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대장암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종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의 이런 잘못된 편애(?)는 세계적인 수준이기도 하다. 세계암연구재단(World Cancer Research Fund International)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전 세계 위암 발병 통계에서 1위를 기록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이런 추세는 아시아 지역에서 공통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한국에 이어 몽골이 2위, 일본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인이 위암에 더 많이 노출되는 이유는 뭘까.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소화기내과 강민정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잘 아시겠지만 짠 음식이 가장 문제입니다.” 강민정 과장은 위암의 원인으로 짠 음식을 지목했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젓갈류나 김치, 찌개 등 대부분의 음식에 소금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한국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20g 정도로 서양인들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또 최근 많이 먹고 있는 가공 육류는 질산염 함량이 높은데 체내에서 발암 물질인 질산나이트로소 화합물을 만들어 위암 발병을 높여요. 특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불에 구운 고기나 생선, 훈제 음식에 들어 있는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 역시 위암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우리나라와 함께 몽골, 일본이 위암 발병률이 높은 것이 이해가 됐다. 일본은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염장 음식을 즐기는 나라이고, 몽골의 대표 음식인 허르헉이나 수태차 역시 소금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강 과장은 한국에서 나는 식재료가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요리법의 문제이지 재료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의미였다. 기본적으로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해서 먹는다는 원칙만 잘 지키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담배의 니코틴도 주요 원인
또 하나 위암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바로 흡연이다. 담배를 피울 때 체내로 흡수되는 니코틴이 위산의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흔히 흡연자들이 ‘식후 담배는 소화제’라고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하는 말이다.
최근 유산균 음료의 광고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그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헬리코박터균도 문제다. 헬리콥터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위장 점막에 서식하며 상피세포를 손상시킨다. 염증을 일으켜 위암뿐만 아니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림프종 등을 발생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위염 환자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면 위암 발병률이 3~5배 높아진다. 한국인의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꽤 높은 편이다. 국가암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16세 이상 한국인 중 54.5%에게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었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 균주의 증가에 따라 국내 헬리코박터균 치료에 대한 성공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표준 삼제 요법의 경우 국내에서 지난 15년간 제균율을 분석하였을 때 2010년 이전에는 80% 이상의 제균율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70% 이하의 제균율을 나타내 항생제 내성률이 걱정입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암과의 관계가 적지 않기 때문에 궤양 등과 함께 발견되었다면 반드시 제균할 것을 추천합니다. 약제를 복용하여 헬리코박터균 제균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별다른 증상 없이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됐을 때다. 균의 발견만으로 치료를 원한다면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제균 치료를 해도 환자가 이후에 문제를 제기하면 병원 측이 치료비를 전액 보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선 위·십이지장궤양, 위 말트(MALT) 림프종에 걸린 환자, 조기 위암 내시경 치료를 한 환자만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
위암을 가장 간단하게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빨리 발견하는 것”이라고 강 과장은 조언한다. 강 과장이 위암과 관련해서 ‘위 내시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암 조직이 커지지 않고 가장 안쪽 점막(mucosa)에만 자리 잡고 있을 땐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크게 개복할 필요도 없이 내시경만으로도 가능합니다. 빠르면 1박 2일 안에 치료가 끝나고 암 환자들이 무서워하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치료도 할 필요 없어요. 하지만 문제는 조기 위암(early gastric cancer)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에요. 자각증세가 없거든요. 위암으로 인한 메슥거림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면 대부분 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예요. 결국 초기에 암을 발견하려면 정기적으로 위 내시경을 받아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내시경 검사가 완벽한 만능은 아니다. 강 과장은 경우에 따라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내시경 검사라고 설명한다.
“흔적이 거의 없는 조기위암이나 진행성 위암 중 점막에 변화가 없는 보우만(Borrmann) 4형은 내시경으로 간혹 놓칠 수 있으며 조직학적으로 분화도가 나쁜 암은 순식간에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의 추적 관찰이 중요합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는 40세 이상이 되면 1~2년에 한 번씩 위 내시경 검사를 받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위 관련 질환이 있거나 가족 중 위암을 앓은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도 발병 가능성이 있으므로 더 일찍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위암의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전이에 있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가장 초기단계에서 치료를 받으면 96%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암세포가 위장을 뚫고 나와 위장 주변의 장막을 침범한 상태에서 위장 주변 림프절 1군에도 퍼져 있는 3A기라면 5년 생존율은 50%로 낮아지고, 이보다 더 퍼져 대동맥 주위의 림프절이나 뼈, 폐, 간 등에 퍼져 있는 4기라면 10%로 더 떨어진다.
]먹어서 치료하려는 생각 변해야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다. 종양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달라진다. 종양의 크기가 작거나 아랫부분에 위치해 있을 때는 위의 하단을 잘라내 소장과 연결한다. 그러나 위를 살릴 수 없을 정도로 암이 자랐거나 윗부분에 종양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암이 퍼져 있거나, 암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암화학요법, 즉 항암제 투여를 진행한다.
위의 일부 혹은 전체를 절제하더라도 거의 정상적인 삶에 가깝게 생활할 수 있다. 위가 없다고 해서 음식물 섭취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수술 후 장기적인 영양관리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 과장은 설명한다.
“위절제술 후 가장 흔한 혈액학적 장애는 빈혈입니다. 비타민 B12 결핍보다는 철분 결핍성 빈혈이 더 흔한데 그 이유는 수술 후 비타민 섭취 부족과 수술로 십이지장을 우회하여 흡수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또 비타민 D와 칼슘 흡수 장애로 골다공증이 올 수 있습니다. 메슥거림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역류성식도염이나 알카리역류위염 때문이죠. 또 쌀밥과 같은 탄수화물이 소장으로 바로 넘어가서 나타나는 급격한 인슐린 증가도 문제가 돼요. 갑작스럽게 인슐린이 증가하면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 오한이 나고 메슥거릴 수 있어요. 이를 의사들은 덤핑증후군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는 과식하지 말고 조금씩 자주 드시길 권합니다. 장기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히 수술 후 6개월 정도는 조심하시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강 과장 역시 의료 현장에서 다른 의사들이 겪는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바로 민간요법이나 정체 모를 건강식품들이다.
“환자가 의사의 치료 외에 다른 방법에 의지하고 있다면 치료 결과를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져요. 섭취하는 음식이나 약재에 양약과 동일한 성분이 있을 수 있고, 간 건강을 악화시켜 정작 꼭 필요한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고요. 치료를 위해서는 무작정 무언가를 먹어서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하시길 권하고 싶어요.”
로봇수술이란 단어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간의 손이 아닌 로봇 팔이 환자의 몸속에서 거리낌 없이 움직이며 수술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런 상상은 SF 영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우리 삶 가까이 등장한 로봇수술도 이런 모습일까? 실상은 영화 속 장면과 조금 다르다.
로봇수술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단어가 있다. 인튜이티브서지컬과 다빈치가 그것이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1995년 설립된 회사로 1999년 로봇수술 장비인 다빈치를 세상에 처음 내놨다.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로봇수술 시장을 석권했다. 우리가 아는 로봇수술에 관한 것은 모두 다빈치에 의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강경(내시경) 수술을 대체하고 있는 대중화된 로봇수술 장비는 다빈치가 유일하다고 보면 된다. 덕분에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27억달러(약 3조원)를 벌어들였다. 다빈치는 현재 4세대 제품까지 출시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2005년 세브란스 병원을 통해 처음으로 다빈치의 로봇수술이 시도됐다. 이후 다빈치는 각 병원에서 앞다퉈 도입하기 시작해 2017년 9월 기준으로 전국 31개 병원에 69대가 설치되어 있다. 장비 도입이 증가하면서 수술 건수도 늘어나 올해는 1만7000건 이상의 수술이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수술도 사람이 하는 수술
로봇수술에 대한 가장 잦은 오해 중 하나는 기계가 집도해 수술을 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로봇수술의 주인공은 의사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로봇수술 장비(환자 카트) 아래에 환자가 위치하면,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신체 부위 근처에 2~2.5cm 정도의 구멍을 낸다. 그곳을 통해 4개의 금속봉 모양의 로봇 팔이 들어간다. 수술 부위에 따라 여러 구멍을 내기도 한다. 4개의 로봇 팔 중 하나는 조명과 카메라가 달려 있어 촬영을 담당하고, 나머지 3개의 팔은 수술에 필요한 다양한 동작을 해낸다. 암 조직을 들어 올리거나 잘라내거나 수술한 부위를 봉합할 수도 있다. 사람처럼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수술 과정에서 필요한 사람 손의 동작을 대부분 대신할 수 있다.
