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여행길에 오른 우리는 항상 또 다른 여행을 꿈꾼다. ‘한 번쯤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나를 환기해줄 수 있는 새로운 환경에 호기심이 향한다. 그러나 무작정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탔다간 상상과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진정한 제주를 느끼고, 다시 일상을 버틸 인내를 얻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생활 관광의 형태인 ‘한달살기’는 낯선 지역에서 먹거리, 볼거리를 즐기고 현지인과 교류하는 기회를 가지며 그 장소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환상의 섬이라 불리는 제주도는 국내에서 한달살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중장년층에게 주목받고 있다. 언어가 달라 버벅거릴 일도 없고, 갑자기 생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돼서다. 해변의 반짝이는 몽돌들, 아기자기하게 이어진 돌담, 솟아오른 야자나무 등 천혜의 자연이 펼쳐져 있어 해외에 온 것 같은 기분은 덤이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한 쉼
51세 이정은 씨는 지난 5월, 큰딸의 권유로 제주 애월읍에서 한달살기를 시작했다. 젊은 시절부터 부산에서 자녀 셋을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자신의 삶은 없어지고 아이들의 엄마, 직장인이라는 자격만 남아 있었다. “어느 날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정말 잘 모르겠더라고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죠. 남편,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지금 바로 읊을 수 있어요. 내가 아니라 타인 속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주도에 도착한 순간, 머리 아픈 일상과 복잡한 감정들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마음이 안정되니 풀 한 포기, 흙 한 줌이 생생하게 느껴져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 셈이죠.”
단박에 떠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말 내가 집에 없어도 될까?’ 싶은 마음에서다. 그러나 오히려 자녀들도 서로를 살피고 집안일을 분담하며 책임감을 가질 기회가 됐다. 그때야 이 씨는 모든 게 혼자만의 집착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불안하기도 해요. 그래서 제주 정도의 위치가 좋아요. 떠나온 느낌은 나지만 정말 급한 일이 있다면 육지로 다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해외는 당장 돌아오려 해도 밟아야 할 절차가 있잖아요.”
그의 제주살이는 한 달짜리지만, 이 시간을 촘촘히 보낸 덕에 앞으로의 일상을 위한 원동력이 생겼다. “제 나이가 되면 내려놓을 용기가 필요해요. 직업, 가족, 인간관계 등 이제껏 일궈놓은 일들이 다 자존심과 직결되는데, 은퇴하면 한 번에 뚝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제주에 와서 내려가기 위한 계단을 하나씩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다치지 않게요.”
새로운 친구와 함께하는 취미
제주도는 골퍼들에게도 사랑받는 지역이다. 골프장 주변으로 펼쳐진 오름과 손에 닿을 듯한 한라산이 안온하기 그지없다. 57세 한효진 씨 역시 골프를 즐기기 위해 제주로 한달살기를 왔다. 골프는 혼자 즐기기엔 한계가 있는지라 제주를 방문한 골퍼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했다.
“골프장 동행을 구하는 글이 올라오면 댓글이 엄청 빨리 달려요. 아무래도 골프는 비슷한 실력을 갖춘 또래와 제일 편하게 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올라온 글을 보고 저랑 맞겠다 싶으면 연락하죠. 덕분에 공감대가 잘 맞아서 즐거워요. 한 게임 즐기고 점심도 같이 먹으면서 새로운 사람들이랑 교류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여가 시간에는 가까운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 카페에 들어가 차 한잔 마시며 공상에 잠긴다. “혼자 오름을 오르다가 다른 사람들과 한두 마디 나누거나, 조용히 비자림을 걸으며 나무 향을 맡는 일은 마음에 안정을 줘요. 해외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는데, 제주는 아무래도 국내라 다시 오면 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먹게 돼요.”
환상만 품었다간, ‘글쎄’
제주도에서 항상 환상적인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유명인들의 제주 생활이 세간에 아름답게 비춰지다 보니 제주 생활 자체가 인생 후반부의 로망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만일 한달살기, 더 나아가 제주로의 이주를 단순히 불편하고 벗어나고픈 과거로부터의 탈피라고만 생각한다면 해피 엔딩은 장담할 수 없다.
제주도는 섬이기 때문에 마트, 학교, 학원, 편의시설이 모두 제주 도심에 몰려 있다. 특히 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병원을 찾기 힘들다. 큰 사고가 나거나 병에 걸렸을 때 의료 혜택을 이용하려면 50분 이상 이동해야 한다. 따라서 멋진 자연환경만 생각하고 너무 외진 곳으로 들어가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불편한 대중교통, 비싼 난방비, 추가로 붙는 택배비 등도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반복되면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제주도는 분명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장소임은 틀림없다. 제주에 살아보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현실을 보고 그에 맞는 생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단점을 감내하는 만큼 그 속살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장성식, 박영순 부부의 제주 한달살기 tip
장성식(55), 박영순(54) 부부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초밥집을 26년째 운영하고 있다. 자영업 특성상 쉬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마음은 지쳐가고, 체력은 바닥이 났다.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느낄 즈음, 우연히 인터넷에서 한달살기를 알게 됐다. 평소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편인 데다 나이가 들고 자녀들이 독립하면 도시에 사는 게 맞는지 고민을 많이 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연고도 없는 제주에 무작정 이주하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기에 일단 한 달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계획 과정에서 가장 고심했던 요소는 단연 ‘숙소’다. 구체적으로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가, 숙소 호스트와의 소통은 원활한가 등을 고려해 서귀포의 ‘아라민박’에 자리 잡았다. 부부는 한달살기를 하면서 어떤 것을 느꼈을까?
성향에 맞는 숙소 찾기는 필수
“사람마다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이 다르고, 지내고 싶어 하는 숙소가 달라요. 저희 부부는 제주 이주를 고려하고 있어서 실제로 제주에 살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었어요. 또 현지 분들만 알고 계신 좋은 장소나 식당도 공유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죠.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숙소를 정해서인지 운명처럼 다정한 분들을 만났어요. 사장님이 여행 관련 정보를 많이 알고 계셔서 그것만 참고해도 한 달이 훌쩍 가버릴 것 같네요.”
‘무조건 관광’의 한계
“유명한 관광지를 쫓아다니기엔 한계가 있어요. 그런 곳은 사람도 많은 데다 입장료도 꽤 비싸죠. 그건 저희가 원하는 온전한 쉼이 아니기도 하고요. 부부끼리 왔지만, 한 달이 짧은 시간은 아니다 보니 처음엔 즐겁게 지내도 갈수록 무료해질지도 모르죠.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충분히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어렵게 낸 시간인데, 의미 없이 흘러간다면 슬프잖아요.”
배차 시간이 긴 대중교통
“서울은 보통 10분 내로 대중교통을 탈 수 있어요. 오히려 자가용이 불편할 때도 있죠. 하지만 제주는 달라요. 자가용이 없으면 바로바로 이동이 힘들고, 대중교통은 항상 시간을 맞춰야 해요. 중간에 환승하게 되면 더 복잡해지죠. 그래서인지 요즘은 자차 탁송도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부담스러운 식비
“한 달 동안 매일 밥을 사 먹을 수는 없잖아요. 제주도 물가가 만만찮으니까요. 저희는 준비해둔 각종 식재료로 해 먹는 경우가 많아요. 조미료는 숙소에 구비돼 있는지 확인해보고, 소분해서 챙겨오는 게 좋아요. 하루 식비를 일정 금액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죠. 게다가 도심에서 벗어날수록 식당이 빨리 문을 닫기 때문에 일정을 잘 조율해야 해요.”
삶의 허무를 피할 길이 있으랴. 유한한 시간 속에서 허둥대다 종착역에선 결국 땅에 묻혀 한 줌 거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타성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바보짓의 최고봉일 테다.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전경(58, ‘583양조장’ 대표)은 타성에 젖어 시들어가는 자신의 내부를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귀농을 결행했다. 귀농으로 자신을 건져 올리고 싶어서였다. 밥은 무엇으로 벌고?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따개비처럼 지겹게 들러붙는 게 밥벌이 문제인데, 그는 이걸 술로 풀기로 했다.
전경에겐 술을 밤새도록 마시는 버릇이 있다. 가령 약간 요상한 주류협회가 있어 두주불사를 취미로 삼은 그의 공로를 인정, 금일봉이라도 화끈하게 보내준다면 얼마나 재미있으랴. 그러나 이런 식의 해프닝은 당최 벌어지지 않으며, 삶이란 그런 점에서도 무료하다. 여하튼 그는 술로 생계 문제를 풀기로 했다. 수제 맥주 양조장을 차린 것이다.
