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환자의 낙상사고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가 ‘보건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노인 낙상'에 대해 환자안전 주의경보를 발령했다. 이번 주의경보는 낙상사고로 위해가 발생한 고령 환자 보고현황과 낙상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한 권고사항 및 관련 예방 활동 사례가 포함됐다.
2016년 7월부터 최근 5월까지 낙상 관련 환자 안전사고는 총 1만4238건으로, 이 가운데 77.6%(1만1048건)가 고령 환자에서 발생된 것으로 보고된다.
고령 환자는 특징적인 질병유형과 노화과정에 따른 생리적 변화 등으로 다른 연령층의 입원 환자보다 낙상 위험이 높다. 이로 인해 뇌출혈, 골절 등의 손상이 발생하거나 낙상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등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에 환자안전 주의경보는 낙상 고위험군 환자를 선별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낙상 위험 초기 평가’를 시행하고 주기적으로 재평가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낙상 예방을 위해서는 △병원 경영진 주도의 환자안전문화 향상 활동 △다학제 낙상 관리팀 구성 △직원 교육 △환자 및 보호자 교육 △환경 관리 △의학적 중재 △낙상 지표 관리 활동 등이 권고된다.
인증원 한원곤 원장은 “고령 환자의 낙상은 다약제 복용(polypharmacy)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의료진은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모든 의약품을 확인하며 이뇨제, 항우울제 등 낙상 고위험 의약품의 사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노인병학회는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AGMR'(Annals of Geriatric Medicine and Research)이 미국 PMC(PubMed Central)에 등재됐다고 5일 밝혔다.
PMC는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의학도서관 생명기술정보센터에서 운영하는 의생명과학 학술데이터베이스로 국제적인 활용도가 높다.
원장원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그동안 노인의학 연구 자료는 주로 미국, 유럽에 집중돼 아시아권 국가의 의료 환경과 문화, 제도 등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노인의학 학술지가 국제적인 학술지로 인정받아 국내 노인의학 연구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노년층의 건강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상대적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근감소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고령자 5명 가운데 1명은 근감소증 수준을 겪고 있다. 또한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 연구팀은 한국노인노쇠코호트(KFACS)에 참여한 국내 70~84세 고령자 2123명(남성 1070명·여성 1053명)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원장원 교수는 “근육량이 줄면 낙상과 골절 위험은 물론 면역력이 약해지고 신체기능 저하에 따른 사회적 장애, 당뇨병, 실혈관질환 등의 발생 위험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며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려면 근육량·근력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근육량과 근력을 키우려면 단백질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어르신들은 실내에서 의자 등을 활용해 다리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을 소개했다.
이 운동은 의자 뒤를 잡고 서서 다리를 천천히 옆으로 올리거나 발뒤꿈치를 들고 발끝으로 서서 1초간 유지하는 동작 등을 10~154회 반복하는 식이다.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스쾃을 하거나, 의자에 앉은 채 한쪽 다리를 앞으로 올려 발끝을 천창으로 향하게 하는 동작도 도움이 된다.
남편이 노쇠하면 배우자의 노쇠 가능성이 4.6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성보다는 여성이 노쇠에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팀은 70~84세 노년부부 315쌍(63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노쇠 동반 발생 연구결과를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저널(IJERPH) 6월호에 게재했다고 10일 밝혔다.
노쇠의 판단 기준은 총 5가지 항목(보행속도 저하, 악력 저하, 극도의 피로감, 체중 감소, 신체활동량 감소) 중 3가지 이상 해당될 경우로 남편이 노쇠한 경우 부인은 4.62배, 부인이 노쇠한 경우 남편이 노쇠할 가능성은 3.3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쇠의 위험요인 중 부부 간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요인은 의도치 않는 체중감소였다. 남편이 체중감소 시 부인은 8.34배, 반대로 부인이 체중감소 시 남편이 체중감소가 있을 확률은 4.91배였다.
원장원 교수는 “부부가 처한 공통적인 환경과 질병, 정서교류 등이 배우자 간 노쇠 동반 발생을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연구 결과만을 고려해보면 남성보다 여성 고령층이 노쇠에 더욱 취약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장원 교수팀은 5년째 전국 10개 센터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 주관 노인노쇠코호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3014명의 대상자 추적관찰을 토대로 다양한 임상연구를 시행 중이다.