이때 의사는 환자와 좀 떨어진 조종장치(수술 콘솔)를 통해 4개의 로봇 팔을 조작한다. 조종장치에 달린 모니터는 확대된 입체 영상으로 치료 부위를 보여주기 때문에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 육안으로는 구분이 힘든 혈류를 다른 색으로 보여주는 등 다양한 의학적 정보도 모니터를 통해 집도의에게 제공된다.
다양한 질환에서 우수성 나타나
로봇수술이 의학계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사람 손으로는 도저히 동작이 불가능한 좁은 부위에서도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립선이 로봇수술의 혜택을 보는 손꼽히는 부위인 것은 이 때문. 전립선은 좁은 골반 안에 신장과 방광, 소화기와 함께 몰려 있어 수술이 까다로운 부위다.
이외에도 신장암, 자궁암, 갑상선암, 간암, 구강암 등 각종 암수술과 요관절제술 등 비뇨기과계 질환에서 사용된다. 최근에는 유방암 수술까지 영역을 넓혔다. 겨드랑이를 통해 로봇수술 장비가 암 조직을 제거하면, 유두와 유륜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올 초 세브란스 연구진을 통해 국내 최초로 수술이 시도됐다.
이 중 전립선암, 신장암, 직장암의 로봇수술 치료가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유효성이 있음을 평가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선언한 국민건강보험 혜택 확대로 인해 이들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는 800만~1200만원 정도의 수술비를 절반만 부담해도 된다.
인공지능 수술은 아직, 국산화는 눈앞
수술 과정의 간편함도 로봇수술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 대학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복강경 수술은 의사가 2~3시간 동안 서서 모니터를 쳐다보며 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라며 “이에 반해 로봇수술은 편한 자세에서 이뤄져 의사가 받는 스트레스가 적고, 환자에게도 장점으로 작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인공지능 수술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일까? 지난달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상암동에 설치한 수술혁신센터 개소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게리 굿하트 대표는 “인공지능을 통한 자율수술은 최근 선보이고 있는 자율주행기술보다 훨씬 더 많은 기술적 진보를 요구한다”며 “우선 집도의의 수술을 보조할 수 있는 부분에서 인공지능이 담당할 수 있는 단계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수술 시장에는 국산 제품도 대항마로 등장했다. 바로 미래컴퍼니가 개발한 레보아이(Revo-i)다. 레보아이도 로봇 팔이 4개 달려 다빈치와 비슷한 외형을 지녔다. 레보아이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6월부터 올 초까지 세브란스와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올해 8월에는 식약처로부터 레보아이 제조허가를 취득하고 사업화 준비에 착수 중이다.
두렵지 않은 암이 없겠지만, 그중 대장암은 중년 남성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암 중 하나다. 지난해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순으로 발병 순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던 위암을 대장암이 역전한 것이다. 올해 통계청이 내놓은 암으로 인한 사망률 조사에서도 대장암은 위암을 넘어섰다. 발병률도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 중년 남성에게 대장암은 왜 위험한지, 또 어떤 대처가 필요한지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최성일(崔成一· 47)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만약 배 안에서 자신이 걸려야 하는 암을 하나 골라야 한다면 어떤 암을 고르시겠어요. 저는 주저하지 않고 대장암을 고를 겁니다.”
최성일 교수가 재미있는 질문으로 운을 뗀다. 병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선 고르기는커녕 상상도 하기 싫은데 최 교수는 자신 있게 대장암을 선택했다. 아무리 수술을 잘하는 전문의라도 자신을 직접 수술할 수는 없다.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장암은 간암 췌장암, 위암, 담낭암 등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착한 편이에요. 못된 암들과는 좀 달라요. 암으로 발전하는 속도도 느리고, 다른 장기에 전이되는 속도도 늦어요. 잘 대비하면 예방도 가능하고요. 그러니 암 중에는 양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를 보면 대장암이 가장 무서운 암 같은데 의외의 설명이다.
술자리가 대장암을 부른다
대장암의 발병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흡연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서구식으로 변한 식습관이다. 과거 한국인들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었다. 육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서구식 음식문화가 유입되면서 육류의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최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육류 소비도 늘었고 고지방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이러한 음식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독성 물질이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변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과 관계가 있어요. 사람의 변에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문제는 식이섬유가 많은 식생활로 배변이 자주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육식 중심의 식사가 이뤄지면서 변이 몸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에요. 대장의 점막이 발암 물질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병도 잦아진 거죠.”
최 교수는 여성에 비해 남성의 대장암 발병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올 초 국립암센터가 발간한 자료 을 살펴보면 남자의 대장암 발생률이 10만 명당 63.8명으로 여성(42.5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른 암종과 비교해도 가장 차이가 많이 났다.
“남성은 술자리가 잦은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회사 일을 하다 보면 회식이나 술자리가 많죠. 사실 술은 대장암과 직접적인 큰 관계는 없어요. 같이 먹는 음식들이 육류 중심의 탄 음식이라 문제가 돼요.”
대장암의 원인은 용종
대장암 발병의 중심에는 용종이 있다. 식생활이나 흡연 등이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면 직접적인 원인은 용종이다. 최 교수는 용종으로 대장암 발병 가능성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용종은 대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작은 혹이에요. 용종 중에서 선종으로 분류되는 것이 암으로 발전합니다. 작은 선종이 1cm 정도까지 자라는 데는 약 3년이 걸려요. 2cm가 되는 데는 3~4년이 걸리고요. 암으로 발전할 때까지 대략 5년 이상 걸리는 셈이죠. 재미있는 건 용종 하나에서 대장암 발병 확률을 대략 1%로 봐요. 2개가 생겼다면 2%. 내시경을 통해 용종을 떼어냈다면 다시 0%가 되고요. 물론 크기나 모양도 중요하죠.”
대장암 발병에 용종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가족성용종증(家族性茸腫症)이란 병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결장에 무수히 많은 용종이 돋아나는 이 희귀병은 수많은 용종으로 인해 대장암 발병률 100%로 판단한다.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 가슴의 예방적 절제를 선택한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사례처럼, 이 병이 발병할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 역시 20대 성인이 되면 결장을 모두 제거한다. 예방적 절제를 하는 셈이다.
최 교수가 선택할 만한 암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통해 용종 발생 여부를 확인하면 큰 문제없이 대장암 발병을 막을 수 있다. 또 자라는 속도도 느려 대장내시경 검사 간격 동안 손을 못 쓸 정도로 자랄 위험도 거의 없다. 암으로 진행된다 해도 수술, 항암 치료로 치료가 잘 되는 암종이다. 전이암도 적극적 치료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대장암 환자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생존율이 높기 때문이에요. 위험한 암은 사망률이 높아 환자를 만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죠. 다만 문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첫 검사 결과가 좋다고 안심하면서 10년, 15년 동안 다시 검사를 받지 않는 분들입니다.”
실제로 암종별 국가암검진수검률 자료를 살펴보면 다른 암 검진을 받은 국민은 40% 전후를 기록했지만,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26% 전후밖에 안 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장내시경 검진이 번거로운 것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식은 물론이고 장을 깨끗하게 비워내기 위해 약을 먹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의 문제 중 하나는 육안으로 이뤄지다 보니 검사하는 의사의 숙련도나 용종의 위치에 따라 간혹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보안 카메라에도 사각지대가 있는 것처럼 장의 주름 사이에 용종이 숨어 있으면 찾기 어렵다. 최소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자각증상 느끼면 이미 늦어
혹시 자가진단을 통해 암 발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 교수는 “자가진단이 가능할 정도가 되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경고한다.
