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에게 겨울철 운동은 실내외 온도차와 고농도의 미세먼지, 빙판길 등으로 위험할 수 있다. 이에 시니어들은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고, 시니어들에게 가장 필요한 근력 운동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척추와 관절 등이 굳어진 상태에서 헬스를 시작한 시니어들의 부상이 우려된다.
시니어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부상 부위로 허리가 꼽힌다. 흔히 바벨 등을 이용해 운동하다 보면 허리를 ‘삐끗’하곤 한다. 대부분 척추 주변의 인대와 근육 등이 늘어난 요추 염좌다. 젊은 사람의 경우 삐끗한 허리는 휴식과 찜질 등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척추 퇴행이 어느 정도 진행된 시니어들은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랜만에 운동에 나서면 관절 유연성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적어 부상 정도가 심각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허리에 전달되는 부담이 쌓여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돌출되거나 탈출하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상의 직접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스포츠 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리한 동작’이 84.2%로 가장 높다. 대부분 전문적인 지도 없이 운동하면서 발생하는 사고다. 하지만 시니어 중에는 전문 트레이너가 상주하지 않은 구청 혹은 아파트 내 헬스장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값비싼 수강료도 전문가의 코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시니어들의 건강한 헬스를 위해서는 몸에 맞는 운동 강도 조정이 먼저다. 일례로 척추기립근 강화에 좋은 시니어용 플랭크 동작을 살펴보자. 플랭크 동작은 엎드리고 팔꿈치를 바닥에 댄 상태에서 어깨와 90도가 되도록 몸과 머리를 일직선상에 맞추고 버티는 자세다. 시니어의 경우 30초도 버티기 힘들고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해질 수 있다. 대신 기존 플랭크 자세에서 무릎을 바닥에 대고 양손을 일직선으로 펴고 버티는 동작을 하면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중량의 기구로 근력 운동을 하고 싶은 시니어라면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고중량으로 운동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관절이 삐끗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낮은 중량으로 반복된 동작을 하는 것만으로도 근력을 늘리는 데 충분하다.
두 번째로는 정확한 자세가 중요하다. 잘못된 자세는 오히려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특정 관절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순간 부상이 발생한다. 요즘에는 시니어들을 위한 운동법 등을 다룬 콘텐츠가 많다. 이를 주의 깊게 숙지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헬스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헬스 운동 이후 요추 염좌를 겪은 시니어에게는 어떤 조치가 우선돼야 할까. 가장 먼저 충분한 휴식이다. 즉시 운동을 멈추고 냉찜질로 부기를 가라앉히며 2~3주간 경과를 보자. 만약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허리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요추 염좌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거동이 불가능하다면 자생한방병원의 동작침법(MSAT)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에 침을 놓고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제어하는 응급침술이다. 특히 동작침법의 효과는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국제 통증 학술지 ‘PAIN’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의 요통 경감 효과는 일반 진통제보다 5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헬스를 하며 겪을 수 있는 허리디스크도 비수술 접근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 치료와 약침 등이 병행된 한방 통합 치료는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인 척추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먼저 한의사가 척추와 주변 조직을 손으로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은 비뚤어진 척추를 바로잡아준다. 제자리를 벗어난 디스크가 신경을 자극해 생긴 염증 제거에 약침이 쓰인다. 한약재의 유효한 성분이 담긴 자생한방병원의 신바로 약침은 여러 연구 논문을 통해 항염 및 조직 재생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노화에 따라 근육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80대의 근력은 30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근감소증과 관련 있는 관절염, 당뇨, 보행장애 등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근력을 지켜야 한다. 단, 근육을 지키려는 과도한 욕심은 오히려 허리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 헬스에 나선 시니어들이여 조심하자. 참으로 신경 쓸 게 많은 나이다.
허리 건강에 도움되는 스트레칭
버드독 스트레칭 ▶ 버드독 스트레칭은 코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동작이다. 등부터 허리, 골반, 엉덩이, 복부 근육까지 고루 단련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먼저 양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상태에서 오른팔과 왼쪽 다리를 동시에 곧게 뻗는다. 반대쪽도 동일하게 하루 10회 3세트 실시한다. 하지만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시니어의 경우 이 자세가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다리 또는 팔 한쪽만 들고 복부에 힘을 준 상태에서 실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동작이 익숙해졌다면 위 설명대로 팔과 다리를 동시에 뻗는 자세로 이어나간다.
데드버그 스트레칭 ▶ 누워서 하는 코어 근육 강화 운동으로 데드버그 스트레칭이 있다. 이 동작은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복부 근력을 발달시킴으로써 허리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천장을 향해 양손을 뻗는다. 무릎을 구부리고 다리를 한쪽씩 들어 올려 골반과 무릎이 90도가 되도록 한다. 이어 왼팔은 머리 위로 오른쪽 다리는 쭉 뻗는다. 천천히 되돌아와 양쪽을 번갈아가며 하루 3회 3세트 실시한다. 만약 무릎 들기가 힘든 시니어라면 사진처럼 무릎을 구부리고 동작을 진행하자. 이어 반대쪽 손으로 허리를 지지한 채 운동해도 된다.
활기찬 노후 정착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환경 미화나 교통 지도를 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를 넘어 사회 서비스형, 시장형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등장했다. 음식 정기 배송, 농산물 재배, 취약계층 돌봄 등 보다 다양해진 일자리 현장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삶의 활력을 찾은 두 번째 청춘들을 만났다.
하나금융그룹의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중장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만 60~64세의 60%는 70세가 넘어도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통계청이 공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000만 명이 넘는 장래 근로 희망자 중 70~74세는 79세까지, 75~79세는 평균 82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 은퇴 이후에도 근로 의욕을 드러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이 바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고령층에 제공되는 일자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위한 ‘공익활동형’(공공형)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참여 대상으로 하며, 주로 노노케어(건강한 노인이 병이나 다른 사유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노인을 돌보는 일), 학교 급식 지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 봉사활동을 한다. 10~12개월간 하루 3시간, 월 30시간 이상 활동하면 한 달에 27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곳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형’은 만 65세 이상 참여할 수 있고 복지시설, 보육시설, 금융기관 등에서 10개월간 월 60시간 이상 활동한다. 급여는 근로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월 71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받는다. 참여자 인건비를 일부 보충 지원하고 추가 사업소득으로 운영하는 ‘시장형’은 식품 제조·카페와 같은 소규모 매장, 아파트 및 지하철 택배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근로 수익금에 따라 활동비를 배분한다. 다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계 급여 수급자나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 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자, 정부 부처나 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타 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인 자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 서비스형’
2021년 우리나라는 2조 6000억 원의 예산으로 82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중에서 73.8% 정도가 공공형 사업이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참여자 평균 연령은 77세 수준으로, 참여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은 주거환경 개선이나 스쿨존 안전 지킴이 등 단순한 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 변화하는 노인의 특성과 경력을 활용하는 사회 서비스형과 시장형 일자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삼척시니어클럽은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를 운영 중이다. 장애인,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방문해 대형 빨래를 수거하고 세탁해 집으로 배송해준다. 이외에도 필요한 생필품이나 상비약을 주문받아 함께 전달하고, 가스·수도·전등 수리 및 가스 누출 점검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탁이 불가한 낡거나 보온성이 떨어지는 이불은 무료로 교체해주기도 한다. 백창석 강원도 일자리국장은 “빨래방 서비스와 더불어 생필품 구매 대행과 우유 배달을 진행해 취약계층 어르신과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를 하나 더 만든 셈”이라며 “통합 생활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발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1월 16일 사회 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재택치료 원칙으로 전환되면서 재택치료자·자가격리자 증가에 따른 일선 방역 현장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업단의 주요 업무는 재택치료 키트, 자가격리 물품 점검·배달 및 지역사회 방역 등 지자체와 보건소가 수행하는 포괄적인 방역 현장 지원이다. 방역수칙과 개인정보보호 교육을 통해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고, 재택치료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예정이다. 주철 복지부 노인지원과 과장은 “재택치료 키트 배달 등 방역 현장 지원이 절실한 지금,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은 건강하고 경험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역량을 사회에 환원해 국민의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어르신과 함께 키워나가는 ‘시장형’
구로시니어클럽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장형 일자리 사업으로 주택가 한복판에 꽃송이버섯 재배 농장을 마련했다. 서울도시주택공사가 매입한 임대주택을 활용해 ‘시티팜’을 운영한다. 집 전체가 버섯 생육장이다.
