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실이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61세 이상 절도 범죄 피의자는 2016년 1만 4021명에서 지난해 2만 1341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19세 이하, 20~30세, 31~40세, 41~50세의 절도 범죄는 모두 줄었다. 51세~60세 절도 범죄만 소폭 늘었다. 유독 고령층 절도 범죄 피의자만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절도액으로 따지면 특히 소액 절도 범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새 절도 범죄를 재산 피해액별로 나눈 결과 1000만 원 이하, 1억 원 이하 등 모든 구간에서 절도가 줄었지만 유독 1만 원 이하 소액 절도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만 원 이하 절도는 2016년 1만 1506건에서 지난해 1만 1971건으로 증가했다. 이른바 ‘노인 장발장’이 늘고 있는 셈이다.
절도는 요즘 경찰들 사이에서 가성비 떨어지는 전통 범죄로 인식된다. 도둑질해도 취할 수 있는 돈이 크지 않은 데다, CCTV로 발각될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생계가 나아지지 않고 코로나19로 경제위기에 내몰리자 노인들이 소액 절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지만 일각에선 생활이 빈곤해진 것은 개인의 책임인데 세금을 낭비하며 사회가 구제해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 노인 세대가 한창 경제활동을 할 때 각종 사회복지가 온전히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령층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될 때 가입 기간과 기업 규모 같은 조건 때문에 많은 노인이 제외됐다”며 “한국사회에서는 노인을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 복지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후 고용불안정이 오면서 복지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채 가족까지 노인을 부양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 노인 빈곤율은 줄어들겠지만 지금 노인 세대를 손 놓고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되더라도 노인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돈뿐만 아니라 의료, 주거, 여가 등 다양한 사회 복지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정재훈 교수는 “노인의 사회복지서비스,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주택이 필요하다”며 “미래에 고령 인구가 더 많아질 것을 공공임대처럼 단순 주거 공간이 아닌 공동체 속에서 사회복지사의 관리를 받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0세 시대가 오면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정년 연장에 관해 얘기할 때 일본의 한 유명 기업 CEO가 ‘정년을 45세로 하자’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문제의 발언을 한 사람은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홀딩스 사장으로, 산토리가 115년간 고수한 가족경영의 전통을 깨고 영입할 정도로 실력 있는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니나미 사장은 지난달 일본 3대 경제단체인 경제동우회가 ‘코로나19 수습 이후 일본경제의 활성화 대책’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45세 정년제를 도입해 개인이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45세 정년제는 인재가 성장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촉진해 회사 조직의 신진대사를 좋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으로 SNS는 발칵 뒤집혔다. ‘조기 정년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기업에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칼을 쥐여주는 조처’라며 많은 사람의 빈축을 샀다. 결국 니나미 사장은 세미나 바로 다음 날 “‘정년’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부적절할지도 모르겠다”며 해명했다. 니나미 사장은 “45세는 자신의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등 사회가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지 절대 45세가 되면 잘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의 경직된 고용구조가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다며 니나미 사장의 발언에 공감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일본 경제가 저성장과 씨름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은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지난 4월부터 정년을 ‘사실상’ 70세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개정된 법을 들여다보면 기업이 70세까지 마냥 정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업에 노동자가 원하면 창업지원, 프리랜서 계약 등을 통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 의무’가 부여됐다. 기업은 기업대로 알아서 노동자가 70세까지 일할 수 있게 해야 하고,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근로조건의 저하를 피할 수 없는, 노사 모두 만족하기 어려운 조건인 셈이다. ‘45세 조기 정년제’ 발언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한국은 15~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의 인구구조를 따라가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파격적인 조기 정년 논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기 정년제가 기업에 새로운 인재를 활용할 기회는 확대해줄 수 있겠지만, 한국의 노후보장 시스템을 고려하면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종선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서구 유럽처럼 사회복지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정년제는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 기능을 수행한다”며 “조기 정년제가 기업에는 경직된 고용구조를 유연하게 해줄 수 있겠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고용 불안정과 일자리에 대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경력의 분기점이 되는 40대에 이직이 주는 활력보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노동자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더군다나 정년제는 청년 실업, 연공서열과 임금구조 등 여러 가지가 얽힌 복잡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이종선 부소장은 “청년 실업률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하지만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높은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시 연령까지 연장하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에서는 50대 명예퇴직 제도가 청년층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긍정적이지 않다는 연구가 있고,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의 일자리는 청년층이 진출하려는 분야의 일자리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고령층이 청년 일자리를 뺏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음을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7일 만 65세 이상이면 소득과 상관없이 모두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나라는 노인 상대빈곤율이 지난 2018년 기준 43.4%에 달한다. 기초연금제도 도입 후에도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상대빈곤율은 전체 인구 중 빈곤 위험에 처한 인구 비율이다.
