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은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전 세계적인 핵심 테마는 전쟁과 항쟁(식민지)이다. 한국의 경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들 수 있다. 아직 생소한 개념인 다크 투어리즘을 어떻게 계획하고 즐길지 모르겠다면, 위의 두 역사를 중심으로 명소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PART1. 항쟁의 역사 : 일제강점기
[1] 남산 국치의 길
남산은 낭만적인 야경이 돋보이는 명소로 유명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암흑기를 드러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강화도조약(1876) 이후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남산 자락에 조선 통치를 위한 시설들이 자리 잡았다. 당시의 상흔을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 조성된 길이 바로 ‘남산 국치의 길’이다.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한국통감관저 터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억의 터’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 도착하면 ‘거꾸로 세운 동상’이 눈에 띈다. 과거 일제는 을사늑약을 체결한 공을 인정해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을 통감관저 앞에 설치했다. 해방 후 당시의 치욕스러움을 기억하고자 사라진 동상의 잔해를 모아 거꾸로 세운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이어 리라초교와 숭의여대로 향해 노기신사와 경성신사 터를 둘러본 뒤에는 케이블카 탑승장 인근 한양공원을 찾는다. 1910년 일본인들이 조성한 곳으로, 당시 공원 입구에 세웠던 비석도 볼 수 있다. 계속해서 남산을 향해 걷다 보면 옛 조선신궁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일부가 나온다. 조선신궁은 조선총독부가 조성한 신사로, 해방 후 일본인들의 손에 의해 철거되며 현재 우리가 아는 남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한때 연인과의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로 남산을 찾았다면, 한 번쯤 이러한 역사를 한발 한발 따라가 보길 추천한다.
[코스] 명동역 1번 출구 ▶ 한국통감관저 터·기억의 터(현 서울유스호스텔 아래) ▶ 한국통감부(서울애니메이션센터) ▶ 노기신사(리라초교 내 남산원) ▶ 경성신사(숭의여대) ▶ 한양공원 ▶ 조선신궁(한양도성 발굴지) *상당 구간이 언덕길이니 이 점 참고하자. 반대 방향으로 돌아봐도 괜찮다.
[2]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하 서대문형무소)은 일제강점기 시절 4만여 명에 달하는 독립운동가가 수감됐던 곳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철거 논의도 이뤄졌으나, 교육의 현장으로 기능하기 위해 현재의 역사관 형태로 복원됐다. 서대문형무소 하면 붉은 벽돌로 이뤄진 외관이 상징적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따스한 봄볕 아래 그림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외관과 비교해 내부는 삭막하고 음울한 기운이 느껴진다. 독방과 고문실, 시구문 등을 복원해 당시의 참혹한 현실을 생생히 드러냈다. 당시의 수형기록표나 사진들을 보노라면, 독립투사들의 모진 세월이 전해져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서대문형무소는 올 한 해 ‘이달의 독립운동가 시민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온라인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방문 당시에는 ‘한국 독립운동을 이끈 청년 독립운동가들의 외교’를 주제로 강의가 열렸다. 이날 소개된 독립운동가는 황기환, 이희경, 나용균이었다. 강의에 참여한 한 시민은 “김구나 윤봉길처럼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처음엔 생소했다. 세 분의 역사를 들으면서 나의 무지함을 깨달았고,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의를 준비한 김철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학예사는 “과거 서대문형무소는 인왕산, 안산, 무악재 고개로 둘러싸여 있어 수감자들의 탈출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 현저동에 자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산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 때문에 중장년 방문객들이 등산을 겸해 오시기도 한다. 아울러 실제 수감자들의 후손이나 가족들이 오기도 하고,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모임을 꾸려 자체적으로 투어를 즐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교훈여행(다크 투어리즘의 우리말)의 측면에서 볼 때, 많은 분들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추구했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신념을 느껴보셨으면 한다. 또한,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신 후에는 근처의 독립문,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 등도 찾아도 좋겠다”고 조언했다.
[코스] 독립문역 5번 출구 ▶ 서대문독립공원 입구 ▶ 독립문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집(독립문 맞은편) *독립문을 기점으로 왕복하는 코스로, 역사적 사건 순으로 둘러볼 수 있다.
PART2. 전쟁의 역사 : 한국전쟁
[1] 피란수도 부산 소막마을
지난해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확정됐다. 현재 부산시는 2028년 등재를 목표로 지속 연구와 관리에 힘쓰고 있다. 부산에는 유독 가파른 언덕에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광경이 눈에 띄는데, 이 또한 피란기의 흔적이다. 한국전쟁 후 40만 명이던 부산 인구는 100만 명까지 늘어났다. 몰려든 피란민들은 생존과 생계를 위해 높은 언덕까지 판잣집을 지어 올렸던 것이다.
선별된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총 9곳으로, 그중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도 피란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2018,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 제715호 지정) 소막마을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으로 소를 수출하기 위한 검역소와 소막사가 있었던 곳이다. 1960년대 이후에는 공업화·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여러 형태의 집들로 변모해 현재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한국의 근대화 과정 등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산물인 셈이다.
[코스]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경무대(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임시중앙청(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국립중앙관상대(옛 부산측후소),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 기지(부산시민공원), 유엔묘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 등 총 9곳이다. 하루에 몽땅 급하게 둘러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피란민들의 삶을 음미하며 살펴보길 바란다.