“ㄷ자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긴 결장 중에서 환자의 오른쪽에 위치한 상행결장은 항문에서 거리가 멀어 출혈이 생겨도 변에서 확인이 어렵습니다. 대신 변 색깔이 검게 변하죠. 심한 경우 배를 만지면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반대편의 하행결장은 상대적으로 좁고 항문과 가깝기 때문에 암 발병으로 인해 혈변이 생기거나 변이 가늘어집니다. 심한 경우 장이 막히기도 하죠. 이에 반해 중간 부분인 횡행결장에는 암이 발병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치료는 당연히 암을 잘라내는 절제술이 첫 번째로 선택된다. 암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결장을 절제하는데 결장뿐 아니라 주변 림프절도 완벽히 제거해야만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결장을 절제하면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환자가 많지만 최 교수는 “수술한 사실도 까먹을 정도”로 큰 후유증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대장을 통한 수분 흡수가 이뤄지지 않아 변이 묽어진다.
그러나 결장이 아닌 직장에 암이 발생하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특히 그 위치가 항문과 가까운 자리라면 더 심각해진다. 항문을 제거하고 복부에 인공항문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의료진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하면 항문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 최근에는 항문까지 잃는 환자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고 최 교수는 설명한다.
수술 후에는 항암 치료가 진행된다. 결장에 생긴 대장암은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고 항암제를 통한 항암화학요법으로 시행한다. 직장에는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항암제를 통한 화학적 치료에 대해 두려워하는 환자가 많은데, 최 교수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고민이 탈모입니다. 항암제를 쓰면 머리 빠질까봐 걱정을 많이 합니다. 심지어 치료를 거부하는 분도 있어요. 그러나 대장암 치료와 재발 방지에 쓰이는 항암제는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요. 항암 치료는 수술 후에도 몸 안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것입니다. 수술 후 보조적 항암치료는 환자의 재발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요. 완치가 어려운 환자라도 항암 치료는 계속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암의 진행을 늦추기도 하고, 의료진과의 계속 만날 수 있어 장 막힘이나 천공 등 중대한 합병증 발생을 초기에 알 수 있어요. 환자가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도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고요.”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민간요법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맹신해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 없기를 당부했다. “암 질환에 대한 오해로 치료를 거부하고 근거 없는 시술을 하는 환자도 있어요. 그러다 치료시기를 영영 놓칠 수도 있습니다. 암 수술을 했다고 갑작스럽게 육식을 끊을 필요는 없어요. 육식에도 필요한 영양소가 있으니까요. 또 운동이나 건강한 식단만큼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매우 많은 사람처럼 보였다. 교과서에서도 풍문으로도 들어본 적 없는 민족의 뿌리와 신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자. 탁성에 파장 깊은 목소리는 빠르게 내달렸지만, 여성 방청객이 많았던어느 날의 분위기와 맞지 않았다. 투박하고 투쟁적이었다고나 할까?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끝마치지 못한 남자에게 다가가 시간을 드릴 테니 못다 한 뒷얘기를 해달라고 청했다. 시대의 풍파를 억척스럽게 이겨낸 예술가이자 오랜미래신화미술관장 김봉준(金鳳駿·63)은 한 일도 또 할 일도 많다.
트라우마의 근원을 찾아 헤매다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두 시간 정도 거리. 찻길을 지나 숲길, 논길, 밭길을 거쳐 다다르면 옛 기억을 찾아 떠나는 곳, 오랜미래신화미술관(이하 신화미술관)이 있다. 김봉준 관장이 이곳에 터를 잡은 지도 24년째다. 서울 토박이 김봉준 관장은 도시 삶의 피로감을 피해 시골로 탈출을 감행(?)했다고 말을 꺼낸다.
“나는 자유롭게 살아왔어요. 직장생활도 해본 적이 없고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 질서에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불편하고요. 생존하려고 적응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죠. 그러니 20년 넘게 여기서 살아온 것입니다.”
강원도 산골까지 왜 왔는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다가도 ‘천생 팔자이고 운명’이라는 답에 이른다. 그리고 세월의 흔적과 아픔 또한 신화미술관에 담으며 살아왔다.
“나를 치유하고 거듭나지 않았으면 온전하게 살지 못했을 겁니다. 망가졌겠죠. 죽었거나 정신병자가 됐거나. 신화미술관 건물도 제가 지었어요. 꿈을 이뤄보겠다는 생각에 돈 한 푼 없이 맨땅에서 시작했습니다.”
신화미술관은 김봉준 관장의 안식처이자 낙원이다. 어릴 때부터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기 때문. 이 상처를 끊어내기 위한 여정의 결과가 신화미술관에 깃들어 있는 셈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많이 맞고 자랐어요. 그게 트라우마가 됐죠. 한국전쟁 직후 세대인데 전쟁으로 인한 폭력 문화가 그대로 계승된 사회였습니다. 군인 출신 아버지에 군대를 경험한 선생이 있는 학교. 체벌이 너무 쉽고 당연한 사회였죠.”
김봉준 관장은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2차 폭력을 가하는 야만적 해소 대신 트라우마를 풀 수 있는 예술을 택했다.
“‘예술가가 되고 싶다’라기보다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더 컸죠. 딴 전공은 생각해본 적 없이 홍대 미대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입대한 군대에서도, 심지어 민주화 운동을 할 때도 폭력은 계속됐다.
“같이 운동하는 선배한테도 그런 일을 당했어요. 예술을 하는 입장이니 마음도 여리고 폭력을 당한 이후에 그것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것으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다 눈뜬 것이 바로 탈춤이었다. 역동적인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학교에 동아리를 만들었다.
‘굿’은 풍물 자체이자 문화의 뿌리다
“제가 그때 풍물에 미쳤어요. 홍대 탈춤반을 데리고 1970년대에 우리 가락이 있던 곳을 찾아서 답사를 다녔어요. 전라북도 남원, 진안, 임실이 풍물로 가장 유명해서 찾아갔습니다. 남원 산골에 갔더니 할아버지가 ‘농악’이란 말을 못 알아듣더라고요. 열심히 설명을 해드렸더니 그제야 ‘굿, 우리 굿이 셌지’라고 하셨어요.”
농악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우리 가락을 깎아내려서 부른 말이었다. ‘굿’의 의미에는 무당의 굿만 있는 게 아니었다.
“풍물, 마을 전체를 합쳐서 하는 큰 행사를 대동굿, 별신굿이라 불렀어요. ‘굿 구경 가자’ 하는 것이 예술굿이었고, ‘두레굿하자, 풍장굿하자’ 하는 것은 노동굿이었죠. 노동의 조직만이 아니라. 이 마을의 난리굿이 셌어. 의병굿이 셌어. 이런 말도 해요.”
당시 일제는 조선민속연구를 통해 조선 사람의 조직적인 힘의 원천이 굿에 있다고 보고 이를 없애고자 했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의병운동도 당시 사람들은 ‘의병굿’으로 불렀으니 굿이라는 말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 것이 분명하다.
“민중의 언어는 한자말이 아니잖아요. 그 말을 써왔고 굿이 다 그 말을 포괄했다고요. 동학굿을 난리굿이라고 불렀어요. 동학 때 그냥 갔을 거 같아요? 풍물굿이 같이 갔습니다. 그리고 신앙으로서의 굿이 있단 말이야. 그 공동체에서 내려오던 자기 신앙. 옛날부터 뿌리 신앙 굿이었던 거죠.”
탈춤에 미쳐 있던 시기 자연스럽게 탈에 표현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불화(佛化)를 배우게 됐다.
“옛날 탈을 만들려고 보니까 대학에서 배운 그림 기법으로 안 되는 거야. 가만 보니까 단청 그림하고 비슷해. 양식이 내가 배운 수채화나 유화로는 표현할 수 없겠더라고.”