또 “현재 소득 기준은 의미도 없고 객관적이지 않아 혼란과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며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인정액 상위 30% 노인들은 일부 자산이 있어도 실소득이 없어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선별 복지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급액도 현행 최대 30만 원에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기초연금 소득기준을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기초연금 제도는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 이하인 노인이 신청하면 월 최대 30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만 65세 이상 노인은 모두 연금을 받게 된다.
다만 공무원연금 등 특수연금 수령자에 대해서는 기초연금 수령액을 일정 비율 감액하도록 규정했다.
노인들이 서울사랑상품권 혜택에서 소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시비와 국비 1250억 원을 투입해 서울사랑상품권 총 1조 원어치를 발행했지만 모바일로만 결제할 수 있는 탓에 노인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조선일보가 입수한 서울시 ‘제로페이’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30·40대가 전체에서 7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는 4%, 70대 이상은 1%에 그쳐 사용률이 저조했다. 서울사랑상품권 사용자 대부분이 30·40대인 셈이다.
서울사랑상품권을 사려면 ‘제로페이’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통계는 가입자만 따진 통계다. 실제 서울사랑상품권을 구입해 혜택을 보는 노인 비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종이 상품권을 발행해달라는 노인들의 민원이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발행한 모바일 상품권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별로 발행하며 해당 자치구에서만 쓸 수 있다. 상품권을 사면 연말정산에 소득공제 혜택이 있고 액면가보다 10% 싸게 살 수 있다. 서울사랑상품권 10만 원을 구입하면 9만 원만 결제하는 식이다.
문제는 서울사랑상품권 혜택에서 노인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사랑상품권은 모바일로만 발행할 수 있다. 종이 상품권과 카드형 상품권으로는 제공하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디지털 소외계층인 노인들은 서울사랑상품권 이용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모바일 환경에서 매진도 빨라 노인들이 서울사랑상품권을 손에 넣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일정과 추가 발행 소식이 있으면 맘카페를 중심으로 발행 날짜와 추가 발행 소문이 돌아 빠르게 매진된다.
이에 대해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노인 빈곤율이 높은 한국에서 세대 간 분배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인들이 쉽게 상품권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구매자뿐 아니라 사용처도 일부 업종에 쏠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공개한 ‘서울사랑상품권 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로페이로 결제된 모바일 상품권 716억 원 중 학원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24억 원으로 전체 45%를 차지했다.
빈곤과 질병, 고립의 늪에 빠진 고령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속화한 경기 하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한국은 노인복지가 부족한 나라다. GDP 대비 노인복지 지출 비중이 1.7%밖에 안 된다. 10명 중 4명 이상이 빈곤을 겪는 노인빈곤율 세계 1위 국가다. 코로나19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인 파산이 계속 늘고 있다.
