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근로자로 일하는 65세 이상 고령 가구주 가운데 약 45%는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44.6%는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이었다.
가구주의 근로소득이 10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인 가구는 27.1%, 2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28.2%로 집계됐다.
다만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가운데 전체 가구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중은 8.1%로 비교적 적었다.
전체 가구소득에는 가구주의 근로소득뿐 아니라 사업·재산·이전·비경상소득, 다른 가구원의 소득도 포함된다.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의 근로소득에 기초·국민연금이나 자녀로부터 받는 생활비 등을 더하면 1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65세 이상 근로자 가구주를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절반이 넘는 54.1%가 임시직이었다. 28.1%는 상용직, 17.7%는 일용직이었다.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업이 29.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사업시설 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13.3%),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10.7%), 건설업(10.5%), 제조업(8.8%) 등의 순이었다.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경우는 보건·사회복지업(49.3%)과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21.3%)의 비중이 더 컸다.
이는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중 공공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고령자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공형 일자리는 환경정비, 교통안전 보조 등의 공익활동을 주로 한다. 평균적으로 월 30시간 일하고 임금 27만 원을 받는다.
고령층에게 일자리를 확대하고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는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공공형 일자리는 ‘저임금의 단순 노무직’이라는 지적을 늘 받았다. 이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공공형 일자리를 올해(60만 8000개)보다 6만 1000개 줄이겠다고 밝혔다.
대신 민간·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를 올해 23만 7000개보다 3만 8000개 늘린다. 또한 고용자 고용 장려금도 확대해 노인 일자리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고령층의 안전과 돌봄이 편리해지도록 적용된 기술을 뜻하는 ‘실버테크’는 요양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IoT를 적용한 밀착형 돌봄, 빅데이터를 분석한 맞춤형 요양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고령화와 독거노인 증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는 요양·돌봄 서비스의 수요를 이끌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빨라 2035년이면 노인 인구의 47%가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요양 서비스 시장은 2012년 2조 9000억 원에서 2020년 약 10조 원 규모로 연평균 16.6% 성장했다. 요양·돌봄에 대한 수요 증가는 ‘실버 산업’과 ‘테크’(Tech)의 융합 속도를 높였다.
독거노인 위한 지자체 모니터링
지방자치단체들은 독거노인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다양한 실버테크를 도입하고 있다. 주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독거노인의 위험 요소를 감지, 이를 알려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상북도는 ‘마음안심서비스’ 앱을 운영한다.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독거노인이 6~72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보호자나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팀 담당자의 휴대전화로 위험신호 문자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구미시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고독사 위험이 큰 1인 가구 90곳에 ‘스마트 플러그’를 설치했다. 가전제품에 I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플러그를 연결해 전력 사용량과 조도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일정 시간 변화가 없으면 읍면동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연락이 간다. 가평군도 스마트 생활형 돌보미 ‘욜빙’(YOLVING)을 독거노인 20가구에 설치했다. 보호자가 설치한 앱과 연결되어 있어 화상통화로 소통할 수 있고, 생활지원사와도 연계된다. 더불어 복약 관리, 치매 예방 놀이, 전자 앨범, 건강 정보 측정도 할 수 있다.
가평군은 올해 8월부터 ‘AI 스피커 스마트 통합 돌봄 사업’을 추진한다. AI 스피커를 설치해 우울증·불안감 해소를 위한 대화를 유도하고, 24시간 위험 요인 감지 시스템을 가동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대구시는 네이버가 개발한 ‘클로바 케어콜’을 활용해 ‘AI 자동 안부 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AI 상담원이 1인 가구 돌봄 대상자에게 주 1~2회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복약 등 건강을 점검하고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통화가 되지 않거나 평소와 다르다고 감지하면 담당 공무원에게 신호를 보낸다. 울산시는 독거노인 가구에 활동량 감지기와 출입문 감지기 등을 설치해 활동 데이터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고양시와 서울시 성동구는 치매 노인에게 GPS가 탑재된 신발 ‘꼬까신’을 무상 보급했다. 실종 치매 노인의 평균 발견 소요 시간은 11.9시간인데, 꼬까신을 착용하면 1.7시간으로 단축되는 효과를 보였다. 전북 진안군은 치매 고령자에게 미스터마인드의 AI 캡슐을 탑재한 ‘빠망이’ 돌봄인형을 보급한다. 빠망이는 치매안심센터 전문인력과 일대일로 매칭되며, 인지·건강·생활안전·위험 상황 등을 전담인력이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뇌 활동 놀이로 치매 예방을 돕고, ‘돌봄e음’ 앱을 통해 맞춤형 콘텐츠도 제공한다.
서울시 관악구는 스마트 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경로당 114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원격 화상 플랫폼으로 여가 복지 프로그램 제공, IoT 헬스케어 기반 건강관리, 실내 스마트팜으로 정서 관리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요양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버테크는 주로 요양·돌봄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동작 감지 센서를 통한 침대 낙상 방지, 수면 센서를 통한 수면 패턴 기록, 체온·호흡·맥박 자동측정 등의 IoT 기술로 이용자의 생활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 처방·운동·식사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요양 시설의 관리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해 자동화하는 기술들도 개발됐다. 시설마다 다른 관리 시스템과 수작업으로 관리되던 돌봄 정보들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것.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솔루션 ‘하이케어’는 대표적인 방문요양센터 행정 업무 자동화 시스템이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같이 이용자가 신청해야 하는 일들도 자동화되고 있다. 데모테크 스타트업 ‘스핀택’의 요양복지 청구 자동화 서비스는 출시 보름 만에 예상 수요를 넘었다.