귀농 이전에 전경은 각지를 돌아다니며 몸과 마음을 둘 지역을 물색했다. 결국 이곳 전북 장수군 장계면의 오지마을을 찾아내고 쾌재를 불렀단다. 제2의 고향으로 삼기에 아무런 손색이 없는 환경이어서. 장수군은 무엇보다 산 좋고 물 좋은 걸로 한가락 하는 곳이니 말이다. 2016년에 귀농한 그는 한동안 귀농학교에 다니며 농촌과 농업의 물정부터 익혔다. 막연하나마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두었던 맥주 양조의 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다.
일단 지역 여건은 수제 맥주를 만들기에 적격이라 봤다. 물은 맥주의 품질을 좌우하는 기본 요소의 하나. 그런데 이 마을의 물은 그지없이 맑디맑은 게 아닌가. 그러나 태생적 순결을 그대로 보유한 좋은 물로 좋은 맥주를 만들지라도 판매엔 그지없이 불리한 환경이다. 수제 맥주를 맛보기 위해 첩첩산중 오지까지 찾아올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나? 보이느니 산이요, 들리느니 새소리뿐이다. 물방개처럼 나대는 차량으로 홍수를 이룬 도시와 영 달라 네 바퀴 달린 물건을 좀체 보기조차 어려운 산골이다.
그럼에도 맥주 판매는 물론 피자며 파스타 등을 파는 펍(Pup)까지 보태 사업에 열을 낸다. 아마도 그는 암암리에 돈키호테의 피 한 방울을 받았거나, 세상 어느 상점에서 사온 것인지 모를 모험심에 충만한 사람?
“이곳은 무슨 대단한 관광지가 인근에 형성되지도 않았고, 재미있는 이벤트가 펼쳐지는 지역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장사가 될 위치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여건의 단점을 장점으로 살릴 수 있다고 봤다. 온전한 자연 풍경이 있는 ‘깡촌’의 수제 맥주 양조장! 이게 콘셉트다. 국내 최고 오지에 있는 아주 작은 맥주 양조장이지만 기죽을 것 없다. 주말이면 손님들이 꽤 많이 찾아오니까.”
전경이 사업장으로 쓰는 건물은 제법 근사하다. 원래 마을의 구판장과 농산물 가공 공장 용도로 지어졌으나 10여 년간 빈 채로 방치된 걸 사들여 리뉴얼했다. 이런 종류의 농촌 건물 매입에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자금이 덜 들고, 이미 인허가가 나 속임수에 당할 여지가 적다는 것. 그는 반년에 걸쳐 건물 청소를 한 뒤 내장과 외장 작업을 했다. 가급적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 건물의 절반은 양조 공장, 절반은 식당 공간이다.
수제 맥주와 인생은 닮았다
전경이 영업을 개시한 이래 전력을 다해온 건 당연하게도 수제 맥주의 품질 부문이다. 맥주는 발효 방식에 따라 라거(Lager)와 에일(Ale)로 나뉜다. 라거를 마시면 탄산 성분이 많아 시원한 맛을 내기 때문에 목으로 술을 털어 부은 뒤엔 캬! 소리가 난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카스나 하이트 등 대중에게 익숙한 기성 맥주들이 라거다. 에일은 수제 맥주의 다른 이름이다. 라거와 달리 향이 좋은 대신 좀 쓰고 묵직한 맛이 난다. 독창성과 장인정신으로 승부하는 게 수제 맥주의 특징이다. 전경이 생각하기에 라거 맥주가 온실에서 핀 꽃이라면, 수제 맥주는 야생화다.
“발효 기법을 수단으로 삼아 빚어내는 수제 맥주의 매력에는 인생과 비슷한 게 있다. 무엇인가 예측할 수 없는 변수에 따라 술맛이 달라지기 때문이지. 이건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대량 생산되는 일반 맥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계절에 따라, 일기에 따라 전부 다 다른 맛이 나온다.”
수제 맥주 양조 경력이 6년이다. 이쯤이면 노련한 기술을 습득했겠다.
“짧은 경력에 불과하다. 나와 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수제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확실한 개성을 드러내는 나만의 인생맥주를 추구하지만 아직 멀었다.”
연주자는 연주를 하며 곧잘 몰아지경을 느낀다고 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 때에도 희열이 있겠지?
“원하는 맛이 나올 때면 매우 기쁘다. 이럴 때를 나는 ‘별처럼 빛나는 순간’이라 부른다. 아하, 바로 이 맛이야! 그렇게 환호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초기에 지역 사람들에게 맛을 보여줬더니 쓰다고 하더라. 좋은 향에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다. 수제 맥주를 처음 경험하는 이들은 대체로 강한 인상을 받는 것 같다. 기성 맥주와 달리 살균 처리와 필터링을 하지 않는 수제 맥주의 거칠면서 묵직한 맛에.”
영업이익에 만족하는가?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오지만 욕심을 부리진 않는다. 사실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그러나 다행히 첫해부터 적자를 보진 않았다. 현재까지 그저 현상 유지를 하는 수준인데, 이 정도로도 만족스럽다. 수익이야 대단한 게 아닐망정,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나? 게다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라 금상첨화다. 때로 내가 지금 매우 사치스러운 취미 생활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인생맥주 만드는 게 인생의 목표
지도를 펼치고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가 드디어 하나의 신세계를 발견했나? 그는 만족스럽단다. 비즈니스의 성장과 확산보다 더 소중한 삶의 정서적 수준을 돋우었으니 불만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그는 이미 인생의 아름다운 열매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연극의 1막에서 총알을 장전했다면 3막쯤에선 총을 쏴야 한다. 이왕 사업을 시작했으니 손익분기점을 넘어 상승 그래프를 그린다고 해서 만족도가 낮아질 리 없다. 과욕과 과속은 부질없지만 지체와 안주도 따분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사업의 유지만으로도 흐뭇하다는 그는 현실이 부과하는 족쇄를 모르는 자유로운 영혼일까?
소박한 생활에 자족하는 데에도 내공이 필요하다. 숨찬 질주의 의무를 면제받은 인생은 드문 법이고.
“사실 나 역시 정말 죽어라고 달려왔다. 무슨 힐링을 목적으로 대충 산 게 아니다. 귀농해서 먹고살기가 실로 만만한 일이 아니더라. 귀농 10년도 채우지 못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낯간지럽지만, 치열하게 살지 않고서는 지속이 가능하지 않은 게 시골 생활이다. 난 귀농 6년 차에 이른 지금에서야 조금 자리매김했을 뿐이다.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는 초석을 다진 것만 해도 어딘가? 따라서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채울 만큼 채우고도 더 채우고 싶은 게 인간의 속성인데?
“욕심을 내려놓을수록 좋은 삶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지니고 산다. 귀농 생활을 어느 정도 하고 보니 가급적 많이 내려놓는 게 이상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지더군. 세상사 뭐든 녹록지 않지만 충분히 내려놓을 경우엔 문제가 달라진다고 본다.”
어떤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나?
“귀농에 대한 지나친 기대, 요행을 바라는 마음, 정책지원금에 관한 욕심 등 내려놓을 게 한둘이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어긋나기 쉬운 게 인생이지만 그마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긋나는 사이에 비로소 내려놓게 되는 것들도 있으니까.”
땀 흘린 만큼의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한 게 시골 생활이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한 귀농 모델이 되기 위해 내달린다. 그 과정에서 삶의 질은 점점 저하된다. 이게 귀농의 경우뿐이던가? 거의 모든 삶이 그렇다. 다들 혈관을 흐르는 아드레날린을 에너지 삼아 성난 말처럼 질주한다. 전경은 이러한 풍속에 제동이 걸려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느 딸기 농가에서 월평균 100만 원쯤의 순소득을 올린다 치자. 그쯤이면 시골에서 허리띠 졸라매고 소박하게 먹고살기에 크게 부족할 게 없다. 도시보다 한결 적은 지출로도 무난한 게 시골 생활이니까. 그러나 딸기 농가는 더 많이 벌기 위해 육체를 혹사시키며 사력을 다한다. 이렇게 되면 삶이 꼬인다. 만족은 점점 멀어지고, 몸은 물론 정신까지 피폐해질 수 있는 거다. 이런 삶이 과연 좋은 걸까? 그런 방식으로 행복을 붙잡을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떨 때 행복을 느끼지?