여기서 자라는 꽃송이버섯은 암세포를 억제하는 베타글루칸 성분을 다량 함유해 항암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습도와 온도에 민감해 생장 요건이 맞지 않으면 금방 죽어버리는 탓에 키우는 과정이 꽤 까다롭다. 이곳에 근무하는 어르신들은 비치된 기계에 배양액을 채우고, 방 안에 고루 퍼지도록 버섯의 위치를 바꿔주는 등 생육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일을 한다. 다 자란 버섯을 수확하고 무게별로 포장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수익은 어르신들의 급여와 관리 유지비, 재료비 등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양임순 구로시니어클럽 관장은 “신생 사업이라 판로 확보를 위해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대형마트 등 직접 발로 뛰며 납품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꽃송이버섯은 원래 1kg당 1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고가지만,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 시중가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담아드림’ 역시 시장형 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 담아드림은 샐러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자재 마트에서 직접 장을 봐 신선한 재료로 매일 아침 샐러드를 만든다. 재료를 깨끗이 씻어 말리고, 껍질을 까거나 고기를 삶는 등 하나하나 어르신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포장과 배송도 다 이들의 몫이다. 샐러드 종류는 아보카도, 훈제오리, 닭가슴살, 새우, 게살, 버섯 등이 있다. 가격은 5000~6000원으로 시중의 다른 가게들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어르신들은 제작 및 포장팀과 배송팀으로 나뉘어 주 2~3회 근무한다.
현재 인근 관공서, 공공기관과 가산디지털단지를 판매 지역으로 정해두고 있다. 양 관장은 “시장형 일자리는 어르신들이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서 “앞으로도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현장 근무자들의 말말말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 유을자(65)
“원래 보험 설계사 일을 했어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본사에서 영업소를 축소하는 바람에 근무 지역이 멀어져 직장을 그만두게 됐죠. 구직 활동을 하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알게 돼 신청했고, 참여자로 선정됐을 땐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어요. 지금은 한 달에 총 12일, 하루 5시간을 일해요. 수거한 이불을 빨아서 생필품과 우유를 함께 배달하고, 도움이 필요한 집을 선정해 이불을 교체해요. 혼자 사는 어르신을 보면서 나중에 나도 더 나이 들었을 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 일 같지 않죠. 그래서 진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려고 노력해요. 몸은 바쁘지만 사회에 도움 되는 좋은 일이니,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담아드림 조규숙(68)
“일자리 모집 공고를 지역 소식지에서 발견했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자식들도 다 커서 집에 아무도 없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많으면 100인분가량의 샐러드를 만들 때도 있는데, 아침부터 재료를 손질하려면 전쟁터예요. 특히 훈제오리나 닭가슴살은 기름기를 일일이 다 빼고 알맞은 크기로 잘라야 해서 굉장히 손이 많이 가죠. 그래도 소스나 재료를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지 의논하면서 메뉴를 발전시키는 재미가 있어요. 출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같이 일하는 언니들과 중간중간 이야기도 하고, 바쁘게 움직이니 운동도 되는 것 같아요. 삶의 활력소를 찾은 셈이죠.”
시티팜 최수자(80)
“꽃송이버섯에 대해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효능을 알고 나니 좋은 농산물을 재배한다는 자부심이 생겼어요. 출근하면 버섯 보며 잘 잤냐고 말도 걸어보고, 비닐이 구겨져 있으면 일일이 손으로 펴주기도 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손주 보듯 사랑으로 돌보게 된달까요.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 보니 책임감을 갖고 어떤 요리에 넣어 먹으면 맛있을지 개발해보는 등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월급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한다거나 용돈을 줄 수 있어서 좋아요. 얼마 전에는 손주에게 시계를 선물로 사줬는데, 기뻐하는 아이를 보니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시티팜 송현순(65)
“집에 있으면 겉모습에 신경 쓰기보다 편하게만 있게 되는데, 여기 나오고부터는 얼굴에 화장품도 찍어 바르고, 눈썹도 그려보면서 관리를 하게 돼요. 아무래도 밖에서 사람들과 만난다고 생각하면 신경을 안 쓸 수 없더라고요. 불면증이 있었는데 열심히 활동하니 잠도 잘 오고, 좋은 배양액을 덩달아 맞아서 그런지 피부가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전체적으로 제 삶이 윤택해졌죠. 저도 얼마 전에 손주가 입학한다고 해서 책가방을 선물로 사줬어요.”
노년에 독립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20~30년 짊어졌던 책무, 스스로 옭아맨 관성, 혹은 삭막하고 답답한 도시 등 벗어나고자 하는 대상도 다양하다. ‘노년 독립자’들이 독립을 꿈꾸게 된 이유, 그 밖의 것들로부터 독립을 시도하게 된 계기와 이유를 들여다봤다.
노년과 독립, 두 단어의 조합이 낯설다면 MBN ‘나는 자연인이다’(이하 ‘자연인’) 프로그램을 떠올려보자. ‘야생 체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를 모토로 201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중장년층 시청자의 ‘최애’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2020년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순위에서 다큐멘터리로는 지상파와 비지상파 통틀어 최초로 1위에 오를 만큼 연령에 관계없이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노년 독립, 시초에 자연인이 있다
자연인들이 살던 세상을 떠나온 이유는 다양하다. ‘자연인’ 프로그램의 공동 MC인 윤택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인의 유형을 몸이 아파서, 사업에 실패하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배신당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자연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눴다.