[2] DMZ 평화의 길
시간을 두고 여러 날에 걸쳐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한다면, ‘DMZ 평화의 길’을 추천한다. 도보 여행가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테마 코스 중 하나로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통일부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조성한 길이다.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꼬박 1년 뒤인 2019년 4월 27일 강원도 고성 구간이 처음으로 개방됐다. 이로써 일반 시민들도 DMZ(비무장지대)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철원, 파주, 양구 등 구간이 속속 개방되며 현재 총 11개 코스가 마련됐다. 전 구간 예약탐방제(두루누비 사이트 이용)로 운영되며, 올해는 대체로 4월 하순부터 예약을 시작해 11월 전후로 마감될 예정이다.(여름 혹서기 및 장마 기간 임시중단)
[코스] 강화 코스, 김포 코스, 고양 코스, 파주 코스, 연천 코스, 철원 코스, 화천 코스, 양구 코스, 인제 코스, 고성 A코스, 고성 B코스 *현재 고성B코스는 탐방객의 안전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중단됐다.
[Interview]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어두운 역사의 흔적에서 오늘의 교훈을 얻길”
최근 유행인 ‘다크 투어리즘’을 오래 전부터 주목하해온 이가 있다. 2017년 출간 도서 ‘다크투어’의 저자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다. 서울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그는 책을 쓴다는 핑계로 곳곳을 여행하다 다크 투어리즘에 눈을 떴다. 현재 그는 역사문화 여행 모임 ‘컬처클럽’을 7년째 운영 중이다. 모임을 통해 국내외를 누비며 직접 도보여행 길도 발굴한다. 저서에 소개된 '대한 제국의 길', '서대문의 길', '용산의 길' 등도 직접 개발한 다크 투어리즘 루트다. 그런 김 대표를 통해 다크 투어리즘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봤다.
Q. 중장년들에게 다크 투어리즘을 권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A. 사람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역사가가 됩니다. 각자 역사의 증인이고, 역사평론가가 되며, 아마추어 역사가가 되지요. 어떤 의미에서든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역사관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관광을 하면 화려한 곳, 훌륭한 곳, 멋진 곳을 가기 쉽습니다. 이런 것을 그랜드투어(grand tour)라고 하죠. 하지만 다소 불편하더라도 과거의 어두운 곳을 찾아 역사의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dark tour)도 필요합니다. 이런 곳에서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이 현장에 없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또, 역사의 교훈을 얻어 앞으로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실패에서 얻는 교훈, 재발방지 다짐을 하게 되는 거죠.
Q. 다크 투어리즘 현장에서 유념해야 할 에티켓이 있을까요?
A. 장소의 역사적 의미를 모르면 자신의 단견으로 이해해버리거나 현지에서 가볍게 말하기 쉽니다. 즉 공부가 필요하죠. 사건과 관련된 주민들도 만날 수 있는데 역사를 모르면 섣부른 행동으로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이념에 치우치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현장에서 겸허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큰 목소리는 삼가는 게 좋습니다.
Q. 해외와 비교해 국내 다크 투어리즘이 지니는 특징이 있나요?
A. 예전에는 한국에서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현장에 가면 안내판이 없고, 유적, 유물이 제대로 보존돼 있지 않았지요. 근래에는 다크 투어리즘 관련 문화 유적을 많이 발굴하고, 기념관, 유적지, 친절한 안내판, 간단한 표지석 등을 두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현재는 외국과 수준이 비슷해졌습니다. 다만 몇몇 장소는 지나치게 엄숙하고 어둡게 만들어져 있어 과도한 긴장감을 주기도 합니다.
Q.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A. 다크 투어를 할 때에는 진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열 군데, 스무 군데 리스트를 만들어 많이 다녀왔다한들 큰 의미는 없습니다. 현장을 제대로 알려는 호기심, 진정성이 바탕이지요. 다크 투어리즘이 좋다고 너무 연달아 가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너무 몰입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밝은 여행지와 섞어서 다니길 권합니다.
※ 자료 제공 및 도움말 한국관광공사, 서울관광재단,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김두엽 할머니의 그림 생활은 여든셋의 어느 날, 달력 뒷장에 무심코 그린 사과 한 알에서 시작됐다. “아따, 엄마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라는 아들의 칭찬에 춤을 추듯 마음 가는 대로 그렸다. 무심한 남편과의 결혼 생활, 끝없이 이어지는 가난과 싸우며 고생스러운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그마저도 추억’이라며 밑천 삼는다. 어느덧 아흔여섯의 화가가 된 그는 오늘도 작은 나무 책상에 앉아 모진 세월을 희망으로 바꾸고 있다.
전라남도 광양시 봉강면. 알록달록 물감 칠해진 시골집에는 늦깎이 예술가, 김두엽 할머니가 살고 있다. 그의 그림은 거실, 부엌, 안방 곳곳을 꿰찼다. 완벽한 직선은 아니지만 꼬불꼬불 섬세하게 이어진 선과 과감한 색 조합은 ‘사람 냄새’를 짙게 풍긴다. 여든셋에 그림을 시작해 올해로 14년 차 화가가 된 그는 현재까지 600여 점을 그려냈다. 그동안 수십 차례 전시회를 열었고, KBS 교양 프로그램 ‘인간극장’, 토크쇼 ‘황금연못’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했다.
그림 그리기 딱 좋은 나이
김두엽 화가는 매일 아침 8시 반, 아침 식사를 한 뒤 어김없이 그림을 그린다. 한번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영감은 지난날의 기억, 일상에서 본 풍경,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 등에서 다양하게 얻는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손을 움직인다. 택배 일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끄적인 그림이 이토록 인생의 큰 줄기가 될 줄은 예상치 못했으리라.
“아들도 화가예요. 그림을 팔기 위해 그리지 말자는 신조를 지녔죠. 그래서 낮에는 택배 일을 하고, 퇴근하면 틈날 때마다 작업실에 있더라고요. 나는 혼자 있으니까 심심하지. 집에 굴러다니는 연필을 주워 가지고 달력 뒷장에 사과를 그렸어요. 아들이 집에 와서 ‘엄마, 이거 누가 그렸어?’ 그래요.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까 신이 났지요. ‘내가 진짜 잘 그리나?’ 싶었어요. 그러다가 읍내 나가서 스케치북을 두 개 사왔어요. 이것저것 그려서 벽에 붙여뒀는데 손님이 우리 집에 와서 보고는 잘 그렸다고 하셨어. 그때부터 기분이 좋아서 그리고 또 그리고 그랬지요.”
