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100세 시대 노후안전장치 중 하나다. 퇴직연금 유형 중 확정급여형(DB)는 퇴직급여를 미리 정하고 회사에서 이를 지급하기 때문에 가입자 개인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하지만 확정기여형(DC)은 가입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해 투자하기 때문에 관리와 책임이 가입자에게 있다.
최근 DC형 가입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퇴직연금통계 결과’에 따르면 2019년 퇴직연금 가입자 중 DC형 가입자 비율은 48.9%로 절반에 가까웠다. DB형 가입자는 2018년 50%에서 1.7%포인트 감소해 48.3%였고, DC형 가입자는 47%에서 2.0%포인트 늘었다. 2019년을 기점으로 DC형 가입자가 DB형 가입자 수를 추월했다. 2019년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약 637만 명이고, 이 중 DC형 가입자가 311만 명 정도를 차지한다.
이처럼 퇴직연금 가입자와 적립금이 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들의 DC형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와 운용지식이 현저하게 떨어져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많은 DC형 가입자들이 적립금을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광 통계’에 따르면 DC형 가입자는 적립금의 83.3%를 원리금보장형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공단이 지난해 5월 말 기준으로 적립금의 51%를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는 ‘2021 대한민국 직장인 연금이해력 측정과 분석’에서 직장인들의 연금이해력을 측정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설문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DC형 가입자들은 퇴직연금 운용 규정에 대한 지식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한도, 투자가능 상품 관련 문항 정답률이 각각 17.3%, 28.1%로 매우 저조했다.
DC형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때 일부 상품을 제외하면 적립금의 70%를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예금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는 시니어들이라면 퇴직연금으로 투자에 나서기가 어렵고 두려울 수 있다. 투자를 해보려고 해도 지식이 적은 상태에서 투자를 잘못해 노후자금을 탕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투자 자체를 꺼리게 된다. 별도로 투자만 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별도로 투자 연습을 하기 어려운 시니어에게 유용한 도구가 있다. 바로 투자 시뮬레이션이다. 재무설계 관련 학회인 한국FP학회에서 최근 논문을 통해 ‘투자 시뮬레이션이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퇴직연금 관리 역량을 길러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2006년부터 2019년까지의 국내외 주식·채권 시장의 주요 지표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투자 시뮬레이션을 경험한 응답자 중 자체 질문지를 통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대로 이해한 231명과 투자 시뮬레이션을 경험하지 않은 응답자 237명을 포함해 468명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투자 시뮬레이션을 경험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더 잘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가입자 본인이 가장 쉽게 투자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모의투자 프로그램 이용이다. 모의투자는 거의 모든 증권사가 제공하고 있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증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모의투자를 신청하고 아이디를 만들면 모의투자가 가능해진다. 공인인증서 없이 신청할 수 있어 실제 증권계좌를 만드는 것보다 간단하다.
모의투자에서 적용되는 수수료와 제세금은 보통 실제 투자보다 높게 적용한다. 그러다보니 종목 선택부터 매수·매도까지 꼼꼼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다만 모의투자와 실제투자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 100만 원을 실제로 투자하면 해당 금액에 거래에 반영되지만 모의투자에서는 거래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노후가 빈곤해질 수도 있고 풍요로워질 수도 있다. 퇴직연금을 잘 운용하기 위해선 퇴직연금과 금융자산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투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니어들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귀하께서는 당행과 정부협약에 의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대상이지만 현재까지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지원기한은 7월20일(화) 16시까지이오니 아래 내용을 확인하신 후 신청접수 바랍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5일 재난지원금이나 소상공인 정책자금 등 정부의 자금 지원을 빙자한 대출사기 문자 발송이 늘어났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접수된 일평균 대출 사기 문자 신고건수는 지난해 9월 272건에서 지난달(1~9일 기준) 2372건으로 8.7배 가량 증가했다.
이달부터 국민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희망 회복자금이 지급될 예정이어서 이를 빙자한 대출사기 문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문자나 사기에 취약한 시니어들의 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허위 대출상품의 승인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문자를 발송하는 수법을 소개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예를 들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대상이니 신청해 달라’, ‘특별신용보증 심사 결과 승인 대상자이니 접수해 달라’는 식이다. 시중은행과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를 사칭해 정부 정책자금 지원을 빙자하는 방법이 상당수다. 상담안내 번호, 무료 수신거부 번호로 전화를 유도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사례도 있었다.