사연은 제각기 다르지만 자연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일구며 살아간다. 친숙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삶의 이야기와 그들의 행복한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한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신동민 PD는 2019년 이달의 PD상 수상 소감으로 “시청자들의 로망을 간접적으로 실현해주는 부분이 있어 큰 호응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프로그램 방영이 햇수로 10년이 되어가면서 ‘자연인’ 프로그램을 보고 자연인이 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화면 속 자연인들이 선배로서 자연인 꿈나무들을 양성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710만 명에 육박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 상황. 다수의 중년이 은퇴 후 귀농·귀촌을 꿈꾸는 걸 고려한다면, 자연인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시니어 1인 가구 “간섭 싫어, 연락 안 해”
실제로 시니어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 통계청의 2021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고령자 1인 가구는 166만 가구로 전체 고령 가구의 35.1%에 달한다. 노인 세 명이 모이면 그중 한 명은 홀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명확하다.
책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에 시니어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실려 있다. 자녀와 살고 싶다고 대답한 노인 비율은 2008년 32.5%에서 2011년 27.6%, 2014년 19.1%, 2017년 15.2%, 2022년 12.8%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 역시 2017년 23.7%에서 2020년 20.1%로 내려앉았다. 흔히들 중장년층이 자녀와 함께 살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 시니어들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원한다. 혼자 살든 공동체를 이뤄 생활하든 젊은 세대를 포용하며 살든, 가족에게 간섭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노인 단독 가구로 사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62.0%가 ‘건강과 경제적 안정 등 자립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017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따로 사는 자녀들과의 연락 빈도는 줄어들었으나 친구나 이웃과의 연락 빈도가 더 높아지는 양상도 보였다. 노인들 삶의 모습이 자녀와 같이 살지도 않고 자주 연락하거나 왕래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결혼 대신 따로 또 함께
최후의 순간까지 도움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사는 것. 이 시대 중장년층의 바람을 실제로 실천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KBS1에서는 한 집에 살며 서로를 돌보고 생활하는 68세 노인 3명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결혼 유무부터 생활 방식이 전혀 다른 이들이 함께하는 공간의 이름은 ‘노루목 향기’다.
노루목 향기는 요양원, 복지시설이 아닌 마을형 노인 생활공동체를 꿈꾼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21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세상’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힌 사업 목표는 ‘노인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공 모델을 제시하는 것’. 심재식 노루목 향기 대표는 ‘2021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최종 선정 소감으로 “노인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노루목 향기의 노인 공동생활이 남긴 경험과 사례는 분명 사회적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후원, 기부, 투자 등을 목적으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인터넷으로 자금을 모으는 일)에서는 후원자들에게 무공해 국내산 행주, 스카프, 차받침, 농촌 민박 1박 등 다양한 후원 보상품을 제공했다.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고 노루목 향기를 응원하는 이들이 늘어 목표액보다 더 많은 후원금이 모였다. 이는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길어진 노년기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노년이 되기 전에 이미 결혼으로부터 독립하고 나선 이들도 있다.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이하 ‘비비’)의 조합원들이 그렇다. 올해로 20년 된 비비 역시 삶을 함께하는 비혼 여성 1인 가구 생활공동체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전주시 반영구 임대아파트에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이 2006년의 일이다.
이제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비혼 여성들만 20~30명 정도다. 같이 살지 않지만 회비를 내는 회원까지 합하면 비비는 50여 명으로 늘어난다. 이 중에서도 50세가 넘었거나 50세를 앞둔 창립 멤버들의 최근 관심사는 여성 노인 공동체 주택이다. 이들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비혼이라는 정체성보다 노인이라는 정체성이 우리의 삶을 가득 채울”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들은 노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살 수 있는 공동체 주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뉴 그라운드’, 프랑스 파리 ‘바바야가의 집’ 등 여성 노인들이 꾸린 사회적 주택을 방문해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독립이 항상 선택지로 남는 것은 아니다. 선택하고 싶지 않지만 떠밀리듯 독립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런 연고 없이 혼자 거주하는 독거노인, 혹은 실직자의 경우가 그렇다.
경기도 부천시 범안종합사회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는 권오예 어르신은 기초수급자다. 반찬을 제공해주는 복지관 직원들이 너무 바빠 보여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다. “받은 만큼의 백분의 일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복지관 팀장님한테 그랬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뭐든 도울 테니 봉사 좀 시켜달라고.”
원치 않는 독립, 그럼에도 일어서다
권 어르신은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못 이겨 집을 도망쳐 나왔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 지인과 함께 살았지만, 그 역시 2017년 세상을 떠난 후부터는 혼자 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안 가 복지관 담당자에게 봉사를 자청하며 나선 그는 그 뒤로 쉬지 않고 봉사에 임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배달 봉사를 하면서도 ‘식사 맛있게 하세요’ 한마디 겨우 건넬 뿐이지만, 더 좋지 못한 처지의 노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게 행복하기만 하다.
중장년 남성의 원치 않은 독립으로는 실직이 흔하다. 50대에 실직으로 원치 않은 독립을 하게 된 가장들은 특히나 ‘사추기’(思秋期)를 겪기 쉽다. 사추기란 50대 전후 중년들이 겪는 변화를 사춘기에 빗댄 표현이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중년들은 ‘나는 뭘 위해 살아왔나’ 하는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된다. 또 일자리를 잃으면서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경제적 위기, 사회적 지위의 박탈 등으로 은퇴남편증후군을 겪는 이들도 종종 있다.
책 ‘남자 독립 선언서’를 낸 이치원 씨 역시 50대 초반 실직 후 얼마간 혼란을 겪어야 했다. 교사, 광고회사, 제조회사, 금융회사 등 30년 동안 다양한 직업과 직장을 거쳤지만 50대 초반의 실직은 그간의 실직과 다른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규직으로의 재취업이 어렵고, 실직이 은퇴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고 치명적인 차이점이었다.
게다가 ‘실직 후 대처 매뉴얼’이 전혀 없었다. 사회는 사람 채용하는 데만 관심이 있고, 회사를 나가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실업수당은 어디서 신청하는지, 의료보험 지역가입자는 얼마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이다. 한참을 헤맨 끝에 의료보험 지역가입 신청을 끝낸 그는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실직은 인생이란 책에서 독립의 페이지로 넘길 수 있는 터닝 포인트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실직을 독립의 계기로 삼기 위해 일자리를 찾았다. 경제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새로운 직장을 갖는 게 중년 남성의 정체성을 찾는 데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후 자금이 충분한 사람에게도 일을 할 것을 권한다. 그 다음이 건강과 취미다. 원치 않은 독립, 실직 후 조언을 구하기 위해 그를 찾는 이에게 ‘평생 운동’과 ‘평생 취미’를 한 개씩은 구비해두라고 조언한다. 아무리 독립이 좋다고 해도 건강 없는 장수, 즐거움 없는 삶은 형벌이나 다름없기에.
5일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걱정되는데 말이다. 이에 아쉬운 대로 영상 통화를 통해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해보자.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과 전조 증상에 대해 짚어봤다.
고혈압, 국내 고혈압 인구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비록 생명의 위협은 없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전체 뇌혈관 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 역시 고혈압이 원인이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혈압은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겨울철에 더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도 기온이 1℃씩 떨어질 때마다 혈압이 0.2~0.3㎜Hg 올라간다. 노인이나 마른 체형에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노인 혈압 조절 목표는 수축기혈압 140~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를 추천한다.
