중도에 연금저축을 깨면 총 적립금 2100만원에 대한 기타소득세 16.5%(346만5000)와 해지가산세 44만원(2000만원×2.2%)을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 김 부장이 연금저축 해지로 받게 되는 금액은 원금(2000만원)의 85% 수준인 1709만5000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만약 김 부장(52)이 55세 이후부터 연금으로 10년간 나누어 인출하게 되면 약 275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퇴직연금’의 경우는 어떻게 인출하면 좋을까? 연금저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퇴직연금의 경우는 중도에 주택구입비, 의료비, 자녀교육과 결혼비용 등으로 인출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노후에 연금소득으로 활용하기 힘들다.
퇴직연금의 경우도 연금으로 인출하는 것이 대체로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일시금으로 인출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 연금저축과 다르다. 가령 ‘금융소득종합과세’가 고민인 5070세대가 개인형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이하 IRP)을 활용해 이 계좌에 퇴직금이나 목돈을 넣고 중도에 인출하면 연금저축처럼 기타소득세(16.5%)를 부담하지만 분리과세(특정한 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하여 과세하는 것)로 종결되기 때문에 절세 도움이 된다.
원룸 관리에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의 박승국 회장을 만났다. 서울 강남을 기반으로 한 주택임대관리 전문회사인 라이프테크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주택임대관리업을 ‘집사’라고 표현했다.
“요즘엔 세입자들의 요구사항이 세밀하고 다양해졌어요. 특히 임대기간이 짧을수록 되레 요구사항은 더 많아요. 전구 하나 본인이 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 수많은 요구에 맞추다 보면 집사처럼 될 수밖에 없죠.”
박 회장은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한 시니어들에게 원룸은 좋은 투자처라고 단언했다.
“갖고 있는 돈보다 너무 높은 곳을 보고 욕심내지 않는다면 원룸은 좋은 투자처입니다. 살고 계신 아파트를 처분하고 들어가 살 수도 있고요. 아직까진 대출도 용이한 편입니다. 또 공실에 대한 위험도 적고, 관리가 힘들면 맡기면 그만이니까요.”
그는 최근 저금리가 계속되고 있어 융자에 대한 공포를 필요 이상 느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원룸에 처음 투자하시는 분들은 ‘새 건물’에 대한 욕망이 맹목적인 경향이 있죠. 하지만 아예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리모델링의 경우 건축비가 높지 않고, 건축 당시의 건축법에 적용되기 때문에 주차장 확보 등 까다로워진 최근의 건축법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특히 신축 원룸의 경우 건축업자들이 건물의 가격을 올려 받기 위해 세입자와 짜고 높은 가격의 임대계약을 맺는 경우까지 있으니까요. 신축 건물은 이제 건물 가격이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는 세입자 관리에 있어서는 가급적 분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입자와 건물주의 관리는 좀 특별해요. 세입자와 건물주가 임대료 미납 등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아주 좋지 않아요. 감정싸움이 되면 지불할 수 있는 것도 거부하는 일이 꽤 많아요. 결국 이런 방들이 한두 개 생기다 보면 공실보다 못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또 이런 세입자와의 문제가 장기화되면 주택임대관리 업체에게 맡길 수도 없어요. 업체가 흥신소는 아니라서 장기미납된 임대료를 단기간에 받아낼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대신 처음부터 관리를 맡은 원룸은 제3자 입장에서 건조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격해질 일도 없고 관리도 수월합니다. 유지보수 등의 세세한 요구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는 주택임대관리 업체에 원룸을 맡기는 것을 무조건 ‘추가비용’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맡게 되면 원룸 고유의 색깔과 서비스를 입힐 수 있어요. 세입자들에게 청소나 세탁에 대한 할인을 제공해준다든가, 노인이나 애견인 같은 특정 임대인들을 위한 고유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어요. 저희 회사도 자동차 정비, 인테리어, 도배 등 다양한 서비스 업체들과 계약을 해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은퇴자들을 유혹하는 투자처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상가나 원룸,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투자에 목돈이 들긴 하지만 투자를 위한 대출도 쉽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에 비해 감수해야 할 위험도 낮기 때문이다. 또 심각한 노동이 필요없다는 점 역시 시니어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수익형 부동산 중 특히 은퇴자에게 원룸이 갖는 장점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로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은 고민스러운 시기다. 정부가 수익형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임대업자들의 대출을 옥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1월 15일 발표한 자영업자 대출관리 강화 계획에 따르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을 담보로 사업자 대출을 받으면 해마다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분할상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원금을 꼬박꼬박 은행에 되돌려준다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선 단기적 수익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는 그만큼 위험 부담이 커진다는 것과 다름없다.