‘LG유플러스’와 ‘넷온’은 한국노인중앙복지회 산하 20개 요양원에 올해 6월부터 지능형 CCTV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이 CCTV는 영상 속 사람 얼굴을 감지해 자동으로 모자이크 처리한다.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현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 LG유플러스는 이용자의 자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U+스마트레이더’를 활용해 낙상 사고 예방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요양원에서 활용하는 AI는 돌봄인형이나 로봇에 적용된다. AI 돌봄인형은 대화를 통해 고령자의 건강을 수시로 확인하고 정서를 돌본다.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가족에게 전달해 위험을 알린다. 카이스트가 개발한 치매 예방용 로봇 ‘실벗’(SILBOT)은 전국의 치매안심센터와 노인종합복지관의 요양원 등에 공급되고 있다. 프랑스 알데바란 로보틱스(Aldebran Robotics)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는 요양원,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신문 읽어주기, 함께 운동하기, 함께 게임하기, 물리치료 등의 활동이 가능하며, 물건 이동, 개인 보조 등 이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돕는 일도 한다.
본인에게 맞는 요양·돌봄·용구 서비스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도 성장하고 있다. 방문요양 서비스 온라인 중개 플랫폼 ‘케어닥’은 요양보호사·간병인과 돌봄을 원하는 고객을 연결해준다. 케어닥은 2018년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전국의 요양병원 시설 안내와 등급을 공개하는 서비스로 시작해, 돌봄 전문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복지 용구 온라인 몰 ‘그레이몰’은 로그인 정보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 자격을 인식, 자동 가격 변경 시스템을 적용한다. 또한 제품 큐레이션 기술을 적용해 맞춤형 복지 용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의 스마트 돌봄
2021년 기준 일본의 고령층 비율은 20.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만큼 이미 2000년대부터 ‘첨단 변기’, ‘욕창 침대’, ‘간병로봇’ 등의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최근 일본은 어떤 스마트 돌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앞으로의 실버테크 흐름을 알아보자.
1. 정서 채워주는 ‘소셜로봇’
소셜로봇은 간지럼을 태우면 웃고, 손가락을 반복해서 깨무는 등 아주 단순한 기능이 있는 반려로봇이다. 일본 로봇 기업 유카이공학의 ‘쿠보’(Qoobo)는 동그란 쿠션에 꼬리 달린 로봇이다. 얼굴은 없지만 반응형 기술이 탑재돼 있어 동물처럼 꼬리를 흔든다. 세계 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선보인 로봇 ‘하무하무’(일본어로 깨무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의태어)는 손가락을 넣으면 깨무는 행동을 반복한다. 고차원적 기능이 아닌 단순한 반복 행동만으로도 정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 일손 덜어주는 ‘간병로봇’
고령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도 부족한 간병 인력이 큰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이 개발된 것이 간병로봇이다. 간병로봇 개발 업체는 100여 개사로, 15개 정도의 로봇이 상용화됐다. 소니의 ‘아이보’, 소프트뱅크의 ‘페퍼’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보는 돌봄 대상을 입력해두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카메라와 AI로 돌봄 대상을 찾는다. 만약 홀로 집에 있던 노인이 쓰러지면 가족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고, 가족은 바로 구급차를 부를 수 있다.
3. 욕창 예방하는 ‘로봇침대’
액스로보틱스(Ax Robotics)가 개발한 요양 시설용 로봇침대 ‘해크스’(Haxx)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그물을 통해 욕창을 방지하고, 개인 맞춤으로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 욕창을 예방하려면 두 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줘야 해 돌봄 직원의 노동이 많이 투입된다. 로봇침대는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이용자의 자세를 바꿔준다. 추후에는 배설 감지, 생체 정보 측정 등의 기술도 탑재할 계획이다.
4. 질식사 막는 ‘넥 밴드’
일본 스타트업 ‘프라임스’는 노인들이 음식물을 잘 삼키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넥 밴드’를 개발했다. 노화로 음식 삼키는 기능이 퇴화하면 오연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고 질식사의 위험도 있다. 넥 밴드에 설치된 센서는 음식물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감지하고, AI는 삼키는 소리를 학습한다. 식사 중 삼키는 횟수와 속도 등의 데이터를 모아 기능 저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5. 추락 사고 예방하는 ‘콜로반’
이디스커버리 업체 ‘프론테오’의 ‘콜로반’은 AI로 노인들의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솔루션이다. 이용자의 병력과 복용하는 약 등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수면제나 전도 위험성이 있는지 분석, 일주일 후의 낙상·추락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 수치를 통해 휠체어 이용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콜로반을 사용한 병원에서는 솔루션 도입 이후 낙상 발생률이 2/3 정도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6. 익사 방지하는 ‘센서’
노인의 익사 사고 중 90%는 집 안의 욕조에서 발생한다. 1인 가구는 사고가 발생해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씻는 도중에 사고가 나면 급격한 온도차로 인한 심장마비 확률도 높아진다. 내비게이션 업체 JVC켄우드는 화장실 비상발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천장에 부착된 적외선·초음파 센서가 욕조에서 목욕하는 사람을 인식, 익사 가능성이 포착되면 알람을 울린다. 알람에 반응이 없으면 18초 후 자동으로 응급실에 연락하는 시스템이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639조 원 규모다. 이 가운데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의 내년 예산은 총 34조 9923억 원으로 올해보다 1조 5797억 원 줄어든다. 고용부는 특히 고령자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공공일자리를 축소하고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고령화사회의 대안으로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유형에는 공공형, 사회 서비스형, 민간형 사업이 있다. 이 가운데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대폭 축소된다.
노인 일자리의 대부분은 사실상 공공형 일자리다. 올해 노인 일자리 84만 5000개 가운데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60만 8000개였다. 내년에는 54만 7000개로 줄이기로 했다. 약 6만 개 정도의 일자리를 줄이는 셈이다.
