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발 프로그램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 실태를 방영했다. 우연히 본 내용은 다소 충격이었다. 좁은 골목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파출소에 데려다 놓고 없어진 딸은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들에게 연락해도 모실 여력이 안 된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결국 노인은 보호시설로 인계되었다.
취재를 위해 예전 옷가게를 찾아가 주변 상인에게 확인하니, 엄마가 치매를 앓자 딸이 와서 가게를 처분하고 장사하며 번 돈으로 장만한 집까지 수억 원에 판 뒤 정작 치매에 걸린 엄마는 외면했다. 집을 판 돈도 자식들이 가져간 것 같다며 방 한 칸이라도 엄마 앞으로 남겨두었으면 저렇게 되진 않았을 거라고 안타까워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숫자는 대전광역시의 인구를 훌쩍 넘겼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독거노인 비율(전체 노인 중 홀로 사는 노인 비율)이 2015년 18.4%에서 2018년 19.4%로 높아지면서 같은 기간 혼자 사는 노인이 120만 명에서 143만 명까지 늘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혼자 사는 사연도 다양하다. 남편의 부재로 홀로 아들을 키웠는데 아들 내외와 다투고 혼자 산다는 노인은 가끔 아들이 보고 싶지만 이제는 연락도 안 된다고 한다. 서로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야 편하다면서. 혼자 사는 게 어떤 마음이냐고 묻는 말에 "혼자 산다는 건 아무도 없다는 거죠 뭐"라고 한다.
혼자 남은 노인들은 주로 쪽방촌으로 모인다. 200여 명의 노인들이 모여 사는 한 쪽방촌. 등이 굽은 노인들이 좁은 골목에 삼삼오오 앉아 있다. 사연을 들으니 대개 홀로 아이들을 키운 노인이 많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일 텐데 왜 나이 들어 외면당해야 할까 마음이 답답하다.
40년간 쪽방촌에서 살아온 분도 있다. 94세의 이 노인은 아들이 둘이지만 멀리 있어서 거의 못 온다고 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일본에서 가정부로 일하다가 근로정신대에 강제 징용됐고 해방 후에야 노역에서 벗어나 다시 돌아왔다는 이분은 외로움과 싸우며 살고 있다. 근처에 산다는 동생 연락처를 찾다가 “어디로 갔지?” 하며 혼잣말을 하는 이 노인도 치매라고 한다.
독거노인들이 모여 사는 여인숙도 있다. 이들은 아침마다 서로 문을 두드려 안부를 묻는다. 행여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 자녀를 수소문해 연락을 해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인숙에 사는 한 노인에게 자녀가 있냐고 물으니 있어도 없는 것과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자기들끼리 잘살면 바랄 게 없다면서 해준 것 없으니 바랄 것도 없다는 노인은 “힘든 게 뭐냐?”는 질문에 그저 외롭고 쓸쓸하다고 한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대개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있어도 연락이 끊긴 노인이 많다.
누구나 나이가 드는데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자식들의 사정은 무엇일까. 사정이 어떻든 자녀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을 것이다. 마음에 묵직한 돌 하나 얹힌 듯 답답한 시간이었다.
노인이 되어 혼자 산다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쓸쓸한 일이다. 기대수명이 길어진 세상, 노년을 잘 살아내려면 미리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 같다.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물론이고, 재산도 자녀에게 미리 물려주지 말고 지인들과 관계를 지속하면서 바깥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철이 돌아왔다. 안전사고는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일어난다. 특히 여름철에는 감전사고를 조심해야 한다. 여름철 감전사고의 실태를 먼저 살펴보자. 외국에서도 통계자료를 발표하지만 나라별로 조사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어 그대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우리나라의 자료는 전기안전 전문기관인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전국의 병원을 다니면서 직접 조사한 통계다. 감전사고 환자의 치료기록과 경찰서의 변사사고 처리기록부를 근거로 조사한다. 방대한 작업량이어서 결과를 분석하고 심사를 해 매년 8월에 발표한다. 최신 통계는 2018년 자료이며 한국전기안전공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2018년 한 해에 일어난 감전사고 사상자 수는 총 515명으로 사망 17명, 부상 498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감전사고 사망자 수는 2명이 감소했고 부상자는 15명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숫자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상황을 보여준다. 눈여겨볼 것은 여름철에 특히 감전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54건이 발생했고 7월에 68건으로 치솟았고 8월에는 59건으로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인다.
어떤 상황에서 감전사고를 당하는지를 분류해보면 전기가 충전되어 있는 곳에 신체 일부가 직접 닿아 일어나는 충전부 직접 접촉이 다수다. 어떤 사람이 감전사고를 당하는지에 대한 통계를 보면, 직접 전기공사를 하거나 고장난 기계를 보수하다가 224명(43.5%)이 상해를 입었고 전기설비를 운전하거나 점검하는 과정에서도 51명이 피해를 당했다. 어린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전기콘센트에 젓가락을 꼽거나 가전제품으로 장난을 치다가 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27명). 가정집에서 가전기기를 다루다 감전사고를 당한 사람도 28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감전사고를 당할 때 2차 피해가 더 큰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감전이 되는 순간 깜작 놀라 밑으로 떨어지거나 뒤로 넘어져 모서리에 머리를 다치는 경우다. 전기 화상은 뜨거운 물이나 불에 의한 화상보다 심각하다. 일반 화상은 신체 바깥으로 열이 전달되지만 전기는 혈관과 피부 깊숙이 전류를 보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화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각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전기 화상의 특징이다.
이런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원인과 대책을 세우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 전기안전을 다룬 필자로서 감히 말해본다. 왜! 여름철에 유독 감전사고가 많은 걸까?
첫째, 높은 습도와 더위로 물을 많이 소비하는 여름철이 누전이 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둘째, 땀으로 인체 저항이 감소되어 전기가 더 잘 통하기 때문이다. 일조시간이 길어서 작업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더위 때문에 신체 노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즉 전기 충전부에 닿기 쉽다는 약점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름철 감전사고를 줄여줄 방법은 없을까?
우선 전기설비가 안전해야 한다. 최초 전기설비는 대부분 안전하다. 사용하면서 노후로 점점 나빠진다. 그래서 유지, 보수 관리가 중요하다. 매월 4일은 ‘안전점검의 날’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4‘라는 숫자를 불길하게 여긴다. 이런 날을 의도적으로 택해 안전점검의 날로 정했다. 우리 주위에 위험한 곳이 없는가!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우리 집의 전기 분전함이 어디 있는지, 그 안을 열어본 지가 언제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전기설비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후진국형 안전사고는 대부분 예방된다. 자기 능력을 과신해 전기스위치를 끄지 않고 작업을 하거나 고객의 정전 피해를 줄여줄 목적으로 서두르다가가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안전이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한다.
날씨가 더우면 주의력이 떨어진다. 건설 현장에서도 안전장비 착용에 소홀해지기 쉽다. 작업책임자는 근로자의 보호장갑, 안전화 등 개인 장구 착용 여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일사량이 많고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작업자가 지쳐 집중력도 떨어지고 작업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내부안전관리규정에 의거 근로자를 쉬도록 하고 시원한 쉼터도 만들어줘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화되어 법으로 규제를 하지만 그보다 앞서 생명의 존귀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다음은 어느 회사의 작업 현장에서 본 글이다.
“당신의 목숨보다 우선해서 해야 할 일은 우리 회사에는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생명보다 고귀한 것은 없다.