“눈 뜬 아침부터 사방으로 들어오는 초록빛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지 형언하기 어렵다. 살아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텃밭에서 딴 한 해의 첫 상추나 첫 고추를 먹을 때도 벅찬 행복감을 맛본다. 그 첫 상추나 고추가 주는 감동과 닮은 즐거움을 잘 만든 맥주를 통해 고객에게 선사하고 싶다는 게 나의 지향점이고.”
행복의 한 치 뒤에선 또다시 고난이 따라붙기 십상인 게 생활이다. 귀농 이후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떤 점인가?
“스트레스 관리 문제다. 밤새도록 술을 마셔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스타일이지만 외로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사업이 부진했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기본은 하고 있어 다행으로 여긴다. 고민해봤자 안 될 것은 빨리 포기하는 편이기도 하다.”
귀농 실패 사례가 드물지 않다. 만약 벼랑에 몰린다면 어떤 방법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보나?
“만에 하나 내가 실패를 한다면 더 많이 내려놓는 걸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런데 일에서 실패를 했다고 그게 정말 실패일까?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는 게 실패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험으로 말하자면 더 내려놓을수록 더 편해지더라. 끝까지 내려놓을 수 없는 다만 한 가지는 맥주 만들기다. 공부를 더해 인생맥주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거!(웃음)”
얘기는 결국 맥주로 돌아간다. 그러하니 술과 더불어 흐르는 나날이다. 이보다 더 즐거운 삶이 있겠나. 술이 있는 한 인생은 봄날이다.
전경이 주는 귀농 Tip
•철저한 귀농 준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준비가 부실한 귀농은 실패의 첩경이다.
•도시 생활에 쫓겨 허겁지겁 도망치다시피 내려오는 귀농은 극히 위험하다. 농사로 돈벌이를 한다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유념하자.
•과욕과 허영은 미리 다 내려놓고 귀농하자. 그래야 절박한 진정성으로 자신을 채울 수 있다.
•여유자금을 확보하라. 반드시 맞닥뜨리게 마련인 난관을 버틸 힘이 자금력에서 나오기도 하니까.
•부부가 함께 귀농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마을 원주민들에겐 붙임성을 발휘하되 처음부터 잘하기보다 끝까지 잘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텃세를 모르고 살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50대부터 60, 70대 이상을 대상으로 ‘시니어 세대 여행수요 심층 분석 및 전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시니어 세대의 여행인식 및 실태 분석과 여행 산업 전망을 통해 국내 여행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관광공사는 50대를 비롯해 60, 70대 이상 소비자들의 2019~2021년 BC‧신한카드 지출내역, 티맵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 건수, KT통신 데이터 기반 관광지 방문자 수, 소셜 네트워크(SNS 게시글, 시니어 커뮤니티 112개) 등 빅데이터와 승인 통계, 선행 연구 보고서 등을 활용했다. 학계, 업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를 덧대 더욱 면밀하게 분석했다.
시니어 세대에 대한 인식은 복지 정책상의 보살핌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에서 소비시장에 영향력을 미치는 ‘능동적인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고령친화산업시장 규모는 약 124조 원으로, 2015년 67조 원에 비해 약 2배 증가했다. 2018년에 비해 2020년 주요 백화점(롯데, 현대, 신세계)의 고객 연령대별 소비 매출은 50대 6.6%에서 20.1%, 60대 14.9%에서 17.2%로 증가했다. 백화점 우수고객 중 50세 이상은 2021년 기준 롯데 우수고객(MVG크라운) 50%, 현대 우수고객(자스민) 61%에 달했다.
시니어 세대는 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2017년 발표한 통계청의 여가활동조사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향후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 1위는 관광(65.8%)이었다.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의 ‘여행’ 키워드 언급 추이를 살펴보면,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9년 1만 1257건에서 2021년 2만 7371건으로 언급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여행과 함께 언급된 주요 키워드로는 ‘섬’, ‘한달살기’, ‘제주’, ‘포토존’, ‘드라이브’ 등으로, 시니어 세대의 여행 소재들이 다양해지고 있음이 나타났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의 2019~2021년 카드 소비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도 레저, 골프장 등 여가서비스업이 차지하는 소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내비게이션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도 비슷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시니어 세대에게 골프장 등 레포츠 유형과 가족단위 리조트의 숙박 유형이 인기를 끌었으며, 고급호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관광공사는 통신 데이터를 분석해 2021년 기준 50세 이상 방문자 비중이 높은 지역은 전남, 경남, 울산이며, 50대는 전남, 60대 울산, 70세 이상은 부산을 선호해 연령대별 선호하는 지역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음이 나타났다. 소셜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시니어들이 ‘다양한 인연 맺기’, ‘행복한 노후생활’, ‘건강과 젊음 유지’, ‘삶의 질 높이기’ 등의 목적을 둔 여행을 원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먹거리 체험 비중이 줄어든 대신, 체험‧액티비티 및 관광 활동의 비중이 증가했다. 여행 테마로는 ‘자연친화 여행’, ‘체험여행’, ‘도보여행’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럼에도 시니어 세대는 ‘코로나19 확산 염려’. ‘동행인 부재’, ‘고령의 부모님 케어’, ‘체력 부족’ 등의 원인으로 여행을 주저하고 있었다. 여행 후 불편함을 느끼는 원인으로는 ‘장시간 운전’, ‘단체여행 시 동행인과의 심리적 불편’ 등의 요인이 꼽혔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오늘날의 시니어 세대에 대해 “체력, 라이프 스타일, 스마트기기 활용능력 등으로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을 확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시니어’라는 단일집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준에 따라 세분화하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관광공사는 시니어 세대가 건강한 노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다양화, 고급화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발맞춰 액티비티 특화 프로그램, 계절 특화 상품, 동반자 여부 및 구성원 특성에 따른 여행상품 구성 등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앞으로 “불편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여행정보 접근성을 확대하고, 물리적 장애 해소 및 여행 동반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의 서비스 개선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정선희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장은 “이제는 65세 이상 시니어 세대를 역동성과 다양성을 가진 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이들이 여행에서 소외되고 있었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분석과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 세대의 다양한 여행 수요에 대응하고 불편 요소를 적극 해소하고자 지원한다면, 시니어 세대를 통한 여행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섬에 들어가는 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꾸물거렸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두 좋았다.”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가 아니어도 이런 날씨도 나름 괜찮다. 날이 안 좋아서 하늘 사진이 예쁘게 찍히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날들이 고마운 건 무조건 긍정 마인드이어서가 아니다. 아마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만들어준 것이 아닐지. 나이를 먹는 게 나쁜 일만은 아니다. 날씨는 짓궂더라도 섬이 주는 위로가 있음을 안다.
눈앞으로 다가오는 흐린 날의 강화 본섬은 안개 섬처럼 신비롭다. 하늘은 흐렸고 강화대교 아래 서해가 여유롭게 흐르고 있었다. 곧이어 나타난 긴 교량. 강화도와 석모도를 연결하는 석모대교(席毛大橋)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섬이었는데, 2017년 석모대교 개통 덕분에 언제든지 쉽게 가볼 수 있게 되었다.
섬을 잇다, 석모대교
석모도 여행의 시작은 이제 석모대교다. 참고로 석모대교를 건너 왼편으로 돌면 바로 언덕 위로 미니공원과 함께 전망대가 있어서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다리와 서해의 출렁이는 바닷물을 상쾌하게 즐길 수 있다. 그 섬을 쉽게 건넜으니 마음껏 달리며 돌아볼 차례다. 강화도의 서편 바다 위에 길게 이어진 작은 섬 석모도. 긴 다리 하나가 주는 편리함으로 실컷 석모도를 놀아보면 된다. 자동차를 달려 알찬 하루 코스 강화섬 속의 섬 석모도다.
나룻부리항과 어류정항
먼저 가까운 나룻부리항을 들러본다. 강화나들길 11코스에 속한다. 한때 여객선이 드나들던 항구였지만 이젠 나룻부리항 시장으로 그 기능을 대신한다. 오가는 이 드문 어시장 뒤 오도카니 섬을 띄운 바다 위로 갈매기의 날갯짓이 한가롭다.