공공형 일자리는 환경정비, 교통안전 보조, 금연구역 지킴이 등 공익활동을 주로 한다. 평균적으로 월 30시간 일하고 임금 27만 원을 받는다. 생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저임금의 단순 노무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신 정부는 생산성이 높은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를 3만 8000개 늘리기로 했다. 민간형 일자리에는 시장형 사업단,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이 속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해 노인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노인 일자리의 절대적인 규모는 크게 변화가 없다”며 “다만, 직접적인 단순 노무형 일자리는 소폭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는 조금 더 늘어나는 흐름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일자리 확충에도 불구하고 전체 노인 일자리는 결국 2만 3천 개 감소한다. 노인 일자리는 경제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 목적도 있지만 고령화사회에 노인들을 사회에 참여시키려는 복지 성격도 강하다. 때문에 노인 일자리 축소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대안은 기업에 대한 고용 지원 확대다. 고용부는 고령자 신규채용과 정년 이후 계속 고용 기업에 대해 고용장려금을 늘린다. 내년 고령자고용지원금 예산안은 558억 원(5만 3000명)으로 올해 54억 원(6000명)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도 올해 108억 원(3000명)에서 내년 268억 원(8만 2000명)으로 160억 원 증가했다.
더불어 고용부는 첨단산업 분야에 예산 4163억 원을 편성, 약 3만 6000만 명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폴리텍 등 특성화 대학을 활용해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관련 학과를 25개 신설(350억 원)하고, 일학습병행센터를 10곳 신규 구축(112억 원)했다.
또한 빠르게 변하는 산업구조에 대응해 중소기업을 위한 직업훈련카드를 1억 5000만 개 신설(357억 원)하고, 능력개발주치의가 상주하는 15개 센터도 71억 원을 들여 신규 설치할 계획이다.
올해 1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가 1년 전보다 75만 개 이상 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가운데, 이중 절반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2년 1분기(2월 기준)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는 1974만9000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만2000개 증가했다. 이는 201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일자리가 37만8000개 늘며 전체 일자리 증가분의 50.2%를 차지했다. 늘어난 일자리 2개 중 1개는 고령층 일자리라는 이야기다. 60대 이상 일자리는 보건·사회복지(10만9000개), 제조업(5만4000개), 건설업(5만3000개) 등에서 증가했다.
50대(20만9000개)를 포함하면 1분기 늘어난 일자리 10개 중 약 8개(78.1%)는 50대 이상 중·노년층에 돌아갔다.
이외 20대 이하 7만7000개, 40대 6만9000개, 30대 1만9000개가 뒤따르며 일제히 늘었다. 30대 일자리가 증가한 건 2019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이다.
성별로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29만8000개, 45만4000개씩 일자리가 증가했다. 전체 일자리 대비 비중은 남성이 57.0%, 여성은 43.0%를 차지했다.
산업별로 보면 광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일자리가 모두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보건업, 요양 관련 사업이 확대되면서 보건·사회복지 일자리가 16만1000개 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사회복지 서비스업(11만8000개)과 보건업(4만3000개)에서 모두 증가했다.
16만1000개 중 60대 이상의 일자리가 10만9000개였다. 더불어 정부의 일자리 사업에 크게 영향을 받는 공공행정 일자리는 4만7000개 늘었다. 수치만 봐도 정부의 고령자 직접일자리가 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음식점 및 주점업에서도 5만9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다만 이례적인 고용 호황에도 육상 운송업은 1년 동안 일자리 7000개가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택시 등 여객 운송업이 불황을 맞은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감소 폭은 전 분기(1만1000개)나 전년 동분기(1만8000개)에 비해 다소 둔화됐다.
건설 수주가 늘면서 건설업 일자리도 9만5000개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2만6000개 증가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전문직별 공사업(8만4000개)과 종합건설업(1만1000개) 모두 호조를 보였다. 전문·과학·기술 일자리도 7만 개 증가했다.
일자리 비중(21.4%)이 가장 큰 제조업 일자리도 6만8000개 늘며 4분기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재택근무·원격수업 등 비대면 확산으로 전자통신(2만 개), 기계장비(9000개) 등이 증가했으나 섬유제품(2000개), 의복·모피(1000개) 등은 감소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43만 명 증가하며 둔화세를 이어갔다. 정부의 일자리사업 축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가 8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7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수는 1482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3만 1000명 증가했다. 지난 6월 47만 5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폭이 40만 명대에 그쳤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올해 1월 54만 8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50만 명대를 기록했다. 이어 2월 56만 5000명→3월 55만 7000명→4월 55만 6000명→5월 52만 2000명으로 50만 명대 증가폭을 이어갔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가 주춤한 이유는 직접일자리 축소 및 코로나19 영향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던 업종에서 증가폭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업종에서 가입자 수는 증가했지만, 정부의 일자리사업과 관련된 공공행정은 감소폭이 확대됐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응대와 관련해 직접일자리를 확대했다가 축소했다.
지난달 공공행정 가입자 수는 41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만 2300명 줄었다. 이는 지난 5월 5600명 감소, 6월 2만 7600명 감소 대비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입자가 크게 늘었던 보건업(2만 4000명)과 사회복지업(5만 9600명)은 증가폭이 둔화했다. 여름방학으로 학교 방역인력 활동이 종료되면서 교육서비스업의 증가폭(2만 3800명) 역시 둔해졌다. 택배업 등 운수업(1만 3000명)도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반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숙박업, 음식·음료업은 4만 명이 증가했다. 코로나 일상 회복 및 기저 효과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다른 업종과 비슷하게 둔화 현상이 나타났다.
