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고령화로의 인구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통신, 음식비 등을 중심으로 고령가구?저소득층 서비스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25일 발표한 '가구특성에 따른 소비지출행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지출구조는 소득증가에도 불구하고 일정 이상의 소비는 늘지 않는 엥겔법칙이 작동하는 반면 서비스 부문의 지출비중은 확대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으며, 고령가구?저소득층일수록 지출증가 속도가 빠르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인구조로 현상으로 인해 1990년에 56.9%를 차지했던 20-30대 젊은층 가구는 2012년에 23.4%로 절반 이상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의 고령가구는 3.4%에서 24.3%로 무려 7.2배나 늘어났다.
이같은 추세 속에서 가계지출은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등의 필수 소비재 비중이 가장 높으나 총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음식·숙박·교통·교육 등의 서비스 부문에 대한 지출비중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1990년에 30.6%를 차지한 필수 소비재 비중은 2012년에는 17.6%로 하락해 소득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는 발생하지 않는 엥겔법칙이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계지출(2012년)에서 필수 소비재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음식?숙박(12.7%), 교통(11.6%)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구의 소득증가에 따른 여행 및 외식 증가와 자동차 보급 대중화로 인한 차량구입비용, 자동차 구입에 따른 유류비·유지비용 등의 현저한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 외에 통신 지출비중은 2012년 6.7%로 1990년에 비해 2.5배 이상 증가했으며 교육, 보건, 기타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지출도 상승했다.
가계의 서비스 지출비중은 1990년대 51.9%에서 2000년대 61.8%로 9.9% 포인트나 증가했다. 이 중에서 서비스 지출비중 증가율을 100으로 했을 때 각 지출 품목별 기여도는 통신 40.1%, 음식?숙박 27.5%, 교통 22.5%, 교육 7.4%로 나타나 이들 부문의 소비가 가계지출의 서비스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구주 소득증가에 비해 지출증가의 변화를 보여주는 소득탄력성의 경우 모든 연령대에서 서비스 품목들이 비서비스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이나 교통의 경우 모든 연령대에서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지출의 증가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반면, 보건이나 통신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소득변화에 덜 민감한 필수재적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저소득 가구일수록 소득보다 지출의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소득변화로 인한 지출 변화는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에서 더욱 큰 것으로 확인됐다. 서비스 품목 중 교육 부문은 가구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지출이 높게 나타나 우리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를 반증하고 있다
보건 부분의 경우에는 전 소득계층에서 소득변화에 상관없이 일정수준의 지출이 요구되는 필수재의 성격을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감소는 보건 이외의 부문에 대한 지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가구의 상당 부분은 저소득층에 속한다. 가처분 가구소득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빈곤율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08년 45.5%, 2009년 47%, 2010년 47.2% 등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져 노인의 절반 정도가 상대적 빈곤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연령구조 고령화는 상대적 빈곤 그룹의 증가 가능성을 높이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문수 연구위원은 “서비스부문에 대한 경쟁력 향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위축될 수 있는 내수시장의 위기를 극복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면서 “저소득 고령층에 대한 소득수준 향상과 빈곤방지를 위한 일정 수준의 사회안전망 구축과 같은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 간암 판정을 받은 노인 A(71)씨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간암 초기 단계로 수술을 받으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자식에게 수술비 등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에는 “못난 부모를 만나서 평생 고생이 많았다. 몸이 너무 아파 못 견뎌 먼저 간다. 내가 수술을 하면 너희들에게 부담이다. 모두 돈 때문이 아니겠냐”고 쓰여 있었다.
한국 노인들의 삶이 참 처량하다. 지난 날 국가와 사회발전의 주역으로 이리저리 뛰었지만 돌아온 것은 아픈 몸과 빈곤, 주위의 싸늘한 시선뿐이다. 1960~1970년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들의 절박함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선 지금에도 계속되고 있다.
노인들의 빈약한 생활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3’에 따르면 2012년 노인가구(가구주 65세 이상)의 상대빈곤율은 49.3%였다. 상대빈곤율은 전체 가구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거두고 있는 가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전체 노인가구 중 절반이 빈곤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전체 가구의 상대빈곤율은 2006년 13.8%에서 2012년에는 14.0%로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같은 기간 노인가구의 상대빈곤율은 46.0%에서 49.3%로 3.3%포인트나 상승했다. 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노인가구의 궁핍함은 두드러진다. 201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의 노인가구 상대빈곤율 평균은 12.8%에 불과했다. 한국의 노인가구 상대빈곤율은 47.2%로 33개국 중 가장 높았다.
