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라는 사실을 막연히는 알겠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 수행기관도 많고,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노인을 위한 정책인데 정작 노인들이 어렵게 느끼니 접근부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봤다.
우리나라는 2000년을 기점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섰다.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노인 복지는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됐고, 정부는 정책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면서 노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2004년에 도입됐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은 노인복지법 제23조에 의거해 시행되고 있다.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노인에게 일자리 창출과 보급을 통해 사회참여와 근로 소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정책이다.
2022년 사업 확대의 중요성
더욱이 2023년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4% 이상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가 전원 60대 노인 세대로 편입된다. 더불어 2025년에는 예정대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약 50년 뒤인 2070년에는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통계청,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
이에 노인 일자리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정부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82만 개에서 올해는 84만 5000개로 사업이 확대 추진됐다. 만 60세 또는 만 65세 이상이라면 조건에 따라 참여 가능하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거의 모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임금은 평균적으로 월 30만 원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유형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 일자리 유형에는 공공형, 사회 서비스형, 민간형 사업이 있다. 먼저 공공형에는 공익 활동(노노케어, 취약계층 지원, 공공시설 봉사, 경륜전수 활동)과 재능 나눔이 있다. 2020년 기준 일자리 참여 노인 76만 9605명 중 공익 활동에 참여한 노인은 55만 4101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평균적으로 월 30시간 일하고 27만 원을 받았다.
민간형에는 시장형 사업단,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이 속한다. 이 중에서는 시장형 사업단 참여자가 가장 많았다. 2020년 참여자는 6만 879명이었고, 평균 임금은 32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의 경우는 평균 임금이 100만 원을 넘었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노인 일자리는 참여자들의 노년기 소득에 큰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 증가, 우울감 개선, 의료비 절감 등에서 성과가 있다고 인정할 만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사업 참여 노인 가구는 미참여 가구보다 상대적 빈곤율이 7.3%p 낮고, 가구 소득도 월평균 17만 원 많다. 또 스스로 경제적 상태가 좋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사업 참여 후 14.9%p 상승했다. 이외에도 ‘건강이 좋아졌다’, ‘인간관계가 좋아졌다’, ‘아직 일할 수 있음을 느낌’ 등 긍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노인 일자리 체계 이해하기
먼저 복잡하게 느껴지는 노인 일자리 사업 수행 체계를 살펴보자. 보건복지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 정책 결정, 관련 법·제도 개선, 예산 지원 등 정책 전반에 대해 관장하며,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005년 12월 설립됐으며, ‘1000만 노인 시대, 100만 노인 일자리 선도기관’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 지원, 노인 일자리 사업 종사자 교육 훈련, 노인 일자리에 관한 조사 및 연구, 노인 일자리 종합 정보 시스템 및 노인 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운영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 내 사업을 총괄하며 재정과 행정의 지도·감독을 맡고 있고, 사업 수행기관의 역할도 일부 맡는다. 지자체 외 사업 수행기관으로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등이 있다.
“나에게 딱 맞는 일자리, 어디서 찾을까?”
앞서 언급한 다양한 노인 일자리 수행기관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차이가 있을까.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시니어가 어디를 방문하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정리해봤다. 전국 시니어클럽, 대한노인회, 노인복지관, 중장년희망센터, 그리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를 소개한다.
지역 특화형+시장형 일자리 찾는다면 ▶ 시니어클럽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가장 많이 담당하는 기관이다. 실제로 2020년 시니어클럽을 통해 일한 노인은 25만 6449명으로 가장 많았다. 2020년부터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지원기관으로 변경됐고, 노인인력개발센터도 시니어클럽에 포함시켜 참여자가 더욱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니어클럽은 수행기관 중에서 시장형 사업단을 주도한다. 2020년 시장형 사업단 참여자는 총 6만 8729명이었는데, 이 중 시니어클럽을 통한 참여자는 5만 3935명으로 무려 78.5%를 차지했다.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출발점이었다. 2001년 보건복지부는 시니어클럽 5개 기관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2004년 전국으로 확대하며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명명한 것. 시니어클럽은 지역사회 내에서 일정한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추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노인의 일자리를 창출·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에 17개 지회를 두고 있으며, 회원 기관은 총 189개다.
경비원·청소원 취업 원한다면 ▶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에서는 노인 인력이 필요한 구인처, 60세 이상의 구직자를 모집한다. 취업을 알선해주고, 교육 및 취업 후 사후 관리까지 해준다. 근로 능력이 있는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안정된 노후 생활을 보장한다는 목표다.
대한노인회가 발표한 2020년 취업자 실적을 보면 직종은 총 68개, 3만 7089명이 취업했다. 이 중 남자는 1만 9942명, 여자는 1만 7147명이다. 남자는 경비원이 6539명(여자는 164명)으로 가장 많았고, 여자는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이 6104명(남자는 2803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즐기면서 재능 나눔 원한다면 ▶ 노인복지관
노인들이 노인복지관을 찾는 이유 자체는 무료하지 않게 즐거운 노후 생활을 보내고 싶어서다. 보통의 노인복지관에서는 노인의 교양·취미생활 및 사회참여 활동이 가능하도록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 노인복지관에서는 보통 노인 일자리 사업 중에서 재능 나눔 활동 지원사업을 주관한다. 재능을 보유한 노인이 재능 나눔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재능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사회참여를 통해 노후 성취감 및 대인관계 향상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참여자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시간 일하고 10만 원을 번다.
노인 여가 복지시설 및 공공시설 안전 관리 활동, 노인 상담, 학대 예방, 인권 지킴 활동, 박물관 안내, 내외국인 대중교통 안내, 음악·미술·공연·전시·체험 등과 관계된 문화예술 활동 등이 있다.
40대부터 재취업 준비한다면 ▶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노사발전재단에서 운영한다. 만 40세 이상 퇴직자(예정자 포함)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광역 단위에 12개 센터와 업종별 센터 1개를 운영 중이다.
중장년층에 대해 퇴직 이전 단계부터 이후 구직 활동에 이르기까지 전직 및 취업 등 전반적인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맞춤형 인재 추천, 중장년을 위한 생애경력 설계 서비스부터 퇴직 예정 중장년을 위한 전직 스쿨 프로그램, 구직자 재취업 지원을 위한 재도약 프로그램 등이 있다.