원룸이 매력적인 이유
원룸의 장점은 투자에 비해 고소득을 담보할 순 없지만 안정적 수익의 기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유는 공실을 줄이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 일반적으로 사무실이나 상가의 경우 용도나 규모를 따지기 때문에 한 번 공실이 생기면 가격을 내린다 해도 ‘임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원룸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주택 밀집 지역은 일반적으로 주거용 주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수익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싸게’ 내놓으면 공실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은 문제라는 것. 특히 투룸이나 다가구 주택에 비해 주택당 규모가 작은 원룸은 더욱 수요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시장이 전세 중심에서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1인 가구가 늘면서 당분간 이런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갑자기 자금이 필요할 땐 일부를 전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 전세로 전환하면 목돈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퇴직자들에게는 소일거리 삼아 할 수 있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간단한 청소 등 건물 관리에 직접 참여하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다.
부동산 임대업자에 비해 규모가 작은 주택임대사업자의 경우에는 세재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연간 2000만원 이하의 주택 임대수입을 올리는 주택 임대사업자에게는 수입에 대한 비과세 적용 기한이 2018년 말까지 연장됐다.
물론 100%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룸이라 해도 지역적 특성에 따라 공실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거제나 군산과 같은 조선산업 의존 지역이다. 군산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조선소에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원룸 임대업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며, “밀집 지역에 가면 공실이 40% 이상인 곳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의 부활에 운명이 내맡겨진 셈이다.
세상에 ‘쉬운 돈’은 없다
그렇다고 원룸 투자가 무조건 핑크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원룸 투자를 고려하는 은퇴자들은 대부분 ‘공실’을 가장 겁낸다. 애써 돈을 투자해 방을 꾸며놨는데, 임대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낭패는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원룸 임대사업에 투자할 때 대출을 고려하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소비자들과의 분쟁이라고 말한다. 주택 임대관리업체 관계자는 “원룸 건물주들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것은 세입자들의 민원”이라고 설명한다. 원룸 세입자는 나이가 20~30대의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세대차 등으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적인 처리를 진행해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들의 권리를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어 건물주 입장에선 부당하다 느낄 만한 부분도 상당수 존재한다.
건물관리도 쉽지 않다. 건물의 청소나 유지보수, 수리 등을 직접 하려면 각각의 전문가들과 계약을 맺거나 그때그때 가격을 흥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일 때가 많다.
서울 신촌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파가 닥쳤을 때 보일러나 수도가 터지는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만약 제때 수리가 안 되면 세입자가 월세를 깎아 달라고 하거나, 수리업자를 다급하게 부르려면 웃돈을 줘야 해서 건물주 입장에선 이중고를 겪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한다.
원룸을 관리업체가 갖는 장단점
원룸 건물을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면 관리업체에 맡기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이런 경우 선택 방법은 크게 3가지. 그중 하나는 지역에서 소규모로 건물을 관리하는 공인중개사에게 맡기는 방법이다. 또 한 가지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전문 주택임대관리 회사를 통해 관리하는 방법, 마지막으로는 부동산 종합서비스 회사를 통한 방법이다.