노년층에게 흔히 나타나는 4가지 정신건강질환을 약 10분 만에 선별할 수 있는 ‘초간단 선별척도’가 개발돼 눈길을 끈다.
최근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손상준 교수, 노현웅 임상강사 연구팀은 노년층에서 흔한 치매, 우울증, 불면증, 화병 총 4개 질환을 한 번에 선별할 수 있는 ‘초간단 선별척도’(BS4MI-Elderly)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초간단 선별척도는 치매, 우울증, 불면증, 화병 증상에 대해 각 3문항씩, 그리고 질환의 경과와 기간에 대한 질문 2개를 추가해 총 14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검사시간은 기존 검사들에 비해 약 4분의 1로 줄었지만, 선별 정확도는 우수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노년층 정신건강질환의 특징 중 하나는 치매와 우울증, 화병과 불면증 등 2개 이상의 정신건강질환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검사 시 어떤 척도가 가장 적절한지 선택이 어려웠다. 또 2개 이상 질환이 의심돼 여러 척도를 시행할 경우 고령 환자들이 긴 검사시간을 힘들어하고, 집중도도 떨어져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팀은 오랜 기간 고령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척도의 필요성을 느꼈으며, 지난 12년 동안 수원시 지역사회에서 노인정신건강센터를 운영하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검사법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단순히 검사 시행에 그치지 않고, 검사 결과에 따라 △정상군(그린 라이트) △고위험군(옐로 라이트) △질환군(레드 라이트) 총 3개 군으로 분류해 실제 지역사회 노인정신건강사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가운데 증상이 가장 심한 ‘질환군’에 속하는 어르신은 추가 면담을 실시해 보다 정확하게 상태를 확인 후 필요한 경우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정신건강질환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노현웅 임상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초간단 선별척도는 ‘건망증으로 냄비를 10회 이상 태우거나, 비밀번호를 10회 이상 잊어버림’처럼 쉽게 답할 수 있는 내용과 최소한의 문항수로 구성해 어르신들이 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다. 요즘 시니어들은 몸이 아프거나 관리를 할 때, 스마트폰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찾는 편이다. 손쉽고 빠르게 필요한 답을 얻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오히려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건강을 잃거나 부작용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스마트폰으로 해답을 찾는 이가 많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인의료센터장 김광일(金光一 ·50) 교수는 ‘늙어도 늙지 않는 법’을 통해 이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다.
모순된 문장처럼 보이는 제목이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김광일 교수는 과거 한 칼럼을 통해 ‘노화’는 못 피해도 ‘노쇠’는 피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노화를 겪겠지만, 신체적·정신적으로 허약해지는 노쇠는 예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책 제목 역시 그 맥락과 같다.
“노화는 개인차가 있어 똑같은 연령이더라도 노화 정도나 노화로 인한 신체기능, 인지기능 변화는 너무나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성장 및 발달 과정이 대부분 개체에서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숫자로 표현되는 나이는 많아도 기능적인 나이, 즉 생체 연령은 늙지 않도록 잘 관리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목을 정했습니다.”
누구나 노쇠한 노인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나름대로 건강을 유지하려 이런저런 정보를 찾고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저염식이 좋다’든가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는 등 권장할 만한 방법도 있지만, 막상 꾸준히 실천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건강기능식품’을 선호하는 이유다. 마치 이것만 먹으면 건강해지고 질병이 나을 거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김 교수는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조언하면서, 영양 섭취에 문제가 없다면 건강기능식품을 굳이 따로 챙겨먹을 필요도 없고, 현재 의존하는 제품들을 끊어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환자들이 ‘유행하는 건강기능식품을 먹어도 되느냐’라고 많이 묻습니다. 실제로 그런 식품들이 그렇게 효과가 좋다면, 외국의 큰 제약회사들이 벌써 제품으로 만들어 큰돈을 벌지 않았을까요? 아직 그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걸 보니 효과가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효과들이 과장된 채 떠도는 경우가 많아요. 차라리 짠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습관 등을 고쳐나가는 게 더 낫죠. 그렇게 생활 속 실천 방법들과 더불어 환자나 가족이 자주 궁금해하는 내용 위주로 책을 엮었습니다.”