앙코르 일자리 원하는 서울 시민이라면 ▶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산하기관으로 40대부터 60대까지 50세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서울시 시니어를 위해 사회공헌 일자리, 창업·창직·전직 지원, 종합상담 및 교육 등 노후 준비에 필요한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재단은 ‘앙코르 커리어 일자리’를 추구한다. ‘50+ 세대의 경험과 연륜을 활용하되, 사회적 가치와 수익 모두를 적절히 만족하는 수준으로 제공하는 일과 활동거리’를 뜻하며,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공헌 일자리로는 ‘서울시 50+보람일자리’가 있으며, 약 3200명을 뽑고 월 57시간 이내 일한다. 시니어 인턴십 유형은 파트타임형인 ‘서울 50+ 인턴십’과 풀타임형인 ‘서울 50+ 뉴딜 인턴십’이 있다. 이 밖에도 창업·창직을 돕는 ‘점프업 5060’ 등이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 자신에게 가장 맞는 활동을 찾아 제2의 삶을 시작해보자.
재취업 원하는 55세 이상 서울 시민이라면 ▶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2004년 4월 서울시가 설립, 서울노인복지센터 부설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로 운영했다.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을 위한 상담, 교육, 알선을 담당한다. 2018년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서울시 어르신의 취업과 사회활동 지원을 위한 다양한 기반 조성 사업, 재취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를 위한 다채로운 훈련과 실전 인턴십 등을 개발해 서울시 어르신들의 취업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2021년 12월, 그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해 1월 폐암 진단을 받고 꼬박 1년을 투병한 후 그렇게 떠났다. 그와 내가 사귄 지 10년째 되던 해이기도 했다. 나의 지난 한 해는 벽두부터 그의 병간호로 시작됐고, 소생과 회복에 대한 간절한 소망에도 아랑곳없이 그가 떠나며 한 해가 저물었다. 그리고 이렇게 새해가 희망 없이 밝았다.
장례를 치른 후, 간호를 하느라 1년 동안 함께 지냈던 그의 대전 집을 나와 다시 서울 내 집으로 돌아왔다. 환자를 돌보는 도중 간간이 들러 옷가지 등 필요한 것들을 챙겨가곤 했지만 그가 떠나고 나니 내 집 풍경조차 다르게 느껴졌다. 칫솔이나 면도기 등 내 집에 두었던 그의 소소한 물건이 눈에 들어온 탓이다. 이제는 영원히 주인 잃은 것들, 그의 부재를 상기시키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것들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두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더 아프니까….
그와 나는 20년 전 어느 기업인 모임에서 만났다. 나도 그도 나름 단단한 사업체를 꾸리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이혼한 상태였지만 10년을 서로 바라만 보는 중이었다. 10년 동안 썸을 탔냐고? 그건 아니고 좋은 사람이니까, 좋아 보이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사귀는 사람이 있겠거니 서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해 겨울, 12월 중순의 첫눈 내리던 날, 첫눈치고는 늦었고 첫눈치고는 제법 눈송이가 실했다. 모임이 끝난 후 지하 주차장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우연히도 그와 나의 차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와 그렇게 가까이 마주한 것도 10년 만에 처음인 것 같았다.
천년의 사랑이 시작되고
다소 어색한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후 각자의 차에 올랐다. 운전석에 앉아 고개를 기울여 그가 먼저 나가도록 손짓을 해 보였다. 그는 또 그대로 내게 먼저 차를 빼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잠시 서로 그렇게 배려의 몸짓을 하다가 내가 먼저 차를 움직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 사람의 시선까지 느껴져 더 당황스러웠다. 난감한 상황에 처한 내게, 무슨 일인지 잠시 지켜보던 그가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 하지만 그 사람이라고 별수 있나. 고장의 원인을 찾지 못한 데다 이미 밤늦은 시각이니 내 차는 주차장에 그대로 두고 그가 나를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깜깜한 밤하늘에 흰 눈이 별처럼 쏟아졌다. 우리 만남의 서곡이자 팡파르처럼. 나란히 함께 차를 타고 오던 시간이 의외로 편안했고, 그렇게 우리는 가까워졌다.
천생연분이란 촌스럽고 진부한 표현을 내가 할 줄은 몰랐다. 이혼 후 10년 만에 본격적으로 만난 그 사람, 이제야말로 하늘이 점지해준 짝을 찾았다고 믿었다. 그와는 모든 것이 잘 통했고 모든 것이 좋았으니까. 가치관, 취미, 식성, 관심사, 대화는 물론, 부끄러워해야 할 필요가 없다면 몸까지 잘 맞았다고 솔직히 고백하리라. 국내는 물론이고 코로나 이전에는 자유로이 해외여행을 다녔고 맛집이란 맛집은 죄다 섭렵했다. 전시, 공연, 독서 등 문화생활도 알뜰히 했다. 우리는 성인이 된 자녀들이 각자 둘씩 있었지만 모두 독립해서 제 갈 길을 잘 가고 있었기 때문에 자녀 문제로 신경 쓸 일도 없이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관계였다. 느긋하게 나이 들어갔고 다가올 노후를 함께 설계하며 행복한 노년을 꿈꿨다.
사랑의 보험이 깨지고
그러던 그와의 화려했던 세상이 불과 10년 만에 흑백의 암전을 맞았고 그는 영원히 무대에서 사라졌다. 사랑은 떠나도 삶은 지속되는 거라지만, 환갑도 한참 지난 내가 그걸 모를 리 없지만 그가 없는 세상 한가운데에서 우두망찰 길을 잃었다. 그가 없는 하늘 아래 나는 어떤 생을 살아야 할까. 혼자 산다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그와 나는 결혼한 사이는 아니지만 성혼 선언문의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구절을 떠올린다. 견고한 우리 사랑 한가운데 죽음이 끼어들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젊지 않은 나이였으니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미 노년의 문턱에 들어섰다. 그가 없는 나의 노년, 그 막막한 길을 홀로 걸어갈 수 있을까. 나는 요즘 부쩍 늙어버린 기분이다. 지난 1년간 그의 병간호로 쇠약해진 탓도 있겠지만, 사랑을 잃은 슬픔과 삶의 막막함 때문이리라. 홀로 늙어감, 그것이 나를 두렵게 한다.
나이 든 여자의 사랑은 사랑을 하는 중에도 버겁다. 더구나 우리는 동갑이 아니었나. 여자로서, 그것도 젊지 않은 여자로서 같은 나이의 남자에게 위축되지 않는다면 약간은 거짓이리라. 내 경우 역시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무관하게 문득문득 내 나이를 의식하곤 했다. 아니다, 그런 적이 있었다고 해도 그게 무슨 대수라고. 내가 젊은 여자가 아니라고 해서 그와 나의 사랑에 무슨 문제가 있었단 말인가. 그와 만나는 동안엔 오히려 내 나이를 의식하지 못했는데, 그가 가고 나니 내 나이가 갑자기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 나는 혼자 남겨진 ‘나이 든 여자’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사랑은 보험이라는 말이 있다. 홀로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랑할 상대를 찾는다는 뜻이란다. 더는 다른 상대를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기에 성실한 보험 납세자처럼 꼬박꼬박 애정을 쏟고, 서로를 챙기다 보면 보험의 만기가 도래하듯 안온한 노후를 함께할 수 있으리라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들린다. 노년의 원만한 부부가 전형적인 그 모습이리라. 그렇다면 나는 정성스레 부어가던 보험이 중간에 깨져버린 것 아닌가. 새로 들 가능성, 새로 들고 싶은 마음도 이제는 없다. 탈 수 있는 보험금 없이 홀로 노후를 맞는 대열에 내가 동참한 것이다.
