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요양시설의 도움 없이 자신의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년에 접어들었을 때부터 노화를 대비한 인테리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노인에게 도움이 되는 인테리어 제품은 무엇인지, 전망은 어떠한지, 이범재 유니버설 하우징협동조합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고령자 위한 디자인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은 고령자, 장애인 등 주거약자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모두를 위한 집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를 건축해 임대·운영한다. 고령자는 왜 주거약자로 분류될까.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진행되면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기 때문이다. 회복하는 기능 또한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의 작은 충격이나 변화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범재 대표는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에 대해 “고령자, 장애인 등 특수 계층을 위한 특수한 집이라기보다는 누구나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주거 환경을 개선한 집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라고 말했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는 크게 접근부, 공용부, 세대부로 나뉜다. 접근부는 도로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말하며, 공용부는 복도, 계단, 주차 공간, 옥상 등 공용 공간이다. 세대부는 각 세대를 말한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는 접근부와 공용부에 단차를 없애 고령자, 장애인 등이 휠체어를 타고도 이동이 용이하게 만들었다.
세대부에는 미닫이문 설치, 미끄럼 방지 바닥재 사용 등의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했다. 가장 눈에 띄는 노약자를 위한 인테리어는 현관과 욕실에 접이식 의자와 안전 손잡이를 설치한 점이다. 접의식 의자, 안전 손잡이 모두 스웨덴의 Etac사 제품이다. Etac사는 노인 및 거동에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들을 위해 욕실 관련 제품을 주로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화장실을 사용할 때 손잡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 공중화장실의 손잡이는 굉장히 덜렁거려서 안전성이 떨어진다. 사고가 날 위험성이 높고 불안하다”면서 “하우스 내에 손잡이 설치를 계획한 후 단단하고 안전한 손잡이를 구했다. 거기다가 심미적으로도 아름답다”라고 전했다.
초고령시대 인테리어 전망
이범재 대표는 고령자 인테리어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노인이 주거 공간에서 사고를 당하면, 비용이 아니라 건강이 악화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인분들이 집에서 평탄한 생활을 영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을 짓고 있다. 중장년분들이 노후를 대비해 집을 시공할 때나 인테리어 제품을 선택할 때,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결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재 대표는 초고령시대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의 발전으로 ‘스마트홈’ 생태계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홈은 기술 시스템, 자동화 프로세스, 원격 제어 기기 등을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삶의 질과 편의성을 높이고, 가정의 보안을 향상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스마트홈 제어 기술을 적용하면 스위치부터 보일러, 에어컨 등을 자동으로 껐다 켰다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스마트홈 기술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다. 유니버설디자인과 스마트홈 기술을 접목해 고령자분들의 편의성을 어떻게 높일지가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다크 투어리즘은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전 세계적인 핵심 테마는 전쟁과 항쟁(식민지)이다. 한국의 경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들 수 있다. 아직 생소한 개념인 다크 투어리즘을 어떻게 계획하고 즐길지 모르겠다면, 위의 두 역사를 중심으로 명소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PART1. 항쟁의 역사 : 일제강점기
[1] 남산 국치의 길
남산은 낭만적인 야경이 돋보이는 명소로 유명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암흑기를 드러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강화도조약(1876) 이후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남산 자락에 조선 통치를 위한 시설들이 자리 잡았다. 당시의 상흔을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 조성된 길이 바로 ‘남산 국치의 길’이다.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한국통감관저 터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억의 터’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 도착하면 ‘거꾸로 세운 동상’이 눈에 띈다. 과거 일제는 을사늑약을 체결한 공을 인정해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을 통감관저 앞에 설치했다. 해방 후 당시의 치욕스러움을 기억하고자 사라진 동상의 잔해를 모아 거꾸로 세운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이어 리라초교와 숭의여대로 향해 노기신사와 경성신사 터를 둘러본 뒤에는 케이블카 탑승장 인근 한양공원을 찾는다. 1910년 일본인들이 조성한 곳으로, 당시 공원 입구에 세웠던 비석도 볼 수 있다. 계속해서 남산을 향해 걷다 보면 옛 조선신궁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일부가 나온다. 조선신궁은 조선총독부가 조성한 신사로, 해방 후 일본인들의 손에 의해 철거되며 현재 우리가 아는 남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한때 연인과의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로 남산을 찾았다면, 한 번쯤 이러한 역사를 한발 한발 따라가 보길 추천한다.
[코스] 명동역 1번 출구 ▶ 한국통감관저 터·기억의 터(현 서울유스호스텔 아래) ▶ 한국통감부(서울애니메이션센터) ▶ 노기신사(리라초교 내 남산원) ▶ 경성신사(숭의여대) ▶ 한양공원 ▶ 조선신궁(한양도성 발굴지) *상당 구간이 언덕길이니 이 점 참고하자. 반대 방향으로 돌아봐도 괜찮다.
[2]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하 서대문형무소)은 일제강점기 시절 4만여 명에 달하는 독립운동가가 수감됐던 곳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철거 논의도 이뤄졌으나, 교육의 현장으로 기능하기 위해 현재의 역사관 형태로 복원됐다. 서대문형무소 하면 붉은 벽돌로 이뤄진 외관이 상징적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따스한 봄볕 아래 그림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외관과 비교해 내부는 삭막하고 음울한 기운이 느껴진다. 독방과 고문실, 시구문 등을 복원해 당시의 참혹한 현실을 생생히 드러냈다. 당시의 수형기록표나 사진들을 보노라면, 독립투사들의 모진 세월이 전해져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서대문형무소는 올 한 해 ‘이달의 독립운동가 시민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온라인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방문 당시에는 ‘한국 독립운동을 이끈 청년 독립운동가들의 외교’를 주제로 강의가 열렸다. 이날 소개된 독립운동가는 황기환, 이희경, 나용균이었다. 강의에 참여한 한 시민은 “김구나 윤봉길처럼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처음엔 생소했다. 세 분의 역사를 들으면서 나의 무지함을 깨달았고,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의를 준비한 김철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학예사는 “과거 서대문형무소는 인왕산, 안산, 무악재 고개로 둘러싸여 있어 수감자들의 탈출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 현저동에 자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산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 때문에 중장년 방문객들이 등산을 겸해 오시기도 한다. 아울러 실제 수감자들의 후손이나 가족들이 오기도 하고,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모임을 꾸려 자체적으로 투어를 즐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교훈여행(다크 투어리즘의 우리말)의 측면에서 볼 때, 많은 분들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추구했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신념을 느껴보셨으면 한다. 또한,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신 후에는 근처의 독립문,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 등도 찾아도 좋겠다”고 조언했다.
[코스] 독립문역 5번 출구 ▶ 서대문독립공원 입구 ▶ 독립문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집(독립문 맞은편) *독립문을 기점으로 왕복하는 코스로, 역사적 사건 순으로 둘러볼 수 있다.
PART2. 전쟁의 역사 : 한국전쟁
[1] 피란수도 부산 소막마을
지난해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확정됐다. 현재 부산시는 2028년 등재를 목표로 지속 연구와 관리에 힘쓰고 있다. 부산에는 유독 가파른 언덕에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광경이 눈에 띄는데, 이 또한 피란기의 흔적이다. 한국전쟁 후 40만 명이던 부산 인구는 100만 명까지 늘어났다. 몰려든 피란민들은 생존과 생계를 위해 높은 언덕까지 판잣집을 지어 올렸던 것이다.