재난지원금 사기 문자에는 URL 주소가 포함된다. 출처가 불분명한 URL 주소를 클릭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기범이 보낸 출처가 의심스러운 URL 주소를 클릭하면 원격조종 악성 앱 설치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URL을 클릭해 악성앱이 설치됐다면 모바일 백신 앱으로 검사 후 삭제하거나 데이터를 백업 후 휴대폰을 초기화한다. 스스로 대처가 어렵다면 휴대전화 서비스 센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제도권 금융회사 중 전화나 문자로 대출을 안내하거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금감원은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대출의 승인 대상자로 선정됐다거나 전화를 유도해 이름이나 연락처, 주민번호, 소득, 대출 현황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피해금액을 송금한 경우 금융회사 콜센터나 경찰청, 금감원에 즉시 전화해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한 경우, 경찰서에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고 해당 금융회사 영업점에 제출해 피해금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금감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개인정보 노출 사실을 등록하라고 권했다. 금융결제원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에서 명의 도용된 계좌 개설 여부를 조회할 수 있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명의도용방지서비스에서는 본인 명의로 개설된 휴대전화 개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백신 예방접종을 받는 시니어들은 백신보험에 가입할 때 더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백신보험’으로 판매되는 상품들이 실제로 백신 부작용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아서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 3일 이른바 ‘백신보험’으로 보험사가 시판 중인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백신보험으로 알려진 상품들은 대부분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이며, 백신 접종에 따른 모든 부작용을 보장하는 게 아닌 만큼 가입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약제, 음식물, 곤충, 꽃가루 같은 외부 자극으로 인해 가려움증, 두드러기, 부종,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백신 접종의 부작용 중 하나지만 백신 접종이 쇼크의 직접 원인으로 인정되는 확률은 0.0006%다. 이는 100만 명 중 6명꼴이다.
올해 상반기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3월 25일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이 처음 출시됐다. 지난달 16일 기준 생명보험사 6곳, 손해보험사 7곳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 시 최초 1회 또는 연 1회 100만~2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료는 연간 2000원 미만 수준이다. 현재까지 체결된 계약은 20만 건 정도다.
문제는 일부 업체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에 ‘백신 보험’이라는 명칭을 붙였다는 점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은 근육통, 두통, 혈전같이 흔한 백신 부작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0.0006% 확률로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만 보장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시니어들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이용해 보험회사 제휴업체들이 무료로 이 보험에 가입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무료보험 가입 대신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보험사마다 상품구조, 보장요건, 보장금액이 다르므로 가입할 때 상품 주요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또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곳은 보험회사이므로 제휴업체가 아닌 보험회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금감원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을 팔 때 ‘코로나 백신 보험’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광고 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제휴업체를 통해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도 상품의 주요 내용을 안내하도록 유도한다.
앞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시니어들은 경제 사정에 따라 연금 수령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 가입자가 경제활동이나 자금 사정에 따라 연금 수령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을 8월 2일에 출시한다고 28일 밝혔다. 상품은 올 상반기부터 알려졌으나 출시 일정이 확실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확정해 발표했다.
새로 출시되는 상품은 ‘초기 증액형’과 ‘정기 증가형’ 두 가지다. 초기 증액형은 초기에 연금을 더 많이 받고 정해진 기간 이후 초기 수령액보다 적은 금액을 받는 형태다. 초기에 더 많이 받는 기간을 3년, 5년, 7년, 10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은퇴 직후 소득 공백이 있거나 가입 초기 생활비 지출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초기 증액형 상품을 고려할 만하다.
예를 들어 60세 A 씨가 시세 5억 원 주택을 담보로 5년짜리 초기 증액형 상품에 가입하면 가입 직후 5년 동안 월 136만2000원을 받는다. 대신 5년이 지나면 최초 수령액에서 70% 수준으로 줄어든 금액인 95만3000원을 평생 받는다. 반면 정액형으로 가입하면 월 106만1000원을 일정하게 받는다.
정기 증가형은 물가 상승을 고려하거나 의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될 때 선택해볼 만하다. 정기 증가형은 첫 연금 수령 후 3년마다 4.5%씩 늘어난 연금액을 받는다. A 씨가 정기 증가형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최초 수령액은 87만8000원으로 시작한다. 75세부터는 월 수령액이 109만4000원으로 올라간다. 90세가 되면 136만3000원까지 처음 받는 금액의 2배에 가까워질 정도로 크게 오른다.
신규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초기 증액형이나 정기 증가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담당 지사에 사전 상담을 받은 뒤 신청하면 된다.
주택연금은 노후보장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매달 연금 방식의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가 만 55세 이상이고, 보유한 주택 공시가격이 9억 원 이하면 가입할 수 있다. 가입대상은 일반주택, 노인복지주택, 주거목적 오피스텔 등이다.
2007년 7월 주택연금이 처음 도입된 뒤 지난달까지 약 8만6000가구가 가입했다. 가입자 평균 주택가격은 3억1900만 원이고, 월평균 수령액은 106만1000원이다. 가입자 평균연령은 72.3세다.