지역마다 발품을 팔다 보면 원룸을 직접 관리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있기 마련. 매물이나 임대계약을 ‘독점’으로 제공하는 대신 관리를 무료로 해주는 경우도 있고, 적은 비용을 받고 대부분의 업무를 대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공인중개사들은 별도의 임대사업자 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유지비용은 적은 대신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처리 가능한 관리 업무의 범위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가장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은 지역 주택임대관리 회사를 통해 관리를 맡기는 방법이다. 이런 업체들은 지역 내에서 많은 원룸 물량을 확보해 홍보, 유지보수, 관리 비용을 낮춰 이익을 얻는 형태로 운영된다. 규모가 큰 회사들은 보증보험 등 안전장치가 있고, 웬만한 수리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 동파 등 사고가 났을 때 직접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도배 등 보수도 저렴하게 서비스받을 수 있다. 단점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거점 지역을 벗어난 건물을 맡기기 어렵고, 규모가 작은 공인중개사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수수료가 비싸다는 것.
이 외에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부동산 종합서비스 업체들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네크워크형 부동산 종합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대상자로 5개 핵심 기업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단순관리를 벗어나 시행, 시공, 분양에서부터 임대 마케팅, 주거사업 개선 등 주택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시범 선정된 기업들은 자본금이 충분한 대기업 위주로 선발돼 소규모 임대 사업자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관리를 맡기는 방식은 크게 2 가지로 나뉜다. 먼저 자기관리형이 있다. 흔히 마스터 리스로 불리는 이 방식은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원룸 건물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 중 특정 금액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보통 시세는 모든 방이 임대됐을 때 발생하는 기대수익의 85~90%를 보장해주는 수준이다. 수수료가 비싸긴 하지만 공실이나 분쟁 등의 걱정에서 완전히 해방된다. 그에 대한 위험 부담은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지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수수료는 낮지만 위험 부담은 건물주가 지는 ‘위탁관리형’도 있다. 일반적으로 임대료의 3~6%가 수수료로 책정되는데, 서울 강남 등 상권이 발달해 임대료가 높은 지역은 8% 정도로 높다.
위탁할 때 사고 꼼꼼하게 대비해야
원룸의 관리를 맡긴다고 해서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택 임대에 대한 전권을 맡겨놓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일 중 하나는 이중계약서 체결이다. 세입자와는 고액의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건물주에게는 낮은 금액의 계약서를 내밀어 차액을 챙기는 일도 있고, 아예 공실이라고 보고하고 임대료를 가로채는 경우까지 있다.
가장 심한 경우는 전세 계약을 체결해놓고 목돈을 챙겨 달아날 때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수원 중부경찰서는 아주대학교 인근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맺고 건물주에게는 월세계약을 맺었다고 속여 총 20억920만원의 전세금을 가로챈 혐의로 공인중개사 일당을 검거한 일도 있다.
부동산 관리업체 스마트하우스의 이성태 차장은 “특히 건물주의 주거지와 원룸의 위치가 물리적으로 먼 경우 잦은 방문이나 꼼꼼한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노려 사기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막냇동생이 동부이촌동 한강 변에 산다. 가끔 놀러 가면 한강에 내려가 산책을 즐긴다.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한 빌딩이 눈에 띈다. 빌딩의 1층부터 3층 정도까지 공간이 뻥 뚫린 구멍이 있는 것이다. 왜 빌딩 한가운데를 비워두고 저런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일까? 궁금했다. 그 자리에 몇 채의 아파트를 지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한 채의 가격만 해도 엄청날 텐데 굳이 빈 공간으로 남겨놓은 이유는 뭘까? 혹시 한강 변의 이 빌딩도 몇 해 전 여행했던 홍콩의 바닷가에 있던 아파트처럼 어떤 전설을 갖고 있는 것일까?
대학 동창 7명이 함께 떠난 홍콩 여행은 즐거웠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우리의 여행이 어땠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은 워낙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라 어떤 날은 컨벤션센터 앞쪽에 내려서 구경했고 그 다음 날은 뒤편 바닷가 쪽 스타광장에서 관광을 했다. 좋은 친구들과의 단체여행이라 어떤 상황이라 해도 다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스타광장에서는 유명 배우들의 핸드프린팅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아름다운 왕조현과 우수에 찬 모습이 눈앞에 선한 장국영의 것은 찾을 수 없어 서운했다.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의 스텐리 마켓이라는 예쁜 카페에서 사 먹은 망고 주스와 아이스크림도 맛있었고 풍광도 아름다웠다. 우리는 그날 바닷가 빌딩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도 들었다.