선별된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총 9곳으로, 그중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도 피란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2018,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 제715호 지정) 소막마을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으로 소를 수출하기 위한 검역소와 소막사가 있었던 곳이다. 1960년대 이후에는 공업화·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여러 형태의 집들로 변모해 현재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한국의 근대화 과정 등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산물인 셈이다.
[코스]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경무대(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임시중앙청(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국립중앙관상대(옛 부산측후소),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 기지(부산시민공원), 유엔묘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 등 총 9곳이다. 하루에 몽땅 급하게 둘러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피란민들의 삶을 음미하며 살펴보길 바란다.
[2] DMZ 평화의 길
시간을 두고 여러 날에 걸쳐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한다면, ‘DMZ 평화의 길’을 추천한다. 도보 여행가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테마 코스 중 하나로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통일부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조성한 길이다.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꼬박 1년 뒤인 2019년 4월 27일 강원도 고성 구간이 처음으로 개방됐다. 이로써 일반 시민들도 DMZ(비무장지대)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철원, 파주, 양구 등 구간이 속속 개방되며 현재 총 11개 코스가 마련됐다. 전 구간 예약탐방제(두루누비 사이트 이용)로 운영되며, 올해는 대체로 4월 하순부터 예약을 시작해 11월 전후로 마감될 예정이다.(여름 혹서기 및 장마 기간 임시중단)
[코스] 강화 코스, 김포 코스, 고양 코스, 파주 코스, 연천 코스, 철원 코스, 화천 코스, 양구 코스, 인제 코스, 고성 A코스, 고성 B코스 *현재 고성B코스는 탐방객의 안전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중단됐다.
[Interview]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어두운 역사의 흔적에서 오늘의 교훈을 얻길”
최근 유행인 ‘다크 투어리즘’을 오래 전부터 주목하해온 이가 있다. 2017년 출간 도서 ‘다크투어’의 저자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다. 서울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그는 책을 쓴다는 핑계로 곳곳을 여행하다 다크 투어리즘에 눈을 떴다. 현재 그는 역사문화 여행 모임 ‘컬처클럽’을 7년째 운영 중이다. 모임을 통해 국내외를 누비며 직접 도보여행 길도 발굴한다. 저서에 소개된 '대한 제국의 길', '서대문의 길', '용산의 길' 등도 직접 개발한 다크 투어리즘 루트다. 그런 김 대표를 통해 다크 투어리즘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봤다.
Q. 중장년들에게 다크 투어리즘을 권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A. 사람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역사가가 됩니다. 각자 역사의 증인이고, 역사평론가가 되며, 아마추어 역사가가 되지요. 어떤 의미에서든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역사관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관광을 하면 화려한 곳, 훌륭한 곳, 멋진 곳을 가기 쉽습니다. 이런 것을 그랜드투어(grand tour)라고 하죠. 하지만 다소 불편하더라도 과거의 어두운 곳을 찾아 역사의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dark tour)도 필요합니다. 이런 곳에서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이 현장에 없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또, 역사의 교훈을 얻어 앞으로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실패에서 얻는 교훈, 재발방지 다짐을 하게 되는 거죠.
Q. 다크 투어리즘 현장에서 유념해야 할 에티켓이 있을까요?
A. 장소의 역사적 의미를 모르면 자신의 단견으로 이해해버리거나 현지에서 가볍게 말하기 쉽니다. 즉 공부가 필요하죠. 사건과 관련된 주민들도 만날 수 있는데 역사를 모르면 섣부른 행동으로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이념에 치우치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현장에서 겸허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큰 목소리는 삼가는 게 좋습니다.
Q. 해외와 비교해 국내 다크 투어리즘이 지니는 특징이 있나요?
A. 예전에는 한국에서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현장에 가면 안내판이 없고, 유적, 유물이 제대로 보존돼 있지 않았지요. 근래에는 다크 투어리즘 관련 문화 유적을 많이 발굴하고, 기념관, 유적지, 친절한 안내판, 간단한 표지석 등을 두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현재는 외국과 수준이 비슷해졌습니다. 다만 몇몇 장소는 지나치게 엄숙하고 어둡게 만들어져 있어 과도한 긴장감을 주기도 합니다.
Q.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A. 다크 투어를 할 때에는 진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열 군데, 스무 군데 리스트를 만들어 많이 다녀왔다한들 큰 의미는 없습니다. 현장을 제대로 알려는 호기심, 진정성이 바탕이지요. 다크 투어리즘이 좋다고 너무 연달아 가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너무 몰입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밝은 여행지와 섞어서 다니길 권합니다.
※ 자료 제공 및 도움말 한국관광공사, 서울관광재단,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많은 사람이 직장 위치, 자녀의 교육 등을 고려해 거주 지역을 결정한다. 그러나 은퇴하거나 자녀가 독립하면 거주 환경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로망만을 좇아 섣불리 판단하면 낯선 동네와 이웃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신 원래 살던 집을 가꿔 활용도를 높여보는 건 어떨까? 내 취향과 기준에 꼭 맞는, 실속 있는 개조로 개성 있는 삶을 누려보자.
40·50세대에게 ‘은퇴 후 어디서 살 계획입니까?’라고 물으면 종종 ‘공기 좋은 지역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거나, ‘실버타운에 들어갈 생각이다’, ‘따뜻한 나라로 이민 가서 푹 쉬고 싶다’ 등의 대답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자연에서 온전한 쉼을 누리고자 전원주택을 지었다가 근처에 병원이 없어 고생하거나, 실버타운을 알아봤지만 보증금이 너무 비싸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익숙한 지역 풍경과 커뮤니티를 뒤로한 채 ‘한적하고 공기가 좋지만 편의시설은 적절히 갖춰진, 너무 낯설지 않고 적당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을 찾기란 꽤 까다롭다. 그렇다면 노후에 살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 이사나 시설 입주 대신 고려해볼 방법은 주택 개조와 인테리어다. 집을 나의 신체적·정신적·심리적 상태에 맞게 고치는 것이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신체적 상태를 고려해 집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AIP는 가진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 있던 지역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가급적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시설로 옮기지 않고, 스스로 돌보며 독립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했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밝혔다. 내 집만을 계속 주장하는 것이 꼭 옳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개조 계획을 잘 세운다면 안전하게 오랫동안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속해 있던 지역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 안정을 느끼는 것은 덤이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민들이 오랫동안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일본 정부는 ‘최후까지 내 집에서 산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고령자 주택 리모델링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문턱을 없애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나 미끄럼 방지 공사, 미닫이문 설치는 기본이다. 지자체가 20만 엔(약 200만 원)까지 보조해준다. 영국의 주택 리모델링 서비스 ‘루비 슬리퍼 솔루션스’(Ruby Slipper Solutions)는 단순 시설 개조뿐 아니라 시공 완료 후 활용 상태를 점검해 보완해준다. 전문 요양보호사 치료 서비스도 원한다면 연계해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국민을 아우르는 주택 개조 서비스가 마련돼있지 않다. 관련 인테리어 시장 또한 발달돼 있지 않다. 하지만 노화 혹은 인지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순발력이 떨어져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나는 아직 건강한데, 집을 벌써 고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점이 오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하다. 작은 요소부터 손본다면 장애 유무나 연령에 관계없이 삶의 질이 높아진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40대일지라도 문턱을 없애면 걸려 넘어지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하면 아이의 생활을 도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개조가 고령자뿐 아니라 그 외의 가족에게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집을 정비할 마음을 먹었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버리기, 정리 정돈과 같은 ‘밑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바닥이나 책상, 의자에 마구 놓아둔 물건은 나를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일본 부동산·주택 플랫폼 SUUMO에 따르면, 물건이 많을수록 생활이 더 윤택해진다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쌓아두기보다 오히려 비웠을 때 물건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없어져 해방감을 얻게 된다.