수도권 2기 신도시인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가 ‘완성형 신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쌓였던 미분양 가구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3기 신도시에 발목을 잡힐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완성형 신도시 ‘운정신도시’가 교통개발 호재와 탄탄한 배후수요를 자랑한다. 특히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비규제 지역의 특권과 풍선효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서울행 교통망 확충에 따른 지역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실제 운정신도시는 2018년을 기점으로 지가 상승률을 비롯해 매매가와 전세가 등 시세 오름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GTX 개통되면 강남까지 30분
운정신도시는 경기도 파주시 동패·목동·야당·와동동 일대 1652만2800㎡의 부지에 조성된 수도권 2기 신도시다. 파주는 그동안 군부대에 의지하는 전방지역 이미지가 짙었지만, 최근 LG그룹 계열사 등이 이전해오고 일반 업무단지가 대거 들어서면서 산업도시로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2023년에 개통되는 GTX-A노선과 현재 추진 중인 지하철 3호선 연장선 사업이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제2순환고속도로 전 구간(2026년 완공),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2020년 완공)를 시작으로 파주로, 동서대로, 제2자유로를 통한 사통팔달 교통망이 형성돼 서울로의 직주근접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개통된 경의·중앙선 파주 운정역을 통해 서울 홍대까지 30분대, 용산까지 40분대로 이동할 수 있다. 여기에 GTX-A노선이 개통되면 운정신도시역에서 강남 삼성역까지는 30분대로 오갈 수 있게 된다. 한국고속철도(KTX), 수서고속철도(SRT) 등 전국구 광역철도가 운행되는 서울역(20분대), 수서역(30분대)도 비슷한 시간대로 끊을 수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GTX A·B·C 3개 노선 사업 가운데 A노선 사업이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점도 호재”라며 “일반적으로 교통망은 발표·착공·개통 3단계에 걸쳐 15~20%의 집값을 띄우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완성형 신도시 아파트
운정신도시는 ‘주거쾌적성’과 ‘여가활용성’도 탁월하다. 신도시 내에 이마트, 홈플러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다양한 쇼핑·문화시설이 있어 생활 전반에 편리성을 더한다. 코오롱스포츠센터와 운정체육공원, 맑은물체육공원 등에서는 축구, 농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운동을 통한 여가활동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운정호수공원, 소리천수변공원, 운정건강공원 등이 있어 친환경 라이프도 누릴 수 있다. 특히 운정호수공원이 주는 혜택이 가장 크다. 신도시라고 하면 비슷비슷한 붕어빵 도시가 연상되는데, 이곳은 호수공원을 품고 있어 타 도시보다 입지조건이 훌륭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교통호재와 입지조건으로 운정신도시 내 아파트의 인기가 뜨겁다. 신도시가 완성되려면 적어도 수년에서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주변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고 공사로 소음이나 분진 등의 피해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완성형 신도시’는 상가나 문화시설 등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진 덕에 주거 인프라가 우수하다.
수요자가 운정신도시에 관심을 갖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파주 운정신도시에 공급된 ‘운정 중흥S-클래스’, ‘운정 1차 대방노블랜드’, ‘운정신도시 파크푸르지오’ 등은 단기간에 분양을 완료했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파주 운정신도시에 대한 미래 가치와 교통호재가 맞물리면서 분양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최근까지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를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규모의 아파트의 경우 야당역 인근 ‘롯데캐슬 파크타운Ⅱ’의 지난해 12월 매매가는 4억4000만 원이었으나, 올 3월 5억1000만 원에 거래됐다. 또 지난해 11월 3억5000만 원이었던 ‘한빛마을 5단지 캐슬앤칸타빌’의 매매가는 올 3월 4억3000만 원으로 올랐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운정신도시는 운정역과 야당역을 중심으로 GTX-A노선 개통 호재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해당 지역은 현재 5000만~1억 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거나 제2개성공단이 파주에 들어서면 기대심리로 인해 아파트 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싱글 직장인 위한 오피스텔 주목
운정신도시 오피스텔의 경우 지구 서쪽으로 파주출판단지가 있고, 북쪽으로 파주읍과 LCD산업단지를 비롯한 다수의 산업단지가 있는 만큼 배후수요가 탄탄하다. 산업단지와의 거리가 가까워 출퇴근이 수월하고, 전 방위 인프라가 집중 개발돼 독보적 주거환경을 갖췄다는 점에서 최적의 직주근접 배후주거지로 주목받는다.
최근 몇 년간 운정신도시 야당역세권 일대에서는 전용면적 5~8㎡ 규모의 소형 오피스텔들이 1억 원 중반~후반대 분양가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가 논란에도 해당 상품들은 성황리에 분양과 계약을 마쳤고, 입주를 앞두고 적잖은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배후수요가 풍부하다 보니 주택, 비주택을 막론하고 수요자와 투자자가 몰려든 것이다.
이 같은 여건과 상황을 종합해볼 때 운정신도시의 오피스텔 투자는 매력적이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GTX-A노선 개통 호재와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배후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비교적 소액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오피스텔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며 “직주근접 주거지를 찾는 싱글 직장인 수요가 높아 운정신도시 오피스텔의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첫 단추는 ‘합리적인 분양가’다. 실투자금을 줄여야 전·월세 등 임대수익률을 높이면서 부족한 자금에 대한 대출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따라서 운정신도시 오피스텔 분양가 수준을 봤을 때 앞으로 기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야당역 근처 ‘유니타워’(전용면적 23㎡)의 올 2월 매매가는 1억900만 원이고, 지난 5월 보증금 500만 원에 53만 원의 월세 계약이 이뤄졌다. 또 3월에 9200만 원에 거래된 ‘운정유미어스 1차오피스텔’(전용면적 19㎡)은 같은 달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의 계약이 성사됐다.
오피스텔 매매가는 점차 오르는 추세다. 야당역 근처에 위치한 ‘디베뉴스타’(전용면적 19㎡)는 지난해 9월 1억 원에 거래됐으나, 올 2월 1억3000만 원으로 뛰었다. 또 ‘문정유미어스 1차오피스스텔’(전용면적 19㎡)은 지난해 12월 1억1300만 원대였으나, 올 4월 1억1900만 원으로 크진 않지만 상승세를 보였다.
◇주거·업무 수요 품은 야당역 상권
운정신도시 상권은 지역별로 다르지만 ‘넘치는 배우수요’로 안정화에 근접했다는 분석이다. 운정신도시는 도시형 교통모델 마을버스 등 5개 노선이 신설될 정도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파주시청이 집계한 2020년 3월 기준 파주시 내·외국인 인구 총계는 46만6117명으로, 전체의 39%에 해당하는 18만1097명이 운정1~3동에 거주 중이다.
산업단지 배후수요도 운정신도시의 상권 안정화에 힘을 보탠다. 현재 파주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관내 산업단지는 국가산업단지인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와 파주탄현중소기업전용산업단지, LCD클러스터산업단지, 그 밖의 일반 산업단지들을 포함해 모두 16곳이다. 곳곳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관계자 수는 21만 명으로 추산된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앞으로 LCD클러스터산업단지 내 LG디스플레이 공장이 증설되고, GTX 운정신도시역 일대에 운정테크노밸리가 조성되면 고용창출에 따른 추가적인 인구 유입으로 배후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운정신도시 내에는 가람마을과 한울마을 등의 상권이 있지만, 투자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야당역 일대”라고 귀띔했다.
야당역 상권은 일자로 길게 늘어진 형태로 주거시설과 업무시설에서 발생하는 탄탄한 수요를 갖추고 있다. 이 지역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빠르게 개발되는 야당역 일대는 앞으로 역세권 상권의 진면목을 드러낼 유망 상권으로 꼽힌다. 야당역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일반상가 1층의 임대료는 3.3㎡당 15만 원 수준으로 아직 투자 문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물론 운정신도시 가람마을 일대도 먹자상권이 발달했다. 하지만 상가 1층에 공실이 드물게 눈에 띈다. 이 지역은 상권이 분산돼 점점 활력을 잃는 분위기라는 게 인근 주민의 설명이다. 반경 1㎞ 내에 1만3000세대가 포진해 있는 한울마을 상권은 유명 프랜차이즈, 각종 의료시설, 대기업 유명 브랜드 업체들이 입점해 있으나 역세권으로부터 거리가 있는 지역이다.