13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파산을 신청한 60세 이상 노인이 2715명이었다. 2017년 3월 법원 설립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60세 이상 파산신청자는 2018년 2058명, 2019년 2373명, 지난해 2715명이었다. 2년 만에 32%나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60세 이상 노령 인구증가율인 11%의 세 배다. 전체 파산신청자 증가율인 18%보다도 훨씬 높다. 서울회생법원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층에 편입되고 있어 올해 최초로 노인 파산이 3000건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은 실무경제 둔화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60세 전후로 은퇴하면 수입이 줄어들지만 자녀 결혼식 비용, 의료비 같이 지출할 곳은 늘어난다. 연로한 부모를 모시는 이들이라면 부모 생활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문제는 은퇴 후 재취업을 하더라도 수입과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식당 주방보조, 청소, 건물 관리가 대표적이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빨리 사라지고 있는 일자리기도 하다.
이는 일부 저소득층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중산층 이상이었던 액티브시니어들도 은퇴 후 창업을 했다가 코로나19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고 재기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창업 실패는 이들에게 더 뼈아프다.
수명이 늘어나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지면서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서기 위한 파산 신청이 늘어난 것이 노인 파산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빚을 갚지 못하면 최소 생계비로 책정된 150만 원 넘는 금액이 통장에 있을 때 가압류가 걸린다. 파산을 신청해 면책을 받고 통장을 활성화해 다시 시작하려는 의도로 파산신청을 하는 노인이 많아졌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자식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파산 신청하기도 한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설령 빚을 남기고 사망한다고 해도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되지만 ‘빚쟁이로 죽어서 어떤 형태로든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일만은 피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노인이 많다”고 말했다.
생계 유지를 위해 많은 노인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다. 10명 중 4명은 중위소득의 절반인 85만 원 이하로 생활하는 셈이다. 이는 한국 노인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돈을 버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2020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의 36.9%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 73.9%가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
그런데 노년알바노조 준비위원회와 평등노동자회가 발표한 '70대 노동자의 최저임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노동자 중 일부는 하루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기초연금을 받는 전국 65세 이상 노동자 45명(청소 18명·경비 15명·돌봄 2명·임명 1명·무직 9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8일부터 한 달간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청소 노동자는 10명 중 4명꼴로 “근무시간 대비 시급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평균 연령 69.3세인 이들의 평균 시급은 8546원으로 올해 최저시급인 8720원보다 적었다. 가장 낮은 시급은 6028원이었다.
이들의 하루 근무시간은 주로 6∼7시간이다. 고용주가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려 의도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였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휴식 시간을 늘리거나 노동 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꼼수를 써 법에 보장된 최저임금을 맞추려 한 셈이다.
허영구 노년알바노조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노인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쥐꼬리만큼 올리는 최저임금을 이유로 휴게시간을 대폭 올리거나 1일 계약 노동시간을 줄여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을 삭감하거나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또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계약기간을 짧게 하거나 산재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시니어가 많이 종사하는 직군 중 하나인 경비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70.1세, 최고령자는 77세다. 실제 근무시간 대비 평균 시급이 6346원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하루 12시간 맞교대 방식으로 근무하는데, 고용주가 실제 근무시간의 3분의 1가량인 4시간을 휴식 시간으로 산정해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고 있다고 단체는 주장했다.
돌봄 노동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좋지 않다. 돌봄 노동자는 업무 특성상 환자와 숙식을 병행하거나 밤낮없이 일하는 등 업무 강도가 높다. 그러나 이들의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해보면 낮은 금액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한 노동자는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5000원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최저임금 위반과 꼼수가 고령층 노동자들에게 만연한 상태”라며 “최저임금 금액에만 논의가 집중되다 보니 불법에 대해선 사실상 방치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20·30대 청년 취업에는 관심이 많지만 70대 전후 노인들의 노동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며 “노년 노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고용노동부의 정기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 고발 프로그램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 실태를 방영했다. 우연히 본 내용은 다소 충격이었다. 좁은 골목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파출소에 데려다 놓고 없어진 딸은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들에게 연락해도 모실 여력이 안 된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결국 노인은 보호시설로 인계되었다.
