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상의 세대에게 한 가지 낯선 현상이 있다. 바로 아토피란 질병인데, 심하면 온몸을 뒤덮으면서 정상적인 생활마저 어렵게 하는 이 질병을 40대 이상의 세대는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만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언제인가부터 이 질병이 떡하니 풍토병처럼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과학자들은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 衛生假說)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이 이론은 ‘미생물 공생체 결핍 이론’ 또는 ‘잃어버린 친구 이론’이라고도 불린다. 한마디로 어렸을 때, 흙바닥에서 놀면서 각종 감염성 세균과 기생충 같은 기생체들에게 노출되면서 자란 아이들은 면역계가 이들과 투쟁하면서 자신의 신체조직에 대해서는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을 만들어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는 구별을 확실히 하면서 싸울 수 있는 준비를 갖추기 때문에 정체성이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어릴 적부터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난 요즘 아이들은 이런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에 면역계도 특별히 외부 물질과 싸울 일이 많지 않다 보니 피아구분을 잘 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남아돌면서 오히려 민감해진 면역계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을 가져볼 필요는 있다. 면역력이 강하다는 것은 외부 감염에 대해 저항력이 높기 때문에 인체에 유리한 것 같은데, 왜 면역력이 과도해지는 것이 오히려 자가면역질환을 가져오는지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 중에 T세포라는 것이 있다. 이 T세포가 외부 이물질에 대해 직접 독성물질을 분비해서 공격하는 작용을 주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T세포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뿐만 아니라 염증을 가라앉히는 물질도 같이 분비하는데, 면역계가 필요 이상으로 민감해지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의 생성이 훨씬 증가하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 되는 것이다. 이 자가면역질환 중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크론병(Crohn’s disease)이라는 것이 있다. 만성 난치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분류하는데 구강에서 항문까지의 위장관 전체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다. 복통, 체중 감소, 설사를 끊임없이 일으키며, 한 번 발생하면 평생 동안 지속되면서 장관 협착, 천공(장관에 구멍이 생기는 것) 등의 합병증도 일으킨다. 그동안 이 질환은 서구에서만 흔한 것이라고 알아왔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싱어송 라이터이자 방송인인 윤종신이 이 병으로 인해 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현재의 치료법은 염증이 일단 발생하면 소염제나 스테로이드제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약물 부작용도 심하다.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면 다른 감염증에 대해 취약해지면서 나중에는 결국 장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다.
결국 이 자가면역질환들은 인류가 자연 그대로를 멀리하면서 생겨난 부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다시 자연 속에서 답을 찾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크론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선택된 것이 바로 돼지 편충이다. 돼지 편충은 돼지 장내에만 특정적으로 기생하는 기생충인데, 돼지의 맹장이나 대장에서 피를 빨아 먹으면서 3년 정도 머물다가 죽는다. 이 돼지 편충의 알을 한 번에 2500알 정도씩 2주에 한 번 정도 복용하는 것이 치료법이다. 편충 알이 사람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위장에서 부화해 껍질을 깨고 나온 성충이 대장이나 맹장에 머문다. 약간 피를 빨기도 하지만, 결국 전혀 낯선 숙주의 환경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2주 만에 대장 내에서 파괴되어 배설 된다.
그 2주 동안 돼지 편충은 계속 장벽을 자극하고 면역계를 긴장시키면서 면역계와 싸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면역계는 새로운 침입자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리고 침입자를 몰아낼 때까지 다른 곳에 전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다. 이 과정에서 크론병의 증상이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아직 정식 치료법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실험적인 방법이지만, 24주 동안 투여한 결과 80%의 사람들에게서 효과가 있었고, 73%가 완치판정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돼지 편충은 사람 장속에서는 별로 힘을 못 쓰면서 별다른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없어서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단점도 있다. 편충의 알이 부화되고 자라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충분한 양을 조달하기 어려운 관계로 2주에 한 번 먹는 비용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치료법으로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아니랄 수 없다.
2016년에 들어와서는 또 다른 희소식이 크론병 환자들에게 찾아 들었다. 그 중 하나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애기뿔 소똥구리’라는 곤충에서 추출한 물질이 크론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코프리신이라는 것으로서 일종의 항생물질이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코프리신이 장질환으로 손상된 대장 점막세포를 회복시키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대장 상피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정상세포를 증가시키면서 장점막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검증을 거쳐 미국의 유명 학술저널에도 게재되었다.
물론 임상실험을 거쳐 신약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지난한 것이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답을 찾았다는 또 다른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찾은 물질들은 비교적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재생의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국내 연구진도 특정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대장 안에서 면역세포가 염증을 줄여주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기존의 화학적 치료법에서 발생하는 모순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투여되는 항생제 등이 오히려 장내에서 사람과 공생하고 있는 좋은 균들을 죽이면서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인체와 잘 조화되는 치료법이 발견된다면, 이런 위험도 줄여주어 다시 장 건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와 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자연과 동화되는 방법을 점점 잃어가고, 그 잃어버린 자연과의 관계에서 자가면역질환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제는 그 잃어버린 자연들이 다시 인간에게 손짓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아마 대부분의 시니어들이 가장 거부감을 느끼는 단어 중 하나는 ‘틀니’일 것이다. 틀니가 노화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틀니는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사람과의 바둑대결에서 승리하는 요즘 세상에 모형같은 이빨을 넣었다 뺐다 한다니. 그러나 아직도 틀니는 그 존재 이유를 꾸준히 증명하고 있고, 치과에서 고유한 치료방법으로 사랑받고 있다. 왜 그런지 이든치과의원 윤득영 원장을 통해 알아보자.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틀니를 사전적 의미로 정의하면, 의치를 만드는 방식 중 무치악 환자를 위한 완전 틀니를 이야기한다. 즉 위쪽 혹은 아래쪽 치아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치아의 기능을 대신하기 위해 일종의 가짜 이빨을 말굽 모양의 틀처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총의치’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는 치아가 모두 사라진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을 틀니라고 생각하지만, 치아가 부분적으로 상실된 경우 이를 대신하는 의치도 ‘부분 틀니’라고 부른다.
물론 모든 치아가 다 상실되었을 때 치료하는 방법이 틀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치과에서는 임플란트를 활용한 치료 방법이 활발하다.
틀니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비용
틀니가 아직까지 치과에서 애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비용이다.