나룻부리항과 어류정항은 가까워서 간 김에 두 곳 다 돌아보는 것도 좋다.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찾는 곳으로 수산물직판장과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지만 아직은 한산하다. 텅 빈 항구에서 맞닥뜨린 세찬 바닷바람에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사람 없는 한적한 바닷가 바로 옆을 달리다 보면 섬의 길목마다 손맛 좋은 집과 전망 좋은 카페가 기다린다. 자동차로 섬을 달리다 풍경 좋은 구간에선 우선멈춤이다. 낯선 포구와 산길 어디든 걷기에도 좋다. 석모도 바람길이란 이름에 걸맞다. 다만 어쩌다 ‘유실지뢰 주의’나 ‘해안 출입금지’를 접하면 북쪽과 가까운 최전방임을 실감한다.
민머루해변과 언덕 너머 호젓한 장구너머항
어류정항에서 자동차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석모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며 생태관광지로 지정된 민머루해변이 있다. 민머루해변의 고운 모래밭을 걸을 때는 푹푹 빠지는 발에 힘이 들어간다. 모래밭 군데군데 텐트 속에선 캠핑족의 정담이 두런두런 들린다. 조용히 캠핑 의자에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힐링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힐링이다. 물이 빠지면 드러난 갯벌 위로 생물들이 꼬물거리는 게 생생하다. 이럴 때 맨발로 갯벌의 감촉을 맛보아야 한다. 수십만 평의 드넓은 갯벌 위로 갈매기가 사람과 공존하는 바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된 저어새의 번식지이기도 하다. 건강한 생태의 보고다.
민머루에서 서쪽으로 언덕을 올라 넘어가면 자그마한 항구가 나온다. 산마루가 장구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 장구너머항이다. 오르는 길에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민머루의 질박한 풍경이 운치 있다. 뒤엉킨 그물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고 갯벌 위엔 바닷새와 고깃배가 쉬고 있다. 방파제 부근의 횟집과 수산물 판매하는 가게 역시 한가롭다. 산과 바다와 갯마을이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민머루에 가면 빠뜨리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다.
서해 풍광을 품은 사찰, 보문사
석모도 하면 천년 고찰 보문사를 누구나 떠올린다. 신라 선덕여왕 4년에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 홍련암, 남해 보리암과 함께 이 땅의 3대 해상 관음기도도량이다. 문제는 오르막 입구부터 가파르다는 것. 대웅전 진입까지 10분 이내의 거리지만 숨이 턱까지 찬다. 정 힘들다면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승합차를 이용해도 된다.
사찰 마당에 들어서자 열반에 든 부처의 모습을 한 거대한 와불과 사리탑을 중심으로 오백나한이 맞는다. 옆으로 석굴암처럼 천연 동굴에 지은 석실은 보문사의 명물이다. 극락보전과 대웅전, 용왕전, 삼성각, 선방, 범종각 등의 문화재가 고색창연하다. 일반적으로 사찰은 그 역사와 유적으로 가치를 내세운다지만, 오랜 고목 아래서 땀을 식히는 이들에겐 그 앞마당에서 수백 년 자리를 지킨 향나무의 그늘이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시야를 가리지 않고 바다가 내다보이는 서해 풍광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보문사를 품은 낙가산은 그리 높지 않은데 가파른 오르막은 또 있다. 경사가 가파른 계단 400여 개를 올라야 닿는 보문사 꼭대기의 마애관세음보살이다. 이곳에선 이른바 눈썹바위 아래 새겨진 마애석불을 마주하고 앉아 경건하게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사람들을 늘 볼 수 있다. 기도발이 아주 좋은 곳이라 알려져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서해의 노천탕, 석모도 미네랄 온천욕
보문사에서 자동차로 3분 거리에 뜨거운 해양 심층 온천수가 솟아난다. 입구에 들어서니 가족과 함께 온 어린아이가 앞서 달려가며 말한다. “난 여기 오는 게 제일 좋아.” 아이들에겐 따끈한 물놀이일 수도 있겠다. 온 가족이 온천탕에 발 담그고 앉아 몸과 마음을 씻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시간이다.
강화 석모도 미네랄 온천탕은 바다와 인접한 노천탕으로 매일 천연 원수만 사용한다고 한다. 60℃가 넘는 특급 온천수다. 노천탕뿐 아니라 황토방, 족욕탕, 실내탕이 따로 있다. 관절염, 근육통, 아토피피부염 등에 효험이 있으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기며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무엇보다 눈앞에 바다가 펼쳐져 노을이 질 무렵에는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환상적인 풍광에 푹 빠질 수 있다.
숲은 이제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숲 기운을 받으며 산책하고 사랑스러운 장미터널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수목원은 석모리 일대 계곡을 따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었다. 특히 숲 체험 프로그램으로 목공예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갖가지 테마식물원, 생태체험관, 전시온실 등 테마별 탐방을 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산과 바다가 공존하고 숲과 자연을 교감하는 기회다.
수목원 입장료는 무료다. 예까지 왔으니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에서 하루나 이틀쯤 머물며 푹 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이제 초록초록한 색감 속으로 들어가는 초여름이다.
자동차로 석모도 당일 여행
서울 기준 자동차로 1시간 30분~2시간
주소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 산 154-1
여행 코스 석모대교→(2분)나룻부리항→(3분)어류정항→(10분)민머루해수욕장→(10분)보문사→(2분)
미네랄 온천→(10분)석모도수목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타인과의 접촉 없이도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길 수 있어서다. 세컨드하우스에 알맞은 입지, 보유하기 전 고려해야 할 주의사항을 살펴본다.
세컨드하우스란 도시 거주자가 주말 또는 휴일에 쉬기 위해 도시 근교나 지방에 마련한, 말 그대로 ‘두 번째 집’을 가리킨다. 주로 강이나 바다, 산 등 자연과 가까운 지역에 자리 잡아 별장처럼 활용하기 때문에 자연 조망이 우수할수록 세컨드하우스 입지로 인기가 많다. 따라서 세컨드하우스를 선택할 때는 산, 강, 바다 등 주변 자연환경을 어떻게, 얼마나 접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팔방미인 세컨드하우스, 보유 전 세금 살펴봐야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리얼캐스트는 “세컨드하우스를 소유하거나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국민소득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미국, 영국 등의 국가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돌파하는 시점에 세컨드하우스 및 전원주택 수요가 늘어났다. 2017년부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 역시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모양새다.
여행을 떠날 때 숙박 시설을 예약하기 위한 수고를 들이거나 숙박비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세컨드하우스의 장점이다. 초기 부담 비용이 낮고 환금성이 높아, 차후 양도할 때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해당 지역 또는 주변 지역이 개발되거나 새로운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면 세컨드하우스 가격도 덩달아 상승할 수 있어서다. 추후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때 양도세를 웃도는 수익을 얻을 수도 있으므로, 후보지를 몇 군데 추려 꼼꼼하게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세컨드하우스가 유명 관광지 근처에 있다면 ‘연세’(임대료를 연 단위로 지불하는 형태) 등의 방식으로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 관광 이외에도 직장, 학업 등의 이유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공실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세컨드하우스를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두기를 추천하는 이유다.
세컨드하우스를 보유하기 전 몇 가지 따져봐야 하는 사항이 있다. 우선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주민세 등 각종 세금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구입할 때 납부해야 하는 취득세부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주민세 등 매년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세컨드하우스가 위치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인지 비조정대상지역인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므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에 거주하면서 비조정대상지역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한다면 취득세가 1~3% 발생한다. 그러나 비조정대상지역에 살면서 조정대상지역에 세컨드하우스를 구입하면 취득세율은 8%까지 올라간다.
조정대상지역 여부는 종합부동산세도 좌우한다. 비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최대 3%에 불과하나,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최대 6%까지 부담해야 한다. 또한 보유 주택의 공시지가에 따라 종부세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고, 공동 명의와 부부 각각 단독 명의일 때도 계산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무사를 고용해 세부 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양도세 절세, 농어촌주택이 해답
주택 수에 따라 증가하는 양도세율 때문에 세컨드하우스 마련을 주저하는 경우,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농어촌주택으로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는 것. 다음 요건을 충족하는 농어촌주택은 주택 수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일반주택을 양도할 때 중과세율 적용을 피할 수 있고,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도 가능하다.