취재를 위해 예전 옷가게를 찾아가 주변 상인에게 확인하니, 엄마가 치매를 앓자 딸이 와서 가게를 처분하고 장사하며 번 돈으로 장만한 집까지 수억 원에 판 뒤 정작 치매에 걸린 엄마는 외면했다. 집을 판 돈도 자식들이 가져간 것 같다며 방 한 칸이라도 엄마 앞으로 남겨두었으면 저렇게 되진 않았을 거라고 안타까워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숫자는 대전광역시의 인구를 훌쩍 넘겼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독거노인 비율(전체 노인 중 홀로 사는 노인 비율)이 2015년 18.4%에서 2018년 19.4%로 높아지면서 같은 기간 혼자 사는 노인이 120만 명에서 143만 명까지 늘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혼자 사는 사연도 다양하다. 남편의 부재로 홀로 아들을 키웠는데 아들 내외와 다투고 혼자 산다는 노인은 가끔 아들이 보고 싶지만 이제는 연락도 안 된다고 한다. 서로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야 편하다면서. 혼자 사는 게 어떤 마음이냐고 묻는 말에 "혼자 산다는 건 아무도 없다는 거죠 뭐"라고 한다.
혼자 남은 노인들은 주로 쪽방촌으로 모인다. 200여 명의 노인들이 모여 사는 한 쪽방촌. 등이 굽은 노인들이 좁은 골목에 삼삼오오 앉아 있다. 사연을 들으니 대개 홀로 아이들을 키운 노인이 많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일 텐데 왜 나이 들어 외면당해야 할까 마음이 답답하다.
40년간 쪽방촌에서 살아온 분도 있다. 94세의 이 노인은 아들이 둘이지만 멀리 있어서 거의 못 온다고 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일본에서 가정부로 일하다가 근로정신대에 강제 징용됐고 해방 후에야 노역에서 벗어나 다시 돌아왔다는 이분은 외로움과 싸우며 살고 있다. 근처에 산다는 동생 연락처를 찾다가 “어디로 갔지?” 하며 혼잣말을 하는 이 노인도 치매라고 한다.
독거노인들이 모여 사는 여인숙도 있다. 이들은 아침마다 서로 문을 두드려 안부를 묻는다. 행여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 자녀를 수소문해 연락을 해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인숙에 사는 한 노인에게 자녀가 있냐고 물으니 있어도 없는 것과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자기들끼리 잘살면 바랄 게 없다면서 해준 것 없으니 바랄 것도 없다는 노인은 “힘든 게 뭐냐?”는 질문에 그저 외롭고 쓸쓸하다고 한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대개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있어도 연락이 끊긴 노인이 많다.
누구나 나이가 드는데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자식들의 사정은 무엇일까. 사정이 어떻든 자녀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을 것이다. 마음에 묵직한 돌 하나 얹힌 듯 답답한 시간이었다.
