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의료비 대비 위한 보험 리모델링

기사입력 2021-07-23 08:00 기사수정 2021-07-26 09:39

[슬기로운 보험생활]

남편은 60대, 아내는 50대인 권 씨 부부는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 이외에는 대부분의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권 씨 부부의 금융자산 중에는 다른 가정에 비해 보험 상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최근 TV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죖보험 리모델링’ 개념을 알게 된 권 씨 부부는 보험 점검 및 보험 리모델링 상담을 신청해왔다.

당시에는 꼭 필요해서 가입한 보험이 세월이 지나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경우가 있다. 반대로 예전에는 덜 중요했던 위험이 지금은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 없었던 상품이 제도 및 트렌드 변화에 따라 새롭게 출시되기도 한다. 새로운 상황에 맞게 보험 상품 구조를 변경하다 보면 기존 보험을 해약 혹은 감액(부분해약)하거나 새로운 보험에 가입한다. 이처럼 보험 가입의 구조나 기능 개선을 통해 위험관리의 가치를 올리는 행위를 보험 리모델링이라고 한다.

기존 가입 보험의 숨은 기능을 활용한 보험 리모델링

권 씨 부부는 결혼 후 부부가 사망 시 가정의 경제적 책임을 커버하기 위해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현재 권 씨 부부의 자녀는 독립했고 가정경제 상황은 부부 중 한 사람이 사망하더라도 남은 배우자가 여생을 보내는 데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다. 사망보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권 씨 부부는 질병, 특히 치매에 대한 보장에 관심을 가졌다.

보험 분석 결과 권 씨 부부가 가입한 종신보험은 ‘타인의 항상 간호가 필요한 경우’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이었다. 자산 증식 시뮬레이션 결과 권 씨 부부는 상속세 납부가 예상되었다. 종신보험은 사망의 원인에 관계없이 언제 사망하든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사망 시점이 곧 상속 개시 시점인 점을 고려하여 권 씨 부부는 종신보험을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제반 사항을 고려한 권 씨 부부는 종신보험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종신보험 상세 내용은 2021년 5월 발간 본지 VOL. 77 참고)

노후 대비용 자산으로 보험사 저축성 보험을 선호하는 권 씨 부부는 최근에 납입 완료된 보험의 보험료만큼 연금보험 신규 가입을 검토했다. 권 씨 부부의 기존 저축성 보험 분석 결과 ‘보험료 추가납입’ 기능이 있었다. 보험료 추가납입 기능은 납입하기로 한 전체보험료 혹은 기납입 보험료의 2~3배를 기존 보험에 추가로 납입하는 기능이다. 보험료 추가납입의 가장 큰 장점은 신계약비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다. 신규 보험에 가입하면 납입 보험료에 신계약비가 포함된다. 그만큼 적립되는 ‘순보험료’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향후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보험료 추가납입의 또 다른 장점은 기존 보험 계약의 혜택을 같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성 보험은 계약 후 10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차익(=이자소득)이 비과세된다. 보험차익이 비과세되면 이자소득세만큼 실질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도 제외된다. 권 씨 부부가 가입한 저축성 보험은 모두 계약 후 10년이 넘었고 추가납입 기능과 함께 중도인출 기능까지 갖춘 상품이다. 금융자산이 많은 권 씨 부부는 유동성과 절세 기능을 고려하여 저축성 보험 신규 가입 대신 기존 보험에 추가납입을 결정했다.

권 씨 부부는 나이 들어 다치면 회복이 더딘 점을 염려하여 상해보험 추가가입을 검토했다. 보험 분석 결과 권 씨 부부가 가입한 실손보험은 가입 당시에 판매되던 상해 관련 특약을 계약 시점 이후에 추가로 부가할 수 있었다. 권 씨 부부는 상해보험 신규 가입 대신 특약 추가로 보험 리모델링을 마무리했다. 보험 리모델링을 무조건 기존 보험 해약 후 신규 가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권 씨 부부처럼 기존 보험이 갖고 있는 기능을 활용한 보험 리모델링도 가능하다. 따라서 보험 리모델링을 할 때는 우선 기존 상품의 보장 내역부터 분석해봐야 한다. 찾고 있는 보장 내용이 기존 상품에 숨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 상품은 주계약이나 특약의 이름이 같아도 가입 시점이나 보험사에 따라 보장하는 세부 내용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드시 사업방법서나 약관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만약 약관 등을 분실했다면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구할 수 있다.

경제적 손실 규모를 고려한 보험 리모델링

보험 리모델링은 변화된 상황에 맞춰 위험관리 전략을 점검하고 다시 수립하는 것이다. 위험관리 전략은 위험의 평가부터 시작하며, 위험 처리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마무리된다. 보험 가입은 위험 처리 방법 중 하나다. 먼저 위험의 평가부터 알아보자. 위험의 평가는 위험 발생 시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손실 규모에 따라 치명적 위험, 중요한 위험, 일반적 위험으로 분류한다.