퇴직연금 중 확정기여형(DC)와 개인형 퇴직연금(IRP)는 투자를 통해 퇴직금을 불려 부족한 은퇴자금을 보완하도록 돕는 제도다. 그런데 퇴직연금으로 큰 수익을 내는 이들이 있는 반면,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을 내서 소중한 연금을 깎아 먹는 이들도 있다.
이에 따라 연금 수익률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 새로운 빈부 격차를 초래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DC형과 IRP 가입자 14만 명의 1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수익률 상위 5%의 평균 수익률은 38.6%였다. 반면 하위 5%는 0.7% 마이너스를 기록해 원금까지 손실했다. 운용방식 차이로 단 1년 만에 40%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이 같은 격차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 차이에서 비롯됐다. 수익률 상위 5%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주식형 펀드 비중을 73%까지 늘렸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는 27%만 분배했다. 수익률 하위 5% 투자자들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69.7%를 투자했고, 실적배당형 상품에는 30.3%만 투자했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하는 방법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1%가 채 되지 않는 예금 같은 상품으로는 노후보장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널뛰기한 탓일까. 그렇지도 않다.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의 장기 수익률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의 5년 수익률은 각각 1.64%, 3.77%였다.
증시 활황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몰려있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가 실적배당형 상품에도 분산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성격상 장기투자를 하는데, 그러면 손실 가능성은 줄어드는 대신 수익에 대한 복리효과가 발생해 연금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DC형과 IRP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10년간 퇴직연금을 운용했을 때 주요 증권사 대부분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보다 1%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DC형보다 IRP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컸다.
퇴직연금은 은퇴해서 연금을 수령하기 전까지 투자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장기투자라고 볼 수 있다. 장기투자의 복리효과를 생각했을 때 수익률 1% 차이는 퇴직연금 총액에 큰 차이를 불러온다. 예를 들어 월 20만 원씩 20년 동안 납입해 4% 수익률을 내면 7400만 원이 되는데, 수익률이 5%이면 8300만 원이 된다. 수익률 1% 차이가 총액의 10%가 넘는 900만 원 차이를 만들어낸다.
물론 실적배당형 상품이 꾸준히 수익을 낸 것만은 아니다. 주식시장 부침에 따라 중간중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20~30년간 운용하기 때문에 퇴직연금 성적표는 장기 수익률로 비교해야 한다. 일시적인 마이너스는 다른 기간의 수익으로 상쇄할 수 있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는 ‘2021 대한민국 직장인 연금이해력 측정 및 분석’ 보고서에서 “연금 상품에 대한 이해를 넓혀 효과적으로 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장기투자 자산인 연금의 특성을 감안한 운용전략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며 “적립식 투자의 효과, 장기 분산투자의 리스크 감소 효과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령화,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는 지극히 논리적인 선택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퇴직연금을 예금형 상품에 방치할 게 아니라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8월말부터 9월 추석 전까지 약 2034만 가구, 88%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의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기존안보다 1인가구 107만 가구, 맞벌이 가구 71만 가구 등 179만 가구가 추가되면서 국민지원금을 받는 대상이 전체 가구 80%에서 87.7%로 늘었다.
혼자 사는 시니어는 한 달에 버는 소득이 세전 417만 원 수준까지 국민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사는 2인 시니어 가구는 월소득 556만 원까지 해당된다. 2인 시니어 가구가 맞벌이를 하면 기준이 717만 원으로 올라간다.
26일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해 기획재정부 주재로 집행 준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국민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건보료 본인부담금 기준도 최초로 공개했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피해지원 3종 패키지 시행계획 합동 브리핑’을 열고 “국민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가계의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외벌이)은 3인 기준 직장 가입자는 24만7000원, 지역가입자는 27만 1400원, 혼합일 경우 25만2300원 이하”라고 말했다. 혼합 가구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가 같이 있는 가구를 뜻한다.
정부가 발표한 기준은 건강보험료 납부 기준으로 소득하위 80%다. 소득기준으로 역차별 논란이 일었던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에 대해서는 완화된 지급 요건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은 178만가구가 추가된 2034만 가구로 확정됐다.
노인과 비경제활동 인구가 많은 1인 가구는 세전 월소득 417만원 선까지 지원금을 받게 된다. 지급 기준선이 연소득 4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완화된 덕분이다. 맞벌이 가구는 가구원 수를 1명 추가하는 것으로 산정 방식을 변경했다. 이에 세전 월소득 기준 2인 가구는 717만원, 3인 가구 878만원, 4인 가구 1036만원으로 선이 그어졌다.
안 차관은 “1인 가구는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면 지원금을 받는다. 따라서 직장 가입자의 건보료 본인 부담금은 14만3900원, 지역 가입자는 13만6300원 이하이고,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 가구보다 건보료 본인부담금이 더 높아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 또는 특례 선정기준에 부합하더라도 고액자산가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구 구성원의 지난해 재산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합계액이 9억 원을 넘거나 지난해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다.