노인이 되어 혼자 산다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쓸쓸한 일이다. 기대수명이 길어진 세상, 노년을 잘 살아내려면 미리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 같다.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물론이고, 재산도 자녀에게 미리 물려주지 말고 지인들과 관계를 지속하면서 바깥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래된 이야기다. 신혼 때였으니 30여 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월급은 겨우 생활하기 빠듯했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양육비와 생활비를 제외하면 넉넉한 저축은 엄두도 내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그 월급을 쪼개어 저축도 들고 보험도 들어야 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먹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알뜰하게 모으며 살림을 일으켜 나갔다. 도중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목적 없이 저축이나 보험을 깨진 않았다. 저축은 종잣돈이 되어 전세를 늘려가거나 집 사는 데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은 해약하면 손해다. 어려워도 버텼다. 적게 보험료를 납부하기 위해 최대한 긴 것으로 가입했다. 보장도 받으면서 60세부터는 종신연금이 나오는 상품이다. 매년 금액도 조금씩 오른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으로 모두 의무가입이었다. 회사와 종업원이 반반씩 보험료를 내고 60세부터 연금을 타는 구조였다. 1988년부터 국민연금이 시행 되었다. 당시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70%여서 매월 직장에서 받는 돈의 70%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재정상의 문제로 1998년에 소득대체율이 60%로 낮추어졌고 다시 2007년 법이 개정되었다. 2008년부터 소득대체율 50%이후 매년 0.5%씩 20년 동안 낮아져 2028년 40%까지 떨어지게 되어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좋은 제도지만 노후자금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3층 연금 보장이라는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하되 기업의 퇴직금 등을 연금으로 하고 개인이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이 조합이 이루어져야 노후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후 빈곤율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 2018년 기준 노인 빈곤율 43.8%는 OECD 국가들 평균보다 한참 위에 있다. 이러한 원인은 급격한 평균수명의 연장과 대가족제도의 해체와도 관련이 있다. 핵가족화는 노부모 부양책임을 멀어지게 했다. 사회 인식 변화로 노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가족이 노후를 책임지던 시대는 지나갔다. 노후의 4대 위험인 빈곤, 질병, 무위, 고독을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드니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지 않는 신혼부부들도 있다. 기껏 낳아야 한두 명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살기 쉽지 않은 게 요즘이다. 그러니 힘들게 살아가는 자녀에게 의존하기 힘들어졌다. 매월 부모 생활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하철 무료 우대권’을 받는 나이가 되어보니 절실하게 느껴진다. 자식에게 용돈 받아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자식들도 자기 가족들 부양하기 버겁다. 신혼 시절 연금 가입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막내 하나 더 기르는 셈 치고 연금하나 들자 했다. 많지는 않지만, 평생을 매월 30만 원 정도 용돈이 나온다. 어렵게 낸 것이 이제 와 최고의 효도를
한다. 매월 통장으로 들어오는 30만 원이 어느 때보다 커 보이는 이유다.
부부의 노후 생활비는 매월 얼마나 있어야 할까?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018년)에 따르면 최소생활비는 197만 원, 적정생활비는 283만 원이라고 한다. 그런 돈을 충분히 모아두었을까, 아니면 연금이나 건물 임대 등과 같은 매월 일정액을 받을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까? 대체로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노인 상대 빈곤율이 1위인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은퇴 가구 4가구 중 1가구는 연금소득이 전혀 없고 고령자의 연금 평균 수령액은 61만 원에 불과하다. 최소생활비에도 크게 못 미친다. 돈을 벌어 모자라는 금액을 벌려해도 은퇴노인이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해결 방안으로 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다. 하나는 자식에게 지원을 받는 방법이나 당연히 여의치 못하다.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 등의 공적 연금에 더해 개인연금을 드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은퇴자가 개인연금에 새로 가입하는 것은 그 수령 시기가 늦고 보험료를 낼 소득이 없어서 의미가 없다.
차선책으로는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하여 노후생활비를 보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은퇴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은 주택이 유일한 경우가 많다.
주택을 팔아서 현금화하여 쓸 수 있으나 그러면, 살 집이 없어지게 되어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 그런 점을 고려, 사회복지 차원에서 만든 제도의 활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주택연금이다. 현재 가입자가 6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70세에 7억 원 아파트를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월 그리고 죽을 때까지 169만 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죽은 후에는 배우자에게 같은 조건으로 승계할 수 있다. 받은 총 연금액보다 집값이 많으면 차액을 자식에게 돌려준다. 반대로 모자라면 상속자에게 돌려받지 않고 정부가 책임을 진다. 부부 중 한 사람이 60세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으나 올해 안으로 50세 중반으로 낮춰질 예정이다.