그가 창작 활동을 본격적으로 이어나간 데는 아들 정현영 화가의 도움이 컸다. 정현영 화가는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대한민국미술대전으로 등단해 다수의 개인전과 기획전에 참여했다. 중견 화가의 눈에도 처음 그려낸 어머니의 사과 그림은 놀랍도록 꼼꼼했다. 배우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계속 그리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색연필, 물감 등 다양한 색채 도구를 쥐여드렸다. 원색 위주의 과감한 색을 사용하지만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졌다.
세월이라는 재료
김두엽 화가는 192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학교는커녕 공부라는 게 뭔지도 몰랐다.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상황에 제약이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꿈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해방 다음 해인 1946년 귀국한 뒤 결혼해 아들, 딸을 낳아 길렀다. 너무 가난했던 탓에 그저 굶지 않고 사는 것, 내 가족이 평안한 것, 남편과 다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것이 꿈이라면 꿈이었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고, 생계를 잇기 위한 노동은 계속됐다.
김 화가의 그림은 구김살 하나 없이 화사하고 또렷하다. 모진 시간이었지만 아팠던 과거를 오히려 사랑하고 마음에 품었기 때문일 테다. 시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은 김두엽 화가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아 수십 편의 시를 썼고, ‘지금처럼 그렇게’라는 시화집을 펴내기도 했다. 두근거림이 있는 그림이라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원하는 삶을 산 건 아니었어요. 꽃피는 봄날에 사랑하는 사람과 예쁜 원피스를 입고 나들이 가고, 어스름한 저녁 산책하다 들꽃 한 아름 받고 싶었네요. 지금이라도 내 바람을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어 좋아요. 괴로웠던 기억도 저편으로 날아가거든.”
최근에는 함께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시니어 컬러링북 시리즈’를 출간했다. 김 화가가 70대 중반부터 시작된 수전증을 그림으로 극복한 것처럼, 동년배들도 손의 감각을 되찾는 기쁨을 느꼈으면 해서다. “참 오래 살았어요.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 참이더라고. 나이 먹어서 그림을 매일 그릴 줄 누가 알았겠어. 기력이 없을 때도 있지만 붓을 잡고 있으면 힘이 좀 나는 것 같고 그래요. 느리더라도 천천히, 계속 그려봐야지. 여러분도 다들 힘냈으면 해요.”
아들과 의절한 정 선생
지난 설날 고향 다니러 온 아들을 한밤중에 내쫓았다고 속상한 마음을 전한 정순일(가명) 씨. 올해 88세, 미수(米壽)가 되는 정 선생은 저녁상을 물리고 오십 넘은 아들과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 한판 했다고 합니다. 아들이 지지하는 사람과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이 달라서 그동안 선거를 치를 때마다 종종 부딪혔던 이력이 있었다는군요. 하지만 이번에는 첨예하게 맞붙어 서로 양보하지 못하고 으르렁대다 너무 화가 치밀어서 “내 집에서 당장 나가라! 다신 꼴도 보기 싫다!”고 덩치가 산만 한 아들 등을 밀어 기어이 쫓아내고 말았다는 겁니다. 그것도 밖에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통에 말입니다.
격분해 자리를 박차고 나온 신 여사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러 광화문 나들이에 나선 신연정(가명) 여사. 집구석에 갇혀 있다 콧바람 쐬니 기분이 좋아 발걸음마저 가벼웠습니다. 초코 와플과 시저 샐러드 그리고 거품 가득 카푸치노까지 완벽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요. 당시 쟁점 한가운데 있던 성추행 사건을 두고 팽팽하게 입장 차를 보이던 두 사람. “자기는 가난하게 자랐는데 어떻게 보수가 되었어요?” 지인이 내뱉은 말을 듣고 어처구니없어하던 신 여사는 “그런 오만한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나요? 진보는 다 그래요?” 맞받아치고 말았습니다. 주고받는 말은 더 이상 대화가 아닌 평행선을 달리는 입씨름에 불과했습니다. 참다못한 신 여사는 마침내 카페 안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더 이상 당신이랑은 얘기 못 하겠어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는군요. 분이 안 풀려서 밖에 나와서도 씩씩거렸다고 합니다.
시비가 아니라 취향 차이
시비(是非). 옳음과 그름 혹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말다툼을 뜻합니다. 해 일(日) 밑에 바를 정(正) 자를 옆으로 펼쳐놓은 게 옳을 시(是)라는 글자입니다. 며칠 전 천지가 상쾌하게 맑은 공기로 가득 찬다는, 청명(淸明)이었잖아요. 보통 4월 5~6일 즈음이라 성묘도 하고 나무도 심고 그래왔습니다. 1년이 24개 절기(節氣)로 나뉘어 있는데 그 절기를 구분하는 경계, 기준이 바로 태양의 움직임입니다. 해가 뜨고 지는 일, 계절의 변화, 낮과 밤, 이런 게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는 데서 시(是)라는 글자는 ‘옳다, 바르다, 어긋남이 없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아닐 비(非)라는 글자는 새가 양 날개로 날아가는 모습, 두 날개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두 날개가 등을 대고 반대편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르다, 틀리다, 아니다, 나아가서는 ‘비방(誹謗)하다’라는 뜻을 갖게 됩니다.
사람 사이 관계가 틀어지거나, 어떤 현상을 볼 때 논쟁을 넘어 언쟁이 되거나, 그래서 의절하거나 영영 안 보는 사이가 되는 경우가 바로 시비를 따질 때입니다. ‘나는 옳고 당신은 그르고, 내 말은 맞고 네 말은 틀리다.’ 한 걸음도 양보 없는 이런 고집, 아집 때문에 관계가 어긋나고 상처를 받기 십상입니다.