고민하다 보니 탈에 표현된 느낌이 단청하고 같은 양식이었다. 고대부터 내려오는 그림을 배워야겠다 싶어서 인간문화재인 봉원사의 만봉 스님을 찾아갔다.
“대처승이던 만봉 스님이 단청 장인이었어요. 어떤 절이든 상관없이 주문이 오면 후불탱화를 그려주는 분이셨어요. 인간문화재로 등록된 사람은 배우겠다는 사람을 가르칠 의무가 있어서 한 달에 얼마씩 지원금이 나왔고 저는 무료로 불화를 배웠습니다.”
만봉 스님에게 배운 불화는 고대부터 내려온 화법이었다. 대학교의 동양학과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고유의 것. 그렇게 대학 생활 3년 동안 힘을 기울여 배운 불화는 김봉준의 그림과 조각, 글씨에 그대로 배어 여전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유학을 포기하고 신화미술관 문을 열다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도시 생활을 했던 김봉준 관장은 탈춤을 계기로 접하게 된 마을 문화와 지역 신앙, 정신에 매료되기에 이른다.
“마을 문화를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외국 유학을 포기했습니다. 친구들 대개 뉴욕이나 파리로 유학을 가는 거야. 미대 조소(彫塑)학이다 보니 서양을 유학의 성지라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나는 거꾸로 이리로 온 것이죠. 더 공부해야겠다. 그래서 마을 문화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지역 문화 축제를 열고 관여하다 2007년에 문화관광부가 지원하는 지역 문화 만들기 프로젝트에 선정돼 받은 돈으로 신화미술관을 개관했습니다. 2008년 10월에요.”
의문이 생겼다. 지금까지 탈춤으로 시작해 굿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는데 왜 탈춤이 아닌 신화를 선택했는가 하는 점이다.
“신화에는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죠. 굿을 뿌리로 한 신화 구조이죠. 신화에는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문화가 있고, 일종의 기도, 음악, 춤, 미술, 모든 것이 있습니다.”
신화미술관 안에는 김봉준 관장이 직접 제작한 다양한 형태의 조각상들이 자리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여신상을 모아놓은 구역이 있고, 건국신화를 비롯해 창세, 토템(동물상), 저승, 도깨비, 마을의 신화를 모아놓은 것이 각각 있다.
“현대 사회는 마을을 무시하지만 아주 중요한 단위입니다. 가족, 마을 문화가 무너진 광장 문화는 의미가 없습니다. 뿌리가 없는데 시민사회 공동체가 이뤄지겠어요? 사람도 세포가 있어야 형성되는데 마을 문화도 일종의 세포입니다.”
암 환자의 의지, 씩씩한 조각상으로
초야에 묻혀 사는 것처럼 보여도 김봉준 관장은 지극히 사회 참여적인 인물이다. 광화문에서 열렸던 촛불 집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현장에도 찾아가 유족들을 위로하는 조각상과 판화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 오랜미래신화미술관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화가로, 탈춤에 빠져 있었던 연출가로, 시민운동가로 살고 있다. 그저 마음이 가고 발길이 닿는 곳에서 어떤 형태로든 행동하고 반응하는 전천후 예술가의 삶이 김봉준 관장의 하루하루에 녹아 있다. 그러다 보니 몸에 병이 든 줄도 모르고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부천에서 시민운동을 하다 이곳으로 왔는데 임파선암 3기 말이었어요. 자가진단을 한 것이 잘못이었어요. 위쪽인 줄 알고 위 내시경만 했거든요. 다행히 전이가 안 된 상태였어요. 암 치료받은 지 17년 됐고 아주 씩씩하고 용감하게 살고 있습니다.”
미술관 건물은 아프고 난 다음에 지었다고 했다. 암과 한바탕 결투를 벌인 이후 만든 조각상이라 씩씩하고 힘찬 느낌이라고.
“암에 이기지 못하면 지는 거잖아요. 절망의 시기를 겪고 죽음의 절벽과 언덕을 넘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블랙리스트 인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다
“나는 3번의 블랙리스트를 겪은 거 같아.”
1980년대에는 5·18 포고령 수배자였다. 1년 후 다행히 포고령이 풀려 개과천선하고 살 수 있나 싶었는데 1990년 윤석양 이병이 들고 나온 보안사 민간인 사찰 문건에도 김봉준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난 정부 9년 동안 그는 예술가 지원 정부 사업에서 제외됐다. 인터뷰 초반 ‘자유롭게 살아왔다’는 말은 알고 보니 당시를 추억하는 씁쓸한 넋두리였다.
“근데 말이지 문화 창조는 비주류에서 나온다고. 지금은 주류에 임박했는데(웃음).”
과거 그는 사회 구성원으로 살 수 없었다. 탈춤을 찾아 방황하고 탈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배움의 길을 닦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은 대학 졸업을 해도 이미 사회에서 계속 찍혀왔기 때문에 좋은 직장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어요.”
신화미술관 한편에는 그림이 빼곡히 걸려 있다. 동양적 색채가 강한 그림과 광장을 표현한 판화 등 다양하다. 지금의 정권이 아니었다면 걸어놓지도 못했을 거라고 웃어 보인다.
“그런데 촛불 집회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꼭꼭 숨겨두기도 했습니다. 판화도 다양하게 많은데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에게 컬렉터들이 붙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 눈치도 빠른 거 같아요. 춥고 배고플 때 좀 사주지(웃음).”
생업 작가로서의 삶은 계속된다
정말 본의 아니게 전업 작가로 살아온 60여 년의 세월이다. 홍대 미대 출신, 깔끔하고 단정하게 뉴욕의 화랑에서 멋들어진 전시회 여러 차례쯤은 열었을지도 모를 사람. 그러나 많은 시간을 숨어 살았고 민족의 뿌리 문화를 찾아 헤맸으며 지금은 신화와 숨 쉬는 인생을 살고 있다.
“나 그래도 판화도 팔고, 디자인 주문 들어오면 글씨도 써요. 70년대부터 스님으로부터 고법으로 붓을 쓰는 법을 잘 배웠잖아(웃음).”
예술가로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좋은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물었다.
“과정에서 좋은 미래로 가는 길을 차근차근 한 발 한 발 가는 거겠죠. 내 세대의 징검다리에서 다음 세대의 징검다리로 조금씩 사회를 변화시켜나가야겠죠. 내가 가는 길이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나 또한 예술을 배반하지 않고 지금까지 온 것이 뿌듯합니다. 당당합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새어 나오는 요실금.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여성을 조사한 결과, 요실금 중 복압성 요실금 여성 환자가 90%에 육박할 정도로 가장 높은 발생 빈도를 보였다. 복압성 요실금이란 복압이 증가하면서 방광의 수축 없이 소변이 새는 증상으로 출산 시 요도 괄약근이 약화되는 것이 주 원인이다. 요실금의 근본적인 문제는 두덩뼈에서 엉치뼈까지 연결되어 내부 방광과 자궁을 지탱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골반저근’ 약화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엉뚱한 치료에 힘을 쏟기도 한다. 요실금이 발생하는 이유와 제대로 된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요실금은 왜 생기는 건가요?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요도로 나오는 증상을 요실금이라고 해요. 요실금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기전이나 상황에 따라 복압성 요실금, 진성 요실금, 급박성 요실금 등으로 나뉩니다. 이 중 복압 상승 시 나타나는 복압성 요실금 환자가 가장 많아요. 복압성 요실금의 가장 큰 원인은 출산과 분만입니다. 기침할 때, 웃을 때, 뛰거나 할 때 소변이 흘러나옵니다. 진성 요실금은 요도 괄약근의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인데, 복압성 요실금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요. 급박성 요실금은 소변이 마려울 때 조절이 안 되는 증상입니다.
요실금 발생 연령은 어떻게 되나요?