첫째, 농어촌주택 불가 지역이 아닌 지역의 주택이어야 한다. 농어촌주택 불가 지역으로는 △수도권 지역(연천군, 인천 옹진군 제외) △부동산거래신고법상의 토지거래허가지역 △국토계획법에 의한 도시 지역 △관광진흥법에 의한 관광단지 △조정대상지역이 있다. 단, 도시 지역 중 인구 20만 명 이하인 시는 일부 예외로 인정된다. 둘째, 일반주택과 농어촌주택이 같은 읍·면, 또는 연접한 읍·면이 아닌 곳에 있어야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셋째, 취득 당시 주택가액(개별주택가격)과 토지가액(공시지가)의 합계액이 2억 원 이하, 한옥은 4억 원 이하여야 한다. 넷째, 농어촌주택을 최소 3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일반주택을 먼저 양도할 때는 세컨드하우스로 농어촌주택을 취득한 지 3년이 되기 전이라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혜택을 받은 후 농어촌주택을 3년 미만으로 보유하다 양도하면 비과세를 받았던 양도세가 추징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공익 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한 협의 매수, 또는 수용의 경우나 사망으로 인한 상속, 멸실의 사유로 농어촌주택을 보유하지 못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된다.
농어촌주택 특례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주택을 구매했을 때 적용된다. 일반주택 매도 시 양도소득세 신고기한 내에 일반주택의 토지대장 및 건축물대장과 농어촌주택의 토지대장 및 건축물대장을 첨부해 과세특세신고서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보유세와 취득세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TIP] 세컨드하우스, 어떤 형태가 좋을까?
세컨드하우스로는 단독주택이 가장 수요가 많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세컨드하우스가 등장하는 추세다. 단독주택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직접 거주와 임대 둘 다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 형태의 세컨드하우스가 최근 인기다. 생활형 숙박 시설, 오피스텔, 아파트 등이 있는데, 이 중 아파트는 수요층이 다양하고 단독주택에 비해 관리가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단독주택을 마련하고 싶다면 모듈하우스를 고려해보자. 집의 기본적 형태인 기본 골조와 현관문, 욕실, 전기 배선 등을 70% 이상 공장에서 만들어오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면에서 경제적이다.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풍토화, 즉 ‘엔데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각종 기관에서 여행활동 지원 확대 및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관광취약계층이 보다 편리한 여행을 즐기기 위한 지원 사안도 늘고 있다. 저소득층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여행상품을 제공하거나, 현장영상해설을 운영해 무장애 관광 환경을 조성하는 식이다.
서울시는 ‘관광취약계층 여행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여행이 어려운 관광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여행활동 지원에 나선다. 3억 5천만 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기존 600명 대상자 외에 최대 1천 100여 명까지 지원 대상을 늘릴 예정이다.
오늘(8일)부터 저소득층 및 장애인 등 관광취약계층 대상 참가자를 추가로 모집해 1박 2일 숙박 여행상품을 제공한다. 관광진흥법 시행령 상 관광취약계층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최대 1000명(최소 470명), 중증장애인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100명을 모집한다.
기존에 서울 시내 여행상품에 한정해 최대 2인까지만 지원했으나, 서울 및 지방 여행상품까지 포함하고 최대 4인까지 여행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지역과 대상을 확대했다. 저소득층은 2인 기준 27만 원(주말 30만 원, 4인 기준 최대 60만 원) 한도, 장애인은 31만 원(주말 34만 원, 4인 기준 최대 66만 원) 한도 숙박 여행상품을 지원받는다.
참여자 선정 결과는 문자를 통해 개별 통보된다. 이후 여행 기간 내에 홈페이지에 접속해 여행상품을 선택 후 이용할 수 있다. 여행 기간은 6월 말에서 12월 초로, 참여를 원하는 서울시민은 서울시 홈페이지의 고시‧공고란의 관련 내용을 참고하거나, 서울시관광협회에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서울시는 해당 사업으로 2017년부터 총 5135명을 지원해왔다. 매년 참여자 평균 만족도가 90점을 넘기는 등 선호도와 재신청률이 높다. 지난해부터는 소규모 개별 여행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단체여행이 아닌 개별여행을 지원하고 있다.
윤희천 서울시 관광정책과장은 “평소 여러 제약으로 여행이 어려웠던 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며 “앞으로도 서울시민 모두가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관광재단은 7일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현장영상해설 투어 예약을 받고 있다. 서울의 전통적인 매력과 자연, 역사를 즐길 수 있는 경복궁, 창경궁, 남산 등 3개 코스다. 현장영상해설사들은 시각장애인이 안전하면서도 풍부한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방향과 거리 등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촉각 등의 감각을 활용해 관람하도록 돕기도 한다.
올해는 경복궁, 창경궁의 각 건축물의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생생한 해설이 제공된다. 경복궁의 경회루, 창경궁의 통명전 등 주요 건축물 모형을 만지며 건축 구조를 살펴볼 수도 있다. 창경궁에서는 청진기를 통해 식물의 소리를 들어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오는 9월 7일까지 총 40회가 무료로 운영된다. 모든 코스는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월~금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두 차례 운영된다. 궁궐 휴궁일로 인해 창경궁 코스는 월요일, 경복궁 코스는 화요일에 쉰다.
경기도와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는 장애인 가족과 단체의 국내 여행을 돕기 위해 ‘팔도누림카’를 운영한다. 휠체어 6대가 동시 탑승 가능한 29인승 대형버스 1대와 휠체어 1대 탑승이 가능한 레저용 차량(RV) 1대 등 총 2대의 팔도누림카가 전국을 누빌 예정이다.
이용 대상은 도내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과 단체다. 대형버스는 장애인 1명 이상을 포함한 5명 이상, 레저용 차량은 장애인 1명 이상을 포함한 3명 이상이어야 이용할 수 있다. 평일과 주말에 관계 없이, 최대 2박 3일까지 국내 어디든 운행 가능하다. 단 대형버스는 운전기사가 함께 지원되지만 레저용 차량은 차량만 제공되며, 유류비와 통행료 등 일부 비용은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매달 1일 누림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팔도누림카를 다음달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매달 1~7일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포함된 경우만 우선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 8일부터 월말까지는 신청에 제한이 없다. 이달 신청자는 지난 3일부터 접수받고 있다.
허성철 경기도 장애인복지과장은 “장애인은 그동안 가족‧단체와 함께 여행하는 게 쉽지 않다는 민원이 많아 ‘팔도누림카’를 도입하게 됐다”며 “운행 이후 이용객이 많으면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열린관광 모두의 여행’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무장애 관광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열린관광 모두의 여행’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월 개설했다. 텍스트 크기 조정과 음성 지원, 시각적 편의를 높인 고대비 보기 등의 기능을 추가해 실질적 수요자인 고령자, 장애인 등의 정보 접근성을 개선한 점이 특징이다.
추천 여행코스, 편의시설 등 무장애 관광정보 검색 기능과 여행코스 및 이동경로 지도 서비스, 수화 영상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관광지 홍보영상 등 장애 유형별 맞춤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고령자‧장애인‧영유아 동반 가족 등 수요자 유형별 무장애 추천코스, 7500건 이상의 관광명소‧숙박‧맛집 등의 무장애 데이터베이스도 제공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 관광 활성화를 위해 농촌관광상품 할인, 농촌 방문 인증 이벤트, 주제별 우수 농촌여행지 추천 등 ‘2022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2 여행 가는 달’은 국내여행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자는 의미를 담은 “여행으로 재생(再生) 하기”를 주제로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행가는 달’과 연계해 주제별 우수 농촌관광지를 추천하고 다양한 농촌관광 홍보 행사를 진행한다.
더불어 6월 2일부터 농촌체험휴양마을과 지역의 관광지를 연계한 체류형 농촌관광상품을 30~50%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 연천군, 강원도 홍천군, 경상북도 상주시 등 7개 시군에서는 낙농체험, 글램핑, 시골밥상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농촌여행지 방문 인증 행사(농촌, 어디까지 가봤니? 6월 2일~7월 31일), 농촌관광 누리집 웰촌 캐릭터 작명 대회(웰촌 캐릭터, 이름을 지어주세요 6월 7~17일), 여름농촌여행 밸런스게임(밸런스게임, 당신의 선택은? 6월 20일~7월 1일) 등이 열릴 예정이다. 추첨을 통해 농촌체험꾸러미, 편의점 상품권 등 다양한 경품도 제공된다.
‘여행가는 달’ 농촌관광상품 할인 내용과 주제별 농촌여행지, 홍보행사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한국농어촌공사 농촌관광 누리집 웰촌과 한국관광공사 누리집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다음달 2일부터 30일까지 ‘2022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추진한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라 높아지고 있는 국민들의 여행 수요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여행가는 달 캠페인은 국내관광 시장의 빠른 회복을 위해 2014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에 2주 동안 운영했던 ‘여행주간’의 연장선이다. ‘2022 여행가는 달’은 국내 여행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자는 의미를 담아 ‘여행으로 재생(再生)하기’를 주제로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기관들이 참여해 국민들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혜택을 마련했다.