노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 ‘추락’
B씨의 사례에서 보듯 예전과는 달리 자녀들도 노인에 큰 힘이 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가구 중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은 1990년 75.3%에서 2010년 30.8%로 급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노인 1인가구 비율은 10.6%에서 34.3%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경제적으로 빈곤한데다 가족들과도 멀어지면서 노인의 삶의 만족도는 낮게 나타났다. 현재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를 ‘매우 만족’부터 ‘매우 불만족’까지 5점 만점으로 조사해 평균을 낸 결과 60대는 2.89로 전체 평균 3.14보다 크게 낮았다. 10대가 3.52로 가장 높았고 20대 3.26, 30대 3.25, 40대 3.16, 50대 3.06로 연령이 높을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노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목희 의원이 발표한 ‘국내 자살률 및 노인 자살률 현황’에 따르면 2001년 1448명이었던 노인자살자 수는 2008년 3561명, 2012년 4023명으로 급증했다. 2008~2012년까지 노인자살자 수는 2만439명으로 하루 평균 11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내자살률 대비 노인자살률은 2배에 달했다. 2009년 국내자살률은 41.23명, 그 중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은 85.95명으로 국내자살률 보다 노인자살률이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노인 자살률 20.9명보다도 4배가량 높은 세계 1위의 수치다.
외국에서도 걱정하는 한국 노인들
우리나라의 우울한 노인들의 삶을 두고 외국에서 먼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1월에는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에서는 고성장을 이룬 이들이 가난 속에 살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제때 구축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2월에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 노인의 빈곤율과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쯤 되니 노인복지에 인색한 우리나의 정책이 치솟는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의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빈곤율 완화를 위한 노인복지지출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복지 지출 비중은 1.7%로 OECD 평균(6.8%)의 4분의1에 불과하다. 멕시코(1.1%) 덕분에 다행히 꼴지를 면했지만 노인에 대한 낮은 복지지출이 결국 높은 노인자살률로 이어지는 것이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노인들의 자살률이 높아졌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제적인 이유도 크지만 그보다는 사회와의 단절이 더욱 큰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김현정 대한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자식이나 이웃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끊기면서 노인들은 자신의 효용성이 떨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자식과의 관계가 좋은 노인은 자살을 안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노인이 한번 자살을 결심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생산성이 떨어지면 쓸모없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다. 노인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 가운데 납부예외자 또는 보험료 미납자가 많아 국민연금 제도가 노후소득보장 장치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공단이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국민연금 가입현황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3년도 국민연금 가입대상(18~59세)은 3297만2110명이지만 이 중 가입자는 62.9%(274만4780명)에 불과했다.
특히 직장가입자를 뺀 지역가입자는 총 851만4434명으로 이 중에서 소득신고자는 46.3%인 393만8993명에 그쳤고 납부예외자가 53.7%인 457만5441명, 미납자가 20.6%인 175만3000명에 달했다.
남윤 의원은 “이는 경제활동인구 대비 국민연금 가입률이 100%가 넘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저조한 것으로,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아 저소득층이 가입을 기피하고, 국세청의 지역가입자 소득파악이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 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송파구 반지하 월세방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모녀의 경우도 지역가입자이지만 납부예외자로 보험료 납부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머니 박씨는 2005년 9월 배우자 사망 이후 2005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달 21만6000원 가량씩 총 1953만원의 유족연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숨진 송파구 세 모녀가 유일하게 혜택을 받은 복지제도는 유족연금 급여인 것으로 나타났고 전했다.
이처럼 지역가입자의 74.3%가 납부예외자이거나 미납자로 많은 지역가입자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연도별 지역가입자 중 납부예외자 비율을 보면, 2010년 58.8%, 2011년 56.4%, 2012년 54.4%, 2013년 53.7%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을 웃돌고 있다. 연도별 지역가입자 중 미납자(누적 기준)도 경기침체의 장기화 등 탓에 2010년 157만2000명, 2011년 165만4000명, 2012년 169만5000명, 2013년 175만3000명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OECD 최고 수준이고 노인자살률이 매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민연금 또한 사각지대가 두터워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세청의 소득파악률을 높이고 국민연금에 가입하기 어려운 영세사업장의 저소득 임금근로자 및 임시·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내실화하고,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골프장캐디 등 특수형태근로자를 사업장가입자 특례대상으로 적용해 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기존의 것을 깨뜨리거나 넘어설 때 진일보한다. 기록을 재는 운동경기에서 흔히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번 세워진 기록은 모든 선수들의 목표이자 기준점이 된다. 이 기준점을 깨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땀과 눈물을 쏟으며 힘든 훈련의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결국 이들에게 기록이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록의 깨짐은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 진보와 같다.