임플란트 한 개의 시술 비용이 100만~150만원 수준인 것에 비해, 틀니는 윗니나 아랫니 한쪽 면 전체를 치료하는 데 150만원 내외밖에 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치과 보철 치료가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것에 반해, 틀니 치료는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올해 7월부터는 보험 적용 연령이 70세에서 65세로 낮춰진다. 보험 적용을 받을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 되는 비용은 동네 치과의원을 기준으로 55만~65만원 수준이다.
사용 불편해도 고통 적고, 치료기간 짧아
틀니가 갖는 또 하나의 장점 중 하나는 치료 기간이 짧고, 특별한 고통 없이 시술이 간단하다는 점이다. 윤득영 원장은 그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치아가 없는 무치악 상태에서 틀니 치료는 잇몸 모양의 본을 떠 틀니를 제작한 후, 음식을 씹는 운동인 저작(咀嚼)이 제대로 되는지만 확인하면 될 정도로 간단합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공포를 갖는 치과 치료는 치아를 깎는 고통이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끄러운 소음이 원인인데, 틀니 치료는 그 과정이 없어 고령의 환자들이 어렵지 않게 치료 받을 수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 고령 시니어들의 경우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임플란트 시술은 이런 질환이 심한 경우엔 아예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반해 틀니는 심한 장애가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 기간이 짧다는 것도 장점. 치과에서 잇몸 모양의 본을 뜨면 보철을 제작하는 치과기공사에게 제작을 의뢰한다. 치과기공사들이 틀니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대략 7~10일 정도다. 일반적으로 5개월 내외가 소요되는 임플란트 시술에 비해 훨씬 짧다.
시니어들의 틀니에 대한 의구심 중 하나는 외모에 관한 부분이다. 틀니를 착용하면 상대가 알아볼 정도로 표가 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윤 원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재질 등 여러 가지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자연치아와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무치악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돼 잇몸 속 뼈가 내려 앉아 있는 경우에는 틀니가 잇몸을 가려주기 때문에 임플란트보다 보기에 좋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 부담 없다면 임플란트 틀니 선호
임플란트가 보급되기 몇 년 전까지는 치아가 없는 환자에게 선택권이란 없었다. 무조건 틀니를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임플란트가 보급되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임플란트 틀니’가 또 다른 선택지로 떠올랐다.
임플란트 틀니가 기존 틀니와 다른 점은 일반적인 보철이나 자연치아와 마찬가지로 의치를 반영구적으로 고정해 준다는 데 있다고 윤 원장은 설명했다. 틀니에 대해 흔히 갖는 공포, 즉 대화 중이나 일상 생활 중에 갑자기 치아가 튀어나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환자의 입안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윗니는 임플란트 4개, 아랫니는 임플란트 2개로도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임플란트를 사용해 고정시키면 입천장을 덮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미식거리는 부작용도 피할 수 있고, 이물감도 적습니다. 저작능력도 틀니보다 더 낫고요. 틀니는 오래 사용하게 되면 잇몸에 부하를 주기 때문에 잇몸과 잇몸뼈가 가라앉는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데, 임플란트 틀니는 그런 부작용이 적어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것도 장점입니다.”
물론 틀니에 비해 상대적인 단점도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치료 과정에 고통이 따르고, 임플란트가 뼛속에서 아물어 굳어질 때까지 2~5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랫니보다 윗니가 2배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가장 큰 부담은 비용이다. 임플란트 틀니(총의치)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보험 재정상 치아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선 틀니를 사용하라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치아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경우, 평생 2개까지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임플란트 역시 오는 7월부터 보험 적용 연령이 70세에서 65세로 낮춰진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치과에서 치료를 받으면 틀니 비용에 임플란트 비용을 더한 가격이 치료 비용이 된다. 틀니 비용 150만원에 임플란트 비용을 개당 100만원 전후로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 식립이 4개 필요한 윗니 임플란트 틀니는 임플란트 비용 400만원에 틀니비용 150만원을 더한 550만원 전후의 비용이 나온다. 때문에 비교적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환자들이 임플란트 틀니를 선호하는 편이다.
>> 윤득영(尹得榮) 이든치과의원 원장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카톨릭대학교 구강외과 석사 수료.
대한치과보철학회, 대한구강악안면임플란트학회 정회원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 동네의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았던 환자들에게 C형 간염이 집단 발병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숫자만 67명입니다. 주사기를 돌려쓴 것이 결정적 원인입니다. 원장과 원장부인도 감염됐고, 원장은 거동이 불편한 뇌병변장애인이란 소식도 들려옵니다. 면허갱신 등 의사 재교육 필요성이 대두되고 미필적 고의에 대한 형사처벌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원장에 대한 정신감정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혹은 인격장애 수준의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비상식적인 의료행위를 수년 동안 버젓이 자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이 다수의 선량한 동네의원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러나 당한 환자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격입니다. 알다시피 C형 간염은 죽을 수 있는 병입니다. 치료제가 있다 하나 완치가 쉽지 않고 만성 간염과 간 병변, 간암으로 악화합니다.
불행한 소식은 갈수록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C형 간염 신규환자가 2002년 1927명에서 2010년 5630명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B형 간염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2012년을 기점으로 C형 간염이 앞지르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것은 지역적 편차입니다. 2015년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기모란 교수팀이 건강보험공단 유병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광역단체로는 부산, 기초단체로는 전남 진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전국 평균보다 부산은 2배, 진도는 5배나 높았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해마다 수천 명씩 누군가 몹시 황당하고 억울한 과정을 통해 C형 간염에 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핵심고리는 단연 혈액입니다. C형 간염은 술잔이나 키스, 가벼운 성생활 등 일상적 접촉으론 거의 옮기지 않습니다. 타액이나 정액보다 혈액을 통해 주로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경로든 다른 사람의 혈액이 나의 혈액과 섞이는 상황이 가장 위험합니다. 이것은 에이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사례별로 알아봅니다.