노인 의학을 위해 걸어온 길
2003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개원하며 노인의료센터가 설립되자, 김 교수는 과감히 ‘노인병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당시엔 개척 단계나 다름없던 분야였다. 쉽지 않은 길이었음에도 꾸준히 노력하며 수많은 공적을 쌓은 그이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서 노인의학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연구하던 분이 거의 없었어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공부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여겨 시작하게 됐죠. 하지만 어떤 질병을 진료하는 과인지, 어떤 환자가 노인의료센터를 방문해야 하는지 등을 이해시키기 어려웠고, 현재도 쉽지는 않습니다. 아마 자리를 잡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해요.”
‘노인병학’으로 전공을 바꾼 지 어언 16년이 흘러, 김 교수도 지천명의 나이가 됐다. 점점 자신이 마주하는 환자들의 나이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몇 해 전에는 노안으로 인해 해외 학회 발표장에서 준비한 원고가 잘 보이지 않아 무척 당황했던 경험도 있단다. “제자들이 작성한 논문의 사소한 실수보다는 큰 방향을 일러주라고 노안이 찾아온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노화를 받아들이는 그다. 노화는 그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다줬다.
“나이가 들며 앓는 질병으로 인해 종종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전에는 환자에게 의사로서 전문적인 의견을 ‘강요’하는 일이 많았죠. 최근에는 환자가 결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다 제공하고,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상담을 합니다. 당사자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 거지요.”
특히 고령의 암 환자들은 “수술을 해도 괜찮을까?”라는 염려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러한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김 교수는 수술 후 예후를 예측하는 ‘노인포괄평가’를 국내 최초로 개발, 그 효과를 입증해 의료 현장에 도입했다.
“질병이나 증상 위주의 진단법이 아닌, 노인에게 흔히 문제 되는 여러 항목을 평가해 환자 상태를 보다 명확하게 알아보는 방법입니다. 일상 수행 능력을 비롯해 치매, 우울증 등 정신 건강과 영양 상태를 모두 평가하죠. 고령자들은 증상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포괄적 평가가 수술 예후를 보다 잘 예측할 수 있습니다. 수술을 고민하는 분들이 걱정을 덜고 좀 더 수월하게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죠.”
환자를 통해 배운 노년의 가르침
병에 걸렸을 경우를 상상할 때는 담담해도 막상 현실로 닥치면 낙담할 수밖에 없다. 이성적인 판단이나 결정이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누구든 질병이나 삶의 마무리에 대해 미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질병에 걸렸을 때의 치료 범위를 미리 결정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심사숙고한 뒤 자신의 뜻을 밝혀둔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가족들이 우왕좌왕하거나 불필요한 치료를 하는 일이 줄어들겠죠. 이는 현장 의료진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건강할 때 미리 이러한 고민을 해보고 자기만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세워두는 게 좋습니다.”
환자들을 위해 아낌없이 조언하는 김 교수이지만, 그도 때로는 환자를 통해 배우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찾는 수많은 노인이 결국 인생 선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늘 환자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노년기에도 화목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부부나 가족들을 보면 ‘젊었을 때 어떻게 사셨기에 주변 사람들이 저리도 행복하게 잘 살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죠. 반면 환자에게 무관심하거나 불화와 이견이 많은 가족을 보면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모두 인생을 잘 산 것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점을 깨닫기도 하고요.”
그러한 인생 선배들을 바라보며 김 교수는 자신의 노후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궁금했다.
“지금보다는 좀 더 여유를 갖고 일할 수 있는 노후가 되길 바랍니다. 또 나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 그리고 받은 것들을 나눌 수 있는 노년을 살고 싶네요.”
국내 노년층 5명 가운데 1명은 근감소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팀은 국내 70~84세 노년층 2123명(남성 1070명, 여성 1053명)을 대상으로 근감소증 발생빈도를 분석해 얻은 이 결과를 의학 국제학술지 JAMD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6월호에 게재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9년 아시아 근감소증 지침을 기반으로 악력과 보행속도, 사지근육량(이중에너지 X선흡수법)을 적용했다. 분석 결과 남성은 약 228명(21.3%), 여성은 약 145명(13.8%)이 근감소증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보건복지부 주관 한국노인노쇠코호트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 노년층 건강의 현주소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수치”라고 말했다.