추억이 쌓인 물건들을 영 버리기 힘들 땐 ‘15분에 27개 버리기’를 제안한다.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춰두고 쓰레기봉투를 든 채 집 안을 돌아다니며 제한 시간 동안 27개의 물건을 버리는 방식이다. 시간과 개수는 마음대로 바꿔도 좋다. 다만 천천히 보거나 오래 고민하지 않고, 물건을 매만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렇게 ‘8할의 물건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집중적으로 비우는 훈련을 반복하면 된다. 흩어진 물건을 잘 정리하고 수납하면 집안일의 효율을 높이고 안전한 이동 동선을 만들 수 있다. 시간은 1회 15분, 하루 5~8회 정도. 옷장, 거실 서랍과 같이 정리할 장소는 하루에 한 군데를 정해 실시한다. 단번에 하려고 하면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정리 정돈을 끝마쳤다면 인테리어를 바꿀 차례다.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인테리어의 모든 과정을 종합 업체에 맡기는 ‘턴키 공사’, 집주인이 직접 자재를 구매하고 시공 전문가를 선택하는 ‘직영 공사’, 직접 시공하는 ‘셀프 공사’로 나뉜다. 개인의 성향과 예상 비용에 따라 방식을 결정하면 된다. 인테리어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면 업체에 위임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믿을 만한 곳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인테리어 공사 범위와 목적,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더불어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하면 생활이 안전하고 편리해진다. 자녀의 독립,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거주한다면 위험에 노출됐을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 각종 전자제품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집 안 곳곳에 비상호출기를 설치하면 좋다.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생활 가전 제품이나 출입문 근처에 움직임 감지 센서를 설치해 두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활동 내용이나 위급 상황을 알릴 수 있다.
노후를 윤택하게 해줄 주거 디자인 6가지
신체의 노화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가족 구성원이 떠나거나 은퇴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있을 테다. 다양한 생활 방식을 종합해 50대 이후 세대가 참고할 만한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인테리어 상담 전 해당 내용을 참고해 업체와 소통해보자.
1 활기찬 느낌의 밝은색을 사용하자
젊은 시절과 달리 언제나 활동적일 수 없고 시력도 점점 저하된다. 명도가 높은 색을 사용해 시야를 환하게 만들면 주변의 미세한 물건을 발견하기 쉽고, 태양광이 실내로 가득 들어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기분도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새하얀 벽은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노란빛이나 붉은빛을 띠는 흰색을 선택하자. 처마나 벽에 명도 높은 옅은 분홍을 사용해도 좋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부드러운 색을 띠기 때문에 실내에 있는 사람의 안색도 완화된다.
2 촉감이 좋은 따뜻한 소재를 선택하자
석고나 나무 등의 자연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석고는 조습과 항균 효과, 휘발성 유기 화학물의 흡착과 분해 기능이 있다. 더불어 신발을 신거나 걸을 때 주위에 있는 사물에 손을 얹을 일이 많기 때문에 피부에 닿는 가구나 벽지 소재는 차가운 메탈보다 부드러운 나무가 적합하다. 대신 부상을 입지 않게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3 안전 대책도 디자인의 일부다
현관이나 복도, 화장실에 난간을 설치하거나, 앞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는 편이 좋다. 턱과 계단은 되도록 없애고 경사로로 바꾼다. 또한 기초 보수공사나 벽지를 교체할 시기가 됐을 때 난간의 아래와 위에 다른 색 벽지를 붙여보기를 추천한다. 명확하게 난간과 경사로, 방향을 인지할 수 있어 안전하고 인간친화적인 인테리어가 될 것이다.
4 가구의 디테일에도 신경 쓰자
젊은 시절과는 다른 가구 선택 기준이 필요하다. 손잡이는 끌어당기거나 잡을 때 손에 쉽게 들어오는 크기여야 한다. 무게감 있는 의자는 앉을 때마다 끌어내기 힘들고 부담된다. 회전의자 등 앉기 쉽고, 팔걸이가 소매에 걸리지 않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서랍에는 부드럽게 열리고 갑자기 닫히지 않게 조정하는 소프트 클로저를 붙여 약간의 힘만으로도 작동할 수 있게 하자.
5 ‘눈부심’을 피하자
식탁이나 책상 위처럼 직접 빛이 필요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간접 조명을 기본으로 한다. 가장 피해야 하는 건 눈부심이다. 저녁 식사부터 취침까지 하루 일과에서 본인이 조금씩 조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해두는 게 좋다.
6 중요한 것은 ‘그 사람’다운 집이다
평생 살 집은 무엇보다 본인에게 맞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취향과 필요가 분명하다면 꼼꼼히 계획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도예를 좋아한다면 거실의 넓이를 줄이고 작업장을 만든다든가, 음악 감상을 위해 거실을 오디오룸으로 바꾼다든가 말이다. 그동안 바빠서 할 수 없었던 일에 집중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마음에 드는 것들에 둘러싸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보자. 계획 단계에서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참고 주거 관련 플랫폼 ‘houzz’(하우즈)
3월 초, 봄이다. 아직 일러 꽃이야 보이는 게 없지만 저만치 있는 팔달산에 봄기운 아련하다. 대기에도 도로에도 봄볕 묻어 따사롭다. 돌아다니기 좋은 날이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더니 화성행궁 쪽으로 밀려간다. 행궁광장은 자전거를 타거나 천천히 거니는 이들로 평화롭다. 수원시립미술관은 광장 북쪽에 있다. 유서 깊은 행궁과 예술의 그릇인 미술관이 공존하는 곳이다. 역사와 예술이, 전통과 현대가 어깨동무를 했다. 볼 것도, 느낄 것도, 담을 것도 많은 동네다.
2층 건물인 수원시립미술관의 외관은 좀 독특하다. 높이는 낮지만 좌우로 무척 길다. 입면의 길이가 75m나 된다. 그렇게 지은 정황이 있다. 행궁 일대에 적용되는 고도제한을 고려해 지었다. 높이 올릴 수 없어 폭을 넓혔다. 설계자는 ‘간삼건축’ 부사장 진교남. ‘건축의 본질과 정신을 시민 건축(Civic Architecture)으로 구현하는 건축가’라는 찬사를 듣는 인물이다. 역사 옆에 예술을 앉히기. 조선 최대의 행궁이자 정조의 족적이 서린 화성행궁 바로 옆에 미술관 짓기. 이게 쉬운 일인가? 곤혹스러웠겠다. 설계자로서 정색하고 궁리해야 할 요소가 한둘이 아니었을 테니까.
무엇보다 행궁의 품격과 위엄을 깎아내리는 결례를 범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진교남은 꾸벅 머리 숙여 자세를 낮춘 건축으로 예를 다하고 싶었나? 행궁 쪽 높이를 반대쪽보다 낮추어 겸손을 표한 장면을 주목할 만하다. 겸손보다 유능한 조화의 기법이 드물다는 걸 통기하는 대목으로 읽어도 되겠다. 미술관 전면의 광장은 드넓어 휑하다. 때로 이벤트가 펼쳐지면 인파가 몰려들겠지. 따라서 광장의 모호하고 광활한 기세에 조응할 만한 미술관 형상이 요구됐을 터인데, 설계자는 무뚝뚝하고도 육중한 노출콘크리트 건물을 지어 기를 돋우었다. 광장에 눌리는 게 없다. 진교남은 이런 요지의 얘기를 했다.