균형도 깨야 새로운 진보를 이룰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기록의 깨짐이 분명한 진보인 것과 달리 균형의 깨짐은 진보일 수도 혹은 퇴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균형 가운데서는 깨뜨려야만 하는 것이 있는 반면, 현재의 균형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만 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100세시대 자산관리 측면에서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균형상태 대부분은 깨야만 하는 것들이다. 즉, 바람직한 노후준비를 위해서는 많은 부문들이 새로운 균형을 필요로 한다.
지출의 균형이 대표적이다. 노인 빈곤율이 49%에 달할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빈곤율은 전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고령자가 될 중장년층의 노후준비 역시 매우 부족한 상황이란 점이다. 오래 살게 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노후에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정작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결국은 현실의 삶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각종 생활비 중 가장 부담스럽게 느끼는 비용은 자녀의 양육비나 교육비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부채 상환비였다. 은퇴준비와 관련한 비용은 그 다음이었다. 당장 아이 키우고, 빚 갚느라 은퇴준비는 뒷전으로 밀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노후준비를 위해서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지출의 균형을 깨야 한다. 자녀의 교육 못지 않게 노후준비도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저런 생활비 다 쓰고 나서 남으면 하는 게 노후준비가 아니라, 이런 저런 생활비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노후준비 비용이다.
자산의 균형상태도 깨야 하는 것 중 하나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성 현황을 보면 부동산의 비중이 70~80%에 이르고, 정작 노후에 활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의 비중은 매우 작다(20% 내외). 문제는 그나마 있는 금융자산의 구성현황에도 있다. 예금자산이 전체 금융자산의 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보험이나 채권 등을 포함하면 소위 안전자산이 전체 금융자산의 80%를 훌쩍 상회한다. 자산의 실질적인 증식이 힘든 부문이고, 이는 곧 자산의 균형상태를 깨뜨려야만 하는 이유다.
과도하게 높은 안전자산과 부동산의 비중을 줄이고 자산의 실질적인 증식과 노후에 도움이 되는 주식, 연금 등의 금융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 주식 등 위험자산은 장기간 투자하거나 분산투자하면 상당부문의 위험이 상쇄되므로 노후준비처럼 장기간의 계획이 필요한 투자에 있어서는 충분히 해볼만한 투자수단이다. 실제로 주식형펀드는 주식시장의 급등락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연평균 15% 내외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투자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언제든지 손실을 볼 수 있지만, 투자기간이 늘어날수록 누적수익률 측면에서는 손실발생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그밖에 상품의 균형도 100세시대를 맞아 새롭게 잡아야 한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금융상품은 유동성이 높아야 한다.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투자자의 경우에는 최대한 유동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은퇴함과 동시에 정기적인 수입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유동성이 떨어지는 상품에 투자할 경우 자칫 자산을 쌓아 놓고도 궁핍한 생활을 하거나, 혹은 자산을 손해보고 처분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정적이고 정기적인 수입이 사라지는 점을 고려해 월지급식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현금창출이 가능한 상품, 개인연금?즉시연금보험 같은 연금상품에도 관심을 높여야 한다.
주로 청장년은 지출의 균형을, 중년 이후에는 자산의 균형을, 노년에는 상품의 균형을 새로 잡을 필요가 있다.
]접할 때마다 유난히 신경이 쓰이는 소식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침몰이다. 세렝게티 초원의 누 떼처럼 자영업 전선에 마구 뛰어들었다가 부나비처럼 산화하는 모습이 그렇다. 대박은 언감생심이고, 악어에게 물려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사실을 베이비부머는 뻔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신줏단지나 다름없는 은퇴자금을 탁류에 올인하고 있다. 독배라도 마셔야 할 만큼 상황이 절박한 것이다.
부도 현황에서도 확인된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기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해 당좌거래가 정지된 자영업자의 절반 가량(47.6%)이 50대였다. 부도 자영업자 가운데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4.0%, 2012년 47.0%로 높아지며 베이비부머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 수는 줄었지만 50세 이상 자영업자는 월평균 3만명씩 늘었다. 새로운 직장을 찾기가 힘들어져 그동안 벌어둔 자본으로 소규모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덕분에 50대 취업률이 높아졌다. 그러나 실상은 망해나가는 곳보다 신장개업한 곳이 더 많은 잔혹한 현실의 신기루일 뿐이다. 1년을 넘긴다 해도 47%는 창업 3년 안에 휴폐업하고 있다. 수입 역시 입에 풀칠하기 힘들 정도의 호구지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에서 산아제한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경험한 이들은 농업세대와 정보통신세대를 잇는 가교세대이기도 하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1946~65년)나 일본의 단카이 세대(1947~49년)처럼 유난히 인구가 많다.