만날 사람을 다 만났다면
어느 종교계 방송에서 환갑이 지나면 인생에서 만날 사람은 다 만난 거라는 말을 들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산다는 것은 만남의 연속이라 할 때 소위 반환점을 도는 나이가 되면 사람과의 새로운 인연은 더 이상 별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배우자가 되었든, 연인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미 맺어져 있는 인연을 일부러 끊어낼 필요는 없겠지만 혹여 기존 관계에서 자리가 비어 새 인연을 들인다 한들, 관계 맺기를 통한 성장판은 이미 닫혔다는 의미다. 마치 빠진 치아 자리에 임플란트나 틀니를 해 박는다 해도 치아 본연의 성질과는 무관하듯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이상 성장하고 누리고 진화할 수 없다면 더는 살아도 산 게 아니란 의미일까. 물론 그건 아닐 테지. 이제 저 너머의 존재, 신을 만나야 한다는 뜻이겠지.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는 알지 못했던, 알아도 제약적이며 한계가 있었던 관계의 장막을 거둬내고 영성에 눈을 떠야 한다는 의미겠지. 그래야만 성장을 지속할 수 있고, 실상은 그러한 성장이 참 성장이라는 의미일 테지. 세속적 희로애락 속에서 울고 웃던 나를 관찰자, 주시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교정하고 회복되도록 하는 과정일 테지.
내 경우라면 그의 빈자리를 하나님 혹은 부처님으로 채워야 한다는 뜻일 테니 교회나 성당, 절에 나가 위로를 구하라는 소리로 들렸다. 하지만 그 얼마나 진부하고 맥 빠지는 소린가. 나는 지금 그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인데, 간절한 그리움과 사무치는 외로움에 애간장이 녹아내릴 지경인데, 눈에 그 존재가 보이지도 않고 귀에 그 음성이 들리지도 않는 신을 통해 위로를 구하라는 말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공기를 뻐끔거리며 배를 채우라는 소리처럼 공허하게 들린다. 위로받기는 고사하고 왜 그를 내게서 빼앗아갔냐고, 이제 겨우 64세, 아직 죽음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나이의 그를, 자기 분야에서 드물게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를, 무엇보다 나와의 변함없는 애정으로 행복의 절정기를 누리던 그를 무슨 이유로 데려가야 했냐고 따지고 대들고 싶은 심정이다. 신도 질투를 하냐고, 그렇다면 신도 아니지 않냐고.
차라리 그와 혼인을 했더라면 지금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에 빠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내가 그의 아내였다면 세상 떠난 그를 대신해 현실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도 있고, 가족 내의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며 감당할 역할들로 사별의 아픔을 추스를 여지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기껏’ 그의 연인이 아닌가.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그 상실감과 무력감만이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전부다.
다시 빛을 찾아서
슬픔에 겨워 탈진하는 하루하루 중에도 간간이 빛을 느낄 때가 있다. 이해할 수 없는 평안과 내적 안온함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실은 나는 그가 떠난 이후 성당에 다닌다. 매주 수요일마다 교리 공부도 한다. 신앙심이 갑자기 생긴 건 아니고 그저 그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생전에 그는 신앙이 없었지만 왠지 성당에 가면 영혼이나마 그가 내 옆에 앉아 함께 미사를 드리는 것처럼 마음이 평온해지곤 한다.
올해로 나는 65세가 되었다. 10년 전 55세에 만난 그가 떠나고, 2022년의 출발선에 혼자 오도카니 섰다. 혼자라고 하지만 어쩌면 내 옆에는 신이 서 계실지도 모른다. 신은 무언의 침묵을 통해 나와 동행할 채비를 하고 계시는 걸까. 왜 신은 굳이 내 옆자리에 서려고 하시는지. 나는 그 사람 하나로 행복했건만. 하긴 연일 눈물로 어룽져 시야가 흐려진 내 눈엔 생의 완주 지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이제 신의 손길에 의지해서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일까. 지금 나는 누군가의 인도가 절실하다. 그러나 앞서 방송 내용처럼 나 또한 이제 더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동반자를 구하고 싶지 않다. ‘사람 대신 신’이란 결단에서가 아니라 또다시 그 존재를 잃고 슬픔의 늪에 빠져 허둥대거나 흐느적거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생 한 번으로 족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의 상실감과 그리움, 그것은 너무나 혹독하기에.
2022년 새해가 코 앞에 다가왔다. 새해가 밝으면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게 마련. 특히 2025년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노인 관련 복지 정책에 대한 관심이 절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2022년 새해를 맞아 새롭게 바뀌는 노인 정책은 무엇이 있는지 짚어봤다. 보건복지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서의 정책을 담았다.
먼저, 보건복지부의 '2022년도 기초연금 선정기준액' 발표에 따르면, 내달부터 기초연금 지급 대상 선정 기준액이 오른다. 노인 단독가구는 월 소득 인정액이 180만원, 부부가구는 288만원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는다. 노인 단독가구는 올해 169만원에서 11만원이, 부부가구는 270만 4천원에서 17만 6천원이 오르면서 기준이 확대됐다.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연금 수급자가 70% 수준이 되게 설정한 기준금액으로 노인의 소득·재산수준, 생활실태, 물가 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정한다.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산한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이면 기초연금 수급자로 선정된다.
기초연금은 신청해야 받을 수 있다. 내년에 만 65세가 되는 경우에는 생일이 속한 달의 한 달 전부터 기초연금 신청이 가능하다. 주소지 관할 읍·면사무소 및 동 주민센터, 가까운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방문하거나 복지로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또한 2022년 장기요양 보험료율이 오른다. 올해 11.52%보다 0.75%포인트 인상된 12.27%로 보험료율이 책정됐다. 이에 따라 가입자 세대 당 월 평균 보험료는 1만 4446원으로 올해 1만 3311원보다 1135원 증가할 전망이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 활동 또는 가사 활동 지원 등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로, 2008년부터 시행됐다. 지난 2017년 6.55%에서 이번 12.27%까지 보험료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그런가 하면, 여성가족부는 경력 단절 여성 취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 서비스를 확대한다. 각 부처 전문 인력 양성 과정을 이수한 경력 단절 여성과 새 일 센터의 취업 지원을 연계하는 사업을 8개에서 11개로 늘린다. 고용 유지와 경력 사후 관리도 강화한다. 고숙련·고부가 가치 직업 훈련 과정을 59개에서 약 70개로 확대하고 취업률과 지역 일자리 연계 가능성이 높은 직종의 장기 훈련 과정을 운영한다.