봄이 좋은 시어머니와 겨울 좋은 며느리
당신은 어떤 계절을 좋아하시나요? 필자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정말 단순한 이유입니다. 겨울에 태어난 겨울 아이여서 겨울을 좋아합니다. 물론 눈이 좋아서도 그렇습니다.
“얘야, 너는 무슨 계절을 가장 좋아하니?”
“어머니, 저는 겨울이 좋아요.”
“야, 겨울이 뭐가 좋냐? 춥고 다 얼어붙고, 미끄러질까 무서워 외출도 못 하고.”
이렇게 시비가 붙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필자가 겨울을 좋아하는 거랑 시어머니가 봄을 좋아하는 것은 시비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호불호(好不好), 취향(趣向)인 거죠. 필자가 정윤희라는 배우를 좋아하고 다른 배우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잖아요? 또 ‘미스터 트롯 시즌1’에서 경연(競演) 참가자 101명 가운데 이찬원이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역시 필자가 옳고, 다른 참가자를 좋아하는 분이 그른 것이 아니듯이 말이죠.
‘부먹’과 ‘찍먹’ 사이
며칠 전 후배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녁을 먹고 빙수 가게에 갔습니다. 주문한 빙수가 나왔을 때 숟가락을 들기 전 필자가 먼저 물었습니다.
“그쪽은 빙수를 다 섞어 먹어요? 아니면 인절미 따로, 팥 따로, 얼음 따로 먹어요?”
그랬더니 다행히 한 사람은 둘 다 괜찮고, 나머지 두 사람은 얼음은 얼음대로, 콩가루는 그 맛대로, 팥은 팥 맛대로 느끼며 따로 먹는다는 거예요.
탕수육 ‘찍먹’과 ‘부먹’, 그걸로 논쟁이 많이 붙곤 합니다. 튀긴 고기 전체에 소스를 부어 먹느냐, 고기마다 따로 소스를 찍어 먹느냐로 어느 편이 더 맛있는지 곧잘 시비나 승부를 가리려 합니다. 누가 맞나요?
호불호나 취향이 반대되거나 확실한 사람을 만나면, 그게 부부든 자식이든 아주 친한 사이든 직장 동료든 간에 마음이 상하고 기분이 언짢을 수 있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취향이 다를 뿐인데 말입니다.
한신과 유방
누구나 한 번쯤 ‘삼국지’나 ‘초한지’에 빠져 영웅호걸들을 손꼽으면서 친구들과 침을 튀며 열띤 토론을 펼친 적이 있을 것입니다. 화려한 라인업 가운데 필자는 금기(禁忌)였던 배수진(背水陣)을 처음으로 전략에 역이용한 불세출의 명장이자 신출귀몰한 용병술로 패배를 몰랐던 병법(兵法)의 신, 한신(韓信)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비범한 능력으로 유방(劉邦)에게 천하 패권을 쥐어준 일등공신, 한신.
마침내 초패왕 항우(項羽)나 한고조 유방보다 유리한 입지에서 천하를 손에 넣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름 없는 자신을 중용했던 유방이 베푼 은혜를 잊지 못해 멈추고 말았던 인물입니다. 자신이 가진 뛰어난 능력과 사양하는 마음이 오히려 화근이 되어, 반란을 도모한다는 유방의 의심에 결국 처형당하고 마는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역사적 인물인 한신과 유방을 놓고도 평가가 극과 극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밥을 얻어먹고 살 만큼 보잘것없던 자신에게 막중한 역할을 맡긴 은혜를 잊지 않았던 한신이 옳은가요? 아니면 출중한 부하에게 권력을 뺏길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모반하게끔 몰고 가 싹을 잘라버린 유방이 옳은가요?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시비 가리기 참 어렵습니다.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인물도 시비보다는 취향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비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면
우리 삶에서 시비로 명확히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얼마나 있을까요. 태양의 움직임은 항상 일정하고 한결같지만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나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은 한결같을 수도 없고 쉽게 예측하기 힘듭니다. 동식물이나 물건도 좋아졌다 금방 싫증을 내기도 합니다. 나아가서는 정치적인 성향도 진보와 보수라는 스펙트럼 안에서 결이 무척 다양합니다. 한쪽에 실망해서 반대편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다른 한쪽에 상처받아서 그 반대편으로 옮겨가기도 하듯이 말입니다. 시비를 걸고 시비를 따지는 대신 취향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덜 고통스럽습니다.
취향이나 호불호에 시비 걸지 맙시다! 딱 시비 걸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필자가 앞서 들었던 예를 떠올리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하나를 누가 좋아하는 게 죄가 아니고 틀린 게 아니지. 어리석은 게 아니지. 또 탕수육, 팥빙수도 그렇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다면 관계가 좀 더 부드러워지고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거라 믿습니다. 그 사람 나름대로의 생각과 의견과 취향을 존중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옳고 그름으로 정색해 따지지 말고 취향의 문제로 존중하고 이해하면 한결 따뜻한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정답 없는 인생, 모범답안이 있을 뿐
나와 당신을 옳고 그름이라는 시비하는 마음으로 볼 때는 갈등이 고조되고 관계를 망치기 쉽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그 사람에게 공연한 적개심을 품어 이성을 잃은 행동을 저지르고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생깁니다. 우리 인간은 해와 달이 일정한 주기로 움직이듯 한결같을 수 없습니다. 늦잠을 자는 해와 결근하는 달을 본 적이 있습니까. 봄이 지나가고 오뉴월에 겨울이 다시 온 적 있습니까. 정답이 하나인 수학 문제와 우리 인생은 다릅니다. 저마다 모범답안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답이 여러 개라고 틀린 삶이 아니고 그릇된 인생이 아니듯이요. 자신이 푼 답안을 존중받고 싶다면 남이 푼 답안도 존중해줘야 합니다.