‘전통적이냐, 현대적이냐, 디자인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 결국 두 가지 선택지 중 아무것도 취하지 않았다. 대신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떠나 시대정신을 담는 일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건축의 기본을 조화에 두되 ‘시대정신’을 지향했다는 얘기다. 시대정신이란 사회 전반에서 공유되는 본질적 가치를 말하는 것일 텐데, 그는 대중과의 소통을 건축의 키워드로 삼았다. 따라서 열린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권위적인 디자인 요소를 배제했다. 뽐내거나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처럼 벽 없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미술관 하부 벽면에 통유리를 끼워 안팎 경관이 서로 자유롭게 드나들게 했다. 내부 동선을 통하지 않고 밖에서도 바로 건물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은 또 어떻고? 계산이 다 있다. 울타리 없이 대범하게 열린 미술관이라는 시그널이니까.
편안하다! 무엇이? 미술관 내부의 분위기를 말함이다. 입구를 통해 라운지로 들어서자 긴 병풍처럼 즐비한 유리창이 눈길을 끌어당긴다. 외부로 확 트인 개방성으로 답답한 게 없다. 행궁과 광장과 행인의 풍경은 물론, 햇살마저 거침없이 솰솰 창으로 쏟아져 들어와 환하다. 조도(照度) 조절이 필요한 전시실을 제외하고 모든 실내 공간에 대형 창을 내 태양광을 끌어들인다.
반갑다, 나혜석의 ‘자화상’
출입문은 세 개다. 어느 문으로 들어오든 카페테리아 구역을 경유해 전시실로 들어갈 수 있다. 공간 구조물들은 선이 굵은 이목구비를 가진 사람처럼 호연한 맛을 풍긴다. 치레와 장식과 군더더기를 깨알처럼 맵시 있게 집어넣어 시각적 쾌감을 주는 미술관이 많지만, 이 미술관은 별반 양념을 치지 않고 내부의 선과 면을 단장했다. 고로 편안하다. 미술관에 왔으니 전시실 작품에 주로 눈길을 꽂아달라는 청유가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악센트를 준 대목도 있다. 통로의 양쪽 벽을 사선(斜線)으로 슬쩍 기울여 세웠다. 회심의 한 획처럼 과감한 공법을 단행한 벽 구조다. 그렇다면 디자인 혁신? 아무려나, 통로를 지나는 사이에 통째 몸을 숙여 착하게 인사하는 벽면의 환대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을 야기한다. 벽엔 무늬가 박혀 있다. 송판으로 거푸집을 짜 만들어낸 문양으로, 노출콘크리트의 딱딱한 질감을 눅이는 자연미를 구현했다. 간과하기 쉽지만 설계자는 이 대목에 방점을 꾹 찍었다.
전시실로 들어선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세계에 이름을 날린 에르빈 부름(Erwin Wurm)의 개인전 ‘나만 없어 조각’전이 펼쳐지고 있다. 미술의 본령은 보이지 않는 걸 보게 한다는 데에 있다. 미술 작품이 재미있는 건 남들이 하지 않던 행위를 찾아 해내는 일에 이골 난 사람들의 산물이라는 데에 있다. 그들은 이상한 상상력과 놀라운 창의성으로 조형한 작품으로 지루하고도 멍청한 세속에 엔도르핀을 배송한다. 에르빈 부름 역시 창의로 세상을 비튼다. 웃어주거나 비꼰다. 국내엔 부름에 갈채를 보내는 마니아가 많다지. 아마도 부름의 전위성에 박수를 치는 것 같다. 그는 일찌감치 옷을 조각의 오브제로 끌어들였다. 나아가 변화하거나 증감하는 세상의 모든 현상 자체를 조각으로 보았다. 조각의 외연을 무진장하게 확장한 셈이다. 일반적인 의미의 조각 작품만이 아니라 그가 손을 댄 사진, 비디오, 퍼포먼스, 드로잉, 회화까지 모두 조각이라고 정의한다. 하기야 세상을 고성능 감관으로 바라보면 뭐 하나 예술 아닌 게 있으랴.
한국에서 펼쳐진 부름의 전시회 중 최대 규모인 이번 개인전은 작품 61점을 3개의 전시실에서 선보였다. 우스꽝스럽게 찌그러지고 뚱뚱한 자동차 형상을 한 작품 ‘팻 카’(Fat Car)는 가지면 가질수록 허기지는 소비사회의 탐욕을 꼬집는다. ‘UFO’는 실제 포르쉐 차를 미확인 비행물체처럼 납작하게 변형시킨 조각이다. 물신을 예배하는 세상의 허영과 가식을 풍자했다. 작가는 이렇게 욕망을 동력으로 해 급발진을 일삼는 자본주의 풍속에 옐로카드를 휘젓는다. 그의 메시지는 사실 범상하다. 재미있는 건 작풍(作風)이다. 쉽고 가볍고 익살맞다. 다른 전시실에서 다른 콘셉트로 진행되는 ‘1분 조각’전은 관객 참여형 전시회다. 부름이 설치한 조각에 관람자가 직접 1분여간 개입해 일정한 행위를 함으로써 작품이 완성되도록 했다. 가히 기발하지 않은가? ‘1분 조각’전은 일찍이 부름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린 출세작이다.
2층 한편엔 나혜석홀이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불리는 나혜석의 유화 넉 점을 전시했다. 그의 대표작 ‘자화상’도 있어 반갑다. 프랑스 파리에 체류할 때 그는 야수파 화가들과 어울리며 영향을 받았다. ‘자화상’에서 강렬한 색감과 대담한 묘사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야수파의 경향성이 그림자처럼 어른거리는 걸 느낄 수 있다. 자화상이지만 실물과 다른 전형적인 서구 여성상을 그린 건 왜일까. 나혜석은 못 말릴 투사형 페미니스트였다. 세상의 빙하를 데카당스로, 마그마 같은 열정으로 섭렵하며 냉대를 자청하기도 했다. 뒤틀린 시대를 고발하고 도발했으며, 성취에서든 방황에서든 그는 매우 독립적인 인간이었다.
박현주 수원시립미술관 홍보마케팅팀 주무관
“에르빈 부름 전시회에 자그마치 4만~5만 명 다녀가”
수원시립미술관은 화성행궁, 성곽길, 행리단길 등을 즐길 수 있는 관광 벨트 안에 있다. 특유의 장소성을 보유한 미술관이다. 그래서일까. 8년 전 개관 이래 관람 인원이 점차 늘더니 요즘엔 급증했다. 장소성 외에 차별화된 전시 클래스와 미술관의 편안한 분위기 역시 관람객 확산을 견인한다. 박현주 주무관은 수원시립미술관이 ‘전시회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미술관’이라는 촌평을 흔히 듣는다며 말을 이었다.
“위압감을 주는 대형 미술관이나 디자인에 복잡한 디테일을 가미한 미술관에선 관람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 우리는 다르다. 편안하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조성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결과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에르빈 부름의 작품 전시장에 관람객이 많더라. 게다가 다들 작품에 몰입돼 뜨거운 분위기였다.
“3개월에 걸친 전시 기간 중 찾아온 관람객이 4만~5만 명에 달한다. 지역 미술관에서 이 정도로 성황을 이루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건 부름의 인기도를 반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는 물질적 팽창을 가속하는 현대사회의 병증을 풍자한다. 심각하기보다 유쾌한 위트로 가볍게, 그러면서도 깊이 있는 사유를 드러낸다.”
문제적 개성의 표본이라 할 만한 나혜석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가 그린 회화는 300점이 넘지만 작업실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다지?
