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도 어느새 끝이 보이는 터라, 새해를 맞으며 느꼈던 새로움과 설렘의 감흥이 점차 무뎌지고 있다. 새해 시작과 함께 계획하고 소원했던 것들에 대한 굳은 다짐도 왠지 느슨해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다짐의 수준을 넘어서 몸을 움직여 실행에 나서야 할 때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에 다짐하는 것들 중에는 돈과 관련된 것들도 많다. “저축을 좀 더 하겠다”, “씀씀이를 줄이겠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왕이면 두리뭉실한 계획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무래도 연말에 달성여부를 따져볼 때 미소 지을 가능성이 크다. “적립식 펀드를 하나 만들어 지난해보다 저축을 10% 더하겠다”, “현금을 더 쓰더라도 신용카드 사용을 반으로 줄이겠다”, 혹은 “연말소득공제를 대비해 이왕 쓰는 돈 마트보다는 전통시장을 이용하겠다”와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돈과 관련된 계획은 연단위 계획과 함께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함께 세우면 좋다. 올해만 먹고 살 것도 아니고, 죽을 때까지 행하는 모든 행위가 결국 돈과 관련된 경제활동임을 고려할 때 장기계획은 필수다. 그 중 노후준비와 관련한 계획은 특히나 그렇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확실한 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 살을 더 먹으면서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늙었다는 점이다. 20·30대는 물론이고 40대의 많은 사람들까지도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구체적 계획없이 노후준비를 마냥 미뤄서는 안된다. 한 시간이 때로는 더 없이 길고 가끔은 하루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지루할 때도 있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세월은 매우 짧다. 작년 혹은 재작년에 봤던 것 같은 월드컵이 올 해 다시 열리고,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기억이 엊그제인데 다음달에 또 다시 금메달에 도전을 한다. 시간은 그렇게 뭉텅뭉텅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간을 구분짓고 계획하지 않으면 말이다. 시간을 가르고 칸을 나누고, 그 가른 칸에 무언가를 채워 넣지 않으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 뒤에 따르는 것은 세월의 쏜살같음에 새삼 느끼는 놀라움과 어느새 머리를 덮은 흰머리 밖에 없다.
노후준비다 해서 거창한 것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일단 필요성과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행동은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니 말이다. 굳이 세계 그 어느 나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LTE급의 급속한 고령화 속도와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 그럼에도 세계 평균도 따라가지 못하는 복지비용 등을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은퇴와 노후는 우리 모두가 필연적으로 경험할 일이다. 따라서 당장 혹은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노후준비다. 노후생활에 비우호적인 우리나라의 환경을 감안할 경우 이왕이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 노후준비다.
연말정산 목적으로 겸사겸사 연금저축펀드 하나 장만해서 10만원·20만원 넣는 것이 시작이고 계기일 수 있다. 혹은 정말 아직은 피부에 닿지 않는 노후라 미뤄 놓더라도, 그냥 미루는 것이 아니라 몇 살부터는 노후준비를 시작하겠다와 같은 최소한의 계획은 세워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