주사기 주사기는 그냥 한 번 찔리기만 해도 걸릴 수 있습니다. 감염자를 찌른 주사기에 의료인이 사고로 찔린 경우 대략 1~3%에서 감염됩니다.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의 양입니다. 감염자의 혈액이 많이 들어갈수록 확률이 증가합니다. 단순히 바늘에 찔리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처럼 수액을 통해 역류한 피가 섞여 들어갈 경우 확률이 수십 배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 경우는 예외지만 주사기는 대부분 병원 밖에서의 사용이 문제입니다. 마약 등 약물 중독자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 부산에서 C형 간염 환자가 많은 것도 국제 항구란 지역의 특성상 마약 사용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해석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주사기는 일회용을 써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B형 간염 환자가 국민병이라 불릴 정도로 창궐했던 이유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을 대상으로 전염병 단체 접종을 하던 과정에서 지금처럼 일회용이 아닌 주사기로 수백 명을 찔렀던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침과 문신 침을 맞거나 피어싱 혹은 문신을 새길 때 반드시 바늘 등 시술 도구가 제대로 소독된 것이지 확인해야 합니다. 까다롭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말입니다. 이것은 환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부분 일회용을 쓰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다른 사람을 찔렀던 도구를 나에게 찌르려 하는 경우 단호히 거절해야 합니다.
전남 진도에서 C형 간염이 전국 평균 5배나 많았다는 사실은 이들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허술하게 침과 문신 시술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해석합니다. 문신의 경우 도구만 소독해선 안 됩니다. 바르는 문신용 염색약에 바이러스가 묻어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바늘이나 침 등 도구를 일회용이나 소독된 것으로 사용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염색약도 일회용으로 조금씩 덜어서 사용하는 게 옳습니다. 이 부분은 보건당국이 좀 더 철저하게 감독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면도 이발소에서 면도를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부분 안전합니다. 그런데 간혹 실수로 피부에 생채기가 날 수도 있습니다. 이때가 아주 위험합니다. 피부에 스며든 혈액이 면도날에 묻게 되는데 만일 이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다음 손님에게 면도하다 또 생채기가 나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달아 실수로 생채기를 낸다는 게 확률적으로 드물지만 얼마든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느 경우든 이발소의 면도기도 다른 손님에게 사용하기 전 철저하게 소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접촉 일상적 성접촉은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배우자 중 한 명이 C형 간염이라도 다른 배우자가 콘돔을 써야 한다고 권유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접촉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얌전한 성접촉은 괜찮습니다. 에이즈와 달리 정액이나 질액으로 옮길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그리고 다소 격렬한 성접촉 시 성기 점막의 상처를 통해 혈액이 묻어나올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실제 캐나다 보건성의 조사결과 20년 이상 부부생활을 할 경우 2.5%의 확률로 배우자에게 감염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가능하면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섹스 파트너가 많다거나 항문성교 등 비전형적 성행위를 즐기는 경우 감염 확률이 급증합니다. 이 경우 콘돔 착용은 필수입니다. 특히 여성이 생리 중인 경우 성접촉은 하지 않는 게 서로를 위해 안전합니다.
칫솔과 손톱깎이 감염자가 사용하는 칫솔과 손톱깎이를 같이 사용하면 안됩니다. 특히 잇몸 질환으로 구강 출혈이 있는 경우라면 칫솔로 인한 감염 확률이 급증합니다. 손톱깎이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손톱을 깎는 과정에서 생긴 피부의 상처를 통해 소량의 혈액이 묻어날 수 있습니다. C형 간염의 잠복기는 6주에서 9주로 보고 있습니다. 대개 C형 간염은 초기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만일 여러분에게 피로와 입맛 떨어짐, 구역과 구토, 근육통과 미열, 소변 색깔이 진해지거나 피부와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생긴다면 바로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C형 간염 진단이 내려지면 나에게 6주에서 9주 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따져보기 바랍니다.
증세가 늦게 나타나 진단이 뒤늦게 내려질 수도 있으므로 수개월 전까지 기억을 더듬어야 할지 모릅니다. 그것이 주사기가 되었건 침이나 문신이 되었건 어떤 경로를 통해 나에게 다른 사람의 혈액이 섞여 들어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적절한 배상 등 개인적 억울함을 풀 수 있고 무자격이든 비양심이든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C형 간염을 확산시키는 주범들을 색출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체온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체온이 1도 낮아지면 면역력이 30퍼센트 떨어진다고 한다. 암세포는 35도에서 가장 증식을 활발하게 한다고 한다. 결론은 체열을 통상적인 정상온도 36도보다 높은 37도가량 유지해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체온면역설이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에서 유래했다. 일본 의사 사이토 마사시가 쓴 란 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0년 출간 이래 일본에서 80만권이나 팔렸다고 한다. 사이토 마사시는 일본인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양내과 전문의다. 그는 이 책에서 체온이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이 30퍼센트 떨어지고 반대로 1도 올라가면 500~600퍼센트 올라간다고 강조한다.
이론적 토대는 일본의 면역학자 아보 도루박사가 제시했다. 일본 니가타대 의대에서 면역학을 가르치는 그는 체온저하가 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이것 때문에 백혈구 가운데 림프구가 감소하면서 면역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2004년 일본에서 출간된 그의 저서 을 통해서다.
우리나라에선 한의학을 중심으로 체온면역이론이 중시되고 있다. 2015년 12월 14일자 한 신문에 따르면 메르스 유행 시 환자들의 체온이 신기하게도 36.5도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사의 고백이 나온다. 처음에는 체온계 고장을 의심했지만 체온계는 정상이었고 환자들의 체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폐암을 앓다 완치된 환자의 사례도 나온다. 진단 시 체온이 35.8도였지만 수술과 생활습관으로 완치되어 11년째인 요즘 37도의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나 폐암이 체온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한다. 과연 체온과 면역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정말 체온이 떨어지면 질병에 걸리고 체온을 높이면 건강에 도움을 줄까? 나는 체온면역설이 몇 가지 관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들이 말하는 체온의 정의가 모호하다.
알다시피 체온의 종류는 다양하다. 구강체온, 직장체온, 피부체온까지 측정 부위에 따라 다르다. 생리학 교과서를 보면 직장체온은 대단히 안정적이다. 나체로 건조한 공기에 노출될 때 11.7도에서 54.5도까지 0.6도 안팎으로 일정한 체온을 유지한다.
구강과 직장에선 상황에 따라 다르다. 같은 사람이라도 극심한 추위에선 35.6도까지 떨어지고 극렬하게 운동할 땐 40도까지 오를 수 있다. 피부체온은 가장 변동 폭이 크다. 보통 적외선 카메라로 측정하는데 외계온도에 따라 10도 이상 춤을 춘다. 추운 겨울에 재면 내려가고 더운 여름에 재면 올라간다. 더욱 중요한 것은 피부체온이 대개 구강과 직장보다 낮게 나온다는 것이다. 피부체온은 실온에서 잴 때 보통 33도이며 구강체온은 36도, 직장체온은 37도를 보인다.