여행을 떠나는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관 기관과 민간여행업체들이 교통과 숙박, 관광지·시설 등 각 분야에서 특별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교통 부문에서는 고속철도(KTX)와 5개 관광열차 요금을 최대 50%까지 할인받아 이용할 수 있고, 렌터카와 항공, 도시관광(시티투어) 버스도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숙박 부문에서는 7만 원 초과 숙박상품 예약 시 사용할 수 있는 지역별 할인권을 발급한다. 오는 6일부터 9일까지는 행사 참여 8개 지자체(강원, 경기, 경북, 대구, 대전, 부산, 세종, 인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5만 원 특별할인권을 선착순으로 발급하고, 10일부터는 전 지역(서울 제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3만 원 숙박할인권을 발급한다. 국가에서 인증한 한국관광품질인증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국민에게는 50%(5만 원 한도)까지 할인을 제공한다. 강릉, 동해, 삼척, 영월, 울진 등 산불 피해 지역의 조기 회복을 돕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숙박할인권을 발행하는 특별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이 밖에 유원시설과 캠핑장 이용요금 할인, 여행업계와 여행가는 달 참여 기관의 자체 할인 행사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이 준비돼있다. 단, 모든 할인 혜택은 준비된 예산이 소진되면 종료될 예정이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체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도 풍성하게 마련했다. 최근 여행 흐름을 반영해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마음 챙김’, 개개인의 여행 취향에 맞춘 ‘나만의 여행’, 지역의 특별한 친환경 관광자원을 활용한 ‘지역특화’ 등 3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지역여행 프로그램 36개를 운영한다.
참가 신청은 5월 24일부터 ‘여행가는 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받는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외에도 한국관광공사와 참여기관이 선정한 추천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여행가는 달과 연계한 다양한 행사도 이어진다.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2022 내 나라 여행박람회’가 ‘떠나라! 자유롭게! 내 나라로!’를 주제로 열린다. 올해는 여행 정보를 교류하는 것은 물론, 국내 관광업계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여행상품을 직접 사고파는 여행시장(Travel Market)도 함께 운영한다.
6월 16일부터 30일까지는 ‘싱크 어스&어스(Think Earth&Us) 캠페인’을 통해 여행객과 주민들이 참여하는 친환경 행사와 여행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외 여행가는 달 기간 동안 서해안 걷기길을 연결하는 ‘서해랑길’도 개통할 계획이다. ‘부모님과 여.행.기’(여기서 행복한 기록 남기기) 등 온라인 행사도 개최한다. ‘여행가는 달’ 공식 누리집과 누리소통망 등에 부모님과 함께한 여행 추억이 담긴 사진을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준다.
‘여행가는 달’의 모든 할인 혜택은 사용조건과 판매, 사용기간이 다른 만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할인 혜택과 행사 일정, 참여 방법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4일부터 ‘여행가는 달’ 공식 홈페이지와 소통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장호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국장은 “올해 ‘여행가는 달’은 국민들이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을 국내 여행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예년보다 많은 혜택을 준비했으니, 국민들이 이를 계기로 여행을 다시 일상화하길 기대한다”라며 “다만 아직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만큼 손 씻기와 실내 환기 등 개인별 기본 방역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국내 여행을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친구가 도움이 될지 누가 알아?” 1967년 프랑스 정부의 해외연수 담당부서. 담당관은 긴장한 한국인 유학생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프랑스어 실력은 기대 이하였지만, 돌려보낼 수는 없기에 체념해서 나온 말이었을 거다. 재미있게도 그 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담당관이 베푼 작은 선의는 훗날 프랑스에 큰 기회를 제공했다. 그 청년은 프랑스의 고속열차 TGV와 선진 항만 기술의 도입을 주도했다. 또 그곳의 아름다운 와인을 소개하는 명사가 되었다. 최훈(86) 前 철도청장 이야기다.
“필연이죠.”
최훈 전 철도청장은 그의 인생에서 프랑스와 계속된 관계를 그렇게 설명했다. 사실 청년 시절 그의 관심은 오직 취직뿐이었다. 프랑스와 길고 긴 인연을 이어갈 것이란 생각은 꿈에서도 못 했다.
“경북대 사범대학을 졸업했을 때 한국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어요. 전쟁을 겪고 난 시기여서, 학교도 많지 않고 선생에 대한 수요도 적었죠. 일자리를 찾다가 국토건설단에 지원한 것이 공무원 생활의 계기가 됐어요. 영어에 자신이 있었으니까 외무부 쪽에 자리가 나길 기다리다가 교통부 쪽에서 외무 업무를 할 사람을 찾는다고 하길래 배속을 받았죠.”
그렇게 영남 출신 청년의 서울 상경 생활이 시작된다. 1961년의 일이다. 바라던 해외 공관 자리는 아니었지만, 맡은 일은 재미있었다. 대한민국이 이제 막 제대로 된 국가의 형태를 갖춰가던 시기.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았다. 그 과정에서 외국과 교류하고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은 가장 필수적인 업무였다.
그의 첫 임무는 국제민간항공기구에 한국의 항공 운항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후에 미 제5공군 관할이었던 김포공항을 이양받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우리 의사를 정확히 제공하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에 사전을 끌어안고 살아야 했다”며 “그때 들인 습관을 아직까지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책상 정면에는 손때 묻은 낡은 사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 같았던 프랑스 유학
“교수님 믿어주세요.”
1967년 심사를 담당하던 교수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프랑스 정부의 부탁을 받아 국비유학생을 선발하는 자리. 교통부에서 신청한 청년의 프랑스어 실력이 문제였다. 퇴짜 맞을 가능성이 컸지만, 자신을 뽑아주지 않으면 선발 예산은 다른 나라로 전용될 것이라는 이유는 꽤 설득력이 있었다. 교통부에서 활약할 실력이면 현지에서 금방 배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결국 교수님이 제 설득에 넘어갔죠. 낭만이 넘치던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같으면 큰일 날 일이죠. 프랑스 정부에서는 매년 국비유학생 형태로 지원자들을 받아 프랑스 유명 관광지의 호텔에 배치했어요. 프랑스의 선진 문화를 후진국에 전하면서 모자란 인력도 해결하는 정책이었죠. 결국 어렵게 프랑스에 도착하니, 현지 호텔에서도 제 프랑스어 실력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다행히 현지 지배인이 기회를 줘서 프랑스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죠.”
그렇게 그의 프랑스 생활은 시작됐다. 세 개의 5성급 호텔에서 매니지먼트 과정을 이수했다. 고된 일들이 이어졌지만, 센강과 에펠탑, 샹송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했던 그의 가슴속 목마름과 호기심은 조금씩 기쁨으로 변해갔다. 임계점을 넘어 끓어 넘치던 프랑스의 다양한 문화는 열정 넘치는 청년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니스의 호텔에서는 모나코 왕비가 된 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파티에서 쟁반을 들고 수백 명의 귀부인 사이를 누비기도 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죠. 드레스를 차려입은 부인들로 가득했고, 하루에 수백 병의 최고급 샴페인이 소비될 정도였으니까요. 단순히 화려한 모습에 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회 문화나 와인 다루는 법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체득한 지식은 후에 제게 큰 도움이 됐죠.”
짧은 1년이었지만, 그의 인생에 끼친 영향은 엄청났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971년 교통부로 돌아온 그는 다시 프랑스행을 명받았다. 이번엔 출장이었다. 당시 영어와 프랑스어가 가능하고, 현지 경험 있는 공무원이 흔할 리 만무했다.
“인천에 항만 시설을 지어야 하는데, 서해의 심한 조석간만의 차를 극복할 갑문 운영 기술은 국내에 없었어요. 우리 바다의 조건과 유사한 선진국 항구에 가서, 항만 시설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지 배워와야 했죠. 그래서 프랑스와 벨기에, 영국의 항구를 차례차례 들렀어요. 르아브르와 케르크, 안트베르펜, 브리스톨 같은 곳들이었죠.”