최근에는 30~40대 여성들도 요실금 증상을 호소하곤 해요. 갑자기 살이 찌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도 요실금 증상이 나타나 중고등학생도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도 병원을 찾는 분은 대부분 50~60대 이상의 나이 드신 분이 많긴 하죠. 나이가 들어 요실금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방광, 자궁, 난소 등을 얹고 있는 골반장기들을 지탱하는 근육(골반저근)의 약화 때문입니다. 젊었을 때는 이것을 받쳐주는 힘이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근육의 힘이 없어지고 점막이 약해지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거죠.
방광염이나 과민성 방광이 요실금과 관계가 있나요?
방광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고 과민성 방광은 저장하는 데 문제가 생기는 거라 조금 다르죠. 감각신경들이 과민해져서 자주 소변을 보는 것은 과민성 방광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소변이 마렵고 화장실을 가기도 전에 소변을 흘리기도 해요. 반면 요실금은 힘을 줄 때 소변이 새는 것입니다.
질염도 요실금과 관계가 있나요?
질염은 감염성 질환입니다. 질염이 생기면 가렵고 쓰리고 따가워 아랫배나 골반에 불편함을 줍니다. 이런 증상은 염증의 종류나 심한 정도에 따라, 또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염증은 대개 몸이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게 되면 생깁니다. 또한 생리 전후나 성관계 후에 올 수 있습니다. 요실금이 있으면 소변이 새어 나오면서 질 쪽에 묻어 따끔거릴 수 있습니다.
노화로 인한 골반 구조 변화로도 요실금이 생긴다고 하던데요?
골반 구조보다 골반 근육과 엉덩이 근육이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알 필요가 있어요. 엉덩이 근육은 굉장히 두껍지만 골반 근육은 얇은 근육이 얽혀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골반 근육들이 골반 쪽 장기들을 다 받치고 있어요. 출산이나 나이가 들면 골반이 틀어지고 골반 근육들이 영향을 받습니다. 질 점막, 요도 주변의 염부 조직들의 호르몬이 떨어지고 방광이 빠져나오면서 구조적인 변화가 생기는 거죠. 그러면서 요실금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요실금에 좋은 운동이 있나요?
케겔운동이라고 질 주위 근육을 조였다 펴기를 반복하는 골반근육강화 운동입니다. 그런데 헬스트레이너에게 골반 근육을 수축해보라고 했더니 수축을 잘 못하더라구요. 골반 근육이 내 맘대로 수축이 안 되는 근육이라 이를 보조해주기 위한 자기장 치료도 있어요. 케겔운동이든 자기장 치료이든 운동한 사람이 안 한 사람보다 치료 효과가 더 좋습니다. 어쨌든 제대로 된 기구로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실금 치료기가 많던데 효과가 있나요?
시중에 30만원대 치료기가 나온 것을 봤는데, 효과는 미미하게 있겠지만 수천만원대의 병원 의료기와는 좀 다르겠죠. 시중 의료기는 임상실험을 거친 의료기가 드뭅니다. 이를 확인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실금 수술을 꺼려하는 사람도 꽤 많죠?
네, 귀가 얇은 분들은 음식이나 기구 등 이것저것 다 해보고 효과가 없을 때 병원을 찾습니다. 약물치료를 해도 좋아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수술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요. 수술 후 10명 중 9명은 10년이 지나도 부작용 없이 잘 지냅니다. 요실금은 수술이 최선이고 효과도 가장 좋습니다. 수술비용도 50만원대로 적은 편입니다.
요실금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뭔가요?
뭘 먹어야 되고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은 뭔지, 그리고 성관계를 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묻는 분이 많습니다. 골반의 구조적인 문제로 생기는 문제라 음식보다는 수술을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성관계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요실금을 그냥 두면 저절로 좋아지는지 묻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요실금 검사 방법과 대표적인 수술 방법이 있다면?
요실금은 초음파 검사, 내시경 검사 등 정말 진단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클리닉에서 검사하면 오래 걸리지도, 힘들지도 않습니다. 대부분 10분이면 간단히 끝납니다. 수술 방법은 개인의 몸 상태와 원인,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져요. 최근 도입된 TVT, TOT, TVT-O, mini-sling 등의 개선된 수술법은 간단해서 입원도 필요 없습니다. 수술을 망설이던 많은 환자가 이 수술법으로 치료를 했습니다. 환자들 중 요실금 수술을 하면서 이쁜이(질성형) 수술도 같이 해달라고 하는데, 마취 부위가 비슷해서 병행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선선한 가을이 되면서 조깅이나 등산 등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야외활동 후 다음 날 아침 발바닥에 찌릿한 통증을 느낄 때가 있다.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최근 1년 동안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족저근막염 환자 수가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딱딱한 신발을 자주 신거나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많이 걸었을 때 발생하기 쉬운 족저근막염.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가을철에 주의해야 할 족저근막염의 증상과 예방법을 알아봤다.
족저근막염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요?
족저근막은 뒤꿈치부터 발바닥 전체를 둘러싼 단단한 섬유막을 말하는데, 평소에 발의 정상 아치를 유지해주고 체중 부하 상태에서 발을 올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신체활동 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고 발바닥을 보호해주는 중요한 역할 부위가 족저근막입니다. 지지구조인 근막에 무리가 오면서 염증이 생기거나 짧아지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증상을 족저근막염이라고 합니다. 안 하던 운동을 해서 무리를 준다든지 오래 서 있거나 딱딱한 신발이나 하이힐을 신고 오래 걸으면 근막에 무리가 올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나요? 가을철에 환자가 더 많은 편인가요?
중년 여성에게 가장 많고 여성이 남성보다 많습니다. 중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성호르몬에 변화가 생겨 두꺼웠던 지방층이 얇아지면서 발바닥에 있는 지방층이 쿠션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을철에 특히 환자가 많이 생기는 이유는 족저근막에 무리를 주는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계절이라서 그럽니다. 특히 등산을 할 때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많아 근막이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가벼운 러닝이나 파워워킹도 체중의 80%에 달하는 하중이 발에 가해지기 때문에 발바닥에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골프를 할 때도 적게는 4km에서 많게는 10km까지 걷게 되는데 이 경우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부분 파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족저근막염의 대표적 증상은 무엇인가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껴지는 통증입니다. 특히 야외활동을 한 다음 날 아침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발꿈치 안쪽으로 찌릿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근막염 초기에는 이런 증상이 생활하면서 완화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얼마 후 같은 증상이 반복되어 나타나곤 합니다. 족저근막염은 재발이 잘되는 병이라서 초기에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척추질환과도 관계가 있나요?
네, 고관절, 척추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통증이 오면 안 아픈 자세로 걸으려 하니 척추협착증하고도 연결이 되는 거죠. 평발인 사람과도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평발은 아치를 이루는 구조가 낮기 때문에 근막이 해야 할 역할이 많습니다.
초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족저근막염 초기라면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고 통증이 줄어든 후 발바닥과 발목, 종아리 스트레칭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초기에 병원에서 추천하는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마사지, 찜질 등으로 통증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신발 특수 깔창으로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약물치료, 물리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주사치료 등을 하게 됩니다.
체외충격파치료는 무엇인가요?
체외충격파치료는 체외에서 발생한 충격파 에너지를 이용해, 족저근막의 세포를 자극해 활성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충격파 에너지가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족저근막의 세포들이 활성화되어 혈관을 끌어들이고, 혈류공급이 증가되면 조직의 치유를 도와 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염증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빠른 시간 내에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심해지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압통이 있는지, 발목을 젖혀보고 환자에게 오는 통증이 있는지 진단하고, 골극이 생겼는지도 살핍니다. 뼈의 변화가 없다면 보전적 치료를 하게 됩니다. 보전적 치료는 2~3주 통원치료하면 증상이 많이 호전됩니다. 주로 저주파치료, 물리치료를 하게 됩니다. 심할 경우 수술도 하는데 수술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수술할 경우 어떤 수술을 하게 되나요?