이동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국내 고혈압 인구의 절반 이상을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할 정도로 노인 비중이 높다"면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의 경우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만큼 평상시 주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 65세 이상 인구서 환자비율 2배 높아져
고혈압만큼 고령자가 주의해야 할 질환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국내에서 6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다. 족부괴사,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등 당뇨 합병증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고, 또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들고 심지어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
당뇨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비만, 연령, 식생활, 운동부족, 호르몬 분비, 스트레스, 약물 복용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에서 당뇨병 환자 비율이 2배 정도 높아진다.
김은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리가 안경을 쓰는 것을 치료라고 말하지 않듯 당뇨병 역시 평생 관리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부모님의 체중이 갑자기 빠진다거나 갈증을 심하고 소변을 참지 못한다면 이미 어느 정도 당뇨병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져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도둑'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골절 등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는 한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척추 압박골절로 키가 줄어든다거나, 허리가 점점 휘고,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심할 경우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여성에서 더 빨리, 많이 나타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우유나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고 술, 담배는 멀리한다. 운동도 중요하다. 체중 부하가 실리는 운동과 관절에 과도한 무리가 가지 않는 걷기 운동이 좋다.
한제호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부모님들은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고 허리가 굽는 것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회복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관협착증, 하지 통증으로 보행 시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늘듯 척추와 추간판(디스크)도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된다. 척추나 그 주변의 인대가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면 척추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한다.
증상은 보행 시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아래 하지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일명 ‘꼬부랑 할머니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두용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는데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곧 치유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며 "부모님의 허리가 굽고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면 질환 초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무릎 통증․붓기 지속하면 퇴행성관절염 의심
무릎 관절은 평지를 걸을 때 체중의 3~4배, 내리막길에선 체중의 5~6배의 무게를 지탱한다. 노화는 무릎 관절 자체를 약하게 만든다. 무릎 관절을 지탱해 주는 근육과 인대의 탄력성이 줄어들고, 관절연골과 반월연골판의 충격 흡수 기능도 떨어진다. 또 관절액의 윤활 작용도 약화된다.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다리가 맞닿는 내측 무릎에 통증을 유발한다. 처음에는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양반다리 같은 자세에서 통증이 생기지만 병이 진행되면 자세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한다. 휴식이나 수면 시 통증이 심해지고, 아주 심할 경우 일상적인 보행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노동영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부모님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무릎 주위가 붓거나 아프다고 호소한다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살 부위 뻗치는 통증 1~2주 지속하면 고관절질환 의심
고관절(엉덩이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곳으로 척추와 더불어 체중을 지탱하는 몸의 기둥 역할을 한다. 항상 체중의 1.5~3배에 해당하는 강한 힘을 견뎌야 한다. 걷기만 해도 4배, 조깅은 5배, 계단 오르내리기는 8배의 하중이 가해진다.
고관절 질환은 반복적인 사용과 노화로 발생하는 일차성 고관절 골관절염이 대표적이다. 골관절염이 생기면 넓적다리뼈와 비구가 모두 망가지고,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진행을 막을 순 없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샅이 시큰거리고,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거동까지 불가능해진다.
전상현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샅(사타구니, 두 다리의 사이) 부위나 엉덩이, 허벅지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한다면 고관절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오전 9시와 오후 7시. 만화가의 안부 인사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봉선이’는 매일 다른 사진을 배경으로 아침저녁마다 인사를 건네온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150명에게 5년째 꾸준히 보냈다고 하니 내심 기대하는 마음마저 든다. 내일은 어떤 안부 인사를 받게 될까. 좋아하는 만화책 시리즈의 다음 편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팬의 마음이 바로 이런 걸까.
만화가의 상징인 빵모자와 검정색 긴 코트 차림. 만화박물관 로비에서 마주친 권영섭 한국원로만화가협회 회장은 ‘만화가 할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 자체였다. 호쾌하게 주먹 악수를 건넨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는 대신 만화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로 향했다.
기획전시 ‘만화, #시대를 담다’가 진행 중인 1층 전시관에는 시대의 얼굴로 자리 잡은 만화가들의 이름과 대표작이 짝 맞춰 걸려 있었다. 한국전쟁 후 삶의 애환이 담긴 캐릭터 봉선이가 붉은 섬에 갇히고, 이를 구하러 가는 방울이 아빠의 여정과 봉선이를 둘러싼 사건사고를 다룬 작품. 만나뵙기 전부터 받았던 안부 그림 속 봉선이가 전시 액자 속 흑백 만화에서도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캐릭터를 채색하는 스타일이나 말풍선 속 대사는 달라졌지만 1960년의 봉선이와 2021년의 봉선이, 둘의 그림체만큼은 한결같았다.
성실함을 타고난 그림 이야기꾼
60년이 훌쩍 넘는 꾸준함의 원천은 역시 만화에 대한 오랜 애정이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만화를 처음 접했다. 친구들이 만화책을 한두 권 들고 다니는 것을 눈여겨본 그는 집에 있는 감나무에서 감을 따다주고 친구들의 만화책을 빌려 읽었다. 감으로 빌린 만화책을 한 권 두 권 읽다 보니 그 만화책이 교회에서 빌려준 것임을 알았다. 이에 교회를 다니며 교회의 만화책을 모두 읽은 그는 만화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학생 권영섭은 만화의 근간인 이야기와 그림, 두 가지 모두 곧잘 했고 좋아했다. 신문 보기를 즐겼고 혼자 남아 그림을 연습했다. 수업을 마친 뒤 쉬는 시간마다 교실 칠판에 그림을 그리며 어렵잖게 이야기를 덧붙일 때면 친구들과 선생님께 ‘만화가 해보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는 그림을 계속 그렸고, 책과 신문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실력을 쌓아나갔다. 열아홉 살이 되던 해 지역신문 ‘대구매일’에서 주최한 만화 작품 공모전에 덜컥 입선하면서 만화가의 꿈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가 자란 영주 시골 동네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큰 신문사 만화 공모전에 당선돼 원고료를 탔다는 사실이 크나큰 자랑이었다고 한다.
꿈이 확고했던 그는 무작정 서울에 올라가 동아일보 편집국 문화부장을 만났다. 신문에 연재 만화를 그리게 해달라고 조르기 위함이었다. 원하던 대로 바로 만화를 그리지는 못했지만, 인쇄 조수로 일하면서 만난 김경언 만화가로부터 만화에 대해 배울 기회를 얻었다. 스승에게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1959년 연합일보 아동만화 공모전에 당선된 그는 과학만화 ‘우리들의 척척박사’로 연재를 시작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연재는 3년간 이어졌다.
“만화에 나온 그대로 시험이 출제돼 도움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내가 진짜 과학박사인 줄 알고 박사님, 박사님 하며 과학에 관해 묻는 편지도 받고요.”