고령자 평균 연금 수령액 61만 원에 주택연금 가입으로 받게 되는 금액, 169만 원을 더하면 부부 최소생활비 197만 원을 넘어선다. 준비하지 못한 노후생활비 보충 방법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100세 시대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된 지금, 이제 50대는 청년과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은 그 이름대로 서울 시민 50세부터 64세까지인 50플러스 세대의 삶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이다. 2016년에 설립된 이후 재취업, 일자리, 교육, 정책 개발 등의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50플러스재단은 지난해 10월 김영대 전 국회의원을 대표이사로 임명해 향후 3년 동안의 사업 전개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최대 화두가 된 시대, 김영대 대표이사를 만나 50플러스 세대의 일과 삶에 대한 대안을 들어봤다.
새해 이슈는 일자리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그 조짐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로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등 단순 서비스직 업계에서는 사람을 쓰지 않는 대신 자동화 설비, 로봇 도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니어가 은퇴 후 직업으로 많이 선택하는 택시 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카풀 논란 또한 자율주행차가 도입될 미래의 택시 산업과 연결되는 사전적 갈등이다. 이처럼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일자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줄어들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되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50플러스 세대는 노인 세대도 청년 세대도 아니어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모든 50플러스 세대가 생산적이고 준비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각 방면에서 지원하는 것이 재단의 존재 이유입니다. 사실 생계형 일자리를 연계해주는 곳은 이미 많습니다.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 등에서 이러한 일들을 하고 있죠. 그래서 재단은 인생 후반 새로운 일의 유형으로 ‘사회공헌일자리’를 발굴하고 확산하고자 합니다. 보통 ‘앙코르커리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지속적인 수입뿐만 아니라 개인적 보람, 사회적 가치 모두를 만족하는 활동, 일거리, 일자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일자리 해법
시니어에게 일자리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수명이 늘어나고 부양 의무가 계속되면서 현역으로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자리 마련을 위한 노력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정무적 책임을 갖고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도 50플러스재단을 발족해 시대적 화두에 동참했고, 최근 김영대 대표이사가 임명되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노총 부위원장 출신으로 시민사회단체, 국회의원, 중소기업 CEO 등의 경력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남북경제협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임명에서부터 50플러스재단의 방향성에 대한 큰 그림이 느껴졌다.
“재취업, 일자리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십니다. 이제는 많은 분이 칠십까지 노동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되는데, 그중에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분들도 있죠. 그런 부분에 우리가 좀 더 노력해서 저소득, 취약 계층의 50플러스 세대를 케어하는 노력을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50플러스재단이 시니어 취약 계층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우리나라의 고령자 빈곤율은 OECD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 7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60.2%에 달한다. 고령화 속도도 가장 빨라서, 높은 노인 빈곤율과 고령화의 쌍끌이 현상은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더 가중시키는 상황을 불러오고 있다. 시니어의 일자리 확보가 본인 스스로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새로운 틈새시장 공략해나갈 것
일자리를 찾아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중장년 일자리와 시니어를 매치시키는 것도 만만찮다. 현장에 가면 정책과 현장의 차이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50대 이후의 직업 훈련, 생계를 위한 일자리 알선 등은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노동의 가치를 살려 저소득 취약 소외 계층, 그리고 일하고 싶은 분들을 잘 안내해야겠죠. 또한 서비스직, 문화관광, 기타 영업 마케팅 쪽으로 자기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구력과 경험 많은 분을 매칭하고 관련 프로그램과 직업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최근의 일자리 대책이 세대 융합 일자리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모범적인 사례를 찾아내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만큼 그런 사례를 만들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창업과 관련해서는 당사자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창업하는 분들 중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순식간에 돈을 까먹습니다. 조사해보니 창업자 10명 중 6~7명이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저는 그 수를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창업을 철저히 준비하게 해야 하고, 창업자 수도 줄여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진입장벽을 높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사전에 꼼꼼히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실행 전에 미리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재단에서 올해 개발해볼 생각이에요.”