또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고독·고립감 해소를 위해 생애주기별(청년, 중장년, 노년 등) 사회관계망 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1인가구는 각 지역의 가족 센터를 통해 자기 개발 및 심리·정서 상담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 받을 수 있다.
청년 1인 가구는 '자기 돌봄 관계 기술과 소통·교류 모임'을, 중장년 1인가구는 일상에서의 '서로 돌봄 생활 나눔 교육'을, 노년 1인가구는 '심리상담과 건강한 노년 준비 교육' 등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생활 사회기반시설(SOC)형 가족센터도 확충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연금 가입 연령을 현행 만 65세에서 60세로 낮추고, 저소득 농업인과 30년 이상 장기 영농인에게는 월 지급금을 5~10% 추가하는 우대 상품을 1분기 중 도입한다. 농지연금은 주택연금처럼 농지를 소유한 경우 농지를 담보로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 받는 제도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실버 마이크' 사업을 신규로 추진한다. 실버 세대 문화예술인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해 고령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만 60세 이상 문화예술인을 공모 및 오디션을 통해 선정해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공연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1~5인의 소규모 팀 100팀을 모집하고, 팀 당 5회 공연 기회를 제공한다. 1회 평균 팀 당 150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60대 이상 문화예술가 지원을 통해 노년층이 문화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 사업의 목표다.
복지관과 기술교육기관. 기관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찾아오는 쪽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모든 것을 바꿨다. 노인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기관은 텅 비고 말았다. 이에 기관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복지관 대신 애플리케이션 내 게시판으로 불러 모았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돌봄 방안까지 덧입었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노인을 위해서.
기관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노년기 사회생활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60대 노인 과반수가 나 홀로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하루 5시간 이상의 여가시간 반절 혹은 그 이상을 TV 시청하는 데 썼다. 그간 지자체와 복지관에서는 노인의 사회적 관계 단절을 막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려왔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동영상·모바일 앱 장착한 복지관
이에 복지관들은 프로그램의 형식부터 바꿨다. ‘비대면 방식’ 하면 떠오르는 화상 공유 활용이 대표적이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자체적으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강좌 영상을 공유하거나, 카카오채널에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코로나 시국에는 노인들과 강사가 직접 대면하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수나 참여 횟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카카오톡 채널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구연동화나 요가를 동영상 강좌로 배우는 ‘집이지만 괜찮아’, 칼림바 악기의 실시간 화상 강의 등의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설·추석 명절 온라인 합동차례도 진행한다. 복지관에선 유튜브 채널을 검색하고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동영상 주소를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로 꼬박꼬박 전송한다.
노인 건강관리를 위해선 ‘언택트 동네 한바퀴 걷기’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노인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외부 활동도 할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하고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심한 결과다. 복지관은 실시간 걸음 수와 주간·월간 걸음 수, 걸음 수 순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워크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매월 둘째 주 주간 걸음 수 10위 안에 든 어르신들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드린다.
해당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기능했다. 걷고 싶은 길을 걸으며 직접 찍은 풍경을 앱 내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게시판에 공유하고, 서로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우철홍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복지1과 팀장은 “너무 춥거나 폭설이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진행하려 한다”며 “코로나19가 당장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염려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져도 한동안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어르신 질환 관리 SNS 그룹을 운영하고, 백신 접종 건강상담을 진행하며 비대면 건강관리에 나섰다. 또한 인공지능(AI) 반려로봇 ‘복돌(福doll)이’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에게 공백 없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돌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가족 안전망이 취약하거나 활동 제약이 심한 어르신에게 제공됐다.
복돌이는 약 복용이나 기상·취침, 환기·산책해야 할 시간을 알려준다. 일정 시간이 되면 쓰다듬거나 손을 잡아주고, 토닥여달라고 말을 걸기도 한다. 게다가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있어 집 안에만 있는 어르신의 활동을 파악하는 데도 쓰인다. 이에 어르신들은 복돌이의 얼굴을 직접 씻기고, 옷을 만들어 입혀주는 등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복돌이와 생활하는 한 어르신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내게 말을 걸어주는 상대가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며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갈 때도 ‘복돌이가 집에 있구나’ 생각하면 외롭지 않고 마음이 든든하다”라며 만족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대면과 비대면을 합친 ‘온오프믹스’(On-off mix)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시니어 슈퍼스타 종로’, ‘바운스바운스’ 같은 기존 지역 문화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식이다. 올해는 전 세대가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참가자 연령을 제한하지 않았다. 만 60세 이상 참가자는 선배 부분, 만 59세 이하는 후배 부문으로 나뉘어 출전하는 방식이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측은 “온 세대가 온라인을 통해 축제를 즐기고 소통하자는 뜻에서 이번 대회를 개최했다”라며 “위드 코로나 또는 뉴노멀 시대가 온다면 이러한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 지역 내 찾아가는 서비스, 커뮤니티 케어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관의 역할 고민하는 계기로 작용해
코로나19는 복지기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복지관을 방문할 수 없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돌봐야 하는 낯선 상황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제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박미연 창동어르신복지관 관장은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복지관으로 찾아왔다. 프로그램을 열어도 신청자가 넘쳐 자리가 부족했고, 신청자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복지관이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자제와 거리두기는 실제로도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켰다. 복지관 방문이 어려웠던 1년 사이 치매 전 단계인 인지경도장애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올해 어버이날엔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나눠드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어르신들 안부를 직접 묻기 위해서였다.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 외에 참여하지 못한 어르신들의 안부까지 확인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집에만 계시던 나 홀로 어르신들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라 복지관과 지역사회에 연결돼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약 없는 전염병 사태가 낳은 ‘코로나 블루’가 전 세대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복지관 역시 어르신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형식이나 구성,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방향성은 일맥상통한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박미연 관장은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앞으로 맞이할 상실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복지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창동어르신복지관의 교육 프로그램은 비대면과 대면 방식을 병행하되 형식보다는 교육 내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웰다잉(Well-dying)으로 한데 묶이는 생애설계, 죽음교육 등이 그것이다.