공공행정부터 숙박음식업까지, 지난달 전체 서비스업 가입자는 1022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1만 8000명 증가에 그쳤다. 지난 6월에는 서비스업 가입자가 36만 명 증가했다.
국내 산업의 중추인 제조업 가입자는 367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7만 9000명 늘었다. 고용부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어려운 여건에도 제조업 생산 증가, 수출 증가세 지속 등에 힘입어 견조한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60세 이상이 20만 7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13만 9000명), 40대(5만 명), 29세 이하(1만 7000명), 30대(1만 6000명) 순으로 나타났다.
공공행정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전년 동월보다 1257억 원 적은 9136억 원을 기록했다. 두 달 연속 1조 원 이하다.
구직급여는 실업자의 구직활동 지원을 위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지난달 신규 신청자는 10만 명, 전체 구직급여 수급자는 61만 3000명으로 각각 7000명, 6만 6000명 줄었다.
한편, 고용부가 매달 발표하는 노동시장 동향은 고용보험 가입자 중 상용직과 임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은 제외된다.
서울시가 민선 8기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중장년의 경제활동 및 사회참여를 지원해온 복지정책실을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한다는 조례 개정이 지난달 11일 입법 예고 후 열흘 만인 21일 통과됐다. 그 과정에서 중장년층의 일자리 사업을 전담하던 인생이모작지원과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는 최근 고령화 속도에 발맞춰 지자체마다 중장년 일자리 사업을 강화하는 것과 비교해, 되레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당시 입법 예고 직후 관련 내용이 화두로 떠오르자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의견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50+는 계속 존재해야 합니다”, “50+는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등 이들 내용의 주된 키워드는 ‘50+’였다. 여기서 시민들이 말하는 50+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50+재단)을 의미한다. 그 이유인즉 인생이모작과가 폐지되는 상황과 더불어 서울시50플러스재단 업무 담당 부서가 평생교육국으로 바뀐다면 노후 준비 및 일자리 관련 사업이 줄고 단순 교육 관련 사업에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의견서를 제출한 시민 윤 모씨는 “전체 시민의 20% 넘는 중장년의 지원 정책은 상담부터 일자리까지 종합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중장년층 50+정책을 평생교육으로 이관하면 인생 이모작지원 사업의 범위가 너무 협소화될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 모씨는 자신을 “50+재단의 인턴십, 보람일자리 등의 활동을 통해 제2커리어를 개척하고 있는 은퇴자”라 언급하며 “예정대로 부서가 이관되면 50플러스센터는 여가나 즐기는 장소로 전락할 것이다. 현장을 무시한 채 사무 행정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50+재단은 이제 서울시 중장년에게 많이 알려지고, 매년 많은 시민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경청해 입법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계에서 인정 받는 모델 홀대 이유는?
2017년 대한민국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그해 서울시와 50+재단이 50+세대(50~64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95%가 ‘서울시의 50+지원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압도적인 결과였다. 해당 보고서에서 손수호 인덕대 교수는 “단순 생계형 일자리 연계가 아닌, 인생재설계, 커리어모색과 같은 프로그램과 더불어 사회적 지원이나 협동조합과 연계하는 정책들이 사회적 기회는 물론 ‘보람’이라는 가치를 제공해 수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라 분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시 50+지원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항목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100세 시대 대비 상담, 교육, 일자리 커뮤니티 등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50+지원시설 확대’(52%)라 답했다. 새로운 일자리 모델 발굴에 대한 의견도 39%로 적지 않았다. 이에 허남철 경기대 초빙교수는 “50+세대에게 중요한 건 다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도전해 나갈 수 있도록 상담, 교육, 일자리, 커뮤니티 지원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 해석한 바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바람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50+재단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인생이모작 프로그램 발굴 및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중장년 취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서울50+인턴십',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 '50+적합일자리' 등 새로운 분야로의 취업을 희망하는 50+세대와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을 연계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은 공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높이 평가 받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꼽은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우수사례'에 '서울50+인턴십',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이 선정되기도 했다.