지급 준비는 8월 내 완료될 전망이지만 지급 시기는 미정이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추이 등 방역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다만 추석 연휴 전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지원금은 성인이면 각자 25만 원씩 받고 미성년자는 세대주가 지원금을 대리 수령한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중 선택한 경로로 지원금이 지급된다.
코로나19 장기화 및 집합금지·영업제한 등 방역 조치로 피해가 누적된 소상공인에게 주는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은 오는 8월 17일부터 최대 2000만 원이 지급된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법 시행 당일인 10월 8일 손실보상심의위원회가 열려 10월 말부터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캐시백은 방역 상황 등을 감안해 지급 시기를 추후 확정할 전망이다.
저소득층 추가 국민지원금 1인당 10만 원은 별도 지급 절차 없이 기초생활보장 급여 등 지급일 기준으로 기존 급여계좌로 오는 8월 24일부터 제공한다.
남편은 60대, 아내는 50대인 권 씨 부부는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 이외에는 대부분의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권 씨 부부의 금융자산 중에는 다른 가정에 비해 보험 상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최근 TV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죖보험 리모델링’ 개념을 알게 된 권 씨 부부는 보험 점검 및 보험 리모델링 상담을 신청해왔다.
당시에는 꼭 필요해서 가입한 보험이 세월이 지나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경우가 있다. 반대로 예전에는 덜 중요했던 위험이 지금은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 없었던 상품이 제도 및 트렌드 변화에 따라 새롭게 출시되기도 한다. 새로운 상황에 맞게 보험 상품 구조를 변경하다 보면 기존 보험을 해약 혹은 감액(부분해약)하거나 새로운 보험에 가입한다. 이처럼 보험 가입의 구조나 기능 개선을 통해 위험관리의 가치를 올리는 행위를 보험 리모델링이라고 한다.
기존 가입 보험의 숨은 기능을 활용한 보험 리모델링
권 씨 부부는 결혼 후 부부가 사망 시 가정의 경제적 책임을 커버하기 위해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현재 권 씨 부부의 자녀는 독립했고 가정경제 상황은 부부 중 한 사람이 사망하더라도 남은 배우자가 여생을 보내는 데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다. 사망보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권 씨 부부는 질병, 특히 치매에 대한 보장에 관심을 가졌다.
보험 분석 결과 권 씨 부부가 가입한 종신보험은 ‘타인의 항상 간호가 필요한 경우’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이었다. 자산 증식 시뮬레이션 결과 권 씨 부부는 상속세 납부가 예상되었다. 종신보험은 사망의 원인에 관계없이 언제 사망하든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사망 시점이 곧 상속 개시 시점인 점을 고려하여 권 씨 부부는 종신보험을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제반 사항을 고려한 권 씨 부부는 종신보험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종신보험 상세 내용은 2021년 5월 발간 본지 VOL. 77 참고)
노후 대비용 자산으로 보험사 저축성 보험을 선호하는 권 씨 부부는 최근에 납입 완료된 보험의 보험료만큼 연금보험 신규 가입을 검토했다. 권 씨 부부의 기존 저축성 보험 분석 결과 ‘보험료 추가납입’ 기능이 있었다. 보험료 추가납입 기능은 납입하기로 한 전체보험료 혹은 기납입 보험료의 2~3배를 기존 보험에 추가로 납입하는 기능이다. 보험료 추가납입의 가장 큰 장점은 신계약비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다. 신규 보험에 가입하면 납입 보험료에 신계약비가 포함된다. 그만큼 적립되는 ‘순보험료’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향후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보험료 추가납입의 또 다른 장점은 기존 보험 계약의 혜택을 같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성 보험은 계약 후 10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차익(=이자소득)이 비과세된다. 보험차익이 비과세되면 이자소득세만큼 실질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도 제외된다. 권 씨 부부가 가입한 저축성 보험은 모두 계약 후 10년이 넘었고 추가납입 기능과 함께 중도인출 기능까지 갖춘 상품이다. 금융자산이 많은 권 씨 부부는 유동성과 절세 기능을 고려하여 저축성 보험 신규 가입 대신 기존 보험에 추가납입을 결정했다.
권 씨 부부는 나이 들어 다치면 회복이 더딘 점을 염려하여 상해보험 추가가입을 검토했다. 보험 분석 결과 권 씨 부부가 가입한 실손보험은 가입 당시에 판매되던 상해 관련 특약을 계약 시점 이후에 추가로 부가할 수 있었다. 권 씨 부부는 상해보험 신규 가입 대신 특약 추가로 보험 리모델링을 마무리했다. 보험 리모델링을 무조건 기존 보험 해약 후 신규 가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권 씨 부부처럼 기존 보험이 갖고 있는 기능을 활용한 보험 리모델링도 가능하다. 따라서 보험 리모델링을 할 때는 우선 기존 상품의 보장 내역부터 분석해봐야 한다. 찾고 있는 보장 내용이 기존 상품에 숨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 상품은 주계약이나 특약의 이름이 같아도 가입 시점이나 보험사에 따라 보장하는 세부 내용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드시 사업방법서나 약관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만약 약관 등을 분실했다면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구할 수 있다.