잡초로 볼지 꽃으로 볼지
‘악장제거무비초(惡將除去無非草) 호취간래총시화(好取看來總是花).’
나쁘다고 없애고자 하면 풀 아닌 것이 없고, 좋아하여 취하고자 들여다보면 모두가 꽃이라는 뜻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취향이 다르다고 상대를 미워할 때 그 사람은 세상 쓸모없는 잡초밖에 되지 못합니다. 백해무익하다 단정해 얼른 뽑아버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나와 다른 의견이 관계를 발전시키고 묵혀온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되는 경우도 많이 경험합니다. 듣기 불편하고 괴로운 이야기도 좋게 새기려는 마음을 먹는다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숨겨진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하는 일에 우리 도전해볼까요. 내가 소중하듯 나와 다른 그 사람도 소중하니까요. 내가 아름다운 존재이듯 그 사람 역시 아름다운 존재니까요. 모두가 꽃입니다.
전국 각지의 봄 축제가 4년 만에 돌아왔다. 봄기운 가득한 봄꽃축제부터 제철 음식을 맛보거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행사까지 총망라했다. 이번 주말에는 축제를 즐기며 봄을 누려보는 건 어떨까.
봄의 향기 가득한 봄꽃축제
불암산 힐링타운 철쭉제
4.15~4.30, 서울시 노원구 불암산 힐링타운 일원
2023 평택 꽃나들이 축제
4.22~5.1, 경기도 평택시 평택농업생태원
피나클랜드 튤립‧수선화 축제
3.24~5.31, 충남 아산시 피나클랜드 수목원 일대
2023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
4.12~5.7, 충남 태안군 코리아플라워파크
푸른 자연 만끽하는 축제
가파도 청보리축제
4.1~4.30,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완도 청산도 슬로걷기축제
4.8~5.7, 전남 완도읍 슬로시티 청산도 일원
2023 함평 나비대축제
4.28~5.7, 전남 함평엑스포공원 및 함평읍시가지 제2무대 일원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4.1~10.31, 전남 순천시 3개 권역(도심, 순천만습지, 순천만국가정원)
제철 음식으로 생기 충전! 식도락 축제
원동 청정 미나리축제
2.11~4.30, 경남 양산시 원동면 일원(함포, 선장, 내포, 영포)
2023 제11회 보성세계차엑스포
4.29~5.7, 전남 보성군 일원(한국차문화공원 등)
창원 진동 미더덕 축제
5.12~14,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항 일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봄철 산책
댕댕아, 봄놀이 산책가자
3.2~4.30, 여의도 한강공원 수영장 내
식탁 위 꽃 피우는 도자기 축제
2023 이천 도자기 축제
4.26~5.7,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사기막골 도예촌
문경 찻사발축제
4.29~5.8,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야외공원장 일원
●Exhibition
◇나탈리 카르푸셴코 :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
일정 5월 7일까지 장소 그라운드시소 성수
나탈리 카르푸셴코(Natalie Karpushenko)는 카자흐스탄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환경운동가다. 해양과 고래 보호에 관한 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카르푸셴코는 자연, 사람, 동물 등 세상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카르푸셴코가 세계 각지의 섬과 바다를 누비며 기록한 사진 200여 점을 만날 수 있으며, 6개의 존으로 구성됐다. ‘Intro’ 존에서는 아티스트와 사진전 전반을 소개한다. ‘Ocean Breath’는 작가의 대표 프로젝트명이며, 해당 섹션에서는 대자연과 환경에 대한 직관적인 메시지가 투영된 작품을 볼 수 있다. ‘Angel’ 존에는 ‘물’에 대한 원초적인 형상을 주제로 한 작품, ‘Rising Woman’ 존에는 자연과 여성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사진이 전시돼 있다. ‘Wild Breath’ 존에 전시된 작품에는 야생 동물과 인간의 교감 순간이 포착돼 있다. ‘Natalie’는 작업 활동 비하인드와 인간 ‘나탈리 카르푸셴코’를 조명한 섹션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느껴보자.
◇김윤신 : 더하고 나누며, 하나
일정 5월 7일까지 장소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활동하고 있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을 조명하는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이다. 작품 70여 점을 통해 우주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반영한 김윤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김윤신은 197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라는 이름으로 포괄해나갔다. 그는 자신의 조각 작품에 대해 나무에 정신을 더하고(합), 공간을 나누어가며(분), 온전한 하나(예술작품)가 되는 과정이라 말한다. 이번 전시는 김윤신의 ‘합이합일 분이분일’ 철학에 집중해 석판화, 석조각, 목조각, 한국에서의 신작 등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Stage
◇데스노트
일정 4월 1일 ~ 6월 18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김동연
출연 홍광호, 김준수, 고은성, 김성철, 이영미, 장은아, 서경수, 장지후 등
뮤지컬 ‘데스노트’는 지난해 5년 만에 새로운 시즌으로 개막했다. 이전과 달라진 참신한 연출과 무대 미술로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인기에 힘입어 8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된다. 홍광호, 김준수 등 티켓 파워를 입증한 주연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데스노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름을 쓰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를 우연히 줍게 된 천재 고등학생 ‘야가미 라이토’와 그에 맞서는 베일에 싸인 명탐정 ‘엘’(L)의 양보할 수 없는 두뇌 싸움을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폭풍의 언덕
일정 4월 23일 ~ 6월 18일
장소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2관
연출 성종완
출연 김수로, 강성진, 이정화, 문경초, 김아론, 강혜인 등
영국 여류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1847년 발표한 소설 ‘폭풍의 언덕’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이번 공연은 2021년 초연에 이은 재연이다. 초연 당시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남자 ‘히스클리프’의 복수에 관한 이야기가 배우들의 호소력 짙은 연기력과 감각적인 연출에 힘입어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 히스클리프 역에는 문경초, 김아론이 캐스팅됐다. 초연에서 히스클리프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던 김아론은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문경초는 뮤지컬 ‘히드클리프’에서 히드클리프를 연기한 바 있어 기대를 모은다.