정년 연장 고령자가 1명 늘어나면 청년층 고용이 0.2명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명 이상 1000명 미만이 근무하는 민간기업의 고용 자료를 분석했다. 2013년에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도록 의무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연장 혜택을 받는 근로자가 1명 많아졌을 때, 고령층 고용은 0.6명 증가하고 청년층 고용은 0.2명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100명 이상 기업의 정년 연장 근로자가 늘어났을 때 청년 고용의 감소가 더 뚜렷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에 정년이 55세 또는 그 이하였던 기업에서는 청년 고용이 0.4명 줄어 고용 감소 효과가 더 컸다. 반면 58세 또는 그 이상이 정년이었던 경우에는 청년 고용 감소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이런 결과는 정년을 한꺼번에 큰 폭 늘릴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시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연구위원은 “제도적 정년 연장이 사회적 합의로 결정돼도 점진적으로 시행해 노동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이 흡수될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남일 씨(66·가명)는 최근 손자 돌봄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난 5월 2일 양재역에서 만난 김 씨는 “은퇴 후 할빠 역할을 한 지난 3년간의 세월은, 은퇴가 아닌 또 다른 노동의 세월이었다” 라고 말했다. 그는 맞벌이 아들의 5살, 2살 손자들을 아내와 같이 돌보러 다녔다. 처음에 아내는 “애들 집에서의 식사와 간식 마련, 청소 등 어려운 일들은 내가 할 테니 당신은 그저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몇 시간 놀아주기만 하면 된다”라고 유혹했다. 그런데 그는 ‘애들과 놀아준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지 몰랐다. 과거 육아 경험이 있던 아내와는 달랐다. “사실 근무시간보다 강도에서 여자들과 차이가 많이 나요. 한 명을 안아주면 또 한 녀석이 울며 보채요. 몇 차례 반복하면 힘이 쏙 빠져요. 달래는 요령도 없고 업는 기술도 부족하니... ” 라고 그는 말했다.
시간 잘 가는 게임이나 TV 시청은 며느리에게 금지 당했으니, 애들과 놀아주는 할빠들의 콘텐츠는 단순할 수밖에 없다. 공놀이, 총싸움, 레슬링 등은 모두 육체적인 활동을 수반한다. 한 시간이면 탈진이 된다. “할빠들을 위한 교육 강좌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거기서 남자들끼리 서로 머쓱하게 마주칠 장면을 상상하니 엄두가 나질 않아요”라고 그는 말했다. 현실과 직결되는 돌봄비도 문제였는데, 며느리가 김 씨의 아내에게 주는 방식이었다.
애들의 간식비 등, 장 보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어 구체적인 액수를 밝힐 수 없다는 아내는, 그것을 자신들의 생활비로 사용한다며 그동안 단 한 푼도 김 씨에게 지불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지쳐 가던 김 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외국 여행 다녀온 사람을 접촉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자가 격리를 강력히 시행하면서 적당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았으나, 손자 돌봄 거부 시의 후환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도 김 씨는 나은 편이다. 서울 구로동의 양주석 씨(64·가명)는 아예 병을 얻은 경우다. 양 씨는 유방암 수술을 한 아내와 함께 세 살배기 외손녀를 돌봐주러 다닌다. 건강이 나쁜 아내를 대신하다 보면, 거의 모든 것이 양 씨의 몫이다. “손녀도 나한테 안기는 게 편하니 나만 찾고, 눈치가 빤하니 모든 사항을 저에게만 요구해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다가 교직에 있는 딸의 야근이 잦아지면서 양 씨의 허리에 탈이 났다. 아내와 손녀를 동시에 돌보다 생긴 병이었다. 그래도 그간 마음은 편했었는데, 딸이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갈등까지 생겼다. “종일 딸과 같이 있다 보니까, 혼자 애를 볼 때와는 다르게 평가와 감시를 받는 기분이 들었고 또 실제로 잔소리도 많이 들었죠. 나중에는 유일한 낙인 담배까지 끊으라고 요구당했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불면증까지 생겼다. 그런데도 앞서의 김 씨와 마찬가지로 보상이 없었다. 역시 딸이 아내에게 돌봄 비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간 아내에게 항의도 해보고 협상도 해봤지만 실패했다. 사업가였던 그는, 생활비를 주는 데에만 익숙했기 때문이다. “사실 따로 통장 입금을 해 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한 달에 한두 번 아내 몰래 봉투를 찔러 줬으면 해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육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황혼 육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할빠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체면 때문에 혹은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자식들 집으로 향하고 있다. 앞의 예에서 보듯이, 은퇴 후의 남자들이 겪는 가정 내에서의 권력 변화라고 하기에는 가혹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태업이나 파업도 생각해 보았지만 직장폐쇄로 ‘집 나가면 개고생’ 이기에 그러지도 못한단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일부 악덕 부인들은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여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할빠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대가를 바라고 손자들을 돌보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저 공정하길 바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고착된다면, 전국 할빠 연맹이 결성되어 공동 근로의 대가를 혼자 착취해 가는 부인들을 국세청에 소득세 탈루 혐의로 신고할 수 있다. 이것은 황혼이혼->독거노인->복지예산 증가로 국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또한 부인들에게만 돈을 지급하는 자식들에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둘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돌봄 비용 지급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 즉 아들과 사위도 관심을 가지고 할빠들에게 봉투를 얹어 드려야 한다. 지금 할빠는 미래의 그들 모습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 그래도 가정 내에서의 역할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는 선량한 할빠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는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래야 국가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전국 할빠 연맹의 출범을 방지할 수 있다.
이달 30일 석가탄신일을 시작으로 내달 5일인 어린이날까지, 최대 6일 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된다. 코로나19에 대한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겠지만 알찬 휴가를 위해 저마다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가정의 달을 앞둔 만큼 연휴를 뜻깊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창원자생한방병원 이주영 원장의 도움말을 들어봤다.
◇ 4월 30일 ‘부처님오신날' 108배 무리하다 무릎 부상 우려
석가탄신일에 절에 들러 108배를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108배는 죄를 참회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대표적 수행법 중 하나로,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운동을 위해 108배를 실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절을 하는 동작은 전신을 굽히고 펴는 굴신운동이다. 이를 반복하는 것은 전신 근육을 발달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와 건강관리에 이롭다. 108배를 하는 약 20분 동안 소모되는 열량은 약 150kcal로 같은 시간 수영을 한 것과 비슷한 운동 효과를 낸다.
단, 무리한 108배는 무릎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무릎을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나는 과정은 반월상 연골판을 손상시키기 쉽다. 반월상 연골판은 허벅지와 종아리뼈 사이에 있는 연골조직으로,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이 잘 움직이도록 돕는다. 반월상 연골판이 상할 경우 손상 부위가 점차 커져 방치하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악화될 확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이 원장은 “108배 시작 전에 충분한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석이나 손목·무릎 보호대 등을 갖춰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좋다”며 “108배 도중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중지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5월 1일 ‘근로자의 날’ 피로 쌓인 직장인 목 휴식
직장인에게 이번 연휴는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기회다. PC와 스마트폰을 통한 업무가 생활화된 직장인이라면 그간 목에 쌓였던 피로만 풀어줘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PC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구부정해지기 쉽다. 이때 머리를 지탱하는 뒷목과 어깨 부분의 근육·인대에 부담이 쏠리면서 잦은 뻐근함과 근육통을 불러온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거북목이나 목디스크 등 척추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방치할 경우 경직된 근육들이 지속적으로 뇌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압박해 집중력 저하와 만성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목 통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자세에 주의해야 한다. PC와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가 앞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최소 1시간에 한 번씩은 스트레칭을 통해 목과 어깨에 쌓인 피로를 해소시켜주는 것을 추천한다. 쉬는 동안 ‘끄덕끄덕 스트레칭’으로 목과 어깨에 누적된 피로를 풀어주면 연휴 이후 가뿐한 마음으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끄덕끄덕 스트레칭의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정면을 바라보고 오른손을 왼쪽 머리 옆에 얹고 오른쪽으로 천천히 당긴다. 이때 어깨가 따라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다음에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45도 돌리고 손을 머리 뒤에 얹어 앞쪽으로 천천히 당겨 준다. 이후 방향을 바꿔 왼쪽도 동일하게 진행한다. 1~4번 동작을 1세트로 3회 반복한다.