경제적 손실 규모를 고려한 보험 리모델링
보험 리모델링은 변화된 상황에 맞춰 위험관리 전략을 점검하고 다시 수립하는 것이다. 위험관리 전략은 위험의 평가부터 시작하며, 위험 처리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마무리된다. 보험 가입은 위험 처리 방법 중 하나다. 먼저 위험의 평가부터 알아보자. 위험의 평가는 위험 발생 시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손실 규모에 따라 치명적 위험, 중요한 위험, 일반적 위험으로 분류한다.
ㆍ치명적 위험 개인이나 가정을 파산으로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손실위험.
ㆍ중요한 위험 파산까지는 아니지만 외부로부터 자금을 차입해야 할 정도의 손실위험.
ㆍ일반적 위험 현재의 소득이나 자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손실위험.
보험료 납입의 여유가 있다면 모든 위험을 관리하면 좋지만,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치명적 위험, 중요한 위험, 일반적 위험의 순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보험은 위험 발생 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나 부모의 사망 시 보험은 유가족의 상실감과 슬픔을 보상해주지는 못하지만 경제적 책임을 보상한다. 가족에 대한 부양책임이 한창일 때 가장의 사망은 남은 가족에게 치명적 위험이지만, 부양책임이 모두 끝났을 때는 오히려 오래 사는 위험이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다. 치명적 위험의 종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입한 보험이 치명적 위험을 보장하지 않거나 부족하다면 보험 리모델링을 고려해야 한다.
통합적 위험 처리 방법을 통한 보험 리모델링
위험의 평가가 끝나면 해당 위험의 위험 처리 방법을 선택한다. 위험 처리 방법을 선택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모든 위험을 보험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보험 리모델링 시에도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위험 처리 방법은 크게 위험재무와 위험통제로 나뉜다. 위험재무는 돈으로 위험을 처리하는 방법인데 위험이전과 위험보유로 구성된다. 위험이전은 돈을 들여 위험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보험이 대표적이다. 고객은 보험료 납부를 통해 위험 처리 책임을 보험사로 전가한다. 대신 보험사는 모든 위험을 인수하지는 않는다. 그런 경우 위험 처리 비용은 스스로 준비한 자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위험 처리 방법을 위험보유라고 한다. 보험사가 위험을 인수하지 않는 주요 이유는 손해율 때문이다. 손해율이 너무 높으면 보험료가 너무 비싸 상품을 출시해도 시장성이 없다.
치매를 예로 들어보자.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치매 발병률은 높아진다. 당연히 보험 소비자들의 치매보험 가입 니즈는 높다.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킬 정도로 치매보험의 보험금액을 높이면 보험료는 매우 높아질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판매되고 있는 치매보험의 보험가입금액 한도는 실제 의료비를 충당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즉 치매보험 이외에 치매에 대한 별도의 위험 처리 방법이 필요하다. 이럴 때 위험보유가 적절한 위험 처리 방법에 해당한다.
위험보유를 통해 위험 처리를 하는 또 다른 경우는 현재의 소득이나 자산 수준으로 위험 처리를 하는 데 부담이 안 되는 경우다. 어떤 경우가 되었든 위험 처리 방법으로 위험보유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저축 등의 방법을 통해 스스로 자금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적 위험이 중요한 위험이 될 수 있고, 더 확대되어 치명적 위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위험재무와 달리 위험통제는 돈을 들이지 않고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위험통제는 위험축소와 위험회피로 구성된다. 위험축소는 위험의 빈도 및 심각성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의료비 발생에 대비한 위험축소 방법은 금연, 절주, 운동 등을 통한 건강관리다. 위험회피는 위험 발생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을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사고가 걱정된다면 자동차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위험회피의 방법이다.
현실에서 위험 처리는 대부분 4가지 위험 처리 방법을 모두 통합적으로 활용한다. 자동차 운전으로 인한 위험에 대한 통합적 위험 처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보험 가입을 통해 위험이전을 한다. ‘자기부담금’ 제도 활용은 위험보유다. 안전운전과 교통법규 준수는 위험축소다. 상황에 따라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위험회피다.
권 씨 부부가 치매로 인한 장기간병 비용에 대비하여 통합적으로 실행한 위험 처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기가입 종신보험 및 장기요양보험료 납입 유지와 소액의 치매보험 추가가입으로 위험이전을 했다. 금융자산 중 일부를 요양기관 입소 및 간병 비용 용도로 별도 분류하여 위험보유를 했다. 신체 능력과 인지 능력을 키우는 활동을 통해 위험축소를 하기로 했다. 부부 모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함으로써 위험회피를 했다. 치료 효과와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연명치료 중단의 뜻을 미리 밝혀놓는 것은 개인과 가족의 신체적·정신적·관계적·경제적 손실에 대한 위험 처리 방법이 될 수 있다.