홍콩의 리펄스 베이라는 해변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빌딩이 있었다. 바로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빌딩이었는데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의아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건축주가 바닷가에 빌딩을 지으려 하자 홍콩의 유명한 풍수학자가 그 자리엔 빌딩을 지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한다. 빌딩이 세워질 자리는 x월 x일 x시에 용이 승천하기 위해 지나야 하는 곳인데 빌딩이 세워지면 용이 승천을 못해 재앙이 내릴 것이라 했다 한다.
건물주는 그 자리에 빌딩을 세우지 못하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어 난감했는데 깊은 고민 끝에 좋은 해결책을 찾아냈다. 빌딩을 짓되 용이 지나는 자리를 비워두고 빌딩을 짓겠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리펄스 베이라는 해변의 아름다운 빌딩에 용이 지나갈 자리가 빈 공간으로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용이 정말로 그곳을 통해서 승천했을까? 미신 같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건물주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이 아름다운 전설로 빌딩은 더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한강 변에 있는 빌딩도 용이 지나야 할 길목이어서 승천할 공간을 비워놓은 걸까?
리펄스 베이는 홍콩의 바닷가이고 이곳은 아름다운 서울의 한강 변이다. 비슷한 형태의 빌딩을 보고 같은 전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한강 변의 빌딩도 용을 무사히 승천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빌딩 근처 팻말에는 용이 아닌 ‘바람이 지나는 곳’이라 쓰여 있었다.
개인 사업을 할 때는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몇 번의 인생 역정을 겪다 보니 재취업된 적도 있고 필자가 주문을 주던 회사에 상근하면서 개인 사무실을 폐쇄한 적도 있다. 한동안은 비즈니스와 관계가 있는 회사에 책상 하나 놓고 신세진 적도 있고 단순히 인적 관계를 빌미로 책상 하나를 빌려 쓰기도 했다.
집에도 컴퓨터가 있으므로 어지간한 일은 집에서 처리가 가능하지만, 집에만 있으면 엉덩이가 근질거려 나갈 일을 궁리하게 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쉐어 오피스였다. 그전에도 소호 사무실이라는 형태의 사무실은 알고 있었다. 주로 창업을 목적으로 사무실을 필요로 하는데 혼자 쓰기는 비용이 부담되니 비서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장소도 공동으로 쓰는 방식이다. 그런데 나는 비서도 필요 없고 다만 아침에 집에서 나가 글 쓰는 일만 하면 되므로 그야말로 책상 하나만 있으면 되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집 근처에 쉐어 오피스가 있었다. 한 달에 15만원만 내면 된다. 하루 사용에 5천원 꼴인 셈이다. 세입자 대표가 있고 필자 같은 쉐어 오피스 사용자가 3명인 단출한 분위기였다.
이런 쉐어 오피스의 단점은 건물주가 나가라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서 석 달 만에 다시 오피스를 옮기게 되었다. 다행히 세입자 대표가 인근에 적당한 사무실을 찾아 같이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4층 건물인데 4층에 기원과 반씩 나눠서 쓰게 되어 있다. 20평 정도라서 아늑한데 서향이므로 오후 햇볕이 좀 문제이다. 에어컨 성능이 좋은 편이라 실내 온도는 문제가 없다.
재미있는 것은 옆 기원 사장이 내가 사는 오피스텔 청소담당 아저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로 쓰레기를 분리하는 일을 했다. 종이류는 따로 고물상에 팔기도 해서 내가 종이류를 버릴 때는 다른 수집상이 가져갈까봐 직접 주기도 했다. 남의 건물 청소를 하기에는 인상이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볼 때마다 인사를 하긴 했었다. 나이도 비슷하다. 한가한 시간이 나면 같이 막걸리 친구를 해도 될 것 같다.