“국내에 존재하는 나혜석 작품은 10여 점에 불과하다. 이 중 넉 점을 우리 미술관이 소장했다. 나혜석의 일생은 워낙 파란만장해 가십거리로 취급된 경향이 있지만, 사실 그는 굉장히 유능한 여성 운동가이기도 했다. 그가 남긴 도발적인 어록을 보라. 당대는 물론 이 시대에도 의표를 찌르는 메시지가 실려 있는 게 아닌가.”
주로 어떤 작품들을 소장했나?
“페미니즘과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소장품 역시 나혜석 작품을 필두로 주로 여성 작가들의 것이다. 그게 수집 방향이다.”
미술관 개관 이래 실감한 관람객의 추세 변동이 있다면?
“젊은이들의 관람이 확연하게 늘었다. 미술관을 찾아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행위는 청년층에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미술의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다.”
현대미술은 알고 보면 즐겁지만 무관심한 이들에겐 따분할 수 있다. 미술관을 알차게 향유할 수 있는 기법이 있다면?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일차로 작품을 감상한 뒤, 개별적 투어로 작품을 재차 감상하는 게 요긴하다. 그렇게 하면 취향에 부합하는 작품을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반복하다 보면 서서히 안목이 생긴다. 안목이 열리면 드디어 미술을 즐길 수 있고.”
이 미술관엔 옥상정원이 있다. 화성행궁을 한눈에 쓸어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박현주 주무관은 미술 관람 뒤엔 꼭 옥상정원에 올라가길 ‘강추’한다. 조망은 물론 ‘시간이 멈춘 듯한 운치를 자아내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코로나19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욕구가 세분화됨에 따라 기업들이 생활 및 휴식 외에 복합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주거 상품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미래 트렌드와 주거의식 변화에 따른 주거복지 대응전략’에서 주거에 대한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 현재 국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거 기능은 ‘주거·업무 등 복합적 기능의 공간’(60.8%)으로 나타났다. 대상자들은 이다음으로 ‘교육·문화·교육 등 서비스의 소비 공간’(36.6%)을 꼽았다. 미래에도 역시 ‘주거·업무 등 복합적 기능의 공간’(55.8%)을 중요한 기능으로 선택했으며,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친환경적 공간’(41.0%)이 뒤를 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사회적 흐름을 반영해 주거상품 ‘더플러스하우스’를 공개했다. ‘더플러스하우스’는 가변형 주거 형태를 통해 가족 구성원 각자가 원하는 목적의 공간으로 변형할 수 있게 한 다목적 세대 분리형 평면이다.
더플러스하우스 평면을 적용하면 별도 세대를 복층형으로 구성할 수 있다. 주세대와 플러스세대는 다른 층에서 각 세대로 진입할 수 있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필요시에만 내부에서 계단을 연결해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수익형’, △출가 자녀 세대와 함께 사는 ‘자녀 분리형’, △한 세대가 복층을 모두 사용하는 ‘멀티형’ 구성을 각 거주민 니즈에 따라 제공한다.
LG전자는 일하면서 휴가를 즐기는 워케이션, 5일은 도시 2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5도 2촌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스마트코티지’를 선보였다. 스마트코티지는 LG전자의 에너지 및 냉난방공조 기술, 가전을 적용한 세컨드 하우스 형태의 소형 모듈러 주택이다.
구조물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 설치하는 프리패브(Prefab)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시제품은 복층 원룸 구조로 31.4㎡ 크기다. 거실과 주방이 한 공간에 있고, 화장실과 파우더룸을 별도로 갖췄다. 2층은 침실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반려동물 특화를 앞세운 주거 공간도 늘고 있다. 다양한 펫 전용 시설 및 특화 설계를 갖춘 ‘펫앤스테이’가 대표적이다. 한화건설이 공급한 아파트 한화 포레나 수원 장안에는 반려동물 놀이터인 ‘포레나 펫 파크’와 특화 설계 ‘펫 프렌즈 인테리어’가 적용됐다.
서울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 일대에 자리할 ‘VL르웨스트’는 반려동물 가구를 위한 '반려동물 동반 입주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건강 케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다양한 강좌 클래스 등 반려동물과 함께 일상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택시라는 공간은 참 묘하다. 내 앞에 멈춰 선 택시에 오르는 순간 택시 운전사와 잠시 잠깐이나마 인연의 호흡을 함께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화를 나누든 안 나누든 서로의 에너지가 엉기고, 그 긴장을 털어내기 위해 일부러 생각에 빠져들거나 짐짓 딴청을 하기도 하지만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내내 운전사의 존재가 의식되어 도무지 편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지는 않는다. 차라리 그쪽에서 말을 걸어주면 편할 것 같지만 그 말이라는 것이 도통 내게는 관심도 없는 주제이기 일쑤라 여전히 고역이다. 그래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게 뱃속 편하다. 어지간해서는 내가 택시를 타지 않는 이유다. 몸 좀 편하자고 마음은 좌불안석이니. 비싼 돈까지 내고서 말이다.
유난한 예민함이라고? 그쯤되면 병이라고? 택시를 모는 사람은 그게 직업인지라 승객에 대해 시시콜콜 관심을 갖진 않을 거라고? 승객의 인상이 아주 험상궂어서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것 같은 불안감이나 늦은 밤 취객에게 시달림을 받지 않는 한. 물론 섹시하고 야한 여성이 탔을 때 슬쩍 성적 호기심이 동하기도 할 테지만. 여하튼 그런 좀 별난 경우가 아니고서야 승객에게 무슨 그리 관심이 있겠냐고? 혹 말을 시키더라도 대꾸를 안 하면 그쪽에서도 알아서 입을 다물 텐데 뭐가 걱정이냐고? 이런 나를 두고 친구들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운전사 거슬려 택시 못 탄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며 놀린다.
1년 만에 탄 택시, 인연이 기가 막혀
그날도 그랬다. 평소처럼 그날 또한 택시를 탈 불가피한 이유 같은 건 없었다. 벚꽃에 취해 발을 접지르기 전까지는. 봄바람 안온한 지난해 4월 중순, 벚꽃이 만개할 무렵이었다. 딱 1년 전 일이다. 어디 멀리 따로 꽃 구경을 갈 필요는 없었다. 온 천지가 벚꽃이었으니까. 집 앞, 동네 산책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만족스러웠으니. 땅에 시선 둘 짬 없이 고개를 온통 쳐들고 다니는 시기가 1년 중 꽃철과 단풍철이 아닌가.
아뿔사! 동네 벚꽃길에 이런 턱이 있었나. 도저히 ‘턱이 있을 턱이 없는 곳’에서 발목을 삐끗했다. 발등이 커브를 그리듯 휘어지며 시큰한 느낌과 동시에 눈앞이 아득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평지와 겨우 3cm 정도 차이 나는, 보통 계단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단차를 가진 곳에서 발목을 접지른 것이다. 어이없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거짓말처럼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으니. 그 위치 그대로 퍼질러 앉아 발목만 하릴없이 주물러야 할 상황인데, 이번에도 또 거짓말처럼 택시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어디 다치셨어요? 병원이나 댁에 모셔다드릴까요?”
조수석 창문을 내리면서 나이가 꽤나 들어 보이는 운전기사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큰 소리로 물었다. 요즘 택시에는 고령 운전자가 많다더니.
‘이게 무슨 경우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나? 지나가는 택시가 먼저 나서다니….’
운신을 전혀 못 하는 처지에서 반갑기도 했지만 반사적으로 긴장과 의심이 올라왔다. 평소 택시 타기 싫어하는 이유와는 차원이 다른. 아무리 60줄에 든 여자라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다친 자리 1m 전쯤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출발하려던 찰나 주저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고, 혹시나 운이 좋아 승객일 수 있을까 하여 친절을 겸해 물어본 것일 뿐이었다니, 특별히 수상한 상황도 아니었다.