◇친정엄마
일정 3월 28일 ~ 6월 4일
장소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김재성
출연 김수미, 정경순, 김서라, 별(김고은), 현쥬니, 신서옥, 김형준, 김도현, 이시강 등
누적 관객 40만 명을 동원한 뮤지컬 ‘친정엄마’는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힐링극이다. 1950년대 열여덟 말괄량이 봉란은 가슴 설레는 첫사랑을 경험하고, 딸 미영을 낳아 엄마가 된다. 어느덧 성장한 미영이 결혼하자, 봉란은 무식한 자신 때문에 미영이 시댁 눈치를 볼까 봐 전전긍긍한다. 미영은 봉란의 마음을 엄마가 되고서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로 4년 만에 돌아온 ‘친정엄마’는 이야기와 무대가 업그레이드됐다. 초연부터 출연 중인 김수미를 비롯해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대거 출격해 이목이 집중된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스마트 마케팅 이의훈·창명
카이스트대 교수가 펴낸 책으로 엔지니어들이 꼭 필요로 하는 마케팅을 정리했다. 저자는 엔지니어들에게 마케터와의 협력이 중요하며, 마케팅 작동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 몸과 마음을 살리는 녹색의 힘 식물 치유 박신애·인사이드북스
박신애 교수는 원예 활동이 우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이유를 과학적 근거와 구체적 실험 사례를 통해 제시함으로써, 당장 집 안에 화분을 들이고 텃밭 가꾸기를 권유한다.
에이징 솔로 김희경·동아시아
1인 가구 시대, 비혼 중년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자신처럼 혼자 사는 40·50대 비혼 여성 19명을 만나 외로움 대처 방법, 노후 준비 여정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절망으로부터 마이클 이그나티에프·까치
각기 다른 시대와 배경의 인물들이 주인공이다.그들이 절망의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어디서 위안을 얻었는지 다뤘다. 그들의 이야기는 긴 시간을 뛰어넘어 위로를 전해준다.
여행을 떠나기 전후나 여행 중 실시하는 스트레칭은 부상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무릎 관절 관리에 효과적인 대표 스트레칭 법 두 가지를 알아보자.
햄스트링
스트레칭 여행 중 긴장한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고 전신에 힘을 주어 신체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앉을 곳만 있으면 실시할 수 있으므로 여행 중 막간을 이용해 피로를 풀어보자.
1. 의자 끝에 걸터앉아 엄지손가락이 허리에 가도록 양쪽 손을 골반에 올린다.
2. 왼쪽 무릎은 90도로 굽힌 채 오른쪽 다리를 뻗어 발뒤꿈치로 땅을 지지하고 발등은 몸 쪽으로 당긴다.
3.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상체를 살짝 숙여 15초간 자세를 유지한 후 제자리로 돌아온다.
4. 그다음 이전보다 조금 더 깊게 상체를 숙였다가 돌아온다. 반대쪽도 동일하게 총 3회 실시한다.
발목 당기기
지친 다리를 이완시켜 긴장과 피로를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무릎이 받는 압박을 줄여주고 전체적인 움직임을 개선해준다.
1. 엎드려 누운 자세에서 양손을 포개 이마 밑에 받치고 두 다리는 발목까지 펴서 바닥에 내려놓는다.
2.숨을 내쉬며 오른손으로 오른쪽 발목을 잡아 엉덩이 쪽으로 당긴다.
3.15초간 자세를 유지한 후 숨을 들이마시며 제자리로 돌아온다.
4. 반대쪽도 번갈아 실시하며, 총 3회 반복한다.
회암사지를 앞에 두고 잠깐 서 있었다. 천보산 기슭 아래 들판처럼 광활한 면적 위로 겨울이 지나가는 중이다. 조선 시대 최대 규모 사찰이던 회암사가 있던 곳, 회암사 절터에는 군데군데 아직 잔설이 희끗희끗하다. 그늘이 드리운 땅에는 녹지 않은 눈이 제법 하얗다. 여전히 쨍한 찬 기운을 제대로 맛본다. 머릿속이 시원하게 헹구어지는 느낌이다.
치유의 궁궐 회암사지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를 딛고 있었던가. 그 옛날 건물만 262칸이었다던 조선시대 사찰 회암사가 있었던 회암사지에는 찬 공기를 실은 바람이 가끔씩 지나간다. 당시 승려만도 3000여 명이 이곳에서 수행했다 하니, 지금이어도 엄청난데 그 시절 대찰의 면모를 가히 짐작해볼 만하다.
경기도 양주시 회암동 산 14-1번지 일원, 천보산이 둘러싼 ‘회암사지’ 절터는 역사 속에서 잊혔던 곳이다. 그러다 1997년 이후 지속적인 발굴 조사와 작업 과정에서 사찰의 어마어마한 규모와 위상을 알 수 있는 유적과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절터의 제1권역부터 제2, 제3… 권역의 상세한 안내판이 여기저기 친절하다. 회암사지 사리탑은 물론이고 연못지와 우물지, 화장실 터까지 규모를 상상하고도 남을 만하다. 현재 기단과 주춧돌만 남아 있지만 천보산 아래쪽 계곡을 메워 계단식 석축을 쌓아 건물 구역을 조성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구역별 건물지도 발견되었다. 회암사지를 둘러보다 보면 거대한 석축과 반듯반듯하게 배치되었을 건축 형상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당대의 석공들이나 장인들이 이 절에 들인 공력조차 느껴질 정도이니 당시의 면모가 감히 가늠된다.