ㆍ치명적 위험 개인이나 가정을 파산으로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손실위험.

ㆍ중요한 위험 파산까지는 아니지만 외부로부터 자금을 차입해야 할 정도의 손실위험.

ㆍ일반적 위험 현재의 소득이나 자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손실위험.

보험료 납입의 여유가 있다면 모든 위험을 관리하면 좋지만,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치명적 위험, 중요한 위험, 일반적 위험의 순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보험은 위험 발생 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나 부모의 사망 시 보험은 유가족의 상실감과 슬픔을 보상해주지는 못하지만 경제적 책임을 보상한다. 가족에 대한 부양책임이 한창일 때 가장의 사망은 남은 가족에게 치명적 위험이지만, 부양책임이 모두 끝났을 때는 오히려 오래 사는 위험이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다. 치명적 위험의 종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입한 보험이 치명적 위험을 보장하지 않거나 부족하다면 보험 리모델링을 고려해야 한다.

통합적 위험 처리 방법을 통한 보험 리모델링

위험의 평가가 끝나면 해당 위험의 위험 처리 방법을 선택한다. 위험 처리 방법을 선택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모든 위험을 보험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보험 리모델링 시에도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위험 처리 방법은 크게 위험재무와 위험통제로 나뉜다. 위험재무는 돈으로 위험을 처리하는 방법인데 위험이전과 위험보유로 구성된다. 위험이전은 돈을 들여 위험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보험이 대표적이다. 고객은 보험료 납부를 통해 위험 처리 책임을 보험사로 전가한다. 대신 보험사는 모든 위험을 인수하지는 않는다. 그런 경우 위험 처리 비용은 스스로 준비한 자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위험 처리 방법을 위험보유라고 한다. 보험사가 위험을 인수하지 않는 주요 이유는 손해율 때문이다. 손해율이 너무 높으면 보험료가 너무 비싸 상품을 출시해도 시장성이 없다.

치매를 예로 들어보자.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치매 발병률은 높아진다. 당연히 보험 소비자들의 치매보험 가입 니즈는 높다.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킬 정도로 치매보험의 보험금액을 높이면 보험료는 매우 높아질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판매되고 있는 치매보험의 보험가입금액 한도는 실제 의료비를 충당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즉 치매보험 이외에 치매에 대한 별도의 위험 처리 방법이 필요하다. 이럴 때 위험보유가 적절한 위험 처리 방법에 해당한다.

위험보유를 통해 위험 처리를 하는 또 다른 경우는 현재의 소득이나 자산 수준으로 위험 처리를 하는 데 부담이 안 되는 경우다. 어떤 경우가 되었든 위험 처리 방법으로 위험보유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저축 등의 방법을 통해 스스로 자금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적 위험이 중요한 위험이 될 수 있고, 더 확대되어 치명적 위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위험재무와 달리 위험통제는 돈을 들이지 않고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위험통제는 위험축소와 위험회피로 구성된다. 위험축소는 위험의 빈도 및 심각성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의료비 발생에 대비한 위험축소 방법은 금연, 절주, 운동 등을 통한 건강관리다. 위험회피는 위험 발생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을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사고가 걱정된다면 자동차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위험회피의 방법이다.

현실에서 위험 처리는 대부분 4가지 위험 처리 방법을 모두 통합적으로 활용한다. 자동차 운전으로 인한 위험에 대한 통합적 위험 처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보험 가입을 통해 위험이전을 한다. ‘자기부담금’ 제도 활용은 위험보유다. 안전운전과 교통법규 준수는 위험축소다. 상황에 따라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위험회피다.

권 씨 부부가 치매로 인한 장기간병 비용에 대비하여 통합적으로 실행한 위험 처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기가입 종신보험 및 장기요양보험료 납입 유지와 소액의 치매보험 추가가입으로 위험이전을 했다. 금융자산 중 일부를 요양기관 입소 및 간병 비용 용도로 별도 분류하여 위험보유를 했다. 신체 능력과 인지 능력을 키우는 활동을 통해 위험축소를 하기로 했다. 부부 모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함으로써 위험회피를 했다. 치료 효과와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연명치료 중단의 뜻을 미리 밝혀놓는 것은 개인과 가족의 신체적·정신적·관계적·경제적 손실에 대한 위험 처리 방법이 될 수 있다.

노후 생활비는 곧 의료비라는 말이 있다. 수명이 길어진 것은 축복임에 틀림없지만,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해 연간 단위로 위험관리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21년 7월호(VOL.79)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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