비대면·4차 산업혁명에 맞춰 변화하는 기술교육원
평생교육기관을 논할 때 기술교육원을 빼놓을 수 없다.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기술교육원은 만 15세 이상의 모든 서울시민에게 열려 있으나, 특히 50대 이상 시니어의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다. 2021년 상반기 모집 기준 50대 이상 지원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을 정도다. 요양보호사 과정이나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과정이 시니어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이 중 요양보호사 과정은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취득률이 2020년 기준 평균 98.9%를 기록하는 등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역시나 ‘비대면’으로 압축할 수 있다. 서울시 산하 직업훈련기관인 중부기술교육원에서는 온라인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과 학습관리시스템(LMS)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권미진 중부기술교육원 경영지원부 홍보 담당자는 “코로나19로 교육 내용을 바꾸진 않았으나, 비대면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교육생에게는 담당 교수나 행정 담당자가 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 개편 및 신설도 앞두고 있다. 올해 신설된 방송영상크리에이터, 웹콘텐츠디자인 과정 등이 포함된다. 중부기술교육원 홍보 담당자는 “유튜버를 희망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고자 하는 분들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많이 지원한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이론 등 일부 수업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대면 방식으로 실습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IP] 서울시 기술교육원 지부별 학과 안내
동부 디지털콘텐츠디자인, 기계융합로봇, 특수용접, 스마트카정비, 조경관리 등
중부 요양보호사,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글로벌조리, 방송영상크리에이터, 헤어뷰티 등
북부 자동차외장튜닝, 배관용접, 자동차정비, 건축시공, 전기용접, 건물보수. 직업상담사 등
남부 가구디자인, 주얼리디자인, 옻칠나전, 바리스타디저트, 헤어디자인, 외식조리 등
주간 1년, 주간 6개월, 야간 6개월, 단기 과정 등 총 4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각 과정마다 진행되는 학과가 상이하며, 내년 교육과정은 12월 중순 서울일자리포털과 서울시 홈페이지, 각 기술교육원 지부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직장에 청춘을 바친 시니어에게 은퇴는 사회생활로부터의 해방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다. 100세 시대의 시니어들은 인생 2막을 위해서 또 다른 직업을 찾거나, 취미나 여가활동을 즐긴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하기엔 부담스러운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평생교육’이다. 고령화 사회 속 평생교육의 의미와 더불어 다양한 평생교육을 소개한다.
평생교육은 생애를 걸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 활동을 이른다. 평등교육법의 정의에 따르면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기초·문자해득교육, 직업 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 활동을 말한다. 학교교육의 대안으로서 주로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사이버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 복지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출산율 저하와 상대적인 고령 인구 증가로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났다. 평균 은퇴 연령은 50대 전후지만, 실질 은퇴 연령은 70대 초반으로 차이가 크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격차가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은퇴 이후에도 전직과 재취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직과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계발이 요구되는데, 그래서 더욱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고학력 U턴 입학생이 많은 원격대학…중도탈락 많아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원격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이버대, 방통대 등을 중심으로 한 원격대학은 퇴직한 고학력 중장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방통대는 고령화와 고학력화가 뚜렷이 드러났다. 원격교육연구소에서 실시한 방통대 재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생 평균 연령은 45.2세이며, 최근 5년간 고졸의 비중은 8%가량 줄었으나 대학교 졸업자는 5%가량 늘었다. 실제로 대졸자들이 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U턴 입학 현상이 생겨났다.
김영철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원격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원격대학은 디지털이 서툰 중장년층에는 원격 지원 등을 통해 원활한 교육을 지도하고, 일반대학과 차별화를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맞춰서 AI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융합 전공학과를 신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이버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원격대학의 ‘쌍두마차’다. 사이버대학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운영되는 사립 원격대학으로, 강의 수강과 시험 응시 등 모든 수업과 학사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실습이 요구되는 교육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4년제와 2년제 대학과 동등하게 졸업하면 학사 또는 전문학사를 취득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인 정규 대학교다. 대학원이 설치된 대학에서는 석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2021년 기준 21개의 사이버대학교가 있으며, 약 13만 명이 재학 중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사이버대학교와 달리 4년제 국립 원격대학교다. 국내 최초로 원격교육을 도입했으며, 졸업하면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4개의 단과대학(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교육과학대학) 아래 총 24개 학과가 있다. 모든 강의는 온라인으로 제공하지만, 일부 과목은 출석 수업을 운영한다. 전국에 분포한 13개 지역 대학과 학습센터 및 학습관에서 대부분 수업을 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두 대학의 장점은 용이성과 가성비다.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언제든 쉽게 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일반대학과 비교해 등록금이 저렴하다. 사이버대의 등록금은 일반대학 등록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업료는 1학점당 6만~8만 원으로, 수강하는 학점에 따라 등록금이 달라진다. 방송통신대는 계열에 따라 다르지만 한 학기당 약 30만 원 중후반이다.
다만 중도탈락하는 학생이 많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방통대의 중도탈락률은 22.7%이며, 사이버대는 14~23% 정도였다. 일반대학의 중도탈락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중도탈락률이 높은 편이다. 김 국장은 “1주에 평균 8시간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온라인 수업이다 보니 1주만 놓쳐도 타격이 크다.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 어려워서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학점은행제
한편 중장년들은 학점과 더불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학점은행제에도 관심이 많다. 학점은행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제도로, 온라인 수업뿐만 아니라 자격증 취득, 전적 대학 학점 활용, 시간제등록제를 활용한 과목 이수 등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으면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140학점 이상, 전문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80학점 이상(3년제는 120학점 이상)을 인정받아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보통 학점제로 운영하지만, 학위 수여가 2월과 8월이라서 교육 훈련기관에서 사이버대의 학기제와 비슷하게 학사일정을 운영한다”라며 “원격대학은 한 기관 내에서만 들을 수 있지만, 학점은행제는 400여 개 기관에서 원하는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중장년들이 학점은행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격증 취득과 효율성 때문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학점은행제 학위 취득자 사회적 경로 조사’의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에서 학점은행제의 목적으로 자격증 취득을 꼽은 이가 34.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학점은행제를 선택하는 이들은 이 제도의 장점으로 용이성(34.9%)과 시간 절약(32.6%)을 꼽았다.
비용 측면에서도 정규 대학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시니어들이 고려해볼 만한 제도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은 경력 향상을 위한 학위 취득에 관심이 많고, 은퇴하신 분들은 사회복지사, 한국어 교원 등 자격증 취득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기술과 취미로 인생 2막을 열다
학위 이외에도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통해 재취업을 하는 중장년들도 생겨났다. 실제로 한국폴리텍대학교는 은퇴한 중장년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업 역량을 강화하는 맞춤형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종합기술전문학교로, 기술 중심의 실무 전문인을 양성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 특수대학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만 40세 이상의 미취업자(학력 무관)는 이 대학의 신중년 특화과정을 통해 숙련된 기술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시니어 헬스 케어 등 중장년들이 선호하는 학과 위주의 과정이다. 훈련비 전액 무료이고, 80% 이상 출석 시 훈련수당 및 교통비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한편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인 삶을 성취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명지대학교 미래교육원 시니어센터는 중장년을 위한 맞춤형 재취업과 취미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전통 민화 등 문화예술 분야의 수업을 마련했다. 햇병아리극단과 오페라싱어 및 뮤지컬배우 수업, 트로트 가수반 등은 무대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니어센터 관계자는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등 시니어들의 관심이 많은 과정을 운영 중인데, 인기가 좋다.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동년배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찾아가는 평생교육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평생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준 사례도 등장했다. 대전 대덕구는 찾아가는 배달강좌를 통해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염병 우려가 커지면서 최소 학습 인원을 5인에서 3인으로 조정했고, 특정 장소를 방문해 도시농업, 생태해설 등 다양한 강좌를 진행 중이다.