그러나 알고 보면 불쌍한 ‘알불 세대’다. 나이로 보면 딱 50대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인생의 정점을 찍고 있어야 할 시기이지만 정작 속은 시커멓다. 현재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 안팎이다. 대다수 베이비부머는 이미 제2의 인생을 시작했거나 조만간 직장에서 짐을 싸야 한다는 뜻이다. 2016년 실행되는 60세 정년의 혜택을 1958년생 개띠부터 누릴 수 있지만 신분이 보장된 공공기관 등을 제외하면 실제 누릴 수 있는 베이비부머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똘똘한 퇴직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국민연금이 나오는 만 60세까지 7년간 수입이 없이 생계를 꾸려야 하는 ‘소득절벽’ 에 시달려야 한다.
또 베이비부머는 100세 시대를 살게 될 첫 세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30~40년의 기나긴 여생을 대비하기는커녕 사교육비, 자녀 취직 준비, 자식 분가 등 자녀 뒷바라지에 미래를 저당 잡히고 있다. 쓸 돈은 많은데 재취업은 어렵고 거의 전재산을 담아놓은 부동산은 얼어붙었고, 이자는 워낙 낮아 그나마 벌어놓은 돈을 까먹고 지내야 할 판이다 보니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창업에 나서게 된다. 잔혹한 무전장수(無錢長壽)의 악순환 고리에 걸려드는 것이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에서 베이비부머 인구가 대략 715만명 정도 되는데 이 중 100만명쯤 되는 고소득층과 200만명쯤 되는 중간 소득층을 제외한,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400만명 이상이 불안한 노후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비부머의 잇따른 파산은 그들이 몰고 올 은퇴쇼크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50대는 봉양할 부모와 부양할 자녀, 심지어 돌봐줘야 할 손주까지도 있다. 가계의 기둥인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침몰은 곧 중산층 가계의 붕괴로 이어지며 나라경제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다. 1000조원의 경고등이 켜진 가계부채는 물론 소비, 투자, 부동산 등 전방위적인 후폭풍이 우려된다.
베이비부머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실버푸어 문제가 고질화할 가능성이 높다. 베이비부머는 6년 후인 2020년부터 65세 고령층에 진입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13% 정도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45%가 빈곤층에 속한다. 노인 1인 가구의 경우 무려 77%가 빈곤층이다. 노인복지 예산도 GDP의 1.7%로 멕시코 등과 함께 바닥권이다. 6년이란 훌륭한 대비기간이 있는 셈이다.
베이비부머의 연착륙은 청년실업처럼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다름없다. 대책 없이 고령층에 진입하기 전에 연금 활성화 등 노후소득보장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인생 이모작 지원과 사회안전망 강화는 물론 이들의 경험을 살리는 정책적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대형 카드사 3곳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그것도 수준 높은 보안 시스템을 뚫고 들어온 실력 있는 해커의 소행도 아닌 용역업체의 한 직원이 8천 500만건의 개인정보를 간단히 손에 넣은 어이없는 사건이다. 사실 개인정보 유출은 하루 이틀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수 없이 쏟아지는 스팸문자들을 보며 자신의 정보가 어딘가에 떠돌아 다니고 있을 것이란 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이토록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된 건 실제 일부 쇼핑몰에서 비밀번호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카드번호와 유효기간까지 유출됐기 때문이다. 이미 이번 사건으로 인한 카드해지 및 재발급, 탈회 건수가 700만건 가까이 되고, 카드사 창구와 콜센터는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집단소송의 움직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온 국민이 이번 사건으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관리와 관련한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못지 않은 안전불감증이 하나 있다. 바로 ‘노후 준비 안전불감증’이다. 사람은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하기 마련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여나 본인의 카드로 결제라도 될까 발빠르게 카드를 재발급받고 정신적인 피해를 보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큰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자신의 노후 대비에 대해선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나라 은퇴연령층 가구의 빈곤율은 50%가 넘는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빈곤율은 OECD 회원국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에서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의 노후준비 상황을 조사해 보니 ‘잘 되지 않은 가구’가 34.3%, ‘전혀 준비 안 된 가구’가 20.8%인 반면, ‘잘 된 가구’는 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준비는 일생의 재무 이벤트 중 가장 나중에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급급해 뒷전으로 미뤄지기 일쑤다. 이러한 노후 준비 안전불감증은 개인정보 유출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이야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당장 필요한 지출을 감당하고 있을지 몰라도 그 소득이 뚝 끊기게 될 경우 어디서 생활비를 마련할 것인가. 쪽방촌의 폐지 줍는 노인이나 고독사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자신할 순 없을 것이다. 아래 항목 중 해당되는 사항이 몇 가지인가?