화암사지 중심에서 벗어나 산기슭 바로 아래에 위치한 회암사지 부도탑,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탑으로 추정하는데 사리탑(舍利塔)은 대체로 온전하게 남아 있어 귀중한 석조 유물로 전해진다. 특히 조선시대 부도 양식으로 건립된 사리탑 중에서 정교함과 화려한 조각 문양으로 수작이라 평가받고 있다. 또한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조형물이다.
사리탑 앞에서 너른 회암사지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서니 멀리 도심의 높은 건물과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거리를 두고 과거와 현재가 마주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고려 말에서 조선 초까지 최대의 왕실 사찰이었던 회암사지는 현재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1만여 평의 회암사지를 한 바퀴만 돌아도 당시의 거대한 규모와 불교 문화의 흔적이 역력하다. 회암사지를 내려오는 길목에 세워진, 회암사를 찾는 태조의 행차 장면 모형에서 이곳의 위상을 또 한 번 느낀다.
문화재 간직한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회암사지에서 발굴·출토된 유물들을 전시 중인 박물관이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은 유물 전시 및 교육을 비롯해 쉼터 역할도 하는 등 친화적인 분위기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듯한 지역민들이 방문자센터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다. 대규모 절터 옆의 박물관이 주민들과 친근하게 이어진 모습이 보기 좋다. 박물관 안에서는 옛 복장을 한 아이들이 놀이하듯 교육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이런 풍경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지공·나옹·무학의 천년 고찰 회암사(檜岩寺)
회암사지에서 고개를 들어 보면 멀리 회암사 일주문이 보인다. 자동차로 5분쯤 달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천보산회암사라는 편액이 걸린 일주문 옆으로 지공선사·나옹선사·무학대사 삼대 화상 수행성지라는 팻말이 조그맣게 세워져 있다. 현재의 회암사는 옛 회암사의 삼대 화상 묘탑(廟塔)을 지키기 위한 작은 암자 터에 세워진 공간이라는 설명도 있다. 삼대 화상의 묘탑과 가람을 수호하고 수행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회암사다.
왕실의 비호를 받으며 장대했던 대규모 사찰이 폐사되고 초석만 남아 있던 곳이었다. 200년 동안 엄청나게 번성했던 회암사는 그 시절 전국을 다니다가 만나는 승려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대부분 회암사에서 왔다고 할 만큼 승려 수가 많았다고 전한다. 이제는 지공·나옹·무학 세 승려의 부도와 비(碑)를 중수하면서 옛터의 오른쪽에 작은 절을 지어 회암사의 절 이름을 계승하고 있다. 사찰이 넓진 않아도 천년의 문화유산이 숨 쉬는 듯 따뜻하고 고색창연하다. 대웅전 마당 옆으로 난 산길을 몇 걸음 옮기면 지공선사의 부도 및 석등, 나옹과 무학의 사리탑이 나란히 앉혀져 있는 언덕이 있다. 비탈진 사찰을 천천히 오르면서 그분들의 수행 향기를 느껴볼 만하다.
현재 회암사에서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맑은 자연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시간은 진정 힐링일 것이다. 절의 격이 느껴지는 산사에서 마음을 열고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볼 수 있다면 선물 같은 시간이 될 듯하다.
역사·문화 도시 양주에서는 또한 이 지역 출신 예술가들을 위한 기획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권율장군묘역이 있는 권율로를 달리다 보면 두 개의 미술관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과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이 도로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예술가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기획 전시도 진행하는 중이다.
화가 장욱진과 조각가 민복진의 예술 속으로
장욱진 화가의 그림 내용은 우선 가족이다. 그리고 나무, 새, 아이 등 일상의 소재들이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그 속에는 자연과 사물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본질이 담겼다. 한국의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장욱진의 미술관은 조각상이 전시된 공원을 지나서 들어간다.
전시장을 돌다 보면 그림마다 가족이 등장한다. “나는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한다. 그 사랑이 가족을 통해 서로 이해된다는 사실이 다른 이들과 다를 뿐”이라고 했듯이. 이렇듯 전시장의 그림마다 화가의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영상을 통해 그의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 “나는 심플하다”는 화가의 말처럼 자연 속에서 동화적이고 이상적인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특히 미술관 건물은 화가의 그림을 모티브로 설계된 새하얗고 독특한 구성의 건축으로 눈길을 끈다. 2014년 김수근건축상을 받기도 했다.
건너편의 민복진미술관은 입장 티켓 한 장으로 장욱진미술관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1층의 기획 전시를 보고 2층으로 올라가면 민복진 조각가의 현대 조각이 가득 차 있다. 햇살이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조각 작품과 빛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역시 가족과 어머니와 인류에 대한 사랑이 주제다.
돌아오는 길에 장흥면 방향으로 위치한 간이역 일영역을 거쳐서 오는 건 어떨지. 마침 노을이 내리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폐역이 된 일영역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로 알려졌는데, 이제는 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아련한 레트로 감성의 폐역을 거쳐 오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마무리다.
당일 코스로 역사와 문화를 두루 돌아볼 수 있는 경기도 양주의 하루는 풍성하다. 꽃잎이 날리는 봄·가을의 나리공원이나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출렁다리, 양주 별산대 놀이마당, 수목원이나 아트파크의 즐거움을 누릴 계절도 있다. 봄을 앞둔 시절에 역사 속으로 들어가 그림과 조각 작품의 예술에 깊이 빠져보는 것, 참 감사할 따름이다.