최근 내시경수술로 절개를 하지 않아 수술 후 통증이나 입원 부담에서 자유로워졌어요. 내시경수술은 내시경이라는 특수 카메라를 통해 하는 수술입니다. 주변 조직이나 신경손상 위험성이 크게 감소했고 높은 치료 성공률을 자랑합니다.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딱딱한 신발을 신거나 맨발로 다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발목을 위아래로 젖혀주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발바닥을 마사지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발 마사지 방법은 골프공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골프공을 발바닥 밑에 놓고 발가락 뒤쪽부터 뒤꿈치까지 공을 누르며 천천히 움직이면 됩니다. 강도는 발바닥 근육에 적당히 자극이 가는 정도로 해주고 1세트에 10회씩 2~3세트를 반복해 마사지하면 발의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발목에 도움이 되는 뒤꿈치 쿠션이 들어가는 특수 깔창도 있습니다.
“조직검사 보냈어요.”
처음에는 검진을 받아보라는 후배의 권유를 그냥 무시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건강검진센터에서 의사로 일하는 후배의 제안이 고마워 그럴 수 없었다. 약간의 치질이 있는 상황도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대장내시경을 받고 난 후 후배가 의외의 말을 전했다. 조직검사라니!
그리고 며칠 후 김재규(金在圭·66)씨는 더 놀랄 소식을 듣는다.
조직검사 결과 직장암이었다.
“그때는 깜짝 놀랐죠, 암이라고 하니까. 수술을 해야 하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다들 알 만한 병원으로 향했죠. 문제는 수술시기였어요. 가장 먼저 찾은 종합병원은 4개월은 기다려야 수술을 받을 수 있다 하고, 다른 대학병원에선 3개월 후에 수술하자고 하더라고요. 그 사실을 알고 친구들이 더 난리였어요. 어떻게 암을 안고 몇 달을 사냐고.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우연한 기회에 암을 초기에 발견했으니까요.”
30년 지기 고향 친구들이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그와 인연이 닿은 의사는 한솔병원의 정춘식(鄭春植·51) 진료원장이었다. 등 떠밀리듯 찾은 한솔병원에서 김재규씨는 한숨 돌렸다. “당장 내일이라도 수술할 수 있다”는 의사의 답변 때문이었다. 그렇게 잡힌 수술 날짜는 2007년 7월 11일. 정확히 10년 전이다.
가족에게 숨긴 채 수술실로 들어가다
“사실 수술날짜가 잡혔는데, 아내에게는 말도 못했어요. 딸에게도 마찬가지고요. 괜한 걱정을 할까봐요. 사업한답시고 밤마다 술에 절어 살았으니, 병 얻은 것이 내 탓인 것 같기도 했죠. 그래서 그냥 정밀 건강검진을 위해 일주일 정도 입원한다고만 말했어요. 아내는 의심했지만 적당히 둘러대고 병원으로 향했어요.”
수술하는 날까지 입원실을 찾아 수선을 떨던 고향 친구들과는 달리 정작 김씨는 두렵진 않았다고 했다. 처음 선고를 받았을 땐 멍해지고 겁이 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낯선 이름의 병, 직장암을 현실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중년의 경상도 사나이는 링거 스탠드를 한 손에 잡은 채 뚜벅뚜벅 수술실로 걸어 들어갔다. 누워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의 거짓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입원해 있을 때 친구 중 한 명이 아내에게 전화로 사실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온 아내에게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재규씨는 자신의 병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예전에 운영하던 회사가 디스플레이 관련 원천기술을 갖고 있었는데, 기술을 가져다가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속상한 일들이 많았어요. 소위 ‘갑질’을 많이 당했죠. 그래서 화풀이하듯 술도 엄청 마셨고, 영업을 위해서 참석하는 술자리도 잦았어요. 말 그대로 몸을 혹사시킨 것이 병을 만든 것 같아요. 한번은 오징어 젓갈을 잘못 먹고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린 적이 있어요. 그때 치료해준 의사가 장 속에 여드름 같은 것이 생길 수도 있으니,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하라고 했는데 지키질 않았죠. 그것도 8년이나 말입니다.”
김씨가 한솔병원을 선택했던 이유는 수술이 당장 가능하다는 것 말고 또 한 가지가 있었다. 지금은 보편화된 수술법이 되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복강경수술을 선도하던 병원 중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보수적인 외과의사들은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개복수술을 고집하던 시절이었다. 현재도 대장항문전문을 표방하는 병원은 전국에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고, 아직도 개복수술 비중이 높은 병원들도 있다.
김씨는 복강경수술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복강경수술은 내시경을 닮은 장비를 몸속에 넣어 수술하는 방식으로, 절개 부위가 작고 장운동도 빨라 식사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회복속도가 빠르다. 김재규씨가 수술 일주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직장암은 예방과 치료가 쉬운 암
“종양 사이즈는 좀 큰 편이었지만 아직 주변으로는 전이가 안 된 2기 직장암이었습니다.” 정춘식 진료원장은 당시 김씨의 상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직장암은 수술 과정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대장암하고 비슷한 성향을 띠는데, 대장은 주변 장기와 붙어 있지 않은 반면에, 직장은 주변에 신경이 복잡하게 자리 잡고 있고 배뇨기능이나 성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김재규씨의 경우에는 다행히 종양 위치가 항문과 4cm 이상 떨어져 있어서 항문을 유지할 수 있었죠.”
직장암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항문이다. 직장암은 다른 암들에 비해 비교적 쉽게 발견이 되고 성장속도도 더디기 때문에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여러 암 중에서 완치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암 위치에 있다. 항문과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항문을 제거하고, 인공항문인 영구장루에 의지해야 한다. 영구장루는 일종의 주머니인데 옆구리로 배설물이 배출될 수 있도록 입구를 만들어 이곳을 통해 나오는 배설물을 받아내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되지만 암 재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아직까지는 영구장루를 대체할 만한 획기적인 기술은 없다.
1, 2기의 직장암은 수술만으로 대부분 치료가 끝난다. 전이가 염려되거나 재발이 걱정되는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도 하지만 드물다. 과거 2기 환자는 경구항암제를 복용하며 재발을 막기도 했다. 김씨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직장암과 대장암 치료를 위한 표적치료제 개발도 이뤄졌지만, 전이가 된 4기 환자에게만 쓰인다.
정춘식 진료원장은 직장암과 관련해 섣부른 자가진단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괜한 걱정만 늘어난다는 것이 이유다.
“직장암의 초기 증상은 몇 가지가 있긴 해요. 변이 가늘어진다든가, 혈변을 본다든가 하는 것들이죠. 그런데 이러한 증상이 대부분 치질 증상과 겹쳐요. 증상을 자각한다고 해도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딱 하나, 대장내시경이에요. 의사가 직접 몸속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죠. 이 방법만큼 정확한 것은 없어요.”
정 원장은 직장암과 대장암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암이라고 말한다.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대장암과 직장암 모두 예방법이 있어요.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해서, 발견되는 작은 용종을 제거하는 거예요. 다행히 이런 용종이 모두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고, 용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데도 약 10년 내외의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40세 이후에는 5년에 한 번 정도 대장내시경을 통해 별다른 변화가 없는지 확인만 하면 되는 겁니다. 만약 용종이 발견된 적이 있다면 위험군이므로 3년에 한 번 정도로 검사 간격을 앞당기면 그만이고요. 또 가족력이 있다면 30세 이후부터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아요.”
암이 생겨도 이렇게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수술을 통해 완치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수술이 잘못돼 합병증이 생기거나, 간혹 대장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검진이 제대로 안 되는 ‘블라인드 포인트’의 종양을 놓치는 경우가 있지만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일이다.
정 원장은 “식생활도 마찬가지예요. 특별히 신경 쓰거나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그냥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함께 생활하기를 권해요. 채식만 고집할 필요도 없고 골고루 많이 드셔서 면역력만 잘 유지하면 됩니다”라고 조언한다.