잘못된 자세로 인해 지속적으로 목에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한방에서는 추나요법을 통해 틀어진 경추(목뼈)의 위치를 바르게 교정하고 침 치료로 수축된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킨다. 이와 병행해 한약재를 정제한 약침을 환부에 주입해 손상된 근육의 회복을 촉진한다.
◇ 5월 5일 ‘어린이날’ 어린이 낙상 ‘손목·발목 염좌’ 주의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온라인 개학 등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위해 한적한 곳에서 소소한 캠핑을 계획하는 가족도 적지 않다. 문제는 뛰노는 것에 익숙한 어린이들의 경우 캠핑장에서 다치는 사고가 잦다는 점이다. 캠핑 장소는 지면이 고르지 못한 곳이 많고 텐트를 비롯한 테이블, 의자 등 장비들이 널려 있어 어딘가에 걸려 넘어져 낙상을 당하기 쉽다.
아이들이 넘어질 때 반사적으로 땅에 손을 짚으면서 손목과 발목에 급성 염좌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봄철에는 어린이들의 염좌 발생이 크게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1월 1만26명에 머물던 9세 미만 발목염좌 환자 수는 5월이 되자 약 2배인 1만8858명까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골격 발달이 진행 중인 어린이들은 낙상으로 인해 성장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는 것이 좋다. 이 원장은 “낙상이 발생했다면 환부에 냉찜질을 해 붓기와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후에도 아이가 통증을 호소한다면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 황금연휴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팁
Tip #1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108배를 시도하면 힘도 많이들 뿐만 아니라 무릎을 비롯한 허리, 손목 등에 부담을 안겨 근육통, 염좌 등 각종 근골격계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횟수를 채우는 것보다 정확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건강 관리에 훨씬 도움이 된다.
1. 절 하기 전 먼저 가슴을 펴고, 어깨에 힘을 뺀 후 합장한 손이 심장보다 조금 위에 있도록 선다.
2. 양 뒤꿈치를 붙인 상태에서 앞꿈치는 약간 벌린다.
3. 천천히 상체를 내려 두 손으로 바닥을 짚는다.
4. 무릎을 굽혀 바닥에 닿게 한 뒤 엉덩이를 발뒤꿈치에 붙인다.
5. 일어날 땐 상체를 들어 허리부터 세우고 발가락을 직각으로 꺾어 엉덩이와 허벅지 힘으로 일어나 무릎에 부담을 줄인다.
Tip #2
낙상으로 인해 발목이나 손목 등에 염좌가 생겼을 때 구기자차를 마시면 증상 완화 및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달달한 맛의 구기자차는 근육과 관절을 보호하고 염증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통증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구기자의 다당 성분은 계절 변화에 몸이 잘 적응하게끔 도와 요즘과 같은 시기 면역력 강화에도 좋다.
구기자차를 준비하려면 먼저 말린 구기자 열매를 프라이팬에 넣고 약한 불에 적갈색 빛이 돌 때까지 볶는다. 구기자를 볶으면 비타민의 함량이 높아질 뿐 아니라 약효 성분이 잘 우러난다. 물 1ℓ에 볶은 구기자 10g을 넣고 약 20분간 더 끓여주면 된다.
서울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 못지않게 핫한 지역이 있다. 강서구 ‘마곡지구’다. 마곡지구는 지금까지 드러난 호재에 최근 또 다른 호재가 겹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마곡지구가 품은 부동산 호재와 투자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목동 뒤편과 상암동 건너편에 위치한 마곡지구는 지하철 5호선(마곡역)과 9호선·공항철도(마곡나루역)가 경유하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서울 도심에서 20분(약 13㎞), 강남에서 40분(약 24㎞) 정도 걸리는 곳이다. 이곳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수도권 광역교통망과 직결된 서남권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첨단산업, 주거,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지속가능한 미래형 스마트시티로 조성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마곡지구가 가진 호재들
마곡지구의 매력은 자족기능을 가진 마곡R&D시티에 들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이다. 향후 약 16만 명의 근로자가 상주하는 서울 서남권 중심업무지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탄탄한 배후수요를 확보했다. 여의도의 1.2배, 상암DMC의 6배 크기의 마곡R&D시티에는 현재 롯데건설 컨소시엄, LG사이언스파크, 이랜드 R&D센터, 에쓰오일 TS&D센터, 코오롱 미래기술원,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등 대기업 50여 개사와 중소기업 100여 개사가 들어섰고 앞으로도 많은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대서울병원이 들어선 것도 호재로 꼽힌다. 지난해 5월 마곡지구에서 개원한 이대서울병원은 지하 6층, 지상 10층에 1014병상 규모로 건립된 강서구 최초 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은 지하철 5호선 발산역과 맞닿았고 푸른색 유리건물이 인상적이어서 강서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대형 병원의 특성상 3교대로 일하기 때문에 직주근접 효과가 기대되고, 인근에 건강검진센터와 중소병원 등이 더 입주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호재가 추가됐다. 마이스는 기업회의(Meeting)와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가 융합된 산업이다. 이곳은 그동안 집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정부가 규제를 가해 사업이 정체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다시 들썩이고 있다.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는 마곡 도시개발구역 특별계획구역 8만2724㎡ 토지에 약 3조3000억 원을 투자해 짓는 대형 개발 사업이다. 이곳에는 2만 ㎡ 이상의 컨벤션과 400실 이상의 호텔, 1만5000㎡ 이상의 문화 집회 시설 등이 들어선다. 롯데건설 컨소시엄은 인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준공할 계획이다.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 완화 가능성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마곡지구에 고층 랜드마크가 등장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앞서 강서구는 2014년 마곡지구를 표본으로 고도제한 완화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해발 119m까지 고도가 완화돼도 비행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강서구는 이를 근거로 2024년부터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이 완화되도록 추진 중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도제한이 풀리면 용적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토지가격이 오르고 재건축 단지 호가 상승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안인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기대되는 마곡
이 같은 호재들로 인해 마곡지구는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마곡지구에 호재가 겹치면서 아파트 매매가격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곡지구를 대표하는 아파트 단지인 마곡엠밸리(1·4·5·6·7·10·12·14·15단지)의 지난해 10월 이후 매매가격(전용면적 84㎡)은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6단지의 경우 지난해 12월 11억4000만 원에 거래됐으며 10월에는 7단지가 12억6500만 원에 매매됐다.
강서구 마곡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마곡엠밸리의 2014년 분양 당시 전용 84㎡의 분양가는 5억 원 안팎이었지만 현재 매매가는 10억 원대로 두 배가 올랐다”며 “호가는 12억~13억 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근 대기업의 입주와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오피스텔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곡지구 개발 초기 때만 해도 오피스텔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공실률이 치솟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마곡R&D시티에 새로 들어선 대기업을 비롯해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의 입주가 활기를 띠면서 현재는 오피스텔의 공실 우려가 사라졌다.