아이들을 위하여
그를 당대 인기 만화가 반열에 올린 작품은 ‘오손이와 도손이’다. 고아로 자란 형제가 헤어졌다가 검사와 도둑이 되어 만나는 내용의 만화는 당시 아이들에게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1960년대 만화계 3대 출판사 중 하나였던 부엉이문고가 소년만화에 두각을 드러내는 그를 알아보고 새 작품을 의뢰해왔다.
생각해둔 작품은 있었지만 제목과 주인공 이름을 정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던 그는 교회에서 알게 된 김천애 전 숙명여대 음악대학장이 전국을 다니며 불렀던 가곡 ‘울 밑에 선 봉선화’를 듣고 마음을 정했다. 그렇게 당시 준비하던 작품의 제목은 ‘울 밑에 선 봉선이’, 주인공의 이름은 봉선화에서 본떠 봉선이가 됐다.
봉선이 만화의 이야기는 집안 형님을 보며 구상해냈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장교가 될 만큼 성공했지만 질 나쁜 친구들의 꾐에 넘어가 사업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불행해진다는 기구한 사연을 닮았다. “형에게 직접 충고하기가 어려워서 만화에 경고의 의미를 담았는데, 나중에 만화책을 받아본 형님이 자신에게서 착안된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에 불같이 화내시더군요.”
가족 내의 실랑이는 있었으나 만화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권영섭은 여세를 몰아 ‘봉선이 시리즈’를 이어서 발표했다. 시리즈 중에서 ‘울 밑에 선 봉선이’ 이후 발표한 ‘봉선이하고 바둑이’가 가장 인기가 좋았다. 1960년대 당시 남자아이들은 만화 ‘산호의 라이파이’, 여자아이들 사이에선 ‘봉선이하고 바둑이’ 만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수준이었다고 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신문 만화를 연재했는데, 봉선이 만화가 인기가 많으니 다음 이야기를 내달라고 독자들이 성화였어요. 출판사 사장이 한 달에 책 두 권을 그리면 집을 사주겠다고 부추겼지만 불가능했죠.”
당시 서울의 일반 가정집은 밤 12시면 전깃불이 나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촛불을 켜놓고 새벽 4시까지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 하루에 두 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작업을 했다. 모두가 잠들었어야 마땅한 새벽을 노려 침입하려던 도둑을 깜짝 놀라게 한 뒤 내쫓은 경험은 그에게 우스갯소리일 뿐이다.
게다가 최초의 순정만화라 당시 여성 독자들로부터 하루에 팬레터를 스무 통씩 받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그는 진지한 고민을 적어 보낸 편지에는 일일이 답장을 써주었다. 만화 작업에 편지 답장까지 쓰니 이틀에 한 번은 밤을 새워야만 했다. 바빠도 그만두지 못한 이유는 보람 때문이었다. 한 번은 안 좋은 선택을 하려던 독자가 봉선이 만화 시리즈를 읽고 위로를 받았으며 용기를 갖게 됐다는 편지를 받은 적도 있다. 소녀 시절 만화로 접한 봉선이 덕분에 용기를 얻고 새 삶을 살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하러 오는 이들이 아직도 종종 있단다.
먹고살 만큼은 돼야 하지 않겠나
1960년대 만화 대본소는 2만여 개가 넘었는데, 이곳에서 얻은 만화책은 한 번 읽고마는 것이 당연했다. 당시는 질이 좋지 않은 선화지를 사용해 출판 만화책 자체의 질도 떨어졌으며, 너나 할 것 없이 만화가를 하겠다고 몰려들어 만화의 수준에 악영향만 미쳤다.
만화책은 사회의 악으로 규정당해 질타를 받았다. 여성단체 등 여러 단체가 모여 어린이날만 되면 남산에서 만화책 태우기 운동을 할 정도로 평판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군부 정권은 만화자율심의위원회를 세우지 않으면 만화를 전부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해왔다. 하는 수 없이 만들어진 것이 1968년 창립한 한국아동만화가협회다.
그는 이때부터 부회장 세 번, 회장 세 번을 역임하며 협회라는 큰 단체를 운영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외에도 어린이전도협회 부회장을 지냈던 그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원로만화가협회를 만들고 12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원로만화가협회는 만 60세 이상 작품 경력이 20년 넘는 원로 만화가들로 이뤄진 비영리 법인이다. 경로사상과 이웃사랑, 국민화합과 상생을 위한 작품을 제작하거나 만화 자서전을 의뢰받아 제작하는 등 재능기부에 망설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원로만화가협회 일을 하는 데는 다른 목적이 하나 더 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데 특별한 뜻이 있는 건 아니에요. 적어도 손자들이나 그 자손들이 ‘할아버지 나 뭐 먹고 싶어요. 저 장난감 갖고 싶어요’ 할 때 당당히 사줄 수 있는, 그런 체면 유지하는 정도로만 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는 한국원로만화가협회를 이끌며 원로 만화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누구보다 힘쓰고 있다. 한국 만화 발전에 힘쓴 협회 회원들이 손주 앞에서 당당하길 바란다.
그래서 한국원로만화가협회의 신년 목표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 사업의 성공이다.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인 NFT는 블록체인 기술로 생성되어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하다. 그는 원로 만화가들의 그림과 기술을 NFT에 접목해 원로 만화가들에게 고정적인 수입처를 만들어주려 한다. 그는 NFT 관련 스타트업 직원들과 만나 계약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39년생 아니라 39세 현역 만화가
스스로 ‘39년생’이 아닌 39세라 말하고 다닌다. 그만큼 바쁘게 살고, 미래를 계획한다. 우선 100권짜리 성경만화 전집을 내는 것이 목표. 현재는 40권가량만 완성하고 출판사의 사정으로 더 이상 작업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어린이 성경 주석 전집 완성’이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그는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많으며 누구보다 어린이를 중시한다. 어른에게는 지금 현재의 가치뿐이지만 어린이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동 정서에 맞는 만화가 없어 순정만화를 그렸듯, 그는 3년 동안 수원시 어린이집을 돌며 유아를 대상으로 만화교실을 열었다. 자기 얼굴을 그리게 하고, 가족이나 사물을 그리게 하면서 창의력을 개발하는 30여 분의 수업에 집중한다. 다음에 또 와달라며 붙잡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고 한다.
“어린이는 박사가 될 수도 있고 과학자가 될 수도 있죠. 심지어 대통령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봉사는 언제든 기꺼이 하고 있습니다.”
그의 봉사는 어린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원로만화가협회는 그를 필두로 노인들을 위한 만화교실을 열기도 했다. 여러 경로당을 돌며 일주일에 세 번, 두 시간 수업 동안 과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표현하게 하고, 책자도 제작하게 도왔다. 그는 이외에도 교육부나 문화관광부 측 인사에게 제안해 여러 재능기부 만화교실을 열고자 계획하고 있다.
매일 밖에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고 실천해나가는 그는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지하철 타고 오가는 시간에는 휴대폰을 꺼내 아침저녁으로 보낼 안부 그림을 그린다. 이 역시 5년째 빼먹지 않고 해오는 일. 적지 않은 나이에 현역 만화가로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그의 원동력은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이었다.