기사에 말하는 메르스 환자의 체온을 어떤 방식으로 쟀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동일한 환경에서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기사에선 누가 몇 명을 대상으로 어떻게 측정했는지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피부체온이라면 당연히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둘째 면역의 정의가 모호하다.
면역은 대단히 어려운 주제다. 아직까지 면역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검사는 없다. 백혈구 숫자나 아드레날린 수치 등 몇 가지 작은 지표 하나를 갖고 면역이 올라갔다 혹은 내려갔다 단정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면역이 무엇을 말하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이토 마사시의 책을 구석구석 읽어보았지만 어디에도 면역이 어떤 방법으로 측정한 것인지 설명이 없다. 대단히 단순하게 서술되어 있다. 14페이지에 “체온이 1도만 내려가도 면역력은 30퍼센트나 떨어진다”라고 나와 있다. 앞뒤 아무런 설명이 없다. 왜 20퍼센트도 아니고 40퍼센트도 아니고 하필 30퍼센트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15페이지엔 “반대로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은 무려 500~600퍼센트 올라간다”고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아무 설명이 없다. 숫자에 대한 설명은 물론 왜 그러한지 기전에 대한 설명도 없다. 나의 말이 곧 진리니까 그대로 믿으라는 것처럼 황당하기 짝이 없다.
아보 도루 박사의 책에선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 그는 백혈구 안에 림프구와 과립구 숫자의 비율로 설명했다. 체온이 내려가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림프구의 비율이 줄고 그래서 면역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면역=림프구 비율’로 바라보는 단순함에 놀랐지만 그래도 약간이라도 그럴 듯한 설명을 해준 게 어딘가 싶다. 마찬가지로 그의 책 어디에서도 30퍼센트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답답하다.
셋째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경우다.
설령 그들의 주장이 백번 옳아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이 떨어진다고 해도 체온저하가 정말 면역저하의 원인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통계적 연관성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원래 질병이 있거나 몸이 안 좋으면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 체온저하는 몸이 안 좋거나 질병이 있어서 나타난 하나의 결과일 뿐인데 겉으로 보기에 몸이 좋지 않게 된 혹은 면역이 떨어진 원인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내놓는 대책이다. 체온을 올리기 위해 운동해서 근육을 키우라고 말한다. 여기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면역을 포함한 우리 건강에 도움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설명하는 과정이 틀렸다. 엉뚱하게 체온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체온은 대뇌 깊숙이 위치한 시상하부가 관장한다.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게 정상이다. 나의 의지나 노력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 인간은 항온동물임을 기억해야한다. 체온은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둘다 바람직하지 않다.
서적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국내언론의 보도도 문제가 많다. 메르스 환자가 체온이 낮았다는 기사는 어이가 없다. 어떤 연구기관에서 어떤 방법으로 몇 명을 대상으로 측정했더니 결과가 어떠했다는 기본적인 팩트도 나와 있지 않다. 그냥 ‘익명의 누가 그러더라’라고만 기술하고 있다.
폐암 환자 완치사례에 대한 기사도 단지 한 사람의 케이스만으로 전체 폐암으로 일반화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암세포가 35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는 이야기도 금시초문이다. 전 세계 유력 학술잡지의 논문들을 모조리 뒤져도 그런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
설령 그렇다 해도 시험관 실험에서의 결과일 뿐이다. 암환자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의 몸에서 35도란 체온은 추운 환경에 오래 노출되어 저체온증이 시작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다.
체온면역설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본 건강서적의 무분별한 수용이 불러온 해프닝의 하나다. 사람들은 운동하고 금연하라는 뻔한 이야기에 식상하다. 그러다보니 이색적인 주장에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가끔 이를 부추기는 전문가들이 있다. 박사나 의사, 대학교수 가운데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근거주의에 입각해야 하며 근거가 없다면 의학적 개연성에서만이라도 보편타당하게 납득되는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언론도 건강 관련 보도에서 흥미 위주에서 벗어나 신중하고 객관적일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이다.
치과에 중장년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4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4년에 치과를 방문한 55세 이상 환자 수는 2010년에 비해 4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는 노인틀니가, 지난해부터는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된 데다, 치아 건강을 찾고자 하는 환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치과들도 달라지고 있다.
“어머니, 다음 주 월요일에 오셔야 하는데요, 너무 일찍 오시면 힘드시니까 아침에 ‘별이 되어 빛나리’ 보시잖아요? 그 드라마 보시고 나서 천천히 나오세요.”
신당동의 한 치과에서 고령의 환자를 진료한 치과위생사가 다음 진료 약속을 잡기 위해 하는 말이 이채롭다. 약속 시간을 잡을 때 형식적인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좀 더 쉽고 잘 기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한양여자대학교 치위생과 황윤숙 교수는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에서 정보 전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소통입니다. 각 세대나 연령층은 그들에게 맞는 고유한 언어방식이 존재하는데, 이 부분을 맞춰 가족과 같은 공감을 얻어내야 효과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요즘은 치과도 환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기실에 소파 대신 온돌의자를 비치한다거나, 테이블에 돋보기를 준비하는 등의 작은 배려는 이제 기본이 됐다.
이런 변화는 동네 치과의원들만의 것이 아니다. 대형 대학병원들도 마찬가지인데,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의 경우 시니어 진료실을 따로 운영하면서 연령에 따른 특화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은 노인구강진료실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런 변화는 학술 분야도 마찬가지여서 노인의 구강건강이나 효과적인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한 치과의사들의 모임도 활발하다. 2004년 설립된 대한노년치의학회가 그 대표적인 단체로, 치과에서 노인 환자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학회 김경선 부회장은 “예전에는 나이 든 치과의사 모임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젊은 치과의사들도 중장년층 환자들을 좀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학구열이 높아지고 있고, 학회 내부적으로도 치료법뿐만 아니라 시니어 구강관리 전문가 과정 도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의료용 기기나 구강용품 등도 중장년의 치료와 관리를 위해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치를 위한 임플란트도 바이오 신기술을 이용한 노인맞춤형 임플란트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고, 입냄새의 심한 정도를 숫자로 보여주는 측정 장비도 이미 시중에 선보여, 일부 치과에선 사용 중에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자일리톨 껌 역시 의치에 잘 붙지 않고 단단해 씹는 운동도 겸할 수 있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또 최근에는 미래 의료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치과치료 기술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최근 세미나를 위해 방한한 독일 Envisiontec社의 도미닉 크루거 연구원은 “새로 개발되는 기술이 병원에 적용되면 치료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 오랜 치료시간을 힘들어 하는 중장년층에겐 희소식이 될 것입니다. 또한 정밀도도 향상돼 의치의 수명도 향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평소에 모르던 건강의 소중함은 잃고 나서야 재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치아 건강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많은 경우 소홀히 여겨 뒤늦게 병원을 찾아 후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령화에 발맞춰 치아의 질병도 진화한다. 과거의 충치 질환은 시간이 흐르면서 잇몸 질환을 거쳐 치아의 노화 현상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과 달리 충치 하나 없어 치과 한 번 안 가봤다며 자부하는 황소웅(黃昭雄·73) 카이스트 명예교수의 입 속을 윤홍철 강남 베스트덴 치과 원장이 시원하게 들여다봤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장소제공 강남베스트덴 치과(bestden.co.kr)
나이를 뛰어넘은 듯한 황소웅 카이스트 명예교수의 건강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치아다.