또 원 교수는 “5년째 진행 중인 이 사업은 노쇠, 근감소증의 진단·원인·결과 등을 다각도로 연구하며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의 고령자 보건정책 수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표된 논문 제목은 ‘한국 지역사회거주 노인의 근감소증 : 2019년 아시안 근감소증 지침 개정판 적용’(Sarcopenia in Korean Community-Dwelling Adults Aged 70 Years and Older: Application of Screening and Diagnostic Tools From the Asian Working Group for Sarcopenia 2019 Update)이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잘 사는 법’, ‘잘 늙는 법’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신체건강과 직결되면서 ‘잘 먹는 법’, ‘즐겁게 먹는 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기업과 학계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연구 논문 한 편이 발표됐다. 바로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박종훈 교수와 고령식 개발 업체인 ‘(주)사랑과선행’이 6개월간 함께 진행한 ‘건강도시락-고령층 노화의 상관관계 연구’다.
좋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영양 밸런스가 잡힌 건강도시락 섭취가 고령자의 근감소 및 심혈관 질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8주간 연구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연구의 축이 되어준 ‘(주)사랑과선행’의 건강도시락은 고령인구 표준식단을 토대로 노인들의 식습관과 영양상태, 표준칼로리, 영양소 등을 세심하게 연구해 개발한 고령층 친화식이다. 한국에서 운영 중인 500여 개 요양원이 고객이다. 최근에는 개인이 신청하면 집으로 배달을 해주는 B2C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고령층이 잘 소화하면서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흡수할 수 있는 시금치나물, 멸치볶음, 가자미구이 등의 제조 방법 특허도 냈다.
‘건강도시락’ 통한 고령층의 영양 섭취와 노화의 상관관계 연구
1 건강도시락을 통해 고령층의 건강과 노화 요인을 측정한 연구로는 국내외 최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건강도시락을 통한 영양 섭취를 통해 고령층의 심혈관 질환과 근감소 요인을 측정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처음입니다. 그동안 고령자에게 간단한 보충제를 섭취하게 하거나, 운동을 접목해 노화에 관해 연구한 경우는 많았는데요. 영양 조사를 통해 고령자의 일반 식사에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부족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줄 수 있는 건강도시락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2 건강도시락 섭취만으로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나요?
균형 잡힌 식사만으로도 건강의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현대인의 식사는 너무 불완전하고 불균형합니다. 밀가루와 흰쌀밥, 지방과 단백질은 과다하게 먹지만 채소와 과일 섭취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지요. 인체에 정말 중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영양소들이 충족되면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아지고 당뇨에서 심혈관 기능까지 눈에 띄게 개선됩니다. 여기에 운동까지 접목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되고요.
3 ‘건강도시락’에 대해 간단히 소개 좀 해주세요.
이름 그대로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양만점 도시락입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본격적으로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는데요. 이번 연구의 중요한 매개가 되어준 ‘건강도시락’은, 영양 밸런스에 가성비까지 갖춘 고령식으로 ‘(주)사랑과선행’에서 개발했습니다. 현재 전국 요양원과 B2C 형태로 소비자들에게도 배달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운동영양학자로서 이 도시락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다양한 영양소에 주목했습니다. ‘과연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도시락을 제공받아 6개월간 건강도시락과 노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했습니다.
4 연구 과정이 궁금합니다.
연구 과제명은 ‘노쇠전단계(pre-frail)자에 대한 운동과 영양 처치가 근감소증 및 심혈관 위험인자에 미치는 영향’ 입니다.
먼저 좋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도시락을 준비했고요. 65세 이상의 노쇠 전 단계 대상자를 무작위로 구성해 네 부류의 비교 집단을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건강도시락도 운동도 적용하지 않은 통제 집단, 두 번째는 건강도시락만 적용한 영양 집단, 세 번째는 건강도시락과 유산소 운동을 적용한 집단, 네 번째는 건강도시락과 EMS 운동(스테핑 유산소 운동과 전기자극 근력 복합운동)을 적용한 집단입니다. 이들 집단을 8주간 측정한 결과 나타난 가장 놀라운 일이 뭐였을까요? 바로 두 번째 집단에서 일어났는데요. 건강도시락만 드신 그룹의 하체기능이 놀랍게 향상됐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체기능은 노화 연구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 노쇠에는 먼저 신체적 노쇠가 있다. 신체활동이 떨어지면서 대사능력이 감소되고 그만큼 음식도 못 먹게 되고 그러다 점점 눕게 되는 상황을 신체적 노쇠라고 한다. 노쇠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 몸을 점점 더 안 움직이게 돼서 힘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노쇠는 신체 에너지 소비량과 근력 감소, 이 두 가지가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는 과정이다. 노쇠의 판단 기준은 체중 감소, 피로감, 근육 허약, 보행 속도 감소, 신체활동 감소 등 5가지다. 이 중 3개 항목에 해당하면 노쇠(frail), 2개 항목이면 노쇠전단계(pre-frail)로 판단한다.