“네… 그럼, 요 앞 정형외과로 저를 좀 데려다주시겠어요? 제가 발목을 다쳐 꼼짝을 할 수가 없네요. 짧은 거리지만 부탁드립니다.”
실로 1년 만에 타는 택시다. 봄볕 화사한 정오 무렵이었고, 병원은 코앞이다. 무슨 흉한 일이 있을까 싶었다. 차창 밖으로 말을 붙일 때 본 운전사의 인상도 온화하고 곱상하다. 말투도 배운 사람 분위기다. 얼굴 보고 마음까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안심이 된다.
사별 아내 못 잊어 잡은 운전대
그 사이 발목 아래부터 발등이 자색고구마 색을 띠면서 소복하게 부어올랐다. 통증보다 겉의 상태가 더 겁이 났다. 기사는 나를 배려해 병원 입구에 바투 택시를 세웠지만 나는 도무지 일어나 걸을 수가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채 돌아보던 기사가 지체 없이 사이드 브레이크를 끌어올리더니 운전석에서 내려 돌아와 나를 부축했다. 황공스럽도록 고마웠다. 병원 로비 원무과 앞 빈자리에 나를 앉혀주고는 고맙다는 인사도 듣는 둥 마는 둥 황급히 자리를 뜨나 싶더니 5분쯤 지나 다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아마도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해놓고 급히 다시 돌아온 듯싶었다.
그가 없었다면 접수도, 진료도, 처치 후 다시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반나절을 내 옆에 있어 주었다. 나는 돈벌이를공친 그의 시간을 걱정하면서도, 생전 처음 본 사람이 옆에 붙어 있는 어색함과 황당함에 어쩌지 못하면서도, 과분한 신세를 졌다며 이제 그만 가보시라고 하지는 못했다. 병원에서도 그를 나의 보호자로 알고는 그에게 이런저런 지시와 주의사항을 전하고 있었으니.
그와 나의 만남은 그런 기연으로 시작되었다. 영화에서나 있음직한 일이 내게 일어날 줄이야. 그가 택시를 몬 경력이라야 1년 남짓. 4년 전 별안간 사별한 아내를 이렇게도 못 잊고 저렇게도 못 잊어서 마음 대신 운전대를 잡았단다. 택시를 몰면 싫어도 이리저리 쏘다니게 되고, 손님을 태우고 긴장하는 사이 피곤으로 지친 몸 그대로 쓰러져 자다 보면 아내 없는 일상에 다시 적응할 수 있을까 하고.
그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꽤 규모가 큰 건축회사의 임원을 지내다 정년 퇴임을 했다. 생활의 여유가 생기자 이제야 오붓하게 부부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으려니 했는데, 퇴임한 지 3년 만에 아내가 위암 판정을 받았다. 그러고는 허망하게도 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오직 남편과 자식밖에 모르는 여자였다며, 그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에 본인도 슬하의 1남 1녀도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었다며, 내 앞에서도 서슴없이 아내를 그리워하고 아내에게 미안해했다. 워낙 규모 있게 살림을 꾸려온 사람이라 노후자금도 부족하지 않게 비축되어 있었고, ‘삼식이’ 대열은 완전히 남의 일일 뿐 부부 금슬도 유달리 좋았다고.
이제 우리 함께 달릴까요?
“그러면 뭐하나요? 결정적으로 건강이 두 사람을 갈라놓았는 걸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자기를 죽이고 살아서 병이 났지 싶어요. 자기 주장은 고사하고 너무나 헌신적인 사람이었으니까요. 세월이 4년 남짓 흘렀지만 아직도 아내의 빈자리가 커서 하루 일을 마쳐도 집에 들어가기 두렵곤 했지요. 그때 마침 발을 다친 당신이 눈에 띄었고 내친김에 병원까지 동행했던 거지요. 당신은 먼저 간 아내와 많이 닮았어요. 죽은 사람과 비교되니 기분이 별로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단아한 분위기에 조신한 행동거지, 나이까지 비슷하니 내게는 마치 아내가 환생한 것만 같네요.”
몇 차례 더 나를 태워 병원을 오가며 만난 지 석 달쯤 되었을 무렵, 이런 말을 하면서 겸연쩍게 그러나 만족스레 웃는 그를 보며 나도 빙그레 웃음 지었다. 그 말이 나에 대한 고백이자 청혼처럼 들렸다면 괜히 오버하는 것일까.
“아내 연배의 여성을 태우거나 거리에서 지나치듯 볼 때면 가라앉았던 슬픔이 다시금 올라와 마음이 힘들어지곤 했더랬지요. 그런 내게 신이 선물을 주신 거지요. 그날 아내와 닮은 당신을 만나게 해주셨으니까요. 몇 년이나 끙끙대며 자기를 잊지 못하는 내가 딱하고 안쓰러워서 아내가 당신을 보내줬는지도 모르죠.”
이쯤 되면 오버가 아니지 않나?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첫 만남 이후 한결같이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것만 봐도. 접지른 발은 이미 다 나았건만 여전히 내 발이 되어주고 있으니. 영업용 택시에서 자가용 승용차로 갈아탔다는 차이만 있을 뿐.
참, 그러고 보니 내 이야기를 전혀 안 했네. ‘택시를 기피하는 여자’라는 것 말고는. 나도 그와 같은 사별자다. 나는 50세에 남편을 간암으로 보냈다. 그러곤 두 아들을 결혼시키고 얼추 십 몇 년을 혼자 지냈다. 사업을 하던 남편이 남기고 간 돈이 좀 있어서 생활이 그다지 쪼들리진 않는다. 하지만 평생 살림만 한 터라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성격도 내성적이라 대부분 집에서 책을 보며 소일한다. 이따금 로맨스 소설을 읽을 때가 있지만, 내가 택시를 매개로 한 ‘황혼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친구들은 ‘택시 대박’이라는 둥, ‘택시 내숭’이라는 둥 나를 놀린다. 친구들이 보기에도 뒤늦게 찾아온 나의 사랑이 좋아 보인다는 뜻이겠지.
노인은 거주하던 집과 지역 사회 등 익숙한 환경에서 노후를 보내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에서 정서적 안정을 느낀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건물 자체가 노후화 됐거나, 집 내부가 제때 정리되지 않은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은 건강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에 대해 “주택은 인간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소”라며 “구조적 결함이 있으면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다칠 위험이 증가하고, 실내 공기 오염은 호흡기 및 심혈관 건강을 해치고 천식, 알레르기 반응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함께 지내며 집안 환경을 정돈할 수 있고,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집에서 모시고자 결정 내리는 경우가 있다. 연로한 부모님을 시설에 보내는 대신 집에서 모실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낯선 집과 환경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영상 ‘부모님이 이사하기 전 꼭 해야 할 3가지’(Must-Do’s Before Your Parents Move In)을 통해 제시한 세 가지 간단한 팁을 소개한다.