“333법칙을 지키는 편입니다. 음식 섭취 후 3분 이내, 하루 세 차례씩, 3분 동안 회전해 닦지요. 그리고 아무래도 70 평생 이렇게 충치 없이 살 수 있는 비결은 매일 아침 아내가 준비해 주는 야채 식사와 우유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살짝 익힌 당근, 사과, 브로콜리, 양배추 가득 한 접시 말이죠.”
황 교수는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비법을 아내 덕분이라고 요약했다.
“지인들이 제 이를 보고 칭찬과 함께 부럽다며 비결을 물어봅니다. 하지만 일부러 애쓰지는 않았어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엄격하게 식단 조절을 하면 스트레스가 생기잖아요. 건강을 지키는 게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즐겁게 잘 살기 위해서 건강을 지키는 거니까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걸 해야 하고 말입니다.”
올바른 칫솔질과 주기적인 스케일링이 치아 건강의 핵심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황 교수의 치아를 전문가가 들여다보면 어떨까? 윤홍철 강남 베스트덴 치과 원장이 그 역할을 맡았다.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하는 윤 원장의 진단을 받으면서, 황 교수는 충치는 없으나 최근 시린 적이 두어 번 있었다고 말했다.
“시린 이 증상은 잘못된 칫솔질 습관이나 노화 현상에 의해 잇몸이 내려가 치아 뿌리가 노출되거나 치아의 씹는 면이 심하게 마모될 때 생기게 됩니다. 또 잇몸병이 심하거나 치아에 금이 가거나 깨졌을 때도 같은 증상을 보입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칫솔질은 물론이고 주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해야 합니다.”
윤 원장은 정부에서는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연 1회 스케일링에 대해 보험 지원을 하고 있으니 노인들은 스케일링을 해두는 게 좋다고 말한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교수님의 치아는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치과 전문의가 볼 때는 아무래도 다양한 질병들이 보이죠. 황 교수님은 잠잘 때 이를 악물고 자는 편인 것 같습니다. 이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과 질곡이 보이듯이 황 교수님은 평소에도 참고 인내하는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가슴 언저리에 아픔이 많아 보입니다.”
황 교수의 주치의를 자처한 윤 원장은 환자의 입 속을 통해 인생을 들여다보듯이 말했다.
정직한 삶, 정직한 건강관리법
‘꼿꼿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기개, 의지, 태도나 마음가짐 따위가 굳세다’는 뜻이다. 황 교수를 만나는 순간 ‘참 꼿꼿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작은 키와 다부진 몸매, 인터뷰 내내 보여준 모습이 그랬다. 그래서일까. 흐트러짐 하나 없이 바르게 앉아 사람을 마주하는 모습에서 올곧게 지내온 세월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의 건강관리법 역시 곧고 정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황 교수의 삶 자체가 한결같고 곧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 한국일보에서의 정치부 기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50년 동안 국가를 생각하고 살면서 그 안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다. 원래 외교관이 꿈이었던 그는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보내며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꿈꿨고 이를 만들기 위해 하는 일에서 진심을 담아왔다.
식습관이 치아 건강의 열쇠
“과거에 교수로 재직할 때는 바쁘다고 운동을 소홀히 하다 보니 당뇨가 생기고 혈압수치가 높아졌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운동시간을 늘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덕분에 당과 혈압수치가 많이 내려왔어요. 약은 먹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다 보면 일하는 재미 속에서 권태를 느낄 수 없다’는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고 있는 황 교수는 요즘도 대덕에 있는 카이스트, 춘천에 있는 강원대학교로 강의를 다니느라 분주하다. 신체 나이만 보면 60대로 보이는 황 교수는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가득했다.
“저는 무엇이든 도전해보는 성격입니다. 30년간의 기자 생활, 공직자, 교수로 곳곳을 다니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음식을 적극적으로 먹어봤던 편이죠. 어느 나라 음식이든 그 나라의 특수성이 담겨 있잖아요. 때론 거칠기도 하고 삼키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가리지 않았어요.”
호기심으로 인해 새로운 음식을 만나면 되레 달려드는 쪽이었던 황 교수에게 다행인 것은 차근차근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별다른 질환이 없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고 산책을 즐기는 그는 3명의 손녀와 아들, 며느리, 아내와 함께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죠. 특히 세대 간 단절이 심하다지만 우리 손녀들은 집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해요. 나중에 큰 자산이 될 겁니다.”
건강은 자연스러움으로부터 온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 늙어가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아 억지로 가꾸거나 꾸미려 하지 않는다는 그는 자신의 건강 비결이 바로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모습이 가장 저다운 모습, 진실한 모습 아니겠어요? 특별한 운동법도 건강식도 없지만 항상 바쁘게 살면서 늙어가는 제 모습을 사랑하는 것, 나이에 연연하며 도전을 꺼리기보단 담담하게 사는 것이 제 건강 비결입니다.”
육체적인 건강 말고도 황 교수가 늘 강조하는 또 다른 건강이 있다. 바로 정신적인 건강과 사회적인 건강이다. 정신적인 건강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며 사회적인 건강은 단절되지 않고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다. 육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진정으로 건강한 삶이라는 것이 황 교수의 철학이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자’는 진리는 말로는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이 평범한 교훈을 사람들은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리라. 황 교수 또한 그러했다. 그리고 그러한 황 교수의 일상적인 노력은 지금, 노년의 건강한 치아와 함께 제2 청춘이 새롭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1. 특수검사실에서 1분간의 구취 측정 후 바로 결과지 확인 가능.