오피스텔 시세 역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인접한 오피스텔인 힐스테이트에코마곡역(20㎡)은 지난 1월 2억950만 원에 매매됐고, 같은 달 힐스테이트에코동익(25㎡)은 2억1500만 원에 팔렸다. 마곡역센트럴푸르지오시티(24㎡)는 지난해 12월 2억 원에 거래됐다. 이들 오피스텔 매매가는 2017년 분양 당시보다 4000만~6000만 원이 올랐다.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마곡지구 내 오피스텔 시세는 대부분 분양 당시보다 4000만~6000만 원이 올랐다”며 “마곡나루역보타닉푸르지오시티의 경우는 지난 1월 2억2500만 원에 팔렸는데 이 가격은 2017년 분양가 1억5400만 원에서 7000만 원 넘게 오른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전세 수요가 늘어 매물이 귀해졌고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마곡R&D시티에 입주한 기업들이 늘면서 직장인이 늘어난 효과가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도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등의 이슈가 있는 만큼 아파트와 오피스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세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높은 공실률은 해결과제
반면 마곡지구 내 상가는 공실률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꾸준히 들어섰음에도 인근 상가 1층과 2층이 비어 있는 곳이 많다. 공실률이 높은 결정적인 이유는 비싼 분양가로 인한 임대료 상승이다. 마곡지구 내 상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5000만 원 수준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플랫폼 ‘상가의신’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제외한 서울 시내 상가 1층 평균 분양가는 3.3㎡당 3300만 원대다. 마곡지구 상가의 분양가가 1700만 원가량 비싼 셈이다. 강남 3구의 상가 1층 기준 평균 분양가인 5200만 원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높은 분양가는 임대료 부담으로 이어졌다. 상권 분석 사이트인 우리 마을 가게에 따르면, 마곡지구 내 상가 1층 평균 임대료는 3.3㎡당 21만4000원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강서구 내 상가의 평균 임대료 3.3㎡당 약 13만1000원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LG사이언스파크 인근 상가에서 33.3㎡ 규모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C 씨는 “매달 200만 원 가까이 월세를 내고 있는데 오가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손님이 뜸한 편”이라며 “월세도 문제지만 마곡지구의 상권이 자리 잡으려면 적어도 5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발산역 사이 마곡지구 인근 상권의 유동인구는 지난해 9월 기준 일평균 35만 명이다. 상권 1000㎡당 94명가량이 오가는 셈이다. 강서구 평균인 55명보다는 39명이 많다. 하지만 110~120명인 화곡1동, 화곡6동, 등촌3동에는 못 미친다. 실제로 마곡지구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유동인구가 적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낮시간 지하철 5호선 마곡역에서 발산역까지 큰 대로변을 걷는 동안 기자와 마주친 사람은 20명이 채 안 됐다.
다만 LG아트센터를 비롯한 기업들의 입주가 예정돼 있고,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유동인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상가 공실률 상쇄도 어느 정도 기대해볼 만하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동인구가 늘어도 공실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마곡지구의 유동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면서도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오프라인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공실 문제가 당장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소셜마케팅에 새벽배송 서비스까지 성행하고 있어 앞으로 상가 거래는 하향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전반적인 상권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암 투병을 했다.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았었다니 실로 격렬한 싸움이었을 게다. 음산한 죽음의 공기를 숨 쉬며 처절하게 견뎠을 게다. 알고 보면 하등에 슬퍼할 이유가 없는 게 죽음이라는 고상한 소식도 있지만, 일단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본능이지 않은가. 한때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했었다는 이윤경(56) 씨는 불굴의 의지로 결국은 10여 년 만에 암을 물리쳤다. 투병 후반의 귀농이 일종의 묘약이었다.
인생이란 미스터리. 암과 조우하게 될 줄을 어이 알았겠는가. 지독한 지뢰가 매설된 게 삶이라는 전선(戰線)임을 어이 짐작했겠는가. 고난이 깊고 길어 하늘도 땅도 어두웠겠지. 그러나 다 지나갔다. 투병을 통해 세상을 건너는 방법을 터득한 덕일까. 이윤경 씨의 귀농생활엔 별다른 결함이나 한숨이 없다. 공연스레 지지고 볶는 강박이 없으며, 불확실성을 명백한 특징으로 하는 농업을 여우처럼 노련하게 운영해온 결과 딱히 내세울 만한 실패 기록이 없다. 귀농의 보편적 실정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이미 다 안다. 그게 험악한 고행이라는 것을. 오직 그녀만이 예외라 쳐도 무방할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윤경 씨가 평택시 외곽의 시골로 귀농한 건 2013년, 암 투병 말엽. 방사선 치료 30회와 항암제 투약 등, 양방을 통해 해볼 건 다 해본 뒤의 귀농이었다. 항암에 좋다는 약초를 찾아 손수 재배해 먹는 자연요법으로 완치를 앞당길 수 있을 거라는 기대 하나를 품고서였다지. 사전 준비는 그지없이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유능한 약초를 찾아내기 위해 국내외 자료를 섭렵했고, 재배 현장을 견학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귀농지 물색에도 남달리 신중한 공을 들였다. 마지막으로 자그만 텃밭에다 갖가지 약용작물을 시험 재배, 생육의 양상을 관찰하며 재배 기술을 익혔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건 남편 최창학(59) 씨였다. 국어교사였던 그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사표를 던지고 충직한 신하처럼 충성을 다했다. 그러하니 이 부부의 노정기는 차라리 멜로드라마. 뒤돌아보면, 아마도 모든 게 사랑이지 않을까.
“긍정적인 생각을 놓지 않도록 남편이 저를 자주 세뇌했어요. 농사 근육이 없는 남자임에도 관절이 망가지도록 농사에 열성을 다했고요. 덕분에 좋은 결과가 왔지요.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으니까. 지금은 1년에 한 차례씩 추적 관찰을 위해 병원을 찾을 뿐이에요.”
“10여 년에 걸친 투병의 고통과 고독이라니.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가혹한 전쟁을 치른 기분이었어요. 온몸 열여덟 곳으로 전이가 돼 강도 높은 항암치료를 받아야만 했어요. 거의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지경의 몰골로 지낸 시간이 길었지요. 삶이라고 할 수 없는 삶이었어요. 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증도 견디기 어려웠지만, 연일 이어지는 불면증이 가장 괴로웠어요. 우울증도 심했고요.”
“애초 기대했던 자연 요법의 효과로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보시나요?”
“기대 이상의 효험을 봤다고 생각해요. 몸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운동 이상의 노동량을 감당하기 시작했는데, 그 역시 치유에 가속을 붙여줬던 것 같아요. 완치 판정을 받은 뒤로는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지요. 특히 약용작물 재배의 유익함, 즉 곤경에 처한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농사라는 것, 따라서 그게 유망한 농업일 거라는 판단을 했던 거예요.”
“부부 공히 농사 초심자였죠? 그럼에도 유망한 농업 장르라는 걸 대뜸 찾아냈군요.”
“소소한 시행착오가 없진 않았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정착했어요. 제가 약으로 먹기 위해 텃밭에 시험 재배했던 초기의 경험을 기반 삼아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장해나갔어요. 남들이 흔히 하지 않는 새로운 트렌드의 작물들을 발굴해나간 게 적중했고요.”
연간 순소득 1억 원
창의(創意)라는 것. 기존에 없었던 기발한 고안의 힘이라는 것. 이윤경 씨 내외는 이 매력적인 기제를 농사에 도입했다. 강장(强壯)과 치병에 좋다는 약용작물을 집약적으로 재배할 경우 승산이 충분하다고 봤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썩 괜찮은 약용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장으로 입소문이 나며 성장세를 탈 수 있었다는 게 아닌가. ‘다믈농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농장의 규모는 약 4500평. 이 중 3분의 1쯤 되는 부지에 온갖 작물을 재배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산 첫 작목은 스테비아. 남미가 고향인 이 국화과 다년초는 설탕보다 200~300배 정도 달지만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는 특성이 당뇨병 환자에게 효용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경 씨는 이 스테비아를 재배+ 생산해 독특한 성과를 거두었다. 몇몇 매체에 소개되면서 신생 농장의 존재가 단박에 부각됐던 것. 이후 너도나도 스테비아 농사에 뛰어드는 바람에 시장성이 악화됐지만 그녀에겐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이후 더욱 박차를 가해 다종다양한 작물들을 재배해나갔다. 뉴욕타임스가 20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한 히카마, ‘기적의 식물’이라는 모링가, ‘페루의 인삼’으로 통하는 마카, 샛노란 과일이 달리는 구아바, 삼채 등 똘똘한 외래종 약용식물을 비롯해 블루베리, 체리 같은 과수와 상추·고추·오이·작두콩·수세미 따위의 갖가지 채소류를 기르고 있다.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의 다작을 해왔다 하니 햐! 놀랍다.