당시 그가 만들었던 항만 운영 시스템 규정은 인천항 갑문 운영의 뼈대를 이루었다. 선진국의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결과물은 세세한 부분이 바뀌었어도,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항만청 국제과장 시절에는 항만 개발을 위한 차관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개발은행 등 각종 국제기관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오일쇼크로 중동에 돈이 넘친다는 말을 듣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까지 달려갔다. 무엇보다 종교가 우선시되던 시절, 알라에게 절을 하라는 무례한 요구에 머리도 숙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기 위한 자금이었다. 그는 “정확히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확보한 차관을 합치면 1억 8000만 달러 정도 될 것”이라며 웃었다.
운송실장 시절, 부처 내에서 다시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번에는 열차였다. 국내 고속철도 도입이 검토되던 시기였다. 당시 국내 기류는 ‘당연히 신칸센’이라는 분위기였다. 철도 기술자 상당수가 일본을 통해 기술을 익힌 사람들이었다. 자연스레 익숙한 일본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세계 최고의 열차는 프랑스의 TGV였다. 최고 영업 속도가 일제에 비해 시속 90km 이상 빠른 기술력을 자랑했다.
“당시에 프랑스나 독일의 고속철도를 경험해본 사람이 부처 내에 많지 않았죠. 전 각종 국제회의나 조약 협상을 위해 왕래가 잦았으니 익숙했고요. 또다시 그렇게 프랑스를 상대해야 하는 것은 필연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우리 열차의 속도는 시속 80km 정도였으니까 신칸센도 충분히 만족할 만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열차는 지연 없이 대량 수송이 가능한 최고의 물류 효율을 자랑하는 수단이었으니까, 경제 발전에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반대도 많았지만 세계 최고의 열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웠던 와인과의 재회
“여보! 이게 그 술이야! 바로 이 맛이야!”
1977년. 업무로 바쁜 일상을 보내던 그는 한국에서도 와인이 나온다는 소식에 가게에서 한 병을 집어 들었다. 마주앙 와인이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제조가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만든 와인이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모금이면 충분했다. 입에 대는 순간 의심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프랑스 연수 시절 워낙 애주가였던 저는 밤마다 숙소 주변의 작은 가게에서 와인을 사 마셨어요. 1프랑짜리 싸구려 와인이었지만, 같은 값인 물을 사 먹을 순 없었죠. 저녁을 대신해 커다란 소시지 하나를 구워 와인 한 병을 비우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마주앙을 먹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확 떠오르더라고요. 그 시절 추억의 맛이었어요. 미군에 연줄이 없으면 와인을 구하지 못하던 시절, 와인에 대한 갈증을 달랠 수 있었죠.”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그는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다. 핑계 삼아 여행도 갈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해답은 와인으로 귀결됐다. 우선 와인의 기본 정보를 요약해 알리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첫 번째 작품이 1997년 600페이지 분량의 저서 ‘포도주 그 모든 것’이라는 책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와인 불모지였으니까요. 와인에 대한 개론을 상식선에서 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책을 내고 나니까 주변에서 문의가 늘더라고요. 그래서 자원평가연구원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보르도 와인 아카데미라는 교육기관을 세웠어요. 지금의 ‘와인 리뷰’라는 월간지도 그때 시작했죠. 처음엔 광고도 많지 않아 고생을 꽤 했지만, 몇 년 지나고 나니 업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지더라고요.”
2005년에는 국제 와인 대회인 코리아 와인 챌린지를 시작했다. 일본의 대회를 롤모델로 삼아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인 대회가 됐다. 업계에서는 해외 와이너리의 와인을 가장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대회라는 평가를 듣는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21개국 888종의 와인이 출품됐다. 만나기 어려운 조지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의 와인도 참가했다. 대회의 권위가 높아지면서, “대회 심사위원들도 자긍심을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발행하는 ‘와인 리뷰’를 살펴보면 발행인인 최훈 前 철도청장이 작성한 기사들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주요 기사의 대부분을 소화해내고 있다. 기사의 깊이도 대단하지만, 작성량 자체가 젊은 기자들을 뛰어넘는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유튜브도 시작했다. 와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이 필요하다는 유통업체들의 요청이 있었다. 와인 산지의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적 특징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나이 들면 아침잠이 없어지잖아요. ‘와인 리뷰’를 발행하면서부터 새벽에 원고 작성하는 것이 습관이 됐어요. 새벽에 차분하게 글을 쓰다 보면 기사에 필요한 추가적인 자료나, 과거에 썼던 원고들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과거에 다녀왔던 여행의 기억까지 말이죠. 기본적으로 와인을 이야기할 때 제가 가보지 않은 곳의 술에 대해 말하는 것은 좀 부끄럽더라고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는 것 같아서. 지역의 로컬 와인이나 토양, 기후 등을 겪어봐야 그 와인에 대해 정확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마트에서 칠레 와인만 사다 마신다는 말에 그의 표정이 다소 굳어졌다. 그저 털털한 인상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순간 ‘무언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그의 조언으로 오해는 풀렸다.
“어느 나라의 와인이라도 시작을 위해 저렴한 와인을 마시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좀 더 좋은 와인을 찾는 모험을 권하고 싶어요. 여러 나라에서 훌륭한 와인이 나오고 있으니까 너무 빨리 한정 지어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체험으로 와인의 즐거움을 누려보세요.”
한결 가치 있는 생활에 대한 열망이 그의 귀촌을 부추겼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이, 인생을 한번 획기적으로 바꿔보자는 욕심으로 부푼 건 아니었다. ‘느림의 미학’ 같은 걸 추구하며 목가적인 전원생활을 즐기자는 쪽에 무게를 두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귀촌을 통해 가급적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똑떨어지게 개인적인 용무를 보고 싶었다. 그 용무란 서점 일이었다.
시골에서 서점을? 지지구재재구 노래하는 새들이야 지천이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이라야 마을 원주민 몇몇에 불과한 후미진 산골에서? 이건 무인도에서 혼자 ‘전국노래자랑’을 공연하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기획일 수 있다. 거북이를 끌고 산책하는 일처럼 요상한 이벤트이기도. 소비자들의 호응이 있고서야 생존이 가능한 게 서점 사업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김미자(59, ‘그림책 꽃밭’ 사장)에겐 남다른 속대중이 있었다. 믿는 구석이 다 있었던 거다. 그 믿음이란 오직 자신의 경험과 능력에 대한 확신에서 온 것이었다. 인생의 모든 것을 가늠하는 내공까지는 아닐망정, 적어도 서점에 관한 한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으니 한바탕 제대로 붙어볼만한 게임으로 여겼던 것 같다. 미리 말하자면 그의 산골 서점은 놀랍게도 탕탕 잘나간다.
“서울에서 20년 넘게 아동 그림책 관련 직업 활동을 했었다. 공공도서관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했으니까. 그림책 커뮤니티를 만들어 동네 엄마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지속했으며, 그림책 카페를 7년간 운영한 경험도 있다. 머릿속에는 항상 시골 생각이 들어 있었다. 번잡한 서울을 벗어나 그림책과 시골살이를 아우를 수 있는 삶을 늘 꿈꾸었던 것이지.”
김미자가 남편과 함께 이 시골로 내려온 건 2017년. 아파트를 정리하고 남편의 퇴직금을 털어 자금을 마련하고서였다. 흔히들 귀촌지를 결정하느라 진을 뺀다. 첫 단추부터 똘똘하게 끼우기 위해 해부학 교실의 연구원처럼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 장소를 결정한다. 그러나 그는 지루한 물색의 과정을 싹둑 잘라냈다. 숲이 있는 시골이면 어디든 무슨 상관이랴, 그리 여겼다. 경륜과 자신감을 완비했으니 어디에 갖다놓아도 승산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리서치를 통해 몇 군데 시골 서점의 순항 분위기를 미리 눈치채기도 했다. 그는 지인이 소개한 경매 토지를 덜커덕 사들여 집을 지었다. 서점과 살림채, 그리고 북스테이 공간을 마련해 영업을 개시한 게 만 3년 전.
“처음 한동안은 손님이 오지 않았다. 날마다 매상과 마진을 계산하며 고민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덩달아 매출이 늘더라. 수익의 절반은 책 판매에서, 나머지 절반은 북스테이에서 발생한다. 이젠 단 한 사람의 손님도 없는 날은 없다. 덕분에 부부 둘이 먹고사는 데엔 아무런 불편이 없지. 이쯤이면 노후 생계 대책으로 충분하기에 안도감과 만족을 느낀다.”
단기간에 자리 잡다니. 이 서점은 어떤 힘과 매력을 지녔기에?