나아가 OECD ‘공공부문 혁신 우수사례’ 선정, 제2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 최우수상 수상, WHO 서태평양지역 건강한 고령화 혁신사례 선정 등 해외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에 타 지자체 및 기관에서 앞 다퉈 벤치마킹했고, 2015년 ‘서울특별시 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 조례’가 제정된 이후, 서울시 자치구를 포함한 전국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중 68곳이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전국적으로 50+정책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올해 보건복지부는 50플러스재단을 모델로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하도록 노후준비지원법을 지난달 개정했다. 앞으로 서울의 각 자치구도 지역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하는 업무를 시와 협의해야 하는데 정작 시의 담당 부서는 없어지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올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50플러스재단 설립을 6개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고, 50~60대의 노후 설계, 평생교육, 취·창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기존 2곳에서 7곳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초 발표한 ‘서울시 50+세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과정을 겪으면서 노후 설계 지원을 위해 가장 필요한 영역을 묻는 항목에서 1위는 건강관리(75.8점)였고, 2위가 일자리(69.1점)로 나타났다. 감염병 우려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일자리 지원에 대한 수요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요구와 달리 오히려 일자리 지원이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하니 50+ 시민들은 불안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해명에 해명, 이제 해결을 위해 재고할 때
입법 예고 게시판을 비롯해 그 원성이 적지 않았으니, 서울시도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마냥 모르지는 않았던 눈치다. 지난 13일 서울시 기획조정실은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사회참여, 일자리 지원 등의 사무를 그대로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소관 사무의 관할이 변경되는 것이므로 기능 축소는 있을 수 없다”며 “서울시는 평생교육 기능과 연계하여 중장년층 대상의 종합적인 행정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의 표면적인 해명은 여론을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15일 홍국표 의원(도봉구 제2지구, 국민의힘)은 제311회 임시회 본회의 오분발언을 통해 관련 사항을 재점화했다. 홍 의원은 “우리 사회 대다수 중장년층이 노후 준비를 위해 일자리를 계속 필요로 하고, 산업현장에서의 기술과 지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중장년을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지원이 요구된다”며 “서울시는 일찍이 중장년 일자리 전담부서(인생이모작지원과, 50+재단)를 설치했고, 중앙정부토 서울시를 벤치마킹해 작년 12월 ‘노후준비지원법’을 개정해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도록 했다. 중앙정부와의 정책적 공조와 증가하는 중장년층 취업 지원 수요를 고려하면 더욱 지원을 확대해야 하므로 서울시 조직 개편안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서울특별시의회 공식 유튜브채널
박유진 의원(은평구, 더불어민주당)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 의원은 “평생교육국의 현재 조직도를 보면 산하에 교육정책과, 평생교육과, 청소년정책과, 친환경급식과 등이 있다. 누가 봐도 교육에 특화·집중돼 있는 거지, 일자리 창출의 방향성과는 결이 안 맞는다”며 “중장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어려운 일을 지금까지 묵묵히 해 온 조직에게 더 큰 기회와 열정을 북돋아 줄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이지, 결이 비슷하다고 해서 조직통폐합이라는 미명으로 날려벌일 일이 아니라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지 전임 시장의 공들인 치적이라 해서 과감히 날려도 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생이모작으로 대표됐던 중장년층 취업이나 일자리 창출에 대해 평생교육국이 그만한 역량과 기회를 만들 준비를 갖췄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더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능이 비슷하거나 중복된 투자출연기관 최소 3~4개는 통합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시 투자출연기관 26곳 중 50+재단, 평생교육진흥원, 공공보건의료재단, 기술연구원 등이 주요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에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조합 협의회는 일방 통행식 구조조정 정책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조직 진단과 연구 용역 등을 종합해보면 시민과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와 소통은 없고 오로지 전시성, 홍보성, 경마식 태도 일색이다.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공공 서비스보다 이윤 추구'라는 정책 방향은 시민을 위한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인력재배치는 사업 신설, 축소, 폐지 등 재구조화에 따라 2023년 예산편성과 연계되는 사항으로, 약자와의 동행 등 서울시민을 위한 시정철학이행을 위해 필수적 조치”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과 관계자는 조직 개편과 관련한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업무 축소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닌, 단순 부서 이관이다"라며 "과거 인문학, 교양 위주의 평생교육과 달리, 전직 교육이나 커리어 탐색 등 일자리와 연계된 교육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본다. 담당자들 또한 부서 이동만 있을 뿐 기존의 업무를 이행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일련의 행보에 자칫 50+세대가 약자로서 뒤처지진 않을지, 과연 평생교육국은 50+세대와 동행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ICT, AI, IoT, 로봇 및 자율주행 기술이 불러온 4차 산업혁명은 애그리테크(Agritech)에도 혁명의 바람을 일으켰다. 오랜 농사 경험을 빅데이터로 순식간에 얻고, 청년들의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신하며, 악천후에 직관적 판단은 AI가 내리는 등 초보 농부가 단숨에 베테랑 농부를 따라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농업 첨단기술은 농사의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자칫 귀촌이 노후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중장년에게 큰 조력자 역할을 한다.
◇ 인공지능 스마트 관개 시스템
초보 농부의 난관 중 하나는 논밭에 물 대기다. 대부분의 관개(灌漑) 작업은 정확한 데이터보다 농부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 기술을 세계 최초로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이 개발했다. 바로 ‘작물 수분 스트레스 진단 및 AI 기반 적정 수분 공급 기술’이다. ‘인공지능 스마트 관개 시스템’은 작물 재배 환경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시기에 적정량의 물을 공급해 작물의 생육을 촉진, 수확량 및 품질을 향상시킨다. 아울러 작물의 생체반응, 즉 엽온(葉溫)을 측정·분석해 스트레스까지 진단한다. 해당 시스템을 사과, 복숭아 재배에 적용했을 때 수확량(18~34%) 및 품질(8~64%) 향상, 물 사용량(25~31%) 및 물 관리 시간(95%) 절감 효과를 보였다.
◇ 농장 단위 맞춤형 기상·재해 예측 경보 서비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농업 분야의 기상·재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농진청에서는 농장 단위의 상세한 기상·재해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해 사전 알림 서비스를 시행한다. 이는 위치 기반 서비스 응용 사례 가운데 농업-기상-ICT 융합 실용화의 첫 사례다. 일반적인 기상청 예보의 경우 읍면 규모(5×5㎢)지만 농진청 농장 예보는 개별 농장(30×30㎡) 규모로 더욱 정밀하다. 해당 서비스는 기상 요소(기온, 강수량 등 11종), 농장 재해(가뭄, 저온해 등 15종) 정보 및 작물 30종(사과, 배 등)에 대한 생육 단계별 맞춤형 대책(사전·즉시·사후)을 알려준다. 2019년 기준 섬진강 수계의 24개 시·군을 대상으로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원하는 1만 549개 농가(1만 7624필지)를 대상으로 실시 중이다.