절기상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경칩(驚蟄)이 코앞이다. 유난히 쌀쌀했던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날씨가 풀리면서 주요 관광지나 공원은 벌써 전국에서 몰려온 봄나들이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1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3 관광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시니어 세대의 친환경 여행 의향은 약 73%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소셜 데이터 분석 결과 여행할 때 도보와 자전거 등 무동력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시니어의 경우 본격적으로 무릎의 퇴행성 변화가 찾아오는 시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취지로 떠나는 친환경 여행이 무릎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친환경 여행이 아니더라도 봄맞이 여행을 준비 중인 시니어라면 무릎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추운 겨울 동안 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가 굳어 유연성이 감소한 상태여서 부상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3월은 본격적으로 야외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로 급작스레 몸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무릎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무릎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50대 이상 환자는 2월 대비 3월에 항상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2월 56만 6241명에서 3월 62만 9897명으로 약 11%나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릎 관절염은 무릎 주변 인대와 근육 등이 약해져 연골이 닳고 염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무릎에 생긴 염증으로 인해 시큰거리는 통증과 삐걱거리는 느낌을 동반한다. 또한 장시간 여행 중 발생한 과도한 하중이 무릎 관절에 그대로 전달되면 무릎뼈와 뼈 사이 완충작용을 하는 연골을 마모시키기도 하는데, 이는 추후 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보행을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여행 이후 무릎 통증이 발생했다면 조속히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의학에서는 무릎 질환에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포함하는 한방 통합 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침 치료를 통해 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한다. 한약재 유효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은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다. 신바로약침과 황련해독탕약침이 주로 사용된다. 여기에 모과를 주요 한약재로 하는 숙지양근탕 처방을 병행해 연골 손상 부위의 회복을 촉진한다.
약침의 항염증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중의학’(Chinese Medicine)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골관절염을 유발시킨 쥐를 대상으로 신바로약침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바로약침 투여군이 비투여군에 비해 관절 내 염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E2’ 생성이 60.59%나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뼈를 구성하는 요소인 소주골의 부피도 40%나 늘어났다.
여행 중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좋은 건강관리법이다. 먼저 건강한 여행을 위해 짐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무거운 배낭은 무릎에 상당한 압력을 가할 뿐 아니라 자세 불균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릎 안정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푹신한 운동화와 무릎 보호대 착용을 추천한다. 여기에 등산스틱 같은 지팡이를 사용한다면 무릎으로 가는 체중을 분산시켜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잡는 데 용이하다. 가파른 언덕이나 계단 많은 장소는 피하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등을 적극 이용해 관절이 받는 부담을 낮추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여행 중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주면 피로 해소뿐 아니라 부상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시니어들의 몸과 마음은 이미 봄을 향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냉탕이나 온탕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물로 몸을 적시듯이 급격히 변화한 날씨에도 몸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자.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지났다. 날씨가 조금씩 풀리며 다가오는 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나들이용 봄옷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분주하다. 들뜬 마음에 발걸음도 가벼워지는 듯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꽃샘추위와 간간이 내리는 눈·비는 여전히 곳곳에 낙상 사고의 원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는 관절 주위의 혈관이 수축해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고 작은 충격에도 부상을 입는다. 시니어들은 노화로 인해 근력과 골밀도가 낮을 뿐 아니라 균형감각도 떨어지는 만큼 더욱 낙상에 취약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낙상으로 병원을 찾은 50대 이상 환자는 3만 7754명으로 2016년 1만 3999명 대비 2.7배 이상 늘었다. 시니어들이 낙상 사고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낙상 사고로 인한 부상은 대부분 타박상으로 대개 2주 정도 안정을 취하면 회복된다. 그럼에도 계속 아프거나 증상이 오히려 심해진다면 근골격계 질환을 의심해봐야 된다. 이를 방치할수록 증상이 악화돼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리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낙상으로 인한 대표적인 척추 질환으로 ‘요추염좌’와 ‘목·허리디스크’(경추·요추추간판탈출증)를 꼽을 수 있다. 요추염좌는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요추(허리뼈) 부위에서 뼈와 뼈를 이어주는 인대가 직접적으로 외상을 입어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충격의 정도가 큰 경우 척추 사이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되거나 제 위치를 벗어나면서 목·허리디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요추염좌와 디스크 등 척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포함하는 한방 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추나요법은 척추 질환의 근본 원인이 되는 신체의 부정렬을 교정하는 치료로서 한의사가 근육과 인대, 뼈를 밀고 당기며 바로잡아 통증을 완화한다. 이어 척추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뻣뻣하게 굳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한다. 특히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정제한 약침은 손상 조직의 회복을 돕고 부상으로 인한 염증을 빠르게 해소해준다. 여기에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맞는 한약을 복용하면 뼈와 근육 강화에 도움을 줘 치료 효과를 높인다.
디스크 손상으로 통증이 극심한 경우에는 동작침법(MSAT)이 효과적이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통증이 있는 부위에 침을 놓은 상태로 환자의 능동·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과 마비 증상 등을 완화하는 응급 침술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을 받은 급성 허리디스크 환자들은 30분 만에 요통이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통증 감소 폭은 8.7%에 그쳤다.
무엇보다 낙상 사고는 예방이 최선인 만큼 평소 습관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미끄러운 빙판길 돌아가기, 잘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 신기, 주머니에서 손 빼고 걷기 등은 빙판길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길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할 것을 추천하지만, 부득이 외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끝에 고무 패킹이 된 지팡이를 꼭 챙기도록 하자. 지팡이는 빙판길에서 신체의 균형을 잡아줘 낙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외출 전후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근육이 경직돼 있으면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고 유연성이 떨어져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귀가 후 실시하는 스트레칭도 근육에 쌓인 피로를 풀어준다.
만일 빙판길에서 넘어졌을 때는 바로 움직이거나 일어나지 말고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움직이면 부상 부위에 악영향을 줘 부상 정도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증이 심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119 구조대를 기다리자.
현대사회에서 100세 건강의 지름길은 부상 예방에 있다고 한다. 조금만 버티면 완연한 봄이다. 아직 낙상 사고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유념하고 부상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새해 초부터 건강 문제로 고생하지 않도록 외출할 때 주의를 기울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