1 안전한 환경 조성하기(Create a Safe Environment)
부모님을 모시고자 한다면 집안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노인의 특성 상 어떤 것을 필요로 할지, 이를 위해 내부의 어느 부분을 조정하면 좋을지 찾아보기 위함이다. 화장실의 경우, 벽에 손잡이를 붙이거나 조절 가능한 샤워기 헤드, 그리고 높은 화장실 변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AARP에서 권장하는 변기의 높이는 19~21인치다. 이외에도 계단에 미끄럼 방지 시트를 붙이고, 조명 설치를 늘리는 등의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2 그들만의 공간 마련하기 (Give them space)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의 사생활 보호가 필수적이다. 부모님 역시 집 안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항상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가는 태도로 그들의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
AARP는 거실이나 주방 같은 공용 공간에서도 부모님이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끔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들이 살던 집을 정리하며 가구, 사진이 든 액자 등 일부를 가져와 공용 공간에 두는 것. AARP의 전문 간병인 에이미 고이어는 영상에서 “비교적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부모님을 배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3 독립적 생활을 존중하기 (Support their Independence)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돌아다니기 편하게끔 집안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주방의 경우, 모든 가전제품을 카운터로 옮기고 조리 도구들을 높지 않은 곳에 있는 개방형 선반에 둬서 노인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권했다. 부모님이 원할 때 식사를 스스로 챙겨먹을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한다면 부모님도 독립적 생활을 존중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100번째 발행을 맞이해 귀중한 손님을 초대했다. 특별한 기념일 파티에 초대받은 스타는 트로트 가수 정다경(30). 이번 촬영으로 그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통해 소개된 수많은 스타 중 ‘최연소’ 타이틀을 가져가게 됐다. 국내 트로트 열풍의 기폭제가 된 2019년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1’)의 막내에서, 이제는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는 어엿한 스타가 된 그의 매력을 만끽해보자.
정다경은 ‘미스트롯1’에서 최종 4위를 차지하며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미스트롯1’ TOP5 중 나이가 제일 어린 그는 당시 유일한 20대였다. 가창력을 겸비한 것은 물론 막내다운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해 중장년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다경은 “팬들께서 딸, 손녀딸처럼 대해주신다. 저도 살갑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팬들이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정다경은 지난해 발매한 디지털 싱글 ‘좋습니다’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긴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자르고 밝은 색으로 염색해 스타일 변신을 꾀했다. 통통했던 젖살도 빠져 미모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정다경은 “머리가 길었을 때는 차분하고 참한 느낌이 강했는데, 머리를 자르고 나니 발랄해 보여서 이전보다 친숙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 많이 귀여워졌다고 칭찬해주신다”라고 말하면서 미소 지었다.
“제 팬들은 연령층이 다양해요. 30대가 제일 많고요.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80대 팬도 몇 분 계세요. 현장에서 어르신 팬이 ‘지난번에는 몸이 좀 안 좋아서 못 왔다’고 하시면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저뿐 아니라 트로트 가수들은 팬들의 연령층이 높다 보니 ‘건강이 최고다’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팬들은 제가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무시하는 법이 없어요. 반말도 절대 안 하시고요. 저한테 ‘다경 아씨’라고 존칭을 써주신답니다. 팬들께서 저를 많이 예뻐해주시고 존중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항상 감사해요.”
‘미스트롯1’과 트로트 가수
정다경은 “20대 초반만 해도 트로트 가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트로트 가수뿐 아니라 연예계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자신과는 관계없는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다경은 한국무용 전공자로 한길을 파왔다. 계원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양대학교에서 무용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대학원 공연예술학과에 재학 중이다.
“무용만 하고 살다가 생을 마감할 줄 알았다”고 말하는 정다경. 예상하지 못했던 트로트 가수의 길은 우연히 열렸다. 대학교 4학년 때 댄스 스포츠 선생이 아는 기획사 대표에게 그를 연습생으로 추천했다. 정다경은 워낙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넘치는 끼를 선생이 알아본 것. 그렇게 들어간 기획사는 가수 남진과 전국 투어 콘서트를 10년 동안 한 공연 기획팀이었다. 정다경은 남진과 함께 공연하러 다니면서 무대에서 무용도 하고,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트로트의 매력을 깨달았다.
“원래는 트로트에 관심이 많지 않았어요. 노래방에서 몇 곡 부르는 정도였죠. 기획사에 들어가서 트로트를 부를 일이 생기면서 노래 연습을 하게 된 거죠. 어떻게 부르는지도 몰라서 선배님들의 창법을 무작정 따라 했어요. 그러면서 트로트에서 필요한 보컬 테크닉을 습득하게 됐고, 스스로 성장해가는 게 느껴지니까 뿌듯했죠. 무엇보다 제가 느낀 트로트의 매력은,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장르여서 효도하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에요. 제 무대를 통해 그분들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고 기쁨을 드릴 수 있어서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정다경은 트로트 가수로서 운이 좋았다고 자평한다. 그는 2017년 10월 디지털 싱글 앨범 ‘좋아요’를 발매하고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1년여의 세월이 흘렀을 때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1’이 열렸고, 경연에 참가했다. ‘미스트롯1’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대한민국의 트로트 열풍은 ‘미스트롯1’ 전과 후로 나뉘고, ‘트로트 가수 정다경’도 ‘미스트롯1’ 전과 후로 나뉜다. 그에게 ‘미스트롯1’의 의미를 묻자 “정다경을 만들어준 프로그램”이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한 답이 돌아왔다.
“데뷔를 하고 1년 뒤 ‘미스트롯1’에 나갔는데 사실은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죠. 2019년 당시에는 젊은 트로트 가수가 많지 않았고, 트로트 오디션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어요. 이렇게 프로그램이 잘 될지 몰랐고, TOP5 안에 들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어요. ‘미스트롯1’ 덕분에 무명 시절도 1년으로 짧았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가 생긴 점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데뷔 6년 차인 트로트 가수 정다경. 트로트 가수로 전국 무대를 누비며 필요하다고 느낀 자질은 무엇일까.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를 잘 불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중장년 팬분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신선한 답을 들려줬다.
“트로트 가수는 너무 소심해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부모님 세대를 많이 상대하기 때문에 살갑게 대하거나 대화를 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님, 아버님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는 느낌, 여유로움이 필요한 거죠. 저도 평소에는 조용한 편인데 일할 때는 텐션을 올리려고 많이 노력한답니다.”
‘외유내강’ MZ세대
벌써 4년이 흘렀지만 정다경의 ‘미스트롯1’ 결승전 무대는 아직도 회자된다. 당시 인생곡 미션에서 그는 송대관, 전영란의 ‘약손’을 불렀다. 정다경의 청아한 목소리는 노래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여기에는 정다경의 개인적인 스토리도 한몫했다.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남동생과 함께 자랐다.
정다경은 자신의 끼를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젊은 시절 에어로빅 강사로 일했고, 그림도 잘 그리는 등 손재주가 뛰어나다고. 정다경은 “어머니께서 한국무용 입시 뒷바라지를 해주셨는데 많이 힘드셨을 것”이라면서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면서 저를 키워주셔서 늘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희생하신 만큼, 이제는 제가 어머니의 노후를 책임져드리고 싶어요. 손재주가 많은 어머니는 지금도 매일매일 저보다 바쁘게 지내고 계세요. 최근에 바리스타 1급 자격증도 따셨고, 취미 생활로 제과·제빵도 하시고, 캘리그래피도 하시거든요. 나중에 카페를 하고 싶다고 하시면 제가 차려드릴 겁니다. 저는 제 스스로 가장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머니도 홀로 계시고, 남동생은 저보다 여덟 살이나 어리거든요. 가장으로서 어머니와 동생을 더 챙길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해야죠!”
정다경과 얘기할수록 그가 ‘외유내강’ 캐릭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이 있어도 꾹 참고 내색을 하지 않았다는 정다경. 장녀라는 책임감이 클 뿐 아니라 무용 입시를 치르면서 경쟁사회에서 살다 보니 성격이 단단해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철이 일찍 들어버렸다. 그는 “이제는 스트레스나 힘듦을 잘 못 느끼는 무던한 성격이 됐다”고 말했다.