시니어가 대거 투자를 했다가 실패하면 엄청난 손실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잃어서 순식간에 나이 들어버린다는 얘기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들려온다. 청년 때는 아래로 떨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있지만 나이 들면 어렵다. 따라서 선경험을 해보고 안 맞으면 빨리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 설명을 들으며 김 대표가 말하는 “조사, 증명과 함께 새로운 길을 제안하는 방향”이라는 게 어떤 모양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외국인 관광객 수를 보면 일본의 성장세를 우리나라가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건 관광 서비스하고도 맞물려 있어요. 관광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 중에 50플러스 세대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길들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관광 가이드, 문화관광 해설사, 외국인들을 안내할 수 있는 문화재 해설사 역할 등이 있겠죠.”
은퇴자를 위한 귀촌 일자리 창출
김 대표가 생각하는 대안 중에는 귀농·귀촌도 있다. 귀농·귀촌이라고 하면 무조건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농촌에 가서 생활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걸로 하고 귀촌을 하면 생기는 일자리가 있다. 수확기에는 일당 받는 일자리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통, 택배를 도와주는 일도 있다. 그리고 지방에 가면 축제가 많은데 축제에 활용될 인력으로 50플러스 세대가 가장 적합하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농촌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살려고 하면 힘들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농한다고 부부가 함께 갔다가 몇 달 후 아내 혼자만 올라오는 일도 있고요. 차라리 가벼운 마음으로 일정 시간 귀촌해서 살아보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어 일주일 중 월화수목은 도시에, 금토일은 귀촌을 하는 거죠. 경험을 쌓고 그 속에서 익숙해지면 정착하는 걸로 계획을 세우게 해 너무 부담을 갖고 가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 분들을 모아 집단으로 공유주택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귀농·귀촌과 일자리 문제 해결이 함께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북경제협력, 돌파구 될 수 있어
김 대표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것이 남북경제협력 부분이다. 현재 남과 북 사이에는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분야가 경제협력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남북경제협력 전문가인 김 대표가 50플러스재단 대표로 임명된 것은 남북 간의 경제, 일자리 문제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은 아닐까.
“사실 정년에 걸려 배출되는 50플러스 세대가 많잖아요. 서울만 해도 교통공단, 시설관리공단, 교사, 금융인 등등 꽤 많은데 이분들이 제2인생을 설계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50플러스 세대가 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있습니다.”
김 대표는 남북 간 교류가 진행되면 당장 철도에 대한 시설관리 점검에 들어가야 하는데 개선, 보수 부분에서 나름대로 시장이 꽤 크게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50플러스 세대의 인력들은 기능직이 많다. 북측의 도로 보수, 여러 가지 인프라 조성 등의 기간산업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는 50플러스 세대 기능직에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50플러스재단이 중추 역할을 수행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건강하다면 계속 일할 것
“저 역시 50플러스 세대로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경험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대한민국 50플러스 세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책은 실제 경험해본 사람이 시민들의 피부에 느껴지도록 설계해야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0플러스재단에서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기획이 두 가지 있다. 우선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50플러스보람일자리’다. 은퇴한 50플러스 세대가 학교, 마을, 복지시설 등에서 자신들의 사회적 경험과 전문성을 살린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인생 2막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2015년 6개 사업 총 442명의 규모로 시작해 지난해는 총 31개 사업에 2236명이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고용노동부, ㈜상상우리가 재단과 함께 풀어가는 사업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5060세대 1000명에게 전문 교육을 제공한 후 사회적기업 취업률 50%를 목표로 하는 장기 계획이다.
“저도 칠십 세까지는 일할 계획이 있고 그 이후에는 건강이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건강할 때까지는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일하던 사람이 집에서 쉬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엄청난 여유가 있어서 여행만 다니며 살 조건도 못 돼요. 그래서 칠십까지는 일하고 이후에는 사회봉사형 일자리, 공헌형 일자리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담백한 목소리로 불필요한 부분 없이 실제를 말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읽고, 통찰력과 정책으로 다듬어진 김 대표 자신이 무엇보다도 50플러스 세대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