노후 생활비는 곧 의료비라는 말이 있다. 수명이 길어진 것은 축복임에 틀림없지만,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해 연간 단위로 위험관리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은행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실시간 거래를 불허했다. ETF 매매 중개가 은행에 허용된 업무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에서 DC형, IRP 계좌를 운용하면서 ETF 투자를 기대했던 시니어라면 증권사 계좌로의 이전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지난 3월 KB국민은행은 금융위에 ‘은행 퇴직연금 계좌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실시간 거래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증권사의 업무 영역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는 법령해석 회신문에서 “신탁업자인 은행이 투자매매⋅중개업자의 주식중개서비스와 연동해 투자자에게 ETF 시세를 제공하고 투자자 운용지시를 받아 실시간 또는 일정 시차를 두고 신탁재산을 운용하는 것은 ETF 위탁매매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은행들에게 펀드에 한해 투자중개를 허용했다. 금융위는 “은행에 허용된 집합투자증권 투자중개업은 옛 증권투자신탁업법에 따른 수익증권 판매 업무를 의미한다”며 “옛 증권거래법에서 증권사 업무로 별도로 규율하고 있던 ETF 등 상장증권의 위탁매매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융위 유권해석이 나오기 직전 일부 은행에서는 ETF 매매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이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보다 저조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들의 IRP 평균 수익률은 2.98%였다. 증권사의 평균 수익률인 6.1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점유율에서도 증권사에 자리를 뺏기고 있다. 은행권 IRP 점유율은 지난해 말 69%에서 올해 1분기 67%로 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증권사 점유율은 21%에서 24.4%로 3.4%포인트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의 ETF 불허 답변이 나와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 4개 대형 증권사에 따르면 은행⋅보험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IRP 자금 규모는 2019년 1563억 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1분기에만 3122억 원에 달한다. 4개 증권사 DC⋅IRP에서 ETF에 투자되는 자금 규모도 2019년 1836억 원에서 1분기 1조3204억 원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퇴직연금 계좌를 증권사로 이전하는 흐름 속에서도 시니어들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증권사나 은행으로 이전하려면 기존에 운용하던 투자 상품을 모두 팔아서 현금화해야 한다. 수익이 난 상황이라면 괜찮지만 손익이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애지중지 키운 자녀는 엊그제만 해도 아장아장 걸어 다녔던 것 같은데, 벌써 결혼을 한다고 법석을 피운다. 학자금까지가 마지노선이라 생각했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물가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고, 자녀의 저축만으론 감당할 수가 없다. 자녀 결혼 전 예물, 혼수, 신혼집 마련 시 알아두면 좋은 것을 소개한다.
시쳇말로 ‘부모은행’이란 말이 있다. 자녀의 취업과 결혼을 통한 자립이 쉽지 않은 시대인 만큼 자녀의 경제적 지원을 뒷받침하는 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50·60세대 10가구 중 7가구는 현재 성인 자녀와 함께 살고 있으며, 이 세대의 80%는 자녀에게 생활비와 목돈을 지원했다. 미혼의 경우는 65.6%가 부모에게 학자금 등의 목돈을 지원받았고, 기혼 자녀도 10명 중 4명은 결혼자금 등의 목돈을 지원받았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2021 결혼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2억3618만 원이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주택 1억9271만 원 ▲혼수 1309만 원 ▲예식장 896만 원 ▲예단 729만 원 ▲예물 619만 원 ▲신혼여행 437만 원 ▲웨딩 패키지(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278만 원 ▲이바지 79만 원으로 구성됐다. 주택 비용과 예식장 및 예단 비용이 결혼자금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의 지원을 받은 자녀들은 어떻게 결혼 비용을 소비하고 있을까?
보복 소비와 샤테크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가 생겨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보복 소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 38.3%가 보복 소비를 한 경험이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보복 소비를 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20대(46.3%)는 절반 가까이 보복 소비를 하고 있었고, 30대(42.2%), 40대(31.4%), 50대(18%) 순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도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신혼부부 사이에서 신혼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고가의 다이아몬드나 혼수를 통해 보복 소비를 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혼부부는 신혼여행 대신 고가의 예물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특히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많이 구매했다. 월곡주얼리산업진흥재단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주얼리 시장 규모는 약 5조 원으로 추산된다. 2020년 예물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에 달하는데 2018년과 비교해 9.4% 줄어든 수치다. 반면 2020년 기준 다이아몬드 구매율은 60.4%에 달했으며, 2018년과 비교해 3.4%P 늘어난 수치다. 예물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가치 있는 물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고가의 예물인 다이아몬드를 구매하는 것은 그들에게 일종의 가치투자다. 아울러 금전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의 경우 골드바를 혼주 선물용으로 구매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신혼부부는 백화점 명품 매출을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4.5% 증가했다. 특히 해외 유명 브랜드는 57.5%나 상승했다. 가정용품을 제외한 백화점 전 분야의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명품 매출은 2020년 5월부터 20~80%의 성장률을 보였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트렌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대표 예물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과 루이비통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89% 증가했다. 디올도 1586% 급증하며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도 약 378% 상승했다.