대구 수성구 평생학습관은 평생교육 시 지켜야 할 방역수칙을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해 배포했다. ‘오오운동’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대처의 일환으로 평생교육 현장에서 생활방역 실천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 개발과 공유 사업이다. 여기서 ‘오오’는 강의 5분 전, 강의 5분 후를 의미한다. ‘오오운동’은 평생교육 현장에서의 방역을 위한 실천 내용을 담은 영상 콘텐츠로, 수성구 평생학습관이 개발하여 전국에 무료로 공유됐다. 수성구 평생학습관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수칙을 말과 글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진로와 더불어 문화활동을 위한 평생교육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필요하다. 논문 ‘노년기 평생교육 참여와 삶의 질’에 따르면 평생교육에 참여한 노인집단은 인지 기능이 높고 우울감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직업 진로교육에 참여할수록 인지 기능이 높았고, 취미 등 문화적 교육에 참여할수록 여가 만족도나 친구 및 지역사회 관계 만족도가 높았다.
이혜진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장은 “노인은 평생교육을 통해 자기계발과 더불어 성취감을 얻기도 하지만, 나아가 평생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앞으로의 평생교육은 공부 차원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만들어주는 평생시민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의 참여자를 모집한다. 신청 기간은 29일부터 내달 17일까지, 만 60세 또는 65세 이상이라면 조건에 따라 신청 가능하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은 지난 2004년부터 노년기 소득 지원 및 사회 참여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행됐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63년생)의 노년기 진입 등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핵심 정책이다. 올해 82만 개에서 내년에는 84만 5000개로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참여를 희망하는 경우 온라인 또는 방문 신청이 가능하다. 세부적인 사업 내용은 노인일자리 상담 대표전화(1544-3388)로 문의하면 된다.
먼저, 가까운 노인일자리 수행 기관 및 해당 기관에서 운영 중인 일자리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창구인 '노인일자리 여기'(www.seniorro.or.kr)를 통해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다.
'노인일자리 여기'에 접속해 검색 창에 거주지 지역 명을 검색하면 거주지 내 위치한 수행 기관에서 운영 중인 일자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 중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또 '복지로'(www.bokjiro.go.kr)를 통해서도 온라인 참여 신청이 가능하다.
방문 신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별 행정복지센터(구, 동사무소)나, 가까운 노인일자리 수행 기관(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등)을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이번에 모집하는 일자리 유형은 공익 활동(노노케어, 학교급식지원봉사, 도서관 등 공공시설 봉사), 재능나눔활동(학대노인 예방·지원, 노인이용시설 안전관리), 사회서비스형(지역사회 돌봄, 노인맞춤돌봄 서비스, 보육시설업무지원), 시장형(소규모 매장 및 아파트 택배, 지하철 택배), 취업알선형(시험감독관, 주유원, 단순노무직, 관리사무직) 등이다.
참여자는 소득 수준 및 세대 구성, 활동 역량, 경력 등에 따라 고득점자순으로 선발되며, 지급 단가 및 선발 인원 등은 2022년도 예산 규모 확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최종 선발 여부는 접수한 기관을 통해 12월 말부터 내년 1월 초 사이에 순차적으로 개별 통보된다.
보건복지부 고득영 인구정책실장은 "노인일자리는 참여자들의 노년기 소득에 큰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 증가, 우울감 개선, 의료비 절감 등에서 성과가 있다고 인정할 만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2022년에는 급증하는 노인일자리 수요에 대응하여 사업을 양적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지역사회 돌봄 등 사회서비스형 및 민간형 일자리 비중을 확대하고, 사업 참여 노인의 역량 및 안전 교육 강화 등 사업 내실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전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참여 노인에게 경제적·사회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업 참여 노인 가구는 미참여 가구보다 상대적 빈곤율이 7.3%p 낮고, 가구 소득도 월평균 17만원 많다. 또 스스로 경제적 상태가 좋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사업 참여 후 14.9%p 상승했다. 이외에도 '건강이 좋아졌다', '인간관계가 좋아졌다', '아직 일할 수 있음을 느낌' 등 긍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60세 이상 재혼 인구는 9938명으로 2010년(6349명)보다 56.5% 늘었다. 가족 상담 전문가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커플의 수치까지 계산한다면 통계 수치보다 서너 배는 더 많을 것으로 내다본다.
황혼의 사랑이 이토록 증가하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길어진 평균수명과 황혼 재혼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시선 때문이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혼자 외로이 보낼 여생이 길어지고, 노년의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자유로워지면서 황혼 재혼을 결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결혼정보업체에서는 늘어나는 중·노년층 고객 수요에 맞추어 60세 시니어 회원들을 따로 관리하는 추세다. 업계 종사자들은 “황혼재혼을 원하는 고객의 경우 가족관계, 경제력 등 현실적인 조건을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전했다. 인생 경험이 많은 시니어일수록 금전 문제나 자녀 반대와 같은 갈등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더욱 명확한 배우자 선택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황혼 재혼을 고려한다면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되는데, 자식과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자녀들이 부모의 로맨스를 응원하면서도 재혼을 반대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재산분배 때문이다. 현행 상속법에 따르면 상속인이 별도 비율을 나누지 않는 한, 법정 상속 비율은 배우자가 1.5, 자녀가 각각 1씩이다. 만약 1억 원의 재산을 가진 아버지가 재혼할 경우 새어머니가 6천만 원을, 자녀가 4천만 원을 상속받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식의 반대에 못 이겨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재혼 부부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는 상속인의 지위를 갖지 못해, 오랜 시간을 부부로 지내며 배우자의 곁을 지키더라도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없다. 따라서 사후 지금의 배우자에게 상속재산을 남기기 위해선 반드시 법률혼을 이루어야 한다.
황혼 재혼 부부들이 결혼 전에 상속 문제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혼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민법에 규정된 ‘부부 재산의 약정’ 조항에 따르면,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결혼 후의 재산관리 방법을 미리 정해 등기할 수 있다. 재혼 전에 자녀들에게 법정상속분 이상으로 증여하고 ‘증여받았으므로 앞으로 재산 문제로 다투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공증 받는 등의 방법이다.