정다경은 트로트 가수로서 힘든 점은 없지만, 연예인이라는 신분으로 겪는 불편함은 있다고 털어놓았다. 크고 작은 소문이 늘 따르는 연예계이기 때문에 사람 만나기가 조심스러워진다고. 그는 “점점 사람을 믿기도 어려워졌다. 조금이라도 가식적으로 느껴지면 불편해진다”면서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집에만 있게 된다. 연예인들이 왜 집에만 있으려고 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접근해오는 사람들과 달리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 행복하다고도 덧붙였다.
정다경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MZ세대’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MZ세대답게 똑소리 나고,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중장년 팬이 많은 만큼 그들과 소통도 잘되고 사랑받는 법도 안다. 젊은 트로트 가수답게 ‘세대 통합’이라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정다경의 목표는 자신이 사랑하는 한국무용과 트로트를 접목한 공연 예술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계단을 올라가듯이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올라가고 싶어요. 올라가는 중에 뭔가가 잘 안 되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저는 전공 분야나 일을 못하는 사람이 좋아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트로트 가수로서, 한국무용가로서 누가 봐도 ‘잘한다’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경지에 오르고 싶어요.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죠?”
‘시니어의 집은 곧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있다. 바로 2022년 시작된 일본의 ‘어른의 생활 기분’ 캠페인이다.
캠페인을 시행하는 곳은 사단법인 ‘케어링 디자인’(Caring Design)이다. 디자인, 건축, 의료, 간호, 복지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50+세대를 대상으로 한 주거나 의료, 돌봄이 이뤄지는 공간을 편안하게 만들고자 활동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소고‧세이부 백화점에서 ‘라이프 디자인 살롱’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시니어 맞춤 주거 리모델링 사업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수천 건의 시니어 주거 관련 컨설팅을 진행한 케어링 디자인은 2020년 온라인 세미나 ‘100년 인생 생활의 디자인’을 열었다. 일본 유명 건축가인 아베 쓰토무(阿部勤)가 ‘중심이 있는 집’을 소개하는 영상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됐다.
그라데이션으로 다양성 주는 노후의 집
노후 인테리어와 관련해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그의 설명 중 ‘집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분하기’, ‘부엌 집기들이 전부 보이도록 수납공간을 설계하기’이다. 그의 집은 이름처럼 내부에 중심이 되는 방이 있고, 벽 너머에는 3면에 창문이 있어 외부처럼 느껴지는 공간, 정원으로 구성돼있다. 그는 중심에서 바깥으로 넓어지는, ‘그라데이션’을 만들어 때와 기분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계단에는 모아둔 서적을 보관하고, 복도를 취미용 화실로 활용하는 식이다.
부엌 설계는 독신 남성이 나이가 들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료 손질과 세척, 조리와 식사까지, 순서를 고려해 불필요한 동선을 없앴다. 또한 중심이 있는 집 부엌의 모든 집기는 전부 외부에 드러나 있는데, 이 역시 노화로 인한 특성을 고려한 부분이다. 노화로 인해 건망증이 생기면 눈에 보이지 않는 집기는 사용하지 않게 되므로 집기들이 전부 보이게끔 부엌의 수납공간을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직접 지은 집에서 50년간 살고 있는 건축가가 ‘100세 시대에 집이 갖춰야 할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는 이 영상은 2023년 4월 기준 누적 조회수 28만 회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영상이 2022년의 ‘어른의 생활 기분’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모태가 됐다.
집은 곧 인생의 표현 방식
어른의 생활 기분 다큐멘터리는 미래 시니어 주거의 본보기가 될, 50대 이상의 ‘멋진 어른’들의 생활을 소개한다. 이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집을 꾸미고, 생활환경을 구현한다. 노후에는 살기 편하고 안전한 거주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고, 삶의 색깔을 구현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
다큐멘터리는 현재 총 3편이 공개된 상태다. 191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을 현대적인 디자인의 민박집으로 개조하고 찾아오는 세계인들과 꾸준히 교류하고자 하는 여성, 집 근처에 오두막과 허브 정원을 조성한 여성과 자연 속에 컨테이너 하우스를 짓고 자택 겸 작업실로 활용하는 작가 부부의 삶과 삶이 묻어나는 집을 조명한다.
3편의 영상은 모두 평생 숙성시켜온 삶의 방식을 완성하는 곳이 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당 캠페인을 소개한 책 ‘뉴그레이’에서는 ‘시니어의 거주지가 단지 안전한 상자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미디어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평했다. 케어링 디자인 편집부는 향후에도 취재를 이어나가 100세 시대를 맞이할 현대의 어른을 위한 롤모델들을 계속해서 다큐멘터리로 소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어로 제작돼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노후의 집을 자아실현을 위한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싶다면 이웃 나라의 50+세대들이 벌이고 있는 실험적인 시도들을 눈여겨 봄 직하다. 유튜브 자막 생성 기능을 활용하면 한국어 자막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여생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본 적이 있을 테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기능이 변화하고,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생기지만 시설 입소보다는 익숙한 곳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다.
이처럼 건강 상태나 경제적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있던 지역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 한다. 정서적으로는 원하는 장소에서 남은 삶을 보내는 편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오래 거주하려면 주택을 행동 특성에 맞게 가꾸고, 현재가 아닌 앞으로 변화할 신체 상태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
신체 능력 저하 예상해 환경 조성해야
미래를 대비해 집을 고치거나 내부를 다시 조성한다면 무엇부터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책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에 따르면, △방향과 길 안내 △작은 쉼터 제공 △장애물 제거 △기억을 돕는 단서 제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력과 감각이 저하되면 비슷한 공간 배치나 규칙적인 패턴의 문은 방을 구별하기 힘들게 한다. 거실, 복도, 출입구에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닥재를 색채감 있는 제품으로 고르거나 계단 조명을 사용하면 방향 인지에 도움이 된다. 독특한 가구, 미술품을 배치해둬도 좋다. 또한 가능하다면 사용하지 않는 작은 자투리 공간이나 벽의 모서리, 난간 옆 등을 노인들이 멈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운동 범위, 근육 통제력, 힘과 인내력이 약화돼 이동 시간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휠체어나 의자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면 된다.
이동 능력이 제한적인 사람들에게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은 양 여닫이문이나 자동문이 적절하다. 그러나 건물의 특성에 따라 여닫이문은 건물에 압력을 가하는 바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문 위 돌출부나 문 앞에 바람막이 벽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손잡이나 스위치는 버튼 방식과 같이 손바닥이나 팔로 충분히 조작 가능한 유형이 바람직하다. 의자에 앉거나 서 있는 사람이 몸을 굽히거나 쭉 뻗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종종 자신이 사는 건물이나 방을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각적 혼란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억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게시판을 달아두면 좋다. 사진, 이름, 방 명칭 등을 넣어 강한 힌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혹은 개인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해 기억을 되살리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전문 업체·서비스 지원의 부재
고령자 복지주택이나 시니어타운 등에 입주하거나 이사하는 것이 아닌, ‘내 집에서 나이 드는 것’은 요즘 노인들의 희망 사항이다. 그러나 고령자, 혹은 고령자가 될 사람들을 위한 주택 개조 업체나 서비스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소득층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진희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 디자인’ 저자는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심신 기능, 운동 기능, 시각 기능이 저하돼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며 “이들의 독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특별한 환경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신체적·심리적·행태적 특성을 반영한 실내 환경의 보완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