이른바 샤테크(샤넬+재테크의 합성어)라 하여 샤넬 백을 사는 수요도 대폭 늘었다. 명품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줄줄이 상승하자, 오늘이 제일 싸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각종 커뮤니티에 샤넬 가격 상승 소식이 떠돌면서 샤넬을 사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백화점 앞에 개장 전부터 긴 줄을 형성했다. 실제로 금융정보 분석업체 ‘밸류챔피언’의 자료에 따르면, 15개 국가의 샤넬 주요 상품 가격 인상 폭을 비교한 결과 평균 가격 인상률은 17%로 나타났다. 한국은 23%를 기록하며 샤넬 가격 인상 폭이 여섯 번째로 높은 나라였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는 고가의 예물을 통해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차별성을 드러낸다. 샤테크는 남들과 다르다는 걸 표현하는 스눕 효과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혼수의 트렌드는 프리미엄과 집콕
신혼부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 비용을 절감한 덕분에 금전적 여유가 생겼다. 더불어 집콕 문화의 심화로 인해 혼수 가전에 관심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유통업체의 상품군별 매출을 살펴봤을 때 소형 가전 중심의 가전·문화(25.6%), 생활·가정(16.2%) 등 실내용 상품이 성장세를 보였다. 백화점의 가정용품 매출은 지난해 5월부터 20% 내외의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했다.
혼수의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프리미엄’과 ‘집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레 가사노동을 줄일 수 있는 혼수를 고르는 신혼부부가 많아졌다. 이전보다 더 좋은 가전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경우가 늘었다. G마켓의 자료에 따르면 혼수 중 가전의 구매 단가가 많이 상승했다. 대표적으로 TV 객단가는 47% 증가했다. 지난해 100만 원짜리 TV를 구매했다면, 올해는 147만 원 상당의 TV를 구매했다는 의미다. 드럼세탁기(34%), 냉장고(15%) 등도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로 가사 부담을 줄이는 가전이 인기가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인 패밀리허브 기능을 갖춘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고도화된 식품 자동 인식 기술로 보관 중인 다양한 식재료를 스스로 파악하며, 인식된 재료는 ‘푸드 리스트’에 추가해 관리한다. 푸드 리스트 내 식재료나 가족 구성원 음식 취향을 바탕으로 최적 식단과 레시피를 제안하는 기능도 있다. 아직 요리가 서툰 신혼부부에게 알맞은 가전이다.
프리미엄 식기도 유행이다. SGC솔루션의 ‘보에나 드 모네’는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의 걸작 ‘수련’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으로 다양한 조명에 반응해 독특한 빛의 색상을 극대화한 식기다. 유리 고유의 투명함과 투과된 빛의 아름다움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국내 유리 테이블웨어 최초로 파손된 제품을 2년간 무상으로 교환해주는 ‘파손보증제도’를 운영하며 제품력과 서비스를 한층 강화했다. 세련된 디자인을 더한 프리미엄 글라스 테이블웨어로, 신혼부부의 혼수 제품으로 유용하다.
증여로 보금자리 마련
혼수가 준비되면 들어갈 ‘보금자리’도 필요하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자료에 따르면 결혼에 드는 주택 비용은 전체 결혼 비용 중 81.6%를 차지했다. 신부보다 신랑의 부담이 더 컸다. 신랑 신부 결혼 비용 부담률은 각각 61%, 39%이고, 주택 비용 부담률은 각각 67%, 33%로 나타났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결혼 비용은 신랑 1억4421만 원, 신부 9197만 원으로 추정된다.