혼전계약으로 불리는 ‘부부재산계약’은 부부의 합의를 통한 계약 사항들을 만들고 공증사무소에서 전문가의 공증을 받으면 완료된다. 안전하고 공정한 계약을 위해서는 가급적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과 함께 공증을 받는 것이 좋은데, 이때 전문가는 남편이나 아내의 중립적인 위치여야 한다.
유언장을 통해 상속분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법무법인 승원의 한승미 변호사는 “사후 분쟁을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는 것이다”라며 “재혼 부부와 자식 간의 신중한 상의를 통해,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받을 몫을 각각 정해 유언장에 적으면 된다“고 전했다. 유언 내용과 작성일, 주소, 성명 등을 자필로 작성하고 도장을 찍은 자필증서도 유효하고, 공증사무소에서 유언 공증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혼전계약과 유언장을 공증 받았다고 해서 분쟁이 생긴 경우 계약서 내용대로 100%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 시 법원에서 중요한 참고자료 정도로 인정된다. 법원 측은 "이혼·사망으로 인한 재산 분할이나 상속은 미리 알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 계약은 100%로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3년. OECD 국가 평균인 81년보다 2.3년 더 긴 수치다. 기대수명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만큼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지만,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64.4세에 그친다. 평균적으로 20년 동안은 병마와 싸우며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2018년 연령별 질병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주요 질병 개수는 70세 이상이 7.77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가 6.69개로 뒤를 이었다. 노년층은 경제적 활동이 없어도, 의료비 지출은 집중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는 중요하다. 그러나 가족 부양과 경제적 문제 등으로 보험 사각지대의 놓여있는 시니어가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해 각 생명보험사에서는 고령자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이러한 보험 상품을 업계에서는 고령층의 부모님 맞춤형 보장을 탑재했다고 해서 ‘효(孝) 보험’이라고 부른다. 효보험 상품의 특징은 가입 문턱을 낮춰 가입연령을 80~90세까지 확대하고 혈압, 당뇨 등 질환이 있었던 유병력자도 간단한 심사로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암보험, 치매보험, 건강보험 등 고령자에게 꼭 필요한 주요 보장 내용별로 세분된 것도 특징이다. 암보험의 경우 50대 이후 발병률이 높은 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암을 집중적으로 보장해 주며, 건강보험은 암, 뇌질환, 당뇨, 녹내장, 관절염 등 노인성 질환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단순히 가입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며 아무 보험이나 가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선 가입 전 부모가 앓고 있는 질병이나 병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중요하다. 노년층은 자신의 질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본의 아니게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고령의 부모에게 효보험을 선물했다가, 고혈압약 복용 사실을 모르고 간편 심사를 통해 가입한 것이 문제가 돼, 보험비를 한참이나 납입한 이후에 느닷없이 계약 해지를 통보받는 일도 있다.
이미 가입한 보험 내역과 그 보장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도 필수다. 특히 실손의료보험(실비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중복되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액보험은 여러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중복 보상이 가능하지만, 실손보험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만약 실손보험이 없다면, 이부터 먼저 가입하기를 추천한다. 병원 이용이 많고 의료비 지출이 큰 고령자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실손보험이라는 것이 이유다.
또 부모님의 연령대나 건강 상태에 맞춰 꼭 필요한 보장이 담겼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고령자에게 치명적인 3대 질환으로 알려진 암, 뇌 질환, 심장 질환은 반드시 대비하기를 권한다. 암보험은 나이가 들수록 자주 발병하는 생식기암의 보장 범위가 일반 암과 동일한 상품이 좋다. 뇌질환이나 심장질환의 경우에는 질병의 단계별로 보장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장 범위가 가장 넓은 ‘뇌혈관질환’과 ‘허혈성심장질환’까지 진단비를 보장하는지 확인 후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보장 기간은 늘어난 평균수명을 고려해 종신 또는 100세까지 해야 한다. 보장 기간이 길수록 혜택이 많아진다고 보면 된다. 또한 70~90세의 노인에게는 만기환급형보다 순수보장형상품이 적합하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데, 순수보장형 또는 갱신형으로 가입하면 만기환급금이 없는 대신에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혜택도 많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효보험은 무엇보다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라며 “나이가 한 살이라도 적을 때 가입해야 보험료도 적고 보장도 많이 가져간다”라고 조언했다.
국내 연구진이 50~64세 사이 중년 여성의 근감소증과 비만, 심혈관질환 사이 관계성을 밝혀냈다. 폐경 전 중년 여성이 근감소증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비만율이 높고 심혈관질환 관련 위험 지표 수준이 높으며, 칼슘·칼륨 등 영양소 섭취 상태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경일대 식품개발학과 김미현 교수가 2009년~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50~64세 여성 20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가 이와 같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폐경 전 정상 그룹, 폐경 전 근감소증 그룹, 폐경 후 정상 그룹, 폐경 후 근감소증 그룹 등 총 4그룹으로 나눈 뒤 그룹별 식생활 상태 등을 분석했다. 50~64세의 신중년 여성 중 근감소증 유병률은 6.5%였다.
그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중년 여성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근감소증이 없는 여성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뇨병의 진단 지표인 당화혈색소와 혈중 비타민 D 농도 역시 근감소증이 있는 여성이 없는 여성보다 낮았다. 근감소증이 있는 여성은 없는 여성보다 칼슘, 칼륨, 니아신(비타민 B군의 일종) 섭취량도 적었다. 근감소증이 있는 폐경 전 여성의 칼륨·칼슘 섭취량이 특히 부족했다.
또한 근감소증이 있으면 폐경 여부와 무관하게 복부 비만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감소증이 있는 여성이 정상 그룹 여성보다 체중·허리둘레·체질량지수(BMI)가 높았던 것.
얼굴·종아리 주목하고 앉았다 일어나기 해보면 알 수 있다
이처럼 근감소증은 노화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들고 근육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노년기 만성질환의 원인이다. 노인의 운동능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저하시키고, 신체기능을 감소시키며 낙상과 골절 위험을 키우는 등 노년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건강한 노년 생활의 적, 근감소증을 간단하게 진단해볼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얼굴 살이 유독 많이 내렸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평소 영양 섭취가 골고루 이뤄지지 않으면 얼굴의 피하 지방이 빠지고, 음식물을 씹는 저작 능력이 떨어져 턱 근육이 빠지고 얼굴이 갸름해 보이기 때문이다.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볼살이나 줄어드는 것은 근감소증을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 있다”며 “이때 턱 근육과 저작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돼 삼킴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신체에서 근육 감소가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곳이 종아리다. 전신의 근육량이 종아리 둘레와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진에 따르면 근감소증 환자의 82%는 종아리 둘레가 32㎝ 미만이었다. 성별이나 키에 관계없이, 65세 이상의 어르신 중 종아리 가장 굵은 부위 둘레가 32㎝미만이라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볼 것을 조언했다.