2.치아 우식 활성화 검사를 통해 미생물 유무와 충치발생 가능성을 예측한다.
3. 치아의 뿌리, 잇몸 뼈의 상태, 신경치료 여부와 치아 주위의 구조물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엑스레이 촬영.
4. 가정용 큐레이인 큐스캔으로 세균막의 형광을 찾아내 구강관리 정도를 알 수
있고 잔존하는 세균막을 찾아내 칫솔질로 제거할 수 있다. 올인원바이오가 개발한 큐스캔은 집에서 사용하는 체온계처럼 사용하는 장비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초기 충치 의심 부위, 치태, 치석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5.검사 결과를 보고 전문가 영역에서 윤홍철 원장이 질병을 체크한다.
황소웅 교수 진단 소견
- 침 분비 안 돼 세균번식 쉬워져 노인성 충치 악화
- 오른쪽 어금니 치아 겉 부분이 닳거나 깨지기 쉬운 실금 발견
- 잇몸 건강은 임플란트 수명과 직결되어 정기점검 필요
- 치석 덩어리가 많아 스케일링 필요
조선시대 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시 노인일쾌사에서 우리는 조상들 역시 구강 질환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게 되는 여섯 가지 즐거움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이 시에서, 그는 노인의 또 다른 즐거움은 치아가 없는 것(齒豁抑其次)이라면서, 치통이 없어 이제는 잠을 편안히 잔다(穩帖終宵睡)고 적었다.
하지만 다산(茶山)이 미처 몰랐던 것이 하나 있다. 그를 괴롭혔던 치통과 이가 빠져버리게 된 원인이 바로 그가 마지막까지 의지했던 잇몸 때문이었다는 것 말이다.
흔히 우리는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물론 은유적인 속뜻도 있겠지만, 그만큼 잇몸은 꽤 튼튼해서 치아만큼 버텨 줄 것이라는 믿음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치과의사들은 그 믿음을 헛된 믿음이라고 단언한다.
치과질환 잇몸관련이 압도적
의료현장에서 치과의사들은 특히 중년으로 접어들수록 치주질환과 관련한 치료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3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단일상병으로는 치은염과 치주질환이 8번째로 진료비가 많았으며, 치과 질환 중에서는 유일하게 발표한 순위 20위 안에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잇몸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잇몸을 구성하는 두 가지 조직 중 어느 곳에 발병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잇몸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이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게 되면 ‘치은염’이라 부르는데, 치은염은 제때 치료만 이뤄진다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치주염은 상황이 다르다. 잇몸의 염증이 잇몸뼈까지 전이된 상태를 치주염이라 부르는데, 치주염으로 잇몸뼈를 잃게 되면 회복은 쉽지 않다.
특히 이로 인해 잇몸뼈의 높이가 낮아지게 되면 치아가 벌어지고, 음식물이 끼면서, 다시 염증의 원인이 되고 결국 악순환을 반복시킨다. 또 노안(老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여기서 더 주의해야 할 것은 치근우식. 치근우식은 말 그대로 치아의 뿌리가 썩는 것을 이야기 한다. 잇몸으로 보호되고 있던 뿌리 부분이 점차 노출되면서 충치균에 감염되면 발생한다.
치근우식이 무서운 것은 진행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것. 일반적으로 치아를 보호하고 있는 법랑질은 성인이 되면 잘 썩지 않고, 설사 충치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 진행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하지만 치아 뿌리 쪽에 충치가 생기면 속도가 빠르고 치명적이다.
특히 이 치아우식은 지독한 입냄새의 원인이 되므로, 새로운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중년들에겐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치주질환으로 치아 흔들리면 ‘사망선고’
치주질환에서 최악의 상황은 치아가 견디지 못하고 빠져 버리는 상황이다. 치주질환은 상태가 악화가 되어서야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치아가 흔들리는 상황이 되면 이미 살리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많다.
구로이즈치과의원 채규창 원장은 “치은염은 염증을 긁어주는 치주소파술 정도로 치료하면 되지만, 치주염까지 진행되면 잇몸을 일부 잘라내는 등의 수술이 필요하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길은 아주 단순합니다. 원인이 되는 치태를 없앨 수 있도록 스케일링을 통해 치석을 제거하고, 치실이나 고압 구강세정기 등으로 치아관리를 성실하게 해야 합니다. 영양상태 역시 잇몸건강에 영향을 주니 이 점도 신경 써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치석제거를 위한 스케일링은 국민건강보험 적용대상이므로 낮은 본인부담금(1만3000원)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잇몸약에 대해서 치과의사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부분의 잇몸약이 비타민과 칼슘이 주성분인 영양제에 지혈제와 부종완화제를 더한 것이어서,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그리 추천할 만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치주질환이 전신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효정 교수는 최근 발표를 통해 대만 의료진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연구진이 10년간 71만 9426건의 치료 사례를 연구한 결과, 치주질환을 방치한 환자의 경우가 치료한 환자에 비해 뇌졸중 발병이 37%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발병 후에는 반드시 치료를 받기를 주문했다.
조부모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이 부모만큼 많아진 사회상을 반영해 건강과 관련한 습관에 대해서도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릉원주치과대학 박덕영 교수는 “결국 건강한 잇몸은 본인 스스로가 평소에 어떤 습관을 갖고 관리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올바른 관리방법과 습관을 익히고, 손자, 손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교육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흔히 구강건강, 치아건강이라고 하면 TV 속 치약 광고의 가운 입은 의사와 어금니 모형 속 충치만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실제로 구강건강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생각보다 꽤 넓다. 특히 인상과 미소를 좌우하는 얼굴의 상당 부위를 좌우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시점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거울을 찬찬히 볼 필요가 있다.
시원스런 웃음이나 미소가 주는 의미는 여러 가지다.
나의 심리상태나 기분을 상대에게 전달해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해 주기도 하고, 상대에게 적의가 없음을 표현하는 사회적 기능도 갖고 있다. 흔히 우리가 처음 만난 상대와 악수를 할 때 치아를 보이며 미소를 짓는 이유도 이 때문이고, 총기문화가 발달된 곳일수록 낯선 이와의 눈인사가 일상이 되는 것도 미소가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소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나이 등을 가늠해 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미소를 통해 어떤 위치의 치아가 보이는지, 치아의 상태나 색은 어떤지에 따라 상대의 젊음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치의학 중 심미치료학, 아름다운 외모를 고려한 치료를 연구하는 분야에선 ‘스마일 라인’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스마일라인은 윗니들과 아랫니들이 만나는 선을 이야기하는데, 젊어 보이려면 이 곡선이 평평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웃음을 잃는다는 표현은 다소 문학적인 표현인 것 같지만, 실제로 웃음을 잃은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치아나 구강상태에 자신이 없다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열어 자신의 것을 활짝 내어 보이는 행위를 쉽사리 할 수 없는데, 그야말로 웃음을 잃은 셈이 되는 것이다.