5060세대에게 던지는 조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막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그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더라도 문제는 없다. 그가 운영하는 실버만화교실에서 솜씨 좋은 이들은 만화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꼭 만화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든지 자기 안에 숨겨진 장점이 있거든요. 그걸 죽이지 말고, 나를 보면서 희망을 갖고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건강만 하면 노인이라고 못 할 게 뭐 있겠어요?”
“오늘은 사람 없는 편이야. 하루에 800명 올 때도 있거든. 파주랑 천안에서도 이거 먹으러 오기도 하고 그래.”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 입장하려면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 이날 오후 한 시경에 방문한 한 어르신이 받은 대기표는 274번. 명동성당 내 옛 계성여고 운동장에 크게 설치된 천막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만 어림짐작으로 서른 명은 넘어보였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백신패스 제도가 시행되면서 저소득층 어르신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추위를 피하고 외로움을 달래던 복지시설이 휴관하거나 부대사업으로 진행하던 경로식당 운영 중단, 입장 인원에 제한을 두면서부터다. 이에 추운 날씨에도 오갈 데 없이 거리를 배회하거나,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명동밥집은 올해 1월부터 꾸준히 운영을 지속해오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음에도 운영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야외에서 무료배식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옛 계성여고 운동장 자리에서 방문하는 이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줬지만, 5월부터는 현장 배식으로 전환했다.
실제로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도시락보다 현장 배식을 선호했다. 올해 내내 명동밥집을 이용한 어르신은 “도시락은 가져가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배식 방식을 변경하자 초반에는 200명 안쪽이던 방문자 수가 이제는 700명을 웃돈다.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마다 운영되는 명동밥집의 주말인 일요일 방문자 수는 850여 명으로 가장 많다.
무료급식소 이용자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많아진다. 농촌 일용직으로 일하던 이들의 일거리가 끊기면서 하루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무료급식소를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는 탓이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기존에 운영되던 무료급식소와 복지관 경로식당도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일례로 관악노인종합복지관은 경로식당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현 상황으로는 무료급식소 이용을 희망하는 취약계층을 모두 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무료급식이 불안정하게 제공되다 보니 문제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맞고서 쉴 공간이 없기 때문에 아예 맞지 않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는 점 등 재난 상황이 노숙인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오는 사례들이 많다”며 “정책이나 제도들이 주거박탈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숙인들은 안전뿐 아니라 하루 한 끼 식사마저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노숙인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노숙인시설의 수면실 절반 이상(52.3%)이 독립적 공간 확보가 어려운 침상형으로 구성돼 있다. 수면실 내에서도 2m 이상 거리두기가 가능한 시설은 34.9%에 불과했고, 커튼이나 가림막 등을 확보한 시설은 20.8%에 그쳤다.
현재 실내에서 운영되는 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나 접종증명(백신패스)을 제출해야 입장 및 이용이 가능하다. 정보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어르신이나 노숙인의 실내 급식소 이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취약계층의 겨울철 따뜻한 밥 한 끼가 위협받고 있다.
광주 동구에 위치한 ‘충장로’는 옛 모습을 간직한 보기 드문 상권이다. 현대적으로 개발된 신도시가 각광받는 요즘, 충장로는 쇠퇴한 도심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광주 시내’ 하면 여전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충장로. 이곳에는 86년간 자리를 지킨 ‘광주극장’이 있다. 고화질 사진 대신 손그림 영화 포스터, 키오스크 대신 사람이 발권하는 매표소, 거대한 필름 영사기와 빨간색 벨벳 의자까지. 광주극장의 곳곳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이자 예술영화전용관인 이곳 광주극장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광주극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독점한 지역 문화계 상황에 맞서 조선인의 자본으로 설립, 운영된 호남 지역 최초의 극장이다. 광주극장이 개관한 1935년 10월 1일은 광주의 인구가 10만 명이 넘어 광주읍에서 광주시로 승격한 날이기도 하다.
광주의 빛과 그림자를 동행해온 단관극장
그만큼 많은 광주시민의 축하 속에서 개관했으며, 광주의 성장과 민족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25년째 광주극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형수 이사는 “1930년대를 생각해보면 1250명 수용 규모의 극장 건물을 조선인이 세웠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겠냐”라며 “당시 광주극장은 광주의 랜드마크였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인이 설립한 극장들은 일본 영화를 주로 상영하던 것에 반해, 광주극장은 조선인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당시 극장 외에 시민회관이나 공연장 등 문화를 향유할 공간이 없어 지역의 모든 문화행사는 광주극장에서 진행됐다. 영화는 물론이고 한국 고유의 창극, 국극 등의 공연을 비롯해 판소리, 연주회, 그리고 예술대학의 졸업발표회까지 이곳에서 열리며 광주 지역의 다채로운 문화공간으로 기능했다.
이외에도 일본인의 눈을 피해 조선인들끼리 응집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다양한 목적으로 집회의 장이 되기도 했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 메달을 따온 선수들의 환영회도 암암리에 진행됐고, 해방되던 해에는 해방 축하대공연도 광주극장에서 열렸다. 김 이사는 “광주극장의 역사를 들어보면 극장이란 공간이 참 다이내믹하다”라며 “한 편의 영화와 같이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극장이다”라고 설명했다.
1968년 1월 큰 화재로 건물 전체가 전소되면서 광주극장은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TV가 보급되던 1960년대 후반, 극장 산업이 크게 주춤했던 터라 극장을 접으라는 주위의 만류가 많았다. 하지만 당시 광주극장을 운영하던 설립자의 아들 최동복 씨는 아버지의 유지를 저버릴 수 없다며 극장을 개축해 같은 해 10월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외관은 달라졌지만 더 튼튼한 건물을 세울 수 있었고, 1935년에 새긴 석각은 다행히 화재를 면해 건물 상단에 다시 세웠다. 이 석각은 광주극장의 상징이 되었다.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1980년 5월엔 광주의 아픔도 함께했다. 광주시민들은 그들에게 가해진 무차별 폭격을 피해 광주극장으로 숨어들었다. 해방 이후 벌어진 잔인한 사태에 광주극장은 다시 한번 시민들을 보호했다.