5 운동도 하지 않는데 건강도시락 섭취만으로 신체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건가요?
종합체력지표인 SPPB(Short Physical Performance Batter), 즉 평형감각, 5초간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서기, 4m 보행 속도를 테스트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고령자는 단백질을 먹는 것만으로는 근감소가 개선되지 않습니다. 단백질이 근육에 쓰이려면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도와줘야 하고 이러한 영양소가 음식을 통해 잘 보충됐을 때 신체기능, 즉 하체기능이 좋아지거든요. 건강도시락 섭취를 통해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이 보충되면서 고령층의 하체기능도 향상되었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의 포인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6 건강도시락 섭취를 통한 하체기능 향상 외에 또 다른 성과도 있나요?
혈관을 청소해주고 동맥경화를 방지해주는 좋은 콜레스테롤, 즉 HDL-콜레스테롤 또한 8주간의 도시락 섭취에 의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건강도시락에 들어 있는 영양소가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데 작용한 것이지요. 우리나라 노인들이 평소 워낙 흰쌀밥과 김치만 드시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드셔서는 좋은 콜레스테롤이 증가할 수 없지요. 또한 8주간의 도시락 섭취를 통해 체내 혈당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횟수가 다른 통제 집단에 비해 감소하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고 도시락 섭취만으로 혈당조절장애가 개선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7 운동 병행이 노화 예방에 더 효과적인 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식사를 통해 영양을 제대로 보충해주고, 거기에 운동을 병행하면 심혈관 기능이 월등히 좋아집니다. 좋은 영양소를 보충하니 몸이 좋아지고, 몸이 좋아지니 움직일 힘이 생기고, 그로 인해 신체활동을 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거지요.
이러한 구조는 굉장히 기본적이고 상식인 듯해도 실생활에서 지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령층에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8 건강도시락을 섭취하고 운동까지 병행했을 때 나타난 효과도 알고 싶어요.
앞서 언급한 종합체력지표 SPPB가 눈에 띄게 좋아진 건 물론이고요. EMS 운동까지 병행했을 경우 허리둘레가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동맥경직도도 건강도시락 섭취에 의해 낮아졌고요. 하지만 잘 먹지 못할 경우 신체활동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대사 능력이 떨어지고, 그만큼 음식도 소화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신체활동을 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결국 잘 먹는 것이 건강의 제1원칙입니다. 먹는 것이 부실하면 결국 몸에 병이 오게 됩니다. 식생활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노인 건강 문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9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요?
가장 유의미한 결과는 도시락만 섭취한 그룹의 하지(하체)기능 향상입니다. 하지기능 측정은 단지 근력만 하는 게 아니라 순발력, 보행 능력 등 다각도로 검사합니다. 하지기능은 노쇠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팩터(요소)입니다. 이 부분이 8주간의 도시락 섭취만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된 걸 확인했습니다. 운동영양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는 무척 놀라운 결과였는데요.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많이 보충되면서 하지기능이 좋아진 것이라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10 끝으로, 당부사항이 있다면요?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본격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가 고령인구에 따른 사회적 비용 경감 효과, 고령자에 대한 복지개발 및 서비스 개선에 시사한 바가 있다고 판단하고요. 연구 결과가 세간에 많이 알려져 식습관을 통한 고령층 건강 및 영양 문제가 조속히 좋은 쪽으로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고령자에 대한 다양한 맞춤형 식단 및 운동 프로그램이 성공적 노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후속 연구도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많이 알려져 국가에서도 고령층 영양 문제 해결에 힘쓰고 고령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정책들도 빨리 나와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근감소증과 복부비만을 모두 가진 고령자들은 일반 노년층보다 운동기능 저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 여성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아산병원 김원(재활의학과)·충북대병원 공현호(재활의학과)·경희대병원 원장원(가정의학과) 교수팀은 70세 이상 노인 2300여 명의 건강상태를 분석한 결과, 근감소증과 복부비만을 모두 가진 고령 여성과 남성은 운동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일반 노년층보다 각각 약 4배, 약 2배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신체활동이 줄어들다 보니 배가 나오고 근육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체 불균형, 느린 보행 속도 등은 건강 악화나 낙상·골절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기본적인 운동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연구팀은 여성의 운동기능 하락 폭이 남성보다 큰 이유는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지방 조직 분포의 변화 등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한국노인노쇠코호트연구(KFACS)에 참여한 70~84세 노년층 2303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팔과 다리에 분포된 근육량을 나타내는 사지골격근량지수(ASMI)가 하위 20%에 해당되면 근감소증, 허리둘레가 남자는 90㎝, 여자는 85㎝ 이상이면 비만으로 진단했다.