◇ 지능형 자율주행 무인 방제 로봇
농업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과 작업 편의성을 향상하려면 농작업의 자동화 및 로봇화가 필수다. 이에 과일나무의 형상을 인식해 과수에만 농약 살포가 가능한 지능형 방제 시스템과 자율주행 플랫폼을 융합해 과원용 방제 로봇을 개발했다. GPS 및 라이다(LiDAR, 레이저 펄스를 이용해 물체의 거리를 측정하고 이미지화하는 기술) 기반 자율주행 기술로 제초 작업, 병해충 방제, 수확을 대신하는 농업 로봇이다. 고역 작업인 농약 살포에 로봇을 활용함으로써 인력 대체 실현이 가능할뿐더러, 농약 사용 30% 절감 및 비용 절약 이점이 생긴다. 방제 로봇의 경우 지난해 현장 접목 연구를 통해 올해 시범 보급사업 및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와 더불어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는 디지털 사과 과수원 연구를 진행, 무인 자동 약제 살포 장치와 가지치기·꽃따기 기계에 대한 실증을 마쳤다. 기존 고속 분무기로 1㏊를 방제하려면 평균 3~4시간 걸리지만, 무인 자동 약제 살포 장치로는 20∼30분 만에 전면 방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으로도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 가지치기, 꽃따기, 잎 솎기 등 수작업으로 해오던 일도 이 기계를 이용하면 1㏊ 기준 300~500시간 이상 걸리던 작업을 8시간 만에 마칠 수 있다.
◇ 화분 매개용 디지털 벌통
지난해부터 이상기후로 인해 야생 화분 매개자(Pollinator)가 대거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채류의 67%가량은 꿀벌, 뒤영벌 등 화분 매개용 벌에 의존하는 형편이라 그 심각성이 커졌다. 이에 IoT 기술을 적용한 ‘화분 매개용 디지털 벌통’을 개발해냈다. 디지털 벌통은 벌통 내부의 온도, 습도, 탄산가스 농도를 모니터링해 자동으로 최적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벌통 입구에 이미지 프로세싱 및 딥러닝 기술을 접목한 카메라와 디지털 센서로 벌의 크기, 형태, 색깔을 학습시켜 실시간으로 벌의 활동량 측정·관리가 가능하다. 벌의 활동량이 떨어지거나 움직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농가에서 바로 건강한 벌로 교체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 대비 화분 매개 활동량을 2.3배, 작물 수정률을 1.2배 끌어올렸다.
최근 농촌 고령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노동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이 벌집에서 나갈 때 꽃가루를 자동으로 묻혀 나가는 ‘자동 꽃가루 부착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벌의 주광성과 정전기 힘을 이용한 것인데, 부착기를 설치한 벌통에 수정용 꽃가루를 넣기만 하면 된다. 벌이 사람 대신 직접 수분 작업을 해내며 노동력이 감소된다. 키위 농가의 경우 노동 비용은 70% 줄었고 생산량은 20% 이상 오르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 모바일 다목적 스마트 영상 물꼬
논에 물을 넣고 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기에, 고령의 초보 농부가 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논물 수위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물꼬를 여닫을 수 있는 스마트 영상 물꼬 시스템이 개발됐다. 스마트 영상 물꼬는 PTZ 카메라(Pan Tilt Zoom, 원격 회전, 줌 조정이 가능한 카메라) 및 수위 센서를 이용해 논물 양을 실시간으로 촬영, 분석한다. 농부는 논에 직접 가지 않고도 모바일 앱과 웹을 통해 물 조절뿐만 아니라 생육 및 수로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기록도 남아 빅데이터나 AI 모델에 적용하면 스마트한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저탄소 물 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확산돼 온실가스 감축 사업 지역 중 고양시 등 9개 지역에 영상 물꼬 설치·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 스마트 트랩 병해충 예찰 진단 시스템
해충 번식으로 인한 작물 피해가 속출하며, ICT 기반 병해충 예찰 무인 자동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온실에 발생한 해충을 유인하고 관련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확인하는 스마트 트랩(지능형 덫)이 전국에 보급됐다. 지난 5월 농진청은 경남 함안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에서 ‘스마트 트랩을 이용한 해충 자동 예찰 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스마트 트랩은 성 페로몬 및 LED(385㎚) 발광으로 해충을 유인, 이미지 분석 기술을 사용해 온실 내 병해충 방제 정보를 제공한다. 딥러닝을 활용한 나방류 이미지 분석 결과 및 스마트 온실 내 온·습도 진단, 방제 기술 정보 등을 모바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실시간으로 해충 진단 정보를 받아 빠르고 효과적으로 방제 여부를 결정, 해충으로 인한 작물 피해 최소화에 기여한다.
◇ AI 기반 농산물 시세 및 경락 정보 서비스
농식품 스타트업 ‘록야’는 AI 기반 농산물 시세 예측 시스템 ‘테란’(TERRAN), 작물별 생육 정보 분석·의사결정 서비스 ‘잘키움’, 노지 작물 재해 기상 정보 제공 서비스 ‘FWRM’ 등 신기술을 접목한 농사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빅데이터와 AI 전문가들이 공들여 만든 ‘테란’의 경우 농산물 가격 변동을 다각도로 분석해 표준화된 농산물 가격 정보를 내놓는다. 강원도의 경우 지자체 최초로 ‘테란’을 도입해 농산물 수급 및 출하 등 정책 수립에 활용할 방침이다.