쉐어 오피스 사용자가 3명인데 필자가 가장 연장자이므로 가장 좋은 자리를 가지라고 했다. 사실 자리다툼이 선착순으로 정해지는데 이번에는 동시에 움직이게 되므로 좋은 자리를 고집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자기네들이 보기에도 내가 가장 연장자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덕분에 벽 쪽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같이 쉐어 오피스를 사용하는 사람 하나는 컴퓨터 게임을 연구하는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하루 종일 주식 시세를 보며 배팅하는 사람이다. 세입자 대표는 원래 발명품 연구 중인 것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니 사람마다 하는 일이 다르다.
쉐어 오피스는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 더운 날씨에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를 따로 들고 나르고 약간의 사무집기와 책들도 몇 번에 걸쳐 옮겼다. 컴퓨터를 이전하면서 내가 전선을 다 뺐다가 다시 끼워보기는 처음이다. 해보니 별 것도 아니다.
쉐어 오피스의 좋은 점은 주말 포함 하루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집에 있으면 TV 영화보고 잠자고 자주 먹기 때문에 건강상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일단 나오면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절제도 된다. 멀지는 않지만 걷는 거리도 운동에 조금 도움은 된다.
서울시가 우리 전통문화을 계승하는 거리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악거리를 조성하는가 하면, 한양도성 길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전통문화를 잘 알리고 계승할 수 있는 거리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또한 최근 각종 개발 등으로 위기에 빠진 인사동 전통문화거리 지키기에 대한 의견도 모았다.
◇ 돈화문~종로3가역 잇는 국악거리 조성 = 우선 2016년 개관하는 돈화문 국악예술당을 주축으로 돈화문에서 종로3가역까지 구간이 ‘국악로 문화지구’로 지정된다. 서울시는 이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 국악 발전 종합계획’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국악로 활성화, 인프라 확충, 국악 창작역량 강화, 국악대중화를 목표로 구성됐다. 시는 우선 창덕궁 돈화문부터 종로3가역에 이르는 770m를 국악으로 특화하기 위해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2016년 지구단위계획으로 국악로 문화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문화지구로 지정되면 현재 인사동이나 대학로 문화지구처럼 관련 분야로 입점 업종이 제한될 수 있다. 돈화문에는 한옥 구조 국악전문공연장인 ‘돈화문 국악예술당’이 2016년 개관을 앞두고 있다. 국악예술당은 지상 1층, 지하 3층, 연면적 1800㎡ 규모로 건설된다.
시는 남산국악당부터 돈화문 국악예술당을 거쳐 북촌에 이르는 구간에 산재한 국악 인프라와 자원을 통합해 ‘남산∼국악로∼북촌 국악벨트’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춰 국악로에서 발굴한 국악명소, 상설공연, 국악행사 등을 묶은 국악 테마관광코스도 개발된다.
국악 교육 강화와 대중성 제고 등 국악 저변 확대 정책도 추진된다. 시는 신진 국악인 발굴·육성을 위한 창작경연대회를 열고, 시가 운영하는 ‘예술영재 교육지원사업’에 국악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한 국악 대중화를 위해 시는 초ㆍ중ㆍ고교에 국악강사 250명을 파견해 학생 16만7000명을 대상으로 국악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지역단위 어린이 국악오케스트라 육성사업도 시범 실시한다.
한문철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가장 전통적 우리 문화인 국악이 새로운 한류의 축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존·육성하겠다”고 말했다.
◇ 한양도성 해설투어 프로그램 운영 = 서울시는 한양도성 해설투어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시는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한양도성을 둘러보는 ‘도성길라잡이와 함께하는 한양도성투어’를 이달 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시는 이 프로그램을 연말까지 매주 일요일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다.
투어를 인솔하는 서울KYC 도성길라잡이는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까지 투어 코스를 따라가며 한양도성의 역사와 내력을 설명한다.