독립예술영화로 관객과 호흡
광주와 오랜 역사를 공유하며 시민들의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해오던 광주극장은 2000년대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이했다. 기존의 단관극장과 달리 복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고, 첨단 시설로 영화 감상의 질을 제고하는 ‘멀티플렉스’의 등장은 영화 산업의 성장과 함께 자본에 의해 극장이 운영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단관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고, 잘 만든 한국 영화들이 극장에서 대우받지 못하고 상영 기간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내려가는 경우도 다수였다.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광주극장은 2000년부터 광주에서 개봉되지 않은 영화를 골라 심야에 상영하는 ‘레이트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등 뛰어난 작품성에도 주목받지 못한 영화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독립영화의 유통이 어려워진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는 2003년 ‘예술영화전용관’ 사업을 실시했고, 광주극장은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되어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극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여러 가지다. 김 이사는 “다채로운 영화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독립예술영화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것 전부 극장의 역할이다”라며 “광주극장은 대중성은 부족해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극장이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길이었다. 상업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예술영화전용관은 보조금 없이 입장 수익만으로는 극장 유지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광주극장은 관람료도 매우 싼 편이다. 주말이면 1만 원이 훌쩍 넘는 멀티플렉스의 관람료에 비해, 광주극장의 관람료는 주말, 평일, 시간대에 상관없이 8000원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5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물가가 크게 오른 최근 10년 동안 변동이 없는 가격이다. 관객이 많은 편도 아니다. 하루 관객이 몇 명 정도 되냐는 질문에 김 이사는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가 활개를 치는 코로나 시국에도 극장에 발걸음해주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라며 “독립예술영화를 통해 시민들의 취향과 생각을 공유하고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의 말처럼 광주극장은 이곳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애정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광주극장은 입장 수익과 예술진흥위원회 사업 보조금, 그리고 440여 명의 후원자가 매달 1만 원 이상씩 기부하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말이다.
상영할 영화가 마땅히 없었던 예술영화전용관 사업 초창기와는 달리, 지금은 관객들도 다양한 영화를 보고자 하는 니즈가 있어 독립예술영화를 수입하는 배급사, 만드는 제작사도 다양화됐다. 광주극장은 이왕이면 멀티플렉스에서 소외된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매년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예술성을 인정받는 영화들이 나오는데 그런 영화들조차 생각보다 접근성 좋게 볼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광주극장은 이렇게 작품성이 뛰어남에도, 대중성이 떨어지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한 영화들을 적극적으로 상영하고 있다.
광주극장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작년부터는 젊은 세대에게 광주극장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기념품을 제작·판매한다. 주로 광주극장에 애정을 가진 광주시민 작가들과 협업하여 광주극장의 역사를 아카이빙하고 옛 디자인을 활용해 스티커, 포스터, 에코백 등 기념품을 만들었다. 광주극장의 오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도 판매 중이다. 김 이사는 “극장의 미래를 위해서는 젊은 관객이 필요한데, 기념품은 이들에게 극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극장의 역사가 쌓이니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 정체성을 표출할 수 있어 좋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극장 옆 골목을 활용해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정체성도 확장했다. 흉흉했던 골목길에 광주의 극장들과 영화문화사를 볼 수 있는 ‘메모리 월’ 등을 설치해 문화와 역사가 있는 골목길로 탈바꿈하고, ‘영화가 흐르는 골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골목이 정비되니 인문학 서점, 독립기획자들의 갤러리도 생겨났다. 김 이사는 “젊은 기획자들이 들어옴으로써 앞으로 더 특색 있는 문화기획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이런 문화자원들이 몰려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충장로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는 곳, 광주극장
한때는 광주의 자랑스러운 랜드마크였던 광주극장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그저 낡은 건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누가 광주극장의 가치를 알아줄까’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한결같이 광주시민들의 곁을 지켜오고 있다. 그 세월이 긴 만큼 소년·소녀 시절부터 40~50년 동안 광주극장을 애용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단골손님들도 극장을 찾는다. 이들에게 광주극장은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이 충장로 5가를 지키는 반가운 공간이다.
김 이사 역시 광주극장을 사랑하는 시민 중 한 명이다. 그는 사원으로 입사해 이사직에 오르기까지 25년을 광주극장과 함께하고 있다. 그 25년에는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며 극장이 위기에 처한 순간부터 예술영화전용관으로서 정체성을 키워오기까지 광주극장의 역사와 그의 청춘이 함께 맞물려 있다. 김 이사는 “일을 하면서 힘들 때는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극장에서 상영되는 많은 영화를 보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내가 느낀 영화의 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라며 살짝 웃었다.
광주극장에 대해 알면 알수록 광주극장이라는 공간과 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들 간의 따뜻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의 끊임없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잔잔하게,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는 극장. 그리고 노후한 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변함없는 애정으로 극장을 찾는 지역시민들. 이들의 호흡이 광주극장에 쌓인 오랜 시간을 함께 지켜가고 있다. 올해 86주년을 맞은 광주극장에 90주년, 100주년이라는 새로운 역사가 기다리고 있다.
겨울은 노인에게 특히 취약한 계절이다. 추운 날씨는 몸과 마음을 위축시키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이 약해지고 기후 변동에 적응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대한 감수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이 계절에 따른 연령별·원인별 사망자 수 차이를 분석한 결과 고연령일수록 겨울에, 저연령일수록 여름에 사망 비중이 높았다. 70세 이상 고연령층의 사망자 수는 12월에 4605명으로 월평균 대비 13% 높았다.
심뇌혈관 관련 질환
노인들이 겨울철에 가장 조심해야 할 질환은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심뇌혈관질환이다. 뇌졸중이란 ‘뇌가 강한 일격을 맞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뇌에 있는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과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을 모두 포함한 것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뇌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뇌의 정상기능이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러한 뇌졸중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추운 날씨는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온 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지고 혈관이 약해진 노인들은 갑자기 차가운 날씨에 갑자기 노출될 경우 뇌내출혈을 일으키면서 돌연사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고연령층의 주된 사망 원인을 보면 1위인 암(26%)에 이어 심장질환(15.9%)과 뇌혈관질환(8.4%)이 뒤를 잇는다.