권민수 록야 공동대표는 “귀촌 후 농사 초반에는 재배도 어렵지만, 애써 키운 농작물을 판매·유통하는 과정도 난항을 겪는다. 수요자에게 저렴하면서도 이윤이 남는 적정선이 얼마일지, 또 그 가격이 한 달 뒤에도 유효할지 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가격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분석해 생산자가 적합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디지털 농업 기술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권 대표는 주식 시장처럼 AI를 기반으로 농산물 시장의 가격을 표준화하고 농산물의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KAPI 지수’를 개발했다. 그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주 고객이지만, 일반 농업 생산자를 위한 보급형 앱 ‘테란 라이트’를 3개월에 6000원 선으로 저렴하게 내놓았다. 작물의 경락 정보를 분석한 AI 뉴스 및 경락 가격 그래프, 전문가 리포트 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초보 농사꾼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및 일러스트=농촌진흥청 제공]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50만 명대에서 40만 명대로 떨어졌다. 코로나19로 확대됐던 정부일자리사업이 축소되면서 공공행정 분야 가입자가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2년 6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1480만 8000명으로 지난해 6월보다 47만 5000명(3.3%) 늘어났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2월에 전년 대비 56만 5000명 늘었다. 3월에는 55만 7000명, 4월에는 55만 6000명, 5월에는 52만 2000명이 각각 증가했다. 6월에 처음으로 40만 명대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악화된 경기상황이 반영됐다기보다는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확대했던 정부일자리사업이 축소되면서 공공행정 분야 가입자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코로나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1021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5만 9000명 증가했다. 코로나로 타격을 크게 입었던 숙박·음식업은 거리두기 해제와 일상회복의 영향을 받아 가입자가 4만 1000명 늘었다.
다만 공공행정 가입자는 41만 명으로 지난해 6월보다 2만 8000명 줄었다.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으며, 감소 폭도 5월(-5600명)에 비해 커졌다.
육상운송업 가입자는 1년 전보다 3500명이 줄어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화물자동차업(2400명)과 택배업(1000명)은 늘고 있지만, 택시업(-5200명)에서 감소한 탓이다.
항공운송업 가입자도 전년 동기 대비 700명 줄었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국제선 운항 규모가 크게 축소된 상황이 반영됐다.
지난달 제조업 가입자는 367만 명으로 지난해 6월보다 8만 1천 명 늘어났다. 지난해 1월 이후 18개월째 증가 추세로, 8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째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모든 연령대에서 지난해 6월보다 증가했다. 60세 이상이 21만 5000명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어 50대(15만 명), 40대(5만9000명), 29세 이하(3만 명), 30대(2만1000명) 순이었다.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이 회복되면서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은 두 달 만에 다시 1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고용노동부가 매달 중순 발표하는 노동시장 동향은 고용보험 가입자 중 상용직과 임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며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은 제외된다.
서울시가 노숙인지원주택 38호를 추가 공급해 노숙인의 지역 사회 복귀를 돕는다. 해당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선언한 ‘약자와의 동행’ 정책의 일환이다.
서울시 노숙인지원주택은 정신 질환 및 알코올 의존으로 독립에 어려움을 겪는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이다.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입주 및 상담 △주택 시설 관리 △공과금 및 임대료 연체 관리 등 주거 유지 △입주자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사회복지서비스 △건강관리 △취업 상담 및 재정 자립 지원 △지역사회 커뮤니티 연계 등을 돕는다.
노숙인지원주택의 주거 유형은 세대 당 전용면적 15~30㎡ 내외의 원룸형 연립 주택으로, 입주 보증금 300만 원에 임대료는 월 10~30만 원 수준이다. 입주 기간은 2년마다 갱신해 최대 20년까지 계약할 수 있다.
서울시는 초기 입주 보증금이 부족한 노숙인들이 금전적 어려움 때문에 입주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이랜드 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원주택 입주 보증금 호당 300만 원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입주 신청 자격은 월 평균 소득이 2021년 도시 근로자 월 평균 소득의 50%(월 224만 8479원) 이하이면서 정신 질환 또는 알코올 의존증을 보유한 무주택 1인 가구 노숙인이다. 시설의 서비스 이용 관리 기록이 없는 노숙인도 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추천을 받아 신청이 가능하다. 올 하반기 노숙인지원주택 모집 공고는 11월에 있을 계획이다. 신청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자활지원과 또는 SH공사매입주택공급부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관련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오세훈 표 복지 모델을 실현할 ‘약자와의 동행 추진단’을 시장 직속 정규 조직으로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민선 8기 서울시정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입법 예고를 거쳐 14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약자와의 동행 추진단’은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대상별 지원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신규 사업 발굴 및 각 실·본부·국에 흩어져있는 기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럴 수 있다”며 보듬는 대신 “이것도 못 하냐”며 조롱한다. 참고 넘기는 대신 악착같이 달려들어 비난한다. 이때 당장 치미는 모멸감을 가라앉히기란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쟁터나 다름없이 변해버린 사회에서 갈등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왜 진상 손님 중에 노인이 많은가?”
이근후 이화여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소 뼈아픈 질문을 던졌다. 성찰할 시간을 준 뒤 “청년, 중년, 노년 중 가장 예의 있는 세대는 노년층”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예의’는 유교 사상에 입각한 예의에 한한다. 이 명예교수는 “각 세대별로 예의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노년층이 유교 사상을 가장 잘 갖추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웃어른에게 허리를 숙이는 인사가, 손주 세대에서는 가벼운 목례가 자연스러운 상황을 예시로 든다. 이들이 예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방식이 달라졌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 이근후 명예교수는 “방식은 세월이 지나고 사회가 바뀜에 따라 같이 변화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가치는 같다”고 덧붙인다.
그러니 노인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갖도록 하고, 젊은 사람을 대할 때 가르치려 하기보다 경청하라”고 조언한다. 과거의 방식은 내려놓고 가치의 원천, 본질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명예교수 역시 손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세대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빌려다 글을 적는다. 덕분에 젊은 사람들도 노인의 말을 기꺼이 읽는다. 그가 바로 배우려는 자세만 가져도 훨씬 수월하다는 주장의 산증인이다.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라면? 언젠가는 나 역시 노인이 될 것임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역지사지의 태도를 장착하고 ‘나는 저런 노인처럼 늙어야지’ 같은 목표를 세워보자. 결국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마음가짐이다.