“새롭고 뛰어난 작물을 발굴하기 위해 늘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어느덧 수백 종으로 작물 수효가 늘었죠. 대별하자면, 특용작물과 과수, 그리고 양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양봉까지? 부부가 모든 일을 전담하는 거예요?”
“그렇죠. 인건비에 돈을 쓰지 않으려면 직접 해내는 수밖에 없으니까. 애환이 많았어요. 새 작물 재배에 실패하기도 했고, 종묘 업자에게 속기도 했어요. 예초기 사고로 남편의 시신경에 손상도 왔었고, 농기계를 다루다 뼈가 바스라지기도 했지요. 저는 벌에 쏘여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어요. 팔뚝이 몸뚱이보다 더 크게 퉁퉁 붓던걸요.(웃음)”
“농산물 가공 작업과 판로 확보 문제도 쉽지 않겠죠?”
“어느 한 가지 쉬운 게 없지요. 가령, 하나의 새 작물을 선정했다 할 경우, 우선은 재배에 성공해 수확을 해야 합니다. 수확 뒤엔 생물로 팔 것인가, 가공 판매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죠. 가공엔 손이 많이 가는데, 건조 분쇄를 하고, 디자인과 스티커 작업을 통한 소포장을 마친 뒤 완제품검사 대행업체에 보내 품질검사를 의뢰해요. 거기서 합격성적서가 나오면 비로소 판매에 나서는 거죠. 결정적인 건 역시나 판로 문제이지요. 저희는 주로 SNS나 로컬푸드마켓,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고객들을 통해 거의 완판하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 연간 1억 원 정도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지요.”
이런! 드문 고소득이다. 당연하게도 인근 농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음마야, 항상 요상한 것만 가져와 기른다!” 그렇게 눈총을 주던 이웃들이 이젠 덩달아 약용작물 재배에 나서기도 한다지. 이윤경 씨는 향후 농장을 본때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 당찬 여자의 외양은 여려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선 수학을 전공한 사람다운 기민한 두뇌와 긴 투병 과정에서 육화한 근기와 깡이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다. 귀농 초기의 개척자적 근성을 지속한다는 건 만만한 내공이 아니다. 그 무엇보다 일에 대한 욕심, 성공에 대한 집념, 이 자체가 그녀의 재능일 테고. 감정의 소모와 분산을 허하지 않는 내성적 성격도 재주일 테고.
오나가나, 앉으나 서나 부지런한 근로와 연구로 농장의 생산성을 드높이는 남편은 그녀가 보유한 최적의 자산이겠지. 아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몸 바쳐 이바지한다는 게 아닌가. 그녀 역시 남편을 사랑스러운 일꾼으로 부리기에 다시없는 재목으로 간주한다. 배우자란 흔히 암암리에 상대방의 행복을 앗아가는 음흉한 존재. 이 부부의 유대는 빛깔이 다르구나.
“낮잠을 자본 게 언제였지?”
“남편은 새벽부터 밭일을 시작합니다. 워낙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에요. 반면 저는 ‘저녁형 인간’인지라 조용한 밤 시간에 가공 작업을 주로 맡아 해요. 어느 정도 분업화가 된 셈이죠. 그런데 우리 남편은 행운아예요. 제가 경제 문제를 알아서 다 관리해왔으니까요.(웃음)”
“부군께서 말하길, 아내가 너무도 알뜰한 나머지 구두쇠로 산다는 거, 그게 문제점이라 하더군요. 좀 누리며 사는 게 좋지 않나?(웃음)”
“일찍부터 몸에 밴 습성일지도요. 남편이나 저나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정말 힘들게 살았거든요. 신혼살림도 단돈 200만 원으로 시작했어요.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 수밖에 없었지요. 이젠 경제적 능력이 있는 셈이지만 검소한 생활을 포기할 순 없지요.”
“일벌레처럼 산다는 인상을 강렬하게 풍겨요. 저 너른 농장과 수많은 비닐하우스, 게다가 닭과 토끼까지 기르는데 때로 괴롭지 않아요? 도시에서의 안락한 생활이 그립진 않을까?”
“아마도 주부들의 90% 이상은 귀농에 결사반대할 거예요. 그럴 만한 충분한 고충들이 있는 게 사실이고요. 어휴, 내가 왜 이러고 살지? 일에 너무 시달리다 보면 저 역시 혼자 중얼거리며 회의를 느끼곤 해요. 하지만 그게 잠시잠깐이라는 거. 아마도 행복한 비명이라는 거. 농장이 여하튼 순탄하게 굴러가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시골생활의 장점이 많더라고요. 주변에서 순환하는 자연 풍경, 다채로운 방문객들과의 상담, 돌연히 펼쳐지는 즐거운 일들. 이모저모 익사이팅하게 사는 거죠. 잠이 부족하다는 게 아쉽지만.”
“만약에 내일 하루, 완전한 자유시간이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죠?”
“(한참 생각하다가)하루 종일 자고 싶어요. 낮잠을 자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거든요.”
누가 그러라고 삼엄한 명령을 내린 바 없으나 그녀는 주로 일에 묻혀 산다. 이게 시간을 선용하는 그녀의 방식이다. 밝은 쪽으로 인생을 이끌어준다는 믿음에서일 게다. 하기에 잡념이나 무슨 조바심이 끼어들 리도 없겠지. 천장의 쥐 따위에는 신경 꺼! 고양이가 알아서 잡아줄 테니까! 그런 투로 잡사는 거두고 사업에만 몰두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어쩐지 섭섭하게도 결여된 건 삶의 여흥. 이러다가 건조한 일상에 매몰될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린 그녀는 곰곰이 궁리하다가 축제 하나를 띄웠다. 작년에 이어 올여름 두 번째 ‘해바라기 축제’를 펼쳤던 것.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축제가 필요하다 싶어 만들었지요. 농장 밭에 모종을 심어 약 2만 송이의 꽃을 피웠지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꽃 풍경이었어요. 예상외로 많은 사람이 몰려오더라고요. 첫날부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어,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지?’ 둘째, 셋째 날엔 감당이 어려워 ‘아이고 죽겠다!’ 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어요. 유료 입장이었는데 축제 사흘간 5000여 명이 다녀갔지요. 인터넷 실검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고요.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공을 거둔 셈이었죠. 내년엔 소공연까지 곁들인 놀이판을 펼쳐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축제 뒤 해바라기 꽃은 어떻게 쓰였죠?”
“씨앗을 탈곡해 판매할 수도 있었지만 수익성이 낮아 포기했어요. 거름으로 활용하는 게 훨씬 나아 밭에다 그냥 갈아엎었죠.”
“세상의 트렌드에 민감하게 부응, 그에 따른 적절한 아이템을 개발해내는 머리로 농장을 성장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누구나 관심을 갖는 특용 건강식품의 생산에 주력한 게 안착을 가능케 했지요. 가장 보람찬 건 환자분들이 우리 농장 제품으로 좋은 효과를 봤다는 얘기를 들을 때입니다. 저의 투병 경험을 곁들인 상담시간도 소중해요. 어쩌면 그런 보람들 탓에 일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수렁처럼 빠져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어요."
“좋은 삶이란 어떤 거라 보죠?”
“긍정과 낙관이 있는 삶이랄까. 주어진 삶을 불평 없이 받아들이는 게 잘 사는 길이겠죠.”
투병 이후, 귀농 이후, 성향과 기질에 변화가 왔더란다. 지극히 내성적이어서 하고 싶은 말조차 하질 못했으나 이젠 와일드해졌다는 것. 강인한 태도로 삶의 모든 걸 긍정하게 됐다는 것.