잃어버린 자신감으로 우울증 앓기도
진료 현장의 치과의사들은 외모는 숨겨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 예방할 것을 추천한다. 흔히 말하는 안티에이징이 치아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세대치대 이장열 외래교수(스마일어게인 치과의원)는 “구강 부위의 변화를 늙는다는 것의 기준으로 여겨 우울증으로 연결되는 환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과거에는 고민만 하다가 증상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교정 등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제 2의 인생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중년층의 교정을 생애전환기 교정으로 규정하고 보다 전문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 교수는 “특히 노화가 시작되면 안면근육의 근력이 약해지면서 웃을 때 윗니 대신 아랫니가 노출됩니다. 그런데 이 앞쪽 아랫니가 세월이 지나면 어금니의 미는 힘 때문에 비뚤어지는 경우가 많아 콤플렉스의 원인이 되곤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교정 장치가 보이지 않도록 치아 안쪽으로 넣는 설측교정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사회활동이 중요한 중년들의 교정이 더욱 용이해졌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중년 교정 환자들이 늘면서 진료실 안의 풍속도에도 변화가 일었다. 부산 예쁜미소바른이치과 정주혜 실장은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두 번째 새 인생을 준비하는 중년들의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관심이 무척 늘었습니다. 대학 진학이나 사회 진출을 앞둔 자녀와 함께 나란히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미백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 미백은 원래의 색을 잃고 어둡게 된 치아를 다시 하얗게 만드는 치료를 말하는데, 미백이 필요한 이유는 대부분 흡연이나 식습관 때문이다.
치아의 희고 단단한 부분인 에나멜질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빨대와 같은 얇은 관들이 빽빽이 서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 얇은 관 안으로 흡연으로 인한 침전물이 채워지거나, 한국 음식 특유의 색소들이 자리 잡으면서 치아의 색을 어둡게 한다고. 특히 최근에는 치아 변색의 주범으로 커피가 지목되고 있다.
칫솔질과 입 체조로 젊음 유지 가능
입 주위 안면 부위 노화는 몇 가지 증상만 체크하면 스스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치과의사가 지적하는 일반적인 노화현상은 다음과 같다.
먼저 침의 분비가 줄어들어 입 안이 마르기 시작한다. 침은 입 안에서 살균작용을 돕기 때문에 구강건조증이 찾아오면 잇몸에 염증이 생기기 쉽고, 충치와 구취에도 영향을 준다. 또 치조골이 낮아지면서 치아 사이가 벌어진다. 이 역시 치주염과 관계가 있다. 틈이 생긴다는 것은 음식 찌꺼기가 쉽게 끼고, 썩게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변화는 근육의 이완. 안면의 근력이 떨어지게 되면 인중이 길어지게 되면서 사람의 인상을 다르게 만들고, 웃을 때 윗니가 보이는 젊은 사람들과 달리 아랫니가 보이게 만든다. 치과의사들이 아랫니의 배열이나 색상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아와 입 주변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입 체조나 와타나베 칫솔질과 같은 치아세정술을 추천한다. 입 체조는 말 그대로 입 주변과 혀의 근력을 강화하기 위한 체조로, 입술과 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발음을 소리 내어 말하면서 하는 운동. 제대로 된 효과를 보려면 올바른 교육을 받고 시도하는 것이 좋다.
와타나베 칫솔질은 일본에서 고안된 이 닦는 법 중 하나인데, 그간 고안된 많은 칫솔질 방법 중에서 최근 들어 각광받기 시작한 방법으로, 대학에서도 정규 과정으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처음엔 환자 스스로가 직접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먼저 시술 받아보기를 권하고 있다.
글 - 송학선(宋鶴善) 원장
요즘 ‘두 번째 스무 살’이란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제 2 인생을 설계하고 꾸려나간다는 것은 그 자체가 희망이고 즐거움입니다. 저도 제 치과를 재개원하려 합니다. 제 2의 치과를 설계하고 꾸며보려 하는 게지요. 치료 중심의 치과에서 예방 중심의 치과로 바꾸려구요. 이 닦아 주는 치과로 평생 구강건강 전문 관리 주치의 노릇을 하려는 겁니다.
치과의원을 막 개원했을 때입니다. 하루는 러닝셔츠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머리엔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30대 남자가 턱을 감싸 쥐고 진료실로 들어섰습니다. 치료받으려는 사람 행색치고는 너무했다 싶었지만 무척이나 아픈가 보다 하고는 할 말을 참았습니다. 그런데 입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습니다. “도대체 이를 닦는 거요 마는 거요?”
그리고는 구강 건강에 무심한 환자를 야단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위 합쳐야 몇 개 남지 않은 이에 그나마 음식물이 잔뜩 끼어 마치 쓰레기장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참을 야단치다가 부끄럽고 미안해하는 표정에 야단을 멈추고 무슨 일 하시는 분인지를 물었습니다.
“양곡 도매시장에 나락 정미해서 올려 보내는 일 하고 있구먼유.”
“기계 앞에서 하루 종일 떠날 수가 읍스유. 밥도 서서 먹구유. 잠도 쌀가마니에 엎어져서 그냥 자누먼유. 그것두 네 시간밖에는 못 자유.”
충격이었습니다. 가슴이 무너지며 목이 콱 메어 왔습니다. 식사시간도 없이 하루 스무 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이 닦으라고 야단쳤으니요. 이분에게는 건강할 조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루 8시간 노동과 삶의 여유가 필요한 분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에 친구들과 소주도 한잔하고, 가족들과 텔레비전도 보고, 자기 전에 씻고 이 닦을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위해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어야 옳았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구강건강이 나쁜 것은 이를 닦지 않아서이고, 입안에 나쁜 균을 없애면 구강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란 순진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가진 치의사였습니다. 질병에 대한 생의학적 모델만을 교육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치료 중심의 진료 체계 속에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옛날 임금님도 치통은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광해군이 치통을 앓았던 기록이 있습니다. 영의정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이 광해군에게 문안인사를 하는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여러 부위의 열이 위에 모여들어 치통이 생겨난 것입니다.” “무릇 위(胃)에서 생겨난 병은 침으로 쉽사리 효험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마음을 맑게 하고 생각을 줄여서 일을 처리함에 있어 잘 조절하여야 상하가 서로 통해 열이 흩어질 것입니다.”