수술 후 달라진 삶
물론 수술 후 정상생활로 돌아오는 데는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수술 직후에는 화장실을 하루에도 10번 가까이 가는 생활이 반복됐고, 변의가 오는 상황을 제어하기도 쉽지 않았다.
“배에서 신호가 오면 무조건 화장실로 가야 했으니까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지사제를 먹고 화장실 가는 횟수도 줄이고 제어할 수 있는 상태가 됐지만, 그래도 평소 같지는 않았어요. 화장실이 없는 버스를 타고 장거리를 가는 것은 꿈도 못 꿨죠. 그래서 웬만한 곳은 차를 끌고 다녔어요. 6개월 정도는 경구항암제를 복용했는데, 이 역시 몸을 무겁게 하더라고요.”
수술 후 김재규씨가 겪은 변화 중 하나는 가족과 주위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어릴 때는 허가받은 장소를 찾아 사냥을 즐기고 낚시도 자주 했지만, 지금은 ‘살생’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절 끊었단다. 대신 아내와 보내는 시간을 늘렸다. 다양한 분야의 사업체를 이끌어온 그는 건강을 위해 일도 줄이고 보안 관련 IT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이제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때는 그저 먹을 것으로만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생명으로 보여요(웃음). 수술 후에는 아내와 등산을 많이 다녔어요.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 주변에 있는 산이란 산은 모두 다녔어요. 지금은 아내가 더 등산을 좋아할 정도예요. 요즘엔 관절이 좋지 않아 자주 다니지 못하지만, 그래도 아내와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음식을 삼키면 음식물은 구강을 지나고 인두를 지나 후두상부의 후두개가 닫히면 식도로 넘어가 위(胃)로 들어간다. 이때 위 속에 있는 위산이 역류해 식도와 목을 자극하는 증상을 유발하면 역류성 질환이 된다. 역류성 질환은 식도염과 후두염으로 나눠진다. 서로 가까이 있고 상호 관련이 있어서 함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역류로 인한 인후염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매달 40만 명 정도의 인후염 환자가 생긴다. 평소 목이 상쾌하지 않은 당신도 인후염일 수 있다.
역류성 인후염(인후두염)이 무엇인가요?
위의 내용물이 거꾸로 식도로 넘어와 후두와 인두로 역류해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위 내용물 중 위산은 강한 산성화 물질인데 위 점막 이외의 점막, 특히 인후두 점막에 상당한 자극을 주어 염증을 유발합니다. 역류성 인후염은 감염성 후두염의 가장 흔한 원인인데,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20~30%에 해당됩니다. 후두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반 이상은 이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역류성 인후염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목이 아파요”, “가래가 목에 걸려서 잘 안 나와요”, “목소리가 잠겨요”, “코랑 목 사이에 뭔가 붙어 있어요”, “목 안이 자꾸 마르는 느낌이 들어요”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헛기침 또는 마른기침 같은 잦은 기침과 목에 뭐가 걸린 듯한 이물감이 대표적 증상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을 체크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이 있나요?
특히 아침에 목이 아프고 쓰린 증상, 목소리가 쉽게 잠기는 증상, 목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증상, 목이 답답하고 음식을 삼킬 때 불편함이 느껴지는 증상, 가래는 적지만 만성적인 기침이 계속되는 증상, 명치 부위에서 화끈거리는 것이 치밀어 오르는 듯한 증상 등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역류성 인후염에 잘 걸리나요?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술을 자주 드시는 분, 흡연하는 분들에게 많이 생깁니다.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좋아하는 분도 인후염 증상이 나타나요. 인후 쪽이 여성호르몬 영향을 받기도 해서 술, 담배 안 하는데도 역류가 많은 분들이 있어요. 특히 노화가 시작되거나 폐경 증상이 나타나는 여성들에게 역류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위장이나 간이 헐거워져 식도 괄약근이 늘어나면서 역류의 유병률이 높아집니다.
역류성 인후염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CT를 찍어도 이상이 없다는 분도 있는데, 이비인후과에서는 30초 정도 소요되는 후두 내시경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확진은 식도 운동성 검사, 식도 및 인후두의 산도를 측정하는 24시간 산도측정 검사 등으로 합니다.
역류성 식도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보통 미세한 역류나 산의 영향으로 후두가 먼저 손상이 되고 그다음 식도염으로 나타납니다. 후두염인 사람이 식도염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전부 그렇진 않습니다. 증상도 조금씩 다릅니다. 위가 답답한 현상, 신물이 올라오거나 가슴이 타 들어가는 느낌, 음식이 명치 쪽에 머물고 있는 듯한 증상이 느껴지면 식도염일 경우가 많습니다. 인후염이나 식도염의 약은 같기 때문에 식도염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아와도 증상을 호소하면 약을 처방해주기도 합니다. 만약 소화기 쪽으로 다른 증상이 있으면 내과를 더 방문해보라고 합니다.
역류성 인후염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환자분들 중에 “혹시 암으로 발전하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방치할 경우 만성기침을 하게 돼요. 회의를 하거나 중요한 미팅을 해야 하는데 기침이 자꾸 나온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요. 또 지하철이나 차 안에서 문이 열려 공기만 바뀌어도 기침을 하는 사람도 간혹 있어요. 심한 분들은 호흡곤란이 오기도 합니다. 환자 중에 전날 과음을 했는데 호흡곤란이 와서 잠을 못 잤다는 분도 있었어요. 역류성 인후염을 오래 방치하면 성대에 영향을 줘서 목소리 변형도 일으키고 양성 혹이 자라기도 합니다.
주로 제산제 처방을 하나요?
예전에는 제산제 처방이 일반적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 처방을 많이 합니다. 기존 약물보다 야간 속쓰림이나 가슴이 타는 듯한 열작감(Heart burn) 증상이 거의 없고 초기 치료 효과가 빠릅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환자에게는 소화운동촉진제를 처방하기도 하고, 가래약인 객담 배출약을 같이 쓰기도 합니다. 병원에서는 약 처방과 함께 생활요법을 많이 강조하는 편입니다.
어떤 생활습관이 도움이 되나요?
금연, 금주가 제일 중요해요. 담배 피울 때마다 역류가 일어나는 사람은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해요. 저녁에 먹는 술이나 자기 전 습관적으로 맥주 한 캔 정도 마시는 분도 병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너무 꽉 끼는 옷, 특히 허리 부분이 조이는 옷도 인후에 영향을 줍니다.
식사 후에는 바로 눕지 말고 잠자기 3시간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잠잘 때는 상체와 머리를 약 15cm 올리고 자는 것이 좋아요. 지방이 적은 음식을 먹고, 카페인이 많은 커피나 홍차 등을 삼가고 콜라나 사이다 등 청량음료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미칠 노릇이다. 살면서 ‘힘’ 하나는 남부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소변마저 시원하게 해결하기가 어렵다. 누구에게 하소연하기도 민망하다. 아내는 소변 하나 제대로 못 봐 속옷에서 냄새가 난다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바로 전립선에 문제가 생긴 사내들 이야기다.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성이 노화 과정에서 피하기 어려운 것이 전립선 비대증이다. 이 질환을 정말 피해갈 방법은 없을까? 있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한양대학교병원 비뇨기과 조정기(趙正琪·39) 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전립선은 최근 전립샘으로도 불린다. 영문 의학 용어가 일본식으로 번역된 것을 그대로 도입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실제 전립선 모양이나 기능을 고려할 때 샘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기사에선 아직 독자 편의를 위해 전립선으로 표기한다).
전립선이 샘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유는 실제로 전립샘이 정액의 우윳빛 액체(전립선액)를 생성해 정자의 운동을 돕는 역할을 하고 남성호르몬 생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전립선은 부피로 따지면 약 20cc 정도의 크기로 밤톨 하나만 한 크기를 상상하면 된다. 방광 바로 밑에서 요도가 시작되는 부위를 감싼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모양이 하트와 비슷하다고 해서 ‘사랑의 장기’로 불리기도 한다.
중년 남성의 삶의 질 무너뜨려
조정기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의 원인 중에서구화된 식생활 등도 있지만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피해갈 수는 없을까?