이윤경 씨가 주는 귀농 Tip
•생계를 다 놓고 자연인처럼 살 게 아니라면 가급적 도시 근교로 귀농하자. 그래야 생산물 판매에 유리하다. 너무 외진 시골로 귀농했다가는 차후 철수할 상황이 발생할 때 땅을 매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농사로 소득을 올리기 쉽지 않다. 특히나, 오자마자 수익이 발생할 확률은 0%라는 걸 유념하자.
•이웃 원주민들을 무조건 존중하라. 고집과 프라이드가 강한 게 농촌 어른들이다. 배울 점도 많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은 피로사회다. 근로시간 세계 최장, 수면시간 세계 최단. 연간 과로사 300명. 오죽하면 정부에서 근로시간 줄이라고 법으로 명할까.
지난 반세기 산업사회 건설을 위해 우리에겐 밤낮이 없었다. 덕분에 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이제 우린 정상에 올라왔다. 그만하면 됐다. 하지만 아직 더 올라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다. 산을 오르는 사람은 숨이 차다. 발아래 들꽃 한 송이 즐길 여유가 없다. 더, 더. 소위 ‘MORE 심리’가 작동하는 이상 우린 잠시 쉴 줄도 모른다. 가속페달만 밟을 줄 알지 브레이크가 있는 줄 모른다. ‘더, 더, 더’ 하는 욕심이 채워지면 기분이 좋다. 만족스럽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즉각 불평, 불만이다.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다. 지금도 주변엔 소위 일 중독자로 불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피곤하다”, “졸리다”를 입에 달고 살면서 막상 쉴 줄은 모른다. 쉴 생각도 잘 안 하고 잘 쉴 줄도 모른다.
도시인의 피로는 몸이 아니라 뇌에서 온다. 물론 등산이라도 하고 온 날이나 테니스를 열 게임 정도 하면 몸이 피로하다. 이때는 쉬거나 한숨 푹 자면 거뜬하다. 하지만 뇌의 피로는 그렇게 간단히 풀리지 않는다. 뇌는 몸무게의 2%밖에 안 되지만 에너지는 20%나 소비하는 대식한이다. 연중무휴 24시간 일한다. 우리가 주의집중해서 일할 때는 물론이고 일하지 않거나 자는 동안에도 활동한다. ‘쉬는 동안에 활동하는 뇌’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뇌 에너지의 60~80%가 소비된다. 이것이 뇌 피로의 주범이다. 이 회로는 상당히 광범위한 부위에 산재하며, 쓸데없는 잡념을 하는 게 주기능이다. 우리가 잠시 일을 멈추고 멍한 상태가 될 때 혹은 일하는 중간중간 잡념이 불쑥 떠오르게 해 일을 방해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부정적인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뇌는 자는 동안에도 긴장한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잠을 깬다. 24시간 비상감시체제 하에 있다. 교감신경의 과잉 흥분이다. 활동 시 교감신경과 휴식 시 부교감신경의 활성비율은 대체로 60대 40 정도이지만 비상감시체제에선 80대 20이 될 수도 있다. 이게 뇌 피로를 부르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상태를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따라서 스트레스 요인을 정확히 파악, 과학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 다음은 뇌를 피로하게 만드는 원흉들이다.
1 휴식 없이 장시간 하는 일
2 같은 일을 반복할 때
3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
4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할 때
5 시간에 쫓길 때
6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모를 때
7 하는 일을 의무로 생각할 때
8 수면 부족
9 작업 환경이 열악할 때
10 일점집중(一點集中)할 때
이런 상황에 자주 처하면 뇌가 피로해진다. 문제는 몸이 피로한 것으로 오해해 흡연, 커피, 드링크류 혹은 피로해소제를 복용해 해결하려는 데 있다. 당장은 기분이 좋아져 마치 피로가 가신 것처럼 착각한다. 실제로는 피로가 오히려 쌓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은폐된 피로(Masked Fatigue)라고 표현한다. 이런 상태는 위험하다. 시판되는 소위 피로해소제가 몸에 작용하는 건지 뇌에 작용하는 건지도 분명하지 않다. 카페인 성분 때문에 잠시 집중이 잘되는 것이지 피로가 가시는 것은 아니다.
뇌 피로를 느끼는 부위는 시상하부다. 생명의 중추가 모여 있는 곳이다. 무리를 하면 시상하부의 항상성 균형이 깨져 피로를 느끼게 된다. 그 느낌은 즉각 변연계(동물 뇌)로 전달, 쉬자는 신호를 뇌의 최고 사령부인 전전두엽으로 보낸다. 이때 적절히 휴식을 취하면 피로는 풀린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일에 집중한 나머지, 가령 연애 중이어서 그 신호를 듣지 못하거나, 인지했어도 전두엽에서 ‘내일 시험인데 자면 안 되지’ 하고 휴식을 연기하라는 신호를 보내면 피로가 풀릴 리 없다.
피로가 쌓이면 뇌에는 단계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엔 피곤하다. 그러다 지치면 차츰 자율신경 부조증, 내분비 대사, 면역계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최종 단계에선 암, 고혈압,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이 발병한다. 뇌가 피로할 때는 휴식법이 따로 있다. 뇌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DMN에 휴식을 줘야 뇌 피로가 풀린다. 효과적인 방법은 마음챙김 명상(Mindful Meditation)이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었던 과거나 아직 닥치지도 않는 미래에 지레 겁먹지 말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면 된다. 무슨 생각이 떠올라도 그대로 둔다. 마치 강가에 서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듯 생각이 흘러가게 놔둔다. 특정 생각을 하려고 하지도 말고 자세를 반듯이 하고 천천히 부드럽게 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지금 여기’에 집중한다. 미국의 세계적인 기업에서도 이 방법을 권하고 있다. 이제 동양의 신비가 아닌 증명된 과학으로서 명상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후 미국 대기업을 위시해서 명상 붐이 일어났다.
뇌가 피로하면 뇌 속에선 여러 변화가 일어난다. 먼저 뇌 온도가 올라간다. 일하다 말고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으면 기분이 상쾌해지는데, 이는 뇌 온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열이 나면 예민한 신경회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신경전달 물질을 과용한 나머지 고갈상태가 되면 뇌 기능이 저하된다. 또 전술한 바와 같이 시상하부의 주요 생명기능들이 난조에 빠진다. 오감이 이상해지기도 한다.
뇌 피로 해소에는 숙면이 좋다. 특히 오후 10시~오전 2시 사이의 잠이 중요하다. 잠이 부족하다 싶으면 점심식사 후 15분 정도 낮잠을 잔다. 뇌 피로 해소에 아주 효과적이다. 싫은 것을 억지로 해서 뇌 피로가 온다면 뇌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 피로 해소에 좋은 몇 가지 뇌과학적 방법을 추천하면 다음과 같다.
1 여행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하라.
2 가벼운 모험, 스릴을 즐겨라.
3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
4 뇌는 시간제한을 좋아한다. 가벼운
압박감은 신경회로를 효율적으로 만든다.
5 지적 자극과 쾌감을 얻도록 하라.
6 가끔 몰입 상태를 경험하라.
7 가벼운 운동을 하라.
8 감성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라.
9 자연 속에서 오감을 자극하라.
10 좋은 사람과 만나라.