신혼부부가 이 모든 금액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상속·증여세제가 부의 축적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5억 원 이상인 55세 이상의 부모 세대는 자녀에게 평균 1억6200만 원을 지원했다. 이 중 약 79%가 주택자금과 결혼자금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부동산 구매나 전·월세 보증금으로 9200만 원, 결혼자금으로 35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전세자금을 증여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할 경우 10년간 합산하여 5000만 원(미성년자는 2000만 원)의 증여재산 공제가 적용된다. 5000만 원을 초과하는 주택 취득자금 또는 전세자금의 증여는 증여세 신고 및 납부를 해야 한다. 1억 원을 증여했다면 5000만 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다만 비과세거나 증여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 통상적으로 혼수는 비과세다. 하지만 혼수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사용품에 한정된다. 고급 차나 주택, 전세자금은 증여세를 매긴다. 국세청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 제38조에 따르면, 세대주를 기준으로 30세 이상인 경우 주택 취득 금액 1억5000만 원, 40세 이상은 주택 취득 금액 3억 원까지는 자력으로 재산 취득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해 증여로 보지 않도록 하고 있다. NH투자증권관계자는 “사무처리규정에서 정한 조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무조건 증여세에서 배제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녀 주택 마련 시 절세 꿀팁
양가로부터 증여 ▶세법상 5000만 원까지는 증여세가 면제된다. 신랑 측이 3억 원을 증여했을 경우 2억5000만 원에 대해 20%의 증여세(5000만 원)가 부과된다. 반면 신랑 신부 각각 양가에서 1억5000만 원씩 나눠 증여받으면 각각 1억에 대해 10%의 증여세로 2000만 원만 내면 된다.
임대 ▶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지 않고 임대하는 것이 세금 부담이 적다. 5년간 부동산 무상 사용이익이 1억 원 이상인 경우만 증여세를 매긴다. 세법상 정한 적정 임대료를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예를 들어 시가 14억 원의 주택을 무상으로 빌려주면 약 561만 원을 과세한다.
동거 주택 ▶ 부모와 10년 이상 같이 산 경우 상속 주택 가액의 6억 원 한도 내에서 상속세 과세 재산에서 빼준다. 동거 주택 상속공제를 받으려면 10년 이상 1세대 1주택으로 부모와 10년 이상 같이 산 주택을 자녀가 상속받아야 한다. 공제는 가능하지만 장기간이므로 선택 시 신중해야 한다.
최근 금융권을 비롯해 4050 조기 은퇴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을 받는 만65세까지 소득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연금이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조기 은퇴자들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그동안 주택연금 가입대상이 늘어났지만 연금 수령 방식이 다소 경직돼 있어 가입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조기 은퇴자 같이 만65세 이전에 월 수령액이 많이 필요한 가입자를 위해, 가입 초기 일정 기간 연금을 많이 받고 이후엔 시간이 갈수록 수령액이 줄어드는 ‘감소형’ 주택연금을 빠르면 이번달에 출시한다.
‘감소형’을 이용하면 퇴직 후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 수입이 단절되는 ‘연금 크레바스’ 시기에 안정적으로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 연금을 더 많이 받는 기간은 가입자가 3년·5년·7년·10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더 많이 받는 기간이 짧을수록 해당 기간에 받을 수 있는 월 수령액이 많아진다.
주금공은 초기에는 적게 받고 나중에 많이 받는 '증가형' 주택연금도 출시한다. 증가형은 초기에는 수령액이 적지만 3년마다 일정 비율씩 월 수령액이 늘어난다. 해가 갈수록 물가가 오르는 특성을 감안해 추후 구매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가입자들을 위해 설계했다.
주금공은 ‘우대형 주택연금’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대형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가 일반 주택연금보다 월 최대 20% 더 받는 상품이다. 지금은 1억5000만 원 미만 주택 1채인 노인만 가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취약계층 노후 보장을 위해 우대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보완에 나섰다.
주택연금은 지난 4월 최소 가입 연령이 낮아지고 주택 가격 제한이 완화됐다. 가입 가능한 주택범위도 확대됐다.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둘 중 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 부부 기준 9억 원 이하 주택을 소유하거나 합산가격이 9억 원 이하인 다주택자가 대상자가 된다. 9억 원을 초과하는 2주택 보유자라면 3년 안에 하나를 팔면 된다.
주택연금은 살고 있던 집에서 계속 살면서 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부부 중 한쪽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수급액이 깎이지 않는다. 주택연금은 일반적으로 정액형, 전후후박형으로 지급방식이 나뉜다. 정액형은 사망하기 전까지 매달 정해진 금액을 받는 방식이다. 전후후박형은 최초 10년간 정액형보다 15% 더 많은 금액을 받다가 그 이후엔 수령 금액이 기존 70% 수준으로 줄어든다. 주택 가격 5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정액형은 만 55세에 월 80만 원을 받는다. 전후후박형을 선택하면 10년 동안 매달 92만 원을 받고 이후에는 56만 원을 받는다.
한편 주금공은 지난달 9일 ‘신탁형 주택연금’과 압류 방지 통장도 출시했다. 신탁형 주택연금은 소유권을 주금공에 넘기고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주택연금이 자동 승계되는 방식이다. 집 일부를 남에게 전세로 빌려준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또 압류 방지 통장을 도입해 주택연금 월 지급금 중 최저생계비인 185만 원 이하 금액은 압류하지 못하게 했다. 노후에 파산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주택연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