“가급적 질적 수준을 높게! 풍경은 예쁘게! 그런 모토를 정하고 충실하게 구현한 결과물이다. 예전에 일본의 숲속 도서관들을 답사한 적이 있는데 감흥이 컸다. 모델로 삼을 만했지. 아무리 외진 시골이라도 구색과 내용이 충실하면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걸 확인했던 셈이다.”
도시에도 특별히 공들인 서점들이 있지만 흔히 불황을 면제받지 못하고 있다. 이곳의 자연경관이 유력한 재료라 봐야 할까?
“아동 그림책에 주로 등장하는 내용이 자연과 생명에 관한 것이다. 시골 서점은 그 자연과 생명에 관한 아이들의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는 환경 여건으로 한몫을 할 수 있다. 나는 그림책에 나오는 자연을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자연과 함께 펄펄 뛰노는 아이들과 얘기하고 싶었다.”
숙박을 하거나 책을 구입하는 고객층은 어떤 이들인가?
“주 고객은 30~40대 부모와 아이들이다. 그림책 관련 각종 자격증에 관심을 가진 이들도 학습 차원에서 찾아오고, 시골 서점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방문한다.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선생님 손에 이끌려 찾아오는 당진시 일대의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아동들이다.”
산골에서 소박하게 살기
다락을 구비한 책방 공간은 동화처럼 아기자기하되 품격을 돋워 꾸몄다. 아이들의 구미에 어울리게. 엄마들의 호감을 살 수 있게. 그림책 일색의 도서들은 모두 5000여 권. 서울에서 가지고 내려온 2000여 권과 새로 구입한 3000여 권을 합쳐 공간을 채웠다.
그림책을 좋아하던가? 게임에 사로잡힌 영혼들이 아닌가?
“아동들은 순식간에 알아차린다. 엄마가 왜 나를 책방에 데려왔나를. 그러고서 하는 말이 이렇다. 나, 책 안 봐! 오나가나 아이들은 휴대폰 게임에 몰입하는 거다.”
그럴 때면 어떤 처방을 사용하지?
“책이 싫으면 고양이하고 놀아! 마당에 나가 뛰어놀아! 그렇게 말해준다. 그러나 나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다.”
엄마들은 책이 싫다는 아이들을 왜 굳이 이곳에 데려올까? 책을 강요하면 자칫 책을 더 징그럽게 여길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든 책을 접하게 하려는 선한 의도에 무슨 결함이 있겠나? 그러나 엄마들의 방법엔 문제가 있다. 책을 학습이나 훈육의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나는 늘 한다. 연령에 맞는 책을 놀이로 즐길 수 있도록 나직이 읽어주라고 권한다. 아이들에겐 가르침보다 위로가 필요하니까.”
마을 풍경을 볼까? 딱히 빼어나거나 미묘한 설렘을 자아내는 풍치는 아니다. 변방의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농촌 마을이다. 야트막한 야산들이 강강술래를 하듯이 10여 가구로 이루어진 마을을 빙빙 감싸고돌아 푸근하다. 김미자는 이 평온한 풍경에 안심을 느끼는 것 같다. 쉽게 오를 수 있는 산과 숲이 있으니 불만이 있을 때면 애먼 남편에게 툴툴거리기보다 나무에게 하소연하는 것으로 해소하겠지. 그에겐 자연과 사계의 순환에 심취하는 버릇이 있다. 이는 자연과 동행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사실 김미자의 귀촌은 자연에 가까이 가자는 목적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산골에서 소박하게 살기. 그게 자신을 기쁘게 한다는 걸 깨달았던 모양이다.
자연이 좋다지만 날마다 산을 바라보다 보면 권태감이 밀려들기 십상이다. 거칠지만 생동하는 도시의 풍속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다.
“권태를 느낄 겨를 없이 분주한 게 시골 생활이다. 하지만 문화적 충격과 자극이 하나도 없다는 건 큰 단점이지. 서울에서 벌어지는 공연이나 전시를 볼 수 없다는 건 너무도 아쉽다. 주변에 예술가라도 하나 산다면 해갈이 될 테지만.”
마을 원주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나? 시골에도 지혜로운 이들이 있기 마련인데.
“시골 할머니들의 평온하고 깨끗한 삶의 태도에 느끼는 게 많다. 대체로 할머니들은 인간관계에서보다 땅에서 얻은 경험으로 인생을 사는 것 같더라. 그들은 아무리 노쇠했더라도 호미를 놓지 않는다. 죽기 직전까지 호미로 땅을 긁는다.”
도시의 노인들에게선 보기 어려운 야생의 에너지. 시골 노인들에겐 그런 육화된 근성이 있다.
“맞다. 처신에 깨끗하고 이치에 밝은 할머니들과 사귈 수 있다는 건 시골 생활이 주는 값진 행복의 하나다.”
먹고살 정도만 벌고, 삶은 놀이로
시골이라고 눈 밝고 경우에 환한 이들이 흔할 리 없다. 도시든 시골이든 ‘삐딱이’ 그룹이 있어 활약을 하는 게 아닌가. 김미자도 초기 한동안 유별난 이웃에게 좀 시달렸지만 적절히 타협하며 사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으로 포용했다. 보다 덜 소중한 것에 보다 더 소중한 걸 훼손하고 싶진 않았던 것일 텐데, 그에게 ‘보다 더 소중한 것’은 소박한 삶의 지속이다. 물구나무 선 세상을 뒤집을 힘이야 없지만, 최소한 자신만큼은 악다구니와 돈과 허영에서 벗어나 살고 싶은 것이다. 귀촌으로 그게 가능할 거라는 예상은 딱 적중하진 않았다. 그러나 거둔 성과와 만족의 크기는 만만치 않다.
“내가 살고 싶은 방향이 뭐냐면, 월든 숲에 살았던 소로, 그리고 헨리 니어링 부부나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을 닮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잘 안 되더라. 우선은 돈벌이를 하는 내가 돈에서 해방되기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도시 생활과 자본에 길들여진 남편과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귀촌으로 부부가 함께 도시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만도 어디인가?
“나는 오늘도 들에서 냉이를 캐왔다. 시골에 살며 산나물 채취로 식사를 한다는 것, 육식을 덜 하고, 덜 소비하고, 덜 욕심부린다는 것, 이건 뿌듯한 일이다.”
한때 암과 싸웠다지? 고통이 극심할 때면 어떤 생각을 하나?
“암! 무서웠다. 자주 권정생 선생을 생각하며 힘을 얻었다. 지극히 병약했지만 엄격한 절제로 삶을 완성한 선생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나 자신을 속이지 않을 수 있는 성찰의 습관도 그에게서 얻어왔다.”
심지어 가뭄에 타들어가는 벼를 바라보면서도 가여워 눈물을 흘렸던 권정생. 그는 성자가 아니었을까.
“평생 병고에 시달렸지만 강하고 꼿꼿한 분이었다. 한번은 외투를 사다드렸더니 고사하더라. 이미 있는 외투 하나로 충분하다며. 스콧 니어링도 소유에 무심해 옷 한 벌로 살았다. 그러니 어떻게 배우지 않을 수 있을까.”
터무니없는 무욕으로 살았던 고수들을 무슨 수로 따를까.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게 인간이다. 당신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나?
“돈은 먹고살 정도만 벌고, 삶을 놀이로 즐기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나의 현실은 다르다. 일에 치여 산다. 속엔 답답한 게 많지만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겉으로는 웃는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하고 있다는 자긍심은 갖고 산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에 나를 맞춰 살고 있으니 크게 어긋난 건 아니다.”
인생을 깊이 읽고 있다는 안도감. ‘나’를 진정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속에 산다는 확신. 귀촌의 나날을 선용하고 있다는 자부심. 속세에서 흔히 맛보기 어려운 감흥들로 김미자는 기쁜 것이다. 표정은 근엄하지만, 내부는 햇살로 밝아 바야흐로 인생의 봄날을 다시 만난 셈?
김미자 씨가 주는 귀농 Tip
시골에서 작은 서점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지만 함부로 덤벼들 일은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성향 하나만 믿고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 좋은 책을 고르는 능력, 인문학적 소양과 실력, 그리고 예술적 눈썰미를 미리 갖추는 게 중요하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기 전에 까먹어도 무방할 정도의 소자본으로 도시에 작은 북카페를 차려 경험을 쌓는 게 좋겠다. 장소 선정도 매우 중요하다. 가급적 자연환경이 뛰어난 곳을 찾자.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나 명소 인근도 잘만 하면 유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