두 가지 질환 여부를 기준으로 근감소증이면서 비만인 ‘근감소성 비만 집단’, 근감소증은 아니지만 비만인 ‘비만 집단’, 근감소증이지만 비만은 아닌 ‘근감소증 집단’, 두 질환 모두 해당되지 않는 ‘일반 집단’으로 분류했다. 네 집단의 운동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보행 속도,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균형검사 등 세 가지 항목을 점수화한 신체기능점수(SPPB)를 측정했다.
운동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이, 흡연·음주력 등을 보정해 통계적으로 신체기능점수를 분석한 결과, 고령 여성의 경우 일반 집단보다 운동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비만 집단에서 1.89배, 근감소증 집단은 1.74배, 근감소성 비만 집단은 무려 3.75배 더 높아졌다. 이에 반해 남성의 경우 비만 집단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운동기능이 약화될 위험이 근감소증 집단은 1.62배, 근감소성 비만 집단에서 2.12배 증가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원 교수는 “노년층의 운동기능이 저하되면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져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운동기능을 떨어뜨리는 근감소성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하루 30분씩 주 5일 이상의 유산소 운동과 주 3회 이상의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과 뼈 손실을 막고 면역력 유지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령층의 단백질 섭취는 하루 권장량에 한참 못 미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노년층일수록 단백질 섭취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 섭취에 있어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확인된 것이다.
최근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팀은 2013~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0세 이상 3512명(남 1484명, 여 202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Nutrients) 최신호에 발표했다.
대한노인학회 기준을 적용하면 남성의 28.7%, 여성의 20.1%가 단백질 섭취 권장량을 충족했다. 대한영양학회 기준으로 보면 이 비율은 올라가 약 절반 정도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박 교수는 “고령자들은 혼자 혹은 부부끼리 살다 보니 반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단백질이 많이 든 고기나 생선, 우유 등 영양소 섭취에 일일이 신경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를 가구 월 소득 사분위 수(70만 원 이하, 71만~170만 원, 170만~280만 원, 280만 원 이상)로 나눠 단백질 섭취량을 분석했다. 섭취 권고량은 영양학회 기준(하루 0.91g 이상)으로 했다.
그 결과 남성의 경우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하루 0.95g)보다 가장 높은 그룹(1.14g)이 20% 가량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했다. 여성도 가장 낮은 그룹(0.83g) 대비 가장 높은 그룹(1.09g)이 약 31%를 더 많이 섭취했다.
단백질은 곡물, 감자, 콩류, 견과류, 버섯, 과일, 해초 등에서 얻어지는 식물성 단백질과 고기, 계란, 생선, 조개류, 유제품 등에서 얻어지는 동물성 단백질로 나뉜다. 노년층의 경우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소득이 낮을수록 부족했다.
학력도 단백질 섭취와 유의미한 경향을 보였다. 학력이 낮을수록 단백질 섭취가 최대 31.7% 감소했다. 한국의 60세 이상 노년층 약 3분의 2의 가계 소득이 평균 보다 낮고, 중학교 미만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박 교수는 “고령자는 총 단백질 섭취량의 3분의 1 이상을 동물성 단백질로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단백질은 저장이 안 되는 영양소라 매 끼니 조금씩 챙겨먹는 게 좋다. 기름기 없는 살코기와 닭고기. 생선. 두부. 콩. 계란. 우유 등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