1. 은퇴 이후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은퇴 전까지 얼마를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2.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수령 시점과 금액을 알고 있다. 3. 노후를 위한 자금을 따로 준비하고 있다. 4. 노후에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 지출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다. 5. 은퇴 이후의 일 또는 여가생활에 대한 계획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만약 본인에게 해당되는 항목이 2가지 이하라면 노후 준비 안전불감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사고뿐 아니라 그동안 발생된 인재(人災)들 대부분은 미리 예상해서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자신의 노후가 재앙이 되지 않게 하려면 미리 생각하여 꾸준히 대비하면 된다. 지금부터 노후 준비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보자. 매년 체크리스트 항목 달성여부만 꾸준히 점검한다면 노후 준비에 대한 금융 사고는 미리 막을 수 있다.
1월도 어느새 끝이 보이는 터라, 새해를 맞으며 느꼈던 새로움과 설렘의 감흥이 점차 무뎌지고 있다. 새해 시작과 함께 계획하고 소원했던 것들에 대한 굳은 다짐도 왠지 느슨해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다짐의 수준을 넘어서 몸을 움직여 실행에 나서야 할 때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에 다짐하는 것들 중에는 돈과 관련된 것들도 많다. “저축을 좀 더 하겠다”, “씀씀이를 줄이겠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왕이면 두리뭉실한 계획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무래도 연말에 달성여부를 따져볼 때 미소 지을 가능성이 크다. “적립식 펀드를 하나 만들어 지난해보다 저축을 10% 더하겠다”, “현금을 더 쓰더라도 신용카드 사용을 반으로 줄이겠다”, 혹은 “연말소득공제를 대비해 이왕 쓰는 돈 마트보다는 전통시장을 이용하겠다”와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돈과 관련된 계획은 연단위 계획과 함께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함께 세우면 좋다. 올해만 먹고 살 것도 아니고, 죽을 때까지 행하는 모든 행위가 결국 돈과 관련된 경제활동임을 고려할 때 장기계획은 필수다. 그 중 노후준비와 관련한 계획은 특히나 그렇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확실한 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 살을 더 먹으면서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늙었다는 점이다. 20·30대는 물론이고 40대의 많은 사람들까지도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구체적 계획없이 노후준비를 마냥 미뤄서는 안된다. 한 시간이 때로는 더 없이 길고 가끔은 하루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지루할 때도 있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세월은 매우 짧다. 작년 혹은 재작년에 봤던 것 같은 월드컵이 올 해 다시 열리고,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기억이 엊그제인데 다음달에 또 다시 금메달에 도전을 한다. 시간은 그렇게 뭉텅뭉텅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간을 구분짓고 계획하지 않으면 말이다. 시간을 가르고 칸을 나누고, 그 가른 칸에 무언가를 채워 넣지 않으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 뒤에 따르는 것은 세월의 쏜살같음에 새삼 느끼는 놀라움과 어느새 머리를 덮은 흰머리 밖에 없다.
노후준비다 해서 거창한 것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일단 필요성과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행동은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니 말이다. 굳이 세계 그 어느 나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LTE급의 급속한 고령화 속도와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 그럼에도 세계 평균도 따라가지 못하는 복지비용 등을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은퇴와 노후는 우리 모두가 필연적으로 경험할 일이다. 따라서 당장 혹은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노후준비다. 노후생활에 비우호적인 우리나라의 환경을 감안할 경우 이왕이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 노후준비다.
연말정산 목적으로 겸사겸사 연금저축펀드 하나 장만해서 10만원·20만원 넣는 것이 시작이고 계기일 수 있다. 혹은 정말 아직은 피부에 닿지 않는 노후라 미뤄 놓더라도, 그냥 미루는 것이 아니라 몇 살부터는 노후준비를 시작하겠다와 같은 최소한의 계획은 세워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