고혈압이 있는 시니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기온이 급격하게 낮아지면 누구나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올라가는데 고혈압 환자들에게 급작스러운 혈압 상승은 특히 치명적이다. 심장에 부담이 가면서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이나 작은 혈관이 터져 뇌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뇌출혈의 원인 75%는 고혈압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는 기본이고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다면 꾸준히 치료받고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넘어지며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
추운 날씨는 근육도 굳게 만든다. 상대적으로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노인은 빙판길에 넘어지기도 쉬울 뿐 아니라 넘어졌을 경우 뼈가 부러지는 중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특히 노화에 따라 골밀도가 저하된 노인들은 낙상으로 인한 충격을 이기지 못해 손목이나 엉덩이뼈 등에 골절과 치명상을 입기에도 쉽다. 특히 엉덩이뼈인 대퇴부에 골절을 입은 경우에는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겨울에 노인들은 낙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구성요소 중에서 연골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면서 생긴다. 주로 체중을 많이 받는 관절인 무릎과 엉덩이 관절 등에 심한 통증과 운동장애가 나타난다. 장기간 방치하면 관절의 변형까지 초래하는 흔하고 위험한 관절 질환이다. 이러한 퇴행성관절염은 낮은 기온과 관련이 높다.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 활동이 줄면서 근육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순환이 적어지는데, 이때 근육 자체의 신진대사도 줄면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겨울철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근력운동을 통해 충분한 근력과 균형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칼슘 섭취에 신경 쓰고, 실내에서 가벼운 스트레칭 등 운동으로 근육과 인대에 활력을 찾아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겨울에는 빙판길은 피하고, 주머니 속에 손을 넣지 말고 지팡이나 보조기구를 활용해 균형을 잡으며 이동하는 것이 좋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허진욱 교수는 “퇴행성관절염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체중관리와 규칙적인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통증이 계속되면 약물 및 주사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약물치료를 통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뿐 아니라 관절보호 및 통증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근이완제, 진통제 및 관절보호제 등을 적절히 함께 사용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겨울 폐렴 등 호흡기 질환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질환 역시 겨울철 노인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겨울엔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건조하고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바깥 공기와의 온도 차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노인들이 감기에 쉽게 걸리는 이유다. 노인은 감기에 걸리기에도 쉽지만 감기에 걸리면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악화될 우려도 크다. 겨울을 앞두고 정부가 고령자 대상으로 폐렴 예방 접종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젊은 환자들에 비해 노인성 호흡기 질환은 증상이 완만하게 오고 고열이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종종 악화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폐렴이나 만성폐쇄성질환으로 발전되기 쉬운 이유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과 영양가 있는 식단, 금연 금주 등 기본적인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낮 시간에 환기를 주기적으로 시켜주고 잠자는 방에는 가습기나 빨래를 널어 60~80%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식사와 식사 사이 공복시엔 1.5~2리터 정도의 충분한 물을 섭취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고령자들은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 독감‧폐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염병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2021 건강생활 통계정보에 따르면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등 주요 정신과 질환 진료를 받은 사람이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정신과 환자의 1인당 진료비도 늘었다. 이런 가운데 그저 공기 정화나 관상용으로 치부됐던 식물이 ‘반려’와 ‘치유’의 개념으로 확대되면서 원예치료가 코로나 블루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는 평화롭던 우리의 일상을 헤집었다.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쓰는 마스크는 얼굴의 반 이상을 가려 타인과의 기본적인 소통을 방해한다. 더불어 반강제적으로 늘어난 실내 활동, 막혀버린 여행길, 기약 없이 미뤄지는 모임에 답답함이 커진다.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기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쥐도 새도 모르게 우리를 덮칠 수 있다. 이를 막을 방법으로 최근 ‘원예치료’가 급부상하고 있다.
원예치료는 전문 치료 원예사가 식물을 이용해 경증 치매를 앓는 노인, 우울증 환자와 같은 이들의 정신적·신체적 향상을 돕는 활동이다. 특히 근력과 시력 저하로 미세 운동 기능이 약화되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노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물 이름을 익히는 과정은 인지기능을 자극하고 가위 사용하기, 리본 매듭 묶기, 수저로 모래 담기 등은 오감을 깨운다.
식물을 만지고 가꾸는 과정은 경증 치매 노인의 소근육을 강화하고 감각 둔화를 늦춘다. 즉 원예치료는 손상된 인지기능 회복과 더불어 후각, 시각, 촉각을 아우르며 동시에 여러 감각을 자극해 뇌의 가소성(뇌세포의 일부분이 죽더라도 재활치료를 통해 그 기능을 다른 뇌신경망이 일부 대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증가시킨다.
원예치료는 코로나19로 인해 겪는 고립감과 우울, 소통 단절로 인한 불안 증세를 잠재우기도 한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주 1회 27시간씩 27주간 텃밭 가꾸기, 공동체 밥상 차리기 등을 진행한 결과 노인들의 우울감은 60% 감소하고, 콜레스테롤 5%, 체지방률이 2% 감소했다.
현재 복지관, 병원, 요양원 등 여러 기관에서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화유플라워앤원예치료센터는 50세 이상 경력 단절 여성,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서 안정을 위한 원예 수업을 진행한다. 또 원예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해 경력 단절로 고립감을 느끼는 여성을 돕는다. 참여자들은 다육 미니정원, 플라워박스·케이크, 압화 액자 등을 제작하며 지적·사회적·정서적 효과를 얻는다.
이현주 화유플라워앤원예치료센터 대표는 “원예치료는 노인들의 무료한 여가를 다채롭게 바꿔줄 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불안감, 스트레스를 완화한다”고 전했다. 이어 “치매 예방 및 재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식물을 직접 키우고 관리하면서 성취감을 심어준다”고 덧붙였다.
백세시대를 맞아 인생 후반기를 ‘제3의 인생’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은퇴 후에도 새 일거리를 찾아 인턴으로 취직하고,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건강한 취미와 새로운 친구를 한꺼번에 사귄다. 노년기를 적극적으로 맞이하고 가족, 회사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펼치는 시간으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상당수의 중년이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생활비 마련이 가장 큰 이유이나 단순히 돈만을 바라고 재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건 아니다. 서울대학교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에서 5060세대에게 새로운 직업 활동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물었다. 50대 56.8%, 60대 74.5%가 “유연성, 성취감, 재미 등 자아실현 부분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자아실현 수단으로 만화를 선택한 시니어들을 위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는 2019년부터 ‘웹툰 시니어멘토링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활동 중인 웹툰 작가가 45세 이상 시니어 작가, 출판 만화를 그렸던 경력단절 작가가 웹툰 작가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방식 외에 화상 미팅, 메일로 작화 파일을 주고받는 온라인 멘토링도 이뤄졌다.
사업에 참여한 시니어들의 만족도도 높고,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는 추세다. 지원 사업에 참여한 작품으로 ‘카카오웹툰리그’, ‘네이버 나도만화가’ 등의 플랫폼에서 웹툰을 연재하거나 캐릭터를 활용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멘토링을 받은 손진효(55) 작가의 경우 웹툰 공모전에 당선돼 연재를 준비하고 있다.
손 작가는 “단순히 학원 강의를 들으며 배우는 것이 아니고 멘토와 대면하여 멘토링을 받으니 디지털작업, 웹툰 연출력, 웹툰PD 크리틱 등에 대한 궁금증을 바로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라며 “멘토링 사업 덕분에 직접 그린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90%까지 높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70~80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카툰캠퍼스가 여러 노인 기관들과 협력해 진행하는 ‘시니어 만화창작학교’다. 시니어 만화창작학교에서는 2014년부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만화 자서전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사물이나 인물 그리는 법, 소묘 등 그림 그리기 기술 수업 외에도 스토리 전개 수업이 포함된다. 상대적으로 만화에 익숙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업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아서다.
전체 과정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작업을 위해 그림 그리기 수업에서 어르신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소재를 많이 활용한다. 만화 자서전 프로그램의 강사 현상규 작가는 “어릴 적 사용했던 소품 그리기, 운동회 장면 그리기 등의 주제를 던지고 그림 그리는 걸 도와드리면서 왜 이 소품을 선택했느냐고 물어보는 식으로 이야기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적게는 두세 달, 길게는 여섯 달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세상에서 하나 뿐인 만화 자서전이 탄생한다. 5쪽 분량의 동화책에 가까운 자서전에서 10쪽 가량의 만화 자서전까지 가지각색이다.
참여한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높다. 현 작가는 “자서전 작성을 위해 본인도 잊고 있었던 과거의 자랑스러운 일들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된 어르신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수업 외적으로도 그림 그리기에 집중해 손녀에게 줄 동화책을 완성시킨 어르신도 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끼리 공감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자신의 삶이 담긴 자서전 줄거리를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했다. 카툰캠퍼스 측은 “내년에는 방역 지침과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 진행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