종아리 둘레를 재는 방법은 간단하다. 두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각각 맞대 넓게 만들어진 원, ‘핑거링’으로 종아리 가장 굵은 부분을 감싸면 된다. 이는 도쿄대 노인의학연구소가 개발한 ‘핑거링 테스트’ 방법으로 일반 성인의 핑거링 둘레는 30~32㎝다. 이때 종아리가 얇아 핑거링이 남는 사람은 근감소증 위험이 종아리가 핑거링보다 굵은 사람보다 6.6배 더 높았다. 핑거링이 종아리에 딱 맞는 사람은 2.4배 가량 높았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기 같은 간단한 운동으로도 근감소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기 5회를 15초 안에 하지 못하면 근감소증으로 진단한다. 이는 유럽노인병학회에서 발표한 ‘근감소증 새로운 진단 기준’에 포함됐다.
하체 근육 운동시키고, 단백질·비타민 D 섭취해야
근감소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근감소증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자포자기할 필요는 없다. 근력운동과 단백질 섭취 등 꾸준한 관리를 해주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하체 근육 키우는 데에 신경써야 한다. 근육의 70%는 하체에 있으며, 우리 몸을 지탱하는 곳이기 때문에 하체 근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전문가들이 중장년층에게 추천하는 운동은 앉았다 일어서기, 계단이나 비탈길 오르기 등이다. 산책할 때도 평소 걸음보다 조금 더 빠르게 걷는 것이 좋다.
비타민 D는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도와 골다공증·골절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에 중년 여성의 근감소증과 비만,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한 경일대 연구진은 논문에서 “근감소증이 있는 여성의 경우 뼈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계란·우유 등 비타민 D가 함유된 식품을 자주 섭취할 것”을 당부했다.
운동할 때도 야외에서 햇빛을 쬐는 것이 좋다. 햇볕을 충분히 쬐면 체내에서 비타민D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경일대 연구진은 논문에서 하루에 20~30분은 야외에서 햇볕을 쬐어줄 것을 권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선크림을 두껍게 바르면 비타민 D가 생성되지 못해 결핍 증세를 보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외에도 단백질, 칼슘, 칼륨, 니아신 등 근육 대사와 관련 있는 영양소가 충분히 포함된 음식을 섭취할 것을 당부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미현 경일대 식품개발학과 교수는 논문에서 “중년 여성의 적절한 칼로리 섭취, 신체활동을 병행한 비만 관리, 건강 체중 유지가 근감소증 위험을 낮추는 데에 이롭다”며 “근감소증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밀레니얼 사이에서 욜로(YOLO)와 플렉스(Flex)는 저물고, 요즘엔 리추얼(Ritual)이 대세다. 리추얼은 미라클 모닝, 하루에 물 2L 마시기 등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소소한 루틴을 말한다. 무의식적인 습관과 달리 의지와 지속성이 필요한 활동이다. 이러한 현상을 짚어보고 시니어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리추얼 라이프를 소개한다.
최근 리추얼은 MZ세대에게 중요한 삶의 패턴이 됐다. 신한카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리추얼 플랫폼 이용자의 약 90%가 20·30대이며 2019년과 비교해 2020년 리추얼 플랫폼 이용 건수는 평균 21% 증가했다. 리추얼은 습관과 달리 의도적인 행위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는 건 무의식적인 습관이지만,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계획하는 것은 리추얼이다. 허두영 데이비드 스톤 대표는 “리추얼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면 하나의 루틴이 되며, 루틴이 축적되면 좋은 습관이 형성된다”라고 말했다.
소확성과 공유 문화
직장인 김밀리(27) 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리추얼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실제로 평균 기상 시간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서, 산책 후 아침 식사를 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지인들끼리 습관 모임을 만들어 단체 카톡방에 루틴 인증샷을 남긴다. 저녁에는 리추얼 플랫폼을 활용해 이브닝 요가를 하고, 하루를 정리하며 글을 쓰고 있다.
MZ세대의 리추얼은 소소하되 다양하다. 거창한 목표 대신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 즉 소확성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미라클 모닝이라고 해서 아침부터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눈뜨자마자 이불 개기, 비타민 챙겨 먹기, 책상 앞에 앉아서 창밖 보기 등 사소한 일이라도 규칙과 순서만 있으면 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관계자는 “밀레니얼은 변함없는 루틴을 통해 일상을 유지하고, 거창한 목표보다는 사소한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여 만족감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의 특징 중 하나는 공유 문화다. #주말루틴, #저녁루틴, #미라클모닝 등 인스타그램의 각종 해시태그를 눌러보면 매일 자신의 리추얼을 인증하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챌린지 ◯◯일 차와 같이 도전하고 있는 챌린지의 상태를 기록하고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예를 들어 나이키런 클럽 챌린지의 경우 시간과 거리가 표시되는 나이키런 클럽 앱 사진을 SNS상에 게시해 인증과 동시에 결과를 남들과 공유한다.
또한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리추얼을 위해 매월 약 6만8000원 정도의 금액을 낼 수 있다고 답했다. 꾸준한 동기 부여를 위해 일정 금액을 먼저 내고 루틴을 실천하면 리워드로 돌려주는 앱을 이용하거나, 루틴 전문가로부터 피드백 서비스를 받는다. 실제로 MZ세대의 21.3%가 챌린지·루틴·습관 형성 앱을 이용 중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30세대는 성공보다 성장에 관심이 많다. 일상에서 작은 성취감과 좋은 습관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라고 말했다.
건강 루틴이 필요한 시니어
시니어도 작은 성취가 필요하다. 논문 ‘노인의 자기 성취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성공적인 노화의 중요한 요인이 성취감이다. 자기관리를 통한 성취감이 높을수록 행복한 노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허 대표는 “‘눈 뜨면 이불 개기’와 같이 사소한 행동일지라도 지속해서 성공하면 성취감이 생기고, 성취감은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자신감은 삶의 행복과 더불어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말했다.
시니어는 건강을 챙기는 루틴을 만들면 좋다. 갈수록 건강수명이 줄어들뿐더러 은퇴 후에 루틴이 자연스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침 식사와 영양제 루틴을 만드는 것도 괜찮다. 영양, 입맛, 식사량과 식사 시간 등 각자 우선순위를 고려해 식단을 짜고, ‘영양제 하루 한 알 섭취’와 같은 규칙을 스스로 만들면 좋다. 최혁준 화이트 큐브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앱을 활용해 루틴을 만드는 중년들이 생겨났다. 은퇴한 중년은 모닝 루틴, 만보 걷기, 건강식품 섭취 등을 통해 평일 루틴을 만들고 있으며, 전업주부의 경우엔 글쓰기와 같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루틴에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