“실제로 발병률을 조사해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이 병을 앓는 비율도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대략 60대에는 50%, 70대에는 70%, 80대에는 80% 정도의 조사결과를 보여요. 결국 대부분의 남성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전립선 비대증을 피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죠.”
전립선은 맨 가운데의 중심부와 이를 감싸고 있는 이행대 그리고 이행대를 다시 감싸고 있는 말초부로 구분하는데 비대증의 경우는 이행대가 부풀어 오르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증상이다.
전립선 비대증이 환자를 괴롭히는 것은 부피가 커지는 과정에서 요도를 압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방광까지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일을 보고 나서도 잔뇨감이 들며, 자주 마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모두 소변과 관계된 증상들뿐이다. 특히 한밤중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게 되는 ‘야간 빈뇨’는 시니어들의 삶을 떨어뜨리는 전립선 비대증의 대표적 증상이다. 이밖에 소변을 다 보고 난 후 방울방울 떨어지는 증상(배뇨 후 요점적),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증상(요절박), 소변을 참지 못해 옷에 묻히는 증상(절박성 요실금) 등도 중년 남성의 자존심을 뭉개곤 한다.
조 교수는 “실제로 저를 찾아오시는 환자 중 상당수는 수면장애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니 낮의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생기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대수롭지 않은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참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급적 초기에 치료를 받길 권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라고 조언한다.
비대한 전립선은 종양과 유사
그렇다면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조 교수는 소변과 관련해 불편함이 생겼을 때 비뇨기과 전문의가 직접 만져보는 촉진을 통해 검사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고 설명한다. 정식 명칭은 ‘직장수지검사’라고 불린다.
“경험 많은 비뇨기과 전문의는 손으로 만져보고도 전립선 비대증인지 아닌지 혹시 전립선암은 아닌지 단번에 알 수 있어요. 또 전립선 비대증이라면 그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이 가능해요. 환자 입장에선 검사 과정이 부끄러울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웃음).”
이외에도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소변의 배출속도를 측정하는 요속검사, 초음파검사 등으로도 진단을 한다. 그런데 조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이 일종의 종양과 비슷하다며 재밌는 설명을 한다.
“결국 궁극적인 방법은 수술을 통해 절제해내는 것이 최선이니까요. 전립선 비대로 인해 요로가 눌리는 것을 물리적으로 속 시원히 해결하기 위해선 수술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래서 종양과 비슷한 특징을 갖는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요즘엔 좋은 약물이 많지만, 혈압이나 당뇨 등으로 평소 드시는 약이 적지 않다면 부담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악성종양인 전립선암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갖는다. 전립선암은 비대증과 달리 말초부에서 발생하고, 대부분의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 제대로 된 진단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전립선의 약물치료가 의료 현장에서 선호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장기 복용해야 하고 부작용까지 염려되기 때문이다. 약물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지 물리적인 개선 방법이 아니다.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같은 증상에 시달려야 한다. 또 약물로 인해 기립성 저혈압이나 성기능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치료를 위한 수술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요도로 내시경 장비를 넣어 전립선 일부를 절제하는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과 레이저를 사용한 수술법이 널리 쓰인다. 레이저 수술은 레이저로 태워 없애는 KTP 레이저 수술과 사과의 속을 파듯 레이저를 이용해 양성종양만 절제해 방광안에 넣고 갈아서 꺼내는 홀뮴 레이저 수술이 있다. 100cc 이상으로 부풀어오른 전립선에서 양성종양만을 적출해버리는 전립선 적출술도 있다. 최근에는 절개를 적게하는 최소침습적 수술방식이 선호되는데, 레이저 수술이나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 여기에 속한다. 최신 치료 방법으로는 좁아진 요도의 공간을 확보하는 스텐트 삽입술이 있다.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지만,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한 전립선 결찰술도 개발되어 대중화를 앞두고 있다.
쏘팔메토 너무 의존하지 마세요
전립선 비대증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쏘팔메토다. 쏘팔메토는 오래전 북미 인디언들이 민간요법으로 썼던 작은 야자나무 열매로 건강식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미국 식약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조 교수는 지나친 맹신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자 중에도 쏘팔메토를 드시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기대할 수 있는 효능은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보다 훨씬 약한 수준이에요. 배뇨 증상을 겪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전립선 비대 관련 시장도 커지고, 제약회사에서는 건강식품을 많이 내놓고 있어요. 하지만 전립선 비대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드셔도 큰 효과는 보기 어려울 겁니다. 정확한 진단 아래 치료를 받으시는 게 회복이 훨씬 빠를 겁니다.”
전립선 비대증과 관련한 조 교수의 당부는 계속됐다. 바로 수술 후유증에 대한 선입견이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으면 요실금이 생길까봐 많이 걱정하시는데요.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입니다. 수술 후 성기능 장애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은 전립선결찰술도 적극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주는 전립선 비대증을 더 이상 간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궈서야 되겠습니까(웃음).”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는 지난 달 초, 이달에 종료되는 산정특례 종료예정 통지를 받았다. ‘졸업’이라고 되뇌고 나니 가슴이 벅찼다. 우수한 학생은 월반하여 일찍 졸업하였지만, 취업절벽에 막힌 요즘 대학생은 유급을 자청하여 지각 졸업한다. 암환자가 뛰어넘어야 할 5년은 월반도 유급도 없다.
한 달여 전부터 대장암 ‘5년 졸업검진’이 시작되었다. 양팔에 번갈아서 주사기가 꽂히고 체혈, C/T촬영, 비수면 내시경 검사가 여느 때처럼 반복되었다. 지난 5년처럼 병원에 갈 때는 뱃속에 폭탄이 들어있는 것처럼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무엇인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졸업검사는 어김없이 통과하여야 한다.
5년 전 이맘때 대장암이 발견되었을 때가 떠올랐다. 국가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었으나 사회은퇴 후 보라매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용종 1개와 선종 3개가 발견되었다. “용종만 발견되면 곧 시술이 가능하나, 선종은 당장 시술할 수 없고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진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한 달 후 내시경 검사 시 채취한 조직에서 다른 이상이 없어, 비수면 대장내시경시술을 하였다. “시술이 잘 되었으니 걱정 말라”는 격려 및 주의사항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왔다. 검진결과를 기다라는데 담당의사가 “선종제거시술 시 채취한 선종 한 군데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산정특례 등록절차를 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뭔가 심각하게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암 세포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고 시술 부작용도 없으니 안심하고, 통상 암환자에게 실시하는 치료과정도 아직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 말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나에게 유일한 위안이 될 뿐이었다. 앞으로 3개월, 6개월, 1년, 3년 단위로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함을 친절히 설명하면서, “상심하지 말고 건강관리에 유념하라. 한마디로 암은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너무 늦다”고 말했다. ‘암환자!’ 암 확진 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줄 알았던 말이다.
아내와 아들딸 가족, 손주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큰 위로를 받았다. 매 주마다 산행과 모임을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암을 이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동네에서 자라 학창시절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와는 동창산악회에서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암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이 친구로부터 살아있는 암상식을 많이 배웠다.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우정이 깊어갔다.
암 극복을 위하여 자연 속으로 들어가거나 약초를 찾는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검진 때마다 주치의선생에게 물었고, 대답은 항상 같았다. “특별히 좋거나 나쁜 음식이 없으니 섭생에 연연하지 말라. 과음ㆍ과식을 삼가고, 스트레스와 체중관리에 노력하라”고 하였다. 처자식ㆍ손주ㆍ친구들과 어울려 관악동네에서 평범한 방식으로 암을 이기는 건강관리를 하였다.
드디어 5월 11일 오후, 한 달 넘게 진행한 검진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주치의 선생이 “별 이상이 없습니다. 그간 고생하셨습니다”고 5년 졸업을 선포하였다.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는 복음이다.
“야호! 보라매 5년 졸업” 아내, 아들, 딸 가족에게 문자가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