치통 때문에 광해군은 어의(御醫) 허준(許浚)에게 침을 맞고 있었습니다만 치료는커녕 쉽게 통증도 가시지 않았겠지요.
또 오성(鰲城)으로 잘 알려진 좌의정 필운(弼雲) 이항복(李恒福)이 “치통 증세는 어떠하십니까?”라고 묻자 광해군은 이렇게 답합니다.
“잇몸의 좌우가 모두 부은 기운이 있는데 왼쪽이 더욱 심하오. 한 군데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곪는 것처럼 아프고 물을 마시면 산초(山椒)맛이 나는구료.”
사실 산초나무나 초피나무의 매운맛을 내는 ‘산시올(sanshol)’ 이란 성분은 마취 작용과 살충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민간요법으로 치통이 있을 때 산초열매 껍질을 씹어 통증을 감소시킵니다. 서양에서도 이 방법이 사용되는지 이 나무의 영어 이름이 ‘toothache tree’ 즉 치통나무입니다. 입안이 심하게 아프면 광해군의 표현같이 마치 산초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맛의 산초 열매를 통증을 없애는 약제로 쓸 수 있다니 참 묘하지요?
왕으로 살든 신하로 살든 웰비잉(well-being)이건 슬로 라이프(slow-life)이건 건강한 삶이든 행복한 삶이든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 그림에 떡입니다. 어떤 삶이든 구강건강이라는 것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조건 중 하나입니다. 우리 몸의 대문 격인 입안이 건강하지 못해서야 몸도 마음도 편안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이도 오복(五福)의 하나여~”라고 말합니다. 오복이 무언가요? 새로 집을 지어 상량(上梁)할 때 대들보에 연월일시(年月日時)를 쓰고 그 밑에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 천상의 세 가지 빛에 응하여 인간세계의 오복을 갖춘다.’고 씁니다. “오복을 갖추었다”고 말하면 모든 걸 가진 행복한 삶이겠지요.
상서(尙書), 즉 서경(書經)에 오복이란 오래 사는 수(壽), 많은 재물 부(富),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강녕(康寧), 어진 덕을 닦는 유호덕(攸好德), 하늘이 내린 명대로 살다가 죽는 고종명(考終命)이라 했습니다.
중국 청나라 시대에 적호(翟灝)가 편찬한 통속편(通俗編)에 나오는 오복은 상서의 오복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수(壽)· 부(富) · 귀(貴)·강녕(康寧)·자손중다(子孫衆多)로 되어 있어 두 가지가 다른데, 서민층이 바라는 오복은 오히려 이 통속편의 오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과경(因果經)의 종요(宗要)인 ‘현자오복덕경(賢者五福德經)’에서 부처님은 오복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어진 사람은 법을 설하여 다섯 가지 복덕을 얻으니 첫째는 세상에 나서 오래 사는 것이요, 둘째는 큰 부자가 되어 재물과 보배가 많은 것이요, 셋째는 단정하게 잘 생기는 것이요, 넷째는 명예가 세상에 널리 드러나는 것이요, 다섯째는 정신이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지는 것이니라.”
사실 문헌에서 찾을 수 있는 옛 사람들의 오복 중에 이[齒]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곳은 없습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강녕에 들어 있는 셈이지요.
반복되는 이야깁니다만 음식을 잘 씹지 못한다는 것은 전신 건강을 유지할 첫 번째 조건이 부실하다는 이야깁니다. 동물에게 이빨의 상실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이것은 우리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강건강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착각, 치과 기술로 또는 약물로 이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습니다.
구강 건강과 관련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실은, 우리 입안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질병은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잇몸병이나 충치는 예방으로 피해갈 수 있는 유일한 만성 질환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알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동물과 인간의 가장 분명한 차이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빳빳한 칫솔 하나가 치과의사 열 명보다 낫습니다.”
글 - 송학선(宋鶴善) 원장
서울대 문리대 치의예과와 치과대학 합쳐서 8년 다님.
1984년 송학선치과의원 개원. 청년치과의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환경운동연합, 과천시민모임, 환경재단136포럼,
6월민주포럼, 충치예방연구회 등 활동. 현재 콩세알튼튼치과 준비 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무니 moony5696@naver.com
어느 날부터인가 손자 손녀가 가까이 오지 않는다. 사랑스런 아이들을 꽉 끌어안고 온기를 나누고 싶은데 이제는 싫은 내색에 선뜻 손 내밀기가 어렵다. 또 입을 가리지 않고 활짝 웃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손으로 가리지 않으면 남에게 폐가 된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한때는 늘 들었던 동안이라는 인사치레도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이런 의구심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면 거울을 보고 입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당장 통증이 없어도 나는 괜찮은 것 같지만, 내 몸의 작은 변화들은 안타깝게도 내가 가장 늦게 알아챈다.
조선의 대표적 명의인 구암 허준을 묘사한 소설 을 살펴보면, 외상으로 다치는 일 외의 내부로부터 병을 앓게 되는 원인은 입을 통한 음식행위(飮食行爲) 속에서 병이 몸속으로 묻어 들어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무엇을 먹는지, 어떤 것을 먹지 말아야 할지만큼이나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엿보이는 조상들의 지혜다. 실제로 현대 의학에서도 씹는 행위와 구강건강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뇌혈관 질환이나 치매와의 연관성 등 차고 넘치도록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의학 전문기자이자 저널리스트인 가바야 시게루(蒲谷茂)는 그의 저서 에서, 입으로 씹고 맛보는 행위는 환자 회복 의욕에 영향을 주며,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과 삶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저술하고 있다. 이렇듯 씹는 행위, 음식을 먹는 행위는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데, 그 바탕에는 ‘건강한 치아’라는 선결조건이 자리 잡고 있다.
순종의 장례일 사진에 우연히 등장했던 최초의 치과 ‘이해박는집’과 지금의 치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얼마 전까지 아말감으로 땜질을 해대던 그 모습과도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그 변화에 걸맞게 우리들도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세월은 어떻게 치아에 자리 잡는지, 요즘 다들 한다는 그 임플란트는 무엇인지, 달라지는 중년을 위해 치과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