이외에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단 ‘건설적인 일’ 이어야 한다. DMN이 처음 발견될 당시엔 뇌 활동의 훼방꾼, 에너지 낭비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했지만 최근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가 창의적인 일을 기획하거나 문제점을 해결할 때 제대로 진행이 안 되면 뇌의 잠재의식인 큰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 숙성시간을 갖고 다른 생각들과 조합을 이루고 융합을 한다. 그리고 어느 날 기막힌 아이디어가 불쑥 튀어나온다. 창조 발상의 순간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대체로 정신이 멍할 때 떠오른다. 술 한잔한 뒤 흥얼거리며 가는 귀가길, 잠이 들락 말락 하거나 잠이 덜 깬 상태, 즉 자아의 감시가 약해질 때 기막힌 발상이 떠오른다. 바로 이 순간이 뇌의 DMN이 활동하는 시간이다. 뇌 휴식을 잘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창조적 발상은 DMN 활동에 달려 있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는 일 중독자들에겐 이런 축복이 오지 않는다. 바쁜 시간에 무슨 명상과 휴식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일수록 뇌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대기업에서 명상, 낮잠을 권유하는 이유는 아욕을 없앰으로써 동료 간의 시기, 질투, 라이벌 의식을 없애고 상부상조, 협동하는 진정한 동료의식을 함양하기 위함이다.
과학적인 뇌 휴식이 한국의 미래를 좌우한다면 과언일까?
은퇴한 시니어들의 화두는 뭐라해도 ‘일’이다. 300만 원 이상의 연금 수급자들도 돈을 떠나 ‘일’하고 싶어 한다. 재취업, 인생 2모작 등 현역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시니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시니어들 사이에서는 노후 불안과 함께 65세 정년연장에 대한 얘기들이 뜨겁게 오가고 있다. 일하는 시니어가 많은 상황에서, 현재의 정년이 60세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정년을 연장하는 일은 일견 단순해 보여도 쉬이 풀기 힘든 무수한 문제들이 따른다. 대체 정년연장으로 어떤 변화들이 발생할 것인지 짚어봤다.
정년연장 논의 가속화에 팔 걷어붙인 정부
정년은 누구에게나 오게 된다. 현재 시니어의 생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소위 ‘불이 붙은’ 이슈는 바로 ‘정년연장’일 것이다. 기존의 60세를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정년연장 화두는 올해 2월 대법원에서 본격적인 포문이 열렸다. 육체 노동자의 가동 연한을 60세로 산정한 원심을 깨고 65세로 늘려야 한다며 판례를 바꾼 것이다.
이어서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정년연장 문제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23일에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정년연장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밝히고 6월 초에는 TV에 출연해 정부에서 현재 해당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음을 알리는 등 거듭해서 정년연장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6월 말에 발표된 60세 이상 고령자의 재고용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정부 시책은 이 문제에 기름을 부었다.
정년 60세,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나라의 고령자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연령은 남성은 72세, 여성은 72.2세로 알려져 있다. 이것도 2016년 기준이기에 2019년인 현재에는 더 높아졌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는 OECD 35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나이대다. 그런데 한국고용정보원 추산에 따르면,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연령은 49.1세에 불과하다. 이는 첫 퇴직을 하는 평균 나이가 49.1세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완전히 일에서 물러나는 72세까지 22년이라는 긴 시간을 재취업 혹은 계약직, 자영업의 세계에서 일하게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다 지난 5월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5.2%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이 아직도 일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60세 정년이라는 현재의 기준은 은퇴 시점을 앞당기는 주요한 원인이면서 현실성 없는 기준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실에 맞게 정년도 5년 늘려서 65세로 간단하게 바꾸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이 간단한 해법 뒤에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적 역학 작용들로 인한 갈등들이 시한폭탄처럼 숨겨져 있다. 올해 769만 명으로 집계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0년 813만 명, 2024년 995만 명 등으로 늘어 2025년이면 1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청년 일자리와의 상충
100세 시대라는 명칭에 맞게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막대한 수의 베이비부머가 매년 80만 명이 은퇴하기 시작하는 근간에, 60세 정년이라는 기준은 터무니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을 보다 현실적인 나이인 65세로 올리는 일의 발목을 잡는 문제는 바로 청년실업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국내외의 문제들이 중첩되어 경제 침체와 함께 높은 청년실업률이 이어지며 사회적 갈등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정년연장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청년 일자리를 시니어들이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다.
정년연장의 실현을 통해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1차적으로 공무원이나 대기업 근로자 등 소위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는 청년들에게도 ‘좋은 일자리’이며 수년간의 고시 공부를 해서라도 들어가려는 곳이다. 정년연장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와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러나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줄인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OECD는 일찍이 1990년대에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조기퇴직의 활성화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세대 간 비교우위에 따른 고용분리로 인해 기존의 일자리 전쟁 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채택했다. 그래서 2005년부터는 양 세대 고용을 늘리는 정책 방향을 권고하고 있다.
이제 정부 입장을 보자. 현행 60세 정년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예산 정책을 위협하는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현행 60세 정년 기준은 대부분의 복지 우대 대상 나이를 65세로 묶어두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즉 60세 정년을 유지하면 복지혜택을 받는 ‘노인’의 기준 연령을 낮추게 돼서 대상자 수가 늘어나게 되고 복지 부문의 지출을 늘리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복지혜택을 받지 않아도 되고 계속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시니어가 늘어나는 현재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까지 겹치면 복지 지출의 단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정년연장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정년연장 정책은 연령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얽혀 있는 문제들이 서로의 급소를 죄고 있는 듯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들
다음은 기업의 입장을 살펴보자. 국내 기업들 다수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 임금 체계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65세까지 늘어난 시간에 따라 연공급에 맞추는 기업의 인건비 지출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60~65세 인구 내에서 정년연장을 보장받으며 일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젊은이들 사이의 양극화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무조건적인 정년연장이 임금 지출 상승 및 전체 국민 경제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발부터 하는 상황이다.
이 문제의 해소를 위해 정년연장과 함께 노동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60세 이상 직장인의 업무량을 점차적으로 줄여 65세에 은퇴 준비를 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비용절감과 함께 청년층의 고용도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하자는 주장이다. 임금피크제가 정착되기 위해선 시니어 당사자들 전반의 이해와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관련된 갈등들이 이곳저곳에서 펄펄 끓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민연금도 함께 검토해봐야
정년연장 문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국민연금이다. 현행 60세 정년을 계속 유지하면 소위 ‘소득 크레바스’라고 불리는 소득 단절시기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기존 60세였던 국민연금 수급시점이 2013년부터 5년마다 한 살씩 상향조정돼 2033년에는 65세로 늘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60세 정년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033년에는 최대 5년 동안 국민연금을 받지 못해 금전적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인구가 상당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65세로 정년연장을 할 경우 국민연금 차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을까? 지금까지 본 사례들처럼, 당연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일을 하면서도 연금을 받는 사람들로 인해 소득격차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연금공단 입장에서도 연금의 본래 취지와는 다른 성격의 지출이 발생함으로써 재정 부담과 함께 제도의 본질이 훼손되는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물론 2033년이 되면 65세로 수급 시점이 올라가니 65세 정년과 맞춰지겠지만, 그때까지 10여 년가량은 누수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정년연장은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도 검토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선진국들의 대처
정년연장 문제는 전형적인 선진국형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제도가 갖춰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동인구 감소를 겪는 선진국의 사회 변화 추이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선진국들은 대부분 이 문제를 맞닥뜨려야 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은 1980년대에 이미 정년 개념을 없앴다.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나이에 따라 차별한다는 것은 불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영국은 이보다 늦은 2011년에 대부분의 직업에서 정년제를 없앴다. 단 영국은 고령자가 직무 역량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는 부분적인 일자리들에서는 아직 정년제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65세 정년을 적용하고 있는데 곧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대표적 장수 국가인 일본은 70세까지 정년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렇듯 선진국들은 정년연장을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순서로 보고 발생할 문제를 해소하는 쪽에 집중해 대처하고 있다.
불가피한 득과 실,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지금까지 열거된 것들만으로도 정년연장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당사자인 개인과 국가, 기관, 조직의 사정들이 얽히고설킨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도 없다.
분명한 것은 정년연장의 적용이 이뤄지면 각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잃고 얻는 것들이 있으며 그러한 결과를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회적 논의로써 정년연장 이슈를 공론화해, 철저히 사회통합적인 가치 기준에서 조정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