한양도성투어는 4개 코스를 주당 1코스씩 돌아가며 진행한다. 투어는 선착순 예약제로 운영하며 매회 정원은 80명이다.
투어 신청 접수는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 웹사이트(http://yeyak.seoul.go.kr)와 한양도성 홈페이지(http://seoulcitywall.seoul.go.kr)에서 25일 시작됐다.
시는 또한 △한양도성 달빛기행 △한양도성 힐링투어 △성곽마을 투어 △한양도성 작은 음악회 등 한양도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음달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시는 이와 함께 겨울철 중단됐던 한양도성 회현자락 발굴을 재개키로 했다. 한양도성 남산 회현자락 발굴 예정지는 남산의 옛 식물원 부지부터 성곽까지 약 278m 구간이다.
시는 이번 발굴 작업에서 한양도성 성곽 터를 찾아내고 생성·훼손 과정에 대한 규명뿐만 아니라 회현자락에 남은 다양한 역사의 흔적을 함께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시는 발굴 중에도 일반인의 기존 등산로 이용은 가능하지만 주차장 이용이 일부 제한된다고 전했다. 시는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 보존·정비 및 공원조성 설계 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힌 ‘발표(發表)를 바탕으로 한양도성 복원과 공원 조성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남산 회현자락(숭례문∼옛 남산식물원)은 조선시대 한양도성 외에 일제강점기 조선신궁, 안중근 의사 기념관, 분수대 등 여러 역사의 현장을 품은 공간이다.
◇ 인사동 전통문화거리 보존 vs 개발 의견 팽팽 = 서울 인사동 전통문화거리를 두고 보존해야 한다는 측과 개발로 지역경제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가 인사동 ‘주가로변’ 일부 구역에 호텔 등 다양한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 업체가 실제 고층 호텔 건설계획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1월 열린 서울시문화지구심의위원회에 인사동의 업종제한 구간을 축소하는 내용의 ‘인사동문화지구 관리계획 변경안’(문화지구변경안)을 상정했다.
문화지구변경안은 인사동길 20-3ㆍ20-5ㆍ22-6 등 인사동 문화지구 내 24개 필지를 인사동 문화지구의 주가로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인사동 사거리 북쪽(안국역 방면) 인사ㆍ관훈ㆍ낙원동 일대는 2002년부터 지구단위계획상 인사동문화지구로 지정돼 있어 건축물 높이가 최대 4층으로 묶여 있고 업종도 제한된다.
인사동 사거리 남쪽(종로 방면)의 경우 1978년 ‘공평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탓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지만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인사동문화지구 관리계획에 따라 업종 제한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가로변으로 지정된 구간은 전통문화 관련 업종만 들어설 수 있다.
그러나 시와 종로구가 상정한 문화지구 변경안대로 주가로변에서 제외되는 곳은 업종 제한이 풀려 그동안 금지된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시는 작년 8월 확정한 ‘공평 도시환경정비계획’에 따라 공동개발구역에 속한 주가로변 구간의 업종제한 해제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원 서울시도시계획국장은 “작년에 변경한 공평도시환경정비계획은 기존의 큰 구역을 소규모로 쪼개 인사동 등 주변 일대의 특성에 맞춰 정비하는 계획”이라며 “다만 해당(인사동길 인근) 부지는 기존 정비계획에 따라 건물주의 동의가 상당히 진행돼 (개별 필지로 쪼개지 못하고) 공동개발구역으로 묶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문화보존회를 중심으로 고층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서울의 대표 전통문화거리인 인사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주가로변 제외 대상에 포함된 인사동 일부 부지에는 업종제한 해제를 예상하고 호텔 건설계획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사동 지역사회는 전통문화보존회를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강하다. 올 초 열린 심의위원회에서 문화지구변경안은 민간위원인 윤용철 인사동전통문화보존회장의 문제 제기로 일단 보류됐다. 윤 회장은 “호텔 사업에 대한 지역의 우려를 전하며 추가로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아직 재심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시와 지역사회가 어떤 합의를 이뤄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