허상의 ‘세대’를 경계하라
목적 다분한 세대 담론을 경계할 필요도 있다. 신간 ‘그런 세대는 없다’를 발간한 신진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의 세대 담론이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일 이어지는 보도만 보면 우리나라의 모든 청년은 무조건적인 희생자로, 오도 가도 못 하는 곤경에 빠진 것만 같다. 하지만 저소득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청년도 있다. 곤경을 겪는 청년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기득권 청년 역시 존재한다.
중장년도 마찬가지다. 기득권 화이트칼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화이트칼라 직업군은 20~40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를 비롯한 각종 통계를 보더라도 50대나 60대 이상 노동자는 생산직·단순노무직이나 서비스·판매직에 주로 몰려 있다.
오늘날의 세대 담론은 당연한 사실을 부정한다. 한 세대에 속한 모든 사람이 동일한 성격을 가질 수 없고, 세대는 단일한 거대 주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세대 담론은 ‘기득권인 중장년층에게 희생당하는 청년’이라는 자극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세대 간 불평등을 도드라지게 한다. 진정으로 주시해야 할 문제를 보지 못하도록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세대가 아닌 계층 간 불평등만 공고히 할 뿐이다.
신진욱 교수는 “우리는 각 세대의 고통의 경중을 저울질하면서 청년들이 더 아픈지, 노인들이 더 아픈지 따지는 세대와 세대 비교하기를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세대를 특별한 동질적 집단으로 형상화하는 오늘날의 세대 담론은 아주 정치적이며 상업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수준 떨어져 대화 못 하겠다”고?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의 개념을 통해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을 설명할 수도 있다.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의 저자 김성우 응용언어학자와 엄기호 사회학자는 관계와 맥락을 파악하는 리터러시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십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강력하게 작동해온 능력주의는 왜곡된 모습의 리터러시로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에서 “너는 리터러시가 부족해 나와 대화할 수준이 안 된다”라며 상대를 비난하고, “너는 글도 못 읽는 사람”이라고 낙인찍는 일이 흔해졌다. 김성우 작가는 ‘나는 당신보다 리터러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므로, 당신을 무시하는 건 공정한 일이다’는 생각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상호성’을 중시하는 리터러시다. ‘네가 말을 못 한다, 네가 글을 못 쓴다’가 아니라, ‘내가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가 될 때 비로소 상호적이고 서로를 성찰하게 만들어준다. 이는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게 하고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게 만든다. 김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러한 태도가 노인 혐오를 풀어나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리터러시는 칼 휘두르는 권력이나 과시를 위한 바벨탑이 아니다. 서로의 생각과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때 극단적인 갈등, 혐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소통이 강조되지만 사실 경청과 협상보다 자기 의견 표현에 방점을 찍는 요즘이다. 하지만 올바른 리터러시의 미덕은 ‘상대의 이견이나 반론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에 있다. 김 작가는 “엄기호 선생이 강조하는 ‘리터러시란 응답할 줄 아는 역량이다’라는 정의에 주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좋은 리터러시를 가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작가는 장편소설이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비롯해 긴 호흡의 글이나 콘텐츠를 접하며 인물과 시대, 그들의 관계, 그것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읽어내려 노력할 것을 권한다. 공공도서관, 동네 서점 같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자주 찾아도 좋다. ‘좋은 대화’를 쉽고 빠르게 효율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조바심 또한 버려야 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발전하기 전에도 소통은 쉽지 않았고, 애당초 쉬운 소통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좋은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진다. 속도와 감정을 고려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면 된다. 특히 소셜미디어나 기타 플랫폼의 댓글로 소통할 때는 즉각적으로 답하기보다 상대의 글을 면밀히 읽고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며 답글을 써야 한다. 삶 속에서 좋은 리터러시를 실천하는 일과 감정을 적절히 제어하는 일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상대와의 대화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어느 누구와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어렵지만, 새로운 유대를 싹틔워야 할 때다.
[TIP]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고 소중한 리터러시
리터러시가 가장 필요한 영역은 매일 겪는 일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적 상호작용의 대부분은 말글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 김성우 작가가 추려낸 몇 가지 ‘일상의 실천’은 다음과 같다.
헤드라인만 보고 반응하지 않는 법
적지 않은 기사가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사용한다. 따라서 헤드라인만 보고 무언가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헤드라인만 보고 판단할 경우 해당 이슈를 오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기사를 모두 읽고 전체 내용을 판단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친하거나 유명한 사람이 공유했다고 해서 무조건 신뢰하기보다는, 기사를 정독하고 다각적으로 생각해보고 관련 기사를 검색해 이슈의 흐름을 잡아나가는 것이 올바른 리터러시를 실천하는 시민의 자세다.
우아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법
인터넷에서 산 제품을 반품하기 위해 상담원과 대화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제품의 하자가 발견된 경우 욱하는 마음에 감정적이고 비하하는 어휘를 사용해 항의하기 쉽다. 그러나 제품의 문제를 설명하고, 그 결과 자신의 계획에 어떤 차질이 생겼는지,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황에 이르렀는지 담담하게 이야기해보자. 중요한 건 감정 표출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고, 이를 위해서는 차분한 대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아재개그의 유혹 참아내는 법
많은 사람들이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재개그’의 남발은 도리어 화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자신에게 재미있는 말장난이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직급이 높고 나아가 많을 수록 더욱 유념해야 한다. 상사나 연장자의 유머는 ‘웃어달라’는 암묵적인 요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쾌하고 적절하게 말하는 능력만큼이나 침묵을 지켜야 할 때를 아는 것이 리터러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시쳇말로 ‘유머를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침묵을 택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